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은 한마디 말이 호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말임에도 정 떨어지게 할 수도 있다. 일전에 만나던 사람이 '결국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할 것 같아' 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은 나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한 말이 아닌, 그가 지향하는 삶에 대한 것이었지만, 나는 그가 되게 근사해보였더랬다. 오, 그런 생각을 하다니 좋은데? 라고 그 순간 생각했다. 그러나 그를 아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고난 후에는 '그래봤자 실천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말하는 대로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일찍이 파악했더랬다. 옳은 것을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고, 거기에 대해서라면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면생리대를 쓰는 것이 환경에 더 좋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고 그래서 시작해야 겠다고 늘 벼르고 있었다. 빨아서 쓰는 건 불편하겠지만, 그렇지만 쓰레기도 나오지 않고 몸에도 더 좋대, 라는 말들을 무수히 들어왔고 그래서 '그래 면생리대를 쓰자' 라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미루기만 했더랬다. 나는 환경을 생각해서, 지구를 생각해서 면생리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실천으로 바로 옮기지 못했던 거다.


시간이 흐르고나니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면생리대를 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삼십대 중반의 몸은 더이상 일회용 생리대를 견뎌내지 못했다. 생리를 시작하고 일회용 생리대를 착용하기만 하면 생리대가 닿는 부분의 살이 부어 올랐고 아팠다. 걷기조차 힘든 날들이 며칠간 지속되었고, 십대 시절 생리를 시작할 때부터 일회용 생리대를 써왔는데, 내 몸은 이제 면역력이 너무 약해진건가 나의 노화를 탓했다. 더는 늦출 수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면생리대를 찾아 착용하기 시작했다. 당장 몸에 닿는 부분들의 아픔이 사라졌고, 내가 이제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마음도 편안해졌다. 면생리대를 사용하고나서부터는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 괜찮아, 면이 닿을거야, 하면서 안정적인 마음과 몸의 상태가 되었다.



이 책의 주된 관심사는 윤리적 채식주의다. 육식을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부당한 착취로 여기는 윤리적 결정에 따른 채식주의다. 그러나 이런 의식에서 채식주의를 수용한 예는 우리 문화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믿음은 많은 사람이 남몰래 채식주의를 즐기도록 부추겼다. 이런 채식주의는 동물을 향한 관심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 -서문, p.52



지구를 위해서 면생리대를 써야겠다는 나의 생각은 '윤리적'이었지만, 그러나 그 윤리적 다짐은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내가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행동을 하게된 건, 내 몸 때문이었다. 내가 고통스럽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는 지금은 탐폰을 사용하고 있다.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을 장기간 유지할 수 없었다. 귀찮아서. 내가 하는 거라곤 고작해야 텀블러를 사용하는 게 전부인가, 장바구니를 챙겨가지고 다니는 게 전부인가. 윤리적인 생각으로 행동까지 이어지는 건 고작 그게 다인가. 탐폰이 너무 편해서 다시 면생리대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역시 나는 그 무엇보다 나를 가장 우선시하는구나. 친구들 중에는 생리컵으로 바꾼 친구들도 있었다. 윤리적 실천으로 나아가려면 나 역시 생리컵으로 바꿔야겠지만, 그러나 이제 내게 생리할 날이 몇 년이나 남았다고, 그 중의 일부를 적응하며 보내기가 싫은 거다. 내게 맞는 컵을 찾고 적응하느니, 편하게 남은 생리기간을 살아가자, 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육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위의 인용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부당한 착취'라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채식주의로 돌아서야 한다고 생각은 해왔다. 그러나 역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를 이제 덜 먹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보자, 라고 다짐하고 실행하게 된 건, 동물에 대한 부당한 착취 때문이 아니라, 내 몸 때문이었다. 요가를 좋아해서 즐기고 싶은데 몸이 너무 무거워서 잘 안되는 것 같은 거다. 그러다 박상아가 자신의 책에서 채식하고 나니 몸이 더 가볍고 요가가 더 잘된다고 했던 부분을 읽고, 그제서야 아, 내가 요가를 못하는 것도 무거운 육식 때문인가, 그렇다면 나도 좀 육식을 줄여볼까, 하게된 거다. 그래서 얼마간은 가급적 고기를 피했었고, 안먹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왔다. 단단히 마음 먹지 않으면 육식을 피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 이 책의 서문 밖에 읽지 않았다. 20주년 기념 서문, 10주년 기념 서문, 서문, 넬리 맥케이가 쓴 서문.. 무려 서문만 네 개에다가 그 다음에는 감사의 말이 이어지는 통에 아직 본문은 시작도 못했다. 서문만 읽었는데도 겁이 난다. 이 책의 본문에서 펼쳐질 내용들이. 그동안 고기를 좋아했던 나를 얼마나 두드려 팰것인가.. 무섭다.

이십대 중반 사귀던 남자는 나에게 갈비살을 사주면서 말했었다. '너한테 점수 딸려면 고기를 사주면 된다고 그러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제기랄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담? 몇 년전에 다정하게 지내던 남자사람은 내게 '족발만 사주면 돈도 꿔주겠네' 했더랬다. 그만큼 고기와 나는 밀접한 관계였다. 지금도 밀접한 관계다. 나는 밀가루보다 고기를 더 소화 잘 시키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윤리적으로는 육식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알면서 행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언행불일치는 나를 괴롭게 한다. 그러니 육식의 성정치 본문을 읽는 일은 몹시도 괴로울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는가보다. 소설..을 읽고 싶다. 나를 두드려패지말란 말이다... 그러나 더 괴로운 것은, 내가 인상 쓰며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육식을 스톱하게 될 것 같지도 않다는 데 있다. 아마 줄이려고 노력하겠지만, 거기에는 윤리적인 것 플러스 개인적 욕심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나는 그러보면 그렇게 윤리적인 사람은 못되는가 보다.




여성주의 관련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고 하지 못하는 바도 얼마나 많은지, 깨닫지 못하고 알아채지 못한 건 또 얼마나 많은지 늘 놀라게 되고 또 늘 두드려맞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내가 역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혹은 알면서도 애써 모른척 하려 했던 내 안의 여성혐오에 대해서 콕콕 찔러줄 것 같다. 모르고 산다면 편하겠지만, 이제와서 모르기를 선택하는 것은 아주 많이 늦은 감이 있다. 돌이킬 수 없어버려.. 어쩔 수 없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을 일단 계속 가보는 수밖에. 가면서 행해야 할 것이 있다면 최대한 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가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




친구와 성경 읽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현재 15일을 경과했다. 매일 할당량을 읽고 서로 인증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매일 연락하게 된다. 그전에도 우리는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함께 하는 게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매일 연락하는 게 오, 나쁘지 않다. 뜻밖의 기쁨이다. 매일매일 너와 내가 약속한 것을 지켜가는 데에서 오는 그런 기쁨이 있다. 그래서 '함께'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함께한다면, 모든게 그런건 아니겠지만, 어떤 것들은 함께하는 나름의 기쁨이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저마다 자기 고집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리 친한 사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함께 하는게 늘 즐겁지만은 않을 터.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함께 가는 길이 꼭 즐거우리란 보장은 없다. 그래도 '함께'에서 오는 그런 기쁨이 있는 거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알라딘에 계속하는 것 같다. 그런 기쁨을 알기 때문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도 하게된 것 같고, 그런 기쁨을 알기 때문에 요가를 한 날이면 여동생에게 오늘은 어떤 걸 했어, 메세지를 보내고 있고, 그런 기쁨을 알기 때문에 친구와 성경도 읽게 된 것 같다. 수많은 것들을 혼자 하고 혼자 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어제 오늘은 '함께' 에 대해 생각했다.


며칠전 언급한 드라마 <브리저튼>에서는 '다프네'와 '사이먼'이 결혼해서 '함께' 산다. 그들은 그 큰 저택을(집이 우리 회사보다 더 크다) 함께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큰 집에 그렇게 많은 일꾼들을 관리하는 일은 머리 아프겠지만, 함께 추구하는 것이 있고 거기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그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줄 것 같다. 그들이 함께 하는데 있어서 가장 즐거운 건 사실 집 관리, 사람 관리라기 보다는 틈만 나면 섹스하는 거겠지만... 뭐, 젊을 때 한창 사랑하면 그러기도 하고 그러지... 늬들도 내 나이 되면.. 그래, 즐겨라, 인생을 즐겨... 나중엔 꼼짝하기 싫어서 하기 싫어지는 때가 온단다... 아니, 그 말 하려던 건 아니고,


함께 하는 기쁨을 내가 알고, 그러므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행복을 역시 내가 알아도, 육식을 줄이는 것을 아직 누구랑 함께 하지는 못하겠다는 거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아직은 여기에 대해서는 방어막이 엄청 쳐있어서, 누구의 얘기도 듣고 싶지가 않다. 그러니까 '줄여라' 내지는 '그만 먹어'라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가 않다. 여기에 대해서라면 내가, 순수하게 나의 생각과 의지와 다짐으로 실행으로 옮기고 싶은 그런 고집이 있다. 내가 고기에 대한 애착이 아직 너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육식의 성정치를 다 읽고 나면 나의 고기에 대한 마음은 어느만큼 작아져있을까? 아니 작아지기는 하는걸까? 육식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건 현재까지 자명한 사실이다. 몸도 마음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어떤 식으로 내가 행동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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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1-11 15: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너무 힘들었어요. 비건이 되기는 글렀구나 그런 죄책감도 살짝 들었고 이 죄책감이 위선에 가깝다고 해야하나 아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다락방님. 읽고 완전 쭈그리 되어버렸습니다. 2월 책도 힘들면 어떻게 하지요 엉엉 ㅠㅠ 울고싶다.

다락방 2021-01-11 15:10   좋아요 2 | URL
저는 제가 비건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 이 책을 다 읽어도 그런 결심을 하게 될 것 같진 않고요. 아마 조금 줄여나가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은데, 그마저도 잘 될지.. 제가 저를 잘 모르겠어요. 이 책을 읽으면 또 그 땐 어떻게 될지. 저는 수연님의 이 책에 대한 감상이 참 좋습니다. 다들 이 책 읽고 변해야겠다, 변하자! 라고 했다면 저는 아마 거부감이 심했을 것 같아요. 수연님의 완독 후 감상 덕에 저는 그나마 조금 편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 싶어요. 어떤 감상을 갖게 될지 나도 모른다, 의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불편하겠지만 읽어보고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나서도 괴로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 읽어보겠습니다.
2월 도서는 이 책 보다는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기운 내요, 수연님!!

붕붕툐툐 2021-01-12 00:24   좋아요 0 | URL
쭈구리 된 수연님을 쫙~쫙~ 펴드리고 싶습니다🙆

2021-01-11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1-01-11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면생리대 + 생리컵을 쓴지 굉장히 오래되었는 데, (생리컵이란게 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를 때 부터 썼었어요~! 5년 넘은 듯?) 1년 정도 적응하기 힘들긴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갠찮아요! 음, 케바케긴 하지만.. 그래두 한번 도전해보세욥!!! ㅎㅎㅎ (물론 컵을 쓰면 조금 편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생리는 아프고 싫다요.)
육식을 끊는다...역시.. 저는 끊는 것 까지는 아니고 줄이고는 있어요. 근데 이것도 순전히 지구에게 미안했던 입장이지 (ㅋㅋㅋ) 이게 페미니즘이랑 어떻게 연관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서, 책을 읽으면서 배워가려고합니다!!

다락방 2021-01-12 11:15   좋아요 1 | URL
저는 페이퍼에 쓴대로, 곧 완경예정이므로 탐폰 사는 것도 왕창 사는 걸 멈췄거든요. 곧 끝날 것이다, 하면서요. 남아 있는 생리 기간은 적응이라는 시간 없이 익숙하게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개인적 욕심..

