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읽는 어른들의 로맨스는 어떤 느낌일까 싶어서 영어를 잘 하지도 못하는데 원서를 덜컥 사버렸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몇달에 걸쳐서 간신히 150페이지까지 훑고-말 그대로 '훑었다'- 그리고는 포기했다. 더이상은 못하겠다, 하고 구석에 던져두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끝까지 읽어야 내가 원하는 어른들의 사랑이(응?) 제대로 나올텐데, 에라이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의 49페이지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She stopped abruptly when he raised his hand to her cheek and brushed it with the back of his fingers. Startled into silence, she gaped at him. 
"Mosquito."
"Oh." She touched her cheek where his fingers had been. "Thank you."
"You're welcome."

그러니까 상황인즉슨, 남자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여자의 볼을 만지는데 그것이 모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몇장 더 넘기다 보니 102 페이지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She recoiled. "Back up."
"Not yet."
"What are you doing?"
"Confessing. I lied to you."
"I would expect that. You'll have to be more specific."
"The mosquito."
She stared up at him with incomprehension.
"This afternoon, down at the bayou, when I brushed the mosquito off your cheek? There was no mosquito, Sayre. I just wanted to touch your face." 
He wasn't touching her now, except with his eyes, and their touch was almost as effective as fingertips. He shouldn't have been standing this close to her. It was an inappropriate distance between strangers. Furthermore it was physically uncomfortable. It was too sultry for two poeple to be standing this close, close enough to feel each other's body heat, forced to share the inadequate air.
"I don't remember that," she lied.

그러니까, 남자가 여자의 볼에 모기가 있다고 말하며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던 건, 거짓말이었다는 거다. 모기는 없었고, 나는 단지 너의 얼굴을 만져보고 싶었다는 것. 남자가 이렇게 고백하는 순간 그들 사이에는 관능적인 기운이 생겨버리고, 그래서 그녀는 그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아, 이젠 원서까지;; 나 진짜 별짓을 다하는구나. 힘들어.. orz) 

오늘 음악을 듣고 있다가 갑자기 이 부분이 생각나서 먼지가 풀풀 쌓인책을 뒤져 이 부분을 찾아냈다. 책갈피는 여전히 150페이지에 끼워져 있었다. 찾느라 애먹었다. 밑줄 그어놓은 것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라 눈에 확 띄질 않아서. 이 장면들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나는 책에서 읽은 것 대신 내 마음대로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겨울이니까. 

1. 일단 로맨스소설식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될것이다. 

「오늘 오후 내가 당신볼을 쓰다듬으며 모기가 있다고 했던 건 거짓말이었소. 나는 단지 당신의 얼굴을 만져보고 싶었소.」 

ㅎㅎ 오글거린다.  

 

2. 다락방식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될것이다. 

「오늘 오후에 내가 당신볼을 만지며 모기가 있다고 했던거, 그거 거짓말이었어요. 나는 단지 당신의 얼굴을 만져보고 싶었어요.」 

ㅎㅎ 다정하고 예의바르면서 솔직한 남자구나. 1번에 비해서 뭐랄까, 육체적인 포스(?)는 약하지만, 괜찮다. 이정도면 됐다. 

 

3. 거기에 살을 붙여서 내 마음대로 여자주인공의 대사를 끼워넣어 보자면 이런 말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살랑거리는 버젼.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나 지금, 쇄골에 모기가 앉은 것 같아요.」 

여자의 쇄골에 앉은 모기라면, 남자가 손으로 쓰다듬어 떼어줘도 될 것이고 입술로 쓰다듬어 떼어줘도 될 것이다. 

 

4. 살랑 버젼 말고 두근거리는 버젼으로 해보자면 여자의 반응은 이렇게 되겠다. 

(앉은 자세로 스커트를 살짝 걷어올리며) 「내 무릎에 모기가 앉았어요.」 라고 할 수 있겠다. 이때 남자가 여자의 무릎에 앉은 모기를 어떤식으로 떼어낼지는 상상력에 맡겨두고. 

 

오늘 내가 이런 생각들을 참으로 잡스럽게 그리고 머리 터지게 해가며 들었던 음악은 K-Ci & JoJo 의 『All my life』 였다. 

