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친애하는 폴스타프 님께서 오징어젓이 화이트와인과 잘 어울린다 말씀해주셔서 그 날 바로 화이트와인은 사두었더랬다. 보통 와인은 레드로 먹기 땜시롱 와인 냉장고 가득 레드만 있는데, 그 조합 궁금해 굳이 가서 한 병 사왔다. 자 이제 오징어젓을 살 차례. 내가 언제 먹을 수 있을 것인가. 벼르다가 어제 저녁에 주문 넣어 오늘 아침 도착. 내가 먹기로 계획한 날이 오늘, 목요일이었으니. 아자!! 내가 오늘 오징어젓과 화이트와인을 먹기 위해 월요일 달리고 화요일 요가하고 수요일 달렸다. 만세!!

얼른 집에 가고 싶다. 오징어젓과 화이트와인 맛보게! 물론 오징어젓은 전혀 배가 차는 메뉴가 아니므로, 나는 또 편육을 준비해두었지. 껄껄. 펀육에 새우젓 좋아합니다. 샤라라랑~ 아 얼른 집에 가고 싶다.


그나저나,

클레어 키건의 새 책이 나왔다고 해서 지난번에 살랬더니 예약주문이라는 게 아닌가. 그건 싫어.. 해서 보니 오늘은 걍 바로 주문 가능하네? 아니 그런데 며칠 참았다고 여권지갑..을 준다는 겁니다. 네? 여권 지갑이요?
















보통 알라딘 굿즈의 대부분이 딱히 나에겐 쓸. 모. 가 없어서 웬만해선 받지않기를 선택한다. 쿠션, 담요 이런거.. 세상 필요없음. 문진.. 필요없음. 내 방과 사무실에 무거운 건 많기에..이를테면 펀치라든가... 하여간 사이즈 너무 크지 않은 머그컵 같은건 받지만 웬만해서는 다른건 잘 안받는 편인데 여권케이스... 에 살짝 흔들려?




그래서!

나에게 물었다.


"너 여권지갑 없어?"


그러자 내가 답했다.


"있어!"


그러자 다시 내가 물었다.


"그런데 또 받으면 그건 뭐야?"


그러나 다시 내가 답했다.


"쓰레기!!"


그래서 안받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구를 생각하는 다락방 입니다.  이미 여권 케이스 있으므로 더이상의 여권 케이스를 또 갖지 않는 걸 선택하기. 샤라라랑~



빨리 집에 가서 오징어젓갈하고 화이트와인 먹고 싶다.


오늘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은 저 위 클레어 키건하고 달자 님의 서재에서 본 단편집이다.
















제목은 사랑과 결함인데 처음에 검색할 때 너무나 당연하게 사랑과 결합 이라고 했다.


결합


안녕하세요, 음탕한 다락방 입니다. 음란마귀 들어버린 나...



며칠전에 내 덕분에 런데이 앱깔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너무 좋다면서 달리기 알게 해주어 고맙다고 E 가 배민 상품권을 보내줬다. 아니, 뭘 이런걸 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우린 요즘 함께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좀전에는 남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자신도 이제 달리기를 시작해보겠다며, 어떻게 입문하냐고 물어왔다. 런데이 앱을 깔라고 말해주고 이것저것 대화하는데, 갑자기 남동생이 나한테 이러는거다.



"누나 달리면서 뭐 먹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새끼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동생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언니는 5킬로미터 달리고 5,000 킬로칼로리 먹는 것 같아."



어제는 나에게 구충제 챙겨 먹으라고 말해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구충제 먹어야겠네. 아무리 먹어도 살안쪄요, 운동 열심히 해서 이만큼 먹어도 돼요, 이런거 할라 그랬는데 운동 코딱지만큼 하고 산더미같이 먹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집에 가서 오징어젓갈에 화이트와인 먹을 생각에 너무 씐나서인지 또 콧노래를 흥얼흥얼 하고 있다. 인생은 너무나 꿀잼인 것 같다. 오징어젓갈에 화이트와인도 맛볼 수 있고. ㅋ ㅑ ~ 미래는 예측불허. 아니, 나는 상상도 못했죠. 화이트와인에 오징어젓갈이라니.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활발해야 새로운 지식을 흡수할 수 있다. 



