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웨딩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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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제대로 된 모습을 마주한다는 건 언제나 겁나는 일이고 그래서 언제나 외면하게 된다. 그건 그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내 이야기이기도 한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실수를 감싸주는거야 당연하지만 범죄까지 눈감아주다가는 큰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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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주 가끔은 세상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만 빼고 다정한 사람들을 보노라면, 나 역시 파트너는 필요한건가 싶어지는거다.

그 파트너가 연인의 형태이든 친구의 형태이든, 그러니까 내 단짝 같은건 역시 필요한게 아닐까. 주변엔 연인과 단짝인 사람도 있지만 친구와 단짝인 사람도 있고, '선생님'과 단짝인 사람도 있다. 내 친구중 한명은 선생님과 서로 개인적인 일까지 진하게 공유하고 함께 여행도 다니는데, 그건 친구가 선생님을 '리스펙트'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 관계에 바탕이 되는것이 리스펙이든 우정이든 뭐든, 단짝은, 파트너는 필요한게 아닐까. 

그러다가도 이내 고개를 젓는다. 나에게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면, 나 역시 상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줘야 단짝이, 파트너가 될 수 있을테니까. 과연 내가 상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까? 나는 도무지 자신이 없다. 나는 오래전부터 연인으로도 결코 상대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줄 수 없다고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그건 친구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남자가 원하는 여자가 될 수 없고 상대를 외롭게 할것이다. 친구라고해도 별다를 바 없다. 나는 상대를 외롭게 할것이고 서운하게 할것이다. 그건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고, 내가 이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내가 좋아하는 상대에게 잘하려고 하겠지만, 내가 그 노력을 항상 할 수 있는 사람이 못된다는 걸 내가 알고 있다. 툭, 툭, 나라는 사람의 본질이 튀어나올테고 어김없이 상대는 그 때마다 상처받고 서운해할것이다. 나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없다. 내가 상대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없으면서 상대가 내게 좋은 파트너가 되어주길 바라는건 이기적이다. 욕심이다. 가능하지 않다. 이런 나에게 외로움과 고독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란 누구나 외로운 존재이겠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이 필연적인 고독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은 그냥 나와 함께 오래, 쭉 갈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사람들을 올해 '새로' 사귀었다.

무려, 대만에 사는 대만인을 친구로 사귀었다니까? 심지어 그 일은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났다.


회사에서 연차가 쌓이고 어느순간 면접관이 되기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게됐고, 언젠가부터 그 이력서가 너무나 화려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입사 지원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해외어학 연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력서들을 보면서, 와, 내가 지금 취업하려고 했다면 원서도 못내겠구나, 싶을만큼 젊은이들의 이력서는 화려했다. 나는 어학연수 경험도 없고 외국인 친구도 하나 없는데, 라는 생각을 곧잘 해왔었는데, 말레이시아에서 대만인 친구를 사귀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에기치 못하게 일어난 일이었다. 나와 말레이시아에 함께 간 친구는 숙소에서 자기를 택했고, 나는 바쿠테를 먹기를 택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바쿠테 파는 식당으로 향했고, 마침 혼자 온 다른 사람과 합석을 하게 됐고, 그리고 그 사람과 친구가 된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우연들이 작동했다. 하필 내 친구가 가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내가 혼자였다는 것, 하필 그 친구도 혼자였다는 것, 그런 우리가 합석했다는 것. 우리는 함께 바쿠테를 먹고 서로의 메신저에 친구로 추가했다.


그 후 몇 개월 뒤 대만에 갔을때, 그 친구는 나를 만나러 내가 머무는 호텔 로비로 와주었다. 선물을 가득 들고. 우리는 함께 차를 마셨고, 서로의 서툰 영어들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이 관계가 너무 좋아서 인생은 꿀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을 놓기로 선택할 때 그러나 어떤 사람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하는 것, 그것이 관계이고 삶인 것 같다. 


아주 좋은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과 공통점이 많기란 쉽지 않다. 어떤 단 하나의 공통점이 우리를 묶어주기도 하고, 사실 그다지 공통점이 없어도 좋은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려고 혹은 알려고 노력하면서 이어지는게 그 관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공통점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비슷한 나이대에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 쓰기를 좋아하며 술과 고기를 매우 좋아하고 운동하는 것도 좋아해서 좋은 콜레스테롤이 넘치게 많은 같은 성별의 여자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이 올해 내게 일어났다. 우리에겐 책도 글쓰기도 대화의 소재가 되지만 운동도 소재가 되고, 심지어 콜레스테롤 수치도 소재가 될 수 있다. 그 소재들을 가지고 대화하면서 고기와 술을 먹을 수도 있어. 나이가 들수록 관계가 축소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그렇게 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운명은 나를 그렇게 두지 않을 셈인 것 같다. 어떤 관계들이 새롭게 그리고 진하게 스며들기도 한다. 인생은 꿀잼이라고 여길 수 있을 만큼.



