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지난번에 언급한대로, 1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수전 브라운밀러'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입니다. 지금 이 책을 침대 헤드에 가져다 두었는데, 음, 살짝 들춰보니 역시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포스트잇 플래그를 책갈피 삼아 일단 사이에 끼워두었습니다.


주말에 친구를 만났는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항상 함께한다는 댓글을 달고 싶어지지만, 그래놓고 다 읽지 못할까봐 차마 달지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계속 같이읽자, 같이 읽어보고 이야기나누어보자, 하는 건 확실히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했습니다.


여러분, 같이 읽어요!


지난번에 같이 읽기에 좋은 도서를 제가 링크해두었는데, 그건 위에 먼댓글 연결로 들어가 확인해보시면 될 것 같고요,


일단 댓글로 참여를 알려주신 분을 언급하겠습니다.


단발머리 님, 블랙겟타 님, 건조기후 님, jsshin 님 이 참여 의사를 밝혀주셨습니다.


쟝쟝 님은 새해 목표가 '페미니즘 벽돌책 뿌수기 속도1등'인 만큼, 꼭 참여하시는 거죠? (후훗)


퍼론 님, 1월에도 함께 해주실거죠? (찡긋)


syo 님은 [혁명의 영점], [캘리번과 마녀] 같이 읽을 2월에 참여하시는 거죠? (후훗)


하이드 님은 고정멤버 이십니다.


참여의사 표시하시면 이 페이퍼에 참여자 명단 추가하겠습니다. 



참여방법은 기존과 같습니다. 가급적이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씩은 페이퍼나 리뷰, 밑줄긋기, 백자평 등을 통해 글 써주시고요, 말머리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로 달아주시길 바랍니다. 이 책에 대해 우리 자주 언급해서 자주 노출시키도록 해요! 작년 한해 페이퍼에 자주 노출된 책으로 [백래시]가 있어서 내심 흐뭇했습니다. 움화화핫.



저는 일단 소설 두어권 읽고 달려볼까 합니다.




자, 여러분, 고고씽!! 달려, 달려!!

함께해요!

새해부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다니, 너무 근사하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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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2-31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syo가 2월에 같이 그 책을 읽는대요??
우와, 그렇구나.......
그럼 그런가 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1-01 00:17   좋아요 0 | URL
으응? 거의 넘어온 거 아니었어요? 응? 🙄

syo 2019-01-01 00:2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굉장히 낭창한 표정이라 이겨낼 수가 없다......😅

카스피 2018-12-3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다락방 2019-01-01 00:17   좋아요 0 | URL
해피 뉴 이어!

블랙겟타 2019-01-0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이네요. 이미 재료는 사두었습니다.
차근차근 읽어봐야겠죠.
다락방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더 나은 한 해 보내시기를 바랄께요.
올해는 자주 글도 쓸께요.. ^^;;

다락방 2019-01-01 00:5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래요 환영합니다! 자주 쓴다는 약속도 꼭 지켜요! 후훗
같이하게 돼서 엄청 좋아요! >.<

공쟝쟝 2019-01-01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하죠! 저 30날에 사놨어여~~~ 아직 배송이 ~~~ 진짜 빨리읽을테다 이번엔!!ㅋㅋ

다락방 2019-01-01 20:38   좋아요 0 | URL
저는 초반에 잠시 쉬었다가 미친듯이 달려 쟝쟝님을 앞서보도록 하겠습니다!!(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19-01-01 20: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앗 ㅋㅋㅋㅋㅋ 진짜로 웃고 말았다 ㅋㅋㅋㅋ 일도 마감때문에 마감하고, 시험 공부도 벼락치기만 해온 저에게 ㅋㅋㅋ 미리 읽어내기는 너무 큰 결심이거늘...ㅋㅋ 이렇게 제압하신단 말입니꽈...

단발머리 2019-01-02 09:15   좋아요 0 | URL
이기는 편, 우리 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1-02 16:50   좋아요 0 | URL
지금 당장은 의욕이가 1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일단 안심하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스타트 한 다음부터 바싹 긴장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1-02 16:53   좋아요 0 | URL
전 일단 1월의 책은 쟝쟝님의 투지에 한 표를 던지며 조심스레 쟝쟝님 우세를 점쳐봅니다. 뜨거운 기운이 저희 동네까지 전해진다는 소문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빨리 읽을 자신은 만땅인데 어떻게 이야기를 잘 풀어볼까~ 하다보면... 의욕이를 잃어버린다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1-02 17:44   좋아요 0 | URL
음음... 단발머리님의 이 댓글을 읽노라니 꺼져있던 의욕의 불씨에 불이 붙으려고 하네요. 단발머리님의 예측을 깨고 내가 일등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꿈틀꿈틀 하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래프트가 망가뜨린 사진들은 뉴욕의 사진가 레스 크림스가 하나의 세트로 만든 《믿기지 않는 '통밀 팬케이크 더미'살인사건들》(1972년 출간)의 일부였다. 세피아톤으로 처리된 각각의 사진에는 하반신 또는 전신이 발가벗겨진 여성이 자신의 피처럼 보이는 액체가 웅덩이를 이루는 바닥에 누워 있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여성은 대체로 입에 재갈이 물려 있고 몸은 결박되어 있는 모습이며, 때로는 머리 전체에 봉투가 씌워져 있거나 천이 둘러져 있기도 하다. 서너 장의 사진에서는 진짜 같아 보이는 칼에 베인 상처도 보인다. 여성은 늘 일상적이고 익숙한 배경 속에 있다. 그리고 여성 근처에는 항상 통밀 팬케이크가 여러 장 포개져서 놓여 있다.

이 사진들에는 큐레이터 로버트 소비젝Rovertst Sobieszek의 비평이 붙어 있는데, 그는 이 사진 시리즈가 이른바 시그너처 살인signature murder이라는 것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작품이라고 한다. 시그너처 살인이란, 범인이 피해자에게 특징적인 신체 훼손을 한다든가, 특이한 물건, 상징, 또는 메시지를 현장에 남겨둔 살인 사건을 말한다. 소비젝은 "물론 이 시리즈에 담긴 유머의 전형은 허시 초콜릿을 피로 사용했다는 점"이라고 쓰고 있다.

