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맥킨토시'의 소설 [나는 너를 본다]에는 자매가 등장한다.

언니는 동생이 당한 강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동생이 그 일로 아플까봐, 트라우마에 시달릴까봐, 자신이 더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동생이 강간범에 대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걸 알고 혼란스러워한다. 왜, 그 놈을 잡아야지, 그 놈을 잡아 족쳐야지, 어째서 너는 그 일이 있는데도 마치 없는것처럼 살아가려는거야. 이 일로 사이좋은 자매는 수시로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시간이 흐른 후에 비로소 언니는 우리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어떤 사람은 끝까지 범죄자를 쫓으려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 인생에 더 기쁜 일들을 떠올리며 그 일을 잊고 싶어한다는 것을.


소설의 이 부분에서 내가 크게 놀랐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강간 생존자에 대해 책 속 언니와 같은 생각을 늘 가졌던 사람이다. 강간 피해에 대해 누구나 트라우마를 가질 것이고 그걸로 인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계속 갖고 갈것이라고. 그런데 누군가는 그 일이 마치 내게 없었던 일인것처럼 잊고 살아가고자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 거다. 범죄자를 잡아서 그 일에 대한 벌을 내리는 것보다 그런 일이 일어난 적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것을 택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강간범을 잡아 족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로 나와는 다른 사람들, 그냥 없던 것처럼 잊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잊지 못하고 어떻게든 응징하고 싶어한다면 내 안에 분노가 있겠지만, 그저 잊고 살고자 한다면 가슴 속에 분노는 달고 살지 않을 수 있겠구나.


내가 이 책의 이 장면에 대해 생각한 건, 이번달 여성주의 같이읽기 책인 [교만의 요새]에서 이 부분을 읽었기 때문이다.




어떤 여성들은 강간으로 큰 트라우마를 얻어서 법적 정의에 호소하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지만, 또 다른 이들은 직장, 친구들, 치유 과정, 혹은 그저 삶에 몰두하는 일이 법적인 투쟁보다 낫다고 느낀다. -p.150











그래, 맞아, 그렇지. 그런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 그런 사람들도 있다고 했어. 클레어 맥킨토시가 그랬다, 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면서 새삼 소설 읽기의 쓸모에 대해 생각했다. 누누이 말해왔지만 나는 책을 재미있어서 읽어왔고 앞으로도 재미있어서 읽을 것이다. 내 독서의 아주 많은 부분은 소설이었다. 사실 전부가 소설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었다. 최근 몇 년간 비소설 분야도 좀 더 읽기 시작했지만, 나는 소설만 계속 읽었던 사람이다. 


때로 어떤 영화에서나 혹은 어떤 사람들이 소설을 그리고 소설을 읽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걸 종종 보아왔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소설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언제나 생각해왔다. 소설은, 그 안에 아주 많은 이야기와 생각들을 품고 있고 그걸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걸 읽으면서 독자가 그 안에서 무엇을 얼마만큼 가져가느냐는 독자에게 달린 것이다. 소설은 한심해, 소설은 유치해, 소설은 시간낭비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불쌍하게도 소설을 읽으면서 아무것도 찾아내지도 가져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이고. 이거 봐봐, 마사 누스바움이 자신의 책 교만의 요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는 이미 몇 해전에 소설에서 읽고 알고 있었다니까? 그러고보면 내가 필요한 모든건 대부분 소설에서 얻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내가 필요한 건 모두 소설이 주었다.


그렇다는건, 마사 누스바움도 이미 자신의 책 [시적 정의]에서 말한 바가 있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고 함양된 능력들이 사실 경제학 및 도덕·정치 이론 없이는 불완전하다는 점은 명백하다. 물론 이러한 능력의 함양 없이 추상적 이론은 맹목적인 것이 되기 쉽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있어서도 무력해지기 쉽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소설 읽기의 경험은 함축적으로 인간의 어떤 활동이 가장 중요한지, 어떻게 다양한 종류의 정치적 활동이 그러한 활동을 뒷받침해주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등에 대한 성찰을 내포한다. 이는 소설이 우리로 하여금 비판적으로 사유하도록 유도한다는 뜻이다. -마사 누스바움, 시적 정의, p.106


소설 읽기는 인간적 가치에 대한 감각을 생생하게 일깨워주며, 우리를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가치 판단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마사 누스바움, 시적 정의, p.110


소설은 삶의 질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형태의 정보를 제공해주며, 독자로 하여금 평가를 내리는 과정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그리하여 이는 이후의 양적인 평가에 근거한 단순화된 모델이 형성되어야 할 범위 내에서, 공적인 업무에 적합한 종류의 상상력의 틀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공적인 삶뿐만 아니라 사적인 삶에서도 그러한 평가를 현명하게 하기 위해 필수적인 상상력의 능력을 길러주면서 동시에 그 한 예를 제시한다. -마사 누스바움, 시적 정의, p.119



나는 시적 정의를 쓴 마사 누스바움을 좋아한다. 마사 누스바움의 책이라면 다 읽어보겠다고 다짐했던 건, 그녀의 시적 정의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교만의 요새]에서는 조금 당황스럽다. 처음 '교만'에 대해 설명해주고 결국 여성을 혐오하는 일이 남성들의 교만이란 감정에서 오는 것임을 말해주는 것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바로 이게 마사 누스바움이지, 했다. 그간 읽어온 여성주의 책 번역서들 중에 가장 잘 읽히기도 했고. 

그런데 교만과 교만의 요새-여성들과 젊은 남성들이 일상적으로 학대받는 곳 p.154-에 대한 개념을 말해주는 것도 좋았고 성희롱 만연한 곳이 직업적 환경이 되는걸 짚어준 것도 좋았지만, 그 외에는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뒷부분에 숱한 사례들은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겠지만 읽기가 싫더라. 게다가 마지막 결말 부분에 가면 내 불안함과 불만이 전혀 해소되지 않는데, 처음부터 시종일관 사랑을 말했던 마사 누스바움이,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대화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네? 정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마사 누스바움은 이렇게 숱한 사례를 직접 경험하고 듣고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사랑과 대화로 많은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물론 나 역시 머리로는 안다. 동의한다.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과 깊은 대화를 한다면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 이해를 수반한다면 다른 태도를 기대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너 참 힘들었겠구나, 그렇지만 그건 안되는 거 아니겠니, 하는 식으로 그 다음이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는 거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마사 누스바움은 개인적으로 복수심을 가지지 말라고 하지만, 그리고 세상엔 마사 누스바움이 말하기 전부터 개인적인 복수심을 버리고 법의 처벌을 바라거나 혹은 위의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다 잊고 눈 앞의 행복만 보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글쎄, 난 잘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졸라 복수하고 싶고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 새끼들과 대화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가 된다고 순간적으로 생각할 수도 잇지만 뒤돌아서면 그 놈들은 '내가 반성한 줄 알았지?' 하며 또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성학대와 강간등의 성범죄를 저지르는 모든 놈들은 악이고, 악은 게으르고 무지함에서 온다. 물론 그건 마사 누스바움이 재차 말했듯이 환경이, 그리고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환경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 사랑과 화해라니, 나는 결말 부분에 크게 실망했다. 아아, 내가 원하는 건 이런게 아니야. 쎈언니들의 말이 듣고 싶다! 세상을 파스텔톤 필터 하나 더 가지고 보는 사람의 선한 글이 아니라, 쎈 언니들의 글을 보고 싶다. 성폭력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등장할 줄 알았고 그래서 교만으로 성폭력을 데려왔을 땐 역시 마사 누스바움이야! 했는데, 막판에 사랑 대화, 이러는데 당황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요. 사실 궁극적으로는 그게 맞겠지요. 그런데 그게 얼마나 효용이 있을까요? 


