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맞다면 '시드니 셀던'의 『별빛은 쏟아지고』에는 젊은 여자와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는 한 노인이 등장한다. 이 책속의 주인공은 '젊은 여자'이고(주인공 이름이 로라였던가? 갸웃) 노인은 조연이며 그녀의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백이 되어주는 역할인데, 역할이 역할인만큼 그는 한 기업의 사장이며 돈이 아주 많다. 그는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무실에 따로 전화를 설치하고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장면들이 당연히 나오는데, 그런 그를 보고 그의 아내가 그는 지금 어떤 여자와 사랑에 빠져있다는 걸 짐작하게 된다.  

그가 남자가 되었어. 

라고 아내는 생각한다. 그는 지금까지는 회사의 사장이었고, 남편이었고, 아버지였을텐데(아버지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나지만 대체적으로 그런 역할을 수행하니까), 그가 갑자기 '남자'로 변신하는 것. 그것때문에 그녀는 그의 외도를 눈치채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당시에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었다. 노인이 어느날 남자가 되는 것. 짐작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몸소 느낀건 아니었는데, 그 뒤로 시간이 지나고 내가 스스로 여자임을 자각하는 순간, 혹은 여자이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 나는 그때 그 소설속의 그 장면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게 바로 이런것이었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거다.  

나는 어느순간부터 그런 이야기들을 좋아하게 됐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공경하고 부모로서 자식에게 희생하는, 또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가족을 다 먹여살려야 하는 책임감을 어깨에 무겁게 지게 된 그런 이야기 말고, 자기가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야기, 자신이 온전히 여자이고 싶은 이야기, 자신이 온전히 남자이고 싶은 이야기. 현재 자신이 맡은 수많은 역할들을 다 뒤로 감춘채 여자로서 혹은 남자로서 빛나고 싶은 그런 이야기들. 나도 내가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줄은 미처 몰랐는데, 어느 순간 내가 그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살아. 다른 역할들에 너 자신을 감추지마, 라고 힘껏 응원하면서. 

그런 점에서 '존 쿳시'의 『슬로우 맨』은 또 하나의 기쁨이었다. 

 

 

 

 

 

 

 

주인공인 남자는 예순살이다.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이 혼자산다. 그러던 그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어느 젊은이가 운전하는 차량과 부딪쳐서 다리 한쪽을 잃는다. 한쪽 다리의 무릎 아래를 절단해낸다. 수술을 해낸 의사는 그에게 이 선택 밖에는 없었고, 수술은 무척 잘 되었다고 말하지만, 그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왜 나한테 어떤것들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리를 자르지 않을지도 모를, 그런 선택을 하게끔 물어보지 않았느냐고 화를 내고 싶다. 그는 수치스럽고 치욕스럽다. 자신의 다리 한쪽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감당하기도 힘이 든다. 왜 내게 묻지 않았습니까, 왜, 왜. 그는 이제 사람들을 만나기 겁이 나는 지경이 되었다. 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당당하게 다리 한쪽이 없다고 밝히는 일이 그에겐 무척이나 어렵다. 그런 그를 돌봐주기 위해 퇴원한 그의 집에 정기적으로 간호사가 방문하게 되고, 그녀의 다정하고 숙련된 간호에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는 그녀의 종아리를 보고 감탄하고, 사랑이라 생각하고, 혹은 욕망인가 갈등하고, 무엇보다 그는 남자이고 싶은 강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는 움츠러든 남자이긴 하지만 이 모든 일의 와중에서도 남자로 남아 있으려고 노력한다. (p.45) 

예순살의 남자, 다리 한쪽을 잃은 남자, 목발이 없이는 걸을수도 없는 이 남자가 '남자로 남아있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하는 이 장면에서 나는 희열을 느낀다. 그의 절절한 마음. 예순이지만 사랑을 하고 싶고, 예순이지만 남자로 있고 싶은 마음. 나는 그를 응원해주고만 싶다. 그를 설레이게 한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인 그녀의 이름은 마리야나 조키치. 

그에게 일어난 좋은 것 중 하나는 마리야나 조키치가 그의 삶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p.45) 

그는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어서 이제는 자신을 차로 들이받은 젊은이에게 고마움까지 느낀다. 

 

그가 여자에게서 원하는 건 무엇일까? 그는 그녀가 다시 미소를 지었으면 싶다.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 줬으면 싶다. 그는 그녀의 마음속에 아무리 작더라도 자신의 자리가 있었으면 싶다. 그는 그녀의 연인도 되고 싶은 걸까? 그렇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걸 간절히 바란다. (p.97) 

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연인'의 형태로 그 사람의 옆에 있고 싶은 건 아니라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너무 좋아서 오히려 연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다. 거기에는 사소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쩌면 너무 좋아서 그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싶지 않은걸 수도 있고, 어쩌면 너무 좋아서 헤어짐을 감당하고 싶지 않아 연인이 되고 싶지 않은걸수도 있다. '이정도의 관계'가 이 좋은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가 사랑을 느낀다고 해서 '연인도 되고 싶은걸까?'하고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아, 사람의 욕망은 얼마나 단순한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미소를 지어주기를 바라는 이 순수한 욕망. 물론 그 욕망은 그것들이 충족되는 순간 더 커지고 더 다양해지겠지만, 미소만을 요구하다니 정말 감탄할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미소가, 왜 그토록 얻기 어려운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는. 