그러나 인생을 꿀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 철저하게 나 자신이 한 일이다.

그 사람들을 새로이 인생에 들이기 위해 행동한 건 나다. 내가 움직이고 내가 말하고 내가 듣는다.  내가 무언가 얻고자 한다면 움직여야 함이 당연하지만, 그러나 내가 딱히 원한게 아니어도 움직이니 운좋게 얻어지기도 했다. 움직여야 한다. 움직여야 해.



2024년에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내 인생에 달리기는 없을거라고 생각해왔다가 이제는 필수가 되어버렸다.

2024년 3월 31일, 런데이를 이용해 1분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그 후에 나는 대만에서, 몰타에서, 로마에서, 하노이에서 달렸다. 

다른 도시에서 달리면서 인생은 꿀잼이라고 생각했고, 특히나 몰타에서 지중해를 옆에 두고 달릴 때는 인생 진짜 살아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이 할 줄 아는게 생기니 새로운 목표도 생긴다. 2025년에는 12개의 낯선 도시에서 달려보고 싶다. 12개는 너무 많은가? 목표를 얼마나 이룰 수 있을까? 나이를 먹으면 할 수 있는게 감소할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게 늘어나기도 했다. 달리기를 시작한 나는 어떤 가능성 하나를 받아들게 되었다. 여기에서 거기까지 걸어서 갈 수도 있고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뛰어서 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 하나 더 추가.

그렇게 퇴근후 집까지 뛰어보기도 했고 며칠전에는 양재역에서 회사까지 뛰어오기도 했다. 뛰는 시간은 고작 5분이었지만, 내가 이걸 방법의 하나로 염두에 둘 수 있고 실행할 수도 있다는 데에서 큰 만족을 느꼈다. 어떤 것들을 잃고 어떤 것들을 얻는게 삶인 것 같다. 

어제 동생들과 나이 한 살 추가된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음, 그래도 내가 할 수 없는 것만 생기는 건 아니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사람을 들이고 새로운 운동을 들이고. 새로운 것들을 들이는 것이 반드시 참이거나 선이랄 순 없겠지만, 그러나 나는 새로운 사람이나 새로운 어떤 것을 받아들일 때마다 늘어나는 가능성을 환영한다. 삶에 있어서 어떤 가능성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 너무 좋지 않은가.



지난주에도 책을 샀다.



선물받은 커피를 내려 사진을 더 찍어보았다.



빵은 파스키에 브리오슈 식빵인데 토스터에 구웠다. 

















[셰리]는 내가 안좋아할 책 같아서 안사려다가 그래도 내 생각과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구매했는데, 하아, 읽기 너무 힘들었다. 책장 너무 안넘어가고 책장 넘기면서 내내 이해가 안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프랑스 로맨스 .. 나랑 안맞아..


[블라인드 웨딩]은 [히든 픽쳐스]의 작가가 쓴 책인데, 히든 픽쳐스에 대해서는 평이 좋아 이미 사두었지만 안읽고 있었고, 같은 작가라니 그렇다면 사보자, 하고 블라인드 웨딩 사서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흐음, 히든 픽쳐스 먼저 읽을걸 그랬나, 이 책 읽다보니 히든 픽쳐스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다.


[제국주의와 남성성]은 1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이다. 

2018년 말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온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많은 사람들이 들고 났지만 꾸준히 계속해서 함께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매달 말일이 될 즈음이면 완독 감상이 슉슉 올라오는데, 그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계속할 힘을 얻는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드립니다.

아, 어제는 인스타그램으로 쪽지도 받았다. 나의 덕후라고 말씀하시면서 나로부터 답장을 받은 것을 계탔다고 표현하는 분이신데, 여성 연대에도 내가 힘이 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감사한 말씀이다. 새해 처음 받아 읽게된 쪽지가 나를 사모한다는 내용이라니, ㅠㅠ 행복이 ..


[성폭력과 힘의 악용]은 중고로 등록해두었다가 이번에 알림 떠서 샀는데, 사서 받아들고 나니, 흐음, 나 이거 어쩐지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러나 애써 찾아보지는 않기로 한다.

















