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 kimdongrYULE
김동률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머리가 아주 길어지면 허리까지 닿게 되면 웨이브를 줄거야. 그리고 그 긴머리를 풀고 소매없는 원피스를 입고 밤 비행기를 탈거야. 밤 비행기를 타고 당신이 있는 그 먼 나라에 가는거지. 당신 앞에 서서 당신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고 싶어. 당신은 아마도 놀라겠지. 어떻게 니가 여기에 있는거냐며. 내가 찾아갔을 때 당신은 무얼하고 있을까? 땀을 흘리고 있을까? 당신이 말했던대로 당신은 목수가 되어있을까?

난 요즘 가끔 딴 세상에 있지
널 떠나보낸 그 날 이후로 멍하니
마냥 널 생각했어. 한참 그러다보면
짧았던 우리 기억에 나의 바람들이 더해져
막 뒤엉켜지지
 

오늘은 아주 많이 당신 생각을 했어. 당신을 처음 만났던 여름과 그 큰 키로 햇빛을 막아주던 겨울과 그리고 우리가 또다시 헤어졌던 그 여름에 대해서. 당신이 나를 만나러 두시간동안 지하철을 타고 왔을 때, 나는 당신에게 무슨 책을 읽고왔느냐고 물었지. 당신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꺼내어 내게 내밀었어. 나는 그 책을 훑어보았지. 

여기 이 밑줄은 당신이 그은거야?
아니. 누나가.
아, 그래? 나도 여기에 밑줄그었는데. 

그때 당신이 성급하게 "그 부분은 내가 그었어."라고 말했던 걸 기억해. 그래서 나는 깔깔 웃었잖아.  

그래 넌 나를 사랑했었고
난 너 못지않게 뜨거웠고
와르르 무너질까
늘 애태우다 결국엔 네 손을 
놓쳐버린 어리석은 내가 있지 

당신을 사랑했던 시절이 아직도 내겐 생생해. 나는 사람이 사람을, 남자가 여자를, 내가 타인을 그토록 사랑할 수 있는건지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미처 몰랐었지. 그래서 두려웠어. 무너질까봐 두려웠어. 내가 너무 뜨거워서 두려웠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두려웠지. 당신을 갖는건 내게 너무 벅찬일이라 오히려 당신을 놓는쪽이 더 편안하다는걸 나는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나는 그때의 내가 어리석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 지금 또다시 당신이 내게와도 나는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거야.  

난 아직 너와 함께 살고 있지
내 눈이 닿는 어디든 너의 흔적들
지우려 애써 봐도 마구 덧칠해 봐도
더욱더 선명해져서 어느덧 너의 기억들과 살아가는
또 죽어가는 나
 

종로에서 당신을 닮은 사람을 보았다고 한 말은 거짓말이었어. 난 그저 내 눈 닿는 그 모든곳에 당신이 있기를 바랐던것 뿐이야.  

아니아니, 나는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아. 다만 비가 왔을 뿐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처럼. 처음 만났는데도 당신은 내 우산속으로 들어왔잖아. 아니아니, 나는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아. 다만 김동률의 Replay를 리플레이 했을뿐이야. 그러다보니 그저 당신생각이 났을 뿐이야. 단지 그뿐이야. 

 

Replay는 리플레이 해서 들을만큼 상념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곡이지만, 그래도 김동률이 가지고 있는 이름이 만들어내기에 이 앨범은 많이 실망스럽다. 나는 내가 앨범을 샀을 때 타이틀곡이 아닌 숨겨진 노래 두어곡 쯤이 매우 만족스런 노래이기를 바란다. 전부가 좋기는 어렵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한, 두곡쯤은 숨겨진 명곡이로구나, 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김동률의 이 앨범은 하아- 타이틀곡만 좋다. 세상에. 김동률이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나는 김동률을 그리고 김동률의 보이스를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김동률이란 이름이 가진 가치와 기대가 있잖아. 어떻게 앨범에서 단 한곡만이 마음에 들 수 있는거니, 김동률이. 게다가 크리스마스를 겨냥하고 만든 노래들도 도무지 좋지가 않아. 김윤아의 블루 크리스마스가, 김현철의 크리스마스에는, 이 오래된 곡들보다 더 나은곡을 만드는게 김동률에게는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심지어 나는 핑클의 화이트가 듣고 싶어지더라니까. 

그렇지만 Replay가 좋아서, 그 한곡이 반복재생이 가능한 곡이라서, 그래서 내가 기꺼이 시디를 결제했다. 그 곡만큼은 어느 순간, 방안에 울려퍼지게 해놓고 싶어서. 술 한잔 하며 창밖을 보며 그렇게 듣고 싶은 곡이라서. 우리는 누구나 우리가 뜨거웠던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으로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으니까. 오랜 시간이 흘러도 계속 예쁘고 싶고 건강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건, 과거의 그 시절을 회상하는 순간들이 있기에 가능한 거니까. 그 순간을 돌아보는데 노래만큼 좋은 친구가 없으니까. Replay는 그렇게 해주는 노래니까.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빡빡머리스타뎀 2011-11-1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도 오고 노래도 그렇고

오늘은 그리움에 쩔어 있어요.