모든 사진에서 여성의 하반신이나 전신이 누드일 뿐 아니라, 다리를 벌린 자세를 사진작가가 애호한다는 점은 그녀가 살해당하기 전이나 후에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배경이 부엌으로 설정된 사진에는 여성의 허벅지 사이에 콜라병이 세워져 있다. 이는 끔직할 정도로 흔한 강간 도구를 오브제로 암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콜라병이나 총은 실제 강간범들이 특히 애호하는 도구들이다).

경찰과 의식 있는 시민들은 미국 내에서 4분 30초마다 '성공적인' 강간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아 성추행은 10분에 한 번 꼴로 일어난다. 두 유형의 폭행 모두에 정도가 다양한 추가적인 잔혹행위가 수반되는데, 심한 경우 신체 절단과 살인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젝은 레스 크림스의 사진들이 미국 남자들에 의해 미국 여성과 아동에게 매시간 가해지는 공포와 고통을 떠올리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p.640-642)

 

 

 

실제로 여성살해가 일어난 대학에서 한 남자 사진작가가 여성연쇄살인을 다룬 사진을 전시했다. 그걸 본 남자 큐레이터는 그것이 유머라고 말한다. 피를 초콜릿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게다가 사진의 '통밀 팬케이크 더미stack o'wheat' 는 사진마다 살인사건 번호를 나타내는 개수만큼 쌓여있는 팬케이크를 가리킨다(p.630 각주)'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진작가와 큐레이터가 쌍으로 지랄을 할 수 있을까? 이 사진이 걸린 곳에서도 여성 살해는 있었고, 이 사진이 걸려있는 동안에도 신문을 펼치면 여성살해가 기사가 나와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걸 팬케이크로 넘버링하면서 예술이랍시고 전시를 할 수 있지? 도대체 머리에 뭐가 들면 그게 가능하지? 그러면서 그것이 유머라고? 재밌냐? 웃겨? 여자들 발가벗겨져 강간당하고 죽는 거 작품으로 만들고, 재밌어? 즐거워? 살인자나 너네나 다를 게 무엇이지?

 

 

이 사진을 본 '니키 크래프트'는 너무 어이없고 화가나서 그 사진들을 죄다 조각조각 내어 그 위에 초콜릿을 뿌리고 사진을 찍는다. 여자살해를 다룬 사진은 예술이라던 사람들이, 니키 크래프트의 사진은 검열이라 욕한다. 왜 여성살해를 표현한 건 예술이며 자유가 되고, 여성살해를 이런 식으로 소비하지 말라는 저항은 검열이 되는가?

 

재밌냐?

여자 죽이니까 재밌어?

여자 죽이는 걸 전시하니까 재밌어?

그게 웃겨?

 

 

소비젝은 강간당하고 도륙당한 여성의 이미지가 '절묘하고', '조화로우며', '낭만적'이기까지 하다고 생각한다. 살해된 여성이 신체 손상과 죽음을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손에 넣었다고 보았다. (p.642)

 

 

여성이 살아가는 궁극적 목적은 아름답기 위해서인가? 아름답기 위해서라면 살해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거야? 죽음으로써 아름다워졌으니, 입닥치고 예술로 받아들이라는거야?

 

 

거기에 과장된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거기에 있는 것은 은밀하게 퍼지는, 위험하게 엄선된 표현과 번지르르한 거짓이었다. 본질적으로 '통밀 팬케이크 더미'는 여성과 폭력에 대한 거짓말이다.

소비젝이 말했듯 여성의 "자세는 저항의 몸부림보다는 투항과 도발, 그리고 관능을 훨씬 더 많이 드러내고 있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여성들이 도발한다는 익숙하면서도 저열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여성이 육체와 영혼을 절단하고 비하함으로써 누구의 관능이 만족을 얻는가 하는 무거운 질문도 잠시 내려놓자. 가장 단순한 거짓말은 바로 첫 번째 말, 저항에 관한 것이다. 거기엔 저항이 없다. (p.643)

 

 

여성살해의 대부분을 이루는 살해의 원인은, 여성들, 죽어나간 피해자들의 도발에 있었다고 세상은 말했다. 남편이나 연인이 자신을 거부했으므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였으므로, 여자들을 죽였다. 이 현상은 그대로 예술(이라 불려지는)로 표현된다. 사진에서조차 여자들은 '저항하지 않고', 그러나 '도발했으므로' 죽었다.

 

재밌냐?

여성이 죽은 사진 보면서 절묘하다, 조화롭다, 낭만적이다, 얘기 하면서 자신이 뭔가 된 것 같았냐?

우위에 선 것 같았어?

예술에 대한 비평을 할 줄 아는 멋진 나~ 하고 감탄했냐?

사진작가의 유머를 이해하는 힙한 나~ 이랬냐?

 

 

 

아직 읽지 않았지만, 뒷부분에는 여성단체에서 《허슬러Hustler》잡지들을 폐기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나온다고 한다.

 

 

이 격렬한 행동들은 이른바 로스앤젤레스의 힐사이드 스트랭글러로 알려진 케네스 비앙키에게 살해된 피해자들 가운데 한 사람에 헌정되었다. 케네스 비앙키는 공범 안젤로 부오노와 함께 열 명의 여성을 고문하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피해자는 20세의 신디 리 허드스페스Cindy Lee Hudspeth였다. 크래프트가 피해자들 중에서 그녀를 택한 것은, 《허슬러》에서 그녀가 살해된 사건을 비앙키가 '최근에 이룬 성취'라고 말한 '농담' 때문이었다. (p.628-629)

 

 

연쇄살인범에게 또 하나의 살인을 '성취'라고 불러주다니, 그걸 '농담'이라고 퉁치려 하다니, 미쳤어? 그게 웃겨? 언제 웃어야 하는지 몰라?

 

국내에서도 몇해전에 GQ잡지에서 여성폭력을 다룬 표지로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차 트렁크에 여자 다리 묶어서 넣어논 표지였지. 그 앞에는 남자가 서있고. 그걸 소위 '강한 남자'를 보여준다면서 사진 찍은 거였다.

 

강해?

강해서 좋아?

