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에 다니던 요가센터는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향이 났다.

그 향이 너무 좋고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라 요가를 시작도 하기전부터 너무 좋았고, 아 여기가 나에게 좋은문이라는 거구나, 라는 생각도 언제나 했다. 한 번은 날 맞아주는 향이 너무 좋아 도대체 이것의 정체가 뭐냐 물으니 인센스 스틱이라 했다. 오, 너무 좋아 나도 집에 해둬야지, 하고 인센스 스틱을 검색해서 원하는 향으로 몇개를 샀다. 그렇지만 집에서는 요가센터같은 그런 향이 나지 않았다. 공간의 너비 차이일까. 공간의 환경 차이일까. 요가센터만큼 안정감을 주지 못했고 게다가 같이 사는 식구들은 향을 피우는 걸 싫어했다. 특히나 교회를 다니시는 엄마는 이게 영 찝찝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이 없을 때에만 태우곤 했는데 여튼 분위기는 내가 생각한대로 나지 않아서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다 버렸다. 이 향은 요가센터에서 최고구나.. 그즈음 검색해보니 인센스 스틱을 태우는 것이 몸에 안좋다고도 하더라. 정말 그런건지는 내가 잘 모르겠다. 하여튼 나는 향에 늘 관심이 많아서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걸 제일 좋아하긴 하지만 가끔 이렇게 자연스런 향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번은 빌딩 1층에서 정말 좋은 향기, 자연의 향이 났는데 이게 도대체 뭘까, 하다가 1층의 사무실이 디퓨저를 두었다는 걸 알게됐다. 보통 디퓨저의 향은 인위적이라 별로 안좋아했는데 이게 너무 좋은거다. 마침 그 향에 나처럼 매혹된 다른 직원이 그걸 물어봐 사진을 찍었고, 그렇게 검색해보니 엄청나게 비싼 브랜드의 디퓨저라는 걸 알게 됐다. 아무리 비싸도 이 향을 나도 집에 두고 싶은데, 그런데 집에서 디퓨저는 놓기가 좀 저어됐다. 일단 꽂아두면 냄새 안나게 하기 위해 그 스틱을 빼는 것 밖에는 없는데..다른 방법 없을까? 백화점의 그 매장에 찾아가 물어보니 나에게 더 좋은 선택은 그 향의 디퓨저가 아니라 캔들이었다. 오, 캔들 누가 사나 했는데 나네... 나는 큰 돈을 주고 캔들을 샀다. 역시나 집에서 가끔 불을 붙여보았는데 내가 감탄했던 그 향이 나질 않네. 무엇보다 초에 불 붙이면 엄마가 불안해한다 ㅋㅋㅋ 제대로 꺼라, 껐나 잘 확인해라. 




내가 산 캔들은 이건데 내가 산 향은 뭔지 기억이가 안나네..




그러다가 왁스형 방향제도 사기도 했다. 백화점 갔다가 향에 끌려서..




향기에 좀 돈지랄 하는편..



자, 그런데!! 


책을 사야했다.

[모비딕]을 다 읽고나면 그 다음 읽을 책은 e 가 고를 차례였는데, 아니 글쎄 e 가 [율리시스]를 선택한거다. 오, 신이시여! 나는 율리시스 벽돌책으로 샀다가 안읽고 팔아버린 경험이 있다. 안팔았어도 그걸 가지고 다니면서 읽을 수는 없단 말야? e 는 문학동네 율리시스를 샀다고 하길래, 자, 분권으로 나온게 뭐가 있나 검색했는데, 마땅히 다른 살만한 게 없고 문학동네가 제일 나은 선택인 것 같더라.















그래서 으음, 이거 사야겠구나, 하고 스윽 스윽 내려가다가 이 두 권이 셋트로 묶인 것도 보게 됐단 말야?














한 권씩 사나 셋트로 사나 가격은 똑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이런 걸 보게 됩니다.




저기 위에, 문동 세계문학전집 2권 이상 사면 세상에, 페이퍼 인센스를 준대!! 우엇? 뭐라고? 나는 후다닥 페이퍼 인센스를 살펴본다.



총 두종류인데 하나는 비에 젖은 고목이래. 사이프러스, 시더우드, 샌달우드, 머스크.


자, 다른 하나는?



솔잎들의 밤산책이래. 레몬, 파인니들, 샌달우드, 바닐라.


나는 거침없이 고목으로 골랐다. 나는 플로럴하거나 과일향보다는 우디향을 선호하는 사람이라, 저 왁스형 방향제도 시더를 샀단 말이지. 고민없이 소세키로 골라서 받았다. 꺅 >.<



으응? 틴케이스? 




아 이 종이 한 장이라니.. 페이퍼 인센스.. 맞긴한데.. 초큼 아쉽네? 그리고 이걸 틴케이스에 넣은건 좀 과한거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설명서를 읽어보면 이 종이에 불을 붙여서 타지 않는 받침 위에 두라는게 아닌가. 아, 그 용도로 쓰면 되는거구나. 



이걸 받은 어제는 바로 해보고 싶어도 라이터가 없어 불을 붙일 수 없었고, 마침 오늘은 보쓰도 안계신 날에다가 다른 직원하고 나만 사무실에 있는 날이라 나는 아침부터 라이터를 챙겨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다른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괜찮다면 태워봐도 될까? 물었더니, 이 친구도 이렇게 향내는 걸 좋아하면서 기쁘게 함께 옆에 서서 내가 하는걸 즐겨주었다. 


짜잔-




오오 서서히 연기가 올라오면서 향이 돌기 시작한다. 한 칸만 태우고 끈 다음에 집에 가서 가끔 한 칸씩만 태워야지, 했는데, 아아, 이거 너무 헤프네요..




결국 사무실에서 다 태워버렸다.. 흐미... 아쉬워라. 너무 헤프네요. 나는 더 사고 싶은데 틴케이스만 쌓이겠네 ㅠㅠ


향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류의 향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헤펐어. 더 사고 싶은데 또 금세 쓰고 틴케이스만 남겠지... 그래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살만한 거 뭐있나 살펴봐야겠다. 두 권이상 사야 저거 한 장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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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5-04-1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한 장이라니.... 저 제품으로 검색해보시면 안 나올까요? ;ㅁ;

다락방 2025-04-17 10:00   좋아요 1 | URL
제품을 따로 살거라면 인센스 페이퍼 보다는 인센스 콘을 살까 합니다. 안그래도 어제 이거 받은 순간부터 그냥 인센스 콘 살까.. 생각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4-17 10:02   좋아요 0 | URL
같은 향이 있으면 좋겠네요 ^^

다락방 2025-04-17 11:40   좋아요 0 | URL
포레스트 향이 있어서 찜했는데 이걸 사면 집에서 과연.. 이라고 생각하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ㅎㅎ

blanca 2025-04-1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비딕> 다음에 <율리시스>라니....허걱입니다. 저도 종이 인센스 예전에 산 거 있는데 태우는 건지도 몰랐네요. ㅋㅋ 뜯어서 책갈피로 가끔 쓰고 있었거든요.

다락방 2025-04-17 11:41   좋아요 0 | URL
아직 모비딕의 1권 절반정도 밖에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함정입니다. 율리시스.. 두께가 만만찮은데 말예요. 그리고 듣자하니 율리시스.. 재미는 없는 것 같던데요 ㅠㅠ 과연 ㅠㅠ

종이 인센스 저는 태우고 싶어 태웠지만 굳이 태워야하나 싶기도 합니다. 은은하게 향이 난다면 책갈피로 써도 좋을 것 같아요!

잠자냥 2025-04-1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뭐야 저렇게 딸랑 한 장 담겼어요? 하얗게 태워버린 다락방....ㅋㅋㅋㅋㅋ
저 어제 문학동네 세계문학에서 두 권 샀는데 전 저거 아웃오브안중이었는데 말입니다...?
두 권 더 산다고요???

저는 어제 뒤라스 <동네 공원>, 존 밴빌 <오래된 빛> 샀어요.
<오래된 빛>은 재미날 거 같고... 뒤라스는 뒤라스라서...

아무튼 이 시리즈에서 오늘 거트루드 스타인 신간 <앨리스 B. 토클러스의 자서전>이 추가되었으니 한 번 훑어보셈...

다락방 2025-04-17 11:42   좋아요 0 | URL
진짜 너무하지 않아요? 한 장 딸랑 들었다니. 틴케이스 비용이 더 들겠어요 참나원 ㅋㅋ 딸랑 한 장 더 받고 틴케이스 두 개되는데..과연 책을 또 사는건 현명한 소비인가....그런데 내가 언제 현명한 소비를 한 적이 있던가, 그냥 샀지.. 나와 내가 싸우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래된 빛.. 제가 사지 않았나요?
이렇게 쓴 다음에 찾아보니 저 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따위.. 틀려먹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5-04-1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랑 한장 든 종이..라니! 기왕 틴케이스에 넣어주는 것 여러 장 넣어도 좋겠구만요^^
저도 집에서 뭘 태우는 것을 못합니다. 옆지기가 향 자체에 민감해하는 편이라서. 향수도 인위적인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캔들 가격 어마어마하네요ㅎㅎㅎ 오래 가는 것은 아니더라도 특정 시간 동안 분위기를 refresh할 수 있다면 저는 괜찮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5-04-17 11:44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니까 말입니다. 틴케이스 무색하게 한 장이 뭡니까, 한 장이. 문학동네 각성하라!! ㅋㅋㅋㅋㅋㅋㅋ
캔들은 그런데 불을 피우는 것이다보니 좀 위험하긴해서 저는 다음에 또 향제품을 산다면 디퓨저로 할까.. 싶고요. 그런데 제발 그만사자, 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제가 페이퍼에 사진 올린 왁스형 방향제가 향에서도 그렇고 지속력도 그렇고 좋더라고요. 비싸서 그렇지.. ㅠㅠ 저거 사놓고나서 대체 나는 이 돈 주고 이런 걸 왜 사는가... 했습니다만, 백화점 갔다가 좋은향 나면 몸이 이미 그 앞에 서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쉽게 설득당하는 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5-04-17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캔들은 정말 비싸네요. 200g인데...
저도 종이 인센스 태우는 건 처음 알았어요 ㅎ
그 향이 어떨까, 무척 궁금하네요. 낙엽 태우는 냄새만 떠오르니!(이제 어떤 불씨도 위험한 세상)

다락방 2025-04-17 11:45   좋아요 0 | URL
저 브랜드 캔들 비싸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백화점 가면 저 브랜드 외에 다른 브랜드들도 속속 들어오더라고요. 저 가격대로... 향에 진심인 사람들이 저 말고도 아주 많은가봅니다.
나무 태우는 향과 분위기가 비슷한데요, 저는 좋았어요. 그런데 인센스 태울 때는 반드시 환기가 가능한 공간에서 태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좋아서 이렇게 가끔 해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 이제 태우는 건 그만할까 싶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위험해서요.

