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임감이 무서웠다. 초등학교시절, 반장선거를 하면 나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반장으로 나를 뽑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했었다. 반장이 되어 학급을 대표한다는 생각만 하면 무서웠고,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부모님이 실망할지도 모르니 내가 선택한 합의점은 부반장이었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시절 한번도 반장을 해본적이 없다. 내가 다 아이들한테 나를 뽑지 말라고 해서 그런거지, 나는 뽑았다 하면 반장일테니까, 라고 생각을 했었다. 내가 했었던 건 부반장과 회장과 부회장이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었나, 전교부회장 선거가 있었고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나가보라고 하셨다. 학급 임원들만 모여 전교 회장과 부회장을 뽑는데 회장은 6학년 중에서 부회장은 5학년 중에서 후보가 나와야 했다. 나는 부회장 후보로 나갔고, 후보에는 나를 포함하여 네명이 올라있었다. 나는 답답했다. 전교 부회장이 되면 어떡하지? 싫은데.. 전교 부회장은 너무 커...감당할 수 없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모인 5,6학년 임원들은 다들 내가 모르는 아이들이었고 그래서 나는 나를 뽑지 말아 달란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이러다가 뽑힐텐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데, 오, 이런! 

 

나 뒤에서 두번째였다. 부회장 된 애는 총 34표를 얻었고 나는 단지 10표를 얻었을 뿐이었다. 당연히 나는 부회장이 될 수 없었고, 나는 그때 패닉이었다. 나...... 원래 표 못받는 애였던거구나! 내가 그동안 반장을 하지 않았던 건 내 의지가 아니었구나. 나는 반장으로는 표가 나오지 않는 그런 아이었구나! 아무말 하지 않았어도 나는 그냥 부반장 정도였던거구나. 그러나 그마저도 안되었던게 중학교에 올라가서 투표를 할 때는 이도저도 못했다. 후보에 간신히 올라(여섯명 올랐는데 6등했었음) 표는 세번째였나 네번째였나...난....안 뽑히는 애였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한 투표에서 나는 임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완전 충격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친구에게 참으로 말이 많았었던 것 같다. 엄마를 붙들고도 얘기했었다. 내가 .. 안될 수도 있는거였는데, 몰랐어, 라고.   

 

고등학교 2학년, 어느 점심시간 때의 일이다. 절친이나 베프라고 부를수는 없지만 그래도 친했던 한 친구가 다른 아이로부터 나에 대한 험담을 듣게 됐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친구에게 전하면서 '정말 다락방이 나쁜 아이일지도 몰라'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내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내가 나쁜 아이이든 아니든 '나의' 친구가 별로 친하지도 않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순간 나에 대한 가치 판단을 달리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서. 어떻게 그러지? 대체 어떻게? 그 말을 전해들은 친구는 '야, 너 다락방한테 들은 말 아니잖아. 왜 그아이 말을 들어.' 라고 대응했다고 했는데, 내 충격은 쉬이 가시질 않았고, 결국 5교시가 시작하고 나서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으며 수업이 끝나기 직전 소리내서 울었다. 아주 크게. 도무지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울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어떻게 내 친구가 다른 사람말로 휘둘리지? 어떻게? 나는 엎드려 통곡을 했고 결국 선생님은 수업을 그만두셨다. 나는 내내 울었고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선생님은 나가셨다. 6교시 시작할때는 울음을 그쳤었다.  

나에 대해 나쁜말을 했던 친구에 대해서는 워낙에 무관심 했었던 터라 그 뒤로 졸업할때까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한마디에 휘둘려 버린 친구에 대해서는 오해를 풀기는 했지만 예전만큼 좋아하지는 않게 되었다. 신뢰를 잃었으니까. 나도, 그 친구도. 설사 그 일이 없었다 한들 우리가 지금까지 친구였을까, 를 생각해본다면 그랬을 것 같지도 않다. 

다만 나는 그 뒤로 모든 맹세를 믿지 않게 되었다.  너 어차피 그래봤자 한마디에 휘둘릴 수도 있을 걸, 이라는 생각을 늘 가슴속에 하고있다. 내 앞에서 나를 좋아한다고 아무리 외쳐봤자 그것이 굳건할거라는 믿음 같은것도 그다지 가지고 있질 않다. 너는 어차피 한번에 떠날수도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마음가짐은 연애할때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나는 연인으로부터 비싼 선물을 받아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 안에 가치가 담겨있다면 더 못받을 것 같았다. 한번은 좀 오랜시간 만난 연인이 왜 대체 너는 뭐 사달라는 말을 하질 않냐고 갖고 싶은게 없냐고 물었다. 니가 뭔가를 사달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그를 사귀어 오면서 사달라고 했던 건 시디 한장이 다였으니까. 나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얘기했다. 반지를 사달라고. 그러자 그는 알았다고 했다. 이번주에 반지 사러 가자고 했다. 그 때는 5월이었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말고 12월달에 사줘. 12월에 당신 인센티브 받으니까. 그때까지 우리가 헤어지지 않으면, 그때 사줘, 라고. 나는 항상 헤어질걸 전제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리고 그와는 8월에 헤어졌다. 

당연히 반지는 받을 수 없었다. 

