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이것은 좋았던 것들에 대한 혹은 여전히 좋은것들에 대한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책을 좋아하는 것은 얼마나 기쁜일인지. L 은 [로드]를 읽고 '올해 내가 읽은 가장 좋은 영미권 소설'이라며 내게 문자를 보내왔었고, K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정말 좋았다며 쪽지를 보냈다. 그런가 하면 C는 피츠제럴드의 [겨울 꿈]이 정말로 아름답다고 책을 읽고나서 내게 메세지를 보냈고, ㅈ 는 [포기의 순간]을 읽는 중에 무척 좋다고 문자를 보냈다. ㄷ 님과 ㄲ 님은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읽고 정말 아름답다고 포스팅을 하고, K 역시 [모두 다 예쁜 말들]이 무척 좋다며 쪽지를 보냈었다. H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말투를 흉내내 내게 말을 걸고, E 는 내가 말한 영화를 보고 정말 좋았다면서 메세지를 보낸다. 정말이지 모두 다 예쁜 사람들. 나는 이런 순간들이 무척이나 좋다. 그래서 더 책을 보고 싶고 더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책을 싫어하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미워지거나 싫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나는 어느 정도의 관심(혹은 호감)을 가진 남자사람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그저 가벼운 로맨스'라고 말하는 순간 그에 대해 가졌던 내 호감을 모두 거두어 들였다. 나의 애정은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나누어 줄 정도로 충분하진 않으니까.  

L 에게, C 에게 이승우의 [칼]을 보내야지. 히죽히죽. 후버까페에게도 보내야지. 쪽지도 쓸거야. 일단, [칼]만 읽어보라고. 다른 단편들은 읽고 싶은것들만 읽되, [칼]은 꼭 좀 읽어달라고, 실망하지 않을거라고.

어제는 피츠제럴드의 [겨울 꿈]을 원서로 보고 싶은 욕망이 정말이지 하늘에 닿을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그것을 '읽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가지고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았던거다. 그래서 알라딘을 검색했는데 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피츠제럴드의 어떤 단편집들이 검색되기는 하는데, 그 안에 목차가 없어서 [겨울 꿈]이 있는지 없는지 도무지 모르겠는거다. 그래서 하늘에 닿았던 내 욕망은 암흑속으로 빠졌다. 하아- 어쨌든 이건 또 검색 해봐야겠다. 아마존까지 뒤져주겠어!  

 

오늘 아침에는 김성재의 [말하자면]을 들었다. 갑자기 불쑥, 생각이 나서.  

 

 

너의 뒤에선 항상 너를 쳐다봐, 너의 앞에선 항상 땅을 쳐다봐, 하는데 가사가 완전 좋은거다. 물론 너의 앞에선 항상 땅을 쳐다보는 건 좀 병신같지만... 사람이 사람의 눈을 봐야지 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땅을 보는가. 그건 좀 병신같다. 수줍은 마음에 뒤에서 나를 쳐다보는 건 괜찮지만, 그래도 내 앞에선 땅을 보는 남자라면 될것도 안되겠다. 병신.. 그래도 좋다. 우리 우연히 스쳐 지날때마다 서로 반갑게 지나쳐갈때마다 넌 알지 못했니 너무나도 자주였던 걸 말이야, 라는 가사를 듣노라니 하하하하 중학교때 국어선생님 좋아하던게 생각나네. 쉬는시간마다 나가서 복도에 서 있었는데. 나 좀 보라고. 하하하하. 그때 국어선생님의 나이가 삼십대 중반이었는데, 오, 지금의 내 나이대구나. 그때 내가 보기에 선생님은 엄청나게 어른 남자였는데... 오늘아침에는 김성재의 말하자면을 반복해서 들었다. 어쩌면 어제 읽은 박정대의 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읽은 박정대의 시는 이것이었다. 

 

붉은 별 

 

오늘 밤엔 별이 붉어 나는 담배를 피운다 

아니 담배를 피우다 보니 별이 붉어졌다 

붉은 별, 살아 있는 동안 끝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의 심장에 밤새 떠 있는 별 

 

 

 

 

 

 

 

 

 

누구나 가슴속에 붉은 별이 하나쯤은 떠 있지 않을까. 밤새. 

 

이번주에는 월요일부터 어제까지 아주 일이 많았다. 출근해서 퇴근할때까지 미친듯이 일만 했다. 온 몸이 지쳐서 흐느적거리도록. 게다가 엊그제부터 재채기를 하루에 이천번씩(물론 과장포함)하고 있다.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일하고, 재채기를 이천번씩 하고 집에 돌아가면 나는 녹초가 되어있다. 어제 퇴근 전, 나는 녹초가 된 나의 몸과 마음을 좀 쉬게 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엽서를 하나 꺼내서 박정대의 시, [붉은 별]을 적었다. 물론 시집을 보고 적었다. 우표를 붙여야지. 

 

 

엊그제는 집에 좀 늦게 들어갔다. 남동생은 아직 들어오기 전이었다. 열두시쯤 나는 잠이 들었는데, 한시쯤 뒤척이며 잠에서 깼다. 다시 잠들려는 순간 인기척이 들리더니 내 방불이 켜지고 이내 다시 꺼졌다. 나는 누구야, 하고 돌아보았는데 남동생이 막 나가려던 참이었다.  

나 들어와서 자고 있나 본거야? 

응, 이라고 말하고 남동생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나도 이내 다시 잠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자꾸만 생각나는거다.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나도 간혹 남동생이 늦은 귀가를 할때 남동생의 방에 들어가 불을 켜보곤 한다. 닫혀 있을때는 노크를 해보고 열려 있을 때는 불을 켜본다. 이녀석, 들어와서 자고 있나. 그런데 엊그제는 남동생이 나를 궁금해했다. 너무 좋아서 다음날도 자꾸만 생각하다가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너, 어제 새벽에 나 들어와서 자고있나 확인하려고 불 켜봤지? ㅎㅎ] 하고. 자꾸자꾸 확인하고 싶어서. 그랬더니 남동생에게선 [그렇지 뭐 ㅎㅎ]라는 답장이 왔다. 나는 정말 너무 좋아서 또 문자를 보냈다. 

