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만약 그때 누군가 연희에게 한 가지 소원을 물었다면 서슴없이 대답했을 것이다. 생의 가장 마지막 순간을 그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것. 자신도 세중도 저마다의 삶을 다 살고 나서, 이번 생에 부과된 사회적 의무나 가정적 책임, 주어진 과업을 각자 완수한 다음, 한 일 년쯤 여분의 삶이 허용된다면 생의 가장 마지막 네 계절쯤을 그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것.(p.229)  
   

  

 

 

 

 

 

 

 

찾아보니 이 책의 저 구절에 밑줄을 그은게 2004년 이다.  당시에 나는 헤어진 남자를 잊지 못하고 꼭 저런 마음을 가진 상태였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가 아이가 있다고 해도 또 내가 아이가 있다고 해도 다 뿌리치고 네 계절을 그와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거다. 그리고 반드시 그러리라고, 그도 아마 동의할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2011년 3월,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것도 그리고 이 책에서 꼭같은 마음을 발견하고 밑줄을 그었던 것도 기억나지만, 지금은 전혀 그때의 마음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니, 하고 좀 생뚱맞은 생각이 든다. 내가? 그랑? 그때의 나는 분명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이런 사랑은 다시 오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은데, 십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그때의 생각은 실천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으며, 우리가 했던게 사랑인가 싶기도 하다. 심지어 만약 누군가와 생의 마지막 사계절을-겨울을, 봄을, 여름을, 가을을- 보내야 한다면 그가 아닌 다른 남자를 택하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나는 그때 나의 생각을 그에게 말했는지 어땠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 사랑이란 부질없는 것. 언제고 잊혀지고 마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과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  

 

  

 

 

 

 

 

 

 

이 영화를 볼때의 나는 연애중이었다. 그리고 그때 연애중인 남자와 처음으로(마지막이 되기도 했지만) 본 영화였다. 극장안에 들어가서 그와 나란히 앉아 있는데 몹시 긴장이 되고 또 신경이 쓰였다. 그건 사귄지 얼마 안되는 남자와 여자가 어두운 극장안에서 할 수 있는 스킨십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니라, 이 남자가 나의 손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우리는 어떤 대화를 했고, 그는 말 끝에 '나한테 기대서 봐요' 라는 말을 했는데, 아, 정말 싫은거다!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나는 그저 웃었지만 그때부터 걱정이 되서 영화에 집중이 잘 되질 않았다. 나는 혹시라도 그가 나의 손을 잡을까봐, 제발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경직된 몸으로 꼿꼿하게 앉아서 영화를 봤다. 내 몸은 그가 있지 않은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알았다. 나는 이 남자와 이 연애를 계속 하기 어려울 거란 걸. 시간이 지나도 나는 이 남자의 손을 잡고 싶은 마음 혹은 이 남자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결코 생기지 않을 거란 걸. 

예스라고 말하지 말걸, 사귀지 말걸. 그랬더라면 나는 연애를 한번 덜 한 대신 이별도 한번 덜 했을텐데. 그 이별도 나름대로 아팠는데. 

  

 

 

 

 

 

 

 

영화 [만추]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장면은, 포크신이나 하오/화이 씬이 아니라(그 장면도 좋았지만!), 몇번 언급했듯이 버스 이별장면 이었다. 버스안의 탕웨이에게 손을 흔들어주던 현빈. 탕웨이가 돌아보면 또다시 그자리에서 손을 흔들어 주던 현빈. 그러니 마지막, 탕웨이가 기다리는 장면도 나는 해피엔딩으로 보였다. 현빈은, 그러니까 돌아볼때마다 그자리에서 웃어주고 손을 흔들어줬던 현빈은 돌아올거라고 나는 믿었으니까. 그 믿음으로 그녀는 며칠이고 몇년을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무슨일이 있어도.

이 영화 [프로포즈 데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벤치에서 잠깐 자고 눈을 뜬 남자가 여자가 없어진걸 알고 마침 그때 떠난 버스를 보며 안타까워하던 장면이다. 잠시 커피를 사러 갔다 돌아오던 여자는 떠나버린 버스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게 되고,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멈칫 한다. 내가 탕웨이라면 자꾸만 그 자리에서 손 흔들던 현빈에게 '이 남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어' 라고 느끼게 됐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안에서도 나는 바로 이때, 이 여자가 이 남자에게 사랑을 느낄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어졌다. 내가 떠난 줄 알고 안타까워하는 남자. 그의 등을 두드리며 내가 사온 커피를 내미는 그 순간, 그 순간은 정녕 행복이지 않을까. 그의 안도, 그리고 그녀의 웃음. 

 

 

얼마전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친구가 내게 '사계절이 있다는게 좋지 않아요?' 라고 물었었다. 맞다. 정말 좋다. 그와 함께 살아볼 수 있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다는 게 좋다. 혹은 그와 함께 살지 않아도 그를 좋아하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된다는 게 좋다. 나는 그의 외투 입은 모습을, 긴팔을 입은 모습을, 반팔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은가. 눈이 오면 눈이 온다고 전화를 할 수 있고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문자메세지를 보낼 수도 있다. 이건 사계절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점심을 아주 맛없게 먹었다. 점심을 맛없게 먹으면서, 한숨을 쉬면서, 뜨거운 후렌치 후라이를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약간 김빠진 콜라와 함께. 뜨거운 후렌치와 약간 김빠진 콜라를 테이블에 놓아두고 하나씩 집어먹고 또 빨대로 빨아 먹으면서, 봄과 여름에 그리고 가을과 겨울에도 내내 좋아했던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사계절 내내 좋아하던 그를 기다리는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 나라면,  

탕웨이랑 별 다를 바 없지 않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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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3-02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엥, 왜 점심을 그렇게! 아우, 막 제가 속상하네요.
가만 생각해보니 탕웨이랑 다락방 님이랑 별 다를 바 없어요, 맞아요 맞아요. ㅎㅎ

다락방 2011-03-02 17:06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제가 한국말을 해서 그렇지 뭐 별 다를 바 없습니다. 저도 남자 기다릴 줄 알아요. ㅎㅎ
그리고 저도 메탈 알러지 있어서 귀걸이 하고 나면 귀 벅벅 긁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음..어쩐지 쓸쓸하네요.)

Mephistopheles 2011-03-0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구절이 떠오르는 남자와. 영화를 같이 본 남자도.....울렸나요? (아 이쯤해야지 이러다 미움받을라..)

다락방 2011-03-02 17:07   좋아요 0 | URL
저 심오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이 댓글 보고 뿜었어요. 풉-
일단, 저 구절이 떠오르는 남자는 제가 울렸고(!)
영화를 함께 본 남자는 울리지 않았습니다.
운 남자도 제가 울린게 아니라 지가 운거에요. 지 감정에 겨워서. 저는 그저 가만 있었을 따름입니다. 하핫 ;;

따라쟁이 2011-03-03 11:03   좋아요 0 | URL
그니까. 너무 이쁘니까. 그냥 보고만 있어도 감정에 겨워지는거죠.아.. 정말..

다락방 2011-03-04 08:34   좋아요 0 | URL
이쁜 여자는 그냥 남자를 울리는구나...

비로그인 2011-03-0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포즈 데이 안봤지만 포스터 사진 작가가 안티였나 봅니다ㅠㅠ

다락방 2011-03-02 17:07   좋아요 0 | URL
이 영화 기대이상으로 괜찮거든요! 그런데 포스터만 보면 너무 삼류 같아요 ㅜㅜ
그렇지만 엄청 재미있어요. 훗 :)

웽스북스 2011-03-02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탈리포트만보다 더 좋아하는 여자, 라는 공통점도 있어요 탕웨이와 다락방님은 ㅋㅋ

다락방 2011-03-02 17:08   좋아요 0 | URL
역시 전 다음생에도 저로 태어날래요. 하버드대 나탈리 포트만은 좀 끌리지만 발레리노와 사랑하는 가슴 작은 나탈리 포트만은 별로 안끌려요. 그보다는 웬디양님의 사랑을 받는 팜므파탈 다락방쪽이 훨씬 낫죠. ( '')

굿바이 2011-03-0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극장에서 긴장하면서 영화를 본다는 것, 우왕~ 어찌되었건 우와~입니다 :)
요즘 제가 극장에서 긴장하는 건, 아이들이 옆에 앉을까봐, 욕이나 의성어가 심한 십대들이 옆에 앉을까봐, 수다를 작정하고 오신 여성분들이 옆에 앉을까봐, 내가 봐도 너무 엉성한 교태를 부리는 연인들이 앉을까봐 긴장하는 일 뿐입니다. ㅜㅜ 아, 한 가지 빠졌네요. 어마어마한 양의 팝콘 통을 들고 있는 분들도 포함이요!

