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의 탐구>는 제목부터 엄청 관심이 갔는데 게다가 여주인공 직업이 '철학 강사'라고 한다. '철학'을 강의하는 사람이 사랑을 하는 영화라니. 사실 철학하는 사람들은 많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게 뭐 특별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뭔가 너무 궁금해져서, 그리고 철학하는 사람이 상대의 육체적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릴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보고 싶어져서 헐레벌떡 극장을 찾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론을 말하자면 철학을 하든 안하든 사랑할 때의 모습은 다 똑같다.
'소피아(마갈리 레핀 블롱도)'는 '자비에(프란시스 윌리엄-레음)' 와 십년간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은 서로를 파트너라 칭하지만 서로의 부모와도 알고 지내고 또 부모들이 의지하기도 하는 걸 보면 부부랑 별로 다를게 없어 보인다. 소피아 조차도 '남편' 이라고 말하려다가 '파트너' 라고 정정하기도 하니까. 이들은 오래 함께했으니 서로의 취향도 알고 가까운 친구들과도 함께 만난다. 인상적인 건 영화 초반의 대화였다. 그들은 함께 살지만 각자의 침대에서 자는데, 그 날도 친구 프랑수아즈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눈 후 친구도 한 명 소개를 받았더랬다. 그 친구는 무척 아름다운 여자사람이었는데 남편과 이혼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소피아는 그녀의 얘기를 꺼내며 '그녀는 너무 아름답더라, 너의 이상형이 딱 그녀 아니냐'고 묻는거다. 그러면서 굳이 그녀랑 자고싶지? 이런거 물어보는거다. 실제 마음이야 어쨌든 자비에는 소피아에게 아니라고 답하긴 하는데, 나는 여기서 '그녀가 너의 이상형이잖아'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사랑을 해본 사람들, 연애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내가 실제 사랑하는 혹은 연애하는 사람이 나의 이상형과 일치하는 일을 사실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경우 그보다는 '내가 그런 사람을 사랑할 줄 몰랐지'가 가능하지. 고등학교때 가사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무슨 이야기중이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반 반장이 앞에 나와서 그런 말을 했었다. '우리는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에이포 용지에 빼곡하게 적을 수 있지만 실제 사랑하는 사람이 그에 부합하진 않는다'는 거였다. 그 반장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나중에야 그 친구가 철학과에 갔으려나? 라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아주 똑똑한 친구였다. 내가 내 책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어떤 학생을 보고 내가 '쟨 참 여자중의 여자야' 이런 뉘앙스의 말을 했는데 그 때 반장이 "여자중에 여자는 어떤건데?" 라면서 내게 되물었던거다. 그 때 내가 말문이 막혀 답을 하지 못했는데,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빻은 말과 생각을 하며 살았던 사람이라면, 반장은 아주 오래전부터 페미니즘을 알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나중에 했더랬다. 잘 살고 있니, 은주야? 어딘가에서 활동가가 되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그땐 내가 많이 빻았었지? 너랑 친하게 지내서 가르침을 받았더라면 좀 더 일찍 철들었을텐데...
라고 갑자기 고교동창 얘기하는 거 뭐임??
자 이상형.
오래전에 첫직장에서 결혼한 언니도 그런 얘길 했었다. '내 남편은 모델처럼 쭉빵한 여자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어떻게 나를 만났는지 모르겠대' 라고. 그 언니는 과체중이었는데, 사람이 사랑을 하면 이상형 같은거, 그런건 단순히 '있었던'게 된다니까. 그래서 그런 말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나의 연애상대로부터 '나의 이상형은 이런거였는데 그런 내가 너를 만나 사랑하네'라는 말을 들었다면, 지금의 연애나 사랑에 집중하다가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오는거다. '이 사람의 이상형은 아니었지, 내가.'
그게 싫다는게 아니라, 무슨 뜻이냐면, 그의 이상형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여성-나와는 다른-을 보았을 때, '그의 이상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일도 더러 있다는 것. 영화속에서 소피아가 새로 소개 받은 여성을 보고 '내 남자의 이상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이상형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그녀가 너의 이상형이지?' 물은게 아니라, 평소에 혹은 처음에라도 하여튼 언젠가 그로부터 이상형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 있다는 것. 그러면, 그렇다면, 우연히 함께 만난 여자가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이상형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의 반응은?
