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 큰딸로 태어난 여자들의 성장과 치유의 심리학
리세터 스하위테마커르.비스 엔트호번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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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첫째 딸이다. 

이십대 초반에 다녔던 첫 직장에서 내 상사는 나에게  '너 맏딸 컴플렉스 있어' 라고 했다. 나는 그제야 '뭐라고, 나한테 그런 게 있다고?' 하고 놀랐었는데, 확실히 내가 첫째 딸이기 때문에 가졌어야 했던 성격들을 나는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훗날 여러번 했다. 지금도 물론 그렇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른 첫째 딸들 역시 나랑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상황을 통제하려 하고, 일을 적절히 분배하려고 하며, 그러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원하든 원치않든 리더가 되려고 한다. 손아랫사람을 배려하고 누구보다 성실하며, 따뜻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 첫째로 태어났다는 특성상 부모에게도 처음 부모가 되는 경험이었으므로 나는 온갖 주변 어른의 사랑을 받았을 것이고, 아마도 그것은 내가 자라면서 사랑을 받고 표현하는 데 자연스럽게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당당하다' 는 말을 많이 듣게 했을 것이다. 약한 사람을 보살피고 싶어하고 진지한 것이,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첫째이기 때문에 가진 특징일까? 나는 물어야 했다.


저자들은 네덜란드에서 맏딸들만 모아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를 기획했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 맏딸들이 공통된 자기들 특징이라고 말한 성격들이, 과연 '맏딸이기에'가능한 성격이기만 했을까? 라고 물어보면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맏딸이기에 그런 공통된 특성을 가진 것은 맞을 것이지만, 맏딸이기에 응당 그런 성격을 가질 확률도 있었겠지만, 그러나 맏딸만의 특징만은 아니라는 것. 배려심, 자상함, 진지함, 이해심, 당당함 등등이 어떻게 맏딸들의 특징이기만 하겠는가. 확률적으로 더 높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겠다.


맏딸들은 비슷한 방향으로 발달하게 된다고 이 책은 말하는데, 다른 형제들보다 아이큐가 높다거나, 유머감각 대신 진지함을 갖게 된다는 것은 내가 가진 특징이 아니다. 게다가 이 책에서는 맏딸이 아버지에게 얼마나 큰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지 말하는데, 하하하하, 나는 아버지를 내가 태어나 처음 겪은 한남이라고 말하는 사람으로서 전혀 '아니올시다' 라고 대꾸하고 싶다. '모든 맏딸이 그렇진 않아' 라는 말이 이 책을 읽는데 무슨 도움이 될까마는, 그렇다고 또 '대부분의 맏딸이 그렇긴 하지' 라고 한다면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고, 그러다보면 이 책을 읽다가 종국에는 '이 책을 내가 왜 읽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차피 이 책 읽는다고 내가 크게 위로 받는 것도 아니고 삶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며, 읽으면서 '어 이건 맞네' 하든가 '이건 아닌데'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부질없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것인가...



사실 이 책도 자기 방향에 있어서 오락가락 하는게 아닌가 싶은게, 우리가 사람이다보니까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면 또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소제목이 <막내 출신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인 꼭지에서, 이런 문장이 나오는 거다.



대부분 맏딸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맏딸 출신으로 조사되긴 했지만 막내 출신과 각별히 친해지는 맏딸도 적지 않다. (p.147)



위의 문장을 읽다가 나는 여러번 갸웃했는데, 대체 쓰나 안쓰나.. 별 의미없는 문장이 아닌가 싶어진거다. 맏딸은 맏딸이랑 친해, 그런데 꼭 그런 건 아니야... 라면, 뭐 어쩌라고?? 이렇게 되지 않나?