여자 두드려 패고 죽이면 강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

 

 

 

크리스마스 이브에 박정현 콘서트를 다녀왔다. 연속해서 사흘간 노래를 불렀기 때문인지 박정현의 목 상태는 딱히 좋은 것 같지 않았고, 큰 공연장은 산만했다. 전체적으로 콘서트에 크게 만족을 느끼진 못했지만, 박정현의 노래 <나의 하루>를 박정현의 지인들이 다같이 부른 영상만큼은 참 좋았다. 내가 부르는 노래를 다른 사람들도 따라부른다, 는 것에서 오는 가슴 벅찬 감동이 그녀에게 찾아들 것 같았다. 그걸 보는데 너무 좋았다.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성취란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이런 걸 보는게 좋다'고 그 때 생각했다. 누군가 시도하고 노력해서 성취해내는 걸 보는 일. 나는 누군가의 성취를 보는 순간 크게 감동하며 응원하게 된다. 그녀의 성취를 그녀는 가까운 사람들과, 그녀를 아껴주는 사람들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노력하고 애써서 얻어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성취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성취라는 단어에서는 기쁨과 감동과 축하가 함께 와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여자를 연쇄살인한 것을 성취라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건가? 기쁘고 축하할만한 일이야? 결국 해낸 일이야? 샴페인을 터뜨리기라도 할거야? 박수칠거야? 오, 너 또 여자 죽였네, 최근의 성취네?

이래놓고 '농담이야~' 라니.

농담도 할 줄 모르는 것들이 잡지를 만들고 팔고 있다. 그 잡지를 폐기하는 것은 여성단체만의 일이 아니라 세상 모두가 해야할 일이 아니었나.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 감기까지 우리는 아주 많이 여성 살해에 대한 기사를 보고 접한다. 남자들의 폭력을 보고 접한다. 어릴 때부터 그걸 보니 자연스레 '남자는 폭력성이 강해'와 '헤픈 여자들은 잘못하다 맞아죽지'가 학습된다. 그러다보니 그걸로 농담도 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걸로 웃으면서 농담할 수 있다는 거, 진짜 잘못된 거 아니야?

 

 

나는 헤어진 남자친구들이 내가 사는 집을 알고 있다는 게 몹시 불안하다. 어떻게든 집을 가르쳐주는 건 피했어야 했다고, 헤어지고나서 계속 생각했다. 특히나 헤어지고나서 나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는, 집에 들어갈 때마다 주위를 살펴야 했다. 사귀는 동안 좋았던 그 사람이, 헤어지고 나서 저런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거절에 분노를 터뜨릴 줄은 몰랐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다해도,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이 그런 모습이 될 줄은 몰랐다. 이 공포에 대해 언급했을 때 내가 주변으로부터 들은 말은, '니가 확실히 싫다고 말했어?' 였다. 나는 그들을 헤어지자고 말함으로써 도발한 여자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남자들은 여성살해를 예술이랍시고 다루고, 농담이랍시고 다루고 함께 낄낄거린다. 그러면서 '강간을 하자고 말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강간문화가 존재한다는거야?'라며 멍청한 소리들을 해댄다. 늬들이 살아 숨쉬는 거, 저런 거에 농담이랍시고 웃고 예술이랍시고 그리고 찍고 표현하는 거, 그게 다 강간문화야. 그 강간문화는 곳곳에 침투해서, 모든 남자들이 여성들에게 폭력적이 될 준비를 하고있다. 나랑 헤어지자고? 어디, 헤어지자고 하기만 해봐. 네 사진 인터넷에 뿌릴거야, 너네 집에 찾아갈거야, 너 다른 남자랑 사귀지 못하게 할거야, 나는 어떻게든 너랑 잘거야.

 

 

잡지에서 영화에서 사진에서 웹툰에서 그림에서.. 모두가 그런 식으로 여성을 다룬다.

나는 그런 식의 '예술'을 허락할 수 없다. 그런 것을 예술이라 부르기를 거부한다.

 

 

 

나는 성적 억압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이나 단체와 한편에 서기를 거부한다. 나는 솔직한 섹슈얼리티나 성애물EROTICA에 관한 어떠한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고 어떠한 생각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활동할 것이다. 적나라한 성애물은 문학, 예술, 과학,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적 영역에 자리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바는 섹스가 아니라 폭력에 초점을 맞춘, 외설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적 흥분과 자극을 위해 여성의 육체를 비하하고 비인간화하려는 의도에 주목해야 한다. 내가 타협의 여지 없이 반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오락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육체를 발가벗기고, 결박하고, 강간하고, 고문하고, 절단하고, 살해하는 것이다. (p.637-638)

 

 

 

많이 배운다.

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과 살해에 대해 거부하는 움직임들이 있어왔다.

이토록 잔인한 세계에서, 한쪽의 공포를 한쪽의 웃음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

그래도 저항하고 거부하는 여자들이 있다.

여자들은 끊임없이 싸워왔다.

나는 그 저항의 무리에 서겠다.

나는 그 거부의 무리와 한편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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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8-12-28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00.. 멀리 가버린 락방님...😂🤧

다락방 2018-12-28 12:52   좋아요 0 | URL
저 거의 다 왔지 말입니다!!! 우하하하하

Jeanne_Hebuterne 2019-01-1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진작가와 큐레이터가 쌍으로 지랄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9-01-12 14:37   좋아요 0 | URL
아니, 쟌님의 사랑 고백이라니! 좋아 죽겠네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
 
















무거워서 집에서만 읽으려고 했더니 12월을 며칠 남기지 않았는데도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못해, 아아 안되겠다, 하고 어제부터는 가지고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랬더니 가방이 진짜 겁나 무겁다. 회사의 여직원 1은 요즘 탈코에 힘입어 화장을 안하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러더니 며칠전부터는 가방도 안들고 다니고 빈 손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화장을 하지 않으니 화장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교통카드는 스맛폰에 함께 있으니, 롱패딩 주머니에 핸드폰 쥐고 손만 넣으면 출퇴근이 불편하지 않아. 나 역시 무거운 가방을 들고다니는 건 안하고 싶은데, 이놈의 책 때문에 되지를 않네. 심지어 책이 무거워 ㅠ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자발적으로 무거운 책을 넣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는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아무튼 오며가며 지하철안에서 부지런히 읽고 있다. 오늘이 12월 27일. 앞으로 나흘남은 12월안에, 이 책 다 읽기가 될까? 되게 만들어야지!



