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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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나는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방울을 달았다. 골목 밖으로 취객의 느린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눈알이 빠질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다, 그만 방울 자루를 건드렸다. 자루가 입을 벌려 쓰러졌다. 갇혔던 물이 터지듯 수천 개의 방울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p.192) 
 
   

현실을 반영한 소설에서 그것을 가장 리얼하게 설명할 수 있는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들에 대한 묘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방울 자루를 건드려 바닥으로 쏟아지는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는가. 여자가 백숙집에서 일하면서 몸을 파는 것에 대한 행위가 차마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기 끔찍해  미적미적 하다가, 방울을 바닥으로 쏟는데서 그만,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구나 하고 무섭게 깨달을 수 밖에 없다. 나는 물론 아름다운 문장을 좋아하지만, 그 문장안에 아주 많은 뜻을 담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사소한 일상을 곳곳에 숨겨놓는 것도 좋아한다. 손에 잡힐 듯해서. 작가는 언제고 방울자루를 건드려 쏟아본 적이 있는걸까?  


이 책에서 여자는 차마 죽을수도 그렇다고 계속 살기도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다. 공부하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아니 자신의 가족이 '먹고 살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틈틈이 몸을 판다. 몸을 팔지 않고서는 도무지 생활이 유지될 수가 없다. 남편은 시험에 번번이 낙방하고, 돈은 모이지 않고, 아이는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삶이 지겹고 끔찍하다. 그 삶이 너무 끔찍해서, 더 나쁜것을 상상해보고 그래도 이게 최선이구나, 싶을 때 쯤 어김없이 상상하지도 못한 더 끔직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서, 책을 읽다보면 신경질이 난다. 대체 이 여자더러 살라는거야, 말라는거야. 이 여자한테 어떤식으로 어떻게 희망을 주느냐고. 그런데 이 여자가, 잠시잠깐, 삶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는 순간이 온다. 

   
  죽을 게 아니라면 살아야 했다. 살 것이면 제대로 살아야 했다. (p.155) 
 
   

그래, 그러자. 이 여자야, 좀 살아보자. 살다보면 좋은날도 오지 않겠어? 그러나 이렇게 말하기가 무안해진다. 삶은 확실히, 가난한 자들의 편은 아니다. 삶은 분명히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까지 돌보려고 하질 않는다. 삶은 그러니까 늘 제 맘대로 흘러간다. 아무리 간곡하게 더 나아지게 해달라고 빌어도, 울어도.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우리는 굳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늘 알고 있다. 뉴스를 봐도 신문을 봐도 끊임없이 말해주지 않는가. 그러니 이 소설속의 여자가 사는 삶이 단지 소설속의 일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현실을 살고 있음이 분명한데. 이 책을 읽으며 독자가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내고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건 그만큼 그것이 현실임을 알고 있다는 뜻일테다. 

작가의 전작들중 나는 단편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실린 단편 「손」을 좋아한다. 그 단편은 그녀의 소설 『나쁜피』와도 그리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실린 다른 단편들과도 또,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에 실린 그녀의 단편 「키즈스타플레이타운」과도 다르다. 그 단편은 가장 나직했고 가장 외로웠다. 그녀가 극한으로 표현해내는 다른 글들보다도 오히려 더 여운을 남겼다. 그 작품이 너무 독특해서 나는 읽으면서 작가가 이런식의 작품을 더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슬픔을 표현하려고 했다면 또 인생이 얼마나 힘들고 무서운지를 말하려고 했다면 그녀는 그 모든작품들에서 성공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좀 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스스로도 정확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어 많이 망설여지는데, '좀 더 갈 수 있는 데' 가 '문학적 깊이와 완성' 을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재미를 느낀다는 것, 책에 흠뻑 빠져들어서 분노를 하고 울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는 것은 분명 그 책이 이야기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그 이야기들을 읽기 좋은 문장으로 써냈다면 금상첨화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이 두가지를 다 잘해냈다. 이야기에 집중하게 했고, 허투로 읽히는 문장도 없다. 그러나 나는 좀 욕심이 난다. 책장을 덮었을 때, 그 뒤에 무엇을 줄것인가. 왜 그 뒤를 '좀 더' 책임을 지지는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소설이 나를 건드려주기를 바란다. 읽으면서 인상을 찡그리게 하고 눈물을 닦게 했다면 읽고 나서는 무언가 와서 가슴에 박히기를 원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만이 아니라 읽고 나서도 여전히 칼로 배를 쑤신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이 주는 여운 때문에 사람들과 더 이야기하고 싶게 만들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작품은 '고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 후의' 감상에 대해서라면 좀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좀 더 해보자는 거다. 좀 더.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좀 더 해보자고. 별 셋이야,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제 끝이지, 하는게 아니라 이봐, 별을 넷밖에 못 주겠잖아, 다섯개 왜 못주게 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해봐, 라고 자꾸 부추키고 싶은 것이다. 모든 책이 '깊이'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또 그 '깊이'라는게 사람마다 느끼는 부분이나 잡아내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책이 '좀 더' 깊이 있을 수 있는 책인것 같은데 거기까지 다다르지 못한 것 같아 내내 아쉽다.  

김이설 작가님, 

조금 더 해봅시다. 조금 더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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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7-0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조금 더. 조금 더. 하는 다락방님의 격려가 막 들리는 것 같아요. 저도 더 갈 수 있는 그 곳이 어딘지,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오늘 주문합니다. ^^

다락방 2011-07-04 12:29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이 책은 조금만 더 가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질 못한것 같아서 아쉽더라구요. 그런데 앞으로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책을 읽으시면서 푹 빠져드는 문나잇님이시니, 아마도 이 책을 읽으시면서 많이 힘드실 것 같아요. 마음 단단히 여미시고!

네꼬 2011-07-0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김이설 작가는 좋겠네. 이런 독후감 편지라면 작가도 감동하겠어요. (나 이 책 읽진 않고 여기저기서 얘기만 듣고 있는데 엄두가 안 나. ㅠㅠ)

다락방 2011-07-04 12:3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제가 웬만하면 알라딘에 리뷰는 안쓸라고 하는데 이 작품이 참 아쉬워서, 이 말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네꼬님. 뭔가 어휘력이 풍부하고 문장구사력이 뛰어나다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지금 제 리뷰도 부족하게 느껴져요. 누군가 딱 들어맞는 표현을 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엄두가 안나는 네꼬님, 저는 차마 읽어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어휴..

