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길.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한 나이든 여성분이 여러차례 기침을 하셨다. 누가 듣기에도 갑자기 사레들린것 같은 그런 기침소리였다. 그 분은 기침을 하신후 민망하셨는지, 입밖으로 크게 소리내어 말하셨다.


"아이고, 사레들렸네.."


그 분은 동행이 있는것도 아니었는데, 혼자였는데, 그렇게 모두에게 들으란듯이 얘기하신 거였다. 그렇게 굳이 말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이게 뭐야. 왜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게 하는거야. 도대체 이런 상황은 언제쯤 정리될까.



어제 친구랑 얘기하다가 그제 친구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래전부터 병원에 입원해계신 터였고, 친구가 문병 다녀왔다는 얘기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안그래도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친구가 며칠전부터 얘기했었는데, 그게 그제였는가 보았다. 장례식장에서는 방문객을 차단한 상태고 가족들만 소수로 다녀간다 했다. 친구는 낮에 잠깐 장례식장에 다녀왔고, 장례식장에는 지금 친구의 부모님이 계신다고. 사람이 죽었는데도 애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나는 친구에게 조금이지만 조의금을 보냈다. 어떤 식으로든 애도를 표현해야겠기에. 친구는 할아버지 조의금 받는 건 미안한데, 라고 말끝을 흐렸다. 나는 친구에게 "이럴때 일수록 마음을 나눠야죠" 말했고, 친구는 고맙다며 눈물이 난다 했다. 제대로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나 역시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다. 애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 상황은 대체 언제쯤 정리될까. 친구는 얼마나 속상할까. 친구의 부모님은 또 얼마나 안타까울까.







영화 [하우 투 비 싱글]에 '다코타 존슨'이 나온다길래, 오오, 나를 닮은(?) 아나스타샤가 나온다니, 내가 안 볼 수가 없지! 하고 보았다. 영화는 하하하하. 대단히 별로였다. 등장인물들에게 [여자는 인질이다] 권하고 싶을만큼 무슨 정말이지, 짝 찾고 싶어서 환장한 사람들이 나와... 왜들그래... 하아-

그리고 여자들이 자기 집에서 섹스만 하고 가야되는데 잠까지 잘까봐 물이며 컵도 마련해두지 않은 남자 등장인물 보는데 으윽, 너무 싫었다. 쿨한 연애, 복잡한 거 싫어, 진지한 거 싫어, 이러는 거 다 너무 꼴보기 싫어. 쿨한 연애 다 꺼져라. 쿨한 거 졸라 싫어. 밀당 졸라 싫다 진짜. 다들 쿨병 걸려가지고... 쯧쯧.



그와중에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주인공 앨리스의 언니인 산부인과 의사였는데(이름이 기억안남), 극중 나이든 싱글여성으로 나온다. 그녀는 아이를 갖고 싶어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임신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호르몬의 영향인지 자꾸 남자 생각이 나는거다. 앨리스 회사에서 주최한 파티에 간 이 닥터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쳐다보는 젊은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앨리스로부터 들어 알게 되었는데, 앨리스는 아마도 그의 나이는 스물일곱쯤일것 같다고 언니에게 얘기한다. 언니의 나이가 여기서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이든 여성으로 나오는 바, 언니는 앨리스에게 '그렇게 어린 남자는 싫다'고 말한다.



<어린 남자는 온종일 섹스 생각뿐이지. 난 10분 내로 끝내고 푹 자고 싶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건 나이든 여성들의 공통된 생각인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알겠는 대사여서 혼자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섹스하기가 싫은건 아닌데 생각하면 피곤하고 거기에 뭔가 열과 성의를 다하는 것도 싫어서 차라리 안하고 싶다. 할거면 빨리 끝내고 푹 자는 게 낫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노화가 불러온 섹스 귀차니즘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런 언니가 만난 이 어린 남자, 밀어내려고 해보았지만 잘 안되었던 이 남자가, 등장인물들중에 가장 '보통의' 남자였다. 다른 남자들은 다 영.... 역시 철들고 인간되고 이러는 게 나이먹는다고 저절로 되는 건 아닌것임에...



아무튼 미국에 날 닮은 다코타 존슨이 있다(아님).





<알라디너 TV 베타테스터 모집> 을 알라딘 서재 코너에서 보았다. 오래전부터 팟캐스트로 낭독을 한 번 해볼까 싶어 마이크까지 사두었지만 마이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썩어가고 있... 그런데 알라딘에서 판을 깔아준다니, 오, 이 기회에 한 번 낭독으로 나서볼까.... 내가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잖아? 그렇지만 '영상'이다보니 화면에 보여지는 것이 있어야할 것이고...흐음..... 그렇다면 적당한 곳은 내 서재방인데...지저분하다........통 정리가 안되어있고..... 숫제 창고에 가깝지.......흐음......관두자. 걍 읽고 쓰는 것만 하자. 음..그렇지만 낭독정도는.......아니야 됐어. 아니 그래도 판을 깔아줬는데....아니야 됐어. 흐음......흐음..............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이 책을 요즘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

'아, SF 는 Science Fiction 의 약자이지' 저절로 떠올랐다. 그러니까 상상했던 일이 이 책 속에서 일어난다.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 길가던 성인 남자라든가 남편이라든가 하는 인물들이,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여성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남자가, 아이의 바지를 강제로 벗기려던 남자가, 사라진다.

SF 를 쓰려면, 한국 여자작가들이 써야 하는 것 같다. 사이언스 픽션. 제대로 공상해서 제대로 써내는 일. 너무 좋잖아?!








어느틈에 2월이 다 가버렸다. 자꾸 시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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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ocutnews.co.kr/news/5296036



우리 동네에 있기 때문에 명성교회 앞을 지나치게 될 일이 더러 있는데, 일요일이면 명성교회 사람들이 교회 앞에서 교통정리를 해야할 정도로 매우 큰 교회다. 게다가 우리 친척들중 몇몇도 이 교회에 다니고 있고. 등록된 신도가 8만명 이라는데, 쫄지 않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너무 훅, 내 앞으로 와버렸고, 쫄지 않을거야, 라고 다짐하는 매일을 보내다가도 이렇게 훅 쪼그라든다.



일전에 황사 때문에 사둔 마스크가 있어서 이번 마스크 대란에 나는 무심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좀 더 사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들어갔다가 마스크를 살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 마침 임원 한 분이 아마존에서 구입했다길래, 아 그런 방법이 있구나 싶어 아마존에 들어가 마스크를 주문하려니 South Korea 에는 배송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계속해 따라온다.



어제 엄마가 시장에 갔다가 고모를 마주쳤다던 말이 생각나 방금 엄마한테 전화를 드렸다. 엄마 어제 고모 만났다며, 응, 고모 명성교회 다니잖아, 응. 엄마, 무조건 잘먹어,지금은 잘 먹는 거 말고 답이 없어.


오늘은 퇴근 전에 책상 정리를 좀 해둬야겠다. 퇴근하기 전 '내일 못나오면 어떻게 해야하나' 늘 생각한다던 친구의 말대로, 내일 나오지 못하더라도 이상이 없게끔 최대한 준비하고 퇴근해야할 것 같다. 쫄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자꾸 쪼그라든다. 진짜 쫄기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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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2-2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쫄아서 다들 극조심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휴.... 명성교회에서는 더 이상 확진자가 없길 바라봅니다.

다락방 2020-02-25 15:1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더이상의 확진자가 없길 바라고, 그래서 이대로 좀 사그라들었으면 좋겠어요.

2020-02-25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5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0-02-25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서워요. 안 무서울 수가 없지요. 일부러 교민들 위해 우한에 남아 전세기 안 탄 한인 의사도 그러던걸요. 순간 순간 두려움에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고요. 아, 제발 이 난리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저는 게다가 고모들이 다 대구에 있어요.

