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나라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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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말하면서 폭력을 미화시키는 작품들도 있지만 한창훈의 『꽃의 나라』는 폭력을 말함으로써 폭력의 단절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이점이 몹시도 고마웠고 그리고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때리고 맞는것이 일상인 삶을 그려내는데, 그 안에서 내가 보는건 대체 이것을 어떻게 멈추게 한단말인가, 하는거라니! 역사적 사실을 가져다 소설을 쓸 때, 그 사실에 빚지고 있는 소설들은 소설 자체의 중심을 잡기 힘들다고 생각된 적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한창훈은 달랐다. 한창훈은 일단 그 역사적 사실에서 멀리 떨어졌던 인물이 아니다. 그것은 한창훈이 태어나기 오래전의 일이 아닐뿐더러 한창훈이 살고있는 곳과는 동떨어진 먼 어느 나라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중심을 단단히 잡고 그 일들을 이야기한다. 군인들이 도시에 들어와서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쏘고 하는 그 일들을. 여자들의 옷을 벗기고 노인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고, 도시 이곳저곳을 파괴하는 일들을 그는, 중심을 잡고 묘사한다. 나는 그 일들을 읽어내려가며 지하철안에서 몇번이고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한창훈은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친구를 잃고 연인을 잃고 가족을 잃고 터전을 잃어가는 사람을 그려내면서, 그는 여전히 중심을 잡는다. 한창훈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나는게 아닐까. 


소설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그저 재미있어서 소설을 읽는다고 말을 하지만, 그러나 소설이 내게 주는것은 비단 재미뿐만은 아니다. 나는 그 안에서 정의를 보고 불의를 본다. 행복을 보고 불행을 본다. 고통과 상처를 보고 치유와 위안을 본다. 그 속에는 삶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리고, 역사가 있다. 그 역사는 내가 이미 알고있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잘못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것일때가 많다. 그것들을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알아간다.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많은 감정을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많은 일들을 나는 소설속에서 보며, 느끼며, 알게된다. 나는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지 않았으면서, 그 사람들을 만난것도 아니면서 그들중의 누군가가 되어 함께 울거나 웃는다. 바로 그때, 소설속의 그 일들은 '나의 일'이 된다. '나의 경험'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나는 내가 가진 단편적인 지식들에 그때의 상황과 감정을 이제는 더할 수 있게 됐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는 총기난사 사건을 다루고 있다. 총기난사가 벌어지기 전에 구스 반 산트가 보여주는 건, 그 학교 학생들의 일상이다. 한 명 한 명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그는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삶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아니, 그들의 삶은 저마다에게는 특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은 무차별 죽음을 당한다. 그런 죽음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창훈의 이 소설도 처음엔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때리고 맞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시절, 그것은 정말로 '리얼'한 일상이지 않았던가. 게다가 한창훈은 초반기에 그러면서도 그들이 웃고 사는 삶을 드러내준다. 나는 이 책을 펼치고 나서 몇번이고 피식거렸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난 너에게 시집간대."

"왜?"

"오줌 누고 있는 니 고추를 봤다고 말했거든."

"근데 나도 네 것을 봐야 결혼하는 것 아니야?"

진숙이가 대답했다.

"내 것은 저 속에 있어서 잘 안보여."

그 말을 들었을 때 나와 인호는 책상을 때리며 웃었다. (P.51)


초등학교 삼학년 아이들의 대화였다. 게다가 이런 부분을 읽었을 때는, 나는 어떤 모습으로 늙어가게 될까, 하는 것을 평화롭게 상상하고 있기도 했다.


'방이씀'은 교회 옆 전봇대에서 붙어 있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종착지는 골목과 공터 너머 오래된 스레이트집이었다. 주인은 늙은 할머니였다. 그녀는 마루에 앉아 마늘장아찌를 앞에 두고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P.10)


나도 늙은 할머니가 되면 깍두기와 소주를 앞에 두고 혼자 홀짝이고 있게될까? 그때는 그리 많은 안주가 필요하진 않겠지? 나는 혼자 마시게 될까? 아니면 늘 함께 소주를 마셔줄 누군가가 있을까? 나는 어떻게 늙어가게 될까?


그 때 그 시절, 그 사건들을 겪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고, 주인공인 소년은 고등학생이었다. 그는 이제 막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성욕과 그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소년이었고, 맞는게 지겹다고 생각하는 소년이었다. 처음으로 소주를 마시고 오바이트를 하기도 했고, 생물 교사를 좋아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되풀이되는 교사와 선배의 폭행속에서 그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군대 이야기에서 때렸다는 얘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얻어맞기만한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몰려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때린 것보다는 맞은 것을 오래 기억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우리를 그렇게 때리는 것이다. 많이 맞은 사람이 많이 때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그 되풀이를 끊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맞기만 하고 때리지는 않는 첫번째 사람이 될 것이다. (p.55)


그들 모두는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그래서 자신들을 때리는 군인들이 '아군' 이라는 사실에 크게 당황한다. 왜 맞아야 하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왜 총을 맞고 쓰러져야 하는지, 왜 옷이 벗겨진채로 뒹굴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나 역시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책 속의 생물선생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나도 내 선생님에게 여쭤보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침을 삼켰다.

"그분도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알래스카의 개 이야기를 하셨다."

"알래스카 개라뇨?"

"썰매 끄는 개 말이다."

"영화에서 본 것 같아요."

"그분의 말에 따르면 에스키모들이 썰매에 개를 묶을 때,"

생물교사는 잠깐 동안 말을 끊고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에 귀를 기울이다가 다시 이었다.

"젊고 튼튼한 개들 사이에 늙고 병든 개 한 마리를 끼워넣는다고 한다."

"‥‥‥"

"그리고 채찍질을 하는데 그 늙고 병든 개만 집중적으로 때린다는 거다."

그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의 표정을 보고 싶었으나 그사이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형체만 실루엣처럼 보였다. 이러고 있자니 그는 교실에서 보았던 생물교사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던 사람이 갑자기 가까워졌을 때 그 사람은 참으로 낯설게 보였다.

"그 개는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게 되지. 그 개의 처절한 비명이 다른 개들에게 공포심을 준다는 거야. 그래서 찍소리 못 하고 썰매를 끌게 되는 거야."

"‥‥‥"

"에스키모들은 어느 때 어떤 공포심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는거지."

"그러면 우리가 그 개라는 말인가요?"

"아무튼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좀 되었다."

