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행동에는 언제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열악한 노동 조건, (적절한 것과는 거리가 멂에도 불구하고 강자의 논리에 따르면) 적절한 보수, 사회적으로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오랫동안 견뎌왔던 노동자들이 일을 중단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당연히 주주들의 악랄한 남용이 작용했을 겁니다.
노동자들이 언제 수익 배당금, 주식 매입 선택권 업무용 고급 승용차, 개인 잠수함, 제트기 따위를 요구하며 파업하는 것을 본 적 있나요?
반면 수익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할 수는 없는데도, 이윤에 대한 주주들의 욕망은 한도 끝도 없이 높아만 가요.
어린아이가 사탕 봉지에서 그 작은 주먹으로 사탕을 한 움큼 꺼내면, 보통 다시 내려놓으라고 충고하잖아요. "그렇게 많이 먹으면 안 돼!" 라고요.
그런데 왜 우리는 억만장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죠?
그러면 안 돼!
혼자 다 먹어버리면 안 돼.
케이크는 한 조각만 먹어야지.
옷을 입은 채로 수영장에 뛰어드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지든 말든 오직 수익만 생각하고 공장 문을 닫으면 안 돼! (p.134-135)

아, 참.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그리스 파산, 유럽 부채, 긴축 재정,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하고는 상관없어? 뭐 변하는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아니, 상관있다고?
그게 자기 아이디어였어?
왜 그랬어. 불쌍한 그리스 사람들!
아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와 내기를 한 거였다고. (조지는 세계 70억 인구 중에 스물세 번째 부자예요. 그는 내기를 너무 좋아해요. 문제는 돈이 많디 보니까 로또를 사도 배합 가능한 모든 번호를 살 수 있다는 거예요.)
자기는 어느 쪽에 걸었는데?
유럽 경제가 붕괴되고 이자율이 인상된다는 데에? (p.103-104)

그중에서도 여전히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비리와 특혜의 선봉에 서 있는 기업은 삼성이다. 최순실에게 35억 원을 던져주고, 국민들이 한두 푼 모아 만든 국민연금에서 7천 9백억 원을 축내면서 8조 원을 주머니에 챙긴 대범한 자들의 이름은 이 책의 첫장에도 꼼꼼히 등장한다. 이건희,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홍라희... 한 패밀리가 수세대를 걸쳐 법치를 무력화시키며,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어왔다. 그러나 그들은 단 한 번도 감옥의 문턱을 밟지 않았다. 슈퍼리치들의 행태는 세게 어디서나 같다. 그들이 무너지면 이 나라도 같이 무너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이 하는 짓을 눈감아줘야 한다고 믿는 노예들이 있는 한, 그들은 점점 더 가혹하게 지구와 그 위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을 파괴할 것이다. ( p.19)

-당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아침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의 이력에 좋을 것 같다고 판단되어 좋아하지 않는 일을 계속 이어간다면 제정신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노후를 위해 섹스를 참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p.174, 워런 버핏의 명언 베스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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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6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7-01-26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돈은 모두S 가족들이나 친인척이 다 쥐고 있군요.. 흠...... 이럴 수 가.

[그장소] 2017-01-2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녈 가계도 를 그림이 빠르겠는걸요!^^;
 