아무튼, 나도 꼽아보니 내가 지금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대부분이 맏딸이었다. 게다가 제일 좋아하는 모임은 하하하하 맏딸로만 구성되어 있다. 물론 한 명이 오빠가 있긴 하지만, 오빠 있는 집의 첫째 딸은 맏딸과 같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지만 이 책은 맏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위로 오빠가 있는 딸인 경우에도 맏딸 역할은 여전하다. 이런 딸들은 "오빠는 아무 일도 안 해요."라고 입을 모아 말하면서 무슨 뜻인지 알지 않느냐고 눈짓을 해보인다. 알고말고. 맏아들은 제일 먼저 학교에 입학하고 용돈이나 귀가 시간 등 일상생활의 토대를 닦아둔다. 여동생이 남자들의 세계를 알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노쇄해 보살핌이 필요할 때가 되면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후이다. 그러면 여동생이 맏딸이 되어 오빠의 빈자리를 채우며 책임을 떠맡기 일쑤이다. (p.14-15)




내 모임 구성원들도 맏딸, 내가 금요일에 만나려는 친구도 맏딸, 내가 중국에 같이 여행가려는 친구도 맏딸... 내 주변은 맏딸로만 구성되어 있는가....  아무튼 이 책은 맏딸들의 특성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면 읽어보면 좋다고 하는데, 이 책 읽는다고 뭐가 그렇게 확 인생의 답이 찾아지거나 하진 않는다. 아버지와의 유대감 부분에서는 진짜 좀 짜증났던 게, 대부분의 모든 첫째 딸들은 자기 아버지를 미워하고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맏딸들의 특성이지 않을까. 일전에 페미니즘 공부차 모여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강사분도 그 말씀을 하셨던 거다. 한국에서 태어난 첫째딸들에게 아버지는 미움의 대상이라고. 첫째딸이야말로 자신의 어머니가 왜, 어떻게 고생하는지, 그게 어디에서 오는지 가장 먼저, 가장 오래 보아왔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 이 책은 네덜란드 학자들이 쓴건데, 아마도 대한민국이 아닌 곳에서는 그런 걸 볼 일이 없었던 거 아닐까... 아무튼 아버지와의 유대감 같은 거, 나는 아닙니다, 아니고요.




재미있는 건 이성애자인 맏딸의 연애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나는 오래전부터 친구들에게 '누나 있는 남자랑 사귀는 게 제일 낫다'고 말하고 다녔던 바 있다. 여동생 있는 남자랑은 확실히 다르다, 그나마 제일 애들이 좀 인간답게 잡혀있다, 고 나만의 이론을 주장하고 다녔었는데, 이 책에서는 내 주장이 사실이라고 말해주고 있다(자매품으로 '여자상사 밑에서 첫직장생활 시작한 남자가 좀 낫다'도 있습니다). 통계적으로다가. 첫째 딸과 막내아들의 만남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데, 그 막내는 형이 있는 막내랑은 또 다르다. 누나 있는 막내아들이 좋아. 그건 이미 내가 살면서 경험으로 체득한 바 있는데, 책에서도 말해준다. 하하하하. 누나들 밑에서 자란 남자가 그나마 낫다. 



다시 말해 이성애자인 맏딸은 누나 한둘과 함께 자란 막내아들과 가장 잘 맞는다. 형들이 있는 막내아들도 괜찮지만 더 좋은 것은 누나들이 있는 막내라고 한다. (p.183)



내가 살면서 만나본 남자들을 토대로 해 내가 내린 결론이긴 하지만, 누나 있는 남자가 반드시 맏딸한테만 어울리는 건 아니다. 나는 이성애자 여자들이 대체적으로 누나 밑에서 자란 남자들과 사귀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본다. 아무튼, 내가 사귀었던 누나 있는 막내 생각 나면서 아련아련해지는 시간이었다. (응?)




리뷰 쓰려고 하다가 뭔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중신없이 되어버렸는데, 이 책 읽는다고 딱히 뭔가 위로가 되고 힘을 얻고 그런 것도 아니고, 다만 아아, 나만 그런 건 아니고 맏딸들 대부분이 그러는구나,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겠다. 그러나 또 그것이 다가 아닌게, 그렇지만 또 그렇지 않은 맏딸들도 있지..이것도 동시에 알게 되어버려서. 결론 내자면, 많은 맏딸들이 공통된 맏딸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정도가 아닐까. 뭐, 그렇다는 거다. 



아래 문장은 내게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앞으로 살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문장이라 생각돼 인용해둔다.



