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코] 알파 젤펜 하트 (+리필심 2개) - 블랙(1자루+리필심 2개) 카코 알파 젤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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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름 필기감 괜찮습니다. 그런데 리필심 두 개 들어있다 해도 4,500원은 좀 비싼 느낌이네요. 요즘 물가 감안하면 그럴만한건가요..
자본주의 뻐킹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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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는 아가 조카가 왔었다.

나는 아가 조카를 내 방으로 데려가 얼마전 친구가 보내준 책들을 보여주었다. 이거 고모 친구가 다 ** 주래, 했다. 그러자 아가는 그 다섯권의 책을 몽땅 끌어안고 거실로 나가려는게 아닌가. **아 무거워, 고모가 들어줄게, 하는데도 기어코 자신이 안고서는 거실로 나갔다. 거실로 나가서는 한 권씩 바닥에 깔아두었다. 그러더니, 


"뭘 먼저 읽을까?"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여워. 아가조카는 책을 깔아두면서 수박수영장을 보고서는 반가워했다. 수박수영장이네, 해서 응 아가 집에도 있지? 그런데 표지가 새로운 걸로 다시 나왔어 했더니, 아가 조카가 "왜?" 이러는데...


고모도 몰라..



아가 조카랑 제일 먼저 [원숭이는 원숭이]를 읽었다. 차례차례 넘기다가 원숭이들이 털을 골라주는 장면에서 제일 앞에 있는 원숭이의 표정이 입으로 O 자 모양을 하고 있는 걸 조카가 발견했다. (나는 모르고 넘겼다). 그러자 조카는 얘 왜 오? 하고 있어? 물었고, 나는 조카의 질문에, 어 그러네? 얘만 뒤돌아서 오? 하고있네? 했다. 그러자 조카는 또 물었다.


"왜?"


상상력 빈약한 나여...


"고모도 모르겠어." 했다. 하아-


지금 그 장면 캡쳐해 넣으려고 했는데 알라딘에 검색되는 책에서는 그 장면이 컬러에다가 모두 뒤돌아 있는 장면이더라. 개정판 나오면서 뭔가 수정한건가... 어쨌든, 내가 못보는 거 보는 아가 조카 되시겠다. 아, 자기 네 살이라 이제 아가 아니라고 했지.. 아 너무 이뻐..... 




책을 샀다.

































[스톤 매트리스]는 어차피 살 거여서 지금 샀다.


[인싸를 죽여라]는 읽어보고 싶어서 샀다. 그렇지. 읽어보고 싶어서 사지 그려보고 싶어서 샀겠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는 단발머리 님의 페이퍼를 보고 사게 되었다. 정보라를 앞으로 더 읽겠다는 생각 같은건 하지 않았었는데, 단발머리 님의 페이퍼를 읽으니 읽지 않을 수가 없더라.


[늑대와 토끼의 게임]은 for my brother..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는 아마도 투비에서였나, 자목련 님 리뷰 보고 샀다. 


[러브 플랜트]는 사실 작가도 책도 모르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우리 회사 주거래 은행에 오랜만에 갔다가 우리 담당 직원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다보니 은행에 작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 그래요? 그 분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하고 검색해보니 단편집이 있더라. 잽싸게 주문했다.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그리고 은행에서 나가는 길에 슬쩍, 어떤 분인지 보기도 했다. 아마 그 분은 갑작스런 시선에 당황하셨을듯.


책 사고 책탑 페이퍼 쓸 생각 하면서 그냥 우리 '거래처'라고 쓰려고 했는데, 작가 소개를 보니 은행에서 일한다고 쓰여있더라. 으응, 은행 애기 해도 되는구나 싶어, 나의 주거래은행에서 일하시는 작가님임을 굳이 쓴다 ㅋㅋㅋ 그런데 나는 기업고객이고 그 분은 개인고객팀이어서 업무적으로 만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튼 책이 겁나 얇아서 어제 휘리릭 읽었고 백자평도 썼다. 














어제 병원에서 도수 치료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다가 병원 테이블에 놓인 잡지 <코스모폴리탄>을 보게 됐다. 링크한 표지는 아니고 내가 본 건 2월인데, 지난 호수라 검색이 안되나봐요? 괜히 이 표지 올렸다가 이 아이돌 팬들이 달려드는 건 아닐지..