 

 

어제 오랜만에 남자사람친구녀석 둘을 만나 술을 마셨다. 우리가 한 얘기는 자연스럽게 연애와 이성에 관한 얘기였는데, 나의 시덥잖은 연애 몇건에 대한 얘기를 듣던 한명이 어제 내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병신' 이었다. 누나 병신이다, 진짜 병신이다. 남자 말 못알아듣네, 라고. 내가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말을 들으며 집에 가는 동안 내가 모르는 것들이 아주 많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달았다.  

 

그런데 내가 모르고 있는 그 많은 것들을 내가 앞으로 다 알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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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애편지 101015-for re-approval-r1
    from Blue veil 2010-10-15 12:55 
    사랑을 할 때 어떤 점이 중요할까. 어떤 이는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지금껏 늘 나에 대한 상대방의 마음이 중요했다. 한번은 나는, 내가 예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가 나의 어떤 모습에 반응하는지, 어떤 눈빛과 어떤 말에 반응하는지 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에게,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다가와서 어깨를 감싸주고 싶은 여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그가 모든 것을 깨뜨렸다.&#
 
 
치니 2010-10-1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나는 이 좋은 글에 댓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는 이유를 왠지 알 것 같네요. ^-^

다락방 2010-10-15 16:44   좋아요 0 | URL
음..댓글은 달리지 않고 즐찾만 늘었네요. ㅎㅎ

2010-10-15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5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0-10-15 17:33   좋아요 0 | URL
알아요. ㅎ


2010-10-15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5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0-1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글을 비공개로 했습니다.

다락방 2010-10-16 22:13   좋아요 0 | URL
네, 그렇게 하세요.

2010-10-16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량남녀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렇게 딱 들어맞는 캐릭터라니! 많이 웃었지만 결말에 손발 오그라들어서 별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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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紫霞) 2010-10-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임창정이 싫어요~

다락방 2010-10-14 10:47   좋아요 0 | URL
저도.... ㅋㅋ (임창정이 보면 슬퍼하겠다. 미안해요 ㅠㅠ)

moonnight 2010-10-14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이런 영화가 있었나요. ;;;;
저, 저도 임창정이 싫..... ;;;;;;;;;

다락방 2010-10-14 11:15   좋아요 0 | URL
이거 11월에 개봉할 영화에요. 저는 시사회로다가 ㅎㅎ (아, 창정씨 어째요! 연기는 잘하는데! ㅎㅎ)

다이조부 2010-10-1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창정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배우이군요~ ㅎㅎ

엄지원을 은근히 좋아하는데 이 사람이 요즘 자기 나이 보다 살짝쿵 더 들어 보여서

속상해요.

다락방 2010-10-14 14:04   좋아요 0 | URL
그래도 여기선 아주 캐릭터 소화를 잘했어요. 엄지원 아니면 못할 것 같은 역할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0-10-1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창정이 미남은 아닌데 은근히 미녀배우와 공연을 많이 하지요.노래도 괜찮게 하고...임창정 노래까지 싫어하시는지...하하하...

다락방 2010-10-14 17:21   좋아요 0 | URL
싫어한다라기 보다는 관심이 없다고 보는게 맞을것 같아요. 그냥 호감이든 뭐든 아무것도 없는 상태? ㅎㅎ 영화 찍어도 보러 갈 생각 안들고, 노래 나와도 들어볼 생각 안드는 그정도요. ㅎㅎ

2010-10-15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0-16 22:1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어제 술자리에 나온 친구가 내게 책을 선물했다. 보자마자 내 생각이 난 책이라고. 너무나 어울린다고. 그 자리에 모인 친구들 모두 대체 그 책이 무엇이냐 궁금해했고 나 역시 그러했는데, 그 친구가 그렇게 말하고 가방안에서 꺼내어 내게 준 책은 바로, 

 

 

 

 

 

 

 

 

 

 

육식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육식 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를 비롯하여 친구들 모두 뿜었다. 아 다시 생각해도 웃겨.  

나는 이런 여자사람. 육식이란 단어만 보면 퍼뜩 떠오르는 그런 여자사람. 삼겹살만 좋아하고 소고기는 안먹냐는 다른 한 친구의 물음에, 소불고기는 별로 맛이 없다고, 그렇지만 등심 이런건 먹는다고, 돈 때문에 매일 먹을수는 없지만 어쨌든 나는, 

 

돼지에 더 애착이 가요. 

 

라고 답하고 또 뿜었다. 돼지에더애착이가요돼지에더애착이가요돼지에더애착이가요돼지에더애착이가요.......... 

뭔가 심오한 답이다. 

 

 

그나저나 저 책은 무슨내용일까?


댓글(25) 먼댓글(1) 좋아요(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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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1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다락방님 저도 이 책 샀어요!!!! 특이하고 재밌다고 해서요, 저도 읽고 재미있으면 고기를 사랑하시는 다락방님께 권해드리려고 했어요!!!!

다락방 2010-10-13 15:57   좋아요 0 | URL
어제 제게 이 책을 준 친구는 심지어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그냥 제목만 보고 저한테 선물한거에요. ㅎㅎㅎㅎㅎ 특이하고 재미있다니, 오, 저도 빨리 읽어봐야 겠군요! (그렇지만 지금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를 읽고 있어요. ㅎㅎ)

잘잘라 2010-10-13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돼지에 더 애착을 느끼는, 육식이란 단어만 보면 퍼뜩 떠오르는,
책을 선물하는 친구랑 낄낄거리며 한 잔 하는 아름다운 다락방님!
그나저나 저 책은 무슨 내용이랍니까?