저는 지구에게 미안해서 행동으로 옮기는게 그러고보니 별로 없더라고요. 순전히 개인적 욕심이더라고요. 지구를 위해 하는 거라고는 일회용품 안쓰기, 가급적 쓰레기 안만들기 정도가 전부인지라.. 그렇지만 순전히 저 자신을 위해 ‘육식을 줄이는 것‘을 선택해도, 그것이 곧 지구를 위하는 길이 되기도 할테니까, 앞으로 좀 줄여볼 생각을 갖고 있긴 합니다.

공쟝쟝님 이 책 너무 재미있어요!! 흑흑 ㅠㅠ

단발머리 2021-01-11 2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라리가 사피엔스 쓰면서 채식주의 됐다는 거 듣고 그래? 그랬잖아요, 제가.
거기서 돼지들의 곤란한 생활 나오는데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싶었어요. 전 그 쪽이 강했어요. 동물들에게 우리가 너무하다.
근데 이게 환경이랑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여성을 억압하는 것과 같이 작동된다는데.... 놀랐던 마음이 그대로에요.
처음 읽었을 때랑 비슷하네요, 지금도요.

다락방 2021-01-12 11:17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사피엔스.. 읽다 말았네요. 50쪽쯤 읽다 말았는데 역시 종이책으로 사야겠죠? (핑계)

며칠전에 단발머리님이 나의 사촌 레이첼에서 마녀사냥 얘기 하셨잖아요. 저는 아직 다 읽기 전에 그 말을 들었고 그리고 읽어가면서 ‘흐음, 마녀사냥은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 읽고 나니까, 그러니까 마지막 장 한두장을 남기고 나서는 마녀사냥이 퍼뜩 떠오르는 거에요. 아아, 단발머리님이 이걸 본거구나, 하면서요.

제가 육식의 성정치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는 제가 느낄 것이 죄책감이나 불편함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요, 본문을 시작하면서 놀랐어요. 저는 사실 좀 흥분과 기대와 신남으로 놀랐지만, 역시나 먼저 읽은 단발머리님 말씀대로 ‘놀람‘이 찾아왔어요. 단발머리님,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도 좋고, 나의 사촌 레이첼도 좋고, 육식의 성정치도 좋고, 책 읽는 것도 좋고요. 육식의 성정치 왜케 재미있어요? 너무 좋아요 ㅠㅠ

붕붕툐툐 2021-01-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초경부터 면생리대를 썼어요. 물론 엄마의 헌신적인 빨래 덕분이었는데, 탐폰이나 생리컵은 쓸 엄두도 못내는 구식 인간입니다.. 하핫~ 저도 얼른 시작하고 싶네용~

다락방 2021-01-12 11:19   좋아요 1 | URL
초경부터 면생리대를 사용하셨다면,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되셨겠네요 흑흑. 저는 정말 한동안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걸을 때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팠답니다. 제 면역력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일회용 생리대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아요. 흑흑.

탐폰은 처음 사용하려다가 실패했었어요. 너무 무서워서 쫄아가지고 시도했다가 다시 일회용생리대를 거쳐 면생리대 갔었는데요,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탐폰이 세상 편하더라고요. 와, 그 오랜 시간 생리하면서 이 편함을 선택하지 않았다니... 하면서 야속했어요. 지금은 탐폰 때문에 너무 편하게 살고 있답니다. 으하핫.

붕붕툐툐님, 얼른 시작하세요. 육식의 성정치 너무 재미있어요!!! >.<

han22598 2021-01-12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육식의 성정치 이제 0.000001 % 밖에 안 읽었고, 그리고 제가 조금 냉소적인 사람이라...사람이 책 한권 읽었다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그리고 진짜 딱 책 한권 읽고 바뀐다고 생각하면 진짜 무섭기 때문에...ㅋㅋ 다락방님 우리 고기를 너무 멀리하지 맙시당 ^^ 저는 서문 아주 조금 읽어서 그런지, 페미니즘-채식주의자의 신박한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궁금해지더라고요. (궁금증만 가지고 바로 책을 덮었다는 것이 함정 ㅎㅎㅎ)

다락방 2021-01-12 11:21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책 한권 읽었다고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콧방귀 끼는 사람이기는 한데요, 와, 본문 시작하고 나니까 육식의 성정치 너무 재미있어요. 너무 흥미롭고요, 막 확 와닿아서, 육식을 안하겠다는 다짐은 사실 아직 딱히 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이 앎에 대한 과정이 너무 좋아요. 이 연결고리를 살펴보는게 진짜 흥분돼요. 한님, 꼭 읽어보세요. 저는 진짜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일 때려치고 책 들고 조용히 까페 가서 읽고 싶은데, 일도 때려칠 수 없고 까페도 가서는 안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 ㅠㅠ

독서괭 2021-01-12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공감해요. 전 생리컵 도전해보려고 사두긴 했는데 도저히 적응하고 관리할 시간을 낼 자신이 없어서 못 뜯고 있어요 ㅠㅜ 면생리대도 빨 거 생각하면.. 휴.. 첫째 때 천기저귀 쓰면서 뿌듯했던 그마음 생각하면 언젠가 도전하고 싶긴 해요
고기고기는 저도 포기하기 너무 힘듭니다 ㅠㅠ 그래도 고기를 먹을 때마다 “양껏” 먹는다는 마음가짐만은 좀 바꿔보려고 해요.

다락방 2021-01-12 11:23   좋아요 2 | URL
저도 저에게 남은 생리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것 같아서 생리컵 적응 노력은 포기하기로 했어요. 지금 찾은 편한 상태를 가져가자, 익숙함을 선택하자, 곧 끝날텐데..하면서요........
고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건 저에게는 아직 너무나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줄이도록 노력은 해보려고요. 사실 그동안 너무 많이 먹기도 했고.... ㅎㅎㅎㅎ 조금씩 줄이겠다는 노력을 저도 해보려고 합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동물을 위해서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요! 조금씩 줄이다보면 그보다 더 조금 줄이게 되고 또 조금 더 줄이게 되는 식으로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계속 벼르다가 어제부터 성경책 읽기를 시작했다. 친구 한 명과 함께 읽기로 했는데 친구는 종교적인 이유로 읽고 나는 나의 앞으로의 독서생활을 위해 읽는다. 소설, 인문학, 여성학 모두 책을 읽다보면 '성경을 알면 더 좋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침 친구가 소개해준 앱은 1년동안 매일 어느정도 읽어야 구약과 신약을 포함한 성경을 완독할 수 있는지 계획을 짜주었고, 그렇게 첫날인 어제는 창세기 1장부터 3장까지 읽는 날이었다.


아주 꼬맹이때부터 나는 크리스찬이었다. 사실 신앙이나 종교라는것에 대한 큰 의미도 모르는채로 그냥 교회를 다녀야 해서 다녔다. 지금은 아주 많이 후회되는 시간들이 그 안에 있는데, 교회를 너무 열심히 다니는 아이었던 것에 대해 그렇다. 국민학교 6학년때 예배 반주자를 했고 피아노에 천재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는, 피아노 학원에 가서는 다음주 찬송을 미리 연습해야 했다. 덕분에 6학년 1년은 피아노학원에서 찬송가만 쳤고, 그 이후로 내 피아노 생활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피아노학원의 젊은 여선생님은 그래서 내가 찬송가 반주만 하는 걸 싫어했다. 다른 걸 치기 힘들어진다고.. 다른 얘긴데,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던 다른 학급의 내 친구 한명은 나처럼 연습 없이도 악보만 주면 바로 쳐냈더랬다. 나는 피아노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아주 늦게 깨달았다. 그때도 뭔가 인정하기 싫어했건만..


반주자만 한 게 아니라 열심히 적극적으로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전도에도 힘쓰는 아이었다. 친구들에게 전화걸어 교회 가자고 하는 아이었고, 예배가 끝나면 동네를 돌면서 주보를 나눠주며 전도하기도 했다. 그 때는 그렇게 하는 줄 알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했던 게 너무 싫다. 무엇보다, 아이들 끌고 다니면서 그렇게 하게 뒀던 교회가 너무 끔찍하게 느껴진다.


가장 어린 시절 기억나는 성추행도 교회에서였다. 목사였다. 더 나이들어서는(그래봤자 국민학생이었지만) 성가대 지휘자인 집사였다. 둘다 아내가 있었다. 그런게 성추행 가해자에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물론 나에게 가해진 성추행은 '기독교'가 한 것도 아니고 '교회'가 한 것도 아니다. 그 안의 '남성'이 한거지.


나는 중학교 2학년때 갑자기 교회를 그만두었고 그 뒤로 교회를 가지 않았다. 그렇게나 열심히 다녔던 아이었는데 교회는 내게 가장 끔찍한 장소가 되어 있었다. 점점 자라면서 교회에 대해 더 싫은 점만 보게되었고 욕을 퍼붓고 싶었던 일들은 아주 자주 일어났지만, 사람들이 교회에서 다 나같은 경험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누군가에게 교회는 영혼의 안식처였고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받아들여주지 않는 자신을 받아주는 유일한 곳이었다. 지금은 가족 중에서 엄마만 교회를 다니고 계시는데, 토요일에 교회를 청소하러 간다고 하실 때마다 머리꼭대기까지 빡이 차오르지만, 그렇지만 그렇게 엄마가 가서 다른 교회분들과 사교활동을 하시며 즐거워하시기 때문에 내 기준으로만 판단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타이르는 중이다. 현재 직장을 다니지 않는 엄마의 유일한 사교 활동은 종교활동이니까. 어떤 사람들은 아는 사람, 친구를 사귀는 것이 교회 안에서 가능하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그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중단된 상태지만.



그러니 성경을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어도 어떤 말씀들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 알고 있기도 하다. 친할머니는 어마어마한 교회 신자였고 권사님이셨는데, 창세기를 달달 외우고 계셨다. 많은 나이에도 사람들 앞에 나가 창세기 외우기 시범을 보인 적도 있는 분이다. 올케쪽 친척 중에는 목사님도 계시다. 그러니까 내 주변은 친교회적, 친기독교적 이라는 거다. 이런 내게 성경 읽기는 그렇게 낯선건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더 좋은, 더 넓은 독서를 위해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창세기의 시작부터 걸리적거렸다.



창세기 2장 18절에서 이런 말씀을 본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아담을 먼저 만들고 흐음, 좋지 아니하네, '그(남자)를 위하여', '그를 돕는' 여자를 만들자, 하게 된 것이라는데, 내가 이 나이 먹고 이 정도의 삶을 살아오고 이 정도의 경험을 한 후에 읽는 저 구절은 성경책을 덮게 만든다. 함께 읽는 친구에게 돕게 하려고 만들었대, 아오, 나 어떡하지, 물었더니 친구는 내게 그랬다. "앞으로 계속 너 화나게 하는 말 많이 나올거야."


후. 애당초 저렇게 쓰여져 있으니 종교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성경에 쓰여진 말씀대로 사는건 너무 당연한거 아니었을까.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이라면 저게 뭐여 하겠지만 그 종교 안에 있다면 말씀을 따르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을까. 나는 이 '여자는 남자를 돕기 위해 만들었다'는 걸 분명 얼마전에 어딘가에서 봤는데, 아 보면서 그 때도 이것이 뭣이여 했었는데, 아 그게 뭐였더라, 하면서 역순으로 내가 읽은 책들을 떠올리다가, 아아, 푸코, 푸코의 성의 역사에서 봤다! 했다. 그렇게 내 책장 앞으로 가 푸코 <성의 역사 4>권을 꺼냈다.




내 책장이 좋은 이유는 내가 원할 때 책장 앞으로 가 맞춤한 책을 꺼내들고 찾아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어제 김치찜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아아, 성의 역사 4권이다, 하고는 책장 앞에 가 책을 꺼내들고 원하는 부분을 찾았을 때의 기쁨을 여러분은 알쥬?

