그나저나 탕웨이랑 별 다를 바 없다하시니, 정말, 급하게 다락방님이 궁금해졌어요. 그렇지만 저는 관음증을 자제하는 관계로 일단 참으렵니다. 좋은 오후 보내세요~

다락방 2011-03-02 17:44   좋아요 0 | URL
저는 일전에 국내영화 [어깨너머의 연인]을 보러 갔는데 영화 시작전에 엄청나게 키스를 해대는 젊은 커플을 보았어요. 와- 대단하더군요. 계속 계속 키스를 하더니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둘이 나가버렸어요. 광고랑 예고편 내내 앉아서 키스하다가..그들은 극장을 나가서.......어디로 갔을까요? 하하하핫.
아 팝콘, 이라고 하시니 배가 고파서 미치겠네요. 서랍 뒤져봐야겠어요. 뭐 먹을거 나오나.

음, 저는 앞으로 굿바이님을 만나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혹 탕웨이를 연상하며 저를 만나실경우 저는 돌맞을 확률이 이백프로이기 때문입니다. orz

레와 2011-03-0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스라고 말하지 말걸, 사귀지 말걸. 그랬더라면 나는 연애를 한번 덜 한 대신 이별도 한번 덜 했을텐데. 그 이별도 나름대로 아팠는데."

내가 아는 다락방이라면, 그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예스라고 말했을거 같아요.:)


언제나처럼 다락방 페이퍼 참 좋아요.



다락방 2011-03-02 17: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때로 돌아가면 똑같을 거에요. 그때는 그냥, 음, 사귀고 싶었어요. 그남자가 아니어도 좋았을거에요. 그런데 마침 그때 그남자가 나타난거죠. 그때 막 엄청난 사람하고 이별하고 난 뒤라 미쳐있는 중이기도 했고 말이지요. 아, 울것같다.. ㅠㅠ

hnine 2011-03-0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다락방님은 제목을 참 근사하게 쓸 줄 아십니다.
제가 감히 댓글을 매번 못달아서 그렇지, 매번 안 읽어볼수 없게 만드세요.
감정의 종류 중 안타까움이라는 감정, 어쩌다 한번은 괜찮은데 너무 자주는 곤란해요. 남는게 없다는 말이지요 ㅠㅠ

다락방 2011-03-02 17:46   좋아요 0 | URL
제목, 마음에 드십니까, hnine님! ㅎㅎ

네, 맞는 말씀이에요. 안타까움이라는 감정, 그게 자주 일어나면 아마 길바닥에 주저앉아 다시 일어나기 힘들지도 몰라요. 안타까움은 특히나 더 '어쩌다 한번' 이어야 해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로요.

hnine 2011-03-02 18:17   좋아요 0 | URL
저의 윗 댓글에서 두번째 문장 가운데 토막이 실종되었었는데 읽으시면서 혹시 이상하지 않으셨나요? 원래 쓰려던 대로 돌려놓았어요. 죄송...

다락방 2011-03-02 18:38   좋아요 0 | URL
앗! 저 안그래도 잘 이해가 안되서 다시 여쭤볼까 하다가 어쩐지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애썼어요.결국 수정하신 댓글과비슷하게 이해했어요.이런뜻이 아닐까..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수정해주시고 말씀해주셔서 고마워요! 다행이에요.:)

소나기 2011-03-0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 되면, 사랑이 하고 싶어져요.
작년에도 이랬는데, 올해도 역시...(웃음)

다락방 2011-03-02 17:47   좋아요 0 | URL
봄에는 봄사랑을
여름에는 여름사랑을
가을에는 가을사랑을
겨울에는 겨울사랑을 하고 싶죠.
올 봄에는 사랑하세요, 홀릭제이님! :)

... 2011-03-03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제가 대박소식 하나 알려드릴까요? 저기 <프로포즈 데이>에서 나오는 leap year가 바로 내년, 2012년 이라는 거 아시나요? 자자, 2월 29일날 아일랜드행 비행기 티켓 예약을? 하하하하. 저 영화때문에 에이미 아담스가 좋아졌어요.

한국영화 잘 안 보시는 다락방님이 연애할 때는 영화관가서 보시는 군요! 하핫;; 님은 먼곳에의 마지막씬에서 수애는 대단했었죠.

참, 그 김빠진 콜라는 제로였습니까?

다락방 2011-03-03 12:50   좋아요 0 | URL
좋습니다, 좋다구요. 아일랜드행 비행기 티켓 예약 하면 되죠. 그런데 말입니다. 가서 누구한테 청혼합니까? 아일랜드 남자 아무나 잡아서 청혼합니까? 일단 청혼할 남자가 있어야 제가 예약을 하고 거기로 데리고 갈거 아닙니까. 네?!!!
연애할때는 영화관도 가고 비디오방도 가고(응?) 노래방도 가고(응?) 뭐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ㅎㅎ

김빠진 콜라는 클래식입니다. 제로여서는 안돼죠. 남자를 기다리는 일은 칼로리 소모가 엄청난 일이거든요. 하핫

세실 2011-03-03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서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아쉬웠어요.
이순재와 윤소정의 사랑. 윤소정이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 자신을 사랑해준 이순재를 잃는게 두려워 그 사랑의 감정을 평생 간직하고자 홀로 고향으로 떠나거든요. 저라면 죽을때 죽더라도 적어도 사계절은 함께 하고싶은 생각 들거 같아요.
아 봄사랑.....설레이는 단어예요^*^

다락방 2011-03-03 13:13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고 원작인 만화도 보지 않았지만 윤소정이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 것 같아요. 요즘의 저는 정말이지 무척 좋은 사람 하고는 사귀지말자 헤어지기 싫으니까요. 사계절을 함께 하는 것도 좋겠지만 사계절을 함께 하지 않아도 그저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은가 싶어요.

봄사랑, 설레이죠.
:)

무스탕 2011-03-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 걸린 책 한 권, 영화 두 편 다 못 봤음.
그래도 다락방님 맘은 다 알아 먹겠음.

오늘 점심은 필히 맛있는걸로 성공하세요~ :D

다락방 2011-03-04 10:03   좋아요 0 | URL
3월3일의 점심은 게살야채죽이었습니다. ㅎㅎㅎ 뚱뚱한 게살을 씹어서 기분이 좀 좋더라구요. 게살을 느꼈어요..
저녁에는 오사카짬뽕,양송이삼겹,팽이삼겹,베이컨 감자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고 대구포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어요. 오늘 아침 출근이 피곤했습니다, 무스탕님. 흑흑 ㅜㅜ

2011-03-03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이다. 오늘까지는 다 읽으려니 싶었는데, 어제는 내 방 도배를 한 후 책장 정리를 하느라 못읽고, 오늘은 어제 책장정리의 후유증으로 팔에 알 배겨서 쓰러져 있느라 못 읽고 있다. 내가 읽은건 현재 124 페이지 인데, 앞의 긴 서문을 제외하면(지겨워서 안읽었음) 아주 일부분만 읽었다고 하는게 맞을테다. 그러나, 이만큼 읽었을 뿐인데, 아우, 완전 쑝가는 표현이 나온다. (사랑합니다,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라고? 그의 이름인가 보군?" 헨리 경이 화실을 가로질러 바질 홀워드를 향해 걸으며 물었다.
"맞아, 그의 이름이라네. 자네에게 굳이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왜 말하지 않으려 했나?"
"오, 나로선 설명할 수가 없어. 난 어떤 사람을 무한히 좋아하게 되면 그들의 이름을 남들에게 절대 밝히지 않아. 그건 마치 그들의 일부분을 포기하는 것 같거든. 난 내밀한 것을 점차 애호하게 되었지. 현대의 삶이 신비하거나 경탄할 만한 것이 되려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거든. 가장 흔한 것은 그것을 감출 경우에만 환희를 줄 수 있다네. 내가 만일 이 도시를 떠난다면 내가 어디로 가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말하지 않을 거라네. 혹시라도 그 말을 입 밖에 냈다간 나의 기쁨이 모두 사라져버릴 거야."
(p.47) 

나도 바질 홀워드와 같다. 내가 무한히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남에게 절대로 밝히고 싶지 않다. 바질 홀워드가 말했듯, 그건 마치 그들의 일부분을 포기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아니, 단순히 그런 이유뿐만은 물론 아니다. 내밀한 것을 애호하게 되는것도 맞지만, 그 이름은 내게는 아주 커다란 의미인데 그것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 그 의미가 줄어들 것 같아 그것이 두렵고 싫다. 나는 내 안에서 아주 커다란 의미를 가진 그 이름을 오로지 나 혼자 간직하고 싶다. 그러니 내가 그 이름을 부르는 것은 심장 떨리는 일인거다. 그런 이름을 다른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불러대는 것도 끔찍하게 싫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은 때때로 나를 정신없게 만든다. 일을 하다가 문득, 메신저 창에 로그아웃으로 설정되어 있는 그의 이름을 볼라치면, 갑자기 쿡쿡 가슴이 쑤셔와서, 나는 그를 퍽이나 좋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을 삭제해버릴까 생각한 적이 있다. 삭제하고 나면 또 그의 이름이 나의 메신저 창에 없다고 가슴 아파할거면서. 그래서 그의 이름을 메신저 창에서 보는 순간, 나는 병신이 된다. 하릴없이 그의 이름을 쳐다보기만 한다. 그 순간의 나는 머저리같기만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것들에서 그렇듯이 이 이름에 있어서도 내 기준과 상대의 기준이, 그러니까 내가 이름에 대해 가지는 의미와 상대가 이름에 대해 가지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안다고 해서 그것이 서운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상대가 내 이름을 부를때, 내가 가지는 만큼의 감정을 담기를 바란다.  