북깨비 2025-04-17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책은 어떠셨는지ㅋㅋㅋㅋ 율리시스 후기 보러왔다가 인센스 영업당하고 갑니닼🤣🤣🤣

다락방 2025-04-17 11:46   좋아요 1 | URL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분명 의미가 있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4-1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단, <모비딕> 다음에 <율리시스>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아, 진짜 이 독서모임 너무 빡쎄다~
이러고 있었는데, 페이퍼에서 충격 받았어요. 저는 그냥 그 종이를 펼쳐 놓는 것인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장은 좀 그래요. 저도 같이 외칩니다. 문학동네 각성하라!!!

잠자냥 2025-04-17 15:06   좋아요 0 | URL
다락방 점점 독서에 흥미 잃어......
˝너무나 야한 로맨스가 읽고 싶다!˝ 절규

단발머리 2025-04-17 15:16   좋아요 0 | URL
알리 헤이즐우드 책 추천 갑니다 ㅋㅋㅋㅋㅋㅋ 정확한 도서명은 비댓으로 🤣

다락방 2025-04-17 15:3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비딕 다음에 율리시스 인건 맞지만 아직 모비딕중이라는 슬픈 사실. 이거 어렵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진도 안나가네요. 다락방, 덕분에 다른 독서도 못하고 있어.. ㅋㅋ 나에게 야한 소설을 달라!!

2025-04-18 0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5-04-18 07:59   좋아요 0 | URL
아?!?! 한 칸씩 떼어서 사용하는 거였군요? 절취선이 그 용도였군요? 저는 절취선 보고 지가 알아서 한 칸 타면 끝이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니어서 흐음.. 했거든요. 아.. 그렇게 한 칸 떼는 거였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올려놓으니 잘못된 걸 바로잡을 수 있네요.
그리고 방금 전에 페이퍼인센스 검색해서 주문했어요. 나무향이라는데 과연.. 태우지는 않고 저도 그냥 책상이나 이런데 둘 생각입니다. 기본향은 동양의 절 향이라는데 그것도 괜찮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깊고묵직한 나무향.. 이 더 끌려서. 한 번 사용해보겠습니다. 아하하하.

책읽는나무 2025-04-1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향 이런 거 좋아해서 눈 돌아가는데 아…틴케이스에 딸려온 한 장의 페이퍼 인센스는 아까워서 못쓰지 싶네요.
알라딘 책 굿즈는 죄다 아까워서 못쓸만큼 감질맛 나는 양인 듯 합니다.
그래도 사진 보면서 나무 향일까? 절에서 날 법한 그런 향일까? 대리상상 할 수 있어 좋네요. 저는 그런 향 넘 좋아하거든요.
암튼 페이퍼 인센스는 얇은 한 장이라 아쉬운 맘을 두꺼운 율리시스로 채울 수 있어 좋군요.ㅋㅋㅋㅋ
e 씨와 독서모임 꾸준히 이어간다면 조만간 다락방 님의 독서 내공이…👍

다락방 2025-04-18 12:03   좋아요 1 | URL
저도 향 냄새 참 좋아해요, 책나무 님. 마음의 안정을 향에서 얻는 편입니다. 후훗.
그나저나 제가 아직 모비딕을 읽지 못해서 큰일이네요. 모비딕도 읽어야하고 여성주의 책도 읽어야하고.. 읽을게 산더미인데 읽지는 못하고 책을 계속 사고, 또 사고...

향을 좋아하시는 책나무 님께 향을 선물드리고 싶어요!

2025-04-18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18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 양재역에서 사무실까지 정윤수의 도시극장 스페인편을 들으면서 걸었다. 스페인의 미술관과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정윤수 교수와 김종엽 교수가 나누고 있었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화가는 벨라스케스 였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도 아마 벨라스케스 란 이름과 그가 그린 <시녀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 그림을 처음 알게된 건 소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를 통해서였다.
















내가 읽은건 왼쪽 작품이었는데 지금은 오른쪽 책으로 개정판이 나와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의 주인공은 글자 읽는 것도 익히지 못했던 난쟁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초반에 그가 글자를 깨우치기 시작하는 부분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그가 그림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저 <시녀들> 그림이 나오는데,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희미하지만, 저 그림속에  개 앞에 있던 인물이 이 책 속 주인공이었다... 라고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아닐 수도 있다. 오늘 김종엽 교수는 벨라스케스가 궁정화가였고 계속해서 공주들이 자라는 것도 그려야하다보니 공주의 유전병에 대해서도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니까 저 그림속 턱이 튀어나온 작은 인물은 유전병을 앓고 있는 공주라는 거였다. 내가 읽었던 책의 내용을 내가 잘못 기억하거나 아니면 책 속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하여간 저 그림은 엄청 유명하며 그것은 저 그림이 대단한 그림이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어떤 방향에서 바라봐도 나올 수 없는 그림이고, 그래서 결론은 보고 그린게 아니라 보지 않고 그린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팟빵에서는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리 그런 설명을 들어봤자 왜 대단하고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 하고 하는지를 잘 모르겠고, 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그림이 훨씬 더 대단한거구나, 라는 것만 생각할 뿐이다.


이 그림이 정말 대단해서 이 그림에 대한 해설도 많이 나온다는데 푸코도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단다. 푸코가 이 그림의 구조에 대해 뭔가 얘기했다는데 그 일을 언급하며 김종엽 교수는 '그런데 저는 이 그림에 대한 푸코의 담론에는 동의하지 않고요' 라고 덧붙였다. 


나는 이게 참 재미있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재미있다가 적합한 표현일까?


그러니까 이런거다.


나는 벨라스케스도 그의 그림 시녀들에 대해서도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을 들었을 때 저 그림이 딱 떠오르긴 하지만, 그러나 그 그림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이 그림을 그리기까지의 벨라스케스에게 일어난 일 혹은 그 당시에 처했던 상황 등등을 고려하면 정말 대단한 화가다, 라는 말을 들으면 그제서야 아 그런거구나, 할 뿐이다. 그런데 이 그림을 좋아하고 또 너무나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공부도 하고 저마다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리고 누군가가 했던 이야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까지, 이런 과정이 참 좋은거다. 나는 참여할 수 없는 주제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작품에 대해 사람들이 두고두고 이야기한다는 거, 이런거 너무 재미있지 않나. 예술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흥미를 갖고 대화를 하기도 한다는 거, 참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정윤수는 상대가 누구든 이야기를 할 때마다 호응을 참 잘해주는데 무엇보다 상대가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든 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아- 하면 어- 해버리는데 진짜 대단한 것 같다. 하여간 스페인편 되게 재미있게 듣고 있다.
















그래서 김종엽 교수가 썼다는 이 책을 사고 싶다... 네.....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일자산에 갔다. 제법 뛸 수 있는 코스들이 있어서 걷다가 뛰다가 했는데, ㅋ ㅑ ~ 토요일 오후부터는 비가 오긴 했지만 나는 아침에 가서 날이 맑았고 푸릇한 산은 아름다웠다.



난 왜이렇게 초록초록한 산과 나무가 좋을까.





돌아오는 길에는 아빠가 계신 생태공원도 들렀다. 들른 김에 한바퀴 돌았다.



오랜만의 생태공원도 참 좋았다.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가면서 딸기모종도 사고(하나에 천 원!!) 아빠랑 둘이 뼈해장국도 먹었다. 사실 나는 집에 가서 라면 끓여벅고 싶었는데(전날의 과음으로 인해..) 아빠가 너무 나 밥사주고 싶어하셔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겠다고 뼈해장국 먹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 동안 집에 있는 CD 를 정리했다. 알라딘에 총 네박스를 팔았다. 나머지는 다 매입불가라고 해서... 그렇게 하나씩 알라딘에 팔기 위해 바코드 등록하다보니, 나 이런 시디가 있었구나.. 하는 것들도 있더라. 좋아하는 가수들이니까 시디를 산거겠지만, 이제 더이상 시디를 듣지 않게 되었으니 계속 가지고 있는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어 정리하기로 마음 먹고 싹 다 빼와서는 팔건 팔았고 나머지는 박스에 넣어두었다. 챗지피티한테 CD 기증하고 싶은데 어디에 할 수 있니 물으니 아름다운 가게랑 굿윌스토어를 말해주길래, 나는 굿윌스토어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렇게 집에서 CD 를 훅 들어냈는데도 집이 깔끔하지 않은건, 왜죠?



책을 샀다.

















[그녀를 지키다]는 신간 소개 보다가 충동적으로 사버렸다. 


[종의 기원]은 사고 받자마자 조금 후회했다. 사지말걸 하고. 정유정 작품 예전에 읽어보고 정유정 이제 안읽을래 했었는데, 이 종의 기원이 싸이코패스 로 태어난 자의 이야기라고 들어서 오, 어떤 이야기일까, 하고 샀는데 막상 박스에서 꺼내드니까 갑자기 읽기 싫어짐..


[무한정의]는 읽고 재미있으면 남동생 빌려줄라고 샀다.


[혼모노]도 알라딘에서 평이 좋아서 샀는데 받자마자 금세 읽었고 재미있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읽어봐야겠다.


