다락방 2010-10-13 15:59   좋아요 0 | URL
지금 책 정보를 확인해봤는데 이게 단편집이라네요. 전 단편집인줄도 몰랐어요. 위에 브론테님 말씀에 따르면 특이하고 재미있다고 하니, 제가 읽고 나면 말씀드릴게요. 뭐, 언제 읽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흐흣

다이조부 2010-10-1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주변 사람들한테 책 선물 자주 받나봐요? ㅋ


저도 돼지가 소 보다 좋다는데 한 표 ㅎㅎ

다락방 2010-10-13 16:57   좋아요 0 | URL
돼지는 참 좋아요. 족발도 순대도 햄도 아 정말 좋아요. 애착이 갈 수밖에 없어요. ㅎㅎ
주변 사람들한테 책 선물을 자주 받지는 않구요, 가끔 책을 선물해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

치니 2010-10-1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치니가 돈 많이 벌면 꼭 한우 등심 사줄게요. 그 때는 소도 살앙한다고 할 거에요. 그쵸? ㅎㅎㅎ

다락방 2010-10-13 17:09   좋아요 0 | URL
열나게 사랑하지 않을까요? ㅋㅋ 자주 봐야 정도 드는 법. 소도 자꾸 먹어준다면 엄청 사랑하게 될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 꼭 많이 벌어요, 치니님!!

마늘빵 2010-10-1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다락님이랑 참 잘 어울리는 제목이에요. 많이 많이.

다락방 2010-10-13 17:30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ㅋㅋㅋㅋㅋ 보자마자 부끄러울 정도로 당황했어요. 나 땜에 지은 제목인가 하고 ㅋㅋㅋㅋㅋ

춘희 2010-10-13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거 알라디너의 선택에 선택 되었어요. 그래서 드는 생각이 운영자는 이 책에 표를 준걸가 돼지에 표를 준걸가 궁금해졌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0-10-14 08:2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부끄럽게..제목도 돼지인데 ㅎㅎㅎㅎㅎ

좋은날 2010-10-13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덕분에 웃어요.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님 덕분에 좋은 책들 많이 읽고 좋아요.

다락방 2010-10-14 08:29   좋아요 0 | URL
좋은날님을 웃게 하기 위해 저는 그토록 돼지를 좋아하는가 봅니다! 으하하

또치 2010-10-1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하학!! 다락님도 친구분도 넘 재미있어요 ㅋㅋㅋ
근데 저 책은 왠지 진지해보인다아...

다락방 2010-10-14 08:30   좋아요 0 | URL
그쵸? 어떤책인지 도통 감이 안와요. 어떤 육식 이야기이일지 기대기대. ㅎㅎ
제 친구들이 원래 한 유머 하죠. 훗 :)

2010-10-13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4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10-1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깔깔.아침에 이 페이퍼 보고 한참 웃었어요. 저도 지글지글 약간 노리끼리한 삼겹살에 파무침 얹어 먹는 게 등심에 송이버섯보다 더 맛있어요.


다락방 2010-10-14 10:26   좋아요 0 | URL
엊그제 삼겹살 먹을때는 너무 예쁜거에요, 삼겹살이. 뭐랄까, 그 돼지의 살들이 포동포동한것이. ㅋㅋㅋㅋㅋ 삼겹살에 파무침 정말 좋아요. 저는 또 파도 완전 엄청 잘먹어요! 파도 사랑해요! ㅎㅎ ♡

자하(紫霞) 2010-10-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식이야기>
저 품었습니다~물 먹다!ㅋㅋ
근데 다락방님 닭은 안 좋아하시나요?

다락방 2010-10-14 10:49   좋아요 0 | URL
뿜었다고 쓴거죠? 품은게 아니라? 뭘 품어요, 나를? 나를 가슴에 품는건 위험해요! ㅎㅎ

닭도 좋아해요. 저 닭 완전 좋아해요! 하룻동안에 닭과 계란(어미와 자식 ㅠㅠ)을 다 먹기도 하고 그래요. 아 치킨 먹고싶다. orz

자하(紫霞) 2010-10-14 19:43   좋아요 0 | URL
아~뿜었네요ㅋㅋ

moonnight 2010-10-1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돼지 사랑해요. 삼겹살 얼마나 맛있는데요. >.<
그런데 책이 참 예쁘네요. 읽어보시고 재밌으면 추천해주셔야 해요 ^^

다락방 2010-10-14 12:43   좋아요 0 | URL
전 제가 세상의 모든 돼지를 먹어치울까봐 겁나요. ㅠㅠ

네, 책은 다 읽고 말씀드릴게요. 페이퍼를 쓰든가. ㅎㅎ 육식이야기니깐요. ㅎㅎ
 

출근하기 전에 잠깐 까페에 들러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다. 커피 한잔의 여유, 같은 걸 가지고서 신문을 들추어 본다거나 책을 몇장 읽는다거나, 도넛을 먹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이십분이나 삼십분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 후에 출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불가능한게 과연 내가 여덟시까지 출근하기 때문일까? 여덟시까지 출근은 빡세기 때문에 내가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는걸까? 아니다. 만약 내가 열한시까지 출근이었어도 지금과 크게 달라질게 없었을 것이다. 잠을 더 많이 자겠지. 별 수 없어, 나는 아침형 인간도 아니고, 그저 부지런히 술값을 벌어야 되는 신세. 그리고 이런 구절을 책속에서 만난다. 