"‥‥‥"

"사람들이 물러가라고 외치는 사령관 있지?"

"예, 들었어요."

"그 사람이 만들어낸 짓이라는 거야."

"‥‥‥"

"그 사령관은 그게 필요한 거야. 공포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혼란이." (pp.203-204)


나는 창피하게도 내가 지금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공포와 혼란의 장소에 있지 않아서, 그것들을 내가 겪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내가 군인들의 발에 짓밟히고 내 가족들이 총에 맞아 쓰러질 수 있었을지도 모를, 바로 거기에 내가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끄러웠다. 나는 우리나라 언어로 쓰여진, 이해하지 못할 문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어렵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 느껴야 했는지 모른다. 


이 책의 마지막은, 모두가 다 알 수 있는 스포일러, 이렇게 끝난다.


오래지 않아, 사령관은 대통령이 되었다. (p.272)


흐느껴 울지 못한 내 자신이 싫어지는 문장이다. 그리고 이 문장보다 더 가슴 아픈건 채 반페이지도 되지 않는 '작가의 말'이다. 그가 하는말이 너무나 절절해서, 나는 내가 여태 읽어온 '작가의 말'중 가장 슬픈 작가의 말로 이 책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이 책은 '작가'가 해야 할 일과 '소설'이 해야 할 일을 모두 충실하게 해냈다는 것도 덧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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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u 2012-01-03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공감해요!
전 이 책을 너무 떨며(!) 읽었는데...
다락방님의 말씀처럼 '정의와 불의' '행복과 불행' '고통과 상처' '치유와 위안'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말이죠.
말죽거리 잔혹사니, 예전에 나온 그곳의 이야기와 뭐가 다르냐는 식으로 생각해버리고 말아 무척 안타까웠답니다.
학교 폭력? 울겨먹기? 또 광주? 그건 아닌데...비유가 웃기지만 왜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건지 안타까워요(-.-)

다락방 2012-01-04 09:24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소설이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리뷰에도 밝혔듯이 한창훈이 꽤 중심을 잘 잡고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학교 폭력', '또 광주' 인건, 그렇게 본다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저는 이 소설은 읽어두는것이 좋은,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초반에 소년이 성장할 가능성과 일상을 배치해두고 뒷부분에 광주사태를 넣어둠으로써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식으로 작용했는가도 잘 보여주었고요. 전 좋았습니다, 리더수님. :)

moonnight 2012-01-0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는 거 자제하려고 했었는데!!! 다락방님 때문이에요. (라며 떠넘기기;;;)
한창훈 작가는 다락님 덕분에 알게 되었죠. 그리고 좋아하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이 책도 읽어볼께요. ^^

다락방 2012-01-05 14:10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은 이 책 읽으시다가 후반부에 폭풍 눈물 흘리실 것 같아요. 물론 초반부에는 엄청 웃으실거구요. 재미있어요, 문나잇님. 손에 쥐면 팔랑팔랑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입니다. 물론 내용까지 팔랑거리는 건 결코 아니구요.
헤헷 :)

버벌 2012-01-0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달 생활비가 없어요. 책.... 사고싶다.

다락방 2012-01-09 18:26   좋아요 0 | URL
카드가 있잖습니까!!!!!
 

어떤 극심한 형벌도 피해자나 그 가족의 고통과 복수심을 충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국가가 그 복수심을 충족시키는 도구일까요? 일정부분은 그렇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도를 지나쳐서 개인처럼 이성을 잃기 시작하면 곤란합니다. 개인에게 보복을 맡겨두면 한두배가 아니라 열배, 스무배의 복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동해보복(同害報復)의 딸리오법(lex talionis)이 만들어졌고, 그 형벌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집행하라고 시민들은 국가에 역할을 위임했습니다. 시민들에게 형벌권을 위임받았다고 해서, 시민들이 연주하는 분노와 보복의 장단에 맞춰 국가가 무조건 춤을 춰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형벌은 오랜 세월 동안 어렵게 야만을 벗어나 합리화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고문과 잔혹한 형벌을 제거한 역사는 곧 인류문명이 진보해왔다는 산 증거이기도 합니다.

국가는 개인과 달리 이런 문명의 진보 수준에 발맞추어 가장 합리적인 형벌을 찾아내 집행할 책임이 있습니다. 즉 제가 어떤 억울한 일을 당해 상대방을 쳐죽이기를 바랄 수 있고, 그게 잘못은 아니지만, 국가에는 그런 보복감정을 넘어선 합리적이고 공정한 형벌을 입법하고 재판을 거쳐 집행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적절한 처벌을 찾아보자는 논의중에 "네 딸이 그런 일을 당해도" 따위의 직극히 개인적인 질문으로 논점을 흐리는 것은 좋은 토론자세가 아닙니다. (p.212)
















나는 여전히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될 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네 딸이 그런 일을 당해도" 따위의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으로 논점을 흐리지 말라고 말하지만, 나도 어느정도 그 말에 수긍은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말을 안할 수가 없다. 그리고 또 이렇게도 말하고 싶다. 그들의 삶을 짐작이나 해보았냐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감히 짐작할 수 있다면 그것을 '논점을 흐린다'는 말로 대응할 수는 없을거라고. 그래, 나는 성범죄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통과 트라우마는 타인이 절대로 짐작할 수도 없고 함부로 짐작해서도 안되는 부분이다. 그것은 가장 질이 나쁜 범죄이며 한 인간의 삶을 지옥속에 내던지는 범죄이다. 그들을 용서해야한다는 혹은 가혹한 처벌은 안된다는 대응들에 대해 나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어느정도는 그래, 그래야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긴 한다.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은 이성을 잃을 수 있다. 그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성을 잃지 않는 존재도 그들 주위에 필요하다. 물론 합리적 이라는 말이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합리적으로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국가가 개인을 대신에 형벌을 집행한다는 것은 이 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반드시, '가장 합리적인 형벌을 찾아내 집행할 책임' 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꽤 쉽게 읽힌다. 게다가 내가 불편해했던 모든것들의 감정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여성 인권도 성 소수자 인권도 학생 인권도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적인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동성애자에 대해 이해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들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보는게 아니라 일종의 '장애'를 가졌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하는 의견들을 간혹 마주칠 수 있는데, 나는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불편했다. 그런데 그게 어디서 어떻게 불편한건지를 찾을 수 없으니 반박할 수가 없는거다. 장애라고? 동성애가? 


