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그저 지나치기엔 아쉬워서

오늘 휘모리님의 페이퍼를 읽다가 갑자기 . 

가끔 책들을 읽다 보면 그 안에 누군가 시를 지었다든가, 혹은 누군가의 시를 인용했다든가 하는 부분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시들이 소설보다 더 가슴을 울릴때도 있다. 

 

내게는 무척 재미없었던 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서도 시가 나오는데 이 시는 이 소설 한권보다 도 훨씬 좋았다. 

 

 

떨리는 한숨이 가슴을 채우고
두 손이 우연한 만남에 떨리고
두 사람의 맥박과 신경이
감미로운 통증으로 두근거릴 때,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치던 두 눈이
서로 수줍어하며 눈길을 피하다가
황홀하고 의식적인 합일점을 찾을 때,
이 흥분과 깨달음은
하늘의 천사가 부르는 사랑의 전주곡인가?

아니면, 달빛 아래 숨 쉬는 모든 것들이
그토록 쉽사리 배울 수 있는 속된 가락인가?
-아서 H.클러프, 제목 없는 시(1844)
(p.321)

나는 시 조차도 빨리 읽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감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시집을 읽어도 감흥이 덜하곤 한다. 그런데 가끔 읽고 있는 소설 속에 이런 시 들이 나오면, 내게는 시집 한권보다 더한 느낌을 준다. 아마 그 시가 나오기 전과 후의 내용들을 파악하고 읽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시 속에 담겨진 감정을 짐작할 수 있을테니. 

계속 이어서, 이 책에는 이런 시도 나온다. 

그대를 볼 때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내 혀는 비틀거리고,
가느다란 불길이 내 팔다리에 스며들고,
내면의 천둥 소리가 내 귀를 멀게 하고,
내면의 어둠이 내 눈을 멀게 한다.(p.325)

자, 나는 X를 좋아한다. 그러나 X는 좀처럼 내 서재에 와주질 않는다. 그러나 X는 Y의 서재에는 종종 간다. 나는 Y도 좋아하지만, 아주 가끔은,  X의 글을 보고 싶고, X의 흔적을 발견하고 싶어서  Y의 서재에를 간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 안에 인용된 시 들을 보고 짜릿해 하는건, 마치 이와 같지 않은가!  

 

소설 속에 인용된 시 들을 보며 처음으로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은  A.S. 바이어트의 [소유]이다. 

  

 

여자들은 변한다고들 말합니다. 그렇지요.
그러나 그대는 변화 가운데서도 늘 변하지 않습니다.
샘물에서 나와 마침내 잔잔한 웅덩이에 안기는
떨어지는 폭포수의 수많은 물방울들처럼
그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듭 새로 태어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이옵니다
그리고 그대는 그 형태를 움직이고 유지케 하는
힘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R.H. 애쉬, 『아스크와 엠블라Ⅷ』(하권, p.56)

위의 시를 지은 애쉬는 이 책속의 남자 주인공이다. 그는 이미 결혼한 남자인데, 자신의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랑은
전기 충격과도 같은 흥분이나
대지 내부의 뜨거운 불길이
화산 폭발로 분출되며 발하는
천둥 소리와 같은 굉음,
그 이상이 아닌가요?
우리는 자동 인형인가요
아니면 천사와 같은 존재인가요?

-R. H. 애쉬 (하권, p.78)

그래서일까, 이 책 속에 인용된 시들도 아름답지만, 문장 자체로도 탄성을 자아낼 만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사람이 쓴 글씨 가운데 어떤 것은 1년이 지나든 5년이 지나든 혹은 25년이 지나든 계속 어떤 이의 마음을 뒤틀리게 만들기도 한다(상권, p.287)
 
   

 나는 몇년이 흐른 지금도 누군가 내게 건네준 어떤 쪽지의 글씨를 물끄러미 들여다 보곤 한다. 

물론, 이 책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 이 책을 가장 아름답게 완성시켜 준 문장은 애쉬가 한 소녀를 만나서 전하는 말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이 책속의 애쉬와 소녀의 관계를 알지 못한다면 제대로 감동할 수 없는 바로 이 문장. 

   
  "네 이모님한테 말 좀 전해 주려무나. 네가 어느 시인을 만났는데, 그 아저씨가 사실은 무정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을 찾고 있다가 너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여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녀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으며, 이젠 새로운 곳의 숲과 초원을 찾아 떠나는 중이라고 말이다." (하권, P.536)
 
   

아! 나 시 얘기 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소유 예찬론으로..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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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1-1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제게 소유는 재미없었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0-01-11 11:59   좋아요 0 | URL
전 소유 완전 사랑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010-01-11 13:34   좋아요 0 | URL
그러나 저는 소유를 읽어보지 않았어요.
그러나 저는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읽어보지 않았어요.

다락방 2010-01-11 13:36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은 어쩐지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읽고 재미있다고 하실 것 같아요! [소유]는 더 말할것도 없고!

레와 2010-01-1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귀들이 하나같이 전부, 내 가슴을 퍽퍽 때리요.

=.=

다락방 2010-01-11 17:07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 적으면서 [소유]를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불끈!

습관 2010-01-1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유"

무척 재밌게 읽었었으며, 책이 어느 책 꽂이에 있는지도 잘 알고 있는데,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이건 뭐란 말입니까??