가만한 당신 - 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가만한 당신
최윤필 지음 / 마음산책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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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군가 세상을 태어나 그 삶을 다하기까지의 이야기가 한 편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제목처럼 이 책은 가만가만한데, 책날개에 실린 저자소개조차도 가만하다. 이 책의 저자인 '최윤필'은 저자소개에서 자신을 '요컨대 나는 국적·지역·성·젠더·학력 차별의 양지에 살았다' 라고 표현한다. 양지에 살았다는 그가 뭔가 특별한 이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고 이성애자 사내아이, 서울대 사회학과, 방위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게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도 이 사회에서는 양지에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세상을 보게 될 시야에도 관여한다. 너네가 기득권이다, 라고 사회적 약자가 아무리 부르짖어도, '내가 왜?' 라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부인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렇듯,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더 특별한' 무얼 가진 게 아니면서도, 그는 자신의 양지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가 이토록 누군가의 부고를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런 시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에 실린 이들 중에는 내가 기존에 그 존재를 알고 있었던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게다가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노라면, 사실 그간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아예 인식조차 해보지 못했던 면들에 대해서 부르짖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재소자의 인권도, 국가의 국민에 대한 감시도, 자살 조력자에 대한 것도, 평소에 내가 인식하고 사는 부분들이 아니니까. 이슈가 되면 그 때 잠깐 반짝할 뿐, 나는 그것들로부터 아예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사람들, 한 평생을, 식상한 표현 그대로 '뜨겁게' 살다간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의 축을, 사회적 약자에 맞춰놓고 움직였다. 성폭행 피해자들을 돕고, 여성의 낙태권에 대해 주장하고, 학살 당하는 인류의 편에 서고, 전쟁을 반대한다. 경찰의 비리를 고발하고, 모성에 대해 연구해 발표하고, 여성 할례 금지 운동을 한다. 어떻게 하면 힘들고 아픈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에서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살아가던 이들에 대한 가만한 부고가 여기, 이 책에 실려있다. 알지도 못했던 존재에 대한 웅장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고작 4-5장 정도에 압축되어 표현되어 있는데, 짧다면 짧다고 볼 수도 있을 그들의 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저자의 가만한 마음 위에 얹혀져, 아름답고 또한 거룩하다. 인상적인 건,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았던 이 책에 실린 모든 이들, 그들중에 여성이란 성별을 가진 이들은, 모두가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이다. 나 역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시작하면서, 저절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까지 갖게 되었는데, 페미니스트라는 건, 소수자의 삶이 소멸되지 않게 그들의 삶 역시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결한 것임을 드러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름다운 이 모든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더더욱 페미니스트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그저 부고만 전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탄생부터 삶의 전반적인 과정까지, 그들이 살아생전 했던 말들과 행동들까지 고스란히 알려주는데, 이 모든 걸 어떻게 다 알 수 있었을까, 궁금했던 바, 미주에 그 답이 나와있었다. 그는 각 인물에 대한 책과 기사들을 많이 참고했다. 한 사람의 생을 어떻게 다른 한 사람이 온전히 전할 수 있을까. 그러나 관련 기사와 책을 살피며 그 사람의 삶을 곰곰 생각했을 저자를 떠올려보며 그 노력에 감사하게 된다.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이 이렇게나 노력을 했다.



좋은 글을 만나면 언제나 나 역시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더 좋은 글에 대해 고민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라니, 나도 더 아름다운, 더 좋은, 더 따뜻한 글을 쓰고 싶어지는 거다. 그러나 이 책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그가 글을 아름답게 쓰기 이전에, 그가 세상과 사람을 보는 시선 자체가 깊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고는, 글을 잘 쓰기 이전에 세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게 먼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곧 더 좋은 사람이 되야 한다는 의미일테다.



아름다운 글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이들중 누군가의 삶에 대해 한 편쯤은, 가만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읽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 여기, 이런 삶이 있었어, 들어봐, 하고.






바버라 아몬드Barbara Almond는 정신분석·상담 의사로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한다』라는 책을 썼다. 책에서 그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 희생을 뭉뚱그려 ‘모성motherhood‘은 무조건 완벽하고 최고여야 한다는 아득한 기준을 부정했다. 끊임없이 ‘모범 어머니‘를 찾아 전시하는 사회, 모든 어머니가 그런 모범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채찍질하는 사회를 비판했다. 책의 제목처럼, 그녀는 모성에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나란히 있고 모든 어머니는 자식을 진심으로 미워할 때도 있다고 썼다. 당신만 아이를 미워하는 게 아니고, 그게 잘못된 일도 아니며 한결같이 감싸주는 게 아이에게 좋은 일도 아니라고, 그러니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라고 썼다. (바버라 아몬드, p.51)

