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서점에 가는건 나에겐 거의 필수적인 것인데, 기대했던 포르투의 렐루 서점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으니, 갔던걸 후회하진 않지만, 이게 그렇게 유명할 일인가 싶어지는 거다. 

일단 사이즈도 생각보다 작고,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감탄할만큼 대단한 디자인인 것도 아니었다. 서점이니 나는 무엇보다 책을 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책의 종류도 정말 적었다. 아주 유명한 고전들만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등으로 갖추어져 있었다. 신간이나 최근 작가들의 책은 아예 취급을 안하는 것 같았다. 유명해지기 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은 정말 누구나 다 알만한 몇 가지 고전만 여러 언어로 갖추어둔게 전부였다. 이래가지고서야 서점이라고 할 수 있나. 렐루 서점은 서점이 아니라 그저 관광지였다. 나는 정말이지 너무나, 너무나 실망했다. 차라리 멜번에서 들어갔던 서점이 더 좋았다. 그냥 쇼핑몰에 있는 서점이었는데 지금 멜번 젊은이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알겠더라. 게이 로맨스.. 하여간 렐루 서점은 나에게는 정말 매력적이지 못한 서점이었다. 


마드리드는 달랐다. 나는 대형서점도 가서 구경했지만, 하, 마드리드에는 여성작가들의 책만 취급하는 서점이 있었다. 이름하여, <Libereria Mujeres> 이다. 스페인어로 mujer 는 여성, woman 이다.


서점은 별로 크지 않다. 그리고 스페인어 책들이 진열되어있다. 나는 아는 작가를 찾아내기가 힘들었다.













나는 여기에 온 이상 책 한 권을 꼭 사고 싶었다. 스페인어로 된 책을 한 권 사야지. 그런데 포르투갈까지 들렀다가 온거라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이왕이면 작고 가벼운 책으로 사기로 했다. 아는 작가라면 좋겠지만, 알지 못하는 작가의 책으로 한 권 골랐다. 아주 작고 얇은 책. 나는 아직 스페인어를 잘 모르니까, 이거 한 권을 채경이 도움 받아 읽어본다면 스페인어 익히는데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이 책을 계산하면서 직원분께 다시 한 번 물어봤다. 이 작가 여자 작가 맞지? 그러자 사장님은 응, 맞아. 우리 서점은 여자작가의 책만 있어. 라고 확인시켜주었다. 어쩐지 웃음이 나서 이 책을 샀다. 이 작가는 유명하니? 그랬더니 유명하지는 않지만, 마이너도 아니라고 했다. 하여간 그래서 샀다.



물론, 사와서 지금까지 한 장도 펼쳐보지 않았다.



마드리드에 가려고 했던 이유는, 미술관 때문이었다. 일전에 <정윤수의 도시극장> 마드리드 편에서, 마드리드에 미술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더랬다. 마드리드의 미술관을 가보고 싶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스페인어를 해보고 싶어서였다. 내가 딱히 공부에 소질이 있는건 아니어서, 듀오링고로 스페인어 하다가 23 레벨 넘어가면 급격하게 어려워져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또 돌아가기를 반복하다보니, 아주 기초적인 몇 단어와 문장밖에 알지 못한다. 그래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마드리드에 가서 아는 스페인어를 총동원해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대화라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레스토랑에서 음식과 레드와인을 주문하고, 상대에게 나는 스페인어를 못하는데 너는 영어를 하냐고 물었다. 미안하다거나 실례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는 자주 했다. 화장실이 어디있냐고도 물었는데, 대답을 들을 때 난감했다. 화장실이 어디 있냐고는 스페인어로 물을 수 잇었지만, 그들의 대답을 내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길을 알려줄 때 그러는 것처럼, 그들이 말을 하면서 손짓도 해줘서, 언제나 무사히 화장실을 잘 찾을 수 있었다.  아직 묻기도 전에 직원이 '너 화장실 찾니?' 라고 내게 묻는 것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Si! 하고 직원의 안내로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 


게다가 쉬운 단어들을 읽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이를테면, 저 서점에 갈때도 그랬다. 서점 바깥에서 너무 조용해서 어? 서점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건가? 하고 주춤했는데, 바깥에 보니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몇시에 오픈하고 닫는지, 또 토요일은 어떻게 다른지 적혀있었고, 내가 그걸 알아볼 수 있었던거다. 나 스페인어로 월화수목금토일 다 알거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신났다!!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랑 크루아상 주문하고, 몇 가지 단어를 아는게 고작이었는데, 스페인어는 그보다 많은 걸 말하고 들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어는 이탈리아에 도착해서 고작 2,3일 했기 때문이고 스페인어는 내가 얼마나 했냐.. 문제는 앞부분만 반복했다는 것... 나는 머리가 나쁜가봐요... 히융 ㅜㅜ 아무튼 이게 너무나 신나는 경험이었다! 스페인의 음식은 사실 내 생각보다 나에게 잘 맞지 않았고, 그래서 마드리드라는 곳 자체가 나에게 또 가고 싶은 도시인건 아니지만, 그런데 스페인어를 또 해보고 싶어서, 더 잘해보고 싶어서 또 가고 싶다. 이번엔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좀 더 많은 말을 해보고 또 듣고 싶다.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엔 더 잘 해봐야지, 라고 생각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한국에 돌아오고나서부터는 스페인어 듀오링고 멈춰버림. 아, 인간이여... 아니, 나여... 얄팍하도다.....



지금 시간 21:07

빵 좀 먹을까..


책을 샀다.

















[인터메초]는 샐리 루니의 신간이라 샀다.

며칠전에 친구와 교보문고에서 만났는데, 원서 코너 앞에서 샐리 루니 얘기를 잠깐 했더랬다. 우리 둘다 샐리 루니를 읽고 그 작품들에 순위를 각자 매길 수 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작은 기쁨이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거 너무 좋지 않나.


[설산의 사랑]은 폴스타프 님의 리뷰 덕에 담아두고 이제야 결재했다.


[한낮의 불운]은 잠자냥 님의 리뷰를 읽고 샀는데, 잠자냥 님은 구매자가 아니더라고요............. 땡투를 드릴 수 없었습니다. 아쉽..


[잘 자요 엄마]는 아시마 님의 리뷰를 읽고 샀다.



[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는 책의 소개를 읽다가 인용문을 보고 구입했다. 














이 81페이지의 인용문이 너무 좋았던거다. 

나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이 좋고, 혼자서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난 이거 못해, 니가 해줘... 같은 말은 죽어도 하기 싫은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도 그런 삶의 태도를 갖추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건 내 중심적 사고일테니, 다른 사람이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뭐 어쩌겠는가. 그런데 이 책의 인용문에서 저 구절을 보는데 너무 좋은거다! 그래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사실 많이 게으르다.

스픽... 도 결재해두었는데 안하고 있다. 스픽, 왜이렇게 하기 싫은걸까.

영어랑 스페인어 공부하려고 노트도 사두었는데 안하고 있다. 물론, 노트.. 안사도 많았다. 

영어는 학원을 알아볼까도 생각하는데, 생각만 계속 하고 있다. 알아봐야지, 알아봐야지... 하고.


그래도, 귀찮음을 무릅쓰고 비립종 제거는 했다. 만세!! 참 거시기한 위치에 오래전부터 비립종이 있었고, 그게 내내 걸리적거렸더랬다. 아, 이거 없애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기를 몇년째였는데, 차마 위치상... 그러다가 이번에 큰 마음 먹고 여성닥터 찾아가서 제거했다. 만세!! 제거하고 나니 앓던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다 시원해졌다. 



