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어바웃 러브
벨 훅스 지음, 이영기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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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의 가까운 남자 셋은 매일 운동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다. 남동생과 정식이 그리고 B 가 그들인데, 그래서 이 셋은 몸에 대해서 누구보다 자부심이 있고 (남동생은 옷 사러 가는 걸 되게 좋아한다), 또한 나 역시 운동해서 건강을 관리하길 원한다. 남동생이야 몇년전부터 내게 잔소리를 해왔고, 정식이 역시 내게 운동하라고 했었으며, 최근에 B는 허구헌날 잘 하고 있냐고 묻고 있다. 나는 내 삶이 편안하고 안락하길 원하고, 인생을 즐길 수 있기를 원한다. 내 육체에 대해 크게 불만이 없었고, 나는 그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건강은 자신하는 게 아니라지만, 나는 체력에 대해서도 자신이 있었다. 나는 몇 년간 감기에도 걸리지 않았으며, 고질적인 비염 외에는 앓는 것도 없었다. 아, 가끔 생리통이 훅- 찾아오긴 했지만. 어쨌든 그래서 요즘 운동하는 삶을 살고 있다. 체중을 줄이고 날씬해지는 것이 목표라기 보다는, 내 스스로는 겉으로 보기에도 건강하고 실제로도 건강한 여성이 되는 게 바라는 바다.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최종 목표는, 나 역시 운동이 습관이 되어 퇴근후 샤워하기 전, 십분이나 이십분이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요즘 내가 하는 운동은 스쿼트와 푸쉬업, 버피 등인데 사실 푸쉬업 같은 거야 처음엔 하나도 못하다가 최근에 스무개쯤 하게 되었으니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스무개를 한 번에 다 하지도 못하고 완벽한 자세는 막판에 흐트러지긴 하지만 말이다. 버피는 좀 더 많은 갯수를 하고 싶은데, 아직은 적게 하고 있다. 조금씩 늘려가고 싶다. 먹는 걸 줄이는 것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이걸 잘 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탄수화물의 섭취를 그전보다 줄이려고 노력하고, 간식을 먹고 싶으면 빵대신 과일을 먹는 걸로 대신하려고 노력중이다. 어제는 B 가 염분을 줄이라고 해서 이제는 짜게 먹는 것도 좀 자제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뭔가 커다란 변화가 확- 나타나지 않아 어느 순간 훅- 초조해진다. 뭔가 변화가 나타나는 것 같지 않아(허벅지만 두꺼워지고 있는 것 같다) 답답하고 초조하다, 먹지 말아야 하는걸까, 라고 물으면 남동생도 B도 그리고 정식이도 그러지 말라고 한다. 먹으라고 한다. 오늘은 정식이가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잘하고 있으니 그대로 계속 하라고 한다. 변화는 더 후에 나타날 거라고.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암튼 주변의 몸 좋은 남자 셋이 나보다 더 내 몸뚱아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내 인생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내일 모레 마흔인데... -0-


오늘도 며칠간의 지방 출장을 가는 남동생은 아침에 내개 회사 잘 다녀오라며 '나 없다고 막 먹지 말고' 라고 쐐기를 박았다. -_-


아, 이런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왜 했는고 하니, 거창한 목표는 아니지만, 그러니까 내가 쭉빵 미녀가 되어 걸그룹이 되겠다는 목표 같은게 있는게 아니지만, 아까 말했듯이, 샤워전에 늘 운동하는 습관이 되어 있는 삶, 을 목표로 놓고 나니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가기가 좀 수월해진다는 거다. 그리고 이런 '목표 있는 삶'이 나 스스로 좋다는 거다. 나는 사실 꿈이나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라, 라는 등의 말들이 구역질 나게 느껴지지만, 내가 나 스스로 어떤 작은 목표를 앞에 두고 그걸 향해 나아가는 것은 흡족하다는 거다. 그러고보면, 나는 목표가 있는 사람들의 그 목표를 듣는 것이 또 즐겁고 좋았다. 누군가 '이렇게 살고 싶어' 라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말하는 걸 듣고 있노라면,  상대가 그렇게 살 수 있게 되기를 나도 같이 염원하게 된다. 그런 내가 이 책에서 이런 구절을 만나게 되는거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자존감의 주요 기둥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브랜든은 이를 "의식적으로 목표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자신의 행동이 그 목표에 부합하도록 노력하며, 행동의 결과가 자신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p.98-99)



아무튼, 나는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건강하게 살아보겠다는 거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책과 내가 만나는 때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책을 읽을 때마다 하게 된다. 책은 내가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기도 하지만,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 주기도 하는데, 이 책의 경우엔 후자에 가깝다. 최근의 나는, 내가 얼마나 '쉬운 연애'만을 해왔던가를 반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연애 혹은 사랑이 쉽고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애는 내 삶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 가운데 하나여야 했고, 그것이 한 순간이라도 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사랑은 어차피 일시적인 감정이며 그것은 짧든 길든 반드시 끝나고야 만다고도 생각했다. 연애는, 내게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거? 내가 원하면 아무때나 할 수 있는거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연애를 다른 많은 것들중 하나로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일전에 만난 친구가 '너는 연애를 하면서 애써본 적이 없냐'고 물었고, 그때 나는 내가 되물었던 것을 기억한다. '왜 연애에 애를 써야 해?' 그리고 최근에서야 나는, 연애라는 게 애를 써야 하는 것임을,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고 있다. 또한, 사랑을 하는 것은 용기가 크게 좌우한다는 것도.