육체의 고백에는 부부의 의무에 관련된 부분이 나온다. 푸코의 주장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여러 철학자들이 결혼과 아내, 부부에 관해 쓴 것들을 추려서 공통적인 주제들을 정리해둔 부분인데, 거기에는 불평등의 원칙이 존재한다는 것.



자연적 불평등의 원칙. <창세기>에 의하면, 하느님은 먼저 남자를 창조하고, 남자에게 여자를 '보조자'로 만들어 주면서, 남자에게 첫 번째 줄에서 명령하는 역할을 맡긴다. 그는 머리이다. "남편을 우두머리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여자를 몸통의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상상해 보자. […] 바오로는 남자와 여자의 자리를 지정한다. 한쪽이 권위와 보호의 자리라면, 다른 한쪽은 복종의 자리이다." -<육체의 고백>, p.383



여성주의, 페미니즘을 접하고 페미니스트가 되는 사람들의 기본 전제는 여성과 남성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신체적 차이가 있지만, 차이는 차이대로 인정하고 차별하지는 말자는 것. 그런데 성경은 애초에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 여자는 남자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

게다가 이렇게 만들어진 여자인 하와는 하나님이 따먹지 말라고 했던 선악과를 따먹었고 그것을 남자인 아담에게 권했기 때문에, 여자에게 아이를 낳는데 고통을 크게 하는벌을 내린다(창세기 3장 16절). 일전에 닐 게이먼이 자신의 소설 《멋진 징조들》에서 적그리스도인 아담 영, 천사, 아담과 이브를 유혹한 악마를 등장시켜 말했던 이런 구절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러게나 말이야. 그 나무에다 화살표를 그어놓고 커다란 글씨로 건드리지 말 것이라고 해놓다니. 그다지 치밀하다고 할 수 없잖아? 그러니까 왜 그 나무를 높은 산꼭대기에 올려놓든가 멀찍이 떨어뜨리지 않았느냔 말야. 정밀이지, 그 분이 뭘 계획하고 계신 건지 궁금해지잖아." -<멋진 징조들> 中에서








아마도 저렇게 그분의 뜻에 의문(?)을 가져서일까, 멋진 징조들은 영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기독교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내친김에 오만년전에 읽었던 멋진 징조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책은 지금 내게 없지만 그러면 다시 사야겠군...



다시 푸코 성의 역사로 돌아가면, 하느님이 부러 불평등하게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평등이 갈등을 야기할 거라고 한것. 이건 사실 하느님의 온전한 뜻이라기보다는 성경을 해석한 자들의 몫이었긴 했을테지만, 어쨌든 창세기의 말씀 대로라면 도우라고(help) 만든 존재가 여자이긴 하다.



하느님이 양성에게 똑같은 능력을 나누어 주지 않은 까닭은, 이러한 평등이 갈등을 야기하고, 여자들이 첫 번째 자리를 놓고 남자들과 다툴 만큼 자만심이 커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열에 따른 예절과 평화의 필요를 조정하면서, 하느님은 우리의 생활을 둘로 나누어 남자에게는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일을 맡도록 했고, 여자에게는 매우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을 부여했다. 그 결과 남자는 생활의 필수품 때문에 여자를 공경하게 되었고, 여자는 자신의 일이 열등하다고 해서 남편에게 반항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러한 상호보완성이 잘 이루어질 수 있기 위해서 남자가 자기보다 부유한 여자와 결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부유한 여자와 결혼하는 남자는 '상전'을 맞아들인 셈이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자기보다 가난한 여자를 고른다면, 그는 여자에게서 '보조자, 지지자 […]'를 찾은 것이다. 자신의 가난 때문에 갖게 된 불편한 생각으로, 여자는 남편에 대해서 온갖 정성과 관심을 쏟고, 복종하고, 헌신함으로써 모든 부부싸움의 원인은 제거되었다. -<성의 역사 4>, p.384-385




얼마전에 여행프로그램을 보았는데, 거기에서는 중국의 외진 마을을 보여주었다. 여행자는 그곳의 사당에 들렀는데, 그 마을에서 모시는 신은 천지를 창조했다고 했다. 그 프로그램을 같이 보던 엄마는 "어? 그건 하나님이 하신건데?" 하셨고, 나 역시 어릴적부터 기독교였던 터라, 그러게, 하였지만,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는 신은 결국은 하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섬기는 자들에 따라서 기독교의 모습, 이슬람 교의 모습, 불교의 모습이 되는건 아닐까. 왜냐하면, 하나같이 종교들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대하질 않았으니까. 이는 '수 로이드 로버츠'의《여자, 전쟁》에서도 아주 잘 드러난다.


나는 책장 앞으로 가 그 책도 빼내온다.




















수 로이드 로버츠는 감비아로 가 이슬람교의 우두머리인 '이맘'을 만난다. 그곳은 어린 여성들의 성기를 절단하는 할례가 이루어지는 곳이었고, 한번도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살아본적 없는 남자사람 '이맘'은 그러나 누구보다도 자신있게 여성의 성기에 대해 연설한다.


"그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이것이 이슬람 문화권에서 받아들여져온 이유이며, 우리가 그것을 실천하는 이유, 또 그것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유입니다."

배석한 남자들이 동의의 뜻을 담아 연신 끄덕거리는 분위기에 취해, 이맘은 말을 계속했다. "FGM은 여성에게 이로운 일입니다. 할례할 때 잘라내는 것은 매우 가려운 부위예요. 너무나 간지러워서 그걸 완화하려면 철수세미로 문질러야 할 정도라고요.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말이죠, 할례를 하지 않은 여자는 축축한 분비물이 나와요. 의자에서 일어날 때마다 옷이 잔뜩 젖을 지경이라 공공장소에 있다면 정말 망신스러운 일이 될 거예요."

이쯤 되자 이 자리에 있는 유일한 여자로서, 약간의 분노를 담아 끼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클리토리스를 가진 채 60년을 살았어요. 그리고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지 않았습니다!"

그는 능글거리는 눈빛으로 답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글쎄요, 당신은 일반적인 여자들과는 좀 다른가보죠."

앞선 무식한 주장보다도 이 웃음에서 더 이상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만일 그가 진심으로 어린 여성들의 성기 절제가 신의 섭리이고, 여성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웃지 않았으리라. 그는 자신이 내뱉는 말이 상식에 어긋난다는 걸 알고 있었고 바로 그 점이 재미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 자체가 성기 절제는 오직 여성 통제를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그가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자, 전쟁> p.28-29




할례가 아예 없어지진 않았지만 그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여자 전쟁 속에서 할례의 문화 속에서 살던 여자가 그를 피해 도망치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 수많은 여성들은 보조자의 돕는 위치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돕는 것은 돕는 것대로 물론 충분히 의미있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러나 앞에서 이끄는 것 역시 마찬가지, 그것을 할 수 있고 하고싶어 한다면, 여자들이라도 그러하면 된다. 여성들이 보조적 위치에만 있지 않겠다고 항의하고 나서고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애초에 신이 인간을 빚었던 그 의도보다 여자들이 더 똑똑하게 진화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해야 한다는 신념은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훔친 이래로, 초기 기독교 교부들은 여성은 믿을 만한 존재가 못 된다고 경고해왔다.- <여자 전쟁>, P29


여자 전쟁 얘기가 나온 김에 아일랜드 얘기를 덧붙여보자면,

대체 아일랜드의 종교단체가 운영한 세탁소 체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1767년 처음 문을 열었던 세탁소는 200년 이상 지속되어 마지막 세탁소가 1996년 문을 닫았다. '타락한 여자들'로 낙인 찍힌 여자 수만 명이 창피해하는 가족들과 위선적인 사제들에 의해 이곳으로 보내졌다. 도덕적 탈선으로부터 지역사회를 지킨다는 명목이었다. 단체의 이름은 예수의 추종자 가운데 한 명이자 '회개한 창녀'로 일컬어지는 막달라 마리아에서 비롯됐다.

여성의 성에 대해 성모마리아가 비현실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세운 이래 남성들은 이에 대비되는 '타락한 여자' 에 집착해왔다. 초기 기독교의 현자로 통하는 성 예로니모는 4세기에 "여성은 만악의 근원"이라는 글을 남겼다. 13세기에 발의된 교회법Canon laws은 여성 감금을 정당화했다. "추악한 육욕으로 인해 결혼의 침상을 내버리고 타락한 여성들은 하느님을 위해서.... 종교에 귀의한 여성들이 있는 수녀원에 배속시켜 영구적인 고행을 하도록 해야한다" 19세기 초 아일랜드에서는 이런 사상이 인기를 얻었고 대부분의 대형 세탁소가 이때 지어졌다.-<여자 전쟁>, p.86




나는 아직 성경을 다 읽기 전이고 또 다른 종교서도 읽어본 적이 없으니 신이 어떤 식으로 그 다음을 말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신이 여성을 감금하라고 하진 않았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만, 신이 남자를 먼저 만들고 그를 위해 여자를 만들었으며, 선악과를 따 먹은 것 역시 이브의 원죄라는 것. 그 사상은 아마 대대적으로 내려온게 아닐까. 그것이 후세에도 '여성은 만악의 근원'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 것이고, 결국 남자들의 기준으로 '타락한' 여자들은 막달라 마리아의 이름을 빌어 감금하게 한게 아닐까.


어느 정도냐면, 타락한 여자들만 보내는 게 아니라 타락할 위험에 빠질 것 같은 예쁜 소녀들도 보내진다.


아일랜드에서는 전통적인 아일랜드 도덕 관습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 누구에게나 '타락한 여자'라는 꼬리표를 너무나도 쉽게 붙였다. 창녀는 물론이고 근친상간이나 강간 혹은 사고로 인해 임신하게 된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도 '타락한 여자'로 분류됐다. 어떤 여자들은 심지어 '예방 차원'에서 세탁소로 보내졌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수녀들은 외모가 특출하게 빼어난 소녀들을 '타락할 위험이 높다'며 세탁소로 보냈다. 메리 메릿은 아마 반항기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세탁소에 보내졌고, 그것이 파멸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엄격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와, 노동자를 공짜로 부려먹으면서 이익을 얻으려는 종교단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이들 세탁소는 그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확보했다. -<여자 전쟁> p.88


나쁜 건 제속도를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더 나빠진다. 타락한 여자들을 감금하고 노동시키는 것도 그러했지만, 여자는 결혼한 이상 남편의 성관계를 거부해서도 안되고 임신하고서는 아이를 낳지 않아서도 안된다.


아일랜드 의사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여성의 골반이 너무 작아 자연분만을 하기 힘들다면 골반 뼈를 부러뜨려서 출산하도록 처치한다는 것이었다. "의사가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쇠톱을 가져오는 걸 봤습니다." 노라 클라크Nora Clarke가 기억을 떠올린다. "정육점에서 동물을 자를 때 그걸 사용하는 걸 봤기 때문에 이사가 가져온 게 쇠톱인 걸 알았죠. 그 의사는 내 뼈를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피가 샘처럼 솟아올랐고, 사방으로 튀었어요. 간호사들은 뼈를 자르는 걸 보고 속이 뒤집혔어요. 의사는 피가 안경에 튄다며 화를 냈고요." -<여자 전쟁> p.98-99



오늘은 창세기 4장부터 7장까지를 읽었다. 아담과 하와의 자식인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님은 가인의 농사지은 제물은 받지 않으셨고 아벨의 제물인 양은 받으셨다. 왜 자기의 제물은 받지 않았는지 가인은 분노하는데, 나 역시도 왜 내가 준 건 안받고 쟤가 준 건 받지? 하면서 또 어리둥절 해지는거다. 이 부분 읽다가 친구에게 말하니 친구는 영어로 번역된 부분을 찾아 보여주었다. 가인이 드린건 자신이 농사지은 수확물이었으되, 영어에서 아벨이 드린건 '첫번째' 이며 'the best' 라고 했다. 음..