엊그제는 엄마랑 식당에 가서 해물순두부찌개를 먹는데, 먹는 내내 자꾸 코가 근질근질하고 재채기를 했다. 뭔가가 나를 건드리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원래 내가 해산물 알러지가 약하게 있어서, 닥터는 내 몸의 컨디션에 따라 알러지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해더랬다. 새우 먹고 알러지 나타나서 응급실에 간 적이 몇차례 있었는데, 얼굴과 몸에 모기 물린 것 처럼 잔뜩 올라오고 간지러워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계속 코가 근질근질 재채기였어. 순두부찌개 먹기 전까지 괜찮았는데 순두부 찌개 먹으면서 계속 그래서, 이 안에 뭔가가 나를 건드린다 싶은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더라. 새우는 엄마 드시라고 건져드렸다. 조개가 그랬니?  꽃게가 그랬니? 아이 돈 노우... 어떻게된게 나이 들면서 몸이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 에휴..  그래도!!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 검사에서 이번에 닥터한테 칭찬 들었다. 하-

담낭제거 수술한 후에 6개월에 한 번씩 병원가서 피검사에 초음파 검사 하는데, 살이 찌면 잔소리를 듣는다. 안된다고, 그러면 너 나이 들어서 소화기내과만 오는게 아니라 다른 과를 다 순회해야 한다면서 주의하라고 했던 거다. 그런데 이번에 갔는데, 피검사 수치가 참 좋아졌다는거다. 본인도 좋아진 거 느끼지 않았냐고 물으셔서,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했더니, 아주 좋아졌다고, 이제는 1년 후에 보자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나이는 먹고, 나는 그동안 뭔가 더 한 게 없이, 늘 먹던대로 먹고 마시던 대로 마시고 그리고 가끔 달리고 걸었는데, 그런데 더 나은 상황이 됐단다. 나이 먹고 더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 그게 바로 나다!


엄마는 내가 돌아온 뒤로 쌀이 너무 팍팍 없어진다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나갔다 오더니 위가 늘었나봐...하시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 미안해, 내가 잘할게... 오늘도 저녁에 내가 만둣국 끓여서 엄마랑 아빠랑 저녁 먹었다. 다음주에는 수육도 만들거다. 내가 만든 파김치랑 먹어야지. 


남동생은 일전에 나에게 "누나처럼 고기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데 고지혈증 약 안먹는다는 거 진짜 대단한거야, 지금처럼 그냥 먹고 마시고 운동해." 했더랬다. 내가 지금 살아가는 방식이, 그러니까 많이 먹고 ㅋㅋ 술 마시고, 가끔 달리고 걸어주는 것이, 나에게는 즐거움이다. 즐겁게 먹고 마시고 달리고 걸으니까 몸도 좋아하는 것 같다. 세상에, 중년이 되어 먹고 마시는데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졌다고 1년후에 보자는 말을 듣다니. 나 좀 짱인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면 반년을 여름에서만 지내다와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외국에서 지내다 온 것이 내 몸에 더 좋았던걸까. 사실, 나 아이스크림 싫어하는데, 싱가폴에서 하겐다즈 겁나 먹었다. 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모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혼자서 술도 잘 마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국 와서 몸무게도 늘고 술도 자주 마셨는데, 하여간 검사 결과 좋아서 눈누난나~ 지금처럼 즐겁게 살아야겠다. 그런데, 요즘 너무 게을러... 정신차리자!!



그럼 얘들아 빨빨룽~


이상 백수인데도 책지름 시작해버린 다락방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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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23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석구석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셔서 마드리드 서점에 저도 같이 들어간 느낌이에요. 학교 다닐때 스페인어 6개월 배웠어도 한 마디도 못하는 1인이라 여성 작가 얼굴 보면서 추측해야 하는데, 책 한 권 딱 눈에 띄네요. 지젤 펠리코의 책이요.

쌀이 팍팍 없어진다는 어머님 말씀에도 빵 터졌지만, 제가 밑줄 그은 문장은.

... 상대에게 나는 스페인어를 못하는데 너는 영어를 하냐고 물었다.

영어에게 고마워지는 아침입니다 : )

다락방 2026-03-23 13:06   좋아요 0 | URL
Yo no hablo espanol
Tu hablas ingles?

아주 간단한 스페인어 였습니다.

렐루 서점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요. 입장료도 있고요. 정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들어가서 책 종류가 정말 적은걸 보고 실망했거든요. 서점이 관광지로 변한 것 같아요. 책이 더 많았다면 정말 좋았을것 같아요. 사실 거기서 브리저튼 사려고 했는데 없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안사길 다행... 집에 있었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다녀왔으니 ‘렐루 서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이제 안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가보고 싶었거든요!! 껄껄.

마드리드의 여성작가 책만 파는 서점은 규모가 작았는데 참 아늑하고 예쁘고 좋았어요. 아지트 삼기에도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페인어를 완벽히 정복해서(!! 응??) 마드리드의 서점, 아지트 삼아 가끔 가고 싶어요. 하... 스트레스 받아, 서점 가볼까? 하고 슝- 마드리드 다녀오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는 스페인어보다는 영어를 쪼끔 더 잘하는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6-03-23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이 그냥 누구네 집 서재 같아요 아담하고 어쩐지 낯설지가 않아요😄
먹고 마시고 운동하라! 책 제목으로도 훌륭한데요?ㅋㅋㅋㅋㅋ

건수하 2026-03-23 10:48   좋아요 0 | URL
앗 있는 책 제목인줄 알았어요 ㅋㅋㅋ 엘리자베스 길버트 생각남

다락방 2026-03-23 13:08   좋아요 0 | URL
저런 서재 하나 저도 갖고 싶습니다. 저만큼의 공간을 확보해서... 한쪽에 책상 놓고 읽고 쓰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공간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저는 지금 백! 수!! ㅋㅋㅋㅋㅋ

먹고 마시고 운동하라!
여러분, 먹고 마시고 운동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6-03-23 13:1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프로젝트 잊지 않고 있습니다! ㅎㅎ

잠자냥 2026-03-2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긔.

다락방 2026-03-23 13: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있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3-2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낮의 불운> 저는 밀리에서 읽었고요. 땡투는 그 마음을 받겠습니다. 즐겁게 읽으쇼~

저도 얼마 전에 정기적으로 피검사하는 병원에서 의사쌤이 결과 일일이 설명해주면서... 백점입니다! 했어요. 아니.. 제가 궁금한 건 제가 술을 진짜 맨날 마시는데요... 왜 간수치도 좋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다락방의 피검사 결과도 축하합니다. 엥?

쌀이 팍팍 없어진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뿜었습니다.
다락방 고봉밥 먹는 머슴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6-03-23 11:01   좋아요 0 | URL
와 술마시고 운동하고 일하고 책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읽는거죠...?

술도 안마시는데 전 왜 수치 안좋... ;ㅁ;

잠자냥 2026-03-23 12:07   좋아요 0 | URL
책은...... 자면서 읽습니다...(엥?ㅋㅋㅋㅋㅋㅋㅋ)

폰을 멀리하면 다들 될걸요...? 노게임 노유튜브 노SNS 노텔레비전 등등 ㅋㅋㅋ
아, 그리고 사람도 안 만나면 됩니다. ㅋㅋㅋㅋ (제가 유일하게 보는 인간 집사2)

다락방 2026-03-23 13:11   좋아요 0 | URL
노sns 진짜 뼈에 새깁니다. 팔뚝에 문신으로도 새겨야겠어요.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몰라... 하..

아무튼 먹고 마시고 읽고 쓰고 운동합시다!! 그것이 우리를 건강하게 하리니. 사람은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사는게 제일 좋은것 같아요. 먹고 마시고 운동하고 읽고 쓰고!! 화이팅!! 아, 저는 막 돌아다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놋북 닫고 외출해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쌀 팍팍 없애고 있는 다락방입니다.

건수하 2026-03-23 13:14   좋아요 0 | URL
사람이 제일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집사3이랑 갈등하느라 요즘 넘 힘듦요... ㅠㅠ
(그 와중 노게임 노유튜브라면 미쳐버릴 것 같....)