미성년자들의 얼굴에 나체사진을 합성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친족들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여자들을 약먹이고 강간하는 이들에게 글쎄 .. 사랑과 대화가 뭘 어떻게 바꿔줄 수 있을까?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인간이고 구원도 인간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마사 누스바움 님.. 나보다 훨씬 인간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 선한 사람이라서 선하게 보는걸지도... 나는 아마도 마사 누스바움이 그렇게는 되지 말라고 하는, 그런 페미니스트가 될 것 같다. 정희진 쌤이 페니스트라 인정하지 않는, 그런 페미니스트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내가 페미스트가 아니라고 하면, 그러면 페미니스트가 아닌 거라고 해도 나는 상관없다. 



마사 누스바움의 이 책은 선하지만, 나는 좀 실망했다.




매키넌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 대상화라는 것은 너무나도 편만해 있어서 여성들은 대상화에 둘러싸여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도 거기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매키넌은 "모든 여성들은 물고기가 물속에서 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성적 대상화 속에 살아간다."라고 기발한 은유를 사용하여 말하는데, 이는 대상화가 여성들을 둘러싸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바로 그 대상화로부터 양분과 지속성을 끌어내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41

남성과 여성의 성적 상호 관계에는 애매함과 잠재적 갈등이 따르기는 하지만 몇 가지 오해를 넘어서는 자명한 사실이 분명 존재한다. 섹스가 강요될 때의 인식 속에서 젠더 격차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젠더라는 수렁이 존재한다는 것. 우리는 원치않았던 성적인 행위를 남성으로부터 강요받았다고 말하는 많은 여성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극소수의 남성만이 여성에게 강요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여성과 남성을 젠더 이슈로 몰고가는 차이점과 여성과 남성의 섹스 경험에서 나오는 상이점이 보여 주는 사실은 이것이다. 바로 두 가지 분리된 성적 세계, 그의 세계와 그녀의 세계가 다르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라우만, Sex in America) - P51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문화는 이러한 문제들을 확대시키면서 여성들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너무나도 쉽게 부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터넷 포르노는 겉보기에도 완전 교환 가능한, 고분고분한 여성을 무수히 재현하고 그 모든 동작과 표현들은 남성의 통제감과 권력 의식을 고양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여성 재현물들에는 여성의 주체성이 결여되어 있고, 여성은 남성의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만 존재하며 남성의 사양에 맞춰 제작된 가짜 주체성을 띤다. 이는 분명 ‘진짜 세계‘에 여파를 미친다. 그 규모에 대해 누군가 반박할지라도(그리고 누군가는 어떤 포르노는 페미니스트에게 필요하다 주장한다 해도) 말이다." 인터넷 문화 역시 오랫동안 광고나 포르노 인쇄물 및 다른 매체들 속에서 여성을 묘사해 온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여성을 재현한다. 하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는 불안할 정도로 차이가 있다. 인터넷 포르노는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 P53

(계속) 시청자가 완전히 몰두해서 그의 요구에 맞춰 줄 준비가 된, 오로지 재현된 여성만을 바라보는 세계. 오늘날 많은 남성들이 이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 P53

교만은 습관적으로 자신이 타인들 위에 있다는 생각과 다른사람들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수반하는 특성이다. 교만에는 많은 형태가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교만의 한 가지 형태만 갖기도 한다. (인종적 교만을 보이는 사람들이라도 계급적 교만은 없을 수 있고, 그 계급적 교만 대신에 인종적 교만에 매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들이 미국 내 위계질서 어디에 위치해 있든 간에, 오랜 전통들은 그들에게 여성은 충분히 중요하지 않으니 깔봐도 괜찮다는 젠더적 교만을 공급해 왔다. 교만은 탐욕과 질투 같은 다른 나쁜 성질들에 부추김 당하기도 하는데, 이 다른 성질들이 교만함과 결합하면 무엇보다도 사회적으로 유독해진다.
일반적으로 교만은 여성 종속의 근원이다. - P56

흄은 교만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덧붙이는데 일반적으로는 자아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개인의 성격이나 외모, 재산과 같은 것들이다. 똑같은 성질들을 타인에 대입하거나 타인의 소유물로 상상할 때는 교만이 발현되지 않는다. 게다가 교만은 보통 평범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특유한 것이거나 적어도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것들에 의해 발현된다. 흄이 제시하는 이유는 교만이 대상의 내재적인 면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여기서 요점은 교만이 발생하는 이유가 근본적으로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당신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미지의 대상이 모두가 가진 것이라면 당신은 교만을 느끼지 못한다. 흄이 보기에 사회적 판단이란 어떤 경우에서든 내재적이기보다는 상대적인 것이고, 교만의 핵심은한 사람을 다른 사람들 위에 놓는 데 있었다. 그러므로 훌륭한 만찬이 차려진 곳에 수백 명의 손님들이 와 있고 그들이 모두 기쁨을 느낄 수는 있으나 오직 그 ‘자리의 주인‘만이 교만을 느끼게 된다. - P60

(계속) 그만이 "자화자찬과 자만심이라는 부가적인 정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P60

남편들은 분명 수백 년 동안자기 부인에 대해 교만을 느껴 왔고, 그 태도 또한 여성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꾸준히 자각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여성을 전투에서 승리해 얻을 수 있는 트로피로 여겼던 호메로스 시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우리 역시 ‘트로피와이프‘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 여성의 아름다움(혹은 아내다운 미덕)이 그녀를 ‘획득한‘ 남성의 남성성에 위신을 가져다 준다는 교만의 대상으로써 말이다. - P61

감정으로서 교만은 이미 수단화를 수반하고 있으며, 완전한 자율성과 주체성을 거부하는 경향은 물론 대상화마저 동반한다. - P61

그들 상상 속의 경쟁 목표는 사회적 지위를 향하는데,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성공한 다른 남성을 겨냥한다. 일례로, 웹사이트 오토어드밋 (AutoAdmit.com)의 경우 경쟁은 전문적인 영역에서 벌어졌지만 질투는 여성들 자체에게로 꽂혔다. 이 웹사이트는 원래 로스쿨 입학을 조언해 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가 순식간에 포르노 사이트로 타락했다. 이 사이트에 글을 쓰는 익명의 남학생들이 여성 법학도들의 이름을 대면서 ‘창녀들‘이라고 묘사하며 포르노적인 시나리오들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이 단순히 높은 성취를 보인 동기들을 창녀라고 묘사함으로써 여성들에 대한 우월성을 선언한 데서 그친 게 아니라, 피해 여성들이실제로 구직을 하는 현실 세계에서도 피해를 입었다는 데에 있다. 잠재적 고용주들이 그 이야기들을 믿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미 오염되어 있었던 것이다. - P79

그 사이트는 심지어 어떻게 하면 해당 여성의 이름이 명시된 위조된 이야기를 구글 첫 페이지에 띄울 수 있는지 조언하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강의실 내에 긴장을 조성했을 뿐 아니라(익명의 게시물을 올린 이들은 여성들의 이름과 신체적 특징까지도 알고 있었다.) 실제적인 위해를 가하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예일대학교에서 높은 성취를 보였던 두 여성은 명예훼손 및 감정적 피해로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인터넷의 익명성은 큰 장벽이었다. 연루된 많은 이들 중 세명의 남성들만이 추적되었고, 소송에 제기된 이름들은 다 가명이었다. 결국에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그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다. - P79

