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이고 무언가를 쓰려고 하다가 결국 40자평밖에 쓰질 못했는데, 이 책은 정말 대단하다. 아직 올해의 3월이 채 다 지나지도 않았지만, 나는 올해 읽은 가장 충격적인 책을 이 책으로 선택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세명의 남자에게 강간당한 루시의 선택에 할 말을 잃었다. 그것은 결코 최선이 아니라고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서서 그녀를 설득하고 싶은 심정. 그녀의 선택이 너무 끔찍해서 이 책에 별을 하나만 줘야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책장을 덮고 다시 그게 최선이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해보고 나니 최선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고 있지 않다. 나는 농장에 혼자 살고 있지도 않다. 내가 같은 입장이 된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지 알 수 없지만, 정말 그러고싶지 않지만, 어쩌면 그녀는 '그럴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중에야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 다음에 읽어야 할 책을 고를수가 없었다.  

기분이 좀 나아지게 피츠제럴드의 단편선을 읽을까? 트와일라잇의 외전을 읽는게 낫지 않을까?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을 읽자, 굿바이 쇼핑은? 이래저래 생각하다가 오늘 출근길, 나는 아무런 책도 들고 나오지 못했다. 어떤 글자도 읽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봄비가 올거래, 라는 엄마의 말에 그저 우산만 들고 나왔다.   

아니 근데 이 책 띠지에 '김혜수가 읽고 있는 책' 이란건 대체 무슨 의미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쉬지 않고 읽을 정도로 흡인력이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나는 아마 앞으로도 이 책의 시리즈를 다 구입해서 읽을 것 같지만,  이 책에는 지나치게 불륜이 많고 지나치게 비열한(혹은 약한, 무너진) 인간이 많다. 아니, 사실 현실자체가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책장을 덮고 나면 거기서 바로 끝나버리는 소설.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의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특히 나탈리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십년전에도 그리고 십년이 지난 후에도 한결같이 한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 남자는 나탈리를 좋은 친구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의 앞에서 항상 다른 여자 얘기를 한다. 십년 후, 그녀는 결국 그 남자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그녀와 함께 외딴곳에 숨어 있으면서, 그곳 침대 위에서도 다른 여자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안되는 줄 알면서 다른 여자의 이름을 입밖으로 내뱉게 되고 결국 나탈리는 폭발한다. 왜 너는 나랑 있는데 항상 다른 여자 얘기를 하는거야!

 

 

  

- 토요일, [반짝반짝 빛나는] 드라마의 여운이 좀 길어서 여동생에게 오늘 그 드라마 봤냐, 좋더라 하는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여동생은 봤다고 내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거기에 나오는 김현주 삼촌(박유환)이 내 옛날 남자를 닮았다고 또다시 문자메세지를 보냈더니 여동생은 흥분하며 싫다고 했다. 발음 샌다고. ㅎㅎ 어쨌든 나는 자정을 넘어 여동생에게 한껏 감상에 취해 문자메세지를 또 보냈다. 

[장난끼있고 예의바른 아이. 연하였어.] 

이렇게 보내놓고 자꾸만 그 놈 생각이 나서 또 보냈다. 

[보도블럭을 걸을 땐 내가 힐 신은것까지 신경쓰는 놈이였지.]  

새벽, 과거의 남자를 떠올리며 여동생에게 추억을 얘기하는 나. 아, 몰랑몰랑해, 이러고 있는데 20분이 지나서야 여동생에게 답장이 왔다.   

 

[식빵이랑 쪼코하임이 먹고시푸다] 

후아.......orz 언니는 남자 얘기 하고 있는데, 어떻게 동생이란 아이는 식빵..얘기를 하는걸까? 식빵이랑 쪼코하임 먹고 싶은 얘기를 대체 왜 그 새벽에 나한테..
여동생으로부터 다음날 일요일 오후, 문자메세지가 왔다. 

[쪼코하임 던킨 식빵 몽땅샀다 ㅋ] 

이 아이 머리엔 그저 쪼코하임과 식빵 뿐이구나.

 

 

이 가수의 목소리도 그다지 좋질 않고 계속 들으면 질리는 목소리라 이 시디를 처음 사고 준 별점은 셋이었다. 아마 지금 다시 별점을 줘도 셋 보다 더 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이 시디를 산 지 일년도 넘었는데 나는 요즘 이 가수의 피흘리는 사랑 -bleeding love-과 좋아지겠지 -better in time-을 매일매일 빠짐없이 반복해 듣고 있다. 어느날 가사를 검색해 봤다가 아주 쑝 가버려서. 

 

But I don't care what they say, I'm in love with you
They try to pull me away but they don't know the truth.  

으윽, 이것이 피흘리는 사랑이고, better in time 에서 당신 없는 겨울이 가장 길다고 말한다. 

It's been the longest winter without you
I didn't know where to turn to
See somehow I can't forget you
After all that we've been through  

 

 

All I know is, I'll be okay.

 

- 책 대신 우산을 가져온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잠실역. 버스에서 내렸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세상이 축축했다. 내 머릿속엔 일어났던 일들과 앞으로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들로 가득했다. 그러니 여러모로 나는 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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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1-03-28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오늘 아침 님 덕분에 또 한권의 책을 보관함에 슝~ 정말 책을 부르는 님이에요^^
그나저나 김혜수가 읽고 있는 운운하는 저 띠지..ㅜ 다락방님의 글 아니었으면 저 책 안 사고 싶었을 거에요..뭐죠.

다락방 2011-03-28 15:1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김혜수가 읽고 있으니까 너도 읽어라, 뭐 이런 뜻일까요? 저건 대체 뭐하자는건지 모르겠어요. 하하하하. 제가 샀을 때는 저런 띠지 아니었거든요. 사둔지 한참 되었는데 어제 읽었어요. 그런데 오늘 페이퍼 쓰려고 보니 저 띠지가. 하하하하.
비연님,
이 책은 각오하고 읽으셔야 해요.

마노아 2011-03-2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저도 저 노래들을 들었어요. 나는 가사 하나도 모르고 들었는데 당신 없는 겨울이 가장 길다고 생각하고 들으니 더 와닿아요.
어제는 외출해서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지 못했어요. 보지 않으니 첫사랑 생각을 하루 덜 했네요.^^ㅎㅎㅎ

다락방 2011-03-28 15:18   좋아요 0 | URL
저도 저런 가사인줄 몰랐어요. 팝송 들으면서 가사는 잘 들리질 않아요, 저는. 하하하하(ㅜㅜ)
저도 .. 겨울이 몹시 길어요, 마노아님. 안아주세요. ㅠㅠ(폭풍오열)
저는 치킨도 사러 나갔다 오고 겸사겸사 아주 뜨문뜨문 봤어요. 그런데 이유리가 김석훈한테 작업거는 장면 보고 기절했어요. 나도, 나도 해볼래.
"아무 이유없이 가끔 전화해도 괜찮아요?" 이런 대사, 나도 해볼래요. 우앙 ㅠㅠ

건조기후 2011-03-2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혜수가 읽고 있는 책 ㅎㅎ 추천도 아니고 감동받아 운 것도 아니고(이런 광고도 웃기지만) 그냥 읽고 있는 책.ㅋ
(김혜수 언니는 좋아요)
조만간 읽을 예정인 책, 관심갖고 있는 책 뭐 이런 것도 나오겠어요 ;;

다락방 2011-03-28 15:19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저 띠지 바꿔달라고 출판사에 요청해야겠어요. [다락방이 읽은 책] 이렇게 ㅋㅋㅋㅋㅋ(저도 김혜수 언니는 괜춘해요)
건조기후님, 이 책 읽으셨어요? 우와- 진짜 힘들어요, 진짜.

무스탕 2011-03-2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쩌~~언에 티비 잠깐 보니까 반짝반짝빛나는 드라마에서 김현주가 출판사 편집자인가로 나오는데서 왜 책에 띠지를 만들어서 잘만든책 버리냐고 마구 성토하던 장면이 있더라구요.
정말 저 띠지는 둘러서 책에 보탬되는걸 본적이 거의 없어요.
김현주 삼촌 발음 새는건 저도 어제 보고서 느낀건데 아마 안쪽으로 교정기를 착용하고 있는게 아닌가 몹시 의심이 들더라구요. 혀짧은 소리랑은 또 다르던데.. (희망의 여지를 남겨놓는 너그러운 탕이. 캬캬캬~~~)

다락방 2011-03-28 15:20   좋아요 0 | URL
아 저 누군가가 그때 그 장면 댓글로 써주셨던 기억이 나요. 저는 책 사자마자 띠지를 버리는게 일이에요. 으윽, 싫어 싫어.
저는 김현주 삼촌 발음새는거 너무 귀여워요 ㅋㅋ 그리고 나이도 어린게 어른행세 하는거 볼 때마다 너무 웃겨서 미치겠어요. 캐릭터 완전 사랑스러워요. 쪼끄만게 김현주한테 막 이자식, 이러고 ㅋㅋㅋㅋㅋ 암튼 짱 귀여워서 손잡고 델꾸댕기면서 떡볶이 사주고 싶네요. ㅋㅋ 삼겹살 사주기엔 애가 너무 쪼꼬매. 소주를 마실수나 있나 몰아요. ㅎㅎㅎ

레와 2011-03-2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부터 영화 '만추'ost를 듣고 있어요. 잠들기 전까지 계속 들었고 오늘도 집에 가면 들을거에요.
어떤 트랙에서는 아릿한 장면들이 생각나 뭉클하고 눈물이 핑돌기도 했어요.