 

딸을 가진 여동생에게 주고, 또 나도 읽어보라고 친구에게 이 그림책을 선물 받았다. 사실 나는 그간 친구들에게 그림책을 선물 받고, 그 그림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던 적은 없다. 나는 그림책이나 시집을 제대로 읽거나 감동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또 그림책을 읽고 나서 대체 이 책에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하며 그 의미를 찾을수가 없었는데,  

이 책은 달랐다. 

이 책은 한장 한장 넘기면서 참 좋다고 탄식했다. 게다가 어찌나 딸을 낳고 싶어지던지! 

 

어느 날 네 손가락을 세어 보던 날
그만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맞추고 말았단다.
어느 날 우리가 함께 길을 건너던 날
넌 내 손을 꼬옥 붙들더구나.
조그만 아기였던 네가
이제 아이가 되었구나.
언젠가 나는
네가 네 아이의 머리를 빗겨 주는 걸
보게 되겠지. 

이 책이 좋아서 집에 와있는 여동생에게 읽으라고 주며 좋지? 했더니, 동생은 제목만 봐도 슬프고 짠하다고 했다. 왜? 

내 딸내미도 언젠가 생리를 하게 될거 아니야. 휴.. 

그렇지, 그렇게 되겠지. 그렇게 여자로 커가는 거잖아.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책장 정리를 해야 했다. 책장에 책을 쑤셔 박으면서, 대체 어떤식으로 정리해야 하는거야, 신경질이 났다. 책들을 꽂는데 갑자기 확 열받아서 다 태워버릴까, 하고 욱,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장 한칸, 여기는 다른 책이 꽂히지도 않을 것이고 겹쳐서 쌓지도 않을, 소중한 한 칸이다. 내가 특별히 사랑하는 책은 여기에 꽂아 두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이 순서는 상관없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일곱번째 파도』, 『채링크로스 84번지』, 『모든것이 밝혀졌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서재 결혼 시키기』,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 클럽』, 『올리브 키터리지』, 『축복 받은 집』, 『이름 뒤에 숨은 사랑』,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와, 다니엘 글라타우어와, 조나산 사프런 포어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아무때고 수시로 꺼내어 들추어본다. 어떤 문장이든 처음 책을 읽을 그때의 그 느낌을 주고, 또다른 느낌까지 덤으로 준다. 소중한 사람이 내게 만나자 청해올 때, 나는 이 책장에서 한권씩 꺼내가지고 가는 길에 읽으며 만나서는 상대에게 주고 오고 싶다. 그 사람의 책장 한 칸이 내가 준 책으로, 그것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 책들로 가득 채워지길 바라면서. 그 책들을 볼때 그리고 그 책들이 꽂힌 책꽂이를 볼때는 내 생각을 하기를 바라면서.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응?)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현재 51%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엊그제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기 전, 동방신기가 춤 추는 걸 조금 보여줬는데, 아이고, 정말 팔뚝이 근사해서 미치겠다.
오랜만의 빗소리는 듣기에 좋았다.
나는 오늘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는 새벽을 보내야지.
그리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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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소중한 한 칸
    from Oasis 2011-03-01 23:19 
    저는 다락방님처럼감성스러운여자사람이 못 되어서 ;;"소중한 한 칸" 같은 건만들 생각도 못했지만. 그래도 다락방님의 소중한 한 칸 같은 책들이 저에게도 당근 있지요. 보여달라 하시니저도 괜히 놀고 싶고 재밌을 것 같고 그래서찍어봤어요.ㅎㅎ말그대로정말 책장 한 칸을 비우고 모을까 하다가그냥 그 자리에 꽂힌 채로 찍었어요 헤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마음산책 이벤트할 때 웬디양님이 올리셨던 책들이 생각나네요. 이렇게 사진 찍는 거 재밌어요.ㅎ)<나의
 
 
... 2011-02-2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스카 와일드라면 미친 봄밤의 한 자락쯤 내어줄만 해요. 오스카 와일드니까!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클럽>에서도 오스카 와일드 나오는 데 기억나세요? ^-------^

저도 책정리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1-02-28 19:42   좋아요 0 | URL
봄밤이 아니라 봄낮에도 오스카 와일드에게 시간을 잔뜩 내어주고 싶은데 저는 오늘 일에 치어 죽을것만 같군요, 브론테님. 건지 아일랜드에 오스카 와일드 나오는건 당연히 기억하죠, 브론테님!!!!!!!!

아우, 알 배겨서 미치겠어요. 집에 얼른 가고 싶을 뿐입니다. 게다가 저는 이 봄밤과 봄낮 합쳐서 그냥 봄에 미쳐버릴 것 같아서 오늘도 일찍 퇴근하면 올림픽공원에 가서 혼자 캔맥주나 까마셔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일 중이에요, 일, 일, 일, 일 .... orz

... 2011-02-28 23:06   좋아요 0 | URL
방금 방명록 확인했음. 그 글을 쓰실 그 시각에 저는 6시까지 마쳐야 하는 일을 맹렬히 하고 있던 중이라 머리 쥐어뜯고 있어서 다락방님을 살려드릴 수가 없었어요, 훌쩍. 죽진 않으셨죠? 죽지마, 얼지마, 부활할거야! 하하하하하

다락방 2011-03-01 21:13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브론테님. 미져리도 좋더라구요! ㅎㅎㅎㅎㅎ 근데 오늘은 에미넴하고 리한나가 함께 부른 노래 듣는데 참 신났어요. 이 노래는 원래도 알던 노랜데 이어폰을 꽂고 들으니까 더 좋으네요. 히융. 그런데 제 엠피삼에 레이디가가 노래는 없네요. 제가 그건 안 넣었나봐요. ㅋㅋㅋㅋㅋ 그치만 괜춘합니다.

마노아 2011-02-27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다락방님! 아까 페이퍼 쓰면서 다락방님 생각했는데 다락방님 글이 올라왔네요.^^
좋아하는 책만 모아서 책장 한곳을 내주고 겹쳐 쌓지도 않고 대우해주는 것 참 좋은 아이디어예요.
게다가 다락방님 다워서 좋아요. 주
말에 올라오는 다락방님의 글 한 편이 이제는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이 되어버렸어요.
점점 더 기다리게 되어요.^^

다락방 2011-02-28 20:17   좋아요 0 | URL
차카게살자 공연 후기를 잠 안오는 새벽, 스마트폰으로 읽었어요. 차카게살자 가 그런 공연이었군요! 전 정말 몰랐어요. ㅎㅎ 마노아님의 사탄 변신(응?) 잘 봤어요. 그런데 마노아님은 말이죠,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훠어어얼씬 더 예뻐요!!
전 대우해줘야 할 건 확실히 대우해주죠.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게 뭐든.
그리고 마노아님, 내 글을 기다려주어 고마워요! 마노아님이 짱이에요!! >.<

blanca 2011-02-27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라뇨! 그 소설 정말 너무너무 좋아서 동생이랑 방방 뛰던 기억이 나요. 이 소설 읽고 올려주실 감상이 기대됩니다. 저 소중한 곳의 공간. 겹치는 책도 몇 권 있고 제가 읽지 않은 책들도 있네요. 저 이사 하면서 아저씨들이 알아서 책 분류하셔서 ㅋㅋㅋ 막 꽂아 놓으신 덕택에 책을 찾지 못해 헤매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정리도 하고. 한숨도 쉬고. 제발 좀 헐렁헐렁한 책장이 있어야 제대로 정리가 될 터인데 그렇지를 못하니 처음 시작했던 분류가 어그러지고, 또 어그러지고 그러네요.

다락방 2011-03-01 00:57   좋아요 0 | URL
처음엔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다가 얼마 안가 신경질이 나요.하기 전에는 잘 할수 있을것 같았는데 말이죠. 지금 정리해놓은 것도 영 마음에 들지를 않아요. 그런데 다시 할 엄두가 안나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결국 초상화와 도리언 그레이는 어떤 운명을 맞닥뜨리게 될지 궁금해하며 읽고있어요. 오늘 다 읽고 자고싶었는데 전 아마도 블랑카님께 댓글 달고나면잠들어버리지 않을까 싶어요.잘자요,블랑카님!

sslmo 2011-02-28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사랑하는 12권의 책은 읽은 것과 못 읽은 것 반반이었거든요.
도리언그레이의 초상이 있어서, 그래서 읽은 책이 한 권 많네요~^^
전 저 중에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가장 사랑해요~

다락방 2011-03-01 17:16   좋아요 0 | URL
저는 오스카를 사랑해요. 자신은 평화주의자라고 말하던 그 아홉살 소년 오스카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정말 엄청나게 사랑스러운 소설이죠. 아무때고 어느곳이든 펼쳐 읽어도 핑 눈물이 돌아요. 양철나무꾼님도 그 소설을 좋아하신다니, 아, 정말 반갑습니다. 흑흑 ㅠㅠ

레와 2011-02-2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

다락방 2011-03-01 17:17   좋아요 0 | URL
오늘, 잘 보내고 있어요?
난 짜장면을 먹고 왔고 이제 동생이 싸주는 김밥을 먹을거고 저녁엔 치킨을 먹을거에요! 우하하하

치니 2011-02-28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스크랑 채링크로스랑 건지 아일랜드, 그저 좋은 사람...맨날 읽어야지 하고 못 읽은 책들, 이 글 본 김에 꼭! 불끈!