많은 사람들이, 어떤 형태의 표현이든 승낙을 받아야 하는게 성적 열정을 삭힐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성적인 친밀감에 대한 의사 표현만큼 개인의 자율성을 드러내는 표현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 P141

모든 주가 법정 강간으로서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금하는데, 그러한 성관계는 ‘좋다‘는 말이 있든 없든 그 자체로 위법이다. - P143

어떤 여성들은 강간으로 큰 트라우마를 얻어서 법적 정의에 호소하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지만, 또 다른 이들은 직장, 친구들, 치유 과정, 혹은 그저 삶에 몰두하는 일이 법적인 투쟁보다 낫다고 느낀다. - P150

선한 남성들은 악한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종종 충격을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악인을 붙들고 말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를 전혀 모르고, 설상가상으로 그런 대화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많은 경우, 이러면서 생각 없이 고발자의 이름을 발설한다.) 좋은 의도를 가진 남성들이 주저하는 것을 보면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유명한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최선의 인간들은 확신을 잃었고, 최악의 인간들은 강렬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 P157

일터에서의 성희롱은 즉 착취적인 권력의 사용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성희롱을 어떻게 이론화하더라도 결국 성희롱은 권력 남용이다. 교만에 대한 분석대로 법정이 인식해 온 성희롱의 두 종류는 ‘대가성‘과 ‘적대적인 환경‘이다. 둘 다 비대칭적인 권력을 수반한다. ‘대가성‘ 괴롭힘에서 원고는 성적인 최후통첩을 받는다. ‘적대적인 환경‘에서는 성적 관계에 대한 압박이 얽혀 있든 업무 관계에서 보다 확산되어 있는 성애화가 얽혀 있든 간에, 원치 않는 무언가를 견뎌 내야 한다는 압박이 퍼져 있다. 두 경우 모두 여성이 실제 덫에 걸리기 전까지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우리는 알 수없다. 그녀는 폭력적인 상황을 견딘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녀의 고용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 P180

상술한 요인들을 검토하면서 고서치 판사는 성희롱을 비롯한 여러 차별에 있어서 첫 번째 요인이 되는 독자성의 중요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고용주를 상대로 한 성희롱 건에서 승소하기 위해 고용주가 모든 여성을 혹은 대부분의 여성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겪은 차별에 있어 자신의 성별이 주요한 요인이었다는 것, 똑같은 상황에 놓인 남성이라면 그런 식으로 대우받지 않았으리라는 것만을 드러내면 된다. 그녀와 고서치 판사는 자기 앞에 놓인 사실 관계들을 본다. 그 사실 관계들은 딱 보기에도 실질적으로도 단도직입적이다. - P194

교육과 사법 판단 모두에 있어서 술과 관련해 주의가 필요한또 다른 문제는 의식을 잃은 사람 혹은 그 직전 단계의 사람과의 섹스는 폭행이라는 의식이다. 이는 적극적 동의라는 기준에 대해 내가주장해 온 것으로, 반복해서 말할 필요가 있다 - P206

그의 수많은 농담처럼 그것이 농담이었다는사실 자체가 그에 대해 많은 것을 폭로한다. - P230

일단 유명해지면 많은 것들이 유명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돌아간다. - P276

어린 미식축구 선수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좋은 대학 스포츠 프로그램에 들어서는 것이다. 그들의 교만은 그들이 특별하다고 독려하는 다년간의 사회적 훈련과 그 교만을 더욱 악화시키는 선발 과정에 의해 증폭됐다. 그들에게 타인은 온전한 실재가 아니다. 특히나 여성은 실재하지 않는, 자신들의 자부심을 높여 주는 소품 같은 존재일 뿐이다. 윈스턴의 룸메이트인 캐셔가 잘 알지도 못하는 여성들과의 섹스 장면을 종종 영상으로 찍어서 공유했다고 했을 때,
"그건 미식축구 선수들이라면 해도 되는 그런 일"이었던 것이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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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9-2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390쪽에 대한 긴 답변 잘 들었습니다.
이 책은... 누스바움 언니의 얼굴처럼 너무 선했던 거 같아요. 저는 누스바움 언니 팔뚝(근육) 같은 책이길 바랐는데... 또르륵...

독서괭 2024-09-24 18:27   좋아요 0 | URL
응? 팔뚝 사진 찾아봐야겠네요 ㅋㅋ

다락방 2024-09-25 07:47   좋아요 0 | URL
네 다 맞는 말이고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해결해가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런데 그게 될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부터 좀 착하긴 했어요. 반복적으로 착한 남자도 있다, 좋은 남자도 있다.. 라고 말하면서 모두 끌어안고 가려는 포용력과 선함...
첫부분은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 오타도 넘나 많아요..

독서괭 2024-09-24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잠자냥님이 지적하신 부분 다락방님도 같은 걸 느끼셨나보군요. 너무 착한 누스바움 언니…
전 지금 함달달도 막 밀리고 있어서 큰일입니다 ㅜㅜ

다락방 2024-09-25 07:48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천천히 천천히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이 책은 그간 여성주의 책들에 비하면 아주 잘 읽힙니다. 그러니 한 번 손에 잡으면 술술 읽게 되실거에요. 힘내세요 독서괭 님. 화이팅!!
 

지난 금요일에 이런 페이퍼를 썼더랬다.  ☞ https://blog.aladin.co.kr/fallen77/15863246















조경국의 [책 정리하는 법]을 읽고 쓴 것인데, 저 페이퍼에서 나는 '월 8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사무실을 빌릴 수 있으면 그곳을 서재로 꾸미고 싶다'고 썼다. 저자 조경국이 진주의 시장에서 몇 년간 그렇게 집이 아닌 곳에 별도의 서재를 둘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니 서재를 따로 둔다고 해서 나의 집이 깨끗해질 것 같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조경국은 진주의 시장에서 그런 사무실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고, 내 경우엔 서울 강동구.. 에서 그런 사무실을 구할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 친애하는 단발머리 님의 댓글을 좀 보자. 단발머리 님은 8만원에 사무실을 얻고 싶어하는 알라디너들을 모아 공동 사무실을 얻는 것이 좋을거라는 아이디어를 내주신거다. 으앗. 넘나 좋은데??? 아니 너무 낭만적이잖아?? 게다가 가능성도 없지 않아?



여러명이 8만원씩 걷는다면,

월세 감당 가능하고, 몇 명이냐에 따라서 좀 넓은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도 가능하겠다.

음 그리고 다른 사람의 책장에서 책을 빌려봐도 되잖아? 그러면 오히려 책을 사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나는 아직 사기전인데 저기 저 책장에 있나, 확인해보고 있으면 빌려서 볼 수도 있고.

사무실이좀 넓다면 모든 벽은 각자의 책으로 채운 뒤에 가운데에 큰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거기에서 읽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떤 날은 읽으러 갔는데 이미 다른 누군가 와서 독서중일지도 모르고.


음, 커피머신도 가져다 놓으면 좋겠네.

회사의 탕비실처럼 간식 코너도 좀 두고.. 와인도 두면 어떨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신, 청소는 정말 확실히 해두기!! 

라꾸라꾸 침대..가져다놓는 건 좀 별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컵라면도 좀 쌓아두면 좋겠지만, 그러면 사무실에서 너무 음식 냄새 나려나?


