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편에서 폭력을 행사한 죄인들이 벌받는 곳, 일곱째 원의 첫 둘레. 단테는 '미노타우로스'를 만난다. 각주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읽는데 얼라리여, 제일 첫 문장이 이렇게 써있다.



미노타우로스는 크레테 왕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가 황소와 관계하여 낳은 아들이다. -p.134



네?? 그게 말이 됩니까?? 인간과 황소과 관계하여 아이를.. 낳았다고요? 그거 염색체나 이런 것 땜에 아예 수정이 불가한 거 아니야? 나는 기절할듯 놀라서 얼른 네이버 검색창에 넣는다. 책에서도 인간과 황소가 직접 성관계를 한게 아니라 나무로 암소를 만들어 그 안에 파시파에가 들어가 황소와 관계를 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하였는데,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잠깐 여기서 베블런 소환해보자.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하시니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소스타인) 베블런이 10대 중반 농장에서 자라던 시절에 동네 친구인 여자아이와 함께 소떼를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황소 한 마리와 암소 한 마리가 갑자기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나 봅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동네 여자친구에게 ˝저걸 보니 한번 해보고 싶어지지 않니?˝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이게 좌절이라면 좌절인데,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 후에 반성하고 분발해서 여성편력을 쌓아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조형근 ·김종배, p.340








그러나 우리는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여기서 베블런이 원한 건 '소랑' 하는게 아니라 소가 했던 그 행위라는 것을 안다. 아니 그런데 파시파에 님, 제가 님을 잘 모르지만.. 황소를 욕망했다니요. 저는.. 너무.. 너무합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상 성욕 가질 수 있겠지만, 아니 그래도 소..를 욕망하시다니요.

(그런데 나 언제 저런 책은 또 다 읽었냐?)


그러다 네이버 검색으로 찾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욕망은 파시파에의 것이 아니었다. 파시파에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미노스 때문에 빡친 포세이돈이 저주한 것. 파시파에는 파시파에대로 얼마나 괴로웠을까. ㅠㅠ


파시파에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로 미노스의 아내이다. 미노스는 왕위 계승을 두고 형제들과 싸우던 중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왕이 된다. 그는 백성들에게 자신이 왕권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증거로 자신이 기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미노스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포세이돈에게 깊은 바다에서 황소를 한 마리를 보내달라고 간청한다. 미노스가 간청한 대로 포세이돈은 멋있는 황소를 보내주고, 이에 미노스는 왕이 된다. 그러나 미노스는 왕이 된 후 황소를 다시 포세이돈에게 제물로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미노스’ 참조). 이에 포세이돈은 파시파에로 하여금 그 황소에게 감당할 수 없는 욕정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


포세이돈의 저주로 기이한 욕정을 느끼게 된 파시파에는 마침 크레타 섬에 머물던 다이달로스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에 다이달로스는 왕비에게 속이 비어있는, 실물과 똑같은 암소를 만들어준다. 파시파에는 이 암소 안으로 들어가 황소와 관계를 맺고, 이 이상한 관계에서 반은 인간이고 반은 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난 것이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 미노타우로스는 애물단지와도 같은 존재이다. 아내인 파시파에가 부정한 관계를 맺어 생긴 자식이고, 게다가 흉측스러운 괴물인 미노타우로스. 그러나 아내는 엄연한 왕비이고 게다가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이니,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를 마음대로 처단할 수도 없다. 『비블리오테케』에 의하면, 미노스는 “신탁에 따라”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두고 감시하게 한다. 건축과 공예의 달인인 다이달로스가 만든 이 미궁은 통로를 찾을 수 없도록 수많은 미로를 곳곳에 두어 한 번 들어온 사람은 결코 살아서 나갈 수 없도록 설계되어있다.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두고 먹이를 주는데, 이 먹이는 바로 아테네에서 9년마다(『변신이야기』에 의하면 9년이지만 3년이라는 설도 있고 7년이라는 설도 있다.) 공물로 바치는 각각 7명의 처녀 총각들이다.


이 처녀 총각들이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를 위해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공물을 바칠 때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처단하기 위해 희생 제물이 되기를 자원하여 크레타로 간다.


그런데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사랑하게 되어 그에게 실 뭉치를 주면서 미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리하여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가 알려준 대로, 문에 실을 매고 실 뭉치를 풀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미궁의 가장 안쪽에 있던 미노타우로스는 결국 테세우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미노타우로스를 처단한 후 테세우스는 풀어놓았던 실을 당기며 밖으로 나와 무사히 미궁을 탈출한다.


파시파에의 조카인 메데이아는 신비스러운 약초를 다루는 마법에 능했다고 하는데, 파시파에 또한 마법에 능했다고 한다. 미노스 왕은 파시파에 몰래 여러 여인들과 관계를 맺었는데, 『비블리오테케』에 의하면 질투심과 소유욕이 강한 파시파에는 미노스가 다른 여인들과 동침을 할 때마다 마법을 걸어 미노스의 몸에서 뱀이나 전갈을 나오게 해서 그 여인들을 죽게 했다고 한다. 에레크테우스 왕의 딸인 프로크리스만이 미노스와 무사하게 동침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약초뿌리로 만든 음료를 먹여 미노스를 치료해주었다.(→‘프로크리스’ 참조)


[네이버 지식백과] 미노타우로스 [Minotaurus] - 괴물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안성찬, 성현숙, 박규호, 이민수, 김형민)




그런데 미노타우로스, 반은 황소이고 반은 인간인 괴물로 태어난 게 자기 의지가 아니었는데, 그런데 태어나보니 괴물이라고 감금당해버렸어. 하아- 이게 뭐야. 인간을 제물 삼았다는 것은 악이라고 하겠지만, 그러나 만약 감금당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무엇을 먹고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내가 여자로 태어난 게 내 의지가 아니고 고칠 수 없는 것임에도 이걸로 차별을 당하는 것처럼, 미노타우로스 역시 자신이 그렇게 태어나려고 한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그걸 고칠 수도 없는데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라고 감금당하다니. 너무하다.


그리고 검색하다가 위의 인용 가져오면서 보게된건데,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랑 잘 때마다 죽이는게 왜 그 다른 여자들이어야 했나요.. 히융-


아니 그런데 포세이돈도 참 그렇다. 미노스가 약속 안지켜서 빡친걸 왜 파시파에에게 풀어? 그래서 왜 미노타우로스를 만들어? 미노스가 잘못했으면 미노스한테 벌을 내려야지. 왜 파시파에가 황소에게 욕정을 느끼게 만드냐. 포세이돈 이 놈도 참 한심하네.. 에휴.. 다들 정신들 똑바로 차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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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21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11-2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문제의 시작은 포세이돈한테 있다고 봅니다. 미노스를 벌주지 왜 파시파에를…
고백하자면…. 저도 신곡, 파랑이로 빌려왔거든요. 삽화 그림이라도 보려고요. 근데 펴보지도 못하고 반납의 아픔ㅋㅋㅋㅋ
알라딘 이웃님들 신곡읽기 응원합니다!!
 


이 영화는 내가 본 또 한 편의 <중학생도 안 볼 영화 내가 본다 시리즈> 되시겠다.


영화 제목에서 말하는 '티파니'는 그 고급 보석 브랜드 티파니가 맞다. 