다락방 2020-02-26 10:52   좋아요 0 | URL
무서워하기 싫은데 무서워서 너무 싫어요. 언제쯤 이게 끝나려나 초조한데 오늘도 확진자가 확 늘었네요. 도대체 뭘 어떻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분간 인터넷 쇼핑도 자제하려고 해요. 휴..

마태우스 2020-02-2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속상한 게, 어제 엄마를 만나서 자랑했어요. 천안에는 아직 환자가 없다고. 입이 방정이라고, 오늘 천안에 확진자가 두명 생겨서 하루종일 난리였어요 흑흑. 하기야 천안에만 없으면 뭐합니까. 전국이 난리인데 ㅜㅜ

다락방 2020-02-26 10: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태우스님. 여기에만 없다고 안심할 수가 없어요. 누가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없던 곳에 생기는 건 금세더라고요. 확 멈추기를 바라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를 모르겠어요. ㅜㅜ

han22598 2020-02-26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이 사태가 수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실시간 모니터링 중입니다. ㅠㅠ

다락방 2020-02-26 10:53   좋아요 0 | URL
네. 정말이지 빨리 이 사태가 수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지금 그걸 간절히 바란답니다 ㅠ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 군인으로 나온 현빈은, 그 드라마에서 북한말 하는 사람들 중 북한말을 가장 못했는데, 이 얘기를 친구에게 하자 친구가 '현빈이 북한군인으로 나온 영화가 있다'고 하는 거다. 뭐라고? 북한 군인으로 영화도 찍었는데 북한말도 연기도 그렇게나 어색했단 말이야? 사랑의 불시착에서 삐지는 연기 말고는 뭐 딱히 ..그냥 잘생김이 다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아무튼 그 말을 듣고 찾아보니 그 영화는 [공조] 였다. 오, 이게 혹시 손예진하고 나온 영화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여. 아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다들 자기 자리에서 일 열심히 하고 있구나. 아무튼 넷플릭스에 다행히 공조가 있었고, 그래서 보게되었다.


이건 그냥 백자평으로 쓸 수 있는 감상이 전부인 영화다. 그러니까 이렇게.


<현빈 멋진 거 누구나 다 알고 유해진 웃긴 거 누구나 다 알쥬? 혹시 모를까봐 다시 얘기해주는거에유..>



그냥 현빈 멋짐과 유해진 웃김이 다 한 영화, 우리가 현빈에 대해 알고 있는 바로 그걸 보여주고 유해진에 대해 알고 있는 바로 그걸 보여주는,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영화다. 현빈 등장할 때마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졸라 멋지네' 같은 거 내뱉게 하는데, 그들이 내뱉지 않아도 그거 너무 걍 잘 알겠고, 유해진 등장하면 따뜻하고 웃긴 인물인데, 그거 그냥 원래 유해진에게 느꼈던 바로 그 이미지 그냥 그 자체.. 그래서 중간까지만 보고, 뭐 현빈 멋지고 유해진 웃긴 영화네, 하면서 그만 볼까 했지만, 어제 퇴근전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도무지 책을 읽을 머릿속이 아니야. 그래서 남은 공조 뒷부분을 보게되었고, 남은 부분은 아주 유치하고 뻔하면서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놀란게, 아니, 현빈 이 영화에서는 북한말도 엄청 잘하고 액션도 좋아. 그런데 사랑의 불시착에서 왜그랬지? 이게 사랑의 불시착보다 몇 년전의 작품이던데, 몇 년동안 사투리랑 연기랑 다 까먹었나?? 아무튼 공조에서 현빈은 정말이지 나쁘지 않았다.


공조에서 현빈도 유해진도 나쁘지 않았지만, 크- 김주혁이 나오더라. 나는 김주혁 나오는 거 모르고 봤는데 김주혁 나와서 헉- 했고, 김주혁을 보면서 참 여러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들었다.

아, 우리에게 이제 저 배우가 없지, 에서부터 시작해서 그에 얽힌 개인적인 나의 사연까지. 어젯밤에는 침대에 누워 그래서 뒤척였다. 면역력 키우자고 오리고기에 와인 먹어서 뒤척인 게 아니라, 김주혁과 현빈을 생각하느라 뒤척였다. 김주혁과 현빈을 생각했다는 건 사실 거의 틀린말이고, 김주혁과 현빈때문에 거슬러 올라가는 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 뒤척였다. 머릿속에 망상 몇 개도 시나리오도 써보고. 무릇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



올리브의 뒤척이는 밤이 생각났다. 함께 도망치자는 말을 듣고 뒤척이던 올리브.
















"나랑 도망치자고 하면 하겠어?" 사무실에서 같이 점심을 먹는데 그가 조용히 물었다. 
"응." 그녀의 대답이었다. 
그는 점심 때 늘 즐기던 사과를 먹으며 올리브를 바라볼 뿐이었다. "오늘밤 집에 가서 헨리한테 말하겠어?" 
"응." 올리브가 말했다. 마치 살인 계획을 세우는 것 같았다. 
"내가 그러자고 안 한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군." 
"응."
  (p.383)




두 사람은 한 번도 키스하거나 서로를 만진 적이 없었다. 도서관 옆의 조그만 칸막이 사무실로 각자 들어가면서 가까이에서 나란히 걸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날 그 말을 한 후로, 올리브는 어떤 공포심과 때때로 참기 힘든 열망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힘들어도 참는 법

아침까지 잠들지 못하는 밤도 있었다. 하늘이 밝아오고 새들이 지저귈 때에야 침대에 누운 몸에 긴장이 풀렸고, 올리브는 마음을 가득 채운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바보 같은 행복을 멈추지 못했다
. (p.383)  





나는 항상 도망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도망치자고만 하면, 나는 그렇게할 참이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행이라면 누구에게 다행이고 불행이라면 누구에게 불행인지, 그는 내게 도망치자고 하지 않았다.



나는 항상 도망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세상에. 공조 보고 이런 글을 쓰다니, 나도 나를 알 수가 없네.

현빈.. 나랑 책읽기 모임 같은 거 하면 참 좋을텐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모임은 온라인으로만 진행하지만, 현빈하고 책 같이읽기 모임하면 한 달에 한 번 오프 모임 같은 거는 내가 할 의향이 있는데. 뭐 멤버 많아지는 거 부담스러우면 비밀리에 우리 둘이서만 할 수도 있고... 내가 정서적으로 안정된 관계 및 소울메이트 같은 건 진짜 기똥차게 잘하는데!

그리고 나는 언제나 도망칠 준비도 되어있고...




밖에 내리는 거 저거 봄비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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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2-25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현빈은 <시크릿가든>의 현빈이죠. 그러니까 지금 난, 대놓고 매달리는 거야,의 현빈이요! 까악! >.<
현빈이랑 독서모임하게되면 전 매주 오프모임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참고하시구요. ㅎㅎㅎㅎ 웃을 일이 도통 없는 요즘인데 다락방님 글 읽으니 그래도 한 번 웃네요. 고마워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0-02-25 08:17   좋아요 0 | URL
현빈이랑 독서 모임하게 되면 아무래도 현빈 직업의 특성상 여러명과 함께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제가 현빈이랑 둘이서 몰래 할게요. 그의 사생활도 지켜줘야 하잖아요. 그래도 제가 단발머리님께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으니까, 독서모임 후에 후기를 매번 들려드릴게요. 이정도면 만족하시죠? 후훗.

아아... 시나리오 떠오른다.