내가 사는 파리의 한 동네 좁은 거리에는 앞 창문에 스텐실로 '데포르주 피아노: 공구, 부품'이라고 간단하게 이름을 박아 넣은 자그마한 가게가 있다. 빨간 펠트를 깔아놓은 진열장의 작은 선반에는 피아노 수리에 쓰이는 연장과 도구를 진열해 놓았다. (중략) 창틀과 좁은 문을 짙은 녹색으로 칠해놓은 가게의 앞면 전체에서는 왠지 졸린 듯한 19세기의 매력이 느껴진다.
몇 년 전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유치원에 다니려면 이 가게를 지나가야 했다. 내가 아이들 등하교를 돌봐줘야 하는 날에는 걸어서 몇 번 이 가게를 지나기도 했다. 유치원으로 가는 길에는 가게 앞에 발을 멈출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달랐다. 다른 학부모들과 몇 마디 나눈 뒤에 이른 아침이면 파리를 둘러싸는 고요와 어떤 기대감을 맛보기 위해 10분 정도 더 들여 천천히 걸어오곤 했다. 대부분의 도로에는 아스팔트가 깔린지 오래건만 이 조용한 거리는 외지고 좁아서 아직 돌이 깔려 있었다. (중략) 모퉁이를 돌면 동네 빵가게인 '모퉁이 빵집'에서 나는 냄새가 늘 나를 맞아주었다.막 구운 빵의 향기를 맡으면 욕망과 기대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나는 그곳에서 점심으로 먹을 바게트를 하나 사고,일하기 전에 10분 정도 여유가 더 있으면 피아노 가게 건너편 까페에서 두 번째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pp.8-9)   

 

 

 

 

 

 

 

아, 모퉁이를 돌면 빵집의 빵냄새가 나는 곳, 아직 아스팔트조차 깔리지 않은 곳, 피아노 가게 건너편에서의 커피. 작가가 쓴대로 이것은 말그대로 호사가 아닌가! 나는 파리에 대한 로망 따위는 한번도 가진 적이 없었는데 이순간, 내가 정작 있어야 할 곳은 파리가 아닌가 싶어지는 것이다. 파리에 간다고 나의 형편이 달라지거나 하지 않겠지만, 나는 그대로의 나이겠지만,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아침잠이 많은 인간이겠지만 -결코 아침형 인간은 될 수 없는- 그냥 일단 파리에만 도착하면 나는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골목을 걷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피아노 공방을 들여다 보기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현실의 나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보도블럭에 구두굽이 끼어서(;;) 또 허리를 굽히고 신발을 잡아당겨야 했지만 (끙;;), 로망이라는데, 뭐 어때, 파리의 나를 상상하는 순간 싱긋 웃음이 난다. 뭐, 파리에 갈 계획은 없지만서도.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 공방에 대한 묘사도 따뜻한 이 책은 또다른 면에서 나를 감동시켰다. 작가의 어린 딸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하고, 딸아이의 선생님을 찾아주려고 하는 작가의 음악교육에 대한 자세랄까. 

 

아내와 나는 아이들에게 레슨을 해주는 파리의 시립 음악학교에는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런 학교는 매우 경쟁적인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딸아이가 음악에서 재미를 발견하도록 도울 수 있는 교사를 찾고 싶었다.
그것은 쉽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음악교육을 매우 심각한 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는 존중할 만한 일이었지만, 지나치게 공식적이고 학술적인 접근방법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많았다.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이론에 큰 무게를 두며, 솔페지오-독보와 가창을 동시에 연습하는 것-가 거의 언제나 요구된다. 이렇게 하면 매우 균형 잡힌 음악교육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혜택은 이미 동기부여가 되어 있고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만 돌아간다. 동기를 부여하고 재능을 계발하는 데는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한동안 음악레슨을 받기는 하지만, 재미도 없는 이론과 연습을 끈질기게 반복하다가 기회만 있으면 다른데로 빠져나간다. 우리는 딸아이가 음악의 튼튼한 기초를 닦기를 바랐지만, 동시에 모험과 발견의 느낌도 경험해보기를 원했다. 선생이나 부모를 놀라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사랑해서 연습하기를 바랐다. 따라서 올바른 출발이 중요했다.
(p.221) 

 

올바른 출발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부모, 음악을 사랑해서 연습하기를 원하는 부모를 만난다는 것은, 딸아이는 아직 모르겠지만 자식으로 누릴 수 있는 커다란 특권이 아닐까. 당연한일이지만 당연하게 해내고 있지 못한게 현실이니까. 음악에서 재미를 발견하도록 도울 수 있는 교사를 찾으려는 부모라니, 물론 이런것들은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겠지만, 딸아이가 음악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전해져서 참 좋았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저 딸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자라게 될까?  음악을 사랑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까? 아니면 전혀 다른 분야를 사랑하게 될까?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마시고 이제 일을 해야겠다. 술값을 벌어야 하는 것이 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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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紫霞) 2010-10-1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왠지 다락방님과 술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ㅋ

다락방 2010-10-12 09:06   좋아요 0 | URL
나는 남자 서른 안넘어도 멋지다고 생각해요 베리베리님 ㅋㅋㅋㅋㅋ
그리고 나랑 술마시면 클나요. 나랑 술마시면 나한테 뻑가요.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뻑 가더라구요. ㅎㅎㅎㅎㅎ

자하(紫霞) 2010-10-12 09:1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과 술 마셔본 여자사람분들의 증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락방 2010-10-12 09:36   좋아요 0 | URL
그냥 내말만 믿어욧!! ㅡㅡ^

레와 2010-10-12 09:39   좋아요 0 | URL
날 것 그대로의 살아서 퍼덕이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다락방님을 만나면 진.짜. 뻑 갑니다.

