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자기들 마음대로 계급을 나누고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여자들을 부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여자들의 경제권을 박탈하는 것이었다. 멀쩡히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벌고 있는 여자들의 계좌를 동결시켜 버리는 일. 여자가 일해서 번 돈이 들어있는 은행 계좌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여자의 남편이나 형제에 의해서 가능해졌다.



그들이 동결시킨 거야. 그녀가 말했다. 내 것도 마찬가지야. 여성 단체의 카드도 마찬가지야. M(남성, male-옮긴이)이 아니라 F(여성, Female-옮긴이)라는 글자가 박힌 계좌는 전부 그래. 몇 번 단추만 누르면 되는 일이야. 우리는 철저히 차단당한 거야.

하지만 은행에 2000달러나 입금해 두었는데, 나는 말했다. 세상에 중요한 게 내 계좌밖에 없다는 듯이.

여자들은 더 이상 재산을 가질 수 없게 됐어. 새로 입법된 법이야. 오늘 TV 켜 봤어?

아니.

TV에 나와. 하루 종일 나오고 있어. 모이라는 나처럼 경악하고 있지 않았다. 이상하지만 어떤 면에선 들떠 있었다. 자기는 오래전부터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보란 듯이 들어맞았다는 것처럼.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생동감 넘치고 결연해 보였다. 루크가 너 대신 '컴퓨터카운트'를 사용할 수 있어. 적어도 그들 말로는 그래. 남편이나 가장 가까운 친척이. (p.306)




내가 일해서 내가 번 돈이고 그래서 내가 예금해놓은 돈인데 그 돈을 내가 인출할 수 없다. 그 통장과 연결된 카드도 정지가 되어 있다. 그 돈을 쓰는 건 내 남편이나 형제여야 한다. 내 돈인데. 내가 예금한건데. 내가 일한 내 돈인데.


내 돈을 내가 관리할 수 없게 되었는데 직장에서도 짤렸다. 그러니까 여자들을 직장에서 몰아낸 것.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랑 함께 사는 남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가 돈을 써서 나를 먹여 살리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나는 꼼짝할 수 없게 된거다. 내가 무언가를 먹고 싶어도, 무언가를 사고 싶어도 이 모든 걸 나의 가까운 남자의 승인 하에 할 수 있게 되어버리니, 아무리 남자가 '원하는 건 다 하게 해줄게' 라고 한들 그것이 내 자유인가. 이미 '해줄게' 가 되는건데.



더 미치겠는 건, 이 일에 남편은 내 생각만큼 분노하지 않는다는 거다. 사실 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아.



당신은 내 기분 몰라. 나는 말했다. 누가 내 발을 잘라 버린 기분이었다. 울지 않았다. 하지만 루크를 껴안을 수도 없었다.

일은 일일 뿐이야. 그는 나를 달래려고 했다.

당신이 내 돈을 다 갖는단 말이지. 내가 죽은 것도 아닌데. 농담처럼 말했지만, 막상 내뱉고 보니 소름이 끼쳤다.

쉿. 루크가 말했다. 아직도 마루에 무릎을 꿇은 채로 있었다. 내가 언제까지나 당신을 돌봐줄 텐데 뭘.

난 생각했다. 벌써 이이가 나를 봐주는 척하고 있어. 그러고는 또 생각했다. 벌써 나는 피해망상에 시달리는구나.

알아. 나는 말했다. 사랑해. (p.308)



남편은 그것이 별 문제가 아니라는 듯, '내가 너를 돌봐줄텐데' 라고 말한다. 왜 한 사람의 성인이 다른 성인을 돌봐주어야 하는가. 그리고는 벌써, 봐주는 척하고 있다. 하아-




그이는 마음에 걸리지 않는 거야. 그이는 전혀 마음 쓰지 않아. 어쩌면 오히려 잘됐다고 여길지도 몰라.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것이 아니야. 이젠, 내가 그의 것이 되어 버린 거야.

무가치하고 부당하고 비현실적이었다. (p.313)




사랑하는 사이인 어른 두 명이 서로가 서로에게 속해있다고 구속력을 갖게 되는데, 나는 너만 볼게 너만 사랑해 라고 속삭이는데, 그러나 경제권이 어느 한 명에게만 가 있다면 그건 그 사이에 권력이 생김을 뜻한다. 돈을 쥐고 있는 쪽은 권력을 갖고 있고, 상대는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가지려 노력해도 이미 돈을 가진 쪽의 밑에 들어가 버려 꼼짝할 수 없게 된다. 아 너무 끔찍하고 너무 징그럽다.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그레이가 엄청난 재벌이라 아나스타샤의 옷장을 가득 채워줘도, 그것은 아나스타샤의 자유가 아니다. 아나스타샤는 냉장고 바지 한 벌을 사더라도 자신이 번 돈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아나스타샤 스스로의 힘으로 예금 통장에 돈을 넣어야한다. 그레이의 돈이 곧 내 돈이라고 생각하다가는 그레이의 마음이 바뀌는 순간 쫄딱 망해버리는 것이야. 그렇기 때문에 그레이가 '내가 너에게 부족한 거 없이 다 해줄테니 너는 일하지마' 라고 해도 '안돼 이놈아 나는 나가서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버럭대며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녀 이야기》에서는 그렇게 '내가 나가서 일을 할 것이다' 하는 여자들을 법으로 막아버린다. 안돼. 너는 일 못하고 돈 못벌고 돈 못 써. 이게 새로 바뀐 법이야. 그렇게 여자를 남자에게 '속한' 것으로 만들어 버려. 자립할 수 없는 무언가로 만들어 버린다. 남자와 동등할 수 없는 남자의 아래 존재로 만들어 버려. 하아-



결국 이 사회에서 여자들은 사회가 정한 대로의 직업 혹은 신분만을 가질 수 있다. 사령관 씩이나 되는 남자의 아내들은 '아내'로 여성으로서 가장 '높은' 권력을 가지게 되지만, 그 외의 여자들은 실상은 대리모인 '시녀'가 되거나 집안 일을 봐주는 '하녀'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직장에서 쫓겨나고 내 예금을 내가 쓸 수 없게 되어버린 여자는 시녀 라고 불리는 대리모가 된다.