책을 낼 무렵 아몬드에게는 손주들이 있었다. 2011년 <보스톤글로브> 인터뷰에서 할머니가 되니까 ‘양가감정‘이 덜하냐는 질문에 그는 "조부모 노릇Grandparenthood은 부모 노릇과 달리 순수한 기쁨이다. (…) 하루이틀 뒤 조금도 미안한 마음 없이 짐 싸서 집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바버라 아몬드, p.59)

콰스니 부부의 탄생으로 인디애나 주의 동성혼 합법화 투쟁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두 달 뒤인 2014년 6월에 영 판사는 동성혼 불허는 연방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100여 건의 동성혼 신청 소송 사례를 이거에 주정부로 보내 즉각 혼인확인서를 발급하도록 판결한다. 판결에서 영 판사는 "조만간 미국 시민은 원고들과 같은 커플의 결혼을 흔히 보게 될 것이며, 그걸 ‘동성혼‘이 아니라 그냥 ‘결혼‘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젠더와 성적 지향을 빼면 그들은 거르의 여느 부부와 조금도 다를 바 없으며, 다르지 않은 그들을 다르지 않게 대하라는 게 미합중국 헌법의 요구다"라고 밝혔다. (니키 콰스니,p.74-75)

법과 제도의 진전이 시민 의식과 관습 속에 스미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일상의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 온전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법 제도와 별개로 천부의 권리를 시민들의 감각 속에 끊임없이 노출하는 게 중요하다. 인종 분리의 담장을 넘어 흑인이 진입하고, 동성애자 커플이 손을 맞잡고 거리와 광장을 활보하고, 남성이 전유한 노동과 유희의 경계를 허무는 일. 끊임없이 자극하고 부딪쳐 더디더라도 점차 자연스러운 풍경의 일부가 되는 일은 집단이 거대한 대오를 이뤄서 힘과 함성으로 법 제도에 맞서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투쟁의 일부다. (델 윌리엄스, p.123-124)

한국은 군비 지출 세계 10위에 무기 수입 세계 9위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복지비는 OECD 조사 대상 28개국 중 최하위다. 2015년 한국 국방 예산은 전년에 비해 4.9퍼센트 증가한 37조4560억 원으로 북한 실질 GDP의 두 배가 넘는다. (루스 레거 시버드, p.320)

시버드가 첫 보고서를 낸 이래로 세게는, 적어도 거대 전쟁의 위협으로부터는 비교적 멀찍이 서 있게 됏다. 그 평화는 시버드의 뜻처럼 군비 감축을 통해서가 아니라 파국적인 군사력 축적으로 이룩된 평화다. 하지만 시버드는 "군사력으로 안전을 도모하려는 관료 사회가 지속되는 한 이 지구는 결코 안전해질 수 없다. (…) 우리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우리를 죽일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은 원론적으로 옳지만 냉정히 말해서 그의 ‘우리‘가 인류라는 이름의 우리는 아니다. 군사 강국의 정치와 군수산업은 지금도 이 지구의 어딘가에서 전쟁무기 수요를 창출하고 있고, 한반도도 그중 한 곳이다. ‘세계 군축 행동의 날‘ 슬로건("전쟁 대신 복지를")을 한국에서는 "우리 세금을 무기 대신 복지에!"라고 외친다. (루스 레거 시버드, p.321)

영국이 낙태를 합법화한 건 1967년이었다. 어디나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때까지 영국 산부인과 환자의 태반이 불법 낙태 수술 후유증 환자였고, 그들 대부분은 미혼 여성이었다. 리비가 생기는 대로 아이를 낳은 것도, 아이를 키우느라 병원을 그만두고 셰필드 지역 보건의GP가 된 것도, 낙태를 불법화환 법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1960년대 초 기혼 여성 가족계획과 미혼·독신 여성 피임을 돕는 ‘408클리닉‘이라는 여성보건센터를 개설했다. 여성(자신)의 삶에 대한 법의 부당한 간섭을 어떻게든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그의 클리닉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여성들이 아니라 윤리 경찰을 자임한 성직자와 지역 유지들이었다. 그들은 설교와 신문 칼럼등을 통해 클리닉의 부도덕성을 성토했다. 리비는 "그건 우리가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최고의 홍보였다. (…) 여성들이 몰려들어 클리닉이 있던 블록을 에워쌀 정도였다." (엘리자베스 리비 윌슨, p.335)