ㅎㅎ

다락방 2010-01-11 17:07   좋아요 0 | URL
습관님, 저는 그런책이 한두권이 아닙니다만. 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0-01-1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유, 무척 고통스럽게 읽었는데 참 좋았어요. 너무 좋으면 전 리뷰를 쓰질 못하는데 소유가 그랬어요. 그 부분들을 정말 예리하게 짚어내셨군요. 심지어 저는 `난 하찮은 일을 하러 가야 해'라고 그 남자의 부인, 발이 말하던 그 대목까지도 좋았어요. 그런 한숨섞인 자조적인 목소리에서 나오는 둘의 관계가 슬퍼서요.


그리고 이 소설을 알게 된 건 순전히 다락방 님 덕분이었지요. 리뷰를 써보라는 권유에도 못쓴 것은, 순전히 `너무 좋아서', 책과 나 사이의 간격이 사라져버려서, 였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중위의 여자, 재미없던가요? 정말요? 저 정말 미친듯이 감동하며 읽었어요 흐흑

다락방 2010-01-12 08:39   좋아요 0 | URL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리뷰를 보니 다들 재미있다고들 하던데, 저는 너무나 너무나 지루한 책읽기였어요. 다 읽고 나서 만세를 외칠 지경이었다니깐요. 대체 왜 그런건지...Jude님이 감동하며 읽으셨다니 윽, 제가 뭘 놓친걸까요? ㅠㅠ

[소유]를 다 읽으셨군요! 선물하고서도 혹 고통스런 책읽기가 되면 어쩌나 마음 졸였거든요. [소유]를 몇몇 친구들에게 선물했는데, 사실 다들 잘 읽지를 못하더라구요. 팔랑팔랑 넘어가는 책장은 아니라서 그럴지도요. 읽으셨다니, 좋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얼쑤~ 히히

비로그인 2010-01-12 08:50   좋아요 0 | URL
그런 책이 있어요. 고통스럽고 즐거운 독서. 아주 술술 넘어가지 않는데, 문장 하나하나가 발목을 잡고 늘어지기 때문이지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그랬고 바람의 그림자도 그랬어요. 오로지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나를 뜨겁게 만드는 독서. 그래서 참 고마웠는데, 뒤늦게(정말 늦죠!) 고맙다는 인사를 남깁니다.

다락방 2010-01-12 08:54   좋아요 0 | URL
아~ 이 세상에 읽을 책은 얼마나 많은가요! 아 막 의욕이 불타올라요. 바람의 그림자 어서 읽어야지. 만들어진 신도 어서 읽어야지. 소유는 다시 읽을까?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다시 한번 읽는게 낫지 않겠어? 아흑, 전 뭘 어째야 할까요.

마노아 2010-01-11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행기에 싸들고 갈 책으로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고르려다가 저번에 재미 없었다고 하신 게 생각나서 제외시켰어요. 안 그래도 긴 시간 동안 화딱지가 나면 어쩌나 싶어서요.^^ㅎㅎㅎ
전 이 책의 리뷰를 읽은 적도 없는데 중고샵에서 보고는 그냥 충동 구매했어요. (>_<)

다락방 2010-01-12 08:3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위에 ▲ Jude님이 쓰신 댓글 좀 보셔요.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미친듯이 감동하며 읽으셨대요!! (전 재미없어 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노아님, 그러니 신중히 선택하세요. 마노아님의 공항에서의 긴긴 시간을 알차게 채워줄 만한 책을 잘 고르셔야 할텐데 말이죠!

비로그인 2010-01-12 08:51   좋아요 0 | URL
저거 재미있다니깐요 재미있어요 재미있어요, 마노아 님 으흐흑(발목잡고 늘어지며 한 팔 뻗고 흐느낀다)

다락방 2010-01-12 08:53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Jude님이 심지어 발목잡고 늘어지며 한 팔 뻗고 흐느끼기까지 하셨어요.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한번 고려해보세요. 네? ㅎㅎ

마노아 2010-01-12 12:03   좋아요 0 | URL
아아, Jude님이 이렇게 흐느끼시는데, 제가 어찌 내치겠어요!
제 커리어가 허용할 수 있는 공간이 더 있다면 옷 한 벌 대신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가져가겠어요.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충성!!(>_<)

다락방 2010-01-12 12:51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노아님 충성!!

비로그인 2010-01-12 15:06   좋아요 0 | URL
에헤헤헤 저의 추천을 뿌리치지 않으시다니 감사감사. 모쪼록 마음에 드시길(내가 쓴 것도 아닌데) 바랍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1-11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시 중의 시는 다락방님의 시. 글씨 중의 글씨는 다락방님의 글씨에요.