무스탕 2011-07-0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우리동네 도서관에 신청하고 왔어요. 다락방님의 주문은 힘이 있어요!

다락방 2011-07-04 12:32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박범신의 [비즈니스] 읽으셨어요? 전 그 책과 이 책이 비교되더라구요. 아마도 아내들이 몸으로 돈을 버는 소재 때문인가 봐요. 비즈니스는 그러나 환상쪽이라면 이 작품은 끝끝내 현실이에요.

무스탕 2011-07-05 09:44   좋아요 0 | URL
비즈니스는 다락방님 덕분에 잘 읽었죠 :)
환상과 현실이라..
환영이라는 제목을 들었을때 <환영=어서오세요> 인지 <환영=헛것>인지 잘 모르겠었는데 여전히 모르겠네요. 읽어봐야 아려나봐요.
아,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 박범신의 '촐라체'에요. 박범신 퍼레이드네요 ^^

다락방 2011-07-05 10:14   좋아요 0 | URL
저는 비즈니스에서 그 도둑이 '환상적인'존재 같더라구요. 여자주인공은 그 도둑이 '상큼'하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 그건 작가의 로망이었던 것 같아요.
이 책에서의 환영은 아마도 '어서오세요'의 환영일 겁니다. 시 경계의 어서오세요, 라는 간판을 여자가 간혹 보는 그 장면이 나오거든요.

2011-07-04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1-07-04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도 바로 이런 거였어요! (살짝 묻어가기...)

다락방 2011-07-04 17:10   좋아요 0 | URL
뜨거운 순대가 먹고 싶어요. 흑흑 ㅠㅠ

2011-07-04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1-07-0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지는 방울 자루와 '환영'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립니다. 다음에 이 책을 읽게 되면 저 방울 자루가 언제쯤 나오나 기다리며 읽을 듯해요. ㅎ 그래서, 일부러 페이지 표시는 건너뛰고 안 봤습니당~

작가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이런 리뷰, 아..사랑스럽네요. ^^

다락방 2011-07-05 12:55   좋아요 0 | URL
이히히히 사랑스럽다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달사르님. 방금 점심 먹고 후랑크쏘세지 길쭉하게 들어간 패스츄리도 하나 덤으로 먹었어요. 일종의 디저트..랄까요. 오늘은 무척이나 소세지가 먹고 싶더라구요. 하핫.

달사르님은 점심 드셨습니까?
:)

달사르 2011-07-07 20:4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배부를 때가 젤루 기분좋은거 같애요. 점심 먹고 나서 돌아서자마자 또 먹는 디저트. 캬..정말 맛있지요. 게다가 소세지라면 더욱더. 흐릅..

먹는 이야기가 있는 댓글 공간이라서 아주 화목한 느낌입니다요. ^^ 저도 오늘 저녁 먹고 또 빵으로 간식을..헤헤헤

2011-07-07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3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트랜스포머 3 -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남자사람<범블비<옵티머스<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솔져 떼거지..반했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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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7-0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m coming for you.
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마노아 2011-07-0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영화 3D로 보았나요??

다락방 2011-07-03 23:35   좋아요 0 | URL
아뇨. 전 3D 를 싫어하는 여자사람인지라... ㅎㅎ

moonnight 2011-07-04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블비 너무 귀여워요. >.<
오토봇이랑 디셉티콘 변신하고 전투하는 모습만 하이라이트로 편집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카랑 보게. ^^

다락방 2011-07-04 11:13   좋아요 0 | URL
샘이 부르면 충실하게 대답하는 범블비가 완전 좋아서 갖고 싶어요. 나도 그런 로봇하나 있었으면. ㅜㅜ

네꼬 2011-07-0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젯밤에 계속 웃었잖아요.

다락방 2011-07-04 12:26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알라딘 리뷰 보니까 사람들이 다 별 한개나 두개. 나처럼 좋아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더라구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여기엔 나를 반하게 하는 행동이나 멘트가 너무 많이 나와 정신을 차릴수가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1-07-0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엉덩이가 아팠어..;

다락방 2011-07-04 13:21   좋아요 0 | URL
너무 길어서? 난 한장면도 놓치기 싫었어요. 언제 멋진 장면이 나타날지 몰라서. 솔져들이 박쥐처럼 빌딩 사이를 날 때 기절하는 줄 알았음. 눈에서 하트가 뿅뿅 ㅠㅠ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다. 지난주 일요일에 본 [나는 가수다]의 2차경연 중간점검 무대의 박정현이 얼마나 여성스럽고 예뻤는지(좋아한다는게 아니라) 얘기하고 싶고, 다음 생에 아이돌 가수로 태어난다면 씨스타의 보라로 태어나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도대체 어떤 문장으로 정확한 얘기를 할 수 있을지 몰라 리뷰를 쓰다 멈췄지만 『환영』의 김이설 작가에게도 조금 더 해보라고, 그러니까 뭘 더 해보라고 해야하는건지 그걸 모르겠는데, 암튼 조금 더 해보자고 자꾸만 얘기하고 싶다. 내가 당신과 사귀는 사람을 좋아할 필요는 없잖아요, 라고 말하는 수키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다. 나한테 전화한걸 보니 너는 뭔가가 끝장났다는 걸 육십프로쯤 짐작할 수 있다는 친구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고, 그와 결혼한건 행운이고 인생의 목표였다고 말했다가 몇년 후엔 내가 미쳤었지, 라고 말했던 한 여자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다.  그렇지만 다 생략하고 오늘은, 상반기의 독서에 대해서만 얘기하겠다. 상반기에 출간된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상반기에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의 읽었던 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 출간은 언제됐든 나는 전혀 관심없다. 나는 사실 세상의 모든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자, 어찌됐든,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하자.   