[영원한 우정으로]는 친구의 선물. 

오래전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로 넬레 노이하우스를 만나적 있지만, 내게 그렇게 인상 깊은 작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책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른 책 더 찾아 읽지 않았던 걸 보면. 친구는 내가 매주 많은 책을 사는 걸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이 책은 없을거라 생각했다며(정말 그랬다!) 연말 선물로 주었다. 이거 얼른 읽고 싶다. 책장 겁나 빨리빨리 넘어갈 것 같아.



[포도 꿀꺽]은 일전에 샀다가 '페도' 라는 단어가 나와 내가 크게 실망하며 조카에게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페이퍼를 쓴 적이 있다. 그리고 며칠 뒤, 창비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다음쇄부터 '페도'는 '패도'로 수정됐다는 거였다.  괜찮다면 '패도' 로 수정된 책을 보내주고 싶다고 해서 냉큼 받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 책이,  그림이 정말 환상적이거든! 




이 얼굴에 씨 잔뜩 붙은 그림, 너무나 조카 보여주고 싶다고!!!!!


[포도 꿀꺽],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 [푸른 날개 어니스트] 모두 조카를 위한 선물이다. 이번 주말에 조카 생일이라 만나게되는데, 그 때 가져가야지. 



2024년 한 해 정리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생각나는게 이렇게 새로 만난 사람과 달리기밖에 없다. 아, 듀오링고로 영어랑 스페인어도 공부 시작했고. 음, 사실 투자하는 시간이 몇 분 남짓이라 그걸 공부를 시작햇다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네? 하여간 이게 전부다. 그런데, 그거 말고 또 뭐가 중요한가 싶기도 하네. 가끔 외로움의 공격을 당하면서 그러다가도 불쑥 설레기도 하고 벅차기도 하는 것, 그게 나의 삶이었고 2024년이 삶이었으며, 아마 2025년에도 그러할 것 같다. 


바라건대, 2025년에는 책을 지금보다 덜 샀으면 좋겠다. 덜 사는 일? 그것도 내갸 해야할 일이다. 제발, 사둔 책들을 좀 읽고 처분하면서 살아가자. 사둔 책들 중에서 읽는 것도 내가 할 일이다. 다른 누가 해주지 않는다. 책 덜 사고 사둔 책들 중에서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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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1-02 1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창비에서 페도를 수정했다고요?? 그럼 저도 이 책을 사야겠어요. 역시 다락방님 짱 멋져!!

다락방 2025-01-02 10:58   좋아요 1 | URL
아, 저 때문에 수정한 건 아니고요, 창비에서 알아서 수정해서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그렇다면 기존 인쇄분을 다 회수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하여간 제가 그전것들은 그렇다면 회수해달라, 요청드리긴 했습니다. 하여간 이 책 정말 예뻐서 조카에게 줄 수 있어 기쁩니다. 만세!

2025-01-02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02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02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5-01-02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월요일인 줄... 알고 슬퍼하다가 목요일임을 깨닫고 급기쁨...

독서괭 2025-01-02 10:41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전 여행중이지롱요

잠자냥 2025-01-02 10:46   좋아요 1 | URL
사실 난 그건 안 부럽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1-02 10:5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월요일엔 의욕이 너무 상실돼서 페이퍼를 못 올리겠더라고요. 오늘도 몇 번이나 쓸까말까 하다가 올렸습니다. 그래도, 몇몇 사람들이 기다릴 것 같아서...

오오, 독서괭 님, 여행기 올려주세요!! 어디계세요??

2025-01-02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5-01-02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그날 눈빛이 촉촉하더라니...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인스타로 사모&고백 디엠도 받아요? 역시.. 다락방 ㅋㅋㅋ
다락방 님은 2024년에 대만 친구도 사귀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도 사귀고 ㅋㅋㅋ 좋겠다!
그런데 무엇보다 달리고 달리다 외국에 나가서도 달린 그 점 매우 칭찬하고 존경합니다.

참 락방아, 내가 그날 이야기했던 영화(연차 낸 월요일에 볼 거라고 말했던) ‘더 폴-디렉터스 컷‘ 근처 극장에서 하면 꼭 가서 봐봐.....
영화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흠뻑 빠져들 것입니다!