 

 

I will never find another lover sweeter than you,
Sweeter than you
And I will never find another lover more precious than you
More precious than you
Girl you are close to me you're like my mother,
Close to me you're like my father,
Close to me you're like my sister,
Close to me you're like my brother
You are the only one my everything and for you this song I sing

And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And I thank God that I, that I finally found you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And I hope that you feel the same way too
Yes, I pray that you do love me too

I said you're all that I'm thinking of.....baby

Said, I promise to never fall in love with a stranger,
You're all I'm thinking of, I praise the Lord above,
For sending me your love, I cherish every hug,
I really love you

And all my life, baby, baby,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And I thank God that I, that I finally found you, baby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And I hope that you feel the same way too
Yes, I pray that you do, love me

You're all that I ever known, when you smile, on my face, all I see is a glow.
You turned my life around, you picked me up when I was down,
You're all that I ever known, when you smile on your face all I see is a glow,
You picked me up when I was down
You're all that I ever known, when you smile on your face all I see is a glow,
You picked me up when I was down and I hope that you feel the same way too,
Yes I pray that you do love me too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And I thank God that I, that I finally found you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Yes, I pray that you do love me too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And I thank God that I, that I finally found you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Yes, I pray that you do love me too  

 

사실, 기분이 좀 나쁘다. 그래서 이것저것 좋은 생각들을 해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자러 갈거고, 꿈을 꿀 예정이다. 꿈속에서 모기는 벗은등, 엎드려있는 내 날개뼈 위로 날아와 앉아줬으면 좋겠다.  

비록 날개뼈가 어디있는지 찾을 수 없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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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2-02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컷모기를 키워 보심 어떨까요?
꿈속에서 모기는 멋진 왕자님으로 변신이 가능하고...
근데,꿈속에선 날개뼈에서 날개가 돋아나지 않을까요?ㅋ~

엉뚱하게도 엉뚱한 얘기가 하나 떠올라요.
재주를 부리는 개미를 키우는 어떤 사람이 자랑을 하고 싶어 레스토랑에 개미를 데리고 갔대요.
개미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지배인을 불렀겠죠.
개미를 본 지배인은,
"죄송합니다,청결에 만전을 기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하면서 손톱으로 눌러 죽였다죠~

다락방 2010-12-02 09:02   좋아요 0 | URL
아, 양철나무꾼님! 너무나 슬픈 이야기에요. 자랑하고 싶은 개미를 한방에 눌러죽이다니. 세상은 늘 이따위죠. ㅠㅠ 죽은개미가 저 같아요. 흑흑 ㅠㅠ (아 이런 찌질한 모드 ㅎㅎ)

저는요, 양철나무꾼님.
날개뼈위로 날개가 돋아난다면 정말이지, 날아갈 거에요.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훨훨 날아갈거에요. 아무도 없는 외딴섬이라도 괜찮을거에요.
즐거움도 슬픔도 미움도 사랑도 없는곳으로 훨훨 날아가서 마음의 평안을 찾고 지내고 싶어요.

그런데 꿈에는 날개뼈도, 모기도 나오질 않았어요.

2010-12-02 0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2-0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꿈은 딱 하나. 딱 하나의 주제와 변주죠.
그 속에서 난 늘 뭔가를 찾아요. 급하게, 그거 아니면 안되는데 뭔가 희미하고 잘 안보여요.
어젯밤에도 그걸 찾았어요. 그런데 그게 뭔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내 세로토닌 수치는 거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주는군요.

-이건, 모두 다 다락방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을 내게 다시 묻고, 내가 다시 답을 낸 것들.

어때요, 다락방님? 지금 어때요?

다락방 2010-12-02 09:37   좋아요 0 | URL
여전히 반복하고 있어요, Jude님.
하지말자
하지않는걸 할수있을까
하지말자
하지않는걸 할수있을까
하지말자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말자
그럴 수 있겠느냐고

혼자서요,
혼자서 그래요, Jude님.
주저앉고 싶죠, 늘.