게다가 그는 여자의 육감이란 것이, 여자가 느끼는 공기의 흐름이란 것이 얼마나 예민한지도 알고있다. 

"마리야나, 당신은 분명히 알고 있을 거요. (입이 마르고, 가슴이 쿵쿵거린다. 열여섯 살 때처럼 두렵고 짜릿한 느낌이다.) 여자는 늘 알잖아요." (p.102) 

여자는 사랑앞에서 그리고 남자앞에서 예민해진다. 숨겨져있든 감각의 촉수가 모두 뻗쳐나온다. 공기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남자와 한 공간에 있는게 아니어도 이 공기중에 어떤 감정들이 숨겨져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는 바로 그걸 지적하는 것이다.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여자에게 가진 감정을, 너는 여자이니 알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것. 물론 그녀는, 다른 모든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모르겠다고 답한다. 

그에게는 이제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일, 그녀를 돕는 일, 그녀가 행복하게 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다. 가장 큰 소망이다. 그는 그녀에게 말한다. 

"당신에게서 나를 차단하지 말아요." (p.215) 

 

무엇보다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지 못했다고 해서 '원하지 않는 차선책'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는거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그에겐 가진게 얼마 없으니, 그가 가지기에 적절한 것은 '원하지 않는 차선책'이었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갖지는 않겠다고 한다. 그는 고집스럽다.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나는 차선책을 선택한적이 있었다. 별로 원하지 않았는데도.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상대가 원하니 괜찮을거라는 생각으로. 그러나 그 후에 찾아온 건 엄청난 후회였다. 나는 차선책으로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란 걸, 그때는 몰랐다. 사랑도 노력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다지 노력하는 인간도 아니고 내게 사랑은 노력이 아니었다. 그는 고집스러움으로써, 차선책에게 예스를 말하지 않음으로써,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세우고 꼿꼿하게 살아갈 것이다. 여자이기 위해서 그리고 남자이기 위해서 내던지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은 자존심일지도 모르겠다. 자존심이 여자를 여자로, 남자를 남자로 지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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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 2011-09-0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기의 흐름이 달라지는 걸 느끼죠 예민해지죠. 내가 느끼는 거면... 그도 느끼는 걸까요? ㅎㅎ

저 역시 차선책에 고개를 끄덕여서 후회한 적이 많아요. 지금까지 그랬고, 지금 그렇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더라도 나중일은 어찌 될지 장담 할 수는..... 자존심. 맞아요. 자존심. 여자를 여자로. 아 책 읽어야 겠다. ^^

참참참 올만이에요 락방님.
드뎌 블베가 예약 판매 시작을 했어요.
제손에 오게되면 큼지막하게 알려드릴게요 ㅎㅎ


다락방 2011-09-07 12:32   좋아요 0 | URL
버벌님 아니요, 그렇질 않아요. 내가 느끼는 거면 그도 느끼느냐..아니에요. 그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남자들은 머저리들이라...하하하하

저는 제가 왜 차선책에 고개를 끄덕였나 자꾸만 생각해봤는데, 그때는 그거라도 붙잡자 하는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일의 진행과정을 보아가며, 아, 나는 차선책으로 만족하며 살기엔 자존심이 너무 세구나 싶더라구요. 그때 왜그랬을까 싶기는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수 있어요. 거기에서 배우는거죠.

우아아아 블베 우아아아. 버벌님의 블랙베리!! 왓섭, 왓섭. 사자마자 왓섭이에요. 알았죠?

Forgettable. 2011-09-08 13:59   좋아요 0 | URL
전 ㅋㅋ 블베가 블루베리인줄 알고 ㅋㅋㅋ 나도 달라고 손벌릴 뻔 ^^
요즘 블루베리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 맛있어 ㅋㅋ

다락방 2011-09-08 22:07   좋아요 0 | URL
아 어울린다 뽀. 블루베리랑 어울려요. 그런데 블랙베리랑도 어울려요. 뽀. 만약에 스맛폰으로 바꿀거면 뽀도 블랙베리로 바꿔요. 블랙베리는 참 뽀대나는 것 같아요. 난 지금 당장 바꾸고 싶은 심정 ㅋㅋ 버벌님 사는거 보고 괜찮으면 나도 미친척하고 바꿔버려야지. ㅋㅋㅋㅋㅋ

레와 2011-09-0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받았던 편지중에 '자존심은 스스로 자기를 지키는 마음이야..'라고 한 사람이 있었어요.
지금도 가끔 이 말을 생각해요. 스스로 자기를 지키는 마음.