 

* 문장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놀라운 힘 

'필립 베송'의 『포기의 순간』은 책 한권이 모두 아름답다. 처음에는 주저주저 하다가 읽어가다 보면 그 아름다움과 적막함과 건조함에 이끌린다. 이 책이 가장 놀라운 건 문장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의 

「루크 혹은 구원」이란 소제목을 보는 순간,  

그 순간, 그 구원이 나에게 느껴진다는 거다. 구원받은 느낌, 그 느낌을 내가 문장들에 이끌리다가 받게 된다는 거다. 구원을 받는게 단순히 글을 읽는 행동으로 이해가 되다니. 나는 아직도 이럴 수 있었다는 게 놀랍다. 

가만히 앉아서 조용하게 문장들을 읽다가 누군가 구원받는 순간을 목격하고 싶다면, 그 느낌으로 안도하고 싶다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내 소중한 책들만 모아둔 그 한칸의 책장, 거기에 꽂혔다. 그 책장에 새로운 책을 꽂은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 당신의 모든 책을 읽어보겠습니다. 아, 그렇지만 천천히요. 

상반기 최고의 책은 '존 쿳시'의 『추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장을 덮고나서 얼마나 오랫동안 이 책으로부터 빠져나오질 못했는지. 무릇 문학이 갖는 힘이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다. 내가 세상을 바꿀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이 세상을 다 뒤엎어 버릴수는 없겠지만, 이 세상이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바로 그 지점. 혹은 한 개인의 삶이 이보다는 더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바로 그것. 내가 아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다른 누군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 그것이 내가 문학에서 찾는 의미이고 의의인 것 같다. 그 책을 『추락』은 얼마나 잘해줬는지.  

손끝이 부들부들 떨리는 잔혹하고 무서운 결말 때문에 나는 이런책엔 별 하나밖에 줄 수 없어, 라고 말해보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자 그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별은 다섯이 되어버리고야 만다. 그 시대, 그 장소, 그 상황에 처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다른이의 삶에 함부로 말할 수 없는게 아닐까. 무섭고 슬프고 충격적인 소설이다. 존 쿳시의 다른 책들도 모두 그러할까?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코맥 매카시' 의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도 결코 놓치고 싶지 않다. 그가 보여주는 끔찍한 현실과, 그 현실에서 살고 있는, 그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보고자 하는 인간들을 나는 계속 만나고 싶다. 

   

 

* 소설가가 된다면 이런 소설을 쓰고 싶어요. 

'줌파 라히리'를 알기 전까지의 나는 누군가 어떤 소설가처럼 글을 쓰고 싶냐고 물으면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다니엘 글라타우어'라고 말했더랬다. 그러나 줌파 라히리를 알고 나서는 줌파 라히리라고 답한다. 그건 지금도 변함없다. 나는 줌파 라히리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줌파 라히리가 써내는 소설, 바로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 『축복받은 집』에 실린 모든 단편들, 그런 글들을 쓰고 싶고, 가장 쓰고 싶은 건 『그저 좋은 사람』에서의 「지옥-천국」같은 단편이다. 사랑은 사랑하는 그 순간, 그 잠깐의 순간에만 아름답다고 나는 글로 보여주고 싶다.  

그러나 '수키 김'을 읽어서 올해 상반기에는 잠깐동안 수키 김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기로 했다. 내가 세상에 단 한권의 책만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수키 김의 『통역사』같은 소설을 써보고 싶다. 이 책 단 한권이라면, 나는 죽기전까지 내내 뿌듯할 수 있을 것 같다. 

 

 

 

* 재미와 흥분과 먹먹함이 모두 이 책 한권에. 고마워요. 

나는 읽으면서 재미있고 흥분을 시키되, 책장을 덮고 나면 사라지는 책에 대해서는 사실 그다지 좋다고 말하지도 않고 추천을 하지도 않는다. 누군가 묻는다면 그저 재미있다, 고만 말하는 정도지. '더글라스 케네디'의 『위험한 관계』도,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도, 정말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모른다. 시간가는 줄 모를정도로 한번 책장을 펼치자마자 멈출 수가 없었다. 책 내용에 흠뻑 빠져들었다. 물론 어떤 책들은 재미도 감동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므로, 이정도의 재미만 보장한데도 아주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토록 재미있게 읽었어도 결코 별 다섯을 줄 수가 없다. 나는 그것보다 더한것까지 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러나 '마이클 코넬리'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달랐다. 정말 달랐다. 재미있고 속도감있고, 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이 책은 재미, 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주인공 '미키 할러'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무고한 의뢰인'때문에 내내 마음이 무겁다. 미키 할러는 앞으로 내내 그 때문에 자유롭지 못할텐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반대도 안할것이고, 꼭 보겠어요. 

 '케빈 브룩마이어'의 『로라, 시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기꺼이 볼 의향이 있다 .이 책은 잘만 만들어진다면 꽤 좋은 영화가 될 것 같다. 이 세상에 혼자만 살아남은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 아니 그 이전에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영화는 일단 아름다운 소재를 찾은 셈이다. 지구상에 혼자 살아남은 로라, 그녀의 역할은 누가 하는게 좋을까 혼자 가만히 캐스팅을 해본다. 그녀는 결코 '안젤리나 졸리'나 '모니카 벨루치', 혹은 '제시카 알바' 여서는 안된다. 누가 좋을까. 강하되 여성스럽고 똑똑하며 요란하지 않은 그런 여자. 검정색 머리였으면 좋겠다. 음...  

아, 애슐리 쥬드!! 그녀가 적당하다. 

 

 

'미셸 깽'의 『처절한 정원』은 유럽에서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리고 씨네큐브에서 상영하는 그런 영화였으면 좋겠다. 보면서 관객들은 조용한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 같다. 

 

  

 

* 도무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소설도 있었지요. 

 '하재영'의 『달팽이들』은 뒤의 단편 두개가 꽤 좋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단편들이 두고두고 생각날 만큼도 아니며, 게다가 앞의 뻔하디 뻔한 단편들을 커버할 만큼의 단편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참..이 단편집에서 아무런 의미도, 재미도, 문장도 찾을 수 없다. 