건수하 2026-03-2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 작가 책만 있는 서점 넘 좋네요. 가보고 싶은데 읽을 수 있는 책은 없네요 ㅎㅎㅎㅎ
한국에도 그런 서점 있었던 것 같은데 (가려고 즐겨찾기 해놨었는데) 없어져서 아쉬웠었어요.
어딘가 또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락방님 건강하고 긍정적인 모습 좋아요 ^^

다락방 2026-03-23 13:11   좋아요 0 | URL
스페인어 열심히 해서 저 서점을 아지트 삼고 싶습니다. 하..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은 너무 어려워요 ㅠㅠ
수하님도 즐겁게 먹고 마시고 운동하고 읽고 쓰세요. 화이팅!! >.<
 
















세번째 단편은 <The Piano Player 피아노 연주자> 이다. 


'앤절라 오미라'는 칵테일 라운지에서 피아노를 친다. 아주 오래 그곳에서 피아노를 쳐와서, 그녀는 마치 풍경처럼 익숙하다. 현재 오십대 초반인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마을 최초의 행정의원 '맬컴 무디'와 연인이었다. 


앤절라 오미라는 정식으로 피아노 레슨을 받은 적이 없지만,  분명 재능이 있었고, 그래서 그녀에게 교육이 정말 절실히 필요하다고, 장학금과 기숙사가 제공될거라고 음악교사가 앤절라의 엄마를 설득했지만, 그러나 엄마는 '쟤는 나 없이 못살아요' 라면서 끝내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앤절라의 엄마는 앤절라가 젊은 시절 데이트 하는 데에도 따라나갔고, 앤절라의 남자친구, 앤절라, 그리고 앤절라의 엄마가 함께 입을 똑같은 파란 스웨터를 세 벌 뜨기도 했다. 그 당시의 남자친구도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었는데 앤절라의 재능을 질투했고, 그리고 그녀에게 '너랑 데이트 할 때면 네 엄마랑도 데이트 하는 것 같아서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지금은 그 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고, 앤절라의 엄마도 요양원에 계시고, 그녀는 지금 혼자다.

여느때처럼 피아노를 치면서, 그녀는 자신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다른 사람을 한심하다 욕했던 연인 맬콤을 떠올린다. 연주하는 동안 한 번도 쉬는 시간을 가져본 적 없던 그녀는,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쉬는 시간을 갖고,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동전을 빌려, 오랜 연인 맬콤에게 전화한다. 



Malcom answered the phone. And here was a curious thing-she didn't like the sound of his voice. "Malcom," she said softly. "I can't see you anymore. I'm so terribly sorry, but I can't do this anymore." 

Silence. His wife was probably right there. "Bye, now," she said. -p.54


맬컴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맬컴," 그녀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난 더이상 당신을 만날 수 없어요. 정말 미안하지만 더는 못하겠어요." 침묵. 아내가 바로 곁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안녕." 그녀가 말했다. -전자책 중에서



그렇다. 맬컴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맬컴에게는 아내가 있었는데도, 앤절라는 그의 연인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걸 그만두겠다고 그의 집에 전화를 한것이다. 그녀는, 드러나지 않는 연인이었다. 그녀는, 그와 이십이년간 연인이었지만, 한 번도 그의 집에 전화를 걸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전화번호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십이년간 한 번도, 전화를 걸어본 적이 없다.


캐서린 맥피가 노래했었다. 넌 밤에 전화하지, 난 수화기를 들어. 네가 나에게 말하고 있어도, 나는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


You call me at night,

And I pick up the phone.

And though you be telling me,

I know your not alone.


이십이년간 그가 거는 전화를 받고, 그를 만나고,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만, 그러나 나는 한 번도 그에게 전화를 하지 못하는 삶이란 어떤걸까. 생각해보니, 언젠가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도 못했던 것 같다. 이십이년 만에 처음 전화했는데, 어? 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네?



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그를 사랑할 순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의 목소리는 별로야, 라고 말하게 되는 상대를 내가 좋아할 순 없다는 거다. 현실에서 '난 그 사람 목소리도 듣기 싫어' 라고 말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럴 때는 정말 그 사람의 목소리가 나와 합이 맞지 않는 거라고 한다. 그 경우엔 그 사람과 내가 합이 맞지 않음은 당연하고. 내 경우에는 그동안 살아온 경험으로 '네 목소리가 좋다'고 말하게 됐다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못생긴 사람을 좋아할 순 있지만, 내가 듣기에 목소리가 싫은 사람과 좋아할 순 없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앤절라와 완전히 반대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를 더이상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고, 그리고 그에게 그렇게 말했더랬다. 우리 이제 그만하는게 좋겠다고, 그에게 말했더랬다. 그 말을 해놓고 엉엉 울었었는데, 일주일 후에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액정에 뜬 그의 이름을 보고, 어엇, 하다가 전화를 받아서는 여보세요, 했는데, 전화기 너머 상대가 "여보세요" 라고 한 순간, 그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아 목소리 왜이렇게 좋아, 아 미치겠네, 나는 모르겠다, 그냥 마음이 찢어져도 계속 만나보자, 라는 마음을 먹어버렸던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궁금하네. 지금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여전히 목소리를 좋다고 느낄까? 아니면, 앤절라가 그랬듯이, 흥미롭게도,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



그녀는 이렇게 맬콤에게 전화를 해 이별을 말했다. 이거, 이제 그만하자고 말했다. 나 이제 이거 못하겠다고.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연주를 마치고, 낙심한 인생이란 것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의 비참함을 보아야만 비로소 나아지는 인생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낙심한 인생이 아닌가. 기어코 나를 찾아와서 내가 혼자인 걸 확인하고, 과거에 내 엄마가 자신에게 했던 짓을 비난하고 돌아간다는 건,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것이야말로 낙심한 인생이 아닌가. 맬컴은 어떠한가. 다른 사람을 호모라고 부르면서 욕하면, 그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인가. 


그녀의 연주가 끝났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그녀에게 다정한 인사를 해주는 사람들. 그녀는 집까지 걷기로 한다. 그렇게 바를 나와서 걸었는데, 당혹스러워진다.


"Cunt."

She had not seen him standing beside the house, in the dark shadow from the overhang.

"You cunt, Angie." He stepped toward her.

"Malcom," she said softly. "Now, please."

"Calling my house. Who the fuck do you think you are?"

"Well," she said. "Let's see" It was not her style to call his house, but even less so to remind him that she, in twenty-two years, had never done so before.

"You're fucking nut," he said. "And you're a drunk, too." He walked away. She saw his truck parked on the next block. "You call me at work when you sober up," he said over his shoulder. And then, more quietly, "And don't go pulling this shit again." -p.59


"쌍년."

그녀는 집 옆에, 처마 밑 그늘에 서 있던 그를 미처 보지 못했다.

"개 같은 년." 그가 앤지를 향해 걸어나왔다.

"맬컴," 그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만해요."

"집에 전화를 걸다니. 네 년이 대체 뭔데?"

"흠."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입술을 꼭 다물고 한 손가락을 입에 댔다. "글쎄요, 한번 생각해보죠." 그의 집에 전화하는 것도 앤지의 방식이 아니었지만 그녀가 이십이 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는 걸 그에게 환기시키는 것은 더더욱 그녀의 방식이 아니었다.