아 귀여워. 사랑해. 

그 뒤로는 아무런 답도 오질 않았다............ 

 

 

좋았던 순간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니까 자꾸만 웃음이 난다. 어쩐지 오늘은, 내가 웃는걸 본다면 누군가 한명쯤은 아주 예쁘게 웃는다고 말해줄 것 같은, 그런 날이다.  

 

아, 맞다.(추가)
재이슨 스태덤의 새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다. 꺅 >.<  제목은 [킬러엘리트]란다. 좀 구리구나, 제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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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0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방문을 열어보는 거구나... 마음에 붉은 별이 무수하게 박혀버리는 기분이네요. 저는 누나가 가끔 방문을 열어보면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데, 그 진짜 이유를 몰랐어요. 자꾸자꾸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 거구나! 뭐 그게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럴 거라고 믿어요. 우리는 예민한 남매라서 서로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확인하는 데 익숙해져버렸거든요. 그런데 이 글 보니까 새삼스럽게도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방금 글 끄적이다가, 다락방님 서재에 글이 올라왔길래 득달 같이 눈썹 휘날리면서(물론 과장이지만) 달려왔어요. 달려오길 잘했어요 정말. 막 혼자서 산타클로스처럼 미소 짓고 있어요 지금 ㅎㅎ 노래는 집에 가자마자 들어볼거에요!

다락방 2011-09-01 13:13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가끔은 불을 켜지 않고(혹시 깰까봐) 손으로 침대위를 더듬더듬하기도 해요. 그러다가 녀석이 만져지면 으음, 왔군 하고 돌아가죠. ㅎㅎ 가끔은 깨면 어, 너 왔나 보려고. 왔구나. 이러고 가고요. 저는 누나니까 그런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동생이 저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할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자꾸자꾸 생각나고 새삼 따뜻해지고 그래요. 히히.

저도 득달 같이 달려가서 수다쟁이님의 글을 읽었어요.
:)

루쉰P 2011-09-0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따뜻해라..게다가 다락방님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고 계신군요. 제 서재에 오시는 영광까지 베풀어 주셔서 성은이 망극하고 있어요.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을 모독하는 자와는 상종하지 않는다란 인간 관계의 법칙은 어찌 보면 저와도 흡사하시군요. 남동생은 저도 너무 사랑스럽네요. 그치만 전 여자가 좋아요.
붉은 별이란 시 너무 감동이에요. 후배에게 시집을 한 권 선물할 일이 있는데 이 시집이 괜찮나요? 저도 한 권 읽을려구요. 그 후배가 시인을 꿈 꾸거든요. ^^ 근데 저 시 너무 좋아요. 전 붉은 별 무척 좋아하거든요. '중국의 붉은 별'

다락방 2011-09-01 13:16   좋아요 0 | URL
루쉰님. 저는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을 모독하는 자와는 상종하지 않는다'라는 거창한 마인드까지는 아니에요. 그저 이 책을 이렇게밖에 못느끼는 너랑 안놀아, 정도라면 표현이 맞을것 같아요. ㅎㅎ 살짝 저는 치사한 모드랄까요. ㅎㅎ
붉은 별이란 저 시 정말 좋죠? 저도 어제 읽으면서 아 좋다 좋다 했어요. 그런데 이 시집은 흐음, 모두에게 쉽게 권할만한 시집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만 '시인을 꿈꾸는' 후배라면 얘기가 달라지겠네요. 선물하셔도 좋을것 같아요, 루쉰님.

비로그인 2011-09-0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근데 고르곤졸라스테이크가 뭐에요? 오늘 점심 메뉴에요? 전 1500원짜리 백반 먹으러 갑니다 :)

다락방 2011-09-01 13:17   좋아요 0 | URL
아뇨 ㅠㅠ 아웃백의 여름한정메뉴인데 먹고 싶었는데 여태 못먹고 오늘은 9월이고..뭔가 서운해서. ㅠㅠ
1,500원짜리 백반은 맛있게 드셨습니까, 수다쟁이님? 저는 햇반 먹었어요. ( '')

마노아 2011-09-0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동생 참 듬직해요. 사랑하고 사랑받는 따뜻한 사람들!
킬러 엘리트는, 제목이 정말 별로네요. 그 킬러가 엘리트라는 거야, 그 킬러 이름이 엘리트라는 건지... 설마 영어 원제도??

참, 고르곤졸라스테이크가 아웃백이죠? 그거 끝내 먹었어요?

다락방 2011-09-01 13:18   좋아요 0 | URL
전 극장에서 재이슨 스태덤의 저 영화, 예고를 보면서, 아 너무나 좋지만..그런데 이놈은 왜 이런 영화에만 나오는걸까 하고 좀 서운하기도 했어요. 물론 액션 배우니까 액션 영화에 나오는건 당연하지만, 뭐랄까, 어떤 B급의 냄새가 나서. 이 사람은 왜 자꾸 B급에만 나오지 싶으면서, 그렇지만 나는 그런 영화를 사랑하니까 괜찮아..싶기도 하고. 암튼 꼭 볼겁니다!!

고르곤졸라스테이크는 끝내 먹지 못하고 여름이 끝나가요. ㅠㅠ 서운해 서운해 서운해 서운해요 ㅠㅠ

moonnight 2011-09-0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정말 사랑스러운 다락방님 남매 ^^ 그 뒤로는 아무런 답도 오질 않았다. 압권이에요. ㅠ_ㅠ
저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제가 너무너무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폄하해 버리는 사람은 아무래도 진정으로 좋아할 수가 없어요. ;;
다락방님 덕분에 읽어야 할 시집이랑 책들이 자꾸 생겨요!!! 이번에는 박정대와 피츠제럴드이군요. >.<

다락방 2011-09-02 09:12   좋아요 0 | URL
피츠제럴드는요 문나잇님, 정말 좋아요, 정말. 진짜 짱좋아요! 특히 그의 단편 [컷글라스보울]은 제가 엄청나게 애정하는 단편이랍니다. 그런데 엊그제 친구가 [겨울 꿈]너무 좋다고 왓섭을 보내와서 갑자기 또 겨울 꿈 생각이 엄청나게 나지 뭐에요? 아아아아 세상에 좋은 단편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에요.