어떤 사람들은 이 다름이 '그들'로부터 권리를 빼앗고 그들을 경멸하고 무시할 근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용납했다가는 그들의 잘못된 행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온 세상이 엉망이 될지도 모른다고 믿습니다. 그들이 군대 안에 들어오면 전력(戰力)이 약화되고, 그들이 방송에 나오면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주며, 그들에게 결혼 같은 제도를 허용하면 전통적으로 지켜온 윤리가 무너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환자이기 때문에 치료를 필요로 할 뿐,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국 심리학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은 1973년까지 동성애를 정신장애의 일종으로 분류했을 정도입니다. 과학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이었지요. (P.61)


이해한다고, 받아들인다고 말하는 그 순간, 그들은 폭력적이었던 거다. 


동성애자들의 인권문제는 전적으로 프라이버시에 속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성애자들이 관용하고 말고 할 문제가 전혀 아닙니다. 내가 우연히 이성애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약간 높은 위치에 올라서 '너희들을 받아주겠다'고 선언할 수는 없습니다. 이성애자들이 공기처럼 누리고 사는 권리들을 동성애자들도 당연히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 (P.88)


이성애자가 더 '많이' 존대하다고 해서 그들이 더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 시작은 이 책을 읽는 것 부터가 아닐까. 정말이지, 출근길과 등교길의 길 한가운데 서서 모두에게 이 책을 나누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근로자의 인권에 대해서도 이 책은 얘기한다. 예로 든 영화가 『빌리 엘리어트』라는 것은 나를 공감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는데, 나는 이 부분을 버스안에서 읽다가 자꾸만 눈물이 나려고 해서 몇번이고 책장을 덮어야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발레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가난한 소년이 나오는 영화이다. 이 소년은 가난한 환경속에서 발레를 향한 꿈을 키워나가려는 성장영화이지만, 그것은 이 영화의 소재일 뿐,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영화속에는 이렇든 꿈을 찾아가려는 빌리와 또 자신의 성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빌리의 친구가 나온다.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성장영화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지만, 이 영화에는 아들 빌리를 발레리노로 만들고자 하는 가난한 광부가 나온다. 탄광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발표로 일자리를 잃게되어 노조를 만들어 대응하지만, 아들을 발레리노로 키우기 위해서는 일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어서 '배신자'라는 말을 들으며 어쩔 수 없이 노조에서 빠져야 하는 빌리의 아버지. 나는 이 영화를 울면서 또 웃으면서 보았고,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이 책속에서 이 영화를 언급하며 말하여지는 부분들이 너무나 생생했다. 영국의 대처수상에 대해 읽었던 『지식e』시리즈도 생각났다. 이 노동조합과 그 노동조합을 '모두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해체하여 노동자들을 붕괴시키는 정부의 가혹한 이야기들 때문에, 나는 이 책을 회사의 모든 대표자들에게 읽히고 싶어졌다. 


노조가 생기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1987년 노조가 처음 생기고 나서 4년이 지나자 300% 차등지급이던 상여금은 600%일괄지급으로 바뀌었습니다. 임금도 두배 이상 올랐고, 각종 단체협약의 인상분까지 합하면 회사가 지급해야 할 임금은 1987년에 비해 거의 열배가 늘어났습니다. 해마다 파업을 했으니 일한 날은 이전보다 더 줄어들었습니다. 과거에 노동자들 사이에 이상한 상여금 경쟁을 붙여가며 공짜로 착취하던 것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손해는 이마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을 할 때마다 곧 회사가 망할 것처럼 떠들던 보수언론의 주장이 옳다면 회사는 망해도 열번은 망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해마다 흑자가 났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이갑용 전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그만큼 착취당했다는 것, 회사가 늘 피우던 엄살은 거짓이었다는 것, 우리는 정말 바보였다는 것." (pp.181-182)



몇년전에 여자사람들과 남자사람들 여럿이서 함께 모여 술을 마시다가 영화 『연애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그 영화가 너무 좋다고 재미있다고 말했고 나는 술을 마시다가 깜짝 놀라서 나는 몹시 불쾌했다고 말했었다. 남자사람들이 내게 왜그러냐고 물었고, 나는 수학여행지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섹스를 강요하고 여자가 싫다고 말하는데도 5초만 넣고 있을게, 넣고만 있을게, 라고 말하던 장면이 구역질 났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정말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그리고 그 자식은 성기를 정말 넣었다고. 이건 미친거 아니냐고. 어디서 그런 짓을 하냐고. 그런데 놀랍게도 남자사람들은 그 장면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놀랐었다. 그 불쾌한 장면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수학여행지의 숙소에서 "이러지 말아요. 이건 아니에요"라고 거부하는 최홍에게 이유림이 "딱 5초만 넣고 있을게요"라고 외치며 억지로 성기결합을 시도하는 장면은 사실상 강간에 가깝습니다. 아니, 그냥 강간입니다. 이걸 '유혹'이라고 표현하며 그 과정을 '발칙 유쾌한 연애의 밀고 당기기'로 묘사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 씨나리오 공모전 우수작이었고, 백상예술대상 씨나리오상도 받았습니다. (p.105)


그 장면이 그 영화를 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었나 하면 그건 나는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이 세상의 수많은 폭력은 그런식으로 일상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그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그 장면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이미 본 영화와 내가 아직 보지 못한 많은 영화들이 등장하는데,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 중 몇 편은 놓쳤다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윽, 이걸 어떻게든 보고싶다, 하는 생각. 그런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카운터 페이터』와 『색,계』는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제대로 관람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그 두 영화는 지루한 영화로만 남아있는데, 이 책을 읽노라니 오, 꽤 좋은 영화들이잖아? 이 두 영화는 다시 한번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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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2-01-0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요즘, 사놓고 안 읽은 책 읽기 운동(혼자;) 하는데 최근에 [헌법의 풍경]이랑 [불멸의 신성가족] 읽었어요. 그리고 이 책 읽으려고 주문하려고 들어왔는데. 어떻게 알구선 이렇게 땡스투 받을 준비를 다 하고 계시는 거에요 하하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님. 진짜 많이요. ^^

다락방 2012-01-02 12:45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운동 같이 합시다. 사놓고 안 읽은 책 읽기 운동. 저도 그거 하려고 하는데 자꾸만 사들이고 있네요. 이제 진짜 그러지 말아야지 ;;

네, 건조기후님. 건조기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2012년에는 좀 많이 웃고 삽시다. :)

레와 2012-01-0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이 엄청나요. 거의 책 한권에 다 붙여놓은..ㅋㅋ

근데 나는 왜 다락방이 이 책을 먼저 읽었다고 생각했지..;

다락방 2012-01-02 12:46   좋아요 0 | URL
저도 포스트잇 많이 붙였어요, 레와님. 보고 싶은 영화는 또 얼마나 많아지던지. 안토니아스 라인 같은 영화는 제가 아예 처음 들어보는 영화인거에요! 그것도 신선했어요.