예순살 남자 주인공이 남자로 남아 있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이 페이퍼에서는 거부감 없이 나에게 다가와요.
막상 내가 [슬로우맨]을 읽어 본다면 이 느낌이 어떤식으로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괜찮은 느낌이네요.
이와 반대로 박범신의 [은교]는 지금도 약간 불쾌감이 남아있어요.
노시인 이적요는 '나이듦'을 안간힘을 쓰고 벗어나려고 하는 듯 했었거든요. 그래서 거부감이 들었고 어떤 부분에선 불쾌했죠.


참, 페이퍼 제목 의미심장한데요! ㅋㅋ

다락방 2011-09-07 12:35   좋아요 0 | URL
스스로 자기를 지키는 마음, 이게 별거 아닌것 같지만 의외로 어려워요.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만족을 위해 나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될 때가 많으니까요. 편한게 편한거지, 하고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도 더러 생기구요. 나이들수록 더 이타적이 되어갈줄 알았는데, 웬걸, 나는 그저 점점 더 나 자신을 꼿꼿하게 지키고 싶어지더라구요.

이 책은요, 레와님. 은교와는 완전히 달라요. 절대 달라요. 저도 [은교]는 불편했어요. 아주 많이. 그건 늙은 남자의 환상을 버무려놓은 판타지 소설 같았죠. 은교에 대한 욕망을 말하는게 아니라-그건 당연한거라 보여지거든요-, 레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이들었지만 남자이고싶다'가 아니라 '나이듦'을 벗어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여서이기도 했어요. 물론 내가 가장 불쾌했던건, 노시인의 제자와 여고생의 관계였지만 말에요. 존 쿳시의 책은 불쾌하지 않아요. 오히려 감탄만이 있을 뿐이죠.

페이퍼 제목은 그러니까, 음... 하하하하. 여기까지.

비로그인 2011-09-0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우 이미숙이 [여배우들]에서 나는 죽을 때까지 여자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저는 아직 남자로 남고 싶다거나 뭐 그런 생각은 없는데 (성적인 의식이 없는 탓일지도..) 얼마 안 있어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이 오면, 그런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고.. ( '')~ 요새는 다락방님 페이퍼로 로맨스 소설을 대신하고 있답니다 ㅋㅋ

다락방 2011-09-07 12:37   좋아요 0 | URL
괄호안의 성적인 의식이 없는 탓일지도, 라는 수다쟁이님의 문구를 보니 갑자기 그렇다면 나는 성적인 의식으로 가득차있나, 뭐 이런 생각이 들어서 웃었어요. 언제 어떤식의 생각을 갖게 될지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지금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어있을지 몰랐거든요.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이런 마인드를 내가 가지다니, 하는 그런 생각이요. 전 제가 굉장히 이타적인 어른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는 전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더라구요.

수다쟁이님, 나중에 아주 늙어서 나랑 같이 실버타운에 머무르게 될때, 그 때, 남자이고 싶다, 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게 되기를 바랄게요.
:)

비로그인 2011-09-07 13:02   좋아요 0 | URL
아핫, 그 때까지 건강하게 책으로 몸보신 든든하게 하고 있을게요. 다락방님은 걱정 없겠지요? ㅎㅎ
[모두 다 예쁜 말들] 너무 좋은데, 지금 읽을 책이 산처럼 쌓였어요. 오랜만에 개강을 하니까, 학교 도서관에서 닥치는대로 읽고 싶은 책을 빌려왔거든요. 날밤이라도 새서 읽어야겠어요 :)

다락방 2011-09-07 14:00   좋아요 0 | URL
네, 수다쟁이님. 우리 그때까지 잘 먹고 잘 읽고 잘 싸고 잘 놀고 잘 말하면서 그리고 잘 들으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도록 해요. 실버타운에서 수다쟁이님 만나면 내가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줄게요. 쉬지 않고 말할테니까 혹여 듣기 지겨워지면 스톱, 이라고 말해야 해요.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좋아하는 사람을 저는 좋아할 거에요. 후훗

노이에자이트 2011-09-0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매력이란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내게서 전혀 매력을 못느끼겠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서글픈 현실이겠지요.특히 이성이 내게 아무 매력을 못느꼈다면...

다락방 2011-09-07 17:42   좋아요 0 | URL
그치요, 노이에자이트님. 누군가가 내게 매력을 느꼈다는 걸 안 순간, 나 스스로도 반짝 빛나게 되는 것 같아요.

신`s 2011-09-07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끝까지 당신을 차단하지 않을 거에요.