이상 ˝비슷한 나이대에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 쓰기를 좋아하며 술과 고기를 매우 좋아하고 운동하는 것도 좋아해서 좋은 콜레스테롤이 넘치게 많은 같은 성별의 여자 사람이면서 영화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사람 올림˝

다락방 2025-01-02 11:02   좋아요 3 | URL
그 인스타 분은 저를 알게된 건 알라딘인데 저에게 다른 식으로(?) 접근하고 싶어서 제 인스타 계정 알아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인스타에서 쪽지로 말거신 분입니다. ㅋㅋ 넘나 고마운 분. 가끔 이렇게 저의 덕후(!)임을 고백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ㅋ ㅑ ~ 나란 인간, 멋진 인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달리고 그러다가 다른 나라에 가서도 달리게 된 제 자신을 너무 좋아합니다. 멋져..뿌듯해.. 짱이야... ㅋㅋㅋㅋㅋ

아, 그 영화 보고 감탄하셨던 거 트윗에서 봤습니다. 오, 이게 그거구나 했습니다. 네네, 저도 여건이 된다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주말에 바쁘다 ㅠㅠ 하여간 기억하겠습니다.

그럼 ‘비슷한 나이대에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 쓰기를 좋아하며 술과 고기를 매우 좋아하고 운동하는 것도 좋아해서 좋은 콜레스테롤이 넘치게 많은 같은 성별이 여자 사람이면서 영화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잠자냥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ㅋㅋㅋㅋㅋ

달자 2025-01-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다 다락방 팬카페라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지... 그나저나 24년도 다락방님에게는 (물론 크고 작은 안좋고 짜증나는 일도 있으셨겠지만) 멋진 한 해였군요. 25년에도 건강!!즐겁게!!

다락방 2025-01-02 17:12   좋아요 0 | URL
달자 님도 건강하고 즐겁게 2025년도 보내세요. 우리 잘 지내다가 어느날 만날 수 있도록 합시다. 기쁜 마음으로요!! >.<
 
셰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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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 언제까지 어릴건데? 내년에도 어릴거니? 후년에도 어릴거야?
하여간 프랑스식 사랑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고 재미도 없다. 내 타입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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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1-02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독 실패요.

다락방 2025-01-02 08:24   좋아요 1 | URL
저 이거 완독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이 얇은 책을 사흘이나 걸려 읽었어요. 그만 읽을까 갈등 천번 했네요 ㅠㅠ

잠자냥 2025-01-02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땡투 거두고 싶은 거 어님?!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1-02 08:51   좋아요 2 | URL
그럴리가요! 제가 잠자냥 님 아니었다면 이 책을 읽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편협한 독서가가 되지 않도록 해야지요 흠흠.

최솔미 2025-01-02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완독에 실패하고 걍 중고로 팔았습니다... 책값을 생각하면 아깝다고 생각이 들긴 했지만 번역자의 실력인 건지 아니면 고전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번역이 영 매끄럽지 않고 부담스러워 두 사람의 감정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더군요ㅠㅠ 책 표지가 그냥 다한 느낌...

다락방 2025-01-02 16:55   좋아요 0 | URL
오, 최솔미 님도 이 책 완독에 실패하셨군요. 저는 간신히 완독하긴 했습니다. 새해 첫 책부터 중도포기는 하지말자고 제 자신에게 자꾸 말하며... 저는 이야기적으로도 너무 재미가 없었고요, 말씀하신 것과 같은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주인공들의 감정에 공감이 안되었습니다. 휴..
 

많은 분들이 요며칠 책을 못읽고 계실 것 같습니다.

여성주의 책 완독을 향해 가시던 분들도 아마 남은 페이지들을 더 넘기지 못하셨을것 같고요.

오늘 아침엔, 우리는 왜 자꾸 합동분향소를 설치해야 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왜 자꾸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게 되는걸까요.


나름 쓰고 싶은 글들이 있었는데 차마 쓰지 못하다가, 퍼뜩 말일이라는 게 생각나 같이읽기 책은 공지하려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1월은 '설혜심, 박형지' 의 [제국주의와 남성성] 입니다.



책소개를 보면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제국주의의 맥락에서 남성성이 어떻게 정의되고 작용했는지 고찰한 연구서다. 영국사와 영문학이라는 다른 두 분야의 전공자가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의 이론을 바탕으로 제국주의와 젠더라는 주체를 조망하고 있다' 라고 되어있는데요,


제국주의, 탈식민주의...

학술서라 읽기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우리 한 번 읽어봅시다. 











2월은 '캐런 윌슨-부터바우'의 [아기 퍼가기 시대] 입니다.
















3월은 '조앤 스콧'의 [젠더와 역사의 정치] 입니다.
















4월은  '수지 오바크'의 [몸에 갇힌 사람들] 입니다.

