섬사이 2010-12-02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영어 원서다~~~!!!
다락방님, 기운내서 끝까지 읽어봐요.
49페이지에 여자볼을 만지고 싶어서 없는 모기가 있다고 거짓말한 남자가 나오고
102페이지에 그 거짓말을 고백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한 200페이지나 300페이지 쯤에선... *^^*
기운내서 읽고 200페이지, 300페이지, 400페이지, 500페이지에 들어 있는 이야기를 해줘요. 제발..^^

다락방 2010-12-02 10:05   좋아요 0 | URL
아! 섬사이님!!! 이런 ... 이런..... 이런 끝까지 읽어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하는 댓글이라니요! 그러게요, 그러게요! 49페이지에서 그랬고 102페이지에서 그랬다면 으음, 200페이지쯤에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아 미치겠네 ㅎㅎㅎㅎㅎ
음,
음,
어쩌지..어쩌지..... 다시 읽어볼까요? 아 그런데 힘든데. ㅠㅠ
어쩌지..어쩌지..... 다시 시도해볼까봐요. ㅎㅎㅎㅎ 음.....

2010-12-02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0-12-0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영어는 아무리봐도 느낌이 안 살아요. 삘이 안난다고나 할까.
옛날에 일본인 남자랑 사귀던 친구가 사랑고백을 영어로 받았는데 (러시아에서 왜 영어로 대화했는지..ㅋㅋ)
전혀 설레지 않더래요. 정말 그 남자를 좋아했는데. 우리말로 '사랑해'를 들었을 때의 감동이 없었다고 아쉽다고 말하던 기억이 나요. ㅎㅎ;

다락방 2010-12-02 11:54   좋아요 0 | URL
사랑한다는 말은 영어로 하면 별로 느낌이 안 살것 같긴 하지만,

I just wanted to touch your face. 이런건 영어가 더 좋지 않아요? 어떤 말이냐에 따라, 어떤 문장이냐에 따라 한국어와 영어가 주는 느낌이 다른것 같아요. 그나저나 영어로 받는 사랑고백이라니, 그것도 좋지만, 저는 그게 사랑고백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겠군요. 예를들어 I love you. 로 끝나는 고백이라면 오, 사랑고백이로구나 하겠지만, 아주 길고 멋지고 감동스럽게, 그러니까 예를들면 너의 골반에 모기가 앉는다면 그것을 내가 늘 잡아주고 싶어, 니가 앉아서 소파가 움푹 들어가는 그 자리 바로 옆에 내가 앉아서 나란히 움푹 들어가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등의 고백을 영어로 한다면 저는 이게 대체 뭔말인가 싶겠죠. 아마 왜이렇게 길게 말하는걸까, 무슨말인걸까, 이해하지 못하고 저는 아마 뒤돌아 가버릴거에요. 어쩌면 말이죠. 그러니까 제 결론은,

저도 한국어를 모국어로 쓸 줄 아는 남자, 한국어의 분위기를 캐치할 수 있는 남자와 사랑하고 싶다는겁니다. ㅎㅎ

레와 2010-12-02 15:24   좋아요 0 | URL
한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는 사람이면 더 좋겠죠?! (응?ㅋㅋ)

다락방 2010-12-02 16:2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러면 좋죠. 아 근데 나는 욕심 없는 여자사람 ㅋㅋㅋㅋㅋ (설득력없나? ㅎㅎ)

레와 2010-12-03 09:23   좋아요 0 | URL
욕심 좀 있어도 됨!!

다락방 2010-12-03 09:40   좋아요 0 | URL
난 다른쪽으로 욕심과 질투의 화신 ㅠㅠ

moonnight 2010-12-0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다락방님은 영어도 잘 하시는군요. @_@;;
all my life 는 예전에 후배가 들어보라 해서 좋아하게 된 곡이에요. 간만에 들어도 좋네요. ^^

마지막에 날개뼈 부분에서 빵 터졌어요. ㅋㅋ 다락방님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못 찾을 리가 없죠!!!