고작 창세기의 7장까지 읽었을 뿐인데 양미간에 주름 뽝지는 부분들이 여러차례 나오고, 그렇지만 이야기로서 재미있다. 좀 어이없는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이렇게 빡이 쳐서, -친구가 하와를 만난 부분의 영어 번역본도 보내주었는데, 너무나 당당하게 'for him' 이라고 써있었다- 내가 이 성경 한 권을 앞으로 읽어내는 일이 마냥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을 읽는 나의 입장은 '비종교인'이며 '성인 여성'이기 때문이겠지. 아마도 나는 성경을 읽다가 이렇게 여성주의 책을 떠올리는 일이 빈번하게 있지 않을까.


아무튼 오늘은 좀전에 오늘의 읽기를 마쳤다. 마음먹은 이상, 다 읽어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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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0-12-29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교여서 성경은 당시 배경에서 쓰인 역사 철학책이라고 생각하고 읽는 편이에요. 맞는 말도 많지만 아닌 말도 많아서요. 근데 안 읽을 순 없어요. 영문학을 공부하려면 한 손엔 성경 다른 한 손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말을 늘 듣다보니까요. 일단 읽어두면 외우고 있진 않더라도 서양에서 쓰인 대부분의 책 속 메타포가 뭔지 조금은 알것 같아지기에 저도 읽은 것 같아요. ㅎㅎㅎ
하다못해 굽 갈라지고 꼬리가 구불거리는 네발달린 짐승 먹지 말라는 말도 콜레라 때문이겠지 하고 그냥 넘겨요. 기독교인들이 그렇다고 해서 돼지고기 다들 안 먹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구약을 공통으로 믿는 유대교 이슬람교에서도 거의 이슬람교만 지키는 거 같고 구약보다는 기독교에선 신약이 더 중요한 거 같지만요.
그러고 보니 꾸란에는 그런 말도 나왔던 거 같아요. 여자들한테 너희는 남성들을 유혹시키지 말고 머리와 가슴을 가리고 체형 드러나지 않는 옷 입으라는 간접적으로 히잡을 하라는 구절이요. 아랍 방송에서 히잡 쓰거나 벗은채 나오는 여성진행자들 떠올려보면 그래, 여자들이 좀 이뻐야지 싶은데 그렇게 생각해보면 여성들이 타락하는 게 아니고 타락당하는 거 같기도 해요. ^^;;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0-12-29 11:06   좋아요 3 | URL
맞다 틀리다의 개념은 종교인과 비종교인이 다를 것이고 또 이건 그냥 개인마다도 다른거잖아요. 나한테 상식이어도 다른 사람에게 상식일 수는 없을테니까요. 저는 어쩔 수 없이 비종교인에다 성인여성에다 여성학 책 읽기를 계속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성경을 보게 되니 창세기에서부터 걸리적거려요. 그렇지만 그 안의 내용이 제 기준에서 틀리다, 잘못되었다 해도 읽는 재미는 있어요. 아담이 막 구백살 이상 살고 이런 거 읽으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아아, 나도 구백살... 이러면서요. ㅎㅎ
저도 페르소나님과 마찬가지로 제 앞으로의 풍부하고 질높은 독서 생활을 위해 성경을 읽어두는 게 좋을거라 판단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외우는거야 어림도 없겠지만 대부분 이야기들을 이해하는 좋은 배경이 되어줄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읽어볼 참입니다. 계속 뭔가 걸리적거리면 그때마다 걸리적거린다고 말하고 쓰고 그러면 될테니까요.
아무튼 열심히 읽으면서 삽시다!

persona 2020-12-29 11:09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사람들마다도 또 생각과 기준이 저마다 다르겠어요. 넵. 파이팅입니다! ㅎㅎㅎ

비연 2020-12-29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모든 글 중에 [성의 역사 4]라는 것이 가장 감동으로 다가오는... (성의 역사 2읽고 있는 자의 비애ㅜ)

다락방 2020-12-29 11:07   좋아요 1 | URL
제가 성의역사를 넣어 페이퍼를 쓸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비연님. 저도 저한테 감동했어요. 만세!! ㅋㅋㅋㅋ

2020-12-29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12-29 12:07   좋아요 1 | URL
히브리어를 안다면 성경을 읽으면서 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 친구도 히브리어로 읽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번역되는 과정에서 어떤 오해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런걸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히브리어로 읽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 성경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겠지요.

저기서의 도움이 여호와는 나의 도움의 그 도움이라고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 성경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지신 분들이 말씀해주셔야 제가 비로소 알게 됩니다 ㅠㅠ

그렇지만 돕는다는 단어가 하녀처럼 시중든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닌, 여호와는 나의 도움할 때의 그 도움이라고 해도 저는 상황이 딱히 더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저 부분에서의 키포인트는 ‘그를 위해‘ 라고 생각을 하거든요.for him. 그를 위해 나중에 만들어진 존재. 어떤 식의 도움이든 그가 외로울까봐 혼자인 그를 위해 만드셨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는 보조적 의미로 여자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성경에 대해 계속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는데 아무래도 비종교인의 한계가 있는지라, 잘못 해석하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잠자냥 2020-12-29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문적 호기심 때문에 성경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요(다는 아니고요 ㅎㅎ) 성경의 어떤 구절은 차별과 혐오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기 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 목소리는 대부분 그 옛날부터 성경을 풀이하거나 옮긴 그 남자들의 목소리겠지요. 암튼 빡치실 일 많을 텐데, 성경 읽기에 도전하신 다락방 님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0-12-29 13:28   좋아요 2 | URL
네, 저도 그 생각 했어요, 잠자냥님. 애초에 기록하고 옮기고 해석하는 이들이 남자였을 것이니 자기들 좋을대로 기록하지 않았겠나 하고 말이지요. 아주 많은 명언들이 성경으로부터 인용되어지기도 하니, 읽다보면 저도 무릎을 탁 치면서 아아 너무나 좋은 말이다, 하게될 수도 있겠지요. 그런 부분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봅니다. 제가 제 생각보다 더 빡치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긴 하지만 ㅋㅋㅋ 그래도 잠자냥 님의 응원을 받고 열심히 완독의 길로 가겠습니다. 화이팅!

2020-12-29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9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0-12-29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앱 이름 가르쳐 주세요^^* 작년에 읽다 말았는데 저도 다시 해보고싶어요~☆

다락방 2020-12-29 15:10   좋아요 3 | URL
미미님 그 앱은 <갓피플성경통독> 입니다. 이 앱 설치후 바로 그 앱에서 성경을 읽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다른 성경책으로 읽고도 표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북으로 사서 읽고 표기중입니다. 기준은 365일 한 권 완독으로 했고요. 그렇게 설정하니 첫날은 창세기 1-3장 둘째날은 4-7장으로 나오더라고요. 후훗. *^^*

미미 2020-12-29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자마자 신나서 그만 ‘쿠팡‘에다 갓피플성경..을 검색 (@_@;)ㅋㅋ 덕분에 이래저래 내년이 두근두근해가 되었어요.

다락방 2020-12-29 15: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쿠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네, 내년에 우리는 계획했던 바를 그리고 원하는 바를 다 이루도록 합시다. 뽜샤!!

공쟝쟝 2020-12-29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성경을 읽다니.... (생각해보면 걔도 그냥 책인데 왜 책이라는 생각이 안들죠?)
다락방님 이제 성경을 뚜까패는 겁니까? 😚 그거 넘 좋아 ㅎㅎ

다락방 2020-12-30 07:55   좋아요 0 | URL
뭐든 다 덤볏! 다 뚜까패버리겠다! 덤벼덤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제 지식의 확장을 위하여. 샤라라랑~

2020-12-30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31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ngsujihyun 2021-01-0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밀렛의 성정치학을 읽다가 문득 하느님은 남성인가 여성인가? 당연 남성으로 표현되는것이 이상도해서 재미삼아 네이버 검색했는데 이런 대단한 독서력의 해박하고 진솔한 글을 접하게 되었네요, 책읽기 좋아하는사람으로 서로의 서가를 교환해서읽을수있다면 참좋겠다 잠깐 생각했습니다. 푸코의 책을 읽어봐야겠다싶습니다,좋은글 잘 읽었어요, 멋지십니다~!!.

다락방 2021-01-07 09:18   좋아요 0 | URL
하하 감사합니다. 이렇게 우연히 방문해주시고 또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요.
푸코 <성의 역사>는 너무 읽기가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독서 근육을 좀 더 키운 후에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생각했답니다.
케이트 밀렛의 <성정치학>은 재출간을 너무 기다리던 책이었고, 재출간 되자마자 갖추어둔 책입니다. 그런데 아직 읽지를 못하고 있네요. 자꾸 다른 책들에 뒤로 밀려요. 얼마전에 그 책 다 읽은 제 친구도 너무 좋은 책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곧 읽겠습니다.

 

2021년에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계속됩니다. 두둥-



1월, 캐럴 J. 아담스 의 《육식의 성정치》입니다.

불편하지만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네, 제가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푸코 읽은 사람이고, 푸코를 읽다보면 푸코를 제외한 다른 모든 책들은 겁나게 재미질거란 기대를 하게 됩니다.

자, 우리 육식의 성정치를 읽읍시다.
















2월, '캐롤 페이트먼'의 《여자들의 무질서》

348쪽 밖에 안되니까, 우리 2월이라는 짧은 한 달동안 충분히 읽을 수 있잖아요? 하하하하.

348쪽, 이제는 우스운 것..
















3월, '낸시 홈스트롬' 《사회주의 페미니즘》

3월은 새학기가 시작되는 달 아니겠습니까? 새학기를 맞이하는 기분으로다가 두껍게 한 번 가주시죠.

무려 832쪽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같이읽기가 아니라면 여러분, 이거 혼자 못읽어요.. 같이 읽어야 읽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때입니다!

3월, 새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고고씽!


















4월, '바버라 에런라이크', '디어드러 잉글리시' 《200년 동안의 거짓말》

여러분, 4월이 과학의 달인거 다들 아시죠? 과학의 달에는 과학.. 책을 읽어야 하잖아요?

과학이 어떻게 여성의 삶을 조작했는지 우리 한 번 들여다보죠!
















5월, '메리 울스턴 크래프트', '메리 셸리' 《메리, 마리아, 마틸다》

5월, 우리 문학을 한 권쯤 읽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2017년에 저는 '올해의 소설'로 '메리 셸리'의 의 [프랑켄슈타인]을 선택하기도 했는데요, 그 해에 프랑켄슈타인 리커버 소개에는 제 리뷰가 추천으로 올라가있기도 했습니다. 하하하. 자랑자랑.

여튼, 읽어봅시다, 문학적으로다가!



















이상, 5월까지의 책 선정을 공유합니다.