다락방 2011-09-07 17:42   좋아요 0 | URL
이런 로맨틱한 사람 같으니라고. ♡

차좋아 2011-09-0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겠어요 ㅎㅎㅎ 존 쿳시를 좋아하는 건 우리의 공통점 ^^

다락방 2011-09-08 09:00   좋아요 0 | URL
오, 차좋아님. 존 쿳시를 좋아하십니까? 와- 엄청 반가워요. 전 제 주변에서 존 쿳시 좋아하는 사람 보지를 못했거든요. 아, 딱 한분 빼고 ㅋㅋㅋㅋㅋ

차좋아 2011-09-08 09:27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될거에요. 다락방님이 좋아하는 작가니까요.ㅋㅋㅋㅋ

다락방 2011-09-08 22:08   좋아요 0 | URL
어머, 안그래요 차좋아님 ㅋㅋㅋㅋㅋ 제가 좋다고 한 소설을 읽고 안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달사르 2011-09-08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져요!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졌을 때의 그 지극한 행복에 대한 느낌이 전달되는 듯해요. 각자의 짐 같은 역할을 떠나,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을 떠나, 온전히 남자와 여자만으로 만나는 그것은..햐아..다락방님, 이 포스팅 너무 좋습니다요. ^^

다락방님은 사랑을 아는 멋진 여자! ^^

다락방 2011-09-08 22:09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 이 페이퍼를 좋다고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이 페이퍼가 엄청 좋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 페이퍼를 좋아하는 만큼 다른 분들도 이 페이퍼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쓰는 사람이 좋은글과 읽는 사람이 좋은 글은 다르더라구요. 좋아해주셔서 고마워요. 히히. 막 신나요!!
>.<
 
독거미
티에리 종케 지음, 조동섭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해야할까 그럴 수 없다고 말해야할까. 이제 어떻게 살아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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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0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지금 내 심정 같아요. 신기하네요....-ㅅ-...

다락방 2011-09-07 08:26   좋아요 0 | URL
책 속에서의 그들을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아니 그들이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와요, 수다쟁이님. 자극적인 소설이지만 자극이 전부는 아닌 그런 소설이죠.

아이리시스 2011-09-07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밌어요, 다락방님? 리뷰 쓸 거예요? 미리 알려줘요.^^ 히히.

다락방 2011-09-07 08:25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이거 재밌어요. 재미있다는 표현이 적절한가 지금 잠시 갸웃했는데, 음, 재미있어요. 한 절반쯤은 뭐랄까, 이건 변태싸이코의 얘기인가, 뭐 이런식으로 생각해서 종잡을수가 없는데요 어느 순간 아! 하게 되어버려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된달까요.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잘 읽어온건가 하는 의심이 들게 되죠. 그러나 잘 읽은게 맞아요. 그래서 아! 하게 되는거에요.
리뷰나 페이퍼는 음,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안 쓸것 같아요. 현재까지는요. 그런데요 아이리시스님, 이거 아이리시스님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에 올리신 조경란의 [혀]와 '복수'라는 것에서 맞닿아 있네요, 아이리시스님. 이 복수는요, 조경란의 혀보다 더할겁니다.

moonnight 2011-09-0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사야겠어요! +_+

다락방 2011-09-07 13:41   좋아요 0 | URL
오. 문나잇님은 이 책 좋아하실 것 같아요!!
 
...알라딘 서재의 정체성 탐구하기...

안녕하세요, 한사람님.
이 긴 글을 읽기 위해 저는 출력을 했습니다. 하하. 어떤 말씀을 하실지 궁금해서요. 예전에도 파워블로거나 그 외의 다른 사안들에 대한 글들을 적어주셨을때도 꼬박 꼬박 읽었었거든요. 아마 댓글을 남기는 건 처음이지 싶습니다.

그런데요 한사람님.
일단 알라디너의 선택은요, 한사람님이 적어주신(혹은 생각하신)것처럼 '알라딘의 정책과 서재운영 방향성에 부합한 알라디너'로서 메인에 노출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글을 적든지 신간 서적(이게 3개월인지 6개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을 넣고 추천을 세개 이상 받으면 서재 메인화면의 '알라디너의 선택'으로 뜨게 됩니다. 그리고 서재 중앙에 화제의 서재글에 선택되는 글들은 비밀댓글을 제외한 타인의 댓글 열개 이상이거나 추천 다섯개 이상일 경우에 노출되구요. 그러니 그것은 말 그대로 '알라디너'의 선택이라고 보는게 더 타당해 보입니다. 그러니 화제의 서재글에 선택되는 글들은 신간일수도 있고 구간일수도 있으며 리뷰일수도 있고 페이퍼일수도 있습니다. 정치적인 글일수도 있고 개인사일 수도 있어요. 이것은 어떤 비율로 그곳에 걸리는게 아니고 글을 적은 시간과 추천수를 반영해서 올라가요. 한사람님의 이 글이 추천을 받아 화제의 서재글이 되었다면 당연히 중앙에 뜰것이고, 제가 만약 한시간 전에 작성한 글이 삼십분뒤에 추천 다섯개가 되어 화제의 서재글이 된다면, 시간상 한사람님 보다 먼저 올렸기 때문에 한사람님의 글보다 밑에 뜨게 됩니다. 그러니 제 생각에는 알라디너의 선택이 맞다고 보여져요.