글쎄, 왜 제가 먼저 읽었다고 생각했을까요? 저는 오래전에 마태우스님 리뷰를 봤던 기억은 나네요. ㅎㅎ

좋은날 2012-01-0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해도 괜찮아-마태우스님의 리뷰를 읽고 사놓기만 했는데빨리 읽어봐야겠어요
영화 가족의 탄생은 정말정말 좋아요. 밀양도 좋아요.
다락방님 올해 건강하시고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알려주세요~

다락방 2012-01-02 12:47   좋아요 0 | URL
저도 마태우스님의 리뷰를 읽고서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가족의 탄생도 밀양도 정말 좋을것 같은데 이상하게 잘 봐지지가 않네요. 꼭 챙겨보도록 해야겠어요.

네, 좋은날님. 좋은날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책 얘기는 부지런히 하도록 할게요.
:)

치니 2012-01-0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꼭 읽을래요. 어쩌다 보니 놓치고 있던 책인데 다락방님 페이퍼 보니 정말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색,계 진짜 재미있음.
연애의 목적은 개쓰레기 영화라 생각했음요.
밀크 보셨어요? 동성애 등장 영화로 개인적으로 최고라 생각해욤.

다락방 2012-01-02 12:49   좋아요 0 | URL
전 색,계 극장에서 봤는데 보는동안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루하더라구요. 엉덩이도 아프고...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 영화가 참 괜찮은 영화 아니겠어요? 제가 뭔가를 놓친것 같은데, 그걸 찾기 위해서 다시 봐야겠어요.

밀크는 당연히 봤죠! 새벽 세시 모임과 함께 본 영화에요. 구스 반 산트 감독 아닙니까. 봤지요. 그리고 치니님, 이 책 속에서도 동성애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서 당연히!! [밀크] 얘기가 나옵니다. 치니님도 이 책 읽으시면 고개를 끄덕이실거고 또 반가우실 거에요.

Arch 2012-01-0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잠깐 봤었는데 다락방이 말한 부분은 다 기억나요. 다락방이랑 비슷한 부분에서 공감하고 열냈나봐요.
다락방은 어떻게 리뷰도 잘 쓰죠?(딸랑딸랑^^)

다락방 2012-01-02 12:50   좋아요 0 | URL
저 이 책이 너무 좋아서요, 아치. 교사인 제부에게도 선물했어요. 읽고 학생인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말이지요.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책 선물할 일이 있다면 이 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렵지 않게 얘기했기 때문에 이해가 쉽더라구요. 정말 좋은책이에요!! >.<


moonnight 2012-01-0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봐야 할 영화목록 뽑아봤었어요. ^^ 책 참 좋죠. <연애의 목적>에 대해서는 저 역시 다락방님처럼 아주 불쾌했던 기억만 남아있어요. 주변의 사람들이 다 너무 재미있다고 얘기해서 기가 막혔답니다. ㅠ_ㅠ

다락방 2012-01-02 18:23   좋아요 0 | URL
실상은 그토록 찌질한 남자들이 가득한것이 현실이니까 사람들은 거기에서 '재미있다'고 말을 하게 된걸까요? 전 그 수학여행 장면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아우 짜증나...
저 영화들 다 볼 생각하니 마음이 급한데, 그런데 언제 보죠? ㅜㅜ

카스피 2012-01-02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2012년 흑룡의 해,좋은일만 계시길 바라며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그리고 신년 새해 용꿈 꾸시라고 용 한마리 선물로 보냅니다
\▲▲/
( ^^ )
<(..)>
<(▶◀)>
<( = )>
<( = )>

━┛┗━

다락방 2012-01-03 09:08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루쉰P 2012-01-0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리뷰와 맞지는 않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성폭행은 영혼의 살인이라는 표현이 가장 딱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전 사실 좀 보수적이라 여성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랑하지 않으면 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고리 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 암튼 뭐 덕분에 이러고 살고 있지만, 욕망을 타고 넘고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을 만드는 것은 특히나 성욕에 있어서는 남성에게 가장 갖추고 있어야 할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마하트마 간디 선생님처럼 스스로의 성욕을 시험하고자 야동을 보다가 너무 몰입해 야동을 모으고 있는 자신을 보면 혐오스러움에 가득차 욕을 하곤 하는데, 내 반드시 나를 극복하고자 오늘도 일하고 있습니다. -.-
말하다 보니 이상하게 됐는데 암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12-01-03 09:10   좋아요 0 | URL
아 루쉰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완전 뿜었어요. 스스로의 성욕을 시험하고자 야동을 보다가 너무 몰입해 야동을 모으고 있는 자신을 보면 혐오스러움에 가득차 욕을..........아아아아 저 완전 뿜었어요 루쉰님. ㅎㅎㅎㅎㅎ
일은 열심히 하셨습니까? 자신을 극복하셨습니까? ㅎㅎㅎㅎㅎ
저 역시 오늘도 변함없이 일하고 있습니다만, 제 자신을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ㅎㅎ

루쉰님의 리뷰는 즐겨 읽고 있습니다. 종종 남겨주세요. 그리고 루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D

Arch 2012-01-04 19:24   좋아요 0 | URL
저도 웃었어요, ^^

다락방 2012-01-05 09:04   좋아요 0 | URL
아치 까꿍~ ㅋㅋㅋㅋ

Arch 2012-01-05 12:50   좋아요 0 | URL
활짝(:)

다락방 2012-01-05 12:52   좋아요 0 | URL
아 아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반사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3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지내는 일상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건 못견디게 불편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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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2-01-0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다락방님도 별 다섯을!
빨리 읽으셨네요.
저도 이 책 읽고 진짜 마음에 큰 짐 하나 얹은 기분이었어요. ㅠㅠ

다락방 2012-01-02 10:48   좋아요 0 | URL
처음엔 별 넷을 줬거든요, 이매지님. 그리고 잘라고 하는데 자꾸 불편한거에요. 이 불편함을 작가가 노린거라면 그렇다면 그건 진짜 대단한게 아닌가 싶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자려고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 별 다섯으로 수정했어요. 불편해요, 이매지님. ㅜㅜ