[마드리드 산책]은 정윤수의 도시극장 듣다가 급박하게 샀다. ㅋㅋ


[빙하곁에 머물기]는 읽고 지구과학 좋아하는 조카 줄라고 샀는데 요즘 조카는 책을 안읽어요.. (먼 산)

















[지진새]는 넷플릭스에 영화가 있다길래 책으로 읽어볼라고 샀다. 그런데 이 책 무슨일인지 정가 75% 할인을 하더라고요? 3,150 원에 샀다. 무슨일이야... 왜그래, 왜.....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글판으로 이미 두 번이나 읽은 책이기는 한데, 알라딘의 다정한 분들이 이 책을 영어책으로 보시더라고요? 급궁금해져서 샀다. 이미 한글판 읽은 책이니 좀 읽기 수월하지 않을까, 하고 샀고 그래서 받자마자 펼쳤는데, 저는 또 후회를 하게 됩니다. 사지말걸... 못읽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 그리고 지금 듀오링고까지 영어공부 한 시간이 얼만데 못읽겠어..............


후 워즈 시리즈 콜럼버스는 정윤수의 팟빵 듣다가 또 충동적으로 구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싫다 진짜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동안 CD 다 꺼내서 정리하면서 '그냥 책도 싹 다 정리해버릴까' 라는 생각을 잠시간 했다. 회전책장 산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방바닥에 책이 쌓이고 있습니다. 얘들아 , 나 좀 도와줘... 나 어떡해?



화요일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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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25-04-1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저도 초록초록한 산과 나무 좋아합니다^^
하루키의 저 책, 저도 아주 가끔 읽고 있답니다^^;;
<빙하 곁에 머물기>는 최근에 재밌게 읽은 <산기슭에서, 나홀로>
와 표지가 비슷해서 장바구니에...

...엽서 잘 받았어요^^* 인용해주신 글 읽으며, 딱, 내마음이다, 그랬지요.
뒤로 물러 선 벤치 ㅎㅎ

다락방 2025-04-15 11:27   좋아요 0 | URL
초록초록한 산과 나무는 왜그렇게 좋을까요? 집에서 나가기 귀찮아도 일단 산에 도착하면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힐링공간이에요 정말 ㅎㅎ 거길 심지어 뛰면 더 좋아요!!
빙하곁에 머물기는 제가 완전히 너무나 모르는 생소한 분야라서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후훗.

엽서 잘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잠자냥 2025-04-15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벨라스케스 <시녀들> 저 그림은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곡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으로도 유명해졌는데요, 평소 스페인을 좋아했던 라벨이 왕녀 마르가리타를 기리는 의미로 작곡했다는 게 정설처럼 회자되어 왔어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요. 근데 제가 최근에 본 어떤 클래식 방송에서 말하기를, 사실 라벨은 이렇게 말했다는 거 아닙니까!!! “나는 단지 스페인 궁정에서 춤을 추는 어린 왕녀를 떠올리며 작곡했을 뿐이다. 특정한 공주를 애도한 것이 아니다!!” (대충격!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에서 ‘죽은 왕녀’가 누구인지는 라벨만 안다는 .......

<우는 나와 우는 우는> 땡투, 이거 너였구나, 다락방.

다락방 2025-04-15 11:29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그림은 박민규의 소설 표지이기도 했네요. 그 책의 제목이 말씀하신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였죠. 읽었는데 내용이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네요. 도대체 책 왜읽는건지.. ㅋㅋ

네, 잠자냥 님, 그 책 땡투는 제가 했습니다. 잠자냥 님 테니스 치고 맛있는 거 사드시라고!! 물론 땡투 적립금으로 술을 사마실 순 없지만 책 값을 조금 절약함으로써 그 돈을 음식값으로... 흠흠.

독서괭 2025-04-16 08:36   좋아요 0 | URL
저도 박민규 소설 읽었어요~ 그것도 그림 속 개 뒤의 소녀를 보고 쓴 건데, 그림과 직접 관련은 없고, 아주 못생긴 여자를 제법 훈남인(?) 남자가 사랑하게 되는 얘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ㅎㅎ

다락방 2025-04-16 09:02   좋아요 1 | URL
ㅋㅋ 맞아요.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독서괭 님 댓글 읽고나니 아 맞다 그랬지! 하게 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4-1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는 아직도 추워요. 저는 아직도 내내 발이 시렵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약 다락방님 어디로든 이사가시게 되더라도 다른 건 몰라도 집 뒤쪽에 산이 있는 곳으로 가셔야할듯 ㅋㅋㅋㅋㅋ 일자산의 그녀에게 꼭 당부 드립니다. 당신에겐 산이 필요합니다.

역시나 책탑 멋져요~~ 봄맞이 책정리 나섰다가 저는 두 시간만에 녹다운. 모르는 책이 왜 이렇게 집에 많아요 ㅠㅠㅠ
당분간 안 사야지 싶었는데, <마드리드 산책> 눈에 쏙 들어오네요^^

다락방 2025-04-15 11:37   좋아요 1 | URL
저는 책 사고 싶은거 차곡차곡 쌓아뒀다가 오늘 내일중에 시디 판 돈 들어오면 사버릴 겁니다. ㅋㅋㅋㅋㅋ 네 박스나 팔아서 제법 돈이 들어올 것 같아요. 그래봤자 20만원 안팎이겠지만...

단발머리 님, 언젠가 저랑 아주 작은 산에 한 번 가십시다. 일자산 정도가 적당하긴 한데.. 하여간 산은 참 무지하게 좋습니다. 초록한 나무와 새소리 그리고 흙길. ㅋ ㅑ ~ 최곱니다.

저 너무 안읽은 책 그리고 단발머리 님처럼 모르는 책이 많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싹 다 정리할까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싹 다 정리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뭐 그런 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방바닥에 책 쌓고 있는 다락방의 현재 마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04-1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 모종 사셨군요 딸기 매일 따먹을 수 있도록 농사를 잘 지어봅시다😄 제 딸기는 벌써 빨갛게 잘 익었답니다(자랑질😆)

다락방 2025-04-15 17:27   좋아요 0 | URL
저도 이미 꽃이 피어있는 것들이 있어서 곧 딸기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소망은 다섯살 조카가 놀러왔을 때 딸기가 열렸으면.. 하는 것입니다!! ㅎㅎㅎㅎㅎ 딸기 농사 화이팅!!

blanca 2025-04-15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한 주를 시작하는 페이퍼를 올리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다는 ㅋㅋ 저는 요새 왜 이리 꽃을 보면 이쁘고 기분이 싱숭생숭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런지 모르겠어요. 저도 저 하루키 달리기 책 너무너무 좋아해요. 하루키가 나이 들어서 이제 달리는 일에 대한 중년 이후 버전 글을 쓰기는 힘들겠죠? 지금 조카 중학생 아닌가요? 제 아이도 중학생 때는 책 거부하더라고요. 그러다 다시 또 돌아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다락방 2025-04-15 17:29   좋아요 1 | URL
제가 어제 올렸어야 하는데 인수인계 때문에 넘나 바빠가지고 ㅋㅋ 정신이 없습니다. 하루종일 너무나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회사 동료랑 얘기했는데 예전엔 어른들이 왜그렇게 꽃놀이를 가고 꽃사진을 찍나 했는데 이젠 우리가 그러고 있다고 ㅋㅋㅋㅋ 제가 늙어간다는 걸 꽃을 보고 좋아하는 저를 보며 깨닫습니다. 하아-
하루키는 이미 저 글을 쓸 때 달리기도 중단했다 다시 시작했던 것이고.. 이제 나이도 있으니. 그렇지만 지금의 달리기를 써주면 그건 또 그것대로 좋을텐데 말입니다.
네 중학생인데 노는 걸 제일 좋아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 읽는 게 뭔가요... ㅠㅠ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하물며 제 조카라도.. 책을 좋아할 순 없는 것이겠지요.. 훌쩍 ㅠㅠ

햇살과함께 2025-04-15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 어렵나요? 전 펼쳐보지도 않아서요 ㅎㅎ
어제 월요일 책탑이 안올라와서 휴가 셨나 했어요.

다락방 2025-04-15 17:29   좋아요 1 | URL
저도 아무데나 휙 펼쳤다가 바로 휙 닫았습니다. 왜샀을까요... ㅎㅎ
휴가가 아니었으며 심지어 책도 많이 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5-04-1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 [지진 새] 봤었어요.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일본에 살고 있는 서양 여성이 살인 사건에 엮이며 겪는 이야기
라는 것만 기억나네요.

저는 정유정의 다른 책들은 대체로 좋았는데, 저 [종의 기원]은 별로였어요.
[무한 정의]가 궁금하군요.
아, 집에 있는 다른 책들도 얼른 읽어야 하는데, 왜 또 책이 사고 싶어지는 걸까요? ㅎㅎㅎㅎ

다락방 2025-04-15 17:30   좋아요 0 | URL
오오 감은빛 님은 이미 보신 영화시군요! 저는 존재도 몰랐어요. 책이 재미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책을 보면 굳이 영화를 안봐도 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종의 기원 어쩐지 읽고나면 찜찜할 것 같아서 괜히 샀나 싶어요. 하하.
저도 이렇게나 책이 쌓이고 있고 지난주에도 저만큼 샀는데 왜 항상 다른 책이 더 사고 싶을까요? ㅠㅠ

독서괭 2025-04-16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집에서 CD 를 훅 들어냈는데도 집이 깔끔하지 않은건, 왜죠?


책을 샀다.

ㅋㅋㅋㅋㅋㅋㅋ 자문자답 하셨군요 ㅋㅋㅋㅋㅋ 이 부분 보고 빵 터졌어요

저는 그림을 잘 모르는데도 저 팟캐 내용을 들으며 재미있어 하시는 다락방님이 재미있.. 응? (전 그림을 통 모르는데, 그래서 들을 마음이 안 생겨서 말입니다)
<종의 기원>은.. 다락방님 별로 안 좋아하실 것 같아요. 잘 읽히긴 하는데 좀 찜찜하달까.. 저는 정유정 책 중에 <7년의 밤>이 젤 좋더라고요. 최근 나온 건 안 읽게 되네요.
다락방님, 이제 날씨가 너무 좋아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다락방 2025-04-16 09:05   좋아요 1 | URL
저는 정유정 7년의 밤도 별로였거든요. 그 찜찜함 때문에요. 그래서 안읽기로 생각한건데 이렇게 덜컥 종의 기원을 사버렸으니.. 그래도 읽기 시작하면 또 금세 읽지 않을까.. 아니 왜샀죠 ㅠㅠ 하여간 오늘도 책이 왔고.. 아무튼 CD 판거 돈 들어왔는데 제가 책정한 가격의 절반만 들어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러가지 이유로 매입불가라고 반토막 덜어냈더라고요. 뭐 CD 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까워.. 하여간 집이 정리되지 않으니 큰일입니다. 남겨진 CD 가 몇 개 있긴한데.. 그러니까 이건 팔지 말자, 했던거요. 이 건에 대해서는 조만간 페이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제 달리기 했는데 너무 춥고 손시렸어요. 대체 언제 따뜻해지나요 ㅠㅠ 그래서 달리고나서 엄청 먹었어요. 나여, 왜 달리는가....