이 책 열심히 읽으면서 여자를 호명하는 것, 그리고 감추는 것은, 언제나 여자들의 몫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레이프 페르손'의 《린다 살인사건의 린다》생각이 났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5월 28일 금요일 리사 마테이는 스톡홀름 대학교 철학과에 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했다. 논문의 제목은 '피해자 추모?' 였다. 마지막의 물음표는 정말 물음표였다. 언론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와 살인 사건을 다룰 때 어떤 메시지가 함의되어 있는지를 연구한 논문이었다. 리사 마테이는 이 문제를 젠더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오십 년간 이백여 명의 강간 살해 피해 여성이 살인 사건 앞에 이름으로 남았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오십 년은 된 사건만 꼽아봐도 비르기타 살인 사건, 예르드 살인 사건, 세르스틴 살인 사건과 울라 살인 사건이 있다. 2000년대에 일어난 최근 사건으로는 카이사 살인 사건, 페트라 살인 사건, 옌뉘 살인 사건……그리고 린다 살인 사건이 있었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여성들은 어느 순간 언론에서 선호하는 기호로 단순 변화되었다. 기호학 용어에 따르면 그들은 일종의 상징이 되었다. 언론은 경찰이 용의자를 검거하는 그 순간까지도 피해 여성을 거듭 활용했다. 

스무 살 수습 경찰인 린다 발린부터, 린다 살인 사건, 린다 살인자 등등, 사법절차의 마지막 순서까지 린다라는 이름이 사용되었다.

무엇에 대한 상징일까? 이 여성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언론이 다루고 결국은 스웨덴의 범죄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점은 차치하고 말이다. 성별이 가장 큰 공통점이었다. 남성이 죽으면 살인 사건 앞에 이름이 붙지 않는다. 살인 동기가 성적이든 뭐든 간에 그렇다. 인간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여성이어야만 받는 취급이었다. -2권, 376-377

















여자가 피해자였을 때는 여자의 이름을 제멋대로 호명한다. 자연스레 우리는 피해자로서의 여자를 기억하게 된다. 피해자로서의 여자를 기억하는 순간, 가해자로서의 남자는 잊혀진다. 가해자 지우기.



이 책, 페미사이드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있다. 여성을 연쇄살인한 남성 범죄자에 대해서 언론이 얼마나 교묘히 가해자를 지우는지, 죽은 여성은 보통의 인간이 아닌 취급을 한다. 연쇄살인범인 백인남성은 지우고, 살해된 여성은 매춘부로 명명한다. 자, 피해자는 매춘부야, 를 드러냄으로써 이 '남자'기자는 대체 무엇을 말하려는가.



이 도시 주요 지역신문의 남자 기자는 이 연쇄살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다루었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이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연쇄살인범이란 보통 심리적 동기를 지니고 있으며, 피해자들을 연속적으로 대개 무작위로 골라, 그들의 팔다리를 절단하거나, 머리를 자르거나, 피부를 벗기거나, 고문한 채 버려두고 떠난다.

이전에 오클랜드의 한 연쇄살인범은 지방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고 가던 사람들을 쐈다. 어떤 연쇄살인범은 매춘부들을 칼로 찌르거나 구타해서 죽일 것이고, 또 어떤 연쇄살인범은 피해자들을 목졸라 죽일 것인데, 그 전에 의례와도 같이 성행위를 벌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Harris 1991a) -p.372



이를 언급한 '크리스 도밍고'는 누가 그들을 죽이는지, 제대로 표시하여 이 글을 다시 써보았다.



법을 집행하는 모든 경찰관이 알고 있던 것을 이 기자가 말하지 않기로 결정한 까닭은 무엇일까? 즉 연쇄살인범들은 거의 언제나 백인 남성이며, 그들이 죽인 사람들의 90퍼센트는 여성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연쇄살인이 '무작위'로 이루어진다고 말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 기자는 죽였다거나 죽인다고 하지 않고 죽일것이다라는 표현을 반복 사용한다. 여성이라는 단어가 부재한다는 사실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 대신 매춘부 또는 피해자라는 단어가 쓰였다. 성별이 알려지지 않은 살인범이 '피해자들을 고른다', 그리고 팔다리를 절단한 채 '버려두고 떠난다'. 누가 그들을 죽이는가? 기자가 부인한 내용을 채워 넣고 성별을 정확히 표시한 실제 사실이 여기에 있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이 알고 있는 연쇄살인범은 거의 모든 경우 백인 남성으로, 연속해서 사람들을, 보통은 여성들을 살해하고, 팔다리를 절단하거나, 머리를 자르거나, 피부를 벗기거나 고문한 채 버려두고 떠난다.

이전에 오클랜드의 한 연쇄살인범은 여성들을 목 졸라 죽였는데, 종종 그 전에 추행하거나 강간했다. 어떤 연쇄살인범은 성매매 여성들을 칼로 찌르고 구타해서 죽였다. 또 어떤 연쇄살인범은 지방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고 가던 사람들을 쐈다. (p.372-373)



언어와 폭력에 대해 생각한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남성들은 타고나길 여성보다 '폭력적으로' 태어난걸까? 그렇기에 그들이 여성을 때리고 죽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페미사이드의 수많은 재판에서 여성을 때리거나 죽인 남자 범인들은, '여자들이 나를 열받게 해서' 그런 상황이 되었다고 변명하고, 대부분의 경우 이 변명은 판사에게 '먹힌다'. 재판은 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향하기보다, 이미 죽어 자기 변명을 할 수 없는, 자기 상황에 대해 말할 수 없는 피해자를 향한다. 이미 죽은 피해자는, 남편(혹은 애인)을 도발한 나쁜년이 된다. 니가 나쁜 짓을 했어, 왜 남자를 열받게 해, 우리는 그렇게 열받게 하면 어쩔 수 없단 말이야.



감각이란 무엇일까.


신문 기사에서, 다른 사람들의 말에서, 그 단어가 적절치 못하다, 그 비유가 이상하다는 것을 짚어내는 건 대부분 여성들이다. 여성들이 '문과적으로' 더 뛰어난 뇌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지적이 가능한 것일까? 나는 그것이 감각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어를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보다는,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아는 사람이 가진 감각.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굳이 인지할 필요도 없이, 그저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이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권력이다. 경험하지 않았으면서 후려치는 것(최근의 한 유명소설가가 무통분만에 대한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 안에 담긴 뜻이 대체 어떤 것인지 고려할 필요없이 싸질러버리는 '빚투'라는 단어. 그 단어들을 생각나는대로 내뱉는 것은 그들이 가진 권력이다. '어? 이 단어를 이 때 이렇게 써도 되나?'라는 감각 자체가 부재한 건, 그들이 타고나길 문과적 뇌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었던' 데에서 오는 권력.