주말 잘 먹고 잘 쉬었더니 월요일인 오늘이 견딜만해요.

다락방, 좀 쉬어요!!!

다락방 2011-03-28 15:21   좋아요 0 | URL
만추에 들을만한 음악이 있었어요? 저는 지금 음악이 하나도 생각안나요. 가사 있는 노래가 나왔던 기억이 없어요. 그쵸?
저는 지금 제가 앉아있는 책상의 왼쪽과 정면과 오른쪽과 뒷쪽에도 일거리가 쌓여있는데 알라딘에 와서 댓글달고 있습니다! 하핫 ;

레와 2011-03-28 17:40   좋아요 0 | URL
다른건 모르겠고 ost를 사면서 기대했던 음악은 엔딩크레딧 올라갈때 나왔던 여자 보컬의 노래였어요.
그러나 ost에 그 곡은 없고..ㅎㅎ;;

BUTBUTBUT, 다른곳들이 내가 원했던 음악의 부재를 채우고도 남아요. 충분해요.
아흑.. 듣고싶다.

다락방 2011-03-29 09:34   좋아요 0 | URL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노래가 나왔었나요? 나 완전 기억 안나요. ㅎㅎ
어제 퇴근하고 그래서 음악 들었어요? 마음이 많이 나아졌어요?

소나기 2011-03-28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께서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신다니까 기분이 조금 이상해요, 왜 그럴까요?
저는 드라마속 이유리가 너무 싫어요. 연기를 너무 표독하게 잘해서 더 싫은 것 같아요.
김현주가 너무 예쁘게 나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김현주의 삼촌으로 나오는 박유환은 정말 닮았지요? 그의 형과.
/추락/은.... 너무 충격적인 책인 것 같아서, 읽고 싶기도, 읽고 싶지 않기도 해요.

다락방 2011-03-28 16:37   좋아요 0 | URL
하하, 홀릭제이님. 기분이 어떻게 이상해요? 좋지 않은 쪽으로 이상한가요? 늘 보지는 않아요. 챙겨보지도 않구요.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 이유리가 중간에 끼어들면 전 화나서 보기를 그만둘 것 같아요.

네. 박유환은 박유천과 정말 닮았어요. 그런데 저는 박유환쪽이 훨씬 귀여워요. 델꾸 댕기면서 같이 놀고 싶어요. 하핫.

추락, 은 홀릭제이님이 지금 읽기에 힘들고 벅찬 책이 될 것 같아요. 나중에 읽어요, 나중에. 한 십년 뒤에요.

마그 2011-03-2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격적인 내용인데 책 표지 띠지는 이해가 어렵네요.
락방님이 재미있다고 하셨으니 볼까...싶다가도 너무 어려운책 내지는 무거운책은 기피하는 사람으로써 고민되요!
하지만 추천해 주시니 살포시 고민해보겠습니다요. ^^

남편은 모르지만 저도 가끔..옛남자분이 생각날때는 있지요. 특히 남편이 속썩일떄, 비슷하게 생긱 남자 볼떄.
락방님의 추억은 누가 방해하지않으니 마음껏 회상하셔요! ^^

다락방 2011-03-28 16:38   좋아요 0 | URL
김혜수가 읽으니까 뭘 어쩌라는지 모르겠어요. 어려운 책은 아닌데 무섭고 불편한 책이기는 해요. 이 책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후폭풍이 대단할 것 같아서 감히 꼭 읽어보시라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어요. 어떤 남자들의 의견이 궁금한 그런 책이에요. 고민은 충분히 하세요.

그러나 과거로의 회상은 잠시뿐, 저는 또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허구헌날 과거 회상만 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과거로의 회상은 그것이 순간이며 짧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것 같아요. :)

... 2011-03-2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페이퍼 제목이 After all that we have been through 길래 Chicago 노래 Hard to Say I Am Sorry 가사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네요. After all that we've been through I will make it up to you, I promise to ~ 이 부분이요. ㅎ

다락방 2011-03-28 16:39   좋아요 0 | URL
오앙 역시 브론테님! 저도 그 노래 계속 생각했어요. 시카고라니, 하하하하, 브론테님, 저랑 같은 세대를 살아오신 것 같아요. 하하하하.
그나저나 [추락] 시작하셨어요? 네? 페이퍼 써줘욧!!

이매지 2011-03-28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혜수가 읽고 있는 책보다 다락방이 읽고 있는 책에 더 관심이 ㅎㅎㅎ

다락방 2011-03-28 16:40   좋아요 0 | URL
저도 김혜수보다는 이매지님이 더 좋아요! ㅎㅎㅎ

poptrash 2011-03-28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ㄴ앗 저도. 시카고의 노래 멜로디가 머리속에서 짜르릉~
김혜수 님은 한권의 책을 굉장히 오래 읽는 스타일이신가봐요.

다락방 2011-03-28 16:41   좋아요 0 | URL
팝트래시님은 존 쿳시를 읽어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팝트래시님은 말이죠.
김혜수 님은 네, 한권의 책을 굉장히 오래 읽는 스타일이신가 봐요. 저 책으로 논문을 쓰시는 건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논문 쓸만한 책이니까요.

섬사이 2011-03-28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은 외로운 사람에겐 더 추운 계절이라.. 그렇죠?
노랫말 한 번 끝내주네요.

다락방 2011-03-28 16:42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저는 지금이 겨울인지 봄인지 모르겠어요.
지금이 겨울인가요, 봄인가요? 네?

버벌 2011-03-29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추락 한번 구입해야겠네요. 락방님 서재오면 무언가 달달하니 정말 참기 힘든 초콜렛과 같은 유혹이 있음 ㅠㅠ 백설공주는 저도 봤는데... 우와 저랑 생각이 비슷하네요. 읽기가 수월해서 짧은시간에 읽었는데 아마도 더 나오면 읽을테지만 읽고나면 아무것도 없어요. 뮝미? ㅡㅡ?

다락방 2011-03-29 09:36   좋아요 0 | URL
버벌님, 추락은 정말 대단한 작품이에요. 대단한 작품이고 후폭풍도 아주 세요. 빠져나오기 힘들거에요. 그리고 혹 읽게 되신다면 그녀의 선택에 화를 내게 되겠지만, 그래도 책장을 덮고 조금만 더 생각해보세요. 가슴이 아파질거에요.

백설공주는 재미있죠. 저는 그 책속의 피아 경찰이 남편을 만난 얘기가 그 전(前)시리즈에서 나올 것 같아 읽어볼 참입니다. 물론 계속 나온다면 말이죠. 그 둘이 어떻게 사랑하게 됐고 어떻게 결혼하게 됐는지, 결혼하고 나서도 아직까지 가슴이 뛰는 사람을 어떻게 곁에 두게 됐는지 무척 궁금하더라구요.
:)