2010-01-12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1-12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댓글들을 위로 쳐다보다가(모두들 다 미남미녀들만 대화를 나누고 있군요! 헤헷 사진의 주인공,본인들은 이 사실, 평싱 모를 거에요)

다락방 2010-01-12 08:55   좋아요 0 | URL
Jude님. 우리는 오늘도 출근해서 일을 하지 않는채로 여기와 있군요! 아, 저 일해야 하는데 말이죠!! ㅎ

비로그인 2010-01-12 09:1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이런 댓글이 또 공감하는 댓글 달고 앉은 저는 뭡니까 ㅋㅋㅋㅋ

다락방 2010-01-12 09:27   좋아요 0 | URL
가만히 보면 제 서재에 오시는 분들중에 일 안하시는 분 몇 있는것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 지금 심지어 머릿속으로 할 일을 그려놓고서는 따뜻한 녹차 마시며 댓글 달고 있어요. 타부서 직원이 준 빵을 좀 먹어볼까 싶기도 하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바밤바 2010-01-1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후배가 사준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보고 있는데. 남자 후배가 사준거라 그런지 그닥 감동은 없네요. ㅎ

다락방 2010-01-12 10:58   좋아요 0 | URL
오, 이런! 제가 만약 남자 후배가 사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면 그 자체로 감동이었을텐데 말입니다. 훗

기억의집 2010-01-1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하루종일 인터넷 하단에 알라딘 띄어놓고 있죠?
전 프랑스 중위의 여자, 영화는 더 잼없게 봤어요. 메릴 스트립만 아니였다면 확 뒤집어 엎어버렸을거야.
그녀를 좋아하다보니, 억지로 억지로 진짜로 억.지.로 졸린 눈을 부며가면서 본 기억이 나네요^^

다락방 2010-01-12 11:03   좋아요 0 | URL
전 지금은 심지어 인터넷창은 알라딘만 띄어놓고 있어요. 머릿속으로는 오전중에 무슨일을 끝내고 오후엔 이 일을 하고, 이렇게 계획하고 있으면서 말이죠.
프랑스 중위의 여자가 영화로도 있군요! 명성이 자자해서 영화로 만들어졌던 거겠죠? 그나저나 메릴 스트립이라니! 도저히 안 볼 수가 없잖아요. 저는 책 읽다가 정말 던져 버릴뻔 했어요. 대체 그 지겨운걸 왜 끝까지 읽었나 몰라요 ㅜㅡ

기억의집님, 영화보고 또 글 좀 써주세요, 네?네?

저 기억의집님 글중 [로앤오더]랑 [아바타] 페이퍼는 별찜 되어 있어요!! ㅎㅎ

기억의집 2010-01-13 09:2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새해 시 써 주세요^^ 하핫!

다락방 2010-01-13 12:37   좋아요 0 | URL
아...그....그게 그러니까........시.........써야죠, 하핫 ( '')

2010-01-12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0-01-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X는 마태우스고 Y 는 부리라는 설이 있더군요. 흐음...

다락방 2010-01-12 13:31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굉장히 유력한 설이로군요!!
 
시네도키, 뉴욕 - Synecdoche, New Yor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내게는 벅찬 영화. 결국 졸고 말았다. 기대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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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피해야겠군요...다우트에 나왔던 그 아저씨가 또 주인공인 영화 맞죠?

다락방 2010-01-11 09:48   좋아요 0 | URL
네. 극장에서 옆에 앉은 사람은 재미있는지 연신 웃던데, 아, 저는 모르겠더란 말이죠. 참고 참고 참다가 자버렸어요. -.- 엄청 보고 싶어서 두근거리며 극장에 갔건만 orz

무해한모리군 2010-01-1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요즘 왠지 취향에 안맞으면 바로 졸아버린다는..
설마.......
나이 한살 더 먹어서일까요 훌쩍..

다락방 2010-01-11 10:20   좋아요 0 | URL
전 이 주인공 아저씨를 [다우트]에서도 좋아했고 해서 순전히 배우 아저씨 때문에 봤고, 제목도 엄청 끌리고, 뉴욕이고, 포스터도 좋고 막 여러가지로 좋아서 갔건만, 완전 이해안되요. 1/3까지는 이해될듯 말듯 하다가 그 다음부터는 아예 뒤죽박죽.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더라구요. 어휴....
완전 제 스타일일 것 같은 영화로 생각되어져서 갔거든요. ㅜㅡ

Mephistopheles 2010-01-1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림 쉐이모어 호프만이란 배우는 연기 폭이 꽤나 넓어요. 미션 임파서블 3에선 어찌나 서늘하게 악역을 연기하시는지...

다락방 2010-01-11 11: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말이죠, 제가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어휴 orz
 

나는 많은 것들을 모르는 채로 살아왔고 지금도 역시 그러하다. 단언하건데 내게는 분명 지적인 '허영심'이 존재한다. 지적 허영심은 지적 욕구와는 다르다. 나는 단지 '허영심'만을 가지고 있을 뿐. 내게 지적 허영심이 왜 문제인가, 하니, 나는 그 허영심을 가득 채우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상대의 나쁜 점을 보고 맹렬하게 비난 하는건 내 속에 채우지 못한 그런 욕망이 있어서일테고, 대부분 사람들이 힘차게 상대의 삶을 응원하는것도 역시 내 속에 채우지 못한 그런 욕망이 있어서일테다. 그래서 나는,  

 

 이 책속의 바르톨로메에게 힘찬 응원을 보냈다. 바르톨로메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키가 작은 난쟁이다. 식구들조차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그저 감추고만 싶은 그런 사람. 제대로 식구로 인정 받을 수 없는 구성원. 그런 그가 글을 알게 되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되고, 그 책속의 내용을 깨닫게 되는 부분에서는 와- 감동, 그 자체다. 바르톨로메가 돈키호테를 읽었다. 그리고 좋아했다. 나는 바르톨로메가 글을 알게 되는 그 순간, 책을 읽는 그 순간만큼은 그의 옆에 있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책을 자꾸만 자꾸만 빌려 주고 싶었다. 당신처럼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면, 내 책을 아낌없이 빌려줄게요, 그리고 응원할게요.  이 책을 친구에게 추천하는데 친구가 이 책의 내용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답했다. 