'박범신'의 『비즈니스』는 신문의 한 기사에 작가의 로망실현을 버무린 소설 같다. 작가는 전작 『은교』에서도 그랬는데, 남자 주인공을 심하게 사랑하는 것 같다. 근육질의 칠십대 노인도, 그리고 '상큼한 도둑'도 일종의 판타지 같다. 이 책에서도 나는 의미도, 재미도, 문장도 찾을 수 없었다. 『은교』는 문장은 좋았는데............... 참고적으로, 이 두 책 모두 다른이들의 서평에서는 '꽤 좋은' 평을 받고 있다. 

 

 

* 출간되어줘서 고마워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영어로 번역되어줘서 고마워요. 그러니까 또 욕심이 나는데 말입니다, 

문학동네 소설 관계자 여러분들. '다니엘 글라타우어' 작품 또 번역할 생각 없습니까? 네? 네? 시도해봐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 방금 막, 추천했어요. 

 방금전에 친구가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쉬운 책으로 한권만 추천해 달라고. 딱 한권만. 사실 '쉬운 책'이라는 조건이 없었다면 나는 『포기의 순간』을 추천하려고 했지만 '쉬운 책' 이라고 해서 이 책, '어마 리 에머슨'의 『그 숲에는 남자로 가득했네』를 추천. 유쾌하고 재미있고 여자들이 읽기에는 참.. 좋다. 일단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잖아. 나도 벌목꾼이 가득한 숲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작용 말고도, 이 책을 읽으면 다른 부작용도 생기는데, 그건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진다는 것. 하아-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여태까지 계속 스테이크를 먹고 싶은 강한 욕망에 휩싸이고 있다. 중간쯤만 익힌 뜨거운 스테이크. 그것을 씹으며 틈틈이 와인을 삼키고 싶다. 그래서 손과 발이, 얼굴이, 그리고 가슴이 뜨거워졌으면 좋겠다. 

 

 

오늘은 1일이고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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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겨울에는 기모스타킹을!
    from 마지막 키스 2011-12-30 09:32 
    사람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타인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그리고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어제의 하이킥이 그랬다. 박하선과 윤계상이 선을 봤다. 박하선과 윤계상은 서로가 서로를 선자리에서 만날 생각은 전혀 없었으나 차마 거절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나가게 됐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지석과 백희진은 충격을 받는다. 서지석과 백희진은 윤계상과 박하선의 선자리에 뒤늦게 찾아가보지만, 그들은 이미
 
 
Arch 2011-07-0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말고는 제가 아는게 하나도 없어요. 통역사는 다락방이 좋대니까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 절판이라니. 암튼 상반기 결산 좋아요. 저도 일 마치는대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정현씨가 노래할 때 보이는 톤은 별로지만 점점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들이 예상외로 많다는데 관심이 가요. 난 누가 뭐가 좋고 어떤지 얘기해줘야 그걸 내가 좋은지 어떤지 알겠더라구요. 그런데 다락방은 그런게 분명해요. 호감, 비호감 말예요. 그 점 좀 부럽습니다. 게다가 금요일에 이렇게 멋진 상반기 결산을 하다니^^ 월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에 말입니다!

다락방 2011-07-01 12:53   좋아요 0 | URL
일 마치는대로 아치도 한번 해봐요. 분명 아치가 작성한 리스트의 책들은 다 내가 모르는 것들일거에요. 그쵸? 전 정현씨의 목소리도, 발음도 좋아하지 않는데, 전주에 잠깐 본 방송에서는 그녀가 참 여성스럽게 보이더라구요. 얇은 가디건 입은 모습과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모습이요. 만약 내가 남자라면 저 여자한테 사귀자고 말하고 싶다, 라는 그런식의 느낌이었어요. 또한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모습이로군, 하는 생각도 했구요. 난 결코 정현씨처럼 될 수는 없는 사람이거든요. 부드럽고 다소곳한 그런 여자로 보이고 싶은데 난 늘 너무 강해요. 후아.

저 오전에 일을 한개도 안했어요. 오늘 퇴근할때 또 어떤 마음으로 퇴근할려고 일도 안하고 이러고 있는건지 ㅠㅠ

네꼬 2011-07-0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겠어요!

다락방 2011-07-01 12:54   좋아요 0 | URL
읽으면 얘기해줘요, 네꼬님!! 히히.

하루 2011-07-0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를 어제 영화로 봤는데, 다락방님 글로 읽으면 영화와 소설은 많이 다를거 같아요.
음, 읽어봐야겠어요.
+오늘은 1일이죠. 주섬주섬.
+사진 다시 올려놨어요.

다락방 2011-07-01 12:55   좋아요 0 | URL
하루님, 링컨차는 소설의 결말이 영화의 결말과 '조금' 다르거든요. 그런데 이 조금이 기분을 확 바꿔놔요. 제가 말하는 건 '조금' 이지만 한 인간에게는 결코 조금이 될 수 없는 그런 결말이에요. 꼭 읽어보세요, 하루님. 꼭이요.
오늘은 1일이라 저도 지를 예정인데(꺄울, 6프로 할인!!) 저는 주섬주섬 담는게 아니라 이미 터질듯한 장바구니에서 절반쯤 덜어내는 작업을 이제 시작할 참입니다.
사진은 이미 보고 댓글도 달았어요, 하루님!

Mephistopheles 2011-07-0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한 권...어제 겁나게 읽었던 위험한 관계만 읽은 남자가 댓글 남기고 가요..
(그런데 에슐리 쥬드는 개인적으로 선호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배우인데.....영화를 선택하는 안목은 영..)

다락방 2011-07-01 12:57   좋아요 0 | URL
위험한 관계만 읽은 남자....아 완전 웃겨요, 메피스토님. 하하하하하하하하. 위험한 관계만 읽은 남자... 하하하하하하하. 아 완전 빵터졌네요. 점심에 먹은 나베야끼 우동이 소화될 지경입니다.
애슐리 쥬드는 저도 참 좋아하는데 왜 항상 더 앞으로 나가지를 못하는지. 그것은 영화를 선택하는 안목 때문인건지. 흐음. 애슐리 쥬드 너무 에뻐요. 흑흑

건조기후 2011-07-0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슐리 주드! 완전 좋아해요. 얼굴에 정말 많은 것이 담겨있지 않나요? 어흑

다락방 2011-07-01 12:59   좋아요 0 | URL
애슐리 쥬드 너무 예뻐요! 꺅 >.<

(이라고 써놓고 페이퍼 다시 봤다가 애슐리 '우'드라고 쓴거 보고 지금 혼자 완전 빵터졌어요. ㅋㅋㅋㅋㅋ 고쳐야지. 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1-07-01 14:05   좋아요 0 | URL
실은 저 느낌표가 그 의미도 담고 있는 거였어요 하하하. 우드 아니에요 고쳐줘요. 그런 느낌표. ㅎㅎ

다락방 2011-07-01 14:14   좋아요 0 | URL
진작 말씀을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ㅎㅎ

레와 2011-07-0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전까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데 아니 좋았는데.. 콧노래를 흥얼흥얼 거릴만큼.
찬물을 한 바가지 뒤집어 쓴 기분이야요. 알라딘 지름도 흥이 안나서 못하겠네..
젠장!

