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물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벚꽃이 달아난다



그는 나를 앞에 두고 옆사람과 너무 화사하다

이편 그늘까지 화사하구나

죽방렴 사이를 빠져나가는 한 마리 멸치처럼

빠른 내 그늘을 눈치채지 못한다

나무둥치라 여긴 내 중심은 자주 거무스름하다

임산부가 행복하다면 가뜩 낀 기미는 말할 수 없었던

속내일까



덜컹거리며 꽃길 백 리,

어쩌자고 화염길 천 리,



나는 역방향에 앉아서

그가 다 보고 난 풍경을 

뒤늦게 훑는다



그 자리 그대로인데

풍경은 왜 놀란 듯 달아나고 있는지



벚꽃은 제가 절정인 줄 모르고

절정은 또한 제 시절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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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모놀로그 - 개정판
이브 엔슬러 지음, 류숙렬 옮김 / 북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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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 가는 밤기차 안에서 보지의 독백을 읽는다. 보지의 털을 미는 것에 대한 화자의 느낌이 나와 같다. 성인 여자에게 보지의 털은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걸 왜 밀라고 하지? 왜 보지에 털이 나기 전으로 돌아가길 원하는거지? 왜죠?

거기에 털 있는 거 싫으면 니꺼나 밀어, 새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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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7-03-25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제목의 연극을 본 기억이 있어요

묵호라는 지명도 오랜만이네요
정동진도 아니고 묵호가 목적지라는게 이색적이네요 :)

다락방 2017-03-25 00:35   좋아요 1 | URL
저도 오래전에 연극으로 먼저 봤었어요. 이제는 기억이 희미한데, 책으로 읽으니 참 좋으네요.
사실 묵호는 저의 경우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요. 친구가 가보자고 하지 않았으면 저는 여태 모르고 살았을 거예요.
그나저나, 밤이 늦었는데 안주무십니까!!

비로그인 2017-03-25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 저녁이라 늑장부리고 있어요

묵호역 근처에 어판장이 있는데 가보심이 어떨지. . 등대에도 올라가 보시구요



묵호까지는 아직 한참이고 차창 밖도 고요할텐데요
밤기차 부럽네요 😊

다락방 2017-03-25 02:20   좋아요 1 | URL
네 가능하면 그렇게 할게요. 저는 아직도 도착 전이에요. 한 숨 자고 일어났네요. 하핫

기억의집 2017-03-25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미치겠다~ 다락방님!!!

다락방 2017-03-25 13:03   좋아요 1 | URL
^_____________^

자작나무 2017-03-25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좋네요

다락방 2017-03-26 08:49   좋아요 1 | URL
하하 오랜만입니다!

[그장소] 2017-03-2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김영하의 소설 비상구 ㅡ였나 그걸 처음 읽었을 때 충격 ㅡ ㅋㅎ 다시 느끼는 중 !
영화 러브픽션 ㅡ인가요? 공효진 , 하정우 나온 영화 ..거기선 겨드랑이 털이 나오는데 음 , 그 때 그 장면은 기묘하면서 시원한(?) ㅡ 그런 감정였어요 . ^^ 한마디로 정의되진 않는 기분요.

다락방 2017-03-27 08:30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러브 픽션 그 영화는 저도 봤어요! 거기에서 공효진이 겨드랑이 털이 아주 무성한 여자로 나왔지요. 영화 색,계 에서도 탕웨이의 겨드랑이 털이 나왔고요. 사실 성장하면서 털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걸 미는게 미덕처럼 되어버린 게 영 못마땅해요. 겨드랑이 털 면도하는 거, 정말 귀찮잖아요. 그런데 성기의 털을 미는 것은 겨드랑이 털을 미는 것과는 또다른 의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래저래 복잡한 기분이었고, 나빴고, 책 속 등장인물처럼 화가 났어요.