20대 시절의 어느 한 때, 나는 매달 코스모폴리탄을 사서 읽었더랬다. 그 당시엔 뭐랄까, 나름 그게 세련된건줄 알았던 것 같다. 바자나 엘르보다 코스모폴리탄이 낫다니까? 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이사를 하면서 모두 다 버렸던것 같은데, 오랜만에 병원에서 이 코스모폴리탄을 보게된 거다. 오오, 하고 나는 어차피 시간도 있으니 한장 한장 넘겼는데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읽을 거 왜케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죄다 화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가 입은 무슨 옷 얼마 누가 한 무슨 귀걸이 얼마. 그리고 이럴 때 화장은 어떻게 해라 등등... 내가 보면서 '야, 마리아 미즈 님이 보시면 기절초풍하시겠다' 생각했다. 코스모폴리탄 보는에 왜케 마리아 미즈 생각나고 그럼? 마리아 미즈와 혹은 마리아 미즈가 지향하는 바와 가장 거리가 먼 곳에 코스모폴리탄이 있겠구나 싶었다. 난 도대체 뭘 보겠다고 이십대의 한 시절에 이걸 매달 돈 주고 사서 봤을까.. 나여...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지독한 자본주의가 그 안에 있었고 그러나 그 안에 그 옷과 화장품을 만든 제삼세계 여성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 맞다.

어제 베란다에 크리넥스 새 통 꺼내러 갔다가 까먹고 가서 바질만 들여다보고 거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크리넥스 사용하려다가 앗. 내가 베란다에 크리넥스 가지러 갔었는데 바질만 보고 그냥 왔네? 했더니 엄마랑 아빠가 깔깔 웃으시며 너 요즘 왜그러냐고 하셨어. 나도 어이가 없어서, 


"아 나 진짜 바보 멍충이 똥개다." 했는데, 엄마가 


"똥개는 아니지."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뭐야 그러면 바보 멍충이는 맞아?" 했더니,


"응 그건 맞지." 이러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오늘 글은 비교적 짧게 마치지만,


방울토마토를 이용한 요리에 대한 글은 여기 ☞ https://tobe.aladin.co.kr/n/205565


비정상체중 읽고 쓴 주옥 같은 글은 여기 ☞ https://blog.aladin.co.kr/fallen77/15620014


얘들아 보석같은 글 놓치지마... 어디가서도 이런 글 못본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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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6-17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남동생이 어머니 닮으셨군요? ㅋㅋㅋㅋㅋ

정수리도 귀여운 아가조카❤️❤️❤️

잠자냥 2024-06-17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래의 다락방 그려보고 싶어서 책 산다 밝혀...
이번주는 그래도 산 책 빨리빨리 많이 읽었네요?!
<러브플랜트>는 무슨 책인가 했더니 거래처 직원이 쓴 책! ㅋㅋ
엄마도 인정한 멍충이 다락방의 주옥같은 글을 저는 오늘 다 읽었습니다!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 그나저나, 핀란드는 시나몬 롤이다!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이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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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일정기간 훌쩍 핀란드로 떠나는 이야기 참 좋은데 ‘이제 탈린은 그만 와도 될 것 같다‘는 느낌도 신선했다. 그런데 마스다 미리도 소식하시네요.
나도 핀란드 가봐야 하는데... 도대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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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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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자 성인 남성이 연애를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연애 소설을 써내는 거 참 신선하다. 시대의 흐름도 읽을 줄 알고 젠더감수성도 가져가려는 노력이 돋보여서 다음 작품도 읽을 의향이 있다.

아, 작가님, 지난번에 은행 갔을 때 슬쩍 (저만 일방적으로) 뵙고 왔습니다. 하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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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어제는 동네 재활의학병원에 갔었다. 많은 재활의학과가 그렇듯 정형외과, 통증의학과를 같이 하는 곳이었다. 지난주에 달리기를 마친 후로 허리 통증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파져서 찾았던 거다. 내 증상을 설명하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잠시후 다시 원장실에 들어가 내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원장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디스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고 결국 원인은 기울어진 골반 이었으며, 척추의 여기 여기가 너무 무리를 받아서 주사치료와 도수치료를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든는 동안 나는 벽에 걸린 내 엑스레이 사진을 보았다. 측면에서 찍은 사진은 두꺼운 내 몸통이 드러나있었다. 엑스레이 사진은 원래 뼈만 보이는 거 아니었나? 왜 내 몸의 윤곽이 이렇게 드러나지?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정면 사진은 더했다. 분명 뼈가 보이고 뼈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거기에는 내 두꺼운 몸통을 비롯해 가슴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누가 봐도 저건 내 가슴 윤곽인데. 나는 또 좀 부끄러웠다.