우리는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사랑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용기는 없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고 강박적으로 매달리면서도 적당히 만족스럽고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런 생활에는 사랑이 결핍되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럭저럭 살아간다. 사랑은 없지만 참된 애정과 보살핌만으로 충분하다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어릴 때 자랐던 가정에 비해 애정과 보살핌이 훨신 충만해진 것 만으로도 괜찮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사랑이란 각자 느끼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편하다. 왜냐하면 사랑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정의하게 되면 자기가 처한 현실에는 '사랑'이 결핍되어 있고, 소외감이 팽배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곤혹스러운 것이다. 진실을 이야기하자면, 우리 문화에서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런 무지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드러나면 안 될 비밀처럼 서로 묻어두려고 급급해하는 실정이다. (p.42-43)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 학원을 다녔는데, 내가 피아노 치기를 기다리면서 학원에 있던 그림책을 읽었었다. 그림책 속에서 나처럼 초등학생이었던 여자아이는, 학급의 인기있는 남자애를 좋아하고 있었다. 어느날 선생님이 '짝꿍하고 싶은 애'의 이름을 적어서 내라고 하고, 여자애는 망설인다. 인기 있는 남자애를 적자니 너무 인기가 많아 다들 그 아이 이름을 적을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자기랑 짝이 되지 못할 것 같으니까. 그래서 적지 말까 하고 고심하다,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는 그 남자 아이니, 적어보자, 하고 그 아이의 이름을 적는다. 놀랍게도 그 남자아이의 이름을 적어 낸 아이는 이 여자아이 밖에 없었다. 그래서 둘은 짝꿍이 될 수밖에 없었고, 남자아이는 '내 이름을 적어줘서 고마워' 라고 한다. 인기 있는 남자 아이를 좋아했던 다른 여자아이들은, 어차피 적어봤자 안될 거..라고 똑같이 고민하고 그 아이의 이름을 적어내지 않았던 거다. 아, 사랑은 결국 용기가 아닌가!! 



내가 그간 사랑에 용기를 내지 않았던 것, 안락함에만 안주하려고 했던 것은 아마도 그 후에 내가 받게될 상처가 두려워서 였으리라.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는 연애를 시작할 수조차 없었고, 그는 마음 속에만 두는 것이 편안했다. 이렇게 좋은 사람과 관계를 시작하고, 그것을 잃게 됐을 때 내게 찾아오게 될 상실감을, 나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걸 견뎌가며 세상을 살아아기를 원하지 않았다.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그 상실감으로부터 피하는 방법이었다. 나는 아프고 싶지도 않았고 힘들고 싶지도 않았다. 엉엉 울면서 일상을 보내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이별이란 걸 하고 싶지 않았다. 이별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작하지 않아야 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고, 그걸 두려워했기 때문에, 사랑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도 놓치고 살았을 지도 모른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문화는 사랑을 냉소하는 것이 대세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사랑 같은 건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해롤드 쿠쉬너Harold Kushner는 『원하는 것을 모두 얻지 못할 때 When All You've Ever Wanted Isn't Enough』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사랑하기를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것을 기피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게 될까 봐 몹시 걱정스럽다. 이드은 사랑을 얻는 과정이 매우 힘들다는 이유로, 또는 잘못되었을 때 입을 마음의 상처가 두려워서 사랑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그들은 모험을 걸지 않아도 되는 사랑, 힘들게 감정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 즉 쾌락만을 구하려고 한다. 사랑을 찾다가 실망과 고통만 안게 될까 봐 두려워한 나머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랑을 얻었을 때 얼마나 순수한 기쁨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의 냉소주의는 사랑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을 감추기 위한 거대한 가면인 것이다. (p.16-17)



벨 훅스는 여러차례 얘기한다. 사랑은 용기이며 또한 '행할 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 이 얼마나 명백한 진리인가. '행할 때 존재한다'는 것은. 



사랑은 실제로 행할 때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사랑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깎아내리는 식으로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게 될 것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보살피고 애정을 표현하고, 상대에 대해 책음일 지고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에게 충실과 헌신을 다하고, 상대를 신뢰하는 것이다. (p.46)



벨 훅스는 이 책에서 비단 남녀간의 사랑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거대하고 궁극적인 감정, 그 실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정, 혹은 가족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거듭 언급한다. 우리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자주 폭력에 노출되는지. 또한 그 폭력을 용인하는 것은, 사랑이란 이름을 갖다 붙여도 용서될 수 없다는 사실을. 


