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Acquaintance Rape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로빈 월쇼 지음,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 / 미디어일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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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강간은 권력의 표현이다." 수잔 브라운밀러는 자신의 기념비적 저서 『의지에 반하여:남성, 여성 그리고 강간』에서 이렇게 말한다. (p.39)




읽기에 몹시 힘겨운 책이었다. 트윗의 타임라인에서도 성폭행 피해가 줄을 잇는데 내가 굳이 이 책을 지금 읽었어야 했을까 후회했다. 며칠간 삶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에게. 이 여자들이 자기가 속한 곳 그 어디에서든-학교, 직장, 모임등등-, 가해자와 함께 있어야 하면서 겪었어야 할 고통, 또한 다른 누군가로부터 또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게다가 가해자가 나 외의 다른 사람에게도 또 그럴 수 있을 거라는 걱정까지, 이 여자들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인가. 


어느 곳에서나 권력을 쥐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자라는 것이 너무 씁쓸했다. 게다가 그 권력으로 약자인 여자를 눌러서 자신이 위치한 곳까지 올라오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 그렇게 자기들끼리의 권력을 단단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나치게 절망적이다. 나이가 적든 많든, 한국이든 미국이든, 남자들은, 그들이 가진 신체적인 힘과, 그들이 가진 유명세와, 그들이 가진 이름과, 그들이 차지한 자리를 어떻게든 여자를 압박하고 꼼짝 못하게 하는데 쓰고 있다. 





아는 이에게 강간을 당한 애비는 이렇게 말한다. "그 남자를 때리거나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 나는 '착한 여자'니까 다른 사람이 나쁘게 굴더라도 나는 그렇게 해동하면 안 된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p.160)



어릴적부터 '남자와 여자는 평등하다'는 걸 교육하는 것이 강간과 성폭력을 없애는 방법이라는 것에는 당연히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 이미 너무나 만연한 성범죄에 대해서, 궁극적인 이상향을 말하는 것같아, 너무 먼 얘기로만 들린다. 권력을 제멋대로 성범죄에 이용한 남자들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그들이 죗값을 치러야 한다. 사실 나는 친구와도 얘기했지만, 죽창 들고 다니면서 남자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아서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입버릇처럼 더 진급하기 전에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말했었는데, 그때마다 친구가 '네가 더 올라가야해' 라고 말했더랬다. 회사의 다른 여직원들도 '차장님이 임원이 되어주세요' 한다. 내가 있는 회사에 아직 여자임원이 없다. 나는 싫다고, 더 진급하지 않을거라고 늘상 말해왔지만, 내가 올라가야 하는걸까.. 내가 권력을 가져야할까, 지금보다 더한 권력을 가져야 할까. 내가 권력을 가지는 게 답일까. 그렇지만 권력을 가진다는 것은 책임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입맛이 쓰고 갈길도 멀다. 

 



다른 얘긴데,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 대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본다.

절망과 좌절, 스스로를 믿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일.



이 책에서 드러나는 많은 사례들에서, 강간 피해자들은 자신이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얘기하지 못한다. 얘기했을 때 듣게 될 말들이 두려워서. 그런데, 한 피해자의 엄마는, 그걸 눈치채준다. 그 부분 읽다가 울어버렸는데, 쓰려니까 또 눈물나네.



한편 인터뷰 과정에서 만난 여성 중에는 다행히 가족 관계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한 이도 있었다. 열아홉에 데이트 강간을 당한 로리가 그 예로, 로리의 어머니는 평소 활달하던 딸이 몇 주 동안 이상할 정도로 말이 없고 우울해 보이자 로리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 등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로리 어머니와 그녀의 친구가 로리를 데리고 나가 외식을 하던 중에, 어머니의 친구는 자신이 과거에 겪은 데이트 강간 경험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저를 보더니 "너한테도 이런 일이 있었니? 그것 때문에 고민하는 거야?" 라고 물어보셨어요. 저는 그냥 "응"이라고 짧게 대답했죠. 그러자 엄마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달라고 해서 설명을 해드렸어요.


이후 로리의 어머니는 데이트 강간에 관해 다룬 기사를 로리에게 주면서 읽어보기를 권했고, 로리는 "그 기사를 읽고 나서야 데이트 강간에 대해, 그리고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p.192-193)




어떤 부모는 강간 피해로 자식을 잃었는데, 그 사건을 통해 성범죄를 예방하는 캠페인도 했다. 자식을 잃은 경험으로 고통스러울텐데도, 이런 일이 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액션을 취하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이렇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마주한다는 것은 늘 벅찰 정도로 감동적이다.



1986년, 레이 대학교에 다니고 있던 진 앤은 자신의 기숙사 방에서 같은 학교 친구에 의해 강간 및 살해를 당했다. 졸지에 딸을 잃은 하워드, 콘스탄스 클레리 부부(펜실베니아 브린마워 거주)는 그 사건의 영향으로 '안전 관련 질의서'를 만들어, 자녀가 진학을 고려하는 대학 당국에 부모들이 그것을 보내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p.276-277)




우리, 부디 살아있자.