그 후에 주사치료를 받으러 갔다. 엎드린 채로 등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까지 주사를 맞았다. 어느 부분은 아팠고 어느 부분은 그렇지 않았는데 아픈 부분은 근육이 많이 뭉쳐있어 그런거라 했다. 주삿바늘이 들어가는데 나는 또 조금 부끄러웠다. 내가 살이 많아서 바늘을 더 깊게 찔러넣어야 할까? 의사는 살이 많은 사람에게 주사를 찌를 때 조금 더 애를 써야 하나?


일요일인 오늘은 도수치료를 받으러 갔다. 

도수 치료는 살면서 처음이었다. 아플까? 얼마나 아플까? 걱정스러웠다. 그건 과연 내 몸에 효과가 있을까?

병원에서 탈의실을 안내해줬다. 그 안에 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라는 안내도 받았다. 여자탈의실로 가 살펴보니 사이즈는 소와 중 이 있더라. 저기요, 왜 대는 없죠? 하는수없이 나는 중으로 입었다. 보통 헬쓰장이나 병원에 마련된 중사이즈는 생각하는 중사이즈 보다 클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입었는데 바지가 영 불편했다. 나는 병원 첫 손님이었고 그 시간 유일한 손님이었다. 간호사 선생님에게 가서 저기 바지 좀 더 큰 사이즈 없나요? 물었다. 선생님은 있다고 하시며 옆에 남자탈의실로 가 바지를 가져다 주셨다. 그 바지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잠시후 도수치료실로 안내됐다.


언제 허리가 아프냐 이 자세 저 자세 취해보았다. 이때 아파요 이 때는 별로 안아파요 등의 상담을 하고, 선생님은 이제 내 등 뒤로가 '내가 이제 네 골반을 잡을 텐데 그대로 네가 아프다는 자세를 취해봐라' 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양손이 내 골반을 꽉 쥔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팔을 뻗어 보았다. 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안아파요! 오케이 알았다고 하며 선생님은 내게 침대에 똑바로 누우라고 했다. 나는 천장을 바라본 상태로 누웠다. 선생님은 치료를 시작하셨다. 내 고관절의 가동 범위가 너무 좁고 또 불균형 하기 때문에 이걸 맞춰야 한다면서 내 다리를 잡고 주무르고 접었다 펴고 하여간 별 걸 다 했다. 고관절 주변을 꾹꾹 누르기도 했다. 당연히 아팠다. 누르는 부위가 아픈건 당연한건데 혹시 이런 부위를 누르고 있는데 허리에 통증이 가면 절대 안되니 허리에 조금이라도 느낌이 생긴다면 알려달라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도수치료는 와- 신세계였다. 너무 시원하고 너무 개운했다. 뭔가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리를 접었다 폈다 이렇게 움직이고 저렇게 움직일 때는 괜찮은데 허벅지나 무릎이나 고관절 주변을 꾸욱- 누를 때는 아픔 보다 부끄러움이 더 컸다. 내가 살이 많아서 누르는데 더 힘이 들어갈까? 날씬한 사람이라면 이걸 치료해주는 선생님은 덜 힘들까? 나를 치료할 때는 날씬한 사람들보다 더 큰 에너지가 들까? 더 수고스러울까? 나는 조금 부끄러웠고 나는 조금 미안했다. 치료 내내 나의 어느 부위가 약하고 그래서 어느 부위에 힘이 잘못들어가는지 들었지만, 단 한순간도 그것이 내 무게 때문이라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무게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말이지 단 한 순간도, 이 병원에 두번째 방문해 치료를 마치고 나갈 때까지 아무도, 아무도 무게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분명 속으로는 무게 때문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 않았을까? 이를테면, 척추에 무리가 간 것도 무게가 덜 나갔다면 덜 무리였을 거라고,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병원을 나와 예약된 미용실에 가기 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나는 카페로 갔다. 밀크티를 시켜두고 책을 꺼내서는 그런데 좀 생각을 했다. 병원에서 내가 느낀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대해서. 내가 가진 그 느낌은 가졌어야 했던건가? 왜 자연스레 나는 내 몸이 미안하고 부끄러웠지? 사실 나는 딱히 내 몸을 부끄러워하지는 않는데-그러니까 다이어트에도 애쓰지 않는데- 그런데 병원에서는 달랐다. 내 몸이 내 몸이라서 치료에 임한 사람들을 더 고생스럽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던 거다. 내 몸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달고 살지 않고, 나는 왜 수많은 다이어트 책에서 '다이어트를 하고 나니 자존감이 올라갔어요'라고 하는지 영 못마땅한 사람이었는데, 내 몸이 좀 이보다 날씬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요가를 하면서 간혹 들었었다. 동작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살이 없으면 이게 잘되려나?' 같은 생각을 곧잘 했으니까. 특히나 비틀기 자세가 안되면 '뱃살 때문에 안되나?' 했고, 전굴 자세가 안되면 '가슴이 너무 커서 안되나?' 같은 내 몸 탓을 했으니까. 그런데 그것은 '이래서 안되나?'하는 기능적인 것에 대한 문제였지 수치심은 아니었다. 세상 민폐 싫어하는 성격은 그런데, 병원에서는 내 몸이 수치스럽더라. 내 몸이 '더' 고생시켯나 하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던거다. 그렇다고 뭐 풀죽었던 건 아니고 도수 치료 50분 내내 수다 떨다가 중간중간 선생님 빵터져서 치료를 멈춰야 하긴 했지만(잠자냥 님, 이해 안되쥬?), 하여간 나는 조금 수치스럽고 조금 미안했던 거다. 그런데 이 수치심과 이 미안함이, 내가 가져야 하는 감정이 맞아? 이게 갸웃해지는거다. 


