- 어제. 몸이 조금 불편한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삼겹살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노가리와 쥐포를 앞에 두고 맥주를 마셨다. 그러다가 친구는 그런 얘기를 했다. 자신이 몸이 불편하다는 걸 잘 몰랐던 사람, 혹은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얘기했을 때, 그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그래도 당신은 마음의 장애가 있는게 아니잖아요, 그런 사람보다는 낫죠." 라고. 친구는 그 말이 너무 싫다고 했다. 그 말은 '몸이 불편하니까 마음은 순수하고 여릴거라'는 편견을 가진 말이라고 했다. 몸에 장애가 있어도 마음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그러니까 몸이 불편한 사람도 상처가 있을 수도 있고, 못된 마음을 먹고 있을 수도 있고, 싸가지 없을수도 있는거라고. 그런데 그들은 몸이 불편한 사람은 '마음이 순수하고 여린, 그러니까 마음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아닐'거라는 편견을 이미 가지고 시작하는 거라고. 마음을 어떻게 써먹건, 그건 몸이 불편하고 불편하지 않고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일상을 살아가며 생각하고 느끼는 거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다를바가 없는데, 사람들은 위로랍시고 그 편견에 가득찬 말을 한다고. 그 친구가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해보겠다.

나는 몸이 불편해서 마음이 건강한 것이 아니라, 많이 사랑받고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다.

나는 친구로부터 그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해주어 고맙다고 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해본적이 없고, 또 아직 그런말을 누구에게도 해본적이 없지만, 앞으로는 내가 했을지도 모를 말이었으니까. 나 역시 그것이 편견이 덧씌워진 말이란걸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당신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도 언젠가 그런 말을 하게됐을지도 몰라요, 라고 하자 친구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친구는 다락방의 글은 여러사람이 읽으니까 이 얘기를 꼭 좀 써줘요,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도록, 이라고도 했다. 

내가 하는 위로가 상대방에게는 위로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기준으로 생각한다. 위로랍시고 던지는 말이 상대에게는 더 모욕적인 발언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친구에게 그러마 라고 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썼지만, 내가 사실 친구가 말하고자 하는바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때 받은 느낌과 생각을 적느라 적은건데, 혹, 뭔가, 어딘가에서 잘못 전달되어 지진 않을까, 조금 두렵다. 이것이 내 글쓰기의 한계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어딘가 잘못됐다면 친구가 나에게 어디가 잘못되었으니 고치라고 말해줄거라 믿는다. 

 

- 어제 만난 그 친구로부터 책을 선물 받았다. 다 내가 처음 보는, 제목도 들어본 적 없는 책들이었다. 그 친구는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는데, 그래서 그런지 내가 모르는 책들을 잘도 추천해준다. 친구는 이 책을 주면서 다락방은 [나의 미카엘]을 재미있게 읽었으니까, 아모스 오즈의 책을또 준비했어요, 라고도 했고, [알리와 니노]는 내가 엄청 좋아할 거라고 했다. 이것은 사랑이야기인데 참으로 독특한 사랑이야기라고. 이 친구는 나를 알게 된 후로 내 모든 글을 다 읽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걸 좋아할 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친구가 추천해준 책들은 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었다. [나의 미카엘]도,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도. 아, 그렇지만 이 친구가 들어보라며 준 이적의 최근 노래는 별로이긴 했다. 난 이적의 노래를 한번도 좋아한 적이 없다. 이 노래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제목이 뭐더라...기억안나니까 패스.  

가끔 그런 친구들이 있다. 이 책은 니가 좋아할 것 같아, 이 영화는 니가 좋아할 것 같아, 라고 말하는 친구들. 한번은 한 친구가 지금 당장 메신저에 접속하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왜? 니가 좋아할 것 같은 영화가 있어, 그거 파일로 줄게, 라고 친구는 말했고 나는 알았다고 웃으면서 메신저에 접속해서 그 영화의 파일을 받았다. 오, 정말 그 영화는 좋았다. 그때 내가 친구로 부터 받은 영화는 [소설보다 이상한] 이었다. 나는 그런 순간들이 좋다. 이건 니가 좋아할 것 같아, 이건 니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텐데, 라고 누군가 말해주는 그 순간들. 물론 그것들을 읽거나 보거나 선택하는 것은 내 마음이다. 나는 그렇다고 해서 읽는다거나, 그렇다고 해서 보지 않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나는 줏대있는 여자사람.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친구들이 내 생각을 해준거니까, 나에게 관심이 있는거니까, 아주 좋다.  

 

- 어제 오랜만에 카카오톡으로 연락해온 녀석들에게 '나는 아이팟이라 실시간 챗이 안된다, 지금은 까페베네 앞에 빌붙어서 챗중이고, 이제 와이파이 안되는 지역으로 이동할거다' 라고 했더니, 한명이(판사가 되면 나랑 결혼하겠다고 했던 놈, 그러나 결국은 사시를 보지 않은 놈)이 내게 '그지같네' 라고 했다. 나는 너무 웃겨서 [내가 그지면 예쁜 그지] 라고 하자, 그 친구는 내게 '꽃그지 해라' 라고 했다. 그러자 그걸 보고 있던 또다른 녀석이  내게 '외모는 꽃등심' 이라고 했다. 아 놔. 완전 뿜었네. 어제 처음으로 큰 소리로 웃었다. 자정이 되기 직전, 길거리에서. 꽃등심이라니! 나는 그녀석에게 너 미친거 아니냐며, 만나면 턱을 부셔버리겠다고 했다.  

 

- 아주아주 힘들고 고단한 토요일을 보냈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새벽까지 잠도 못자는 일요일을 맞이했는데, 그러니까 조금쯤 더 자두어도 될텐데 아홉시에 일어나 버리고 말았다. 아 제길. 난 더 잘테야, 라고 생각하고 누워있었지만 배가 고파서 더 잘 수가 없었다. 좀 더 자야 어제의 피로가 다 풀릴 것 같은데.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일어나서 밥을 먹었다. 오늘은 한껏 널부러져 있겠다. 방 한구석에 나를 내동댕이 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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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10-1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전 차라리 위로 보다는...술이나 한 잔 하자...라고 말을 해버린다는.....오호호

다락방 2010-10-10 14:51   좋아요 0 | URL
위로를 바라지 않는데 위로를 하는것도 일종의 오만이 아닐까 싶어요. 게다가 형식적인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하고요. 술이나 한잔 하자는 음, 좋아요. 그럴때는 맛있는 안주여야 해요!

Forgettable. 2010-10-1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카카오톡 제 닉네임인데 ㅋㅋ 추가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0-10-10 14:52   좋아요 0 | URL
나 지금 아이팟이 꺼져있어서. 아 진짜 이건 밧데리 갈아낄 수도 없고 케이블 있어야 되는거라 여간 불편한게 아녜요. 케이블 회사에 있는데 그래서 집에서 많이 쓰면 충전 못하고 병신되요. 난 아이폰 절대 안사! -_-

치니 2010-10-1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로는 정말 어려워요. '차라리 안 하고 말자' 라고 결심한대도 막상 절실하게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눈 앞에 두고 모른 척 하기란, 아니 조용히 기다리기란, 제 경우엔 참 어렵더라고요.
위로한답시고 어설프게 말했다가 더 큰 상처나 모욕감을 주기도 하지만, 가끔 내가 상대를 위로하려는 의도 같은 건 전혀 없었는데 상대는 나로 하여금 위로를 주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고.
다락방님의 글은, 아마도, 다락방님이 의도하지 않아도 어떤 식의 위로를 사람들에게 건네는 글이 될 때가 많을 거에요.
그래서 좋은 것. :)

다락방 2010-10-10 14: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치니님. 위로는 어려워요. 어떤말이 적절할지 제대로 찾지 못할때가 많죠. 우리는 상대의 입장이 될 수 없기 때문에요,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요. 다만 순전히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 옳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럴경우에 우리는 그게 무엇이든 가장 많이 실수를 하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 처럼, 상대가 나를 위로 하려고 했던게 아닌데도 위로 받을 때가 있죠. 저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회사 동료 한명이 내일 회사에 할 일이 너무 많아 가기 싫다, 고 하는 그 아무렇지도 않은 말을 듣고 저는 위로 받은 적이 있거든요.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우리는 모두들 그렇게 살고 있구나, 하고 말이지요.

가끔 어떤 분들이 제 글을 읽고 위로가 됐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제 글의 어느 부분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지 못해요. 다만 그런 사실을 알게됐을때 기쁠 뿐입니다. 치니님의 댓글이 오늘 저는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

2010-10-10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0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10-1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위로가 때로는 더 큰 모욕이 될 수 있지요. 그래서 말은 참 조심스러워요.
오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 봤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아름다운 우정이 참 부럽웠답니다.