내일, 화이트와인과 오징어젓갈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빨빨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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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8-2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합에 빵 터집니다🤣🤣🤣🤣🤣

잠자냥 2024-08-22 13:19   좋아요 1 | URL
아....... 나도 결합 그렇게 봤어.... 사실....

다락방 2024-08-22 13:20   좋아요 1 | URL
결합.. 합체..

잠자냥 2024-08-22 13:23   좋아요 2 | URL
갑자기 떠오르네... 다락방의 킹사이즈 침대 이벤트는 어찌 된 것인가???

다락방 2024-08-22 13:26   좋아요 1 | URL
매해 새로이 열리기 땜시롱 이번 연말까지 기다리시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이럼?)

잠자냥 2024-08-2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레어 키건 책 나는 지금 오고 있어요... 집에 와 있을지도?
내가 빨랑 읽고 100자평 쓸게!!! 땡투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이런다)
그나저나 오징어젓갈하고 화이트와인 정말 어울릴지 궁금...
새우젓... 또또 새우젓.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30킬로미터 타고 3만칼로리는 먹는 거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8-22 13:25   좋아요 1 | URL
저 클레어 키건 주문했어요 ㅋㅋ 오늘 저녁에 도착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우젓은 사랑입니다. 새우젓이 돼지랑 그렇게 궁합이 좋대요. 돼지 먹고 체하면 새우젓을 먹으란 말이 있을 정도로요. 새우젓 필수!!
5:5,000=30:30,000 은 결국 1:1,000 으로 같네요? 🤣🤣🤣🤣🤣🤣🤣🤣🤣(아무말)

독서괭 2024-08-22 13:57   좋아요 0 | URL
저 저번 만남글 읽고 진짜 궁금했던 건데, 대체 새우젓 스몰톡은 어떻게 하시는 건가요? ㅋㅋㅋ

다락방 2024-08-23 09:25   좋아요 1 | URL
그것은 저도 모릅니다. 그것은 그러니까.. 그냥 입에서 나오는대로...

건수하 2024-08-2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충제… 기생충이 있다면 살이 빠지지 않을까요?

.
.
.
죄송합니다 😅

다락방 2024-08-23 09:26   좋아요 0 | URL
음.. 그렇죠? 예전에도 제가 하도 먹어서 기생충있나 의심한 적 있는데 그 때 아빠가 그러셨어요.

˝기생충 있으면 너 얼굴이 누렇게 떠. 그런데 넌 그냥 니가 잘먹은 얼굴이야.˝

기생충은 없는걸로..

은하수 2024-08-2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결합인줄....ㅎㅎㅎㅎ

따놓은 레드와인 얼른 마시고 저도 시도해봐야겠어요.
와인과 오징어 젓갈의 마리아주라니... 너무 생소하네요
무슨 맛인지 꼭 공유해주세요~~~~

다락방 2024-08-23 09:27   좋아요 0 | URL
ㅋㅋㅋ 결합이 너무나 찰떡인 단어인 것입니다. ㅋㅋ

저도 어제 큰소리 떵떵 쳐놨는데 마시지 못해서 ㅠㅠ 곧 다시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흑흑 넘나 궁금하네요. ㅠㅠ 혹시 저보다 먼저 드시게 되시면 후기 알려주세요!!

단발머리 2024-08-22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준비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폴님이 아주 큰 도움 주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아침 화이트와인 오징어젓갈 리뷰 예약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8-23 09:28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막 사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계획도 하고 준비성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먹는 것에 있어서만 그렇습니다... 어휴...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내가 먹는 것이 나다.. 제가 보기엔 그 말도 맞지만, ‘내가 하는 것이 나다‘ 가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먹을것에 대해 계획 하는 철저한 나, 그것이 곧 나의 몸이 되나니....