독서괭 2025-04-16 09:21   좋아요 0 | URL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다락방 2025-04-16 09:52   좋아요 1 | URL
달리기란 무엇인가
식탐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2025-04-16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17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5-04-1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팟캐를 들으며 그 사람들의 됨됨이를 파악하고 좋아하는 다락방 님의 인품을 엿보는 재미도 큽니다.
다락방 님의 글을 읽다 보면 다락방 님은 지적 탐구심?이 깊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영역이라 할지라도 귀담아 들어주고 그 안에서 장점을 잘 찾아내어 내 것으로 잘 소화하는 센스는 아마도 다락방 님만의 큰 매력이지 않나 싶어요.
저도 그런 점을 배우고 싶네요.
뼈 해장국 음식 사진은 넘 먹음직스럽게 찍으셨네요. 잘 먹는 딸을 바라보셨을 아버님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회전 책장…진짜 책 많이 안 꽂아지죠?ㅋㅋ
책 많이 들어간 것 같았는데 그 순간도 잠시더라구요.
책 정리는 답이 없는 것 같아요.ㅜ.ㅜ

다락방 2025-04-17 09:58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엄청 크십니다. 그래서 따뜻한 댓글이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책나무 님께 모여드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주변에 사람들이 모일 것 같아요. 따뜻한 분이시고 상대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 분이셔서 말입니다. 책나무 님께서 적어주신 댓글 읽다보면 자꾸 감탄하게 되더라고요. 따뜻한 댓글 정말 감사드려요, 책나무 님. 다른 사람을 좋게 해석하시는 것이야말로 책나무 님의 능력입니다!

저는 지금 정말이지 있는 책 죄다 팔고 새로 시작할까.. 하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읽지도 않은 책이 너무 많이 쌓여서 말이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ㅠㅠ
 
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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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현실을 날카롭게 바라볼 수 있는 작가가 연구도 많이 하고 그래서 다른 식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길티 클럽:호랑이 만지기> 와 <스무드>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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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4-1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인데 책탑 페이퍼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갑니다^^
부지런한 독자이시여~~ 더 부지런하소서!

다락방 2025-04-15 08:38   좋아요 2 | URL
제가 월요일인 어제 너무 바빠가지고 ㅋㅋ 오늘 올릴 예정입니다. 책탑이 없는게 결코 아닙니다!!
 

달리기를 시작한지 이제 막 일 년이 지났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나도 될까? 라는 마음이었고, 런데이로 짧게나마 시작해보면서 오오, 이렇게 달리니 되네, 하면서 달리게 된 육체가 기쁘고 신기했다. 나는 평생 못달릴 줄 알았거든. 런데이 아저씨는 이어폰을 통해 계속 달리다보면 체중도 준다고 했는데 나는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오래 걸리나보다 하고 말았는데, 오래 걸려도 체중에는 변화가 없었다. 더 달려야 하는걸까? 그런데 사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건 체중 감량 때문은 아니었고, 좀 더 건강하게 살고자 위함이었으니, 체중감량이 안되어도 아쉬워하지는 말자고 생각했었다. 부수적으로 체중 감량도 되면 좋겠지만, 안되면 할 수 없지, 라고 말이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여지는 러너들은 달리고나서 다들 체중이 줄었대. 이들은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왜 저들은 되고 나는 안되지? 갸웃하노라면 내 주변에서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나는 왜그런지 알겠는데' 했다. ㅋㅋㅋ 넌 정말 달린것보다 더 먹어 ㅋㅋ 이러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많이 먹는다. 술 안주는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은 아닌데(네? 확실합니까?) 밥을 먹을 때면 폭발을 해... 하아- 하여간 많이 먹는데, 그러다보니 이 구절이 생각난다.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를 지닌 여성들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p.30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긍정적인 신체 이미지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음식을 즐기고 그래서 탈코르셋을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코르셋 조이지 않아도, 주름살 펴지 않고 살 빼지 않아도 이미 내 자신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도 맛있는거 먹여줄게, 나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내가 하려던 얘기는 이게 아니고,


누누이 말해왔지만 나는 내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고 뭔가 행동으로 바로바로 옮기는 사람이고 그래서 이론이 부족한 사람이고 그래서 뭘 깨닫는게 좀 늦된 사람이다. 

달리기만 해도 그렇다. 내 머릿속 달리기는 그냥 유산소 운동이었다. 달리기는 유산소의 대표운동 아닌가.

그런데 내가 달리고나서 한참 후에야, 달리기가 무조건 유산소운동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어느만큼 어느 속도로 달리느냐에 따라 달리기는 무산소운동이 되기도 하고 고강도 운동이 되기도 하는거였다. 아?! 

아무 준비도 없이 유선 이어폰을 꽂고 달리던 나는 달리면서 하나씩 달리기 장비를 갖추었더랬다. 스케쳐스 고워크를 러닝화로 바꾸었고 유선이어폰을 무선이어폰으로 바꾸었다. 이거면 된줄 알았다가 심박수로 유산소와 무산소를 알 수 있다고 해서 워치도 장만했다. 나에게 맞는 유산소 운동의 심박수를 구하는 계산식은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능했지만, 계산하는거 너무 빡시고 하여간 대충 해봤는데 나 자꾸 고강도운동을 하고 있네..


갤럭시 워치를 사용하는 동생은 항상 달리고나면 얼마만큼이 유산소 운동이었는지 알 수 있던데 애플워치는 그게 안되나? 그래서 검색해보고 친구에게 물어보고 해서 드디어 나도, 이제야, 비로소, 달리고난 후에 내가 유산소를 했는지 알 수 있게 되었고 그리고 달리면서도 그걸 볼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나는 달리기를 유산소로 접근했었는데 그동안 무산소로 달리고 있었고, 일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내가 접근했던 바로 그 유산소로 접근할 수 있게 된거다. 


느려..

확실히 느려..

일 년 달리고나서 알게되는거 뭔데.


자, 그래서 최근의 달리기를 보자.



그렇게 좋다는 zone2 달리기를 시도했지만 어느순간 영역 3으로 들어와버리고 한번 영역3으로 들어와버리면 다시 2로 내려가기가 너무 힘들다. 저렇게 유산소로 접근하면 페이스가 8분이 훌쩍 넘어간다. 느리게 달려야 가능한거다. 잘 달리는 사람들은 4분대로 달려도 유산소이던데 나는 거기까지는 아주 멀고 어쩌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차피 내가 택한게 유산소라면, 영역2의 달리기라면, 나는 8분대의 달리기를 받아들이고 천천히 달려야한다.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결국 빨리 달릴 수도 있다는데, 나는 빨리 달리지 않아도 되니 유산소로 계속 접근해보고 싶다. 이렇게 느리게 달리니 사실 한 시간을 달려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더라.



그동안 달리기할 때면 런데이 아저씨 음성을 듣고 런데이 음악을 듣고 달렸다.

중간에 한 번 빠른 음악을 선곡해서 플레이리스트 만들었었는데 영 집중이 안되는거다. 그래서 음악이나 팟빵같은거 들으면서 달리는 사람들 신기해하며, 역시 나는 멀티가 안돼, 이랬었는데,

최근에는 8분대의 느린 페이스로 달리면서, 흐음, 발라드 들어볼까, 하고는 내가 여행가면 틀어두는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다. 오, 개꿀인데? 발라드는 느리니까 달리는데 방해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보다는 오히려 달리기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것 같더라. 한가지 부작용이라면 어느 순간 내가 목청껏 구슬프게 따라한다는 거?


그렇게 나는 요즘 달리기에서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잘가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를 듣고 있다. <꿈에>를 듣고,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그대라는 사치>를, <기억의 무게를>, <편지>를 듣는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달리면서 발라드 듣는 사람 누구? 바로 나다! 그러다가 따라 부르면서 어어 숨차 따라부르지마, 이러고 그러다가 김광진의 편지를 따라 부른다.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그렇게 영역2와 3을 잘 유지하는데, 하하하하하,

바로 며칠전.



이 날은 고강도 운동으로 잠깐 달렸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왜그랬냐면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플레이 리스트에 '로제'의 <toxic till the end>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 노래 나오는 순간 나 왜 빨라져. 안돼, 진정해, 이러는데 내 발걸음은 음악에 맞춰서 다다다닥 거리고 워치를 보니 내가 영역4로 가고 있다가 영역 5도 가버리고 만것이다. 오 마이 갓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래 한 곡만큼은 고강도 운동 어떰? 이래서 반환점 돌고 오면서 다시 한 번 로제 노래 재생시켜가지고 ㅋㅋㅋ 영역4와 영역5도 찍어버렸네. 껄껄.



어제는 날도 좋고 양재천 벚꽃도 만발이라, 오호라, 그러면 집까지 한 번 달리기 고고씽! 하고 퇴근 후에 달리기 시작했다. ㅋ ㅑ ~




3km 정도 천천히 달리다가 바깥으로 빠져서 잠실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기분이 끝내줬다.




나 이런데 달리는 사람이 되었다...


계속 일정하게 달리지는 못하고 횡단보도 나올 때면 핑계삼아 쉬었다. 길을 건널 때는 걷고 그러다 뛰고 하면서 드디어 잠실에 도착했는데, 회사 앞에서 잠실까지 도착하니 7km 정도를 갔다고 하더라. 막 힘든건 아니어서 집까지도 얼마든지 달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하고 8km 되는 지점에서 멈추고 버스를 타고 강동역으로 갔다. 장칼국수 먹을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호가든이 너무 간절햇지만 ㅋㅋ 이 식당에 호가든이 없기도 할뿐더러 그제도 술 마시고 오늘도 마실건데 달린 날 마저도 마시진 말자, 하고 참았다.