앞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많은 지침과 방법들을 제시했지만, 그럼에도 막상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당신이 가해자를 이기거나 그의 통제로부터 탈출하기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는 가해자와 타협하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가장 현명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굴복하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도 당신은 알아야 한다. 강간하겠다는 협박은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기에, 그에 항복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더욱이 가해자가 완력을 써서 당신이 성관계에 동의하도록 만들었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동의가 아니다. 어떤 형태의 폭력이나 강요도 없이, 서로 자유롭게 합의하여 공동으로 내린 결정에 의해 성사된 것만을 동의하에 이루어진 성관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당신을 강간하도록 "내버려두었다"고 스스로를 질책하지 말라. 피해자로서 당신이 유일하게 책임져야 할 것은 당신 자신뿐이다. 당신이 강간당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부상을 입거나 죽을 필요는 없다. 그 대신, 부디 살아 있으라. (p.259)





포스트잇 플래그를 많이 붙였다. 아래에 죄다 인용하겠다.






우리는 여성에게 괜찮아 보이는 남성들까지 의심하라고 조언해야 할까? 데이트를 하거나 파티에 참석하지 말라고, 술을 마시지도 성적인 감정도 느끼지 말라고 해야 할까? 당연히 아니다. 강간은 피해자가 유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42)

저는 강간을 당한 느낌이었지만,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깨닫지는 못했어요. 그저 제 자신이 마지못해 그 행위에 참여한 듯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사실 저는 그 남자보다도 저 자신을 탓했죠. 상대방이 마약을 먹이거나 때려서 여자를 쓰러뜨린 후 강간한 다음 살해했다는 것이 증명되기 전까지는, 여자한테 책임이 있는 거라고 늘 생각해 왔거든요.
사건이 일어난 밤에도, 고환을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눈을 가격해서 그 남자애를 다치게 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착한 여자애는 그렇게 하지 않잖아요. 그 대신 일이 일어나도록 가만히 놔두고 결과에 순응해야 하지요. (p.65-66)

니나는 래리를 고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법정에서의 공방을 견딜 만큼 자신이 정서적으로 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73)

타인의 요구에 맞춰 살도록 사회화되었다 하더라도 여성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위험을 감지하고 경고 신호를 보내는 `내면의 목소리`가 작게나마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뭔가 `좋지 않은` 기분을 무시하며 살아가기 예사다. 자기의 내면에서는 조심하라고 경고를 보내지만, 사회화된 자아는 타인을 일단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남자아이들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배운다. 착한 여자아이는 남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상냥해야 한다는 것도. (p.73-74)

에이프릴을 강간한 가해자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둘은 사건이 있기 얼마 전에 만난 사이로, 데이트를 한 적도 성관계를 한 적도 없었다. 다만 그가 에이프릴이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을 돕겠다고 했을 뿐이다. 그런 그가 사건 당일 에이프릴을 바닥으로 밀치며 머리를 구석에 박았고, 몸싸움을 벌인 끝에 강제로 삽입했다.


일을 다 끝낸 다음에 그 사람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원래 섹스할 때 이렇게 많이 싸우는 편이냐고요. 그때 알았죠. 그는 결코 저를 강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p.96)

성장 과정에서 얼마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영향을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많은 남성들이 과도한 남성성을 학습해왔고 여전히 그것을 동경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UCLA 의 연구자 닐 말라뮤트Neil Malamuth는 1986년에 발표한 자료를 통해, 자신이 시행한 설문에 응한 남성 중 30퍼센트가 "검거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강간을 저지를 것"이라 답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절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설문 문항에 쓰인 `강간`이라는 단어를 `강제로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다`는 문장으로 바꾸자 50퍼센트 이상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p.107)

미즈에 글을 쓴 앤드류 머톤은 남학생클럽연합의 전국대회에 참가해 "언어는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강변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사람을 사람이 아닌 독일놈, 쪽바리, 구크Gooks(동남아시아인과 동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단어) 혹은 슬로프Slopes(황인종을 비하하는 단어)라고 부르면, 그들을 죽이는 것이 더 쉬워진다. 이는 여성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여성을 비인간적인 형용사를 이용해 묘사하다 보면 그녀들이 실제로는 완전한 인격체임을 잊어버리게 되고, 그 순간 그녀들을 학대하게 된다. (p.144)

"폭력은 생물학적으로 설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강간은 남성성의 본질이 아니며, 다만 폭력적으로 사회화된 남성들이 자신의 성적 자아를 표출하는 방법인 거죠.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성적 가치와 생명의 숭고함을 존중하도록 교육받은 남성은 결코 여성을 강간하지 않습니다." (p169-170)

"가해자가 아는 사람일 경우 피해자들은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인식을 억압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신속하게 상담을 하거나 도움을 찾는 다른 피해자들에 비해 더 오랫동안 후유증이 지속될 수 있다." (p.171-172)