앗. 문나잇님께 왓섭 보내야지. 히히.

blanca 2011-09-0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말하자면>!! 저 김성재의 팬이었거든요. 너무 반갑네요. 아, 다락방님 저는 요새 콧구멍에 휴지 꽂고 있어요--;; 상황을 아시겠죠? 오늘은 참다 참다 병원 가서 엉덩이 주사까지 맞았네요. 그런데 왜 대체 서늘한 가을 바람은 안 부는 걸까요? 남동생, 우아 너무 귀여워요! 누나 자는 걸 보러 들어오는 남동생이라니!! 저라면 너무 이뻐서 뽀뽀를 해 줄 것 같아요. ㅋㅋ

문자 얘기하니까 저 얼마 전에 <술 한 잔 하냐?>고 문자 보냈더니 당장 씹혔던 기억이 나요 ㅋㅋ 그래도 남동생들은 완소에요. 그렇죠? ㅋㅋㅋ

다락방 2011-09-02 09:14   좋아요 0 | URL
듀스의 앨범이 나오면 당장 달려가서 사던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블랑카님. 노래들이 다 끝내줬죠. 김성재의 말하자면, 이 노래도 엄청 좋아했는데..하아-
저는 내일 병원에 가서 약 좀 받아먹으려구요. 이비인후과에서 약 받아 먹으면 비염이 좀 죽더라고요. 정말 괴로워 미치겠어요. 흑흑.
저는 남동생에게 뽀뽀를 해줄 의향이 있으나, 그랬다가는 남동생이 저를 발로 차버릴것 같은데요? 늙을라면 곱게 늙으라며.. ( '')

남동생은 정말 완소죠, 블랑카님. 물론 저는 여동생도 그렇지만요. 헤헷 :)

비로그인 2011-09-0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엄마가 아침에 일어나 현관문이 잠겨 있지 않다는 걸 알고 내 방문부터 벌컥 연 거예요.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묻자 누가 날 업어갔을까봐, 그러는 거예요 ㅎㅎㅎ
현관문은 열려 있는데 집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1-09-02 09:15   좋아요 0 | URL
전 한여름에도 아무것도 덮지 않고 못자는데 엄마는 자꾸만 얘가 더워서 자가다 쪄죽을라고 그러냐며 새벽에 자꾸 들어와서 제 배에서 이불을 치워요. 아,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안덮고는 잠을 잘 수가 없는데 말이죠. 가끔 어떤 애정들은 상대의 성향을 모르고 빗나가기도 해요. 그쵸? 울엄마는 나랑 삼십년 이상을 살아오면서도 아직도 여름이면 제 배 위에서 이불을 치워대니 원 ㅋㅋㅋㅋㅋ

2011-09-01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2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11-09-0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 꿈] 은 아마존에서 Fitzgerald stories 로 검색하면 나오는 처음 두 권 책에 다 들어 있어요 :)

다락방 2011-09-02 09:16   좋아요 0 | URL
우앗, 고마워요, 턴님. 저 이 댓글 보고 아마존에서 검색한 뒤에, 그거랑 똑같은 표지 알라딘에서 찾았어요. 그래서 오늘 결제할 예정이랍니다. 신나요!! >.<

pjy 2011-09-01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채기 좀 하고 있습니다ㅋ 제가 뭐랬다고~ 계절은 확실한 인상을 남기네요~ 괜히 재채기하면서 다락방님 글이 생각나서 히죽~ 아, 동료직원이 새삼스레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다락방 2011-09-02 09:17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pjy님도 혼자서 히죽히죽 웃고..그런 증상을 가지고 계시군요! 저도 그거 완전 잘하는데. 걷다가도 웃고 지하철안에서도 웃고. ㅋㅋㅋㅋㅋ

LAYLA 2011-09-01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를 사랑하고 있단 말이야~~

다락방 2011-09-02 09:18   좋아요 1 | URL
알아, 임마.
뭐 이런 뉘앙스의 댓글을 달아야만 할것 같은 ㅋㅋㅋㅋㅋ 애정이 푱푱 샘솟는 댓글이네요. 말하자면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야,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단 얘기야~ 우!아!

Kir 2011-09-02 0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 말하자면...ㅜㅜ 자기 전에 '너의 생일' 무한반복하다 자야겠어요.

다락방 2011-09-02 09:18   좋아요 1 | URL
울지마세요, 흑흑. 저는 오늘 아침에도 말하자면 또 들었어요.

2011-09-02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2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마을버스를 놓쳤다. 이게 다 아침밥 때문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멈추지를 못했다. 엄마한테 "엄마, 식탁에서 일어나지지가 않아."라고 말할 지경이었으니까. 어쨌든 그래서 한강을 못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좁은 초록버스 안에서 시집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힘들어서 관두고 지하철안에서 시집을 읽었다.  

 

편지1 

처음 당신을 사랑할 때는 내가 무진무진 깊은 광맥 같은 것이었나 생각해봅니다 날이갈수록 당신 사랑이 어려워지고 어느새 나는 남해 금산 높은 곳에 와 있습니다 낙엽이 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일이야 내게 참 멀리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습니다 

 

 

 

 

 

 

 

 

 

나는 확실히 시를 읽는데 그다지 유리한 감성 혹은 뇌(?)를 가지고 있지 못한건가보다. 이 시집은 제목이 제일 좋다. 그 여름의 끝, 이라는 이 시집의 제목. 나머지 시들은 어느 한편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물론 이 시집을 사게 만든 이별1 을 빼놓고는. 

 

이별 1 

당신이 슬퍼하시기에 이별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던들 새가 울고 꽃이 피었겠습니까 당신의 슬픈은 이별의 거울입니다 내가 당신을 들여다보면 당신은 나를 들여다봅니다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나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별의 거울 속에 우리는 서로를 바꾸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떠나면 떠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나입니다 그리고 내게는 당신이 남습니다 당신이 슬퍼하시기에 이별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던들 우리가 하나 되었겠습니까 

 

하아, 눈에 띄는 시가 하나도 없구나, 하면서 책장을 넘기다가 맨 마지막, 이 시집의 제목과 같은 시를 보았다. 이 시는 좀 괜찮다. 이 여름을 보내는 나 같다.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 여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내 절망도 끝나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지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여름은 끝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 절망도 끝이 아니겠지.  