대리모란 말 그대로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걸 뜻한다. 아내가 낳을 수 없는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이 책에서 대리모가 남편과 번식행위를 하기 전까지 나는 당연히 침실에서 별개로 남편과 대리모가 성관계를 가지는 건 줄 알았다. 쉽게 말하면 첩의 역할 같은 걸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나 시녀와 하녀 그리고 아내로 나뉘어진 이 세상에서는 쾌락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 섹스는 아이를 낳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그것에 쾌락이 끼어들어서도 안되고, 은밀함과 감정이 끼어들어서도 안돼. 너무 충격적이었던 게, 시녀와 남편이 아이를 갖기 위해 행위를 하는 그 순간에 아내가 그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섹스는 아내와 남편의 것이되, 그러나 자궁만은 대리모의 것 이 되어버리는 거다. 아내도 눕고 그 아내의 배에 머리를 대고 시녀가 눕고, 그리고 남편은 키스 없이 시녀의 자궁에 씨를 뿌리는 것. 이 감정 없는 행위가 끝나면 마치 이 일을 치러낸 것은 아내의 것인듯 아내도 쉬어야 하고, 그렇게 임신하여 시녀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 역시 바로 아내에게로 가 아내의 아이가 된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하아-

세 명 모두가 뻘쭘한 이 짓을,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하고 있는 거다. 시녀는 단지 자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시녀와 남편은 아내 몰래 따로 만나서는 안된다. 그러나 어느날 남편이 몰래 시녀를 자신의 서재로 부른다. 여자들은 책을 읽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남편의 서재에는 아내 역시 들어갈 수 없는 금녀의 구역인데 그 곳으로 몰래 시녀를 불러내는 것. 나는 이것이 혹여나 아내 없이 섹스를 하기 위함인가 했는데, 그는 엉뚱하게도 낱말게임을 같이 하자고 하는 거다. 그렇게 시녀는 아내 몰래 가끔 남편의 서재로 가 남편과 낱말 게임을 한다. 아내와 하지 않는 게임, 아내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해 요즘 사실 별 대화도 없다니. 이 시간은 남편의 즐거운 시간이 된다. 물론 시녀도 이 시간으로부터 얻는 것이 있고.


내가 놀란 건 이 상황에서의 시녀가 느낄만한 감정을 마거릿 애트우드가 아주 정확히 표현했기 때문이다. 아플만큼 정확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여자에 대해 죄책감도 있었다. 마땅히 그녀의 것인 구역을 침범한 침입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게임 상대가 되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지만, 남몰래 사령관을 만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우리의 역할이 더 이상 원칙처럼 깔끔하게 분리된 게 아닌 셈이다. 그녀는 알지 못해도 나는 그 여자에게서 뭔가를 빼앗고 있었다. 좀도둑질을 하고 있었다. 내가 빼앗은 것은 그녀가 전혀 원하지 않았고, 그녀에게는 쓸모도 없으며, 심지어 스스로 거부한 것이라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여전히 그건 그녀 것이었고,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이 신비스런 '그것'을 내가 빼앗아 버린다면, (사령관이 내게 느기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극단적인 감정이라고 여기는 것을 나는 단호히 거부했다.) 그럼 그녀에게 더 이상 뭐가 남는다는 말인가? (p.276)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그의 정부다. 최고위층의 남자들은 언제나 정부가 있었다. 지금이라고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물론 계약의 내용이 약간 다르기는 하다. 옛날에는 정부들이 작은 집이나 아파트를 따로 갖고 있었지만, 요즘은 사정이 뒤죽박죽 되었다. 하지만 들춰보면 속은 다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옜날 어떤 나라에서는 '바깥 여자들'이라고 불렀다지. 나는 바깥 여자다. 안에서 채워줄 수 없는 걸 제공하는 게 나의 일이다. 그게 스크래블 게임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치욕스러울 뿐만 아니라 정말 한심스런 신분이기도 하다. (p.279)




시녀의 갈등이 너무 생생하지 않은가. 비록 낱말게임이지만 아내가 아닌 자신이 하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죄책감, 아내 대신 남편에게는 중요한 혹은 놓고 싶지 않은 어떤 순간을 함께 하는 그 상황 때문에 자신을 정부라고 느끼는 갈등. 이 부분을 읽는데 너무 고통스러웠다. 나는 정부였나, 나는 정부였던가. 그러니까 내가 연인이나 애인이었던 그 상황속에서조차 나는 정부의 삶을 살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밀려와 너무 괴로운 거다. 그러니까 나란 사람이 했던 것, 나란 여자가 상대에게 주었던 것은, 온전한 나로서가 아니라 영혼이나 정신을 채워주는 부분적 역할이었던 게 아닌가... 하는. 온전히 하나로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어딘가 모자란 완전하지 못한, 하나가 되다 만 여자의 역할이었던 건 아닌가. 나는 상대에게 그런 기능이었던걸까. 나는 그렇다면, 이 책의 단어를 빌자면, 정부가 아니었나.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몹시도 괴로웠다. 고통스러웠다. 뇌가 찢어지는 것 같았어. 영혼과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시녀는 알게 된다. 자기의 전임자로 있었던 시녀 역시 이 역할을 했다는 것. 남편의 서재에 들르는 역할. 그리고 아내에게 들켰고, 결국 자살을 했다는 것을. 그러니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자신의 서재에 몰래 불러 들켜 자살한 시녀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그 다음 시녀를 또!! 자신의 서재로 불러낸 거다. 헐... 아니 이 무슨 ......


현실에서 '아내 몰래' 이루어진 관계였다면, 그러다 들켰다면 서로 싸우고 헤어지면 된다. 그런데 이 책속에서 시녀가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시녀에게는 아무런 권력이 없다. 시녀에 대한 권력은 아내가 가진 상황에서, 게다가 사회적으로는 모든 권력이 남편에게 있는 이 상황에서 시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아무런 권력도 가진 게 없이 시키는대로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비여성'으로 분류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런 상황에 있는 사람을 서재로 불러내 죽게 만들어놓고, 그런데 낱말게임 하고 싶은 자기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다른 시녀를 또 불러내? 그러다 또 들키면? 그러면 누가 죽어나가는데? 누가 죽어야 되는데? 남편은 아닐 거잖아? 자기가 죽을 것도 아니잖아? 어째서 한 쪽에게만 위험한 그런 상황임을 뻔히 알면서 이 짓을 '또' 하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분노가 하늘을 찔러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쓸모없는 남자새끼야.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마거릿 애트우드가 천재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성을 단순히 자궁으로 기능하게 하기 위해 그 전에 경제력을 먼저 뺏어버린 것도 그렇지만, 아니 그러니까 이 책을 써낸 것 자체로도 그렇지만, 이렇게 여자가 죄책감을 느끼고 내적 갈등을 느끼면서, 아 내가 이래도 되는걸까, 나는 뭐였나,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래도 되는건가, 하고 있는데, 사실 남자는 자신에게 해로울 게 하나도 없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여자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 자기의 욕망에만 충실하고 있었다는 것. 아내의 어떤 부분을 내가 뺏어버렸네, 나는 정부야,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남편은 전에 이 일로 자살한 시녀가 있었음에도 또 이 짓을 하고 있었어. 아, 여자란 무엇인가.