Falstaff 2024-08-22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은근히 걱정됩니다. 제가 젓갈 좋아하거든요. 화이트와인이 한 병 생겨 오징어젓하고 먹어보고 거 괜찮네 했습지요. ㅎㅎㅎ

다락방 2024-08-23 09:29   좋아요 0 | URL
어제 소주에 먹었어요. 화이트와인 깨먹어서.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불끈!! 앞으로도 좋은 궁합 있으면 계속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다 시도해보겠습니다!!

blanca 2024-08-2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오늘 클레어 키건 책 동네 서점에서 픽업해 왔어요. 거기 주인장님은 꼭 제 이름 끝에 선생님을 붙여준답니다. ㅋㅋ 오징어 젓갈에 화이트 와인이라니...그리고 인생이 꿀잼이라니...난 인생이 꿀잼인 다락방님이 너무 부러워요. 요즘 제 인생은...흑, 하늘처럼 어둡답니다. (이 말투 어디서 많이 읽은 것 같은데...) 가을 바람이 불면 좀 나아지려나 이러고 있네요.

다락방 2024-08-23 09:32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킬레어 키건 책 도착했습니다. 다른 책들도 함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인생이 꿀잼인 이유는 뭐 딱히 특별한 일이 있어서는 아니고요, 그냥 술 마시는 것도 즐겁고 사람 만나는 것도 즐겁고 뛰는 것도 즐겁고... 그래서인 것입니다.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편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여름에도 즐겁고 겨울에도 즐겁고.. 그런데 겨울에 눈 오면 출퇴근길 미끄러워서 그건 싫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빠른 시일내에 어두운 기분 사라지시길 바랍니다!!

(런데이를 이용한 달리기를 해보시면 어떨까요?)
 















오늘 아침엔 지하철에서 제7장 <유럽연합의 헤드스카프 논쟁> 에 대해 읽기 시작했다. 호주와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까지 계속 베일 얘기다. 


유럽에서 소수 이민자 집단의 문화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다문화주의 정책이 여성의 권리와 충돌하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수전 몰러 오킨(Susan Moller Okin)은 [다문화주의는 여성에게 해로운가?(Is Multiculturalism bad for Women?)] 라는 글에서 소수 문화 집단을 보호하는 다문화주의 정책이 과연 공동체 일원인 여성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이 갈등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p.234


이 책을 통해 각 저자들이 다루는 소재는 각기 다르지만 그러나 그들 모두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이 반목하는 혹은 맞물리는 것에 대해 썼다는 것은 공통적인데, 7장에도 인용된 '수전 몰러 오킨'이 그분야에서 아마도 선구자가 아닌가 싶었다. 이 책 읽다보면 반복해 마주할 수 있는 이름인 것이다. 다들 어떤 소재를 다루든 수전 몰러 오킨을 소환해. 그렇다면 수전 몰러 오킨을 읽어봐야겠구나, 수전 몰러 오킨을 읽어보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더 깊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 거다. 


그래서 오늘 아침 알라딘에 수전 몰러 오킨을 검색했는데 검색결과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흐음. 그렇다면 영어 이름으로 검색해볼까, 그런데 정확한 철자를 알아야겠지, 나는 책을 다시 펼치기 싫어서 위키피디아나 볼까 하는 마음에 구글에 수전 몰러 오킨을 넣었는데, 오, 내가 가장 먼저 보게된 건 수전 몰러 오킨의 약력이 아니라 <번역되지 않는 여성 학자들> 이란 제목이었다. 어? 그렇다면 아직 번역되지 않은게 맞구먼, 그런데 무슨 글이지, 하고 그 글을 클릭해보았다. 