문제는... 보증금 이겠구나. 보증금... 흐음... 그렇지만 이것도 여러명이라면 ... 그런데 서울이라면 보증금이 엄청날테니까 역시 보증금 마련이 힘들겠구먼.  아 이거 너무 좋을 것 같다.

보통 외국에 워킹홀리데이 하러 가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셰어하우스로 비용을 지불하곤 하던데, 그러니까 가정 집의 방 한칸을 쓰면서 그에 따른 월세를 내고 집주인은 그 월세들을 모아 자기월세를 내는거다. 큰 사무실을 얻어 그렇게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셰어오피스... 샤라라랑~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다!


여기엔 치명적인 약점이 또 있으니,

그건 모두랑 함께 쓰는 공간인 만큼 모두가 접근하기 좋은곳에 사무실을 얻어야할 것이고, 그렇다면 내 집으로부터는 내 서재가 멀어진다는 걸 뜻한다. 그러면... 역시 집에 다시 책이 쌓이지 않을까? 아, 광화문에 있는 서재에 가면 이 책 있지만 가기 귀찮은데... 하면서 또 책을 사서 침대 옆에 쌓아두게 되지 않을까....... 광화문(임시로 장소 정함) 서재에 갔다가 '자, 오늘 이런 책을 읽고 싶네' 하고 책 여러권 빼서 집에 가져갔다가 다시 서재로 가져다두지 않아 집에 또 책이 쌓이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경우엔 백퍼다, 백퍼.. 그러면 나는 광화문 서재에도 책 쌓아두고 월세 내면서 내 집도 책 쌓아두는 이중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데......... 아아 그렇지만, 집에 있는 책들 지금 한꺼번에 다 읽을 수도 없으니 서재 따로 두는 것도 너무 좋지 않나?

















다치바나 다카시는 건물 하나를 다 서재로 쓴다.

그가 소유한 건물이 고층빌딩은 아니지만, 4~5층 되는 빌딩 하나를 빌려서 여러 사람들이 한 층씩 갖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 빌딩은... 누가 사지요? 일단 나는 못삽니다. 


아이 해브 노 머니.



아 너무 낭만적이다. 너무 좋다. 생각만해도 너무나 좋다. 너무 신나는 일이야..  함께 쓰는 공간에서라면 내가 가진 책들도 더 쓰임이 있지 않을까. 너무 멋진 생각이다. 누군가 빌딩 기증해주신다면(응?) 제가 한 층 정도 빌려 쓸 의향은 있습니다. 좋군.



아, 댓글 하나에 나의 마음 몰랑몰랑해진다..



최근에 <정희진의 공부> 9월호를 듣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이자 활동가인 황유나 님과 정희진 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아 이 책이 갑자기 급박하게 읽고 싶어지는게 아닌가!!

















나는 이 책을 산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어제 집에 가서 이 책이 이쯤에 꽂혀있겠지, 짐작되는 곳을 들여다보는데 응? 없네?? 사려고 했지만 안샀나?

나는 알라딘에 들어가 구매하기를 눌러본다.


역시나 내가 이전에 구매한 상품이라고 나온다. 2022년 8월 11일에 샀단다. 그래, 산 것 같았다니까?

나는 다시 찾는다.

이 책장에 없네? 여기 있어야 될 것 같은데? 하는수없이 다른 책장도 살펴본다. 일단 침실 책장엔 없다. 나는 서재방으로 가서 책장들을 살펴본다. 이중으로 꽂아둔 곳에서는 앞의 책들을 빼고 뒤의 책들을 보느라 빡이 친다. 그런데 없다. 아니, 찾을 수가 없다.. 


분명 샀는데, 안읽었는데, 없다. 찾을 수가 없어. 하아... 나는 책을 왜 사냐???

나는 빵꾸똥꾸다.


다락방은 빵꾸똥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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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24-09-24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아이디어인데, 보증금이랑 위치 문제가 있었네요. 그리고 어느순간 그만하고 싶은 사람이 생길 수도 있구요~
저도 제발 책정리 좀 하라는 아내의 구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혹하는 아이디어이긴 합니다. 아내도 수시로 책장에서 빼서 읽으면서도 정리안된게 싫은 모양입니다.

다락방 2024-09-24 16:49   좋아요 1 | URL
네 보증금.. 큰 문제지요. 모두에게 접근이 편한 곳은 당연히 보증금이 비쌀 것 같습니다. 돈 많은 사람의 자비를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하하하하.
어느순간 그만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그건 해결하기 어렵진 않을 것 같아요. 남은 사람들이 조금 더 부담하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 들어올 다른 사람을 모집해도 되겠지요. 하여간 책 둘 공간이 시급합니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저뿐만은 아니라서 넘나 좋네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9-24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위치보다 ㅋㅋㅋㅋㅋㅋ 괜찮은 전망의 깨끗한 사무실을 얻는데 8만원 내고 이용한다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대체 알라디너들 몇 명을 모아야하며ㅋㅋㅋ 일주일에 몇 번 이용가능한 것이냐. 아, 혼자서는 안 되겠네요. 2인 혹은 3인씩 시간표 짜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아, 신난다!!!

저 책, 처음 봤는데 미리 준비한 다락방님! 그러나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 안에 있다고, 저는 딱! 확신합니다!!

건수하 2024-09-24 14:03   좋아요 2 | URL
아 꼭 1인씩만 써야 해요? 저는 좀 같이 있어도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러면 커피마시고 술마시고 뭐 먹고...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 같긴 하네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4-09-24 15:53   좋아요 0 | URL
같이 쓰면 더 좋지요. 만나면 좋은 친구 ㅋㅋㅋㅋㅋㅋㅋ MBC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상상만해도 너무 좋을거 같은데요.

다락방 2024-09-24 16:50   좋아요 0 | URL
네 막상 여러명이 모여 사무실을 얻는다고 생각하니 화장실도 깨끗했으면 좋겠고요 그렇다면.. 많이 비싸질 것 같습니다. 저는 건수하 님의 말씀대로 꼭 1인이 쓰진 않아도 될 것 같고, 들렀다가 누가 있으면 같이 책 읽어나 수다 떨거나 먹고 마셔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건 괜찮습니다만, 만나면 좋은친구 참 좋지만, 문제는 돈.. 돈 많은 사람의 자비를 바라도록 합시다. 저는 제 몫의 월세는 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9-24 1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광화문이면 보증금이 얼마여 ㅋㅋㅋㅋ 월세도 그렇고! ㅋㅋㅋ
아무튼 다락방은 만약 그런 공간 생긴다면 라꾸라꾸 갖다 놓고 혼자 빵굽고 음식하다가 ...... 서재는 뒤죽박죽...
치우는 사람만 치우다 다락방과 절교....... 하는 시나리오가 그려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광화문에 그런 공간 생기면 씨네큐브 갖다가 가끔 들러볼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다 락방아 주유별장에서 그냥 만나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9-24 14:02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이 치우다가 절교 ㅎㅎㅎㅎ

잠자냥 2024-09-24 14:36   좋아요 0 | URL
그래서 가끔 들러본다고....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9-24 15:54   좋아요 0 | URL
원래 전해지는 말에.........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다락방님편. 어지르는 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치우는 편에 잠자냥님 대기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9-24 16:52   좋아요 2 | URL
광화문이면 우리 잠자냥 님 영화보러 왔다가 들르기도 하고 얼마나 좋아요? 그러니까 잠자냥 님도 돈 조금만 보태주시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내가 아무리 안치워도 잠자냥 님은 나랑 절교 안한다에 오만원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살아보니까 제가 이런 사람이어도 저 데리고 갈 사람들은 다 데리고 가더라고요? 껄껄.