딴생각말고.^^

다락방 2011-11-18 12:46   좋아요 0 | URL
비가 멎었습니다. 신나요! ㅎㅎ

마노아 2011-11-1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리뷰가 음반보다 더 좋으면 안 되는 건데...
나도 일단 타이틀곡만 박혔고 다른 곡들은 아직이에요.
어제 좀 어지러운 상태에서 한 번만 들어봐서 제대로 감상이 안 됐어요.
좀 더 들어봐야겠어요.
오늘은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인데 수업 말미에 아이들에게도 좀 들려줄까 생각중이에요.
저는 김동률의 낮고 넓고 울리는 목소리가 좋아요.

다락방 2011-11-18 12:47   좋아요 0 | URL
김동률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거에요. 김동률의 감성도 그렇구요. 그런데 전 그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성가대 스러워서(;;) 매력적이질 못하더라구요. 그렇지만 리플레이는 좋아요, 마노아님!! >.<

blanca 2011-11-1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별로군요--;; 이런 솔직한 리뷰가 좋아요. 시행착오를 줄여주잖아요. 김동률은 이런 비오는날 들으면 제격인데.정말 너무 달콤하고 아름다운 음반은 어떤 게 있을까요?

다락방 2011-11-18 12:02   좋아요 0 | URL

무스탕 2011-11-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잘 듣고 있어요. 음색이 오늘 날씨랑 맞아서 BGM으로 깔아 놓으면 가사에 일일이 신경쓰지 않고 목소리랑 노래로 만족하고 있지요. 게다가 지금은 성시경이 눈을 지긋이 감고 호소하고 있네요. 나를 사랑한다고. 까아~~ >.<

다락방 2011-11-18 12:01   좋아요 0 | URL
어머. 성시경이 사랑한다고 ㅋㅋㅋㅋㅋ 전 성시경이 저 사랑해도 눈썹하나 까딱 안 할 여자. 왜냐하면 성시경은 저에게 아웃오브안중 ㅋㅋㅋㅋㅋ
무스탕님, 식사 하시고 커피 한잔 들고 그리고 리플레이를 들어보세요. 첫사랑...생각이 나실지도. ( '')

2011-11-18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11-1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동률의 음악, 그리고 전람회의 음악에 흐르던 그 전반적인 결이 많이 달라진 느낌이에요.
뭐, 나도 스무살의 내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아쉽긔. 에효효. ㅋㅋ

다락방 2011-11-18 12:48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아쉽더라구요. 뭐야, 더 할수 있을것 같은데 왜 이것밖에 못했어, 하는 마음도 좀 생기고.
그렇지만 리플레이는 밤비행기와 함께라면 진짜 최고의 노래일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2011-11-18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11-25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건 사야 해! 나잖아,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11-25 16:20   좋아요 0 | URL
아니 쥬드님, 왜이렇게 흥분을! ㅎㅎㅎㅎㅎ
 
누가 말을 죽였을까 - 이시백 연작소설집
이시백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촌의 사투리가 한창훈이라면 농촌의 사투리는 이시백이 있구나 홍야~ 사투리 만세.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11-11-16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쭉한 사투리가 아주 진국이에요. 억양 넣어서 읽느라고 오래 걸렸어요.ㅎㅎㅎ

다락방 2011-11-18 13:18   좋아요 0 | URL
한창훈의 사투리보다는 좀 덜 읽히더라구요. 매끄럽게 넘어가지지가 않아서 다시 읽은 문장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이야기와도 잘 어울리는 사투리었어요. 이야기로서도 괜찮은 그런 소설집이었어요.
:)

poptrash 2011-11-1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종광도 있어요!

다락방 2011-11-18 13:18   좋아요 0 | URL
아직 저는 김종광을 몰라요!

감은빛 2011-11-1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다락방님도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

다락방 2011-11-18 13:18   좋아요 0 | URL
오, 감은빛님이 좋아하는 작가분이십니까? 전 처음 알게된 작가인데 말이지요.
 

사람이 얼마나 구질구질하고 찌질해질 수 있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오늘의 내가 그랬다. 이 구질구질하고 찌질한 기분에서 잘 빠져나와 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한 일은 살풋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글을 읽기.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엇갈린다.
솔직히 말해 그다지 예쁜 여자아이는 아니다. 눈에 띄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 살에 가까울 테니까. 엄밀히 말하면 여자아이라고 할 수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50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터 그녀를 알아볼 정도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땅울림처럼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 버린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좋아하는 여자아이 타입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령,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아이가 좋다든지, 역시 눈이 큰 여자아이라든지, 손가락이 절대적으로 예쁜 여자아이라든지, 잘은 모르겠지만 천천히 식사하는 여자아이에게 끌린다든지와 같은 식의.
나에게도 물론 그런 기호가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아이의 코 모양에 반해 넋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유형화하는 일은 아무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코가 어떻게 생겼었나 하는 따위는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아니, 코가 있었는지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가 없다.
내가 지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그다지 미인이 아니었다는 사실뿐이다. 왠지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어제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길에서 엇갈렸단 말이야."
하고 나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흠, 미인이었어?"
라고 그가 묻는다.
"아니야, 그렇진 않아."
"그럼, 좋아하는 타입이었겠군."
"글쎄, 생각나지 않아.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슴이 큰지 작은지, 전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다구."
"이상한 일이군."
"이상한 일이야."
"그래서, 무슨 짓을 했나? 말을 건다든가, 뒤를 밟는다든가 말야."
"하긴 뭘 해, 그저 엇갈렸을 뿐이야."
그녀는 동에서 서로, 나는 서에서 동으로 걷고 있었다.
제법 기분이 좋은 4월의 아침이다. 비록 30분이라도 좋으니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녀의 신상 이야기를 듣고도 싶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도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엇갈리기에 이른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밝혀 보고 싶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중략)

 

         -무라카미 하루키,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中에서 

 

출력했다. 두번이나 읽으면서 역시 하루키가 짱이야, 라고 생각했다. 나 좀 짱이죠? 네 좀 짱이에요. 나는 이 글을 새로 장만한 다이어리에 옮겨적어야 겠다고, 손글씨로 또박또박 옮겨적어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여전히 구질구질하고 찌질했다. 후진 기분이었다. 더러워, 후져. 난 너무 못났어. 이런참에 다락방씨, 하며 택배가 찾아왔다. 꺄울. 