어제는 여동생과 아이와 함께하는 삶, 잘못했을 때 어떻게 혼내야 하는 걸까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잘 모르겠고 혹여라도 좋은 생각이 난다면 다시 얘기해줄게' 라고 했다. 나는 동생의 어떤 점이 '잘못된것 같다'고 했고, 그렇게 지적은 했으나 실상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게 더 좋다' 라는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한 상황이라 스스로에 대해 좀 실망하기도 했다. 동생의 말을 들어보면 동생의 방법이 맞는 것 같기도 해서, 역시 대화를 해보는 것이 나았다, 라는 결론을 내리기는 했다. 최소한 내 조카에게는, 조카의 일상과 삶 그리고 미래를 걱정하는 어른이 부모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물론 언제나 그렇지만. 



갓난아기에게도 사랑의 의지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사랑하는 방법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의 가이드가 되어주어야 한다.

사랑은 그것을 실천할 때에만 존재한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아이는 부모나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며, 아이도 시민적 권리(인권)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아이들의 시민적 권리는 존중되고 지지되어야 한다.

정의로움이 없는 곳에서는 결코 사랑이 싹틀 수 없다. (p.64)



첫째 조카도 또 둘째 조카도 제 외할머니를 끔찍하게 좋아한다. 졸졸 따라다니고, 제 엄마 품에 있다고 제 외할머니를 보면 팔을 벌려 안아달라고 한다. 이에 우리 아빠는 도대체 당신의 어디가 아이들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들은 당신을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 라고 궁금해했고, 이에 엄마는 말씀하셨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돼. 진심으로 사랑하면 아이들이 다 알아. 그래서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는 거야." 아, 이것은 얼마나 명백한 진리인가! 나나 우리 아빠 혹은 남동생은 순간순간 조카들을 귀찮아하기도 한다. 예쁘다고 꺅꺅 거리다가도 함께 좀 오랜 시간 있을라치면, 피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어쩌면 조카들은, 이것을 눈치챘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장 오랜 시간, 끊임없이 붙어 있는 우리 엄마는, 질리지 않은 채로 웃어주고 사랑해주신다. 아이들에겐 그 마음이 가 닿았을런지도 모르겠다. 동생과 아이들의 양육에 대해 얘기하면서, 나는 문득 우리가 다 함께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다. 단순히 아이를 기르는 것에 있어서 여동생의 수고를 덜어주는 걸 떠나,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 가 아닌 '다른 어른들' 이 있는 것은 그만큼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단 하나의 여성과 단 하나의 남성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여성과 남성을 보는 것, 그것은 아이에게 좀 더 다양한 생각과 행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벨 훅스가 핵가족이 아니라 대가족이 아이에게 더 좋다는 말을 하는 것에,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가부장적인 핵가족이 실패했다는 것은 이제 너무나 분명해졌다. 핵가족은 감정적, 정서적 혼란이 상존하고, 무시와 학대가 빈발하는, 제 기능을 못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아직도 핵가족이야말로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우기는 이들이 있다. 물론 나는 대가족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대가족은 직계가족뿐 아니라 방계친족들(예를 들면, 결혼을 통해 대가족으로 흡수되는 피가 섞이지 않은 친척들)도 포함되기 대문에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핵가족보다 훨씬 아이들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다. 그중에는 반드시 온화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p.172-173)



벨 훅스가 말하는 것 같은 가정은 아이를 키우기에 이상적이라고 생각이 들어, 이것이야말로 좋은 환경을 선물하겠구나 싶었는데, 그러다 이내 '장모 장인과 함께하는 삶' 혹은 '시부모와 함께 하는 삶'이 떠오르자 풀이 죽었다.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어른이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이 아이에게 여전히 좋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엄마 아빠를 갖는 것이 아이에게도 더 나을테니까. 스트레스 주지 않는 장인장모 혹은 시부모란, 사실 아주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실상은 동화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 완벽한 방법, 백퍼센트의 환경이란 역시 존재할 수 없는 것인가!



언젠가 한 남자가 내게 '네가 구레나룻을 좋아한다면 나는 길려보도록 할게' 라고 했는데, 그때 나는  '아니 그러지 말라'고 말했었다. '나를 좋아한다면 구레나룻을 길러'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고. 너는 그저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내가 구레나룻을 좋아해서가 아니라(안좋아한다), 가슴 털 얘기하다가 그 얘기로 흘러갔던 것 같다. (응?) 어쨌든,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 때문에 뭔가 변하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으로 변화해가기 위한 것이라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누군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생기는 거라면, 그것이야말로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가. 영화《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잭 니콜슨'은 '홀리 헌터'에게 '나는 약 먹는게 정말 끔찍하게 싫지만, 당신을 만난후 신경정신과 약을 챙겨먹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에 대한 찬사를 원했던 홀리 헌터는, 대체 그게 찬사와 무슨 상관이 있냐 되묻고, 이에 잭 니콜슨은 '당신은 나를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고 답한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고, 그렇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마음, 그것이 사랑의 실천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이란, 애써야 하는 것이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은 대개 사랑이란 상대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재력과 가능성까지 보려고는 하지 않는다. 물론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대로 탈바꿈시키려고 해서도 안 될뿐더러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상대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반면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면 자기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영향으로 보다 완전한 자신으로 거듭 태여나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서로의 동의 아래 이루어진다.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 커플들과 오랫동안 대화를 해보고 내린 결론은, 진정한 사랑의 가장 공통된 특징은' 무조건적'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는다. 서로가 상대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건설적으로 투쟁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진정한 사랑이 꽃피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면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면서 그 결과를 상대와 함께 나누고 자신의 행동을 개선시켜나가려는 의지가 생긴다. (p.234)



이 나이를 먹고서도 사랑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 아직도 이렇게나 많다.