ㅋㅋ

다락방 2010-10-12 09:38   좋아요 0 | URL
'날 것 그대로의 살아서 퍼덕이는' 은 아프식 표현이잖아 ㅋㅋㅋㅋㅋ

따라쟁이 2010-10-14 22:4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과 함께 술마시면 뻑간다는데 한표 동의합니다.
여자사람이든 남자사람이든 상관없이 뻑 가겠지만 일단 저는 여자사람입니다.ㅎㅎㅎㅎㅎ

다락방 2010-10-15 08:29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_____^

이매지 2010-10-1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값을 벌기 위한 노동이라니 ㅠㅠ

다락방 2010-10-12 10:39   좋아요 0 | URL
술값을 벌기 위한 노동인건지, 노동을 하다보니 자꾸만 술을 마시게 되는건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매지님 ㅎㅎ (울지마요 ㅠㅠ)

moonnight 2010-10-1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저 역시 술값을 벌어야 하는 현실에 처해있어요. 것도 많이 많이 벌어야 해요. -_-;;;;;;;;

아주아주 옛날에 파리를 여행했었는데 길은 정말 정말 더럽고 사람들은 정말 정말 불친절해서 파리에 대한 낭만 같은 얘기엔 흥. 하고 코웃음을 치게 되는데요. 다락방님이 조근조근 읽어주는 대목에서 왠지, 모든 것이 나의 오해였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확인을 위해 다시 파리에 가 봐야 하는 걸까요. ;;;


다락방 2010-10-12 12:38   좋아요 0 | URL
오! 확인을 위해 다시 파리에 가보는 것, 괜찮은데요! ㅎㅎ
저 역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파리를 가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과연 로망실현은 가능할 것인가!

점심 먹었어요, 문나잇님? 저는 오늘 열심히 돈을 벌고 있으니 이따 저녁에 또 술을 마셔야 겠어요. 인생은 이런것 -_-

치니 2010-10-1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파리에 가면 아침형 인간이 되지 않아도, 모퉁이 까페에서 빵 내음을 맡으며 커피 한 잔 하는 아침을 매일매일 즐기게 될 것이다에 1000원 겁니다. ㅎㅎ 참 사소한 것 같지만 때로는 정말, 아스팔트와 돌의 차이가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한 여유를 주는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멀쩡한 길을 죄다 들어 엎고 있는 삼청동 G20 준비과정에 대한 분노가 다시 화르륵 -_-)

다락방님은 술값 뿐 아니라 책값도 벌어야 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선물을 할 돈도 벌어야 하고 좋은 영화나 공연을 보러 갈 돈도 벌어야 해요. 이 얼마나 값진 노동입니까! 존경합니다. 과장님. ^-^

아이에게 올바른 선택을 하게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생각해요. 패를 여러 개 주고 고르게 하는 거죠.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재미있게 놀 수 없으면 패를 버려요. 이게 시간이 걸리니 못 참고 부모가 생각하는 좋은 패를 자꾸 손에 쥐어주면 아이는 그 때부터 헛갈리기 시작, 내가 재미있는 걸 해야 하나 부모의 마음에 드는 걸 해야 하나, 이래질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 책의 저자는 그 기다림을 잘 해가면서, 방향 설정을 잘 해줄 좋은 선생님까지 찾는 노력을 하는 이상적인 부모인 듯. :)
(항상 말은 쉽죠 ~ 잉? ㅎㅎ)

다락방 2010-10-12 18:10   좋아요 0 | URL
귀차니즘 작렬하는데, 제가 과연 빵내음을 맡으며 커피 한잔 을 할 수 있을까요? 아 정말 그러고 싶다. ㅎㅎ
네, 저는 술값 뿐 아니라 책값도 벌어야 하고 선물할 돈도 벌어야 하고 영화 보러 갈 돈도 벌어야 하고. 아, 네, 값진 노동이네요! ㅎㅎ (라고 말하지만 사실 좀 시큰둥하며 그만두고 싶어한다 ㅎㅎ)

네, 아이에게 하고 싶은걸 고르라고 하는게 중요하죠. 그리고 아이가 정말 거기서 재미를 느끼는지를 봐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일테구요. 이게 그렇게 어려운걸까 싶은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강압적으로 이것저것 주입하는 걸 보면 사실은 가장 어려운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다들 이렇게 못하고 있지 않나 하고 말이죠.

이 책의 저자는 그 기다림을 잘 하고, 좋은 선생님까지 찾아주는 이상적인 부모이지만, 그런것들 모두를 할 수 있을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기도 했죠. 대한민국의 서민들 아버지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잖아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선생님을 찾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하는 것들이 말예요.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다 이상적인 부모가 되는건 결코 아니지만, 작가는 모든면에서 이상적인 부모가 되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경제적인 면까지 말이죠.