하루에 열번 포기를 하고 열한번 포기가 안된다고 머리를 흔든다. 스무번 포기하면 스물한번 포기가 안된다. 머릿속에서는 포기와 포기못해를 두고 작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고, 이 싸움은 결국 내가 그날 해야할 일들을 놓치고 있는 현실로 돌아온다. 어제도 퇴근길에 강남에서 삼성까지 걷다가 문득 내가 해야할 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젠장. 욕설이 튀어나왔다. 물론 그 일은 업무적인 것도 아니고 나의 개인적인 일이라 내가 하지 않아도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일을 내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게 화가 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렇게 걷다가 테헤란로, 선릉과 삼성의 중간쯤,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는데 차들도 빵빵거리고 옆에서 걷던 남자도 내게 뭐라고 소리를 지른다. 나는 횡단보도의 중간쯤에서 더 갈 수가 없었다. 차들이 자꾸 달려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차들은 여전히 달리고 사람들은 횡단보도의 양쪽으로 많이들 서있다. 그제서야 이게 뭐지, 싶어 신호등을 보니 빨간색이었다. 나는 빨간불에 그냥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던거다. 그 사람많고 차 많은 데서. 차 한대는 나때문에 급정거를 했고. 나는 옆에 걷던 남자가 다시 뒤돌아 가길래 따라 뒤돌아갔다.  내가 막 건너니 내 옆에서 기다리던 남자가 신호가 바뀐줄 알고 나와 함께 건너고 있었던가 보다. 오 젠장. 잠깐, 아주 잠깐 동안 세상이 멈춘것 같았다. 모든 차의 운전자들과 길을 건너려던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는 것 같았다. 왜이래. 죽고싶어 환장했어? 나는 내게 속으로 소리쳤다. 열한번 포기가 안되면 열두번 포기하자, 스물한번 포기가 안되면 스물두번 포기하자. 그리고 그만 잊자. 초록불일때 횡단보도를 건너자. 차에 치이지 말자. 정신을 차리자. 해야 할 일을 잊지 말자.

 

어쨌든 당분간 시집은 사지 말아야겠다. 

 

좀전에는 책을 주문했다. 당연히(!) 꼬꼬면이 온다. 움화화핫. 나는 책을 사고 싶었던건가 꼬꼬면을 먹고 싶었던건가..하긴 이런걸 따져 무엇하랴. 이미 벌어진 일, 다 부질없지. 

 

오늘 아침 식탁에는 아주 반찬이 많았다. 물론, 그러니까 마을버스를 놓친거겠지만.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게와 감자볶음, 멸치볶음, 취나물, 마른오징어무침, 오이지, 김치. 너무 맛있어서 한입 가득 밥과 반찬을 넣고 황홀경에 취해 먹고 있다가 아빠랑 대화를 하는데, 나는 아빠의 의견에 반대를 했던가 혹은 반항을 했던가, 아빠는 대화끝에 그러셨다. 

그래도 널 미워할수가 없어. 

나는 밥과 반찬을 양 볼 가득 넣은채로 대꾸했다. 

날 미워하는건 좀처럼 쉬운일은 아니지. 

아빠는 마구 웃으시며 쉬운데, 라고 하셨지만 그건 못들은척 패쓰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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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08-3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마다 진수성찬을 먹는군요! 다락방!!
진정 부럽습니다.


아오, 신김치찜 먹고 싶다.. 침넘어가네.

다락방 2011-08-30 11:32   좋아요 0 | URL
매일 아침마다 먹는건 아니에요. 어떤날은 엄마가 김치찌개만 퍼주고 사라지기도 해요. 물론 그래봤자 전 또 열나 잘먹지만 ㅋㅋㅋㅋㅋ

꽃핑키 2011-08-3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훈훈한 아침식사 풍경에 저까지 미소가 지어지네요 :D
저는 책이라고 생긴건 다 좋아하는편인데요 ㅠ 이상하게 시집 만큼은 (글씨가 얼마 없어서 그런지?) 늘 뭔가 손해보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못 사겠더라구요ㅋㅋㅋ 그래도 요즘은 다락방님이 써주시는 좋은 시들 덕분에;; 나도 슬쩍? 한권 따라 사?볼까? 하는 유혹에 빠지곤한답니다. ㅋㅋ
햄볶한 화요일 보내세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1-08-30 11:32   좋아요 0 | URL
저도 시가 가슴에 와서 탁~ 박혀가지고 몇개의 시쯤은 외우고 다니는 그런 여자사람이고 싶은데 저랑 시는 그다지 친해지지를 못하고 있어요. 심히 안타깝습니다. ㅠㅠ

핑키님, 점심 맛있게 드세요!!

야클 2011-08-3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 그것도 업무시간이라 글 대충 읽다가 "어쨌든 당분간 시집은 사지 말아야겠다" 를 "어쨌든 당분간 시집은 가지 말아야겠다" 로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1-08-30 11:31   좋아요 0 | URL
뭐 그거나 그거나 사실 크게 제 뜻과 반하지는 않네요. ㅎㅎㅎㅎㅎ

여름에게 2011-08-3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실례지만요.
혹시 고경순님이세요?

다락방 2011-08-30 11:31   좋아요 0 | URL
아니오. 제 이름은 고경순이 아닙니다.

아! 2011-08-3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경순님이 아니시군요.

다락방 2011-08-30 13:23   좋아요 0 | URL
네, 아닙니다.