사랑이 용기라고 말해주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벨 훅스의 조언들은 내게 매우 유용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는 얄딱꾸리한 말은, 방점이 '미인'에 찍히는 게 아니라 '용기'에 찍힌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미인은, 사랑의 대체물에 지나지 않는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읽기에 더 좋았던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사랑에 대해 냉소적인 생각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고, 그러므로 벨 훅스가 지나치게 사랑을 찬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이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다. 어쩌면 사랑에 대한 말이 이렇게나 길 필요는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어제 내가 했던 운동을 그대로 다시 해본 남동생은, 아주 좋다며 이대로 계속 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동작 하나를 추가해 주었다. 복근 운동 추가하자고. 어제 자기전에 남동생이 알려준 동작을 보고서는 이내 설레이는 마음이 되었다. 어서 빨리 퇴근하고 집에 가서 복근 운동을 하고 싶다. 이 넘치는 뱃살이 사라질 생각을 하면 짜릿하기 까지 하다. 그런데 언제?


아니 그리고 .. 셀룰라이트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하아- 갈 길이 아주 멀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나 존 웰우드Jhon Welwood의 『사랑과 깨달음 Love and Awakening』같은 인기 있는 남성 작가들의 책들은 페미니즘적인 관점을 채택해 남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태도이다. 그러나 이들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의 관점이 다른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특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차이는 단지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만약 위의 작가들이 주장하듯이 남성과 여성이 정반대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감정적으로도 전혀 다른 시계에 살고 있다면, 사랑에 관한 담론에서 남성들이 지금처럼 권위를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선천적으로 여성은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존재이고 남성은 이성적이고 무뚝뚝한 존재라면, `진정한 남성`은 사랑에 관해 말하기를 꺼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p.25)

가장 오랫동안 연인 관계를 맺은 사람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다른 어떤 인간관계보다 우위에 놓았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관계까 끝났을 때 나는 거기서 헤어 나오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 사람과 사귀는 동안 나는 친구 사이에서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을 행동들, 예컨대 언어폭력이나 신체적인 학대를 묵묵히 참아냈다.
그것은 내가 어릴 때부터 연인 관계야말로 모든 관계 중에서 가장 `특별`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관계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1950년대나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결혼이나 결혼에 버금가는 남녀 관계가 다른 모든 관계에 앞선다고 믿도록 사회화되었다. 내가 만약 결혼이나 연인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의무나 강제가 아니라 서로의 영적인 성장이라고 일찍부터 배웠다면 남녀 관계에서 언어나 신체적인 학대가 두 사람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진작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남성들의 난폭하고 불쾌한 언동을 묵묵히 참아내고, 부당한 행동을 하더라도 잊고 용서해주는 것이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에 대해 헌신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p.178)

그러나 진정 사랑하는 관계라면 난폭하고 무시하는 언동을 당할 때 상대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해야 옳다. 그런데도 젊은 시절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당시 나는 페미니즘 이론으로 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부터 받아온 종교적 가르침과 가정교육에 압도당한 나머지 연인 관계가 파탄나지 않도록 하려면 상대 남성이 어떤 언동을 하더라도 묵묵히 받아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되돌아보면 당시 나는 사랑의 기술에 무지했기 때문에 출발할 때부터 위험을 안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p.178-179)

나우웬은 이어 "아무리 친구가 많고, 사랑하는 애인이 있고, 남편과 아내가 있고, 어떤 탄탄한 조직에 속해 있어도 완전한 wholeness 자아, 통일된unity 자아를 찾고 싶다는 내면의 갈증을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면서, 그 갈증은 우리가 고독을 기꺼이 받아들여서 자기 안에 `신성한 정신`이 드러나게 될 대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로움을 고독으로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외로움에서 도망치려 해서도 안 되고 외로움이 없는 양 애써 부인하려 해서도 안 된다. 속이 텅 빈 외로움을 열매가 풍부한 고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외로움은 고통스럽지만 고독은 평화롭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하지만 고독은 다란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들과 더불어 공동체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아이들에게 혼자만의 생각과 공상에 잠길 수 있게 조용한 시간과 공간을 허용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고독을 즐길 줄 알게 된다. (p.183)