이매지 2012-01-02 13:18   좋아요 0 | URL
읽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해지는 책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별 넷이었는데 자꾸만 마음을 복잡하게 하는 소설이라 별 다섯으로 수정. ㅎㅎ

다락방 2012-01-02 14:37   좋아요 0 | URL
별 다섯 준것도 불편해요. 뭔가 찝찝하고 불편해서 다시 또 넷을 줄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어요. ㅎㅎ

moonnight 2012-01-0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별 다섯개. 인데, 생각할수록 불편한 책이로군요. (고민에 빠진다. ;;;;)

다락방 2012-01-02 18:24   좋아요 0 | URL
허투루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다가, 어떻게 그런걸 일일이 신경쓰고 사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나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싶었다가..하아..한숨만 나요, 문나잇님.
그렇지만 우리는 '나쁜영향'만 입히는게 아니라 '좋은영향'도 주고 사니까요, 그게 인생이니까요. 후..

개인주의 2012-01-03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불편하다는데 궁금해지네..;;

다락방 2012-01-03 10:06   좋아요 0 | URL
스누피님, 읽어보셔도 괜찮아요. ㅎㅎ

개인주의 2012-01-05 11:09   좋아요 0 | URL
-_-안그래도 보관함에 쓰윽..;;
새해 되서 두 번 결제를 했는데
참아야지 하면서 쓰윽..
하지 싶어요..ㅜㅜ

다락방 2012-01-05 11:1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 인생은 어차피 그렇게 흘러가죠. 장바구니 결제도 마찬가지. ㅎㅎㅎㅎㅎ
 
하고 싶은 많은 말은 뒤로 하고,


사람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타인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그리고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어제의 하이킥이 그랬다. 박하선과 윤계상이 선을 봤다. 박하선과 윤계상은 서로가 서로를 선자리에서 만날 생각은 전혀 없었으나 차마 거절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나가게 됐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지석과 백진희는 충격을 받는다. 서지석과 백진희는 윤계상과 박하선의 선자리에 뒤늦게 찾아가보지만, 그들은 이미 2차를 향한 후다. 그래서 서지석과 백진희는 포장마차로 가서 소주를 마신다. 그들은 속상하고 안타깝고 서운하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상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연인이 될 지도 모를 계기를 가졌다는 사실 때문에. 그러나 윤계상과 박하선은 정말이지 그럴 의도가 없었을 뿐더러, 백희진과 서지석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있다. 윤계성과 박하선은 악의가 전혀 없이, 그리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데, 그런데 서지석과 백진희는 취하고, 울고, 소리지른다. 그들은 가슴이 아프다. 게다가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한다. 혼자만 앓는다.


나는 어제 닭볶음탕에 와인을 마시며 하이킥을 봤다. 그러면서 내 앞에 앉아 같이 와인을 마셔주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쟤네들은 저럴 의도도 없었고 알지도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쟤네땜에 울어, 세상 참 이상하지? 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그런게 어디 한둘이니, 라고 했다. 그래, 정말 그렇다. 어쩌면 나도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의 눈에서 눈물나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대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듯이. 상대가 내게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나는 심장이 조각난적이 있었던것처럼, 나도 전혀 의도하지 못했는데 나 때문에 누군가는 어떤 이유로든 무너진적도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새삼 인간 관계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지 않았다한들 얼마나 얽혀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묘하게, 우리는 서로 얽혀있다.



2011년은 내게 아주 다이나믹하고 파란만장한 해였다. 2011년에 나는 평생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던 일들을 했었고 그래서인지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해이기도 했다. 봄에도 몇 날을 울었고 여름에도 몇 날을 울었다. 어떻게 그 고통에서 빠져나와야 할지 몰라서  높은 굽을 신고 한참을 걷기도 며칠을 했다. 나는 어떤것들을 시도했었고 그리고 실패했으며 포기했다. 나는 평생을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을 내치기로 결심했으며 그리했다. 나는 라식수술을 했고, 유리벽에 부딪쳐서 피를 흘리기도 했고, 세균감염으로 얼굴이 늑대인간처럼 변하기도 했다. 어깨를 수술한 엄마의 병원에서 잠을 자기도 했고, 나를 그냥 나인채로 좋아해주는 남자를 연인으로 곁에 두게 되었고, 그래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번 해에 더 잘 알게 되었다.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그 과정이 어렵고 험난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새롭기도 하다. 나에게 이런면이 있었다고? 하는.



상반기는 한번 정리한 적이 있으니 하반기를 정리해야겠다. 1년을 정리하자니 상반기 정리 페이퍼와 중복될 것들이 많을것 같아서... 자, 시작.


* 한국어로 쓰여진 그토록 아름다웠던 이야기들.















이승우를 읽는 것은 내게 마치 필립 베송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오로지 본인의 내면에 충실한 글, 그리고 그것들을 풀어낸 아름다운 문장들. 앞으로 더 찾아볼 이승우의 소설이 있다는 것은 내게 기쁨이다. 나는 또 한권의 이승우의 소설을 준비해두었다. 신형철도 마찬가지. 문학평론 이라는 분야를 내가 읽어낼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신형철의 글을 읽노라니 나는 신형철의 글이라면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신형철의 평을 받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강의 [희랍어 시간]은 다소 아쉬운 책이었다. 며칠전에 이 책을 읽은 B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별을 넷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얘기했는데, 우리는 표현은 달랐지만 느끼는바가 비슷했다. 한강의 [희랍어 시간], 그 책에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하지만 미처 완성되지 못한 텍스트' 라는 표현을 나는 하고 싶었는데, 문장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야기를 놓쳐버린 기분이다. 문장만은 가히 아름다웠다.