리비는 1990년 은퇴 후 가족계획 국제 NGO인 ‘마리스토프스인터내셔널 MSI‘을 도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1년간 봉사 활동을 했다. 2009년 인터뷰에서 그는 "전 세계 어디나 여성은 다 똑같다. 내가 만난 시에라리온 여성들은 글래스고에서 만난 수많은 가난한 여성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들은 남편을 두려워하고, 섹스를 거부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또 아이를 낳곤 했다"라고 말했다. 법은 법이고, 가부장 권력은 또 가부장 권력이라는 얘기였다. (엘리자베스 리비 윌슨,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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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시릴 페드로사 지음, 배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여행을 다니다보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생기곤 하지만, 포르투갈에 대해선 딱히 그런 게 없다. 어떤 일이 그곳에서 일어났다거나, 특별한 누군가를 만난 기억도 없다. 내가 포르투갈 리스본에 머무른 시간은 아주 짧았고, 머무른 그만큼의 시간만큼을 비행기 안에서 보냈으니까. 어떤 특별한 일은 전혀 없었고, 그저 아침에 밥 먹으러 식당에 가서 와인을 마셨고, 점심을 먹다가 와인을 마셨고 저녁을 먹다가 또 와인을 마셨다. 어딜 가든 와인을 자유롭고 저렴하게 마실 수 있어서 무척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연신 하늘을 보며 좋다고 감탄했던 기억과, 골목들을 걸으며 멈춰서 아름답다고 했던 기억. 나는 포르투갈어를 몰라서 굳이 길을 물을 때는 영어로 물었는데, 그렇게 그곳의 언어를 전혀 모르는채로 짧은 시간 있으면서도, 와 여기 왜이렇게 좋지 너무 좋다, 자꾸 말했다. 함께한 친구들에게 '나 포르투갈에서 살고 싶어' 라고 말했더니, 친구들은 '너무 멀어서 놀러오기 힘들어 다른 데로 가' 라고 했더랬다. 직항도 없어서 어딘가를 경유해서 아주 오랜 시간을 날아야 포르투갈에 닿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머물러야 한다. 비행기 안에 오래 있는 것은 무척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포르투갈에 좀 더 오래 머무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어딘가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나는 지금은 아주 많은 다른 곳들을 가보고 싶어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고 티켓을 예매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또다시 포르투갈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거기에서 내가 어떤 특별한 일을 하거나 특별한 누군가를 만난 게 아닌데도. 자꾸자꾸 그곳에 가고 싶다. 그런데,



이 책을 넘기다보면, 아아, 포르투갈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이 책 속의 남자는 포르투갈에 있는 친척으로부터 그림을 그릴 집을 빌리게 되는데, 아아, 너무 이상적인 삶이란 생각이 드는 거다. 포르투갈에 좀 장시간 머무르면서, 누군가의 집을 빌려 살게 된다면,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집 앞 골목골목을 산책하고 사람들과 눈인사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삶은 아름답지 않을까.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


<생각보다 더 오래 포르투갈에 머무를 것 같아요. 이 나라를 그리고 싶어졌거든요. 이걸로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라고 시작하는 편지. 


생각보다 더 오래 포르투갈에 머무를 것 같아요.

이 나라를 그리고 싶어졌거든요.

이걸로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 이 부분을 읽는데, 당장이라도 포르투갈로 날아가고 싶어졌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건 두렵고 낯설고 힘들겠지만, 포르투갈어를 배우는 건 어떨까, 또 잠깐 생각해봤다.

배우고 포르투갈에 가는 것보다는, 포르투갈에 가서 배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결국은 외국에서 영주권까지 받으며 장기체류하게 될 나라가, 어쩌면 포르투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두근두근했다.