진정한 사랑을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을 결핍과 불만족한 상황에 내버려둘지언정, 고독과 외로움에 처하는 위험은 무릅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충만하고 깊은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자신을 완전히 변화 시킬 수 있다. 다시 머튼의 말을 들어보자. "사랑은 파트너를 향한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랑은 당신의 삶 전체를 변모시킨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한 사랑은 `개인의 혁명`과 같다. 사랑은 당신의 생각과 욕망, 행동을 모두 하나의 경험 속에 녹여내면서 `과거의 당신`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당신`으로 탈바꿈시키기 때문이다."(p.237-238)

많은 사람들은 영혼의 동반자를 만나면 삶의 고난이 끝날 것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랑의 힘은 삶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데 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된다.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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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4-12-0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밑줄이 하나도 안 겹치네요? 확실히 `책과 만나는 때`가 있어서, 같은 책을 읽어도 자기 지금 상태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부분에 눈이 가나 봅니다. 기억이 새록새록- 고맙게 읽었습니다.^^ 다락방 님 피아노 학원에서 본 그림책 속 이야기 참 좋네요. 기분이 무척 좋아집니다. 눈 오는 좋은 오후 보내세요!

다락방 2014-12-01 14:25   좋아요 0 | URL
저도 에르고숨님의 리뷰를 다시 읽었어요. 스캇 펙의 인용문은 제가 인상 깊게 보았던 구절이기도 해요. 그리고 에르고숨님의 리뷰도 저역시 고맙게 읽었습니다. 이승우에 대한 언급, 나아가 문학에 대한 언급에서는 저 역시 그렇다고 생각해요. 아, 그리고 저 스캇 펙의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흐흐.

사실, 사랑은 책으로 배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방향을 설정해주고 재차 확인해주는 약간의 길잡이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겠지요. 확실히 책과 만나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여긴 눈이 멈추고 햇볕이 눈부시게.. ㅠㅠ 블라인드를 내렸는데도 여전히 눈이 부십니다, 에르고숨님. ㅠㅠㅠ

단발머리 2014-12-02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우아~~ 이 페이퍼, 올해의 당선작이예요. 너무 좋네요. 잠시 내가 성경을 읽고 있는 줄 알았어요.

2. 내가 만약 결혼이나 연인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의무나 강제가 아니라 서로의 영적인 성장이라고 일찍부터 배웠다면 남녀 관계에서 언어나 신체적인 학대가 두 사람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진작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남성들의 난폭하고 불쾌한 언동을 묵묵히 참아내고, 부당한 행동을 하더라도 잊고 용서해주는 것이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에 대해 헌신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p.178)

서로의 영적인 성장, 눈에 확 띄는 문구네요. 맞아요. 그래야 사랑한다고 할 수 있죠.

3. 183쪽 때문에 이 책을 사야겠어요.

4. 저도 헤어짐이 두려워 사랑을 시작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던 거 같아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는 연애를 시작할 수조차 없었고, 그는 마음 속에만 두는 것이 편안했다.

너무 마음에 와 닿고, 그러면서도 많이 아쉽네요.

5. 상대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반면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면 자기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영향으로 보다 완전한 자신으로 거듭 태여나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서로의 동의 아래 이루어진다.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 커플들과 오랫동안 대화를 해보고 내린 결론은, 진정한 사랑의 가장 공통된 특징은` 무조건적`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는다. 서로가 상대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건설적으로 투쟁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진정한 사랑이 꽃피는 것이다.

234쪽 좋아요. 완전한 사랑은 `무조건적`이라구요. 아, 맞아요. 이렇게 사랑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사랑이 있다는 건 알아요. 저도 그런 사랑을 받았었거든요. 엄마~~~~

다락방 2014-12-03 09:59   좋아요 1 | URL
우앙 단발머리님 댓글 좀 봐..댓글이 풍족해요, 단발머리님! >.<

네,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많이 끄덕였어요. 변화에 대한 부분은, 안그래도 최근에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기도 했던터라 내용들이 훅훅 오더라고요. 제가 마침 사랑은 용기로구나, 깨달았을 때 벨 훅스가 사랑은 용기야, 라고 말해주니 얼씨구나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단발머리님이 이 책을 읽으신다면 또 얼마나 근사한 페이퍼 혹은 리뷰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단발머리님은 아마도 저랑 많이 다른 부분에 밑줄을 그으실지도 모르겠어요. 단발머리님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이 책은 어떨까요? 어서 빨리 읽고 리뷰 남겨 주세요! 꼼꼼하게 읽도록 하겠습니다! >.<

그리고 올해의 당선작이라니, 하하하하하하 고맙습니다, 단발머리님! >.<

2015-01-19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1-20 09:40   좋아요 0 | URL
슝-
안녕 :)

스윗듀 2015-07-1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은 책의 좋은 리뷰를 북플이 소개해줬어요- 여기서 이렇게 또 만나니 반갑군용! 읽고싶은 책에서 반드시 읽을 책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당

다락방 2015-07-20 08:38   좋아요 0 | URL
우앙, 북플이 그런 역할도 하는군요! 헤헷.
이 저자의 [사랑은 사치일까?]도 읽었는데 저는 [올 어바웃 러브]가 더 좋더라고요.
히힛.
이렇게 만나게되니 또 반갑습니다! :)