잠자냥 님, 우리 사무실로 와요. 여기서 술마시자. 책이 가득한 공간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미 사무실 차림)

잠자냥 2024-09-24 16:56   좋아요 1 | URL
어떻게 알았어............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9-25 07:49   좋아요 0 | URL
그런건 그냥 아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9-24 14: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공동작업실 쓰는 사람들 있잖아요... 저도 그런거 해보고 싶었는데.
보증금은 여유있는 누군가 좀 내고 나머지는 월세 내고? 협동조합식으로 해 봐도 좋을 거 같았지만

누군가는 감정이 상할 거 같고 생각할 수록 머리가 아파서.. 관뒀습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4-09-25 07:50   좋아요 1 | URL
맞아요, 공동 작업실! 저도 부자 알라디너가 보증금은 좀 해결해주고 이왕이면 좀 위치 좋고 교통 편한 곳에 공동 작업실 하나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ㅋㅋㅋㅋ
감정이 상하지 않기 위해서 자주 안보면 되지 않을까요? 자기 월세만 잘 내고 자기가 사용한 다음에 청소만 잘 해두면 괜찮을 것 같긴한데.... 아 갖고 싶습니다, 작업실!!

햇살과함께 2024-09-2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거진 듣고 저 책 읽고 싶다고 하곤 그새 까먹었네요 ㅎㅎ
적어두지 않으면 안됨.. 그나저나 책 잘 찾으시길..

다락방 2024-09-25 07:51   좋아요 1 | URL
주말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다시 찾아봐야 겠어요. 아 이런 제 자신에게 짜증나네요. 사둔 책이 어디있는지 모르는 제 자신이 짜증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단씨 2024-09-24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말씀에 귀가 솔깃해지시는 분 많을 듯한데요. ^^
저도 저 책 읽고 있는데요. 음, 저만의 현실적인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저 책을 빨리 찾으셔야 할 텐데요. ㅎㅎㅎ
저 책 빨리 찾기 위해서라도 서재 정리 한번 계획하셔야겠어요. 하하~

다락방 2024-09-25 07:53   좋아요 0 | URL
구단씨 님이 지금 읽고 있다고 말씀하신 책은 [책 정리하는 법] 이지요?
책 정리를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할 것 같아요. 전... 틀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재정리는 생각만해도 스트레스입니다. 한 번 시도했다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 정리는 쉽게 벌리는 게 아니에요. 냅둬야 합니다. 그래야 평온합니다. 비록 산 책도 못찾게되긴 하지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독서괭 2024-09-24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어서 좀 웃고 오겠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4-09-25 07:53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이 웃으셨다니, 행복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9-25 08:57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이사하고 책 정리하시면 사진 보여주세요~~

다락방 2024-09-25 09:11   좋아요 1 | URL
보여달라 보여달라!!!!!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9-25 09:12   좋아요 0 | URL
정리… 해야하나요… 아무튼 오늘 페이퍼는 써야겠습니다 ㅋㅋ

dollC 2024-09-25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상만해도 가슴이 벌렁벌렁해지는데요//// 공동서재, 공동작업실 말이죠... 그치만 역시나 거대한 현실의 벽ㄷㄷㄷ 빌딩은 누가 사죠?ㅋㅋ 일단 전 아님미다ㅋ

다락방 2024-09-25 16:10   좋아요 1 | URL
상상만해도 가슴이 벌렁벌렁... ㅋㅋ 그것도 우리 모두 한마음이요 빌딩 사는 건 ‘내가 아님‘도 우리 모두 한 마음이네요? 껄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4-09-2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공동주거 형태의 시도도 많더라구요. 공동사무실도 이미 많구요. 저에게 공동주거 형태로 자금을 빌려 청년 공동체를 만들어보자는 제안도 들어왔었는데요. 저는 책과 운동기구가 너무 많아서 공동주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 누구랑 같이 사느냐도 중요할텐데, 그건 정말 복불복이겠지요.

최근에 제가 임원을 맡고 있는 조합 사무실에 책상 한 자리를 얻어서 책들과 노트북을 갖다놓고 일주일에 두세번 시간 날때 방문해 책도 읽고 글도 쓰는데요. 이거 참 좋더라구요.

이런 형태의 알라디너 공동공간 참 좋겠지요. 어쩌면 다락방님이 추진하시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ㅎㅎㅎㅎ

다락방 2024-09-27 11:32   좋아요 0 | URL
공동 작업실이 아니라 공동주거라면 그건 좀 더 예민해질 것 같긴 해요. 그건.. 음 정말 아주 생활패턴 비슷하고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걸리는게 많을 것 같아요.

공동작업실 너무 좋죠! 저도 추진 하고 싶지만, 사무실 얻을 돈이 없어서.. 저는 너무 욜로족인 바람에 돈은 생기는대로 다 써버려가지고 ㅋㅋㅋ 사무실 보증금 낼 돈이 없답니다? 하하하하하. 누가 추진한다면 제가 들어갈 의향은 있는데 말이지요. 하하하하하.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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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복지제도가 마련되어 있어도 그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향한 혐오 때문에 제대로 이용되지도 못하는 것이 일본의 사회문제인 것 같다. [희망이 죽은 밤에] 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그 점을 짚어주네. 혐오가 향할 곳이 어디인지 정신차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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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의 탐구>는 제목부터 엄청 관심이 갔는데 게다가 여주인공 직업이 '철학 강사'라고 한다. '철학'을 강의하는 사람이 사랑을 하는 영화라니. 사실 철학하는 사람들은 많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게 뭐 특별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뭔가 너무 궁금해져서, 그리고 철학하는 사람이 상대의 육체적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릴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보고 싶어져서 헐레벌떡 극장을 찾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론을 말하자면 철학을 하든 안하든 사랑할 때의 모습은 다 똑같다.


'소피아(마갈리 레핀 블롱도)'는 '자비에(프란시스 윌리엄-레음)' 와 십년간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은 서로를 파트너라 칭하지만 서로의 부모와도 알고 지내고 또 부모들이 의지하기도 하는 걸 보면 부부랑 별로 다를게 없어 보인다. 소피아 조차도 '남편' 이라고 말하려다가 '파트너' 라고 정정하기도 하니까. 이들은 오래 함께했으니 서로의 취향도 알고 가까운 친구들과도 함께 만난다. 인상적인 건 영화 초반의 대화였다. 그들은 함께 살지만 각자의 침대에서 자는데, 그 날도 친구 프랑수아즈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눈 후 친구도 한 명 소개를 받았더랬다. 그 친구는 무척 아름다운 여자사람이었는데 남편과 이혼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소피아는 그녀의 얘기를 꺼내며 '그녀는 너무 아름답더라, 너의 이상형이 딱 그녀 아니냐'고 묻는거다. 그러면서 굳이 그녀랑 자고싶지? 이런거 물어보는거다. 실제 마음이야 어쨌든 자비에는 소피아에게 아니라고 답하긴 하는데, 나는 여기서 '그녀가 너의 이상형이잖아'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사랑을 해본 사람들, 연애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내가 실제 사랑하는 혹은 연애하는 사람이 나의 이상형과 일치하는 일을 사실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경우 그보다는 '내가 그런 사람을 사랑할 줄 몰랐지'가 가능하지. 고등학교때 가사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무슨 이야기중이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반 반장이 앞에 나와서 그런 말을 했었다. '우리는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에이포 용지에 빼곡하게 적을 수 있지만 실제 사랑하는 사람이 그에 부합하진 않는다'는 거였다. 그 반장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나중에야 그 친구가 철학과에 갔으려나? 라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아주 똑똑한 친구였다.  내가 내 책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어떤 학생을 보고 내가 '쟨 참 여자중의 여자야' 이런 뉘앙스의 말을 했는데 그 때 반장이 "여자중에 여자는 어떤건데?" 라면서 내게 되물었던거다. 그 때 내가 말문이 막혀 답을 하지 못했는데,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빻은 말과 생각을 하며 살았던 사람이라면, 반장은 아주 오래전부터 페미니즘을 알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나중에 했더랬다. 잘 살고 있니, 은주야? 어딘가에서 활동가가 되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그땐 내가 많이 빻았었지? 너랑 친하게 지내서 가르침을 받았더라면 좀 더 일찍 철들었을텐데...