다락방 2011-07-01 13:07   좋아요 0 | URL
무슨일이에요, 레와님!!!!!

Kir 2011-07-0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슐리 주드는 미모에 연기력까지 갖췄는데, 작품 선구안을 갖지 못해서 제가 다 안타깝습니다.
매니저가 좋은 사람인지는 몰라도 능력은 별로인 것 같아요ㅠㅠ 매력적인 배우인데 아까워 죽겠습니다!!!

다락방 2011-07-01 14:16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그녀의 연기력을 입증할만한 작품을 본 기억이 없어요. 그 미모로 충분히 소화 가능한 그런 역들만 그간 맡아왔다고 보여지거든요. 그건 매튜 맥커너히도 마찬가지였어요. 그의 경우에는 너무 로맨틱 코메디에만 나와서 정형화 된 남자주인공이었는데, 링컨차로 그는 아주 다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애슐리 쥬드도 뭔가 색다른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어요. 굳이 여기있기를 고집하지 말고 유럽의 감독들을 찾아간다거나 해서 소소하지만 특별한 그런 역을 하나쯤 맡았으면 좋겠어요.

2011-07-01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1-07-0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기의 순간>에서는 어떤 최악의 순간이라고 생각하게되는 시점에서도 인생은 여전히 보여줄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았어요.

<추락>은, 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딸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남아공에서 백인 모두를 떠나게 하는 게 모든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방법은 아닐테니까. 저는 존 쿳시의 다른 책 3권을 더 가지고 있네요.

수키김이 작품을 더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예요. <로라, 시티>의 반값행사가 끝난 것이 안타깝듯이.

마이클 코넬리의 The Overlook을 읽고 있는데 방사능, 세슘 이런 것이 마구 등장하여 놀라고 있구요, 미키 할러 주연의 신작을 주문했지요.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픽처>, <위험한 관계>,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너무 친한 친구들>도 쌓여 있구요. <빅픽처> 시작했는데 흥미진진해요!

다락방님이 실망스러워 하시는 <달팽이들>과 <비지니스>를 저는 사지도 읽지도 않아서 다행이군요. ^^


다락방 2011-07-02 20:16   좋아요 0 | URL
정말 신기하고 아름다운 경험이었어요, 브론테님. 구원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그 구원이 제 가슴에 와 닿다니요. 그것이 작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 발휘 아닐까요? 내가 쓴 문장의 뜻이 읽는이에게 가 닿는다, 하는거요.
[추락]은 저도 딸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아버지도 그렇게 하지만 끝끝내 이해하지 못하죠. 저도 아마 딸을 계속 설득하려고 했을거에요. 아버지처럼요. 그러나 그것이 딸에겐 최선이었다는 그런 생각을 해요.
[빅픽처], [위험한 관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모두 참 재미있는데, 브론테님, 그 모두가 링컨차를 못이겨요. 제 경우엔 말입니다. 링컨차가 짱이에요. 코넬리가 짱입니다. 아, 그나저나 제 장바구니에 [너무 좋은 친구들]과 존 쿳시의 다른 책 한권 포함 9만원어치가 담겨져 있는데 이걸 결제를 해 말어 하고 자꾸 고민만 하면서 시간 보내고 있어요. 일해야 되는데.. ㅠㅠ

마노아 2011-07-01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펌프질도 알라딘 탑 10 안에 들거예요. 같이 읽고 싶어지잖아요. 내가 밀린 책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지속적으로 펌프질을....ㅜ.ㅜ
그나저나, 1일입니다. 그래서 뭘 질렀나요? =3=3=3

다락방 2011-07-01 22:28   좋아요 0 | URL
저 아침부터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미친듯이 하다가 결국 좀전에 집에 와서 넷북 켜고 또다시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ㅎㅎㅎㅎ
저 그 입장권 준다는 미술관 대도록 한권하고(비싸.. ㅠㅠ) 소설책 한권 샀어요. 나는 안사도 읽을책이 백권이다, 그러나 1일인데 6프로 할인을 그냥 무시할 순 없다, 이런식으로 내가 내 자신과 싸워가며(응?) 지금 막, 질렀습니다. 어휴..

moonnight 2011-07-02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책 중, <추락>이랑 <위험한 관계>만 읽었어요. 그리고 몇 권을 보관함으로.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다락방 2011-07-02 14:10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저는 지금 커피를 두잔째 내려 마시고 있어요. 할게 있는데 어제도 못하고 잤고 지금 하려고 하는데 너무 졸리잖아요. 흑흑. 그래서 커피 두잔을 마시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커피만 마시고 있어요. 지금은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문나잇님? 아, 이건 이따가 밤에 왓섭으로 물어볼게요. 히히. 전 지금 비독서 상태에요. ㅎㅎ

자하(紫霞) 2011-07-0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그렇군요.
저도 이번달 책은 이미 질렀지만...
조금 더 있다가 <포기의 순간>과 <추락>을 사겠어요~

다락방 2011-07-02 20:02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1일이라 대도록..을 질렀어요. 입장권을 준다기에..
포기의 순간과 추락을 혹 읽게 되신다면 어땠는지 말씀해주세요, 베리베리님!!
:)
 
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집에 돌아와 귀걸이를 빼는 순간에 여자는 가장 여자다워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귀걸이를 빼는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예쁘게 보이고 싶은 여자'로서의 가장 사소하고 작은 -그러나 중요한-의식을 끝마치는 것 같달까. 머리통에 붙어있는 그 작은 귀에서 더 작은 귀걸이를 빼는데 두 손이 필요하다는 것도, 두 손을 쓰는 것 뿐만이 아니라 고개가 살짝 돌아가기도 하고 기울여지기도 한다는 것도 놀랍다. 귀걸이를 빼는 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서 감추어두었던 많은 것들이 자기를 알아봐 달라고 하는 것 같다. 하루간의 지쳤던 일들과 슬펐던 일들, 또 기뻤던 일들. 그것들이 그때 바깥으로 나오면서 한숨을 쉬기도 하고 어깨를 주무르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그래서 가끔 메탈 알러지로 고생하며 미처 집에 돌아가기도 전에, 누군가를 만나 밥을 먹으면서 혹은 술을 마시면서 중간에 귀걸이를 빼야 하는 그때가 나는 참 싫다. 