나는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자연스럽게, 아 남편은 낱말게임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고 그게 필요한 사람이구나, 그걸 나눌 사람이 없었구나, 그런데 그걸 시녀가 채워주는구나, 외로운 부분이 있는 사람이었어, 우리는 누구나 외롭지...하고 있었는데, 그냥 이기적인 개새끼였어.. 하아- 나의 이 휴머니즘 어쩌면 좋아 ㅠㅠ




일전에 시녀의 어머니는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이런 사회가 되기 전에.



어쨌든 내가 염색해서 어디다 쓰겠니. 남자들이 줄줄 따라다니는 걸 바라지도 않아. 10초 동안 정자를 제공하는 것 외에 그들이 무슨 쓸모가 있겠니? 남자라는 건 여자들을 더 만들어내기 위한 여자의 도구일 뿐이야. (p.208)




대단한 소설이다. 나는 이래서 소설이 좋다. 이 소설 한 권에 없는 게 없다. 사랑하는 사이지만 여자의 불이익과 부조리에 대해서는 딱히 공감하지 못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지만, 여자들이 연대하는 부분에서는 얼마나 짜릿하고 신나는지! 아직 다 못읽었지만 읽을수록 감탄하게 된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생각하려고, 말하려고 하는 여자가 이 소설속의 주인공이다. 이렇게 치밀하게 잘 짜여진 소설이, 모든 걸 다 담고 있는 소설이 여기 있다. 작가 천재.. 천재다.

오늘 또 생각했다. 소설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시녀 이야기 한 번 읽어봐요, 소설이란 게 이렇게 천재적인 거구나 싶을테니. 아, 너무 근사한 소설이다 진짜. 늦게 읽어 죄송합니다.


올해 초에 샤론 볼턴 천재라고 감탄에 감탄을 쏟았는데 마거릿 애트우드도 천재네. 흑흑. 천재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건 너무 씐나는 일이다 정말 ㅠㅠ




생각이 많으면 끝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줄어드는데, 나는 되도록이면 끝까지 버틸 작정이다. (p.16)






다른 장소, 다른 시간, 다른 인생이었다면, 서로 좋아할 만한 여자로 여기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 여자를 좋아할 리 없고, 그녀 역시 나를 좋아할 리 만무하다는 걸 이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P30

‘아내‘들을 조심해야 해. 어떤 기분인지 미리 상상하고 알아차리도록 부단히 애써야 해. 물론 ‘아내‘들은 너희들을 아주 싫어하겠지.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야. 그쪽 기분도 알아주도록 애써 봐. 리디아 ‘아주머니‘는 자기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아주 잘 알고 배려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여자들을 가능한 한 동정하도록 노력해.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신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합니다 라는 성경 말씀도 있잖아.
- P81

내 곁에 누워 있는 루크를 느끼고 싶었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현기증처럼, 내 머리를 휩쓸고 지나가는 파도처럼, 이렇게 엄습해 오는 과거에 시달릴 때가 있다. 가끔은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것만 같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생각했다. 어쩔 도리가 없어. - P91

그는 철창을 통해 바라보듯 내가 손과 얼굴에 로션을 바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건 욕실에 같이 들어온 듯한 느낌이어서 사령관에게서 등을 돌리고 싶었지만,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 P273

나는 모래밭에 머리를 처박는 방법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여자들밖에 없는 동굴 속에 처박혀서 유토피아를 건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정말로 딱한 오해를 하고 있는 거라고 얘기했다.
하루아침에 남자들이 없어져 버리겠니. 나는 말했다. 그냥 무시해 버린다고 되는 게 아냐.
그건 차미 매독 균이 존재하니까 나가서 성병에 걸려야 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야. 모이라가 말했다. - P295

‘그 빌어먹을 놈들한테 절대 짓밟히지 말라(놀리테 테 바스타르데스 카르보룬도룸(Nolite te bastardes carborundorum.)‘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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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8-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거릿 애트우드 정말 천재 같죠? 읽을수록 감탄합니다. 전 최근에 <눈먼 암살자> 읽었는데, 그 책도 후덜덜합니다. 암튼 <시녀 이야기>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시녀 이야기의 역사적 주해‘ 도 정말 대단했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ㅠㅠ 이분의 모든 작품을 빠짐없이 읽어야 할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9-08-13 11:21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잠자냥 님 눈먼 암살자 백자평 올리신 거 보고 읽고싶어서 체크해 두었어요. 오래전에 아주 오래전에 애트우드 작품을 읽었었는데요 지금은 내용도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 책도 찾아서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와, 시녀이야기 정말 대단하네요, 잠자냥 님. 어떻게 이런 작품이 있나요, 어떻게. 천재에요 ㅠㅠ

단발머리 2019-08-1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트우드는 그냥 딱 천재죠. 사진에서도 그 천재끼가... 활활!! 전, 좋은 작품이여서 노벨문학상 받는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우리나라는 노벨문학상 받으면 많이 읽히니까요. 애트우드 얼른 노벨문학상 받으셨음 좋겠어요. 살아있는 작가한테만 준다면서요..ㅠㅠ

잠자냥 2019-08-13 13:46   좋아요 0 | URL
저도 해마다 애트우드 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받기를 기도합니다. 아무리 노벨문학상 의미가 퇴색했다하더라도 상징적 의미가 클 거 같거든요.

다락방 2019-08-13 13:5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노벨문학상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노벨문학상 받으면 책 일 년에 한 권 읽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애트우드 읽게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좋은 작품은 널리 읽히게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소설이 이렇게나 좋은 거란걸 애트우드 님이 이렇게 치밀하게 얘기하주고 계시는데 말입니다.

저는 너무 신납니다. 애트우드란 작가를 알게된게요. 물론 오만년전에 [도둑신부] 읽고 무슨 말인지 몰랐던 것 같은 기억은 있지만, 이제 찬찬히 다시 도둑신부도 읽어보고 눈 먼 암살자도 읽어보고, 애트우드 님의 책을 모으겠어요. 아아, 찾아 읽을 작가가 있다는 것은 정말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블랙겟타 2019-08-1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만 읽어도 이 책의 전체 내용이 궁금해질 정도로 읽고싶게 만드네요. 또 저한테는 이 책이 어떻게 읽혀질까요? 조만간에 저도 뒤따라 애트우드의 세계로 들어가볼께요. (๑◔‿◔๑)

다락방 2019-08-13 13:56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이 책은 매우 천재적인 작품임과 동시에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소설적 재미도 있으면서 메세지도 팍팍 주기 때문에 정말이지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될거라고 봅니다. 블랙겟타님이 어서 애트우드의 세계로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컴온!!