2011-08-30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1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0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1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1-08-3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자랑하고 싶어요. 나는 다락방님 본명을 알지요. 헤헤 ^^
시도 사랑하시는 다락방님. 시집 보관함에 넣었어요. 저도 시를 읽고 다락방님처럼 감성적인 사람이 되어보겠어요.불끈.
아침식단이 진짜 맛나보여요. 배고파요. -_ㅠ 어제 술을 (또!) 진탕 마셨는데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게라니. 군침이 막;;;

다락방 2011-08-31 11:25   좋아요 0 | URL
전 어제 술 진탕 마셨는데 오늘아침 북어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랑질)

아니요, 문나잇님. 그렇지만 저는 시를 잘 이해할 수가 없는걸요. 어려운 단어라도 나올라치면 이건 대체 뭔말이냐 싶어요. 시는 제게 낯설고 어렵기만 해요. ㅠㅠ

소나기 2011-08-30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수험생때 문학 문제를 풀다가 시험문제에서 '편지1'을 처음 만났어요. 꾸밈없는 제목처럼 시 역시 그러했지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이 좋아서 이 시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편지1과 비슷한 제목을 가진 이별1 역시 좋군요.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나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별의 거울 속에 우리는 서로를 바꾸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떠나면 떠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나입니다'

특히나 이 부분이요.
저는 왜 이렇게 모순적인 문장이 좋은걸까요!

다락방 2011-08-31 11:26   좋아요 0 | URL
오와, 홀릭제이님. 저도요. 저도 저 시의 인용하신 그 부분이 좋았어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심플하지만 또 너무나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아닌가요.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그 구절 때문에 저 시를 여기에 옮겨온거랍니다.

2011-08-3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아주 조심하겠다고 약속해요. 당신이 길을 건너기 전에 길 양쪽을 다 살핀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당신이 한 번 더 길을 살폈으면 좋겠어요, 내 부탁이니까"

다락방 2011-08-31 11:27   좋아요 0 | URL
신스님..
나 진짜 좋아하는군요! 이 페이퍼에 이 댓글을 달아주는 센스라니. 나한테 특별해지기로 작정했나보다.
:)

특별하게 생각해 줄게요, 신스님. 다락방이 좋아한다는건 이런거구나, 하는걸 생생하게 느끼게 해줄게요. 훗 :)
점심 맛있게 먹어요.

비로그인 2011-08-3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꼬꼬면 저도 먹어보고 싶어요! 5만원 이상이라는 말에 쿨하게 단념했는데 말이에요. 저는 책을 잘 안 사는데, 그래도 소설보다는 시집을 사는게 두고두고 보기 좋지 않나요?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나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노래하는 시가 들어있는 시집이라면... 여부가 없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저런 유쾌한 아침밥상 장면, 참 좋네요. 전 아침을 먹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흐흐;;

2011-08-30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1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1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벌 2011-08-31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저도 그 식탁에 앉아봤으면~~

다락방 2011-08-31 11:29   좋아요 0 | URL
언젠가 우리가 나란히 식탁에 앉도록 해 봅시다.

마노아 2011-08-31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기진 새벽에 보면 안 되는 글이었어요! 꼬르르륵 뱃속에서 울리네요.
아부지는 대체 어떤 말을 하셨을까요? 설마 그만 먹으라는 얘기는 아니었겠죠?
저도 이 시집이 지난 주에 도착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어요.
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는 읽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신호등에서 덜컹했어요. 위험하잖아요. 다락방님 우리 정신줄 놓으면 안돼요!! 흑흑...;;;

다락방 2011-08-31 11:3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께는 어떤 시집이 될까요? 저는 막 마음에 들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어요. 좀전에 외근 다녀왔는데 날이 어찌나 뜨거운지. 하아-

마노아님.
마노아님도 정신줄 놓지 말아요. 우리, 정신줄 놓지 말고 지내요. 마노아님이 말한것처럼, 정신줄 놓지 말고 지내도록 해요!! 흑흑 ㅜㅜ

2011-08-31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1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1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1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린브라운 2011-08-31 17:48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님 책 잘 읽겠습니다 ^^ 좋은 저녁 되세요~
 
지구로부터의 편지
마크 트웨인 지음, 윤영돈 옮김 / 베가북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토록 유쾌하며 날카로운 편지라니.어쩔수 없다.나는 하나님보다는 마크 트웨인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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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8-29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금세'를 자꾸만 '금새'로 써놓은 오타가 영 거슬린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 '금새'로 표기되어 있다.

2. 93 페이지에는 '받습니다'를 '받ㅋ습니다'라고 표기해서 깜짝 놀랐다. 이런 오타는 너무 초보적이지 않나.

3. 108페이지에는 '목회자들이 언필칭 이야기하듯'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언필칭은 무슨 말인가 싶어서(나는 처음봤다) 사전을 찾아보니 '말을 할때마다 이르기를' 이라는 뜻이란다.

poptrash 2011-08-2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받ㅋ습니다, 는 오타가 아닐지도 몰라요. 어쩐지 마크 트웨인하고 굉장히 잘 어울ㅋ리는 느낌인데요?

다락방 2011-08-29 18:24   좋아요 0 | URL
아.. 웃겨요 팝님 ㅋㅋㅋ 그러게, 오타 아닌가? 설정인가? 뭐 막 이런생각 드네요. ㅎㅎ

moonnight 2011-08-2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금세가 맞다는 걸 얼마전에야 알았어요. -_ㅠ 번역가에게 왠지 동정심;;;;
다락방님 진짜 책 많이 읽으시는구나. +_+;

다락방 2011-08-29 18:25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제가 몇년전에 책을 읽는데 책에 '금세'라고 표기 되어 있는거에요. 어라, 왜 이렇게 표기하지, 오타지적질 해야겠군, 그전에 사전으로 확인사살하자, 하고 사전을 찾아보니까 '금세'가 맞더라구요. 저 그때 완전 패닉이었어요. 여태 금새로 알고 살아왔는데...하면서요.
문나잇님이 저보다 책 더 많이 읽으시는 것 같은데요?

머큐리 2011-08-2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찌뽕~~~

다락방 2011-08-29 18:25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 하나님 보다는 마크 트웨인 쪽? ㅎㅎ

머큐리 2011-08-30 12:03   좋아요 0 | URL
같은 읽고 있다는 의미 + 마크 트웨인 편이라는 의미..죠

다락방 2011-08-30 13:23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군요. 마크 트웨인 짱이에요. 흑흑
 

처음 필립 베송을 알게 된 건, 그의 책 『포기의 순간』이었다. 경향신문 북섹션에서 그 책의 소개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책을 구매했고, 그 책을 읽으려고 책을 펼쳤을 때, 당연히 나는 책날개에 쓰여진 작가에 대한 소개를 읽었다.  