일전에 나도 티파니 반지 하나 나에게 사줄까, 평생 누가 나한테 사줄 일 없을테니 내가 내 티파니 사자, 하였지만 너무나 고가의 제품들이라 살 수 없다는 걸 알았고, 그중 가장 저렴한 건 살 수 있긴 했지만, 몇해전에 그게 70만원이었나..하여간 비싸서,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티파니에 보석 사러 가서 카드 내밀면서 "12개월 할부해주세요" 말하면 어떨까, 하고. 70만원짜리 사면서 그렇게 말하면 나를 우습게 볼까? 하하하하하. 아무튼 나는 반지도 안사고 티파니에도 안갔다. 앞으로도 내가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면세점에서 간혹 보게 되는 티파니는 너무 고급이라 사람이 북적이지 않았는데, 이 영화 <티파니에서 온 선물> 보면 사람들이 북적거리면서 잘들 티파니를 사더라. 얼라리여~ 아마도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크리스마스라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에단(멘드릭 샘슨)'은 자신의 딸 '데이지'와 함께 티파니 매장에 가 애인 '바네사(셰이 미첼)' 에게 줄 다이아몬드 반지를 고른다. 그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청혼할 생각이다. 매장 안에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러 온 '게리'가 있다. 그는 나름 '합.리.적.인.'가격의 제품을 추천받길 원하고 그 제품을 사가지고 나가다 교통사고가 나 쓰러지게 된다. 이 광경을 목격한 에단은 그가 괜찮은지 살피러 갔다 이 둘의 티파니 쇼핑백이 바뀌게 된다.


이 설정 자체는 오래전 영화 <폴링 인 러브>를 떠올리게 한다.

그 영화에서도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드니로는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 때도 내 기억에 크리스마스였고 그들은 모두 자신의 배우자에게 줄 책을 사러 왔던 거다. 메릴 스트립은 남편을 위한 책 로버트 드니로는 아내를 위한 책을 골랐는데, 이 둘이 서점에서 부딪치면서 그들의 서점 봉투가 바뀌게 되고, 집에 가서 선물을 주니 각자의 아내와 남편의 반응은 읭?? 이었던 것. 이때 서점이 뉴욕의 <리촐리 북스토어> 였고, 내 나이 스물아홉, 처음으로 뉴욕에 갔을 때, 나는 리촐리 북스토어에 당연히 갔다. 그 영화 좋아했고, 그 서점 꼭 가보고 싶었어!! 리촐리 북스토어에는 리촐리 북스토어의 명함이 있었는데, 그거 기념으로 가져왔었지만 지금은 그걸 어디에 둔건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도 그 서점은 없어지지 않았을까.. 잘 모르겠다.


내가 폴링 인 러브 보고 리촐리 북스토어는 다녀올 수 있었는데 <티파니에서 온 선물> 보고 티파니는 못가겠네요. 껄껄. 


자, 게리는 무사했고 사고 후유증으로 잠깐의 기억상실이 왔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 여자친구 '레이첼(조이 도이치)'에게 선물이라고 내밀었는데, 막상 거기에서 다이아몬드 반지가 나오자 놀란다. 이는 레이첼도 마찬가지. 아니, 아직 결혼.. 생각한 적 없는데.. 당황스럽네. 그렇지만, 응, 일단 예스, 는 해놓고 아니 이 고가의 반지를 어떻게 샀지. 돈 모은다더니 이 반지값도 모은거였나.. 막 이러고. 게리는 게리대로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반지를?? 하고 어쨌든 반지가 나오자 당황하며 어쨌든 청혼을 한건데, 나중에 카드 청구서 보고 자기가 결제한 금액은 반지를 결제할만한 금액이 아니라서 좀 거시기한 기분이다.


문제는 에단이다. 바네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똭 티파니를 줬는데, 청혼을 하려고 했는데, 아니 거기에서 앙증맞은 귀걸이가 나온겁니다. 놀랐죠. 바네사는 귀엽다고 좋아하긴 했지만, 아니 청혼..하려고 했는데.. 에단 당황. 그런데 '어, 내가 준비한 건 그게 아냐, 반지인데 바뀌었나봐' 라고 말을 못한다.. 아, 그때 바뀌었구나, 하고 병원에 게리 안부 물으러 갔다 만난 레이첼을 찾아가 얘기해보려 하지만, 그녀의 손에 끼워진 반지..차마 말 할 수 없었어요. 그러면서 에단과 레이첼은 대화를 몇차례 하게 되는데. 즐겁습니다. 잘 통합니다. 내 애인이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분에서 이들은 나를 이해해줍니다. 아, 우리 사이엔 뭔가 있습니다..


여차저차 반지의 주인은 반지를 찾아가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이 커플들은 각자 자신들이 서로에게 맞지 않는 짝임을 알게 된다. 어떤 부분은 오해를 했고 어떤 부분은 앞으로 조율이 불가능해 이 두 커플 모두 깨지게 된다. 레이첼은 레이챌대로 괴롭고 에단은 에단대로 괴로운데, 아니 ㅋㅋ 바네사가 '우린 안되겠네' 이러면서 떠난 다음날 아침, 에단의 딸 데이지는 에단에게 그럽니다.


"레이첼은 백인이지만 요리를 잘해요."


응? 아니, 니네 아빠의 애인이 오늘 아침 떠났는데.. 지금 새로운 여자 만나러 가라고???


"아빠 뭐해요, 얼른 엉덩이 들고 일어나요!"


이러니까 아빠는 엉덩이 들고 일어나기. 그렇게 레이첼 찾아가기. 그리고 키스하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거, 뭐야? 물론 너무 마음에 드는 상대여서 그럴 수 있긴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단 한순간도 혼자인 시간을 주지 않을까? 나로서는 좀 당황스러웠다. 어제 내 애인과 사요나라, 굿바이 해놓고 오늘 새로운 사람에게 키스를... 네, 뭐 인생은, 그런 것이기도 하겠죠. 나는 좀.. 아무튼 좀 그랬다. 물론 이별 후 다음 연애까지의 적당한 공백은 얼마만큼이냐, 라고 하면 그런거에 어떻게 정답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어제 헤어지고 오늘 새로 1일~ 하는건 좀 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처음 티파니 반지가 주인을 잘못 찾아갔지만, 그것은 사실 제대로 찾아간거였다, 라는 충분히 제목에서 짐작 가능한 이야기의 흐름이 펼쳐진다. 에단은 그 반지로 다시 레이첼에게 1년 뒤 청혼하거든. 아니 진짜 .. 


방금 티파니 검색해서 아무 목걸이나 하나 찍어 가격 봤더니 115,600,000 원이다.


세상에 이런 목걸이가 존재한다는 걸 분명히 아는데 가질 수는 없는, 이 자본주의의 커다란 .. 후려갈김..... 딱히 이 목걸이가 갖고 싶다는 것 보다는, 나는 이 지점이 되게 이상한거다. '이런 거 존재하는 데 너는 못가지지롱~' 하는 이 지점. 그건 집도 그렇고 목걸이도 그렇고 레스토랑도 그렇고 다 그래. 세상에 그런게 존재해, 그런데 그걸 가질 수 있는 사람중에 나는 없어.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냐? 어떤 사람들은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는 집에서 간신히 월세 마련해가면서 사는데, 어떤 사람들은 강남 아파트를 몇 채씩 가지고 있는거,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어떤 사람은 50년을 일해도 목걸이를 살 수 없는데, 어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목걸이를 가질 수 있어.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 난 개이상해..



"이렇게 추운데 우리 집은 왜 난로를 켜지 않나요?"

"아빠가 실업자가 되어서 석탄을 살 수 없단다."

