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코코죠 2009-12-17  

* 이야기 하나 

저에게는 세살 된 조카가 있는데요. 어느 날 하늘에 뜬 둥그런 것이 뭐냐고 물어보잖아요. 저건 달이라는 것인데 토끼가 살고 있다고. 그랬더니 토끼가 무얼 하고 있냐고 묻네요. 그래서 떡을 찧고 있다니까 왜애? 누구 줄려구? 으응, 세영이 줄려구.  

그날 밤 언니가 친구 돌잔치에 갔다가 떡을 조금 얻어왔대요. 잠이 들었던 세영이 일어나 그 떡을 발견하고는 눈이 동그래졌지요. 그리고 베란다로 총총 나가더니, 보름달을 보고 소리쳤어요. "토끼야, 고마워!" 

이제 곧 다락방님도 이런 사랑스런 이야기를 백만오천사백개쯤 갖게 되실 거예요. 기쁘시죠.  

 

* 이야기 둘 

저에게 알라딘은 아주 특별한 곳이에요. 제가 이곳에서 어떤 분들을 만났고 어떻게 사랑했으며 사랑받았는가... 에 대해서 저는 눈물이 그렁거리지 않고는 말할 수 없어요. 다락방님도 마땅히 그 가운데 계시고. 아아 나의 네꼬님, 나의 쥴님, 나의 털짱님, 나의 타스타님, 나의 깍두기님, 나의 진우맘님, 나의 조선인님, 나의 하이드님, 나의 마노아님, 나의, 나의, 나의.... 나의 비밀스런 친구들,... 그래서 저는 '로그아웃이 곧 죽음(소멸)' 이라는 인터넷 세상이라 해도 제게는 말로 표현할 길 없이 소중한 곳이라는 걸.     

그러나 저는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 답할 수가 없어요. 저라고 방향이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요즘 알라딘에서 저처럼 말할 수 없는 자는 (혹은 말하고 싶지 않은 자는) 설 자리가 없어요. 이럴 땐 침묵조차 비겁하게 느껴져요. 제가 멍청하게 느껴지고, 의식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겁나고, 그렇게 눈치보는 것조차 비겁하게 여겨져서, 결국은 아무런 글도 쓸 수가 없어요.  

저는 이 곳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다락방님과 내 친구들이 여기 있는 한. 날마다 들어와 글들을 살피고 그들이 안녕하신가 돌보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좀 더 마음이 편안해지면, 마음껏 글과 책과 사람과 사랑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을 때. 그때 더 더 자주 올게요. 그러니까 오즈마 잊어버리지 마세요.  

* 이야기 셋  

어쩌다 너무 길게 써버렸는데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방명록에 글을 쓰는 것도 즐거운데요. 사실 하고 싶은 말은 한가지예요. 책을 선물해주셔서 고마워요. 다락방님이 읽으신 책이라고 하니 뭔가 더 소중하고 행복한 기분. 벌써 읽기 시작했어요. 이번 주말은 포근하고 재미지겠어요. 이게 다, 다락방님 덕분이에요. 고맙습니다, 정말... 내 친구가 되어주셔서요. 그리운 사람이, 되어주셔서요.   

 
 
다락방 2009-12-21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님, 저는 약속은 여자의 모든 것 또 남자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요.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하고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이 곳을 떠나지 않을거에요'라고 말한걸 지켜달라는 거에요. 어디를 가더라도 여기엔 반드시 계속 있어달란 거에요. 알았지요? 오즈마님이 있다고 생각해야 알라딘이 제겐 완벽해지거든요. 정말이지, 떠나지 않기에요!!
 


섬사이 2009-12-17  

이히, 다락방님..

 
 
2009-12-17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1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09-12-14  

아아아, 다락방님

전 오늘도 월요일 답게 피곤하고 우울해요.
저 좀 웃겨주세요!!!!!
 
 
다락방 2009-12-15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론테님, 브론테님. 피곤하고 우울해하시는 브론테님을 위해 제가 하루키의 문장을 들려드릴게요. 이게 좀 웃게 해드리면 좋을텐데요!

작가인 스티븐 딕슨이 [에스콰이어]에 <당신 나이치고는……>이라는 제목으로 짤막한 소설 같기도 하고 시나리오 같기도 한 글을 썼다. 부제는 이다. 미드 라이프는 처음 접하는 말이다. 중년이라고 번역하면 좋을까. 어딘지 모르게 ‘빼도 박도 못한다’라는 느낌이 든다.
내용을 보면, 42세의 독신 남성 작가가 주인공인데, 그는 금연과 조깅 등으로 젊음을 유지하려 애쓴다. 한편 그의 연인인 21세의 대학생은 꽤 오래 사귀었던 그와 헤어지고 뉴욕으로 가서 출판사에 취직하려고 마음먹는다. 출판사에서 경력을 쌓은 후 작가가 되기 위해서다. 그래서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헤어지자고 말하지만 남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두 사람의 대화가 한없이 계속되는데, ‘정말 지겹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묘사가 추하고도 실감난다.
이를테면 남자는 “내가 그렇게도 아저씨처럼 보이냐?”라고 묻고, 그녀는 “그렇지 않아요”라고 대답하며 덧붙인다. “하지만 당신이 젊게 보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난 창피해요.”
그녀의 말인즉, 당신은 운동을 해서 몸을 단련시키고는 있지만, 그래도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체형이 망가지고 있으며, 그걸 보고 있으면 당신이 노력하는 만큼 나는 더 슬퍼진다. 당신이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스무 살짜리 보통 남자의 근육이 당신보다 더 탄탄하고 고환도 위에 붙어 있는 것(자세히도 관찰했군)이 사실이며, 게다가 당신은 벌써 머리가 벗겨지고 있지 않은가. 머리가 벗겨지는 것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당신은 음모에도 흰 털이 있지 않는가. 그걸 보면 난 정말 기가 막히다. 섹스만 해도 그렇다. 당신은 잘하긴 하지만, 젊은 남자는 사정은 빨리 할지 몰라도 그만큼 금세 회복된다. 당신은 사정한 후 15분후에 다시 사정할 수 없지 않은가. 나는 그런 남자와 자고 싶단 말이다.
그러자 남자는 “내 발에서 냄새는 나지 않았어? 입 냄새는 안났어?”라는 정도의 말밖에 하지 못한다. 결국 남자는 “그럼 앞으로는 그냥 친구로 지내자”라고 애원하지만, 이것 역시 거절당하고 깨끗하게 차이고 만다. 이런 일은 악몽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젊은 여성과 사귀고 있는 45세 이상의 남성분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이런 꼴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지 않을까. 미리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가는 충격이 클 테니까.
(중년의 악몽, PP.52~53)