"응. 바르톨로메는 정말이지, 개가 아니야!" 

 

 이 책속에 담긴 열 일곱편의 삶에서는 유독 서민님의 글만 유머가 존재한다. 삶이란 그리도 치열하고 맹렬한 것인걸까. 혹은 진지한 것인걸까. 어째서 다른 분들은 유머를 그 삶속에 섞지 않은걸까. 살짝 유감인데, 어쨌든, 가장 인상깊은 삶은 '안건모'님의 삶이었다. 버스운전사의 삶을 살다가 지금은 '작은책'의 발행인이 된 분이신데, 이분 역시 높은 학력을 가진것도 아니고 사회에 대해 많은 부분들을 알지 못하는 채로 지내다가 우연히, 정말 우연히 [쿠바와 카스트로]라는 책을 보면서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잘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 서서히 눈을 뜨게 되고 깨닫게 된다. 누가 강요한 삶이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가 선택한 삶이었다. 그가 다시 알아가는 그 모든 과정들은 그 스스로 해낸 것이었다. 이 책속의 어떤 이야기들은 나랑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 크게 공감하지 못했는데, 안건모님의 삶 만큼은 응원을 해 주고 싶었다. 여기에서 이렇게 작게 응원하는 것이 그다지 힘이 되진 못할지라도, 나는 응원하고 싶다. 

 

그러다가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다. 

 

중학생 시절에 본 영화라 뚜렷한 기억은 남아있질 않다.  내겐 좀 벅찬 영화였던 건지도 모른다. 중간에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지루했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영화속의 변호사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열심히 아버지를 변호한다. 아버지가 유대인 학살을 일삼은 나치였다는 시민권 박탈과 헝가리 본국 송환과 응징의 대상인 그 잔인한 학살자라는 누명을 변호하는데 성공한 그녀는, (메피스토님의 리뷰 보고 잘못된 내용을 수정함-글쎄, 열다섯살에 본 영화라니깐요!!)영화의 마지막에 뮤직 박스 속에서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그 사진속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아버지가 있다. 자신이 그토록 애써서 변호한 그 모든것들이 거짓이었다고 말하는 사진. 그녀는 자신의 눈으로 그 사진을 보기 전까지 사람들이 혹은 세상이 아버지에게 하는 말들을 듣지 않았다. 아주 자주, 우리는 우리가 가진 생각을 바꾸기를 거부한다. 잘못 알고 있는것을 바로잡는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몰랐던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시인할 수 있는 사람들을 꽤 존경하고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일전에 외국어에 아주 능통한 친구에게 어떻게 그렇게 외국어를 잘하느냐고 물었는데, 그 친구는 내게 "열심히 달달 외웠다'"고 했다. 너무나 단순한 대답, 너무나 명료한 대답. 그렇지, 달달 외우는 것 말고 무슨 수가 있겠어. 결국 그 친구는 자신이 원하는 외국어 몇개쯤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 지적 허영심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튀어나온다. 나는 수십개의 외국어를 하고 싶지만, 그 외국어를 알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저 먼산 보듯 할뿐. 머저리. 빵꾸똥꾸. 

 

며칠 내내 바빴다. 정신이 없었다. 사실 지금도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오오- 회장님이 안계시는 꿀같은 시간이다. 에헤라디여~ 얼쑤. 나는 또 모든 일을 미루고(며칠동안 정말 집중해서 일만했고, 저녁엔 술을 마시고 했다) 잡념에 빠져든다. 역시, 돈만 많으면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다. 

  

제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섹스샵을 열게요. 당신은 뉴질랜드 목동을 하세요. 우리 가끔 플로리다 주립대학 도서관에서 만나요. 육개월에 한번쯤. 

 

 You call it love 가 듣고 싶어지는 맥빠지는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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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0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din.co.kr/mephisto/895779

벌써 이 영화 리뷰를 쓴게 4년전 이야기라니..허허...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그보다 정의가 앞서야 하는 거야.'

영화 속 주인공 제시카 랭의 이혼한 남편이 지나가듯 던졌던 이 한마디가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죠.

다락방 2010-01-08 17:30   좋아요 0 | URL
DVD구해서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지금 다시 보면 다른것들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르겠어요. 메피스토님의 리뷰를 읽고 제 페이퍼의 틀린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

메르헨 2010-01-0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안보이셔서 궁금했어요.^^ 그분이 부재중이시군요. 오호호호
저 위에 영화 쫌~ 보고 싶은걸요.
흠...좀 찾아보라고 해야겠군요.
날이 여전히 아주 많이 대따 춥습니다.
따땃한 하루 되시길 바래요.
전..아침에 버스를 한..30분 기다리다 동태 되었습니다.ㅜㅜ

다락방 2010-01-08 17:31   좋아요 0 | URL
의욕 없는 오전을 보내고 오후엔 단순작업 좀 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생각하기도 싫어서요. 그러다보니 어느덧 퇴근시간이에요. 아웅~ 전 이제 삼겹살 먹으러 갑니다~~

무스탕 2010-01-0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본점이고 분점은 어디다..?
서울 목동이 1호점?