라고 갑자기 고교동창 얘기하는 거 뭐임??



자 이상형.

오래전에 첫직장에서 결혼한 언니도 그런 얘길 했었다. '내 남편은 모델처럼 쭉빵한 여자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어떻게 나를 만났는지 모르겠대' 라고. 그 언니는 과체중이었는데, 사람이 사랑을 하면 이상형 같은거, 그런건 단순히 '있었던'게 된다니까. 그래서 그런 말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나의 연애상대로부터 '나의 이상형은 이런거였는데 그런 내가 너를 만나 사랑하네'라는 말을 들었다면, 지금의 연애나 사랑에 집중하다가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오는거다. '이 사람의 이상형은 아니었지, 내가.' 


그게 싫다는게 아니라, 무슨 뜻이냐면, 그의 이상형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여성-나와는 다른-을 보았을 때, '그의 이상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일도 더러 있다는 것. 영화속에서 소피아가 새로 소개 받은 여성을 보고 '내 남자의 이상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이상형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그녀가 너의 이상형이지?' 물은게 아니라, 평소에 혹은 처음에라도 하여튼 언젠가 그로부터 이상형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 있다는 것. 그러면, 그렇다면, 우연히 함께 만난 여자가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이상형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의 반응은?


사실 소피아는 대수롭잖게 여기는 걸로 보인다. 몇번이나 그녀가 너의 이상형이잖아, 그녀랑 자고 싶지? 라고 유도질문을 해봤지만, 소피아와 자비에는 오랜 시간 함께해온 연인이다. 그 대화에서 딱히 불안함은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십년이 아직 되기전이라면,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그 말은 얼마나 많은 감정과 무게를 싣게 될까?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오래전에, 그가 모임에 갔었는데 새로운 사람들이 몇 왔다면서 모임에 참가했던 사진을 내게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중 한 여성이 내 눈길을 끌었다. 어? 이 여자, 니 이상형이네? 라고 나는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는 긴장한 내 기색을 보고 아니다, 별로 좋지 않다 라고 말했었지만, 거기 그녀는, 그가 언젠가 말했던 이상형에 가까웠다. 그의 모임에 그녀가 있다는 사실이 긴장됐다. 그러니까 그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대화를 해보니 별로 좋지 않다고 했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에는 '그녀는 그의 이상형'이란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와 헤어진지도 오래되었는데, 가끔 그 사진속의 여성이 생각난다. 어쩌면 나랑 헤어진 후 그는 그녀랑 연인이 되지 않았을까? 연인이 되었다 헤어졌든 아니면 계속 만나든, 어떤 순간에는 그녀와 성애적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소피아와 헤어진 자비에가 결국 자신의 이상형과 연인이 되었듯이 .... 소피아 충 to the 격..... (거봐, 내가 뭐랬어?)


.

.

.

.


자, 소피아는 그런 대화를 했던 날을 뒤로 하고 주말에 별장에 간다. 낡은 별장을 사두었더니 손볼 곳이 많아 인테리어 업자를 불렀던 터다. 자비에와 함께 가서 공사에 대해 얘기를 나눠야 하건만, 자비에는 학회가 있어서 함께 갈 수 없다고 한다. 하는수없이 소피아는 차를 몰고 시골 별장으로 혼자 간다. 거기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인테리어 업자 '실뱅(피에르 이브 카르디날)'을 만난다.


별장이 얼마나 낡았는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고쳐야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듣고 소피아는 갑자기 자기 생각보다 더 큰 공사가 될 것 같아 혼란스러워한다. 그런 그녀에게 맥주나 한잔 마시러 가자고 실뱅은 청한다. 영화 보면서 여기서 좀 갸웃했던게 보통 이렇게 인테리어 업자랑 고객이 만나면... 맥주도 마시고 그러나욤?? 신기한 장면이었다.. 하여튼 그들은 시골의 동네 술집으로 가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파트너 이야기 이 동네에서 사는 이야기 같은 것들. 그렇게 함께 술을 마신 그들은 서로에게 끌린다는 걸 인정하고 그 날, 섹스를 한다. 크-  실뱅이야 싱글이었지만 우리의 소피아, 파트너가 있어.. 자비에........ 그런데 나의 육체, 어쩌면 좋아, 실뱅에게 끌리는데, 하아- 너무 좋아. 너무 좋다 ㅠㅠ 막 이렇게 된단 말야? 혼자 있을 때면 그와의 섹스를 떠올립니다.. 샤라라랑~


그 후로 그들의 밀회는 이어진다. 사실 너무 좋았어, 또 만날 수 있을까, 이러면서 그들은 만나고 또 만나고 또 만난다. 자꾸 만난다. 계속 만난다. 만날 때마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 그들이 만날 때마다 섹스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소피아의 눈이 기쁨으로 빛난다. 기쁨과 애정이 가득한 채로 그와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 장면도 좋고 함께 걷는 장면도 좋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그의 팔을 온 몸으로 잡고 안기듯 걷는 장면이었는데, 와 진짜 사랑하는구나 행복하겠다, 연애는 바로 저 맛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정말 사랑이 넘치는 장면이었던 거다.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한건지 와 그 장면들마다 그래 연애 좋지, 사랑 짱이다.. 막 이렇게 됐던 거다. 아아, 너무 좋지. 사랑하는 사람의 건장한 팔을 붙잡는 거, 나란히 앉아 밥 먹는 거,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거, 함께 웃는거, 너무 좋지 너무 짱이지 최고야.. 

이 사랑은 더 진하고 깊어진다.

소피아를 집에 바래다준 어느날, 실뱅은 그녀에게 말한다. 정말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당신이 너무 좋아."


라고. 실뱅은 그녀에게 '이런게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건가봐' 라고 말한다. 소피아 역시 마찬가지. 파트너가 기다리고 있는 집 앞에서 "나도 그래" 라며, "집에 들어가기 싫어" 라고 말한다. 실뱅은 그런 그녀에게 "한시도 너랑 떨어져있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한다. 