이게,

맞아?


내가 미안해야 하나? 내가 수치스러워야 하나? 그들은 하루에도 수십명의 사람을 만날테고 당연히 그들의 몸도 수차례 만져야 할 터. 그 안에는 나랑 다른 몸이 또 얼마나 많을까. 아니, 나랑 같은 몸이 없겠지. 단순히 살이 더 많다고 힘들까? 이 몸은 이래서 힘들고 저 몸은 저래서 힘들고 나름의 고충이 있을텐데, 그렇다면 나랑 다른 몸을 가진 사람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미안하거나 수치심을 가질까? 그건 아닐 것 같은데? 날씬한 사람이, 키 작은 사람이, 키 큰 사람이, 지나치게 마른 사람이 치료를 받으면서 미안하거나 부끄럽다는 느낌을 가질까? 그런데 왜 세상이 정하는 정상체중과는 거리가 먼 나는, 그 감정을 가질까? 그 감정는 내가 마땅히 가져야 하는 감정인가? 내 몸을 (의학적으로)보고 만졌던 사람들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할지까지 걱정하는 이런 감정은 소위 정상체중의 사람들은 하지 않는 걱정 아닐까? 그런데 왜 나는 하고있을까? 이 몸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당연히 다른 몸을 가진 나에 대해 그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그건 그들의 몫이지 내 건 아니지 않나? 확신할 순 없지만, 그러니까 여전히 내게는 아직도 미묘하게 비만 혐오가 남아있는 것 같지만, 그런데 이제는 좀 의심을 하게 이것이 맞나? 돌이켜볼 수 있게 되었다면, 그건 내가 요며칠 읽었던  '케이트 맨' 의 《비정상체중》때문일 것이다.
















이런 개념을 나는 ‘신체 성찰body reflexivity‘이라고 부른다. 이는 신체 긍정주의나 신체 중립주의와는 다르다. 한 사람의 형태에 특정한 평가를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관점은 자신을 아름답거나 섹시하다고, 또는 경우에 따라 그렇지 않다고 하는 관점과 양립할 수 있다. 아예 외모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 신체 성찰은 우리가 세상에서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근본적으로 의문을 갖고 재평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답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내 몸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은 내 문제가 아니며, 중요한 것도 구원도 아니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내려진다. 신체는 교정, 지배, 소비의 대상이 아니다. 누군가 내 몸에 아무 감흥을 느끼지 않고 부족하다고 느끼더라도 미안하지만 나는 미안하지 않다. - P255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할 뿐이고 그러다가 내 몸을 만났다. 내 몸이 이런 것에 대해 그들은 그저 일로써 대하면 될뿐이지 내 몸에 대해 딱히 감응할 필요도 없고 나 역시 내 몸으로 그들을 기쁘게 해줄 필요도 없다. 그러니 나는 그들에게 미안할 필요도 없고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안다.