근데 중학교때 본 영화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면 참 인상깊게 봤나봐요. 난 작년에 본 영화도 가물거리는데..;;;

다락방 2010-01-08 17:33   좋아요 0 | URL
네, 무스탕님. 뮤직박스안에서 아버지의 죄를 드러내는 사진들을 발견하는 그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있어서. 졸면서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나봐요. 웬걸요, 저 역시 대부분의 것들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걸요. 영화든 책이든 그게 뭐든 orz

서울 목동에 분점 1호점을 내면, 무스탕님, 놀러오실건가요? ㅎㅎ

마노아 2010-01-08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섹스샵을 열게요. 당신은 뉴질랜드 목동을 하세요. 우리 가끔 플로리다 주립대학 도서관에서 만나요. 육개월에 한번쯤.

요 문구는 다락방님이 쓰신 거예요? 아, 너무 맘에 들어서 콩닥콩닥 했어요. 이런 감성으로 이런 페이퍼를 쓸 수 있는 다락방님이라면 지금 그대로 충분히 좋아요. 회장님은 자주 출타하셔야 해요.^0^

다락방 2010-01-08 17:34   좋아요 0 | URL
저도 써놓고 악, 정말 낭만적이다, 하고 생각했어요. 실은, 누군가의 글을 읽었는데 뉴질랜드 목동을 하고 싶다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플로리다 주립대학 도서관의 청소부도 하고 싶다고 했고 말이죠. 문득 그 글을 읽다가 써버린 문장이에요.

저도 써놓고 콩닥콩닥 했는데 마노아님도 콩닥콩닥이라니! 아흑. 제가 의도한바대로 읽어주셔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요. 삼겹살 사랑 ♡

비연 2010-01-0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달달 외웠다"..정말 맘에 와닿는 말입니다! (일어 외우느라 애쓰고 있는 1인)

다락방 2010-01-08 17:35   좋아요 0 | URL
아 비연님. 저도 비연님처럼 여행 다니려면 (응?) 외국어 좀 공부 하고 달달 외우고 해야 할텐데 말입니다. 하루하루 사는게 그저 게으르기만 해서... orz

프레이야 2010-01-08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장님이 안 계시는 꿀같은 시간~ ㅎㅎ
다락방님 올해도 상큼한 문장들, 반가워요.
해피 뉴 이얼~~

다락방 2010-01-08 17:4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새해엔 지금보다 더 자주 뵈어요!(새해 하고도 벌써 7일이나 지나버린 8일째로군요!)
저도 반가워요!
:)

L.SHIN 2010-01-0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였더라. 아, 그래요 지난 달, 12월 13일이군요.
그 때 어떤 택시를 탔습니다. 이미 그 택시에는 날 기다리던 사람이 조수석에 타고 있었죠.
내가 올 때까지 두 사람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었나 봅니다. 느닷없이 택시기사가 나한테 친근한 척
너스레를 떨더군요. 그 사람이 알고 있는 나에 대한 정보는 '책 많이 읽는 사람'뿐이었으니 주구장창 아는 척을
하는 거에요. 난 뒷자석에 앉아서 적당히 맞장구 쳐준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내릴 때, 그는 내게 손을 내밀며

"악수 한 번 합시다. 나중에 인연이 되서 만나면 아는 척 좀 해요"

나는, 타인이 내게 먼저 인연 운운하는 것을 처음 보았어요. 그 택시기사는 '아마추어' 책벌레가 된 듯 한데,
'책을 전혀 읽지 않을 것 같은 직업군'이라는 일반적인 사회의 시각을 깨트린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그가 책을 읽는 것에, 그리고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한다는 그 작은 욕구가 마음에
들었고 보기 좋았습니다. 그 사람도 나중에 작은 책을 내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요.(웃음)

다락방 2010-01-08 17:42   좋아요 0 | URL
끄덕끄덕.

'나는 그가 책을 읽는 것에, 그리고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한다는 그 작은 욕구가 마음에 들었고 보기 좋았습니다.'

네네, 그렇지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예뻐 보이지요. 그분이 더 많은 책들을 접하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활자유랑자 2010-01-0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갑자기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머리에서 맴돌았어요. 실은 그 책을 읽지 않았지만. 문학MD님한테 메신저로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문학MD님은 "응"이라고. (개가 아니니까요)

뉴질랜드 목동은 이나중 탁구부를 본 이후로 저의 로망..

다락방 2010-01-08 17:45   좋아요 0 | URL
문학MD님과 심지어 메신저 친구인 알라딘인문MD님.

알라딘인문MD님은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를 읽으셔야 하고요, 또한, 바르톨로메에게 알라딘인문MD님이 알고 계시는 이 세상의 모든 좋은 책들을 소개해주실 의무가 있어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씨익 :)


(저는 이나중 탁구부를 보았는데 왜 뉴질랜드 목동은 생각나지 않는 것일까요? 생각나는 건 오로지 풋고추 서브- 뿐. 켁.)

향편 2010-01-08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네요....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야"
저도 무슨 내용이냐? 물었을 때, 그렇게 설명들었어요.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라고.....