귀걸이를 하면 하지 않을 때보다 2.5배쯤 더 예뻐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스스로도 그걸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여자들은 귀걸이를 즐겨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도 내가 만약 진창에 빠져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진창에 빠져있다면 반짝이는 귀걸이도, 제법 화려한 목걸이도, 빨간 립스틱도, 8센티 힐도 생명력을 잃는다. 이 모든것들이 저마다의 기능을 다 해서 나를 웃게 하려면 내가 진창에 빠져 있지 않는게 중요하다. 내가 지옥에 있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 사소한 모든것들이 빛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늪에 빠지지도 않고 지옥에도 있지 않은 삶.  

 

그리고 내게 바람이 있다면, 내가 문득 새벽 4시에 깨어 눈을 떴을 때, 그 때 누군가를 불러도 실례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 그때 누군가를 부르고, 말을 거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게 아니었으면.  

 

   
  한밤중에 일어나 담배를 찾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하지만 세상이 까마득한 새벽 4시에는 구원을 청할 데가 없다. (p.110)   
   


 

새벽 4시. 나는 항상 그 시간쯤에 눈을 뜨곤 한다. 그리고 때때로는 아주 강렬하게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고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새벽 4시. 구원을 청할 데가 없다. 그때 나는 이 세상에 덜렁, 혼자이다. 심지어 나는 담배도 피지 않는다. 

 

   
  새벽 4시는 기억 속의 시각이다. (p.119) 
 
   

 

수지는 새벽 4시에 이전 기억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내가 그렇듯이. 구원을 청할데가 없을 때, 나도 내 기억속으로 숨어든다. 늘 그렇진 않다. 가끔은 방금 꾼 꿈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도 꿈을 꿨다. 나는 새벽에 눈을 떠서, 아, 그 사람을 봤는데,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꿈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러나 기억은 희미했다. 새벽 4시에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건, 구원을 청할 데가 없음을 깨닫는 것과 마찬가지로 힘겹다. 지치는 일이다. 

 

나는 사람들과 굳이 '엄청나게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이들과 어느 정도의 선을 유지하고 싶다. 그리고 그 선을 그들이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그것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싶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것 이라는 생각은 들진 않는다. 형제들 중 가장 큰 아이의 특징인지, 그도 아니면 B형의 특징인지, 아니면 사자자리의 특징인지, 아니면 순수히 개인적인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상대에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고, 상대에게 괜히 내가 힘든걸 말해서 같은 고민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 아니, 나만큼 고민하지 않을거라는 건 안다. 나만큰 힘들지 않을 거라는 건 안다. 그러나 내가 힘든걸 말함으로써 지금 저여자는 힘들다, 하는 것을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다. 이건 가까운 사람들과 언제나 다투는 이유가 되었었다. 모든게 끝나버리면, 상황이 종료되면 말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이 내게 '아무 의미도 없는'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내게 들이밀곤 했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은 나 하나뿐이 아니었다. 

 

   
  그는 수줍은 듯 씩 웃는다.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능력있는 경찰이 되지는 못할 사람이다. 그러기에는 너무 마음이 여리다. 너무 솔직하다. 그녀가 전화를 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에게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 (P.284-285) 
 
   

 

상대는 말하라고 했다. 상대는 부담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부담이 될까봐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고 책속의 수지는 생각한다. 이 생각은 수지에게 언제나 잠재되어 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어떤 부담도 지우고 싶지 않다. 그것이 아마도 그녀가 새벽 4시에 구원을 청할 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마이클, 나 조금 무서워요."
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을 꺼낸다. 때로는 별 상관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털어놓는 쪽이 나을 수도 있다.
"수지,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그는 이제 놀란 목소리다. 그는 수지의 약한 모습이 낯설다. 뭐라고 해야 하는지 대답을 찾지 못한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생리 때문에 그런가 봐요."
그녀는 얼른 생각을 바꾼다. 마이클에게 그런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 지금의 모습으로 굳어 버린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그건 그의 책임이 아니다.
(P.314) 
 
   


 

수지는 혼자서 많은 것들을 감당해내야 한다. 드러나는 진실 앞에 휘청거려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데는 서툴다. 이런 그녀에게 담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녀의 좋은 친구 '케일럽'은 어느 날 그녀에게 자신이 얼마나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하는지를 얘기한다. 늘 잠들기 전 고흐가 테오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는 사실도. 

   
  수지는 두 사람이 함께 살던 시절, 케일럽이 항상 입고 다녔던 하늘 빛 볼링 재킷을 떠올린다. 재킷의 오른쪽 주머니에는 '비센트'라는 이름이 수놓여 있었다. 그런데 수지는 예전 남자 친구의 이름을 새겨 놓은 것인 줄로만 알았다. 한 사람을 알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하지만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비밀을 감출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 (PP.462-463) 
 
   


한 사람을 알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책 속에서 수지가 말해줘서 다행이다.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이제 나는 알았으니까. 게다가 오랜 시간이 걸려도 한 사람을 온전히 다 알 수는 없다. 나는 나 자신도 잘 모르는 걸.  