사실 소피아는 대수롭잖게 여기는 걸로 보인다. 몇번이나 그녀가 너의 이상형이잖아, 그녀랑 자고 싶지? 라고 유도질문을 해봤지만, 소피아와 자비에는 오랜 시간 함께해온 연인이다. 그 대화에서 딱히 불안함은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십년이 아직 되기전이라면,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그 말은 얼마나 많은 감정과 무게를 싣게 될까?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오래전에, 그가 모임에 갔었는데 새로운 사람들이 몇 왔다면서 모임에 참가했던 사진을 내게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중 한 여성이 내 눈길을 끌었다. 어? 이 여자, 니 이상형이네? 라고 나는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는 긴장한 내 기색을 보고 아니다, 별로 좋지 않다 라고 말했었지만, 거기 그녀는, 그가 언젠가 말했던 이상형에 가까웠다. 그의 모임에 그녀가 있다는 사실이 긴장됐다. 그러니까 그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대화를 해보니 별로 좋지 않다고 했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에는 '그녀는 그의 이상형'이란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와 헤어진지도 오래되었는데, 가끔 그 사진속의 여성이 생각난다. 어쩌면 나랑 헤어진 후 그는 그녀랑 연인이 되지 않았을까? 연인이 되었다 헤어졌든 아니면 계속 만나든, 어떤 순간에는 그녀와 성애적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소피아와 헤어진 자비에가 결국 자신의 이상형과 연인이 되었듯이 .... 소피아 충 to the 격..... (거봐, 내가 뭐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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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소피아는 그런 대화를 했던 날을 뒤로 하고 주말에 별장에 간다. 낡은 별장을 사두었더니 손볼 곳이 많아 인테리어 업자를 불렀던 터다. 자비에와 함께 가서 공사에 대해 얘기를 나눠야 하건만, 자비에는 학회가 있어서 함께 갈 수 없다고 한다. 하는수없이 소피아는 차를 몰고 시골 별장으로 혼자 간다. 거기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인테리어 업자 '실뱅(피에르 이브 카르디날)'을 만난다.
별장이 얼마나 낡았는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고쳐야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듣고 소피아는 갑자기 자기 생각보다 더 큰 공사가 될 것 같아 혼란스러워한다. 그런 그녀에게 맥주나 한잔 마시러 가자고 실뱅은 청한다. 영화 보면서 여기서 좀 갸웃했던게 보통 이렇게 인테리어 업자랑 고객이 만나면... 맥주도 마시고 그러나욤?? 신기한 장면이었다.. 하여튼 그들은 시골의 동네 술집으로 가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파트너 이야기 이 동네에서 사는 이야기 같은 것들. 그렇게 함께 술을 마신 그들은 서로에게 끌린다는 걸 인정하고 그 날, 섹스를 한다. 크- 실뱅이야 싱글이었지만 우리의 소피아, 파트너가 있어.. 자비에........ 그런데 나의 육체, 어쩌면 좋아, 실뱅에게 끌리는데, 하아- 너무 좋아. 너무 좋다 ㅠㅠ 막 이렇게 된단 말야? 혼자 있을 때면 그와의 섹스를 떠올립니다.. 샤라라랑~
그 후로 그들의 밀회는 이어진다. 사실 너무 좋았어, 또 만날 수 있을까, 이러면서 그들은 만나고 또 만나고 또 만난다. 자꾸 만난다. 계속 만난다. 만날 때마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 그들이 만날 때마다 섹스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소피아의 눈이 기쁨으로 빛난다. 기쁨과 애정이 가득한 채로 그와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 장면도 좋고 함께 걷는 장면도 좋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그의 팔을 온 몸으로 잡고 안기듯 걷는 장면이었는데, 와 진짜 사랑하는구나 행복하겠다, 연애는 바로 저 맛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정말 사랑이 넘치는 장면이었던 거다.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한건지 와 그 장면들마다 그래 연애 좋지, 사랑 짱이다.. 막 이렇게 됐던 거다. 아아, 너무 좋지. 사랑하는 사람의 건장한 팔을 붙잡는 거, 나란히 앉아 밥 먹는 거,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거, 함께 웃는거, 너무 좋지 너무 짱이지 최고야..