다락방 2010-01-08 17:50   좋아요 0 | URL
네, 향편님. 정말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라니까요. 헤헷 :)

다크아이즈 2010-01-08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섹스샵을 열게요. 당신은 뉴질랜드 목동을 하세요. 우리 가끔 플로리다 주립대학 도서관에서 만나요. 육개월에 한번쯤.

아윽, 이 문구 번역소설에서 따온 거냐고 여쭤볼랬는데, 마노아님이 선점했네요. 세상에나, 다락방님이 왜 알라딘에서 이처럼 추앙받는지 알겠어요. 혹, 제가 다른 버전으로 노래하더라도 표절이라고 시비하지 말아주세요. 넘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문장이에요. 감사해요. 이런 살아있는 글 읽게 해줘서.

다락방 2010-01-09 00:36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사실은요, 저도 써놓고 스스로 감동한 문장이에요. 아~ 너무 낭만적이야! 하면서 말이죠! 히히.

네네, 다른 버전으로 노래하더라도 표절이라 시비하진 않겠지만 어떤 버전으로 표현하실지는 몹시 궁금해요. 아흑. :)
그 문장을 짚어내주셔서 제가 더 고마워요, 팜므느와르님. 사실은 그 문장 때문에 페이퍼 쓴거거든요. 순전히 그 문장 넣으려고요.

순오기 2010-01-09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사계절출판사 1318시리즈에서 순오기가 최고로 치는 책이에요.
어머니독서회를 처음 열던 2006년에 토론도서로 정했는데 모두가 찬사를 보냈던 책이었지요.
엄마는 리뷰도 안 쓰고,우리 아들(푸른학)이 썼지만...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어낸 바르톨로메를 응원해요. 나도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10-01-09 00:3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라면 돈키호테를 읽어내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데요! 저는 몇년전에 돈키호테를 읽고서는 돈키호테를 읽은 남자랑 결혼할테야, 라고 생각했었어요. 글쎄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네요.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어요.

아~ 주말이에요! 즐겁게 지내세요!

... 2010-01-09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응원하고 있을동안 저는 다락방님의 회장님께 제보하겠어요. 회장님이 안계신 시간이 꿀같데요 @.@ ~~흐흐흐.

다락방 2010-01-09 11:20   좋아요 0 | URL
어므낫 브론테님! 브론테님이 제보하시면 저는 알라딘에 들를 수가 없단 말예요! 그렇다면 브론테님께 땡스투를 드릴 수도 없어요. 그래도 좋아요? 네? 네? ㅎㅎ
 
아침에 나갔다가
아침에 나갔다가. - 2

집 앞에서 거대한 빙하 협곡을 만났다. 

조용히 다시 집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그냥 걸었다. 

버스틀 탈까 지하철을 탈까. 


60만 국군장병 꼬꼬마들의 마음 속에도

거대한 빙하 협곡 하나씩 생겼겠구나.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

그래도 일단 국군장병 꼬꼬마들 보다

내가 걱정이다.

버스를 탔다. 

버스는 사람보다 느리다.

지하철로 갈아탔다. 

지하철도 사람보다 느리다. 


별수있나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연휴3일동안 걸었던것 보다 더 많은 양을 걸어버린 것 같다. 

 

어쨌든 20분 지각하고 사무실에 출근했다. 

회장님이 출근하셔서 물으셨다. 

"출근하는데 고생 안했어?" 

그래서 말했다. 

"고생 많이 했습니다!!!" 

 

이상 전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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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침에 나갔다가 -4
    from 글을 아는 고양이 2010-01-04 11:38 
    아침에 나갔다가.   집 앞에서 거대한 빙하 협곡을 만났다.    몇년째 이런 날 신세지고 있는 패딩코트(털이 다 빠졌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차 키를 만지작거리며 마지막으로 고민한다.   내 직장은 내 차로는 20분, 대중교통으로는 한 시간 거리(20분간격 버스 한 대가 돌고 돌아). 이런 날은 거기에 곱하기 2쩜5. 관리소장님이 차는 안 된다고 하신다.
  2. 아침에 나갔다가 - 10
    from 승주나무의 책가지 2010-01-04 21:34 
    검은 양복에 똥색 구두를 날씬하게 빼입고 나갔다가 집 앞에서 거대한 빙하 협곡을 만났다.  조용히 다시 들어왔다.  벽장 속에 투덜투덜 먼지와 쌈박질하고 있는 검은색 운동화를 투덜투덜 꺼내 신고 다시 나갔다. 이른 아침부터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어디서 나나 했더니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이 지하철역 도착 할때까지 바스락 바스락 일 끝내고 저녁에 지하철역에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바스락 바스락 6
 
 
뷰리풀말미잘 2010-01-04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분이면 선방하셨네요. 저는 두시간이 불 보듯 뻔하게 보여서 차라리 안 나갔죠. ㅎㅎ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ㅋㅋ

기억의집 2010-01-04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하얀 눈 밟아서 기분은 좋았죠?

무해한모리군 2010-01-0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20분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 10분 지각했어요 ㅎ
저희 회사는 아주 가파른 고개에 있거든요..
전 퇴근이 걱정이예요 ㅠ.ㅠ

뷰리풀말미잘 2010-01-04 10:1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저녁때는 그친답니다.