5월은 '클레어 혼'의 [재생산 유토피아] 입니다.


 

2024년 12월에 우리가 함께 읽었던 마리아 미즈의 책에서 생명공학, 과학의 발전과 윤리에 대한 부분을 읽고나니 이 책이 과연 무슨 말을 할지 더 기대가 됩니다. 읽어보면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읽기 전의 지금으로서는 마리아 미즈의 논조대로 이 책이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여러분 힘냅시다.

그리고 2025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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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12-3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25년에 만나요! 책이라도 읽을 수 있어 다행인 요즘입니다..

다락방 2025-01-02 07:59   좋아요 1 | URL
햇살과함께 님, 새해가 밝았습니다. 1월1일은 벌써 지나가버렸네요. 하루하루 아쉽지 않도록 우리 열심히 읽고 씁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거리의화가 2025-01-0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역시나 알찬 책들이 많아요. 1월의 책부터 기대 가득합니다. 3월에 읽는 책은 재독하게 될텐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몸과 재생산에 관한 책들도 반갑고요. 올 한해도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5-01-02 09:55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 님 항상 함께 읽어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부지런히 같이 읽고 씁시다. 올 한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마을과 세계 -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삶과 시대 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 전환의 시대와 젠더 번역총서 1
마리아 미즈 지음, 안숙영 외 옮김 / 에코리브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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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미즈가 젊은 시절 인도에 가서 공부하고 그래서 제3세계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도 알고 보고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마리아 미즈 개인에게도 그리고 마리아 미즈의 책을 읽을 전 세계의 독자들을 위해서도 다행한 일인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세계의 수많은 학자들과 학생들과 만나 연대하며 자본주의에 맞서려 했던 것도, 또 필연적으로 반다나 시바와 이어지게 된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그녀에게 찾아온 숱한 일상의 사건들 속에서 그녀가 사랑으로 인해 시야가 확장됐다고 생각하고 그 확장된 시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니, 그건 마리아 미즈 고유의 능력이다. 그 사랑 이후에 딱히 연애 이야기나 남자 이야기도 없어서 평생 싱글로 살았는가, 라고 생각할 무렵 지나가듯 '남편'의 존재가 언급되는데, 어? 결혼했었어? 그런데 왜 그 이야기가 없지? 하며 신기했다. 어떻게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을 쓰면서 이렇게 지나가듯 남편을 언급할 수 있을까. 내가 놓친걸까 설마, 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연애와 결혼 혹은 사랑 자체가 그녀라는 사람에서 가장 중요한 무엇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외로움은 찾아오고, 그래서 나중에 함께 살기는 했지만, 그전까지는 남편과 아내이면서도 계속 다른 나라에 살면서 방학 때 만나고 그랬던거다.  어쩌면 그것은 그녀가 그동안 만나온 다른 세계의 독립적인 여자들 때문에 가능했던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네덜란드 여성들이 왜 항상 남자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싱글이든 기혼이든 이혼했든 그들은 늘 남성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고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서구 여성보다 훨씬 독립적이다. (한 아프리카 여성의 보고 중) -p.219


매 꼭지 마리아 미즈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들이 놀랍고 감탄스러웠는데, 생명공학에 대해서는 좀 더 듣고 싶었다. 


인공 수정은 불임 부부가 임신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인류'의 위대한 업적으로 찬사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기술이 인간 생명의 산업적 상업적 생산에 수문을 열 것임을 인식했다. 생명공학 산업에서 여성은 원재료, 즉 난세포와 자궁의 단순한 공급자('대리모')로 격하했다.

흐로닝언에서 미국 기자이자 작가인 지너 코리아는 '재생산 매춘'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때까지 여성들은 매춘을 통해 자신의 질을 남성들에게 팔거나 임대했다. 그들은 이제 '대리모'로서 자궁을 임대 또는 판매한다(Corea, 1984). 또한 그녀는 모든 경우의 수를 처음으로 실험한 대상은 소였다고 보고했다. 이는 수의사가 불임인 소의 임신을 돕고자 한 것이 아니라 이 기술로 송아지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모두 자본주의의 생산성 증가와 관련한 것이었다. 이 기술로 자연의 순환을 쉽게 무시할 수 있었다. 지너 코리아가 "처음에는 소, 다음에는 당신"이라고 지적했듯이 말이다. -p.229