음식이 나와 먹기 시작하는데 바로 내 옆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으셨다.

직원에게 아마도 사이드 메뉴와 소주 한 병을 주문하신 모양이다. 직원분은 친절하게 말씀하셨다. 아버님, 여기는 밥집이라서 이렇게 술안주로 이거 시키시면 안되고요, 밥을 하나 시키셔야 돼요, 밥하고 반주 하시는건 괜찮지만, 사이드메뉴에 소주는 안돼요, 라고 재차 설명드리니 그제야 할아버지는 사이드대신 국수를 주문하셨다. 직원분은 주문을 받고 잠시후 다시 오셔서 기본 찬을 내주시며 아버님, 소주 먼저 드릴까요 국수랑 같이 드릴까요, 물으셨는데 할아버지는 소주를 먼저 달라 하셨다. 혼자 앉은 할아버지는 나온 소주를 따서 종이컵에 따른뒤-옆의 소주컵은 무시하셨다- 기본찬인 백김치에 깍두기를 안주 삼아 드셨다. 혼자라서 당연히 할아버지는 누구와도 말하지 않았고 조용히 소주랑 안주를 드셨다. 잠시 후에는 할아버지의 국수가 나왔고 할아버지는 역시 국수를 안주 삼아 천천히 혼자 소주를 드셨다.



나는 바로 옆자리에서 그 모습을 보며 감정이 복잡해졌다. 바로 저 모습이 결국 내 모습이 되는게 아닐까.

혼자서 식당에 가서 안주를 주문하는데 그거 안된다고 얘기를 듣는 일, 그리고 조용히 소주를 혼자 따라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마시는 일. 바로 저 모습이 내 모습이 되겠지. 지금과는 다른 기분으로 그 때는 술과 안주를 먹지 않을까.

저 할아버지가 저렇게 혼자 앉아있게 된 데에는 내가 짐작할 수 없는 사연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파트너도 없으며 자식도 없으니 아마도 나중에도 나 혼자이지 않을까. 먹고 마시는 일을 모조리 혼자 해내야겠지. 그리고 늙어가면 늙어갈수록 그 일은 더 외롭게 느껴질 수도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오를 단단히 하자. 어차피 인간에게 외로움과 고독은 필연적인 것이니 받아들인바 있다. 십년후 이십년후라도 내가 받아들인 외로움과 고독을 잊지말자. 그건 내 친구다. 나는 조그많게 정윤수의 <도시극장>을 들으면서 내몫의 국수를 먹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걸으면서도 역시 정윤수의 도시극장을 듣는데, 강명재 관장이 나와 스페인 마드리드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그는 책을 썼다고 했다.















외국어에 항상 관심이 많아서 대학 진학을 앞두고 어떤 외국어를 선택할까 하다가 스페인에 계신 이모가 스페인어 어떠냐고 물으셔서 그래 그걸 해보자, 하고 스페인어를 전공했고, 전공했으니 이걸 살릴 어떤 직업을 가질까 하다가 KOTRA 에 입사해 남미와 중미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걸 듣는데 참 부럽더라.

일전에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영화 마지막편 볼 때도 대학을 선택하려는 주인공에게 언니가 '그 대학 말고 이 대학은 어때?' 권해주는게 그렇게나 부러웠었는데, 내몫의 생각외에 나보다 더 경험이 많은 누군가가 '이건 어때'라고 조언해줄 수 있다는게 참 부러웠다. 나는 스페인어를 지금 와서 공부한다고 해서 열심히 공부하면 KOTRA 에 취업해 세계를 돌아다니는 일이 가능할까? 이런 생각을 하노라니, 아, 생을 한 번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세상에 존재하는데 내가 아직 해보지 못한게 많아서, 너무 모르는게 많아서, 다른 식의 삶도 선택해보고 싶어서 생을 한 번 더 살아보고 싶다. 스페인에도 발령 받아서 일해보고 싶다. 나는 지금까지 삶에서 한 번도 스페인에서 일하는 걸 생각해본 적도 꿈꿔본 적도 없는데, 이런 일이 있다는 걸 아니까 아, 나도 그런거 경험해보고 싶다, 이렇게 되는거다. 하나뿐인 생이 너무나 아쉽다. 늙어가는 것도 아쉽다. 에휴.. 이런 걸 말하면 누가 이해해줄까? 이런 얘기를 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결국 나는 글로 쓰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고, 그런데 글쓰기가 있는 삶 너무 좋지 않은가!!



아무튼 열심히 달려야겠다.



저 책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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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4-11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303쪽 인용문에서 빵 터졌네요. 저도 음식을 즐깁니다만…? 😁
그나저나 할아버지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군요….. 내가 가끔 만나서 같이 마셔줄게!

오늘도 달리고 맛있는 거 드세요!
저도 오늘도 테니스 치고 맛있는 거 먹겠습니다!!

인생을 또 살고 싶다니…. 역시 나랑 참 다른 인간….😂😂

다락방 2025-04-11 09:09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다정한 사람 ♡

저는 오늘 안달리고 맛있는거 먹을겁니다. 어제 달렸으니까 ㅋㅋㅋㅋㅋ 오늘은 먹고 마시는것만 하겠다!! 그렇지만 잠자냥 님은 테니스 치고 맛있는 거 드세요. 후훗.

아직 못해본게 너무 많아서 저는 안죽고싶습니다 ㅠㅠ

햇살과함께 2025-04-1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정석대로 달리시네요.
존2로 달려야 한다는데 전 3~5구간을 넘나들며 헉헉대며 달리고 있어요.
천천히 달리며 심박수 낮추는 연습을 해야하는데.
양재천 달리기에 너무 좋은 길이에요.
장칼국수 너무 맛나보여요.

다락방 2025-04-11 09:11   좋아요 1 | URL
정석대로 달리기까지 일년이 걸렸습니다, 햇살과함께 님. 저 그전까지 달리기로 고강도운동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ㅋㅋㅋ 그러면서도 제가 유산소 하는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너무 늦된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양재천으로만 쭉 달려서 집에 가면 좋은데 중간에 인도로 가야 하거든요? 잠실 롯데타워 앞에서는 뛸 엄두가 안나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ㅋㅋㅋㅋㅋ
장칼국수 맛있게 먹고 푹 잤습니다!! ㅋㅋㅋㅋㅋ 달리기 만세!!

2025-04-11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5-04-11 09:21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어제 다른 분도 엽서 받았다고 소식 전해주시던데 잘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무엇보다 봄 날의 작은 깜짝 기쁨 같은게 되었기를 바랍니다!! 후훗.

잠자냥 2025-04-11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받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4-11 09:46   좋아요 0 | URL
1층 다녀와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4-11 10:37   좋아요 2 | URL
오오 다들 잘 받으시는군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4-11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 오늘 처음 알았어요. 달리기 유산소 운동 아닌거에요? 어떻게 달리느냐에 따라 다른 거네요. 운동어린이 이렇게 좋은 거 배워갑니다. 다락방님 달리신 코스 보니까 미세먼지에 엄청 예민한 저이지만, 언젠가 한 번 달려보고 싶어요. 꼭이요!!!

노래에 따라 고강도 운동 되는 거 너무 좋아요, 신기하고.... 테일러 광팬이 말해줬는데, 테일러는 2시간을 달리면서 자기가 콘서트에서 부를 곡들을 부른대요. 달리면서 노래하고. 노래하면서 달리고ㅋㅋㅋㅋ우리 다락방님에게는 ‘라이크 제니‘를 추천드리고요.

근데, 이승환 노래 넘 좋네요. 아침에 그냥, 감성이 파파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4-11 10:40   좋아요 1 | URL
저도 달리기는 무조건 유산소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더라고요? 세상엔 제가 알아야할 게 왜이렇게 많습니까. 운동도 그냥 막하면 안되는건가봐요 ㅋㅋ 제 육체가 유산소 달리기를 하려면 아주 천천히 뛰어야 하는것입니다. 요즘 슬로우조깅이 대세라는데 바로 그 슬로우조깅이 제 육체에 맞는 것입니다. 하하하하하. 비루한 육체.. 할 수 없다, 나는 할 수 있는걸 하겠다!!

아니 그런데 테일러.. 진짜 대단한거 알았지만 알면알수록 더 대단하네요. 저 달리다가 노래 하나 후렴부분만 따라해도 힘들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두시간을 달리면서 노래를 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어메이징한 여성입니다. 대단하다!!

저 라이크 제니 SNS 를 통해 후렴부분만 들으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노래냐, 무슨 노래가 가사는 없이 제니제니제니제니제니제니제니제니 이러고 있냐 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세계 각지에서 젊은이들이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더라고요. 와... 제니 역시 어메이징한 여성입니다! 그런데 제니.. 그 노래 다 들어보니 래퍼더라고요. 와우!!

아무튼 노래는 옛날 노래가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승환 저 노래 너무 좋지 않나요? 절절하게 따라부르기에 최고의 노래입니다!!!

단발머리 2025-04-11 11:11   좋아요 0 | URL
타임지 인터뷰 기사인데요. 테일러 이야기 댓글에 썼다고 하니 테일러 팬이 링크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time.com/6343028/taylor-swift-workout-routine-eras-tour/

Her training regimen included running on the treadmill every day while singing the entire Eras setlist aloud—”Fast for fast songs, and a jog or a fast walk for slow songs”—following a specialized strength, conditioning, and weights program at her gym, Dogpound, and doing three months of dance lessons.

다락방 2025-04-11 11:24   좋아요 1 | URL
하아- 단발머리 님의 그 테일러 팬 분, 영어 기사 읽는 분.. 왕멋짐!! 제가 존경한다고 꼭 좀 전해주세요 ㅠㅠ

단발머리 2025-04-11 11:31   좋아요 0 | URL
신기해요 ㅋㅋㅋㅋㅋ서로서로 좋아하시네요! ☺️🤩🥰

다락방 2025-04-11 11:33   좋아요 1 | URL
제가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저도 영어로 된 좋은 글 그 분께 링크 보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훌륭한 사람이 되겠어요. 불끈!!

2025-04-11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5-04-11 10:42   좋아요 1 | URL
히히 덕분에 책이 읽고 싶어지셨다니, 너무 좋네요. 그 책 읽고나면 꼭 감상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운동하시는 분이라 그 글귀를 골랐습니다. 후훗.