이 책 역시 나의 여행이 그러했던 것처럼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주인공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는데, 그들 형제 이야기까지 나와서 그 구성원들에 대한 가족사가 딱히 내 흥미를 끌지도 않더라. 그런데 매사 의욕 없던 주인공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원하는 게 뭔지조차 모르는 주인공이, 포르투갈에 머무르면서 '여기 더 머무르기로 했다'고 하는 게, 왜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두근두근.. 정말 두근두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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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양배추 2017-01-1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달에 한 도시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제일 길게 갔었던 여행이 혼자 이탈리아로 11일이었어요. 그 11일도 쪼개서 세 도시를 돌아다녔는데...피렌체가 참 좋았거든요,저는. 그래서 아 여기서 한 달만이라도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곳은 몰라도 피렌체만큼은 살면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예요. 다락방 님처럼 피렌체에서 저에게 특별한 일이 일어나진 않았어요. 그래도 오롯이 혼자 그 곳의 골목길들을 걸어 다니고, 길가 벤치에 앉아 쉬기도 했던 그 기억들이 저에겐 특별하게 남아있습니다. 다음엔 가능하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 길들을 다시 걷고 싶네요^^
항상 아침에만 글 올려주셔서 저녁엔 안 들렸었는데, 반갑게 글 발견해서 너무 좋았어요. 좋은 저녁 되시길!

다락방 2017-01-17 08:23   좋아요 0 | URL
히힛. 사각양배추님, 안녕?
이탈리아 11일이라니, 길게 다녀오셨네요. 저는 11일간 나가본 적도 없어요. 기껏해야 9일을 가지고 그 안에서 비행기 타고 왔다갔다하는 시간까지 다 써야 하기 때문에 짧게 다녀오곤 하는데, 직장에 다니고 있는 저에게는 이게 최선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길게 갈 수 있을 때 가야지, 하고 기다렸다가는 그 때가 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이 직장을 관둬야 가능한데, 그때는 제 체력이 바닥일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저는 짧게 다녀오더라도,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자!! 고 힘차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포르투갈에 다시 가보고 싶어요. 말도 안통했으면서 뭐가 좋다고 거길 그렇게 또 가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히힛. 그렇지만 이렇게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살아가는 작은 기쁨인 것 같아요. 나중에 사각양배추님도 피렌체에 가시고 저도 리스본에 가서 장기간 머무르다가, 그 시간들속에 언제쯤은 중간지점에서 만나요! 같이 와인 한 잔 하십시다! ㅎㅎ


아, 제가 가끔 기분이 동하면 저녁에도 글을 쓰곤 하는데, 대체적으로 아침에 다다다닥 쓰는 편이기는 해요. 어제 아침에 쓴 길고도 긴 페이퍼는 읽으셨습니까? 애쉬톤 커쳐와 데미 무어가 등장합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라면서 내 친구처럼 말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각양배추님!

무해한모리군 2017-01-17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르투갈에 가보지 못했네요. 계획을 짜봐야겠어요. 가본곳중에 저는 바르셀로나에 살고 싶어요. 음식도 딱 입에 맞고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01-17 17:49   좋아요 0 | URL
저는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살고 싶어요. 사는 건 미국에서 살고 싶은데, 포르투갈에서도 장기 체류 해보고 싶어요. 길면 육개월 쯤이요. 짧으면 한달에서.
아.. 떠나고 싶네요. 회사가 사람을 갉아먹는데... ㅠㅠ

보슬비 2017-01-1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았어요. 뭔가 따뜻한 느낌도 좋았고, 와인 마구 마실때도 좋았어요.^^

다락방 2017-01-18 08:13   좋아요 0 | URL
이 책 신기하게 좋더라고요, 보슬비님. 뭔가 이렇다할 에피소드라든가 흥미로운 줄거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묘하게도 포르투갈에 가고 싶은거예요. 주인공이 포르투갈 좋다고 막 찬양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포르투갈에 가서 장기체류하고 싶어졌어요. 포르투갈 가서 아침 점심 저녁 와인 마시면서 여유롭게 지내다 오고 싶네요. 하아-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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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려있는 단편들을 읽노라면, ‘이 작가, 술 마시는 내공이 보통이 아니구나‘ 싶다. 소설도 좋았지만 맨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이 특히 좋았다. ‘이 판에서 먼저 일어나자는 말을 할 수 가 없다‘고 말하는 작가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어휴, 나는 이제 술 좀 그만 마셔야겠다. 줄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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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7-01-16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왔을 때 각 신문사 문학 담당 기자들이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라고 그랬던가 하는 신간서평 읽었어요. 술을 사랑하시는 분으로 유명한가봐요. 저도, 술을 끊을 생각은 없지만 줄이긴 해야할텐데 말이죠ㅠㅠ