맏딸인 당신은 자신의 행복뿐 아니라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 대해,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 남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책임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남들 챙기느라 기진맥진해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사람들이 당신 없이도 해나갈 수 있다는 점을 믿어야 한다. 기억하라. 물론 당신이 하면 조금 더 낫겠지만 어떻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로 물러서 있을 줄 알아야 한다. (p.106)



세상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고 했다. 난 말도 안 된다고,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했다.
-루시 반 펠트Lucy Van Pelt(찰스 슐츠Charles M. Schulz의 만화 <피너츠Peanuts>에 등장하는 맏딸) (p.25 재인용)

2007년 <사이언스Science>지에는 맏아이가 평균 이상의 지능을 보인다는 내용이 실렸다. 전 세계 IQ 평균은 90에서 110 사이인데 맏이들은 이보다 2~3점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IQ 3점은 별것 아니라 여겨질지 모르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결정적 차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p.41)

맏딸들은 결국 비슷한 방향으로 발달하게 된다. 맏딸들은 자기 형제자매보다도 다른 맏딸들과 더 많이 닮았다. 착한 아이, 뭐든 잘 하는 아이가 되어 내 자리를 안전하게 진킨다는 믿음응ㄹ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공유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p.98)

맏딸들은 온갖 잡다한 일들에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 된다. 자녀나 동료들이 남에게 하는 말이든, 남들이 하는 생각이든, 늦은 밤에 베란다에서 나와 우는 이웃집 고양이든, 기후 변화든 다 마찬가지다. 맏딸들은 이 모든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감을 느낀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할 때 수많은 맏딸들이 책임감을 언급하는 것도 그래서 놀랍지 않다. 기억도 안 나는 오래전부터 남들의 모범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p.105)

형제자매 관계 1503건(인원수로는 3552명)에 달하는 영국 가구 패널 좌를 바탕으로 학업 열망과 성취도를 살펴본 결과, 부모의 교육 수준과 직업 지위의 영향을 고려한 상황에서도 맏이들은 동생들에 비해 교육받으려는 열망이 7%나 높았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맏딸들은 맏아들에 비해 열망이 13% 더 높았다는 점이다. 맏딸들은 야망이 있었다. 삶과 자기 자신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고자 했다. 동기부여가 가장 잘된 집단 역시 맏딸들이었다. (p.33-34)

때로 맏딸들은 그런 성실함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오늘은 어떤 일에도 나서지 않겠어, 가만히 앉아서 남들이 나설 때까지 기다릴 거야.‘ 하고 결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젝트 마감 기한이 다가오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면 결국 성실한 맏딸이 떠맡게 된다. ‘좋아, 내가 해주지.‘ 라면서.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아이의 스포츠클럽이든 친구들 모임이든 마찬가지다. 맏딸이 있는 곳 어디서나 맏딸은 필요한 일을 맡아 훌륭하게 해낸다. (p.107)

경계를 확실히 하고 그 경계를 지켜라. 누가 어머니를 위해 장을 볼지, 산책을 모시고 나갈지, 사무실 문을 마지막으로 잠글지 정해라. 무언가 바꾸려는 사람은 자기 입장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Yes‘ 만큼이나 ‘No‘라는 말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운명을 자기 손에 넣은 셈이다. 이렇게 할 수 있어야 성실성은 강력한 자질로 남는다. (p.108)

맏딸들은 전체를 보는 눈과 조직하는 기술을 타고난다. 집으로 들어서기만 해도 무엇이 필요한지 보이고 곧 일을 분배할 수 있다. 사람들은 불평이나 질문 없이 맏딸의 지시를 따른다. 그 의견이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맏딸의 권위는 인정받는다. 물론 맏딸은 자신이 리더라고 전혀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늘 하던 일을 할 뿐이니 말이다. 늘 총대를 메는 것은 맏딸이다. 아니면 다른 누가 한다는 말인가?
농담조로 자신을 프로 간섭꾼이라고 부르는 맏딸들도 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남들 일에 관여를 한다. (p.108-109)