"넌 완전 미친년이야." 맬컴이 말했다. "게다가 술주정뱅이고." 그가 가버렸다. 다음 블록에 그의 트럭이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술 깨면 사무실로 전화해!" 그가 어깨 너머로 말했다. 그다음엔 좀더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이 따위 개수작 다시는 하지 마." -전자책 중에서



그러니까, 그녀가 '쌍년'이 된건, 이십이년간 연인이던 남자에게 전화했기 때문이다. 그너가 쌍년이 된건, 이십이년된 연인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먼저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전화하면 안됐었으니까. 이십이년간 연인으로 지내면서 처음 전화를 했는데, 그 전화 한통으로 그녀는 갑자기 쌍년이 되었다. 그는, 이십이년간 그녀를 연인으로 대했던 그는, 그 전화 한통으로 불같이 화를 내며 그녀의 집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가 쌍년이라고 욕을 했다. 도대체 무슨 짓이냐고 화를 냈다. 그리고 이 따위 개수작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했다. 연인에게 전화를 한 일이 이따위 개수작으로 불린다는게, 말이 되나? 세상에 어느 연인이 전화 한통 했다고 쌍년이 되고 개수작이 되나. 하.. 이런 남자랑 이십이년이나 데이트를 해왔다니. 결혼도 하지 않은 채로 이런 남자의 연인인 채로 지냈다니. 전화 한 통에 쌍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남자를... 내 자신이 싫어질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감히 어떻게, 이십이년간 연인이었던 여자에게 쌍년이라고 화를 낼 수가 있나. 어떻게. 나도 전연인으로부터 헤어진 후에 쌍년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나는 쌍년이었나? 나의 어떤 짓이 그로하여금 쌍년이라는 말을 나오게 했을까? 앤절라가 뭘 어떻게 했길래 쌍년이 된걸까? 집에 전화 한통 한게, 그게 그렇게 쌍년될 짓이야? 전화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애인을 만든게 더 개수작인거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을 숨긴게 더 빡칠 짓 아니야? 됐다, 아무리 말해봤자 뭐하냐.


앤절라의 과거 연인 사이먼은, 굳이 여기까지 먼 길 찾아와서 너 결혼했냐 묻고 난 아이 셋이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네엄마가 날 찾아와서 옷을 벗었었지, 라고도 말한다. 그걸 굳이 몇십년 지난 후에 와서 찾아오고 상태 확인하고 가는 그 심리 무엇... 집에 전화 한통했다고 굳이 찾아와서 쌍년이라고 말하는, 그 심리는 또 무엇. 아니 그리고 내일 술 깨면 전화하래. 나한테 지금 쌍년이라고 말해놓고, 개수작 하지 말라고 말해놓고, 그런데 내일 전화하라고? 왜? 어처구니.


Even drunk, she knew she would not call him when she sobered up. -p.60


취하긴 했어도 그녀는 술이 깬 다음에 자기가 그에게 전화하지 않으리란 걸 알았다. -전자책 중에서



앤절라는 전화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 끝났으니까.


캐서린 맥피의 노래처럼.


다 끝났으니까.

It's over.

이제는 그녀의 시간이니까.

Moving on, It's my time.

넌 결코 내 친구였던 적이 없으니까.

You never were a friend of mine

이제는 끝났으니까.

Now I'm so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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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19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락방님 이 리뷰 읽고 확신하는 건, 이 책을 읽지 않았구나 하는 깨달음… 읽었다면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네요. 앤절라의 삶이란 뭘까요. 엄마도 전남친도 현남친도 ㅠㅠㅠ

분명 어제도 다른 졸리(예전 졸리)였는데 이제 새로운 졸리네요^^ 변신을 축하드립니당! 😉

다락방 2026-03-20 14:04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이야기가 전혀 생각나지 않아서 당황했어요. 어쩜 이렇게 새롭지? 피아노 연주자가 바에서 오래 연주하는 건 가물가물 기억이 날듯한데 맬컴과 사이먼의 이야기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그녀가 마침내 끝내는 것도 좋았지만, 낙심한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깨닫는 것도 무척 좋았어요. 영어로 다시 읽으면서 저는 이 단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졸리의 모습을 바꿔보았습니다. 하핫

바람돌이 2026-03-1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봐도 맬콤 개새끼... 아침에 간만에 느긋하게 서재글 보다가 막 열폭요. 근데 저런 사람이 실제로도 있다는게 문제예요. 에이 나쁜 놈들....

다락방 2026-03-20 14:0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바람돌이 님. 저런 놈이 현실에 있죠, 아주 많죠. 대부분의 유부남은 집에 전화를 못하게 하겠지만, 그런데 이제는 핸드폰이 있으니 연락이 더 자유로워지겠죠. 그러고보면 요즘엔 집에 전화해서 걸리는게 아니라 남편 폰 보다가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 하여간 징글징글 합니다. 저렇게 살면서 그런데 상대를 욕하는 삶이라니...

잠자냥 2026-03-1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프사 누군가했다가 서재 와서 크게 눌러보고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3-20 14:0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오랜만에 좀 분위기 바꿔보았습니다. 제 추구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 길려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하는 순간 바로 지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3-1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이십 년 동안 숨겨놓고 관계를 이어온 사람한데 저런 욕을 하다니.
백남이나 한남이나....
에휴.


다락방 2026-03-20 14:07   좋아요 0 | URL
저 여자가 무슨 범죄를 저지른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사귀던 사람에게 전화 한 통 한 것 뿐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쌍년 될 일입니까! 하.. 너무 싫어요 진짜. 양귀자의 말대로 진짜 남자는 모두 한 종이에요.. 다른 놈은 없는 것.....

책읽는나무 2026-03-1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 이 책 읽었었는데 이 단편은 너무나 생소한 소설이네요? 와…내용도 충격! 나의 기억력도 충격!!
22년간의 시간이 그저 한스럽군요.
넘 심한 거 아닌가?ㅜ.ㅜ

프사! 다락방 님 맞군요?
저는 누가 다락방 님 닉넴 똑같이 쓰는 사람이 생긴 줄 알고…동명이인이 생겨 우째? 좀 놀랐었는데.ㅋㅋㅋㅋ
다른 사람들 닉넴이 바뀌거나 프사 사진이 바뀌면 그런가보다. 그냥 잘 넘어갔었는데 다락방 님 프사 사진 한 장 바뀌었는데 저는 진짜 깜짝 놀랐네요. 왜 그랬지?ㅋㅋㅋㅋ

다락방 2026-03-20 14:08   좋아요 1 | URL
저도 이 단편이 너무나 생소했습니다. 그래서 놀랐어요. 아니, 이런 이야기를 왜 기억 못하고있지? 하고요. 게다가 이번에 읽는데 이 단편이 진짜 좋더라고요. 낙심한 인생이란 것에 대한 이야기가 진짜 너무 좋았어요. 올리브 키터리지, 아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만세만세 만만세 입니다!!

저는 졸리의 사진을 다른 걸로 바꿀 수는 있으나, 졸리의 사진을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ㅋㅋㅋ 제가 너무 오래 한 가지 사진으로 있었는가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원서는 그나마 어렵지 않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올리브 키터리지는 너무 어렵다. 내용을 이미 알고 읽는건데도 영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서, 아예 전자책으로 번역본 펼쳐놓고 한줄씩 한줄씩 번갈아 가며 읽고 있다. 이거 왜이렇게 어려운거야.


첫번째 단편 <Pharmacy 약국> 를 다 읽고 두번째 단편 <Incoming Tide 밀물> 을 읽었다.


밀물은 오래전에 번역본으로 읽을 때도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고 마음 깊이 남았던 단편이었다.