메릴은 이렇게 말한다. "그 끔찍했던 밤이 지나고 제가 배운 것은 제 내면의 자아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또한 누구와 데이트를 할지에 대해 정말 주의해야 한다는 걸 배웠죠. 상대에게 어떤 의심이 들 때는 주저하지 말고 돌아서서 가능한 한 빠르게 뛰쳐나와야 한다는 것도요."
어떤 남자 혹은 어떤 상황에 대해 `나쁜 느낌`이 들 때, 당신한테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오히려 그것을 당신 내면이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믿어라. 그리고 위험을 내재한 그 대상으로부터 떨어져 있어라.
"그 작은 목소리를 믿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파울라는 덧붙여 이렇게 조언한다. "내면에서 어떤 신호가 왔을 때는, 상대를 배려하거나 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대신 일단 재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 신호는 상황이 정말 위험해질 것임을 암시하는 경고니까요. 다행히 저는 제 안의 소리를 믿도록 배웠어요. 아마도 가끔은 조심하는 정도가 지나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또다시 저 자신이 취약해지는 위험을 감당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나아요." (p.247)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면서 당신은 자신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술에 취하고, 남자가 차로 태워다주겠다는 제안을 수락하고, 혹은 그 남자의 아파트에 가는 등) 스스로 판단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누구도 당신에게 강간당한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이 세상에 강간당해 마땅한 사람은 없고, 강간당할 만한 행동 또한 없기 때문이다. (p.253-254)

작가 티모시 베네크는 『Men On Rape』라는 작품을 통해 이렇게 쓰고 있다. "강간을 끝낼 수 있는 것은 강간하는 남성들, 집단적인 파워를 지닌 남성들이다."
이는 남성들이 모든 유형의 강간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과, 그러려면 남성 스스로 여성과 성에 관한 믿음을 점검하고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p.260-261)

흔히 성폭력 가해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난 후 자신이 취한 상태였음을 강조하곤 하는데, 그것이 합법적인 변명이 될 수 없음은 너무도 분명하다. 가해자는 혈중 알코올 함량과 상관없이 그저 가해자일 뿐이고, 따라서 반드시 자기가 저지른 일의 대가를 치러야 함을 명심하라. (p.263)

섹스는 즐거운 저녁 시간을 베푼 대신 받는 보상이 아니다. 당신은 백 명의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고도 여전히 좋은 섹스나 사랑, 혹은 `진짜` 남자가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수 있다. 사정을 하느냐 마느냐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며, 서로의 합의 아래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대단한 일이다.
만약 당신의 친구들이 성관계 횟수를 세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라. 또한 그 친구들이 `정복한 여자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서로 궁금해하며 성적인 `승리`에 대해 떠벌린다면, 당신은 주저하지 말고 새로운 친구를 찾아라. (p.264)

당신 친구들이 항상 하는 이런 말-"여자는 좋아도(혹은 좋을 때)안 된다고 한다"-따위는 사실이 아니므로 이제 잊어버려라. 여자가 "No"라고 말할 때는 정말로 "No"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라. (p.265)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묻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이 또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녀가 분명하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성관계를 하지 말라.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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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0-2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빨리 캐치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아니다 싶을 때 강력하게 이의를 표시하고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미적대다보면 상대에게 말리기 십상이죠. 자기 주체성, 빠른 판단력을 키우는데 여성들은 더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다락방 2016-10-26 10:25   좋아요 1 | URL
그동안 너무 상냥해야 한다고 사회화 되었어요. 절대 상냥할 필요가 없어요. 조신할 필요도 없고요. 저부터 계속 으르렁 거릴 참입니다.

AgalmA 2016-10-26 11:01   좋아요 0 | URL
상냥함, 착함이 일종의 방어나 무기가 된다고 생각한 오류도 있었죠. 남성 경우 이 특성을 전방위적으로 사용하지 않죠. 학습된 사회적인 영향도 있지만 여성들은 너무 내면화한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주체성이 약해지죠. 남성은 밖으로 표출하는 성향이 강한데 부정적으로 강해진 경우가 마초성이겠죠.
대응이 버겁고 힘들 때 많지만 의지를 잃지 않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정청래 지음 / 푸른숲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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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청래를 응원하는 마음에 샀고 끝까지 다 읽었지만, 재미없었다. 


2. 딱히 내게 유용한 것도 없었고 ..


3. 시민운동가들이 국회의원이 되기도 한다는 부분을 읽고서는 친구1 생각이 나서, 네가 국회의원이 되어주련, 했으나 거절당했다.

 일전에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고 나오면서 같이 본 친구2에게 '너는 왜 친구인 나에게 선물할 호텔도 없고 유명화가의 그림도 없냐, 너 왜 부자가 아니야? 절교해!' 한 적이 있었는데, 국회의원을 하지 않겠다는 친구에게 절교하자고 하지는 않았다.

난 부자 친구도 없고 국회의원 친구도 없어...


4. 2017년 대선 개표방송은 한 방향을 보며 같은 걸 염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자리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설레였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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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9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놓고 아직 못읽었어요....2017년 저도 설렘이 큽니다...

다락방 2016-10-20 08:04   좋아요 0 | URL
전 너무 재미없었어요...
2017년, 투표합시다!!!! (불끈)

달걀부인 2016-10-20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팟케스트에 정청래의원이 나와서 요즘 책 팔려고 좌쪽 사이트들 들어가서... 대뜸 저 정청래인데..책좀 사주세요, 해서 사람들이 인증샷 올리라고 난리였다고 하더라구요. 재미는 없군요. ㅜ ㅜ 어쨌든 저도 응원하는 일인입니다. 오늘, 이대 총장 사퇴하는 동영상보고 조금 울었구요. 교수님들도, 학생들도 울더라구요..