다락방 2010-10-11 12:31   좋아요 0 | URL
전 그 영화 보고싶어서 책을 먼저 읽었는데 책 읽고 나니까 영화도 보기가 싫어졌어요. ㅎㅎ
여행지에서 친구도 잘 사귀고 사랑도 잘 하더군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그 사람이 가진 복인 것 같아요.

친구가 말하고 싶었던 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채로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한 걸거에요. 위로랍시고 하는 말속에 사실은 편견이 들어있다고요. 그래서 말은 참 조십스럽다는 세실님의 말씀에 공감이 되요.

LAYLA 2010-10-10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턱을 부셔버리겠다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격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0-10-11 12:32   좋아요 0 | URL
남자세명과 여자한명(다락방)으로 구성된 모임인데, 그중에 저랑 남자두명이 B 형이거든요. 우리 B형끼리만 셋이 만난적이 있었는데 아 정말 너무 웃긴거에요. 그래서 야 나 너무 웃어서 광대뼈가 부서질것 같아, 라고 했더니 저중에 한명이 그러더군요.

"오늘 집에 가기전까지 누나 광대뼈를 부셔주겠어!" 라고 ㅋㅋㅋㅋㅋ

... 2010-10-1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무언가를 추천받을때, 기분이 좋아져요. 그런데 제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은 추천에 인색하다는 슬픈 현실... 예전엔 동네단골 dvd 대여점 아저씨가 저의 취향을 꿰뚫고 계셔서 정말 최고의 추천을 해주곤 하셨는데... 저는 요즘 전국트래블로 맛집, 블루리본서베이같은 아이폰 어플받아서 맛집 추천을 열심히 받고 있는 중이죠... 하핫 ^^;;

다락방 2010-10-11 12:35   좋아요 0 | URL
저 갑자기 대학다닐때 만화방 아저씨가 저한테 만화책 추천해 주신던 게 떠올랐어요. 아 놔;; 추천해주신 만화 제목이 뭐였는 줄 아세요? ㅠㅠ [형부] 였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과애들 돌려보다가 기절했네요 ;;

전 DVD샵 아저씨께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추천받고 극도로 사랑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움화화핫

... 2010-10-12 13:46   좋아요 0 | URL
<형부>는 왜 돌려보셨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0-10-12 14:1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추천받은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의를 받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0-10-10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1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10-10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처럼, 굳이 위로하지 않아도 힘이 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
지인들이 좋은 책이나 재미있는 영화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전 한 번도 제대로 된 추천을 해 본 적이 없어요. -_-; 이 사람이 뭘 좋아할지 전혀 알 수가 없겠더라구요. 알라딘 서재에서, 달밤님은 이 책 좋아할 거에요. 같은 말 들으면 너무 기분 좋고 신기해요. 어, 어떻게 아셨지? 이러면서 혼자 히죽 웃고 있답니다. ^^;

다락방 2010-10-11 12:37   좋아요 0 | URL
히죽히죽. 그래요, 문나잇님? 저도 문나잇님 생각나는 책들이 있으면 꼭 말해줄게요. 히히.

저 역시 제대로 추천을 할 때도 있지만(그러니까 상대가 만족을 하는), 반면에 제대로 된 추측을 못하기도 해요. 제 친구 한명은 제가 주는 책마다 중도포기를 해가지고 ;; 저도 막 의기소침;; 그런데 자꾸 내가 책을 줘서...압박감을.....다른거 주고 싶어도 떠오르는게 없고....나는 그냥 책 밖에 모르겠고.....앞으로는 술값이나 낼까 뭐 이런 생각이....아 갑자기 우울의 나락으로 ㅠㅠ

레와 2010-10-1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겠어요. 위로의 말로 무슨말을 해야되는지.. 나는 이게 어려워요.

다락방 2010-10-11 12:3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말 어렵죠. 마음을 담되 상대의 마음에도 닿는 말, 그것이 어렵죠.

나 지금 파리바게뜨에서 샐러드 사먹었는데 소스가 완전 구려가지고 맛없어요. ㅠㅠ

2010-10-11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1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10-10-1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 한구석에 나를 내동댕이 쳐야지, 저에게도 필요한 일이에요. 어제 비염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잤거든요.
위로는 힘들어요. 슬픈 일이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말을 언제나 너무 작아요...

다락방 2010-10-11 23:38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고민이 너무 많아서 잠을 못자요, 섬사이님. 왜 인간에게는 고민이 끊이질 않을까요? 오늘은 좀 일찍 자려고 했는데 또 이것저것 하다보니 열두시가 다 되어가네요.

네, 슬픈 일이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작죠. 그리고 우리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상대의 위로가 고스란히 위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때도 있고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시간이 쌓여가도 반드시 지혜로워지거나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고, 다 알게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며 살고 있네요.

오늘은 좀 주무세요, 섬사이님!
 

나는 누가 네 인생의 영화는 무엇이냐, 고 물어오면 자신있게 [더티 댄싱] 이라고 말한다. 더티 댄싱은 진정 내 인생 최고의 영화였고, 더티 댄싱을 본 이후로 나는 영화를 닥치는대로 보기 시작했다. 그때가 중학교 1학년 여름이었던 것 같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었겠다. 어른이 되어 더티 댄싱을 처음 봤다면 그렇게 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그 이후로 패트릭 스웨이지에게 흠뻑 빠져 엄청 좋아했는데 (그가 더티 댄싱에서 춤 추는 걸 보았다면 안 빠질 수가 없다!), 고등학교 1학년때인가,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한 영화가 개봉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아흑, 얼마만의 패트릭 스웨이지냐 싶어 냉큼 이 영화를 보게 됐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아. 이 영화속에서의 패트릭 스웨이지는 도둑이었다! 별로....매력이 없었다. 대신 나는 젊고 잘생긴 FBI 요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는 키에누 리브스. 두둥- 사춘기 여고생에겐 역시 도둑보다 FBI 인가, 혹은 늙은 남자보다는 젊은 남자인가, 혹은 조금 더 잘생긴 남자인가. 나는 패트릭 스웨이지로 가득찼던 마음에 키에누 리브스를 가득 채운다. 뭐, 어차피 인생은 그런 것. 이 남자 누구야, 너무 잘생겼어, 하고 호들갑을 떨자 내 친구는 키에누 리브스 주연의 다른 영화를 보여준다. 

 

 

 

그 친구는 '리버 피닉스'를 좋아해서 이 영화를 좋아하고 있었고, 키에누 리브스를 좋아한다는 말에 가지고 있던 비디오 테입을 보여준 것인데, 와, 나는 또 이걸 보고 너무 좋은거다. 남창이라는 소재에 열일곱인데도 거부반응을 갖기는 커녕, 오히려 키에누 리브스가 결국 여자랑 커플이 됐을때 안타깝기까지 했다. 나는 돈을 받지 않고도 너를 사랑할 수 있어, 라고 말했던 리버 피닉스는, 이제 대체 어쩌라고! 이 영화를 보고 며칠 후, 리버 피닉스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그 전에도 또 그 후에도 연예인의 죽음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곤 했지만, 열일곱의 내게 들려온 리버 피닉스의 죽음은 너무 충격이었다. 리버 피닉스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이 영화를 내게 소개시켜줬던 친구도 또 그 친구로부터 그 소식을 들었던 나도, 교실에서 한동안 패닉에 빠졌었다.

 

키에누 리브스가 나온 모든 영화를 다 본 것 같지는 않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를 나는 대부분 좋아했고, 그 영화속에서의 그를 좋아했다. [매트릭스]의 네오는 오와- 정말로 절대자(ONE) 같았다! 나는 매트릭스의 1편이 제일 좋은데, 1편에서 자신이 절대자임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 총알을 피하며 허리를 휠 수 있었을 때, 그때의 전율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나는 얼마나 황홀했던가! 그러나 2,3편은 재미 없었다. 그리고 트리니티가 싫어..  

 

 

 

 

[콘스탄틴] 에서의 귀신을 쫓는 그도 좋았고, [필링 미네소타]에서 카메론 디아즈랑 호흡을 맞춘 그도 좋았다. [스트리트 킹] 홍보차 내한했을 때 말이 많았지만, 난 그때도 그 영화속의 키에누 리브스가 좋았다. 그의 광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팬심은 부족한 여자사람) 그를 싫어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 물론 [드라큘라] 에서의 그는 너무 찌질했지만..바보같았어.. 그러나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 한참이나 나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는 다정한 남자를 연기하는 그는 너무나 근사했다!! [구름속의 산책] 에서 제복을 입은 그는 멋졌고(!), [스피드] 에서의 그는 날쌘돌이였다. [스피드] 보면서 얼마나 산드라 블럭을 부러워 했었던가! 그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람들을 구출할때, 나는 박수도 쳤었다!