맞다.

그런데 그게 너무나 당연하게 확 되지는 않는다. 음, 아마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도 타인에게 말을 할 때는 누구도 네 몸에 대해 평가할 수 없어, 라고 말하겠지만, 음 그런데 그게 그런건 아니라는 걸 사실 안다. 세상 전체가 날씬함을 숭배하고 바디프로필을 찍는 현재에 과연 네 몸은 누구의 평가 대상도 아니라고 말한다고 그게 잘 먹힐까? 아닐 것이다. 케이트 맨의 책을 읽으면서 다 맞는 말인데, 그런데 그게 얼마나 먹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벌써 이 책에 대한 백자평에서도 '안타깝다, 한심하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심정적 위안을 줄것이다' 를 보았는걸.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뚱뚱한 사람의 자기 변명으로 읽히기도 할 것이고. 이 책을 읽은 나조차도 바로 케이트 맨의 마음가짐이 되어 세상을 다 뿌셔버릴 것 처럼 되진 않았는 걸.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다.


내가 나에게 물을 수는 있게 되었다. 의문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내 몸에 대한 미안함 혹은 수치심에 대해 '내가 이걸 갖는게 맞아?' 라는 질문. 이걸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건넬 수 있는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저마다 그렇게 질문할 수 있다면, 조금은, 아주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나처럼 당사자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테지만, 또 나처럼 타인에 대한 비만 혐오를 드러내고 싶을때나 혹은 누군가로부터 들었을 때, '그게 맞아?' 라고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거, 좀 좋지 않나. 질문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거. 이거 뭐야, 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책이네, 라는 평가는 너무 단순하지 않냐, 너무 생각 안한거 아니냐. 비만 혐오가 있는 거 사실이고, 세상은 비만한 자에 대해 함부로 말하기 너무 쉽고, 게다가 조언이나 충고 혹은 걱정이라며 막말하는 거, 너무 흔하게 벌어지잖아. 그런 세상에서 그거 좀 아니지 않아? 그게 맞아? 라고 생각해볼 수 있는거, 너무 소중하지 않아? 반드시 비만에 대한게 아니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 대해 별 다섯을 줄 수가 없다.

케이트 맨의 어떤 생각들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캐나다 심리학자 조던 B. 피터슨)는 그 얼마 전에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드래그 퀸 행사 영상을 올리며 못마땅하다는 글을 덧붙였다. "미안하지만 아름답지 않다. 그리고 지독할 정도로 병적이다." 그의 언어는 거의 옛스러울 정도였고, 그의 정서는 해로웠다.

원본 영상에 첨부한 글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내가 스트립쇼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즉시 체포되고 내 아이는 아동보호 서비스에서 데려갈 것이다. 과도하게 선정적인 쇼는 아이들이 갈 만한 장소가 아니다." 화면에는 사람들 앞에서 하얀 보디 슈트를 입고 다리를 찢는 드래그 퀸 한 명과 다소 선정적인 춤을 추는 뚱뚱한 사람들이 약간 짜릿함을 전할 뿐이었다. 아이는 단 두 명이 보였고 한 명은 아직 뭐가 뭔지 모르는 아기였다. 그리고 아이를 어떤 자긍심 행사에 데려갈지는 전적으로 두 아이의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 - P256


심리학자 피터슨은 외모평가와 비만 혐오를 공개적으로 트윗한 적이 있는데, 드래그 퀸 행사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말했다며 케이트 맨은 그를 비판한다. 그런데 이 구절에서의 케이트 맨을 용납할 수가 없다. '아이는 단 두 명' 이었다니, '그 중 하나는 아기'였다니, 그렇다면 괜찮은건가? 나는 아니다. 전적으로 부모 책임이라고? 나는 SNS 를 통해 짧은 영상들을 본 적이 있다. 지나치게 선정적이어서 어른도 고개 돌리게 만드는 쇼에 아동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그것이 성소수자들이 하는 것이니 다 괜찮은게 되는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약간 짜릿함을 전한 거라고? '약간 짜릿'했다는 건 누구의 기준일까?