번역되지 않는 여성 학자들-미주 한국일보



2018년이 글이고, 이 글에 등장한 여성학자들 중 캐럴 페이트먼(우리 함께 읽었던 여자들의 무질서!!)과 제인 베넷의 책은 번역된 것들이 있다. 그러나 다른 여성학자들에 대해서는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 흠, 수전 몰러 오킨은 번역되지 않은게 맞구먼. 수전 몰러 오킨 언제 번역될까요. 누군가 어디서 번역중인가요? 나올 예정인가요? 그리고 위 칼럼에 언급된 여성학자들 다들 번역 출간 좀 해주십쇼. 아무튼 내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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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8-22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다려요~~

다락방 2024-08-22 10:17   좋아요 1 | URL
같이 기다려봅시다!!
 















서구 담론에서 베일은 '억압받는 여성'과 '저항하는 여성'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띠고 있다. 즉, 베일을 쓰고 있다는 것은 '보여지는(seen)'것을 거부하면서 '보는(seeing)' 시선은 획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베일 쓰기는 여성에게 '시선의 역전(gaze reversal)'을 제공한다(염운옥, 2010: 15에서 Frank, 2005 재인용).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베일을 쓴 여성의 이런 특징이 식민 지배에 강력히 저항한 무슬림 여성의 저항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는 여성이 독립 투쟁에 적극 동참하는 가운데 베일을 쓰고 그 속에 비밀 서류나 무기를 운반했다. 이런 점에서 베일을 착용한 여성에게는 전근대적 가부장제 억압의 가엾은 희생자라는 이미지와 식민 지배에 저항하는 투사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실제로 최근 호주 사회에 전개되는 베일 논의에서는 베일을 쓴 여성의 시선 역전이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적 범죄나 테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강력한 베일 금지 논리로 채택되고 있다. -p.167~168



제 5장은 <호주의 여성 이민자 베일 문제> 이다.

서구 담론에서 베일은 억압받는 여성과 저항하는 여성의 이중적 의미라고 하는데, 나는 이 책을 일기 전까지 베일이 당연히 억압받는 여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혹은 감추는 그런 의미라고만 생각한거다. 저항하는 여성이라고? 이게 무슨 말이지? 어떻게 자기의 얼굴을 가리는 것이 저항일 수 있지? 갸웃하며 읽다가 그 다음에서 '보여지는 것을 거부' 하면서 '보는 시선은 획득'한다는 데에서 너무 놀랐다. 그러네, 보여지진 않는데(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주체적인 건 아니었잖아?), 그런데 베일 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볼 수는 있잖아? 나는 무슬림의 베일을 '보여지길 거부'한다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지 그들이 볼 수도 있다' 까지 내가 나아가진 못했던 거다. 아... 억압이라고만 생각햇던 베일이 당사자에겐 저항일 수 있다니. 너무 놀라버렸네..


여러분 책 읽는 거 너무 재미있지 않습니까?


나는 보여지는 것을 거부하면서 보는 시선은 획득한다는 문장에서 '박정자'의 [시선은 권력이다]를 생각했다.





(왼쪽은 구판 오른쪽은 개정판)











시선은 타자와의 관계이고, 나와 세계를 맺어주는 기본적인 매체이다. 따라서 시선이 인간관계의 기본인 권력관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 시선은 권력이다 구판, 박정자, P6


우리가 타자의 시선 속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그의 의식 앞에서 내가 대상, 즉 사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타자에게 있어서 나는 주체가 아니고 대상이다. 타인의 시선 앞에서 왠지 불편하거나 모욕감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그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그에게 바라보임을 당할 때 나는 그의 의식의 대상이 되는데, 대상이 된다는 것은 주체인 타자가 나를 객체로 본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동시에 내가 물질성을 띠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도 속에 의식을 품은 어엿한 인간이건만 그 인간성이 부정되고 한갓 물건으로 전락한 것이다. 대상이란 곧 물체이기 때문이다.
- 시선은 권력이다 구판, 박정자,  P36