1985년에 출간된 책 [나는 왜 나인가The Birth Order Book)에 소개된 결과를 보자. 외동이나 첫째 집단에서는 예외 없이 누군가가 쪽지를 집어 들고 읽었다고 한다. 둘째나 막내 집단에서는 누구도 쪽지를 먼저 집어 들지 않았다. 둘째들은 늦게라도 그럭저럭 과업을 따라갔지만 막내들은 잡담에 빠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다고 한다. 첫째와 외동들은 훌륭한 발표를 한 반면 둘째는 간혹 훌륭했고 막내들은 그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자기는 모르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내들에게 말해줘야 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결국은 모든 참석자들이 자신들이 정확히 출생 순위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깨닫고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맏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과업을 해냈던 반면 막내들은 누군가가 할 일을 알려주기까지 기다리면서 놀고 있었던 것이다. (p.10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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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02-1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맏딸인데, 언제부터인가 아 내가 맏이라서 가지게 되는 특성이라는 게 있구나 라는 걸 느껴요. 실제로 친한 친구들도 맏딸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구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가끔, 둘째나 막내면 좋았겠다. 훨씬 자유로왔겠다 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죠..^^;;;

다락방 2019-02-18 10:44   좋아요 0 | URL
맏딸은 맏딸을 알아보는걸까요, 비연님? 비연님 맏딸, 저도 맏딸, 밑에 유부만두 님도 맏딸.. 지금 이 공간의 모두가 맏딸....

유부만두 2019-02-17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맏딸.... 흠...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어요.

다락방 2019-02-18 10:44   좋아요 0 | URL
아아, 제 주변엔 왜 이다지도 맏딸들만 많단 말입니까! 그건 제가 맏딸이기 때문입니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다시 여름, 한정판 리커버)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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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에 류근 시인 산문집 읽고 대실망 했었는데 박준은 그보다 낫지만, ‘남자 시인의 산문집’은 읽지 않는 걸로 결정했다. 박준은 시만 읽고 류근은 시도 안읽어야지. 이병률도 아무것도 안읽어야지. 이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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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2-12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톤 산문집도 싫었어 ㅎㅎ

단발머리 2019-02-12 07:42   좋아요 0 | URL
좋아요, 하는 쓸쓸한 마음...
다락방님 조언에 나도 에피톤 안 읽을꺼야 결심하는 아침. 다락방님, 굿모닝^^

다락방 2019-02-12 15:45   좋아요 0 | URL
그 책 안읽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어요. 패쓰하세요 ㅎㅎ

보물선 2019-02-12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오글거리시나요? ㅋㅋ

다락방 2019-02-12 08:53   좋아요 4 | URL
뭐랄까, 남자시인들 특유의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오글거리고 찌질한 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제 취향 아닌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왜 그 노래 있잖아요, 김건모의 <미안해요>

그대여~ 밥 한 번 못사주고 미안해요~ 이러는 거. 밥도 못사주는 찌질함에 미안하다고 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물선 2019-02-12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그러네요. ㅎㅎㅎㅎ

뒷북소녀 2019-02-1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에피톤도 산문집 있었어요?ㅋㅋ 저는 이석원도요.

다락방 2019-02-14 13:25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이석원 한 권 읽고 제 타입 아니다, 멀찌감치 밀어버렸답니다. ㅎㅎ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 남성, 여성 그리고 강간의 역사
수전 브라운밀러 지음, 박소영 옮김 / 오월의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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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전 브라운밀러는 이 두꺼운 책을 통해 강간의 역사를 드러낸다.


여성 입장에서는 강간을 매우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다. 누군가가 자신의 몸에 강제로 성적으로 침입하는 일이자, 사적이고 개인적인 내부 공간을 동의 없이 침입당하는 일이다. (p.589)



강간이라는 것이 나의 의지에 반해 일어나는 나의 몸에 대한 강제적 침입인만큼, 이토록 긴 강간의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우리 모두가 읽고 그간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이 힘든 책을 읽으라고 추천하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나도 힘들었는데 어떻게 당신까지 힘들게 할까. 그러나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문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것이 문제인지 알아야 그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수전 브라운밀러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마지막 12장에 다 나와있다. 강간 문화를 바꿀 것, 법과 법 집행자를 바꿀 것, 그리고 여성 자신에 대한 생각과 시선도 바꿀 것. 이는 작년 불용시위에서도 여자들이 줄기차게 외쳐왔던 바고, 또 여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당연한 결과이며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의 실천은 멀고도 멀어, 수전 브라운밀러조차도 그것이 단시일내에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관할 경찰서와 검찰, 배심원단, 판사석에서 상고법원과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법이 집행되는 모든 주요한 영역에서 배제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은 강간 피해자에게 남성이 고안한 사법 체계 내에서 정의를 추구해야만 한다는 이중의 핸디캡을 부과한다. 그러므로 현실을 반영하도록 바뀌어야 하는 것은 법뿐만이 아니다. 법을 집행하고 정의를 수호할 막대한 책임을 부여받은 사람 역시 바뀌어야만 한다. (p.607)