현빈은 익명으로 알라딘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다락방의 글을 읽게 되고 좀 더 독서에 관심을 갖고자 다락방의 글에 댓글을 달기 시작한다. 둘은 점점 친해지고 결국 오프에서 만나기로 하는데, 현빈이 오프에서 만난 다락방은 그가 그간 만났던 여자와는 완전히 다른 여자였다!! 일단, 꾸밈노동을 전혀 하지 않는 여자라서 현빈은 멘붕이 오는데..알고보이 이 여자는 남성혐오도 심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편 다락방은 익명의 독서인인줄로만 알다가 오프에서 현빈을 보고 놀라서 그의 뺨을 때리고 그는 ‘나를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

그만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0-02-25 08:47   좋아요 0 | URL
이햐~~~~~ 다락방님 나 버리고 현빈한테 가는 거예요? 직업상의 특성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가능한 셋이 같이 합시다!! 제가 함구하고 저만 기쁨을 누릴테니까요! 안 돼요? 안 된다구요? 그럼 그 다음이야기 해주세요. 나를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 그 다음이야기 해주세요!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가는 다락방, 현빈 달려와 다락방을 막아 서고. 우리 사귀자! 널 더 알고 싶어! 난 너랑 놀 시간 없어! 어떻게 하면 되겠어? 내가 어떻게 하면 돼?
2019년 여성주의책같이읽기 책 다 읽고 2020년 커리큘럼 책 다 읽고 와! 일단 다 읽고 와서 이야기해! 책? 그거 어디서... 책 목록 어디에?!? 왼쪽에 <여성주의책같이읽기> 보면 다 나와. 읽다가 어려우면 다른 사람 글고 읽어보고! 그러면 되는거야? 그 책 다 읽으면 나랑 만나줄거야?
다 읽기 전까지 연락하지마! 전화도 문자도!

그만하겠습니다 ㅎㅎ

다락방 2020-02-25 09:02   좋아요 0 | URL
애시당초 남자사람으로 태어난 현빈, 게다가 독서력도 현저히 낮은(이라고 짐작한다) 현빈은 시키는대로 목록의 책을 다 읽어보지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이대로는 대화가 안되겠다고 판단하여, 잠정 연기활동을 중단하고 같은 책을 세 번씩 읽는 열의를 보인다. 세번 읽으려면 시간이 모자라 집에 처박혀서 읽고 또 읽고 밑줄 그어가다가 여성학에 눈을 뜨게 되고 영화판과 드라마판에 가득한 여성혐오 시선에 기겁하며 돌연 은퇴를 선언하는데..

한편 그의 노력하는 모습에 다락방은 서서히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단발머리 2020-02-25 09:27   좋아요 0 | URL
저녁 메뉴를 정하고, 와인을 고르고, 함께 안주를 만들어가며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간다.

비연 2020-02-2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비여유~ 다락방님, 봄타나봐요. 현빈의 알라딘 여성주의책읽기 참여라는 낭만적 생각을~^^
그 오프라인 모임에 비연은 필참이구요. 생각만 해도... 이 아침, 핑크핑크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2-25 08:49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 좋네요. 봄비-현빈-핑크.
셋 다 제가 좋아하는 건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2-25 08:58   좋아요 0 | URL
아니, 이분들이 왜이러실까. 저는 정말이지 다른 의도는 1도 없고요, 순수하게 현빈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1:1 모임만 가질 것입니다. 어떡해요, 제가 그를 보호해야죠. 어쩔수 없어요...

우린..비밀리에 만날거예요. 아무리 비연님, 단발머리님 이라도 이 만남을 공유할 순 없어요. 현빈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3=3=3=3=3

단발머리 2020-02-25 09:19   좋아요 0 | URL
우리보다 현빈 아끼는 이 시츄에이션?!?
우리 정말 가만히 있어도 됩니꽈!!! 비연님!!!

비연 2020-02-25 09:59   좋아요 0 | URL
흑흑... 잘생긴 남자 앞에 서면 아득해지는 것임을 이해하면서도... 흑흑. 버려진 비연과 단발머리님. 으흑흑..

프레이야 2020-02-2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사람 저런사람 생각하다 뒤척이는 밤을 보내고 이 글 읽다가 씨익 웃음이 ㅎㅎ 봄비 현빈 올리브의 삼박자. 정서적으로 안정된 소울메이트 바람직한 락방님 저도 그런 메이트가 필요한 듯한데 ... 도망갈 준비되어 있다는 말로만도 이상하게 행복해지는 이 느낌은 뭐쥬. 봄비 내리고 세상은 아무일 없다는 듯 조용한 이상한 시간ㅇ에요. 올리브를 불러줘서 기뻐요. ㅎㅎ

다락방 2020-02-25 09:04   좋아요 0 | URL
사실 처음부터 올리브를 부를 생각은 아니었습니다만, 쓰다보니 저절로 올리브가 호출되어 졌어요. 좋은 책은 바로 그런것 같아요. 아무때나 수시로 툭툭 튀어나오는 거요. 그게 또 책읽기의 매력이고요.

세상이 뒤숭숭한데 자주 안부 물으며 지냅시다, 프레이야님. 지금은 서로의 안부가 간절한 때인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0-02-25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더 재미있네요ㅎㅎㅎ 남자 얼굴 하나도 소용 없는 거 아니까... 보고 즐기는 데 만족하기로 해요...읽으라는 책 안 읽고 코 파며 멍 때리고 침흘리고 자는 현빈 상상하며 항마력 기르기 훈련도... ㅋㅋㅋㅋ

다락방 2020-02-25 11:53   좋아요 1 | URL
남자 얼굴 하나도 소용 없다지만, 그 소용없는 잘생긴 얼굴을 볼 일이 너무 드물잖아요... 현실에서는 전혀 볼 수 없고 말입니다. 이렇게 영화나 봐야 수트빨 사는 남자를 볼 수 있다는 게 참 안타깝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여태 연애도 얼굴보고 한 적이 없어서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고보니 저 [공조]에서도 언니랑 여동생의 대화가 나와요. 여동생(윤아)이 현빈을 보고 반하거든요. 언니의 남편은 유해진 이고요.


윤아: 언니, 저 남자 정말 멋지지 않아?
언니: 너는 어쩌면 그렇게 얼굴만 보니?
윤아: 언니는 어쩌면 그렇게 얼굴을 안봐?

하하하하 저는 얼굴 안보는 바로 그 언니에 해당되는 사람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반유행열반인 2020-02-25 12:11   좋아요 0 | URL
얼굴 안 보면 인성과 능력이 행복과 함께 따라올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아서 슬픈 연애사가 이어지죠...저도 굳이 따지면 윤아 언니 과(?)네요ㅎㅎㅎ

다락방 2020-02-25 14:42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러니까 말입니다. 잘생기지 않았기에 인성이 훌륭하거나 지성이 넘치거나 하느냐 하면, 또 그게 아니란 말이죠? 그렇다면 굳이......... 그만두겠습니다.

엣헴.

페넬로페 2020-02-25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현빈보다 유해진씨랑 독서모임 같이 하고 싶네요 ㅎㅎ

다락방 2020-02-26 10:54   좋아요 1 | URL
오, 그렇군요! 저는 어쩐지 ㅋㅋ 건방지게도 ㅋㅋㅋㅋㅋㅋㅋㅋ 현빈을 독서의 길로 이끌고 싶다는 욕망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빈이 독서를 즐기는지 아닌지도 모르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an22598 2020-02-2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재밌어요..상상력(?)도 풍부하고 필력들도 좋으시니...한 연예인의 사랑이 이토록 풍성해지네요 ㅋㅋ

다락방 2020-02-26 10:55   좋아요 0 | URL
머릿속에서는 뭐든 다 가능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현빈과 독서모임 만들어서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고 말이죠 ㅋㅋㅋㅋㅋ
 

내가 잘 못해서, 잘 몰라서 끈질기게 시도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아동문학과 시 이다. 봐도 봐도 잘 모르겠어서 '그래도 언젠가는 알게되겠지' 싶어 계속 시도하는데, 역시 그래도 잘 모르겠다. 얼마전에도 신간인 시집을 호기롭게 샀다가 바로 중고로 팔아버렸다.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 아동문학도 그렇다. 좋다는 그림책, 동화책을 읽어도 내가 너무 어른의 눈으로 봐서인지 제대로 감동을 할 수 없는 거다. 나는 항상 예술이란 제대로 감상하는 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면에서 볼 때 아동문학은 나랑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분야였어. 어쩌면 어릴적에 엄마가 내게 책을 읽어주지 않아서 이런건지도 몰라, 생각했지만, 엄마는 읽어줬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기억이 안나? 게다가 나는 어릴 때부터 어른들 책을 주로 읽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중학교때 읽었단 말이다, 나는... 나란 여자... 나란 어른... 아무튼,


그래서 아동문학은 나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봐봤자 나는 이해도 못해, 하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는 내가 이제 포기한다. 잘가라, 사요나라. 굿바이- 그렇지만 아동문학은 포기하지 않겠어. 왜냐하면 나에게는 조카들이 있으니까.