 

 

 

 

 

 

 

 

 

양장본으로 선택했지만, 정말 양장본으로 줄까 싶었는데, 진짜 양장본이었다. 아, 이런 세심함이라니!! 멋져 >.< 

 

그리고 타부서에 상무님께 결재 올릴게 있어 갔다. 내가 가지고 간 서류가 좀 두꺼웠고, 그것을 고정시킬 집게가 필요했는데 내겐 없었던 터라, 타부서에 가서 저 집게 하나만 주세요, 라고 직원들을 향해 얘기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타부서의 전 직원들이 서랍을 열고 각자 집게를 하나씩 꺼내서 이거면 될까요, 하며 건네준다. 나는 그중 하나를 받아들고서는 갑자기 뭉클해져서 "상무님 이 부서 직원들 너무 착해요." 했다. 상무님은 왜? 하시는데, "집게 달라고 말했더니 전 직원이 하나씩 꺼내줘요!"라고 말했다. 아, 이런 직원들이라니. 나는 오늘 너무 후져있는걸까, 이런 일들에 갑자기 왈칵. 

그리고는 나의 사무실로 돌아가기가 싫어서 비상구 계단으로 갔다. 아무도 없는 비상구 계단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멍하니 앉아 있었다. 비상구 계단이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비상구 계단은 정말로 비상시에 가는 계단이 맞다. 마음이 후져져서 책상 앞에 앉아 더이상 모니터를 볼 수 없을 때, 그런 비상시에 찾아가는 계단. 그러고보니 아주 오래전에, 까마득하게 오래전에도 비상구 계단에 가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내가 아마도 직장생활 한지 얼마 안되었던 때였던 것 같다. 아, 그러고보니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우는 곳은 다 정해져있는것 같다. 여자화장실이기도 하고, 비상구 계단이기도 하고, 6월달의 나는 탕비실에 가서 울기도 했다. 그중에서 가장 안락함을 주는 곳은 비상구 계단인것 같다. 여자화장실은 울다가 타부서 과장한테 들킨적도 있고..여러모로 안좋아. 역시 비상구 계단이 짱이다.  마음이 후져졌을 때, 정말이지 아무도 상대하고 싶지 않고 혼자 있고 싶을 때, 거기, 비상구 계단이 있다.  

 

집에 가야지. 집에 가서는 시금치랑 콩나물을 넣고 그리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슥슥- 밥을 비벼 먹어야지. 그리고 곧바로 누워서 자야지. 아 젠장. 설거지를 해야 되는구나. 그럼 설거지까지만 하고 바로 자야지. 아침까지 깨지 않을거야.


댓글(31) 먼댓글(1)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11월의 어느 쌀쌀한 아침, 82퍼센트의 남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
    from 마지막 키스 2011-11-18 09:05 
    11월의 어느 쌀쌀한 아침, 나는 지하철 2호선안에서 82퍼센트 남자아이와 엇갈린다.솔직히 말해 그다지 잘생긴 남자아이는 아니다.눈에 띄는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멋진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은 제법 길어 뒤로 묶었고 모자사이로 묶은 머리를 빠져나오게 했다.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 살에 가까울 테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남자아이라고 할 수도 없으리라. 물론 남자아이가 아닌 쪽이 더 낫긴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미터 떨어진 그
 
 
버벌 2011-11-1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양장본 양장본. 지금 제 보관함에 문학동네 전집이 들어있어요. 10권씩 묶음 세트. 한데....... 가지고 있는 책들과 적어도 한권씩은 겹쳐서. 뭐 이건 지인들 줘도 괜찮으니 그런갑다 해도. 좀 더 여유가 있을때 구입하려고 담아둔건데. 보관함에 들어간지 한참이어도 지갑 사정은 나아지지가........................ 아악~~~

저는 방금 김치 볶아서 계란이랑 밥을 말았어요. ㅡㅡ;;; 그리고 체중계를 노려보고 있죠. 체중계를 없애든 살을 없애든 둘중 하나는 해야 정신 건강이 좋아질텐데.

저희 병원 비상계단은 아늑함 보단 섬뜩함이 있죠.

저도 하루키를 읽고 짱이야. 라고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 그러니까 가지고 있는 책이라도 다 읽고 나서요.