당고 2011-03-2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추락>이 정말정말 싫었어요. 2009년에 읽었는데 거의 그해 최악의 책임;(지금 찾아보니 블로그에도 욕을 써놨더라고요;) 잘 썼다는 건 알겠는데(마지막 부분에서 특히 작가의 문학적 역량이 뛰어남을 부정할 수 없었죠) 여러 가지로 뭔가 걸리는 구석이 많아서...... 쿳시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 더 정확히 말할 수 있겠지만......
쿳시가 이 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후 남아공에서 논란이 일었다고 들었어요. 전 루시의 행위를 속죄와 상생의 행위로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여자가 그 죄를 '대속'한다는 것도 너무너무 싫었고...... 남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고 '추락'의 감정을 느끼는 백인들의 심리 자체가 좀 역겨운 듯; 제 생각에는 그래서 백인들이 이 작품에 열광했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11-03-30 09:19   좋아요 0 | URL
당고님.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어떤 여자사람들은 이 소설을 읽고 정말 분노하고 싫어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당고님이시네요. 저는 문학적 역량에 대해서는 글쎄요, 잘 모르겠구요. 말씀하신 '속죄와 상생'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일이네요. 어떻게 루시의 행위가 속죄와 상생을 나타낼 수 있죠? 전 그렇게 보지 않았고, 그렇게 본다면 이 소설은 불편함과 현실적인것을 뛰어 넘어 위험하기까지 한 소설인데요. 그렇게 보았기 때문에 그런걸까. 저는 그녀가 '대속'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추락은 우리나라 번역서의 제목이고 원제는 '치욕'이죠. 그들이 느낀건 추락이라기 보다는 치욕에 가까운게 맞구요.
루시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제가 이걸 읽고 무서워하고 어떤 여성분들은 이 소설을 끔찍하게 여길거라고 말하자 친구가 제게 쿳시의 소설에서 '여성'은 '식민지'를 의미한다고 했는데, 그 편이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는요 당고님, 루시에게는 세가지 방법이 있었어요.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일단 아버지의 충고대로 다른나라로 가는 방법이 있었죠. 다른 나라에서 편안히 살 수 있는 방법. 이곳의 일을 잊고 그녀의 가족(친엄마가 있었죠, 네덜란드에는)과 함께 사는거요. 그랬더라면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농장을 버렸어야 해요. 자신이 선택한 농장, 자신이 정말 살고 싶었던 농장(땅)에서 살 수 없음을 의미하죠. 그렇다면 그 농장에선 누가 살 수 있을까요? 늘 같은 약탈과 강간이 벌어질테니 그곳은 옆집남자 같은 '힘이 센 남자'들만이 살 수 있었을 거에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굴복이 아닐까요. 그곳은 나같은 약한 사람은 살 수 없는 땅이야, 하는.

두번째는 옆집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꿋꿋이 농장에서 사는 방법이 있죠. 그럴 경우 루시는 내내 무서워하고 두려워해야 해요. 아무도 자기를 '보호'라는 이름 아래 지켜주지 않을테니까요. -이 말이 곧 옆집남자가 루시를 보호해주는 안전장치라는 말과는 완전 무관해요. 편의상 '보호'라고 칭했을 따름입니다- 그녀 혼자 살아가야 하죠. 수시로 문을 점검하고, 루시는 자신의 방에는 끝끝내 돌아가지 못한채로 불안한 마음으로 그 땅에서 살아야 하죠. 내가 선택한 농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그건 끔찍할겁니다. 사는게 사는게 아닐거에요.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 있을거에요. 그렇지만 아무리 사람을 끌어모아봤자 그들이 늘 함께 있어주는 것도 아니고-아버지가 함께 있는데도 강간을 당했죠- 그녀는 '다시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안고 자신이 선택한 땅에서 살아야 해요.

세번째가 마지막, 루시가 선택한 방법이에요. 이 방법은 결코 기분좋지도, 행복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방법이에요. 치욕스럽죠. 옆집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웃을 수 있는 날들은 찾아오지 않을겁니다. 다만 그녀는 이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위험에 노출되지 않은 채 자신이 선택한 땅에서 살아갈 수 있어요. 병든 동물들을 돌보고 식물들을 키워내는 일을 그녀는 이제 불안하지 않은 마음으로-행복하지도 않겠지만- 할 수 있죠. 자신이 선택한 땅에서 떠나지 않아도 돼요. 세번째 방법은 '체념' 이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루시를 욕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은 체념이고 자신이 선택한 합의점이었어요. 아버지가 보기에 그리고 주변에서 보기에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루시는, 그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남자주인공이 여자제자와의 추문으로 인해 '추락'했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그 앞에서 남자주인공은 뻔뻔했죠. 대신, 그는, 자신이 지위를 잃자 늙고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와 성관계를 하게 되고, 그것이 앞으로 자신에게 남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죠. 자신이 젊은 여자를 안을 수 있었다는 건 자신이 가진 지위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아요.

저는 그래서 이 작품을 싫어할 수가 없어요. 무섭고 불편하지만.

Kir 2011-03-3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읽으면서 너무 괴로웠어요.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이기적인 존재인지 끊임없이 되새기게 만들어서
꼭 고문당하는 기분이었거든요...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은 건 분명한데, 친구가 이 책에 관심을 보이길래
재미있지만 마음이 괴로워서 차마 추천은 못하겠다고 했어요;

+) 전 저런 띠지를 보면, 읽고 싶던 마음이 달아나요-_-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 띠지일까요?
내용도 제가 감당하기 힘든 류인 듯 한데, 띠지까지 충격적이군요.

다락방 2011-03-30 09:22   좋아요 0 | URL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이기적인 존재인지는 물론 알고있지만, 이 소설속에는 그런 인물들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죠. 곳곳에 거짓과 이기심이 숨어있어요. 지겨울정도로요. 저 역시 정신없이 몰입해 읽었고, 추리소설이나 흥미 혹은 재미를 책에서 찾는 친구들에게는 거침없이 읽으라고 이 책을 내밀수도 있어요. 말리지도 않을거구요. 그렇지만 저는 이 책 속에서 무언가를 찾을 수는 없네요.

그러니까요, 띠지는 정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겨요. 평생 저 책만 읽고 있나봐요, 김혜수는. ㅎㅎ
 
추락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동아일보사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하고 무섭고 불편해서 충격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러나 차마 울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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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3-27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쓰셨군요, 기다리세요. 읽던 <나라의 심장부에서> 잠시 접고 (같은 쿳시이긴 하지만) <추락>을 먼저 읽어보겠어요. 불끈! 제가 가지고 있는 쿳시의 또 다른 한 권은 지금보니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네요.

아이참, 카다레도 나를 기다리는데... 사월엔 밝고 맑은 책들을 읽고 싶었는데 말이예요, 힝.

다락방 2011-03-27 23:39   좋아요 0 | URL
이 책 속에서 남자가 자신의 딸을 강간한 소년이 자신의 딸을 훔쳐보는 걸 발견하고 그 소년의 뺨을 갈기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아주 세게. 그래서 소년은 넘어지구요. 전 마치 아주 세게 뺨을 맞아서 넘어진 것 같은 충격을 받았어요. 이 책을 읽고. 가슴이 벌렁벌렁해요.

... 2011-03-27 23:49   좋아요 0 | URL
근데 이 책 읽고나서 충격에 휩싸여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들어지면 어쩌죠? 날은 포근해지고 햇살은 따사로워지는데 말이죠.

다락방 2011-03-27 23: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 지금 이제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생각도 못하겠어요. 완전 멍- 해졌어요. 뭔가 말랑말랑한게 필요해요. 행복하고 사랑이 가득한 것. 그런데 눈에 띄는게 왜 [굿바이 쇼핑]인건지 ;;

... 2011-03-27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방금 <추락>을 아무데나 펴보았는데, 글쎄 하디의 주드에서 주드의 아들이 남긴 말이 인용되어 있네요, (p. 219) 읽어야 겠군요!

다락방 2011-03-28 08:42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이십대 초반에 비디오방에서 쥬드를 보며 충격먹었던 바로 그 장면의 이야기가 이 책속에 나오더라구요. 우리가 너무 많아서요. 윽.
최근에 읽은 책에서 자꾸 토마스 하디가 나와요. 저도 읽어봐야 할까봐요.

stillyours 2011-03-28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었어요.
멍-해지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

다락방 2011-03-28 11:45   좋아요 0 | URL
문님, 이 책 다 읽고 무슨 책 읽으셨어요? 저는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아요.

stillyours 2011-03-28 15:42   좋아요 0 | URL
연말에 선물 받은 <이토록 뜨거운 순간>이요. 에단 호크 책. 하하하.
정말 많이 다른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았는데
정말 많이 달랐어요. 뜨거울 것을 알면서도 겁없이 손을 내밀더라고요.
무모하고 앞만 보고 그래서 사랑스러웠답니다.
추락? 그까이꺼 기꺼이 하겠어! 라고 말할 것 같았죠.

다락방 2011-03-29 15:04   좋아요 0 | URL
에단 호크의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영화로도 만들어졌을 걸요? 보려다가 말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저는 아직도 그 다음책을 고르지 못했어요. 못읽겠어요, 문님. 어쨌든 이제 다시 책을 골라 읽어야 할 때에요.
아이쿠머니나, 벌써 세시네요. 저 일해야겠어요. 아 ㅜㅜ

turnleft 2011-03-2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이스 피켈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 이죠..

다락방 2011-03-28 12:49   좋아요 0 | URL
네, 바로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 충격에서 턴레프트님은 어떻게 빠져나오셨어요? 그 뒤에 무슨 책을 읽으셨어요?

turnleft 2011-03-28 15:11   좋아요 0 | URL
워낙 예전에 읽어서 그 다음에 무슨 책을 읽었는지는 기억 안 나요. 다만 그 날 밤에 잠깐 읽다 자려다가 책을 놓을 수가 없어서 끝까지 읽었던 기억은 있군요.