 

필립 베송(Philippe Besson)


평단의 두터운 신망과 열성적인 고정 독자층을 동시에 확보한, 지금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2001년 『인간의 부재 속에서』로 등단한 후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발표해온 그의 작품들은 제목보다는 ‘필립 베송의 신작’으로 불리며, 그의 신작 소개는 프랑스 문단의 연례행사가 될 정도이다. 1967년 샤랑트에서 태어나, 열다섯 살부터 접한 아르튀르 랭보, 마르셀 프루스트, 마르그리트 뒤라스, 에르베 기베르 등의 작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루앙의 고등상업학교를 졸업한 후 법학자로 강단에 섰으며, 일간지 〈리베라시옹〉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다.

등단작 『인간의 부재 속에서』로 아카데미 공쿠르에서 수여하는 에마뉘엘 로블레스 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발표한 『그의 동생』은 페미나 상 후보에 올랐다. 이 소설은 2003년 파트리스 셰로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2년에는 『만추』를 출간, 에르테르엘 리르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각색되어 파리의 연극 무대에 올랐다. 2003년 출간된 『이런 사랑』(원제: 『이탈리아 청년』)은 공쿠르 상과 메디치 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04년 메디테라네 상을 수상했고, 필립 칼바리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고 있다.

그밖의 주요 작품으로, 실제 유아살해사건인 ‘그레고리 사건’을 바탕으로 한 『10월의 아이』를 비롯, 『무상한 나날들』 『이별과 이별하기』 『우연히 만난 남자』 등이 있다. 2011년, 등단작의 속편인 『인간들 사이로의 귀환』을 발표했고, 여러 편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며 방송 프로그램 <파리 데르니에르>의 사회자로도 활동중이다. (-알라딘의 작가소개에서)

 

 

나는 아주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만능 엔터테이너를 자처하는 사람에게서는 하나의 집중된 능력을 보기 힘들거라는 것이었다. 이 작가에 대한 소개를 읽고 나는 책을 읽기 전, 그가 마음에 들질 않았다. 나는 파리의 삶이 어떤지도 알지 못하고 당연히 [파리 데르니에르]가 무슨 프로그램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그가 단순히 작가가 아니라 어떤 '방송의 사회자'라는 것이 못마땅했던 거다. 이런 사람이 쓴 소설이 깊이를 가질 수 있겠어? 

그러나 나는 [포기의 순간]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 편견이 깨지는 걸 느껴야 했다. 그가 쓴 문장들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게다가 그는 '나 자신'에게 충성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 그 문체가 퍽이나 마음에 들어서 나는 그의 다른 작품들을 또 찾아 읽었다. 『10월의 아이』와 『이런 사랑』이 그것이었다.  

『10월의 아이』에서도 예의 그의 문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그런데 뭔가 불편했다.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그 사실, 그것이 작가적 양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자꾸만 불편했다. 나는 그의 글솜씨가 마음에 드는데 그런데 이게 이래도 되는 것인지를 잘 모르겠는거다. 『이런 사랑』까지 읽은 현재, 그의 세 소설에서는 공통적인 특징이 보여진다. 소설의 시작은 언제나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걸. 그리고 그는 '타인'보다는 '자신'에 집중하라고 말해준다는 걸. 그가 주장하는 바가 권선징악인것이 아니라 희생이 아니라 이타적인 삶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하는 나'라는 것이 나를 사로잡는다. 그가 집중하는 '나'는 그래서 '나의 내면'의 소리를 잘 듣는다. 내가 최근에 읽은 『이런 사랑』에서의 이런 구절들. 

   
  '루카 살리에리, 대체 무슨 일이야?'
대체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길래, 내가 이토록 막막하고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듯 아득해지는 거지?
(p.47) 
 
   
   
  안나는 내게 웃어주었고, 나를 사랑했다.
나는 그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레오가 나타났다.
(p.124) 
 
   
   
 

인생에서의 첫번째 용기는 바로 아무런 근거 없이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는 이 심술을 견뎌내는 것이고, 관례를 추종하는 자들의 공격을 이겨내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교훈을 주려는 자들과, 주입받은 교육으로 마비된 무지한 자들과, 자신도 알지 못하는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분노를 어쩌지 못하는 순진한 자들이 가하는 매서운 타격을 비틀거리지 않고 받아내는 것이다. (pp. 132-133) 

 
   

나는 특히 저 부분에 아주 강한 인상을 받았다. '관례를 추종하는 자들의 공격을 이겨내는 것'. 이것을 어떻게 문장으로 표현해냈는지 나는 놀라서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고,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로 찍어 보내주기도 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그러니까 내가 되고 싶은 나, 온전히 나이고 싶은 나를 방해하는 건,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하고있어, 너도 남들처럼 살아'라고 말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아닌가, 그들의 태도가 아닌가. 그걸 이토록 간결한 문장에 담아내다니. 나는 이 책속에서의 여자인 '안나'에게 공감을 백프로 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문장들 때문에 필립 베송에게 가혹한 평을 내릴수가 없다. 그는 현재를 살아가는 외로운 영혼의 내면의 목소리를 바로 들려준다. 아주 잘. 

   
 

우리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늘 통용되는 간단한 단어를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딱 들어맞는 단어가 아닐 것이다. (p.144) 

 
   

나 자신도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타인이 나에 대해 얼마만큼을 알 수 있을까. 그러나 그것들은 얼마나 보기좋게 간추려지는가. 나는 자신에 대해서도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도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없다. 