미국 소아과학회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는 현재 트랜스젠더 아동에게 성별 확정 치료를 권장한다. 또한 고도 비만 아동에게는 적게는 열세 살부터 (자체적으로) 비만 대사 수술을 권장한다. 성별 확정 치료는 아동이 행복하게, 그리고 신체적으로 자기 모습 그대로 살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우울증과 자살 위험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비만 대사 수술을 받는 뚱뚱한 아동은 앞 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평생 기본적인 영양을 채우지 못하거나,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는 배고픔을 해소할 수 없게 된다. -P.257



비만 혐오를 얘기하면서 자꾸 트랜스젠더 가져오는 것이 맞는지는 차치하고, 아동에게 성별 확정 치료를 권장하는 게 맞나? 나는 궁극적으로는 내 몸이 내가 생각하는 몸과 달라 육체적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기를 원한다. 그건 좀 더 자유로운 세상, 육체에 대한 해방이 있는 세상을 뜻한다. 같은 성별을 사랑하고 또 내가 어떤 신체기관을 달고 있든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고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성별을 정정하기 위해 수명을 단축해가며 내 몸에 칼을 대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런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런 이상은 너무 멀리있다는 걸 알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굳이 수술을 감행한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것이 아동에 대해서라면 권장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너는 트랜스젠더 아동이구나 수술해, 하는 것이 맞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성별 확정 치료가 아동을 행복하게 해준다니, 자살을 막아준다니 그렇다면 수술을 해야 하는게 맞는건가 했다가, 나는 일전에 아동일 때 성별 확정 치료를 하고 스무살이 넘어 그걸 후회했던 사람의 기사도 읽은 적이 있어 아동에게 성별 확정 치료 권고가 선인지 혹은 답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니'라는 쪽으로 기운다. 



다음주에 또 도수치료가 예약되어 있다. 

오늘은 남자 선생님이었고 다음은 여자 선생님인데, 어쩌면 나는 여자 선생님에게는 덜 미안함을 느낄까?

아직 안해봐서 모르겠다. 그러나 뭐가 됐든 케이트 맨이 주장했던 것처럼 '미안하지 않다'로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허리 통증 글은 여기 ☞ https://tobe.aladin.co.kr/n/204541




비만혐오는 뚱뚱한 몸이 날씬한 몸에 비해서 건강뿐 아니라 도덕적, 성적, 지적 지위에서도 더 열등하다고 부당하게 등급을 매기는 사회 체계의 특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비만혐오는 일부 우리 문화가 뚱뚱한 사람들에 대해 보이는잘못된 관념 또는 일련의 잘못된 믿음과 부풀려진 이론이다.
즉 우리가 절대 건강하지 않고 심지어 뚱뚱해서 죽을 운명이며, 도덕성, 의지, 규율이 부족하므로 뚱뚱함에 대해 비난받아야 하고, 매력이 없고 심지어 역겹기까지 하고 무지하거나 멍청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 P25

많은 연구에서 체중감량과는 별개로 운동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제2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14개를 메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유산소 운동과 근육 운동을 하면 큰 체중 감량 없이도 혈당 조절의 표준 척도인 당화혈색소 수치가 당뇨 합병증 위험을줄일 수 있는 수준까지 낮아진다. - P75

로테르담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50세 이상의참가자 5천 명을 체질량 지수와 신체 활동성 (낮음 또는 높음)에따라 분류해 평균 10년 동안 추적했다. 신체 활동성이 낮으면서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신체 활동성이 낮으면서 정상 체중인 사람들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컸지만활동성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신체 활동성이 높으면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참가자는 정상 체중이면서 활동성은 비슷하게 높은 사람들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지 않았다.51 30~64세 미국인 2만 2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체질량 지수가 이른바 정상인 것보다는 신체 활동이 높은 것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크게 낮추는 것과 연관이 있음을 발견했다. - P76

유명한 미국 가수 리조Lizzo처럼 진짜 뚱뚱한 흑인 여성은운동 기량과 신체 능력이 뛰어나도 사람들의 경악을 부른다.
2020년 초 <도전! FAT 제로>로 명성을 얻은 이후 우리가 당뇨병을 미화한다는 의심을 받을 때마다 온라인에서 뚱뚱한 사람들을 향해 피곤하기 짝이 없는 가짜 걱정을 펼쳐놓는 질리언마이클스Jillian Michaels는 "리조가 당뇨병에 걸린다면 멋지지 않을 거예요."라고 호소했다.(이들은 우리에게 "팔다리를 절단하게될 거예요!"라고 걱정하듯 소리친다.) 역시 이런 부정적인 반응이 콘서트에서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노래하고 플루트 연주하고 춤추면서 마른 사람들이 대부분 꿈도 못 꾸는 일을 해내는 리조의 건강을 걱정해서 한 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P101