다락방 2011-03-28 15:16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집었는데 어제 다 읽어버렸어요. 그리고 다른 책들을 이것저것 건드려봤는데 읽을 수가 없더라구요. 이거 어떤 여자사람들에겐 꽤 후폭풍이 셀 것 같은 책이에요. 후..
일요일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네요. 잘 보냈어요, 주말? 잘자요!

Kir 2011-03-30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읽지 말아야겠군요... 굳이 읽는다면, 조증이 극에 달할 때나 읽어야겠어요^^;
(그런 날은 일년에 하루도 있을까 말까 하지만요...)

다락방 2011-03-30 09:22   좋아요 0 | URL
Kircheis님은 이 책을 읽으면 후폭풍이 너무 세서 감당하기 힘드실 것 같아요. 조증이 찾아온다 해도 읽지 않는 쪽이 나을지도 몰라요. 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다 읽고나니 새벽 다섯시가 되어있을만큼 재미있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거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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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3-28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이제 막 한1/3쯤 읽고 있는데요~
사람이름 가지고 족보만드느라고 하세월이에요.
아직까지는 책의 평판이 과장된게 아닌가 싶지만요~ㅠ.ㅠ

다락방 2011-03-28 08:42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흡인력이 대단한 책이죠. 그렇지만 다 읽고 나면 거기서 끝나버리고 지나치게 트릭도 많은 것 같다는 느낌도 들긴 해요. 별을 셋 줄까 넷 줄까 망설이다가 새벽 다섯시까지 멈추지 않고 읽게 하다니 넷을 주자, 라고 생각했어요.

책가방 2011-03-2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겐 너무 두꺼운 책이라 비좁은 책꽂이만 차지하고 있는 책인데..
손에서 놓기 힘든 책이라면 얼른 집어들고 읽어봐야 겠네요..^^

다락방 2011-03-28 11:46   좋아요 0 | URL
네 엄청 재미있어요. 뒷장이 막 궁금해지는 책이에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0-0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 책 몇 번이나 들었다가 놓은 책인데,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16-10-10 08:26   좋아요 1 | URL
재미`만` 있어요, 이 책은! ㅎㅎㅎㅎㅎ
 

 

 

이 책의 앞부분에는 남자와 여자가 비 오는 날 공원을 함께 걷는 장면이 있고, 뒤쪽에는 늦은밤(새벽이었는지도)에 거리를 함께 걷는 장면이 있어서 나는 함께 걷기 시작할 때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 다시 들추어 보았다. 걷는걸 행복하게 느끼는 지도 궁금했다. 그런데 이리저리 들추어보다가 나는 엉뚱한 부분을 보고 웃어버렸다. 

 

 

 

그의 손이 그녀의 팔을 따라 미끄러지더니 손을 잡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마사지했다. (왜 마사지를 해..)
"손이 꽁꽁 얼었소."
"알고 있어요. 나는 항상 손이 차가워요."
"그러면 내 호주머니에 넣어 보시오."
그가 절반은 농담조로 말했다. (이런건 농담으로 말하지마, 병신.)
"그럼 당신 손은 어떻게 하고요?"
그녀는 자신도 어쩌지 못하고 도발적으로 말했다.
희미한 빛 속에서 닥스의 눈이 반짝였다.
"무슨 방법이 있겠지."
그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자기 손과 그녀의 손을 나란히 놓고는 한 손씩 차례로 눌렀다. 그는 털이 부숭부숭한 자기 손과 섬세하고 매끄러운 그녀의 손을 비교해 보았다.
(p.118)

 

털이 부숭부숭...털이 부숭부숭....아....싫어..........나는 털이 부숭부숭한 손을 떠올리다가 걷는것에 대해 찾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아이쿠야, 털이 부숭부숭이라니. ㅜㅜ 싫어 싫어, 털이 부숭부숭하지 말아요. ㅠㅠ 

 

나는 남자와 여자가, 그것도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그러니까 서로 호감을 품고 있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걷는게 무척 무척 좋다. 영화에서든, 드라마에서든, 그리고 내 현실에서든. 남자와 여자가 함께 걷는 것 만큼 낭만적인게 또 있을까? 아, 또 있다. 벤치에 함께 나란히 앉기.  

오늘 드라마를 봤다. 처음부터 본것은 아닌데 어쨌든 대충 내용은 알고 있었고, 텔레비젼을 켜자마자 그 드라마가 방송중이었는데, 아이고, 좋아라, 바른생활 김석훈이 부하직원 김현주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려고 망설이는 장면이 나오는 거였다. 나는 주저앉아 이 드라마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하는데 (텔레비젼을 잘 못본다..좀쑤시고 집중도 안되고..), 이 말을 썼다가 지우고 저 말을 썼다가 지우는 김석훈이 너무 좋은거다! 나는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남자가 정말 너무 좋은데, 그러니까 바로 이런 모습을 때때로 연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김석훈은 김현주가 최근에 울었다는 것, 힘들어 했다는 것, 술에 취했다는 것들 때문에 걱정이 된다. 그래서 괜찮은지 묻고 싶다. 이 말 저 말 다 써보다가 결국 그는 업무적인 내용을 보내버리고 만다. 그 문자메세지를 받은 김현주는 당연히 일 때문인줄 알고 김석훈에게 전화를 하고, 그 둘은 밤 열두시, 순대국집이 문 닫을 시간에 만나기로 한다. 

꺅 >.< 

순대국집. 순대국집. 김석훈은 드라마에서 무려 순대국집 아들이다 ㅠㅠ 감동 ㅠㅠ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음식 순대국을 먹으러 밤 열두시에 김현주는 나간다. 김현주에게 김석훈은 그저 직장 상사이고 (아직은) 순대국집 아들이다. 김석훈에게 김현주는 그저 부하직원인데 요즘 자꾸 걱정되고 생각난다. 김석훈은 순대국집 문을 닫을 시간이지만 김현주를 위해 순대국을 끓이고 밥을 한다. 멋져.. 김현주는 순대국집에 와서 순대국을 맛있게 먹는다. 다 먹었는데 김석훈은 김현주에게 나가자고 한다. 나가서 좀 걷자고. 

걷자니...좋아. ㅠㅠ 

밤 열두시 넘어 만났다. 그리고 밥을 먹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좀 걷자고 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새벽에, 걷자고 한다. 물론 김석훈은 많이 걸어 좀 피곤해진 상태로 김현주가 오늘밤만큼은 잘 잘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게다가 나란히 걷지도 않고 둘 사이에는 어느정도 거리도 있었지만, 나는, 그 새벽에 함께 걷는 김석훈과 김현주가 너무 좋았다.    

 

 

 

 
기획 : 이대영

제작 : 문성광, 권용한, 송원석

극본 : 배유미

연출 : 노도철

방송 : 토,일 저녁 8시 40분
 

 

 

 

 

 

 

순대국에 소주를 함께 마실줄 아는 여자가 나오는 것도 너무 좋고, 출판사와 서점이 배경인것도 좋고,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좋고, 편집장인 남자가 나오는 것도 좋고, 순대국집 아들인 남자도 좋고, 그러니까 나는 이 드라마를 그 전에도 잘 안봤고 앞으로도 또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좋구나~ 이러면서 보고 있는데, 으윽, 이 남자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얘는 극중에서 18살로 나오는 아이이고, 실제로는 박유천(믹키유천)의 친동생인데, 이 아이가 등장하는 씬을 오늘 처음 나는 보게되었는데, 오, 나의 과거의 연인을 닮은거다! 생김새와 발음이 약간 새는것이... 게다가 극중에서 타인에게 꽤 깍듯하게 예를 갖추어 말하는데, 그러면서 장난끼가 넘친다. 비슷해..아, 이 아이가 잠깐 나오는 동안 나는 또 추억속으로 빠져들었네.  

그놈은...잘 살고 있겠지? 참...못생긴 놈이었는데...........