여성이 완전한 평등을 쟁취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법 집행의 핵심 영역에서 남성과 동등한 지위parity를 획득하는 투쟁에 달려있다. 나는 정말로 그렇게 확신한다. 법 집행enforcement 이란 말 그대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강제력force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강제력은 초보적인 형태의 탈리오 법칙이 등장한 이래로 남성의 특권이었다. 남성의 몸집과 무게, 힘, 생물학적 구조뿐 아니라 여성의 진출을 차단하면서 의도적으로 남성만 특정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온 법과 관습 덕택에 남성은 독점적으로 법을 집행할 특권을 누려왔다. (p.607)




수전 브라운밀러가 말한 것처럼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경찰, 검사, 판사에 이르러 법을 집행하는 모든 이들이 지금처럼 남성 중심으로 되어있지 않다면, 세상은 분명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가혹항 성범죄에 '가장이다', '초범이다', '음주였다' 등의 각종 핑계로 감형해주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줄었을 것이다. 피해자인 미성년자 아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하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다. 강간과 성폭행 범죄가 일어나면 일단 여자를 꽃뱀으로 의심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여자의 말을 의심부터 하는 게 아니라 믿기부터 한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힘있는 자리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간당했다는 걸 알리고나서 그 여자가 받을 이익에는 뭐가 있을까? 그러나 그걸 얘기하는 순간 여자는 꽃뱀이 되고, 한 탕 하려는 여자가 되고, 행실이 바르지 못했을 거라는 의심을 받고, 그러게 왜 그랬느냐는 질책을 받는다. 지난달에 읽었던 《페미사이드》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지만, 강간을 신고했을 때 재판은 마치 피해자를 심문하는 것처럼 이루어진다. 너는 정말 순수한 피해자인지, 니가 먼저 꼬리친 것은 아닌지, 니가 남자를 자극하지는 않았는지. 그런 상황에서 여자들은 강간 피해 말하기를 꺼려하게 되고 범죄는 묻혀진다.




여성은 다른 여성의 말을 믿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 (p.607)




정치에도 마찬가지. 정치에서 활약하는 여성이 지금보다 더 많아진다면, 최소한 남자들 만큼의 수라도 유지가 된다면 세상은 역시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다. 직장 역시 마찬가지. 여자 상사가 더 많다면 직장 역시 또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법이,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하고, 강간 문화 자체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는 여성이 남성을 자신의 합법적인 보호자로 인정하고, 입법 과정부터 법의 집행까지 남성들에게 맡겨두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이제는 그런 불균형을 바로잡는 일을 당장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p.607)



그러나 가해자를 보호하는 관대한 법 제도만이 강간 이데올로기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 강간 이데올로기로 사회를 선동하는 데는 남성이 독점한 법 집행 권력 이상의 힘이 작용했다.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영속화된 문화적 가치가 남성 강간 이데올로기에 끊임없이 발화성 높은 연료를 제공해왔다. 그러므로 문화적 폭력을 격퇴하는 정면 공격을 감행해야 한다. (p.609)



아마 지금 페미니스트들이라면 다 동의하고 진작에 생각했던 방법인 것이다. 얼마전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여남동수법 지지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후원을 한 것일테고. 그런데 수전 브라운밀러는, 더 하자고 얘기한다. 바로, 자신의 힘을 기르는 일.