저도 제 아이의 아버지라면(그러니까 아이도 없고 아이의 아버지도 없지만;;),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잘 기다려줄줄 아는 그런 사람이라면 좋겠어요. :)

... 2010-10-1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아스팔트와 돌의 차이"란 굉장한 거로군요! 다락방님 글을 읽고 그럼, 비슷하게 출근길에 커피샵을 거치는 파리와 뉴욕사람들의 차이는 왜 생기는 거지? 하고 잠깐 생각했거든요. 똑같이 출근길에 커피샵에 들러도 아스팔트깔린 미국에서는 순식간에 테이크아웃을 해서 커피를 손에 든 채로 재빨리 출근하니까요 ^^

이 틈에 한마디 거들자면, 제 핸드폰 배경화면은 유럽의 돌길입니다! 으쓱.

다락방 2010-10-12 18:12   좋아요 0 | URL
저는 가끔 여유로운 커피 한잔을 소망하긴 하지만, 만약 제게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일초의 고민도 없이 뉴욕을 선택할 겁니다, 브론테님. 저는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도시가 좋아요. 그런 도시속에서 뭔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제 핸드폰 배경화면은 도넛과 커피 기프티콘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더 으쓱 ㅎㅎ

차좋아 2010-10-1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 7시 3분 당고개 발 오이도 행 4호선 전철을 상계역에서 탑니다. 맨날 뛰지요. 집에서 상계역까지 걸으면 10분 겁나 뛰면 4분에서 5분. 1분 일직 나와 여유가 좀 있는 날은 느긋하게 뛰다가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에 놀라 다시 겁나 뛰기도 합니다. 뛰면서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제치며 가방에 손을 넣어 지갑을 꺼냄과 동시에 개찰구에 지갑을 찍고 바를 밀고 올라가면 세이프!

매일 매일 똑같은 그림 똑같은 풍경.

한 날은 개찰구에 향해 뛰던중에 지갑을 꺼내다 지갑을 떨어트린 날이 있었어요. 앗차! 싶었지요. 지갑의 카드가 이리저리 흩어지고 그 카드와 지갑을 수습하는데 30초 정도 허비하고 나니 7시 3분 전철은 타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시간이 많아졌지요.
다음 전철은 7시 8분. 개찰구에서 승강장까지는 뛰어가면 10초. 5분의 여유시간이 생겼습니다.
천천히 개찰구로 가다가 향긋한 커피향기와 달콤한 도너스 냄새에 발길을 멈췄어요. 남은 시간은 4분.
상계역사에 있는 작은 던킨 도나스 집에서 나는 냄새였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으니 커피랑 도나스를 먹고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유리 너머 도나스를 바라보는데 뭘 골라야 할지.. 행복한 순간에 갑자기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 삐리리리~~~~
잠깐 도나스를 감상했는데 4분이 지난거라고?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4분은 내가 우리집에서 상계역까지 올 수 있는거리인데 도나스 구경 한 번 하니 4분이 지났다고??
저는 잠시 망설였지만 도나스를 사 먹으려고 출근을 했습니다.

내일 저는 6시 30분에 상계역에 가서 도나스를 먹고 커피를 마시겠습니다. (과연...)

다락방 2010-10-12 18:15   좋아요 0 | URL
생각의 차이로군요. 맞아요, 30초를 놓쳤더니 4분이 더 생겼네요. 좋다. ㅎㅎ
저도 매일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뛰어요. ㅋㅋ 힐 신고 뛰어요. ㅋㅋㅋㅋㅋ 오늘은 좀 빨리걷기를 했는데 보도블럭에 굽이 끼어가지고.. (아 젠장) 보도블럭에 굽 끼는거 정말 싫어요. 차좋아님, 보도블럭에 굽 끼어 봤어요? 안끼어봤죠? ㅎㅎ

내일 여섯시 삼십분에 상계역에서 만나요. 도넛을 함께 먹읍시다. 커피 한잔과 함께.


네, 물론 뻥이에요. 상계역 엄청 멀어요. ㅋㅋㅋㅋ

차좋아 2010-10-12 18:43   좋아요 0 | URL
무슨 뻥을 그렇게 시시하게 쳐요~
진짜 나올꺼라고 해도 제가 6시 30분에 갈까 말까 ㅋㅋㅋ
아 다락방님이 과감하게 뻥치셨으면 내일 도나스 먹을 수 있는거였는데 ㅎ

제가 절 아는데요 아마 그 시간에 일어나지도 않을 거에요 ㅋㅋ
아 다락방님이 뻥치면 나갔을 수 있는데 ㅋㅋ

다락방 2010-10-13 10:50   좋아요 0 | URL
저 어제 술마셨는데도, 엄청 어지러운데도, 오늘도 평상시처럼 여섯시 기상 하여 출근했어요. 아흑. 삶이 참으로 고단해요. 술값 벌고 술 마시고 괴로워하며 또 술값 벌고 술마시고.. 후아-

그래서 오늘 도넛을 안먹었다는 거죠? 아니, 못먹었다는 거죠? ㅎㅎ

차좋아 2010-10-13 11:30   좋아요 0 | URL
일어나니 6시 45분이었어요. ㅋ
어제 다락방님 글 읽고 댓글 달면서 생긴 꿈 하나 입니다.
아침에 던킨 가서 커피 마시기 ㅋㅋㅋ

꿈이죠~^^ 매일 도전해야지~~~ㅋㅋㅋ

다락방 2010-10-13 14:25   좋아요 0 | URL
저 점심에 대구탕까지 먹었는데 해장이 안되네요. 아무래도 저녁에 오사카짬뽕을 먹어야만 해장이 될듯. 아니 역시 라면을 먹어야 하나. 제 싸구려 위장은 해장을 꼭 라면으로만 하려는 습성이 있어놔서리..