만약 중간에 너무나 좋은 여성주의 책이 새로 나온다면 일정이 바뀔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현재까지 5월의 목록은 위와 같고,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책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좀 더 찾아보고 앞으로의 리스트를 결정하게 되겠지만, '코델리아 파인'의 《젠더, 만들어진 성》이 현재 절판이라 선택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이 글을 혹시 볼지도 모를 출판관계자 여러분들, 저 책 개정판 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중간에 '안드레아 드워킨'이나 '캐서린 맥키넌'의 포르노 관련 책들 개정판이 나온다면 거침없이 리스트에 추가할 것입니다. 제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멤버들과 포르노 관련 도서를 함께 읽고 싶습니다. 혹여 포르노 관련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면 도서관 대여료 안드레아 드워킨이나 캐서린 맥키넌의 책들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최근에 출간된 책으로는 《포르노 랜드》가 좋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느라 힘들었습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시작한 이래 늘 해당월에 완독했던 사람이라 그 기록을 깨기 싫었고, 무엇보다 읽자고 이 모임을 조직한 것 자체가 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만큼은 포기하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힘겨울 때가 있었고 으앗 포기할까 할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끈질기게 이어왔는데, 푸코 성의 역사는 아, 정말 대단한 위기였어요. 꾸역꾸역 읽으면서, 내용 파악을 하나도 못하고, 그저 글자만 좇아 읽으면서,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그래도 읽었다는 것, 완독했다는 것은 나에게 남는다,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는 내게 남아 나중에 빛을 발할것이다...라고 스스로를 달래가며 결국 완독하였습니다. 의지의 다락방, 정말 대단하다 ㅠㅠ 여튼 그렇게 푸코 성의 역사를 끝으로 저는 2019년과 2020년 2년여에 걸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를 모두 완독하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출처'에 대해 생각합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결국 여성의 말과 생각으로부터 출처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고요.

소위 지식인들이라고 하는 남자 여러명이 나와 말과 생각을 나누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명민한 생각이나 표현이 발현된다면, 그 프로를 본 시청자들은 인용하고 퍼뜨릴텐데, 그 출처는 모두 남성들의 것이잖아요. 저는 그 출처를 여성들의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 이거 누가 말했잖아, 아 그거 누가 그랬는데, 라고 떠올릴 때 퍼뜩, 여성의 말과 생각이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출처에 여성의 말이 더 많이 인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에 나올 때, 언론에서 인터뷰를 딸 때, 남성들의 것과 균등한 비율로 여성들의 것도 함께 따야겠지요. 남자들만 우르르 불러서 세상에 대해 논하게 하지말고, 비슷한 비율로 여성들도 불렀으면 합니다. 철학에, 의학에, 과학에, 법학에 더 많은 여성들이 더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그렇게 여성들의 말에서 나온 출처를 늘려가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늘 망설이셨던 분들은 이번 기회에 함께 읽으시고요, 굳이 참여한다고 댓글 달지 않더라도 수줍게 본인의 공간에서 읽으셔도 좋습니다. 같은 책을 비슷한 시기에 함께 읽노라면 다른 분들이 같은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엿볼 수 있어서 꽤 즐거운 경험이 된다고 자부합니다.


그럼 이만 안녕, 여러분!


뽜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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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2-28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감동 🤩 내년에도 성실하게 꾸준히 가급적 많은 페이퍼로 함께 하겠습니다, 락방님 👍🏻💎🙋🏻‍♀️🥰💃🏻

다락방 2020-12-28 09:17   좋아요 1 | URL
수연님 이번 해에 열심히 읽어주셔서 감사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이왕 하는김에 지치지말고 포기하지도 말고 2021년에도 꾸준히 해봅시다. 힘내서 함께 가요! 뽜샤!

syo 2020-12-28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코 망했어..... 자신감을 잃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28 10:01   좋아요 1 | URL
아오 진짜 푸코 정말 아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0-12-28 1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두 다 완독은 약속 못하지만
(내년 목표중 하나 약속 자제;) ‘육식의성정치‘읽고 싶던 책이라
저도 발을 담궈 보렵니다ㅋㅋ‘출처 가져오기‘ 깊이 공감합니다!

다락방 2020-12-28 10:17   좋아요 1 | URL
1월 요이땅, 하면 미미님, 육식의 성정치 같이 읽어요!
아마 다른 분들도 읽으실테고 그렇게 수시로 관련 글들도 올라올 거에요. 그 책 자체가 즐거운 내용은 아니지만 같은 책 함께 읽으면서 즐겁게 보내봅시다!

단발머리 2020-12-28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정하신 책들의 면면이 정말 화려하네요. 특히 3월도서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예전에 혼자 읽다가 완독하지 못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서 더욱 반갑기도 하구요.
함께 읽는 분들의 눈부신 활약과 눈팅하시는 모든 분들의 새로운 참여를 기대해 봅니다. 아자아자 뽜야!!

다락방 2020-12-28 11:16   좋아요 3 | URL
히히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해주어서 너무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 덕에 제가 여기까지 함께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주신다면 제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님은 나의 힘!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안나는 책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엄두가 안나던 백래시도,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도 여러분과 함께 읽으니까 다 읽더라고요. 이렇게 벽돌책들을 다 정복해봅시다. 아자아자 뽜샤뽜샤!

2020-12-28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8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0-12-28 1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전 왜 푸코에 도전의식이 생기는 걸까요? 이웃님들 반응보면 저는 3장 못 넘길 거 같긴 한데..ㅋㅋ 육식의 성정치는 제목이 흥미롭군요~ 저도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0-12-28 16:33   좋아요 2 | URL
붕붕툐툐님, 푸코에 도전의식 생기신다면 거침없이 도전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 제발 정복해주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대신 누군가가..... ㅋㅋㅋㅋㅋㅋ
육식의 성정치 1월에 같이 읽어요, 붕붕툐툐님! 후훗.

블랙겟타 2020-12-2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읽을 책만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네요 배가 ㅋㅋㅋㅋ

다락방 2020-12-30 07:55   좋아요 1 | URL
3월...너무 기대되지 않습니까? 8백쪽이 넘는 책이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link123q34 2020-12-3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처에 대해 쓰신게.. 이렇게 당연한 일이 이렇게 먹먹하고 이렇게 울컥해요 여성주의책 같이읽기보고 알라딘에 이런게 있네 하고 처음 봤을때 너무 어렵고 거대한 일로 느껴졌거든요ㅋㅋ 그래도 대충 한번 도전해봐야지~ 하고 생각났을때 찾아본 순간 책이 딱! 성의역사더라고요? 이런 뛣..ㅋㅋ 다음 책 뭘까 기다렸어요! 새해에 운동하기에 도전하는 기분으로 대충 첫책 1장만 도전해요 저도 통 수줍은 편인데 침묵보다 말하기를 하라고 하길래. 또 다른 목소리의 수줍이들이 하나하나 같이 읽으면 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볼게요 :D

다락방 2020-12-30 13:47   좋아요 1 | URL
아이고 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의역사가 하필이면 그때 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링크님, 여성주의책 같이읽기는 제가 2018년 11월에 시작했거든요. 시작하다보니 지금처럼 고정멤버도 생기고 또 말없이 조용히 따라 읽어주시는 분들도 생기더라고요. 푸코 성의 역사는 제가 정말 선택의 실수라고 보는 책으로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다가 토할뻔 했어요 너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육식의 성정치는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육식의 성정치는 같이 읽어요, 링크님! 1월 한달 동안 같이 읽는 분들이 수시로 페이퍼 써주실텐데, 그 글들과 더불어 책을 읽으신다면 더 즐거운 책읽기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헤헷, 1월에 같이해요! >.<

han22598 2020-12-31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둥. 드뎌 1월이 오고 있습니다!

올해 다락방님을 알게 되어서 감사했습니다. 2021년 복 많이 받으시고, 계속 그곳에 있어주세요 ^^

다락방 2020-12-31 08:1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1월, 육식의 성정치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두둥- 한님과 함께 육식의 성정치 읽을 생각을 하니 너무 기대됩니다. 우리 육식의 성정치로 이곳 알라딘에서 만나요. 샤라라랑~ ㅋㅋㅋㅋㅋ

저도 한님을 알게되어 기쁜 한 해였습니다. 올해 마무리 잘하시고 우리 내년에도 힘차게 만나요. 힘차게 만나서 열심히 읽고 씁시다. 저는 가급적 계속 이곳에 있도록 하겠습니다. 해피 뉴 이어!
 















어제는 낯선 곳에서 까페를 발견하고 또 그 까페에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좋아서 훌쩍 들어갔다. 가방에 책이야 늘 있는 것. 나는 <성의 역사2>를 시작할것이다, 하고는 가방에 이 책 한 권만 달랑 넣어 까페로 들어갔다. 욕심을 내어 커피도 큰 걸 시켜두고 읽기 시작하다가, 서론에서, 나는 코끼리를 만난다. (네?)




우리는 살레스의 성 프란시스가 부부의 덕목德目을 어떤 식으로 권유 했는지를 알고 있다. 그는 결혼한 사람들에게 한 쌍의 코기리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습속의 모델을 제시하면서 자연의 거울에 비춰보라고 들이민다. 그것은 "거대한 동물에 불과하지만 지상에서 가장 고상하며 가장 지각 있는 동물이다. … 코끼리는 결코 제 짝을 바꾸지 않으며 선택한 암컷을 다정하게 사랑하지만, 3년에 한 번씩만 교미하는데 그것도 단지 5일 동안이며, 또 너무도 은밀히 하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할 때는 아무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6일째 되는 날 모습을 나타내고는 곧장 강으로 가 몸을 씻는다. 자기가 깨끗해지기 전에는 절대 무리에게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아름답고 정숙한 성질이 아닌가?"(Francois de Sales, Introduction a la vie devote) - <성의 역사 2>, p.39



우엇!!

우엇!!

이게 뭐얏!!!

코끼리... 나 코끼리였어!! 코끼리닷!

나는 다람쥐처럼 귀엽고 싶었는데 그것은 단지 나의 바람일 뿐, 실상은 코끼리였어..코끼리처럼 살고 있었다. 거대하며!!!

......

......

......

......

단 하나, '곧장 강으로 가 몸을 씻는'것만 코끼리와 내가 다르다. 나는 곧장 강으로 가 몸을 씻지 않아도 무리에게로 잘만 돌아가. 그러나 나는 코끼리였다. 나는 코끼리였어! 나는 코끼리다, 아아, 다람쥐보다 더 잘어울려. 코끼리다. 나는 코끼리인것이야... 코끼리..

푸코님의 책이 이렇게 좋군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됩니다.....




그럼 이만....

2020.11.23.08:20 코끼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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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1-2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

여기에 담긴 말들을 왜 다 알 거 같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1-23 13:10   좋아요 1 | URL
저 원래 썼다가 너무 노골적이라 말줄임표로 수정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 코끼리였습니다.

scott 2020-11-23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푸코 전도사 여서 알라딘 서재 다락방님 방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푸코가 달려들어요.(알라딘 빅데이터가 올려다 놓나봐요.) 난, 다락방님 올리브 글 읽으러 왔는뎅 ㅋㅋㅋㅋ

다락방 2020-11-24 10:40   좋아요 1 | URL
제가 11,12월은 어쩔 수 없이 ㅋㅋㅋㅋㅋㅋㅋㅋ 푸코 전도사를 해야 하므로 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제가 또 올리브 얘기 할 게 너무 많아요! 잭이 올리브랑 결혼해 살면서도 오래 살았던 전부인 그리워하는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너무 많고요(당연하지 않습니까!) 발관리 권유한 건 또 바람피웠던 상대 때문이었잖아요? 이거에 대해서도 또 말할 게 많고, 올리브가 병원에 입원해서 의사를 사랑하게 되는 것!! 도 할 말이 많고요. 아 그리고 늙어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에 대해서도요... 아아, 너무 천재 소설가 만나서 할 말이 많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생각날 때마다 풀어볼게요. 얘기합시다, 스콧님!!

scott 2020-11-24 21:38   좋아요 0 | URL
북플로 다락방님 방에 들어가서 올리브 페이퍼로 쭈욱 내려가서 댓글을 달면 푸코에 달려서 (오늘도)
알라딘에 문의를 했는데 알라딘이 현재 몇개 추진하고 있는 검색엔진 시범 운영중이라서 사이트가 불안(아마도 빅데티이터로 알라디더들이 조잘대는 책들 예의주시하는)해서 죄송하데요 ㅎㅎ