남성은 언제나 강간범을 그들의 일원이 아닌 외부에서 온 늑대로 간주하고, 여성을 제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유감스러운 경향이 있는 조심성 없고 멍청한 짐승으로 간주했다. 그 전제 위에서 남성은 여성에게 가능한 한 다른 남성의 눈에 띄지 말고 숨어 있을 것을 열렬히 촉구하고 질책하고 경고했다. 한마디로 남성들은 그들만을 위해 마련된 특권을 여성이 자기 것으로 주장해선 안 된다고 말해온 것이다. 좋은 의도로, 세심한 배려로, 진심 어린 걱정으로 충고를 한다지만, 충고에 담긴 메시지란 실상 평생을 두려움 속에서 살라는 것 이상은 아니다. (p.623)



아 진짜 너무 싫다. 함부로 나서서 니 잣대로 조언하지 마라. 좋은 의도? 세심한 배려. 닥치시지. 부탁하지 않았는데 내뱉는 조언이란 건 쓸데없는 잔소리에 불과하다. 입 다물어라.



자, 우리의 수전 브라운밀러는 말한다. 자신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여성들도 승리를 알아야 한다고, 이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본인이 주짓수와 가라테 배웠던 경험을 얘기해가며, 여자들이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운동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여성적이고 얌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아니라, 승리하라, 싸우라, 이기라 같은 것들을 배워야 한다고. 아아, 나는 이 부분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간 무시해왔던 게 아닌가 싶어 심히 죄스러웠다. 지난 주말만 해도 에너지가 넘치는 파워풀한 여자조카에게 가만히 좀 있으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아이의 그 폭발할듯한 에너지를 좋아하면서도, 내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말 잘들으라고만 했어. 아아, 형편없는 이모였다. 미안하다.. 조카야, 네 안에 있는 그 에너지를 맘껏 분출하렴. 싸우고, 이기고, 승리하라!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체계적인 자기방어 훈련이며, 그런 훈련을 통해서만 금지에서 유래한 우리 내면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 (p.630)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법을 배웠으며 내가 그런 싸움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p.631)



무엇보다도 스스로 놀라웠던 점은 급반전과 찌르기, 주먹으로 치기 같은 기본 공격 동작들이 숙녀다운 몸가짐의 규범과는 거리가 멀뿐더러, 내 자신에게도 대단히 낯선 동작인 반면, 남자아이들은 누구나 자라면서 그런 동작을 배우고, 통달하면 박수까지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사회는 남자아이가 그런 동작을 배울 때, 여자아이에게는 하얀 앞치마와 애나멜 메리제인 구두를 입히고는 그것을 더럽히지 말라고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양육 초기의 그런 차이가 무시무시한 차이를 키웠다! 교습 첫 시간에 내 일본인 지도자는 수업에 들어온 여성 모두에게 차례로 와서 자기 가슴을 마음껏 때려보라고 권했다. 그건 전혀 무모한 권유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첫 시도에서 우리는 아무도 실제로 때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 정도로 우리 내면에는 때리면 안 된다는 금기가 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가 싸우는 여성이 되는 것을 막는 가장 커다란 장애물은 비참할 만큼 발달되지 않은 우리의 근육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 자리한 때리는 것에 대한 금기였다. (물론 훈련을 받으며 이 두가지 약점을 모두 빠르게 개선할 수 있었다.) (p.631)



더 많은 자리에 더 많은 여성들이 보여야 하는 당연한 방법 말고도 이렇게 여성 스스로 자신의 근육을 발달시키고 무엇보다 나 역시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자신의 도덕적 금기를 깨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 무척 즐거웠다. 할 수 있을 테니까. 싸우고 이기고 승리하라고 하는 것, 그 경험을 가지고자 노력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처음에는 낯설지만 좀 어렵겠지만 수전 브라운밀러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라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싸우고 이기고 승리하라고.


살아갈수록 여성이 가장 먼저 버려야할 것은 도덕 코르셋이라는 걸 깨닫는다. 상대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 얌전히 말하고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들이 그간 우리에게로 향했던 혐오발언을 키워오기만 한 것 같다. 게다가 혹여라도 분위기 이상해질까봐 참았던 시간들이 강간을 뿌리뽑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우리는 도덕 코르셋을 버려야한다. 다른 사람들 생각해주다가 우리 자신의 인생이 엿된단 말이다.




<옮긴이의 말>에는 브라운밀러가 참여한 성폭력 반대 운동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오, 그것이 바로 미러링 운동이었다!