다락방 2010-12-02 16:26   좋아요 0 | URL
내가 이래서 이 페이퍼를 쓸까말까 망설였는데 말입니다 문나잇님. 저 영어 못해요! 150까지 읽다가 던졌다니깐요. 제가 시도해본 유일한 원서입니다. 그마저도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을거에요. 제가 이해한거라곤 (존재하지 않았던)모기를 사이에 둔 저 남자와 여자의 멜랑콜리 정도 입니다. ㅎㅎ 제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일거라는 오해는 부디 하지 말아주세요. 그건 정말 오!해! 입니다.

all my life 는 아주아주 오래전에 명동레코드샵에 시디 사러 갔다가 그 매장에서 들려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사게 된 음반이에요. 점원에게 이게 뭐죠? 라고 묻고는 이거 주세요, 라고 했거든요. 전 그렇게 산 시디가 좀 있어요.

날개뼈 보이도록 다이어트를 좀 해야겠어요. 그래야 모기가 앉죠. ㅎㅎ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올리브의 뒤척이는 밤

어제 만나 영화를 본 친구와 맥주를 앞에 두고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면서, 나는 친구에게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지난번에 교보 같이 갔을때 락방님이 추천해준 책 산거, 그거 읽어요, 라고 했다. 내가 뭘 추천했죠? 라고 하자 친구는 『올리브 키터리지』라고 말했다. 

 

아, 그거 좋죠? 정말 좋죠? 라고 물으니 친구는 아직 초반을 읽고 있다고 했다. 올리브의 남편의 이야기. 그래서 나는 마구 멜랑콜리해져서는, 거기, 그 얘기 나오잖아요.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라는 말이요. 

친구는 아직 그부분을 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나는 멈추지 않고 말한다. 그런 말하는 부분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그 여자가 또 그래요. 

미안해요,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서요, 라고 말이죠. 아, 정말 미치게 좋지 않아요?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서 미안하대요. 

 

 

이 책 이야기 하기 전에는 우리는 우리가 본 영화가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 하고 있었다.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영화속에서 남자는 머릿속에 여자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건넬 말을 세시간이나 생각해보지만, 결국 그녀의 얼굴을 맞닥뜨리고 나면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는 그녀를 보자마자 천사가 온 줄 알았다는 멘트를 한다. 남자는 그에게 묻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나는 몇시간을 준비해도 말할 수 없는데, 너는 어떻게 그녀를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고. 그러자 그가 대답한다. 

"당연하지.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거든." 

사랑하고 있는 남자에게는 한마디 말을 건네는 것이 몹시 힘들기만 하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는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자는 다른남자와 약혼을 한 상황이고,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있다. 그녀는 그에게 제안한다. 내가 선택한 삶에 이의를 제기해 달라고. 그러나 그는 그녀로부터 그런 엄청난 제안을 받아놓고서도 결국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야 만다.  

아, 물론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남자와 여자때문이 아니다.  이 영화는 도무지 감상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를 정도로 좋다.

 

월요일에 본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는 마치 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같다. 

그저 주변인물로, 눈에 띄지 않는 인물로 살아가고 있던 여자에게 유일한 취미라면 독서일뿐이다. 그녀는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고, 까페에서도 책을 읽는다. 일주일에 두번 작문수업을 듣고, 공항 설문조사팀에서 일한다. 그녀는 혼자 살고, 어쩌다 데이트를 하게 되도 그 다음단계로 발전하질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남자가 다가온다. 그를 만나 함께 하루를 꼬박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그녀의 눈에는 기대가 가득하다. 정오에 다시 그곳으로 가면 그가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으니까. 만나지 못하고 오해하고 변명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때에, 그녀가 그에게 말한다. 

 

나는 포기하고 단념하는게 더 편한사람이에요. 그런데 당신 때문에 힘들어요. 

 

포기와 단념이 더 편한 여자라니, 그녀가 눈물 흘리며 앉아있는 벤치로 가서 옆에 앉아 있어주고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어떤 충고도 하지 못하고 어떤 조언도 못하겠지만, 이렇게는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나도요, 나도 그래요. 나도 포기와 단념이 더 편해요. 그런데 나 대신 하비가, 그러니까 그녀를 힘들게 한 그 남자가 그녀에게 다시, 다가간다.  