소피아는 자비에에게 자신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음을 고백한다. 모임에서 만났던 여자가 네 이상형이지? 물었던건 소피아였지만, 정작 다른 사람 때문에 이별을 말하는 건 소피아다. 이 부분도 나에겐 꽤 재미있었는데, 아니 인상적이었는데, 내가 연애할 때 그와 나누던 대화가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던 그는, 그래서 나 때문에 그 책을 읽었다. 그리고는 에미가 그래서는 안됐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연인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메일을 주고받으면 안됐다는 것. 액션이 있어도 리액션이 없다면 그 관계는 진전될 수 없는데, 액션에 리액션이 있었기 때문에 에미와 레오에게 감정이 생겼다는거다. 애초에 나에게 연인이 있다면 다른 호감가는 이성에 대한 리액션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말은 틀림이 없었지만, 그러나 사람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라고 나는 말했다. 딱히 불행하다는 느낌없이 다른 이성과 대화할 수도 있고, 액션과 리액션의 그 다음 결과를 예측하지 않고 대화는 이어질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은 나도 모르게 찾아와 버리기 때문에 안되는 줄 알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어버리고 마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거니까. 갑자기 찾아와버렸는데 어떡하냐,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다, 라고 나는 말했더랬다.


이 대화만 보자면 나는 연인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을 변호하는 듯 보이고 그는 그러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듯 보이지만, 그러니까 나는 바람피울 가능성을 알고 받아들이는 걸로 보이고 그는 전혀 그렇지 않은 걸로 보이지만, 이 대화를 하고나서 내가 생각한 건, 


'그러나 우리 둘 중에 누군가에게 다른 사람이 생긴다면-바람을 피운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그일 것이다'


였다. 만약 우리의 관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이 관계가 깨지게 된다면, 그건 내가 원인이 되는게 아니라 그가 원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바람피우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를 말하는 사람이었지만, 결국 어쩔 수 없었어 를 말하는 건 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일도 일어난다고 말하지만, 그 관계를 신뢰로 이어갈 사람이었다. 그때 나의 생각을 입밖에 내진 않았지만, 어쩌면 그는 이런 나의 생각에 억울해할지도 모르지만, 이건 그냥, 뭐랄까, 그냥 아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의 관계는 한쪽의 바람 때문에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는 거다. 


소피아는 새로 만난 사람을 생각하며 '너의 이상형이지? 자고 싶지?' 를 물었지만, 결국 다른 사람과 잔 건 소피아였고 나 다른 사람 생겼어를 말한 것도 소피아였다. 



소피아는 이 남자가 너무 좋다. 학창시절 공부를 못해 일찌감치 건축 일을 배워 하고 있다는 실뱅을 사랑한다. 친구로부터 '너 달라졌어, 몸매도 얼굴도'라는 말을 듣게 만든 남자가 바로 실뱅이다. '응 우리 매일 섹스해 하루에 오백킬로칼로리씩 그냥 쓰는 것 같아' 라고 소피아는 씐나서 말한다. 그녀의 연애가 너무 반짝거려서 친구 프랑수아즈는 자신도 바람을 피우고 싶어한다. 소피아는 말하지 않아도 소피아의 엄마 역시 소피아가 다른 남자에게 빠졌다는 걸 눈치챈다. 소피아는 엄마에게도 친구에게도 '그 남자는 너무 아름다워'라고 말한다. 소피아에게 그 남자는 너무나 아름답다. 그런데,



자꾸 다른 것들이 하나씩 둘씩 보인다.

이 아름다운 남자 실뱅의 천박한 말투가, 그의 극우주의적 성향이, 그의 알콜중독자 엄마가,  보인다. 

실뱅에게도 마찬가지.

유식한 그녀의 전남친 자비에가 신경 쓰인다. 실뱅이 골라온 와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며 와인 샵에서 소피아는 다른 와인을 굳이 새로 사려고 한다. 소피아의 친구들 모임에서 실뱅이 끼어들만한 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언젠가 비포 시리즈 얘기를 하면서도 나는 언급한 적이 있다.

처음 사랑이 시작될 때는 상대와 나, 둘만 보이고 둘만 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여자와 남자가 만났고 비포 선셋 에서는 여자와 남자 둘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결국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난 후인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가 서로를 받아들일 때까지는 우리에게 서로만 존재하지만, 받아들이고나서는 우리가 함께인채로 세상에 받아들여져야 하고 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서로 다른 생각차이나 그동안 살아온 환경은 문제로 떠오른다. 그것들은 우리의 단단한 사랑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걸리적거린다. 싸움의 요소가 된다.



소피아와 실뱅도 크게 싸웠다. 싸우면서 하지 말아야 할 말도 하게 됐다. 화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동안 소피아는 모르는 남자와 원나잇을 하기도 했고 자비에를 잠깐 만나 대화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아, 역시 자비에 너는 어떻게 대화하는 지를 알아!'. 그러나 자비에와 섹스를 할 때는 공허했다. 그리고 실뱅과 화해했다. 너무 보고싶었다고 그리웠다고 그들은 다시 부둥켜안았지만, 다시 섹스했지만,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그 표정과 말투는 그전과 같지 않다. 너는 언젠가 나의 아내가 될거라고, 그렇게 만들거라던 실뱅은 여전히 그대로일까? 아이 낳는건 싫었지만 당신의 아이라면 낳고 싶다던 소피아의 생각도 여전히 그대로일까?



이 영화는 미셸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와 많은 부분 겹친다.

다정하고 오래된 내 연인이 있지만, 그러나 설레고 특별한 다른 사람이 나타나 그 사랑에 극진하게 나를 쏟아붓는 일. 아름답고 찬란한 사랑이라 나는 이 새로운 사랑을 선택하지만, 그 사랑도 결국은 익숙한 것이 되어버리는 일. 영화속 등장인물의 말을 통해 '새것도 헌것이 된다'도 언급되었었다. 찬란하고 뜨겁고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그 사랑은 결국 어디로 가는걸까?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얼큰칼국수'라는 메뉴를 보고 식당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얼큰 칼국수 하나요, 라고 주문했는데 당연히 장칼국수 비쥬얼을 기대했던 나는 내 앞에 놓여진 얼큰 칼국수 앞에 당황했다.



저...저기요?

김치.. 넣어서 얼큰..하다는 건가요?


당황.....


지난주에는 책 안샀고 ㅋㅋ 피스타치오 홈런볼 사서 지금 먹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의 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소피아가 실뱅의 팔을 끌어안고 걷던 장면. 그 장면이 나는 너무너무 좋았다.

그래 그랬었지, 사랑할 땐 그렇게 되곤하지. 그건 사랑이었지. 다 끝나버렸지만.. 언젠가 끝나지만. 그 찬란한 사랑, 도대체 어디일지 모를 곳으로 가버리지만.


그는 나랑 헤어지고 그 이상형과 만났을까? 자주 만나던 예뻐하던 후배와 사귀었을까?

알 수 음슴.


<still loving you> 는 소피아와 실뱅이 처음 만나 간 술집에서 흘러나온 노래, 소피아가 아주 좋아하며 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반가웠어..










우리는 평지에, 편편한 면 위에 발을 딛고 산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망한다. 땅의 자식인 우리는 때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p.60-61)




우리는 30년을 함께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서른두살이었고, 그녀가 죽었을 때는 쉰여섯 살이었다. 그녀는 내 삶의 심장이었다. 내 심장의 생명이었다. 그녀는 늙는다는 개념을 증오했다. 이십대부터 자신이 마흔을 넘기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 둘이 함께 이어나갈 삶을 기쁜 마음으로 고대했다. 모든 것이 느려지고 고요해지기를, 함께하는 옛 추억들이 늘어나기를 고대했다.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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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9-2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말에 이 영화 안 보고 특별한 영화 상영회가 있어서 거기에 올인했어요. ㅎㅎ
제가 주말에 갔던 극장이 씨네큐브 근처였어서 다락방, 이 인간 이 근처 걸어다니고 있으려나! 했는데 ㅋㅋㅋ 다른 곳에서 보셨더라고요!
내용은 좀 뻔할 거 같기는 한데... ㅎㅎㅎㅎ (자비에하고 결국 다시 만날 거 같은 느낌적 느낌) 이런 영화는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거 같아요. 암튼 재밌을 듯-
참, 근데 ˝소피아의 친구들 모임에서 자비에가 끼어들만한 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문장에서 ˝자비에˝ 대신 ˝실뱅˝이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중간에 고딩 때 반장 이야기에서 빵터졌어요. 똑똑한 친구네요!
아무튼 줄리언 반스 저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엥? 결론 무엇?!)