나는 인류 역사의 시초부터 존재한 문제-비자발적 무자녀-를 기술 혁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기를 지금도 거부한다. 몇 가지 선택만 예로 들더라도 인간은 좋은 이웃 관계를 통해 친족이나 혈연으로 이어지거나 그렇지 않은 아동의 입양과 같이, 불임에 창의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왔다. 친자녀르르 갖고자 하는 욕구는 자본주의 핵가족에 존재하는 일종의 재산(財產)사고를 반영한다. 새로운 생명공학 및 제약 산업이 이득 증가를 기대하며 아이를 '갖고자'하는 욕구를 강하게 뒷받침했다. -p.230



그러므로 마리아 미즈는 파이어스톤에 반대한다. 반자본주의, 반가부장제를 주장하는 그녀의 책들도 너무 좋았지만, 인공 수정과 비자발적 무자녀에 대한 이야기, 파이어스톤에 반대하는 이야기도 좀 길게 그리고 더 자세히 써준 책이 있다면 좋겠다. 그거 너무 읽고 싶은데!



남편인 사랄에 대한 이야기중 벵골에서는 남자들을 교육시켰지만 여자들은 배우지 못했던 것에 대해 언급한다.


사랄은 교육, 특히 아들에 대한 교육에 큰 가치를 두는 콜카타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보냈다. 그는 매우 엄격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는지 점검했다. 당시 벵골에서 딸은 결혼할 것이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지 못했다.  -p.202


위 이야기에서 영화 [굿모닝 맨하탄] 생각이 났다. 영화 속에서 남편도 그리고 아이들도 다 영어를 할 줄 아는데, 주인공인 여자만 영어를 하지 못한다. 자기들만 교육 받아 영어를 할 수 있었으면서, 그러나 영어를 하지 못하는 아내를 비웃는 남편이라니. 딥빡이 오는데, 그런 그녀가 조카 결혼식 때문에 뉴욕에 가게 되고, 거기에 머무르면서 영어를 못해 참담한 기분을 느끼게 되자, 짧게나마 영어 연수를 받으러 다니는거다. 결국 어느 정도 영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조카의 결혼식에서 당당하게 영어로 축사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이모로부터 축사를 듣고 싶다는 조카에게 여자의 남편은 '그녀는 영어를 못한다'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데, 그러나 여자는 공개적으로 영어로 축하를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사실 배우게 한 것도 아니면서 배우지 못한다고 무시하는 남편하고 계속 남편과 아내로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의문인데, 영화에서 여자는 남편에게 헤어지자고 말하진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자신의 가정을 유지하며 잘 살기를 보여준달까.


결혼할 여자에게 영어는 필요없고, 그러나 남자에게는 옥스퍼드도 케임브리지도 허락되는 세상이라니. 징그럽다. 이게 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때문이다.


마리아 미즈 진짜 엄청 열심히 살았다.

공부하러 인도로 가고 가르치러 네덜란드 가고 연대하러 미국 가고. 머릿속에 어떤 답이 떠오르면 그걸 말로만 내뱉는게 아니라, 실제 자신의 행동으로 그 말을 바로 증명해버리는 사람. 진짜 너무나 대단하고, 심지어 아파서 집에서 쉬게 되었을 때에도 이웃 아이들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정말이지 살아생전 자기 자신을 불살랐던 것 같다. 연대하고 조직하고 행동했던 마리아 미즈의 모든 책들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전쟁이 끝날 무렵에도 비슷한 공포의 경험을 했다. 패전한 독일군은 동쪽으로 후퇴하면서 ‘적‘이 손댈 수 없도록 모든 것을 파괴했다. 예를 들어 그들은 군마를 죽여 가죽을 벗겼고(가죽은 여전히 유용했다) 그 사체를 마을로 끌고 가 V-1 로켓이 들판에 남긴 구덩이에 버렸다. 전쟁이 끝난 후 놀랍도록 따뜻하던 1945년 봄 동물 사체가 썩는 지독한 냄새가 피어나는 풍경 전체를 오염시켰다. 이것은 내가 전쟁 중에 경험한 최악의 잔학 행위였다. - P65

그런데 이런 일이 저절로 일어났을까? 어머니는 가만히 앉아 "삶은 어떻게든 계속될 거야"라고 혼잣말만 하지 않았다. 또한 기독교인 농부의 아내지만 "주님께서 베풀어주시겠지!"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 살기 위해 자연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삶은 계속되어야 했다. 그것이 어머니의 소망, 열정, 철학이었고 그녀에게 용기와 활력을 주었다. - P69