뉴욕에서 살던 '케빈'이 자신이 어린 시절 살던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의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그전에 살던 마을에 들러서 해변가에 차를 대고는 가만히 바다를, 그리고 만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저 까페에서 일하는 어린 시절 친구 '패티'가 일하던 모습도 보인다. 그의 어머니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그는 어머니를 따라 소아과 의사가 되려다가 정신과 의사로 방향을 바꿨다. 그와 교제하던 여성은 극심한 정신이상자였고, 한순간 다정하다가 한순간 분노하는 그런 여성이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삶과 자신의 그 후의 일들에 대해 가만 생각하다가, 그러니까 자살하기 전 마지막으로 둘러보다가, 그런데 갑자기 그가 모르는 사이, 올리브 키터리지가 그의 차 앞문을 열고 조수석에 탄다. 그는 깜짝 놀란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의 어린 시절 수학선생님이었다. 무서운 선생님이었고 그녀를 좋아하는 학생은 별로 없었지만, 그러나 그는 그녀가 좋았다. 그녀는 차 안에 타서는 케빈에게 오랜만이라며 말을 건다. 그녀는 그의 어머니에 대해 얘기하고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아버지도 자살했다. 그리고 올리브 키터리지의 아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케빈은 자신이 이곳에서 자살한다면, 혹여라도 아이들이 발견해서 그걸 보게 된다면 그건 너무 아이들에게 못할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중 한 명이 자살했다는 것이 케빈과 올리브의 공통점이다. 비록 그들의 나이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도 말이다. 올리브의 아들은, 반은 아버지인 헨리를 닮았겟지만, 그러나 반은 어머니인 올리브를 닮았을 것이다. 대화중, 올리브는 이렇게 말한다.


"I wish I hadn't passed those genes on to him" -p.41


"내가 그런 유전자를 아이한테 물려주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전자책 중에서



올리브는 케빈이 이곳에 자살하러 온 것을 알고 있는걸까? 알고서 한 얘기일까, 모르고서 한 얘기일까? 케빈의 어머니도, 물론 지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그러나 꼭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그런 유전자를 아이한테 물려주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케빈에게 아이가 있다면, 아마 자살을 앞둔 이 시점에서, 케빈 역시 생각하지 않았을까.


I wish I hadn't passed those genes on to him(her).



내가 주지 않았기를 바라는 그 어떤 성질이, 그러나 내가 받은 것이라면,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



그러나 이 어두운 대화들 속에서도, 그리고 어두운 기억들 속에서도, 낭떠러지에도 꽃이 피는것처럼, 삶에 대한 희망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그것은 죽을 것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낭떠러지 근처의 꽃을 따던 패티가 물 속에 빠진 것이다. 케빈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고, 그리고 그녀를 잡았다. 그는 바깥에서 올리브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러나 그것이 자신들을 구하러 사람들이 오고 있다는 것임을 이해한다. 그는 패티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He would not let her go. -p.47


널 놓지 않을게. -전자책 중에서



자신은 죽으려고 했으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이 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세상은 미친, 우스운, 알 수 없는 것이다.


Oh, insane, ludicrous, unknowable world! Look how she wanted to live, look how she wanted to hold on. -p.47


오, 미친, 이 우스운, 알 수 없는 세상이여! 보라. 그녀가 얼마나 살고 싶어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붙잡고 싶어하는지! -전자책 중에서



슬픔과 아름다움의 거리는, 어둠과 환함의 거리는, 이토록이나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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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17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은 것 같은데 단편들이 다 새롭게 느껴지네요. 슬픔과 아름다움의 거리는 짧아서... 그래서 더 애달픈거 같아요.
부지런히 따라갈게요~~

다락방 2026-03-18 23:02   좋아요 1 | URL
저는 특히 ‘작은 기쁨‘이라는 표현을 좋아했으면서도, <작은 기쁨> 읽을 때 완전히 새로워서 너무 놀랐어요. 올리브의 아들 크리스가 결혼한 건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 했었네요? 저는 올리브 키터리지 좋아했으면서도 세상에나 너무나 새롭게 읽고 있습니다. <피아노 연주자>를 예전에는 인상깊게 읽지 않았는데, 이번엔 너무 좋아요! 확실히 천천히 읽고 또 영어로 읽으면 받아들이는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hnine 2026-03-18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슬픈 음악이 좋아요.˝
-˝왜요?˝
˝슬픈 음악이 대개 아름답고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얼마전에 제 피아노 선생님과 나눈 대화랍니다.
슬픔과 아름다움의 거리를 말씀하셔서요.

다락방 2026-03-18 23:00   좋아요 0 | URL
슬픈 음악이 왜 아름다울까요, 나인 님? 왜일까요? 슬픈 음악이 왜 마음을 더 움직일까요? 저는 슬픈 음악을 좋아하면서, 그러나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클래식을 전혀 모르지만, 비탈리의 <샤콘느>가 세상에서 제일 슬프고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 같아요!

다락방 2026-03-18 23:00   좋아요 0 | URL
https://youtu.be/Qh3fi66_fHo?si=EivFZ1AxlakL5xAs

blanca 2026-03-1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글 쉽게 쓰는데 저도 이건 영문으로 안 읽히더라고요. <약국>은 진짜... 언제 읽어도 너무 좋아요.

다락방 2026-03-18 22:57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거 같이읽기 아니었으면 포기햇을 것 같아요. 영어 너무 어려워요. 왜죠 ㅠㅠ
약국 정말 좋죠! 저는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피아노 연주자도 너무 좋았어요!!

독서괭 2026-03-18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pharmacy 끝내고 incoming tide 시작했어요! 번역본 예전에 읽었어도 쉽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다 이해 못해도 좋은 건 확실 ㅠㅠ
ludicrous 이 단어 pharmacy 에도 마지막에 나왔던 것 같은데 우스운이라고 번역되었군요! 킨들 좋은데 영영사전만 나오고 번역기능은 수준이 낮아서 단어 찾아보기가 쉽지 않군요 ㅠ

다락방 2026-03-18 22:57   좋아요 0 | URL
저는 작은 기쁨 끝냈고요, 이제 굶주림 들어갈 차례입니다. 3월도 벌써 중순이 다 지나가서 마음이 아주 급해요. 과연 기한 안에 다 읽을 수 있을 것인가.. 화이팅!
아, 킨들은 또 그런 문제가 있겠군요? 사전 찾아가며서 읽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너무 걸리고, 특히나 올리브 키터리지는 모르는 단어 너무 많아서... 안찾으며 읽으려고 하면 또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요. 전에 다 읽은 건데도 그래요. 저는 하는수없이 한줄 한줄 읽습니다. 에휴.. 영어 실력 언제 좋아지는 거냐며...

독서괭 님, 미국에서 영어 실력 확 늘어서 오세요!!

2026-03-18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19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20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화제의 브리저튼 시리즈 4편을 보았다. 

사실 1,2편을 재미있게 보았지만, 3편은 보다가 재미없어서 중단했었고, 번외편인가 그것도 보다 말았다. 4편에 대한 기대도 없었는데, 한국배우가 나온다는게 아닌가. 내가 알지 못하는 배우였는데 오디션으로 합격한 한국배우라니, 게다가 손숙의 외손녀라니!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볼 생각은 없었는데, 드라마를 보기도 전부터 여주인공 소피와 남주인공 베네딕트 역의 배우가 함께 인터뷰 하는 장면들이 자꾸 노출되어서 보게되었고, 그 인터뷰가 너무 다정해서 드라마를 보고 싶어졌다. 인터뷰에서 베네딕트 역의 '루크 톰슨'은 소피 역의 '하예린' 배우에게 완전히 몸이 틀어져있고 시종일관 꿀 떨어지는 눈빛을 보냈다. 다정하고 스윗한 말과 태도에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은 배우가 멋있게 느껴졌고, 우앙 드라마 보자, 하게 된거다. 드라마는 사실, 인터뷰에 비하면 재미는 없었다. 그래도 잠깐 얘기를 해보자면,


모두가 알다시피, 브리저튼 시리즈의 시대적 배경은 1830년 대이다. 귀족들이 귀족과 결혼해야 하고, 무도회가 열리고, 여자들은 사교게에 데뷔해야 하고, 재산은 남자에게만 물려줄 수 있다. 그것도 장남에게만. 차남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브리저튼 가의 차남 '베네딕트'는 엄마의 결혼하라는 잔소리는 듣기 싫고 여자들과 또 남자들과 방탕하게 어울려 지내다가,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했던 가면무도회에서 소피를 만나게 된다. 가면으로 가려져있으니 누구인지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또 이름도 모르는 상황. 그러나 한 번 본 그녀를 잊지 못해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소피의 엄마는 하녀였고 귀족 남자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귀족은 소피를 자식과 똑같이 사랑해주겠다고 했지만, 그 귀족인 아버지가 죽자 새어머니는 소피를 하녀로 부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다른 자식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았던 소피다. 그런 소피가 무도회가 너무 가고싶어서 드레스와 가면을 차려입고 부랴부랴 무도회에 참석해보았다가 베네딕트를 똭! 만나게 된거다. 