이번 서재뉴스레터에 대해서는 서재지기가 말한대로 서재활동을 하든 안하든 일단 서재를 가지고 있는 알라디너들에게는 다 보내지는 것 같은데요, 약관에 있으니 그것을 보냈다고 한 서재지기의 말이 제게는 그다지 부적절해보이진 않습니다. 일단 서재뉴스레터에는 제가 알기론 '즐찾서재에만 공개'한 글이 가지는 않아요. 그건 지켜주는거죠. 그러나 그렇지 않은 글들중에 추천이 많거나 연관된 글이 많았을 경우 메인으로 뜨는 것 같습니다.

한사람님의 글이 올라오기 얼마전에 하이드님이 페이퍼를 작성해주셨듯이, 저 역시 인터넷상에(그곳이 알라딘이든 어디든)글을 작성하는 것은 누구든 볼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혹여라도 어떤 원치않는 현상이 생긴다면, 그것은 자기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구요. 예를 들어 나를 즐겨찾는 사람이 백명이다, 라고 했을 때, 그글을 보는 사람이 어떻게 백명이겠습니까. 백명을 포함한 다수이겠지요. 예를 들어 제가 한사람님의 글을 읽고 좋다고(혹은 싫다고) 퍼가서 네이버나 구글 한메일에 다 가져다 붙일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그럴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거지 제가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니 내 공간에 내가 내 맘대로 글을 쓴다고 해도 불특정 다수가 본다는 것을 감안해야지요. 만약 그것이 공개적으로 모두가 볼 수 있기를 원하지 않는 글이라면 그것은 자신이 조절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한사람님께서도 말씀하신 '최소한의 방어책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견입니다-. 즐찾서재에만 공개하거나 비공개하거나 혹은 어떤 블로거들은 읽을 사람들은 다 읽었다고 생각하면 그 글을 삭제하기도 하더군요. 그렇지 않고 블로그를 작성했다면, 그 글이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공개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 저의 경우에는 제가 즐겨찾는 서재가 별로 없습니다. 저는 서재에 올라오는 모든 글들을 거의 다 읽고 있거든요. 좋든 싫든 같은 의견이든 다른 의견이든. 그러다 보면 가끔 저에 대한 글도 접하게 되죠. 좋은 내용이기도 하고 나쁜 내용이기도 한.

위에 썼던 사항들로 봤을 때, 저는 제가 '관리'당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내가 산 책들을 반영해서 추천마법사에 책을 추천해주는 것은 그 관리와는 조금 다른 의미인 것 같고요. 그것이 혹여나 고객 관리라면, 저는 그 관리는 대체적으로 신경쓰고 있지 않습니다.  

 

위의 글까지가 한사람님의 페이퍼를 읽고 난 후의 댓글이구요, 아래는 제 개인적인 생각(공개된 글에서 더 나아가서)을 보태자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 글'에 다른 사람을 언급할때도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쓴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아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입니다. 만약 제가 제 페이퍼나 리뷰 혹은 댓글에 제 직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제 직업을 구태어 밝히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랑 친하다거나 혹은 저를 좋아한다거나 혹은 싫어한다는 이유로 다락방은 이러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 라고 본인의 글에 공개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는거죠. 본인에 대한것이야 말할것도 없고 타인에 대한것이 그 타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이니까요. 물론 타인이 안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만(이것 역시 하이드님이 말씀하신대로 타인은 우리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혹여라도 '어떤 특정인물'은 제 직업을 알고 악용하려는 누군가는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누군가로부터 어떤것을 숨기고 싶을 수 있으니까요. 나 때문에 타인이 의도치 않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니까요. 그 사람이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것, 그것은 지켜줘야 한다고-그러니까 좋은 의도로도 내가 언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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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9-0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개적으로 올린 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책임을 감수한다는 의견이
제 의견과 다르지만, 일리는 있다 생각합니다. 좋은 날 되셔요.

다락방 2011-09-06 17:10   좋아요 0 | URL
서재를 닫으시다니 유감이네요.

2011-09-06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7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6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7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2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슬로우 맨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들녘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그는 우리가 차마 하지 못하는 말들을 하고, 원하지 않는것과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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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05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속들이 올라오는 다락방님의 40자평을 보니 좀 부러워요. 책 친구가 참 많다 싶어서 ㅎㅎ 저는 야밤에 홀로 읽는 시간을 빼고는 다른 시간에는 책을 잘 읽지 못해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주인공도 그런 내밀한 독서를 즐기는 사람인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독의 차원에서 보면 정말 안 좋은 성향이지만 말이에요. 책을 대하는 것과 사람을 대하는 것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락방님은 어때요? 댓글 쓰다보니까 본문 글보다 훨씬 길어졌네요... 에이 민망해라 ( '')..

ps. 아멜리 노통브 책 뭐 읽어보셨어요?