"아빠는 왜 실업자가 되었나요?"

"그건 석탄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서란다."-[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 조준현, 287쪽



지금도 대개의 경제학 교과서들은 '수요'라는 말을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로 정의한다. 그러나 맬서스는 아무리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더라도, 실제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묻고 있는 것이다.-[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 조준현, 142쪽
















노동자들의 행동에는 언제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열악한 노동 조건, (적절한 것과는 거리가 멂에도 불구하고 강자의 논리에 따르면) 적절한 보수, 사회적으로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오랫동안 견뎌왔던 노동자들이 일을 중단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당연히 주주들의 악랄한 남용이 작용했을 겁니다.

노동자들이 언제 수익 배당금, 주식 매입 선택권 업무용 고급 승용차, 개인 잠수함, 제트기 따위를 요구하며 파업하는 것을 본 적 있나요?

반면 수익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할 수는 없는데도, 이윤에 대한 주주들의 욕망은 한도 끝도 없이 높아만 가요.

어린아이가 사탕 봉지에서 그 작은 주먹으로 사탕을 한 움큼 꺼내면, 보통 다시 내려놓으라고 충고하잖아요. "그렇게 많이 먹으면 안 돼!" 라고요.

그런데 왜 우리는 억만장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죠?

그러면 안 돼!

혼자 다 먹어버리면 안 돼.

케이크는 한 조각만 먹어야지.

옷을 입은 채로 수영장에 뛰어드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지든 말든 오직 수익만 생각하고 공장 문을 닫으면 안 돼! -《그래서 나는 억만장자와 결혼했다》, 오드레 베르농, p.134-135



















지난 주말 친구랑 등산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노래를 몇 곡 듣기도 했다. 

그 날 들었던 곡들 중에 '하림'의 <출국>이 자꾸 맴돌아 어제도 몇 번 반복해 들었다.




가사 중에 '하늘에 니가 더 가까이 있으니 기도해 주겠니/떠올리지 않게 흐느끼지 않게/무관심한 가슴 가질 수 있게'
라는 부분이 있는데, 저 가사를 들을때면 어김없이 생각한다.
무관심한 가슴 가질 수 있게 기도해달라는 건, 지금 결코 무관심한 가슴이 아니라는 뜻이지, 하고.


그리고, 김소영의 신간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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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1-19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파니로 시작해서 어린이로 끝나는..... 다락방의 페이퍼

다락방 2024-11-19 15:26   좋아요 0 | URL
어떻게 끝날지는 저조차도 모르는 그런 페이퍼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1-2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저는 저 책 <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가 만화로 된 책이라 생각했을까요. 그쪽(?) 시리즈일거라 생각하고 호기롭게 미리보기 눌렀다가 깜짝 놀라 뛰쳐나왔습니다. 그래도 함 읽어보고 싶으니깐 보관함에 넣어 두려구요.

다락방 2024-11-20 10:45   좋아요 1 | URL
저 책 표지 보면 만화책 같기도 해요. ㅋㅋㅋ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어렵지 않았고요. 음..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은 큰 함정이지만... (먼 산)
 

주말에는 강원도에 있는 청태산에 다녀왔다.

막 트레일러닝에 흥미를 보이는 e 와 새로운 곳에서 한 번 트레일러닝 시도해보자, 했던거다. 나는 쪼꼬미 동산 일자산 몇번이 전부이고 e 역시 집 근처 낮은 동산 몇 번 다녀봤던터라 우리는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출발했다. 오르막은 아예 뛰지 못할테니 등산중 나오는 평지와 경사가 심하지 않은 내리막을 뛰자, 하고 청태산으로 향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2코스는 경사가 아주 심하고 1코스는 완만하다며 올라갈 때 2코스 내려올 때 1코스를 추천한다고들 했다. 산에 도착해 입장료와 주차비를 내고 안내인분께 지도를 받으며 코스에 대해 여쭸는데 안내인분은 2코스로 갔다 3코스로 내려오기를 더 추천한다셨다. 1코스도 완만하지만 3코스가 더 내려오기 나을거라는 말씀이셨다. 우리는 어차피 오르막에 뛸 수 없으니, 그렇다면 1코스로 올라가고 3코스로 내려오자 쇼부를 쳤다. 등산부터 하산까지 아마 한시간 반정도 걸릴텐데, 굳이 물은 없어도 될 것 같고, 음 망고젤리나 준비할까, 하고 휴게소에 들렀을 때 샀던 망고젤리를 각자 주머니에 몇 개씩 넣었다. 그리고 1코스 앞으로 가, 우리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어..근데 경사가 완만하다는 1코스가.. 내 생각과 우리의 생각과 완전히 너무나 달랐다. 경사 심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 거다. 뛰는게 다 뭐야, 나는 이 등산 자체를 포기하고 싶어졌다. 분명 걷는데도 이 산을 오르는 일은 심박수를 굉장히 높게 만들었고, 귀에서 계속 맥박 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멈추어서 잠시 숨을 고르며 맥박이 진정되길 기다렸고 그러다 다시 오르면서 맥박소리를 듣고 또 진정되길 기다렸다. 이렇게 몇차례 하는동안 e는 세상에, 저기 멀리 앞서 가더니 숫제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나는 너무 힘들어 헉헉대는 이 오르막을, 그냥 평지 걷듯 다다다닥 걸어가는게 아닌가. 세상에. 일전에 이효리가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청계산을 오른다면서 그런데 날다람쥐처럼 잘 오르는 사람이 보이면 그 사람은 전지현이다, 말한 적이 있었다. 전지현은 청계산 날다람쥐라는 거다. e 는 청태산 날다람쥐였다. 청계산에 전지현 있다면 청태산에 e 있다..


경사가 심해 줄이 설치 되어 있는 부분도 있었다. 하아- 내가 저 줄을 잡아가며 올라야 하는것인가. 산은 정말 풍경도 아름답고 공기도 좋고 냄새도 좋고 다 좋은데, 그래서 정상에 기어코 오르고 싶은데, 그런데 이 오르막.. 언제 끝나요? 산을 오른지 20분이 지나도 40분이 지나도.. 아직 정상은 나오질 않았다. 아름다워, 좋아, 그런데 이제 정상이 나와줬으면 해. 경사가 너무 심해서 나 힘들다고 ㅠㅠ 처음엔 뛰지 못할까봐 초조했는데 이젠 오르고 내리는 것 자체를 할 수 있을지 초조해지고 두려워졌다. 그런데 이미 이만큼 올라왔는데 그대로 돌아 다시 내려갈 순 없었다. 왜냐하면 이 경사 다시 내려갈려면.. 너무 무서워 ㅠㅠ 3코스가 이보다 더 낫길 바라며 가던 길을 계속 가는 수밖에 없어. 저기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e 에게 말했다. "내 목표는 이제 트레일 러닝이 아니야. 무사히 오르고 무사히 살아서 내려가는게 오늘의 목표야." 그렇게 걷고 또 걷다가, 몇 번이나 맥박 소리가 들려 멈추었다가, 드디어 정상에 닿았다. 만세!!