 

 

 

  

 

얼마전에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키에누 리브스를 무척 좋아했고, 그에게 청혼을 받아 그와 결혼하게 됐다. 그런데 나는 그의 네번째 부인이었다. 이 사람은 나 말고도 세명이나 더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 하는 마음에 그와 결혼하지 않으려던 나는, 그러나 정말 이 사람을 너무 사랑해 그러니 어쩔 수 없지, 하고 그와 결혼해 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모두 한집에 살았는데(그러니까 그의 다른 세 부인들도) 어느날 나는 키에누 리브스와 단둘이 외출을 하게 되고, 사람 많은 거리를 걷게 된다. 그 사람많은 거리를 걸으면서 키에누 리브스는 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나는 또 걷다 말고 서운해지는 거다. 이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너무 많아, 이 거리의 많은 사람들도 그를 알면 사랑하게 되겠지, 나 따위, 하면서 그의 손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나는 돌아서 다른 길로 가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놓은 손을 키에누 리브스가 다시 잡아왔다. 그 사람들 많은 틈 속에서! 나는 다시 그만 몽글몽글해져버리고 말아, 아, 어쩔 수 없구나, 네번째 부인으로서 사랑해야 겠구나,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내 꿈은 항상 나에게 뭔가를 말해.. 

 

그리고 나는 며칠전부터 갑자기 키에누 리브스의 젊은 시절을 보고 싶어서, '폴라 압둘'의 『rush rush』를 듣기 시작했다. 이 노래속의 뮤직비디오에는 아주 젊은 키에누 리브스가 등장한다. 고등학교시절, 지구촌 영상음악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이 뮤비를 보고, 다음날 흥분해서 반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러니까 나는 허구헌날 이런걸로만 수다를 떨었구나! 

 

 

 

 

어제,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새삼 깨달았다. 겨울에 손이 시렵다면 가을에는 가슴이 시리다는 것을. 어쨌든 그 밤과 새벽은 지나갔고, 나는 금요일을 살고 있으며, 이런 시린 가슴을 위로해 줄 것은 차디찬 소주 뿐이라는 사실도 알고있다. 소주로도 채 시린 가슴이 따뜻해지지 않는다면, 집에 돌아가는 길, 우동을 한그릇 먹자.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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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0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다락방님이다!!! ^^
다락방님 페이퍼 많이 기다렸어요. 왜 안 오시냐고 댓글 써볼까 하는 찰나, 나타나시네요. 반가와요. >.<

그나저나, 이런 뮤직비디오가 있었군요. ;;; 키아누 리브스는 참 나이가 안 드네요. 저는 엑설런트 어드벤처라는 황당한 영화에서 키아누 리브스를 처음 본 것 같은데, 지금까지 꾸준히 좋아하고 있어요. 영화 좀 많이 찍어줬으면 좋겠어요. 로맨틱한 걸로요. 호홋 ^^

다락방님의 꿈 이야기 말입니다. ;;; 읽다보니 뭔가 기시감이 든다고나 할까요. 떠오르는 기억이 있네요. 훠이훠이 (쫓아버리는 중 -_-;;;;;;;;)

다락방 2010-10-10 10:49   좋아요 0 | URL
누군가가 제 꿈이야기 좀 사가지고 키에누 리브스 주연 시켜서 영화로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주인공인 네번째 부인 역은 아무래도....제가 하는게 가장 감정을 잘 살릴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고, 나는 대박 돈을 벌고, 회사를 그만 두고....아....꿈같은 인생이 펼쳐질 수 있을텐데요!!

일요일 잘 보내고 있어요? 나는 문득, 문나잇님이 내 페이퍼를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페이퍼 썼어요. 므흣

레와 2010-10-0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트릭스의 레오역에 다른 사람은 이제 상상 할 수도 없어요. 각인되어버렸나봐..

내 인생의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중 3때 연합고사 치고 나서 학교에서 보여줬는데, 처음 봤을때의 그 흥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학교에서보고 집에가서 비디오로 빌려서 또 보고, 또 보고.. 비비안리와 클라클 케이블. 으윽! >_<


못 잘까봐 걱정했었는데..

다락방 2010-10-10 10:51   좋아요 0 | URL
레오가 아니라 네오에요, 레와님! 레오는 에미의 애인이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책으로 먼저 읽었거든요. 중학교때 집에 있던 책이었는데, 세로로 된 책이었어요. 세로로 된걸, 어린나이에 읽는다고. ㅎㅎ 그런데 책으로 읽으면서는 그게 그렇게 대단해 뵈질 않더라구요. 영화로 먼저 보거나, 그 어릴때가 아니라 좀 더 커서 봤다면 다르게 느꼈을 수도 있는데. 타이밍은 역시 중요한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10-10-0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 속에 키아누 리브스가 한 손에 블랙베리를 쥐고 있지 않았다면 그건 개꿈임에 틀림없습니다.
(리버 피닉스도..그렇지만 다 아픔이 있는 배우들이잖아요. 페트릭 스웨이지는 얼마 전 암으로 사망했고, 키아누 리브스 역시 자신의 애인과 그 애인의 뱃 속에 있었던 아이-키아누 리브스는 집이 없데요. 호텔에서 산데요. 그런데 연인이 자신의 2세를 잉태하고 처음으로 집을 사고 정착을 하려고 했었데요-를 교통사고로 잃었어요.)

다락방 2010-10-10 10:55   좋아요 0 | URL
네, 키에누 리브스 연인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도 놀랐던 기억이 나요.

어제 핸드폰 대리점 가서 블랙베리 보고 왔는데, 글쎄 화이트 9700은 물품 전량 회수래요. 블랙으로 사서 화이트로 옷을 입혀야 된대요, 화이트를 갖고 싶으면. 에이, 그건 리얼이 아니잖아요. 그쵸? 엉터리야... 전 그래서 안샀어요. ㅎㅎ

Kir 2010-10-0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버 피닉스... 제가 그의 존재를 알았을 때 이미 고인이었지만, 참 안타깝고 아까운 배우에요ㅠㅠ 리버 피닉스 이름이 나오니까 고 정은임 아나운서 생각도 나서 마음이 가라앉네요. 정말정말 좋아한 분이거든요, 에휴.
리버 피닉스와 히스 레저는 살았더라면 오래오래 좋은 연기로 사랑받았을 배우들이라 짧은 생애가 더 슬프고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10-10-10 10:56   좋아요 0 | URL
아, 이미 고인이 되었을 때 알았군요, Kircheis님! 저는 오, 이런 배우가 이런 연기를 했구나(기면발작증이었죠) 라고 막 알아가는 순간 그의 죽음을 맞닥뜨렸어요. 정말 많이 놀라고 충격이었는데요.

히스 레저의 영화중에 [캔디]라고 있거든요. 이 영화는 히스 레저가 사망한 뒤에 개봉했는데, 영화 속에서 히스 레저가 약물 중독 연기를 해요. 그게 어쩐지 죽기전의 히스 레저의 삶인것만 같아서 보는 내내 얼마나 우울했는지 몰라요. 어휴..

poptrash 2010-10-0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아누 리브스는 너무 귀여워요 정말. 제가 정말 좋아하는 키아누 영화는 콘스탄틴...
이것은 한때 흥했던 키아누 리브스 동안의 비밀. 다시 봐도 그럴듯 하네요...
http://www.youtube.com/watch?v=nEubt6HpGhs

다락방 2010-10-10 10:5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키에누 리브스가 귀여워요? 하하하하. 나는 팝님이 더 귀여운데요! 으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니까 키에누 리브스가 동안인건, 그가 절대자이기 때문인건가요? 영원불멸의 존재? 다음부터 이런건 해석좀 같이 올려주삼. -_-

다이조부 2010-10-08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년시절에 대구에 있는 이름도 기억 안나는 극장에서 친척누나랑 스피드를 봤던 기억이 생생히 기억나요 ㅋ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말이죠. 지금 다시 보면 그때의 감흥은 절대로 느끼지 못하겠죠 아마도.

주인장의 꿈 이야기는 너무 좋아요. 저는 다락방님보다 훨ㅆ니 더 엉뚱하고 말도 안되는 꿈을 가끔씩 꾸는데

이상한 연대감이 드네요.