암튼 내년 대선이 기대되긴하지만 그 전에 정권퇴진시키는 민중의 힘이 응집되면 좋겠다해요. 하지만, 정말..우리모두 다 먹고살기가 힘든 세상이라서... 음...^^;

다락방 2016-10-20 08:06   좋아요 0 | URL
이대 총장 사퇴한것처럼 대통령도 ..

저 역시 대선 전에 정권이 바뀌길 바라지만 .. 가능할까요? 지금 이렇게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 거, 알고 있을까요?

정청래 의원은 필리버스터 때부터 인상 깊었거든요. 아주 가끔 팟캐스트 듣는데 그때마다 정청래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샀건만 너무 재미없어서 ㅎㅎㅎㅎㅎㅎㅎㅎ 재미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면 막 뽐뿌질 하는 글도 써서 더 많이 팔리게 조금이나마 돕고 싶은데.... 저부터 재미없어서... 하아-

달걀부인 2016-10-20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다니까 어떻게라도 읽어야할 이유를 좀 말해주는 글을.. 주변에 재미있는사람 많은데.. 왜 정청래의원은 재미없게 썼는지..쩝.. 안타깝네요.

다락방 2016-10-20 08:20   좋아요 0 | URL
정청래 의원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 책 읽으면 그게 느껴지거든요. 요령도 있고요. 그런데 이 책은.. 글쎄요. ㅎㅎㅎㅎ 정청래의 다른 책이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yureka01 2016-10-20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인이 쓴 책 치고 재미가 있는 소설같은 책은 어려울 겁니다.정치가 워낙 재미 없거든요.ㅎㅎㅎ 아닌게 아니라 다락방님의 전문가적 독서의 경향으로 봤을 때 그간 얼마나 많은 재미를 준 책이 있었겟어요..그러니 비교 어렵겟지요.^^.그런데 정치를 외면 했을 때 받는 대가는 참 크더군요.지금 한 대학이 훅 갈 지경 이더라구요.

다락방 2016-10-20 08:18   좋아요 1 | URL
정치인이 쓴 책도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치도 관심을 가지면 아주 재미있을 수 있고요. 김어준이나 안철수, 정봉주의 책은 제가 그들을 좋아하지 않았어도 흥미롭게 읽었거든요. 아,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이런 거구나, 하면서요. 근데 이 책은...........읽기전과 읽고난 후에 별로 달라지는 게 없는 책이더라고요. 정청래 의원의 다른 책을 읽는다면 또 어떤 느낌을 받을지는 모르겠어요.

비연 2016-10-2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에 찬성이네요^^

다락방 2016-10-20 09:03   좋아요 0 | URL
아 진짜 두근두근하지요?

웽스북스 2016-10-20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2012년에 그랬다가... (이하생략)

다락방 2016-10-21 07:52   좋아요 0 | URL
ㅠㅠ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 지구의 2인자, 기생충의 독특한 생존기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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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작가의 졸 지적인 글이다. 심지어 대단히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작가가 영생을 누렸으면 좋겠다. 나오는 책마다 족족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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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9-2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보고싶긴한데 비위가 좀 약해서... 괜찮을까요ㅠ? 사진이 없으면 오히려 편하게 읽을것같은데 당연히 사진이 많겠죠ㅠ?

다락방 2016-09-30 00:41   좋아요 0 | URL
음.. 괜찮을지 아닐지 저로서는 잘 판단이 안되는데요. 일단 사진은 계속 나오고요, 어떤 사진에는 저도 윽!! 하긴 했었어요. 그렇지만.. 어... 사진을 패쓰하고 읽으시면 어떨까요? ㅠㅠ

책한엄마 2016-09-30 0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더러운 건 딱 질색인데-특히 `충`들어간 말이나(요즘 어떤 무리 때문에!!) 벌레는 너무 싫어요.그래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건 정말 저도 영생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작가 때문입니다.팬심이 비호감을 상쇄하는 기적!!

다락방 2016-09-30 08:50   좋아요 0 | URL
네, 이 작가는 영생을 누려서 지금처럼 계속 꾸준히 책도 써주고 칼럼도 써주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달걀부인 2016-09-30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이 읽어도 괜찮을지요? ^^

다락방 2016-09-30 08:50   좋아요 0 | URL
물론입니다! 얼마든지요!! 오히려 더 좋을 것 같기도 해요!!!

달걀부인 2016-09-3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감사해요. 이 자신있는 추천을 믿고 해외배송 감행합니다.

다락방 2016-09-30 09:40   좋아요 0 | URL
네, 자신있습니다! 서민 교수님의 기생충 책은 시리즈로 다 사셔도 될 것 같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9-3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이 백자평이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9-30 15:23   좋아요 0 | URL
아니, 이걸 이렇게 자랑스레 써놨는데 구매자 타이틀이 안뜨더라고요? 어찌나 황당하던지. 제가 알라딘에서 산 게 아니었나봐요 ㅠㅠㅠ 너무 부끄러워서 후다닥 구매했어요. 휴..