다락방 2011-03-01 17:18   좋아요 0 | URL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 클럽]은 치니님이 별 다섯을 주실것 같지는 않지만 그 외에 언급하신 다른 작품들, [곰스크로 가는 기차], [채링크로스 84번지] (이걸 치니님이 아직도 안읽으셨다니! 치니님은 빵꾸똥꾸!!), [그저 좋은 사람]은 치니님도 엄청나게 좋아하실거라고 확신합니다!! 불끈!

차좋아 2011-02-2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거 하나 있네요 ㅎㅎㅎ 다행이다. 다락방님이 사랑하는 책 중에 읽은 책 있어서 ㅎㅎ 소외감 느낄 뻔 했어요~~

다락방 2011-03-01 17:19   좋아요 0 | URL
오앙, 차좋아님도 그 책을 읽으셨군요! 그러고보니 차좋아님이 속하신 책모임에서 그 책을 선정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 페이퍼를 본 것 같아요. 그치요?
소외감은 왜 느끼시나요, 차좋아님. 우리는 고기 안에서 모두 하나인걸요. 훗 :)

차좋아 2011-03-04 12: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답!! 고깃값이 많이 올랐어요 흑 대체식품(햄,베이컨) 사는 나날들이에요

다락방 2011-03-04 13:41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이 댓글을 읽는 순간 육덕진 순대국을 먹고 싶어졌어요. ㅠㅠ

nada 2011-02-2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랑은 8권이나 겹쳐요.
다 태워버릴까, 라니! 완전 다혈질 다락방님.^^

다락방 2011-03-01 17:19   좋아요 0 | URL
전 점점 성격이 포악해지고 있어요, 꽃양배추님. 아마도 봄이 와서 다시 미쳐가는가봐요. 전 어떻게 된게 사계절 내내 미쳐있는 걸까요? 제가 정상인때가 있기는 있는걸까요? 곱게 늙고 싶습니다!!

건조기후 2011-02-28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 밖으로 내는 순간 그 사람에 대한 완전무결한 어떤 것이 망가져버릴 것 같은 기분... 으윽ㅠ
저도 그래요. 최근에도 그런 마음을 갖게 한 사람이 있'었'어요. 아 막 심장이 찌릿찌릿

다락방님의 소중한 한 칸에는 제가 읽은 책은 세 권 있고 갖고 있는 책은 조금 더 있어요. ^^

다락방 2011-03-01 17:21   좋아요 0 | URL
막 심장이 찌릿찌릿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조기후님도 그러셨구나 ㅠㅠ 심장이 찌릿찌릿한게 심장이 찌릿찌릿하지 않은것보다 나은걸까요, 그렇지 않은걸까요? 전 제 짝사랑에 안녕을 고해야 할 때, 라고 요즘 생각하고 있어요. (응?) it's time to say good-bye.

건조기후님의 소중한 한 칸도 공개해주세요! 네?

2011-03-02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2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2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3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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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1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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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14: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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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3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2-2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의 소중한 책꽂이에 내가 읽은 책은 여덟권. 그리고 그 여덟권 저도 모두 사랑해요.

다락방 2011-03-01 17:2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이 건지 아일랜드를 좋게 읽었던 걸 기억해요. 그러나 새벽 세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도요. 일전에 웬디양님이 건지 아일랜드를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했을때 그런 댓글 남기셨던 것 같아요. 저는 새벽 세시는 별로였지만 건지 아일랜드는 좋았어요, 라고 말이지요. 그치요?
저는 건지 아일랜드를 무척 사랑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정하자면 건지 아일랜드 보다는 채링크로스, 그보다는 무조건 새벽 세시 입니다. 하하하핫. 새벽 세시는 제게 있어서 으뜸이에요. 사무실에도 한권, 집에도 한권을 가지고 있죠. 흑흑.

무해한모리군 2011-03-02 09:18   좋아요 0 | URL
세벽세시는 좋지 않았다기 보다 누군가에게 권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거 같아요.
다락방님 처럼 섬세하게 읽지 않아서겠지요. 읽을 땐 막 몰입해서 읽었는데 다 읽곤 뚝 하고 끊겨서 다신 생각나지 않았어요.
다음에 결혼하는 친구에겐 꼭 곰스크랑 세벽세시랑 그저좋은사람 삼종세트를 선물하겠어요 ㅋㄷㅋㄷ

다락방 2011-03-02 09:31   좋아요 0 | URL
결혼하는 친구에게 새벽 세시 선물했다가 이메일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 어떡하죠? 아 큰일이네. 그리고 그저 좋은 사람 읽고 또 역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연정을 품으면...그럼 또 어쩌죠? 하핫 ;;

무해한모리군 2011-03-02 10:11   좋아요 0 | URL
지난 주말에 중학교 친구 셋을 만났어요.
저말고 한녀석이 결혼을 더했는데 육년차예요.
저한테 마음이 떨리는 사람을 만났는데, 상대방도 느끼는데 말할 수 없을때 그 고통에 대해서 책보다 더 리얼하게 설명해주더군요.. --;;
아 인생..

다락방 2011-03-02 13:05   좋아요 0 | URL
앗!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ㅠㅠ
인생, 정말 뭐 이런가요. ㅠㅠ

2011-03-01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2 08: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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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1 1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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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1 2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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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03-0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나는 일곱권이지롱 ㅋㅋ

다락방 2011-03-02 13:04   좋아요 0 | URL
뭡니까, 이 귀여운 댓글은!! ㅎㅎ

버벌 2011-03-02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도리언그레이. ^^

다락방 2011-03-03 10:36   좋아요 0 | URL
읽으셨군요! :)
셜록에 얼마나 꽂히셨는지 퍼스나콘도 바꾸셨네요! ㅎㅎ

버벌 2011-03-04 20:00   좋아요 0 | URL
완전 반했어요. ㅋㅋ
<그저 좋은사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수 없게 가까운, 서재 결혼시키기, 모든것이 밝혀졌다, 올리브키터리지,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 가지고 있답니다. 락방님처럼 한곳에 모아두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서재결혼시키기" 너무 좋아합니다. ㅠㅠ 비 소설류가 이렇게 제 마음에 들어올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새벽 세시 바람이부나요" -> 락방님 블로그에서 보고 구입한건데 아직 못 읽었구요. 올리브키터리지도 아직입니다. 지금 이상하게도 예전에 읽었던 책들 하나 둘 다시 보고 있어요. 이게 뭔일인지 모르겠어요. ㅡㅡ;;; 마지막으로 저. 셜록배우 베니딕트와 결혼할까봐요. 아주 다행이도 제가 더 어리네요. 굉장히 감사했답니다 ㅠㅠ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다락방 2011-03-06 17:38   좋아요 0 | URL
저도 셜록 조금 봤는데 아직까지 저한테 어떤 매력을 안주네요. 전 참..드라마에 안꽂히는 스타일인것 같아요. 하핫;; 조금 더 보면 저도 완전 정신줄 놓고 푹 빠져들게 될까요? 아우, 그런거 무서운데. ㅎㅎ
저 지금 셜록 배우 검색해봤습니다. 1976년생이군요! 저도 더 어리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어쩐지 눈물나네요 ㅜㅜ)근데 셜록 배우 엄청 길더라구요. 키가 190은 족히 넘을듯해요. 쭉쭉 길어요. ㅎㅎ
새벽 세시도 올리브키터리지도 다 읽고나면 감상 들려주세요, 버벌님!

아, 그리고 셜록 배우 베네딕트랑 꼭!! 결혼하세요! 화이팅!!
 
블랙 스완 - Black Sw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를 찍고 본인 스스로도 감탄하지 않았을까. 나탈리 포트만,당신은 완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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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1-02-26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옹의 그 자그마한 소녀가 정말 멋지게 자라 배우로서의 연기 인생의 정점에 다다랐다는 느낌이었어요!!

다락방 2011-02-27 21:57   좋아요 0 | URL
정말 대단했어요! 지금은 나탈리 포트만보다 더 연기를 잘했던 여배우를 떠올릴 수가 없는 정도에요.

... 2011-02-26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오늘 보셨군요! 나탈리 포트만을 위한 영화였어요, 진정으로.

다락방 2011-02-27 21:58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리고 나탈리 포트만을 자기만을 위한 영화를 근사한 영화로 만드는데 성공했어요!!

프레이야 2011-02-26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나탈리 포트만 좋아하게 되셨어요? 다락방님^^
저도 이 영화 꼭 볼 생각이에요.ㅎㅎ
제가 좋아하는 나탈리 포트만, '클로저'에서도 너무 좋았어요.