  

 

김석훈이 자꾸만 자꾸만 김현주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싶어했으면 좋겠다. 김현주가 자꾸만 자꾸만 순대국에 소주를 먹으러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둘이 자꾸만 자꾸만 함께 걸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와중에 김석훈이 김현주에게 보낸게 문자메세지여서 정말 다행이다. 카카오톡 이었으면 나는 텔레비젼을 발로 차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이 드라마는 순대국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함께 걸었기 때문에, 그리고 문자메세지 때문에 정말이지, 반짝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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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른 여자에게 친절하지 마, 특히 그녀에게는.
    from 마지막 키스 2011-04-03 22:18 
    왜 집에서는 책만 펴면 졸릴까? 에라이, 잠이나 잘까 하고 누웠는데 잠이 안온다. 그런데 책을 다시 펴면 졸립고.. 시간을 보니 아홉시가 좀 넘어있었다. 그래, 책도 안 읽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이나 보자, 하고 나는 TV 를 켰다.어제도 안보고 오늘도 처음부터 안봐서 또 그동안의 스토리를 모르지만(난 드라마 중독 안되는 여자사람 ㅎㅎ 멋져!) 어쨌든 김현주랑 이유리가 싸워서 사이가 안좋고, 김현주는 김태우(이름이 맞나;;)를 만나 순대국집에 술을
 
 
마노아 2011-03-2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드라마보다 다락방님의 글이 더 반짝반짝해요. 다락방님의 생기가 전해지네요. 저는 김석훈을 보면서 옛 사랑을 떠올렸는데 다락방님은 박유환을 보며 떠올렸군요. 어쩐지 찌찌뽕이에요.^^ㅎㅎㅎ

다락방 2011-03-26 23:09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박유환 보면서 옛사랑을 떠올리고 잠깐 추억에 잠기긴 했지만 김석훈 너무 좋아요! 바른생활 캐릭터 남자 정말 좋아요. 그런 사람이 여자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기 위해 망설이는 모습, 아 좋아요. ㅠㅠ 그런 남자한테 사랑받는 다는 건 뭔가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줄 것 같아요. 이런 남자가 좋아하는 나는 진짜 괜찮은 여자구나 싶은 그런 생각 말이지요.
편집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삼십대 중반의 남자가, 여자에게 문자메세지 보내는 걸로 고민하다니. 아우, 진짜 좋지 않아요? 사랑에 빠져버리고 싶네요, 정말.

카스피 2011-03-2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김연주가 오랫만에 나오는데 아쉽게도 늘상 맡는 역이 신데렐라 역이군요.김현주도 나이가 이제 제법 될텐데 좀더 다양한 역을 맡았으면 좋겠더군요.

다락방 2011-03-27 13:23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이 드라마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김현주는 신데렐라 캐릭터가 아니에요. 그리고 순대국을 안주 삼아 소주마시는 연기도 잘해요. 흣.

웽스북스 2011-03-27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유환 귀요미!!! 역시 다락방님은 능력자 ㅋㅋ

저는 김석훈의 팔뚝이 멋지던데요. 하늘색 셔츠 걷어올린 팔뚝이 매력적인 남자.
좀전에 들어와서 봤는데 하도 울어서 내일 눈 퉁퉁 부으면 어쩌나 걱정중이에요 엉엉 ㅜㅜ
고두심 계단신에서 너무 울었어요 아 ㅜㅜ

저는 반빛보고 잘 안먹는 순대국이 먹고싶어져서 집앞 순대국밥집에 혼자가서 먹었는데
아 역시 나랑은 잘 안맞는구나 다시 확인사살 ;;;;
순대국에 소주를 먹을 수 없는 여자라 죄송해요 흑흑

다락방 2011-03-27 13:26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순대국과 안맞아요? 실망실망 ㅠㅠ 대실망이에요! ㅠㅠ 여자는 자고로 소주, 여자는 자고로 순대국이죠!! 그렇지만 순대국은 잘 보이고 싶은 남자와는 함께 먹어서는 안돼요. 왜냐하면 먹고 나면 이빨에 들깨가루 작렬하거든요. 하핫.
근데 이 드라마에서 김석훈 팔뚝 나왔습니까? 아 미치겠네. ㅋㅋㅋㅋㅋ 김석훈 여기서 뭔가 까칠한 연기 하는거 너무 좋아요. 아잉 좋아~ 근데 매일 일하는 직장 다니는 남자가 밤 열두시에 순대국집 문도 닫아야 되는게 좀 안쓰러워요. 얼마나 힘들까. 결혼해서 순대국집은 내가 책임지고 싶은 심정이에요.
박유환 너무 귀여워서 저 정말 쓰러질 뻔 ㅎㅎ 전 막 귀엽게 보다가 저한테 애교떨면 또 그냥 쓰러져서 넘어갈 것 같아요. 전 다정하거나 애교를 떤다거나 하면 정말이지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ㅎㅎ 남자는 역시 애교!! 아잉

turnleft 2011-03-27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카오톡 보내기가 두려워지는 페이퍼군요. 발로 차일까봐..;;

다락방 2011-03-27 13:27   좋아요 0 | URL
발로 차지 않겠습니다. 불끈!

비로그인 2011-03-2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카톡을 싫어해요. 그걸 사용하는 친구들의 강권에 깔았으나 지울까 생각중. 상대가 무작정 와이파이 구역에 늘 살고 있을 거란 생각도, 굳이 문자 메세지도 공짜로 보내 보겠다는 생각도.
그보다는, `난 이 말을 너에게 꼭 해야 해.'라는 의지로 따지자면 카톡보다는 문자 메세지가 더 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카카오톡을 그닥 좋아하질 않아요.
물론 이 모든 건 순전히 내 본위에서 나온 생각일 뿐이고, 실제로는 카카오톡을 더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죠. 그래서 난 카카오톡으로 내게 뭔가를 보내는 사람의 말은 내 대답이 굳이 필요치 않은 것으로 분류하고, 답을 거의 안합니다.

다 쓰고 나니 사람은 누구나 자기 본위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 2011-03-27 13:34   좋아요 0 | URL
카톡은 여러가지로 장점이 많죠. 일단 공짜라는 것이 부담이 없고 긴 메세지를 보내는 것 역시 부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제가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친구 리스트에 뜨는 게 가장 마음에 들질 않아요. 저도 카톡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외국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하기에는 카톡이 편하더라구요. 그리고 대체적으로 카톡이든 왓섭이든 뭐든 누군가 말 걸어준다는 것도 나쁘지 않고, 어떤 사람들이 말 걸어주는 건 좋기도 하구요.

그런데 말이죠,
카톡엔 그게 있어요. 이 상대가 '나'를 생각하고 보냈는지는 모르겠다는 불확신. 카톡 어플을 터치하면 리스트가 쫙 뜨잖아요. 전 몇명 안되지만 어떤 이들은 몇십명일 수도 있겠죠. 그 리스트가 보이고, 돈도 안들고, 그러니까 심심한데 얘한테 말이나 걸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내게 말을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 전 그게 가장 싫어요. 나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는게.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생각으로 내게 말을 걸어도 좋지만, 어떤 사람 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반면에 문자메세지는 내 생각을 하고 보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내 생각이 나서 나한테 메세지를 보냈다는 생각. 제가 페이퍼에 쓴 것처럼 이 말을 써보고 저 말을 써보고 하는 고민은 카톡에서는 별로 보여지지 않는 것 같아요. 문자메세지라서 가능하죠. 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앞으로도 카톡보다는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사람을 좋아할 것 같아요. 어떤 사람만큼은 카톡 말고 문자메세지로 연락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괜히 그 말을 했다가 카톡으로도 말 걸지 않을까봐 꾹 참고 있어요. 전 가끔 정말 병신같아져서..

... 2011-03-2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드라마페이퍼까지! 왜 이러십니까!!! 저 같으면 카카오톡은 물론이고 트위터, 네이트온이어도 TV를 발로 차버렸을듯. 하핫.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것들은 간접광고라서 피해간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자라기도 하네요. 암튼, 문자라서 다행이예요. 이메일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다락방 2011-03-27 13:37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그렇지만 저 상황에서는 이메일이었으면 안돼요. 그랬다면 실시간 확인이나 답변이 곤란하잖아요. 그랬다면 그 야밤에 순대국을 먹으러 가지 않았을거고, 그랬다면 그 둘이 새벽에 함께 걷는일도 하지 못했을 거에요. 그래서 저 때는 반드시(!) 문자메세지 였어야 해요.
저도 싫어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남자가-그렇다면 반드시 멋진 성인 남자일텐데- 트위터나 카톡이나 네이트온 하루종일 들여다 보고 있다가 말 건다면 아 진짜, 싫을 것 같아요. 반면에 문자메세지는 다르죠.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어떤 상황에 어디에 있든 그건 진짜로 제 생각을 하고 보낸거잖아요.
어제 드라마에서의 김석훈처럼 말이지요. 순대국집에서 상치우다가 김현주를 생각하고 이 말 저 말 써보다가 문자메세지를 보낸거거든요. 다 큰 멋진 성인남자, 게다가 나를 좋아하는 성인남자라면, 문자메세지로 말 걸어야 해요.

치니 2011-03-2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다락방 님이 드라마 보니까 좋다 ~ 재미난 글 읽게 되공.
박유환이라는 저 친구가 박유천 동생이었군요! 닮았네 닮았네. 근데 전 저런 스타일 넘 싫은데, ㅋ 어떡해요, 다락방 님 전에 사귄 분하고 비슷하다니.
반빛에선 김석훈이 제일 돋보여요, 캘터도 외모도. 나머지 남자들은 쫌...그 고시생 애 아빠도 이상하고.
간접홍보 때문이라기보다, 캘터 상 김석훈 같이 쫀쫀하고 상업적인 걸 싫어하는 사람이 카톡을 쓴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작가가 그렇게까지 멍청하진 않을 듯. ㅎㅎ
암턴 어제 못 봤는데 재방 봐야겠다, 다락방 님 땜에 궁금해졌어요.