다락방 2010-10-10 10:58   좋아요 0 | URL
네, 제 생각도 그래요. 만약 스피드를 지금 본다면 그때처럼 박수 치며 볼 수 있을까 싶어요. ㅎㅎ 더티댄싱도 그렇지만.
저 슬프고 애틋한 꿈이 대체 뭐가 좋은가요? 저는 슬펐다구요. 흑흑 ㅜㅜ

꿈이니까, 이상하고 엉뚱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꿈이니까요! :)

2010-10-09 0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0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0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0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룩말 2010-10-1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영화 볼래요. 포스터의 표정이 좋군요. 키아누 리브스
페트릭 스웨이지는..옛날에 했었던 드라마 "남과북"이 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0-10-11 09:18   좋아요 0 | URL
저 영화속의 키에누 리브스는 정말 젊고 예쁘죠! ㅎㅎ 쑝 갔어요. 같이 자는 여자배우가 엄청 싫었다능 ㅋㅋ

얼룩말 2010-10-10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오랫만에 듣는 러쉬러쉬..
한 삼십년만에 듣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10-10-11 09:18   좋아요 0 | URL
하하 삼십년만 ;;

저는 요즘 몇번이고 반복해 들었답니다. 오늘은 나윤선의 천사를 내내 들으면서 출근했구요.
 

- 요새 나는 좀 이상하다. 밥을 먹으러 가서도 혹은 술을 마시러 가서도 먹다 말고 멍때리며 한곳을 응시하곤 한다. 그러다가 한숨을 한번 쉬고 다시 먹던 걸 먹는다. 그때쯤엔 사실 처음처럼 맛있게 먹지도 못한다. 한숨을 자주 쉰다. 내가 인식하지도 못하는데 자꾸 한숨을 쉬는지 젊은 애가 웬 한숨이냐는 소리를 곧잘 듣는다. 어제는 영화를 보려고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내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나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완전 쌩쌩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친구는 그러면 기분이 가라앉은건가, 완전 가라앉아 보여요. 하아-  가슴에 뭔가 아주 묵직한게, 아주 단단하게 박혀있다. 다른사람은 힘이 들때 어떤 증상들을 보일까? 밥을 못먹을까? 잠을 못잘까? 나는 잘 못걷는다. 걷다 말고 멈춘다. 걷다가 내 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어 뜨린다. 마치 이 머리채를 쥐어 흔들면 내 고민들도 다같이 흔들려 사라져 버릴것 처럼. 그러나 한번도 내 뜻대로 된 적은 없다. 

 

- 일요일인 오늘도 마찬가지로 한숨을 가득 쉰 채 지나가고 있었다.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서, 또 아무것도 하고 싶지를 않아져서 나는 방안의 불을 끄고 이불을 뒤짚어 쓴채, 몸을 동그랗게 말고 옆으로 누워있었다. 잠을 자려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그렇게 누워있고 싶었다. 얼마만큼을 누워있었을까, 엄마는 내 방으로 들어와서 오겹살을 먹으러 나가자고 했다. 나는 괜찮아, 안먹어, 귀찮아, 라고 얘기했는데, 너 어제 며칠간 고기 못먹었다고 신경질 냈잖아, 그래서 지금 완전 우울한거잖아, 고기 먹으러 가자. 나는 알았다고 말하며 침대에서 나와서 오겹살을 먹으러 갔다. 엄마, 나 소주 한잔 마셔도 돼? 그래, 너 우울 풀리려면 소주 마셔, 그래서 나는 소주도 마셨다. 뭐, 소주를 마신다고 해서 뭔가 나아지진 않았다. 나는 또, 고기를 먹다 말고 벽에 기대어 앉아 멍때렸다.  

 

- 오겹살을 다 먹고 밥을 볶아 먹는데, 밥을 볶아주시는 분은 고깃집의 사장님이셨다. 손님이 확 줄어들어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하셨고, 가끔 아들이 도와주러 온다고 하셨다. 아들도 직장생활 하느라 힘드는데 와서 도와준다고, 직장생활에 시달릴텐데 와서 해주는거 싫어서 가급적 도와달라는 말 안하게 된다고도 하셨다. 엄마는 아드님이 참 착하네요, 자기도 힘들텐데, 라고 대꾸해주셨다. 나는 아무말도 없기 고기만 먹다가, 소주만 마시다가, 그렇게 볶아지는 밥을 보다가, 

"엄마들은 다 알고 계시는군요, 자식들 직장생활 하느라 힘들다는 거." 라고 말했다. 왜 그런말을 했지? 나는 힘들다는 걸 누군가 알아준다는 데에 갑자기 뭉클했던걸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엄마랑 고깃집 사장님은 동시에 말씀하셨다. 

"그럼요, 알죠, 그걸 왜 모르겠어요." , "알지, 얼마나 힘들겠니, 직장생활." 

 

- 아, 내가 직장생활이 힘들다는 건 아니다. 나는 직장생활 8년차. 이 일을 한순간도 좋아한 적은 없지만, 이것이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쓸 만큼 힘든것도 아니다. 나는, 내가 왜 힘든지 안다. 그리고 그것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도. 그리고 나는 무엇이 다시 내 기분을 좋게 만들지도 너무나 명확하게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자꾸만 구석에 숨고 싶어져서, 자꾸만 아무말도 하기 싫어져서, 자꾸만 한숨이 나와서, 자꾸만 서운해서, 자꾸만 바보 같아서 나는 내 스스로 기분을 좀 바꿔보고 싶어졌다. 어떻게 하지? 뭘 하지? 그러나 역시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 책장을 둘러본다. 뭐 좀 좋은거 없나, 뭔가 따뜻해지는 거 없나, 뭔가 유쾌해지는 거 없나, 뭔가 날 좀 웃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 젓가락! 젓가락질 잘 하는 남자를 읽어야지.  

 

이 대리는 테이블 한켠에 있는 플라스틱 수저통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내어 내 앞과 자신의 앞에 열 맞춰 놓았다. 칼날 같은 인상과는 지나치게 동떨어진 행동이라 의외다 싶어서 몰래 남자를 훔쳐보았다. 뜨끈한 국수 국물을 들이켜더니 쇠 젓가락을 식탁 위에다 탁탁 작게 두드리며 키를 맞췄다. 그리고는 도시락 안에 담겨 있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내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지만 난 그 평범한 행동에 이상하게도 시선을 빼앗겼다.
지난번 식사 때는 정신이 없어서 보지 못했지만 이 대리의 손놀림은 근사했다. 단지 젓가락질을 하는 것뿐인데도 무기를 갖추어 든 병사처럼 날렵하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손놀림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했다.
(p.67) 

 

 

 

 

 

 

 

그러니까, 흐음, 젓가락질 잘 하는 남자를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다. 내 앞에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젓가락질을 잘 한다면. 내가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다른 여자들 앞에서는 굳이 젓가락질을 잘 할 필요는 없겠고, 다른 여자들 앞에서는 굳이 이름을 가지지 않아도 좋을테다.  

 

 

- 며칠전, 여동생한테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이 세상에 여자라고는 나 하나뿐이었으면 좋겠어" 라고. 여동생은 "그래?" 라고 되물었는데, 나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게 별 의미가 없다고 이내 생각했어. 만약 나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라면, 세상에 여자가 나 하나뿐이라고 해도 나를 선택하진 않겠지. 세상에 여자가 많아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게 아니니까." 

"그렇지." 

"그렇지만 순수하게 나를 좋아하는 거라면, 세상에 여자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은 나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내 옆에 바로 김태희가 같이 있다고 해도 말이야." 

"음.................언니, 그건......쫌 아닌 것 같다." 

"김태희 선택할까?" 

"응." 

세상은................그런걸까? 

 

 

- 블랙베리 화이트 9700을 확, 질러버리면 나는 좀 기분이 나아질까? 

 

- 일요일이 이제 한시간 이십분도 채 남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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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3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4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3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4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3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4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3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0-04 13:06   좋아요 0 | URL
저 우산쓰는 거 캡 싫어하는데 오늘 출근하면서 우산 써야 했어요. -_-

그리고 블랙베리 화이트9700과 모델은 이 사진과 같습니다.