다락방 2011-11-16 09:27   좋아요 0 | URL
저는 기본적으로 양장본 책들을 안좋아하거든요. 무겁고 딱딱하고 아프고..그런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은 반양장이 너무 허술하다고 해야 하나 껍질이 자꾸 벗겨져가지고 ㅜㅜ
버벌님 근데요, 지갑 사정은 나아질 수 없는건가봐요. 월급은 분명 제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십년전에 비해 올랐는데, 왜 늘 빚에 허덕이고 카드값에 울어야 하는걸까요?
저는 어제 시금치에 콩나물 넣고 비벼먹은 뒤에 소뿡이를 먹었어요. 소뿡이를 아시나요? ㅋㅋㅋㅋㅋ그다지 맛은 없는데 그냥 소뿡이를 먹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자, 이번 가을에 버벌님은 하루키를 읽고 저는 사립학교 아이들을 읽읍시다. 저는 그 작가의 책은 [내인생의 남자들]만 읽었었거든요. 그 책이 완전 별로여가지고 ㅎㅎ 남자들도 다 구리고. ㅎㅎㅎㅎㅎ

비로그인 2011-11-16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비상구 계단이 필요한 오늘이었는데, 그냥 이렇게 저물어가네요. 그 대신에 방문 닫아놓고 방바닥에 대자로 뻗어서 몇 분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있었어요. 어째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꿀꿀해지더군요. 이러면 안 되는데. 「다시 찾아온 바빌론」 이후로 진도가 안 나가요. 너무 소중해서 그런가. 아까 [슬픈 짐승]을 빌려가지고 왔답니다. 할 일 다 내팽개치고 이 책 읽고 싶은데, 그러면 내일이 더 위태로워지겠죠 ㅠㅠ
아, 내게도 비상구 계단이 필요해...

그나저나 족발 사진이 오늘 저를 터뜨렸습니다요! ㅋㅋ
(아, 이건 이전 페이퍼에 있었네요. 히힛..)

다락방 2011-11-16 09:23   좋아요 0 | URL
족발 사진은 비상구 계단이 필요한 말없는수다쟁이님을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씀드리자면 족발 사진은 말없는수다쟁이님의 비상구 계단인거죠.

회사에서는 비상구 계단이 있었다면 집에서는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기가 있죠. 그리고 저는 사실 우울할 때는 아주 근사한 문장들을 만나고 싶어져요. 내용은 비극으로 치달아도 상관없지만 문장은 잘 쓰여진 그런 글들이요. 글 자체로 좋은 글. 피츠 제럴드도 그럴때 만나기엔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죠.

오늘은 어때요, 수다쟁이님?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아침이에요.

비로그인 2011-11-16 10:06   좋아요 0 | URL
우울할 때면 아주 근사한 사람을 내 눈앞에서 보고 싶습니다. 실물로.

다락방 2011-11-16 10:12   좋아요 0 | URL
아주 근사한 사람을 내 눈앞에서 보는건 좋아요. 좋은데요, 그 사람은 나를 아프게 할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아주 근사한 사람은 그저 보는 것에서 만족해야 하는 것 같아요, 쥬드님. 가지려말고.

비로그인 2011-11-16 12:59   좋아요 0 | URL
내가 애정하는 근사한 이는 지금 지구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네게로 가는 길은 너무 멀어.
라는, 벗이 했던 말이 떠올라요.

이진 2011-11-15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우왕... 문학동네 이벤트 당첨 되신 건가요 ㅠㅠ 부럽습니다!

그런데 전 직원이 하나씩 꺼내줬다면 안 받아주신 직원분들 정말 무안하셨겠어요 ㅋㅋ

다락방 2011-11-16 09:18   좋아요 0 | URL
움화화홧. 네,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무려 양장본으로 다섯권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꺅 >.<

다른 직원들이 무안하기는요, 뭘. ㅎㅎ 제가 돌아가며 챙겨주면 됩니다. 므흐흐흐흐흐흐흐. 소이진님, 요즘 알라딘 너무 재미있죠? 마태우스님 페이퍼에도 막 이름 등장하고 말입니다. ㅎㅎㅎㅎ

이진 2011-11-16 21:43   좋아요 0 | URL
그렇지 말입니다 ㅋㅋㅋ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긴데 여기 너무 빠지면 안될텐데요 계속 하게 되네요 ㅜ

blanca 2011-11-15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전 후져요. 화장실에서 울다 사수한테 들켜서 완전 굴욕당했던 기억이 나네요. 울지말라고 주변 직원이 얘기하는 소리 듣고 완전히 터져서 꺼이꺼지 책상에 엎어져 울었던 기억이 나면서 또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다락방님은 날 울렸어요. 그리고 다락방님 출력한 것!!! 제 베프가 얼마나 극찬을 하며 그 책을 갖다 안겼는지 (그 때 우린 스무 살이었어요) 아직도 기억나요. 그리고 바로 저 단편이었어요.

책 계단은 여전히 근사하네요. <한눈팔기>만 읽었는데 참 좋았어요. 아, 가만히 저거보니 이벤트 되신 거군요. 우아!

다락방 2011-11-16 09:13   좋아요 0 | URL
혼자 울어야 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그거에요, 블랑카님.
울지 말라고 누가 말하면 완전 꺼이꺼이 되잖아요. 어휴...그래서 혼자 울어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울고 싶은 만큼 조용히 울게 말이지요.
하루키의 저 단편은 정말 최고죠. 백퍼센트의 여자아이라니. 단순히 '백퍼센트'와 '여자아이'라는 단어들의 조함만으로도 멋진 제목이 탄생하지 않았습니까? 전 하루키를 사랑합니다. 흑흑.

비로그인 2011-11-16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멋진 글이에요..저도 주문넣었어요..^^ 감사해요.

다락방 2011-11-16 09:11   좋아요 0 | URL
으응? 뭘 주문 넣으셨을까요? 하루키의 저 단편소설이요? 저 소설은 정말 좋아요. 저만큼만 읽어도 기분이 좋아지죠. 훗.