지난주말에 조카보러 갔는데 조카랑 책 이야기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나: 이모 해리포터 읽기 시작했어.

조카: 정말?

나: 응. 아직은 마법사의 돌만 읽었어.

조카: 나는 지금 아즈카반의 죄수 읽어.

나: 아 그렇구나.

조카: 이모 해리포터 재밌어?

나: 음.. 아니. 이모는 막 그렇게 재밌지는 않아.

조카: 나는 해리포터가 제일 재밌는데!

나: 이모는 막 그렇게 재밌지는 않은데 그건 좋아. 머글이 뭔지 알게 된거.

조카: 이모 머글이 뭔지 알아?

나: 응. 마법사들이 마법을 부리지 못하는 인간을 부르는 말이잖아.

조카: 응, 맞아.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내가 해리포터 내 취향 아니라고 던져둘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해리포터 읽으면서 몇 번이나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읽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여.... 그래서 2부부터는 안읽을거야, 했지만, 조카랑 저런 대화까지 한 마당에 내가 또 안읽을 수 있나. 휴...




조카: 이모, 푸른사자 와니니 알지?

나: 응, 이모가 사준거잖아!

조카: 응 맞아. 나 그거 2권 샀어!


조카는 제방으로 달려가더니 푸른사자 와니니 2권을 가져온다.


나: 우와. 이모가 이거 타미 사주려고 했거든. 이모도 나온 거 알고 있었어.

조카: 응 우리반 친구가 이거 읽고 있는데 나도 너무 읽고 싶은거야! 그래서 엄마한테 사달라고 했어.

나: 아, 이모가 사줄라고 했는데! 다 읽었어?

조카: 아니, 아직 안읽었어.

나: 응. 다 읽었다고 하면 이모가 빌려가려고 했어. 다 읽고 빌려줘.

조카: 응. 빌려줄게.

나: 음... 이모 2주후에 또 올건데..그때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조카: 응. 그때까지 다 읽을 수 있어. 그 때 빌려줄게.



세상 행복하고 아름다운 대화가 아닌가... 럽....... 사랑이 넘치는 이모와 조카다.




그래서! '김지은'의 《거짓말하는 어른》을 읽었다. 아동문학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고 싶어서. 내가 좀 더 잘 알아야 그림책이며 동화책이며 더 잘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잘 읽을 수 있게 된다면 더 많이 읽을 수 있을테고, 그러면 아이들과 좀 더 잘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내심 이 책이 재미없으면 어쩌지, 라는 걱정도 했다. 아동문학에 대한 평론집이 과연 재미있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재미있었다. 이건 시작부터 재미있어. <책머리에>부터 이미 명문들로 가득하다. 코끝이 찡해지는 구절들로 가득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아동문학을 사랑하면서 아동문학을 많이 읽고, 어린이를 위해 생각할 줄 아는 어른이 있다는 게 너무 좋은 거다. 나는 못하고 있는 걸 어딘가의 누군가가 해주고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이런 어른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게 다행스러운거다.


평론집이니만큼 아주 많은 아동문학이 이 책에 등장하는데 읽으면서 몇 권이나 보관함과 장바구니에 쑤셔넣었다. 장바구니엔 당장 살 책들이 들어갔는데, 너무 많아서 몇 권 추려야 할 것 같다. 그중에 몇 권만 일단 사서 읽은 후에 조카 가져다줘야지. 조카야, 이거 읽어봐, 하고 주고 싶다. 그러면 우리는 또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될테니까.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어린이의 시점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에 대해서라면 사실 그렇지 않다..라고 밖에 답할 수가 없다. 사람이 책 한 권 읽었다고 막 또 달라지고 변하고 그러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김지은 평론가가 언급한 책을 읽노라면 그전보다 이해의 폭은 좀 더 넓어지고 깊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아이들만의 공간에서 생활해도 이미 상처받는다. 그 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고민이 생기는가. 우리도 다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잘 알잖아. 다음날 눈뜬 후에 학교가기 싫다, 고 생각하면서 울었던 날들도 있고, 학교가 지옥 같았던 날도 있고, 싸운 친구랑 사이 어색해서 그냥 다 싫기도 하고, 공부하기도 싫고, 체육시간도 싫고, 어른들 잔소리도 싫고..그냥 아이들 삶 만으로도 이미 힘들고 상처받는 게 허다한데, 어른들이 거기에 짐을 더 얹어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세상 제일 싫은 게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다. 아, 이렇게까지 얘기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아무튼.


나는 아이들이 가급적 상처 받지 않으며 자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자라면서 상처를 받지 않을 순 없다. 상처주지 않으려는 사람들만 주변에 가득하다해도 알게 모르게 어떤식으로든 각자의 이유로 상처받기 마련이다. 어떤 상처는 작고 어떤 상처는 매우 클텐데, 나는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상처를 극복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란다. 어른이 되어서도 필요한 건 내 상처를 가지고 안으로 숨어들기보다는, 그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게 최종목표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상처를 스스로 들여다보고 극복할 수 있는데 책이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른들이 제 때에 제대로된 말을 해주지 못해도 책은 그걸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혼자 책을 읽는 시간, 그 자체로도 아이에게 힘이 될 수 있고, 책 속 이야기나 등장인물들을 만나면서도 한뼘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궁극적으로 좋은 어른이 되고 싶고 내가 좋은 어른으로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딱히 많은 것 같질 않은 거다. 그렇지만 나 역시 책을 많이 읽고 아이가 읽은 책에 대해 같이 이야기나누는 건 내가 할 수 있지. 또는 아이가 어떤 일로 힘겨워할 때 어쩌면 적절한 책을 건네는 것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 내리는 대부분의 결정은 내 조카들과 조카의 친구들을 기준으로 한다. 나는 이 아이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나는 이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주고 싶은가.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 물론 마음을 먹지 않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지만. 김지은은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을 알고 또 실제로 그런 어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동문학을 사랑하고 그래서 어떤 아동문학이 있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일테고. 아동문학에 대한 이만큼의 애정으로 글을 쓸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아동에 대한 애정도 있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어린이에게 어른의 짐을 지우는 사회는 온당치 않다. 누구라도 어린이의 건강한 유년을 착취하지 않아야 하며, 약자인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어른의 의무다. 동화 속 어린이들이 굳이 어른의 짐을 나눠서 지지 않아도 되게 하는 것은 작가의 목표이며 우리 공동체의 목표이기도 하다. (p.218)



일전에 김소영의 《말하기 독서법》읽으면서도 이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었는데, 이 평론집을 읽으면서도 김지은 같은 평론가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동문학에 대한 정교하고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에게도 더 좋을테니까.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리 없어, 라는 생각 때문에 나는 기분이 무척 좋다. 세상에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 아이들이 있는 곳은 시끄럽고(당연하다!), 어지럽혀지고(역시 당연하다), 정신 사납다고(지나치게 당연하다!) 생각해서 아이들이 들어올 공간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그런 건 당연한 거니까 너희들도 우리 어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자고 하는 어른들이 가득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잘하는 어른들이 가득한 세상이라면 결국 그 아이들이 자라서 또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른들이 되지 않겠는가. 아무튼 그러니까 내 말은 김지은 평론가가 너무 좋고 곁들여서 얘기하자면 김소영 선생님도 좋고, 뭐 그렇다는 말이다.



엣헴.




오늘 서민교수님의 신간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워낙 책을 많이 내는 분이시라 다 따라 읽지는 못하고 있는데 이 서평집은 냉큼 읽어야겠다. 마태우스님의 서평집 신간이라니... 재밌을 것 같잖아?