굳이 이 얘기를 왜 해야 했냐면, 계급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서, 귀족은 하녀와 결혼할 수 없다. 귀족이 하녀와 섹스를 해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사람 취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귀족은 자유로운 연애를 할 수 없었다. 아, 물론 남자들은 정부도 둘 수 있었다. 그렇게 귀족과 하녀가 철저하게 분리된 시대였다는 거다. 그런데, 


소피가 가면을 쓰고 나타나자, 그 무도회의 사람들에게 소피는 귀족이었다. 아무도 소피를 하녀 취급하지 않았고, 누구도 소피를 하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면 한 장으로도 순식간에 그 계급은 무용지물이 된것이다. 가면만 써도 귀족인지 하녀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도대체 그놈의 계급이 왜그렇게 중요했던걸까? 얼굴만 가리면 그 사람이 귀족인지 왕인지 하녀인지도 모르면서, 뭐가 그렇게 계급이 대단햇다는걸까?


드라마에서 여차저차 소피는 베네딕트가의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베네딕트와 소피는 만나기만 하면 욕망의 불꽃이 타올라 파이어~ 서로에게 다가감을 주체하지 못해 키스하고 부비부비하는데, 그래봤자 소피에게 남는건 상처일 뿐이고 그래봤자 베네딕트가 결정할 수 있는 건 결혼이 아닌 정부로 삼는것 뿐인데, 그래서 소피는 이 상황들이 괴롭다. 끌리지만 괴로워. 그리고 소피는 베네딕트에게 말한다.


너 왜 나한테 키스한거야?

그럴 수밖에 없었어.

너 내가 귀족이었어도 그렇게 키스했을거야?


그러니까 그거다. 내 '정부'가 되어달라고 말하게 되는건, 하녀랑 이루어질 수 없는 시대적 배경에 조건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귀족 여자에게 마음대로 키스를 하겠는가. 그것이 소문이라도 나면 그 귀족 여자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는데. 어떻게 귀족 여자에게 정부를 제안할 수 있겠는가. 그녀가 귀족인데. 그러니까 베네딕트와 소피의 육체적 끌림은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강렬한 이끌림인것도 사실이겠으나, 베네딕트가 소피에게 키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쩔 수 없이 그녀가 '하녀'라는 것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다. 물론, 귀족 사이먼과 귀족 다프네도 사귀기도 전에 키스를 하기는 했지만, 그런 끌림이 온다면 상대 여자가 귀족이든 하녀든 그렇게 되는 일이 있기는 한 것이겟지만(우리 누구나 다 그런 경험 있잖아요? 주체할 수 없는 욕망..같은거요...), 그러나 소피가 하녀였다는 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그래서 베네딕트가 소피와 섹스하고 소피를 제 옆에 두고 소피에게 많은 걸 누릴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는 정부라는 포지션이 최선이었다. 그래서 베네딕트는 소피에게 정부를 제안한다. 그러나 소피는 싫다. 자신의 엄마와 같은 처지가 되는게 싫고, 자신이 낳게될 아이가 사생아가 될 것이 싫고, 사생아가 되었다가 결국 아버지로부터 버려지게 될 것이 싫다. 그런 이유로 소피는 정부가 되어달라는 베네딕트의 제안을 거절한다. 이것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마땅히 옳은 선택이라고 하겠다. 드라마에서 베네딕트의 친구는 '어떤 여자도 그리고 어떤 남자도 숨겨진 존재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명명백백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나도 동의한다. 숨겨진 존재는 모두가 바라지 않는 포지션이다. 숨겨짐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서 나오고 싶어진다. 나도 찬란할 때에, 밝을 때에 너를 만나고 싶어, 세상에 너랑 내가 만난다는 걸 드러내고 싶어. 그러니까 숨겨진 존재가 되기 싫고 정부mistress 를 거절하는건 마땅히 옳은 처사이다. 이성적인 처사이다. 그런데, 그건 지금을 사는 내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이고, 만약 그 시대에 그런 제안을 내가 받았다면, 나는 거절했을까?



내가 귀족이엇다면, 일단 정부가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베네딕트로부터 정부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면, 그런데 사실 그런 제안을 받기 전까지 나 역시 베네딕트에게 끌림을 느껴서 너만 보면 내 마음은 두근두근 너를 만지고 싶다.. 막 이렇게 되었다면, 그랬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니'를 말할 수 있었을까? 귀족과 하녀의 결혼은 아예 허락되어지지 않던 시대에, 감히 내가 '나랑 결혼하는 거 아니면 숨겨진 존재가 되기 싫어'라고 할 수 있었을까?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의 정부가 되는 것' 이 아니었을까? 정부가 된다면, 그로부터 집을 제공받을 것이고 여유롭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길을 걸을 때마다 '저여자는 베네딕트의 정부야'라는 말을 들었겠지만, 그건 그 선택을 한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일테고, 사실 그 당시에 그 손가락질의 '하녀의 고단함'보다 컸을지 작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더이상 하녀로 살지 않고 내가 육체적 끌림을 갖는 남자의 정부가 되는 일을, 내가 거부했을까? 지금의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아니'를 외치고, 그 상황의 다른 여자들에게도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지지만, 그러나, 그 때의 내가 그 세상을 살면서 아니라고 할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오늘 친구를 만나서 브리저튼 이야기를 하다가, 루크 톰슨과 하예린의 인터뷰를 재미있게 보았노라고 얘기했다. 나는 그걸로 영어공부를 할까, 하는 얘기도 했는데,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더니 샐리 루니 소설의 사이먼의 존재 유무로 도달했다. 친구는 사이먼 같은 남자는 환상에만 존재하는, 현실에는 존재불가한 캐릭터라 했고, 나는 충분히 현실에 있으며 드물지 않은 캐릭터라고 했다. 그 사이먼이 오래 연애하게 되면 혹은 결혼하게 되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그 다정한 말과 태도는 없지 않은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친구는 돌이켜보면 국제결혼한 사람들의 영상을 보았을 때 그런 남자들의 태도를 보았노라고 말했다. 그러네, 있기도 하겠네, 라고. 그렇다. 그런 태도와 말과 눈빛은 존재한다. 루크 톰슨이 하예린에게 했던 것처럼, 그것이 꾸민 것이든 진짜이든, 그러니까 나올 수 있는 태도와 말인 것이다. 없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하기 좋은 혹은 결혼하기 좋은 상대인것이냐에 대해서라면 대답할 수 없지만, 그러나 그런 캐릭터가 있는건 맞다. 그에게 다른 어떤 단점이나 흠 혹은 치명적인 악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런 스윗한 캐릭터는 존재한다. '남자는 한 종(種)이다 ' 라는 양귀자의 말에 동의하고, 그 말에 고개 끄덕이지만, 그러나 그런 태도와 눈빛과 말투가 존재하는 것도 역시 사실이다. 그들이 결국 흘러흘러 같은 종으로 귀결된다고 해도 말이다. 샐리 루니가 그린 사이먼은 판타지가 아니다, 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사이먼이 완벽한 캐릭터인 것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여자의 보호자를 자처하고자 했던 것은, 또한 지나치게 종교적이었던 것도, 사실 판타지라기 보다는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않은가. 어떤 단점들을 가진, 그러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줄 몰랐던 극한의 다정함으로 무장한 캐릭터. 없지 않다.