잠자냥 2019-08-1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이 포스팅과 댓글에 천재라는 단어 몇 번 썼는지 한 번 세어보고 싶어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8-13 14: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천재를 너무 동경한 나머지 천재라는 생각이 들면 마구 천재천재 막 이렇게 되어버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19-08-1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추천하는 사람 너무 많네요. 다락방님까지.. 읽어봐야 할까요?

다락방 2019-08-14 18:01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꼭 읽으셔야 합니다. 꼭이요, 꼭! 꼭 읽고 감상도 남겨주세요!!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정말 잘 읽었다 생각하실 거에요. 독서인생은 바로 이래서 좋구나, 하실 거에요!

link123q34 2021-09-03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2월에 육식의 성정치 열심히 한자한자 다 읽고 힘들었지만 정말 뿌듯했어요! 그런데 아직 이 책에 대해 뭔가 쓸 수는 없겠다.. 기초다지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고요ㅋㅋ 요 진도는 아직 따라갈 수가 없다는 깨달음도 같이 ㅋㅋ 그러다 운좋게 오프에서 페미니즘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헐렁한 페미니즘책보고놀기 모임을 시작했어요. 페미니즘은 엄~청 광범위한 것이라는데 동의하는 사람들과 순한맛 책들부터 하나씩 보고 있어요. 소수인원이다보니 한 명이 당일 급한 일이 생기면 한주한주 미루면서 아주 천천히 걷고 있지만. 그래도 같이라서 한걸음씩은 걷는데 다들 의의를 두면서 씩씩하게.
1.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헐렁하게 같이 읽어보자! 소곤소고니 말한 사람이 저라는 점.
2.그 숨격진 욕망의 기원은 여성주의책같이읽기에서 나가떨어져서 라이트한거 먼저 봐야겠다고 생각한 점.
이 다락방님과 링크스팟이에요.ㅋㅋ
무사한 닭강정과 망한국수의 밤을 넘은 아침에 약간의 뿌듯함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꾸준히 골라주시는 여성주의 책들 항상 감사해요!

다락방 2021-09-03 08:52   좋아요 1 | URL
오오 링크님, 그렇게 지내고 계셨군요. 아아 너무 뿌듯하고 너무 행복합니다. 육식의 성정치도 그렇고 제가 고르는 책들이 쉬운 책은 아니라는 거,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제가 그동안 열심히 페미니즘 책 읽었어도 따라잡기 힘든 책들을 제가 선정하곤 해요. 사실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고르기도 했고, 기초는 우리가 수시로 다지자는 의미이기도 했어요. 기초는 수시로 다지고 같이 읽을 때는 빡세게 가자! 하는 그런 의미요. 육식의 성정치 다 읽으셔서 너무 고생 많으셨고요, 지금은 거기에 대해 뭔가 쓸 수 없다, 라고 하셔도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퍼뜩, ‘아 그게 그런 이야기였구나‘ 하게 되실 거예요. 저 역시 계속 그러고 있거든요.
최근에 같이읽기 했던 <젠더 트러블>과 <소설의 정치사> 역시 너무 읽기 어려워서 다 읽기는 읽었으되 글자만 읽은 것과 같아요. ㅠㅠ 그래도 어떻게든 훗날 도움이 될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나가 떨어지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걸 동력으로 삼아 헐렁하고 재미있게 페미니즘 책 보고 계신다니, 와 너무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링크님 정말 멋져요!! ㅠㅠ 그리고 그렇게 행동해주시고 그걸 이렇게 댓글로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ㅠㅠ 정말 뿌듯합니다. 감사해요!

덧붙여, 요즘 저도 라이트한 페미니즘 책 읽고 있는데요, 링크님 모임의 도서로 지정하셔도 좋을 것 같아 추천드려요.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의 <연대하는 페미니즘> 이에요. 페미니즘 입문용으로도 적절하고 많이 읽었던 사람들도 정리용으로 그만이에요. 이제 절반쯤 읽었는데 흐름이 잘 나와 있어서 추천드려요!

링크님, 좋은 소식 종종 또 알려주세요!! 아침부터 베리 해피합니다!

link123q34 2021-09-03 16:54   좋아요 0 | URL
어떤 뿌듯함이라니 너무 뿌듯하고 행복한 뿌듯함인 것이네요~~:ㅇ 잔잔하게 가늘고 길게 뿌듯할 수 있도록 다들 천천히 보는데 열심이에요.ㅋㅋ
역시 인생은 투트랙.. 멋진 것 물밑으로 투트랙.. 메모메모..
안그래도 뭔가 예비목록을 모으면서 뭔가.. 지도가 필요했어요! 골라주신 책도 같이 읽어볼게요 추천 감사해요♡ 같이읽기 시작하면서 내적으로 뭔가 책진도가 막히거나.. 뭘더 봐야할까 싶을때 다락방님 서재 가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와서 참 기쁘고 든든해요~ 핏쟈와 와인과 행복의 저녁 보내세요~~

다락방 2021-09-03 17:06   좋아요 1 | URL
네네, 링크님. 혹시 책 목록에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 물어주세요. 저는 전문가는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추천할 수 있는거 추천 해드리도록 할게요!! 아, 너무 신나네요. 저는 진짜 자기가 자기 삶 열심히 사는 사람들 보는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자기 삶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요. 링크님의 한달살기 보는것도 너무 좋았는데 이런 댓글이라니, 제가 너무 행복합니다. 흑흑 ㅠㅠ
 

8월도서 시녀이야기 뉴욕에서 인증합니다. 아직 한 글자도 안읽었지만... 하하하하하

오늘 아침식사한 다이너 <빅대디>에서
혼자 꼬박 한 시간 걸어 찾아간 <휘트니 뮤지엄> 테라스에서
걷다가 볕 좋은 시간에 들른 <메디슨 스퀘어 파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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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8-07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여기, 뉴욕> 페이퍼 왜 안 올라오나 궁금했어요 ㅎㅎㅎㅎ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다락방 2019-08-07 08:30   좋아요 0 | URL
히히 고마워요 단발머리님. 오늘은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였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요! :)

hnine 2019-08-0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 날씨가 어떤가요 다락방님
휘트니뮤지엄이 그렇게나 걸어야되는 곳인가요?

다락방 2019-08-07 08:32   좋아요 0 | URL
네, 제 숙소가 있는 곳에서는 한시간을 걸어야 하더라고요. 엄청 열심히 씩씩하게 걸어갔어요. 완전 흥분되고 신났어요!

오늘은 소나기가 잠깐 내리긴 했는데 해가 날땐 뜨거워요. 26도쯤 됐으니 한국보다는 시원한 편이고요. :)

비연 2019-08-07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뉴욕. 저도 어제부터 <시녀이야기> 펼쳐 들었는데요. in SEOUL .ㅜㅜ

다락방 2019-08-07 08:54   좋아요 0 | URL
오오 저도 곧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즐겁게(?) 열심히 읽어봅시다!! >.<

단발머리 2019-08-07 08:54   좋아요 0 | URL
in Seoul, 체감 42.1도 ㅋㅋㅋㅋㅋㅋ
서울 맞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8-07 08:55   좋아요 0 | URL
맙소사... 재난 문자 매일 받았겠네요!!