몬스터 2016-02-20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 다락방 님. 전 아직 멀었어요. 알고 있는 것과 행하는 것은 또 별개인 것 같고. 감정이 훅 치고 올라오면 , 그걸 잡아 조절하는 것도 아직 쉽지가 않네요... 멀었어요. ㅎㅎ
 
비밀의 정원 - 안티 - 스트레스 컬러링북 조해너 배스포드 컬러링북
조해너 배스포드 지음 / 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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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는 행위를 넘어서 이제 칠하는 것으로도 책을 한 권 꼭 채울 수 있다는 것, 또한 칠하는 행위가 현실로부터 나를 잠깐 떨어뜨려 놓는다는 것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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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2-0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젠장.. 올해의 책 투표 하느라 한건데 내 서재에 등록되네... ㅠㅠ

웽스북스 2014-12-0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다 칠했어요??

다락방 2014-12-01 11:54   좋아요 0 | URL
그럴리가요 ㅋㅋㅋㅋㅋ 책상 한 구석에 처박아 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르고숨 2014-12-01 14:02   좋아요 0 | URL
제 책상 한 구석에도.

다락방 2014-12-01 14:09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있어야 할 자리는 책상 한 구석? ㅎㅎㅎㅎㅎ

마노아 2014-12-0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투표 몇 개 하고 서재에 100자평 등록돼서 화들짝 놀랐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4-12-02 10:43   좋아요 0 | URL
하루에 하나밖에 안될걸요, 마노아님?
저도 서재에 백자평 등록돼서 완전 깜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해보니까 백자평 안써도 투표 가능하더라고요. 아긍. 이 백자평 지우고 싶은디.. ㅎㅎ

마노아 2014-12-0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표 두번 했어요. 영역별로 되는 거 아니에요? 책이랑 작가랑 뭐... 아님 한번 밖에 반영 안 되는데 버튼은 눌러지는 걸까요?
투표 이제껏 딱 하루 했네요. 생각난 김에 지금 해야겠어요.ㅎㅎㅎ

다락방 2014-12-03 15:41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은 뭐 응모했어요?

마노아 2014-12-06 23:25   좋아요 0 | URL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응모해요. 아이패드부터 적립금까지~ 머그컵도 많이 탐나구요.^^
 
모나코 - 2014 제3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공간 3부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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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자신의 길을 스스로 걸어나가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노인이 스스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게 무척 흡족했다. 물론, 노인이 요리를 하고 여자에게 반했다 말하고 사람을 부리고 아들에게 당당히 원하는 바를 요구할 수 있었던 건, 돈이 있기에 가능했다.

돈은 힘이지만, 그것이 외로움을 극복해내는 수단은 될 수 없다. 돈이 그렇게 중요한 일까지 해낼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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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을 위한 요리를, 내가, 꼭!
    from 마지막 키스 2014-11-26 10:25 
    신문에서 이 책의 소개를 봤을 때 그 내용도 궁금했지만, 그 후에 책 표지를 보고 더 궁금해졌었다. 책 띠지의 작가 얼굴이 엄청난 훈남이었으므로. 크- 부드럽고 젠틀하며 섬세할 듯한 저 얼굴이 확- 끌어당긴거다. 그래서 이 책을 샀는데, 책 표지를 펼치고 난 후에 나온 작가 사진은 띠지와 좀 ... 좀 많이 ..... 다르더라. 뭐 어쨌든.책 속의 노인은 부유하다. 집안 살림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있고, 그 도우미에게 넉넉한 월급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형
 
 
 
수학자들 - 세계적 수학자 54인이 쓴 수학 에세이
김민형 외 지음, 권지현 옮김 / 궁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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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 누군가가(그는 가장 뛰어난 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사진들을 훑어보더니 "각자 짧은 글을 쓴다면" 책으로 엮을 수 있으리라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게임에 동참해주었다. 짧고, 위대하고, 격렬하고, 미묘하며, 암시적이기도 하고 직설적이기도 한 글들이 가을 낙엽 떨어지듯 속속들이 도착했다. 잠시 거쳐 가거나 더 오래 머물고 있는 수학자, 이론물리학자, 생물학자, 박사 논문 준비자, 명망 있는 연구자들로 이뤄진, 본질적으로는 허물어지기 쉬운 이 인간 집단은 망망대해에 수많은 작은 병들을 던졌다. 그 병들은 이 해안가에 발을 들여놓을 기회가 없었던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과 우리 같은 육지 사람들을 향한 것이었다. - 프롤로그 中 (장 프랑수아 다르스, 아닉 렌, 안 파피요)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프랑스의 '고등과학연구소'에 적을 둔 적이 있었던 수학자들의 것이다. 그들은 그 하나의 공통 분모로(수학을 사랑한다는 공통분모도 있지만) 각자 글을 쓰기로 하고, 그렇게 이 책은 태어났다. 나는 이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이것이 꽤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되어졌으며, 이걸 다른 식으로도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 아니 유일하게 생각난 것이 바로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의 글' 이었다. 이를테면,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고 그 책이 좋았던 사람들의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내는 것이다. 그 책은 아직 '새벽 세시'를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지침이 되어줄 것이고, 이미 '새벽 세시'를 읽은 사람들을 위한 의견 교환의 매개가 되지 않을까. 혼자 이런 생각으로 신났다가,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매니아'스러운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팔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 아닌가, 싶어졌다. 아마..많이 안팔릴거야. 1쇄나 고작 다 나가는 정도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고, 글자들을 다 읽어내긴 했지만 사실 이 책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90프로 정도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정신 빡 집중해서 미간에 힘 빡 주고 읽어보았지만, 그건 내가 힘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 뭐, 그렇다는 거다.