다락방 2011-03-27 13:48   좋아요 0 | URL
저는 어제 새벽에 잠깐 과거 남자 생각하느라 꿈같은 몽롱한 시간을 보냈네요. ㅋㅋㅋㅋㅋ 전 저런 스타일도 나름 괜찮아요. 저런 스타일이 애교떨면서 적극적으로 대시하면 게임끝이죠. ㅎㅎ 전 애교에 그냥 넘어가는 스타일이라. 뭐 어떻게 거부를 못해요. ㅎㅎ
반빛에서의 김석훈이 카톡을 할 것 같지는 않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 저 정말 김석훈 너무 좋아요. 그렇지만 김현주한테 너 오늘 잠 잘자라고 같이 걷자고 한거다, 라고 말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김현주도 아 이 남자가 나한테 마음있구나, 하고 알게 될텐데. 그 무뚝뚝한 남자가 이제 이유리의 마음도 사로잡겠죠. 묵묵히 배려해줘서. 그런걸 생각하면 아주 그냥 신경질나요. 아 짜증나..
전 어제의 김석훈이 너무 좋았어요. 문자메세지 보내기 전에 이 말 썼다 저 말 썼다 하는 김석훈. 그리고 순대국을 끓이고 밥을 하는 김석훈. 아우~

레와 2011-03-2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소주한잔 맛있게 쪼옥하고 순대국 한숟가락, 꺄악..>_< (쓰읍~)


다락방 2011-03-27 22:31   좋아요 0 | URL
소주와 순대국은 진리죠! ♡

하루 2011-03-27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수가 그 밤에 밥을 해주고, 거기에 걷자고 하는... 정말... 아....

다락방 2011-03-27 22:32   좋아요 0 | URL
하루님, 진짜 짱이죠! 완전 멋있죠! 좋아요 정말 좋아요. 후아-

건조기후 2011-03-2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밤에 걷는 거 정말 좋아요. 좀 무섭긴 해도 전 혼자도 잘 걸어다니는데ㅎㅎ 남자따위 ;
그리고 밤도 좋지만 해 넘어갈 즈음 완전 공기가 주홍빛일 때 있잖아요. 그 때 걷는 거 완전 환상이지 않아요?ㅠ

근데 저 어쩌다 김석훈 얘기를 한다리 건너 들었었는데요
하나는, 친구의 친구ㅋ가 김석훈이랑 사귀었는데(스물 한두살 때였고 그 앤 모대학 무용과였어요) 완전 성격 좋고 잘해준다고 잘 생기고 진짜 최고라고 막 흥분하면서 친구가 얘기해줬던 거였고
또 하나는 역시 친구의 친구ㅋ가 김석훈 코디로 일한 적 있었는데 어찌나 욕을 심하게 하는지 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더라고 또 막 친구가 흥분했던 거..ㅎ 그 앤 고등학교 때 얼굴만 알던 사이였는데 좀 성깔있고 쎈 아이였거든요. 걔가 울 정도면 대단하다 했었어요. 연예인에 대해 환상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일로 욕을 했고 욕을 먹은 건지도 모르지만 일단 입 험한 건 별루라.. 이미지는 좀 깨긴 깼죠.ㅋ
여친한테 잘해주는 것도 당연하고 화가 나면 욕하는 것도 당연하긴 한데, 두 가지 이야기를 거의 비슷한 시점에 듣다보니 김석훈 볼 때마다 그냥 혼자 되게 웃기더라구요. 저 단정한 얼굴로 러블리하기도 하고 쌍욕도 하고 그러는구나, 누구나 다 뭐 그렇지 하면서도 좀 실감이 안 돼서요. ㅎㅎ

다락방 2011-03-28 11:49   좋아요 0 | URL
남자따위 ㅋㅋㅋㅋㅋㅋㅋ 아 뭔가...더 절실한데요. 남자 '따위' 라고 하니까 말이죠. ㅎㅎ
그쵸, 밤에 걷는 거 엄청 좋죠? 주변에 걷는 사람이 많아도 또 없어도 그 나름대로 좋은 것 같아요. 걷는것도 좋고 밤도 좋은데 밤에 걸으면 진짜 짱이죠.

김석훈에 대해서라면
"제가 사귀어보고 어떤지 말씀드릴게요."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했어요. ㅎㅎㅎㅎㅎ

일전에 세바퀴에 김석훈 나온적 있는데 그때 조혜련이었나, 아무튼,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하는데 되게 쉽게 알려주더라구요. 그때 저는 또 뿅 가가지고 ㅎㅎㅎㅎㅎ 나도, 나도 전화번호 줘. 라고 말하고 싶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전화번호를 알아도 먼저 연락하지는, 음, 아마도, 못할 것 같아요.

어제(일요일)는 이유리가 김석훈한테 가끔 전화해도 되냐고 물어요. 김석훈은 궁금한거 있으면(이유리는 편집일을 배우고 싶어하죠)전화하라고 하죠. 이유리는 그럴때는 물론 전화하겠지만 아무 이유없이 전화해도 되냐고 물어요. 아 저 진짜 그때 이유리 왕존경!! ㅎㅎㅎㅎㅎ 아 눈물나. ㅠㅠ

건조기후 2011-03-28 12: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ㅎㅎ 앞의 꺼만 ;
어쨌든 안 그래도, 연예인이긴 하지만 들은 얘기 쓰기 좀 껄쩍지근해서 썼다 지웠다 했어요. 근데 제가 김석훈 볼 때마다 되게 묘하게 웃긴 기분이 되는 걸 표현하자니 ㅋㅋ
그러고보니 김혜수 얘기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김혜수와 김석훈이 커플로 나온 드라마도 있었어요 아주 옛날에.. 그 때도 엠비씨 주말드라마였던 거 같은데. 이거 꽤 열심히 챙겨봤었는데 기억은 거의 안 나요 하하.

다락방 2011-03-28 16:08   좋아요 0 | URL
김혜수랑 김석훈이..커플? 아 상상이 안돼요. 하핫
김석훈은 다락방이랑 커플이었으면 좋겠어요. ( '')
저는 분명 사춘기 소녀시절에 반항아적 이미지의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보니 아니었나봐요. 전 범생이 스타일, 바른생활 스타일에 끌리는가 봐요. 아우. 김석훈은 젓가락질을 잘할까요? 젓가락질 잘하고 양복입고 밥 해주고 걷자고 해주고 막 이러면, 대체, 그런 남자를 어떻게 거부하죠?
전, 무너질거에요. 거부 못해요.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사랑을 위하여(원제 Dying young)]에서는 병에 걸린 남자와 간병인 여자가 등장한다. 이 영화를 본게 이십년 가량 되어서 당연히 모든 장면들이 기억나진 않지만, 사춘기 시절 유독 기억에 남았던 한 장면은, 당연히 한집에 머무르는 간병인 여자의 침실로 한밤중에 남자가 찾아가는 장면이다. 남자는 여자가 홀로 잠들어 있는 침실에 찾아가 같이 자고 싶다고 말한다. 섹스를 의미하는게 아니라 단순히 함께 잠드는 것. 그러자 여자는 자다가 깨어서는 자신이 누웠던 자리를 그에게 내어주며 자신은 옆으로 몸을 이동한다. 남자가 그녀의 침대에 누웠을 때 그 자리는 여자가 잠들어 있던 자리라 따뜻했을 거다. 나는 이 장면이 정말이지 무척 좋아서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는데, 그 장면 하나로 모든게 녹아있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옆에 눕고 싶다고 했는데 거부하지 않았고, 따뜻한 자리를 그에게 내어 준다는 것, 물론 그녀와 그는 간병인과 환자 사이이긴 했지만, 참으로 따뜻한 장면이 아닌가. 그 침대에 누울 때 남자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마가렛 타운이, 이 책속에서, 그걸 한다. 내가 늘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스물 다섯밖에 안됐는데, 한다. 아, 질투나. 

"마가렛, 내가 담당하는 과목은..."
그때 매기(마가렛의 애칭)가 내 말허리를 자르고 끼어들었다.
"당신 피곤해 보여요."
매기의 말을 듣자 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맞아. 나 피곤해."
내가 말했다.
"자고 싶으면 여기서 자도 돼요."
매기가 말했다.
"그 침대에서 같이 말이야?"
나는 기가 막혔다.
"네, 이 침대에서요."
그래서 나는 그 말대로 했다. 그런 제안을 날마다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나는 그 다음 날, 즉 금요일 오후에 잠에서 깼다. 깨어보니 매기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 잤어요?"
매기가 물었다.
"응."
나는 하품을 했다.
(pp.16-17) 

 

 

 

 

 

 

 

사실 이 책은 그다지 크게 재미있지도 않고, 이 책속의 여자주인공 마가렛 타운은 내게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데, 여자가 남자를 사랑할 때 나타나는 증상들을 그녀가 책속에서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예쁜 구두를 신고 남자를 만나는 일 같은것. 