이 사랑은 더 진하고 깊어진다.
소피아를 집에 바래다준 어느날, 실뱅은 그녀에게 말한다. 정말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당신이 너무 좋아."
라고. 실뱅은 그녀에게 '이런게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건가봐' 라고 말한다. 소피아 역시 마찬가지. 파트너가 기다리고 있는 집 앞에서 "나도 그래" 라며, "집에 들어가기 싫어" 라고 말한다. 실뱅은 그런 그녀에게 "한시도 너랑 떨어져있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한다.
소피아는 자비에에게 자신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음을 고백한다. 모임에서 만났던 여자가 네 이상형이지? 물었던건 소피아였지만, 정작 다른 사람 때문에 이별을 말하는 건 소피아다. 이 부분도 나에겐 꽤 재미있었는데, 아니 인상적이었는데, 내가 연애할 때 그와 나누던 대화가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던 그는, 그래서 나 때문에 그 책을 읽었다. 그리고는 에미가 그래서는 안됐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연인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메일을 주고받으면 안됐다는 것. 액션이 있어도 리액션이 없다면 그 관계는 진전될 수 없는데, 액션에 리액션이 있었기 때문에 에미와 레오에게 감정이 생겼다는거다. 애초에 나에게 연인이 있다면 다른 호감가는 이성에 대한 리액션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말은 틀림이 없었지만, 그러나 사람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라고 나는 말했다. 딱히 불행하다는 느낌없이 다른 이성과 대화할 수도 있고, 액션과 리액션의 그 다음 결과를 예측하지 않고 대화는 이어질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은 나도 모르게 찾아와 버리기 때문에 안되는 줄 알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어버리고 마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거니까. 갑자기 찾아와버렸는데 어떡하냐,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다, 라고 나는 말했더랬다.
이 대화만 보자면 나는 연인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을 변호하는 듯 보이고 그는 그러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듯 보이지만, 그러니까 나는 바람피울 가능성을 알고 받아들이는 걸로 보이고 그는 전혀 그렇지 않은 걸로 보이지만, 이 대화를 하고나서 내가 생각한 건,
'그러나 우리 둘 중에 누군가에게 다른 사람이 생긴다면-바람을 피운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그일 것이다'
였다. 만약 우리의 관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이 관계가 깨지게 된다면, 그건 내가 원인이 되는게 아니라 그가 원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바람피우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를 말하는 사람이었지만, 결국 어쩔 수 없었어 를 말하는 건 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일도 일어난다고 말하지만, 그 관계를 신뢰로 이어갈 사람이었다. 그때 나의 생각을 입밖에 내진 않았지만, 어쩌면 그는 이런 나의 생각에 억울해할지도 모르지만, 이건 그냥, 뭐랄까, 그냥 아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의 관계는 한쪽의 바람 때문에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는 거다.
소피아는 새로 만난 사람을 생각하며 '너의 이상형이지? 자고 싶지?' 를 물었지만, 결국 다른 사람과 잔 건 소피아였고 나 다른 사람 생겼어를 말한 것도 소피아였다.
소피아는 이 남자가 너무 좋다. 학창시절 공부를 못해 일찌감치 건축 일을 배워 하고 있다는 실뱅을 사랑한다. 친구로부터 '너 달라졌어, 몸매도 얼굴도'라는 말을 듣게 만든 남자가 바로 실뱅이다. '응 우리 매일 섹스해 하루에 오백킬로칼로리씩 그냥 쓰는 것 같아' 라고 소피아는 씐나서 말한다. 그녀의 연애가 너무 반짝거려서 친구 프랑수아즈는 자신도 바람을 피우고 싶어한다. 소피아는 말하지 않아도 소피아의 엄마 역시 소피아가 다른 남자에게 빠졌다는 걸 눈치챈다. 소피아는 엄마에게도 친구에게도 '그 남자는 너무 아름다워'라고 말한다. 소피아에게 그 남자는 너무나 아름답다. 그런데,
자꾸 다른 것들이 하나씩 둘씩 보인다.
이 아름다운 남자 실뱅의 천박한 말투가, 그의 극우주의적 성향이, 그의 알콜중독자 엄마가, 보인다.