백자평이란 자고로 작가의 영생을 빌어줘야 진짜 아니겠습니까! ㅎㅎ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한정판 더블 커버 에디션)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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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월 전에 jtbc 뉴스에서 알랭 드 보통의 인터뷰를 보았다. 앞으로 어떤 책을 쓸거냐는 질문이었나, 보통은 사랑의 시작 그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서 써보고 싶다고 했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이야기를 관심있어 하고 쓰거나 읽는데, 그 이후에 그들이 어떻게 그 사랑을 지속시켜 가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며,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한거다. 나는 보통의 작품을 몇 권 읽었지만 그에게 매력을 느끼진 못했었는데, 이 대답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어? 그건 너무나 좋겠는데? 마침 나는 사랑이라는 것이 열정이 아니라, 낭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노력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막 알게됐던 것이다. 그렇게 보통이 쓰고자 했던 그 책이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책이었다. 내가 기다리던 책이 나온 것이 기뻤고, 나는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라고 말하고선 그런 이야기를 써낸 작가라는 것이 믿음직스러웠다. 나는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고 그것을 지키는 사람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경우에 하겠다고 말해놓고 하지 못하니까. 내 경우엔 다이어트...(응?)



여러 해가 지나고 또 어러 편의 사랑에 관한 에세이를 접한 후에야 라비는 몇몇 다른 결론에 도달하고, 한때 그가 낭만이라 보았던 것-무언의 직관, 순간적인 갈망, 영혼의 짝에 대한 믿음-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p.16)



몇 해전까지만 해도 나는, 사랑이 노력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죽기보다 인정하기가 싫었다. 그건 내가 가진 사랑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졌다. 왜 사랑이, 우리의 열정과 설레임으로 시작된 사랑이, 노력으로 유지되어야 한단 말인가. 노력이라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인데, 내가 정말 못하는 것인데, 그걸로 유지된다고 하면 대체 날더러 어쩌란 말인가. 아니, 사랑은, 설레임이고 열정이고 긴장이다. 그것이어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해왔다. 애를 쓰고 노력해야 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사랑일 수 있는거야, 의리 아니야?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설레임과 낭만과 흥분과 성적 긴장감으로 시작된 남자와 나 사이에 단지 그것들만이 전부인채로 존재한다면, 그 관계가 오래 유지될 리는 없었고, 나는 그걸 몰랐다. 나의 연애는 그래서 늘 짧았다. 나는 노력하지 않았고, 뭐든 시들해지면, 이건 사랑이 식은거지, 하고는 뒤돌아섰다. 돌아섬에 있어서 나는 거침이 없었다. 이별은 물론 아프지만, 그것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왜냐하면, 설레임도 긴장도 사라졌는데, 그걸 뭣하러 유지해? 나는 만남의 기쁨과 달콤함만을 취하고, 그것을 유지해야 하는 데 드는 많은 것들은 취하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살아왔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나름대로 충만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고 했다.



그러나 늘상 내가 먼저 손을 놓다가, 손을 놓고 싶지 않은 상대가 생겼다. 그러자 모든게 달라졌다. 나는 혹여라도 상대가 내게서 -그동안의 내가 그래왔듯이-거침없이 달아날까 두려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로부터 이별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헤어지는 걸 도무지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다. 평소에 내가 하지 않겠다고 했던 많은 것들을 나는 하고 있었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상대에게 쏟고 있었다. 좋아한다고 자주 속삭이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마다 얘기했으며, 잠들기 전에는 시시콜콜 오늘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얘기했다. 상대는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됐다. 내 일상은 별로 대단할 게 없는데도, 상대와 통화할 때면 할 말이 넘쳐났다. 매일 얘기하는데도 매일 그렇게나 할 말이 많았다. 하루 중에 내가 상대를 생각하고, 상대에게 말을 걸고, 상대가 하는 말을 듣고 하는 시간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늘어났다. 그런데 그것이 내 시간을 빼앗는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충족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상대가 내게 자랑스러운 사람인만큼, 상대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고 싶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 사람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서라면, 그동안의 나와는 달라질 수 있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기쁘고 행복했다. 상대를 오랜 시간 좋아했는데, 그게 충족됨으로 채워졌으니까.




라비는 느린 걸음으로 토요일의 인파를 헤치며 쿼터마일의 집으로 향한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행운을 나눠주고 싶을 지경이다. 여하튼 그는 사랑에 관한 낭만적인 관념을 지탱하는 핵심 과제 세 가지를 족히 통과했다. 사람을 제대로 만났고,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고, 그녀가 받아들여주었다. (p.27)




나는 상대의 매력을 알고 있었다. 나는 상대와 대화가 끝난 후에는 그 대화를 곱씹으며 상대의 일상과, 성격과, 성향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곰곰 상대를 분석하고는, 당신은 이런 점이 있네, 라고 말해주는 게 좋았다. 가끔은 그 사람과 함께 사는 건 어떤 삶을 가져다줄까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루의 일상에서 우리가 눈을 뜨고 각자의 일을 하고 그러다 어느 한 때에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함께 잠드는 것은, 내게 어떤 느낌을 줄까. 그것은 지금처럼 큰 만족인걸까, 아니면 우리는 점차로 서로에게 지치게 될까?