폭력도 그런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그래도 되니까', '그래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살아왔던 것. 범죄에 대한 처벌이, 다른 사람들의 비난이, 여성에게 가해지는 것과 동등하게 가해졌다면, 그들은 '남성은 원래 폭력적인 호르몬을 가지고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한 쪽 성에 일방적으로 더 많은 비난을 한 건 아닌가, 그것이 지금처럼 폭력을 쓰는데 거침없게 다른 한 쪽 성을 유도한 게 아닌가, 그것이 단어와 문장을 사용함에 있어 생각나는대로 내뱉기에 바쁘게 그들을 몰아간 게 아닌가. 왜 한 쪽 성에게는 '이러면 안되지', '그건 좀 아니잖아' 라는 말과 행동이, 다른 한 쪽 성에게는 '니나노 내 맘이야~' 가 되어버리는걸까. 왤까. 이게 우리의 '타고난' 감각 때문인걸까? 진짜?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그리고 요즘에는 특히 '팩트폭력'이라는 말로, '감성적인' 혹인 '감정적인' 너희들이 무지하다고 하는 이들은, 정말 논리적이고 이성적인가. 정말 팩트를 체크하고 있는건가. 이성과 논리 따위 애초에 갖지도 못한 채로 팩트를 교묘하게 감추며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위의 '크리스 도밍고'가 쓴 것처럼, '사실만을' 기술하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여자라는 이유로'죽어가는 지 알 수 있는데?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는 우선 문제를 정직하게 서술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훨씬 더 멀리까지 나갈 수 있다. (p.373)




더 멀리 나가는 게 두려워 부러 팩트를 감추고 있는 건 아닌가.




이토록 읽기 힘든 책을 그래도 끝까지 읽어보려 했던 건, [백래시]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은 무언가 희망적일 거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이 책의 6장을 읽기 시작했다. 내 기대는 틀리지 않아, 6장의 제목은,


<페미사이드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


이다. 그래, 내가 여기까지 오려고 이 긴 고통을 감수했다. 자, 페미사이드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을 읽어보자. 그리고 나 역시 함께 싸우도록 하자. 이 길고도 오랜 끔찍한 역사에, 다른 여자들과 힘을 합쳐 함께 맞서기로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위에 크리스 도밍고가 말한 것처럼, 현실에 대해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그게 내가 이 책을 읽는, 그리고 다른 책들을 읽는 이유다.



자, 같이 읽는 친구 여러분,

저는 이 책의 598쪽까지 읽었습니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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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2-27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98쪽까지!! 잘 왔어요, 다락방님!
전 다 읽었구요. 아껴서 30페이지 정도 남겨두었는데 어제 마무리했어요.
페이퍼 하나 더 쓸까 하고 있는데, 어떤 게 좋을까 생각중이예요.
제가 줄 그은 부분이랑 다락방님 줄 그은 부분이 겹쳐져서 기쁘면서도 안타깝네요.
여성의 죽음이 가볍게 여겨지는 이 세상, 이 험한 세상..... ㅠㅠ

공쟝쟝 2018-12-27 20:44   좋아요 0 | URL
완료 하셨군요?? 축하축하 드려요 ❤️👍👍

다락방 2018-12-28 08:17   좋아요 0 | URL
역시 단발머리 님이 예상대로 가장 빠르셨어요! 후훗.
저도 오늘내일이면 완독할 것 같습니다.

저도 오늘 페이퍼 하나 더 쓸 예정인데 업무가 많아..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진정한 페이퍼란 바쁜 업무중에 쓰는 것이죠...(응?)

자자, 열심히 읽고 써봅시다!

공쟝쟝 2018-12-27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589페이지!! 저두 뒤따라 가고 있습니다~
저도 인용하신 373페이지 접어놨어요. 인간의 보편이 Man인건 그렇다 치자구여! 근데 왜 살해된 여성의 직업과 행실은 명명되야 하는지 한숨 푹푹...
그나저나 무통분만은 어휴...진짜!! 올해의 마지막 존명쎄 해야하는 발언입니다.. 나이고 권력이고 상관없이!!

다락방 2018-12-28 08:20   좋아요 0 | URL
저는 현재 600페이지 넘어섰습니다, 쟝쟝님!

살해된 여성을 굳이 매춘부라 칭하면서(혹은 매춘부로 오해했다고 하면서), ‘헤픈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로 나누고, 그걸 나눈 뒤에는 가치를 부여하죠. 여자를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니라 물화 시키는 것 같아요.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우리는 아마도 무뎌지지 않을까요.

늙은 남자에게 권력은 지나치게 해로운데, 늙었다는 것 자체로 이미 권력이 되는 세상이에요. 이 나라가 그렇습니다.

퍼론 2018-12-2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구매했습니다 뒤따라 꾸준히 가겠습니다

다락방 2018-12-28 08:21   좋아요 0 | URL
오, 따라잡으려면 바싹 힘주셔야겠어요, 퍼론님. 힘 뽝- 내서 따라오세요. 제가 앞서 가고 있겠습니다. 빠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월의 책은 '수전 브라운밀러'의《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로 선택하였습니다. 책 선택은 쉽지 않았는데요, 일단 11,12월처럼 분량이 많은 것이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두꺼운 책은 읽기전부터 '어휴, 가능할까,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어 자꾸 뒤로 미루게 되잖아요. 그런데 같이읽기 책으로 선정이 되면 비로소 '아아, 읽어야겠구나'가 되니까 바로 이럴 때 엄두가 나질 않던 두꺼운 책을 고르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백래시, 페미사이드 정도의 두께로 계속 가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이왕이면 참여하시는 분들이 모두 읽지 않은 책, 처음이라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다 맞추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언제까지 이 같이읽기를 하게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누군가 읽었어도 계속 가는 걸로 해보겠습니다.