 

처음에는 문장이 좋은 소설인 줄 알았다가, 숨겨진 이야기들에 놀랐다. 마치 추리 소설인듯 언니 그레이스에 대한 진실들을 접하게 될때, 이 책은 점점 더 가치있는 책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품절인 것도 서운하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없는 것도 야속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작가라면, 그래서 이런 책을 썼다면, 아마 나도 다른 책을 섣불리 쓰지 못했을 거라고. 심지어 나는 더 쓸 생각도 안했을 거라고. 죽기전에 이런 책을 써냈는데 뭘 더 하겠다는 욕심을 낼 수 있을까? 이 책 한권을 세상에 내보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나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이 책 한권을 써냈으므로 나는 나 스스로를 기특하게도 여기고 다독이기도 했을 것 같다. 이젠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는채로 일상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나라면 그랬을 것 같다. 

 

품절 딱지가 뚝 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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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꽥!!!!!!!!!!!!!!!!!!!!!!!!!!
    from 마지막 키스 2012-10-10 13:06 
    이 책..품절이 풀렸네요!! 품절 풀린것 만으로도 완전 울트라캡숑나이스짱으로 기뻐서 미치겠는데 심지어 반값(!!)입니다. 맙소사. 아직도 이 책을 읽지 못하신 분이라면 다시 품절되기 전에 어서, 어서!!
 
 
네꼬 2011-06-3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귀 안 뚫었는데, 그냥 귀걸이라도 해야 될까요? 다락님의 '여자론'은 언제나 좋아요. 그리고 참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새벽 3시 전화, 알죠? 4시라도 상관없어요. :)

다락방 2011-06-30 22:19   좋아요 0 | URL
새벽은 새벽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사람을 들었다놨다 하는것 같아요, 네꼬님. 구원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새벽이 되면 반드시!! 네꼬님을 기억할게요.날 내치지 말아요. 갈데가 없어요,난.

자하(紫霞) 2011-06-3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4시에 구원을 청할 친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저는 똑바로 누워서 심호흡을 해요~^^

다락방 2011-06-30 22:21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 많은 생각을 해요, 새벽 네시엔. 가만가만 생각하기 좋은 시간이고 딱 그만큼의 어둠이에요.

음. 2011-06-3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벽 4시에 전화하는 모임을 한번 만들어보죠.

다락방 2011-06-30 22:22   좋아요 0 | URL
윽 좀 비참한데요. 너무 절절해요. 모임을 만들어 전화해야 하다니.

moonnight 2011-06-3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귀 안 뚫었어요. ; 귀 안 뚫은 귀걸이는 못생긴 거 밖에 없어요. -_-;다락방님처럼 여성스럽게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귀걸이를 빼는 행동은 한 번도 못 해 봤어요. 상상;
이 책, 좋다고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저는 살 생각도 안 했어요. 뭔가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후회가 되네요. 품절이 풀렸으면 저도 바랍니다.
그나저나, 새벽 네시에 저한테 말 거셔도 괜찮아요. (수줍;) 둔해서 말 걸어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제라도, 다락방님은 환영 ^^

무해한모리군 2011-06-30 11:46   좋아요 0 | URL
moonnight님 저도 강추요!

다락방 2011-06-30 22:28   좋아요 0 | URL
여성스런 순간임엔 틀림없지만 사실 그때쯤 되면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어있는것 같아요,문나잇님. 일상을 살아내느라 지쳐서 머리는 떡지고 화장은 번들거리고;; 그다지 낭만적이지 못해요, 현실은.

저도 이상해게 손이 안갔던 책이었어요. 선물 받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거에요. 정말 좋아서 제가 좋아하는 많은 이들에게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데 품절이라니. 흑흑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1-06-3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새벽에 깨면 굳이 자려고 하지 않아요.
대체로는 그런 적막한 순간이 좋아요.
커피 한잔하면서 멍하게 있어도 좋고,
편지를 써도 좋고,
책을 좀 읽어보다가 졸아도 좋고 말이지요..

저도 이 책을 읽고 이 사람 다음책을 안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했어요..

다락방 2011-06-30 22:33   좋아요 0 | URL
새벽에 깨어 있으면 그 자체로 선물 받은것 같아요.남들은 다 자고있을 시간이라는걸 알기 때문인지 새벽은 깨어있는자의 것 같잖아요. 저는 대부분 새벽이구나, 생각하고 시간을 확인하고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자요. 가끔은 불을 켜고 책을 읽거나 수첩에 낙서를 해요.

이런 책이라면 이 한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라면 말이죠.

플레져 2011-06-3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4시에 행복한 사람은 없다, 고 쉼보르스카가 말했대요.
(조경란의 백화점에서 읽었어요)
부디 재발매 기원!

다락방 2011-06-30 22:35   좋아요 0 | URL
조경란의 백화점에 그런 문장이 나왔었군요. 그러고보니 익숙한 문장같기도해요. 저는 새벽 네시에 행복한 최초의 여자사람이고 싶어요,플레져님.

... 2011-06-3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새벽 4시 30분에 잠들었는뎅...

다락방 2011-06-30 22:36   좋아요 0 | URL
잔다고 왓섭이라도 넣어주지 그러셨어요!!!!!

람혼 2011-06-3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또 다락방님이 흡연의 세계로 들어오신 줄 알고 내심 반가워했다는...^^;

다락방 2011-06-30 22:59   좋아요 0 | URL
하하 전 금연의 세계에 입문한지 몇년 됐습니다, 람혼님. 그나저나 담배가 람혼님을 불렀군요! 오랜만이에요.
:)

poptrash 2011-06-3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라는 첫 문장만, 누가 말해줘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4시의 담배도 있군요. 음. 저는 새벽 4시에도 담배 피고 오전 9시에도 담배 피고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담배를 피고 잠을 잘 거에요. 엉터리 글을 쓰느라 밤을 샜어요. 다락방 님이 제목 좀 정해줘요.

다락방 2011-07-01 11:25   좋아요 0 | URL
저는 어제 늦은밤, 팝님의 글을 읽고 제목을 정해드리고 싶었으나, 제목이 너무 제 취향대로만 지어져서 차마 권해드릴 수가 없었어요. 아직까지 제목을 못짓고 계시네요. 얼른 지어봐요, 얼른!!

2011-06-30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춘희 2011-06-30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밌었다니 다행이에요 ㅎ 전 리뷰가 없길래 흥미가 없으셨구나 했어요! 잘 지내요 다락방?