그녀가 대구 살과 시금치로 파이를 만들 때 열심히 집중하는 표정, 더플코트의 단추를 목까지 채울 때의 귀여움, 둘이 함께 아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할 때 드러나는 꾀바른 지성에 그는 그녀와 꼭 결혼해야겠다는 느낌이 든다. (p.56)



내가 대구 살과 시금치로 파이를 만들어본적이 없어서인지, 더플코트의 단추가 목까지 채워지지 않아서인지, 꾀바른 지성을 갖추지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에게 꼭 결혼해야겠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했고, 그래서 나는 그와 더이상의 긴 이야기를 써낼 수가 없었다. 애를 쓰고 노력을 하면 관계가 얼마만큼 유지되는지, 나는 더이상을 알 수가 없게 됐다. 그래서인지, 긴 시간을 한결같이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큰 존경심이 든다. 내가 하지 못하는 걸, 당신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오래 함께한 사람들이 매일매일 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보다는 지리한 일상으로 한숨을 내쉬며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도 안다. 사소한 걸로 크게 싸우게 된다는 것도 안다. 라비는 그토록 매력적인 커스틴과 결혼했건만, 꼭 결혼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결혼했건만, 식탁에 놓을 컵에 대한 의견이 달라 서로 냉전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진중한 사람들이다. 커스틴은 현재 '지자체 사업의 조달 방법'이란 제목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고 다음 달에 던디에 가 그곳 공무원들 앞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라비는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공간 구축'에 관한 논문을 썼다. 그럼에도 별것 아닌 일들이 두 사람 사이에 계속해서 놀랍도록 자주 끼어든다. 예를 들어, 잠잘 때 가장 적합한 온도는 몇 도인가? 커스틴은 다음 날 머리를 맑게 유지하고 활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밤에 맑은 공기를 많이 마셔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침실 공기가 탁하고 답답한 것보다는 차라리 다소 추운 쪽을(그래서 필요하다면 점퍼를 껴입거나 보온 잠옷을 입는 쪽을)더 좋아한다. 창문은 열어두어야 한다. 하지만 라비가 어린 시절 베이루트에서 겪은 겨울은 혹독했고, 기습저인 돌풍은 언제나 큰 문제였다(전시에도 그의 가족은 여전히 외풍에 유난스러웠다). 그는 블라인드를 치고 커튼을 빈틈없이 여미고 유리창 안쪽에 습기가 차야 왠지 안전하고 포근하고 호사스럽다고 느낀다. (p.74)




사소한 일로 결혼을 후회하기도 하다가 다시 좋은 사이가 되기도 하다가 그들은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낳는 것은 무한한 사랑을 베풀기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일을 같이하면서 그들에겐 또다른 기류가 형성된다. 함께 아이를 돌보고 기쁜 시간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들은 성욕에서 좀 멀어진다. 함께 누워도 섹스하기엔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다가, 외도가 찾아온다. 출장지에서의 하룻밤. 


라비는 외도를 아내에게 끝까지 고백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 사이에 더 낫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낭만을 선택하면 가정생활이 끝난다는 것도 안다. 가정생활을 선택하면 낭만을 인생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도. 그는 그동안 커스틴과 함께 지내온 시간과, 함께 만들어낸 가정을 선택한다. 어차피 새로운 낭만을 선택해도, 그것이 지루함이 될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최선인지 그는 이제 더 성숙한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 와 깨닫게 되었듯이, 그런 희망은 허튼 감상에 불과했고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패배와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잔인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희생되지 않는 깔끔한 해결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모험과 안전은 양립할 수 없다는 걸 그는 알았다. 사랑이 넘치는 결혼 생활과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성욕을 죽이고, 외도는 결혼 생활을 죽인다. 두 패러다임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자유사상가인 동시에 결혼한 낭만주의자가 될 순 없다. 그는 어느 쪽의 손실도 가볍게 보지 않는다. 로런에게 작별을 고한다면 결혼 생활은 지키겠지만 그 자신의 애정과 원기의 중요한 원천을 포기하게 된다. 바람둥이도 성실한 배우자도 일을 바로잡는 게 아니다. 이 문제엔 방도가 없다. 그는 주방에서 눈물을 흘리며 오랜만에 흐느껴 운다. 그가 잃어버린 것, 그가 위험에 빠뜨린 것, 그의 선택들이 얼마나 큰 고통으로 돌아왔는지를 생각하면서. (p.239)



모두에게 행운을 나누어주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흥분됐던 둘의 관계가. 어쩌다가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며 울게 만들게 된걸까. 왜 이런 과정과 이런 시간이 함께 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게 되는걸까. 이것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요한 일인 걸까.



그가 이 일이 더 발전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일면 그녀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불행하게 할지 알 정도로는 자신을 잘 알고 있다. 그 자신과 사랑의 여정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비추어 볼 때,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어떤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은 신속히 그 길을 빠져나오는 것임을 그는 안다. (p.237)





위의 문장들을 읽다가, 나는 더 나아가지 못한 채, 친절속에서 길을 잃었구나, 생각했다. 친절 속에서 손을 놓아버렸고, 친절 속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나는 더 불행해질지도 모를 어떤 기회를 갖지 못했구나. 불행해질 기회를 갖지 못해서, 나는 행복한걸까? 그래서 내 앞으로의 삶은, 그 불행속에서 빠져나와, 행복으로 향하게 된걸까?