다이조부 2010-10-0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어쩌다가 주인장 개인블로그까지 가보게 되었습니다 ㅎ

이런 말 쑥스럽지만, 제가 놀러가는 알라딘 블로그 중에서

가장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공간은 다락방님의 공간입니다 ㅋ

젓가락질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 살짝 서글퍼지긴 하네요. 젓가락질을 30대인데도 이렇게 엉망이라니 하하하

김태희 이야기 에서도 뻥 터졌습니다. 저에게 행정학을 가르쳤던 쌤은 40대 초반인데 수강생들 수업 진행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며 아이리스 랑 신데렐라언니를 보던 아저씨 였는데 그 양반은 도대체

김태희 의 어떤 점이 매력을 끄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군요 ㅋ


다락방 2010-10-04 13:09   좋아요 0 | URL
여기서 말하는 주인장이란......다락방 말씀이십니까? ㅎㅎ
가장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공간이라니, 오, 다행입니다. 여기서 슬프고 찌질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으니깐요. 뭐, 가끔 찌질한 글을 쓰기도 하지만. 이 페이퍼도 찌질하게 잘 나가다가 갑자기 또 코믹버젼으로.. ( '')

저는 제가 젓가락질을 잘하는줄로만 알았는데, 아주 오래전에, 젓가락질을 기가막히게 하던 늙은애인이 저더러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 내가 젓가락질을 못하는구나, 하고 알았더랬죠.

저는 김태희가 매력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참으로 이쁘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들한테는 이쁘면 장땡! -_-

다이조부 2010-10-04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여초사이트 라고 하는데, 남초사이트 에 가면 하긴 김태희가 인기는 있나봐요~ 동생이 즐겨 가는

야구사이트에서 한때 별명은 김노예 였다고 하네요. 매일 등판한다고 --

저는 김태희 하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학창시절 공부하는 시간을 아낄려고 하교 후 뛰어갔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에 내 자신이 한심했었죠. 바보처럼 말이죠


이 근사하고 멋진 공간에 시덥지 않은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은것 같아서 민망하네요. 어쩌면 삭제당할지도 ㅋ

다락방 2010-10-04 13:10   좋아요 0 | URL
제가 왜 삭제를 합니까, 매버릭꾸랑님. 저는 이 댓글을 읽으면서, 아 내가 공부를 못한 이유는 하교 후 뛰어가기는 커녕 느릿하게 걸어가면서 분식집이란 분식집은 다 들어가서 먹었기 때문이구나, 하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ㅎㅎㅎㅎㅎ

치니 2010-10-04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제가 아는 분이 한숨은 몸에 아주 좋은 거라고 그랬어요. 한숨을 휘 - 몰아쉬면 몸의 나쁜 것들이 빠져나가는 거라고. 그러니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쉬라고. :)

다락방 2010-10-04 13:11   좋아요 0 | URL
오, 한숨이 좋은거에요? 몸의 나쁜 것들이 빠져나가는 겁니까? 저, 잘 하고 있군요. 죄다 빠져나갔으면 좋겠어요, 죄다!!

점심 뭐 드셨어요, 치니님? 저는 대구탕 먹었습니다. 우하하핫

레와 2010-10-0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다락방의 일기와 페이퍼를 보며 위로 받고 위안을 얻어요.
그런데 다락방은 어디서 나와 같은 위로와 위안을 얻을까 궁금해요.
어딘가 있겠죠? 있어야해요.

다락방의 지금이 빨리 지나가길..

다락방 2010-10-04 13:13   좋아요 0 | URL
그럼요, 나도 위로를 받고 위안을 얻죠. 그것은 누군가의 글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문자메세지이기도 하고, 책이기도 하고, 음악이기도 하고.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견디지 못할건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지나가겠죠!
:)

moonnight 2010-10-0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이 엄마랑 오겹살을 드시러 가는 거, 엄마께 소주 마셔도 돼? 하고 물을 수 있는 거, 엄마께서 그럼, 마셔. 하고 허락해 주시는 거. 무척 부러워요. ㅠ_ㅠ;
그나저나, 우리 다락방님 요즘 많이 우울하시구나. 뭐가 이유인지 알고 계시다면, 지금 이렇게 기분이 쳐져 있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해도 시간이 분명히 약이 될 테니까요. 다락방님은 우울할 때 써 주시는 페이퍼도 사랑스럽기 그지없어요. ^^

다락방 2010-10-04 13:16   좋아요 0 | URL
네, 기분이 쳐지는게 반드시 나쁜것만은 아닐거에요, 그쵸? 매일 좋을 수 없는 것처럼, 매일 나쁠수도 없을테니까, 이럴때도 있고 저럴때도 있고, 그렇게 살면 되는거겠죠. 조금 우울하다가 금세 기운차릴거에요. :)

엄마가 소주 마시는 걸 허락해주는 이유는 엄마도 한두잔쯤 마시는 걸 좋아하시기 때문이에요. -_-
어제는 심지어 입병이 생겼는데도 소주를 두잔 드셨다는 ;;


2010-10-04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4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10-10-0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수하게(이게 중요한 거네요, 순수!) 그를 좋아한다면 옆에 비, 원빈, 소지섭 등등이 줄지어 서서 내게 추파(?)를 던진데도 난 끄떡없을 자신이............ 있,을,까...???
난 김태희를 읽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불순한 생뚱맞음이란!)

다락방님이 한숨을 내쉴 때마다 우울도 그만큼씩 빠져나갔으면 좋겠네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날렵하고 우아한 젓가락질 배우기에 몰두해 보는 건 어때요?
다락방님 페이퍼 때문에 당장 오늘 점심부터 내 젓가락질을 다듬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운내세요, 사랑스런 다락방님.

다락방 2010-10-04 13:19   좋아요 0 | URL
저는 비, 원빈, 소지섭이라면 안넘어갈 자신이 있는데, 이선호라면 살짝 얘기가 달라질거 같아요. 아마, 구십구프로, 넘어가지 않을까...하고 말이지요. 막 뚫어지게 쳐다봐주면 어어, 왜...뭘 그렇게 봐, 이러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거릴지도. ㅎㅎㅎㅎ

좋아요, 섬사이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날렵하고 우아한 젓가락질 배우기. 오늘부터 젓가락질할때 노력해보겠어요! 2010년 남은 시간들을 젓가락질 배우는데 다 써버리겠어요!!


섬사이님도 잘 지내세요!
:)

차좋아 2010-10-04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세븐이가 빨리 나타나야겠습니다 ^^

다락방 2010-10-04 13:20   좋아요 0 | URL
저는 세븐이 좋은가 이선호가 좋은가 정말이지 심각하게 상황극까지 만들어가며(응?) 생각해본 결과, 저는 둘 중 하나를 '반드시', '꼭' 선택해야 한다면 이선호를 선택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뭐래 ㅎㅎ)

다이조부 2010-10-0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선호 와 세븐에 관한 애정도에서 이선호 판정승 거두었군요 ㅋ

옛날 비디오가게 이름 으뜸과 버금 이 불현듯 생각났어요.

블랙베리 세븐 포스터는 정말 흐뭇하네요. 흐흐

다락방 2010-10-05 09:00   좋아요 0 | URL
앗 저도 으뜸과 버금 알아요! 매버릭꾸랑님과 저는 같은 세대를 살았는가 보군요! ㅎㅎ
매버릭꾸랑님도 잘생긴 남자 좋아하시는구나! ㅎㅎㅎㅎㅎ 블랙베리도 예쁘죠? 아, 너무 예뻐요! orz

네꼬 2010-10-04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요새 한숨 많이 쉬어서 곧잘 지적 받는데.. 다락님의 그런 기분, 감기처럼 지나가는 거였으면 좋겠어요. 진짜로요. 식사 거르지 말고, 건강하게 버텨봐요.

다락방 2010-10-05 09:00   좋아요 0 | URL
네꼬님도 그래요? 누군가 내 심장을 꺼내어 따뜻한 손으로 스윽스윽 쓰다듬어 줬으면 좋겠는, 그런 기분을 가진채로 살고있어요?

잘 견뎌요. 아프지 말고!

Mephistopheles 2010-10-0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랙베리를 사다 주는 남자친구만 있다면야......한방에 그냥 다 날라갈텐데 말입니다.(이런 당연한 댓글을 봤나!)