무스탕 2011-11-16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상계단하면, 전 신랑이랑 연애할때 비상계단에서 뽀뽀하던 기억이... =3=3=3

다락방 2011-11-16 09:10   좋아요 0 | URL
꺅 >.<
저도 그거 알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버벌 2011-11-16 10:42   좋아요 0 | URL
꺄아악. 엄머 엄머 나 뭘 상상하고 있는거래~~

다락방 2011-11-16 10:44   좋아요 0 | URL
버벌님.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겁니다. (응?)
=3=3=3=3=3

비로그인 2011-11-1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위에 댓글 넘 웃기네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겁니다! :>

오늘은요 다락방님, 상당히 괜찮은 아침 그리고 포근한 점심을 지냈어요.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책을 한창 읽고 있는데, 옆에 낯익은 실루엣이 눈에 띄는 거에요. 슬쩍 봤더니 얼마 전에 지하철에서 봤던 얼굴이었어요.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지만 학교 가는 길에, 출근 길에 몇 번씩 보게 되는 얼굴 있잖아요. 그 실루엣이 딱 눈에 들어오는데 문득 기분이 좋아졌어요. 처음 봤을 때의 그 인상이 다시 떠올라서요.

제 또래의 학생인 그(그녀)는 제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처음 봤답니다. 계속 서있으려니 다리도 아프고 짜증이 나서 인상을 찌푸렸다 풀었다 하고 있는데, 앞에서 제 또래의 학생이 한쪽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다른 한쪽 다리는 바르게 핀 자세로 고고하게 서있는 거에요. 하나도 힘들지 않다는 듯이. 그(그녀)는 몽실몽실한 스웨터를 깔끔하게 입고 있었고, 한 손에는 한비야의 책을 들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창 밖을 내다보며 감상에 빠져 있었지요. 그(그녀)가 다음 역에서 내릴 때 눈동자를 봤더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답니다. 지하철에서 힘든 티 내지 않고 책을 한 손에 들고 음악을 들으며 감상에 빠지는 내 또래의 사람에게 감탄했어요.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아침이 괜스레 기분이 좋았구요. 점심에는 누가 밥 사줘서 마냥 좋았어요. '김치 수제비 밥'을 먹었는데 (이게 메뉴 이름이라네요) 양이 엄청 푸짐해서 저녁치까지 해결하고 온 느낌이에요.

ㅎㅎ 어제의 족발 사진에 이어 오늘도 이렇게 나만의 비상구 계단을 오르내렸네요!

다락방 2011-11-18 13:20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의 댓글로부터 이틀이 지난 지금, 저는 아주 분주한 오전을 보내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수다쟁이님의 서재에 가서 츠바이크의 소설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왔지요.
그런데 김치 수제비 밥...은 대체 뭘까요? 김치수제비에 밥을 따로 내어주는 걸까요? 김치수제비에 밥을 말아주는걸까요? 이 세상은 제가 알지 못하는 요리로 가득차있군요.

오늘도 잘 보내요, 남은 하루를요.
:)

2011-11-16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1-11-1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아파서 하루종일 힘들었습니다. 얼마 전 입원했던 것과는 관계없는, 하루 푹 자고나면 나을, 몸살 같은 건데요 뜨거운 걸 먹어도 전혀 나아지지가 않네요. 암튼, 집게를 다들 주려고 한 건 부서 사람들이 착해서가 아니라, 달라고 한 사람이 다락방님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다락방 2011-11-18 13:25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그 직원들이 모두 절 돕고 싶어한 것은 그게 바로 저라는 인간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태우스님. ㅎㅎㅎㅎㅎ
오늘은 어떠세요, 마태우스님? 몸이 좀 괜찮아지셨을까요? 비도 멎었고 날이 좋아지고 있어요. 컨디션도 회복되시기를 바랄게요.

마태우스 2011-11-19 20:23   좋아요 0 | URL
며칠 무리하면 바로 몸살이 나더라구요. 자주 그러는 대신 그게 오래가진 않구, 하루면 다 낫는다는 게 고맙죠. 님도 그게 님이어서 그랬다는 걸 알고 계시군요! 그래서 더 멋진 다락방님이세요!

sweetrain 2011-11-17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회사 비상구 계단에서 울던 날들이 있었죠.
저는 낮에는 괜찮다가도, 저녁과 밤에는 종종 제 자신이 후지게 느껴지곤 하네요.

어제는 김치볶음밥을 먹었구요,
오늘은 아침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나오니, 기분이 훨씬 나아졌어요.

다락방 2011-11-18 13:25   좋아요 0 | URL
저는 회사 비상구 계단에 혼자 앉아서 빵을 먹었던 적도 있어요. 소세지가 들어간 빵이었죠..왜 그랬을까요..

날이 추워요, 스윗레인님. 감기 걸리지 마세요.

자하(紫霞) 2011-11-17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 이벤트 당첨되셨군요...아웅~ 양장본은 언제나 가슴을 뿌듯하게 해요!ㅋ

다락방 2011-11-18 13:26   좋아요 0 | URL
저는 양장본을 싫어하는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만큼은 양장본이 좋아요. ㅎㅎ

2011-11-1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착한직원들이 가득한 곳에서 근무해보고 싶군요.