다락방 2011-09-05 13:32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러니까 너무 많아요;; 안읽고 쌓아둔 책이 산더미인데 자꾸만 또 사서..이번에 이틀에 걸쳐서 박스를 두개 받았는데요, 지금 읽은 [슬로우맨]은 사둔지 좀 된 책이에요. 하하하하. 다 읽지도 못할거면서 이래도 되는걸까 싶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책을 그만 사게 되지는 않에요. 의지박약 ㅜㅜ

제가 읽은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요, [살인자의 건강법], [적의 화장법], [로베르 인명사전] 이었어요. 당시에 아멜리 노통브 붐이 일어서 저도 그래? 그럼 어디 나도 한번, 하고 보게 된건데, 저는 저 세권을 주르륵 읽었음에도 아멜리 노통브에게서 어떤 매력도 찾지를 못했어요. 아멜리 노통브 세권보다 존 쿳시 한권이 저는 더 좋아요.(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비교를 하핫;;)

비로그인 2011-09-05 21:07   좋아요 0 | URL
힝.. 아멜리양은 여기저기서 호불호가 갈리네요. 존 쿳시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저 지금 자기 전에는 시집을 읽고, 그 외의 시간에는 [그레이트 하우스]를 읽고 있어요. [사라의 열쇠]는 도서관에 분명히 대출가능이라고 되어 있는데 없네요. 이제는 고전도 좀 챙겨봐야지 싶어요. [모두 다 예쁜 말들]도 지금 수중에 있답니다 :)
알라딘 서재의 여파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ㅎㅎ

다락방 2011-09-05 23:45   좋아요 0 | URL
(술 취했음) 수다쟁이님. 모두 다 예쁜 말들 읽고 어땠는지 알려줘요. 만약 안좋았다고하면 나 이제 수다쟁이님이랑 안놀거에요!!(협박)
 
포기하지말아야지.

지난주 금요일, 알라딘 고객센터 직원과 통화를 했다. 나는 어떤 요구사항이 있었고 그것대로 될 수 있는지를 물었는데 고객센터 직원은 굉장히 친절하게 응대해줬으며 내 요구사항도 들어줬다. 심지어 더 나은 다른 방법을 유도하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그대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 오전의 통화가 기분이 좋아서 하루종일 기분이 나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직원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상황, 그래도 그 직원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고객센터에 글을 남겼고, 그 글은 그 직원에게 전해졌다. 

이 일을 친구에게 얘기하니 도대체 얼마나 친절했길래 너의 기분이 좋은거냐 물었다. 그런데 친절도 친절이지만, 나는 그 직원의 목소리가 참 좋았다. 차분하고 조용하며 똑똑한 목소리, 라고 하면 다 표현이 될까. 내가 갖지 못한, 내가 낼 수 없는 그런 목소리였다.  

 

목소리, 라고 하니까 내가 십년도 더 전에 읽은 할리퀸 로맨스 소설이 생각났다. 그 소설의 제목은 당연히 기억이 안나는데(참 이상하다, 할리퀸 로맨스는 제목이 기억이 안난다 -_-), 여자주인공이 전화상담원인가 고객상담사인가 뭐 그런 직업을 가져서 전화로 대응을 해줘야 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근사해서 가끔은 호감을 가진 남자들이 접근하는거다. 따로 만나자고 하거나 회사로 찾아오거나 하는 그런 일들. 그런데 그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외모를 보고는 실망해서 돌아간다. 마치 그녀가 그녀가 아닌것처럼. 그녀의 목소리때문에 사랑에 빠진듯 그녀를 찾아왔다가, 그녀에게 실망을 하고 돌아가는 것도 그들이다. 병신들. 그녀는 보통의 여자들보다 덩치가 컸다. 키도 크고 몸집도 컸다. 그녀는 그들이 상상속에서 그려왔던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그들이 상상했던 그녀는 두 팔로 안아 들어 침대로 데려갈 수 있는 여자여야 했는데, 그녀는 두팔로 안아 침대로 데려가기엔 너무나 거대했던 것. 그러다 우리의 남자주인공도 보통의 다른 남자들 처럼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녀의 대화가 기분 좋았고 그녀의 목소리를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남자도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다른 남자들처럼 실망한다. 그녀는 그의 실망을 느끼고 또 실망한다. 그 남자는 아주 멋졌으니까. 그러나 그 남자는 그녀를 다시 만나고 그녀의 거대한 덩치에 가려진 그녀를 차츰 찾아내가면서 사랑에 성공한다 뭐 그런 내용의 소설이었다. 하하하하.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제목이 절대 생각이 안나네. 하하하하.

그리고 또 있다. 목소리로 먼저 사랑하는 대표적인 영화. 고양이과 개에 관한 진실. 