다락방 2010-10-05 09:02   좋아요 0 | URL
아, 뿜었네요. ㅋㅋㅋㅋㅋ

그치만 블랙베리라는 거대한 선물이라면, 어휴, 부담되서 어디 살겠어요? 아마도 블랙베리를 사주는 남자라면 저는 단단히 발목잡히지 않을까요? 제가 여태 남자한테 받았던 선물중에 가장 비싼게 CD 였던걸 감안한다면, 블랙베리가 주는 구속력과 책임감은 아휴 어마어마하네요. 역시 비싼건 제돈주고 사는게 방법인듯.
그렇지만 블랙베리 사주는 젊고 잘생긴(내맘대로 추가)남자를 생각하니 쾌락이 밀려와요. 죄책감이 드네요. ㅎㅎ

Mephistopheles 2010-10-05 09:26   좋아요 0 | URL
꼭 고가의 선물이 아니더라도 사랑과 연애엔 어느정도 구속이 동반하긴 합니다. (법정구속 불구속 이거 말구)

다락방 2010-10-05 10:54   좋아요 0 | URL
사랑과 연애에 수반되는 '어느정도의' 구속이라면 괜춘합니다. 언제나 늘 과한게 문제죠. 혹은 모자라거나.
어느 정도까지는 저도 나름 감당할 수 있어요. ㅎㅎ

새초롬너구리 2010-10-0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다락방님한테 물어보러왔는데 님 분위기가 대답해주실 여력이 계신건지 몰겠어요. 아, 너무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아주아주 차갑고 센 바람을 맞아도 허파에 들어가면서 뻥뚫리지않는 이상 어떻게 답답한 속을 뚫을 방법은 없을까요? 전 지금 아주아주 차가워서 물통의 물이 얼어버리는 칸에 한동안 놔두었던 버드와이저를 마셔요. 물은 얼어도 알콜은 안어나봐요? 차가운데 시원하진않네요. 음, 차갑다랑 시원하다가 다른 느낌이란거 이제 알았어요.

근데 블랙베리가 017을 포기할만큼은 아닌거 같아요. 이제 이쁜쿼티폰이 주루룩 나올터이니 기다리삼.

근데 엄마들은 정말 언제나 먹이는거 꼬시는데 최고예요. 근데 오늘에서 새삼 밥먹고나니까 몸이 따뜻해진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다락방 2010-10-05 09:08   좋아요 0 | URL
블랙베리가 017을 포기할만큼은 아니다, 란 말씀이시죠? 좀 더 참아봐야겠어요. 이쁜쿼티폰, 으윽, 기다림은 사람을 지치게 해요!

아주아주 차갑고 센 바람을 맞아도 허파에 들어가면서 뻥뚫리지 않는 이상, 이라는 댓글을 보자니 이솝우화 생각났어요. 왜 태양과 바람이 서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시합을 하잖아요. 바람은 당연히 자기의 거센 바람으로 벗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정작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간 따뜻한 햇볕이었죠. 차갑고 센 바람으로 안될 것 같은 지금의 답답한 속은 차라리 따뜻함으로 건드려보는 건 어떨까요? 여기, 새초롬너구리님께 주고 싶은 글이 있어요.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에 나오는 글이에요.

"아니야, 우주는 무한할 거야. 이 우주에 내가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면, 생각만 해도 추워. 무주에서 보내던 그해 겨울이 기억나. 얼마나 추웠는지 몰라. 그때 달달달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내가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은 누군가 내게 말을 거는 일이었어. 그게 누구든, 나는 연결되고 싶었어. 우주가 무한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건 뭐래도 상관없어. 다만 내게 말을 걸고, 또 내가 누구인지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우주에 한 명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우주가 무한해야만 가능한 일이라면 나는 무한한 우주에서 살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너무 추울 것 같아."


사실, 원하고 있는건, 시원함이 아니라 따뜻함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hanalei 2010-10-05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김태희에 대해서 잘안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김태희가 글을 잘 쓰나 말을 잘하나 생각이 깊은가 머리가 좋은가 대체 다락방님보다 나은게 머가 있죠?

hanalei 2010-10-05 00:06   좋아요 0 | URL
저 이야기는 순뻥이야요.
저, 김태희가 누군지 전혀 아는바가 없어요.
저, 다락방님이 누군지 알아요.
저한테 김태희가 무슨 의미가 있죠?

다락방 2010-10-05 09:10   좋아요 0 | URL
아이고 미드나잇_레이님, 이런 기분 좋은 댓글이라뇨!
그렇지만 레이님이야 말로 순뻥이에요.

김태희가 쓴 글을 읽어보신적 없으시잖아요! 하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없잖아요! 글도 잘쓰고 말도 잘하고 머리가 좋은 여자일지도 모르잖아요. 게다가, 얼굴은, 얼굴은!!

김태희가 저 멀리 있기 때문에 아직 의미가 없지만, 눈앞에 나타나면 우주만큼의 의미를 가져다 줄지도 모르죠.ㅎㅎ
그렇지만 현재는 레이님께 김태희보다는 제가 의미있는 여자사람이네요. 헤벌쭉 ^_____^
 
옥희의 영화 - Oki`s Movi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실 알고보면 보잘것없는 남자, 여자, 연애, 섹스, 인생이야기 그리고 키스에의 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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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0-10-03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선균이니까 보러 가려구요 ㅎㅎㅎ

다락방 2010-10-03 15:25   좋아요 0 | URL
저는 이선균은 별로라서 ㅎㅎ 저는 이선호 ♡

다이조부 2010-10-03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선균은 참 남자가 봐도 매력만점~


다락방 2010-10-03 15:25   좋아요 0 | URL
저는 이선균 안매력적이에요. 목소리도 별로 ㅎㅎ 코 풀라고 말하고 싶은 목소리 ㅋㅋ 정유미가 예뻐요!!

Jade 2010-10-03 0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영화 최고의 대사는 뭐니뭐니해도 "착할게"라고 생각 ㅋㅋㅋ

다락방 2010-10-03 15:26   좋아요 0 | URL
아 기억나요. 정유미가 뽀뽀잘하네 하는 것도 웃겼어요. 이선균이 너가 젤 예뻐, 라고 하는 것도 웃겼고. 문성근이 걔한테 정말 공평하고 싶어 라고 하는것도 ㅎㅎ

마늘빵 2010-10-0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스에의 충동 맞아요. 나도 뽀뽀고프다.

다락방 2010-10-03 15:26   좋아요 0 | URL
아 진짜 죽을뻔했다요. ㅋㅋ
역시 대학은 남녀공학을 다녀야한다고 뼈저리게 실감했네요. ㅎㅎ

다이조부 2010-10-0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3박 4일간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광주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볼수록 애교만점을 하더군요~ 이선호가 눈에 보이는데 아 저 친구가

다락방님이 좋아라하는 연기자군 생각이 들더군요 ㅎㅎ


다락방 2010-10-03 18: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아 뭔가 부끄러워지는 이 시츄에이션 ㅎㅎ 네, 그 친구가 제가 좋아라 하는 연기자 입니다. 사실 저는 그를 '연기자'라기 보다는 '남자'로 좋아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일전에 황우슬혜랑 [우리 결혼했어요]인가 거기에 나오는 걸 우연히 보게 됐는데, 황우슬혜를 완전 뚫어지게 쳐다보더라구요. 그거 보면서 와, 녹겠다 녹겠어 싶었어요.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0-10-03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꼭 챙겨보는 편이에요. 보고 나서는 괜스레 어리둥절, 씁쓸, 착잡 등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요. 술을 부르는 영화 ^^
이번 영화는 어떨지. 기대하고 있어요. ^^

다락방 2010-10-03 21:09   좋아요 0 | URL
이 영화는 키스를 부릅니다, 문나잇님. 다 보고 나면 아는 남자들의 얼굴이 차례대로 떠오르며 누구를 불러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하핫.
저의 경우엔 아무도 부를 수 없었지만 말입니다. 워낙에 남자관계가 클리어해놔서 ;;

마노아 2010-10-03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상수가 참 독특해요. 엔지 없이 그냥 한 번에 간 것 같지 않아요? 영화 굉장히 빨리 찍었을 것 같아요.ㅎㅎㅎ

다락방 2010-10-03 22:1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엔지 없었을 것 같아요. 이 영화속의 배우들은 감독이 원하는바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 같더라구요. 문성근이 술자리에서 화내는 역할도 너무 잘 어울리는거에요! 게다가 아차산 ㅎㅎ

저도 오르막을 오를때 안아주는 남자랑 함께 아차산을 가야 할텐데 말이죠. 추석때 아빠랑 남동생이랑 다녀왔네요. 하하하핫

프레이야 2010-10-0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사 가만 들어보면 실실~ 진짜 웃겨요.
쓸쓸하기도 하지만 쓸쓸하지만도 않은..ㅎㅎ

다락방 2010-10-04 11:28   좋아요 0 | URL
구질구질한 인간사에요. ㅎㅎ
우리네 삶이 별반 다르지 않은, 그러니까 미화없이 그대로 다 드러난 듯한 그런 영화였죠. 아차산 오르면서 문성근한테 머리 더 빠지면 안되요, 하는데 웃겼어요. ㅎㅎ

레와 2010-10-0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 봤어요. 그래서 공감 할 수 없어 외로와.ㅡ.ㅜ