 

 

 

 

요즘,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유로, 정신을 집중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나는, 그러니까 정신이 오로지 딴 데 팔려있어서 자꾸만 멍때리는 모습을 보이는 나는, 어제 하루 온종일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 생각났다. 딱, 이 마음이 되어서. 

 

 

 

   
  "아주 아주 조심하겠다고 약속해요. 당신이 길을 건너기 전에 길 양쪽을 다 살핀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당신이 한 번 더 길을 살폈으면 좋겠어요, 내 부탁이니까." (p.184)  
   

 

나는 이 말을 자꾸만 자꾸만 머릿속으로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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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0-11-29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조심하겠다고 꼭꼭 약속할게요. 그리고 오늘 아침은 기분이 참 좋네요.

다락방 2010-11-29 10:08   좋아요 0 | URL
네, 아치, 조심조심 살아요. 오래오래 살아서 오래오래 친구해야죠. 오늘 아침에 아치가 왜 기분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계속 좋았으면 좋겠어요.

깐따삐야 2010-11-2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서재에 오면 꼭 책을 사고 싶어져요. <올리브 키터리지> 클릭!

다락방 2010-11-29 10:08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이 좋아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내 커피 취향을 아는 던킨 종업원' 부분에 대해서는 깐따삐야님은 조금 행복해질지도 모르겠어요.
:)

자하(紫霞) 2010-11-30 11:0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커피취향에 대해 급 궁금해졌어요~

다락방 2010-11-30 11:09   좋아요 0 | URL
대부분의 커피숍에서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던킨에서는 오리지널블랙을 마십니다. 던킨 오리지널블랙은 1,900원 이거든요! ㅎㅎ
별로 취향이랄건 없어요, 베리베리님. ㅎㅎ

2010-11-29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9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0-11-2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비..' 봐야겠군요. 제 얘기 같아요...ㅜ

다락방 2010-11-29 10:34   좋아요 0 | URL
비연님.
여자가 울먹이며 나는 포기와 단념이 더 편한사람이에요, 라고 하는데 아! 정말이지 내 얘긴줄로만 알았어요. 이별은 상처에요, 나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데, 아 이 세상에는 나처럼 사는 여자가 또 있구나, 하고 생각해버리고 말았어요. 감정이입 백프로였죠.

치니 2010-11-29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북 퍼스널 쇼퍼 다락방님, 나는요? 나는 올리브 카터리지를 좋아할까요?

다락방 2010-11-29 10:45   좋아요 0 | URL
네, 좋아할거에요!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네, 좋아할거에요, 치니님! 확신해요!
치니님은 올리브가 아주 나이 들어서 만나게 될 사랑 부분에 대해서 특히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어요.

꿈꾸는섬 2010-11-29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 읽고 싶네요. 전에 다락방님 글도 생각나고, 나비님의 추천도 생각나고...오늘 머릿속으로 말을 해요...이 부분이 또 끌리고 그러네요.

다락방 2010-11-29 11:52   좋아요 0 | URL
저도 토요일에 친구에게 그부분 얘기해주는데, 얘기하다가 또 막 좋아지더라구요. 그때 아마 저는 흥분했었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이 너무 좋아서요.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아, 정말 좋지요?
책도 좋아요, 꿈꾸는섬님.

moonnight 2010-11-2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어도, 같은 영화를 봐도 다락방님이 느끼는 감성을 저는 아마도 못 느낄 듯 ^^;;;;

다락방 2010-11-29 13:30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문나잇님. 내가 이렇게 다 써주잖아요. 히히 :)

레와 2010-11-2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락방 2010-11-29 13:30   좋아요 0 | URL
레와님은 늘,
안전운전!!

2010-11-30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1-30 08:41   좋아요 0 | URL

Kir 2010-11-3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도 지르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누르고 있었는데, 어흑...ㅠㅠ

다락방 2010-11-30 13:31   좋아요 0 | URL
Kircheis님, 이 책이라면 Kircheis님도 좋아하실 거에요. 추천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씨익 :)

새초롬너구리 2010-11-3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락방님이 추천해준 책 읽고싶다. 저 요즘에 좀 슬픈거 읽었더니 아, 기분이 다운되요. 뭔가 너구리 기분 업되는거 추천해주세요.