비연 2019-08-07 08:55   좋아요 0 | URL
어제는 여기가 동남아인가. 라는 얘기를 동료들과 했습니다..ㅜㅜㅜㅜ

다락방 2019-08-07 08:56   좋아요 0 | URL
한국은 말레이시아 보다 더웠고 블라디보스톡보다 추웠습니다!!!

단발머리 2019-08-07 08:57   좋아요 0 | URL
오늘은 비가 오네요... 아주 시원하진 않아도, 고마워라~~
그래서 다시 서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8-07 14:10   좋아요 0 | URL
저도 곧 서울로 가겠습니다!!

syo 2019-08-07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뉴욕비둘기들아!! 🙄

다락방 2019-08-07 14:10   좋아요 0 | URL
안녕, 쇼님. 뉴욕 비둘기들이 안부를 전합니다! ㅎㅎ

syo 2019-08-07 14:14   좋아요 0 | URL
너희는 정말, 음.... 작은 점처럼 보이는구나?
 

















8월 도서는, 앞서 공지했던 대로, 『시녀 이야기』와 『허랜드』


중 택일해 한 권입니다. 물론, 두 권 다 읽으셔도 됩니다. 당근!


저는 일단 두 권 다 도전해볼 생각인데, 뜻대로 될지는.. 잘 모르겠숑-



자, 여러분 7월 도서 잘들 읽고 계십니까. 저는 완독했지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쓱으쓱)


8월은 좀 쉬어가는 의미로 소설을 읽도록 합시다. 그리고 9월부터 다시 또 열심히 달려봅시다. 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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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9-07-30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시녀이야기네요 ㅎㅎㅎ
여름인데... 읽다보면 열불 터지실텐데...^^;;


카스피 2019-07-30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시녀이야기는 읽어 보았는데 허랜드는 아직 못 읽어 봤네요^^;;

비연 2019-07-3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시녀이야기 사두었어요. 8월에 읽을게요!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콜!론!타!이!
















콜론타이는 성적 욕망의 자연스러운 성격을 인정하는데, 전제로 가져오는 것이 베벨의 성적 욕구에 대한 사상이다.



베벨은 『여성과 사회주의』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간이 가진 모든 자연적 충동(Naturtrieb)가운데,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식욕을 제외한다면 성적 충동(Geschlechtstrieb)이 가장 강력하다. 종족보존의 충동은 "삶을 향한 의지"의 가장 강력한 표현이다. 이 충동은 정상적으로 발달한 익나존재라면 누구에게나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복지를 위해 불가결하다." 베벨은 성욕을 죄악시하는 기독교 교회의 전통에 맞서 그것의 자연스러운 성격을 인정했다. (p.248-249)



콜론타이에 앞서 이 책에 실린 베벨에 대해서도 읽었었지만, 이 부분을 읽고서야 갑자기


베벨? 성적자유? 그렇다면..... 그 암소??


이렇게 떠올리게 되었는데, 오래전에 내가 페이퍼로 베벨이 암소의 교미장면 보고 여자사람친구와 나눴던 대화를 올린 게 생각난거다. 그거 베벨 아니었나? 그래서 그걸 확인하려고 하는데, 대체 그 책이 어떤 책이었는지 생각이 안나. 자본주의 넣어서 검색하고 경제 넣어서 검색하고 베벨 넣어서 검색하다가, 아아, 드디어 찾았다. 이 책의 이 구절이었다.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하시니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베블런이 10대 중반 농장에서 자라던 시절에 동네 친구인 여자아이와 함께 소떼를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황소 한 마리와 암소 한 마리가 갑자기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나 봅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동네 여자친구에게 ˝저걸 보니 한번 해보고 싶어지지 않니?˝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이게 좌절이라면 좌절인데,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 후에 반성하고 분발해서 여성편력을 쌓아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소스타인 베블런, p,340)





하하하하하하하하 베벨이 아니라 베블런이었구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베벨, 베블럿, 뭐 헷갈릴만하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그러니까 성적욕망 자연스러운 것..이런 거 얘기하니까 갑자기 소 생각 났잖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물론, 소랑 하면 안됩니다, 베블런이여... 베벨도 마찬가지. 그냥 인간 남자들아, 소랑 하면 안된다. 소는 너에게 동의를 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케?

소를 강간하지 마시오.

모든 동물을 강간하지 마시오.



어제, 최근에 인기였던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의 짧은 영상을 보았다.

극중 송가경(전혜진)은 재벌집 며느리인데, 시어머니의 종처럼 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그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남편인 오진우(지승현)와 이혼을 하게 되는데, 당장 시어머니의 집에서 나오니 갈 데가 없는거라. 남편은 자신이 가끔 들렀던 집에 그녀를 데려가서는 당분간 여기서 지내라고 말했다. 이 집에는 나와 가끔 일 봐주는 도우미 아주머니만 들어올 수 있었다, 라고 하면서. 송가경은 남편에게 '집을 구할때까지만' 여기 있겠다고 한다. 그러자 남편은 '내가 나갈테니 너가 여기서 지내' 라고 말한다. 불행과 고통이 가득한 결혼생활을 둘이 함께 살았던지라, 송가경은 남편에게 '너에게 위자료 받을 생각 없다'고 말하는데, 남편은 이것은 처음부터 너 주고 싶어서 산 거였고, 이만큼은 하게 해달라, 고 말하는 거다. 그렇게 모든 살림이 갖춰진 좋은 아파트를 송가경은 남편으로부터 받는다.


물론 송가경이 그간 살아온 그 종같은, 노예 같은 삶에 있어서 그 집 하나로 퉁쳐질 수 있겠느냐마는, 위자료는 그녀를 종처럼 부렸던 시어머니에게 받을 것이고, 그간 자신을 물질적으로 지원해줬던 남편에게 또 이렇게 집을 받게 되다니, 와, 역시 부자란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 남자라면 집을 사두고서 '어차피 너 주려고 샀어'가 되는 거였냐.... 대박...... 나는 내 돈으로 작은, 아주 작은 집을 사두었고, 그마저도 대출금 갚느라 허덕였었는데... 인생......