ㅎㅎ

다락방 2010-10-04 11:29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이거 봤어야 되는데. 어찌나 키스충동 이는지 사람 아주 죽는다요. ㅎㅎ 이 감독 [생활의 발견]에서도 술마시다가 테이블 너머로 키스하게 하더니, 이 영화에서도 소주를 가운데 놓고 키스하게 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실재야 실재. 허구가 아니야. ㅋㅋㅋㅋㅋ
 

손암 선생은 갈치를 무린어, 즉 비늘 없는 생선 종류에 포함시켰는데 피부의 은색 가루가 비늘이다. 구아닌이라는, 색소의 일종으로 회로 먹을 때는 칼로 긁어내야 한다. 호박잎으로 긁기도 한다. 소화가 안 되기 때문. 힘줄도 걷어내야 한다. 익힐 때는 상관없다. 지혈작용도 하는 구아닌은 모조진주나 매니큐어, 립스틱에 쓰인다. 키스는 갈치 비늘을 주고받는 행위의 또 다른 이름이다. (p.19) 

 

 

 

 

 

 

 

내가 좋아하는 국내 작가는 정미경 말고는 없었다. 김훈의 단편 『언니의 폐경』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김훈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고, 그러고보니 내게는 국내작가중에는 이러이러한 작가가 좋다, 라고 말할만한 작가가 별로 없었다. 한창훈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러니까 나는 이제 정미경과 한창훈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여행도 여행기도 좋아하지 않아서 여행기를 읽어봤자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질 않는 것처럼, 해산물도 별로 좋아하질 않기 때문에 한창훈의 이 책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를 읽었다고 해서 책 속에 나오는, -게다가 한창훈이 꽤 자세히 설명해 놓은-그 어류들을 먹고 싶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고집이 센 듯.) 

그런데 한창훈의 글이 좋았다. 한창훈의 글이 너무나 맛깔스러웠다. 게다가 그가 이 책속에서 밤낚시에 대해 얘기할 때, 나는 그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순간은 멋진 남자와 밤낚시를 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졌다.  

   
 

밤낚시의 묘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들 돌아올 때 찾아가는 역행의 맛이 있고 모든 소음을 쓸어낸 적막의 맛도 있다. 넓은 바닷가에서 홀로 불 밝히는 맛도 있고 달빛을 머플러처럼 걸치고 텅 빈 마을길 걸어 돌아가는 맛도 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회 떠놓고 한잔 하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밤에 하는 짓이 몇 가지 되는데 가장 훌륭한 게 이 짓이다. (p.99) 

 
   

아! 나는 한번도 낚시에의 로망을 가진적이 없다. 아빠를 비롯한 친척 어른들 모두, 심지어 제부까지 낚시를 좋아한다. 어릴적에는 아빠를 따라 낚시를 몇번 따라간 적이 있었다. 얼음낚시 까지도. 그러나 한번도 그 순간이 좋았던 적이 없다. 아마도 내가 고기를 낚지 않아서인걸까? 낚시가 취미라는 사람을 보면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한창훈이 말한다. 밤에 하는 짓 중에 가장 훌륭한 짓이라고. 밤에 하는 가장 훌륭한 짓을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적막속에서 새벽 다섯시에 회 떠놓고 한 잔 하는 남자. 캬~ 좋다. 그 밤에 온전히 내가 옆에 있어 준다면 그 밤은 찬란하지 않을까. 적막하지만 찬란한 밤. 고요하지만 황홀한 밤. 나는 이 책을 읽다가 '멋진 남자와의 밤낚시' 에 대한 로망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아니, 그는 혼자인 쪽을 더 좋아할까, 그 순간 만큼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숱한 이웃들의 작은 사연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노래미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에 등장하는 사연이다. (그러고보니 어류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한다는 것에서 퍼뜩, 프레모 레비의 [주기율표] 랑 비슷한 전개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주기율표]의 '티타늄'편을 엄청 좋아했는데!!) 해산물 공장에서 일하는 '은미 엄마'의 이야기인데, 평소에 지각이나 게으름을 전혀 보여주지 않던 그녀가 하루는 늦게 출근하고 기운도 없어 뵌다. 섣불리 뭐라 물을 수도 없어 주변 사람들은 퇴근후, 그녀와 함께 술 한잔을 하며 왜 그런지 까닭을 묻는다.  그녀는 소주를 한 잔 입에 털어넣고 얘기한다. 

처녀 시절 은미 엄마는 마을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 밤마다 연애바위 뒤에서 만났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주겠다는 다짐도 날마다 듣고 언제 김밥 싸서 바닷가로 노래미 낚시 가자고 손가락도 매일 걸었다. 사랑은 소문이 나기 마련이고 소문은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p.130) 

그러나 집안의 반대로 은미 엄마는 마을 청년과 헤어진 뒤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갔고, 아이 둘을 낳고 잘 살고 있었는데, 십년만에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 것이었다. 귀찮게 할게 아니니 딱 한번만 만나달라고. 그래서 그녀는 나갔는데 이제는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십년전의 그 청년은 그녀를 횟집으로 데리고 간것이다. 까페가 아니라 횟집을. 

"글쎄 말이요. 같이 노래미 낚으러 가자 해놓고서 한 번도 못 가본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요...회를 가리키면서 좀 먹어보소, 얼른 먹으시요, 이 말만 서로 하고."  

"......."

"내가 가난해서 갔지? 그랬지? 이 소리만 하면서 울더라고. 결국 그 사람만 소주 한 병 마시고 밥상 위에 젓가락 한번 못대보고 그냥 나왔소."  

은미 엄마는 축축해진 목소리로 말끝을 맺었다. 궁금증이 풀어진 우리는 건배를 하고 소주를 마셨다. 그녀는 망연자실 한동안 앉아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일으키면서 말했다. 

"가야겠구만. 여기 이러고 있으니까 자꾸 생각이 나." 

철이 엄마가 말을 받았다. 

"그렇게 헤어졌으니 생각이 날 만도 하지." 

"그게 아니야." 

"아니면?" 

"노래미회가." 

"......" 

"먹고 올 것 그랬나?" (pp.131-132) 

 

아, 좋아. 정말 좋다.  

 

소라 편에서는 한창훈의 어릴적 사연을 들려준다. 그러니까 한창훈이 여덟,아홉살 적에 해녀인 할머니를 따라가서 해녀들의 옷을 지켜준다. 옷을 지키면서 그는 무료함이란 걸 알게된다. 갯돌을 뒤지고, 구름을 보고, 비행기가 세대째 지나가고, 그리고 세시간이 넘게 물질을 하다가 육지로 올라온 해녀들이 몸을 녹이고 옷을 갈아입을 때, 어린 한창훈은 그때, 풍성함을 만난다. 

   
 

아낙들의 출렁거리는 젖가슴과 눈부신 엉덩이가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한동안 나타났다 사라졌다 계속 되었다.
한 아주머니는 속고쟁이를 벗으려다 내 눈과 마주쳤다. 그녀는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몸을 돌리고 허리를 굽히면서 고쟁이를 내렸다. 깊은 무료함 뒤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풍성함이 찾아온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일은 계속해볼 만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는데 생각이 너무 길어 나중에 먹으려고 둔 큰 소라는 그만 까맣게 타고 말았다.
(p.247) 

 
   

 

 

『나는 여기가 좋다』의 담백한 이야기들이, 그 맛깔스런 사투리가 생각났다. 「밤 눈」과 「올 라인 네코」의 그 말랑말랑함도 같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게 무척 신이 났었는데!  

 

 

그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었는데, 검색해보니 『홍합』이 품절이었다. 그런데 어제 다시 검색해보니, 오, 품절 아닌 2009년 판이 뜬다! 앗싸! 

 

 

브론테님은 어제 이승우를 읽어보겠다고 했는데, 나는 이제 한창훈을 다 읽어보겠다. 아, 신난다! 

 

음, 근데 앞으로 키스를 할 때는 자꾸만 갈치 비늘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갈치 비늘...갈치 비늘.... 