다락방 2011-02-27 21:58   좋아요 0 | URL
나탈리 포트만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지만요, 프레이야님.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이 81년생 여배우는 정말 멋진 연기를 보여줬어요. 프레이야님도 보시면 틀림없이 감탄하실 거에요!!

nada 2011-02-2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클로저!!!!
클로저에서 나탈리를 좋아하게 됐으면서 그게 생각이 안 나다니!!!
이런 ㅂㅂㅊㅊ. 고마워요, 프레이야님.^^

히히. 연속 두 편이나 락방님과 싱크로율 100%!
아 신나요.

다락방 2011-02-27 22:00   좋아요 0 | URL
저는 클로저를 엄청 재미없게 봐가지고. ㅎㅎ

그나저나 저도 꽃양배추님과 연속 두 편이나 싱크로율 백프로라 퍽 만족스럽습니다!
어쩐지 [만추]에 혼자 별 셋 준것 같아 완전 뻘쭘했었는데 말이죠. 하하하핫.
저도 신아요, 꽃양배추님!

moonnight 2011-02-2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ㅠ_ㅠ
나탈리 포트만에 게다가 발레라니!!! ㅠ_ㅠ 너무너무 두근거리며 기대하고 있어요. 담주화요일은 되어야 볼 수 있는데 그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다락방님 너무 부러워요. >.< 안달복달 -_-;;;;;;;;

다락방 2011-02-27 22:02   좋아요 0 | URL
저는 막 집에가면 당장 백조의 호수 음악을 들으리라 결심해놓고 막상 집에 오니 또 듣게는 안되더라구요. 정말 대단한 영화였어요, 문나잇님. 이틀만 참으면 볼 수 있으시겠네요. 좀 더 기다리세요! 만족하실겁니다!!

2011-02-26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7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7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7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이퍼의 제목은 이 책의 소제목 중 하나를 인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아, 남자들을 대체 어쩌란 말인가.

   
 

어떤 날에는 ‥‥ 딸기파이가 먹음직해서 빵집에 들어갔는데 빵집 청년이 내 미소가 아름답다고 칭찬하지 뭐니. 그러자 등이 아픈 것도, 온갖 불행도 잊게 되었단다. 나는 곧 공격할 태세의 뱀처럼 몸을 곧추세웠지. 청년이 덧붙여 말하더구나.
"유혹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에요. 제 할머니뻘이신걸요."
아, 콩스탕스 ‥‥ . 남자들은 다정할 때 조차도 잔인해.
(p.15)

 
   

아,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부분이다. 참으로 다정하게 잔인하구나. 천국과 지옥을 찰나에 오고가게 만드는게 바로 남자들의 힘이로구나.

 

 

 

 

 

 

책의 제목은 남자의 부드러움이고, 이 책속에는 한 할머니의 인생동안 등장한-아니, 연애한- 숱한 남자들이 얘기되지만, 그 남자들이 딱히 매력적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나한테는. 게다가 책 자체도 딱히 재미있다거나 한건 아닌데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표현들이 많다. 게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내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이 떠오르는데, 그건 이 책속에서 할머니와 손녀-친손녀는 아니지만-가 같이 여행을 다니며 사랑과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얘기를 하고, 손녀는 거의 듣는쪽인데, 아마도 여든이 넘은 할머니의 이야기라 그럴까, 이런 문장들은 사랑에 있어서 진리인 듯 생각된다.

   
 

"세 가지 비밀을 알려줄게. 네가 눈물을 흘릴 가치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어느 날 네가 이 예외적인 경우를, 네가 눈물을 흘릴 만한 존재를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은 너를 울게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아둬. 아마도 네가 그를 울게 만들 거야.
두번째 비밀은 이거야. 사랑에 빠지는 데는 아주 짧은 시간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바람이 불거나 혹은 약간 고독하고 무료한 날, 햇살 좋거나 혹은 때 아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충분해. 요컨대 그다지 큰 사건이 없어도 충분하단 말이지. 하지만 사랑에 빠지고나서 밀려오는 파도를 막으려면 자기 시간을 모조리 쏟아부어야 하지. 그래도 결국 막지는 못해. 희미해지긴 해도 그대로 남아 있지. 거기에 속아선 안 돼. 그건 너의 일부가 되지. 네 기쁨과 네 눈물의, 네가 이긴 싸움과 지게 될 싸움들의 일부가 돼.
마지막 비밀은 이거야. 네가 이 두 가지 상태를 경험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라는 거야."
(p.64)

 
   

이 중 첫번째 비밀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 나오는

   
  울면서 잠들게 만드는 사람을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p.57)  
   

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 울면서 잠들게 만드는 사람을 친구라고(혹은 연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 특히, '눈물을 흘릴 만한 존재는 나를 울게 하지 않을거'라는 말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래, 그럴거야. 나를 울게 만들지 않겠지.

내 앞에서 울었던 남자들이 갑자기 떠올랐는데, 그중에 한명은 술 취해서 그냥 지가 운거고, 또 다른 한명은 내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면서 울었다. 내가 안받아준다고. 음.. 나는 그때 엄청나게 당황해서 무섭기까지 했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난 참 고집이 센 여자구나 싶다. 그런데 그렇게 울었던 남자가, 사랑한다고 고백하면서 울고, 수십통의 부재중 전화를 만들고, 끼니를 거르며 나를 기다리던 그가, 결국 3주만에 나보다 여섯살 어린 여자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그의 눈물은 고작 3주짜리..음.. 아, 그만하자 이런 찌질한 얘기는. 그리고 또 한명이 울었던 건, 에이, 이유는 구질구질하니까 생략하고. 암튼 그 또 한명은 삼겹살 집에서 나랑 삼겹살 먹다가 울었다. 나는 그때 울던 그에게 물수건을 건네줬었는데, 그러고보니 나는 내 앞에서 울던 남자들을 한번도 안아준 적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할머니가 '아마도 네가 그를 울게 만들거야' 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앞으로 남자를 울게 만든다면 (응?), 그게 순수하게 나 때문이라면, 그러니까 내가 너무 싫다거나 재수없다거나 하는게 아니라, 나를 너무 사랑해서 혹은 그와 비슷한 이유로 울게 된다면, 그의 머리통을 내 가슴에 품어주고 싶다는 로망이 생겨버렸다. 두 팔로 그의 머리통을 안고 어깨를 두드려줘야지. 미안, 앞으로 안그럴게, 라고. 너를 울게 하지 않을게, 라고.

앗. 이런 얘기를 쓰려던게 아닌데 왜 갑자기...orz

다시,

할머니는 젊은 시절 가장 사랑했던 남자에게 이런 고백을 받고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파티장에서 당신은 꽃병 하나와 책 더미와 그리고 내 마음을 쓰러뜨렸소. (p.143)  
   

우앗. 신선하다. 내 마음을 훔쳤다는 표현은 흔하고 내 마음에 들어왔다는 표현도 질리는데, 꽃병 하나와 책 더미와 그리고 내 마음을 쓰러뜨렸다니. 아, 사랑에 빠진 남자들은 -아니 사실 예쁜 여자를 본 남자들은- 그 순간 시인의 본능이 튀어나오는가보다.

 

나는 아직도 어느 일요일,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울던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순간을. 또한, 누군가에 대한 마음 때문에 뒤척이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던 숱한 날들을 경험해본 바 있다. 그런데 이 할머니가 이런 일기를 썼다.

   
  내 가슴속에서 뛰는, 너무 심하게 뛰어 밤잠을 깨우는 이 심장에 지쳤다. (p.160)  
   

지쳤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미치도록 심하게 뛰는 심장, 그게 남자 때문이다. 아, 이런 빌어먹을 남자들.

나는 한번도 남자에게 무언가를 요구한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것도 그렇고 감정적인것도 그렇다. 요구라는 걸 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연애시절에도 그들과 싸우지를 않았었다. 이걸 잘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게 잘한거든 못한거든 나는 앞으로도 어떠한 요구도 하지 못할 것 같다. 물질적으로는 내가 필요한 건 내가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고, 만약 감정적인 걸 원한다면 그들이 내 요구대로 해주지 않았을 경우, 내가 받게 될 상처가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남자 때문에 아프고 싶지는 않다. 물론, 내가 아팠던 많은 순간들이 남자 때문이기는 했지만.

   
 

나는 싸우고 싶지 않았고, 그가 내게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았다. (그가 줄 수 없을까봐 두려워서였을까?) (p.161)

 
   

그가 줄 수 없을까봐 두려워서, 라는 쪽이 맞다고 본다, 나는. 그러니까, 내 경우에는.

'임태경'의 노래 「옷깃」이라고 있는데, 그 가사중에 '내게 신앙같고 내게 형벌같았던 그대의 옷깃을' 이라는 부분이 있다. 신앙과 형벌, 그 극과 극이 한 사람의 옷깃에서 비롯된다. 이 책속에서 할머니가 젊은 시절 사랑했던 또 하나의 남자, '니겔' 에 대한 묘사는 바로 임태경의 옷깃에서 말했던 신앙과 형벌, 그것과 같다.