2월은 현재 잠정적으로 '실비아 페데리치'의 《혁명의 영점》+《캘리번과 마녀》로 하면 어떨까 생각중입니다. 의욕 돋는, 희망찬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멤버의 바람을 담은것인데요, 그렇지만 혁명의 영점은 희망적이긴 한걸까... 아직 읽어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어요.



















12월 21일 현재, 올해 및 12월을 열흘 정도 남겨두고 있는데 《페미사이드》는 1/4 정도 읽었네요.. 음...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부지런히 읽어 완독을 목표로 해야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힘내주시고요,


자, 1월 도서,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함께 읽으실 분들 댓글 달아주세요. 일단, 블랙겟타님은 지난 번 댓글도 있고 하니, 반드시 참여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압박압박) 새 멤버라 또 씐납니다.



오늘 출근길에 알라딘 다른 분의 글을 통해서, 이 같이읽기에 참여는 하고 있지 않지만 뽐뿌가 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뽐뿌라도 될 수 있다니 정말 좋아요. 같이 읽기 정말 좋습니다. 같이읽기 하면서 글을 쓰노라면 내가 먼저 읽거나 혹은 나중에 읽은 부분들에 대해 재차 확인할 수 있고 또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다른 분들의 글에 댓글로 달면서 대화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아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지만, 백래시가 그랬듯 페미사이드 읽기도 너무 고통스럽고,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역시 읽노라면 고통이겠지만, 그렇지만... 아는 것은 차곡차곡 쌓여서 어떻게든 힘이 되어줄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현상을 아는 것은 중요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다른 분들이 혹여라도 개인적으로 동시진행 하고 싶어하실지도 모른다는 저의 미친욕심에, 몇 권 링크 첨부합니다.























자, 1월 참여 댓글 달아주세요.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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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from 마지막 키스 2018-12-31 18:16 
    지난번에 언급한대로, 1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수전 브라운밀러'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입니다. 지금 이 책을 침대 헤드에 가져다 두었는데, 음, 살짝 들춰보니 역시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포스트잇 플래그를 책갈피 삼아 일단 사이에 끼워두었습니다.주말에 친구를 만났는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항상 함께한다는 댓글을 달고 싶어지지만, 그래놓고 다 읽지 못할까봐 차마 달지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계속 같이읽자, 같이 읽어보고
 
 
syo 2018-12-2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혁명의 영점이라...... 캘리번과 마녀라...... 으흠 으흠......(들썩들썩)

다락방 2018-12-21 09: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들썩들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더, 더, 더 들썩여봐요!
1월엔 블랙겟타님도 오신대요. 2월엔 쇼님도? (1월부터 오면 더 좋고요!)

단발머리 2018-12-21 09:42   좋아요 0 | URL
앗싸~~~~~!!!

백뮤직으로 BTS의 ‘아이돌‘ 나갑니다.
조금만 더 들썩여보세요, syo님! 조금만 더! (들썩들썩)

다락방 2018-12-21 10:07   좋아요 0 | URL
온다
온다
쇼님이
온다
(최면 혹은 주문 혹은 뭔들)

syo 2018-12-21 10: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 참 재미난 분들이셬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12-21 10:1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지금 syo님 67% 넘어왔어요. 나는 알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쳐요, 다락방님!!!
컴 온!!을 외쳐요!!!

syo 2018-12-21 10:21   좋아요 0 | URL
67ㅋㅋㅋㅋㅋ어떻게 알았지?? 현미경이시다 ㅋㅋㅋ

다락방 2018-12-21 10:54   좋아요 0 | URL
오오 67 이라고요? 오케이.

컴온, 쇼님! 컴온, 컴온!!! >.<

단발머리 2018-12-21 10:56   좋아요 0 | URL
68 69 70 71 72 73 ................. 87 88 89 90 91 92 93 .........................

단발머리 2018-12-2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월에................. 으흠...................

이 뜻깊은 <여성주의 같이읽기> 모임에
같이 할까 합니다^^
렛츠고!!!!!!!!!!!!!!!!!!!!!!!!!!!!!!!!!!!!!!!!!!!!!!!!!!!

다락방 2018-12-21 10:0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ㅠㅠ
재독이신데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재독하기 너무 괴로운 책일테지만 ㅠㅠㅠ 우리, 함께 읽고 또 이야기 나눕시다!! 단발머리님이 계셔서 힘이 됩니다. 빠샤~~

블랙겟타 2018-12-2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읽는 자리인 만큼 분량이 많더라도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 ^^
사실 죄송스럽게도 저는 책을 마주하면서 생기는 직접적인 고통이 적습니다.
최근 몇년 간 벌어진 여러 젠더이슈를 접하면서 뭔가 모르는 찝찝함, 불편함으로 부터 출발되어 조금씩 이 분야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저의 이런 시선이 시혜적이나 단순히 아는척하기 위한 지식의 축적에 그치지 않는지 매번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같이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저의 태도 나 시선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뭐.. 써놓고 보니 장황한데요.. 결론은..
지난 번 댓글도 있고 하니... 참여한다는 글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다락방 2018-12-21 14:09   좋아요 1 | URL
아아, 정말 환영합니다, 블랙겟타님. 격하게 환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확실한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고요, 또 끝까지 읽기에도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약속 같은 것이니까요, 이 달 말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그렇게 자기 전에 조금이라도 읽게 되니까요.
1월에는 꼭 같이 읽어요, 블랙겟타님.
책 준비할 시간을 드리기 위해 이렇게 일찌감치 책 선정 페이퍼를 쓰게 되었습니다. 후훗.

1월에는 지금보다 더 자주 만날 수 있겠네요!
자, 함께 가요!

카알벨루치 2018-12-2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건강하시죠? 늘 행복하시고 알라딘와서 소통하게되서 넘 감사드립니다 “한국의 아니 에르노”라고 불러도 되나요?ㅎㅎ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18-12-24 18:20   좋아요 1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에르노라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영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님, 메리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 해 자주 만날 수 있어 반가웠어요. 내년에도 우리 이곳에서 자주 만나요!

건조기후 2018-12-2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벌써 12월이 다...
다락방님 저 저 저는... 1월의 책부터 참여하는 것으로 해도 될까요 ㅜㅜ
12월은 아무래도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용서를. 흑.
다음 달엔 정말 열심히 읽고, 쓰고, 함께하겠습니다!

다락방 2018-12-27 10:36   좋아요 0 | URL
네네, 건조기후님. 1월달엔 우리 꼭 함께합시다! 서로 기운내도록 합시다!!