사실 청태산.. 이름 들어본 적도 없었고.. 그러니 산을 잘 타는 사람들에게는 난도 높은 산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일자산만 다니던 등산 쪼렙은 울고 싶어집니다.. ㅠㅠ 


정상에 올라 시뻘개진 얼굴로 흥분하며 e와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느 젊은 여성분이 조용히 정상에 오셨다. 전혀 힘들어보이지 않는 얼굴로 오셨어. 나는 그 분을 보자마자 "인증사진 찍어드릴까요?" 물었다. 잠깐 망설이던 그분은 "감사합니다!" 하고 베시시 웃으셨다. 그래서 나는 그 분 찍어드렸다. 그러자 그 분이 "두 분 같이 찍어드릴까요?" 해서 우리 사진도 찍고. 어디로 올라오셨어요, 물으니 2코스로 올라오셨대. 아니, 거기 너무 힘들다던데요? 화들짝 놀라며 물었더니 "괜찮았어요." 하셨다. 아마도 이분은 등산 경험이 좀 있으신 분 같았다. 그 뒤로 몇 마디 더 나누다가 헤어졌는데 그 분이 먼저 내려가시며 조심히 내려가세요, 했고 우리도 조심히 내려가세요, 했단 말야? 그리고 바로 우리가 그 뒤를 따라갔는데 그 분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 분도 날다람쥐... 하아. 뭐야, 왜이렇게 날다람쥐가 많아.


그리고 3코스는 완만하기를 바라면서, 뛸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아니, 여기 뭐가 완만하다는거야 ㅠㅠ 나는 또 쫄아서 내려간다. 트레일러닝화는 미끄럽지가 않아서 산을 다니기 참 좋은데, 그래서 일자산에서 호카 트레일러닝화 신고 사길 잘했다 싶었는데, 아무리 신발을 믿으려고 해도 이 경사에 너무 쫄려. 그렇게 내려가다가 기어코 넘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슬라이딩 해서 손으로 땅을 짚고 엉덩방아를 찧었어. e 가 놀라며 다가와 손잡아주냐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일어설 수 있다고 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어떨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괜찮은 것 같아, 하고 다시 하산하기 시작했다. "있지, 나는 나의 넘어짐을 받아들이고 있어. 안넘어지려고 하니까 두려운건데, 나는 넘어졌으니까 이제 괜찮아." 그러자 e 는 소리내어 웃었다. 아아 나는 세상없이 겸손해진다. 내가 무슨 트레일러닝이냐, 나는 딱 일자산 맞춤한 사람이다. 나는 앞으로 일자산만 걷고 뛰고 걷뛰 하자. 산? 트레일러닝? 그건 감히 내가 넘볼 부분이 아니야... 나는 날다람쥐가 아니다. 나는 일자산의 멧돼지야.. 하아-


산을 오르기 시작하고 두시간 이십분이 지나서, 우리는 하산을 마치고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 발이 제멋대로 움직이려고 해. 이 체중을 싣고 다니느라 내 다리여, 고생 많았다. 산은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냄새도 너무 좋고 나 산 좋아하네, 싶었지만, 그런데 나는.. 일자산만 걷고 달릴래. 나는 날다람쥐가 아냐. 트레일러닝.. 내 영역이 아니다. 와, 사람이 그렇게 원래 맥박 뛰는 소리가 귀에서 막 들리고 그러는건가염?????





아니, 단풍진 산 너무나 아름다웠는데 왜 내가 찍은건 험난하고 앙상한 길사진 뿐인가.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정상에 올라서도 풍경 사진을 안찍었네. 껄껄.



산을 내려와 머물기로 한 리조트에 체크인을 하고 리조트 까페에서 시원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들어가 샤워를 한 후에 옷을 갈아입고 오늘의 등산을 축하하기로 했다. 그렇게 소고기 먹으러 가긔!!




와- 진짜 맛있게 먹었다. 맛있고 배부르게 먹은 뒤 숙소 들어와 2차를 했다. 오늘 너무 즐거웠다, 좋은 시간이었다, 도란도란 술도 마시고 안주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e 는 다음날 아침에 뛰지 않겠느냐 물었고, 나는 오늘 상태로 보아 내일 일어나 뛰는건 무리다, 너는 뛰고 와라, 했는데 ㅋㅋㅋ 다음날 아침 내가 일어나보니 e 는 여전히 곤히 자고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일어나 씻고 짐 챙기고 리조트내 식당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리조트 식당이니 비싼건 감당하고 받아들였지만, 아니,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9,000원 짜리 고등어구이정식 좀 보실래여, 여러분??



고등어 반마리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진짜 딥분노. 저 계란후라이는 한 개 천오백원 돈 주고 시킨거고, 아니 저 고등어 무슨 일이야. 고등어 한마리 구워 나오는게 정석 아닌가요? 그게 정식 아닙니까? 어떻게 반마리 이렇게 떠억- 내놓을 수가 있죠. 반찬도 맛있었고 된장찌개도 맛있었고 e 는 어차피 한 마리 배불러서 다 못먹는다고 별로 분노하지 않았는데, 나는 딥빡이 옴. 어떻게 반마리 구워주냐. 나머지 반마리의 행방은 어떻게 됩니까? 하아- 이거 보고 e 는 전혀 같이 흥분해주지 않았지만, 윗부분 좋아하는가봐? 얘기했지만, 내가 거길 좋아하고 말고와 상관없이 고등어 반마리 내어주는 것 자체가 강호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집에 와서 엄마한테 보여주고 여동생한테 사진 보여주고 엄마랑 여동생은 흥분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이렇게 반마리 주는데가 어딨냐! 나는 e 가 전혀 흥분하지 않길래 이 친구는 반마리 고등어구이 를 많이 사먹었나 싶어서 내가 그동안 특별했던건가, 무리한 요구인건가 싶어서 인스타그램에 #고등어구이정식 검색해봤는데, 무슨소리야, 죄다 한 마리더구만 ㅠㅠ 저렇게 반토막 주는 건 집에서 자식들 밥 차려줄 때 내놓더라. 냉동고등어, 비비고 고등어 그런거 ㅠㅠ 


휴.. 뭐 흥분하고 빡쳤다고 내가 뭘 한 건 아니고 그냥 빡친게 전부였지만 하여간 빡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샀다.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는 책의 존재를 알고는 있어지만 제목이 전혀 내 관심을 끌지 못했던 책이었다. 그런데 이번호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에 이 책의 저자 조형근 사회학자 님이 나오신거다. 이 분의 이야기를 듣는게 참 좋았는데, 대학에 관한 얘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대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그리고 정규직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조형근은 대학에 대해 당연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나 대학의 효용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는데, 지방대학에 대한 얘기는 그간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부분이었다.

서울과 달리 지방대학은 그 대학을 제외하고 그 지역에 그만한 지적인 공적인 인프라가 없다는 얘기였다. 학생, 지식인, 장비, 시설등의 인프라를 갖춘 그런 공간은 지역에 대학이 유일하다는 거였다. 특별히 더 큰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유일한 장소.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역량을 갖추고 문제를 문제로 알고 해결한 인재를 배출해내고 시민, 주민의 교육과 훈련 모두 다 갖춘 곳은, 대학이 제일 좋은게 아니라 대학 빼고 없다는 것. 지역에서 제일 압도적으로 큰 기관이라는거다. 정희진 선생님은 정말 그렇다며 그 주변에 상권이 형성되는 것도 언급하셨다. 

와- 너무 재미있는거다. 그러니까 그간 한 번도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누군가 말해주는 걸 듣는 것 말이다. 이런거 너무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분의 책을 사게된거다.