나는 (예를 들어 페미니스트 방법론과 인도의 농민 반란에 관한) 첫 글과 책을 독일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썼고 영어권 출판사에서 이를 출간했다. 인도 농촌 여성의 자급 생산에 관한 내 연구 결과의 경우 영어로는 나왔지만 현재까지도 독일어로는 출판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찍부터 영어권에 이름을 알렸고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그리고 물론 인도로 초청을 받았으며, 인도에서는 박사 학위를 마친 뒤 정기적으로 방학을 보냈다. - P192

비가시 경제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숨기고 무시하는 다양한 층위의 노동으로 구성된다. 혹은 자연에서 비롯한 새산과 같은 자유재로 정의한다. 이런 층위는 ‘수면‘ 위의 경제, 즉 공식 부문의 화폐나 자본 경제와 근접성에 따라 아래서 위로 정렬한다. - P193

사실 나는 결혼을 원치 않았다. 페미니스트로서 나는 결혼을 함정이라고 생각했다. 사랄도 생각이 같았기 때문에 우리는 혼인 신고 없이도 관계를 유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고, 이는 우리의 관계까 장거리로 제한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그의 아내로서 인도로 영구 이주하거나 인도에서 의존적 아내로 살기 위해 독일의 유급 일자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정치적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나라로 이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만일 그랬다면 친구들이 제국주의 국가에서 왔다고 나를 비난했을 것이다. 나는 서구 인종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그들의 억눌린 증오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고 이를 매일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결혼 후에도 독일에 머물며 1년에 한두 번 사랄만 방문하기로 한 이유였다. 사랄 또한 인도를 떠나 독일로 이주하기를 원치 않았다. - P202

사랄은 교육, 특히 아들에 대한 교육에 큰 가치를 두는 콜카타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보냈다. 그는 매우 엄격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는지 점검했다. 당시 벵골에서 딸은 결혼할 것이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지 못했다. 나중에 사랄은 "내 아들 한 명은 케임브리지에 보내고 다른 한 명은 옥스퍼드에 보낼 거다"라는 아버지의 말을 인용하곤 했다. - P202

그는 흥미로운 지적 활동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유럽 언어를 배우자는 생각을 떠올렸고, 우연히 독일문화원 콜카타 분원에서 열리는 6개월짜리 독일어 강좌 광고를 접했다. 사랄은 이 강좌에 등록해 퇴근 후 저녁에 3년간 독일어를 배웠다. 그 뒤 독일 연방정부 장학금을 받아 독일어 교사가 되기 위한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수혜 조건 중 푸네 독일무화원의 강좌 3개월 수강이 있었다. 1963년 그는 내가 맡은 첫 학생들 중 한 명이었다. 그가 받은 장학금에는 독일문화원 뮌헨 본원의 독일어 교사들을 위한 심화 과정도 포함되었다. 1966년 여름 그곳에서 그는 시험에 합격하고 하이데라바드 독일문화원의 독일어 교사직에 부임했다. - P203

나는 네덜란드 여성들이 왜 항상 남자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싱글이든 기혼이든 이혼했든 그들은 늘 남성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고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서구 여성보다 훨씬 독립적이다. (한 아프리카 여성의 보고 중) - P219

나는 1976년 결혼한 이후 남편을 여름방학 때나 그가 나를 보기 위해 인도에서 네덜란드로 왔을 때만 만났다. 때때로 혼자 모래 언덕을 따라 돌아다니거나 해변을 산책하면서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자묺ㅆ다. 어느 시점엔가 나는 성공에도 불구하고 매우 외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사회과학연구소는 내가 독일에서 누리던 종신 교수직을 주는 것을 고려조차 않고 있었다.
1981년 계약기 끝나자마자 독일로 돌아가 쾰른응용과학대학교에 복직하기로 결정했다. 비록 사회과학연구소에 세계 최고의 여성학 프로그램을 구축해놓고 떠나기가 아쉬웠지만 말이다. 1982년에는 남편이 하이데라바드 독일문화원의 보수가 좋은 교사직을 그만두고 독일로 와 나와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우리는 쾰른에서 같이 살고 있다. - P226

인공 수정은 불임 부부가 임신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인류‘의 위대한 업적으로 찬사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기술이 인간 생명의 산업적 상업적 생산에 수문을 열 것임을 인식했다. 생명공학 산업에서 여성은 원재료, 즉 난세포와 자궁의 단순한 공급자(‘대리모‘)로 격하했다.
흐로닝언에서 미국 기자이자 작가인 지너 코리아는 ‘재생산 매춘‘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때까지 여성들은 매춘을 통해 자신의 질을 남성들에게 팔거나 임대했다. 그들은 이제 ‘대리모‘로서 자궁을 임대 또는 판매한다(Corea, 1984). 또한 그녀는 모든 경우의 수를 처음으로 실험한 대상은 소였다고 보고했다. 이는 수의사가 불임인 소의 임신을 돕고자 한 것이 아니라 이 기술로 송아지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모두 자본주의의 생산성 증가와 관련한 것이었다. 이 기술로 자연의 순환을 쉽게 무시할 수 있었다. 지너 코리아가 "처음에는 소, 다음에는 당신"이라고 지적했듯이 말이다. - P229