이 책 좋았어요, 그장소님! 버자이너 모놀로그 말입니다. 후훗

[그장소] 2017-03-27 12:27   좋아요 0 | URL
시대를 따른 미의식이 겨드랑이 털마저 밀어버려야 할 것으로 되버리긴 했는데 , 극속에서 공효진의 겨드랑이 털은 남친에 의해 은밀성을 강요받잖아요 . 사랑이란 이유로 ...거기서 더 번져서는 나중에 몇명이랑 잤냐가 결과값처럼 나오고요 . 공효진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녀는 그게 자연스러운 것으로 밖에 드러내도 이상할 게 없는 신체 일부 예를들면 손 ㅡ같이 그러거였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 말하려니 복잡해지네요 . ㅎㅎㅎ
분명 신체에 있는 필요에의해 자라는 털인데 음모의 면도와 겨드랑이의 면도 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니 ㅡ 뭐랄까 ㅡ 로리즘? 미성숙한 신체를 원하는 듯 여겨지네요.

버자이너 모놀로그 ㅡ이.책 메모해 놓을게요!^^

다락방 2017-04-01 19:37   좋아요 1 | URL
댓글이 늦었네요. 그장소님, 저 역시 성기의 털을 밀라는 것은 미성숙의 여체를 원한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불편하고 ‘이건 아니다‘의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것이 아니라면, 털이 털로써 싫었다면, 그렇다면 자신의 털을 미는 게 먼저여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장소] 2017-04-02 04: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 자신 것을 먼저 밀고 , 취향이야 ㅡ 한다면 마음에 닿는 것도 덜 까칠 했을 텐데 .. 그쵸? 그런 녀석 걸리면 신나게 육탄전으로 눈 밤탱이 만들어 주고 싶네요 . 징그럽다 이녀석아! 하고요 . ㅎㅎㅎ
 
여성혐오, 그 후 - 우리가 만난 비체들
이현재 지음 / 들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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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모든 남성들이 젠더관계의 이데올로기적 인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면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남성이라는 단어 앞에 '여성을 혐오하는' 이라는 수사를 붙여 혐오 집단을 제한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이 책을 읽는 남성 독자가 있다면, 나는 스스로 질문하라고 권하고 싶다. 여성의 자율성과 권리를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당신은 대학 내 압도적인 남성 전임교수 비율을 조정하거나, 여성에게 부과되는 양육과 돌봄의 책무를 시정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거나, 성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거나, 여성노동의 저임금화를 극복할 물질적 토대를 고민하는 일을 방기하거나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제도적 물질적 변화를 강구하기보다 그러한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말하기 방법이 잘못되었다거나, 폭력적이라는 점만을 지적하고 있지 않은가? 남녀평등의 수사학을 쓰면서도, 페미니즘 연구 환경의 척박함을 개선하기보다 인용할 만한 수준을 가진 여성 철학자가 없다거나, 여성에서 출발하는 이론이 모두 파시즘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면, 당신은 인정의 수사학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사용하는 여성혐오 집단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 p.101-102)

고백하건대 심경이 복잡해진 것은 남성들만이 아니었다. 일부 여성들, 아니 오랫동안 여성철학을 연구해온 내 마음도 복잡해졌다. 메갈리안이 하나의 통일된 집단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메갈리안들이듯, 여성도 여성들이며 페미니스트도 페미니스트들이기 때문이다. (p.10)