   
  니겔은 춤이면서 벌이고, 애무이자 폭력이고, 번민이자 절망이며, 분노이면서 광기 어린 웃음이고, 그 밖의 또 다른 무엇,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것, 내가 아닌 모든 것이었어. (p.72)  
   

내가 사랑에 빠지게 된 남자를 이토록 잘 설명한 말이 있을까. 특히나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것'에 나는 형광펜으로 구멍날때까지 밑줄을 긋고 싶은 심정인데, 취향을 맞춰보고 사소한것들에 대한것까지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거기에 대한 답을 들어도, 그는 영영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것일것 같다. 물어볼때마다 그는 언제나 답을 해주고, 나는 그의 답을 듣고 울다가 웃다가 하지만, 나는 그를 제대로 알 수가 없다. 내가 어떻게 그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는 내가 아닌 모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는 내가 '아니'라는 거다. 내가 아닌 모든 것.

 

자, 한숨 한번 쉬고, 나는 이제 일이나 해야겠다. 사랑을 아무 데서나 만날 수 없다는, 딱히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 책 속 필립의 말을 끝으로.

 

   
  사랑을 하면 상대의 발밑에서 얼쩡거릴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래야 합니다. 사랑을 하면 상대의 귀에다 대고 사랑한다고 외치지 않을 권리가 없어요. 설령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 . 길을 가다 아무 데서나 사랑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p.166)  
   

  

덧. 이 책은 딱히 추천할 만큼 재미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덧붙이자면 지금 반값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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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2-2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다락방님은.......남자들을 제법(?) 많이 울리셨군요.....!!
(자책하지 마세요. 미녀의 숙명이에요..)

다락방 2011-02-24 15:1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왜 우리 엄마는 날 이렇게 낳아놔가지고..성가셔요.
=3=3=3=3=3=3=3=3=3=3=3=3=3=3=3=3

따라쟁이 2011-02-24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다락방님은.......남자들을 제법(?) 많이 울리셨군요.....!!
(자책하지 마세요. 미녀의 숙명이에요..) 2

다락방 2011-02-24 15:11   좋아요 0 | URL
제가 아무리 남자를 울렸다한들 따라쟁이님만 하겠습니까. 하하하핫
글쎄 한놈은 그냥 술마시다가 술기운에 취해서 운거고, 한명은 삼겹살 먹다 운거라니깐요. 미녀라서가 아니라 ;;

따라쟁이 2011-02-24 15:56   좋아요 0 | URL
저는 때려서 울린거고, 다락방님은 미모로 울린건데 차원이 틀리죠, 차원이~!!!!

다락방 2011-02-24 16:02   좋아요 0 | URL
미모에 대해서라면,
후아-
저도 인정할게요.
네, 저도 제 미모를 더 어찌할 수가 없네요. 태어나길 그냥 미모롭게 태어났어요. 수술도 안했는데..
=3=3=3=3=3=3=3=3=3=3=3=3=3=3=3=3=3=3=3=3=3=3=3=3=3=3=3

레와 2011-02-24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다락방님은.......남자들을 제법(?) 많이 울리셨군요.....!!
(자책하지 마세요. 미녀의 숙명이에요..) 3

히히히히히

다락방 2011-02-24 15:1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내가 얘기할려고 했던건 그게 아닌데. 난 이제 어떻게 수습하죠? ㅎㅎㅎㅎㅎ
나는 또 어디로 가야하나...( '')

다락방 2011-02-24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이 페이퍼는 내가 늘 쓰던대로 썼는데 왜 '본문의 너비가 페이퍼의 제한 너비를 초과한' 글이라는거야. 아 신경질나. 뭘 어째야 해. 아 진짜. ㅠㅠ

Mephistopheles 2011-02-24 15:14   좋아요 0 | URL
남자를 울린(?) 미녀가 썼기에 그런걸 껍니다.

다락방 2011-02-24 15:15   좋아요 0 | URL
다시는 안울리겠습니다! 훌쩍. ㅠㅠ

nada 2011-02-24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수습 안 되는 댓글들.
3주짜리 눈물에서 빵 터졌네요.
아, 찌질해요 그 남자.
남자들이.... 좀 많이 약하긴 하더라구요.
근데 찌질함과 인간적인 연약함의 차이는 뭘까요.

다락방 2011-02-24 15:53   좋아요 0 | URL
슬퍼요 꽃양배추님. 이젠 저 좋다고 우는 남자가 없어요. 어느틈엔가 사라져버렸어요. 이게 다..늙어서 그런걸까요? 저 오늘 거울 보는데 주름이 자글자글 하던데.. 후... 그런데 저 좋다고 하는 남자는 주변 다른남자들이 좀 이해하기 힘들어하거든요. 어떻게 다락방을 좋아하지? 신기해. 이러면서... -_-

찌질함과 인간적인 연약함의 차이는 지금 현재 사랑하지 않느냐 사랑하느냐의 차이 아닐까요.
사랑하지 않는 남자라면 찌질한거고, 사랑하는 남자라면 연약한거고. ( '')

2011-02-24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5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4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5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4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5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2-25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 요즘 김태희 때문에 막 설렜는데 것도 오늘로 끝났어요.ㅠㅠ
다락방님이 김태희면 좋을텐데, 나한테 답글도 달아주니까!

어떻게 다락방을 좋아하지? 신기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랑에 빠지는데는 아주 짧은 순간으로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실행에 옮길만큼 대담한 사람은 별로 없지 않아요? 괜찮다 생각했는데 또 만나고 또 만나지는 그런 인연은 영화에서나 가능하니까요.

다락방님 때문에 우는 남자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시시콜콜 역사를 들을 수 있을텐데, 아쉽다, 흡.
내일 눈뜨면 짠- 하면서 나타나지 않을까요?

다락방 2011-02-25 14:04   좋아요 0 | URL
앗 어제 잠깐 거실 텔레비젼 보니 송승헌과 김태희가 어설픈 키스를 하고 있던데, 그게 그럼 마지막회였던 건가요? 송승헌하고 키스를 하는건....어떤 기분일까요? 갑자기 궁금하네. 그런데 송승헌, 어쩐지 키스 못할것 같지 않아요? (나랑 키스할 일 없으니까 막 이러기)

남자 안울릴거에요, 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늘 눈 떴는데 짠- 하면서 나타나는 남자는 아무도 없던데요. ㅠㅠ
 

- A 부서에 들렀다가 우리 부서 앞으로 온 우편물을 보고 가져오면서, 마침 B 부서로 온 우편물도 있길래 가져다주자 싶어 들고왔다. 그리고 B 부서에 들러 y씨에게 건네려는데, y 씨는 마침 일어나 다른 자리에 가 있다가 나를 보고 그저 목례만 한다. 나는 자리에 우편물을 놓아둔다는 손짓을 하고 내 자리로 왔는데 메신저로 y 씨가 말을 걸었다.  

「과장님」 

나는 네, 하고 그의 말을 듣는데 그는 제 자리 지저분하죠? 라고 묻는다. 으응? 나 자리 보지도 않았는데? 나는 자리 보지도 않았다고, 설사 지저분했어도 내 자리에 비하면 결벽증 수준일테니 상관말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블라블라 말이 많다. 자신이 원래는 깔끔하게 정리해놓는데 요새는 일이 많아서 서류를 쌓아두다 보니 어쩌고 저쩌고... 나는 일하다보면 다 그렇죠, 하며 대꾸를 해주는데 그는 내게 변명하고 싶었어요, 라고 말한다. 푸핫.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나한테 지저분한 남자로 보이고 싶지 않은거군요?」 

그러자 그는 물론이죠, 라고 답했다. 귀여워...;; 역시 사무실엔 젊은 남자들이 좀 많아야 돼. 사무실 분위기 좋아지니까. ( '') 

 

 

- 어제는 나의 후버까페로부터 오랜만에 장문의 이메일을 받았다. 오랜만의 장문의 메일이라 나는 또 완전 좋아서 흥분해가지고 답장을 보냈는데 그 답장에 대해 후버까페가 또 답장을 보냈다. 그 답장의 내용은 이랬다. (공개해서 미안.)

「하긴 삼겹살이 중요하긴 중요하죠. 
그런데 제가 여쭤본 안부에 대한 답변은 전혀 없군요! 」 

아.. 어쩔 ;; 삼겹살 얘기만 답장으로 보낸거다, 나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긴 메일에서 캐치한게 그저 삼겹살 이라니! orz  나란 인간 왜 이모양 ㅠㅠ 

 

 

- y씨로부터 10cm 의 정규앨범 파일을 받았는데 들어보니, 오 괜찮다. 특히 처음 듣자마자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래가 있는데 그건 바로, 『그게 아니고』란 노래. 이 노래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유는 바로 가사 때문인데, 그 가사가 이렇다.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내가 눈물이 난 게 아니고
이부자리를 치우다 너의 양말 한 짝이 나와서
갈아 신던 그 모습이 내가 그리워져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책상서랍을 비우다 니가 먹던 감기약을 보곤
환절기마다 아프던 니가 걱정돼서 운 게 아니고
선물 받았던 목도리 말라빠진 어깨에 두르고
늦은 밤 내내 못 자고 술이나 마시며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우네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아, 웬디양님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봄이 와요, 이제 보일러 때문에 울 일은 없을거에요.  