다락방 2011-11-18 13:26   좋아요 0 | URL
제가 있는곳으로 오시면, 일단 제가 착한 직원이라 흡족하게 해드릴 수 있을텐데요. ㅎㅎ
 

지난주부터 이 책을 시작했는데 하아- 책장 참 안넘어간다. 그건 내가 컨디션이 안좋아서 책에 집중을 못하는 까닭도 있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래도 오랜 세월에 걸쳐 그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니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성숙한 그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미국과 영국의 베스트셀러라는데 넘기다보면 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꾸역꾸역 읽고 있다가, 7분의 1쯤 읽은 현재상태로 그냥 침대 위에 던져두고 오늘은 다른 책을 집어들고 나왔다. 책이 무거운데 들고 다니기도 귀찮고 그런걸 감당할만큼 재미도 없어..넌 나중에 내가 집에 가면 읽든가 하마. 어제도 읽으려고 했는데 두장 읽고나니까 또 읽기 싫어져서... 여튼 너 포기 안하고 읽어볼테니 재미를 좀 주렴. 

 

컨디션도 메롱에다가 무거운 거 들기도 싫고 그래서 꺼내가지고 나온 책은 이것.  

 

 

 

 

 

 

 

 

출근하는 버스와 지하철안에서 책장을 넘기며 시를 읽는데..이것도 재미가........역시 나는 시를 잘 못읽는구나. 그래도 이 시는 좀 괜찮다.  

 

술 한잔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 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하는 구절이 참 좋은데 그 좋다는 느낌이 막연하다.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랄까. 은유적인 표현인것 같은데 나는 더 깊게 생각할 수가 없다. 시를 이해하는 능력의 부재랄까. 그리고 제목이 반가웠던 이런 시. 

 

강변역에서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 날처럼 지나갔다
너를 기다리다가
사랑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어느새 강변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뒤
너를 기다리다가
열차는 또다시 내 가슴 위로 소리 없이 지나갔다
우리가 만남이라고 불렀던
첫눈 내리는 강변역에서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의 운명보다 언제나
너의 운명을 더 슬퍼하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겨울산에서
저녁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우리가 사랑이라고 불렀던
바람 부는 강변역에서
나는 오늘도
우리가 물결처럼
다시 만나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
 

 

너의 운명이 더 슬픈 까닭은 너의 운명에 내가 함께하지 못함을 알기 때문일까. 그리고 이 시집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시는 이것이다. 

 

새벽편지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이었다 

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 

홀로 남아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이건 시 내용 자체에는 내가 크게 공감하지 못하지만 제목이 근사해서-무려 새벽편지!- 좋았던 시인데, 이 시집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친구로부터 선물받았던 바, 그 친구는 이 시집의 어디가 좋았을까, 어떤 시가 좋았을까 읽으면서 갸웃갸웃 해보았지만 좀처럼 알아낼 수는 없었다. 일전에 다른 친구로부터도 정호승의 시집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를 선물 받았던 적이 있다. 시들이 기억나지 않아 지금 읽은 시집의 시들과 겹치는 시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때도 그 시집 역시 나한테 와서 닿지 못했다. 서로 다른 두 친구가 정호승의 시집을 좋다고 말하면, 정호승의 시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것 같은데, 그런데 내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뭐, 할수없지. 

 

  

일전에 송혜교의 전화번호가 필요하다던 남자에게 내 전화번호를 준 적이 있었는데(응?), 얼마전에 그 남자를 만나 대화를 하던도중 그는 내게 내 조카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는 내 조카의 이름을 가장 먼저 알았고, 태어난지 얼마 안된 사진을 나로부터 받기도 했던 남자였는데, 내가 휴대폰에서 조카의 사진을 터치하여 그에게 내밀자 그는 내 조카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예쁘다고 했다. 

조카의 사진을 보며 예뻐요, 라고 말하는 걸 듣는데 심장이 막 따뜻해지고 말랑말랑해지고 또 가슴속이 꽉 차오르면서, 나는 마치 사랑손님에게 옥희를 빗질하여 보내던 옥희엄마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몰랑몰랑 몽글몽글해지는 그런 기분. 옥희를 빗질시키고 예쁜 옷을 입히고 그리고 그렇게 사랑손님에게 보내어 인사시켜야지 하는 옥희엄마가 된 기분이랄까. 그렇게 뭔가 아련하고 애틋한 상념에 잠겨있는데, 그는 내 핸드폰 사진첩의 사진을 하나씩 넘겨보기 시작했다.  

응? 내 사진첩에 어떤 사진들이 있었더라? 보여줘도 상관없던가? 일단 나는 이제는 누드사진 찍는 취미는 없고, 셀카를 찍지도 않고, 인물사진은 찍는 족족 지워버리니 크게 상관 없겠군, 하며 내버려두었다. 옆에서 어떤 사진들이 있나 같이 보다가 뭔가 놀랄만한 사진이 나오면 핸드폰을 뺏어버리면 되니까. 그런데 아뿔싸. 이런 젠장. 그는 한 사진 앞에서 이건 뭐에요? 라고 물었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나는 "족발시켜먹으려구요" 라고 대답했다. 하아- 

나는 내가 주고 싶었던 이미지가 있었다. 도도하고 세련되고 차갑고 냉정하고 지적이고 ... 블라블라~ 그런데 갑자기 족발사진이 튀어나오는 바람에...하아- 옥희엄마 됐던 기분이 순식간에 박살나고 말았다. 이게 왜 거기있어가지고 ㅠㅠ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 표지를 찍어둘걸. 제레미 벤담의 파놉티콘 표지 같은게 있었으면 좀 좋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라든가. 하다못해 시집 표지라도 찍어둘걸. 왜 거기에 하필 족발보쌈세트가 있었을까. 시켜먹었으면 지울걸 ㅠㅠ 

 

안녕, 사랑손님. 그리고 안녕, 옥희엄마. 모두 굿-바이.