 

내가 이해한 10프로에서 수학자들은, 수학이 우리 모두의 삶을 개선시켜주리란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대여섯 살 때부터 음악을 듣기 시작한 아이는 지력에서 시감각이 차지하는 부분의 균형을 조금이나마 더 잘 맞출 수 있다. 시감각은 보이는 것에만 의존해서 얻는 놀라운 감각으로 아주 어렸을 때 익히는 것이며 기하학과 관련이 깊다. 음악은 대수학을 통해 시감각의 균형을 맞춘다. 음악이 대수학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다. 수학에는 뇌의 시각 영역에 해당하며 즉각적인 직감을 따르는 기하학과 대수학을 나누는 이분법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다. (알랭 콘, p.22)

지난 20년간 나는 유럽, 미국, 그리고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면서 북반구의 동료들이 누리는 수준으로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수학자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늘 간직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개발도상국의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아 두뇌유출에 한몫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중 일부는 의욕이 고취되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연구는 저지되고 만다. 능력이 있으니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가르친 학생 중 최우수 인재들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계속한다. 이렇게 악순환의 고리는 좀처럼 끊을 수 없다.
빈곤과 보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개발도상국 정부는 연구를 할 여유도 없고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천재들이 얼마나 많으며, 그로 인한 손실은 또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면 인류 전체가 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리 샴세딘, p.115)

고등과학연구소는 방문학자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강의도 행정업무도 맡기는 법이 없고, 심지어 연구 실적을 강요하지도 않는다(적어도 단기간에는). 방문학자나 박사후연구원 선발 때문에 `가끔` 보고서를 주문하는 것이 고작이다. 단독으로 그리고(혹은) 다른 방문학자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자유로운 연구와 사고가 전적으로 보장되는 지구상의 외딴섬과 같은 곳이다. 시끌벅적한 외부세계와 단절된 평화의 항구인 셈이다. 연구소내 연구평의회(Conseil scientifique)의 지지 덕분에 5년 동안 로랑 라포르그(Laurent Lafforgue)와 나는 이곳에서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 일하게 될 열다섯 명 이상의 연구자들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파리 지역의 여러 단체들과 공동 세미나를 기획할 수 있었다. 국립과학연구원의 연구자라는 신분 덕북에 `랭글란즈 p진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를 순조롭게 진행시킬 수 있었다. 독자들을 위해 `랭글란즈 p진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는 생략하겠다. (크리스토프 브뢰유, p.117-118)

이제 알레고리는 필요 없다. 따뜻한 차와 건강한 음식이 있다면, 새로운 방문객이 길을 잃지 않고 연구실을 찾을 수 있다면, 대강당의 마이크가 잘 작동된다면, 인터넷 접속이 완벽하게 작동된다면, 글들이 TeX로 잘 바뀐다면, 잔디가 아름답다면, 공원에 꽃이 피었다면, 수학은 더 잘될 것이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면 또 다른 차원 앞에 모습을 감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매력이다. (p.163)

우리의 추상적 개념을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무지개와 쓰나미에서 발견하는 그래디언트의 특수성.
동양의 요술거울에서 발견하는 라플라스 연산자.
파란 하늘의 편광 현상에서 발견하는 타원적분.
양자학의 식별 불가능성에서 발견하는 비틀림과 곡선의 기하학.
필름의 후방 투영에서 발견하는 행렬의 퇴화.
작은 회절격자에서 나오는 빛에서 발견하는 가우스합. (마이클 베리,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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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4-11-24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댓글에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써도 될지, 쓰게 될 줄이야.ㅎㅎ 근데 뭔가 달라졌네요? 알라딘이? 이제 `공감`하지 않고 `좋아`해야합니까?;;

다락방 2014-11-25 08:45   좋아요 0 | URL
아마도 북플이 생기면서 바뀐 것 같네요. SNS화 되는 느낌...이게 좋은건지 싫은건지 잘 모르겠어요. 전 여전히 SNS 알라딘 보다는 이렇게 우리가 피씨 앞에 앉아 찾아 들어와야 하는, 긴 글이 적힌 알라딘을 좋아합니다.