책을 샀다.

한국에 왔으니 책을 지르는 것이 당연지사.



















[극야 일기]는, 남극과 북극에 조금의 관심이 생겨서 샀다. 학교 수업시간에 남극과 북극에 대한 언급이 나왔었고, 기후 위기로 기후 난민이 생길 가능성에 대한 얘기들을 하면서 갑자기 극지방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거다. 그래서 뭐가 됐든 읽어봐야지, 하면서 김금희의 [나의 폴라 일지]를 처음 읽었고, 이제 [극야 일기]를 읽어보려고 한다.


[속삭이는 자]는 스릴러인데, 읽고 남동생 주려고 샀다. 지금 절반쯤 읽었는데, 사람이 욕심이 너무 강하면, 욕망이 너무 강하면, 가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된다,그 선을 자체적으로 지워버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잭 리처'의 신간은 안사고 넘어갈 수 없지. [방문자]는 이번에 알라딘 지름에서 빠뜨렸는데, 오늘 친구랑 교보 갔다가 얼른 구매했다.


줄리아 퀸의 [신사와 유리구두]를 브리저튼 시리즈 소설들 중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아주 오래전이라, 그렇게 티키타카가 잘 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서로 읽는다면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해서 원서로 구매했다. 언제 읽죠?


[The Cafe on the Edge of the World] .. 원서를 그냥 사제끼는 나를 말려주세요...



책탑 페이퍼 쓰려고 책 쌓아두고 사진을 찍은 다음에, 책장에 갖다두자, 하면서 브리저튼 책을 가지고 원서 책장으로 갔다. 브리저튼 몇 권 꽂혀있는 옆에 나란히 꽂아두어야지, 했는데!! 꽂꼬보니 읭?????????????????




보이는가!!



저 책...있는데 또 산거였어. 하- 

이게 무슨 일이야..

하-

오늘 산 거 다시 팔아야겠다.

이게 읽지 않으니까 벌어지는 일이다. 읽었으면 집에 있는지 아닌지 알았을거 아녀... 도대체 언제 사놓은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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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12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그 제도가 동서양이 참 똑같네요. 그래야 양반(귀족)의 숫자를 유지할 수 있으니 그럴테지만...
소피에게 빙의한 다락방님의 추론에 저도 설득당했습니다. 경제적인 이득도 있었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그 제안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조건이었을거 같아요. 브리저튼 4에서는 소피가 유산도 찾고 사랑도 찾고(알고 보니 소공녀ㅋㅋㅋㅋㅋ다시 보니 제인에어) 그랬지만, 실제는 그렇게 되지 못했을 확률이 훨씬 많았겠지요. 요는 눈이 안 맞는 게 최고인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싶습니다.
<사이먼, 유니콘 아니고 실제인 것으로 밝혀져...> 는 앞으로도 매의 눈을 가지고 추적해보겠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책탑이에요. 표지는 새로 사신게 훨씬 이쁘네요^^

다락방 2026-03-13 13:00   좋아요 1 | URL
사실 저 시대에 태어났으면 정부가 되자는 제안을 받았을 만큼의 그런 매력적인(?) 여성이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제가 그 제안을 뿌리칠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가 없어요. 그건 안되지 라는 생각은 현재에 사는 제가 하는 것이니까요. 책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소피는 하녀이지만 그러나 귀족의 사생아여서 교육을 잘 받았고, 베네딕트보다 더 프랑스어를 잘했죠. 사실 좀 현실불가한 캐릭터인 것 같기는 합니다. 여하튼 로맨스 소설인 것입니다.

표지는 새로 산 게 훨씬 예쁘긴 한데요, 새로 산 걸 팔아야 돈을 더 줄 것 같아서 ㅋㅋㅋ 새로 산 걸 팔기로 했습니다. ㅋㅋ 아직 팔기등록 안해서 가격은 모르지만 말이지요. 하.. 오자마자 이런 일이.. 쩝.....

건수하 2026-03-13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극야일기는 남극과 북극에 관한 내용은 별로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저도 궁금한 책입니다. 다락방님의 후기 기다릴게요😊

웰컴 투 코리아!! 다락방님 오시면 뵙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제 독서괭님이 다른 나라로 가셨네요 ^^

잠자냥 2026-03-13 09:30   좋아요 4 | URL
괭이 오면 이제 건수하가 남극 가고... 그들은 영원히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건수하 2026-03-13 09:3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전 갔다가 금방(?) 오지 말입니다?

다락방 2026-03-13 13:00   좋아요 2 | URL
남극과 북극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건 제가 잘 읽어낼 자신이 없어서 일단 빙 돌아가는 것들로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아무튼 어딜 가시든 금방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3-13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면무도회이고 가면을 썼을 텐데 어떻게 한 번 보고 또 보고 싶다고 생각을 해요? 그 가면에 반한 거? ㅋㅋㅋㅋㅋ

아니 뭘 고민해! 하녀 다락방은 그냥..... 바로 섹스할 거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욕망덩이!

그나저나 요즘 다락방 님 전완근보다 다정함에 끌리는가 봅니다? ㅋㅋㅋㅋ

책탑 오랜만입니다. 조만간 그 뷰도 나올 거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3-13 13:06   좋아요 2 | URL
가면무도회의 가면이 눈만 가린 거라서 입술도 보이고 눈빛도 보이고 하여간 그렇습니다만, 하여간 그 날 반한것입니다... 몇 마디 나눠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반했을까요? 그것은 미스테리... 그러나 그들이 그렇다니까 뭐 그런가보다 합니다. 사진 한 장만 보고도 반해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 반하는 타입은 아닙니다.(안물어보셨지만..)

책탑 기다리셨죠? 저 너무 올리고 싶었어요! 제가 이제 다시 부지런히 글을 써서 알라딘에 활기를 불어넣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알라딘 너무 썰렁해요! 알라딘아, 오래 기다렸다. 내가 돌아왔다. 컴백!! 네,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그 뷰도 곧 나올 예정입니다. 안그래도 어제 회사 다녀왔어요. 복직 얘기하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다정함에 끌립니다. 제가 세상에 존재하는 줄 몰랐던 극강의 다정함을 마주하고나니 이 다정함이 저에게 치명적 매력을 가졌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새로운 저를 발견했습니다. 아 세상에 이런 다정함이 있구나 에 더해서 아 이런 다정함은 나에게 치명적이구나, 라고 말이지요. 그러나 제가 전완근 ‘보다‘ 다정함에 끌리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제 전완근에 ‘더해‘ 다정함에 끌리는 것입니다. 제가 다정하다고 반하게 되는 남자들이 전완근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잖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 베네딕트 역의 루크 톰슨도 훌륭한 근육의 소유자인 것입니다!! 근육은 다정함의 필수요소 입니다. 근육이 있어야 다정함이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하여간 저는 요즘 다정함에 홀딱 넘어가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다정해서도 많이 다정해서도 안됩니다. 미친 다정함이어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3-13 13:23   좋아요 2 | URL
얘들아~~ 캐나다뷰 다시 볼 수 있대~~~ 👏👏👏🥳

책읽는나무 2026-03-13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 캐나다뷰가 아녀서 쫌 아쉽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요? 캐나다뷰 다시 볼 수 있게 된 거에요? 축하할 일인 거 맞나요?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26-03-15 15:21   좋아요 1 | URL
저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어쩐지 울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흑흑. 하여간 조만간 다시 캐나다뷰 보여드리겠습니다!!