 

 


댓글(4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1-11-1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아침에 큰웃음. 고마워 다락방!

다락방 2011-11-15 09:22   좋아요 0 | URL
나의 슬픔은 레와님의 기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워요 너무 추워요 꼭 안아주세요 ㅋㅋㅋㅋㅋ

blanca 2011-11-15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족발사진에 뻥 터졌어요. 응 조카가 예쁘다고 하는 것은 제 남동생 경험으로 볼 때 작업인 것 같은데요^^

다락방 2011-11-15 11:50   좋아요 0 | URL
조카가 예쁘다고 하는것은 조카가 예쁘기 때문이에요, 블랑카님. ㅎㅎㅎㅎ
그러나 족발사진, 저와 정말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웽스북스 2011-11-15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정리중.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11-15 11:50   좋아요 0 | URL
수시로 정리하자!! 오늘의 교훈. ㅎㅎ

카스피 2011-11-15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족발사진에서 빵 터졌어용^^

다락방 2011-11-15 11:50   좋아요 0 | URL
저는 당황했었어요. ㅎㅎ

2011-11-15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5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11-11-1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진짜 뒤르켐의 자살론 표지 같은게 있었으면 살짝 정 떨어졌을 것 같은데.. ㅋㅋ

다락방 2011-11-15 11:52   좋아요 0 | URL
아, 그럴까요? 뭔가 우울하고 고독한 멋을 풍기는 지적인 여자같지 않았을까요? ㅎㅎ

마노아 2011-11-15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뜩해. 완전 빵 터졌어요.ㅋㅋㅋ
시름시름 졸다가 잠시 눈이 떠지네요.^^ㅎㅎㅎ

다락방 2011-11-15 11:5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점심은 족발로 하시겠습니까? ㅋㅋ

sweetrain 2011-11-1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보니 족발이 먹고싶어집니다...ㅋㅋㅋㅋ

저도 요즘 책장이 통 넘어가지가 않아 큰일이어요.
책 좀 읽어야 할텐데요.^^;;

다락방 2011-11-15 11:55   좋아요 0 | URL
책장이 넘어가지 않을 때는 책장을 안넘기면 됩니다, 스윗레인님. 그냥 그러면 되는거에요. 넘어갈 때 넘깁시다. 저녁은 족발로 드시구요. ㅎㅎ

비로그인 2011-11-15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사진 폴더에는,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진들이 있어요. 너무 소중하고 아련하고 애틋해서, 나조차도 보면 계속 울며 보게 되는 사진.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자연스레 핸드폰을 맡기던 버릇이 사라졌습니다. 그냥 겁이 나서요. 그런데 나의 감정은 나의 감정일 뿐이죠. 상대에게서 파생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다락방님은 그냥 조카의 사진과 족발의 사진을 같이 보관했을 뿐이구요.

나는 나의 할 일을 했고, 너는 너의 할 일을 했어.
이렇게 말하는 관계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전 시, 당최 못읽겠어요. 쉼보르스카만 겨우 읽고, 나머지는 다 집어치웠습니다. 감성박약 의지박약.

다락방 2011-11-15 13:20   좋아요 0 | URL
모든일들은 다 일어날만해서 일어나는 것 같아요, 쥬드님. 오늘 아침에 내게 일어난 일에, 나는 지나치게 '착하게'반응한 것 같아서 지금 속이 타들어가요. 표독스럽게 굴걸. 냉정하게 차버릴걸. 내가 너무 상대를 배려했어요. 애정이 커서 그랬어요. 그 애정이 나를 죽이는데도.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너 참 못났다, 고 그렇게 모질게 말해줘야겠어요. 못난게 맞으니까요.
쥬드님 말이 맞아요. 난 내가 하고 싶은걸 했고, 난 잘못하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나는 그 착하게 반응한것에 조차도 미안하다는 말은 단 한번도 쓰지 않았어요. 미안해야하는 건 내가 아니니까요. 나는 미안하지 않다는걸, 잘못하지는 않았다는 걸, 상대도 알거에요. 그쵸? 그러니 내게 미안하다고 말한건 상대였던거에요. 왜냐하면 상대는 내게 미안해야했으니까요. 횡설수설하지만, 쥬드님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얘기들이니까.

저 역시 시를 잘 못읽겠어요. 감성이라면 저도 어디가서 뒤지지는 않는 것 같은데, 시는 감성만으로 읽어내는게 아닌가봐요. 다른게 더 있어야 하나봐요. 그런데 그게 뭐가됐든 저한테는 없는것 같아요. 아주 부족하거나.

moonnight 2011-11-1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치킨집 메뉴사진 갖고 있어요. ㅋㅋ.
오전에, 사람 싫은 건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되는 일이 있어서 좀 우울쩍했었는데 다락방님 페이퍼에 빵. 하고 웃었어요. 땡큐 다락방님 ^^

다락방 2011-11-15 13:42   좋아요 0 | URL
누구나 핸드폰 사진첩에 음식점 메뉴판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거잖아요, 그쵸? 다 그런거죠, 문나잇님? 하필 족발집 가격표였던들 어때요? 그쵸?