십칠년을 살았던 그들은 그들 관계가 너무나 삐걱거린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 동의해서 상담치료를 받는다. 이 역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였다. 그리고 이것 역시 그들 역사의 한 부분이 된다. 어떤 부분은 포기했다 느껴졌고, 어떤 부분은 지루하다 생각했고, 어떤 부분은 기대와 달랐고, 어떤 부분은 화를 냈지만,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 순간, 상대가 내게 있음에, 내가 상대 옆에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둘이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것, 그들이 하나의 역사를 그렇게 오래 써왔다는 것은, 실로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함께 이뤄온 것에 황홀한 충성심을 느낀다. 다투게 되고 화나고 웃음 나고 어리석고 아름다운 그들의 결혼 생활은 틀림없이 그들만의 것이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여기까지 온 것,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광기를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노력하고 그때마다 새로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결혼 생활을 지켜온 것에 자부심을 느긴다. 여기까지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많기도 많았을 텐데, 이별이 자연스럽고 거의 불가피한 일이었을텐데 말이다. 결혼 생활에 머무른 것은 기이하고도 신기한 업적이며 두 사람은 그들만의 전투로 단련된 상흔 입은 사랑에 충성심을 느낀다. (p.290)



나는 내내 누구와도 함께 오랜 시간을 사랑하며 살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역시 그렇다. 그런 일은 사실상 불가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함께 만들어가는 긴 역사가 몹시 근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역사가 아름다움과 황홀함만으로 채워진 게 아닐지라도, 함께 만들어온 것이니까.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이 있었기에 기쁨이 크겨 느껴졌던 것처럼, 부정적이라 생각되는 질투와 분노와 흥분이 그 역사의 틈틈이에 스며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역사를 이루는 축이 되었다. 그런 것들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은, 그들이 한 발 한 발 용기를 내어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제 거의 어떤 것도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처럼 완전히 평범한 인생을 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모든 것을 유지하고, 거의 정상인이라는 지위를 계속 확보하고,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 이 계획들이 어느 영웅담 못지않게 영웅적인 면모를 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조국에 봉사하거나 적과 싸우라고 부름을 받을 리는 없지만, 그의 제한된 영역 안에서도 용기가 필요하다. 불안에 굴복하지 않을 용기, 좌절하여 남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용기, 세상이 부주의하게 입힌 상처를 감지 하더라도 너무 분노하지 않을 용기, 미치지 않고 어떻게든 적당히 인내하며 결혼 생활의 어려움들을 극복할 용기, 이것은 진정한 용기이고, 그 무엇보다 더욱 영웅적인 행위이다. 그리고 이 늦은 오후 여름 햇살 아래 스코틀랜드의 산비탈에서 경험한 짧은 순간-그리고 그 이후에도 때때로-라비 칸은 커스틴이 곁에 있으면 인생이 무엇을 요구하든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겠다고 느낀다. (p.293)




서로 사랑했던 두 사람이 낭만으로 시작해서 용기로 유지하게 되는 이야기를 읽노라니, 함께 산다는 것이 굉장히 우아하고 숭고하게 느껴진다. 나는 언제나 오래 지속되는 관계에 대해서 존경을 표했었는데, 라비와 커스틴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며 관계를 유지해나가고자 할 때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프로포즈 할 때 상대에게 건네도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앞으로 함께 살면 지금처럼 흥분되고 좋기만 한 게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함께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 거야, 하고. 이 책과 함께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셋트로 주면 더 좋을 것 같다. 보통은 사랑의 시작과 오래 지속되는 관계에 대해 얘기하고, 반스는 그리하여 헤어지고 난 후, 에 대해서 얘기하니까. 아, 이것은 얼마나 멋진 한쌍인가!



이 책의 제 2부 제목은 <그 후로 오래오래> 이다. 이 제목을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그 후로 오래오래, 라는 문장이, 그 자체만으로 크게 울린다. 



그 후로 오래오래

당신과 내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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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09-27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띠지색깔이 곱네요!!별 다섯개라~
사랑의 파도가 잔잔해진 이후의 현실에 대해 보통옹이 어케 풀어나갈지 기대되요ㅎ저 또한 사랑에 대해 늘 냉소적이니까요ㅎㅎ
엠마 이후로 회복되셨으리라^^;

다락방 2016-09-28 08:04   좋아요 1 | URL
새롭게 알게 됐다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걸 차곡차곡 정리해준 글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만 그걸 읽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었어요.
엠마 보다는 보통이네요. 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9-27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통은 한물갔다, 고 생각했는데 별 다섯이라니 읽어봐야 겠네요 ^^

다락방 2016-09-28 08:05   좋아요 1 | URL
저는 한 번도 보통의 책을 만족하며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어요. 제가 읽은 보통의 책 중에서는 이 책이 가장 좋았습니다. 하핫.

나뭇잎처럼 2016-09-27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통 읽고 아 써야지,했는데 이리 주단을 펼쳐놓으시니 감히 노트북 펼칠 생각이 들질 않네요 ㅋㅋㅋ 안그래도 가까운 생일자에게 벌써 기프티북 하나 날렸지요. 제 안에서 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펼쳐볼 집 안의 바이블로 삼을까 하옵니다 ㅎㅎ

다락방 2016-09-28 08:06   좋아요 1 | URL
이미 누군가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것 같아요. 아니면 함께 살고 있는 중이거나요.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이 책은 책장에 꽂아둘까 합니다. 훗.

[그장소] 2016-09-2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못볼것 같아요 ..보면 너무 가슴아플것 같아서..