그러던 내가 이제 글을 쓰기로 했다. ‘결국, 난 꼰대였던 거야‘라는 좌절에서 ‘그래, 이왕이면 제대로 꼰대질 하자‘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 궁리해온 페미니즘 철학과 이를 가능하게 해준 페미니즘의 계보들을 인용하는 가운데 내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들리지도 않은 채 소거될지라도 내 언어를 입 밖으로 꺼내보기로 했다.
내가 이러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비체abject‘라는 개념을 재고하게 되면서였다. 다시 보니 ‘비a-체object‘, 즉 어떤 규정된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참 유용한 언어였다. 어떤 존재를 무엇이다(A) 라고 규정하기 않고, 무엇이 아니다(~A)라고 말하는 방식은 그 존재를 어떤 경계에 가두기보다 그 여분의 공간, 경계의 열림에 위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페미니즘의 역사는 남성이 정해놓은 위치를 벗어나 경계를 넘나들었던 여성들, 항상 흐르고 있기에 개념적으로 잡힐 수 없는 ‘비-체‘가 되었던 여성들에 의해 쓰인 것이었다. 그녀들이 비판받거나 마년사냥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기존의 언어나 질서로는 파악되지 않는 ‘알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p.12-13)

여기서 함께 아파함, 타자에 대한 연민, 즉 동정심에 주목해 보자. 기존의 도덕과 법에서 동정심은 매우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가령 "동정심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이나 전지구적 차원의 정의를 위한 해외 원조와 같은 노력을 뒷받침하는 중심적 지주가 될 수 있으며, 취약한 집단이 겪고 있는 억압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동정심이 불평등을 전제로 하는 감정이라는 데 있다. 고통스러워하는 자들에게 동정심을 갖는다는 것은 내가 그들보다 우월하거나 혹은 그들의 수준은 우리의 수준보다 낮다는 믿음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워하는 자는 고통을 이겨내거나 고통받고 있지 않은 내가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사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길리건과 위긴스는 동정이 사랑과 별 상관 없는 말이라고 한다. 오히려 누군가를 동정한다는 것은 그/녀를 진정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동정은 대상에 대한 나의 우월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p.96-97)

공감은 자아와 타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공감은 서로 다른 사람들 간의 정서적 결합관계인 것이다. 여기서 다르다는 것은 우월이나 열등과 같은 불평등이 아니라 서로가 처한 사회적 상황과 경험이 잠정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사람들은 공감 안에서 서로의 다름에 주목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공감은 내가 타인의 삶에 참여participate하는 태도이다. 공감은 타자를 "판단하거나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진정으로 누군가의 감정을 함께 느낀다는 것은 "그의 곁에with"서 나와 다른 그의 상황과 감정을 함께 경험한다는 의미이지, 그와 동일하게 느낀다거나 그의 옆에서 거리를 두며 그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공감을 통해 나는 나와는 다른 타자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p.131-132)

가령 누군가 고통스러워할 때, 나의 경험에 비추어 그/녀를 판단하기보다 그/녀가 처한 상황이나 조건, 경험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가운데 그/녀의 고통에 참여한다면, 나는 이를 통해 경험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다. 타자의 차이를 경험하는 공감은 타자 속에서 자신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동감과는 대조적이다. 자아와 타자가 서로 다르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공감은 타자의 곁에서 타자의 경험에 참여하는 가운데 타자의 다름을 경험한다. 따라서 공감은 경험의 확장 속에서 자아 자체를 변화 시킨다.
마지막으로 공감은 서로에게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관계, 즉 "상호감응responsiveness to each other"하는 관계이다. (p.13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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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7-02-0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경험에 비추어 가 아니라 상대가 처한 상황 등에 관심을 기울여 상대의 고통에 참여하는 것이 공감이군요. 많은 생각 하고 갑니다.

블라디보스톡은 좋았나요?^^

다락방 2017-02-06 08:20   좋아요 0 | URL
동정이나 동감과는 다른, 상대와 같은 위치에 서고자 하는 마음인 것 같아서 참 좋더라고요. 역시 공감이 살 길이기구나 싶었어요. 그러고보면 많은 문제들이 공감하지 못해 일어난 일인 것 같고요.

블라디보스톡은 막 좋았던 건 아니고요 ㅎㅎㅎ 가서 추위를 제대로(!!) 느끼고 왔습니다. 볼 찢어질 것 같은 순간들은 어찌나 많던지요.. 하하하하하. 저는 러시아 찬바람 맞으러 다녀왔다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

아무개 2017-02-06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 저도 딱 저 부분 강조해서 발췌했었는데요!!!