다락방 2017-01-17 08:25   좋아요 0 | URL
와 진짜 술 마시는 장면 읽을 때마다, 와 이 분 술 마시는 내공이 보통이 아니시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나도 마시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아직 숙취에 헤매이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어휴 그만 마셔야지, 라는 생각이 저는 들더라고요. ㅎㅎ

저도 이제는 술 좀 줄이려고요. 한 번에 마시는 양을 줄이지는 못할 것 같고, 일주일에 마시는 횟수를 줄여볼 참입니다. 일단 이번주에는 월~수 는 마시지 않고 연 사흘을 보내기로 했는데, 될지 모르겠어요. 어제는 안마셨어요. 화이팅!!
 
미드나잇 선 Oslo 1970 Series 2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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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온 스노우》를 읽어보았기에, 이 책의 주인공이 '킬러'라는 것도 너무 짜증났고, 시리즈라 당연하지만 '뱃사람'과 연관된 것도 싫었다. 읽는 내내, 어디 주인공 죽이기만 해봐, 요 네스뵈 다시는 안봐! 라고 몇 번이나 부르르 떨었는데.... 이런 결말일 줄은 몰랐네. 결정적인 순록 사체 장면은-스포일러가 될까봐 말할 순 없지만- 어딘가에서 이미 본 적이 있었는데(영화였나?) 잘 기억이 안나고, 사실 결말 자체도 완전히 새롭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끝나서 좋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다른 얘긴데, 2016년 12월 31일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샀고, 1월 1일 남동생과 일자산에 오르면서,


"요 네스뵈 책 하나 샀어. 읽어봐." 라고 하자, 이런 대화가 오고 가게 됐다.



- 누난 왜 요 네스뵈처럼 못써?

- ...... 뭐?

- 요 네스뵈처럼 써봐. 그러면 책도 잘 팔리고 돈도 많이 벌 거 아냐.

- ......................



새해의 첫 아무말 되시겠다. -_-





나는 눈을 감고 햇빛에, 그리고 햇빛이 내 살갗을 달구는 느낌에 집중했다. 그것을 즐기는 데 집중했다. 헤도네. 그리스의 신. 혹은 우상. 왜냐하면 지금 나는 성지에 와 있으니까. 자기가 생각해낸 신을 제외한 다른 신을 모두 우상이라 부르는 건 꽤나 교만한 짓이다. 나 이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마라. 모든 독재자들이 국민에게 하는 말이다, 당연히. 하지만 우습게도 기독교인들은 그걸 보지 못한다. 그 메커니즘을 보지 못한다. 자기실현적이고 자기 강화적이고 재생적인 측면이 이런 미신을 2천 년이나 지속시켰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의 믿음에서 가장 중요한 구원이란 인류 역사상 눈 깜짝할 정도로 짧은 특정 기간에 태어나, 그것도 우연히 십계명이 들리고 간략한 영업 문구("천국?")에 대한 의견을 내세울 수 있었던 지구의 어느 작은 영토에 살았던 행운아들에게만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p.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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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7-01-0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의 첫 아무말... 하하하 전 다락방님의 글이 참 좋습니다. 요 네스뵈보다 더 좋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라랜드 보고 저도 펑펑 울었습니다. 아.. 다락방님 생각이 절로 나는데..으앙
태그도 딱 다락방님만 걸었어요~

다락방 2017-01-04 11:42   좋아요 0 | URL
태그에 저 걸었다는 댓글 북플에서 봤는데, 제가 읽고 좋아서 친구에게 자랑만 했지 정작 답글 다는 건 깜빡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펑펑 울지는 않았지만 진짜 가슴이 찢어졌어요. 어휴... 음, 그 엔딩은, 해피엔딩인듯 한데, 아아, 더이상 말하면 스포일러되고 ㅠㅠ 처음부터 좋았어요. 그러니까 여자와 남자가 서로 다른 사람들에겐 그냥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지만, 각자에겐 너무나 특별한 사람이 되잖아요. 거기에만 빛이 환하게 비치는... 그렇지만...
좋은 영화였습니다.