   
 

사람들은 틀릴 것이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와 우리가 겪은 일은 다를 테니까. (p.144) 

 
   

어떤 문장들 틈에서 나는 그로부터 날카로움을 읽는다. 내가 항상 생각하는 바는, 젊은과는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거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나는 언제나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생각해왔다. 대체 왜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그건 젊은게 더 좋고 나이든게 더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젊음은 젊음대로 그리고 나이듦은 나이듦대로 각자의 생각과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나이들었으니 더 철이 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게 아니다. 아니, 나이 들면서 성장해간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걸 어떻게 해야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 필립 베송이 말한대로, 젊음과 나이듦은 '같은 무기'를 가진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젊음은 참을 수가 없다. 젊음과는 맞서 싸울 수가 없다. 우리는 같은 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 순식간에 우리 사이에 불균형이 자리를 잡는다. 더 무슨 말과 행동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말한다 해도 핵심을 비켜가게 될 것이다. 갑자기 메울 수 없을 만큼 거리가 너무 많이 벌어져버렸다. 늙고 한물가고 지친 기분이 든다. (p.208)  

 
   

 

나는 앞으로도 그의 책들을 계속 읽어보고 싶다.

 

 

 

 

 

  

 

 

 

자, 그리고 이승우. 나는 이미 『한낮의 시선』으로 그를 만났던 바다. 그 소설을 읽고난 후의 이승우는 내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다시는 안읽어, 도 아니고 너무 좋아, 도 아닌 그 어느 중간쯤. 그러니까 조만간 그의 다른 소설을 한 번 더 읽어봐야겠어, 라는 그런 느낌. 그러려고 했던게 아닌데, 나는 오늘 책장에서 무심코 사두고 책장에만 꽂아두었던 이승우의 「칼」이 실린 『2010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꺼내 읽었다. 아주 충동적인 행위였다. 벨아미를 읽을까, 테스는 어떨까, 시집을 읽을까, 19분은? 그러니까 이건 꽂아두기만 했지 고려의 대상은 아니었는데, 찰나에 꺼내든 것. 그리고 읽기 시작했는데, 오, 두시간을 물도 없이 걷다가 간신히 구멍가게를 만나서 생수 한통을 사들고 벌컥벌컥 들이켜는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한글로 쓰여진 한국 사람이 쓴 소설. 내가 읽어야 할 바로 그런 소설이 아닌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 바로 이게 아닌가 하는 만족감이 금세 차올랐다. 나는 그의 문장들을 읽어내리는 게 좋았다. 책장을 넘기고 또 다른 그의 문장들을 자꾸만 읽으면서 이승우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아, 나는 병신이야. 그동안 이승우를 안읽고 대체 무슨 뻘짓을 한거야. 그동안 뭐한거냐고. 이제 이승우를 읽어야겠어, 라고 생각했다. 그의 작품 『생의 이면』은 프랑스에서 더 잘 알려진 작품이란다. 맙소사. 대한민국 독자들은 왜 이승우를 프랑스에서 더 유명하게 그냥 놔둔거지?    

 

이승우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고, 서울신학대학을 졸업했다. 1981년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으로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구평목 씨의 바퀴벌레』, 『미궁에 대한 추측』,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오래된 일기』 등이 있고, 장편소설 『가시나무 그늘』,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한낮의 시선』 등이 있으며, 산문집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살다』 등이 있다.

『생의 이면』, 『미궁에 대한 추측』 등이 유럽과 미국에 번역, 소개되었고, 특히 프랑스 문단과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2009년에는 장편소설 『식물들의 사생활』이,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엄격한 기준으로 펴내는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폴리오 시리즈 목록에 올랐는데 한국 소설로는 그의 작품이 최초로 선정되었다. 『생의 이면』으로 제1회 대산문학상(1993)을,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로 동서문학상(2002)을, 「전기수 이야기」로 현대문학상(2007)을, 「칼」로 제10회 황순원문학상(2010)을 수상했다.  ( -알라딘의 작가소개에서)

 

나는 이승우의 이름을 알라딘에 넣고 검색해본다. 『생의 이면』을 살 수 있을까? 다행이다. 절판이나 품절 표시가 없다. 내가 이승우의 작품을 더 읽어봐야 겠다고 결심하게 된, 「칼」의 문장들.

   
 

내 고객들은 모두 심약한 사람들이야. 누구보다 약하고 억눌린 게 많고 세상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이지.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 칼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야. 칼을 모을 만큼 강한 것이 아니라 칼을 수집해야 할 정도로 약한거지. 칼을 가지고 무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칼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칼을 소지하는 거야‥‥‥. 다마스커스의 사장이 한 말이다. 칼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칼을 가지지 않고도 잘 살지만, 칼이 없으면 불안한 사람들은 칼이라도 지녀야 겨우 살 수 있다고, 실제로 그 사람들은 칼을 가지고도 애초에 칼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잘 살지 못한다고 그는 말했다. (pp.64-65) 

 
   
   
 

그녀를 독점적으로 소유하려는 열정으로 들끓던 나는 항상 뜨거워져 있었고, 거의 매 순간 상처를 입었다. 상처는 대개 나의 뜨거움에서 비롯했다. 나는 늘 뜨거웠고, 뜨거움에 데었고, 허기졌고 안타까웠고 혼란스러웠고 불안했다. 아무리 애써도 닿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리 애써도 닿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에 더 닿으려고 애를 써야 했다. (p.52) 

 
   

그는 앞의 말을 반복하고, 그 반복으로 다시 원인과 결과를 반복한다. 이런 문장이 책을 전체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어서 어느 한 문장이 좋아서 밑줄을 그을라 치면 그 다음 문장도, 또다시 그 다음 문장도 놓칠 수 없게 만들고, 그러다가 문득, 그냥 책 한권을 다 밑줄 그어야겠구나 싶어지는 거다. 그의 문장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 그의 문장은 '내가 이 글을 알기 때문에, 이 글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온전히 다가올 수 있는 매력'을 주는거다. 어떻게해야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감정을. 그러니까, 이런거다. 한글을 모르는 사람-특히 프랑스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은 기분. 

너,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반복해서 읽는다고 내가 이해하는 만큼 이해할 수 있겠어? (으쓱)

어깨가 으쓱해진다. 짜릿하다. 내가 이승우를 읽는다. 이승우의 문장들을 음미한다.  