공감이 중요하죠. 그럼요 그럼. ‘독서공감‘ 처럼요 *^^*

내일이 첫강의시간인데 뭔가 긴장됩니다.
한개도 못알아 먹을꺼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ㅡ..ㅡ

다락방 2017-02-06 08:18   좋아요 0 | URL
책 내용이 좋긴 했는데 되게 학술적인 논문의 느낌이라 저는 만족스럽진 않았어요. 이렇게 안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더 쉽게 어떻게 안될까? 라고 어제 책장을 덮고 고민하다가, 역시 내가 쓰자...라고 생각하다가...음 그렇지만 공부가 부족해, 갈 길이 멀다... 했어요. 아하하하하.

저는 내일 강의 신청 안했어요. 사실 안들을 생각이긴 한데, 아직까지 확 결정한 건 아닌것 같고... 하아- 몰라요. 어쨌든 잘 다녀와요!

아무개 2017-02-06 08:26   좋아요 0 | URL
저는 바로 그 학술적인 논문 느낌이라서 좋았거든요.
입문서 보다는 조금더 깊이 있게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수준.
아마도 각자가 책에서 기대하는 바가 달라서 그런듯요.

넵. 근데 첫 강의부터 쥬디스 버틀러 라니 크흡.


다락방 2017-02-06 08:33   좋아요 1 | URL
저는 제가 듣지 않는 것에 대해 뭔가 스스로 변명을 만들고 있어요. ㅎㅎㅎ 2월달에 둘째주와 넷째주에 많이 늦을테니 안듣는게 낫다...라고 스스로 합리화 ㅋㅋㅋㅋㅋ 듣고 싶은데 정말 피곤하더라고요 ㅠㅠ 저는 봄이나 여름에 또 하면 그 때 노려보려고요.

이현재 선생님은 강의에서도 말씀하셨었는데, 본인이 온건파 페미니스트였다고 해요(책에도 나오지요?). 그런데 온건파로 있다보니 아무도 그 말을 안들어주는 것 같아서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요. 쎄게 주장해야 그나마 들어주는 척이라도 한다고... 이 책이 뭔가 확 새롭다기 보다는 기존의 우리가 알고 있던 흐름을 잘 정리해준 것 같은데, 메갈리안과 워마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게 아니라서 뭔가 든든하고 좋더라고요. 게다가 이 분 강의가 저는 제일 좋았어요. 본인이 열정과 흥미를 갖고 계시고 잔뜩 흥분한 채로 설명하셔서 참 좋더라고요.

아무개님, 공부 화이팅!!
 





노동자들의 행동에는 언제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열악한 노동 조건, (적절한 것과는 거리가 멂에도 불구하고 강자의 논리에 따르면) 적절한 보수, 사회적으로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오랫동안 견뎌왔던 노동자들이 일을 중단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당연히 주주들의 악랄한 남용이 작용했을 겁니다.
노동자들이 언제 수익 배당금, 주식 매입 선택권 업무용 고급 승용차, 개인 잠수함, 제트기 따위를 요구하며 파업하는 것을 본 적 있나요?
반면 수익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할 수는 없는데도, 이윤에 대한 주주들의 욕망은 한도 끝도 없이 높아만 가요.
어린아이가 사탕 봉지에서 그 작은 주먹으로 사탕을 한 움큼 꺼내면, 보통 다시 내려놓으라고 충고하잖아요. "그렇게 많이 먹으면 안 돼!" 라고요.
그런데 왜 우리는 억만장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죠?
그러면 안 돼!
혼자 다 먹어버리면 안 돼.
케이크는 한 조각만 먹어야지.
옷을 입은 채로 수영장에 뛰어드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지든 말든 오직 수익만 생각하고 공장 문을 닫으면 안 돼! (p.134-135)