한 3-4년전에 스트라우트작가가 오바마가 자주가는 독립서점에서 독자들하고 만났는데 그때 사적인 이야기들 좔좔 풀었어요.(남편 뒷담화도 함)
보통 방송에서는 긴장하시는데 사적으로 팬들 만나면 동네 아줌마(약사 헨리 스타일) ㅋㅋ 처럼 폭풍수다를 떨어서 굉장히 인간적이고 소탈해요.
머리도 옷차림도 집에서 입던것 고대로 나온다고 ㅎㅎ

현재 남편이 두번쨰 남편이였는데 첫번째 남편이 유태계 부호, 하지만 결혼생활은 굉장히 불안했다고 하네요.
지금 남편은 소설속 잭과 거의 흡사해요. 말할때 (성격이 급해서 ) 호흡이 불안정한것도(실제는 배가 안나옴‘/작가에 광팬으로 독자와의 만남에서 만나서 데이트를 시작) 완전 애처가라서 와이프가 일어나기전 주변 정리하고 글쓸때 물심양면으로 서포트 해주는데(10년간 메인주 검창총장 그후 입법부에서 근무했던 엘리트 법조인)
전부인에 관해 궁금해서 소설에 그런식으로 써버렸데요 ㅎㅎ

작가가 원래 초임변호사 시절 요양병원에 파견되어서 (세금문제 상속문제 등등에 관한 업무) 수습을 했는데 6개월만에 로펌에서 잘렸데요. 하라는 일은 안하고 환자들(고객들)과 폭풍수다만 떨었다고 ㅎㅎ

로펌에서 쫒겨난후 이야기는 다음편에 ㅋㅋㅋㅋ


다락방 2020-11-25 07:55   좋아요 1 | URL
아니, 스콧님은 그런걸 다 어떻게 아세요? 설마... 오바마가 자주 가는 독립서점..에 스콧님도 가서 스트라우트 작가님 만나신거에요? @.@

작가의 광팬으로 독자와의 만남에서 데이트를 시작했다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네요. 최근에 개그우먼 안영미도 팬이었던 남자와 연인에서 부부가 되었잖아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글을 좋아하는 남자사람이라니, 그것도 너무 좋은데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글을 읽고 좋아하고 팬이 되는 사람이면 어쩐지 나쁜 사람이 아닐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좋아해서 팬이 되었으니 글 쓰는 걸 지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할테고요! 크- 너무 좋다. 역시 글은 여자가 써야 돼요. (응?)


그나저나 올리브 페이퍼에 댓글을 다는데도 푸코에 달리는 거였군요!! 맙소사.. 그것 참 이상한 에러네요..라고 할랬지만 에러란 원래 이상한 법....
그런데 스콧님 북플로 이렇게 긴 댓글 다시는거에요? 저는 북플로 댓글 잘 못달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너무나 피씨친화적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피씨로 글 쓰고 피씨로 댓글 답니다. ㅋㄷㅋㄷ
 















<성의 역사 1>을 다 읽었다. 총 네 권중에서 가장 얇은 책이니 앞으로 2-4권을 완독할 생각을 하면 앞이 깜깜하다. 게다가 1권도 읽었다고 볼 수도 없다. 글을 아직 모르는 아이들이 알고 쓰는게 아니라 글자를 보고 그리듯, 나 역시 이 글자를 '보는' 것에 그친 것 같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는 것.


나는 책을 읽으면서 종종 누군가에게 그 책에 대해 얘기해주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린다. 책의 줄거리기이도 하고, 그 책을 읽고난 감상이기도 하며, 그 책 속의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데 으윽, 너무 고통스러워 너라면 어떨 것 같아? 라고 묻는다거나, 그건 작가가 너무 욕심이 많아 지나치게 이것저것 끼워넣은 것 같아, 라는 식의 감상이기도 하다. 이것은 나의 독후활동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내가 읽은 것을 이렇게 알라딘에 쓰면서 그리고 누군가에게 얘기하면서도 그 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기 때문에 이런 독서 후 활동이야말로 독서를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런데,


내가 그 책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얘기를 할 수가 없다. 만약 친구가 내게 요즘 무슨 책 읽어? 라고 물었을 때 내가 '성의 역사 읽어' 라고 답하고, '오 그 책 재미있어? 어때?'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잘조잘 책에 대해 얘기하는 대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라고 답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상대에게 얘기할 수 있으려면, 내가 무엇보다 그 내용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알지 못한다면 아무리 아는척을 하려고 해도 설명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아는 척은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고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내 것이 아닌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부질 없다. 성의 역사에 있어서라면 이 책속의 무엇도 내 것이 되질 않았다.



길고 지루하기로 하자면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따를 책이 없겠지만, 그 책을 읽는 것은 그래도 가능하며 또 그 책에 쓰인 말이 성의 역사 만큼 모르겠는 것들로 채워진 것도 아니다. 보부아르는 그 긴 책을 쓰면서 자기가 그동안 읽어온 책들을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쓴다. 쉽게 말해 예를 드는 거다. 자 봐,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했는데 그건 이래서 문제지, 이건 이 작가가 놀랍게도 이런 감각을 가지고 있어, 라고 할 수 있게끔 이야기를 끌어 오는 거다. 그 이야기는 자신의 것이 아닌,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이었지만, 어쨌든 보부아르는 이야기를 그 안에 끌고 온다. 그러니 나는 보부아르의 주장을 들으면서 이야기와 결합할 수 있다.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프로이트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직 그의 개론서를 두 권 읽은게 전부이지만 프로이트 읽기가 재미있었던 것은, 그 안에 프로이트가 만난 환자들의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연은 그 사람 고유의 이야기이고, 그것이 책 속에서 내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한 근거가 대고 예가 된다. 정신분석학에 사용되는 용어 자체는 내게 낯선 것이지만, 그러나 그것들을 이해하는 것이 내게는 어렵지 않았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사연, 즉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간 소설을 숱하게 읽어온 나로써는 사실, 정신분석학이든 사회학이든 여성학이든, 전문적 용어에 대해 알지 못했을 뿐, 개념에 대해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터였다. 정신분석학, 사회학, 여성학, 심리학, 인문학 등등, '학'이 붙는 책들은 주장이나 논리, 이론에 사연을 가져온다면, 소설은 이야기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고, 사람들이 소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소설에는 재미있는 이야기 뒤에 다 들어있다. 한 사람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회적 배경과 그 심리, 그리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일까 고민하는 순간까지, 소설이 주는 이야기는 단순히 이야기의 재미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모든 학문이 다 들어있는 거다. 다만, 전문적 용어만 쏙 빠져있을 뿐이다. 말이 길었는데,



푸코의 성의 역사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 문장 자체가 지나치게 길거나 도대체 무슨 말이지 모르겠는 문장들이 수두룩해도, 그것들을 꾸며주는 혹은 덧대주는 이야기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읽기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낯선 단어들과 낯선 문장들이 쉼없이 이어진다. 아주 많은 문장들을 두 번 이상씩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말인지를 잘 모르겠는거다. 집어던지고 싶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이 책이 이번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라 그럴 수가 없었다. 와 진짜 같이 읽는 거 아니었으면 열 장도 못읽고 던져버렸을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꾸역꾸역 다 읽었다.



그렇게 읽다가 '고백'에 대한 부분을 만난다.


지난 금요일이었다. 고백에 대한 부분을 읽고 고백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푸코의 의지와는 달랐겠지만, 나는 폭력으로써의 고백에 대해 생각했다. 자, 푸코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자.


어쨌든 판단 기준의 관례와 비교해서, 전통의 권위에 의해 부여되는 보증과 비교해서, 증언뿐만 아니라 관찰과 입증의 세밀한 방법과 비교해서도 고백은 서양에서 진실을 생산하기 위한 가장 높이 평가되는 기술의 하나가 되었으며, 그때부터 우리는 고백이 유별나게 행해지는 사회에서 살게 되었다. 고백의 효과는 사법, 의학, 교육, 가족관계, 애정관계, 가장 일상적인 영역, 가장 엄숙한 의례로 멀리 퍼져 나갔고, 누구나 자신의 범죄를 고백하고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고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고백하고 자신의 과거와 몽상을 고백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고백하고 자신의 질병과 빈곤을 고백하고, 누구나 가장 말하기 어려운 것을 최대로 정확하게 말하려고 열심이고, 누구나 자신의 부모, 교육자, 의사, 사랑하는 사람에게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 고백하며, 다른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고백은 기쁨과 괴로움 속에서 자기 자신만이 볼 수 있을 뿐인 글로 쓰이기도 한다. 누구나 고백한다. 아니 누구나 고백을 강요당한다. (p.71)



고백은 대체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달라는 일이다. 고백했기 때문에 애정이 성사되고 고백했기 때문에 용서를 받을 수도 있으며 고백했기 때문에 마음의 짐을 덜기도 한다. 또한 고백했기 때문에 당신과 내가 더 가까워지기도 한다. 고백이라는 것은 그 속성상, 처음부터 말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당신과 내가 처음 봤을 때, 알지도 못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조금 더 잘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당신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었을 때, 그럴 때 하는 것이 고백이다. 푸코는 '누구나 고백을 강요당한다'라고 했는데, 그 말도 역시 맞다. 우리는 때때로 상대에게 고백을 강요하기도 한다. 범죄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사적인 관계에서도 그런 일들은 빈번히 일어난다.


고백은 당신과 나를 좀더 내밀하고 가까운 사이가 되게 하는데 일조하는데, 자신에 대해 먼저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친구도 내가 먼저 무언가를 얘기하면 이내 자기 얘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아, 이 친구의 말을 듣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말을 꺼내야 하는거구나, 라는 것을 그 친구를 보며 깨닫곤 했었다. 이 친구는 말수가 적고 자신을 드러내는 걸 꺼려하는 친구지만, 그러나 내가 '말해말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나는 이랬어' 라고 말하면, '아 그래, 내게도 그런 일이 있어' 라고 하면서 자신의 얘기를 꺼내는 거다. 그렇게 나에 대해 그 친구가 알아가고 그 친구에 대해 내가 알아가면서 우리는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연인 사이도 마찬가지. 사귄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연인이 어떤 일을 내게 얘기한 적이 있었고, 나는 그 때 내가 지금 당장 물리적으로 그의 옆에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속상했었다. 그가 내게 '지금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한 건 아니지만, 그 때만큼는 내가 옆에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고백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은밀한 바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고백은 여지없이 분명한 폭력이다. 나는 듣기 싫은 말을 강제로 들어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고, 그것이 너무 괴로웠다. 알고 싶지 않았는데 알게된 일에 대해서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 생각해도 대체 왜 내게 그걸 말해서 나를 이렇게 괴롭게 할까 몸부림치지만, 결론은 하나다. 그 얘기를 내게 했던 당사자들은 그 자신이 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중에는 죄에 대한 것도 있었다. 가해에 대한 것이 있었고 피해에 대한 것이 있었다. 상대는 내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내게 무거운, 아주 무거운 일이 되었다. 들으면서도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고 그 후에도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모르겠다. 그걸 얘기하던 그 당시 그 사람의 눈빛 같은 것들이 여전히 떠올라 괴롭다. 왜 내게 그걸 얘기했을까. 장담컨대, 내게 그 얘기를 하고난 후 당사자들은 자신의 짐을 어느 정도 덜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덜어진 짐의 무게는 고스란히 내게로 와 더해졌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런 것들을 듣게 한게 나는 소름끼치도록 싫다. 왜 내게 그걸 떠넘겼을까. 왜 자신의 짐을 덜자고 내게 더했나.



지난 금요일은 내내 고백에 대해 생각했고 그러자 자연스레 신해철의 노래 <고백>이 생각났다. 폭력으로써의 고백에 대해 생각했으면서도, 그러나 <고백>이 생각났다. 금요일은 스트레스가 켜켜이 쌓여서 폭발할 것 같은 날이었고, 저녁에 술약속이 있었던 터라, 이런 기분으로 술마시면 나 미치겠다 싶어 나를 안정시켜야겠다 싶었다.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할 예정이었던 나는 일단 편의점에 들러 컨디션을 샀다. 오늘은 이런 기분으로 마시면 취할테니 조금이라도 준비하자, 하고 컨디션을 친구것까지 사서 준비했다. 그리고 친구가 도착하기 전까지 잠시라도 내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나는 <고백> 을 재생시켰다.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았다.