내가 사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는 별다른 노력없이 이제 알 수 있게 되었다.

어제는 내가 당신의 안부를 궁금해했다면,

오늘은 당신이 나의 안부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겠구나,

라고 어제 오늘의 뉴스를 보면서 생각한다.


안부가 궁금하다면, 물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궁금해하지만 말고, 너는 괜찮으냐고, 잘 지내고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물었다가 몇 달간 씹히는 한이 있더라도 ㅜㅜ 묻는 걸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그것이 용기.. 나는 용기있는 사람이야. 

역시 이럴 때 생각나는 건, 이 시대의 명저, 잘 지내나요...


















그럼 이만..







어린이의 감정이 흐르는 길에도 순한 것과 거친 것이 함께 있다. 웃음 뒤에는 비탄이 있고 호기심의 끝에서 공포를 직면하기도 한다. 어린이의 마음에 버젓이 있는 다양한 감정을 어른의 경험 위에서 바람직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고 바람직한 것 중심으로만 재편하려는 태도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린이들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골을 따라 문방구에서 산 잔혹한 이야기 시리즈를 찾아 읽는다. 동화가 공포감을 외면한 결과다.- P79

주목할 만한 장면 또하나는 「이놀 로꾸거」의 마지막이다. 모든 것을 거꾸로 하는 놀이에 집중하던 기찬이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따라서 거꾸로 걷자 그 놀이를 중단한다. 그리고 다시 바로 걷기 시작한다. 모두가 거꾸로 걷는다면 바로 걷는 게 거꾸로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이른바 우리가 ‘객관적 참‘이라고 믿는 각종 법칙이나 원칙에도 구성적인 측면이 있음을 알려준다. 애초부터 그것이 변함없는 참이었다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따라함으로써 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다수가 했다는 이유로 그에 따르지 않은 소수가 거짓으로 몰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많다. 강자가 마련한 진리의 기준이 객관적인 참이 되어 약자에게 주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찬이의 상상력이 값진 이유는 그가 기존 질서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찬이는 상상력 천재일 뿐 아니라, 자유로운 어린이인 셈이다.- P153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 변화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책을 가진 자, 책을 만든 자를 처벌하여 잠잠하게 만들려고 하였다. 그러나 책은 그것이 비록 물리적인 모양을 갖췄으되 읽는 즉시 정신으로 다운로드된다. 책을 불태우고 책을 쓴 사람을 잡아들일 수는 있었으나 책을 읽은 사람들의 정신까지 가두지는 못하였다. 어떤 책을 처벌하면 처벌할수록 그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졌다. 이른바 ‘금서의 원리‘다.- P204

어린이에게 어른의 짐을 지우는 사회는 온당치 않다. 누구라도 어린이의 건강한 유년을 착취하지 않아야 하며, 약자인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어른의 의무다. 동화 속 어린이들이 굳이 어른의 짐을 나눠서 지지 않아도 되게 하는 것은 작가의 목표이며 우리 공동체의 목표이기도 하다.-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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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2-2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해리포터를 읽으시기에, 읭? 했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전 20대에 만나던 사람이 해리포터 광이라 그 사람을 이해해 보려고 해리포터 1권 꾸역꾸역 읽고 결국 집어던진 아련한 추억이....... -_-;;; 뭐 암튼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위해 어떤 책을 읽어보려는 노력은 숭고하지 않습니까?! ㅎㅎㅎㅎ
<거짓말 하는 어른>은 꼭 한 번 읽어볼게요~ ㅎㅎ

다락방 2020-02-21 15:39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해리포터 읽기 싫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별로 재미도 없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권 회사 동료로부터 빌린지 한참인데 저쪽에 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읽기 싫어요 ㅠㅠ 사랑 뭘까요?


네, 이 책은 좋아요. 이 책 덕분에 어린이책 몇 권 사게 생겼어요, 저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2-21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가 조금 더 자라면 맞춰주기 좀 편할 것 같아요. 청소년문학은 그래도 읽을 만한 게 있더라구요. 얼른 성인되서 같이 맥주잔 기울이고 (흡연자의 경우 맞담배 피우면서) 서로 연애 상담해 주면 세상 행복하겠지만 ㅎㅎ (조카랑은 해도 자식이랑은 안 될 것 같아 슬픔...딸아 맥주나 한 잔-엄마 나 바쁨 저리 가셈 할 것 같은...)
해리포터 영화도 재미 없고 책도 하나도 안 본 사람 추가입니다. 오랜만에 겹치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0-02-21 16:21   좋아요 1 | URL
해리포터는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인데 우와 너무 신기하게도 이렇게 제 알라딘 즐찾님들은 재미없어 하고 안보고 막 그러네요? 신기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리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지금 엄마랑 같이 술 잘 마셔요(어제도 엄마랑 술마셨어요 ㅋㅋ). 반유행열반인님도 자녀분께 좋은 술친구가 곧 되어주실 겁니다. 후훗.

비연 2020-02-21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전 해리포터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흠흠.... 영화는 그냥 그랬지만서도. 환타지나 sf 이런 거 좋아해서 ;; ;
그나저나 다락방님의 조카는... 영특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인 듯^^

다락방 2020-02-23 12:02   좋아요 0 | URL
저는 환타지를 잘 읽지를 못하더라고요. 환타지나 sf 를 재미있게 읽으려면 작가가 그 안에서 창조해낸 세계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제가 그 상상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빠져들지를 못하는 것 같다는..
조카 너무 좋아요! 조카가 자랄수록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것도 너무 좋구요. 그래서 열심히 해리포터 읽어야 해요. 하하.

마태우스 2020-02-21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잘 지내나요! 아동문학은, 제가 조카는 있지만 자녀가 없다보니, 저도 관심이 없어지네요. 다락방님처럼 조카랑 친하지 않아서요. 제가 어릴 적엔 잘해줬는데 커보니까 이것들이 전화도 안하고 해서 좀 서운합니다. 삼촌, 술 한잔 사줘, 뭐 이런 날을 기다렸는데 그런 날은 오지 않더군요. 참 이상해요. 전 저같은 삼촌 있으면 살갑게 대할 거 같은데, 제 잘못도 있겠죠?? 글구 서평집 소개하려고 그 글 올린 거 저얼대 아닌데 ㅠㅠ 날카롭게 캐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다락방 2020-02-23 12:04   좋아요 0 | URL
저도 나중에 제 조카들이 어른이 되면 저랑 술도 한 잔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조카들이 절 찾아줄지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지금은 현재에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이모,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답니다.
서평집이라니,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꼭 읽어보겠습니다, 마태우스님. 제가 서평집을 특별히 더 좋아하는 건 아닌데 마태우스님의 서평집은 기대가 됩니다. 후훗.

단발머리 2020-02-22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는 그 시대를, 그 시대의 어린이들을 아우르는 어떤 특별한 힘이 있다고 전 생각해요. 물론 한글로는 2권의 상, 영어로는 1부도 마치지 못한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요. 저희집에 같이 사는 청소년 둘에게는 그랬던 것으로 보입니다. 읽고, 또 읽고 또 읽었어요.
큰아이는 번역 상 틀린 부분 말하고, 상징의 의미, 작가가 놓친 부분까지 말하고 또 말하는데.... 거의 1년을... 해리포터를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아이 말을 노트에 적어놓고 그랬어야 했는데, 전 그냥 성의없이 응~~ 응~~ 이랬거든요.
후회됩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다락방 2020-02-23 12: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단발머리님. 제 조카도 해리포터를 너무 좋아해서 해리포터에 대해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을 다이어리에 따로 적고 그러더라고요. 얘는 이렇게 적어둘만큼 이 책을 좋아하는구나, 놀랐어요. 제가 위에 비연님의 댓글에도 적었지만, 제가 상상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상력이 풍부했다면 이런 환상적인 세계에 대해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저는 무조건 현실파..인듯 합니다. 저에게는 재미없지만 ㅠㅠ 아이와 대화를 위해서라도 아무튼 끝까지 도전해볼 생각인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계속 도전할거에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편이 나왔다. 이거 포스터 가져올라고 영화 검색했다가 밑에 달린 영화감상 후기를 보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들 2편 다 너무 싫어해. 별 하나씩 주면서 '노아 입금 안됐냐'고 달고 ㅋㅋㅋㅋㅋㅋㅋ스토리 왜이러냐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꽁냥꽁냥 하지 않느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만 내가 느낀 감상과는 매우 다르다. 나는 어제 이거 보면서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져나와 무슨 열여섯살짜리들이 인생 이렇게 깊은 깨달음을 이나이때 벌써 얻어.. 했던 것이다. 그래서 좋은 영화였다, 나는.