꼬마요정 2025-04-1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으시는 노래 보니 처절해서 달리기에 어울릴 것도 같습니다. 클라이막스 부분엔 장난 아니겠는데요. ㅋㅋㅋ 저도 운동하면서 워치 차고 하고 싶은데 주짓수는 그런 거 차면 위험해서 안 돼요ㅜㅜ 제 심박수 궁금합니다.

저는 어제 운동 끝나고 짬뽕과 탕수육을 먹었어요. 정말 훌륭한 메뉴 선택이었습니다. 아직도 짬뽕맛이 어른거리네요 ㅋㅋㅋ

원래 운동은 먹기 위해 하는거죠. 건강하게 먹고 내 두 다리로 걷기 위해!!! 아자아자 화이팅 입니다!!!!!

다락방 2025-04-11 10:44   좋아요 1 | URL
윽- 주짓수는 정말 워치 차면 안될것 같아요. 저 필라테스나 요가에도 워치 차봤는데 불편하더라고요. 워치는 달리기 할 때가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운동 후의 짬뽕과 탕수육이라니. 운동 후에는 뭐든 맛있죠! 열심히 운동하는 자여, 많이 먹어라!! ㅋㅋ 많이 운동하고 많이 먹고 즐겁게 삽시다, 꼬마요정 님! 우리도 언젠가 술 친구 되도록 합시다!!

독서괭 2025-04-11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8키로 달리기!!👏👏👏👏👏
저도 저런 천 따라 달려보고 싶어요. 항상 아파트 조깅트랙 빙글빙글 도는 신세.. ㅜㅜ 뭐 트랙 있는 게 어디냐 싶지만요!
다락방님 저도 멋진 엽서 잘 받았어요. 감사해요❤️❤️❤️ 근데 적어주신 시 고백시 같은데..? ㅋㅋㅋ
다락방님 할머니 되면 주변에 애 다 키운 친구들이 와글와글 할 거예요. 뭘 하고 놀아야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노는 법 알려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건수하 2025-04-11 11:17   좋아요 1 | URL
같은 시인가... 저는 사실 적혀있는게 시? 라서 놀랐어요 ^^

다락방 2025-04-11 11:21   좋아요 1 | URL
저 모두에게 다른 글귀를 적어서 보냈기 때문에(어떤 분은 시이고 어떤 분은 소설이나 에세이 속 문장입니다) 누구한테 뭘 보냈는지를 모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은 원하던 글귀가 있어서 기억하고, 꼬마요정 님은 운동하는 분이셔서 기억하는데 다른 분들은 다 잘 기억이 안나요. 아무튼 같은 구절은 한 분도 없습니다. 모두에게 다른 글귀입니다!!

독서괭 님이 고백이라 느끼셨다면, 아마 고백이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빙글빙글 도는거 너무 재미없지 않나요 ㅠㅠ 저는 한강도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요. 옆에 차도 달리고 사람도 달리고 막 그런데가 좋아요! 그렇지만 저는 집 근처에 빙글빙글 돌만한 트랙도 아예 없어서 차 타고 나가야만 해요. 이게 너무 싫어서 굳이 퇴근하고 양재천 달리는겁니다 ㅠㅠ 8키로는 온전한 달리기는 아니고 걷다 달리다 했습니다. 후훗.

독서괭 2025-04-11 11:30   좋아요 1 | URL
다시 제목과 같이 보니 고백시 아닌 것 같아요. 슬픈 시인 듯 ㅠㅠ

다락방 2025-04-11 11:33   좋아요 1 | URL
저는 독서괭 님께 슬픈 마음을 전혀 품고 있지 않으니 슬픔을 거두소서.

건수하 2025-04-11 1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어제 엽서 받았어요.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유는 하나는 글씨가 너무 멋져서 (어른 글씨~) 다른 하나는 엽서가 너무 멋져서 나머지 하나는... 비밀입니다 ㅋㅋㅋ

벌써 달리기 시작하신 지 1년이 되었네요. 잘 하고 계시고 또 좋아하셔서 보기만 해도 뿌듯합니다.
그동안 유산소로 달리지 않으셔서 몸무게가 줄지 않은게 아닐까요? 이제 유산소로 하시면 몸무게가 좀 줄어들 겁니다 ^^


다락방 2025-04-11 11:23   좋아요 1 | URL
저도 유산소로 달리면 체중감량 오겠구나 싶지만 제가 매일 달리지 않는다는게 큰 문제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루 달리고 사흘 먹고... 유산소의 문제는 .. 아닐 것 같은 느낌적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글씨 멋지고 엽서 멋지고.. 다른 하나는 뭡니까!! 뭐죠?!!

잠자냥 2025-04-11 11:41   좋아요 1 | URL
다락방 글씨 보고 싶은 사람은 잠자냥 리뷰로~!! (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4-11 13:12   좋아요 0 | URL
나머지 하나는요...

저는 간단한 인사 같은게 쓰여있을 줄 알았는데
직접 고르신 문장이 쓰여있어서 놀랐습니다 ^^

잘 읽고 사무실 벽에 붙여놨어요 :)

다락방 2025-04-11 15:0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어떤 문장이 좋을지 찾는게 힘들었습니다. 엽서 안에 다 들어갈 것, 그런데 좋은 글귀일 것. 나름 시간을 들인 엽서인 것입니다!! 후훗.

blanca 2025-04-1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써주신 식당 할아버지 이야기 읽다 저 갑자기 눙물 흘렸어요. 가슴이 먹먹해져요.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저도 그럴 것 같은데요. -..- 나이듦이라는 건 결국 고독을 감당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장칼국수에 또 침 흘리고. 나이 들어도 저의 식탐은 계속될 거라 확신하네요. ㅋㅋ

그리고 다락방님, 왜 무선 이어폰을 유선으로 교체하셨나요? 그리고 운동화는 스케쳐스가 좋나요? 어제 좀 달려서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다락방님의 달리기 글은 정말 참 좋네요. 좋아요,를 두 개 날렸어요.

다락방 2025-04-11 15:03   좋아요 1 | URL
아차차.. 이 댓글 읽고 다시 읽어보니 제가 실수를 했네요. 무선을 유선으로 교체한게 아니라 유선을 무선으로 교체했습니다.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때는 유선 이어폰 꽂고 달렸어요. ㅋㅋ 스케쳐스는 달리는 신발이 아니라 제가 평소에 신는 일상화거든요. 단화. 그거 신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가 아, 런닝화 사야겠다 하고 런닝화도 장만한거고요. ㅎㅎ 달릴 때는 런닝화가 좋습니다, 블랑카 님. 제 경우에는 나이키 런닝화를 사서 신었는데 발 볼 넓은 사람들은 나이키가 불편하다고 합니다. 런닝화에서는 아식스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 런닝화는 구하기가 힘들고요. 국내에는 일단 매장도 잘 없어서... 저는 해외직구라고 해서 롯데온에서 주문해두었는데 3/27에 주문한게 아직도 배송이 안되고 있어요. 이게 무슨일인지 원..

맞습니다, 블랑카 님. 오늘 회사 동료랑도 점심 먹으면서 얘기했는데 파트너가 있든 없든 자식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 모두 그런 모습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러고보니 그 말이 맞더라고요. 그 모습이 좋아보였다 혹은 싫어보였다 라는걸 떠나서 인간이 결국 언젠가 맞닥뜨리게될 모습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이 참 복잡했습니다.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힘든 그런 마음이었어요.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블랑카 님!! >.<

감은빛 2025-04-14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렇게 멋진 글을 읽어서 너무 기분이 좋네요. 달리기 이야기와 운동 이야기는 누가 쓴 것이든 다 좋아요.

이십년 이상 달리기 하신 분도 달리기로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달리기로 살을 빼는 분들은 평소 식이조절도 한다는 뜻일 겁니다. 저도 달리기 꾸준히 하지만, 달리기로 살이 빠지는 건 아니고 가끔 안 먹고 지내는 시간 동안 조금 빠집니다. 다시 먹으면 금방 다시 돌아갑니다.

존2 달리기, LSD 등 가끔 저도 해보기는 하는데, 제 성격이랑은 안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인터벌이 성향에 맞더라구요. 이것도 딱 정해진대로 따르기 보다는 그저 기분에 따로 빠르게 달렸다가 지치면 조금 속도를 늦춰 숨을 고르고 다시 또 기분나는 대로 속도를 높이고 이런 걸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달리는 이유는 속도감을 즐기는 것이 좋아서인데, 느리게 달려야 한다면 무슨 재미로 달리기를 계속 하나 싶은 거죠. 네,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누군가는 빨리 달리는 걸 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천천히 달리는 걸 원하겠지요.

저는 오히려 다락방님께 숨이 헐떡일 정도로 심박수를 높게 지속하면서 달리는 것을 꾸준히 해보시면 일정 시간 후에는 속도 대비 심박수가 떨어진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늘 심박수 신경 안 쓰고 빠르게 달리는 편인데, 점점 비슷한 페이스에서 심박수가 떨어지는 걸 느꼈거든요.

암튼, 다락방님. 1년 넘게 꾸준히 달리시는 모습 너무 좋아요! 화이팅입니다!

다락방 2025-04-16 09:07   좋아요 0 | URL
저는 인터벌이 진짜 너무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터벌 훈련 하기 싫어서 마라톤을 안나가기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인터벌 너무 싫어요 진짜 너무너무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벌 하기 싫기 때문에 빨리 달리는 걸 욕심내지 말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저 천천히 지금보다 조금 더 자주 달리는게 목표입니다. 제 달리기 롤모델은 유해진인데요, 유해진은 딱히 마라톤을 나가는 것 같지도 않고 아주 오랜 기간 매일 7KM 씩 달리고 매일 술도 마시더라고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매일 달리고 매일 술 마시는 삶... 제 달리기 롤모델은 유해진 입니다!!
 



영화 <서브스턴스>를 봤다.