박정자의 글대로라면, 베일을 쓴다는 것은 상대에게 내가 물화되기를 거부하는게 아닌가. 그것의 원래 목적이 뭐였든 해석은 정말 다양하게 나올 수 있겠구나. 게다가 이 책을 읽다보면 무슬림 여성들이 베일을 쓸 때는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도 있었다. 5장의 호주에서도 6장의 영국에서도 이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에 대하여 얘기하는데, 호주와 영국은 베일 금지를 법으로 만들고 싶어하고 그러나 많은 당사자 여성들은 베일을 쓰고자 한다. 이 베일이 시선의 문제, 억압의 문제를 넘어 공공 안전과 질서유지의 문제를 갖기도 한다니. 베일로 감추다니 그게 말이나 돼, 그건 억압이야, 라고만 나는 생각했더랬다. 하아-



2010년 5월 시드니에서 부르카로 위장한 후 선글라스를 착용한 '중동계외모'의 남성이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호주 사회에서 부르카는 여성 억압과 이슬람 문화의 상징으로서만이 아니라 범죄자의 위장술과 연계되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는 연방정부 내 일부 보수정당 의원의 부르카 금지 법안 제출로 또다시 이어졌다. -p.192



호주에서는 무슬림 호주인과 비무슬림 호주인 간 갈등이 거세지고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그 사건의 중심에는 무슬림 소년들의 비무슬림 여성 집단 강간 사건이 있었다.



사건 일지는 다음과 같다.

-2000년 8월 10일: 레바논계 폭력 조직원 8명이 17세, 18세 백인 소녀 2명을 집단 강간함.

-2000년 8월 12일: 17세 소년 모하메드 스캐프(Mohammed Skaf)가 평소에 알던 16세 백인 소녀를 공원으로 유인한 뒤 그의 형 빌랄 스캐프(Bilal Skaf)가 강간함. 12명의 폭력 조직원이 강간을 지켜보았고 피해자 여성에게 총을 겨누며 배를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함.

-2000년 8월 30일: 뱅스타운 기차역에서 총 14명의 소년이 또 다른 여성을 세 군데로 옮겨가며 25번 강간함.

-2000년 9월 4일: 3명의 소년이 16세 소녀 두 명을 5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강간함. -p.177 각주



특히나 무슬림 '소년'들이 강간을 저지른 것에 대해 더 답답한 마음이 드는데, 그들이 아무리 십대라한들 그들이 강간범이라는 사실은 그들의 삶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뭐가됐든 그들은 여성을 강간했다. 잡혀서 감옥에 가든 안가든 그들이 강간범이라는 건 그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 알것이다. 언제까지 17세일 수 없고 27세가 되고 57세가 되고 97세가 될텐데, 그 때에도 '나는 한때 강간을 했었지' 라고 그 때를 회상하며 얘기할 수 있을까? 앞으로 인생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에게 꼭꼭 숨겨야 할 비밀을, 결코 자랑스레 말할 수 없는 일을 만드는 것은 너무 어리석지 않은가. 왜 십대부터 강간범으로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인가.


한 피해자 소녀의 증언에 따르면 일부 강간범은 그 소녀를 "행실이 좋지 않은 호주 게집애(Aussie Pig)"로 불렀고, "'호주 스타일'이 아닌 '레바논 스타일'로 강간하겠다"라고 말했다(Warner, 2004:348). 또한 다른 피해자에 따르면 한 강간범은 피해자에게 "너는 호주인이니까 강간당해도 싸다"라고 언급했다. 강간범의 이러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 사건들은 호주 사회 내 인종 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욱이 레바논계 무슬립 십대 남자 청소년들은 자신의 미래 배우자가 될 레바논계 여성의 성적 순결은 지켜줘야 한다고 믿는 반면, (비레바논계) 호주 여성과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조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레바논계 남성 청소년들이 보여준 인종에 따른 이중적 성적 행태가 문제로 떠올랐다. -p.178



자신의 나라 여자들이 순결해야 하고 호주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래, 그럴 수 있다. 호주 여성들은 성적으로 자유롭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건 틀리지 않다. 그런데 왜 '조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왜 기어코 강간으로 이어지는걸까? 호주 여성과 섹스하고 싶다면 너 대 나 로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정도 쌓고 그러면서 서로 욕망에 이끌리는 과정으로 가면 되는거잖아. 왜 강간이냐고. 그러니까 결혼전에 순결해야 하는게 레바논 여성이다, 그런데 호주는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게 왜 '그래서 호주 여성을 강간한다'로 가는거냐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그건 안되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는걸까? 그건 그냥 안되는거잖아. 상대가 섹스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든, 강제로 하는건 옳지 못하다는 거, 그냥 머릿속에 본능적으로 떠올라야 하는거 아니냐. 그게 장착되어 있지 않은건가, 혹은 그런 생각이 들지만 무시하는건가. 그게 자기를 혹은 자기 무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는건가.