라라 진(라나 콘도르)과 피터 케빈스키(노아 센티네오)는 전편에서 썸타면서 갈등했던 시기를 지나 2편에서 본격적으로 연인 사이가 된다. 이들은 열여섯살이다. 열여섯살의 라라진은 이게 자신의 '첫 연애'라고 말한다. 그러니 피터는 라라의 '첫 남자친구' 되시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첫 연애상대였던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라라 진에게 그게 열여섯에 찾아왔다면 내게는 그보다 훨씬, 훨씬 늦게 찾아왔다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이는 그것뿐. 나 역시 누군가의 첫 여자친구이면서 여자친구 노릇을 대체 어째야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비단 첫 연애에서만 그런건 아니었다. 반복되는 그 다음 연애, 그 다음 연애에서도 그랬고, 나이 들어 하는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누군가의 여자친구라는 정체성에 그다지 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어떤 상대에게 나는 확신을 주지 못했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사랑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어떤 상대에게 나는 서투른 사람이었다. 이렇게나 나이를 먹어도. 그리고 이렇게나 서투르기 때문에 했던 실수들이 있다.



라라 진이 내가 삼십대 후반...에 했던 실수를 이 영화 속에서 한다. 그러니까 열한살에 좋아했던 남자, '존'에게 보냈던 편지에 답장을 받게 되고 거기에 다시 답장을 보낼 생각을 하면서 이 일을 첫 남자친구인 피터에게 말하지만, 결국 존과 같이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피터에게 말하지 않는 거다. 또 자신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존에게는 자기에게 남자친구 피터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여기에 어떤 대단한 악의는 없다. 라라 진은 존에게 말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얘길 꺼내지 못했고 피터에게도 역시 마찬가지. 거기에는 말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과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니까 말하지 않아도 되지' 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이걸 굳이 말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맞는'것인지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을 것이고. 그러나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걸 뒤로 미루다가 상대가 먼저 알아버리면, 나는 당연히 거짓말 한것밖에 안된다. 내게도 정확히 이런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미리', '제때' 말하지 않아서 상대로 하여금 빡치게 만들었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거 풀어주느라고 내가....

아니, 근데 다른 이성이 관여된 일이라면 사실 일찍 말하나 늦게 말하나 빡치지... 늦게 말하면 더 빡치긴 하지만.

그러니까 나는 막 관계가 시작될랑말랑하는 사이에 상대가 '이렇게 저렇게 알게된 여자가 나한테 밥 같이 먹자고 했다' 이 말만 듣고도 딥빡이 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 내가 열여섯살이었냐 하면 서른여섯도 넘었을 때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내가 나 때문에 짜증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응? 무슨 초심?) 라라 진의 얘기를 하자면, 다시 말하지만, 이 커플은 열여섯살로 고등학생이다. 그러니까 '교내 연애'를 하는 거다. 이들이 커플이 된건 학교가 다 알고 그래서 이들이 교내에서 어깨동무를 한다던가 손을 잡고 다닌다든가 하는 것 역시 모두에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참... 여러가지로 이 상황에 대해서 낯설다. 물론 외국영화 보다 보면 흔하게 등장하는 장면이긴 하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애정표현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은.. 나는 너무 거시기한게.. 아니 어떻게 다른 학생들 다 보는 앞에서 막 뽀뽀폭탄 응? 막 그런거 하고? 막 그래? 물론 나라고 해서 길거리에서 막 그런 것도 안하고 막 그랬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 내일되면 또 볼 사람들인데 나처럼 길 한가운데에서 아무도 나를 모르고 그만 나를 알고 나만 그를 아는 그런 상황도 아닌데... 


나는 여중,여고,여대를 나왔고, 여중여고여대를 차례로 졸업하는 동안 이성과 연애를 해본적이 없다. 다시말해, 교내에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대학때 그 흔한 캠퍼스커플이라도 해봤으면 좋았겠지만, 그걸 해보지도 못했고 이성애자여서 대학에선 불가했지. 사실 남녀공학이었어도 했을 것 같진 않다. 나의 성격상 씨씨하면서 꺄르르꺄르르 교내에서 뽀뽀하고 다니는 건 진짜.. 아 이 나이 먹고 생각해도 못하겠어. 오히려 젊을 땐 했으려나. 취업하고 직장에서 사내연애를 한 적은 있고, 사내에서 키스를 한 적은 있지만 그건 아무도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은 출근하기 전이였고..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아, 그러니까 무슨 얘기를 하려던 거냐면, 

라라 진에게 이 연애는 첫 연애다. 교내에서 어깨동무를 하든 키스를 하든 모두 처음이란 얘기다. 그리고 이 연애는 교내에서 다른 아이들에게도 알려지는 연애이다. 누가 누구와 커플인지는 교내에서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 이들이 사귀는 와중에 발렌타인 데이가 있었고, 아아, 이 학교를 보라지, 이들은 교내 아카펠라 그룹을 서로에게 선물로 보내 노래를 들려준다. 쉬는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수업시간에도 이 그룹들은 누군가를 찾아가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는 거다. 라라 진 역시 그런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교내의 누군가가 라라 진에게 다가와 얘기하는 거다.



"기대해, 라라 진. 작년에 피터가 젠에게 매 시간마다 노래 보내줬어."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내가 이 연애가 첫 연애라고 할 때, 그러나 상대에게 나는 첫 연애상대가 아닐 때. 상대에겐 연애 경험이 있고 나에겐 없을 때. 상대는 연애가 익숙하고 나는 아닐 때. 당연히 여기에서 오는 고민들은 천가지 만가지도 넘을 것이다. 그런데 라라 진과 피터에겐 그보다 더한 문제가 있었으니, 피터가 누구와 사귀었었는지를 라라도 알고 교내 모든 아이들도 안다는 것이다. 라라 진을 사귀기 전에 피터는,'젠'과 사귀었다. 발렌타인 데이에 노래를 보내주고, 지금 라라 진과 했던 모든 것들을 이미 젠과 다 해본 것이다. 라라 진에게는 처음인 것들이 피터에게는 처음이 아닌 것. 라라 진은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 하고 궁금해하는 것이 다른 애들에게는 '작년에 피터가 젠에게 한거니까 너도 해줄거야' 같은 이미 '아는 것'인 거다.


라라 진과 피터의 첫데이트에 고급 레스토랑에 갔다. 라라 진은 너무 설레인다. 예쁘게 차려입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오늘이 나의 첫데이트야, 라고 말하며 두근거리는데, 다음날 젠은 라라 진에게 말한다. '너 인스타 보니까 어제 그 레스토랑 갔더라, 나 한참 가서 거기 그 음식 질렸어' 라고. 이 때 라라 진은 어떤 감정을 느껴야할까? 라라 진은 자신에게 처음인 모든 것들이 피터에게는 이미 젠과 한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속이 쓰리다. 그렇다고 피터에게 '젠하고 갔던 레스토랑은 안되고, 젠하고 했던 놀이는 안되고' 라며 요구를 해야할 것인가.



이건 정말이지 미치는 상황인거다.