비공개 2018-12-31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 12월 두번 다 참여하다고 해놓고 1장도 다 못읽었네요 ㅠㅠ
1월은 반드시 읽으리라 결심해 봅니다!!
저도 참여해요~

다락방 2018-12-31 18:01   좋아요 0 | URL
오오, jsshin 님, 잘 오셨습니다. 또다시 환영합니다. 우리 함께합시다!
 
















'다이애나 러셀'과 '질 래드퍼드'가 엮은 이 책, 《페미사이드》에는 세계 여러 곳의 페미사이드에 대한 연구(논문)도 볼 수 있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인도에 관한 것인데, 소제목은 <인도의 여성과 구조적 폭력>으로 시작하면서, 그 뒤로 인도에 대한 여러가지 사례들이 실려있다. 아내 화형부터 영아 살해까지.


이 책이 그리고 이 책 속의 논문이 '지금 바로 이곳에서' 쓰여진 게 아니라고 해서, 그간 얼마나 달라졌을까? 태어나기 전부터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죽어야만 했던 것은 대한민국에서도 있었던 일인데, 인도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여자아이라면 죽임을 당해야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딸 아이는 시집보내기 위해 지참금이 필요한 존재였고, 그 지참금은 도무지 마련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로 고통스러운 삶이 여자 아이 앞에 펼쳐져 있을 게 뻔해 부모들은 태어나자마자 울면서 아이들을 죽였다는데, 그렇다면 이 지참금이 이 딸아이에게 주는 돈인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닌 거다. 남자에게 시집 보내기 위해서는 딸 아이를 위해 지참금이 필요한데, 그 지참금은 딸의 손에 건네지는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이, 바로 신랑 쪽으로 건네지는 것.



여성들은 결혼할 때 부모의 집을 떠나 매우 멀리 떨어진 남편의 가정으로 들어간다. 젊은 여성들은 일단 결혼하고 나면 죽은 뒤에라야 남편의 집을 떠날 수 있으며 모든 고통과 굴육을 참아내야 한다는 권고를 받는다. 며느리는 새 자겅에 적응하려면 늘 최선의 행동을 해야 한다. 며느리는 시가 식구들에게 고분고분 순종해야 하며,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대해서도 사심 없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남편의 가족은 현금은 물론 특별히 지참금 용도로 제작하거나 구입한 보석 및 가정용품을 받는다. 지참금을 딸이 받는 상속 재산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Goody 1976).

이와 관련해서 집고 넘어가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첫째, 지참금은 신부가 아니라 신랑 가족에게 전달된다. 시부모는 지참금의 분배에 관한 완전한 통제력을 갖는다. 둘째, 내가 아는한, 토지는 절대 지참금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여성에겐 재산이 없다. 이른바 그녀의 재산으로부터 아무런 부를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젠더에 따라 특정된 성격이 만들어진다. 남자들은 국가 경제에 공헌하고 생계비를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여자들은 남자에게 의존하고, 외부세계에 대해 무지하며, 자녀양육과 가사에 몰두한다. 그런 이유로 여자들은 지나치게 과소평가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이 바로 지참금 마녀 사냥에서 핵심이 되는 문제다. (p.231-232)




설사 힘들게 힘들게 아주 어렵게 어렵게 지참금을 마련해 결혼한다고 해도, 이들에겐 '사티'가 남아있다. 남편이 먼저 죽게되면 따라 죽어야 하는 것. 위염으로 남편을 잃은 18세 신부가, 그렇게 가만 앉아서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어제, 정부의 금지조치가 내려졌음에도 엄청난 수의 인도인 군중이 죽은 남편과 함께 화장되는 신부이게 찾아와 경의를 표했다. 18세의 신부는 화장용 장작더미 위에서 남편의 머리를 무릎에 뉘고 조용히 앉은 채로  불태워졌다.

지난 9월 4일, 결혼한 지 8개월 된 신부 칸와르Roop Kanwar는 무늬를 넣은 비단으로 지은 결혼예복 사리를 입고 불타는 장작더미 위에 앉아 사티를 거행했다. 이 분신자살은 예부터 인도에서 정절을 드러내는 궁극적 행위로 여겨진 관습이지만, 이미 몇 세기 전부터 불법화되었다.

이 젋은 신부의 행동 덕분에 라자스탄 주의 서부에 위치한, 자이푸르에서 80킬로미터가량 떨어져 있는 이 사막 마을은 순례객들의 성지가 되었다. (p.238)



18t살 신부가 결혼 8개월만에 산 채로 화형당해야 했다. 단지 그 남자의 '신부'라는 이유만으로. 18살이 될 때까지 살아오는 것도 힘겨움 자체였을텐데, 이렇게 살아냈더니 이제 죽으란다. 남편 따라서.

할례를 금지하라고 해도 계속 할례가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사티도 불법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하고 있고 심지어 그걸 구경하러 오기도 한다. 구경하러 와서는 그곳을 성지로 만들어. 이렇게 한 여자를 성녀화 시키는 것, 이게 바로 여성혐오다. 게다가 성녀로 만들어 죽여? 이게 페미사이드다.



사티를 보았다고 인정한 20세의 학생 라진데르 싱Rajinder Singh은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녀에겐 아우라가 있었어요. 불꽃이 그녀를 감쌀 때도 그녀는 고요했습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그녀의 몸은 반쯤 타 있었어요. 화장용 장작더미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있었는데, 얼굴에 공포의 기색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만트라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p.239)



그녀가 설사 성녀가 되기 위해 혹은 정절을 상징하는 아내가 되기 위해 스스로 불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타기를 결심했다 한들, 그것이 과연, '자살'일 수 있을까? 거기다 대고 '그녀가 선택했잖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에겐 아우라가 있었어요'란 말들이 모여 그녀를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넣은 건데?



물론, 인도에서 여성들은 여성이 당하는 불평등, 부조리함에 들고 일어났다.