다락방 2010-11-30 14:33   좋아요 0 | URL
새초롬너구리님, '한창훈'의 『나는 여기가 좋다』읽어 보셨어요? 단편집인데, 그 중에 [올 라인 네코]라는 단편이 있어요. 그거 읽어보세요, 새초롬너구리님. 씨익, 하고 웃게 될거에요.
:)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 The Secret in Their Ey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우와- 내게는 2010년 최고의 영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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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11-2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예매했어요, 나도 꼭 볼라구!

다락방 2010-11-28 19:23   좋아요 0 | URL
봤어요, 치니님? 어땠어요?

순오기 2010-11-28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이 격찬하니 꼭 봐야겠네요.
올해는 아직 22편의 영화밖에 보지 못해서 12월엔 열을 내야 될 듯해요.ㅋㅋ

다락방 2010-11-28 19:23   좋아요 0 | URL
제 친구는 올 초에 본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가 가장 좋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다시 바꿔야겠다고 했어요. 이 영화가 가장 좋다고.

moonnight 2010-11-2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영화 부천영화제에서 꼭 보고 싶었는데 순식간에 표가 다 팔려서 못 봤던 거에요. 제가 사는 곳에는 아직 개봉 안 했는데 해 줄려나 모르겠어요. 다락방님이 격찬하시니 더 보고 싶어욧. >.<

다락방 2010-11-28 19:25   좋아요 0 | URL
결말은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서 소름이 쫙 돋았었어요. 게다가 먹먹했죠. 잘했다고, 잘못했다고도 말할 수 없는 그런 결말이에요. 꼭 보세요, 문나잇님.

Arch 2010-11-28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한겨레에서 허지웅 기자의 이 영화 기사를 보고 괜찮다 생각했는데...
다락방 40자평을 보니 정말 괜찮은 것 같으니 꼭꼭 봐야겠다, 불끈!

다락방 2010-11-28 19:26   좋아요 0 | URL
전 이 영화에 대해서 어디에서도 본 적도 들은적도 없었어요. 그저 씨네큐브에 지난번에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보러 갔다가 영화 전단지 보고 으음, 이걸 보러와야겠군, 하고 갔던 것 뿐인데 정말 대단한 영화였어요!!

Kir 2010-11-2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네 21 기사보고 땡겼는데, 저도 예매해야겠어요^^

다락방 2010-11-28 19:27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영화보고 Kircheis 님 생각했는데요, 이 먹먹하고 답답한 결말을 Kircheis님은 좀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보시게 된다면 꼭 말씀해주세요, 어떠셨는지. 좀 힘들어하실 것 같아 걱정되요, 초반에 여자가 살해된 장면도 그렇고 보기 힘든 장면이 몇 컷 있으실 거에요.

비로그인 2010-11-28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은 "오와" 이렇게 하시는데 "우와" 게다가 "-"까지!!
확실히 이 영화는 다락님의 베스트인것이군요. 일요일은 안가도록 잘 매어두고 있으신가요? ㅎ 다락님~

다락방 2010-11-29 08:39   좋아요 0 | URL
안가도록 매어두고 매어두고 매어두었는데 벌써 월요일이에요. ㅜㅡ

무스탕 2010-11-2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단 말이죠? 나 12월엔 시간 많아요. 그때 꼭!!

다락방 2010-11-29 10:00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최고에요 최고! 전 원래 자막 다 올라가기 전에 일어서곤 하는데, 이 영화는 저절로 앉아있게 만들었어요. 먹먹했고 멍했죠. 놓치지마세요!

레와 2010-11-2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다락방 영화라구요!! 이런이런이런..ㅡ.ㅜ
디비디 나오면 볼께요..