* 당신이 거장인 이유, 필립 로스















필립 로스를 읽었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의 글을 보고난 뒤에야 나는 필립 로스를 읽게 됐는데, 모두들 한결같이 [에브리맨]을 칭송하고 있었다. [울분]은 그 뒤였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울분]쪽이 [에브리맨]보다 훨씬 좋았다. '돈 드릴로'의 소설 [화이트 노이즈]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나오고, 그 두려움을 몰아내줄 약이 판매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그때 꽤 위안을 받았더랬다.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이 나 뿐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나는 내가 죽게 될까봐 두렵다. 내가 어떻게 죽을지도 알 수가 없다. 그 순간이 언젠가는 반드시 '온다'는 것 때문에 침대에서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지인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가 누리고 사는게 많아서 아쉬운가 보다'라는 멍청한 이야기들을 해대서 더이상 말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필립 로스는 돈 드릴로보다 더, 내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에브리맨]도 늙어감과 죽음에 대해 얘기하지만, 막연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결국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죽게되는 청년의 이야기인 [울분]은 내게 정말 정말 인상 깊은 소설이었다. 그 소설에서 주인공인 청년이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버트런트 러셀'의 책까지 사서 읽었다니깐. 지금 검색해보니 필립 로스의 책은 [휴먼 스테인 1,2]가 더 나와있다. 내년에는 저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 여전히 당신들은 최고















코맥 매카시와 존 쿳시는 이제 내게 어떤 식으로도 흠을 찾아낼 수 없는 작가이다. 상반기에 그들의 작품을 한 권씩 읽어보고 멍했었는데, 하반기에 다시 만난 그들의 작품은 여전히, 그대로 빛났다. 아니, 더했다. 그래서 나는 코맥 매카시의 다른 책들을 두 권 더 준비해 두었고, 존 쿳시의 다른 책도 꽂아두었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나는 내년에도 여전히 내 책장에서 꺼내어 읽을 수 있다. 이런게 행복이 아닐까. 문장과 이야기, 그 모두에서 만족감을 얻고 싶다면 나는 코맥 매카시를 망설이지 않고 추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존 쿳시가 내게 들려주게 될 그 모든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 결국은 눈물을 쏟아내게 될















한 편의 영화같은 느낌을 주는 존 카첸버그의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을 처음 펼쳤을 때, 이 책은 내가 그다지 사랑할 수 없는 종류의 책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신병동에 갇힌 그 모두가 하나가 되어 '아폴로'를 외칠 때, 이건 너무 뻔한 영화같잖아, 하면서도 나는 눈물을 흘렸고, 주인공이 친구를 잃었을 때, 그에게 이제 더 누가 있어야 하나 하는 상실감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리다가 콧물까지 흘린 소설이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그래서 나는 그의 또다른 작품인 [하트의 전쟁]을 준비해 두었다.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라스트 차일드]도 놀랍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비극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그러나 나는 사랑을 말하는 그 짧은 부분에 눈물을 흘렸다. 내가 왔다갔다고 하지말고 지금 여기있다고 말해달라고 하는 아버지의 대사를 읽다가, 그래, 정말 전해야 할 것은 지금 너랑 여기 함께 있다는 거야, 하는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라서, 이 슬프도록 아름답고 처절한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닌 해가 하는 일, 눈물을 뽑아내는 건 결국 분노나 슬픔보다도 사랑인 것 같다. 



* 당신의 놀라운 데뷔작, 그토록 아름다운.















이 책은 영화화 되기로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영화로 어떻게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이것이 작가 '버네사 디펜보'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어쩌면 그래서 작가는 더 부담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문득, 수키 김이 [통역사] 한 권만 낸 채로 더이상 다른 작품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게 떠오르면서, 만약 버네사 디펜보도 다른 작품을 더이상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때문에 조금 겁나기는 하지만, 겁내면서 기다려보고 싶다. 버네사 디펜보가 앞으로 하게 될 이야기들이 어떤건지 무척 궁금하다. 꽃으로 대화를 나누는 소녀를 그려내고, 그 소녀가 사랑하고 사랑받게 되는 일들을 그려내고, 엄마가 되어가는 것을 그려가는 그녀가, 앞으로 또 하게 될 이야기는 무엇일까. 작가가 아직 젊고,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고, 그래서 어쩌면 내 기대보다 더 많은 혹은 더 아름다운 혹은 더 훌륭한 이야기들을 써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신난다. 두렵고 신나는 기대, 그것을 버네사 디펜보가 올 해 말, 내게 줬다. 



*굳이 쓸 필요는 없지만  별로였던 하반기의 책들은 아래와 같다. ([당신도 나도 아닌]은 읽다가 포기 ;;)











포기와 실패의 순간, 그리고 눈물 흘렸던 기억들은 모두 다 지나갔고, 유리벽에 부딪쳤던 상처도 나았으며 세균 감염도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나는 지금,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다. 더 바라는 것도 없다.


어제 와인 한 병을 혼자 다 비우고 sbs 가요대전을 보는데 히융..팔뚝 근육이 울룩불룩한 최강창민이 나오는데 막 좋은거다. 아 좋아 ㅠㅠ 어떡해 ㅠㅠ 와인으로 붉어진 얼굴, 뜨거워진 몸, 굵은 팔뚝의 최강창민..하아- 게다가 엠블랙은 떼거지로 나와서 강한 댄스를...히융 ㅠㅠ 난 정말 술과 남자를 좋아하나보다. 새삼 느껴 새삼 ㅠㅠ 인피니티의 내꺼하자~~ 를 듣는데 또 막 좋아서 여동생에게 지금 sbs 가요대전 보냐? 남자들 떼거지로 나온다 좋아..이러고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남자는 팔뚝에 근육이 있어야 해. 그게 진짜야.


단 하나, 유감스러운 일이라면

오늘 기모스타킹을 신지 않아서 아침 출근길에 무릎이 시렸다는 거. 미쳤나...왜 안신었지..이따 집에 갈 때는 또 어쩐담. 왜 가끔가다 이렇게 어이없는 또라이짓을 하는거지?



1월1일이 일요일이라는 슬픈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왜이렇게 연휴같은 기분이 들까.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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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12-3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처럼 다락방의 페이퍼와 리뷰 덕분에 좋은 책과 영화 음악을 만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내년에도 잘 부탁해요! :)

[에브리맨]은 나중에 십년정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지금 난 [모두 다 예쁜말들]과 [꽃으로 말해줘]를 놓고 두 책중에 어떤책을 먼저 읽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어요. 우후후 ^^



다락방 2012-01-02 12:51   좋아요 0 | URL
레와님, 2011년 제 서재에 댓글 많이 달아주신 분 1위입니다. 짐작했지만 정말 1위라니 ㅎㅎㅎㅎㅎ
저야말로 2012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요!!