   
 

그렇게 해야 했느냐고 물으면, 그렇게 해야 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온다는 걸 안다. 그 순간이 언제나 너무 늦게 찾아온다는 것도.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은 대개 어떤 이유로든 그렇게 할 수 없게 된 순간이다. 그렇게 할 수 없게 된 순간에야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니까 불필요한 깨달음이다. (p.51) 

 
   

이 책, 『2010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가장 좋은 건 역시 이승우의 「칼」이었고, 그다음에 좋은건 이승우의 다른 작품들 '수상작가 자선작'인 「무슨 일이든, 아무 일도」와 「첫날」이었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그 다음으로 (나에게)좋은 작품은 '박성원'의 「하루」였다. 만약 내가 좀더 일찍 '권여선'의 「팔도기획」을 만났다면 이 작품을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에서 느껴야 할 감정을 이미 '허먼 멜빌'의「필경사 바틀비」로 느껴본 바 있다. '프리츠 오르트만'의 「곰스크로 가는 기차」가 '한강'의 「훈자」를 읽는 동안 겹쳐 떠오른다.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곰스크'와 '훈자'가 서로 닿아있는 느낌이랄까. 세계 곳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은 서로 다르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서로 닮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유독 이 단편집을 읽는 내내 들었다. 

 

나는 이승우를 더 읽을 것이다. 이승우는 수상작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이 '주류나 중심에 있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한바 있는데, 나는 당분간은, 이승우를 내 소설읽기의 중심에 둘것이고, 주류에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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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29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이승우가 있었네요. <미궁에 대한 추측>과 <생의 이면>을 읽었더랬는데,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강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분명히 기억합니다. 한수철 님 덕분에 도서관에서 찾아본 적이 있는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와, 조선시대 저잣거리에서 요전을 받으며 이야기를 들려주던 전기수를 소재로 한 <전기수 이야기>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읽어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1-08-29 12:55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저도 [생의 이면]을 꼭 읽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칼]을 추천합니다, 후와님. 진짜 엄청나게 좋아요. 국내 단편소설들 중 으뜸이 아닐까 조심스레 말씀드려 봅니다. 정말 좋았어요. 아, 어서 [생의 이면]을 읽고 싶어서 막 몸이 근질근질해요. 므흣 :)

dreamout 2011-08-2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작가를 통해 이승우를 알게 됐어요. 르 클레지오. ^^
르 클레지오가 어느 글에선가 이승우 소설을 감탄하며 읽었다고 했거든요.

다락방 2011-08-29 12:56   좋아요 0 | URL
수상작가 인터뷰에 안그래도 르 클레지오 가 언급되더라구요. 르 클레지오가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이승우를 언급해서, 이승우같은 '주류가 아닌' 작가가 검색어 1위를 잠깐 했었다고 얘기하더라구요. [칼]은 정말 저도 감탄하면서 읽었답니다.

2011-08-29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9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1-08-29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언젠가 이승우 작가를 만날테요!


(썼다 지웠다 했는데) 무튼, 이 페이퍼도 좋구려..^^

다락방 2011-08-29 12:56   좋아요 0 | URL
레와님, 처음 만난다면 [칼]을 추천해요. 정말 좋아요, 정말. 그리고 [한낮의 시선]도 괜찮았거든요. [생의 이면]을 읽게 되면 어땠는지 말씀드릴게요. 히히 :)

치니 2011-08-2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제 40자 평에도 썼지만 이승우의 <생의 이면>을 읽으니 어찌나 한수철 님체가 많이 생각나던지. ㅎㅎ

다락방 2011-08-29 12:5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일명 한수철체 말씀하시는 겁니까? ㅋㅋㅋㅋㅋ 아 빨리 읽어야겠어요. 저도 [생의 이면] 읽을거에요. 읽으면서 한수철님 생각 좀 해야겠어요. ㅎㅎㅎ

건조기후 2011-08-3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음과 늙음.. 라디오에서 배철수 아저씨께서 하셨던 말씀 생각나요.
나이 가지고 뭐라 얘기 나오면 그러신대요. "너 늙어봤어? 난 젊어봤어" ㅎㅎㅎ 역시 멋있어 ㅠ

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항상 생각해요. 나이 먹었다고 젊음 앞에 지친 마음이 들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는 거 같아요. 어차피 나도 가졌던 무기이고 그들이 잃게 될 무기이기도 하고. 그냥 다 쌤쌤이에요 ㅋ 그리고 저는 나이 먹는 게 그다지 나쁘지도 않아요.

필립 베송의 문장 정말 반하겠네요. 특히 세 번째 박스에 인용된 글! 어휴.
하지만 역시 젊음 앞에 무기력해지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아요 하하.

다락방 2011-08-30 09:18   좋아요 0 | URL
배철수 아저씨 짱 멋지네요. ㅎㅎ

나이 먹었다고 지친 마음이 들 필요는 없죠. 그건 당연해요. 그렇지만 저는 지친 마음이 들어요. 어떤 싸움들에 있어서 젊음과는 도저히 싸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건 제가 싸울 의지를 잃는거기도 하구요. 농담인듯, 재이슨 스태덤이 사귀는 어린 여자에게 나는 상대도 안되겠다고 하기는 했지만, 그건 진심이기도 해요. 이건 그렇지만, 그가 나보다 십년이나 어린 여자랑 사귀기 때문만은 아니구요, 나보다 십년 더 나이 많은 여자랑 사귀어도 마찬가지에요. 그 여자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철이 없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에요. 저는 지금의 제 나이 말고는 다른 제가 될 수 없으니까요.
저도 나이 먹는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초조하고 무서워요. 어떤것들은 적절한 나이라는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것들을 이제는 놓쳐버린 것 같아서요.

저는 젊음 앞에 무기력해지는 기분을 아주 많이 느껴봤어요, 건조기후님. 극복이 안돼요, 이건.


필립 베송은, 문장 때문에 도무지 내칠수가 없는 그런 작가에요.
 
책, 못 읽는 남자 - 실서증 없는 실독증
하워드 엥겔 지음, 배현 옮김 / 알마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혹시라도 내가 만약 책을 읽을 능력을 잃는다면, 책을 읽고 싶은 의지만은 잃지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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