제 글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꼬마요정님. 무려 요 네스뵈보다 좋다 해주시니 흙 ㅠㅠ
새해에도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꼬마요정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ingri 2017-01-0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이 요네스뵈 되면 다락방님 글은 어디가서 읽습니까요;; ㅋㅋ근데 이책 이후에도 시리즈가 또 있는거에요?

다락방 2017-01-04 14:06   좋아요 0 | URL
이 책 이후는 아직 안나온 것 같은데 있는지도 잘은 모르겠어요. 시리즈라고 되어있으니 아마 또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ㅎㅎ

말씀 감사합니다, 싱그리님. 좋은 댓글이에요. 엉엉 ㅠㅠ

피오나 2017-01-0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네스뵈의 오슬로1970시리즈는 <블러드 온 스노우>랑 <미드나잇 선>이 끝이에요ㅋㅋ 올해 하반기에 해리홀레 시리즈 중에 <리디머>랑 <팬텀>이 출간될 예정이구요ㅎㅎ
그나저나 다락방님 동생분 멋지십니다!! 왜 요 네스뵈처럼 못쓰냐니... 하하하... 뭔가 사랑스런 동생분ㅎㅎ
다락방님 글은 비록 요 네스뵈같지는 않더라도... 그 어느 작가도 흉내내지 못할 감성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알고 계시겠지만ㅋㅋ

다락방 2017-01-04 16:25   좋아요 0 | URL
아, 이 두 권이 끝이군요? 해리 홀레 는 아직 집에 읽지 않은 시리즈가 몇 권 있습니다. 요 네스뵈도 아직 다 못읽었고 잭 리처 시리즈도 다 못읽었어요. 저는 사실 잭 리처에게 더 끌립니다. ㅎㅎ

아니 저한테 요 네스뵈를 기대하면 대체 어떡한단 말입니까. 저는 ‘요 네스뵈는 요 네스뵈고 나는 이유경이야...‘ 라고 해주었습니다만... 하아- 나쁜 자식..아무말이나 던지는 자식.....

칭찬 감사합니다. 아니, 제가 칭찬과 위로와 격려를 받기 위해 저걸 쓴 건 아니었는데, 여러분들이 좋은 말씀들 해주셔서 제가 또 몸둘바를 모르겠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7-01-05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블러드 온 스노우> 짜증나서 안 보고 있는데 봐야할까요?
동생분이 참 위트가 있으신 듯~ 락방님. 쓰시면 요 네스뵈보다 더 잘 쓰시죠.. 당연~^^

다락방 2017-01-05 08:32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엔 엄청 짜증났었거든요. 걍 팔아버릴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말이 예기치 않은 쪽으로 가서 뭔가 ˝응?????˝ 하면서 읽었어요. 그러니까 ... 음...... 반전 같은 건 아니고요.......어..온순한 결말이랄까..... 그렇지만 새해 첫 책인데 이런 결말 나쁘지 않지,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하하하하.

고맙습니다, 비연님.
오늘도 출근하셨죠? 저도 했습니다. -0-

비연 2017-01-05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순한 결말이라.. 흠. 급궁금해지네요. 한번 봐야겠어요.
오늘도... 출근... 했죠...............ㅜㅜ 아침에 나오면서, 아 퇴근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출근.

다락방 2017-01-05 09:38   좋아요 0 | URL
비연님, 새해에 읽을 책으로 맞춤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읽어보세요. ㅎㅎㅎㅎㅎ

저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늘 퇴사를 꿈꿔요. 퇴사하고 싶다...... 그러나 여기 또 이렇게, 다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