꽃으로 말해줘, 읽고 지금 환장할 것 같다는 레와님 페이퍼 읽었는데, 환장하지 말아요, 응? 정신 제대로 챙겨요. 그래야 모두 다 예쁜 말들 읽죠!! 히히.

dreamout 2011-12-3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으로 말해줘.는 읽어봐야겠어요.
데뷔작이란 것은 모두 어느정도는 빛나는 부분이 있어서, 그게 참 좋거든요.
예전에.. 유명작가들의 데뷔작들만 읽어보자 이런걸 계획했던 적도 있는데,, 데뷔작들이 번역된 경우가
흔치 않다는 사실을 안 이후론 바로 포기. ㅋㅋ

다락방 2012-01-02 12:52   좋아요 0 | URL
이런 작품으로 데뷔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드림아웃님.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 그런 책이요. 게다가 문장도 나쁘지 않은.
읽어보세요, 드림아웃님. 읽어보시고 어떠셨는지 말씀해주세요!
:)

하늘바람 2011-12-3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 덕분에 좋은 책 정보를 얻어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다락방 2012-01-02 12:52   좋아요 0 | URL
하하, 하늘바람님, 고맙습니다. 도움이 됐다면 제가 기쁘죠.
하늘바람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마노아 2011-12-3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의 핵심주제는 결국 마지막에 등장! 원래 주인공은 그런 법이죠.
그런데 세균감염이라니, 놀랐어요. 며칠 전에 술을 마실 수 없었다는 게 그 때문이었나요?
지금은 나아진거죠? 정말 다이나믹했던 2011년이에요.
하지만 마무리는 모두 아름답게!
비록 새해가 일요일이라는 것은 뷁!이지만, 그래도 해피 뉴 이어입니다.^^

다락방 2012-01-02 12:54   좋아요 0 | URL
네, 세균감염. 원인을 알 수 없는 연조직염 이라고 진단서에는 나오더라구요. 어떤 경로로, 어떤 원인으로 이렇게 됐는지 닥터도 모른다고 했어요. 그러나 저는 끔찍한 며칠을 보냈어요. 도저히 인간의 얼굴이 아니었죠. 아바타 찍었어요. ㅠㅠ 늑대인간 이라고 아빠는 말씀하셨고 ㅠㅠ
저 진짜 다이나믹한 2011년 이었어요. 잊을 수 없는 굵직한 일들이 몇개나 생각나는지 몰라요. 힘들었고 또 안정되기도 했던 그런 한 해 였어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마노아님!!

차좋아 2011-12-3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더 이상 책 안 읽어도 되겠네요. 풍성하고 좋은 글 읽어서 배부릅니다.^^

다락방 2012-01-02 12:5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차좋아님, 지금은 무슨 책을 읽고 계신가요?

무스탕 2011-12-3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에 세균 감염이요? 혹시 단독? 그거 참 괴로워 보이던데 잘 나은거 맞요? 고생하셨어요..
1년동안 다락방님 덕분으로다가 참 즐거웠습니다. 많은것 얻어가면서 작은것도 드리지 못해 늘 죄송한 탕입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

(어제 SBS 가요대전이랑 MBC 연예대상을 오락가락하며 보던 신랑이 걸그룹 노래가 끝나고 뽀이들이 나올 차례가 되니 미련없이 MBC로 체녈을 돌려버리더라구요--++ 그래서 전 뽀이들을 하나도 못 봤어요 ㅠㅠ)

다락방 2012-01-02 12:57   좋아요 0 | URL
토요일에 진료 받으러 갔었는데 이제 약 안먹어도 될 것 같다고 닥터는 말하더군요. 단독으로 보인다고 닥터가 얘기했어요. 전 무스탕님 덕에 단독이란 용어를 처음 알았는데, 무스탕님은 어떻게 아셨대요? 저 정말 괴로웠어요. 울기도 했답니다. 아픈것보다 이 얼굴로 평생을 살면 어쩌나, 그런 절망스런 생각 때문에. ㅠㅠ

전 MBC 가요대전 보느라 정신줄 놓고 있어서

2012-01-02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1-02 12:58   좋아요 0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무스탕님!!

이진 2011-12-3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돌이라면 영 질색이라 친구들이 가요대전 시작했어! 하는데 자버렸답니다 ㅎㅎ

하아, 얼굴에 세균감염이라니 ㅠㅠ
늑대인간처럼 도어버리셨다니, 그런건 처음들어봐요 ㅠ
얼마나 힘드셨을까...

저도 이승우 작품을 오늘 읽으려고 준비해두었는데 괜찮을 것 같아요.
다락방님덕에 '꽃으로 말해줘'라는 아름다운 책까지 알게되었구요. ㅎㅎ
내년에는 다락방님 못지않은 멋진 알라디너가 되기를 꿈꿔야겠어요!

다락방 2012-01-02 13:01   좋아요 0 | URL
이승우는 흐음, 소이진님,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으음, 조금 더 나이 들고 읽는 쪽이 좋을것 같은데 말이죠, 소이진님. [안나 카레니나] , [죄와 벌] 같은 작품을 성인이 되어서 만나는게 더 좋은것처럼요. 지금 제가 생각하기로는 그런데, 제가 어릴때 이승우를 읽어본 건 아니니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분명한건, 이승우는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겁니다. 제 개인적인 순위로는 공지영, 신경숙, 조경란의 작품보다 훨씬 더 위쪽에 있어요.

소이진님, 지금대로라면 2012년에 서재의 달인은 문제 없을것 같은데요? 후훗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치니 2011-12-3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다 예쁜 말들' 다 읽었는데, 그 이야기도 못했네요, 저번에. ㅎㅎ
명백히 문장과 이야기 모든 면에서 만족시키는 작가라는 데 동의해요. 그런데 저는 초반에 몰입이 잘 안 되었었어요. 그러니까 그 뭐냐, 카우보이랑 미국 서부의 배경 묘사, 말을 타는 것에 대한 묘사 등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일일히 신경쓰느라 도리어 몰입이 안 되었달까, 한 마디로 저의 무지때문에 책을 덜 이해한 거죠. 중반 이후로는 엄청난 속도를 내며 휘리릭 ~ 와, 정말 대단한 양반이구나 감탄하며 읽었어요. :)

다락방 2012-01-02 13:03   좋아요 0 | URL
오오, 치니님 읽으셨군요. 누군가도 제게 그랬던것 같아요. 초반 몰입은 힘들었다고. 아, 치니님이 그러셨었나? 갸웃.
정말 대단해요, 코맥 매카시는. 문장과 이야기를 모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만족시킨다니, 으으, 타고난 작가인가봐요. 노력도 중요하고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 두가지가 합쳐졌을 때 최고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코맥 매카시는 그 둘을 다 갖춘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어느 한쪽에 치중되어 있는게 분명 있다면, 그건 천부적인 재능쪽일것 같아요. 사랑합니다 코맥매카시 ㅠㅠ

2011-12-30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2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1-12-3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심했어요. <울분>을 읽기로. 저는 그냥 반항아의 얘기인 줄만 알았어요.다락방님 다이나믹하지만 또 그만큼 성장한 한 해였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올해는 무덤덤했던 한 해라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요. 저도 거진 매일 4프로 이하의 알코올들과 함께 시상식들을 보는 요즈음이랍니다. 진부하지만 가장 정겨운 표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12-01-02 13:52   좋아요 0 | URL
저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그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 한 해였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되서 나름대로 얻은것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블랑카님, [울분]은 꼭 읽으세요. 블랑카님도 아마 폭풍리뷰 쓰시게 될거에요. 울분을 읽고 쓰시게 될 블랑카님의 리뷰가 기대됩니다. 꺅 >.<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블랑카님.