달콤한 도넛에 뜨거운 커피 한잔 하고 몽롱한 기분으로 내일아침까지 쭈욱 잠들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2010-10-12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2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10-10-12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다락방님이 인용해 놓은 글만 읽고도 이 작가, 꽤 마음에 들었어요.
항상 궁금했거든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피아노도 배우고 미술도 배우는데, 왜 음악회 한 번, 미술전시회 한 번 안가는 사람으로 자랄까. 왜 그런 곳을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서만 갈까. 왜 그런 곳에 가는 걸 고리타분하게 여길까. 이 작가의 말처럼 음악이나 미술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게 교육받지 못하고, 교육을 위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일 거에요.
저도 아침형 인간이 아니에요. 오히려 올빼미에 가까워서 아직도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챙겨 학교 보내려면 너무 힘들어요. ^^

다락방 2010-10-13 10: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교육을 위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어른이 되면 다 잊혀지고 꼴도 보기 싫고 그렇게 되는가봐요. 어릴때부터 유심하게 이 아이가 관심을 가질만한게 무엇인가, 어떤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관찰하는게 말로는 쉽지만 실상 닥치면 그렇게 쉬운일은 아닌가봐요. 게다가 부모의 욕심으로 내 아이가 더 많은걸 더 잘 하기를 바랄테니 말이죠. 저는 그래서 부모가 되는게 너무 무서워요. 엄청나게 나쁜 부모가 될까봐 겁이 나요. 지혜롭고 현명한 그런 부모가 되는게 가능할까? 나한테? 뭐 이런 생각을요. 그래서 저는 그런 가능성이 다시 말해, 좋은 부모가 되어줄 가능성이 보이는 남자가 아니라면 결혼도, 자식을 낳는것도 아마 안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사람일은 알 수 없지만요.

아, 아침!
저는 결혼에 대해서 아주 많은 것들이 두려운데 바로 아침식사에요!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침식사를 반드시 챙겨주고 싶은 욕망은 가지고 있는데, 그러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요. 이걸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요? 사소하게는 그런것들도 두려워요!

기억의집 2010-10-12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또 샀어요. 책임져요. 저런 멋진 인용구를 올렸는데 그 누군들 홀딱 넘어가지 않겠어요.
부지런히 술값을 벌어야하는 다락방님의 신세한탄의 저 글을 읽으면서
제가 꼭 저기 있는 느낌이 들어요.
빨간 펠트가 깔린 선반이 보이고커피 향기가 나는 돌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이 나는 이 시츄에이션은 뭘까요?

다락방 2010-10-13 10:56   좋아요 0 | URL
에, 그런 느낌이 드는 시츄에이션은 인용문을 아주 제대로 읽으셨기 때문이지요. 이 책은 첫장부터 저런 구절이 나와가지고 저 역시 아주 사무실 박차고 나갈 뻔 했네요. 이런 회사따위, 관둬버리겠어! 하면서요. 기억의집님은 저보다도 더 이 책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제가 좋아서 올린 글을 누군가 읽고 좋아해준다니, 아 저는 무척이나 뿌듯해요!

오늘은 커피 한잔 하셨어요? 이제 곧 점심시간이에요. 저는 어제 과음한 관계로 점심메뉴는 오사카 짬뽕으로 정했어요. 어젯밤 3차의 안주도 오사카 짬뽕이었지만 말입니다. 흣 :)


기억의집 2010-10-13 11:05   좋아요 0 | URL
오늘 주문해서 땡스투 갈 거에요. 책 안 산다고 주문까지 걸었는데(우린 이사해야해, 이제 짐을 더 늘그지마 <--- 이렇게요!) 한경희 스팀 다리미와 함께 구입했어요^^

속도 안 좋은데 오사카 짬뽕은 속을 더 햝지 않을까요?!

다락방 2010-10-13 11:09   좋아요 0 | URL
앗 기억의집님!
저 방금 기억의집님 서재에 가서 온다 리쿠에 대해 신나게 댓글 달고 왔는데 그 새 다녀가셨네요. 아하하. 반가워요! 다리미와 함께 주문한 이 책이 좋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속은 별로 안좋지 않아요. 다만 미친듯 배가 고플 뿐이죠. 흐흐흐흐. (그리고 사실 회장님이 외출하셔서 마음이 편안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10-10-1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이 책 어디에선가 맞아요, 대체 어느 책날개였을까요? 제목도 넘 독특하고 읽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출근이 빠르시군요. 그런 여유, 모퉁이 빵집. 갑자기 막 행복해지는데요. 커피를 내리는 행위가 빠진 삶은 너무 밋밋할 것 같아요. 안그래도 어제 여동생과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다,고 서로들 자악했드랬는데. 그냥 막 마시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0-10-13 10:5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의 제목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약간 거부감이 들어서 사 볼 생각도 안했었어요. 그런데 마침 친구가 이 책을 제가 좋아할거라며 주더라구요. 그런데, 오, 정말 좋았어요! blanca 님이 이 책을 읽고 쓰시게 될 리뷰가 기대되는데요! 또 어떤 멋진 글을 쓰실까요! 이 책과 blanca 님은 궁합이 잘 맞을거에요!