자 이렇게 갈등이 촉발되었으니 호주 비무슬림인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들을 제압하려 하고 복수도 하는데, 그중엔 어떤 방법이 있었을까? 하아-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지만, 무슬림 여성들을 강간하는 것이었다.


사건 이후 아랍 무슬림 레바논계 공동체에 대한 비무슬림 공동체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는 주로 인종화된 성폭력의 형태로 나타났는데, 특히 젊은 무슬림 여성 또는 소녀를 상대로 비무슬림 호주 남성의 성폭력과 언어폭력 등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한 무슬림 성직자가 길거리에서 신체적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무슬림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베일이 강제로 벗겨지는 등 수모를 겪었다(Ho, 2007: 293; Warner, 2004:397). -p.179~180



아 진짜 너무 싫다. 

왜 땅 때문에 전쟁하든 인종 때문에 전쟁하든 서로 싸우면서 강간을 저지르냐고. 상대 여성을 강간함으로써 분노를 표출하고 복수를 하는거, 그거 너무 여자를 인간으로 안보는 행위 아닌가 .그거 너무 소유물, 사물로써 대하는거 아닌가. 아 진짜 너무 싫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나라에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성별로, 일단 태어났는데, 태어났더니 이새끼 저새끼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강간하려 드네. 세상의 모든 강간범들이 똥통에 빠져서 똥 삼키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이사카 고타로가 그의 책 [골든 슬럼버]에서 주인공 아버지의 입을 통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강간은 명분이 없다'고 . 살인은 명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강간에 있어서만큼은 어떤 명분도 있을 수 없다고. 


강간은 명분이 없다. 이래서 강간했다 저래서 강간했다? 그거 명분 아니다. 강간 뒤에는 어떠한 명분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강간범이 존재한다. 십년이 지나고 백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강간이라는 범죄와 그 범죄를 저지른 강간범이라는 꼬리표가 강간범에게 계속 따라남는거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려고 강간범이 되기를 선택하는가. 아 진짜 똥통에 빠져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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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8-21 1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명예살인과 히잡‘이라는 제목을 정해두고 머리 속으로 문단 나누기 하고 있는데, 이게 잘 안 써지네요. 다락방님 글 참고해서 서둘러 써야겠어요.
하나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층위가 여기에서도 드러나고요. 우리 삶이 이렇게 복잡하고, 어지럽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수용보다는 거부가, 배려보다는 미움이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지 전, 그게 궁금하기도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매일매일 열일하시는 다락방님!

다락방 2024-08-21 13:56   좋아요 3 | URL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층위가 있고 그것이 이 책에서 너무나 잘 드러나있는 것 같아요. 덕분에 제가 보지 못한 것들을 보게 됩니다. 단순한게 아닌데 내가 단순하게 봤구나, 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수용보다는 거부가 배려보다는 미움이 더 쉽기 때문이겠지요. 거부와 미움에는 어떤 애씀이나 노력 혹은 인내가 전혀 필요치 않으니까요. 그냥 하면 되는거니까요. 그게 더 쉽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얼른 글 써주세요, 단발머리 님! 제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빠샤!!

