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고 있지만 사실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고, 그래서인지 그것을 말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굳이 말해보자면 나는 '지나치다'거나 '과하다'거나 '심하다'거나 '격하다'거나 '극에 달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다 좋다는데 어? 나는 좀...하게 될 때가 더러 있다. 물론, 느낌은 개개인마다 틀린 것이지만.
이를테면 이런 것.
『위저드 베이커리』
어른을 겨냥한 것이어도 그랬겠지만, 어쨌든 그래도 청소년을 겨냥한 소설인데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물론 술술 읽히고 울컥 거리기도 하지만, 아이고,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하는 식의 느낌. 소년이 어릴때 받은 상처도 채 지워지지 않은터에 새로 받게 되는 상처도 지나치게 크다. 물론, 살다보면 그런일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것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 작가가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의욕이 넘쳐서 너무 이것저것 벌려 놓은게 아닌가 싶어졌다.『완득이』같은 느낌의 소설을 기대했다가 조금, 실망했다.
그리고 이것도.
이 책은 세시간만에 다 읽어버렸을 정도로 몰입도가 크다. 정말 흠뻑 빠져서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면서 감정이 극으로 치닫고 격해진다. 게다가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니 더욱 그렇다. 이 책은 재미있지만, 이 책을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이 미안하다. 그러니까 이게 순수한 '재미'가 있는 내용이 아니잖아. 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온 교장선생님이 등장하는 이런 책을 '재미있다'고 말하다니, 이런건 아니잖아. 그런데 대체 술술 넘어가는 책장에 대해 어떤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재미있다는 표현 말고 무슨 표현이 적당한걸까? 어울리는 단어를 쓰고싶고, 어울리는 표현을 쓰고 싶다. 미안하지만, (물론 작가는 신경쓰지 않겠지만), 나는 공지영이란 작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를 이렇게 만들어 버리니까. 격하게, 격하게. 책을 읽는동안 분노하게 되고 책을 읽는 동안 부르르 떨었다. 나는 이런 격한 감정, 싫단 말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꼴통'이란 표현은 자지러지게 좋았다. (이 책 오늘 사면 알사탕 1,000개 준단다. 알라딘 미워요 ㅜㅡ)
그리고 또 이런 것.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중의 하나가 '어릴적부터 사랑해오던 남자와 여자는 평생 서로만을 사랑한 채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하는 류의 이야기. 나는 이 세상에 사랑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는데 사랑이 전부라고 말하면 거부감이 들어버리고 만다. 게다가 남자와 여자가 어릴때부터 사랑했던 사람을 어른이 되어서도 사랑한다는 설정도 미치게 싫다. 그 뭣이냐, 조폭이 어릴때부터 여동생을 사랑하는 그 뭣이냐, 『남자의 향기』식의 설정이랄까.(남자의 향기랑 비교해서 미안!!) 물론, 이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재미있다. 흠뻑 빠져서 팔랑팔랑 책장을 넘겼다. 유전자의 이상으로 과거에도 갔다가 드물게도 미래에도 간혹 가곤 하는 남자가 나오는 이 책은 몇해전에 읽은 '온다 리쿠'의 『라이온 하트』 와도 닮아있다. 물론, 내가 읽기에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쪽이 훨씬 근사했다. 『라이온 하트』는 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면,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현실적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은 내가 원하는 걸 주지 못했다. 나는 책장을 덮었을 때 한숨을 쉰다거나, 먹먹해진다거나, 멍해진다거나 하는 걸 좋아한다. 가슴이 벅차는 것도 좋아하고 설레이는 것도 좋아한다. 『라이온 하트』는 심드렁한채로 뭐야, 했다면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읽는 동안은 즐거웠다. 그게 다였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나는 좀 '오래 남는 것'을 좋아한다. 잔잔하게 혹은 먹먹하게 어쩌면 묵묵하게 오래 남는 그런 것들. 격한 감정의 흐름이 아니라 해도 감정이 '작게' 일어나도 좀 오래 남는 것들. 사실, 이렇게 써놓고서도 나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제대로 설명했다는 자신이 없다. 또 예로 들어보자면,
이런 영화
보다 보면 조금 지루하기도 한데, 다 끝나고 나서는 쳇, 교황은 왜 또한번 방문해주지 않은거야, 하고 궁시렁 거렸고 다 끝나고 나서는 아, 저 사람들 이제 어떻게 살아. 저 소세지 언제 다 먹고, 저 빵 언제 다 먹지? 상하면 다 버려야 되는데. 빚은 어떻게 다 갚아? 저 소녀의 삶은 저런 환경에서 꿈조차 실현하지 못하는채로 좌절하는 걸까? 주인공은 빵대신 변기라도 남겼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희망조차 좌절로 변해버리는 걸까, 하는 자잘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그리고 또 이런 영화
아, 이 영화!
맞다. 이 영화를 소개하려고 나는 이 페이퍼를 썼다. 그러니까 이 영화로 말할 것 같으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요란스런 장면도, 격한 장면도 없다. 그러나 보는 동안 작게 분노하고, 작게 미소짓는다. 사실은 이것저것 생각도 많이 해보게 된다. 자신의 나라로 추방 당하는 불법체류자, 이제 자신이 살고 싶어하는 땅으로는 다시 올 수 없는걸까. 여기서 사는게 좋다고 말하는 낯선나라에서 온 여자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아들에게로 가는 선택에 후회는 없을까. 가지말아요, 가고 싶지 않아요, 이제 막 행복이 시작 될지도 모르는 데 그들은 덤덤한 이별을 한다. 사는게 그다지 재미도 없고 열정도 없다. 뭐하나 의욕도 없다. 그런데 결코 친해질 것 같지 않았던 낯선이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의 삶에 섞이게 되면서 주인공의 삶은 이제 의미를 찾아간다. 주인공이 조심스럽게 배워가는 악기-젬베- 만큼이나 이 영화는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영화를 본 지 꽤 됐는데도 사실은 아직까지 이 영화를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 좋아할 많은 알라디너들이 떠올랐다. 이 영화를 좋아할 알라디너를 당장 떠올리자면, 웬디양님, 프레이야님, 현대인들님, Jude님, 새초롬너구리님. 이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굉장히 의미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 보았다. 뭐, 이것도 내 취미(혹은 습관)중 하나이다. 이 책은 누가 좋아하겠구나, 이 영화는 누가 좋아하겠구나, 하는.
그리고, 마이클 잭슨.
나는 그를 잘 모른다. 그의 앨범을 단 한장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은 충격이었다. 유명인의 죽음은 언제나 충격을 준다. 잘 알지 못하는 유명인도 그러한데, 마이클 잭슨은 오죽할까. 토요일 늦은 밤, 사놓고 보지 못한 DVD 를 봐야겠다 싶어 티비를 켰다가, 우연히 마이클 잭슨의 공연 실황을 보았다. 난 DVD 보기를 포기하고 그의 공연을 보는데 열중했다. 지금이 아니면 나는 그의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질 것 같았다. 그가 부르는 노래들을 듣는데, 아, 나는 그의 앨범을 한장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그 모든 노래들을 들어보았다. 새삼 그의 인기와, 그의 음악에 대한 천재성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앨범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이런 생각은 언제나 불쑥,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