라로 2011-12-3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코맥 맥카시를 읽어 보기로 결심할게요.
이 페이퍼는 정말 좋군요!!

다락방 2012-01-02 13:52   좋아요 0 | URL
나비님, 코맥 매카시 읽어보세요, 꼭이요. 그는 나무랄데 없는 천재적인 작가랍니다. 아주 타고난 작가에요. 이야기도 문장도 너무 아름다워서 나비님도 사랑하게 되실거에요!!

웽스북스 2011-12-3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2011년 정말 다사다난했네요.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다락방님께 좋은 것으로 남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요~
저는 이상하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올해에요. 더 잘 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했던 것들을 기억하며,
심기일전하는 2012년 보내려고요. 히힛. 심기일전, 이거 하나는 내가 정말 잘하잖아요! ㅎㅎ

다락방님 2011년에 많이 고마웠어요. 2012년도 잘 보내요!!! 그리고 자주 봅시다~ 히힛

다락방 2012-01-02 14:04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그 모든것들이 결국은 제게 더 좋은 결과를 주었을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제가 못하는것, 할 수 없는것, 그리고 할 수 있는것이 무엇인지 알게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실패했을지언정 시도했었기 때문에 '그때 그걸 해볼걸'하는 후회는 하지 않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요.

웬디양님, 우리 2012년에 잘 지내도록 합시다. 웬디양님도 잘 지내고 나도 잘 지내고 우리 서로 잘 지내고!

저야말로 2011년에 웬디양님께 많이 고마웠어요. 물론 그 전해에도, 그 전해에도 그랬구요. 앞으로도 웬디양님께 고마워해야 할 일이 많을것 같아요. 전 일단 웬디양님 존재 자체가 고마우니까요.
:)

mira 2011-12-31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양한 책들을 많이 읽으시네요. 저도 참고해 볼께요. 인간관계, 사람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수 있는 글들이었어요. 우리가 의도한 상처주기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상처를 주기 까지 합치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상처를 주고 받는것 같네요. 내년에는 누구에게 상처주지 않는 삶을 살아야할텐데 마음에 새길께요.

다락방 2012-01-02 14:05   좋아요 0 | URL
같으면서 다른 이야긴데 어제 읽은 [난반사]란 작품도 개인의 사소한 이기주의가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말해주더군요. 그래서 내내 불편했어요. 사람들사이의 관계 때문에 우리는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또 사람들 사이의 관계 때문에 우리는 위로받기도 하지요. 그렇게 이 사회는 순환하는가 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jongheuk 2011-12-3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저도 필립 로스의 책은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었는데.. 다락방님이 좋으시다니 조금 더 확신을 갖고 다음 기회에 반드시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12-01-02 14:06   좋아요 0 | URL
종혁씨는 필립 로스 아주 좋아할 것 같아요. 흐음, 종혁씨라면 그곳에서 원서로 읽어봐도 좋을 것 같은데요?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아서 괜찮을 거에요. 한번 시도해보고 그리고 어땠는지 얘기해줘요!!

해피 뉴 이어.

... 2011-12-3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다락방님 이렇게 조목조목 짚어주시다니. 흐뭇 ^^* 별로였던 책들에게까지 골고루 시선을 주시다니, 당신 혹시 여자 신형철? ㅎㅎㅎ

저는 이번주 그제, 어제, 오늘 삼일동안 일년내내 일어났을 법한 각종 사건사고를 죄다 겪었더니 기력상실. 어이상실 ㅜㅜ 그래도 시간이 흘러가니 다행이네요.

다락방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엔 코맥 매카시를 꼭 만나볼께요 ㅎㅎ (^_______________^)


다락방 2012-01-02 14: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여자 신형철이라니. 오와. 그렇게 된다면 완전 기쁘겠네요. 그러나 택도 없죠, 저는. ㅠㅠ 저는 그저 노멀한 월급쟁이 orz

저도 얼굴이 아바타가 되어가지고 엄청 당황스런 연말을 보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붓는 기현상까지 .. 하아- 고통스러웠어요. 그래서 새해를 시작하는 주말에는 모든걸 다 정지시키고 먹고자고하는 일을 반복했답니다. 제겐 그게 간절히 필요했던 것 같아서요. 네, 시간이 흘러서 다행이에요. 시간이 흘러서 두렵고 무섭기도 하지만, 다행인것도 분명해요.

브론테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말씀하신대로 코맥 매카시도 꼭 만나보시구요!
:)

비로그인 2011-12-3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한 해 정말 많은 일을 겪으셨군요. 어쨌든 소설에 관심이 많은 저 같은 사람에게 올 한 해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소설 얘기를 많이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염치없지만 내년에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복 많이 받으셔서 일단 건강부터 챙기셔야겠네요^^

다락방 2012-01-02 14:31   좋아요 0 | URL
후와님은 책 링크를 하지 않고 글만 쓰시는데도, 저는 그 책을 검색해서 구입하였습니다. 가장 최근의 소설로는 [여섯 살]이 그것이지요. 저야말로 후와님,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에도 더 많은,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들로 소개 많이 부탁드릴게요. 전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들이 좋아요.

후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피 뉴 이어!!
:)

2012-01-01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2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써커스의 밤
앤절라 카터 지음, 조현준 옮김 / 창비 / 2011년 2월
절판


"그럼, 내가 내가 아니면, 뭐가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3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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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12-29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2.

moonnight 2011-12-2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3. ^^;

웽스북스 2011-12-2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내 서재명은 예술이야. 그러게. (북치고 장구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