[지지 않는다는 말]은 구간인데 이렇게 구입하게된 게 뜬금없지만, 사실 나는 김연수라는 작가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 신간이 나오거나 베스트셀러거나 해도 특별히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몇 권 읽었더라, 하여간 나는 꽂히지 않은 작가였는데, 얼마전에 알라딘에서 누군가 [지지않는다는 말]의 몇 부분을 발췌해둔 걸 보니 얼라리여~ 달리기 얘기를 하는거다. 아니, 김연수 작가님, 달리기 하십니까? 갑자기 이 책이 궁금해져서 급박하게 구매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책들은 왜 샀는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이번주에는 이렇게 소박하게 샀다. 흠흠.



이제 점심 먹으러 갈거다. 슝 =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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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11-18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상 고도가 1,194인데 2시간 20분에 완주라니 시작 고도가 엄청 높은 산이네요?
산은 쉬워도 역시 산입니다 ㅎㅎ 주말 즐거운 고생하셨네요!

다락방 2024-11-19 07:41   좋아요 2 | URL
게다가 제가 쉬엄쉬엄 올랐던 걸 생각하면 정말 높은 곳에서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차 끌고 엄청 올라가기도 했고요. 올라갈 때 좀 무섭고 힘들었지만 그런데 참 좋기는 했어요. 산은 참 좋습니다. 힘들게 기어코 오르고 나서는 생각했어요.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리 없건만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1-18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형근님의 책은 저도 매거진 듣고 관심이 가더라구요. 특히 지방대 소멸.... 이 이야기가 그렇게 무겁고 중요한 주제인줄은 저도 몰랐어요. 매일의 인생에 새로움이 가득하네요. 모르는게 많아서 신나는 내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자산 날다람쥐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산은 겨울에 더 추우니깐 목도리를 꼭! 매시기를~~

다락방 2024-11-19 07:45   좋아요 2 | URL
지방대에 대한 얘기가 진짜 좋더라고요, 저는. 내 주변의 일이지만 그러나 관심가져본 적 없는 그런 일이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렇게 딱, 이런게 있어!! 해주시니 너무너무 신나고 좋더라고요. 이거야말로 정희진 쌤 말대로 앎의 쾌락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그 점에서 참 신나기도 했습니다. 아 너무 좋다!! 막 이랬어요. ㅎㅎ

일자산 날다람쥐..는 결코 될 수 없습니다. 저는 이제 제 육체의 어떤 느림, 더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수없이 되뇌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실 젊을 때에도 날다람쥐는 아니지 않았나 싶고요.. 뭐, 세상에 다 날다람쥐만 존재할 순 없는 거니까요.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이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늘 춥더라고요, 단발머리 님.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망고 2024-11-18 16: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멀리 갔다오셨네요. 힘들었지만 단풍구경은 잘 하셨을 것 같아요^^
고등어 반마리 저도 화가납니다! 가격이 저런데 어떻게 반마리일수가 있죠? 게다가 이름이 무려 고등어구이정식인데 고등어가 반마리라고요? ㅠㅠ 아 슬프다!

다락방 2024-11-19 07:47   좋아요 2 | URL
와- 저는 여름의 산도 참 좋아하지만 가을의 산은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가는 길도 내내 아름다웠는데 도착해서도 아름다웠어요. 풍경과 냄새에 감탄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저는 확실히 바다보다 산 쪽에 더 감흥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하하하하.

그러니까요, 고등어구이 정식에 고등어 반마리라니, 이건 정말 상도에 어긋나는 거 아닙니까!!!!!!!!!!!!!!!

syo 2024-11-1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반부 사진 네 장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대다가, 후반부 사진 네 장을 보면서 개비스콘 표정됨 ㅎㅎㅎㅎ

선비가 사흘을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날 때는 눈을 비비고 마주해야 한다더니, 이제 다락방님에 대한 인식을 바꿀때가 왔군요.
산과 강을 달리는 다락방!

다락방 2024-11-19 10:58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이제 날이 추워지니까 달리기가 싫어졌어요. 과연 날 춥다고 달리기 중단하는 사람들중 하나가 될것인가, 나란 사람은..달리기는 여름에 하기 더 좋은 것 같아요. 조금만 달려도 막 땀이 나서 운동할 맛이 난다. 뭔가 대단한걸 해낸 느낌. 그런데 몸무게는 변화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고기는 맛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4-11-20 15:50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 산과 강을 달리며 땀을 좀 흘려줘야 제맛이지만 어쨌거나 소고기는 맛있는 다락방!˝

잠자냥 2024-11-1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태산이 어디 있는지 찾아봄...
다락방 남자랑 청태산 갔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고등어 너무 하다......... 너무해.....

다락방 2024-11-20 08:07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청태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아 간만에 빡센 등산 했네요. 하하하하. 기분은 좋았습니다만 아주 힘들었습니다.남자랑 갔을까요?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등어 진짜 너무 빡쳤어요. 이번 주말 여행에서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빡친 부분이었습니다. 고등어 반마리. 고등어 반마리를 내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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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혜는 돌연 채식을 선언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육식을 하지 않기로 선언한다. 같은말인 것 같지만, '채식을 하겠어'와 '육식을 하지 않겠어'는 뉘앙스가 좀 다르다고 생각하고, 이 책의 제목이 채식주의자 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는 육식을 금하는 것에 더 방점을 둔 제목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적당한 제목은 생각이 안난다. 비육식주의자, 로는 영혜의 선언과 태도를 온전히 설명할 수가 없다. 적합하지 않다. 결국 영혜가 땅에 뿌리를 박고 하늘을 향해 곧게 서있는 나무가 되고자 했던걸 보면, 육식을 금하는 것에서 나무가 되고 싶어한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를 채식주의자, 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영혜의 남편은 애초에 영혜를 특별히 사랑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었고, 자신은 직장에 나가서 점심과 대부분의 저녁을 해결하고 오니 영혜의 비육식 선언이 딱히 어려울 것은 없었다. 아침 한끼 식사를 채식으로 한다한들 크게 불만을 가질 것이 무언가. 그러나 다른 채식주의자들과 영혜는 다르다. 그녀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가끔 상반신을 노출하고 사람들앞에 선다. 거기에 어떤 거리낌이 없다. 회사에서 부부동반 간부모임이 있었을 때, 그녀의 이상함은 부끄러울 정도다. 차려진 좋은 음식들을 거부하기,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섞이지 못하기. 이건 사회인으로서의 영혜 남편을 난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 삶의 방식을 그리고 태도를 선택한 영혜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영혜 남편은 자신의 힘으로는 아내를 자신과 같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만들 수가 없어 처갓댁 식구들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그러나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영혜의 아버지는 영혜의 입을 벌려 강제로 고기를 입에 넣고 제 뜻대로 되지 않자 영혜의 뺨을 세차게 날린다. 영혜는 제 입에 강제로 고기가 들어가자 뱉어내고 칼로 손목을 긋는다. 남편과의 이혼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혜는 화장품가게를 운영하며 경제적 책임을 지고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아이에 대한 돌봄도 모두 제몫으로 갖고 있다. 일요일만이라도, 자기가 부탁한 때만이라도 남편이 아이와 시간을 좀 보내기를 바라지만, 남편은 예술을 한답시고 아내의 바람을 무시한다. 돈도 안벌고 아이도 돌보지 않으면서 해내는 예술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그런 그가 처제인 영혜에게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얘기를 듣고 침체되어있던 예술적 영감을 받아 처제의 벗은 몸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비디오로 촬영하며 작품을 완성해나간다. 옷 벗기를 더 편하게 생각했던 영혜는 이 일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잘못된건지에 대한 인식 같은건 없이 벗으라면 벗고 누우라면 눕고 외려 자신의 벗은 몸에 그려진 꽃 그림을 좋아한다. 그런 처제를 촬영하며 처제에 대한 성욕을 품고 인혜의 남편은 '오늘은 아이를 좀 봐달라'는 말에도 안된다 바쁘다를 연발한다. 밤 아홉시에 돌아와 옆집에서 아이를 찾아온 남편은 아내가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다섯살 아이 잠들었으니 자신은 또 나갔다 오겠다고 말을 한다. 인혜는 하는수없이 가게문을 닫고 아이가 잇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한숨, 체념.. 그런 인혜가 통 연락없는 영혜의 집에 음식을 들고 찾아갔을 때, 그때 그녀는 자신의 남편과 영혜가 온 몸에 꽃으로 페인팅을 하고 격렬한 섹스를 하는 비디오테입을 보게 된다. 몇차례의 섹스 후 인혜의 남편은, 처제인 영혜의 옆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인혜는 정신병동에 신고한다. 여기 환자가 두 명 있어요.