왜 나에게는 부자 남친이 없었나. 어째서 나는 간신히 자기 입에 풀칠 할 수 있는 남자들과만 연애했나. 그것은, 나 역시 그러한 사람이기 때문인가. 물질적으로 풍부한 사람이 물질적으로 나를 지원해준다는 것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일전에 칠봉이와 연애하던 시절에 칠봉이는 가끔 주식투자를 했는데, 어느 날은 크게 이익을 봤다며, '너 이제 고생은 그만하고 쓰고 싶은 글이나 쓰면서 살아' 라고 했었더랬다. 그 달콤한 말에 취한지 며칠도 안되어 칠봉이는 크게 손해를 봤다며, '너 계속 회사 다니면서 돈 벌어야겠다' 라고 했었지... 이것이 현실의 연애 아니던가. 대체 경제적 지원이란 무엇인가, 그게 가능하긴 한것인가. 내 살아생전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인가... 엥겔스가 마르크스에게 그러했듯이.....




절친한 친구이자 그 이상이었던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사상적 동료이자 혁명동지였고, 문필가와 스폰서의 관계였다. 엥겔스는 매우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스폰서여서 마르크스의 저술과 사상, 혁명이론의 확립을 위해 자신의 일생을 쏟아 부었을 뿐 아니라, 혁명이론의 확산에 누를 끼칠만한 마르크스의 약점들이 적대세력에 의해 이용되지 않도록 온몸을 던져 희생했다. 마르크스에 대한 엥겔스의 희생적인 태도는 오랫동안 일종의 '불가사의'로서, 또는 '혁명적 동지애'로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지만, 엥겔스를 마르크스 사상의 성실한 스폰서로 이해한다면 그렇게 불가사의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엥겔스는 자신의 꿈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직접 수행할 수 없었던 작업을 마르크스에게 위임했고 마르크스가 그것을 잘 해내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격려했으며, 대화와 조언뿐 아니라 독촉도 하고, 적대세력을 제거해주기도 했다. (p.184)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지는 않았어도 엥겔스가 마르크스를 후원했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정도로 유명한 일인데, 어제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또 진심 부러웠다. 나도 누군가 후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가족들 역시 돌보고 후원했으며, 심지어 마르크스가 가사도우미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입적하기도 한다. 마르크스는 대체..뭐하는 인물이여... 돈도 엥겔스가 줘, 가사도우미랑 아이 낳고 책임도 안져... (절레절레)


물질적인 지원도 지원이지만, 적대세력을 제거해주기까지 하다니... 와... 이건 진짜 짱이잖아. 적대세력은 어떻게 제거했지? 아무튼 적대세력 제거라니, 너무 대단한 것이다. 대체 이렇게 적대세력까지 제거해줄 사람이 세상에 어디있나. 내 주변에는 나를 대신해 나의 적대세력을 물리쳐줄 사람이 누가 있나... 없다. 나는 혼자다. 나는 오로지 나 혼자 싸워야해.



물질적인 후원 너무 부럽다. 물론 적대세력 제거도 너무 부럽고. 그러나 내가 일전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보고도 얘기했듯이, 후원만 받고 사는 것으로 인생에 만족하고 있으면 안된다. 물질적 지원은 누구나 받을 수 없는, 아주 운 좋은 케이스의 일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내 평생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반드시 명심해야 해. 아나스타샤가 반드시 자신의 일을 찾아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레이만 보고 있으면 안돼. 사랑이란 감정도 있다 없어지기도 하고 또 대상이 옮겨지기도 한다. 돈이란 것 역시 있다가 없어지기도 해. 칠봉이를 봐라. 오늘은 나더러 글만 쓰라고 해놓고 다음날엔 나더러 돈벌라고 하잖아? 우리는 타인의 지원을 받는다면 감사하며 잘 받아야겠지만, 그러나 내가 독립적으로 돈을 벌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레이가 옷장에 옷 가득 쌓아두고 아무거나 골라 입어, 라고 하면 오 땡큐 하고 골라입으면 즐겁겠지만, 그러나 내가 내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어느날 그레이가 다른 여자에게 옷을 선물할지도 모르고 그레이가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레이가 사기를 당해서 돈이 없을 수도 있어. 그런데 내게 있는 것은 오직 그레이의 지원 뿐이었다면, 나 역시 그레이랑 같이 진창으로 빠지는 것이여. 내가 그레이에게 구속되지 않고, 그레이가 나를 쥐고 휘두를 힘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레이에게 권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 돈을 벌어야 한다, 아나스타샤여... 그래서 그레이가 빡치게 하면, 두려움 없이, 겁냄 없이, 이 새끼야 헤어지자, 하고 뒤돌아 뚜벅뚜벅 힘차게 걸어나올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을 믿어서는 안된다. 돈을 믿어서도 안돼.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고 사람은 누구나 변심할 수 있어. 인간은 불완전하며 불안정한 존재이므로 지원 받는 것에서 만족해 이대로 스톱하지 말고, 자기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돈을 벌자!! 내가 쓸 돈은 내가 벌고, 저축도 하고!!!!!!!!!! 그레이 따위 애초에 나에게 없어도 내가 먹고살 수 있도록!!!!!!!!!!!!!!!!!!! 그러다 물심양면 지원해줄게 하는 그레이가 나타나면 즐겁게 지원을 받되, 내가 내 돈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외국어를 하자, 외국어를!!



외국어..

나의 풀지 못할 숙제.... 쓰읍-




어제는 엥겔스가 마르크스를 물심양면 지원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읽으면서 개부러웠다. 하아- 나는 책 5만원어치 사면서 중고 하나 끼워넣으려고 애쓰고(마일리지 2천점), 쿠폰 쓰려고 하는데, 며칠전에 한 박스 샀으니까 오늘 한 박스 사고 싶은 거 꾹 참고 여기서 한 권, 저기서 한 권... 이렇게 주문하는데, 그런데 엥겔스같은 친구 있으면, 지승현 같은 전남편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장바구니 다 털어줄게, 할 수 있을텐데........ 나한테 악플달리면 다 제거해주고...........  하아- 그렇제만 엥겔스는 죽었고 송가경도 지승현의 지원을 계속 받는 대신 사라지는 걸 택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할 곳, 추구해야 할 것은, 내 스스로 당당히 내 능력을 발휘해 돈을 버는 것이야.




내가 믿을 건 나 뿐이다!!!!!


나는 오늘 내가 번 돈으로 짜장면을 사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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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론타이..아 콜론타이여... 진짜 세상 멋지다. 아 콜론타이. 콜론타이 부분이 유독 양이 많아, 마지막으로 읽을 차례였는데 으으, 내가 읽을 수 있을 것인가... 걱정했지만, 아아, 세상 흥분되는 멋진 콜론타이여서 막 엄청 의욕 생겨서 읽었다. 와. 세상 멋진 콜론타이야... 이 책,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읽으면서 더 알고 싶어진 작가가 생기긴 했지만, 아아, 콜론타이가 그중 으뜸이다. 최고다. 짱이다. 자, 우리 콜론타이가 얼마나 멋진지, 내가 왜 흥분했는지, 차근차근 보도록 하자.