 

춥다. 가을이다. 그리고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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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10-01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어류들을 먹고 싶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 다락방님은 어류보다 육류가 좋은거에요 :)

전 낚시를 많이 해본건 아니지만 낚시를 좋아해요. 새벽낚시도 해봤고 밤 꼴딱새고 바다낚시도 해봤고 아침낚시도 해봤지만 모두 좋았어요. 낚시라는건 고기를 잡는 행위보다 그 곳, 낚시터의 시간과 분위기가 좋았던듯 싶어요.물론 동행도 중요하지요.
(제 낚시 경험의 파트너들은 모두 신랑이 아니었다는...ㅎㅎㅎ)

다락방 2010-10-01 13:14   좋아요 0 | URL
ㅎㅎ 일전에 소개팅 했을 때 그 상대가 그러더군요. 회보다는 삼겹살을 좋아하죠? 라고. 완전 빵 터졌네요. 회 안먹고 고기 먹게 생겼다며 -_- (아무래도 욕인듯!) 맞아요, 저는 육류가 훨씬 훠어어얼씬 좋아요. 그러나 생선도 잘 먹습니다! ㅎㅎ

낚시터의 시간과 분위기를 제가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화장실도 불편하고(저는 어딜가나 화장실이 깨끗해야 좋아하는 여자사람인지라;;) 저는 그다지 야외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밤낚시 부분 읽고 어찌나 밤낚시 떠나고 싶은지. ㅎㅎ 남자가 낚시 하고 있을 때 옆에 가만히 앉아있고 싶어요. 므흣

푸른바다 2010-10-0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잘못 들어온 줄 알았어요^^ 밤 낚시같은 걸 좋아할 사람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요^^

다락방 2010-10-01 13:15   좋아요 0 | URL
네, 저는 밤낚시 보다는 밤에 잠 자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밤에는 잠을 자야죠. 아마 밤 낚시 가면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을지도 몰라요. ㅎㅎ

레와 2010-10-0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홍합은 보관함에 담고.

노래미회를 두고 와선 다시 생각하는 은미엄마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요. 소주한잔 털어넣고 초장찍어 회 한점 입에 넣으면 어깨춤이 절로 나오지. 암!암!

배타고 나가는 밤낚시, 한번 해보고 싶긴 한데 겁쟁이 본인이 과연 적막한 그 순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의심부터 들고.

아이고, 회를 떠올리니 군침돌아 안되겠다. 이번주말엔 회 한사라 소주 한잔 해야지!!
다락방, 나는 삼겹살 만큼 (어쩌면 그 보다 더) 회를 좋아해. 언젠가 다락방이랑 회와 소주를 마시고 싶군.

^^


다락방 2010-10-01 13:16   좋아요 0 | URL
나 아직 결재전인데 댓글 쓰고 결재하러 가야겠어요. 아, 2010년 책 안사기 프로젝트는 1일이 되자마자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는군요! ㅎㅎ

배타고 가는 밤낚시는 너무 무섭고(수영 못함), 뭐 적막한 곳에서 그와 나와 단 둘이 낚시 하는 거라면 참 운치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뭐, 자주 하고 싶지는 않고 말입니다.

나도 회와 소주를 마시고 싶어요, 레와님이랑!!

다이조부 2010-10-0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표지가 마음에 들어요 ^^

인생에서 가장 완벽한 순간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데

팍 떠오르는게 없ㄴㅔ요 ㅋ

갈치비늘~ 음

다락방 2010-10-01 13:17   좋아요 0 | URL
책 읽다보면 한창훈이 낚시 하는 사진이며, 생선 손질하는 사진이며, 생선 회 사진같은것들이 종종 나와요.

앞으로 키스할때는 눈 앞에 갈치가 둥둥 떠다닐 거에요!! ㅎㅎ(뭔가 저주같은 뉘앙스ㅋ)

책가방 2010-10-0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밤낚시에 대한 기억이 하나 있답니다.
같이 간 사람이 누구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한밤중의 그 고요함만이 기억에 남더군요.
그날 뭘 먹었는지, 고기는 몇마리나 낚았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수없이 많은 생각을 했던것만은 분명하답니다.

다락방 2010-10-01 13:18   좋아요 0 | URL
한밤중의 고요함, 은 대체 어떤걸까요? 그것도 낚시터의? 저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요.
책가방님이 그날 뭘 드셨는지, 고기를 몇마리나 낚았는지는 저도 궁금하질 않아요. 그 때 하셨던 수없이 많은 생각이 어떤걸까, 그게 궁금하네요.

비로그인 2010-10-0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보관함으로 고고! 전에 한창훈의 '나는 여기가 좋다' 도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보관함에 담아놨는데 깜빡 잊고 있었거든요..이 기회에 둘 다 봐야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0-10-01 13:19   좋아요 0 | URL
나는 여기가 좋다 좋아할거에요, girlever님. 정미경의 [아프리카의 별]은 별 다섯을 줄 수 없는 책이지만, [나는 여기가 좋다]는 별 다섯을 줄 수 있는 책이에요. 제 생각엔 girlever님도 그러실 것 같아요.
:)

Mephistopheles 2010-10-0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있어...처음이자 마지막 밤낚시의 추억은......
모기와의 사투였습니다.

다락방 2010-10-01 15:03   좋아요 0 | URL
저는 제 남자가 모기와 싸우지 않을 수 있도록 제가 다 물리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있습니다!! ㅎㅎ

다이조부 2010-10-0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를 정미경 과 한창훈으로 꼽는 조합은 드물것 같아요~ ^^

두 사람의 작품을 읽은게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 망설여지만~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ㅋ

나도 언젠가 좋아하는 작가 목록 리스트를 만들고 싶네요 ㅎㅎ

다락방 2010-10-01 16:14   좋아요 0 | URL
언젠가 만들게 되실 좋아하는 작가 목록 리스트가 궁금합니다, 매버릭꾸랑님.

금요일 오후 잘 보내고 계세요? 전 눈알 빠지게 일하다가 또 알라딘을 잠시 들렀어요. 하도 컴퓨터를 봤더니 눈이 아파요. 도넛츠 먹으면서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좀 쉬어야 겠어요. 하핫.

한창훈은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매버릭꾸랑님!!

sslmo 2010-10-0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홍합'을 읽고 한창훈이 별로였단 말이죠~
근데,'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제목이 좋아서 홀라랑 샀는데,
이 리뷰를 보니 발라당 읽어줘야 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10-10-01 17:33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홍합] 별로에요? 저는 [나는 여기가 좋다] 읽고 완전 쑝갔어요!! 아시마님 리뷰읽고 홍합 절대 읽어주리라, 막 불끈 다짐했어요. 그런데 품절이라 완전 의기소침해있다가 품절 풀린거 보고 얼씨구나~ 하며 주문했어요.

그런데 양철나무꾼님 페이퍼 보면 정말이지 독서내공이 상당하신 것 같아요!! @.@

2010-10-01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3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치 2010-10-0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거 인쇄소에 갔다가 인쇄되어 나오는 거 봤는데, 갈치 편을 읽으면서 막 흥분해 가지고'아, 이 책 사야지' 생각했더랬어요 ^^
다락님 페이퍼를 보니 다락님에게 갈치회를 사주고 싶어지네요! 한라산 소주랑 같이 먹으면... 쓰읍~

다락방 2010-10-03 00:56   좋아요 0 | URL
저 갈치회 잘 못먹을지도 몰라요, 또치님. ㅎㅎ 저 회를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물론 친구들 말로는 회 좋아한다는 애들보다 더 많이 먹는다고는 하지만.. ㅎㅎ

이 책 정말 좋아요, 또치님.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들을 얘기해주는데 어찌나 정이 가는지요. 으음, 또치님이 좋아할 이야기들이 분명해요!
:)

2010-10-02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3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헤스티아 2010-10-0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지난주 토요일인가? 암튼 주말이었어요. 감성다큐 미지수 라는 KBS2 프로그램에 한창훈 씨 나왔었어요.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시작하는 부분부터 봤는데요. 나레이션듣고 바로 "엇... 한창훈이다" 소리질렀더니 남편이 깜짝 놀라더라구요. "나...저 사람책 읽었어~~" 했더니.. 신기해하면서 함께 봤죠~
최근 나온 책 소개도 나오고 한창훈씨의 일상이 나오는 다큐였는데 볼만했어요. 다락방님이 생각나더라구요.
그거 보니깐..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특히. 이 페이퍼에 소개된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 는 더더욱이요..
근데.. "나는 여기가 좋다" 의 소설들이 전부 한창훈씨의 인생이 베어나온 소재였더라구요. 암튼 알려드리고 가요~
저 이제 출산 9일 남았어요. 17일이 예정일이거든요.
매일 조마조마 하고 있어요. ㅎㅎ 그럼 바이바이

다락방 2010-10-08 12:26   좋아요 0 | URL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도 다 일상이 베어나온 이야기들이에요. 한창훈 본인의 이야기,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동창들의 이야기 등등요. 그래서 그런지 읽기가 아주 수월하고 또 읽고나서도 아름다워요. 읽다보면 가슴이 훈훈해질거에요.

오와- 제 여동생 보니까 예정일을 아주 많이 경과하던데, 헤스티아님, 얼마 안남았으니 아주아주 건강하게 순산하시기를 바랄게요!! 아기 낳고 나면 또 소식 전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