그러나 남편은 정상인으로 판명되어 병원 바깥으로 나가게 되고 영혜는 오랜 입원을 하게된다. 병원에 있는 영혜를 들여다보고 병원비를 감당하는 것은, 오로지 언니 인혜의 몫이다. 정신병자인 딸을 더이상 부모는 들여다보지 않고 남동생 부부도 외면하며 애초에 영혜의 남편은 영혜를 떠나버리지 않았는가. 인혜의 남편도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있는지 알 수 없다. 인혜는 돈을 벌어 생활비도 해야 하고 동생의 병원비도 감당해야 하고 아버지 없이 혼자 자신의 아이를 돌봐야하며 가끔 동생을 보러 병원에 반찬을 싸들고 대중교통을 타고 찾아가기도 해야한다.



영어로 번역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외국인들이 읽고, 첫문장에서부터 영혜의 남편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맞다. 영혜의 남편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인혜의 남편 역시 마찬가지. 아내의 동생에게 욕정을 품는 것도 그렇지만, 그전에 이미 아내에게 경제적 책임을 지우고 노동 없이 예술한답시고 한량처럼 사는 것도 꼴보기 싫은데, 그런 주제에 아이 돌봄노동까지 나몰라라 하는 것은 그가 좋은 남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인혜의 남편도 영혜의 남편도 둘 모두, 아내에 대한 특별한 사랑은 없었다. 영혜의 남편은 자신의 아내가 처형같았으면 좋았을거라 생각하고 인혜의 남편은 처제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이 좋지 않은 남자들인 둘 모두 장인어른에 대해서라면 더 안좋은 남자라고 생각을 한다. 자식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강압적인 남자. 영혜의 고기에 대한 혐오는 영혜 본인이 꿈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그에 앞서 그 꿈을 꾸게 만든 그보다 더 오래된 기억들이 있다. 자신을 물었던 개를 학대하며 잡아 먹었던 일, 그 후로 계속 가슴 안에 뭔가 막힌 것 같아 도저히 브래지어도 할 수 없는 채로 살아왔다. 시간이 지나도 그 답답함은 나아지지 않았다. 영혜의 아버지는 영혜를 학대했고, 영혜 앞에서 영혜보다 더 약한 짐승을 학대햇고 또 그 학대를 보여주었으며 그 고기를 먹음으로써 그 학대에 참여하게 했다. 결혼후 만난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는 아내를 못마땅해 한다. 언니의 남편은 그녀에게 예술을 하자고 해놓고 섹스를 한다. 그녀가 정신병동에서 모든 음식을 거부하고 빼빼 마르게 되기까지, 거기에는 가부장적인 문화와 남성들의 폭력이 있었다. 그 폭력이 직접적인 그녀를 향한 것이든 혹은 다른 존재를 향한 것이든. 그런 환경에서 사실 제대로 된 삶을 살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아주 많은 여성들이 그 삶을 버티어냈다. 인혜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 아버지와 그런 남편을 삶에서 계속 가지고 나가면서도 돈을 벌고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대부분의 여성들은 미치지 않고서 버티어낸다. 그러니 내가 욕할 것은 가부장제이며 폭력이며 권력이며 억압일것이다. 그런데,



나는 영혜를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괴로웠다. 그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가장 괴로워한점이다. 읽는 내내 내가 괴로운것은, 이 자매의 남편들도 한심하고 특히나 아버지는 정말 죽일놈인데, 그런데 영혜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되는거다. 이런 세상에서 미치지 않을 도리가 없는데,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린 영혜를, 아니, 뭐 어때, 내가 내 벗은 가슴에 햇볕좀 쬐겠다는데, 그게 뭐 그렇게 미친 일이야, 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그녀가 내 가까운 사람일까봐 무섭다. 내가 언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그래 네가 미치지 않을 도리가 없지, 라며 그녀를 그냥 놔둘 수 있을까? 나 역시도 정신병원에 그녀를 입원시키지 않았을까? 고기를 안먹겠다는 영혜에게 억지로 입을 벌려 고기를 쑤셔넣는 아버지는 분명 폭력적이고 잘못되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말릴 사람이다. 그러나 영혜가 될 순 없을 뿐더러 영혜를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을 것 같은거다. 왜 안되나, 왜 영혜처럼 살면 안되나, 라고 생각을 하려다가도 영혜야 그러면 안돼,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 내가 현실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것일까, 하면서도 나 역시 아주 많은 부분에서 이미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일것이다. 나는 아시아에서 태어난 중년의 여성인데, 나의 이 정체성은 어떤 지점에서 분명한 약자이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또 약자가 아니기도 하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다고, 모두 나랑 같은 방식으로 사는건 아니라고 아무리 수없이 되뇌어도, 그런데 영혜는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누군가를 '비정상' 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괜찮은 것인가? 이게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영혜를 비정상이라고, 내가, 생각해도 되는거야? 이 지점이 괴로웠다. 결국 그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이 있었을텐데, 그런데 그걸 버티어내지 못한 사람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나는, 온당한가? 옳은가? 괜찮은가? 라는 생각이 수도없이 드니까 미치겠는거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영혜로부터 튕겨져나오고, 이제 이 모든 것을 감당하는 인혜에게로 옮겨진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의사에게 표했던 재발에 대한 우려는 단지 표면적인 이유이며, 영혜를 가까이 둔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능하게 느껴졌다는 것을. 그애가 상기시키는 모든 것을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을. 사실은, 그애를 은밀히 미워했다는 것을. 이 진창의 삶을 그녀에게 남겨두고 혼자서 경계 저편으로 건너간 동생의 정신을, 그 무책임을 용서할 수 없었다는 것을. -p.208