친구가 오기 전에 내 기분을 낫게 해야 한다. 스트레스로부터 그리고 연달아 떠오른 폭력으로써의 고백으로부터 나는 빠져나와야 했다.



이 모든 일들에 대해 내가 폭력이라고 생각한 건, 그 고백의 성격들 탓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상대에 대한 내 애정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건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였다. 만약 같은 말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 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보니, 내 반응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중 한 고백은 내가 사랑했던 그 누구도 하지 않을 짓이었기에 도저히 교차할 수 없었다.



쉽게 사랑이라 말하고 쉽게 돌아서곤 했었지
나에겐 사랑이란 말은 그저 나 자신에게 한 말이었어

처음 너를 본 순간부터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
내 삶의 끝까지 가져 갈 단 한번의 사랑이 내게 왔음을
내말을 들어봐

이제 난 다시는 거짓 사랑을 얘기하지 않아
아주 오랫동안 기다린 사랑을 이제 난 찾았어

이제 난 다시는 헛된 사랑을 얘기하지 않아
많은 세월에 바래져도 언제나 난 너를 사랑해



친구가 도착했고 나는 친구에게 컨디션을 건넸다. 자, 우리 이거 마시고 시작하자. 친구는 웃었고 나는 컨디션을 앞으로 내밀며 친구의 컨디션과 건배했다.



푸코의 문장이(혹은 번역가의 문장이) 도대체 뭔말인지 잘 모르겠어서 아주 많은 것들이 헷갈린다. 뭐 어쩌라는거야, 이러라는 거야 저러라는 거야, 하면서 헷갈린 거다. 그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이다가, <제5장 죽음의 권리와 생명에 대한 권력>에서부터 재미있어졌다. 오, 군주의 생살여탈권에 대한 것이었는데, 오오, 흥미롭다.



군주는 정당하게 전쟁을 벌이고 신민에게 국가의 방위에 참여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직접적으로 신민의 죽음읠 꾀하지"않으면서 합법적으로 "신민의 목숨을 좌지우지할"권한을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군주는 신민에 대해 "간접적"생살여탈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만일 군주에게 항거하고 군주의 법을 위반하는 자가 신민의 한 사람이라면, 군주는 그의 생명에 대해 직접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징벌의 명목으로 군주는 그를 죽이게 된다. 이렇게 이해된 생살여탈권은 더 이상 절대적 특권이 아니다. 이런 생살여탈권은 군주의 보호와 고유한 존속을 조건으로 갖는다. (p.154)



물론 그렇다고 이 5장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한 건 아니지만, 요건 재미있어서 나중에 5장은 다시 읽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권력은 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육체"와 "인구"의 연결 지점에서 성은 죽음의 위협보다는 오히려 생명의 관리를 중심으로 조직되는 권력의 중심적 표적이 된다.
피는 오랫동안 권력의 메커니즘, 권력의 발현, 권력의 관례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p.167)



그리고는 '사드의 작품에서 피는 줄곧 쾌락을 따라 흐른다'(p.169)고 사드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으으..나는 사드 안읽었지만 싫은데, 하는데, 으앗, 너무 싫은 바타유가 나와..



정반대의 극단에서 우리는 그 동일한 19세기 말부터 성생활의 주제를 법, 상징적 질서, 주권의 체계에 재편입시키기 위한 이론적 노력을 추적할 수 있다. 일상의 성생활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확고한 의도가 있는 그러한 권력 메커니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돌이킬 수 없이 확산적인 성격을 (그것도 정신분석의 탄생부터, 다시 말해서 정신분석이 유전적 퇴화의 신경-정신의학과 단절하면서부터) 의심한 것은 정신 분석이나 적어도 정신분석에 있었을 수 있는 가장 초지일관한 것의 정치적 영광이다. 법, 즉 혼인관계, 금지된 혈족관계, 아버지-군주의 법을 성생활에 원리로 부여하려는, 요컨대 욕마을 중심으로 옛 권력의 영역 전체를 불러들이려는 프로이트의 (아마 그와 동시대적인 인종차별의 광범위한 대두에 대한 반발로 인한) 노력은 이로부터 유래한다. 정신분석이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파시즘과 대립하는 입장이었던 것은 이러한 노력 덕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분석의 입장은 분명히 역사적 상황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 법, 즉 혼인관계, 금지된 혈족관계, 아버지-군주의 법을 성생활에 원리로 부여하려는, 요컨대 욕망을 중심으로 옛 권력의 영역 전체를 불러들이려는 프로이트의 (아마 그와 동시대적인 인종차별의 광범위한 대두에 대한 반발로 인한) 법, 죽음, 피, 주권의 심급에 따라 성적인 것의 영역을 사유하는 것은 사드와 바타이유에 대한 참조가 어떠하건, 그들에게 요구되는 "전복"의 담보가 무엇이건, 결국 역사적 "후방-선회"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성생활의 장치와 동시대적인 권력의 기술로부터 성생활의 장치를 사유해야 한다. (p.170-171)




나는 위의 문장을 아무리 읽고 또 읽어봐도 그래서 사드와 바타이유가 어쨌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들의 그 피를 부르는 성에 관한 것은 그들의 의도가 어떠했건 진보적이지 못하다는 것인가. 그들이 뭘 어쨌건간에 우리는 별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인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 그렇지만 내가 사드를 싫어하고 바타유를 싫어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안다. 사드는 사실 읽어본 적 없으니 '모르면서 싫어한다'고 하는게 맞는 말일테고, 으으 바타유 진짜 졸 싫다. 바타유 너무 유명해서 내가 그의 작품을 어디 한 번 읽어볼까, 했던게 《눈 이야기》이다.
















이 책 읽다가 37페이지에서 포기했다. 거기에 대해 쓴 명품 페이퍼는 여기 ☞ https://blog.aladin.co.kr/fallen77/9424234


저 페이퍼에서도 얘기하지만, 여기에서는 섹스하면서 오줌 싸는 얘기가 나온다. 상대와 자기의 몸에 오줌을 싸면서 쳐발쳐발하는게 나오고, 단체로 섹스하면서도 그렇게 하는데, 나는 일단 그 부분에서 오줌 냄새 너무 나서 싫었고, 게다가 장농에 들어가서도 오줌 싼다 그래서 흠씬 두들겨패고 싶었다. 오줌 이불빨래 안해본 바타유 되시겠다. 지가 빨래하는 거 아니라고 그렇게 여기저기 오줌 싸대면 하아- 일하는 사람에게 왜 그런 고통 안겨주지요? 나는 푸코의 성의 역사에 바타유 나오는 순간, 오줌 빨래 니가 해라... 하는 마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눈 이야기에 실린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살펴보자.


1897년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소도시 비용에서 태어나, 매독 환자에 맹인인 아버지와 우울증을 동반한 정신착란에 시달리는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한때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성직자의 삶을 꿈꾸기도 했지만, 파리 국립고문서학교에 진학하여 파리 국립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1962년 오를레앙 도서관장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사서로 일했다. 그러면서도 '사드의 적자'라 불릴 만큼 매음굴을 전전하며 에로티슴 소설을 썼고, 니체의 무신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헤겔의 종교철학에 심취하여 <도퀴망> <크리티크>등 당대 사상계를 주도한 잡지를 주재하기도 했다.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 정치, 문학, 예술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펼쳤다. -<눈 이야기> 책날개의 작가소개 中



이 책의 뒷표지에는 수전 손택도 바타유를 좋아한다고 했는데(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 나는 그래서 뭔가 있을 줄 알았지. 이불 빨래 안하고 오줌 싸는 사람들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런 바타유에 대해서라면 나는 얼마후, 아아, 드워킨 님의 글에서 만나게 된다. 안드레아 드워킨 만세다! 드워킨이 바타유를 지적할 때, 나는 내가 바타유를 싫어하는 게 나의 본능적인 감각이라는 것을 알았고, 살면서 습득한 경험에 의한 것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바타유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매춘은, 여자의 태도의 논리적인 귀결이다. 여자가 매력적인 한 남자의 욕망의 먹이가 된다. 여자가 순결을 지키겠다고 결심을 단단히 햇으므로, 완전히 남자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는 어느 정도의 금액에, 어떠한 상황에서 여자가 굴할 것이냐이다. 만약 조건이 이루어진다면, 여자는 언제나 자기 자신을 성의 대상으로 내놓는다. 매춘은 다만 경제적 요소를 강하게 지니고 있을 뿐이다. (바타유의 단언, p.237)








안드레아 드워킨의 이 책에서도 수전 손택이 언급된다. 수전 손택을 비롯한 많은 사상가들이 바타유의 글을 심오하다고 했다는 거다. 드워킨은 바타유의 <안구담>이란 책에 대해 언급하는데(고추를 빨고 오줌을 싸고 발기되는 걸 보기 위해 목졸라 죽이고, 안구를 빼서 항문에 넣고..), 드워킨의 포르노그래피를 읽고 쓴 명품 페이퍼는 여기 ☞ https://blog.aladin.co.kr/fallen77/11398382




으 싫다... 그의 문학을 심오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 마음속에 그것을 '오 심오하다!' 느껴서 그런걸까? 글쎄, 모든게 취향의 문제라지만, 난 잘 모르겠네?




여성학 책들을 읽다보면 매번 모든 책이 백프로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태어나 살아온 삶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라,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들이 머릿속에 팍팍 들어오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일단 읽고 60프로 정도만 이해한 채로 있어도, 그렇게 읽었던 경험과 60프로가 나에게 남아 있어서, 훗날 다른 책을 읽다가 갑자기 팍 떠오르면서 그 전에 60프로 이해되던 것이 갑자기 75프로가 되기도 한다. 앗, 그 때 그 책에서 말한게 바로 이거였구나! 하고. 또한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네? 라고 했다가도 다른 책을 읽다가 퍼뜩, 아, 혹시 이게 그 뜻이었나? 하고 찾아보면 또 이해가 될 때가 있다. 이런것들이야말로 독서근육일 것이다. 근육이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니 푸코의 책을 내가 지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책(이야기가 없는!!)을 읽는 근육이 내게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푸코의 책을 4권까지 어떻게든 억지로 읽어낸다면, 지금의 5프로 이해가 15프로가 되고 70프로가 되는 날도 올것이다. 물론 계속 독서를 한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다른 책들을 또 읽고 읽다보면, 앗 그 때 푸코가 한 말이 이건가? 하고 다시 들춰보게 될 날도 오겠지. 그런날을 기다리며 나는 이제 2권을 시작하겠다. 아, 며칠 좀 쉰 다음에....