때로 내가 지금 사귀는 현재의 내 애인에게 있었던 과거의 여자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가 있지 않나. 나는 친구들과 그런 이야기를 더러 했었다. 그의 전여친이 나보다 더 젊었다거나 나보다 더 예뻤다거나 하는 것들을 떠올리면서 '지금 나랑 사귀는 걸 후회하진 않을까', '지금 나랑 사귀면서 전여친과 비교하진 않을까' 같은 것들을, 나도 모르게 생각하며 고통스럽지 않나. 그거 바보같은 생각이란 거 알면서도 그럴 때가 있잖아. 게다가 전여친과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면? 상황상 계속 보고 지내고 있다면? 내가 쿨하게 그걸 넘길 수 있을까? 괜찮아, 저 여자는 전여친이고 현재의 여친은 나니까, 나는 그의 사랑을 확신해, 세상 씐나, 브라보! 하고 살 수 있을까? 이건 스물여섯, 서른여섯, 마흔여섯이 되어도 골치 아픈 문제다. 물론 마흔 여섯쯤 되면 어느정도 '인생은 그런것이니 함께 끌고 나갈 수밖에..'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것이 막 그렇게 쉬운 건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라라 진은 열여섯이고, 심지어 지금 내 남친의 전여친을 학교에서 만나고, 이전에 베스트프렌드이기도 했어. 대환장할 노릇인거다. 여기에서 어떻게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섹스 때에도 나타난다. 그러니까 차 안에서 애정행위를 하던 도중, 그의 입술이 나의 입술에서 목으로 내려갈 때쯤, 아 너무 좋다 진짜 짱이야 아랫배가 저릿저릿하다 이런 거 느껴야 할 그 때, '얜 어쩜 이렇게 잘할까, 어쩜 이렇게 능수능란할까' 같은 거 생각하게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갑자기 옆에 젠의 모습이 등장해서 '걔가 왜 잘할까?' 이런거 속삭이고 있어. 와 진짜 대환장... 이걸 어쩌면 좋으냐 말이다. 나는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상대는 능숙하면, '오 너가 능숙하니 나를 이끌어줘'이게 어디 되느냔 말이다. 이새낀 어디서 뭐하다 왔길래 이렇게 잘하는거지.. 이렇게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거잖아. 잘한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들여 반복된 경험이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고 뭐겠는가. 그렇다면 '처음'인 나는 또 그 앞에서 쪼그라들 수밖에 없고. 휴.. 이 고통의 시간을 열여섯 라라진이 겪고 있는 거다. 



이게 라라 진이 열여섯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까?

노.

아니다.

이건 다시 말하지만, 서른여섯에도 찾아오는 문제다. 



섹스를 두려워하는 라라는 결국 입밖으로 내고 만다. "너랑 젠은 많이 했었지?" 라고. 피터는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며, 자신이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졌느냐고 되묻는다. 라라진은 절벽에서 점프하는 걸 비유하는데 '넌 해봤지만 난 해보지 않아서' 라고 두려워하자 '너가 떨어져내릴 결심을 하면 같이 가주겠다, 무서울 테니까' 라고 말한다. 피터 역시 열여섯살이고, 물론 이것은 영화이지만, 한국의 웬만한 마흔살 남자보다 훨씬 성숙하다 하겠다. 성숙한 건 물론 피터 뿐만이 아니다. 라라 진도 마찬가지. 라라 진은 결국 자신의 앙숙이 된 친구 젠을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피터는 젠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젠을 극복 못하는 건 나였다, 라는 이야기를. 그리고 할머니가 '정'이란 걸 알려준 적이 있다며, 이런 독백을 덧붙인다.



'두 사람 사이에 끊어질 수 없는 연결을 말한다.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어도 그 사람을 향한 애정이 마음속에 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항상 서로 연결돼 있을 것이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피터와 젠 사이에 정이 있다고 피터 탓을 해서는 안 된다'



아니 이것이 무슨 열여섯의 깨달음이여... 서른여섯도 하기 힘든 것인데..... 만약 내 애인이 내 눈앞에서 전여친과 다정한 모습을 본다면, '저건 저들 사이의 정이야, 정이 있다고 그걸 탓하면 안돼' 같은 걸 내가 깨달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으앗 생각만 해도 너무나 괴롭다... 그러니까 내가 내 애인의 여사친의 존재를 아는 것과는 좀 다른 거잖아. 전여친은.. 나랑 애인이랑 지금 하는 걸 이미 나보다 먼저 해본 사람이잖아. 그런데 그 존재를 여전히 만난다고 하면... 나랑 사귀는데.......아 골치가 아프다 진짜. 이런 거 생각하기 싫어. 피곤하다... 연애란 무엇인가..




라라 진은 연애란 게 참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첫 데이트도 성공적이고 두번째 데이트도 마음에 들었던 날, 스노우볼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다.


'연애라는 게 참 재미있다. 한순간 모든 게 뒤집혔다가도 마법처럼 온 세상이 반짝거린다. 그리고 차분히 가라앉으면 다시 바로 동화속이다.'



연애, 너무 재미있지. 그런데 고정된 '여자친구'의 역할을 내가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골치 아파지기 시작하지. 여자친구란 무엇인가, 여자친구라면 으레 이렇게 해야하나, 같은 것들이 압박을 해오면 다 때려치고 싶어지지. 역시 자유가 중요하다... 프리덤!




나보다도 훨씬 철든 연애를 하는 이 열여섯 커플을 보는 건 참 재미있고 좋았지만, 나는 참... 첫장면부터 의문이었던게, 이 열여섯 고등학생 커플들이, 딱히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고급레스토랑에 가서 데이트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게다가 피터는 이 고급 레스토랑을 작년에 젠 하고도 여러번 왔었어. 그 돈 어디서 났냐? 엄마가 준거야? 용돈 받아 쓰는데 그렇게 좋은 레스토랑에 막 가도 돼? 나는 이것이 너무 걸리는 것이다. 열여섯에 내가 데이트를 했다면 나는 끽해야 죠스떡볶이나 그 뭣이냐 롯데리아 가지 않았을까. 삼십대 중반에 했던 연애들에서도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은 내가 스테이크 먹으러 레스토랑에 데려갔을 때 '스테이크는 너가 처음이야' 했었는데(세명이나!) 내가 유독 경험치 없는 남자들만 사귀었던건가..이 남자들 내가 처음 사귄 여자도 아니었는데도 스테이크는 처음이래. 니네 대체 뭐 먹고 살았냐... 피터는 열여섯에.. 아니 열다섯에...... 쓰벌. 내가 피터랑 사귀었으면 나의 경험치는 어디까지 갔을 것인가.

아 빈곤한 나의 연애경험이여..... 슬픔이 파도가 되어 덮쳐온다 ㅠㅠ



그리고 계속 걸리는 게...

여차저차해서 피터와 라라 진이 헤어졌는데, 라라 진에게는 계속 애정을 표현하는 '존'이 있었단 말야? 그래서 존하고 같이 봉사활동 하다 뒷마당 눈밭에 있다가 키스를 하게 되는데, 키스를 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거다. '내가 사랑하는 건 피터야!' 하고. 존에게 미안하다 말하고 이제 피터를 찾으러 가는데, 그래, 여기까진 알겠어, 이것이 로맨스 영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보러 지금 당장 가고 싶지, 더 늦기전에 사랑한다 말할거야! 이거 당연히 해야지. 이건 당연한거야. 그런데,


라라 진.. 너 지금 존하고 봉사활동 하는 중이었잖아. 니가 갑자기 그렇게 뛰쳐 나가버리면... 봉사활동 시간 어떻게 채우려고? 그거 나중에 채울거야? 뭣보다, 너랑 존이랑 둘이 멤버 전부인데 니가 가면 뒷정리 존이 혼자 다해야하잖아? 내가 여기서 딥빢이 오는 거다. 아니... 남자 찾아 사랑 찾아 간다고 뒷정리 존에게만 맡기는 거 너무 내 타입 아니어서... 하아-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불렀을 것 같다. 너 가긴 어딜 가, 뒷정리 다 하고 니 할일 다 하고 가야지! 하고. 아 너무 .. 일을 대하는 자세가 내 타입 아니어서... 막판에 엄한 데서 스트레스 받아버린 나여............. 얄짤없다, 맡은 바 일은 다 하고 가라.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영화가 너무 짧았다. 이렇게 갈등들만 나오면 어쩌나 싶지만 사실 연애란 게 갈등의 연속이다. 라라 진은 반쪽짜리 연애는 싫다고 하지만 온전히 가지려면 갈등과 고통까지도 모든걸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걸 깨닫고 그래서 그 다음에 어떻게 할건지는 당사자의 몫일 것이다. 모든 걸 감수하고 너랑 함께 하는 걸 택하든지 이런 걸 감수하면서까지 연애를 지속하고 싶지 않아 뒤돌아설 것인지.