1968년 브루클린 출신의 프랜신 고트프리드Francine Gottfried가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월스트리트에서 거래 업무를 맡게 되자, 그녀가 출근할 때 수천 명의 남성들이 지하철 출구에 모여들어 고트프리드의 몸매를 품평하고 성희롱을 했다. 이 사건에 자극받은 페미니스트 칼라 제이Karla jay 와 앨릭스 케이츠 슐먼 Alix Kates Shulman은 1970년, 여성이 그간 길거리에서 당해온 성희롱을 남성에게 그대로 '미러링'해서 돌려주는 '월스트리트 추파의 날Ogle-In' 시위를 기획했다. 브라운밀러는 당시 그가 속해 있던 '뉴욕 급진 페미니스트' 집단의 동료들과 함께 거리에 나갔다. 이들은 지나가는 남자들을 노골적으로 음흉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입맛을 다시며, 휘파람을 불고, '엉덩이가 실한데' '너무 작다~' '너무 빈약하네~' '이쁜이, 커피 한 잔 타줄래?' 같은 말을 던졌고, 한 동료는 남자 행인의 바짓가랑이를 움켜쥐기도 했다고 한다. 이 시위는 성공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끌면서 세상에 반성폭력 투쟁의 시작을 알렸다. (옮긴이의 말, p.674)




처음엔 힘겨웠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에너지가 넘치는 책이었다. 게다가 옮긴이의 말을 읽고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는데, 수전 브라운밀러가 멋지게 살고 계시다는 게 아닌가. 후훗.



이 책의 저자 수전 브라운밀러는 1970년대 미국에서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누구보다도 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전투적 급진 페미니스트였다. 뉴욕시 20층의 바다가 보이는 자신의 멋진 아파트에서 화단 가꾸는 법에 관한 책을 포함해 여러 권의 저서를 내며 80대인 지금도 멋지게 살고 계시다. (옮긴이의 말, p.683)




나 역시 급진 페미니스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멋지게 늙어가고 싶다. 80대에도 돈 벌면서 멋지게 늙어가야지. 어리고 젊은 페미니스트들에게 도덕 코르셋을 버리고 네 자신의 힘을 키우라고, 싸워서 이기고 승리하라고, 승리의 기쁨이 뭔지 알라고 말해주는 그런 어른이 되어야지. 근육을 발달시키고 참지 말아야 할 일에 참지 말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어야지. 멋지게 늙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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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31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래그가 거의 옆구리 색칠 급이네요!!😃

다락방 2019-01-31 10:46   좋아요 0 | URL
그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캘리번과 마녀에도 많이 붙이게 될까요? 후훗

단발머리 2019-02-01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컷이예요. 완독해서 그럴까요?
완독의 위엄!!!

다락방 2019-02-01 07:50   좋아요 0 | URL
완독해놓고 뿌듯하더라고요! 꺅 >.<
자, 저는 2월 도서 시작할 예정입니다. 후훗.

카알벨루치 2019-02-0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명절연휴 잘 보내시고 늘 열정넘치는 에너자이저 응원합니다 ^^

다락방 2019-02-05 12:56   좋아요 1 | URL
으앗 연휴가 끝나가고 있어서 너무나 아쉽습니다. 카알벨루치님도 남은 연휴 잘 보내세요!

카알벨루치 2019-02-05 13:2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빨리 오셔야 또 활동하시죠 다낭에서만 계심 안되죠 ㅋㅋㅋ

공쟝쟝 2019-02-02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게 늙어가는 페미언니! 저도 열심히 늙어..읽어 갈 테야요!! 완독 축하하구 새해복마니 받으셔용🤗

다락방 2019-02-05 12:57   좋아요 1 | URL
쟝쟝님, 여성주의책 같이읽어주어 정말 고마워요. 작년 한 해 그렇게 쟝쟝님과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여러모로 흡족합니다. 우리 같이 계속 공부하고 이야기하고 읽고 싸웁시다. 같이 멋지게 늙어가요!