잠자냥 2024-08-21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야, 호주 비무슬림 남성들이 저럴 줄 알았습니다... 린치는 역시 약자를 향하는군요.
그나저나 강간범까지 이해해 보려고요? 굳이 왜...
강간범들 머릿속에 ˝선택˝이라는 단어라도 떠올랐다면 강간까지 저지르겠습니까...-_-

그나저나 글쓰다 열받은 다락방 오타 폭발! ˝그건 그냥 안디는거잖아.˝ -> 안 되는 거잖아. 이거 맞죠?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8-21 14:15   좋아요 2 | URL
너무 짜증나요. 무슬림이나 비무슬림이나 호주나 한국이나 공통적인 정서가 여성혐오인 것 같습니다.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 같고요. 그건 어느 나라나 공통같아요. 정말 징글징글하고 짜증나고 진짜 다들 똥통에 빠져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싹 다 죽고난 다음에 다시 시작될 세계는 지금보다 나을까요? 모르겠다..

ㅋㅋㅋㅋ 네 안 되는 거잖아 쓰려던게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강간범들 똥통에 빠져죽는 상상만 하다보니 그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8-22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일이 억압이 아닌 선택이 되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인데, 제가 야구모자나 선글라스, 마스크를 쓸 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서 편안함을 느낀 것이 생각났어요. 볼 수 있지만 나는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사실 프랑스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한다고 해서 전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다문화주의의 관점에서), 베일을 이용한 테러가 있었다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도 하군요. 타인의 논의보다는 이민자들 본인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어야 할 것 같아요. 영국에 사우스올... 뭐더라. 강제결혼에 반대하는 단체가 있다던데 그거 너무 멋있더라고요.

다락방 2024-08-23 09:36   좋아요 0 | URL
사실 베일을 이용해 테러를 한게 늘상 베일을 쓰는 여성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악용될 수 있으니 금지법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렇다고 하면 그건 또 인종차별이라는 반박이 나올만한 것이고.. 뭐가 됐든 참 복잡한 문제더라고요. 베일이 선택이 될 수 있지만, 그건 다른 문화권에서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자국에서는 억압이지 않나, 저는 아직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택이 될 수 있는 건 자국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야 비로소 가능한게 아닌가...

아무리 다른 문화의 다양성 얘기를 해도 말이죠, 결국 그 대부분의 것들이 여성혐오나 여성폭력 이더라고요. 오늘은 다른꼭지 읽었는데 여기도 조혼 풍습이 있고 그래서 여성들은 잘 교육받지 못하는.. ㅠㅠ

꼬마요정 2024-08-2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일에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저는 길 가다가 하도 많이 잡혀서 선글라스 곧잘 쓰거든요. 그럼 좀 덜 잡혀요. 눈으로 보는 게 폭력이 될수도, 저항이 될수도 있군요.

무슬림 소년들이 호주 소녀들을 강간해서 비무슬림 남성들이 무슬림 여성을 강간했다니… 보복 하고 싶으면 강간범들을 잡아서 궁형에 처할 것이지 그게 무슨 짓거리랍니까.

문득 소녀상 문제도 전쟁범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떠오릅니다. 자발적, 비자발적이 무슨 소용입니까. 성범죄인 것을.

다락방 2024-08-23 09:38   좋아요 1 | URL
강간에 강간으로 복수하는 게 피해성별이 하는 게 아니라 가해성별이 하는 일이란 게 너무나 끔찍하죠. 그래놓고 복수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빡쳐요. ㅠㅠ 이놈이나 저놈이나 ㅠㅠ

저도 예전에 많이 잡혔는데 요즘엔 저기요, 누가 말 거는 순간 잽싸게 빠른걸음으로 그 자리를 피합니다. 어휴, 그분들 날도 더운데 이 여름에도 길에서 그러고들 다니시더라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카멀라 해리스 자서전 - 우리가 가진 진실 - 한 미국인의 여정
카멀라 해리스 지음, 이윤지 외 옮김 / 늘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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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문제들이 있을 거라는 걸 인지하고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까지 능동적으로 해나가는 사람이야말로 리더의 자격이 있는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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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저스트클릭 S 마일드 형광펜 - 옐로우(1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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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책 읽을 때는 똑딱이 형광펜이 좋습니다.
그런데 너무 비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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