아, 참.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그리스 파산, 유럽 부채, 긴축 재정,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하고는 상관없어? 뭐 변하는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아니, 상관있다고?
그게 자기 아이디어였어?
왜 그랬어. 불쌍한 그리스 사람들!
아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와 내기를 한 거였다고. (조지는 세계 70억 인구 중에 스물세 번째 부자예요. 그는 내기를 너무 좋아해요. 문제는 돈이 많디 보니까 로또를 사도 배합 가능한 모든 번호를 살 수 있다는 거예요.)
자기는 어느 쪽에 걸었는데?
유럽 경제가 붕괴되고 이자율이 인상된다는 데에? (p.103-104)

그중에서도 여전히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비리와 특혜의 선봉에 서 있는 기업은 삼성이다. 최순실에게 35억 원을 던져주고, 국민들이 한두 푼 모아 만든 국민연금에서 7천 9백억 원을 축내면서 8조 원을 주머니에 챙긴 대범한 자들의 이름은 이 책의 첫장에도 꼼꼼히 등장한다. 이건희,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홍라희... 한 패밀리가 수세대를 걸쳐 법치를 무력화시키며,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어왔다. 그러나 그들은 단 한 번도 감옥의 문턱을 밟지 않았다. 슈퍼리치들의 행태는 세게 어디서나 같다. 그들이 무너지면 이 나라도 같이 무너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이 하는 짓을 눈감아줘야 한다고 믿는 노예들이 있는 한, 그들은 점점 더 가혹하게 지구와 그 위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을 파괴할 것이다. ( p.19)

-당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아침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의 이력에 좋을 것 같다고 판단되어 좋아하지 않는 일을 계속 이어간다면 제정신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노후를 위해 섹스를 참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p.174, 워런 버핏의 명언 베스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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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6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7-01-26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돈은 모두S 가족들이나 친인척이 다 쥐고 있군요.. 흠...... 이럴 수 가.

[그장소] 2017-01-2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녈 가계도 를 그림이 빠르겠는걸요!^^;
 
페미니스트, 마초를 말하다 - 우리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
클레망틴 오탱 지음, 류은소라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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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입문서로 적당할 듯하다. 분량이 적고 애초에 십대 후반의 남성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한거라, 기초적인 설명들이 나오니까. 그러나 여러권의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이 책은 건너뛰어도 좋다.




가정 폭력의 피해자에게 "그럼 왜 뛰쳐나오지 않고 같이 사는 거야?"라며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장 확실하고 빠른 해겨책은 피해자가 집을 나오는 것밖에 더 있겠느냐 식의 이런 판단은 너무 단순하고 미숙한 태도야.
어떠한 권한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세계의 전부인 가정을 박차고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야. 게다가 이런 식의 생각은 정작 심리적 가해자가 가정 폭력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는 거지. 저마다의 개인이 마른 나뭇가지 꺾듯 단박에 가부장제 역사의 무게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p.17-18)

저널리스트 레베카 웨스트Rebecca West가 이렇게 말한 것처럼 말이야. "나는 한 번도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된 정의를 내려본 적이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나는 사람들이 나를 흙이나 터는 발판 취급하는 것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을 뿐인데, 그런 행동을 두고 나를 페미니스트로 대한다는 것이다." (p.100)

페미니스트가 원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의 지배 관계를 역전하는 것이 아니야. 여성들의 운명이 미리 결정되어버리지 않는 것, 남성과 여성이 대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 가증성의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기를 바라는 거야. (p.101-103)

페미니스트들을 구별해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매기는 일은 쉽지 않아. 페미니즘이 하나의 교리적 이론일거라는 선입견과는 반대로, 페미니즘이야말로 다양한 견해들 사이에 토론해야 할 주제이며, 그것이 진정한 페미니즘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해.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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