공쟝쟝 2019-02-05 16:17   좋아요 0 | URL
그래야쥬 ㅎ 멋지게 🏃🏽‍♀️🏃🏽‍♀️🏃🏽‍♀️

공쟝쟝 2019-03-14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락방님 저 방금 책 다 덮고 엄청 신나서 신고 하러 북플 왔다가 이거 다시 읽고 옮긴이의 말 안읽은거 깨닫고 마저 읽으러 갑니다..ㅋㅋㅋㅋㅋ
 
꼬마 너구리 요요 첫 읽기책 13
이반디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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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대를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 역시 반드시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요요는 아프게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은 ‘상대의 마음‘이라고 결국은 받아들인다. 아주 펑펑 울면서. 어른들도 잘해내지 못하는 걸 꼬마 너구리가 해내고 있어. 아주 잘 성장하고 있다. 코끝이 찡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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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9-01-1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동화가 이리 슬퍼요..?
아이들은 내가 생각한것 보다 훨씬 더 큰 존재이군요

다락방 2019-01-16 15:29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래요.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입니다.
좋은 동화에요.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어요.
 
네 이웃의 식탁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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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사랑하는 한 사람을 존중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건 가능할까?

네 가족 공동체에서 여자들은, 다른 남자들의 무신경함을 자연스레 캐치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이렇게 행동하는 남자라면, 자기 아내와 아이들에게 어떤 남자였을지 뻔하달까.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왜 그럴까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질문 없이, '남자는 원래 그러니까 니가 말을 해줘' 라고 해버리는 뻔뻔함.


게다가 신경줄 팽팽하게 만들어버리는 성희롱은 어떻고.

여자로 살면서 누구나 한번 이상씩은 그런 경험들이 있을텐데, '아 여기서 내가 말하면 분위기만 싸해질텐데', '내가 예민한건가', '이정도는 그냥 넘겨야되겠지', '웃지 않으면 까탈스럽다고 하겠지', '나만 이상해지겠지' 같은 것들. 나의 애인이나 남편에게 말하면 오히려 '넌 왜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난리야'를 들을만한 것들.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는 것들. 나는 카풀하는 차 안에서 여자가 당하는 그 성희롱들에 신경줄이 끊어져버리는 줄 알았다. 하아-




오래전 읽은《위저드 베이커리》의 구병모는 욕심 많은, 의욕이 앞선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차마 수습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욕심이 앞서 한꺼번에 다 넣어버린 것 같았달까. 그러나 《네 이웃의 식탁》의 구병모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할 말을 해내고 있다. 게다가 팽팽한 신경줄에 대한 묘사는 특히 좋아서, 그렇기에 읽는 동안 힘들었다. 내가 같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새삼 여자들의 이야기는 여자들이 해내는 게 가장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여자 이야기를 잘하는 작가들이 있으니 남자 작가들은 섣불리 아무말 하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를테면 젖가슴 같은 자두라든가 말이다. 젖가슴 같은 자두 먹는 얘기 안해도 이야기는 아주, 잘 진행될 수 있고, 팽팽한 신경줄 역시 잘 표현될 수 있다. 그거 없이 글 못쓰겠으면 글 그만 쓰는 걸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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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9-01-11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읽은 구병모의 소설이 제겐 좀 과해서 그뒤론 안읽게 되던데 좀 다른 느낌인가 보네요^^

다락방 2019-01-11 10:44   좋아요 1 | URL
저도 구병모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그 과하다는 느낌, 지나치다는 느낌 때문에 안읽게 되었었거든요. 그런데 네 이웃의 식탁은 한결 정리된 느낌이에요. 그리고 할 말을 하고 있고요. 작가는 시간을 보내며 더 다듬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게혜윰 2019-01-11 10:50   좋아요 0 | URL
전 한번 아니다싶으면 선택안하게 되던데 어떻게 읽을 생각을 하셨을까 그게 궁금하기도 해요^^

다락방 2019-01-11 11:16   좋아요 1 | URL
저도 제가 왜 읽을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그렇게혜윰 2019-01-11 21:50   좋아요 0 | URL
그냥 땡김 ㅋㅋㅋ

건조기후 2019-01-11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두 문장에 좋아요 백개 날렸어요💕 보이시죠? ㅎㅎㅎ

다락방 2019-01-11 17:41   좋아요 0 | URL
네, 아주 잘 보입니다! ㅎㅎㅎ
어떻게,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는 잘 읽고 계십니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