달자 2026-03-1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저 시대에 제가 소피였다면…저는 정부로 살길 선택했을 거 같아요 현실과 타협했을 거 같은… 뭔가 자존감이랄까 명예랄까 그것도 그걸 우선으로 챙길 수 있는 혜택받은 자들이 따로 있다는 생각…. 을 하며 댓글들을 쭉 읽는데 이제 질문이 섹스 vs 다정함으로 바뀌어있군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3-17 11:26   좋아요 1 | URL
저 시대의 소피였다면, 저도 정부로 살기를 선택했을 것 같아요.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볼 수 있고요. 그러나, 정부로 살았다면.. 언젠가는 그가 다른 귀족여자와 결혼하는 걸 봤어야 했을테고 그 때는 또 마음이 어떨지... 윽......제가 먼저 사랑했어도 나설 수가 없잖아요? 하녀출신이기 때문에... 계급이 문제인 것입니다!!
 
















The year that followed-was it the happies year of his own life? He often thought so, even knowing that such a thing was foolish to claim about any year of one's life; but in his memory, that particular year held the sweetness of a time that contained no thoughts of a beginning and no thoughts of an end, and when he drove to the pharmacy in the early morning darkness of winter, then later in the breaking light of spring, the full-throated summer opening before him, it was the small pleasures of his work that seemed in their simplicities to fill him to the brim. -<Pharmacy>, p.10


그리고 다음 해. 그해가 헨리 키터리지의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을까? 인생의 어떤 해가 되었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인 줄 알면서도 헨리는 그해가 그랬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그의 기억에 그해는 시작이나 끝이라는 개념이 없는 시간이라는 달코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겨울날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또는 봄이 되어 동틀 무렵에, 또는 한여름을 가르며 약국으로 운전해올 때 그를 소박한 충만함으로 채워준 것은 일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들이었다. -<약국>, 전자책 중에서



가장 행복한 해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정해진 바가 없겠지만, 그러나 한 사람이 살면서 어떤 해를 가장 행복한 해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다가 나에게 가장 행복한 해를 떠올려보고자 했는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건, 그러다보니,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소박한 충만함으로 채워진 날들이 연속되었던 그런 해가 아닌, 어떤 특정한 사건. 그 사건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누군가 내게 물어보면 '나는 그 때 참 행복했지' 하며 그 순간들에 대해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 사건으로 인해 그 해가 가장 행복한 해였느냐고 물어보면 또 그렇지가 않다. 나에게 가장 행복한 일들이 일어난 바로 그 해에,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이 일어나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가장 가까이의 행복한 사건을 꼽아보자면, 나에게는 작년 8월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멀리서 온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본 적 없던 형태로 사귀게 되었다는 사실은 내 인생에서 특별했고 즐거웠다. 나는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고, 이런 복도 온다고 기뻐했더랬다. 심지어는 내가 싱글인 것을 얼마나 만족해했던가! 그러나 2025년의 8월은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2025년은 가장 행복한 해였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 5월부터 8월까지, 지옥같은 시간을 경험해야 했기 때문이다. 절망하고 좌절하고 울었던 시간들이 분명 있어서, 최근 가장 힘든 일을 떠올리자면 역시 2025년을 떠올리게 될 수밖에 없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순간도 그리고 나를 가장 기쁘게 한 순간도 모두, 2025년 안에 있었다. 그러니 나에게 가장 행복한 해를 물어도 또 가장 힘든 해를 물어도, 나는 그렇게 답해도 좋을것인가, 하고 망설이게 될터였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행복한 해를 물었을 때, '특별한' 어떤 것을 떠올리는 사람이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행복한 해를 물었을 때, 그것이 언제이다 아라고 그 해를 말할 수 있으려면, 이 책에서 헨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작은 기쁨과 소박한 충만함으로 채워지는걸 스스로 느껴야 가능한 것이겠다. 매일매일 출근하는 게 즐거웠지, 매일매일 보내는 시간들이 충만했어, 를 반복적으로 느낀다면, 그것이 아주 큰 기쁨은 아니어도 그리고 큰 행복은 아니어도, 그 일들이 일어났던 매일이 쌓인 그 시간을 가장 행복한 해로, 가장 행복했던 '때'로, 순간이 아닌 '때'로 기억할 수 있게 되겠지. 그러기 위해서 나도 그렇게 작은 기쁨들이 충만했던 어느 한 해를 떠올려보고 싶지만, 여전히 나는, 그렇게 굵직한 일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내게 행복한 해year 보다는 행복한 순간들이 더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다 사람과 관계된 일이었다. 그 때는 너를 만났지, 그 때는 너를 만나 이러했지, 하는 순간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인생일 잘 살았노라 좋은 인생이었노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해가 그해였지' 라고 떠올릴 수 있다면, 좋은 인생을 살았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헨리는, 다정하지 않은 아내와 또 다정하지 않은 아들과 살고 있었지만, 매일 출근하는 곳에서 다정한 직원과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일터에 가는 일이 기쁘다고 생각하면서 그 해가 행복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어쩌면 나쁜것보다 좋은것을 먼저 보려하고 더 흡수하려는 사람에게서 나오는걸지도 모르겠다. 


아직 첫번째 단편도 다 읽지 못해서 갈 길이 멀다. 부지런히 읽어야지. 그리고 소소한 기쁨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잘 붙들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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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1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행복했던 때와 가장 힘들었던 때가 같은 해였다는 다락방님 이야기가 맘에 와닿아요. 저도 그렇거든요. 저는 주로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같아요. 과거 아니고 현재로 기억하고 싶기는 한데, 그럼 다시 힘들어져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도 부지런히 읽어야 한답니다~~~

다락방 2026-03-12 22:40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의 댓글을 읽으니, 아이들이 있다면 극한의 행복한 순간이 아주 자주 찾아올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도 조카들 덕에 감동하고 행복햇던 순간들이 많았거든요. 아이들이 있으면 더 그렇겠지요.
부지런히 읽읍시다. 저도 이제 열중해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생각보다 어려워서 당황스럽지만 말입니다. 에휴...

잠자냥 2026-03-1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정현 때문에 좋아요 누를까... 망설이다 누름.........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3-12 22:4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흐느끼면서 따라부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3-13 09:31   좋아요 0 | URL
또 안 만나고 싶어지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3-13 12:57   좋아요 0 | URL
님하 그러지마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3-13 13:24   좋아요 0 | URL
🤔

로제트50 2026-03-1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은 감정과 관계가 있다잖아요? 진한 감정이 뇌리에 콕 박혀 그 날, 그 시간들을 특별하게 기억하게 하지요^^
저도 이 챕터에서 헨리 키터리지에 깊이 공감합니다, 출근 풍경이 좋았어요~ 저는 주로 <염려>증이어서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날이 좋더군요^^::
그 감정들에 시달리다 보니 이제야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부지런히 읽어야죠~~

다락방 2026-03-12 22:42   좋아요 0 | URL
그날이 그날같은 평범한 날이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에 좋은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그러다가도 어김없이 다가올 미래에 대해 벅찬 기대를 하곤 한답니다. 와, 인생 꿀잼이네 앞으로는 또 어떤 일이 생길까? 하고 말이지요.
저도 부지런히 읽어야 합니다. 로제트50 님, 힘내서 부지런히 읽읍시다. 뽜샤!!

독서괭 2026-03-13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킨들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쟈!!

다락방 2026-03-15 15:22   좋아요 1 | URL
오, 독서괭 님, 화이팅!! 흠.. 저도 킨들로 읽을까요? (새로 사야함 ㅋ)

독서괭 2026-03-16 00:40   좋아요 0 | URL
워워~~ 그거 아니에요 다락방님! ㅋㅋ

다락방 2026-03-16 09:52   좋아요 0 | URL
응? 그거 아니에요? 🙄🙄

독서괭 2026-03-16 11:43   좋아요 0 | URL
지금 킨들도 사고 전자책도 사시겠다는 거 아닙니까..? 전 킨들은 선물 받았고 전자책은 도서관에서 빌린 거라구욥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