보면서 내내 이야기적으로 끔찍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엔 장면으로도 너무 끔찍해서 이 영화를 모두에게 보라고 권하고 싶으면서도 함부로 권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 끔찍한 장면-피가 철철-이 나오는걸 알면서도 어떻게 내가.. 그러나 그 장면은 이 영화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여성혐오 사회에서 나까지 나를 미워하는 일. 그리고 나를 파괴하는 걸로 이어지는 일. 그건 '쉴라 제프리스'가 『코르셋』에서 그럴 수밖에 없음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여자들은 성적 대상화를 행하는 남자들의 가치관을 체화하게 된다. 캐서린 매키넌은 이 과정을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자기 물건화thingified‘라고 부른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P72








그렇다.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성적 대상화를 행하는 남자들의 가치관을 체화한 여성이다. 그게 그대로 자기 안에도 있어서 남자들이 보는 시선으로 자신 역시 여성을 대상화한다. 그게 자기 자신이어도 마찬가지. 아니, 자기 자신에게 더 그렇다. 여자의 가치는 단지 성적으로만 유효해서 젊어야, 날씬해야, 잘 꾸며야, 잘 웃어야 하는거라는 남자들의 바로 그 시선을 쉰살이 넘은 엘리자베스도 가지고 있다. '샬롯 퍼킨스 길먼'의 소설 『허랜드』의 남자 등장인물들은 '여자들만 사는 곳'을 떠올렸을 때 너무나 당연하게 '젊은' 여자들만 떠올렸다. 여자는, 젊어야 여자니까.





그가 목소리를 낮춰 투덜댔다. "젊은 여자들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늙은 대령들 집단한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냔 말이야."

우리는 이곳에 대한 논의나 추측을 할 때마다 늘 무의식적으로 젊은 여자들을 떠올렸었다. 남자들이라면 대부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샬롯 퍼킨스 길먼, 『허랜드』, p.42









자신이 더이상 아름답지도 않고 젋지도 않으며 그래서 사랑받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는 한없이 우울해하며 자신을 미워하고 자신의 가치를 바닥이라 생각한다. 바로 그때,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라는 단어 그대로의 '물질'에 대해 알게된다. 


서브스턴스는 '더 나은 나'를 만나게 해주는 물질이다. 그 물질을 내 안에 주사하면 더 나은 내가 발현된다. 그 상태로 딱 일주일을 살아갈 수 있고 그 후의 일주일은 원래의 나로 살아야한다. 이건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일주일 대 일주일로 균형을 이루어야 하고,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것은 더 나은 나나 원래의 나나 '나는 하나'라는 거다.


YOU ARE ONE.


서브스턴스는 물질이며 그러나 실체이다. 너는 하나야. 너라는 실체는 너야.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를 주사한다. 그랬더니 등이 쩌억- 하고 갈라지면서 그 안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나온다. 남자들의 시선에서 보면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인'여성이란다. 이 젊고 아름다운 여성 '수(마가렛 퀄리)'는 금세 새로운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고 인기를 끌며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 인기, 사랑, 관심의 집중이 너무 좋은 수는 균형을 잃기 시작한다. 일주일만 그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데 하루를 어기고 그 다음엔 며칠 더 어기고 나중엔 더 오래, 더 오래 어기게 된다. 그러나 제일 처음 서브스턴스에서는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한쪽이 잡아먹힌다고. 수가 균형을 잃으면 엘리자베스는 더 늙고 병들고 잡아먹히게 된다. 엘리자베스로 돌아왔을 당시 '이걸 이제 그만 멈춰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높은 빌딩 전광판에 걸린 화려한 미모의 수를 보노라면 도무지 포기할 수가 없다. 


일단 수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수에게 모여들고 수를 찾지만 다시 엘리자베스가 되면 그녀는 불러주는 사람도 만날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 없어 집에만 처박혀서 우울하게 시간을 보낸다. 젊은 수가 마주하는건 혼자서 먹고 마신 뚱뚱하고 늙은 육체의 엘리자베스이고 다시 엘리자베스가 마주하는 건 수가 즐긴 광란의 파티현장이다. 보그 표지모델 제안이 왔는데, 이제 막 남자랑 섹스를 해야하는데, 새해 전야 쇼도 진행해야 되는데, 수는 하루만, 이틀만 하다가 균형을 완전히 잃고 이 '하나'는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자, 그래서 어떻게 될까?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그건 직접 보고 느껴야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영화는 지독하게 페미니즘적인 영화다. 아니, 그보다는 지독하게 현실을 고증한 영화라고 보면 되겠다. 어떤 현실? 여성혐오 현실. 자본주의, 이성애, 젠더롤, 외모 강박, 코르셋 강요가 이 영화 안에 다 들어있다. 늙은 엘리자베스를 쓸모없다고 평가하며 손가락질하는 건 늙고 추한-예의와 매너를 갖추지 못한- 남자다. 젊은 수에게 환호하며 세상은 너를 좋아한다고 칭송하는 것 역시 늙고 추한-자기들이 어떤짓을 하는지 결코 모르고있는- 남자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도 역겨움이 드러나는데, 왜 늙은 여자의 가치는 떨어지고 늙은 남자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을까? 이 역시 쉴라 제프리스가 언급한 바 있다.



일단 여자는 전통적으로 결혼 생활과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득이하게 미용 관습에 임했고 특히나 지난 100년간은 확실히 그래왔는데도, 경제·사회·정치적으로 전혀 우위에 서지 못했다. 미용 관습은 힘 가진 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힘없는 자의 유일한 기댈 곳이며, 남자는 전혀 미용 관습을 행할 필요가 없다. 하킴은 "모두"에게(그렇지만 결국은 여자에게) "평생 매력 자본을 개발하고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1930년대에 유행했던 한 노래를 연상시킨다. 1933년 영화 「로마 스캔들Roman Scandals」의 반페미니즘적 주제곡인 「(사랑받고 싶다면)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해라」말이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P83



여자들이 시행하고, 남자들이 그렇게 좋아죽는 미용 관습이란 정치적 피지배 계층의 행위다. 남성 지배 아래의 사도마조히즘적 로맨스에서 성관계는 여자의 복종과 남자의 지배를 바탕으로 구성되며 여기서 누군가는 여자 역할을 해야만 한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P83



시간이 지나면 인간이 늙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남자들이 그렇듯이 여자들 역시 그렇다. 그런데 그 자명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사는게 아니라 병원이나 피부관리실을 방문해 주름살을 어떻게든 지우려하고 피부를 더 탱탱하게 만들려고 하는건 과연 왜인가. 그렇게 실제 내 나이보다 젊어보이려는 노력은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가. 그것으로 내가 얻게 되는건 과연 무엇인가.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가. 왜 여자는 십대에도 이십대에도 삼십대에도 그리고 그 뒤에도 계속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가. 남자들이 공부하고 게임하고 잠을 잘 때 왜 여자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 않고 피부과를 가고 성형외과를 가야 하고 거울앞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그런 노력과 애씀, 시간들임이 여자에게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주나? 권력을 주나? 결국 한때 누렸던 칭송과 인기는 더 젊은 여자들에게 빼앗기고 만다. 여자의 위치를 결정하는건 아무리 늙어도 권력이 사라지지 않는 남자들이다. 이거, 이상하지 않나. 화나지 않나. 



대한민국의 젊은 여성들은 몇해전부터 탈코르셋 운동을 시작했다. 남자들의 시선을 체화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이 되지 않겠다는 뜻이다. 더이상 굴종하지 않겠다는 것. 그런 여자들을 남자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런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괘씸한 여성이다.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일부 여자들에게도 탈코르셋을 하는 여자는 조롱의 대상이 된다. 저 여자는 꾸미지를 않아, 자기 관리를 안해. 저러니까 남자한테 사랑을 못받지. 

나는 화장을 하지 않고 옷에도 신경을 안쓰는데 '좀 꾸미고 살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왜 꾸며야해요?



페미니스트를 못 생기고 다리털이 북슬북슬한 애들, 브라나 태우는 남자 못 만나본 애들이라고 부르곤 하는 것처럼 미용 관습 거부는 분노와 조롱을 부른다. 서구의 미용 관습은 일종의 도덕 같은 성질을 띤다. 미용 관습을 따르지 않는 여자들에게는 ‘자기 관리‘가 안 된다,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어설프다는 말이 따라다니고, 이들은 사회 구조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진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P.115



엘리자베스 혹은 수가 사는 집에는 커다란 장미 꽃다발이 있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할거에요, 라는 메세지가 적힌 꽃다발. 그러나 그 문장엔 조건이 빠져있다.


'당신이 젊고 예쁨을 유지하는 동안에만' 

'당신이 늙기 전까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남자들은 어떤 감상을 가질지 너무 궁금했다. 제일 두려운 후기가, (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어휴 저 여자는 젊어지고 싶어서 정신이 나갔네' 이다. 이 영화는 그런 감상으로 마치면 안된다. 젊어지고자 하는 저 여자가 '왜'그러는지, 왜저렇게 젊음과 예쁨에 집착하는지를 봐야한다. 왜 결국 서브스턴스라는 물질이 만들어진 것인가. 왜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서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야 하는가. 그 다른 나는 왜 반드시 육체적이어야 하는가. 왜 늙어서도 젊어보이기 위해 집착해야하는가.


나는 우리가 이 거대한 자본주의가 부르짖는 이성애와 외모강박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순히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우리 모두 아름답다'가 가져오는게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무관심으로 행해져야 한다. 예쁘다의 가치를 무용화시키기. 그 최전선에 탈코르셋 운동이 있다. 




외모 강박적인 문화가 수천 번 할퀴고 지나간 작은 상처가 소녀나 여성을 무너뜨릴 수 있듯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수천 번의 작은 걸음이 소녀와 여성을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여성의 외모에 집중하지 않는 자세를 갖추고 다른 이들도 이에 동참하도록 격려함으로써 의미 있는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대상화하는 행동이나 광고에 앞장서는 조직을 저지함으로써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자신을 느끼고 주체적으로 자신을 정의해야 한다. 우리의 돈과 시간을 다르게 써야 한다. 우리의 몸은 더 건강해져야 한다. 우울증과 분노가 흔한 것이 되어서도, 심각한 것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이제 여성은 시선을 받는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 저 넓은 세상에는 봐야 할 것이 아주 많다.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레네이 엥겔른,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p.342-343




세상은 여성을 혐오한다. 여성의 가치를 단순히 그 육체로만 평한다. 그 혐오에 나까지 동참하면 안되는거 아닌가. 늙어가는 나를 세상이 미워한다고 조롱한다고 나 역시 나를 미워하고 조롱하지는 말자. 나를 파괴하려고 안달하려는 세상에 나까지 힘을 보태지 말자. 내 가치를 평가하는 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인 것을 거부해야한다.