전 아침에 커피를 마셨어요. 컵 한가득이요. 술마신 다음날에는 유독 커피가 땡기거든요. 술 안마신 날들도 땡기긴 하지만 말입니다. 점심 먹고나면 또 마실거에요. 씨익 :)

LAYLA 2010-10-12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페이퍼는 댓글로 또 하나의 페이퍼를 써도 되겠어요!!! '결코 좋아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해보니 좋아하게 된 일-아침일찍 일어나기'-----란 글귀를 책에서 보고 스스로에게 말했죠 너도 좋아하게 될거야 좋아하게 될거야..근데 일단 해봐야 좋아하든지 말든지 하죠..ㅋ_ㅋ 절대로 일찍 일어나지 않음 ㅠㅠ

다락방 2010-10-13 11:00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아침일찍 일어나기를 해봐야 좋아할지 아닐지를 알수 있겠죠. 전 저 빼고는 다들 아침형인간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왜 한때 아침형인간 붐이 일었었잖아요. 성공한 사람들은 아침형 인간이다 라면서요. 그런데 저는 아침형인간은 절대 될 수 없는 몸뚱아리 혹은 신체구조 뭐 암튼 그런걸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몸뚱아리가 직딩모드로 완전 길들여져서 주말에도 자꾸 일찍 깨서 ㅠㅠ 물론 다시 자기는 하지만 ㅠㅠ 주말에도 자꾸 일찍 깬 다음에 스스로를 불쌍해해요. 왜 직딩모드에 길들여진거냐 ㅠㅠ 안쓰럽다 ㅠㅠ 막 이러면서요. 아, 이 비루한 몸뚱아리 ㅠㅠ

Kir 2010-10-1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초강력 지름신을 데려오는 페이퍼는 안됩니다!!!
전부터 읽어야지 찜해둔 책인데, 아주 강력한 욕구를 불러일으키시네요...
다락방님, 이러시면 곤란해요ㅜ.ㅜ

2010-10-13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0-14 08:35   좋아요 0 | URL
Kircheis님! 이 책, 참 좋아요! ㅎㅎ(쐐기박기)

2010-10-14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9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9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사드 카하트 지음, 정영목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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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정이 천천히 전개되는 것을 즐겼다. 가게에서 피아노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것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묵약 같은 게 있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가끔 나오기는 했지만, 뤼크와 나는 서로의 사생활에 관해서는 거의 묻지 않았다. 이것은 관심 부족이라기보다는 존중으로 이해되었다. 새로운 관계에서 급하게 많은 사실을 토해내고 금세 친밀성을 기대하는 데 익숙한 미국인이라면 놀랄 수도 있는 방식이었다. 어쨌든 그 공방에서는 움직이는 속도가 달랐으며, 나는 여러 가지에 충분한 시간을 주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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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12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우고 싶어요. ^^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일까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내 모든 것을 다 캐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왕부담 -_-;;;;;;;;;

다락방 2010-10-12 12:40   좋아요 0 | URL
그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는 아닌 것 같아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내 모든것을 다 캐내려고 하는건 정말 부담되죠. 대체 왜...
그렇지만 반대로 저도 아주 빠른 시간내에 상대에 대해 알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도 그렇기도 하구요. 엄청나게 관심이 가고 엄청나게 호감이 가는 사람, 그런 사람에 대해서는 자꾸만 알아가는 속도를 빨리 하고 싶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충분한 시간을 주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내가 빨리 너에 대해 좀 더 말해달라고 하는 것이 상대에게는 부담일 수 있을테니까요.
:)

치니 2010-10-1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길 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영어권 문화에서 다른 건 몰라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이와 종교, 직업을 묻는 것이 결례라는 것, 이거 하나는 마음에 들어요. (머 요즘은 영어권에서도 안 그런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
무턱대고 나이 확인부터 한 뒤에 말을 놓겠다, 놓아라 식으로 장유유서 정립부터 하는 우리 문화가 좀 거북해요.
(이 역시 안 그런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요)
특정 종교인이라면 그에 대한 편견부터 깔고 시작하는 대화, 직업을 확인한 뒤 선입관을 가지고 시작하는 대화는 재미 없어요.

이 책, 재미있겠는데요? :)

다락방 2010-10-13 11:04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치니님도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무엇보다 치니님은 음악을 사랑하시니까!! 이 책에는 피아노를 사랑하고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거든요. 안그래도 이 책, 치니님이 엄청 좋아하실것 같아서 어제 들고나갈까 생각했는데, 그러기엔 제가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ㅎㅎ 제가 갖고 싶어서 안들고 나갔어요. ㅋㅋㅋㅋㅋ

편견과 선입관은 깨부셔 버려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있지만, 편견이거나 혹은 선입관인지도 모르는채로 우리 무의식에 너무나 많이 박혀있는 것 같아요. 제 편견이 하나씩 드러날때마다 저는 놀라곤해요. 아, 또 편견이 있었어, 하고. 아마 수백가지겠죠.

저는 나이 어리다는걸 알기 때문에 말 놓을게, 라고 하면서 말 놓는게 너무 싫어요. 미쳐버릴 정도로 싫어요. 저는 언젠가 제 홈피의 그 뭐더라 [백의그림자] 리뷰에서도 밝혔지만,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반말과 존대말을 섞어써도 이상하지 않은 관계, 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사람을 사랑하고,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