 

 

 

 

 

 

 

 

이 영화속에서 여자주인공은 좀 뚱뚱하고 (본인이 생각하기에는)예쁘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라 정확한 것들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녀는 수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가끔은 라디오에 출연해서 청취자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곤 했다. 남자주인공과도 아마 그렇게 인연이 되었던 것 같은데, 남자는 개 때문이었나, 문제가 있어서 그녀와 통화를 했고 그녀가 그것을 해결해주었던 것 같다. 이 통화는 서로에게 꽤 기분 좋은 것이었고 어쩌다보니 그들은 개인적으로도 통화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통화가 반복되면서 그들은 폰섹스까지 하게 되고 서로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는 감정을 갖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남자가 만남을 제안했다. 여자도 그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예스를 말했지만 그의 앞에 자신있게 나설 외모가 아니었던 것. 그녀는 결국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자에게 자신인 척 나가달라고 부탁을 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자가 바로 우마 써먼이었는데, 그녀는 모델이 직업인 예쁘고 쭉쭉빵빵한 여자였던 거다. 

우마 써먼은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고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우마 써먼도 그 남자에게 호감을 가진다. 그 남자는 당연히 우마 써먼이 그녀인 줄 알고 호감을 가지고 그를 대한다. 여자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아파하고 답답해한다. 그리고 통화는 끊이질 않고, 이 남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마 써먼과 통화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어느 순간 여자는 우마 써먼과 그와의 데이트에 함께하게 되고 그 남자는 그녀와 더 이야기가 잘 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통화를 하던 여자가 바로 그녀였는데. 

뭐가 먼저가 될지는 모르지만, 사랑을 하게 될 사람들은 결국 사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남자가 먼저 다가서든 여자가 먼저 다가서든, 혹은 만남이 먼저이든 목소리가 먼저이든. 예전의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의 나는 모든 일에는 운명이란게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된다면, 사랑하게 될 사람은 사랑하게 되는 것.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에서 보여지듯이, 그녀와 그를 '통화부터' 하게 한 어떤 힘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마주침'이나 '만남'이 먼저였다면 서로 호감을 가지지 않고 뒤돌아섰을지도 모르니까. 너희들은 그러면 안돼, 만나야 하고 사랑해야 해, 그러기 위해서 방법을 달리하자, 하는 그런 운명의 힘이 작용한 게 아닐까. 훗. 참 소설같은 생각이다. 

 

책을 읽었다. 

 

 

 

 

 

 

나는 이 책이 사진을 잔뜩 싣고 짧은 글들을 시처럼 적어 놓은 그런 여행기가 아니라서 마음에 든다. 부탄 이라는 나라는 내가 한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나라였는데, 오, 이 나라, 참 재미있다. 

수도인 팀부는 사발처럼 오목한 골짜기에 있으며 약 10만명이 살고 있다. 그곳엔 교통신호등이 없다. 스티로폼도 찾아보기 힘들고 플라스틱 용기조차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앞서 말한 계몽적인 왕이 칙령을 선포했는데, 부탄 국민을 위해서 GNP(Gross National Product, 국민총생산) 보다 GNH(Gross National Happiness), 즉 '국민행복지수'를 우선하겠다고 했다. 군대에서 럼주와 위스키를 제조하고, 정부는 콘돔을 나눠준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기 취향에 따라 골이 지거나, 향기가 나거나, 오톨도톨한 콘돔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pp.22-23)

 

오! 군대에서 럼주와 위스키를 제조하는 나라란다. 그러니까 갑자기 며칠전에 꾼 꿈이 생각나는데, 꿈 속에서 나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건의 증인이었던 것 같은데, 이 나라가 -그러니까 대한민국- 나를 증인보호프로그램을 적용시켜 보호하고 지키려고 하는거다. 해군과 육군이 모두 나 하나를 감싸고 산으로 도망갔는데 내 위에서 헬리콥터가 막 돌다가 착륙하는거다. 앗 저건 뭐죠? 라고 내가 옆의 육군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답했다. 공군들이죠. 다락방씨를 지키기 위해서 육해공군이 모두 출동했어요. 이러는거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산에 여자는 나 하나였고 나머지는 죄다 육해공군이었다. 멋진 꿈이었어!! 각설하고, 부탄에서는 누구나 국민이라면 취향에 맞는 콘돔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단다. 나는 항상 이 나라-역시 대한민국-가 여자들에게 생리대를 좀 공짜로 나누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택도 없겠지? 흥!! 

이 책의 지은이는 미국 여자인데, 부탄의 남자와 결혼을 한다. 아주 나이가 많아져서 아이도 갖지 못하는 그런 상태가 됐을 때, 그때 그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된 것. 

중요한 건 우리가 마침내 서로를 찾은 것이다. 남편은 그렇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둘 다 예전에 결혼할 뻔한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기다려온 것이다. 나는 그렇게나 먼 곳에서 여기 부탄까지 달려왔다. 우리가 만날 가능성은 처음부터 너무나 희박했다. 남편의 믿음에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이제 나 역시 믿는다. 이성을, 합리성을 거스르는 많은 것들을 믿는다. 부탄에서는 모든 것이 그저 있는 그대로임을. (pp.72-73)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받고 직업을 가지고 살다가 부탄의 남자와 결혼하게 되리라는 걸 그녀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녀는 아마도 자신의 미래가 부탄에서 진행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겠지.   