피터와 라라가 싸우는 것도 나는 좋았다. 싸움은 당연히 피곤한 거지만, 이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고 존중이 있다. 그러니까 다른 남자랑 있었다고, 그것을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서 염산을 들이 붓는다든가 발가벗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다든가, 사람들한테 헛소문을 퍼뜨린다든가 하는 행위를 일절 하지 않는 거다. 그건 범죄니까. 범죄를 전여친에게 하는 건 솔직히 사람이 할 짓은 아니지 않는가.

어제 리뷰 썼던 정희진 선생님 책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몇 달 전 거리에서 ˝자연의 섭리˝를 외치며 ˝짐승도 그 짓은 안 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동성애 반대 서명운동을 하는 이들을 만났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자연의 질서를 지키려면 환경운동이 먼저 아닐까요.˝ 실제로 ‘짐승도 안 하는 짓‘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성애자 남성이다. -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정희진, P69




당연하게도 피터는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다. 보통의 인간. 그러므로 피터와 라라 진은 서로가 원망스러 싸울 때 조차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들은 열여섯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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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2-2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임 계정 파놓고 묵혀둔다고 레벨 업 저절로 되지 않듯...나이 먹는다고 연애 레벨이 자동으로 오르지는 않는 것 같아요...경험치는 쌓이는데 왜 레벨업은 안 되니...영화감상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0-02-20 16:3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열반인님. 분명 어느 부분은 어느만큼 성숙하고 성장하기도 했겠지만 감정을 조절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서투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연애에 있어서는 더 그런것 같기도 하고...
연애 레벨도 만렙 찍고 내려왔으면 좋았겠지만 저는 앞으로도 만렙을 찍을 것 같지도 않고 만렙 근처도 못갔는데 이제 내려온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락방 2020-02-20 17:00   좋아요 1 | URL
정말 맞네요. 연애에 만렙이 존재할까요? 사람이 다 다른데 이 사람과 사귀면 이런 연애가 저 사람과 사귀면 또다른 연애가 진행이 될테고 그러니 만렙이란 건 존재할 수 없겠어요. 스스로가 만렙이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이겠어요. 거짓말쟁이거나. 강연 듣는다고 해도 연애 혹은 사랑이 나 혼자 하는 게 아닌이상 강연은 과연 어디까지 먹힐 수 있을 것인가...

저는 사랑을 포기하진 않았고요, 연애를 그저 놓았을 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2-20 17:00   좋아요 1 | URL
아니 댓글 달았는데 반유행열반인 님의 댓글이 사라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2-20 17:09   좋아요 0 | URL
써 놓고 창피해서 지웠어요...죄송해요... 사기꾼이라도 궁금하니 자칭 연애 만렙 있으면 데려다 놓고 구경하고는 싶네요...아 사기꾼 관상은 이런 거구나 ㅋㅋㅋ하고... 놓은 연애 다시 들어올려야 할 날이 오겠지요. 어떻게 사랑스러운 다락방님을 감히 안 사랑하겠어요 ㅎㅎ창피하다고 지우고 더 창피한 거 올림...사랑 고백...

다락방 2020-02-20 17:18   좋아요 1 | URL
사랑고백은 창피한 게 아닙니다!!!!! 창피해하지 마시고 앞으로 더 사랑해주세요!!!

=3=3=3=3=3=3=3=3=3=3=3=3=3=3=3=3=3=3=3=3=3=3=3=3=3=3

단발머리 2020-02-22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었고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 신청하면 피폐해질 제 삶이 너무 예상되서 아직까지 미루고만 있어요.
레스토랑 신 같은 경우 영화에서는 젠이 도발하는 걸로 나오나봐요. 책에서는 라라진이 상상하는 걸로 나오거든요.
우리 동네에는 데이트하러 갈 만한 장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피터는 젠이랑 이미 여기에 왔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요. 더 쓸쓸하다고 할까요.
현재 나의 남친이 내가 알았던 사람, 혹은 이전의 베프와 사귀는 사이였다는 건 여러모로 불편한 일일 거 같기는 해요.
제일 격렬한 전쟁터는 머릿속이겠죠. 라라진의 생각과 상상 속.

그래도 보고 싶네요. 꽁냥꽁냥, 고딩들의 러브스토리!!

다락방 2020-02-23 12:09   좋아요 0 | URL
대체적으로는 라라진이 자꾸 의식하고 상상하고 그러는데요, 레스토랑 신은 젠이 직접 도발을 해요. 아, 이 사랑 진짜 피곤하고 괴롭겠다.. 생각했어요. 교내의 누구나가 다 알수 있는 공개적인 연애는 너무 하드코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여섯에게 공개연애는 너무 하드코어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아이들의 대처는 굉장히 성숙해요. 다투다가도 난 이렇게 다투기 싫어, 하고 말하는 게 정말 너무 좋았어요.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스스로 깨닫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거든요. 한국의 성인 남성들보다 훨씬 성숙한 자세를 피터는 갖고 있었어요. 그게 참 좋았어요.
제일 격렬한 전쟁터는 머릿속이라는 말, 진짜 그러합니다. 정말 그래요 단발머리님. 저는 그 머릿속 생각 때문에 지쳐나가떨어질 것 같았어요. 으으...

재미있었어요 단발머리님. 저는 어서 3편을 보고 싶습니다!! (책은 사뒀지만 안읽고 있....)

공쟝쟝 2020-02-2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주말에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감상문을 읽는 지금 기뿌군요..... 저는 1화가 쫀쫀하니 (흑역사 대공개) 재밌었어요. 2화는 역시 매력적인 라라진에 매혹되어 봤답니다! 영화보는 내내 와 애들이 소통 참 성숙하게 한다~ 이랬어요. 진정한 소통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예의차린 소통도 희귀한 현생에서 무지 부러웠습니다. 네네, 마치 비싸뵈는 레스토랑 데이트 처럼욬ㅋㅋㅋ

다락방 2020-02-24 09:28   좋아요 1 | URL
저는 이 고딩들의 연애가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성숙하지요. 싸우면서도 이러고싶지 않다는 것을 서로 얘기하잖아요. 물론 그들이 바랐던 것이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기였던 것도 그렇고요. 이 열여섯 라라진이 마지막에 온전히 한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면 그것이 가져오는 모든 감정들도 감수해야 한다고 깨닫는 것도 그렇고요. 저는 정말 만족하며 봤습니다. 어록 대방출이다... 이러면서 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심심할 때 보려고 넷플에서 [하우 투 비 싱글] 다운받아놨어요. 존재도 모르는 영화였는데, 넷플 들여다보며 ‘자 다음 영화는 뭘로 할까~‘ 하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2-24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스테이크는 네가 처음이야... 는 뭐죠? ㅋㅋㅋㅋㅋㅋㅋ 나에게 이렇게 버릇없이 구는 여잔 니가 처음이야!도 아니구...?? ㅋㅋㅋㅋ ㅋㅋ 웃엇어요 ㅋㅋ

다락방 2020-02-24 09:29   좋아요 1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전.... 걍 혼자가 좋은것 같아요. 혼자 가서 평양냉면에 소주 시켜먹고 혼자 가서 스테이크에 와인 시켜먹고... 그게 최고인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2-24 15:14   좋아요 0 | URL
참 읎어보이는 네가 처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