다락방 2016-09-28 08:08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분명 가슴 아픈 장면들이 있더라고요. 함께 십칠년을 살고서도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서로 상처를 주고 받고 상담치료가 필요해지는 과정도 슬펐고,
성욕이 사라지는 것도 슬펐고,
가정을 지켜야 하므로 낭만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 걸 보는 것도 슬펐어요.
분명 많은 기쁜 일들과 행복한 사건들이 틈틈이 끼어들지만, 이렇게 슬픈 순간들도 끼어드는 것 같아요.

[그장소] 2016-09-28 15:44   좋아요 0 | URL
음 , 다른 어떤 것보다 제가 그 누구와도 그런 십칠년산이 되지못한다는게 가장 서글픈데요!^^;;

치니 2016-09-28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언젠가부터 보통은 안 읽기로 스르르 맘 먹게 되었는데, 이 리뷰를 보니 또 읽고 싶어지네요? 믿고 묻는 다락방 님의 개인 별 추천, 저에겐 어떻겠습니까? ㅎ

다락방 2016-09-28 08:58   좋아요 1 | URL
치니님, 저는 이 책을 매우 좋게 읽었지만, 치니님은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치니님께는 딱히 새로울 게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ㅎㅎㅎㅎㅎ 읽으시면 나쁘다곤 안하시겠지만 별다섯!! 이러진 않으실듯요 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6-09-28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때 <우리도 사랑일까>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 때문에 최근 보통을 안읽었음에도 이 책을 샀어요 ㅎㅎ
별다섯이라 좀 놀래긴 했지만 즐겁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ㅎㅎ

다락방 2016-09-28 14:28   좋아요 1 | URL
저는 [우리도 사랑일까]도 별로 였거든요. ㅎㅎ 보통 꺼는 이상하게 좋은 게 없었는데 이 책은 좋아요. 이 책도 막 별 다섯!! 이건 아니고 4.5쯤인데, 5로 확 줘버림요. ㅎㅎ 전 좋았는데, 웽님이 다섯개 줄 정도로 좋아할지는 모르겠어요. 전 특히 좋았던 부분들이 있어서 마음이 많이 움직였어요.

2017-01-07 0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7 0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3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김영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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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20쪽 까지 읽었는데 에마 성격 넘나 싫은 것.. 왜이렇게 남의 연애와 결혼에 끼어들어 설레발인지 ㅜㅜ 자기 좋아하는 거 뻔히 보이는 남자를 다른 여자한테 끼워맞추다니.. 아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ㅜㅜ 그러지마... 왜그래 ㅜㅜㅜ
도가 지나쳐 ㅜㅜ
마저 읽으러 가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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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9-19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술 마셔야 겠다 ㅜㅜ

비연 2016-09-19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락방님. 책 읽으면서 스트레스를..ㅠ 에마...ㅠ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는 꼭 이런 설레발이 등장하는데요..ㅠ

다락방 2016-09-20 08:39   좋아요 0 | URL
아우 어찌나 오지랖이 넓은지 완전 제 스타일 아니네요. 저랑은 친구 못할 스타일이에요, 에마는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6-09-20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ㅡ.전 개츠비 읽는데 캐릭터들 다 멍충이라서 ... 화나요...

다락방 2016-09-20 08:40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개츠비 진짜 너무 사랑하는데... 그런데 요즘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긴 해요.
전 피츠제럴드 완전 사랑해요 ㅠㅠ

유부만두 2016-09-2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은 멋져요... 근데 캐릭들이...
전 아직 3챕터라 캐츠비 등장 전;;;

다락방 2016-09-21 08:39   좋아요 0 | URL
ㅎㅎ 다 읽으시면 어떤 기분이실지 궁금해요.

레와 2016-09-2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올레티비에 영국 드라마로 제작한 [엠마]가 있길래 몰아서 본 기억이 나는데요.
(총 3부작인가 4부작인가 그래요)
도무지 이 엠마라는 여자한테 화가나서.. 씩씩거리면서 `다` 봤습니다. ㅎㅎ


어째든 미성숙한 인간이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뭐 이런 생각도 들구요.^^:;

다락방 2016-09-21 08:40   좋아요 2 | URL
내가 지금 한장한장 멈추지 않고 계속 책장을 넘기는 이유는, 역시 그런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인간은 누구나 나를 포함해서 실수를 저지르고, 그것이 실수인 것을 안 이상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것. 그래서 에마도 성장하겠지, 그러려고 지금 이런 실수가 있는거겠지, 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어요.

그건그거고,
아, 신분과 재산 얘기 나오는 통에 돌아버릴 것 같아. 아니, 다른 여자에게 소개시켜주려고 한 남자가 자신에게 프로포즈 하니까 어디 감히 네 따위가... 이러잖아????

딥빡침이 몰려온다..

레와 2016-09-21 09: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넘나 웃픈거..

다른 사람은 다 알고있는데 본인만 모르는 상황. 내가 이상황에 놓일까봐 두렵고요.
`내 생각이 틀릴수 있다! 미성숙한 인간이다.` 는걸 잊지 말아야겠어요. ^^

다락방 2016-09-21 09:23   좋아요 0 | URL
내가 넘나 빡이 쳐서 페이퍼 쓰는 중이다. 기다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