전 이 페이퍼 쓸 때는 기분 좋았는데 쓰고나서 구려졌어요. 회복이 안되고 있어요. 살려줘요, 문나잇님. ㅠㅠ

2011-11-15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5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5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11-15 14:04   좋아요 0 | URL
뭘 이정도 가지고 ㅎㅎㅎㅎㅎ

버벌 2011-11-15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사진 폴더에는...... 여동생 결혼식 사진뿐이라는. 아마도 그녀석 애가 태어나면 그 사진으로 메워지겠죠. 아 먼가 슬픈가? 아니 슬픈게 아닌가? 족발. ㅠㅠ

다락방 2011-11-15 17:45   좋아요 0 | URL
결혼식 사진 지워버려요!! 피씨에 옮기면 되잖아요. 지워버려요, 지워버려. 순대 사진이나 찍어요!!

버벌 2011-11-16 02:05   좋아요 0 | URL
아시죠? 순대 인증샷 들어갑니다. 조만간에 뵈요.
아.. 순대. 침 고인다 ㅠㅠ

다락방 2011-11-16 11:04   좋아요 0 | URL
배고파 미치겠어요, 버벌님 ㅜㅜ

2011-11-15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6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5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6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1-11-15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도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족발 하나도 날리시다니 정말 안타까운데요 ㅠㅠ 저는 폰에 치킨집번호가 저장되어 있답니다. 가끔 동생이랑 돈 모아서 사먹을떄 일일히 확인하는 작업이 여간 귀찮은게 아니더라구요 ㅋㅋ

다락방 2011-11-16 11:12   좋아요 0 | URL
사실요 소이진님, '도도하고 세련된' 이미지 따위는 제가 원래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꾸미려고 했어요. 그런데...그조차도 잘 되질 않네요. ㅎㅎ
누구나 핸드폰에 잘 시켜먹는 야식집 전화번호는 한두개쯤 있는거잖아요. ㅎㅎ

소이진님 서재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저는 중고등학교시절에 절대로 소이진님 같은 글을 쓸 수 없었을거에요. 소이진님 보면서 아까 잠깐 천재인가..그런 생각했어요. ㅎㅎ

메르헨 2011-11-1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족발....................ㅋㅋㅋㅋㅋ
정말 말할 수 없이 유쾌한 다락방님의 서재~
다녀갑니다.ㅋㅋ

다락방 2011-11-16 11:12   좋아요 0 | URL
메르헨님, 감기 잘 걸리시는것 같으네 어떻게, 이 춥게 변한 날씨에 잘 적응하고 계십니까?
건강하게 잘 삽시다. 흑흑.

2011-11-1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은 읽지않고, 사랑방 손님을 위해 정성스래 족발을 삶아 옥희편에 보내는 어머니가 떠올라버렸습니다.
옥희는 족발이 좋아서 손님도 좋아하냐고 언제나같은 말괄량이 어조로 물어보지요.

다락방 2011-11-17 15:50   좋아요 0 | URL
저라면 족발을 삶아 옥희편에 보내는게 아니라 소주까지 차려두고 손님을 불러내겠어요. 나와요, 족발먹읍시다, 하고 말이지요. 자고로 오고가는 음주속에 싹트는 애정..뭐 이런게 있잖습니까. 하핫.

pjy 2011-11-1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시간인데요~ 왜 꼭 다락방님의 이런 글은 결정적 타이밍에 볼까요ㅋㅋㅋㅋ 막국수비벼서 족발이랑 점심먹고 싶네요^^; 제 핸폰을 점검하니 막걸리와 부침개 사진이 띡!

다락방 2011-11-17 15:52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갑자기 족발이 너무 먹고싶어져서 어쩌지 어쩌지 하고 있어요. 참어, 말어? 아 족발 씹고 싶어요. 특히 그 기름기 있는 부분. 그래서 씹으면 꼬소함이 느껴지는 그 부분.
핸드폰에 먹을거 사진 있는건 죄가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감은빛 2011-11-1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종종 당하는 일이예요.
오랫만에 만나거나 혹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아이들 얘길해서, 사진 보여달라고 하길래,
휴대폰을 넘기면 허락도 없이(어쩌면 넘겨주는 행위 자체를 허락으로 생각한 듯)사진들을 넘겨보는 일.
그럼 머리가 복잡해지죠. 대부분 아이들 사진이지만,
혹시 뭐 보여줘선 안되거나, 보여주기 싫은 사진이 있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예를들면 집회 사진이라던가, 경찰간부들 사진이라던가)
사진이랑 별로 안친하고, 별로 자주 찍지도 않는데,
그래서 사진첩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사는터라 말이죠.

어쨌거나 족발 사진은 정말 재밌네요! 다락방님 글은 너무 재밌어서 중독성이 있어요! ^^

다락방 2011-11-17 15:59   좋아요 0 | URL
제 사진첩을 제가 종종 정리해야겠어요. 그런데 저 나름 정리한다고 한건데, 족발사진은 거기서 살아남은 사진인거죠. ㅎㅎㅎㅎㅎ 전 다른건 죽일지언정 족발은 죽일 수 없다의 마인드로 살고 있는겁니다. 족발은 소중하니까요.

아 일해야 되는데 하기 싫어서 미치겠어요, 감은빛님. 어쩌면 이렇게도 일에는 집중하기가 힘이든걸까요?
 
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끝무렵에 어? 하고 책 앞을 다시 들춰보긴 했지만, 재미는 없었다. 이게 전부라니. 끙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1-11-1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알사탕주네. 괜히 교보에서 샀네 ㅠㅠ

moonnight 2011-11-1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다락방님 덕분에 보관함에서 과감히 삭제 ^^;

2011-11-13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4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4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4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4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4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