콜론타이는 러시아어 외에 독일어, 영어, 스웨덴어 등 여러 언어로 활발하게 글을 썼기에 그녀의 글은 일찍부터 러시아 바깥에 알려졌다. 그런 데다 귀족출신인 그녀는 볼셰비키 혁명 직후 유일한 여성각료였고, 열일곱살 연하의 농민출신 동료 각료 드이벤코(Pravel Dybenko, 1889-1938)와 결혼했다가 헤어졌으며,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체결 반대와 노동자 반대파 활동으로 레닌과 정면으로 대립하였고, 그 후 세계 최초의 여성대사가 된 것 등등으로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뉴스메이커'의 한 사람이었다. 소련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이었던 그녀의 삶과 활동의 다양한 면모를 살피는 글들은 그녀의 생존 당시부터 발표되었다.

그러한 콜론타이의 여러 모습 가운데 변함없이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성 혁명의 제창자, 부르주아 가족의 비판자이자 새로운 도덕의 제창자로서의 면모였다. (p.227)



자기 자신이 귀족 출신이면서 부르주아를 비판하는 쪽에 선 사람이 콜론타이다. 내가 할 줄 아는 언어는 나의 모국어가 유일한데, 콜론타이는 독일어, 영어, 스웨덴어를 했단다. 나중에는 노르웨이에 외교대사로도 가있게 된다. 와. 그렇게 외국어를 하게 되니 그녀의 글이 러시아 바깥에 알려지는 건 너무 당연한 거 아닐까. 나도 외국어를 익힌다면 독서공감...이 외국에 알려지게 될까?


(미안합니다)


여러분, 외국어를 공부합시다. 외국어를 공부하세요. (일단 나부터...)



콜론타이는 여성주의를 거부하고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여성문제'를 말했다. 그러나 그녀가 거부한 것은 좁은 의미의 여성주의, 곧 참정권운동 위주의 여성주의였지 여성의 해방을 위한 노력 자체는 결코 아니었다. 콜론타이는 여성의 지위나 상태, 여성의 삶이 사회경제 체제의 변화에 의해 자동적으로 변화된다는 결정론적 사고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실제로는 여성문제의 독자적 성격을 인식하고 있었다. (p.241)



그녀는 스스로를 여성주의자라 칭하지도 않았고 또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여성문제를 보았기 때문에 여성주의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가 사회, 노동자 대우가 바뀌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라고 해서 여성문제를 인식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인식하게 되었지. 그렇게 그녀는 「신여성」(Novaia Zhenshchina)이라는 글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는 문학작품속 여성인물들을 살펴보고 쓴 글이라 한다.



'신여성'이란 종래의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지배체제를 거부하고 독립적인 삶을 선택하는 여성이다. "신여성이란 누구인가? …… 이들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전적으로 새로운 '다섯 번째' 유형의 여주인공들로서 삶에 대한 독립적 요구를 가지고 자신의 개성을 주장하며, 국가, 가족, 사회 내 여성의 보편적 예속에 맞서서 저항하며 여성이라는 성의 대표자로서 그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여주인공들이다. 점점 더 자주 이 유형을 결정짓는 존재로 등장하고 있는 이는 독신녀들이다. …… 독신녀는 이 같은 예속적 역할을 하기를 그쳤고 더 이상 남자의 반영물이기를 그만두었다. 그녀는 일반적 인간적 관심사로 가득한 독특한 내적 세계를 가지고 있으며, 내적으로 독립적이고 외적으로 자립적이다." (p.241-242)



아아, 독신녀 만세다. 내적으로 독립적이고 외적으로 자립적인 것도 그렇지만, 남자의 반영물이기를 그만두고자 하는 여성에 대해 살펴보고 알고 글로 써내다니. 그녀가 살펴본 독신녀, 신여성은 지금의 비혼을 외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과 같구나. 언제나 최전방에서 깨닫고 몸소 행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시대의 가장 젊은 여성들이었고.



콜론타이가 말하는 신여성에 대해 좀 더 들어보자.



이들은 사랑을 할 능력이 있고 자신의 내면에서 원할 때는 사랑에 정열을 불태우기도 하지만, 결코 사랑에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며 학문이건 사회주의 선전선동이건 자신의 일을 하며 거친 운명에 당당하게 맞서는 여성들이다. (p.242)




아아..이것은 내가 아닌가. 나를 말하는 게 아닌가. 나다, 나야! 1920년대에 콜론타이가 내 얘기를 하고 있다. 나를 보고 있었어!! 꺅 >.<

나야, 나. 자신의 내면에서 원할 때는 사랑에 정열을 불태우기도 하지만, 이라니. 맞다, 내가 그렇다! 내가 원할 때는 세상 뜨거운 여자가 되어 사랑에 정열을 불태우지.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그렇지만 사랑에 결코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나니까..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세상 중요하다. 학문이건 .... 거친 운명에 당당하게 맞서는 여성들... 이라니. 나다! 이렇게 몇 개월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지 않나. 나다, 콜론타이가 신여성이라고 칭하는 건 나야!! 물론 콜론타이가 생각하는 여성보다는 내가 좀.. 나이가 많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다!!




그런 콜론타이가 직접 소설을 쓰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녀가 쓴 소설들의 줄거리가 간략하게 나와있는데, 와, 너무나 흥미진진한 거다. 너무 읽고 싶어! 그래서 검색해보았다. 국내에 번역된 작품이 있는지. 목차를 살펴보니, 이 책이 소개한 제목과는 달랐지만, 줄거리를 읽어보니 이 책에 언급됐던, 내가 읽고 싶었던 작품들이 실려있다. 사겠어!

내가 사고자 하는 건 《위대한 사랑》이다. 아아, 얼마나 재미있을까. 어제 책 주문했는데 오늘 또 주문해야겠네. 그래야 휴가 때 읽지. 아아아아. 언제나 지금 당장 가장 읽고 싶은 책은 집에 없는 책... -0-



















이 책에 언급된 소설의 줄거리 소개하는 중에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바로 이 구절.




결국 바실리사는 남편이 상대 여성인 니나를 사랑하고 있고 니나도 남편에게 감정적으로 절대 의존하고 있음을 알게 된 후 남편을 떠난다. 자기는 남편 없이도 살 수 있지만 니나에게는 그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p.253)




아아, 나는 저런 마음이 뭔지 너무 잘 알겠고, 그래서 콜론타이가 쓴 소설이 너무 궁금해지는 것이다. 저런 등장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런 소설을 쓴 것이다, 콜론타이는!! 멋져... ♡.♡

이렇게 사람 흥분시키는 콜론타이를 알게 되다니, 이 책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읽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 ㅠㅠ




콜론타이는 신여성을 관찰하고 그들의 특징을 글로 써냈지만, 자기 자신이 그 젊은 여성과는 달랐다는 것을 안다. 자기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는 것. 오슬로 주재 러시아 대사로 임명되었을 때 그녀는 그것이 자신이 혼자 한 일이 아니라 여성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 보여준 거라고 말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했다면 이를 본디 가능하게 해준 것은 나의 개인적 자질이 아니다. 나의 성취는 차라리, 여성도 결국은 이미 보편적 인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 상징일 뿐이다. (p.273)



그리고 위에 언급한것처럼, 자신의 한계를 밝히며 새로운 세대에게 희망을 건다.