다락방 2010-11-29 10:03   좋아요 0 | URL
레와님 계신곳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는게 엄청나게 슬퍼요. ㅠㅠ
 
완전히 죽다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5
샬레인 해리스 지음, 송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품절


「우리는 함께 있으면 서로 즐거워해요. 나는 내 침대 안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 그런 마음이 너무 심해서 아플 지경이에요. 우리가 함께 더 지내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지금 당장 살 곳이 필요하잖아요. 내게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하나 있어요. 당신이 나와 함께 머무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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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2010-11-26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기는 알라딘, 오바

미안해요. 오늘은... 이러고 싶은 날! 스위스 개그는 폴만의 것이 아니랄까...
다만, ㅈㅂ의 유머라고만 하지 말아주세요! ㅋㅋ

웽스북스 2010-11-26 14:11   좋아요 0 | URL
존박?

다락방 2010-11-26 14:19   좋아요 0 | URL
존비?

다락방 2010-11-26 14:19   좋아요 0 | URL
좀비?

다락방 2010-11-26 14:20   좋아요 0 | URL
지방?

미녀 2010-11-26 14:2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제비...!

아니고...
아 왜 있잖아요...
제빵왕 삐리리... 유머의 주인공...

근데 존박에 빵터졌네... 웬디양님을 슈스케의 진정한 팬으로 인정합니다!!
지방은 또 어쩔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11-26 14:41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야 누군지 알겠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근데 나 또 하나 할거 있지롱.

젬병? ㅋㅋ

웽스북스 2010-11-26 15:36   좋아요 0 | URL
아 ㅔㅜ ㅋㅋㅋ

다락방 2010-11-26 16:00   좋아요 0 | URL
딩동댕~ ㅋㅋ
 

언젠가 그가 내게 우리 사이는 십년후쯤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라고 물어온 적이 있다. 나는 그게 무엇이든 당신이 원하는 관계가 되어 있겠죠, 라고 답했었는데. 

 

 

 

 

 

 

 

언젠가 20년 후쯤, 내 곁엔 어떤 친구들이 함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새로 생긴 인연일지, 아니면 여전히 남아 있는 인연일지, 벌써부터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 (p.135) 

 

이 부분을 읽다가 문득 나도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10년 후쯤, 20년 후쯤, 내 곁엔 누가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내곁에 남아서 여전히 나와 함께 이야기를 할까?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내 옆에 새로 생길까?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이 나를 두고 돌아설까?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난 후, 그때,  내 옆엔 누가 있을까? 나는 누구와 함께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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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1-2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 후에도 알라디너가 곁에 있을 겁니다.^^

레와 2010-11-25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이 날 밀어내도, 난 다락방 곁에 있을꺼에요. 지금처럼..^^

깐따삐야 2010-11-25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로 트립? 책 제목이 참 좋고 저도 슬로 트립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저도 궁금해져요. 그들이 남아 있을까. 나는 그들 곁에 남아 있을까...

moonnight 2010-11-25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그런 질문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내 곁에 아무도 없을까봐 좀 걱정되기도 하지만...
저는 이곳에 그대로 있을 거에요. 알라딘에서 서재 폐쇄만 안 하면 -_-;;;;;;;;

감은빛 2010-11-2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 후라~ 상상하기 어려운데요. 당장 한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성격이라~~

마노아 2010-11-2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도 우린 삼겹살과 소주를, 에미와 레오를 사랑하고 있을 거예요!

이매지 2010-11-25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말씀에 한 표! ㅎ

비로그인 2010-11-2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 전의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길에 다다르고 있겠죠.

자하(紫霞) 2010-11-25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저요!
은근 의리있는 베리베리!ㅋ

... 2010-11-25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 주에는요, 제가 3년전에 벌여놨던 일을 완성해야 할 시간이 곧 닥친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화들짝 놀랐는데, 그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3년 전에는 2010년의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니었습니다. 어찌나 우울하던지요...

무스탕 2010-11-25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치지만 않으신다면 저도 늘 그대 곁에.. ^^

2010-11-26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10-11-2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 20년 후라...
저는 아마도 사위와 며느리, 귀여운 손주녀석들이...
기다리세요!
알라딘 서재에 사위랑 며느리, 손주재롱 이야기까지 다 들려드릴게요.
다락방님이 그 때도 여기 이 자리에 계속 계셔주신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