실뱅에게도 마찬가지.
유식한 그녀의 전남친 자비에가 신경 쓰인다. 실뱅이 골라온 와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며 와인 샵에서 소피아는 다른 와인을 굳이 새로 사려고 한다. 소피아의 친구들 모임에서 실뱅이 끼어들만한 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언젠가 비포 시리즈 얘기를 하면서도 나는 언급한 적이 있다.
처음 사랑이 시작될 때는 상대와 나, 둘만 보이고 둘만 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여자와 남자가 만났고 비포 선셋 에서는 여자와 남자 둘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결국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난 후인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가 서로를 받아들일 때까지는 우리에게 서로만 존재하지만, 받아들이고나서는 우리가 함께인채로 세상에 받아들여져야 하고 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서로 다른 생각차이나 그동안 살아온 환경은 문제로 떠오른다. 그것들은 우리의 단단한 사랑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걸리적거린다. 싸움의 요소가 된다.
소피아와 실뱅도 크게 싸웠다. 싸우면서 하지 말아야 할 말도 하게 됐다. 화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동안 소피아는 모르는 남자와 원나잇을 하기도 했고 자비에를 잠깐 만나 대화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아, 역시 자비에 너는 어떻게 대화하는 지를 알아!'. 그러나 자비에와 섹스를 할 때는 공허했다. 그리고 실뱅과 화해했다. 너무 보고싶었다고 그리웠다고 그들은 다시 부둥켜안았지만, 다시 섹스했지만,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그 표정과 말투는 그전과 같지 않다. 너는 언젠가 나의 아내가 될거라고, 그렇게 만들거라던 실뱅은 여전히 그대로일까? 아이 낳는건 싫었지만 당신의 아이라면 낳고 싶다던 소피아의 생각도 여전히 그대로일까?
이 영화는 미셸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와 많은 부분 겹친다.
다정하고 오래된 내 연인이 있지만, 그러나 설레고 특별한 다른 사람이 나타나 그 사랑에 극진하게 나를 쏟아붓는 일. 아름답고 찬란한 사랑이라 나는 이 새로운 사랑을 선택하지만, 그 사랑도 결국은 익숙한 것이 되어버리는 일. 영화속 등장인물의 말을 통해 '새것도 헌것이 된다'도 언급되었었다. 찬란하고 뜨겁고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그 사랑은 결국 어디로 가는걸까?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얼큰칼국수'라는 메뉴를 보고 식당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얼큰 칼국수 하나요, 라고 주문했는데 당연히 장칼국수 비쥬얼을 기대했던 나는 내 앞에 놓여진 얼큰 칼국수 앞에 당황했다.
저...저기요?
김치.. 넣어서 얼큰..하다는 건가요?
당황.....
지난주에는 책 안샀고 ㅋㅋ 피스타치오 홈런볼 사서 지금 먹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의 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소피아가 실뱅의 팔을 끌어안고 걷던 장면. 그 장면이 나는 너무너무 좋았다.
그래 그랬었지, 사랑할 땐 그렇게 되곤하지. 그건 사랑이었지. 다 끝나버렸지만.. 언젠가 끝나지만. 그 찬란한 사랑, 도대체 어디일지 모를 곳으로 가버리지만.
그는 나랑 헤어지고 그 이상형과 만났을까? 자주 만나던 예뻐하던 후배와 사귀었을까?
알 수 음슴.
<still loving you> 는 소피아와 실뱅이 처음 만나 간 술집에서 흘러나온 노래, 소피아가 아주 좋아하며 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반가웠어..
우리는 평지에, 편편한 면 위에 발을 딛고 산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망한다. 땅의 자식인 우리는 때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p.60-61)
우리는 30년을 함께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서른두살이었고, 그녀가 죽었을 때는 쉰여섯 살이었다. 그녀는 내 삶의 심장이었다. 내 심장의 생명이었다. 그녀는 늙는다는 개념을 증오했다. 이십대부터 자신이 마흔을 넘기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 둘이 함께 이어나갈 삶을 기쁜 마음으로 고대했다. 모든 것이 느려지고 고요해지기를, 함께하는 옛 추억들이 늘어나기를 고대했다.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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