 

 

 

이 책을 읽고 있다. 읽다가 보면 가끔 오 그렇지! 하는 구절들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이별에 대해서 혹은 사랑에 대해서 아니 그보다는 사랑하고 이별한 우리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예의를 갖추자는 생각을 아주 많이 한 것 같은데, 이 책을 읽다가 아직 사두고 읽지 않은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어서 빨리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미 없게 읽었던 '우애령'의 [여자, 정혜]를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작가가 [여자, 정혜]를 읽고 이렇게 썼기 때문에.

 

 

 

정혜가 사랑이란 걸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준석에 의해서이다. 정혜가 근무하는 우체국에 준석은 자신이 쓴 소설을 공모전에 부치러 온다. 준석은 정혜에게 '한스 카롯사'를 좋아하느냐고 묻기도 했었다. 결국 준석은 자신의 취향을 밝힌 셈이고, 정혜의 취향을 물은 셈이다. 그렇게 취향을 먼저 맞추어보는 일, 사랑의 기미幾微이다. (p.219)

후아- 내가 최근에 취향을 먼저 맞추어 볼 생각이 들었던 사람은 누구인가. 취향이 달라서 조금 속상했던 사람은? 취향을 짐작해본 일은? 취향이 같기를 희망했던 사람은? 이 책의 이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서 어제 책장을 덮었다. 왜 그런게 궁금한지조차 알 수 없는 많은 사소한 것들이 궁금했던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 잠들고 싶어서. 늘 그랬듯이.

 

- 봄이 오고 있다. 저 혼자 오고 있다.

  

- 앗. 일요일에 인기가요에서 본 최강창민의 팔뚝이 정말 정신줄 쏙 빼놨다는 얘기를 어딘가에 쓰려고 했는데 까먹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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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02-2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여자,정혜]의 원작 소설인가요?
영화는 좋았는데..

다락방 2011-02-22 09:3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에요. 원작과 영화가 얼마나 다른지 저는 영화를 안봐서 알수 없지만 영화가 좋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제 여동생도 영화 좋다고 책 산거였거든요. 그래서 저는 책을 읽은거구요. 그런데 책이 그렇게 딱히 기억에 남아있진 않아요.

레와 2011-02-22 13:59   좋아요 0 | URL
기회되면 영화도 봐요. ^^

다락방 2011-02-22 15:40   좋아요 0 | URL
영화 보고 너무 좋아서 여동생이 막 얘기해주던게 생각나요. 책 안사는 애가 오죽하면 책을 샀을까... ㅎㅎ

건조기후 2011-02-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cm 되게 재밌죠?ㅎㅎ 아메리카노밖에 못 들어봤는데 이 노랜 또 완전 다르네요.
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가사도 좋고.. 근데 이부자리가 왜 이렇게 웃기지;;
여자, 정혜는 옛날에 영화로 봤었어요. 보고 나니까 이거 되게 졸린 영환데 안 졸고 잘봤네 싶었던... 좋았다구요^^
취향을 먼저 맞추어보는 일, 사랑의 기미이다. 전 여기서 또 멋대가리없이 기미상궁이나 떠올리고 있어요. ;

음 댓글 쓰기 시작할 땐 제가 1빠였는데 (1빠 이런 거에 집착하는 건 아닙니다만;)
여자, 정혜를 본 게 언제였는지 한참 생각하다가 저장이 늦어버린.ㅎ

다락방 2011-02-22 13:22   좋아요 0 | URL
저도 아메리카노 밖에 못 들어봤었는데 이렇게 들어보게 되네요. 그런데 너는 왜 양말 한쪽을 두고간걸까요? 발 시렵게..싸우다 나간걸까요? 양말은 챙겨가지고 가지. 싸울땐 말입니다, 차려입을 거 다 차려입고, 챙겨 먹을거 다 챙겨 먹고 싸워야 해요. 그래야 구질구질하지 않은 모습으로 헤어질 수 있죠. (응?)
건조기후님이 기미상궁..얘기 하시니까 저는 갑자기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ㅠㅠ 막 이런거 생각나고.

전 건조기후님만 보면요, 육군사관학교 학생들 가방에 떡볶이 넣어서 먹는다는 일화가 자꾸만 떠올라서 웃겨 미치겠어요. 아, 저도 그런거 봤어야 되는데. 근사하게 제복입고 떡볶이 먹는 육사생들! 제가 그러니까 담탱이(담임선생님)랑 조금만 의견을 조율해서 원서를 다르게만 썼어도 저도 육사생들 버스에서 떡볶이랑 새우깡 먹는거 볼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후회스러워라..쩝........


아, 그리고 1빠는, 앞으로 제 글에 관한한,
집착하세요!

웽스북스 2011-02-2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10cm 이번 음반이 그냥 그랬어요. ㅎ 그럴 때마다 전 늘 너무 기대한놈 잘못이라고 그냥 저를 탓해요. ㅎㅎㅎㅎ 보일러 고장에서 저를 떠올라주시다니 감사감사드려요. 하지만 전 보일러가 고장나면 고치는 강한 여자사람!! ㅋㅋ 그러니 눈시울 뜨거워하지 마셔요~ :)

다락방 2011-02-22 13:24   좋아요 0 | URL
전 저 노래 듣다가 웬디양님 생각나서 그만, 좋아지고 말았어요. 절대로 젊은 남자 직원이 줬기 때문에 좋다고 말하고 그러는거 아니에요.
그리고 10센치, 얘네들이 하는 음악이 트롯 같기도 해서 저는 오히려 '노 리플라이'보다 마음에 들어요. 지금 시디를 살까 어쩔까 생각 중이에요. i got you 실린 Leona Lewis 살라고 했는데 10센치로 변경할까, 둘다살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며 두꺼운 돈까스를 먹은 점심시간을 보냈습니다.(으음, 문체가 한수철님 스러워졌어요. 히융)

웬디양님은 보일러 고장나면 고치는 강한 여자사람, 그리고 밑에 브론테님 말씀대로 스마트 앤 스트롱 우먼이에요. 히히

Mephistopheles 2011-02-2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우리의 대견한 웬디양님은 보일러가 고장났다고 울고 있진 않고 씩씩하게 맥가이버처럼 고쳤잖아요..ㅋㅋㅋ

다락방 2011-02-22 13:26   좋아요 0 | URL
우리는 말입니다, 메피스토님.
살아야 해요. 인생은 어차피 혼자 가는것, 그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도 않고 함께 살아주지도 않습니다. 나를 사랑할 수 있는건 오로지 나 자신밖에 없어요. 보일러 고장나면 울기보다는 씩씩하게 고치는 쪽이 훨씬 가치있는 일입니다. 우리의 스마트 웬디양님은 그걸 몸소 보여주신거죠.

아, 뭐가 이렇게 장황하답니까, 저는. orz

... 2011-02-2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런 페이퍼가 좋아요! 구질구질한 일상에 빛이 밝혀지는 것 같아서... (다락방님의 일상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저의 일상이 요 며칠간 그랬어요)

"보일러가 고장나서 울지" ==> 이 부분이 굵게 되어있으니까 정말 웬디양님이 떠오르네요. 스마트하고 스트롱한 그녀.

<이별리뷰>의 리뷰를 마노아님 서재에서 보고, 또 거기에 달린 다락방님과 Jude님의 댓글을 보고, 흥 난 넘어가지 않을테야, 라고 굳게 다짐했었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노아님은 그 리뷰로 상 타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1-02-22 13:28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제 일상도 구질구질해서 미칠것 같아요. 제가 미처 쓰지 못하는 그 많은 일들, 그 많은 생각들, 그 많은 마음들을 페이퍼에 쓰면 말이죠, 눈물 없이는 읽을 수가 없어요. 슬픈 백뮤직만 흐른다면 제 인생은 새드무비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이제 이별리뷰 다 읽어가요. 사실 이런류의 에세이를 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좀 괜찮아요. 뭐랄까, 음, 음,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그러니까, 가볍지 않은듯한 느낌이라 좋아요. 아 어떻게 설명을 다 하지는 못하겠네요. 저는 이 책을 모두에게 권하고 선물할 만큼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제가 읽기에는 시간낭비도 돈낭비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런 책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마노아님은 그 리뷰 보다는 제 친구해줘서 상 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노아 2011-02-2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들은 레오나 르위스보다 10cm가 귀에 더 착착 감겼어요. 제가 예상한 것보다 얌전한 비트였지만요.
토요일에 차카게 살자 공연 가는데 거기에 10cm나와요~ 제가 보고 나서 어땠는지 얘기할게요.^^
참, 저도 여자 정혜는 영화로 보았는데 김지수랑 황정민 참 좋았어요.

다락방 2011-02-22 13:29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생각한것보다 얌전한 비트더라구요. 이름이 10센치라 이 십원짜리야, 뭐 이런 노래일줄 알았거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노 리플라이 보다(내 맘대로 비교하기) 10센치가 괜찮은 것 같아요.