더욱이, 다른 많은 분야에서 흑인 여성의 건강에 대한 무관심이 뚜렷하다. 예를 들어 흑인 산모는 임신 기간과 분만 도중, 그리고 분만 후 사망 확률이 백인보다 3~4배 높다. 우리가 진짜로 흑인 여성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이 부끄러운 상황에 대해 더 항의해야 하지 않을까? - P101

이 결말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현재 뚱뚱한 사람을 확실하게 날씬하게 만들면서 도덕적으로 적절한 방식은 없다.
나와 달리 당신이 누군가의 뚱뚱함을 걱정한다고 해도 윤리범위 안에서 그들에게 추천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P245

필요한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과 그에 따른 도덕적 인식이다. 뚱뚱함은 트랜스젠더와 마찬가지로 타당하고 실로 가치있는 존재 방식이다. 인간의 크기와 모양과 체형의 다양성은 포용해야 할 문제이지 부당한 사회적 차별과 우리 뚱뚱한 사람들이 자신을 벌주고 굶고 크기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쓰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도부 끄럽지 않다. 우리는 잘못된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지 잘못된 사람들이 아니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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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6-17 0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네 이해 안 됩니다~!! ㅋㅋ 저는 손목 때문에 (전에는 허리) 통증병원 가서 물리치료받는데 그거도 신세계! 손목은 머리 어깨팔 다 연결되어 있다고 마사지 해주는데 너무 시원해서 계속 받고 싶다니까요! 근데 저는 지금까지 이야기 나눠 본 적 1도 없어요. 대답도 단답형…. ㅋㅋㅋㅋ그래도 제 조언을 듣고 통증병원으로 바로 가신 건 진짜 잘했습니다~!!

다락방 2024-06-17 11:3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는 50분 내내 쉬지 않고 수다 떨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 분도 성격이 밝으셔서 말이죠. 잘 웃으시기도 하고. 그래서 어떤 농담 했더니 빵터져서 갑자기 손이 멈추시더라고요? 뿌듯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아무튼 덕분에 많이 나아졌습니다. 저의 귀인 잠자냥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6-17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맨의 이 책에서 신체 성찰 부분 가져오신 거 박수! 그런데 저도 다락방 님이 말씀하신 그 부분, 아기니까 괜찮다고 한 부분하고 트젠아동에 대한 성별 확정 치료 권유 부분에서는 으엥? 뜨악하긴 했어요. 저도 거긴 동의하지 않고 맨 자체도 뚱뚱한 사람의 어떤 부분을 희화화한다는 느낌이 가끔 있어서 완벽한 5별은 아니지만 저는 다락방 님이 지적하신 백자평(읽지도 않고 주로 그런 책에 별점 테러 남기는 그 사람의) 때문에 전체 별점 올리려고 그냥 5별줬습니다!

다락방 2024-06-17 11:41   좋아요 1 | URL
저는 읽으면서 제가 으윽 한 부분에서 은오 님도 싫어하셨을 거란 생각을 했거든요? 은오 님이 이 책 읽고 5별 주시진 않았을 것 같은데.. 하고 보니 은오 님도 4별 이더라고요. 물론 은오 님의 4별이 저랑 같은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 사람 때문에 별점 올리고 싶은 기분이 들긴 합니다. 책을 다 읽고 쓰긴 하는건지 원.. 쯧쯧.

전 아이 두 명뿐이었다는게 무슨 변명이 된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인용한 저 부분에서 케이트 맨 진짜 별로였어요. -.-

잠자냥 2024-06-17 11:48   좋아요 0 | URL
아니 그 녀석이 처음엔 분명 5별 줬었는데!!! 어느날 다시 보니 슬그머니 4별로 수정했더라고요?! 🤣🤣

다락방 2024-06-17 12:34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런 사연이 있군요! 그냥 넘기려 했지만 그냥 넘겨지지 않았던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