인도 여성들이 가족 안팎에서 점증하는 억압을 견디며 수동적으로만 불평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이를 지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여성들은 강간, 성추행, 여성불태우기나 살해에 저항하기 위해 함께 뭉쳤다. 여성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에 맞서고자 전국에 걸쳐 시위와 회합이 조직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델리와 여타 주요 도시에서는 여성을 불태우거나 다른 방식으로 살해한 사건에 연루된 남편과 남편의 가족, 법률가, 경차관에게 항의하고자 여성들이 산발적 시위를 주도해왔다. 1982년 8월 초, 델리에서는 여성단체 서른 곳이 함께 모여 지참금 관습에 저항하는 시위를 벌이고 행진했다. 이를 바라보던 수백 명의 여성들 또한 즉석에서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p.232-233)



여성의 시위야 계속 있어왔지만,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강남역에서 일어난 살인으로 인해 사람들이 모였던 일, 그리고 최근에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까지 생각났다. 그 뒤로 정부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해줬던가? 를 돌이켜보면, 그저 씁쓸할 따름인데, 이 때당시 인도의 정부는 어땠을까.



이렇게 조직화된 노력들을 오랫동안 무시할 수 없었던 정부는 델리에 반反지참금 경찰서를 설치하고 여성 부서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 경찰서의 임무는 결혼생활 6년 이하의 여성들이 지참금 문제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부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은 사건들을 조사하는 것이다. (p.233)



나는 우리 정부보다 훨씬 낫네, 경찰에 여성 부서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응답했어! 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하지만 기이하게도 담당 여성 경찰관은 최근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성이 불에 타 죽은 경우 그것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결정하기란 매우 어렵다. 자살과 타살 모두, 피해자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기름을 뒤집어쓴 채 심하게 불에 탔다. 우리에게 보고되는 사건들의 80퍼센트는 자살이라고 생각된다. 남편과 시집 식구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망자가 이러한 행동을 하도록 몰고 간 것은 결국 그들의 괴롭힘이기 때문이다"(Patriot, 24 June1983).



네??? 자살이라고요?????

불에 타 죽게끔 '몰고갔지만', 어쨌든 '자살' 이라니. 이것은 정말 자살일까? 내가 내 스스로 걸어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자살일까? '응 얘네가 그렇게 몰고갔지, 그렇지만 자살이야' 라니. 이 경찰관은 이 사건의 맥락을 파악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여자들은, 여기에서나 어디에서나

몰아가면 죽어야 하나? 그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그 부조리함과 억압으로부터 우리를 건져낼 순 없단 말인가?




일전에 보았던 영화에 그런 게 있다. 다른 종교의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죽여버리는 전통이 있는 곳에서 여자가 다른 종교의 남자랑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는 거다. 아이까지 낳았다는 게 알려지면 그녀는 분명히 죽음을 맞이하게 될 터. 그녀의 할머니는 태어난 아이의 발 뒤꿈치에 표식을 남겨 아이를 고아원으로 보내고, 아이를 낳은 엄마에게는 '도망가라' 고 말한다. '여기를 피해 도망가서 학교를 가라' 고. 학교를 가서 공부를 하라고.


할머니가 손녀에게 이 곳을 도망치라고 말한 것, 여기를 떠나 공부를 하라고 말한 것은 꽤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그것만이 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걸, 아마도 할머니는 알았던 것 같다.


위의 인도의 사례에서 아주 많은 여성들이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글을 읽지 못하는 여자들도 많다고 나온다. 물론 저 사례들이 1980년대 즈음의 것들이긴 하지만, 아마도 글을 깨치고 공부를 하게되면 자신들이 지금처럼 여성을 통제하기가 더 힘들어질 거라는 걸 알았기에 여성에게서 공부의 기회를 박탈시킨 것일테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게 되면, 그래서 말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남자들과 기존사회로부터의 통제는 점차 힘들어질테니까.




여러가지 이유로 공부를 놓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공부를 하려고 책을 읽는 건 아니었지만,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공부가 된다.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공부의 으뜸이니까. 책을 읽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아는 것도 중요하고, 언어를 아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나라의 언어를 익히는 것부터 외국어까지. 그리고 수학이면 수학 과학이면 과학, 기술과 컴퓨터까지. 그림이면 그림 음악이면 음악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관심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력을 쌓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곡차곡 지식과 경험을 쌓다보면 자신만의 힘이 생기고, 힘이 있는 채로 연대를 하면 그 힘은 더 커질 테니까. 돈도 열심히 벌고, 운동도 열심히 하자. 목소리를 더 키우고 큰 목소리로 더 크게 소리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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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2-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식적으로 금지된 사티를 보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데 전 너무 놀랐어요.
문화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야만에 혀를 내둘를수밖에 없구요.
저자도 인도에서 여성의 처지가 열악할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문맹률을 들고 있었는데 정확한 지적인것 같아요.
결국에는 다락방님 말처럼 공부하는 것,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같이 읽으니까 이게 좋네요. 읽은 부분을 다락방님 목소리로 들으니까 정리정돈된다고 할까요?
잘 읽고 갑니다^^

다락방 2018-12-20 08:08   좋아요 0 | URL
여성들의 공부를 더 장려하지 않는 것도 이런 문화를 유지하기 위함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통제하기 위해 상대가 힘이 없기를 바라는 것, 바로 그거죠.
여성 혐오라는 게 단순히 ‘나는 여자가 싫어!‘ 가 아니라는 걸 실제 벌어지는 일들로 체험할 수 있어요. 산 채로 태워지는 여자라뇨, 맙소사.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힘들어야 하네요, 단발머리님.

같이 읽지 않는다면 아마 계속 나아가지 못했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이 계속 앞서 읽어주시고 이야기 해주셔서 열심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자, 계속 나아갑시다! 우리는 끊임없이 읽고 말하도록 해요!

서니데이 2018-12-1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다락방 2018-12-20 08:0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

글월마야 2018-12-19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18-12-20 08:09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 감사합니다. 연말 잘 보내세요!

카스피 2018-12-2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되에서 남편이 죽으면 부인이 함께 화장되는것은 쥴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 본 것 같은데 거의 150년전 소설속의 내용이 현대에서 통용된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네요ㅜ.ㅜ
다락방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공쟝쟝 2018-12-27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흐.. 역시.. 같고 또 다르네요. 전 이부분 읽으면서 -사티라는 제도가 결국 아들들에게 세습되어야할 생산수단을 지키기위한 것이며, 지참금 제도 역시 그런 맥락이군- 이러면서! “공부를 하자”가 아니라 “돈을 벌자” 진정한 독립은 “경제적 자립”에서 온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ㅡ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