나는 인류 역사의 시초부터 존재한 문제-비자발적 무자녀-를 기술 혁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기를 지금도 거부한다. 몇 가지 선택만 예로 들더라도 인간은 좋은 이웃 관계를 통해 친족이나 혈연으로 이어지거나 그렇지 않은 아동의 입양과 같이, 불임에 창의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왔다. 친자녀르르 갖고자 하는 욕구는 자본주의 핵가족에 존재하는 일종의 재산(財產)사고를 반영한다. 새로운 생명공학 및 제약 산업이 이득 증가를 기대하며 아이를 ‘갖고자‘하는 욕구를 강하게 뒷받침했다. - P230

어떤 동성애자 여성들은 재생산 기술을 통해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녀를 갖고 싶은 소망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면 가부장적 기술에 의존핟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파리다 아크테르, 인도의 요츠나 굽타(Jyotsna Gupta), 나는 소위 제3세계의 인구 통제 방법과 재생산 기술에 사용하는 방법 사이에 이미 존재하는, 인종 차별과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같은 국가에서는 여성이 가능한 한 적은 수의 자녀를 가져야 하는 반면 서구 국가의 백인 여성은 이 기술을 이용해 더 많은 자녀를 낳아야 한다. 제약 회사는 이 두 가지 모두에서 막대한 이익을 기대했다. - P230

이 대회(유전자 및 재생산 기술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목적은 기술에 대한 우리의 저항이 여성으로 서 재생산 기술에 반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동식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런 유전자 기술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경로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 P231

나를 비롯해 많은 여성이 여전히 자신에게 묻는다. 만일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다면 왜 착취, 억압, 차별, 구타 학대, 강간을 당하는가? - P258

개인이 그 혹은 그녀 고유의, 삶에 대한 주권을 되찾을 어떤 가능성도 남겨두지 않은 채 소수의 최상위 엘리트에게 세계인의 일상생활을 직접, 깊이 좌우하는 권력을 주면 필연적으로 전체주의가 된다. - P293

우리가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유일한 대안은 폭력과 전쟁에 굴복하고 제한 없는 상품 생산과 자본 축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종교의 신은 자본 정확히 말하면 가부장적 자본이다. 이 신은 보이지 않고(그렇다고들 말한다) 불멸하고 전지전능하고 편재하며 영원히 성장해야 한다. 그는 삶의 근원이며 이 기업 주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시대만큼 분명했던 적은 없다(Mies, 2005a 참고).
이 신은 교회-은행과 기업 본사-는 물론이고 신학자와 성직자도 거느린다. 바로 경제학자, 과학자, 기술 관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은행가이다. 그들은 이윤을 남기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한다. 이 종교도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신조에 기초하는데, 우리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새빨간 거짓말일지라도 모든 사람이 믿어야 하는, 돈과 이윤의 무제한 증가라는 신조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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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도 2024-12-30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리아 미즈 덕분에 페미니즘은 운동(행동) 이론이라는 것을 격하게 깨달은 사람입니다. (남성) 이론가들이 페미니즘을 ‘공부‘ 중이라고 하면 비웃고 무시하는 이유도 그 행동 부분 때문이라는 걸 알았어요. 비겁하고 찌질한 인간들...
굿모닝 맨하탄 영화 소개 감사해요. 꼭 봐야겠어요. 왜 이혼하지 않는가에 대한 답은 강한 추측이 일긴 하는데 영화 보고 시원하게 궁금증을 풀어야겠어요. ^^

다락방 2024-12-31 09:31   좋아요 1 | URL
자도 님, 정말 그렇습니다. 페미니즘은 행동이지요. 사실 뭐가 됐든 다 행동으로 말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말만으로는 뭔들 못하겠어요. 행동으로 옮긴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닌데 마리아 미즈는 말과 행동을 동시에 가는 사람이었어요. 정말 참으로 열심히 사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같은 책 써주어 정말 너무나 좋고요. 반다나 시바와 만나는 건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굿모닝 맨하탄 영화 보시면 감상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