다락방 2024-09-23 10:41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실뱅입니다!! 말씀해주셔서 바로 수정했습니다.

씨네큐브 영화 상영 시간이 좀 메롱이라서 강변가서 봤어요. 오랜만에 갔는데 칼국수 맛없어서 실망.. ㅠㅠ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새로운 내용의 영화는 아닌데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소피아와 실뱅 사랑할 때는 저도 사랑하고 싶더라고요? -정확히는 팔뚝 끌어안고 싶다.. - ㅋㅋㅋㅋ그러다 실뱅 엄마 만났을 때도 소피아 친구들 만났을 때도 너무 긴장이 돼서 아.. 이렇게 꼭 주변인들 만나고 살아야 하나... 싶어지고 말입니다. 꼭 만나야 하는걸까요. 스트레스..

그런데 똑똑한 자비에.. 왜 섹스는 안좋을까요? 똑똑한 남자는 섹스를 못한다...는 너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인가요? 그렇겠죠. 왜냐면 안똑똑한 남자도 섹스를 못하기도 하니까...

그럼 이만.

Forgettable. 2024-09-23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는 언젠가 나의 아내가 될거라고 그렇게 만들거라던 “자비에”
소피아는 “실뱅”에게 자신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음을 고백한다
여기도요.. ㅎㅎㅎ 이름 헷갈리나요?
저는 그 소피아가 들으면서 울던 프랑스 노래 미리 듣고 갔는데 넘 좋아서 영화 끝나고 계속 들었어요.

다락방 2024-09-23 11:45   좋아요 0 | URL
이름이 자비에가 입에 붙어가지고 자꾸 자비에를 쓰네요 ㅋㅋㅋㅋㅋ

저는 스틸 러빙 유가 너무 좋더라고요. 아는 노래가 나왔는데 그걸 따라부르는 소피아 보니까 막 너무 반갑고 좋고. 그리고 영화랑 찰떡같고 말이지요. 뽀도 재미있게 보았나요? 저는 소피아가 실뱅 아름답다고 재차 말하는데 어디가 아름다운가.. 했어요. 처음 등장씬에서는 ‘설마 저 사람은 아니겠지‘ 했는데 그 사람이었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혼자 일한다고 하기에 읭?? 저 사람이야?? 이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9-2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의 연애가 너무 반짝거려서 친구 소피아는 자신도 바람을 피우고 싶어한다” - 이 부분도 오타죠? 친구 이름도 소피아인 건 아니죠? ㅎㅎㅎ
다락방님 팔 잡고 걷는 장면 좋다고 하신 거 딱 보고 아 “건장한”이 포인트군 했습니다 ㅋㅋ 저도 건장한 팔뚝을 좋아합니다 ㅋㅋㅋ
전 이상형이 뭐였는지 잘 기억도 안 나네요. 🤔

다락방 2024-09-23 14:03   좋아요 2 | URL
아놔 ㅋㅋㅋ 오늘 진짜 왜이러죠 ㅋㅋ 친구 프랑수아즈로 고쳤습니다. 아놔 ㅋㅋㅋ 댓글이 세 개 달렸는데 세 개 다 지적할 오타가 있었다니 증맬루 글 왜 쓰고 사냐... 생각하면서 쓰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장한 팔뚝 너무나 좋죠! 건장한 어깨도 건장한 등짝도 좋습니다. 히융 ㅠㅠ 저는 넘나 근육성애자... 잠자냥 님이 이것도 용어 있다고 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외우기는 포기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감은빛 2024-09-24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콜피온스의 스틸 러빙 유 정말 반갑네요.

보통 인테리어 업자와 고객이 만나면 맥주나 한잔 하러 가자고 하지는 않죠. ㅎㅎ

칼국수 맛있을 것 같은데요. 별로였나요?

다락방 2024-09-24 07:50   좋아요 0 | URL
인테리어 업자와 고객이 만나 맥주 한 잔 하러가는건... 외국에선 평범한 일인 걸까요? 전 너무나 놀랐네요. 그러다 둘이 연인이 되다니..뭐, 연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될 수 있는 것이긴 하겠지만요.

칼국수 맛이 나쁜건 아니었지만 제가 기대한 맛이 아니어서 넘나 실망이었어요. ㅠㅠ

단발머리 2024-09-2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이야기하면서 다락방님과 제가 나눴던 대화가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생각이 나네요. 저라면 어쨌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다락방님이 한 말이 기억나요.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 좋다고.... 그랬습니다. (정확히는 ㅋㅋㅋㅋㅋㅋ 자지러지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섹스와 대화가 동시에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저는 그러기 참 어렵다는 쪽이고, 둘 중에 하나라도 잘 되면 이게 웬일이냐라고 생각하는 편이긴 합니다. 실뱅과 자비에와의 관계 중에 실뱅과의 만남에만 ‘사랑‘이라 이름 붙일 수 있다면 자비에와의 유쾌한 대화와 그가 선사하는 편안함에는 뭐라 이름 붙여야 하는지.... 저는 뜨겁고 불타오르고 아름다운 사랑에 비관적인 사람인 것이 아닙니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9-24 10:52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은 드물게도 ‘이렇게 할 것이다‘라는 다짐을 말그대로 실천하실 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언제나,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절대‘가 없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단발머리 님에 대해서라면 ‘말은 이렇게 했지만 행동은 다를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가 자지러지게 좋아했던 건 단발머리 님의 그런 성정을 제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요. 저는 ‘그‘의 새벽 세시 감상을 정말 좋아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라서 좋았지만, 그러나 저는 그의 마음과 욕망이란걸 생각했을 때 휘둘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안다‘고 해도 좋을 것이었어요. 위에도 썼지만, 둘 중 누군가의 바람(cheating)으로 헤어지게 됐다면, 그와 저의 관계에서는 그였을 겁니다. 다른 남자들을 대입해보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만 말입니다.

자비에와의 편안함을 지금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해도, 그러나 그 시작은 분명 사랑이었을겁니다.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함께 살아오며 서로의 가까운 사람들도 소개할 수 있었고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지금은 사랑이 아닌걸까, 라고 하면, 아닌걸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음, 실뱅과의 그것은 육체적 욕망이 더 많이 차지했던 게 아닌가 싶고요. 그렇다면 욕망만은 사랑이 아닌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닌것 같고요.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의 사랑의 탐구였는가 봅니다. 아, 원제는 그게 아니지만요.
 

"죽은 사람을 떠올리며 언제까지고 울기만 한다는 건 그 사람의 삶이 아닌 죽음을 보는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죽었다는 사실보다 살아 있었을 때 일을 봐줬으면 좋겠군요. 그런데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죽었다는 사실에 눈이 가버리는 경우죠. 그 사람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걸 모르면 남은 사람들은 죽음에서 결코 눈을 떼지 못할 겁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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