출근시간이 훌쩍 지난 이 시간에도 문자로 도로에 갖힌 사연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네요. 아, 왜 즐겁지? ㅋㅋ

무스탕 2010-01-04 11:41   좋아요 0 | URL
제가 빌 게이츠급 갑부였다면 헬기를 하나 사서 보내드렸을텐데...
=3=3=3

Arch 2010-01-04 11:52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은 왕 통 큰쟁이~ ^^ 이런 말은 띄어쓰기를 어떻게 해요?

네꼬 2010-01-04 15:56   좋아요 0 | URL
나같으면 "왕통큰쟁이"로 하겠어요. 또는 "왕 통큰쟁이" (참견은...)

다락방 2010-01-04 15:59   좋아요 0 | URL
왕.통.큰.쟁.이. 는 어때요? 히히

무스탕 2010-01-04 17:03   좋아요 0 | URL
어느걸로 골라야 하나... --a

Mephistopheles 2010-01-0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그친 다음이 문제에요....얼어붙으면..흐미..아이거 빙벽을 오르내리는 출근길이 예상됩니다.

다락방 2010-01-0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아아아 고달픈 직장인이에요. 저는 눈 오는거 진짜 싫어해요. 눈 맞기도 싫고 길 미끄러운것도 짱 싫어요. 돈만 많다면 눈 올때는 직장에 나가지 않을터이니 월급 깎으렴, 하고 싶어요. 아니, 아예 직장생활을 안하려나. 출근 한것 자체만으로도 오늘 노동은 다 한 것 처럼 완전 기운 빠졌어요.

저는 눈이 싫어요
저는 비가 싫어요
저는 삼겹살이 좋아요
저는 소주가 좋아요

에이 요~yo!

(출근길이 너무 힘들어 정신 나간 다락방)

네꼬 2010-01-0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근데 트랙백에 여러 개 걸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나도 다락님처럼 말미잘님 메피님 다락님 글 모두 걸고 싶은데 할 줄 몰라서 말미잘님 거에만 겨우 걸었네.)

출근길에 너무 떨어 정신 나간 네꼬. (난 이 와중에 출근해 회사 현관 눈까지 쓸었다오.)

다락방 2010-01-04 11:24   좋아요 0 | URL
제꺼 먼댓글 주소 복사해서 네꼬님 먼댓글 트랙백에 붙이구요
메피스토님꺼 먼댓글 주소 복사해서 네꼬님 먼댓글 트랙백에 붙이면 되요. (계속 정신 나가있는 다락방)

네꼬 2010-01-04 15:57   좋아요 0 | URL
이렇게 말해도 알아듣는 나. (서로 정신이 나가서 통하는 걸까?)

다락방 2010-01-04 15:59   좋아요 0 | URL
정신이 고기화 되는것 같아요. (응?)

레와 2010-01-0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 2010-01-0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에 나가지 않을터이니 월급 깎으렴 ==> 너무 멋진데요? 저는 아마 이렇게 덧붙일것 같아요. "월급을 깍으렴, 그러나 자리는 깍지 말고... "

L.SHIN 2010-01-0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퇴근할 때 한 번 더 고생을...( -_-)ㅋ

비로그인 2010-01-04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북쪽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군요!

다락방 2010-01-0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따 집에 갈때 어떻게 갈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요. 돈이 많으면 수행비서 하나 두고 싶은데 말이죠. 완전 임꺽정 같은 팔 두꺼운 남정네로다가. 그래서 옆에서 나 넘어지지 않도록 부축하라고 말예요. 하긴, 그런 비서한테 돈 줄 능력이 되면 회사를 뭐하러 다닐까요?

역시 전 걍 미끌미끌 눈 오는 길바닥에서 생쑈하면서 출근하는것이 가장 잘 어울릴지도...( '')

메르헨 2010-01-04 18:30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하하.........................
같은 직장에 남친을 만드시길....^^

메르헨 2010-01-0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흐....ㅡㅡ
저의 오늘 아침 출근기를 보시고 조금 위로를 받으시길..ㅡㅡ^ㅋㅋ

다락방 2010-01-04 18:07   좋아요 0 | URL
메르헨님. 여섯시도 되기전에 집에서 나오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orz

얼룩말 2010-01-04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회장님 직속 비서라니...정말 멋진 것 같아요^^;;;;

다락방 2010-01-04 18:06   좋아요 0 | URL
아녜요 얼룩말님. 하나도 하나도 한개도 한개도 절대 안멋져요. 네버네버 ㅠㅠ

2010-01-04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헤스티아 2010-01-0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신랑은(일주일후신랑이될그사람은) 아침7시반에전화해서 버스가 30분째 안와~ 이러더니
걸어서20분이 걸리는 지하철 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더라구요
출근시간은 9시인데 9시30분에 강낭 역에서 내리면서 문자왔더라구요~
"으 ~ 여긴 더 장난이 아닌데~" 퇴근 잘 하시구용

저 닭발 먹은 다음날 = 일요일 저녁부터 열이 펄펄 나면서 완전 감기걸려버린거 있죠
오늘 병원 갔는데 37.9 도 라고 .. 그것도 좀 나아진것 같아서 걸을수 있을것 같아 간건데~
결혼식 날은 건강해야하니깐 지금 완전 요양중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0-01-06 09:03   좋아요 0 | URL
헤스티아님, 지금은 어떠세요? 좀 나아지셨나요? 결혼식 날 최상의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서 말씀하신 것 처럼 '완전 요양'은 필수 인 것 같네요. 빨리 나으셔야죠!!