인혜의 삶도 힘들다. 혼자 아이를 돌보고 경제적인 것도 해결해야 하는 삶이 무겁다. 남편은 처제랑 섹스하고 도망가서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물론 볼 생각도 없지만, 아이가 앞으로 자라서 제 아비가 한 일에 듣게 될텐데, 그걸 생각해도 무섭다. 이 삶이 버거워서 죽고 싶기도 하다. 죽으려고 산에 들어갔다가 죽지 못하고 나왔는데, 어린 아들을 보노라면 내가 어떻게 이 어린 것을 두고 죽을 생각을 했나 싶다. 어쩌면, 어쩌면 죽는게 삶의 모든 고통으로부터 탈출하는 길일텐데. 아이 아빠는 어차피 책임 지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았잖아. 예술 하고 싶다고 예술하고 욕정 느낀다고 처제랑 섹스하고 아이 돌보기는 남일이었고. 그런데 왜 인혜는 그렇게 할 수 없나. 게다가 부모도 남편도 모두 외면한 영혜를  놓을 수도 없다. 영혜조차도 영혜를 놓았는데, 그런데 왜 언니는 영혜를 놓지 못해 삶이 더 괴로운가. 죽음은 정말 답일지도 모르는데. 모든 음식을 끊고 나무가 되고자 했던 영혜를 어쩌면 그냥 두는 것이 영혜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건 아니었을까. 고기를 안먹는 것도 제뜻대로 실천하기 어려운데, 옷을 벗고 다니는 것도 자기 뜻대로 안되는데, 죽는것만큼은 자기 뜻대로 하게 두어야 하는게 아니었을까, 인혜는 생각한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나도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니 인혜는, 영혜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보고 있기 힘들고, 영혜가 시들어가는 것을 죽어가는 것을 그대로 둘 수가 없다. 영혜를 이 삶에 붙들어봤자 그것이 영혜를 행복하게 하는게 아닌데도 인혜는 영혜를 붙들고 있다. 나처럼, 다른 사람들처럼 살 수 없는데도 기어코 붙들고서, 그런데 너 혼자 그렇게 경계를 넘어 가버리면 그 뒷수습은 누가 지냐며 원망한다. 나는 영혜를 원망한다. 



나는 영혜를 원망하고 

나는 영혜를 원망해서, 괴롭다.



작가는 이 작품을 다 쓴 후에 이 연작들에 대해 '고통 3부작'이란 파일명으로 저장해두었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나는 작가가 말하는 고통이 무얼까 생각했다. 죽음조차 뜻대로 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고통일까, 남들과 다르게 살면 혐오를 받는 삶에 대한 고통일까, 현실에서 버텨내기 힘든데에서 오는 고통일까, 이 모든것일까. 그런데 나는, 나 스스로 어느 정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어느 정도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영혜를 , 이 책의 영혜 아닌 사람들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고통스럽다. 나 역시도 정상성에 기대어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점이 고통스럽다. 누군가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괴롭다. 작가가 지정한 파일명처럼, 이 책은 그래서 내게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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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15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4-11-1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혜가 부러웠어요.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니까요. 저는 용기가 없어서 못해요ㅜㅜ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는 자기 만족을 위해, 자기 뜻대로 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짓을 하잖아요. 다락방 님 말씀처럼 정상성에 기대어 사는 거… 모두가 그런 거 같아요.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내 뜻대로 너가 했으면 하는 마음. 언제쯤 그 마음이 사라질까요.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볼 수 있을까요ㅜㅜ 아버지, 남편, 형부… 가부장의 모습들을 보니 클레어 키건의 소설 <푸른 들판을 걷다> 속 소설들이 생각났어요.

꼬마요정 2024-11-17 17:50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잘못 적었어요. 영혜는 용기가 아닌데… 멀 잘못 먹었나봐요. 읽을 때 처음엔 용기라고 생각했고 뒤로 갈수록 용기가 아니라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만큼 무너졌기 때문이라 생각해놓고 또 다 까먹고 이럽니다. 급 딴 거 하다가 화들짝 밤에 무슨 짓을 했지? 하고 들어왔네요ㅠㅠ 뇌가… 시냅스들이… 끊기나봐요. 힝

다락방 2024-11-19 07:49   좋아요 1 | URL
저는 읽다보니 영혜가 죽기를 원한다면 최소한 제 마음대로 죽을 수라도 있게 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아무래도 영혜의 입장이 되어보기보다는 언니인 인혜의 입장이 되어서, 본인의 뜻이 어떻다한들 그 사람을 기어코 살려내려고 하고 싶을 것 같아요. 인혜가 했던것처럼요. 그게 맞는걸까 아닌걸까 고민도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살게 두고 싶은.. 그것은 현실에서 부담과 고통으로 다가오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다보면 어김없이 영혜가 원망스럽더라고요. 언니 좀 괴롭히지마, 하고요 ㅠㅠ

단발머리 2024-11-1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는내내 이 책이 너무 힘들어서... 이제 그만, 한강은 그만... 라고 결심했던 순간들이 다 기억나네요. 저도 다락방님과 비슷한 감상인데 저는 그걸 어떻게 적어야할지도 모르겠더라구요.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작품이기는 한데....
아, 괴롭다... 를 저도 연타로...

다락방 2024-11-19 07:52   좋아요 1 | URL
너무나 고통스러웠어요, 단발머리 님. 제 선택이 인혜랑 다를 것 같지 않아서 괴로웠고요, 그런데 그게 옳은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라서 괴로웠거요. 저는 읽고나서 [미 비포 유]의 윌도 생각났어요. 죽음을 원하는 당사자인 윌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면서도, 그러나 그걸 정말 막아내고 싶었던 가족들의 생각도 그렇고요. 그런데 지금 사는 내 삶이 내것이 아닌 것 같고 영 버텨낼 자신이 없다면.. 어휴, 정말이지 여러가지로 고통스러운 독서였어요. 제가 고통스러운 지점은 상당 부분이, 거의 대부분이 현실에 발붙이고 사는 인혜의 입장이 되어있기 때문일 겁니다. 괴로웠어요 ㅠㅠ
 














단테의 신곡을 읽기 시작했다.

삽화가 있는 이 책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수시로 삽화가 나오는 것도 좋고 주석이 바로 해당 페이지 아래에 있는 것도 좋아서 이 책 읽기로 정착할 것 같다. 무척 마음에 든다. 민음사 신곡, 미안... 아무튼 이 책 좋아. 이 책은 좋지만 단테는 좀 읭? 스럽다.


자, 시작은 지옥편이다.

35세의 단테는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저승 여행길을 떠나게 된다. 자신이 살아있는 몸으로 저승을 여행해도 될지 두려워하며 걱정하는 단테에게 베르길리우스는 걱정하지 말라며, 천국에서 너를 안내해주라는 명을 받고 자신이 도와주러 왔노라 한다. 천국에서 내려와 베르길리우스에게 단테 좀 도와주세요, 라고 말하는 여자가 세상에, 다름 아닌 베아트리체라는 게 아닌가.


네?


그러니까 나는 단테 하면 바로 베아트리체를 떠올릴 정도로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사랑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간 읽어온 책들을 통해 단테가 베아트리체랑 연인으로 사랑한게 아니라 혼자 바라만보는 짝사랑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최근에 읽은 어떤 책에서(그게 뭔지 기억이 안난다) 단테랑 베아트리체는 사귄 적도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런데 어째서 단테, 하면 베아트리체가 따라나올까, 어떻게 짝사랑만으로 바로 연관되는 사람이 됐을까, 불같은 사랑을 하다 파멸을 한 것도 아니고, 어떤 일이 없었는데, 그러니까 해프닝 이라든가 어페어라든가, 뭐가 없는데 어떻게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여인,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렇게 먼 훗날의 나조차도 알게된거지? 내가 모르는 그들 사이에 뭔가 있나, 정도만 생각했다가, 아아, 신곡을 읽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그 의문이 풀린다. 단테는 자신의 작품인 신곡에 베아트리체를 등장시켰던 거다. 그것도 무려 천국에서 내려온 사람으로.