... 2009-12-15 00:21   좋아요 0 | URL
이건 웃긴 이야기라기 보단 슬픈 이야기 아닌가요? -_-;; 난 오늘 왜 모든 이야기가 슬퍼 보이지? 엉엉

다락방 2009-12-15 00:23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이거 슬픈 이야기 같아요. 저도 적고나서 다시 읽어보니 슬퍼졌어요. 브론테님, 저 다시 도전할게요. 좀 기다려보세요!!

다락방 2009-12-15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론테님, 다시 도전! 이번엔 실패하지 않을거에요. (진작에 이거 올릴걸!)


소울 메이트
무라카미 하루키.이토이 시게사토 지음, 양혜윤 옮김/세시


인터뷰(Interview)
5월12일, 하라주쿠 라포래 안에 있는 시세이도 파라. 젊은 여성 인터뷰어가 30분이나 지각했다.
"저, 그럼 오늘은 무라카미 씨가 매일 어떤 것을 드시고 계신지에 대해 취재하고자 합니다. 먼저 아침부터."
"우선 아침은...."
" 어머, 죄송해요. 테이프의 볼륨 높이는 것을 잊어버렸네. 이제 시작하세요. 죄송합니다."
"우선 아침은 야채를...."
"아, 맞다, 아침에는 몇 시에 일어나세요?"
"다섯 시에 일어납니다. 그리고...."
"다섯 시? 아침 다섯 시요?"
"지금 아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만.....그런데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서 뭘 하세요?"
"조깅을 합니다. 특별히 속옷 도둑질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하하하, 그럼 밤에는 몇시쯤 주무시나요?"
"9시 반이나 10시쯤. 그런데 원래 식사이야기 아닌가요? 미안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맞다. 정말 죄송해요."
"아침은 조깅이 끝나고 6시쯤 먹습니다. 신선한 야채 한 접시와 롤빵 하나, 커피 두 잔, 계란프라이."
"건강식이네요."
"저희 동네 야채가 싼 편이기 때문에."
(이때 커피가 나왔다.) 달그락달그락....
"그리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점심이 되겠네요?"
"그렇지요."
"점심에는 어떤 것을 드시나요?"
"점심에는 대체로...그런데, 이 테이프 바늘이 움직이질 않는것 같은데요?"
"어머, 어머! 진짜네. 웬일이니."
철컥,철컥,철컥.
"스위치가 켜지지 않았네요. 여기가 OFF 로 되어 있어요."
"아아, 분명히 켠 것 같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다시 한 번 얘기할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할까요? 다시 한 번 얘기할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서 조깅. 샐러드 한 접시와 롤빵 한 개, 햄에그 맞지요?"
"계란프라이."
"아, 맞다. 계란프라이."
"그리고 커피 두 잔."
"커피 두 잔."
"기억할 수 있겠어요?"
"문제없어요. 제가 기억력 하나는 끝내주거든요."

[기사]
무라카미 씨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기상 시간은 새벽 다섯 시, 그리고 조깅. "뭐, 속옷도둑놈 같은 거지요, 하하하."라며 본인은 부끄러워한다. 메뉴는 샐러드와 햄에그, 그리고 물론 캔 맥주가 2개...

... 2009-12-15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다락방님 제가 여기 찌질한 기자가 있었네요!!!! ^^*

얼룩말 2009-12-1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가상 인터뷰는 다시 읽어도 사랑스럽군요!!!!!!

다락방 2009-12-16 13:55   좋아요 0 | URL
앗, 저 좀전에 얼룩말님 서재 갔다왔어요 ㅎㅎ 반가워라~
 


섬사이 2009-12-14  

다락방님.
 
 
2009-12-14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2-15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저는 섬사이님 드릴려고 책을 집에서 회사로 옮기는 과정까지만 완료했어요. 이번주내에 부쳐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의 존재를 끝냈거든요.
섬사이님도 따뜻하게 지내세요! 내일은 엄청 춥다네요!!
:)
 


Arch 2009-12-14  

무슨 얘기냐면요
 
 
2009-12-14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2-14 08:49   좋아요 0 | URL
난.....그거 싫더라. 여러가지 이유로 싫어요. 숨이 막힐것 같기도 하고. ㅎㅎ
암튼 그런거 보면 내 생각하고 그러는거...막 바람직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