매기는 나를 발견하자 웃음을 터뜨리며 내 이름을 불렀다. 매기는 내가 그녀를 먼저 볼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예쁜 구두를 신고 나오길 잘했네."
매기가 말했다.
"외출하려던 참이었어요. 원래는 방한화를 신고 있었는데 출발하기 직전에 신발을 바꿔 신었어요."
(중략)
"헤어진 남자 친구나, 아무튼 근사하게 보이고 싶은 남자를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당신일 줄은 몰랐어요."
"나를 만날 거라는 걸 알았더라도 예쁜 구두로 갈아 신었을까?"
매기는 고개를 꼿꼿이 쳐들더니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네, 그랬을 거예요."
천천히 번지는 그 미소. 아, 정말 날 미치게 했다.
(pp.12-13) 

매기는 스물 다섯에 벌써 그런걸 느끼고 있었구나. 좋아하는 남자를 만날 때는 예쁜 구두를 신고 싶다는 걸. 나는 스물 다섯에 힙합바지..입고 다녔는데. 나는 스물 다섯에 고무줄치마..입고 다녔는데...늘어진 면티를 입고 남자를 만났는데..긴 청바지 반으로 싹둑 잘라서 입고 다녔는데...쪼리..신고 다녔는데...아빠는 내가 거지꼴이라 날 길에서 만나도 아는 척 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는데...좋아하는 남자를 만날때 설레이는 마음으로 예쁜 구두를 신고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건 나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최근에야 그런 생각을 했는데. 매기는 나보다 십년 먼저 그런걸 알고 있었구나..내가..많이 무디구나...애가..둔하구나... 그래서 내 스물 다섯에는 아무도 내 미소를 보고 미치지 않았구나..... 그런데.. 예쁜 구두를 신고 만나러 간 남자도 안미치던데? 날 내버려두던데? 구두, 탓은 아닌거구나.

매기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현관에 불을 켜 놓겠다고 말할줄 아는 여자다.  

"당신을 위해 현관 불을 켜놓을게요, N. 어두우면 우리 집을 찾기 힘들거든요."
"내가 언제 돌아간다고 정확히 말 안 했잖아."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켜둘 거예요."
매기가 말했다.
(p.127) 

매기는 N을 사랑하고 N도 매기를 사랑한다. 그러나 매기는 N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때때로 여자가 남자에게서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얼마나 강하게 욕망하는지, 남자들은 모른다. 설사 가까스로 일깨워줘도 쉽게 까먹는다. 머저리들..그래서 모든 매기-이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왜 모든 매기라고 하는지-를 사랑하는 N 도 매기를 서운하게 한다. 

"당신은 무슨 생각인지도 말 안 하고 내 손가락에 노끈을 묶어줬어요. 우리가 처음 같이 잔 다음에도 두 달이나 전화 한 번 안했고요.(욕나와..) L 에 대해서도 한 마디도 안 했어요. 그리고 당신 자신에 대해서는 또 어떻고요? 난 당신 누나를 딱 한 번밖에 못 만났고 당신 부모님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전혀 몰라요. 당신은 비밀투성이예요. 난 당신 중간이름도 몰라요. 난 당신 이름하고 성만 알지 다른 건 하나도 모른단 말이에요." (p.132) 

이 때의 매기의 서운함과 울분이 나는 뭔지 너무나 잘 알 것 같아서 같이 막 속상해하며 읽고 있는데 이 남자, 아우, 이런다. 

"티모시야." (p.132) 

아! 뭘 더 어떻게 말해야 할까. 갑자기 또 사랑하게 된다. 씨양. 매기는 자신이 화냈다는 것도 잊고 티모시, 하고 따라서 말해본다. 아우.. 얼때는 꽁꽁 얼지만 녹을때는 봄 눈 녹듯 녹아버리는 여자의 마음이라니. 흑. 나는 매기가 정말 별로 안좋은데, 매력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매기가 내뱉는 말들이 다 내가 내뱉는 말들 같다. 이런것도. 

"보면 알겠지만 나, 당신에 관한 것은 거의 다 기억하고 있어요." (p.228) 

당신에 관한 것은 거의 다 기억하는 거, 이건, 머리가 좋아서는 결코 아니다.  

친구가 우유에 타 먹으라고 핫초코 믹스를 보내줘서 오늘 출근길에 우유를 사왔다. 그런데 우유를 전자렌지에 데우러 가기가 정말 너무 귀찮아서 그냥 우유만 마셔버렸다. 맛없어라. 

마지막으로, Dying young 에서 여자와 남자가 춤출 때 흘러나오던 음악, all the way. 춤 추는 영상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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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03-2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달간 어그만 신다가 이제 구두를 신어야하는 계절이 왔는데 두려워요 다락방.
난 발을 아프게 하는 구두가 미워요. 흑흑...ㅠ_ㅠ


그래서 얼마전부터 운동화 신고 다녀요. ㅡ.ㅡㅋ


다락방 2011-03-23 17:44   좋아요 0 | URL
퇴근 준비는 안하고 왜 알라딘에 와있어요!! 얼른얼른 퇴근준비하고 칼퇴근 합시다!!
난 며칠전부터 짬부츠 벗어버리고 구두 신고 다니고 있어요. 뭐, 남자 만나고 사는 것도 아니니까 예쁜 구두 말고 그냥 구두 신고 다니고 있는데, 뭐 어쨌든, 신나요! >.<

무해한모리군 2011-03-23 18:17   좋아요 0 | URL
전 오늘도 까만색 정장에 깜장 코트입고 토끼털 목도리까지 둘렀는데 흰 운동화 신었어요..
제 발이 편해서 짜증을 안내야 우주가 편안한 법이지요.. 암!

다락방 2011-03-24 08:31   좋아요 0 | URL
전 하도 구두를 신었더니 구두 신었다고 발이 불편하진 않아요. 뭐 불편한 구두도 간혹 존재하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춥다고 해서 코트 입었어요. 무슨 3월말이 이래요? ㅜㅜ

브론테 2011-03-23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퇴근해야 하는데 지쳐서 널부러져 있는 중....

다락방 2011-03-24 08:57   좋아요 0 | URL
전 출근했는데 지쳐서 널부러져 있는 중.....

굿바이 2011-03-2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노래 all the way는 말입니다, 정녕 이 노래는 말입니다, 이렇게 우연하게 들으면 안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 all the way는 제게 시각화된 노래,입니다.
제 첫사랑과 처음 손을 잡던 1995년 어느 봄 날, 가로등 아래 어린 꽃나무 떨고 있던 그 날, 그 날이 봉인된 노래라는 말입니다. 다른 연주곡도 많았는데, 하필 이 느끼한 노래가 그 순간 흘렀더란 말이죠. ㅜㅜ 엉엉 ㅜㅜ


다락방 2011-03-24 09:13   좋아요 0 | URL
1995년, 굿바이님은 첫사랑과 처음 손을 잡았군요! 1995년, 저는 그때 만약 남자친구가 있었다면 아마도 날나리로 불리지 않았을까 싶었을 고등학생 때네요. 수능 공부..하고 있었겠어요. 하핫. 그때의 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못생겼더랬어요.
시각화된 노래, 아우.
저도 갑자기 어떤 노래에 대한걸 막 쓰고 싶어졌는데, 그 노래는 어디서도 만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노래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으므로 말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 노래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내밀한 것처럼, 저의 내밀한 노래가 되어버렸거든요. 그래서 쉿, 말하지 않겠어요. 그건 저의 비밀이에요.

무해한모리군 2011-03-23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첫사랑을 처음만난 날 거의 모든 걸 기억하고 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마디 한마디 표정 몽땅 다!