성에 관해 말하도록 부추기는 모든 선동이 성의 비밀을 깨뜨리려고 하건, 말하는 방식 자체에 의해 성의 비밀이 막연히 지속되건 성의 비밀은 아마, 그 모든 선동의 자리를 결정하는 기본적 실체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그 모든 선동의 매커니즘 자체에 속하는 주제, 즉 성에 관해 말하라는 요구를 구체화 하는 방식, 성에 관한 담론의 한없는 확산적 유통에 불가결한 허구이다. 근대 사회에 고유한 것은 근대 사회가 성을 어둠 속에 머물도록 운명지었다는 점이 아니라, 근대 사회가 성을 ‘그‘비밀로 내세움으로써 언제나 성에 관해 말할 운명이었다는 점이다. - P44

어른과 어린이의 분리, 부모의 침실과 아이들의 침실 사이에 확립된 양극 구조(이 양극 구조는 19세기 동안 민간 주거가 대대적으로 건설될 때 철칙이 되었다), 사내아이와 계집아이의 상대적 격리, 세심한 육아(育兒)의 엄격한 수칙[어머니의 수유(授乳), 위생], 어린이의 성생활에 대한 부단한 관심, 추정된 수음의 위험, 사춘기에 부여되는 중요성, 보모에게 암시되는 감시 방법, 훈계, 비밀과 두려움, 필요를 인정받음과 동시에 꺼려지는 하인의 존재, 이 모든 것으로 인해 가족은 가장 작은 규모로 축소된 형태까지도 단편적이고 유동적인 다수의 성생활로 포화된 복잡한 조직망이 된다. - P57

어쨌든 판단 기준의 관례와 비교해서, 전통의 권위에 의해 부여되는 보증과 비교해서, 증언뿐만 아니라 관찰과 입증의 세밀한 방법과 비교해서도 고백은 서양에서 진실을 생산하기 위한 가장 높이 평가되는 기술의 하나가 되었으며, 그때부터 우리는 고백이 유별나게 행해지는 사회에서 살게 되었다. 고백의 효과는 사법, 의학, 교육, 가족관계, 애정관계, 가장 일상적인 영역, 가장 엄숙한 의례로 멀리 퍼져 나갔고, 누구나 자신의 범죄를 고백하고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고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고백하고 자신의 과거와 몽상을 고백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고백하고 자신의 질병과 빈곤을 고백하고, 누구나 가장 말하기 어려운 것을 최대로 정확하게 말하려고 열심이고, 누구나 자신의 부모, 교육자, 의사, 사랑하는 사람에게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 고백하며, 다른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고백은 기쁨과 괴로움 속에서 자기 자신만이 볼 수 있을 뿐인 글로 쓰이기도 한다. 누구나 고백한다. 아니 누구나 고백을 강요당한다 - P71

권력은 손에 넣거나 빼앗거나 공유하는 것도 아니고, 간직하거나 멀어지게끔 내버려두는 것도 아니다. 권력은 무수한 지점으로부터, 불평등하고 유동적인 관계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행사된다.
권력관계는 다른 유형의 관계[경제 과정, 지인(知人)관계, 육체 관계]에 대해 외재성의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유형의 관계에 내재하고, 거기에서 새겨나는 분할, 불펻등, 불균형의 직접적 결과이고, 역으로 이러한 차별화의 내부적 조건이고, 단순한 금지나 추방의 역할에 힘입어 상부구조의 위치를 점하는 것이 아니라 작용하는 거기에서 직접적으로 생산적 역할을 맡는다. - P110

대개의 경우에는 유동적이고 과도적인 저항지점들이 문젯거리로 떠오르면서, 사회의 여기저기에 균열이 생기고 통일성이 무너지고 재편성이 초래되고 개인에게 자국이 나고 개인이 재단되고 개조되며 개인의 마음속에, 개인의 육체와 영혼에 축소할 수 없는 영역이 그려진다. - P112

권력관계에서 성생활은 가장 은밀한 요소가 아니라 가장 많은 활동에 이용될 수 있고 가장 다양한 전략에 대해 거점 또는 연결 지점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장 큰 도구성(道具性)을 갖추고 있는 요소의 하나이다. - P120

‘여성 육체의 히스테리화‘, 이것은 여성의 육체가 완전히 성생활로 포화된 육체로서 분석되고, 이를테면 자격을 부여받거나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하고, 여성의 육체에 고유한 병리학의 영향 아래 여성의 육체가 의료 실천의 영역에 통합되며, 끝으로 여성의 육체가 (여성의 육체에 의해 일정한 다산성을 보장받게 되어 있는)사회체, (여성의 육체가 실질적이고 기능적인 요소이게 되어 있는)가족 공간, (여성의 육체가 낳고, 교육하는 동안 내내 지속하는 생명-도덕적 책임 때문에 보호해야 하는)어린이의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삼중의 관계이다. 가령 어머니는 "신경질적인 여자"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힘입어, 이 히스테리화의 가장 가시적인 형태가 된다. - P121

로마의 가부장은 노예와 자식에게 생명을 "베풀었고" 노예와 자식으로부터 생며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 P153

군주는 정당하게 전쟁을 벌이고 신민에게 국가의 방위에 참여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직접적으로 신민의 죽음읠 꾀하지"않으면서 합법적으로 "신민의 목숨을 좌지우지할"권한을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군주는 신민에 대해 "간접적"생살여탈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만일 군주에게 항거하고 군주의 법을 위반하는 자가 신민의 한 사람이라면, 군주는 그의 생명에 대해 직접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징벌의 명목으로 군주는 그를 죽이게 된다. 이렇게 이해된 생살여탈권은 더 이상 절대적 특권이 아니다. 이런 생살여탈권은 군주의 보호와 고유한 존속을 조건으로 갖는다. - P154

살아가는 행위는 더 이상 죽음의 우연과 숙명성 속에서 때대로 떠오를 뿐인 그 접근 불가능한 기반이 아니라, 지식의 통제와 권력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영역으로 일정 부분 넘어가는 것이 된다. - P162

일반적으로 "육체"와 "인구"의 연결 지점에서 성은 죽음의 위협보다는 오히려 생명의 관리를 중심으로 조직되는 권력의 중심적 표적이 된다.
피는 오랫동안 권력의 메커니즘, 권력의 발현, 권력의 관례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 P167

일상의 성생활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확고한 의도가 있는 그러한 권력 메커니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돌이킬 수 없이 확산적인 성격을 (그것도 정신분석의 탄생부터, 다시 말해서 정신분석이 유전적 퇴화의 신경-정신의학과 단절하면서부터) 의심한 것은 정신 분석이나 적어도 정신분석에 있었을 수 있는 가장 초지일관한 것의 정치적 영광이다. - P170

"성의" 관념은 사람들로 하여금 권력을 "권력"으로 만드는 것으로부터 눈을 도렬 권력을 단지 법과 금기로서만 사유할 수 있게 해준다. 성, 우리의 눈에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심급, 우리가 보기에 우리의 현재 모습 전체 아래 감춰져 있는 듯한 이 비밀, 내보이는 권력과 감추는 의미에 의해 우리를 현혹하고 우리의 현재 모습을 알게 해달라는, 우리를 규정하는 것을 밝혀 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받는 이 지점, 성은 아마 성생활이ㅡ 장치와 이 장치의 작동에 필요하게 된 관념적인 지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P177

성은 권력이 육체, 육체의 물질성, 육체의 힘, 육체의 에너지, 육체의 감각, 육체의 쾌락을 장악함으로써 조직하는 성생활의 장치에서 가장 사변적이고 자아 관념적이며 가장 내면적인 요소이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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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1-17 1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푸코 이 대머리가 맘고생을 시켰군요.... 그치만 알지? 푸코 읽자고 한 건 다락방님이야 ㅎㅎㅎㅎㅎ

음, 이 개념을 이렇게 버무리는 게 완전히 푸코의 뜻과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럴 수는 있어요.

‘권력‘이라는 걸 단순히 누군가 다른 누군가를 억압하고 원치 않는 일을 하게 하거나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보면 안 된다는 게 이 책에서 푸코가 하는 큰 주장 중 하나거든요.

권력은 동사고, ‘지식‘을 만든다거나 ‘담론‘의 물꼬를 어느 방향으로 돌리려는 시도 자체가 하나의 권력행위라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권력이란 이런 것이라고 정의하거나 주장하는 것 자체 역시 하나의 권력행위라고 볼 수 있지요. 좀 마르크스주의적으로 이야기해보면, 이 책에서 푸코가 성의 ‘억압 가설‘을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는, 권력이란 억압행위라고 정의하는 순간 억압 이외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권력의 다른 양상을 숨김으로써 자체로 어떤 권력을 유지하고 지지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점이거든요? 그러니까 ‘권력은 억압한다‘는 말 자체가 권력행동이라는 거죠.

같은 맥락에서, 이 책에 대해서 아무것도 설명할 수가 없다는 다락방님의 말 역시 일종의 ‘설명‘ 행위잖아요. 그 말씀은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 책의 내용을 좔좔좔 설명해주는 것만큼이나 어떤 영향을 미칠 거고, 또한 동시에 다락방이라는 사람의 어떤 일면에 대한 설명도 되지요.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이 페이퍼는 이대로, 되게 많은 것을 말해주는 양질의 페이퍼라는 뜻입니다.
수고하셨어용^-^

다락방 2020-11-17 10:35   좋아요 3 | URL
삶의 많은 부분에 있어서 저는 스승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스승이 있다면 아는 것에 있어서 속도도 빠르고 또 깊이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푸코에 있어서는 진짜 스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네 권이나 되는데 두달 안에 읽어야하니 개론서 건너뛰자, 했는데, 개론서 한두권쯤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푸코는 누가 좀 이끌어주는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고 이런(?) 페이퍼를 쓴다는 것은 쇼님 말대로 푸코의 뜻과는 일치하지 않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알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이렇게밖에 쓸 수가 없었어 ㅠㅠ 왜냐하면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쓰지 못할테니까...
이게 1권 다 읽어가니까 뭔가 어렴풋하게 짐작 되고 그러는데 그래서 뒤를 더 읽어봐야겠다 생각되기도 해요. 페이퍼에도 언급했지만 생살여탈권 부분 재미있더라고요. 물론 이조차도 반복해 읽어야겠지만요.

아무튼 개론서 또 살거야, 나.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

푸코 제가 읽자고 한 거 너무나 잘 압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미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누구도 원망할 수가 없어, 내가 나를 원망해야 한다!! 만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렁 페이퍼 써줘요, 쇼님. 내 이해를 도와줘!

단발머리 2020-11-17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메고 있는 저에게 이 페이퍼와 댓글들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다락방 2020-11-17 11:41   좋아요 0 | URL
다 읽어도 여전히 헤매입니다, 단발머리님. 이 페이퍼가 제가 쓸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ㅠㅠ

공쟝쟝 2020-11-18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여차저차 읽어낸 그대 대단! ^^ 언급하신 바타유는 정말 🤢 부글부글... 아 성의 역사 빨리 읽(어버리)고 싶다... 심호흡중.. 사실 저도 이해 못할까봐 입문서들만 뒤적이는 중이야요 ㅋㅋ

다락방 2020-11-18 07:58   좋아요 1 | URL
1권은 어떻게든 읽어내긴 했는데 이제 남은 것들은 어쩌나 싶어요. 후딱 읽어버리고 싶은데 무슨 말인지 모르니 걍 펼쳐보기도 싫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인생 뭘까요?

공쟝쟝 2020-11-18 08:15   좋아요 2 | URL
똑똑이들을 보며 똑똑해지는 과정?? 빨리 좀더 똑똑해져서 푸코 따위 비웃어버리자. 흥

scott 2020-11-19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작가 천재 인가봐요. 잭에 이야기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다가 나중에 올리브와 함께 했던 (자잘하게 스치고 지나갔던 인연들)이들에 삶에 마지막 행복한 순간을 슬라이드 영상처럼 끼워 넣었어요.

다락방 2020-11-19 10:27   좋아요 1 | URL
으흐흐흐흐. 푸코 페이퍼에 달린 댓글이지만 찰떡같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말씀 하신다는 걸 알아 듣습니다 ㅋㅋㅋㅋㅋ
저 오늘 출근길에 <단속>한 편 읽었는데, 왜이렇게 좋아요, 스콧님? 저도 정확히 천재라고 생각했어요. 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소설 천재다, 소설 천재! 저도 소설 천재라고 생각하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너무 좋아요 ㅠㅠ 한 편 읽고 너무 좋아서 연달아 읽기보다 하루에 하나씩만 읽을까 싶고 마음을 정하지를 못하겠어요. 너무 좋아요, 스콧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