영화 [여자, 정혜]에 김지수 나오는건 알았는데 남자는 황정민이었군요!

Kir 2011-02-2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정말 삼겹살을 사랑하시는군요^^
만약 살면서 먹을 수 있는 삼겹살 양이 정해져있다면,
소비될 일 없는 제 몫까지 반드시 다락방님께 드리겠습니다!

10cm의 저 노래가사, 정말 가슴을 후벼팝니다.
저도 추운 날 보일러가 고장 나면 눈물 날 것 같아요.

다락방 2011-02-22 15:55   좋아요 0 | URL
제가 사랑한다고 하면 그건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죠. 하하하핫.
제가 어떻게 감히 Kircheis 님의 삼겹살까지 먹겠습니까마는, 또 소비될 일 없다고 하시니 제가 기꺼이 먹어야지 도리가 있습니까. 하하하핫.

추운 날 보일러가 고장 나면 눈물 나죠, 정말 눈물 날 거에요.
우리 보일러 고장내지 말고 살아요. 하핫 ;;

굿바이 2011-02-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향을 먼저 맞추어보는 일, 듣기만해도 좋은데요^^
저는 어땠는지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뭔가 "쨍"하는 순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 이거 시작이다, 아, 이거 난리났네, 아.... 뭐 이런 느낌을 어떤 한순간에 받는다고나 할까요.
그러니 뭘 맞추어보는 일을 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ㅠㅠ

그나저나 보일러가 고장에서 웬디양을 떠올리다니, 웬디양은 참 복받은 아가씨네요.
물론 그 복이 다 그녀에게서 나왔겠지만요^^

다락방 2011-02-22 15:56   좋아요 0 | URL
아, 굿바이님.
이것은 사랑을 부르는 댓글이네요. 뭔가 "쨍"하는 순간이 있었다니! 아 이거 시작이다, 하는 느낌을 한순간에 받았다니. 저 그거 알아요, 굿바이님. 정말로요. 진짜 알아요. 저 그랬어요.

아, 이런 이를 어쩌지. 이제 난 큰일이다. 난리났네.

저 이랬어요. 저 정말 이랬어요. "쨍" 했어요. 충격이었어요.
그런데요 굿바이님, 이렇게 쨍, 하는걸 나만 하면 안되는거잖아요, 그치요? 그놈도 같이 해야죠, 쨍을.

아, 봄이 오는데 이런 댓글이라니. 굿바이님, 야속해요. ㅠㅠ
아 나 죽겠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굿바이 2011-02-22 16:36   좋아요 0 | URL
앗! 아시는군요.

그런데 상대방과 동시에 "쨍"하면요, 갑자기 주변에서 목련이 불을 밝히고, 치자꽃이 향을 뿜어요.
손목에 있던 푸른 맥이 붉게 뛰구요.
그러면....대책없어요. 불장난은 늘 그렇게 시작되고, 화마가 쓸고간 자리는....엉엉....


다락방 2011-02-22 18:04   좋아요 0 | URL
그만, 그만, 그만해요, 굿바이님!
이러지 마세요, 이러지 마시라구요. 전 봄이 되면 안그래도 자기 혼자 미친다구요. 그런데 이런 댓글이라뇨! 절더러 어떻게 살라고 이러세요. 이러지 마세요. 목련이 불을 밝힌다뇨, 치자꽃이 향을 뿜는다뇨, 손목의 푸른 맥이 붉게 뛴다뇨. 하아-
저 지난 가을 겨울을 무사히 잘 넘기고 이 봄도 잘 넘기려는데 왜이러세요.
아스팔트 위에서도 코끝에 꽃향기가 실려올 거라고 하지 마세요, 가슴속에 나비가 팔랑 거린다고 하지 마세요. 저 잘 버티고 있었어요. 잘 버티고 있다구요. 제발 저를 다시 올림픽공원에 가서 혼자 캔맥주 까마시며 울게 하지 마세요. 흑흑 ㅠㅠ
울어버릴거에요,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늘빵 2011-02-2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일러는 이제 그냥 켜두기만 해요. 까짓거 고장나도 이제 춥지 않아요.

다락방 2011-02-22 15:5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프락사스님, 살아있습니까? 괜찮아요? 잘 지내고 있는거에요?
보일러 켜두고 또 이제 춥지도 않으니까 이민 가지 말고 여기있어요. 내가 재미있게 해줄게요.

치니 2011-02-2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 후버까페가 있는데, 취향 맞춰 볼 사람을 꿈 꾸는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
저 의견에 동의해요. 잠깐 반짝이는 사랑보다 오래 계속하는 사랑이 되려면, 반드시 취향이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갈수록 굳어지거든요. :)

다락방 2011-02-22 15:59   좋아요 0 | URL
치니님의 경우를 보면 취향이 맞는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인것 같아요. 같은 음악을 좋아하고 그것을 같이 감상한다는 일은 와- 진짜 근사하잖아요!
저 근데 어제 그런 문자메세지를 받았어요. 서로 다른 유전자를 많이 가졌을수록 천생연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저는 그 말에 기대볼래요. 그의 취향을 궁금해하고 맞춰보면서, 그러나 다른 유전자라 우리의 취향이 극과 극이라면 오히려 천생연분이라는 가능성을 안고.
:)

nada 2011-02-23 19:30   좋아요 0 | URL
흠... 저도 치니님처럼 생각하던 사람인데요.
근데 또, 역시 취향 따위는 상관없어, 라는 생각이 종종 들더란 말이죠.
취향이 극과 극이라서 재밌다, 그런 것과는 좀 다른..
뭐랄까. 취향이란 게 인생에서 별로 중요해지지 않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엔.
아니면 제가 인생에서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포기해야 행복하다는 주의자..ㅠㅠㅠ

다락방 2011-02-24 15:13   좋아요 0 | URL
네, 꽃양배추님. 취향 따위는 상관없다는 마음가짐이 될때는 저는 오히려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으로 그를 놓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죠. 취향이 맞다면 맞는대로 우리는 잘 맞는군, 하면서 놓지 않으면 되고. 이러나저러나 놓지 않을 이유가 많습니다만,
그러나 결국 저도 포기가 빠른 여자. ㅠㅠ

비연 2011-02-2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준석은 자신의 취향을 밝힌 셈이고, 정혜의 취향을 물은 셈이다....그렇게 취향을 먼저 맞추어보는 일, 사랑의 기미幾微이다...멋진 글귀네요. 웅...저 영화 아직 안 봤는데. 봐야겠당. 책도 읽어야겠당..ㅜ

다락방 2011-02-22 16:00   좋아요 0 | URL
비연님, 정말 멋진 글귀죠?
취향을 먼저 맞추어보는 일, 사랑의 기미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랑이 스물스물 시작되려고 취향을 먼저 묻는거에요. 그치요?
봄이에요. 누군가에게 취향을 묻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계절이 오고있어요.

moonnight 2011-02-2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다락방님 직장의 저 y씨는 아무래도 우리 다락방과장님께 지대한 맘이 있는 듯 보이는걸요! 귀여워. >.<
여자, 정혜는 저도 영화로 보고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은 별로인가봐요. 다락방님의 감성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지 못했다면 제게는 고문용 책이 될 게 분명하군요. 패스 -_-;

다락방 2011-02-22 16:01   좋아요 0 | URL
글쎄요 지대한 마음...이라기 보다는 흐음, 하하하핫.
가끔 귀엽죠. 그러나 가끔 귀엽기만 할 뿐이에요.
[여자, 정혜]는 별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는데 이 [이별리뷰]를 읽고 나니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뭐에요! 하하하핫
다시 읽었을 때 느낌이 다른 책들이 아주 많으니까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
아, 좀 전에 마구 졸았어요. 이제 일해야해요. ㅠㅠ

Arch 2011-02-22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만큼 댓글도 좋아요. 다락방은 봄을 몰고 오는 여자, 사람!

다락방 2011-02-22 16:02   좋아요 0 | URL
아우, 봄이 오니까 덩달아 저는 미치기 시작하네요. 중심을 잘 잡아야 되는데. 히융 ㅠㅠ

2011-02-23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4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5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2-2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그런데요, 저 젊은 남자는 몇 살이었어요?
그냥 저도 젊은 여자에 속하는지 아닌지 좀 보게요, 흑흑.
<이별리뷰>는 많이 배운 여자가 쓴 이별에 대한 논문 같다고 누가 그러길래, 그 리뷰 냉큼 받아먹을랬더니
<여자,정혜>까지 추천해주시니까 저는 노선 다시 우회중.

다락방 2011-02-23 15:0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 젊은 남자가 몇살이더라...저는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의 나이를 기억할 수가 없어서..가만있자....81년생이던가 그랬던 것 같아요. 80년생인가..81년생인가..뭐 암튼 그정도일 거에요. 애죠. ㅎㅎㅎㅎㅎ

[이별리뷰]는 많이 배운 여자가 쓴 이별에 대한 논문 같다는 말도 맞는말 같은데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아서 읽기에 괜찮아요. 전 뭐 딱히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았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