순오기 2010-01-05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구~ 고생이 많으셨군요. 뉴스 보니 정말 눈이 엄청 왔더군요.
광주는 아침에 조금 쌓였다가 녹았고 도서관 가는 저녁참엔 비가 뿌렸어요.
지금 한밤중에 눈이 오는 중이라 날새면 또 어떤 모습이 될지...

다락방 2010-01-06 09:03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눈이 싫어지면서 말이죠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이들고, 현실적이 되고 말았구나, 하고 생각하고 말았어요. 매일 출퇴근 하는 사람에게 눈길, 빙판길, 눈으로 인한 차막힘은 정말 고통스러워요. 흑 ㅜㅡ

2010-01-05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1-05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근길에 보니 다시 꽁꽁 얼었습니다. 내일 출근길이 또 걱정....
청주에도 눈 참 징하게도 내렸습니다. ㅎㅎ
덕분에 친구랑 20년도 넘은 대학 1학년때 추억을 이야기 했답니다.

다락방 2010-01-06 09:01   좋아요 0 | URL
부지런히 제설 작업을 하는 것 같은데도 아직까지도 미끄러워요. 덕분에 종종걸음으로 걷느라 답답해 미칠 지경이에요. 흑흑. 미끄러운거 싫고 그래서 눈 오는 것도 싫어요. ㅜㅡ

2010-01-05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5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6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6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바타 - Avata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시각적으로 매력적이라 보는동안엔 푹 빠져들지만 극장을 나선 후엔 사라지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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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03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2009년의 마지막 영화였구나.

Apple 2010-01-03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리우드의 장점이자 단점이죠...=_=;흐흐...극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급속도로 잊혀진다는...

다락방 2010-01-03 16:22   좋아요 0 | URL
볼때는 참 재미있게 보았는데 말이죠, 정말이지 지금 생각하니깐 그다지 특별할게 없잖아? 라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ㅎㅎ 물론 그런 시각적인 매력조차 주지 못하는 영화들도 있지만 말입니다.

순오기 2010-01-03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막내는 아빠랑 간밤에 보고 와서 어찌나 감동받았는지, 지역영화관 홈피에 감상후기까지 남겼어요.^^

다락방 2010-01-03 16:23   좋아요 0 | URL
제 남동생도 3D로 보더니 제임스 카메론 만세, 라고 하더군요. 하핫

무스탕 2010-01-03 17:05   좋아요 0 | URL
저 같아도 카메론 만쉐~ 외쳤을거에요.
3D로 다시 보고 싶은데.. ㅠ.ㅠ

다락방 2010-01-03 21:1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3D로 보면 정말 환상이래요!!!!

2010-01-03 0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3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1-03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각적인 것 때문에 보고 싶은 1인.ㅎㅎㅎ

다락방 2010-01-03 16:24   좋아요 0 | URL
3D로 보면 엄청나다고 하더라구요. 제 남동생은 여태 자기가 본 것중 최고의 영화래요.

L.SHIN 2010-01-03 18:51   좋아요 0 | URL
오호! +_+

무스탕 2010-01-0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웅~ 전 어제 조조로 보고 잠들때까지 가슴 콩닥거렸는데.. ㅎㅎㅎ

다락방 2010-01-03 16:24   좋아요 0 | URL
저는 왜 가슴이 콩닥거리질 않았을까요? ㅎㅎ 제 주변에도 아주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다크아이즈 2010-01-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영화 보면 공감 잘 못하는 세대라 어제 가족 영화 보러 갈 때도 굳이 셜럭홈즈를 고집했지요. 셜록홈즈도 제 취향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라 아바타 볼 걸, 후회했어요.(실은 3D 네 명에 돈이 얼마여, 싶어서 타협한 것도 있어요.ㅋㅋ)

다락방 2010-01-04 13:27   좋아요 0 | URL
전 홈즈 보고 싶어요~ 왓슨역의 주드 로를 보고 싶은 마음에. 흑흑. 샤방샤방 왓슨~
저도 아바타는 3D로 다시 볼까 싶어요. 흐음..

순오기 2010-01-0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이미지에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 클럽' 줄리엣의 편지를 넣었군요. 반가워라~ 사랑스런 줄리엣!^^
2009 내가 읽은 최고의 책 중에 들었는데 아직 페이퍼를 쓰지 않았네요.ㅠㅜ

다락방 2010-01-04 13:26   좋아요 0 | URL
저는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 클럽 넣고 2009 책 베스트 페이퍼 함 써야지, 하고 맘 먹은게 한달이 다 되가요. 하하하핫. 벌써 2010년이라 걍 어물쩍 넘어가야겠어요.

2010-01-04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6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01-0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버스타고 출근하는 데 얼어죽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

다락방 2010-01-06 23:18   좋아요 0 | URL
전 별로 춥지는 않은데 길이 미끄러워서 아주 미치겠어요. 자꾸 버둥대고 종종거리며 걷고. 계단 내려갈땐 정말 윽, 미치겠다구요 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