마이


하아- 

나는 그래서 좀 검색을 해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베아트리체랑 단테는 사귄 적이 없다-이 틀린건지, 짝사랑한 여자를 천국에 있는 여자로 묘사한게 정말 맞는지.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단테 1265-1321

베아트리체 1265-1290


단테는 베아트리체가 죽기 전까지 9년간 딱 두 번 만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에 대한 사랑이 끓어올라 그녀를 잊지 못하고, 1308년부터 쓰기 시작한 신곡에 그녀를 천국의 여인으로 등장시켜 버린거다.


와...

나는 일단,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9년간 단 두 번 봤지만 사랑하는 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

나도 그런 적 있었다. 2년간 세 번 봤나 그랬는데 인생의 남자가 되었던 그런 경험이 있다. 그러니까 본 횟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것과 별개로 사랑하는 마음은 한없이 커질 수 있다는 걸 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처음보았던 순간이라든가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보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글로 쓸 수도 있다. 좋은 영감이 될 것이다. 만났을 때의 기쁨과 언제 볼지 모르는 기대도 다 글로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녀를 천국에 있는 것으로 그리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단테는 결혼도 하고 아내도 있었다는데 자신이 짝사랑했던, 그러나 결코 사귀지 않았던 여자를 천국에 있는 영혼으로 묘사했다는 건, 무얼 말하는걸까. 나는 이것이 단테가 베아트리체랑 실질적 관계를 맺지 못했기 때문에 성녀화 시킨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거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그러나 내가 겪어보진 못한 그녀-는 분명 성녀일거야. 이건 진짜 대놓고 너무 성녀로 만들어버린 게 아닌가.



나는 허공에 매달린 사람들 사이에

있었는데, 아름답고 축복받은 여인이

나를 불렀고 나는 그분의 명령을 기다렸지 -제2곡 54


여기서 아름답고 축복받은 여인이 베아트리체.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아니 그냥 알았던 여자를 작품을 통해 축복할 수도 있겠지만, 천국에서 왔다니까? 



지옥의 첫단계 가장자리 '림보'에는 숱한 예술가들이 나온다. 거기엔 우리가 익히 아는 이름들도 등장한다. 그러니 단테가 신곡에 베아트리체만 등장시킨 건 아니다. 단테의 생각만으로 어떤 사람들이 지옥에 있는 것도 별로지만, 그런데 천국의 여인이라니, 이건 너무 이상하지 않나. 당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라면, 이거 진짜 너무나 문제 많은 작품이 될 것 같은데? 단테 신곡 읽고 지옥편 그림 그리는 사람들도 많고 또 지금까지 전해져내려오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순전히 단테의 기준으로 어떤 사람은 지옥에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천국에 있다? 물론 글을 쓰는 작가가 자신이 그리는 인물을 어떤 상황에 놓을지 결정하는 것이겠지만, 베아트리체 잘 모르잖아. 베아트리체가 지옥의 입구 혹은 그 밑, 그 밑으로 들어갈 잘못을 품고 사는 사람일 수도 있잖아? '그 여자는 그럴 리 없다'는 단테 머릿속의 베아트리체가 신곡에 있는게 아닌가. 나는 김 숨의 소설, [당신의 신]이 생각났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신이 아니야.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p.64)
















나는 단테에게 말하고 싶었다. 베아트리체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구원자가 아니야! 그녀는 당신을 구원하기 위해 산 것도 그리고 죽은 것도 아니야. 당신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이혼을 원한다는 그녀의 요구를 그는 번번이 묵살했다. 혀가 꼬이도록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밤, 마침내 따지듯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 무엇을 위해 시를 쓰지?"

"무슨 말이야?"

"시 말이야. 무엇을 위해 쓰지? 응?"

그녀가 차가운 침묵으로 일관하자 감정이 격해진 그가 다그치듯 물었다.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시를 쓰는 것 아니었어?"

"영혼­……? 나는 당신과 이혼하고 싶은 것뿐이야."

"그러니까 날 버리겠다는 거 아니야?"

"버리다니? 누가 누구를?"

"네가, 나를!"

"나는 지금 당신을 버리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당신과 이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그게 그거 아닌가?"

"억지 부리지 마!"

"네가 날 버리는 건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므로 앞으로 네가 쓰는 시는 거짓이고, 쓰레기야." (p.58-59)



김숨의 소설에서 남편은 그녀를 자신의 구원자로 삼고 그녀가 이혼하자고 하자 그건 자신의 영혼을 버리는 거라고 억지를 쓴다. 자기 멋대로 신으로 만들고 자기 멋대로 그 신이 나의 영혼을 내팽개쳤다고 말하기. 이것과 단테의 베아트리체가 다른 것 같지 않은거다.


모르겠다. 베아트리체의 입장은 어떨지.

베아트리체가 이미 죽은 뒤에 저 작품이 쓰여졌고 발표되었으니 베아트리체 본인은 자신이 작품속에서 어떻게 그려졌는지 알 수도 없었고 앞으로도 알지 못할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녀가 살아있는 중에 이 작품이 나왔다면,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람들이 모두 나랑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을 가진 것도 아니고 또 지금으로부터 몇백년전의 일이니, 베아트리체는 나와는 달리 단테의 소설에 천국 여신으로 등장한 걸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시대적 배경이 지금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들은 그걸 좋아했을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훗. 그 사람은 나를 성녀로 만들어줬지, 나를 등장시켰어, 그거 내 얘기야, 라고 자랑스러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아니다. 누가 나를 신으로 생각하는거? 질색팔색이다. 



자, 이제 지옥 얘기를 해보자면,

지옥의 첫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누굴까?



그들은 죄를 짓지 않았고 비록 업적이

있더라도, 네가 믿는 신앙의 본질인

세례를 받지 않았으므로 충분하지 않다. -제 4곡 36



허허..그것참.. 단테의 신곡이 불신지옥의 기원인가.. 명동 가면 가끔 사람들이 길에 서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외치는데, 그러니까 내가 굳이 죄를 짓지 않아도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그들은 외치잖아? 그런데 단테가.. 그랬네요. 지옥의 첫단계에는 죄를 짓지 않았어도 신앙을 갖지 않으면 오게 된다... 불신 지옥이네요. 오 마이 갓.. 


네..

불신 지옥의 기원.. 이십니까, 단테여!!



제6곡까지 읽었는데, 지옥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언급된다. 언급했듯이 거기엔 우리가 익히 아는 이름도 있지만(아리스토텔레스, 히포크라테스 등등) 생소한 이름도 있다. 그. 중에 한 명이 '세미라미스'인데 각주에는 이렇게 설명되어있다.



세미라미스Semiramis(B.C. 1356~B.C.1314). 그녀는 아시리아의 니노스 황제의 부인이었고, 니노스가 죽자 정권을 장악하여 페르시아와 아프리카를 지배하였다. 온갖 음란함을 일삼았으며 심지어 자기 아들과 근친상간의 죄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 비난을 받자 욕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법률로 합법화하기도 했다. -p.63



오와 정권 장악에 온갖 음란함?? 근친상간에 법 고치기?? 너무 궁금해져서 세미라미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위키피디아 검색해보니 어려서부터 비둘기에 의해 교육받았고(네?) 비둘기가 되어 승천했단다. 대단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살았으면 또 비둘기로 승천도 해보고 그래야지. 하하하하하.



아무튼 지옥에 있는 사람들 구경하고 있는데,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지옥에 있었겠구나 싶다. 지옥에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중 1인이 나였을거야. 휴...



자, 계속 읽어보자. 계속 읽다보면 나는 내가 지옥이 아니라 연옥에 있을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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