여튼, 저 이 책 읽는 거 정말 수고했어요. (응?) ㅎㅎ

서니데이 2014-11-2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이 좋아요가 되었네요.
두번 누르니까 처리중이라는데요. ^^

다락방 2014-11-25 08:45   좋아요 0 | URL
한 번만 누르세요, 서니데이님. ㅎㅎㅎㅎㅎ

2014-11-26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6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의 서재 - 나만의 도서관을 향한 인문학 프로젝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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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공간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관계의 빈 공간'이 필요하다. 이 빈 공간에서만은 갈등을 드러내지 않고,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도 서로 다가가고 만나는 것이 가능한, 마음의 중간지대를 마련하고 싶다. 가족, 연인, 친구 사이에도 이러한 관계의 여백이 필요하다.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아내려 하고, 믿는다고 해서 모든 것을 남김없이 털어놓으면, 관계가 숨 쉴 여백의 공간이 생기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들끼리도 각자의 사유와 고독한 비밀의 공간을 남겨줄 수 있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은 눈부시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p.183-184)

나는 매력이 없다고 골방 속으로 숨으면 절대로 인연의 실타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모와 매력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외모 이상의 매력으로 상대를 사로잡는 유혹의 귀재들도 많다. 미모가 뛰어난 사람들보다 매력 넘치는 사람들의 인생이 실제로는 훨씬 행복하다. 매력은 미모처럼 자신을 `볼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함께하고 싶은 존재`로 만드는 기술이다. 미를 감상하는 데는 `거리`가 필요하지만, 함게하고 싶은 인연을 만드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p.32-33)

아무리 매력이 철철 넘쳐도 고백의 용기가 없다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가 `그 수많은 편지의 주인은 나`라고 고백했다면, 사랑은 이루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록산은 시라노의 편지에 감동하여 외친다. "만약 오디세우스가 당신처럼 편지를 썼다면, 정숙한 페넬로페도 집에서 수나 놓으며 기다리고 있진 않았을 거예요." 미모는 정태적이지만 매력은 동태적이다. 연애는 고백이다. 매력은 액션이다. 그러나 사랑은 고백과 액션을 훌쩍 넘어서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사랑은 용기 있는 자에게 쏟아지는 축복, 마침내 영원히 움직일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가장 바지런한 동사다. (p.35)

(이반 일리히의 유언을 읽고)나는 내 결핍을 채워주고, 내 불안을 잠재우는 감정이 사랑이라 믿었다. 한 번도 나를 파괴하는 사랑에 몸담아 본 적이 없다. 그런 감정이 다가올 때마다 용케도 잘 피하며 이런 위험한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부정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원래 나였던 나, 나라고 믿었던 나를 파괴하는 사랑이야말로 내가 한 번도 끝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p.45-46)

저 수많은 인간의 정의 중 하나를 굳이 고르라면 나는 `호모 에로티쿠스`를 택하련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처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를 미소짓게 만들지 않는가. 어떤 존재든 일단 사랑하기만 하면 간도 쓸개도 내줄 줄 아는 아름다운 광기가 있어, 인간은 `다른 동물들처럼` 아직 지구에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 사랑의 그 끔찍한 계산 불가능성이야말로 결코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소중한 공통분모가 아닐까. (p.116)

우리는 언어 때문에 위로받지만 언어 때문에 고통받는다. 무심코 던져진 수많은 타인의 말, 익명으로 정체성을 숨긴 수많은 네티즌의 발언, 심지어 자신이 던진 자신의 말에도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언어는 화살표다. 반드시 어떤 것을 가리킨다. 가리켜서 아름답게 치장하기도 하지만, 가리켜서 처참하게 훼손하기도 한다. 음악은 이러한 날카로운 화살표로부터 자유롭다.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가리키지도 않고, 애써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음악의 힘은 불가피하게 언어를 쓸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피로한 영혼을 치유해주는 것이 아닐까. 음악은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음악은 해명하거나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음악은 단지 존재를 감싸준다. 존재를 날카롭게 가리키지 않고, 존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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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4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5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름 2015-05-1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좋아서 구매했어요. 디자인이 바뀌어 새로 나왔던데 전의 책 디자인이 더 나은 듯 했어요. 그리고 좋아서 글짓기 좋아하는 아이한테도 선물하고. 정여울의 글들은 한겨레와 시사인을 통해 읽었는데 책을 통해 보니 참 좋더라구요. 소개된 책들도 읽고 싶어지고. 다른 책들도 읽었어요. 4월에 수술한다고 또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잘 있지 말아요` 읽었는데 이것도 좋았어요. ^^ 그래서 또 구입.

다락방 2015-05-19 09:31   좋아요 0 | URL
오, [잘 있지 말아요] 좋다고 하신 말씀에 지금 보관함에 넣어두고 왔습니다. 헤헷.
저도 시사인을 통해 정여울의 글을 읽고 있어요. 매번 읽을때마다 좋아서 자꾸 보관함에 넣는 책이 늘어가요. 최근엔 시사인 보고 <소공녀>넣어뒀어요. 그렇지만... 아직 구매하진 않았어요. 구매엔 절제가 필요하니까요. 하핫.
잘 있지 말아요도 언젠가 읽어봐야겠어요.

여름 2015-05-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공녀`읽고 담아뒀는데. 찌찌뽕. ㅋㅋ 몸만 좀 더 나으면 더 많음 책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