콜론타이는 미래를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는 구세대 여성이어서 구식 낭만적 사랑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였으며 이 때문에 무익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한 적도 많았으나 젊은 세대의 새로운 여성들은 이 한계를 넘어서서 일과 사랑을 조화롭게 결합시키며,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p.273)



콜론타이 한 개인으로 이루어낸 것이 대단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이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한다. 많이 알고 익히는 사람일수록 내가 얼마나 모르는가를 알게 되는 것처럼, 하고자 한 게 많았던 사람일수록 자신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알게되는 것 같다. 콜론타이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한다 했지만, 와, 내가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콜론타이는 진짜 세상 멋지다. 이 책 읽으면서 가장 멋있고 가장 인상적인 사람이다. 얼른 그녀가 쓴 소설을 읽고 싶다. 아아 너무 근사해 진짜 ㅠㅠ 콜론타이, 진짜 내 타입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이 책에 대한 페이퍼 쓰면서 엥겔스 얘기도 하려고 했는데(따로 쓰겠다는 얘기다), 콜론타이에게 그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이 페이퍼는 오로지 콜론타이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걸로 하겠다. 엣헴.



콜론타이 만세 만세 만만세!!


혁명 직후 러시아에서는 성매매가 상당히 널리 퍼져 있었는데, 그녀는 여성들이 직업적으로 성매매를 하기보다는 생계 보완을 위해 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라고 보았다. 콜론타이는 성매매로 인해 성병이 퍼지고, 성매매는 공산주의의 도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매춘에 반대하는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그녀가 성매매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이란 기본적으로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 있었다. - P249

그녀는 나아가 이 젊은 소녀의 절박한 경제적 처지를 이용하여 자신의 육체적 욕망을 충족시키고 쾌락을 누리고자한 자기 남편에게 적대감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자매들」소개 中 - P257

그녀가 보기에 여성들 사이에는 적대감이 생길 이유가 없었다. 책임이 있다면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 가난에 있는 것이며, 이를 이용하는 남성에게 있는 것이다. -「자매들」소개 中 - P257

이처럼 『일벌의 사랑』에 수록된 세 작품에서 주요 여성 등장인물들은 모두 남성에 대한 사랑에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동지애를 추구하며, 사랑에서 자신의 경쟁자였던 다른 여성에 대해서도 결국 질투심 대신 연대 의식을 느끼고 협력할 것을 다짐한다. 노동계급에 속하는 그녀들은 어려운 사정을 다른 여성동료에게 터놓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며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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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내가 믿을 건 나 뿐
    from 마지막 키스 2019-07-30 12:11 
    콜론타이는 성적 욕망의 자연스러운 성격을 인정하는데, 전제로 가져오는 것이 베벨의 성적 욕구에 대한 사상이다. 베벨은 『여성과 사회주의』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간이 가진 모든 자연적 충동(Naturtrieb)가운데,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식욕을 제외한다면 성적 충동(Geschlechtstrieb)이 가장 강력하다. 종족보존의 충동은 "삶을 향한 의지"의 가장 강력한 표현이다. 이 충동은 정상적으로 발달한 익나존재라면 누구에게나 깊숙이 뿌리내리고
 
 
단발머리 2019-07-3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콜론타이 챕터 2쪽 읽다가 책에 물이 조금 묻은 관계로 (책 읽는 곳이 식탁ㅠㅠ) 현재 수선 중에 있습니다.
다락방님의 콜론타이 애정이 저희집까지 그대로 전해지네요.

콜론타이가 말했던, 콜론타이가 예언했던 신여성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아닐까 싶어요.
경제적 독립과 인식의 변화가 신여성들의 확산을 가능케 한 것 같아요.
물론 그 바탕에는 콜론타이와 같은 천재 여성들의 용기와 결단이 있겠지만요.
축하드립니다, 다락방님~~~~~
다락방님이야말로 콜론타이 예언의 실현 그 자체에요. 콜론타이 만세, 만만세!!

다락방 2019-07-30 12:39   좋아요 0 | URL
콜론타이 책 질렀다가 취소했어요. 베티 프리단 책하고 같이 주문하려고요. 진짜 인생 만세야. 콜론타이를 알게 되다니. 아아, 똑똑하고 멋진 여성을 알게 되었을 때 흥분하는 거 너무 좋아요. 온 몸에서 에너지가 나옵니다. 오늘은 짜장면 곱백 먹을거에요. 빠샤!


책읽기는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 몰랐던 거 알게 되는 것도 좋고 읽고난 후에 여러가지 생각들로 뻗어갈 수 있어서 좋고요. 게다가 같은 책을 읽으면 이렇게 대화도 할 수 있어요. 책을 사랑하고 독후활동을 사랑하고 단발머리님을 사랑합니다. 만세!!

공쟝쟝 2019-08-0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콜론타이, 그를 알아보는 다락방님! 그녀의 글들을 몰아 읽고 있는 나!! ㅋㅋ 아 뜨거움이 전해져용~~~ ☺️☺️

공쟝쟝 2019-08-0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론타이 좋아하시니 락방님께 추천하고 싶은 인물 1 조선의 콜론타이 ‘허정숙’ ㅡ 제가 작년에 강연들었는 데 진짜 걸출한 혁명가구요, 볼셰비크 당원이었던 김알렉산드라도 한번 검색해보셔요!! ㅋㅋ 조선의 사회주의자 여성들 진짜 멋집니다.
그리고 이 책에도 잠깐 나오는데요, 콜론타이와 함께 사회주의 여성정책 만들었던 ‘이네사 아르만드’요. 밀에게 헤리엇이 있었다면 레닌에겐 아르만드가 있었다죠. 물론 여러모로 지워져버린 여성이지만. 콜론타이 좋아해주셔서 제가 다 감사하네요. 전 사회주의 여성혁명가들을 정말 존경하고 좋아했더랍니당💪

건수하 2021-11-2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론타이의 위대한 사랑을 알게 되어서 검색해봤는데, 또 다락방님 글이 뿅! 요즘 제가 무슨 책 찾아보면 다락방님이 이미 언급하신 책이 많아 넘 반가워요! :) 볼 때마다 댓글 달 거예요 (답댓글은 안 다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