다락방 2011-03-24 09:10   좋아요 0 | URL
저는 첫사랑을 처음만난 날의 기억은 없어요. 저는 가장 최근에 사랑한 사람에 대한 걸 기억해요, 대신. 아 저 지금 제가 뭘 기억하는지 줄줄이 읊고 싶었는데 갑자기 심장이 와락 조여와서 쓰지 않는게 나을 것 같아요. 그걸 쓰고나면 저는 하루종일 휘청댈 것이므로. ㅠㅠ

마노아 2011-03-23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음악을 많이 선물받은 날이에요. 나는 오늘 일찌감치 서둘러서 샤콘느를 틀어놓고 우아하게 빵 반죽을 만들었어요. 달콤한 향이 났고요. 그 놈의 밥통이 배신만 안 때렸어도 나의 오늘 요리는 환상이 될뻔 했지요. 분노의 설거지를 마치고 샤콘느 대신 더티 댄싱을 들었어요. 그랬더니 나의 거친 호흡에 딱 적당한 노래들이 나오던걸요. ^^
오늘은 접영에 대한 감이 조금 온 것 같아서 수영을 마치고 무척 흡족했어요.
그런데 이 노래를 들으니 불현듯 외로움이 치소는군요. 오늘 마무리 좋았는데 급 쓸쓸해요...ㅜ.ㅜ

다락방 2011-03-24 09:09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은 언제나 제 서재에 들르면 웃어야 하는데 이 날은 쓸쓸하게 만들었군요. 흑흑 ㅠㅠ
난 트와일라잇의 그 춤출때 나오는 음악을 틀어놓고 집에서 혼자 이리저리 움직여본 적이 있어요. 입으로 흥얼거리면서요. 별로 쓸쓸하지 않았어요.
오늘 아침에는 샤콘느를 들었고 패트릭 스웨이지의 she's like the wind 를 따라 불렀어요. 나는 중학교때 더티댄싱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미친듯이 들으며 다녔거든요.
아, 저는 마노아님의 쓸쓸하다는 이 댓글을 읽으니 갑자기 어떤 기억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떠오르면서 쓸쓸해지기 시작하네요. ㅠㅠ 잠시동안 추억에 빠져 허우적대야겠어요. ㅠㅠ

하루 2011-03-23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기억해요. 전 남자 주인공이 줄리로버츠 면접을 보던 장면을 지켜보던 장면이 기억나요.
그 장면에서 여자는 굉장히 불쾌해했고, 남자 주인공이 설명을 하고 사과를 하고
그렇게 둘이 처음 마음을 열었던던 장면으로 기억해요. 아 새록새록.

다락방 2011-03-24 09:06   좋아요 0 | URL
하루님의 댓글을 읽으니 저도 그 장면이 어렴풋이 생각나요. 전 이 영화를 볼 당시에는 그다지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다 보고 시간이 흐른 후에 저 위에 쓴 침대 장면이 자꾸 생각나요. 그 장면이 무척 좋아서요. 그리고 춤추던 장면과 all the way 도 말이지요. 그러고보면 이 영화는 제게 좋은 영화였는가 봐요.
아, 전 영화가 정말 좋아요! >.<

kimji 2011-03-2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이 음악. 굿바이님처럼 '이렇게 우연하게 들으면 안 되는 노래'입니다. 첫사랑과 손을 잡았던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이 음악은 이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만나다니요.

음악 듣고 있으니, 춤추고 싶네요. 저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전혀 못 느꼈을 텐데... 나이 드니까, 이래요. 난 이 영화 중에서 기억에 나는 장면이 딱 떠오르는데, 무슨 장면인지는 안 쓸래요^^
음악 잘 듣고 갑니다!

다락방 2011-03-24 09:04   좋아요 0 | URL
이 음악 참 좋지요? 전 영화속에서 남자랑 여자가 춤추는 장면이 정말 좋아요. 일전에 올려주셨던 [댄싱 히어로]의 댄스 장면도 그렇고, 이 영화속에서도 그렇고요. 또 [트와일라잇]에서도 마지막 춤추는 장면이 저는 아주 무척 좋아요. 그때의 음악도 좋고. 영화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는 여자가 좋아하는 락그룹의 노래를 남자가 듣게 해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여자가 신나하고, 그 신나하는 장면을 남자가 보면서 좋아하던 장면 같은 것들이 좋아요. 같은 음악을 듣고, 그 느낌을 공유하고, 그 음악이 흐를때 같은 공간에 있고 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아주아주 특별한 일이에요, 김지님.

김지님에겐 무방비 상태에서 만난 음악, 그러나 제겐 의도적으로 올린 음악이네요.
:)

Mephistopheles 2011-03-24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음...힙합바지로 땅바닥을 질질 끌며 늘어진 면티를 입고 와썹 푸쳐 핸섭...컴온 맨...하시는 다락방님을 아주 잠깐 상상.......(그림이 잘 안그려지는군요..)

근데 저 영화 '요절'은 아주 팍삭 망해버렸어요. 일단 포스터부터 욕을 된통 먹었어요. 두 명의 배우가 시선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전 이 영화에서 케니 G의 음악만 생각난다는...

그리고 영화의 남자 주인공....제대로 늙었더군요..세월의 무상함이란..허허허..

다락방 2011-03-24 09:0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그렇지만 저는 힙합을 부르며 다니지는 않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스트림만 줄창 듣고 다녔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케니지의 음악은 정말 좋아서 아주아주 유명하잖아요. 저도 그 음악이 좋았는데 이 노래 all the way 도 무척 좋더라구요. 영화 볼 때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더 좋다고 생각되어지는 노래였어요. 아주 분위기 있는 노래. 흣.
저도 어제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캠벨 스콧이었던가, 하면서 검색해봤다가 깜놀했어요. 아니야, 난 이 남자를 그 영화에서 본 적이 없어. 이건 사실이 아니야...라고 생각했답니다. orz

비로그인 2011-03-24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센티짜리 힐을 샀어요. 베이지가 섞인 연한 흰색의 느낌에, 자잘한 갈색과 베이지 조합의 얼룩무늬가 있고, 브라운 컬러로 라이닝 마감 된, 한 일주일 뒤부터 신으면 좋을 듯한 구두. 도로시 구두, 재투성이 아이(신데렐라 라고도 하죠)의 구두,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의 구두, 구두는 내게 아주 중요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다락방 2011-03-24 09:00   좋아요 0 | URL
저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구두가 있어요. 그런데 가장 예뻐요. 신을때마다 내가 예쁜 여자라고 생각되어져요. 그 구두를 신고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러 간 적이 있어요. 아주 잠깐 동안 그를 만났고, 그는 아마도 내 구두를 보지 못했을 거에요. 혹은 보지 않았거나. 원래 데이트할 때 남자들이 여자의 구두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으니까요. 아니, 신경쓰는 남자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데 저는 그날의 저와, 제 옆에 서서 제게 작별인사를 하던 그가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때 제가 입었던 옷과 구두, 그때 그가 입었던 옷, 그 모든게 선명해요. 그때의 저는 완전한 여자였고 그때의 그는 완벽한 남자였죠. 그 날을 생각하면 저는 지금도 두근두근해요.

차좋아 2011-03-24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의 기억력이란 대단한 걸요~ㅎㅎ

'사실 이책은 그다지 크게 재미있지도 않고...' 라고 안 하셨음 보고 싶어 고민 좀 했었을 책이네요. 요즘 연애 소설 좀 읽고 싶은 나날들이거든요(응?)

다락방 2011-03-24 08:57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남자분이 쓴 이 책의 리뷰도 읽어보시고 이 책을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시는 건 어떨까요.
http://blog.aladin.co.kr/turnleft/4538382

그리고 차좋아님, 연애 소설을 읽고 싶은 나날들이라면, 혹시,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읽어 보셨습니까? 일단, 그걸 읽으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훗.

차좋아 2011-03-25 09:26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turnleft/4538382<---프린트 해서 조곤히 읽어 보겠어요.ㅋㅋ
(아침에 심심했는데ㅋㅋㅋ 재밌겠다^^)

다락방 2011-03-25 09:32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히 금요일이에요 차좋아님. 꺄울 >.<

섬사이 2011-03-2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왜 구두를 못 신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전 코가 뾰족하고 굽이 늘씬하게 높은 구두를 도무지 못 신겠어요.
20대에도 그랬고, 30대에도 그랬고, 40대인 지금도 그래요!
그런 구두를 신을 줄도 모르는 여자랑 30년 가까이 알고 지내오고
게다가 결혼까지 한 울집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졌어요.
난 좀 우아해져야 할까 봐요. 가능....할..까..요...?

다락방 2011-03-24 14:51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구두는 남자가 나를 사랑하게 하는데 아무것도 도움이 안돼요. 그러니까 예쁜 구두를 신어봤자 남자가 나를 더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구두를 안신었다고 남자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죠. 전 슬리퍼 신고 나가도 저 좋다고 하는 남자도 봤고 예쁜 구두를 신고 떨리는 마음을 가득 안고 나갔는데도 저따위 안중에 없었던 남자도 알고 있죠.
섬사이님은 지금도 충분히 우아해요. 그리고 남자들은 구두에 신경쓰지 않아요. 구두는 여자들의 자기 만족인것 같아요. 조금 더 긴장하고,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자기 만족이요.
그런 구두를 신을 줄도 모른다는건 전혀 삶에 지장도 없을 뿐더러 약점도 아니에요. 그냥 지금처럼 살아가셔도 된다는 처방을 저는 강하게 내려드리고 싶습니다.
문제는요, 섬사이님,
섬사이님이 아니라,
제가 예쁜 구두를 신고 떨리는 마음을 안고 나가봤자 절 안중에도 없어하는 남자에요. 그 남자가 문제인거에요.

2011-03-30 0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1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