다락방 2011-07-01 11:26   좋아요 0 | URL
엄청 좋았어요, 춘희님. 집에 안읽고 쌓인책이 백권이 넘어서 사놓거나 선물 받은 책 읽으려면 오만년 걸려요. 계속 책을 사서..orz

엊그제 카톡으로 제가 인사했는데 씹으시더만요!! 스맛폰 장만하셨어요?

머큐리 2011-06-30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걸이를 하고 싶고...새벽에 깨면 담배부터 찾는 저에게... 감동적인 페이퍼...ㅎㅎ

다락방 2011-07-01 11:26   좋아요 0 | URL
오오, 머큐리님. 귀걸이 하고 싶으세요? 감동..이라니 하하하하. 별말씀을요.
금요일이라서 오전 내도록 일도 안하고 들떠있어요. 금요일은 정말 왜이러나 몰라요. 히히.

감은빛 2012-10-1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까지 귀걸이나 반지를 끼지 않는 여자들과 살아왔어요.
어머니도 아내도 귀걸이를 하지 않네요.
어머니께서는 귀도 뚫지 않으셨구요.
아내는 귀를 뚫었었으나, 한쪽이 막혔어요.
연애할 시절에는 한쪽만 귀걸이를 했던 적도 있었는데,
결혼 후에는 귀걸이를 안하네요.

이글을 읽으니 중학생때쯤 문구점에서 어머니께 선물하기 위해
조잡하기 짝이 없는 귀걸이들을 살펴보던 제 모습이 생각나네요.
어머니는 그때 제가 선물한 귀걸이를 아직 갖고 계실까요?
아마 제가 귀걸이를 선물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계실 것 같네요.

다락방 2012-10-11 14:17   좋아요 0 | URL
저도 초등학교 다닐 때 동생들하고 돈을 모아서 엄마한테 3천원짜리 진주목걸이(당연히 진주가 아니었겠지요)를 사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보니 언제부턴가 그 목걸이가 보이지 않는데, 망가져서 버리셨을까요?

저는 귀걸이를 무척 하고 싶은데 메탈알러지 때문에 오랜 시간 할 수 없어서 안타까워요. 귀걸이하면 스스로 더 예뻐진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괴로움을 감수하자 싶어서 귀걸이를 했다가는 시간이 흐르면 너무 간지러워서 아플 정도로 긁고 만지고 해야 해요. 윽.

오래된 글을 읽으셨네요, 감은빛님.
:)
 

Dear my Boss, 

보쓰, 


오늘 일기예보 들었나요?
호우 경보래요.
그 커다란 창 밖으로 비가 얼마나 퍼붓고 있는지 보이죠?
그런데, 

그런데 보쓰,
왜 나를 외근 보내나요?
왜요?
왜? 

이렇게 비가 퍼붓잖아요.
우산을 써도 흠뻑 젖잖아요.
그런데 왜 나를 외근 보내는거에요?
내가 이 비가 오는데도 출근해줬잖아요. 그런데 왜요?
천둥 번개소리 들었어요?
내가 천둥 번개를 얼마나 무서워 하는지 알아요?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천둥번개가 내리쳤어요. 난 정말 무서웠다구요. 

그래요.
젖어버린 샌들은 물기를 닦고 말리면 돼요.
젖어버린 종아리는 네, 물기를 닦아내면 돼죠.
괜찮아요.
그런데 흠뻑 젖은 치마는 어쩌나요? 걸을때마다 두꺼운 허벅지에 철푸덕 달라붙는 치마 말입니다.
앉았다 일어나면 의자에 엉덩이만큼 흔적이 남아요.
이걸 어떡해요? 어떡하냐구요. 

보쓰,
나한테 왜이래요? 
왜 나를 이 비 퍼붓는데 바깥으로 보냈어요?
제정신입니까?
제정신이에요?
내가 .. 일 그만둬요?
원하는게 그겁니까?
잊었어요? 내가 왜 여기서 일하는지? 
나 예쁘다고 보쓰가 같이 일하자고 했잖아요.
하긴, 이건 보쓰의 잘못은 아니네요. 예쁜 나의 죄지..

보쓰. 
한번만 더 이런 비오는 바깥에 날 내보내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거에요.
한번만 더 이런 비오는 바깥에 날 내보내면 때려치겠어요.
그때가서 잘못했다고 울며 매달려도 난 잡히지 않아요.
뒤도 안돌아보고 떠날거에요.
연봉 올려준다고 해도 얄짤없어요. 

보쓰,
똑바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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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6-30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저도 어제 가장 하이라이트 순간에 수원에서 서울까지 뚜벅이 외근 나갔다는... 정말 요즘 날씨는 너무해요.

다락방 2011-06-30 19:22   좋아요 0 | URL
오늘은 오후에 잠깐 해 뜨다가 다시 소나기 내리더라구요. 그러더니 지금은 다시 개고 있어요. 비가 퍼부을려면 제가 집에 있을 때 퍼부었으면 좋겠어요. 일하는 중에는 좀 그만오고.. ㅠㅠ

블루데이지 2011-06-3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글 읽고 웃으면 안되는 거죠?
예쁘신 다락방님이 비오는날 외근으로 힘드셔서 보쓰에게
쓰신 편지 이시잖아요~~ ㅋ흑
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요~~서투른 예술이 아니라 너무 노련한 예술이셔요~~

다락방 2011-06-30 19:23   좋아요 0 | URL
어머. 노련..이라뇨!! 하하하하.
어제 외근 다녀오고 완전 화가 치밀어가지고 썼네요. 화는 예술을 부르는가 봅니다. 자고로 예술가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야 하는 법..

루쉰P 2011-06-3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웃고 가요. 음..웃으면 안 되는 일인가?? 암튼 다락방님의 블랙유머에 비 오는데 상쾌하게 일하고 있어요.
우리 보쓰도 밖에서 일 시키거든요. ㅋ

다락방 2011-06-30 19:24   좋아요 0 | URL
이제 비 멎는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그래도 새벽에 깼을 때 빗소리 들리거나, 아니면 빗소리에 깨거나 할 때는 참 괜찮은 기분이에요. 음, 좀 더 기분이 가라앉긴 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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