 

거봐, 운명이란게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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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1-09-04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벌써 읽으셨어요!!

다락방 2011-09-05 08:48   좋아요 0 | URL
네 토요일밤에 휘리릭~ 읽어버렸어요. ㅎㅎ

레와 2011-09-04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만! 있고 말고요. 운명!

다락방 2011-09-05 08:48   좋아요 0 | URL
느껴봐요, 운명을.. ㅎㅎㅎㅎㅎ

마노아 2011-09-0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님 꿈 대박인데요. 그 숲엔 남자가 가득했네였던가? 암튼 그 제목보다 더 대단해요!
저는 어제 친구가 로또를 한 장 사줬는데 딱 한 자리 맞았어요. 뭐, 그렇다고요..;;;;

다락방 2011-09-05 08:4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니까요. 나중에 FBI 도 불렀던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제가 그동안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봐요. 우하하하하

비로그인 2011-09-05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속 병신 같은 남자들과 다락방님의 먼댓글이 겹치네요. 그래도 그건 누구의 잘못은 아니겠죠? 환상이 부서지는 순간 탓으로 돌려야하는... 그런 거겠죠? 전 [개와 고양이의 진실] 같은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운명이 있을 거라고 믿고 사는데, 대체 이 운명은 제 삶에 언제 나타나려고 여태 숨어 있는 걸까요 -ㅅ-..

다락방 2011-09-05 08:52   좋아요 0 | URL
그게 그러니까 이런겁니다, 수다쟁이님. 누군가에 대한 기대를 했다가 만나게 되는 순간 실망했다면, 그건 환상을 가진쪽의 잘못이죠. 사실 상대는 그 사람에게 환상을 심어주려 했던게 아닐수 있거든요. 그냥 그런 말투이고, 그냥 그런 목소리고, 그냥 그런 글쓰기고.. 그 와중에 상대는 틈틈이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고 말을 했을거에요. 그렇지만 환상을 가진쪽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듣게 되죠, 듣고 싶은것만요. 그러니 환상을 가진쪽의 잘못..인거죠. 그래놓고서는 상대에게 실망해서는 안돼요.
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저도 종종 그렇습니다. 하하하하하.

기다려봐요, 수다쟁이님. 곧 나타날거에요.

무스탕 2011-09-05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하면 또 난데... =3=3=3
제가 제 목소리를 들으면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목소리에 대한 말을 쫌 들었어요, 전.
몇 달만에 다시 봤는데 얼굴은 기억 안나고;; 목소리 들으니 알겠다는 사람들, 전화 통화를 하니 목소리에 알수 없는 힘이 있어서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는 사람들, 목소리만 듣고 사귀자는 사람, 목소리가 차분하다는 사람, 음색이 독특하다, 방송용;; 이다, 라는 사람들.. 다양했어요.
근데 정작 제가 어쩌다 녹음된 제 목소리를 들으면 참 후지다 생각이 드는데 어느게 정답일까요..? --a

다락방 2011-09-05 13:33   좋아요 0 | URL
그치요? 제가 녹음된 제 목소리를 들으면 진짜 후져요. 이..이..이건 뭐냐. 나 이런 목소리로 말해? 싶어진달까요. ㅎㅎ
그런데 저희는 삼모녀가 목소리가 다 똑같대요. 엄마랑 저랑 여동생이랑 통화하면 셋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가 없대요. 목소리도..유전인걸까요?
그나저나 무스탕님, 목소리만 듣고 사귀자는 남자 있는, 그런 여자셨군요! 꺅 >.<

2011-09-06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7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디 2011-09-06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아마 1-2년쯤 전에 좀 불쾌한 일로 알라딘 직원과 통화한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 최종 통화하셨던 분이 현명하게도 저에게 일을 되묻지 않고 모든 상황을 나름대로 파악하신 후 정리와 사과를 해주셔서 좀 마음이 누그러졌었어요. 그러면서 '알라딘에서 구매하신 금액도 많고, 책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가 사과의 차원에서 상품권을 드리면 어떨까요?' 뭐 같은 말을 하셨었는데.

전 쿨하게

'됬어요' 하고

후회했어요.

아 지금 생각나는 상품권.

다락방 2011-09-07 08:2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에디님. 저였어도 그랬을거에요. 저였어도, 됐어요! 하고 쿨하게 끊었을 것 같아요. 나는 상품권 따위 받자고 이런 불만을 얘기하는게 아니야, 라는 굳센 의지로 말이지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똑같은 후회를 했을것 같아요.

에이...그때 받아둘걸...하고 말이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근데요 에디님, 좀 자주 좀 오면 안돼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