우리가 우리 몸을 비하하려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내 몸을 비하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된다. 부정적인 보디 토크는 여성이 항상 외모에 대해 걱정해야 하고 자신의 몸을 싫어하는 것이 ‘평범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그러나 우리의 말은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외모 강박적인 문화에 맞서는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는 외모에 대한 대화를 바꾸는 것이다. 이는 외모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가장 좋은 것은 주제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이다. 대화의 주제는 매우 많다. 굳이 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레네이 엥겔른,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p.270-271



아름다움에 무관심하려는 베스의 노력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녀에게 SNS를 하냐고 물었다. 베스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했다. "SNS에서 다른 여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나요?" 나는 물었다.

"제 친구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이것저것 바꿔요.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앱을 사용하죠. 저는 그런 걸 하지 않아요. 제 SNS 를 보여드릴게요. 저도 제 사진을 올리기는 해요. 하지만 제가 웃기게 나온 사진이나 제 성격이 드러나는 사진을 올려요." 베스가 대답했다.

나는 그녀의 SNS 사진을 둘러보고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환한 웃음과 바보 같은 표정이 가득한 사진이었다. -레네이 엥겔른,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p.225



여자들은 화장하면 힘이 솟는 느낌이라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화장이라는 가면을 쓰지 않았을 때는 힘을 뺏기는 느낌이라는 뜻이 된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 P272


다시 미용 관습으로 돌아가자면 포르노 산업과 국제적인 성 산업 전반은 동시대 문화가 강요하는 여자의 얼굴, 가슴, 몸, 외음부, 복장, 신발의 조건을 규정한다. 이는 여자의 정신 및 육체 건강과 평등 가능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 P384





‘늘 젊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란 처절한 꾸밈노동의 산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은 그러한 여성을 그 자체로 아름답게 태어난 존재로 신비화함으로써 인위적 꾸밈노동의 모든 노력들-아름다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화장술과 시술, 지속적 운동과 고강도 식이요법-과 사회적 압력들을 단번에 비가시화해 버립니다.이는 마르크스가 거론한 ‘상품의 물신화‘ 현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물신화 현상은 일종의 착시 현상입니다. 인간 노동의 산물인 상품이 마치 그러한 노력의 과정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상품 자체가 가진 자연적·본질적 속성으로 인해 교환가치를 발생시키는 독자적·독보적 존재물처럼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윤지선·윤지영, 『탈코르셋 선언』, P35




이렇게 인용해놓고나니, 아주 많은 여성들이 외모강박에 거부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어서 너무 좋다. 하여간 외모강박 진짜 좆까라 그래. 나는 나를 혐오하지 않을거야. 나는 거울 앞보다 다른 곳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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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4-10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느라 고생했어요! ㅎㅎ

˝여성혐오 현실. 자본주의, 이성애, 젠더롤, 외모 강박, 코르셋 강요가 이 영화 안에 다 들어있다˝라는 구절 아주 공감합니다. 거식/폭식증 문제까지 담겨 있는 것 같고.... ‘수‘의 육체를 훑는 카메라 시선이 (<포르노랜드>를 읽고 나서야 아! 했는데) 포르노를 찍는 카메라 같단 생각도 들더라고요. 유난히 그 엉덩이에 집중하는... 감독이 일부러 그렇게했겠지요.

탈코르셋은... 그 운동에 동의한다는 여성들조차도 이 땅에선 결국 탈코르셋하지 못하게(않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타인들로부터 (능력에 관한 칭찬보다는) 예쁘다는 소리 듣는 게 좋아서 결국 그걸 포기 못하고... 그러려고 또 꾸미고... 꾸미고... 암튼 다른 곳보다도 한국은 외모나 얼평 등등 참 지독합니다.

이 영화 남자들은 보면서 웃는 장면이 종종 있다더라고요(왓챠에 올라온 감상평들 보면 그렇더라고요). 제가 본 극장(씨네큐브)에서도 가끔 폭소가 터져서 엥?? 했어요. 대체 어디서 웃음 포인트가....? 이빨이 빠지던가 그런 장면.... 슬프지 않나... 싶었으나 그들은 그런 경험이 없어서 모를 것이다, 절대 모를 것이다 싶더라고요.

참, 이 영화 감독도 여성이고, 제가 최근 인상 깊게 본 영화 <티탄> 감독도 여성이더라고요(둘 다 40대).
<티탄>도 매우 젠더/페미니즘적 영화인데, 이건 <서브스턴스>보다 더 어질어질합니다(다락방 님은 못 보실 듯...)
두 여성 감독의 앞으로의 작품들 기대됩니다!!
거울 앞보다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다락방 님도요!

다락방 2025-04-10 12:48   좋아요 1 | URL
네네 감독이 두 여성의 나체를 그대로 보여주고 또 수의 육체를 훑고 강조하는 장면은 부러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현실에서 여성을 향한 시선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이 감독의 영화 <리벤지>도 몇해전에 봤었는게 그것도 완전 좋았어요. 강간 당한 여성이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인데, 강간 가해자들의 남성연대도 보여주고 강간 당하는 장면을 선정적으로 만들지도 않고 그런데 복수하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이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야 겠어요!!

<티탄>도 조만간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쁘다를 칭찬으로 쓰다보니 코르셋 조이는데에서 자유로워지질 못하는 것 같아요. 예쁘다가 칭찬이 아닐 수 있도록 그 말에 무심해지는게 정말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당장 저부터도 그 말을 안쓰도록 해야하는데 저는 매우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툭 튀어나오기도 해요.

이 영화 어디에서 웃긴 장면이 있나요.. 저는 남자들의 100명중 99명은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거라는데에 오백원 겁니다. 여성 개인의 문제로 볼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보들..

하여간 정말 무섭고 잔인한 영화였어요. 그래서 더 각성되기도 하는 영화였고요. 좋은 영화였습니다!! 데미 무어가 이걸로 상 받아서 좋아요!

잠자냥 2025-04-10 13:01   좋아요 1 | URL
<리벤지> 보려고 왓챠에 담아두었음~!!

독서괭 2025-04-10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이 글에 좋아요 만개를 추가합니다👍👍👍👏👏👏😍😍😍
아니 영화 내용 전혀 몰랐는데 충격적이네요! 보고싶은데 보고싶지 않은 마음 아아.. 이해 못하는 남자들이 태반일 것이 정말 예상되네요. 정신나간 여자가 하는 미친짓이라고 생각하면 뭐 웃을 수도 있겠지요.. ㅜㅜ

다락방 2025-04-11 07:48   좋아요 1 | URL
저는 지나가다 등 찢어지는 장면만 살짝 봐서 공상과학 영화인줄 알았어요. 이런 약물이 개발되다니 미래 시점 이야기같을 수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건 단지 소재일뿐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폭로인 것입니다!! 와 정말 대단한 영화였어요!! 꼭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그렇게 또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는.. 정말 훌륭한 영화이지만 피가 난자하는 장면도 있기 때문에... 아 어쨌든 보고 안보고는 본인의 몫입니다!! 어휴 무서웠는데 그 무서움은 사실 현실 기반이라는게 참 큽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5-04-10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다,를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세대가 되었죠.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탈코르셋이 되어야 할텐데, 다른 곳에 집중해야만 그게 가능할 거 같기는 해요. 그걸 다 ‘능력‘이라고 치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젊은 여성들(나이든 여성들은 더 피나게 노력하네요, 그러고 보니)이 꾸밈에만 집중한다는 건 너무 아깝고 아까워요.

저는 저 영화의 리뷰를 ㅋㅋㅋㅋㅋㅋ 유튜브로 봤고요. 데미 무어의 시상식 소감 장면을 두 번이나 봤습니다. 저는 데미 무어가 외모강박에 사로잡혔다는 생각을 하진 않지만, 그녀 자신이 전신 성형을 감행했던 것만큼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결과로 이 영화의 주연이 될 수 있었구요. <사랑과 영혼>을 기억하는 저로서는 그녀의 젊음에 또 한 번 놀라기는 했습니다.

다락방 2025-04-11 07:52   좋아요 1 | URL
데미 무어의 전신성형은 저도 오래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어떤 기사에서는 그것 자체가 루머라고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녀의 수술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외부에서 잘 모르는 제가 보았을 때 데미 무어야말로 이 영화속에서의 엘리자베스와 같은 바로 그 삶을 살았던게 아닌가 싶었어요. 젊었을 때는 칭송받고 잘나가지만 나이 들고나니 출연할만한 작품도 사라지고 그래서 그 시간동안 맹렬하게 꾸밈노동을 해야했던 삶이요. 버티려면, 지켜내려면, 뒤로 쳐지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 했을테니까요. 뭐 이건 잘 모르는 제가 보는 시선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이 영화를 연기하고 상을 받은게 저는 참 좋더라고요. 아마 이 영화를 찍으면서 본인을 직시했던 시선이 좀 더 외부로 집중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역시 이것도 제 생각이긴 합니다. 하여간 너무나 훌륭한 영화였고 특히 데미 무어가 연기해서 더 좋았어요. 그리고 이 영화로 상까지 받아서 정말이지 ㅠㅠ 너무 좋아요 ㅠㅠ

저희 이번달 같이읽기 도서 [몸에 갇힌 사람들]도 읽다보면 이 영화와 연결될 것 같아요. 아직 앞부분 조금 읽었습니다. 좋은 영화와 좋은 책이 있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ㅠㅠ

햇살과함께 2025-04-1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영화는 못 볼 것 같아서,, 안봤는데요.. 다락방님 글로 대신해야겠네요.
올려주신 책은 읽어봐야겠네요!
저도 남자의 시선. 이거 깨기가 쉽지 않네요.

다락방 2025-04-11 07:59   좋아요 1 | URL
저 책들은 매우 뛰어난 책들입니다. 읽기를 매우 권장합니다!!
아 좋은 영화였습니다. 보기를 잘햇다고 생각했어요. 영화가 잘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런 생각을 하고-현실 인지- 보여주려고 한 감독과 배우들이 있었다는 사실에서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