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과음을 해서 독서는 하나도 하지 못했다. 잠들기 전에 책을 몇 장 읽고자는 것이 나의 그날 하루 마지막 일과인데 어제는 뻗어 잤다. 술을 많이 마셨어...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그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나는 스파게티가 먹고 싶었고 스파게티를 와인과 함께 먹으면 또 너무 좋잖아. 엄마한테 톡을 보내 물었다. 집에 스파게티 면이 남아있는지 좀 봐달라고. 엄마는 있다고 하셨다. 그래, 그렇다면 소스만 사가자. 나는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로제 소스를 샀다. 로제 한 번 사봐야지. 집에 도착해 후딱 씻고 스파게티 면을 삶으면서 와인을 한 병 꺼내와 오픈하고 잔에 따라 마시기 시작한다. 스파게티 면 삶은 시간 아깝잖아요, 그냥 보낼 수 없잖아요, 그렇게 마신다, 나는, 와인을... 홀짝홀짝.



프라이팬에 불을 켜고 올리브유를 휘이이익 두른 뒤에 슬라이스한 마늘을 넣고 달달달 볶다가 삶아진 스파게티 면을 건져내 한번 살짝 볶아주고 소스를 들이붓는다. 그리고 이케이케 잘 젓고 볶아가지고 마신다, 나는, 와인을, 그리고 먹는다, 나는, 스파게티를...


오랜만에 스파게티 넘나 맛있네. 엄마랑 맛있게 먹는다. 그렇지만 퇴근후에 집에 와 요리를 해먹는 것은, 아무리 만들어진 소스를 사온다 하더라도 시간이 걸린다. 저녁을 먹는 시간이 너무 늦어.. 나는 보통 열시반이면 잠드는데 이렇게 만들어서 먹으려고 하니 여덟시가 넘어버렸잖아..인생...


동생들로부터 톡이 왔다. 집에 잘 도착했냐, 저녁 메뉴는 뭐냐. 나는 스파게티 먹고 있다고 사진을 보냈다. 보통 음식 사진 보낼 때 술이 있으면 술도 같이 찍어보내는데 동생들과의 단톡방에서 어제는 망설이다가 스파게티만 찍어 보냈다. 와인을 포함한 사진을 보내면..남동생한테 혼날까봐. 누나 술 좀 마시지마, 내일 출근할건데 왜 평일에 마시냐, 잔소리가 쏟아질까봐... 스파게티만 보냈단 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어떻게 알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날카로운 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와인 사진도 찍어보냈다. 개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와인 한 병 개봉한 게 마시다보니 얼마 안남아서 니나노~ 걍 다 마셔버리자~ 하면서 마셨고 나는 평소보다 늦게 자게 됐고 게다가 숙취로 인해 오늘 아침 너무 피곤한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술마신 어제의 나를 미워했다. 왜 마셨어, 왜, 왜, 왜............. ㅠㅠ 그렇게 피곤해하며 열무김치에 고추장으로 밥 이케이케 잘 비벼가지고 겁나 맛잇게 먹고(요즘 마이 패이버릿) 집을 나섰는데, 아, 나는 진짜 이 이른 아침의 공기가 너무 좋다. 여름날 이른 아침의 이 기운.. 너무 좋아. 육체는 숙취로 피로에 쩔어있는데 아 여름의 아침은 만세 만만세야. 나는 내가 삶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삶을, 세상을 사랑해. 미친듯이 사랑해. 그렇지만 컨디션은 하나 사마시자. 그렇게 지하철역에 들어갔고 편의점 가려는데 편의점 문 닫으면 어째요.... 하아-



너무 피곤해서 글자를 하나도 볼 수 없을 것 같아 오늘 지하철 안에서는 책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퍼뜩, 어젯밤에 누군가로부터 온 문자메세지 생각이 났다. 앗, 만나자고 한 문자였는데? 날짜도 정한것 같은데 기억이 1도 안나네? 어휴.. 술김에 약속 잡아서 까먹을뻔 했네 ㅠㅠ 아이고 깜짝이야. 그래서 언제로 잡았나 보려고 다시 문자메세지를 확인하고 아, 이날로 잡았구나, 하고는 스케쥴에 적으려고 스케쥴 앱을 열었는데, 얼라리여? 스케쥴 앱에 이미 잘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취중에도 해야할 걸 꼼꼼하게 하는 나란 여자... 나는 세상을, 삶을 사랑하고 아아, 내 자신을 제일 사랑한다. 술마신 어제의 나는 좀 밉지만, 그런 와중에도 까먹지 않으려고 기록해놓는 나란 여자 세상 멋진 여자야. 세상을 사랑합니다, 삶을 사랑합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 만세다.




책을 읽지 않고 출근하는 길에 머릿속엔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데, 어제 새로 나온 알라딘 커피를 주문햇단 말야? 사무실에는 이미 시다모 디카페인과 엘 소코로.. 있는데 아아, 사무실 내 책상은 작은 까페가 되어 가고 있어...아무튼 그런데 새로 나왔다고 이미 마셔본 여동생이(잽싸다!) 고소하다고 하길래 나도 헐레벌떡 주문해가지고 그게 오기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다?

(엘살바도르 엘 보르보욘 아직 상품 검색 안되네요, 알라딘 님...)


그런데 왜때문에 그라인더 사고싶어지지? 그라인더..그라인더란 무엇인가...



몇해전에 내게도 그라인더가 있었다. 수동 그라인더. 작은 것이었는데 씐나서 거기에 커피콩 넣고 두어번 갈다가 내가 어느천년에 이걸 갈아 먹냐.. 빡쳐서 저기 구석에 처박았단 말야. 그러면 그 남은 원두는 어쨌느냐. 빡친 나를 보고 엄마가 '너 스트레스 안받게 해줄게' 하면서 믹서기 가져와서 싹다 갈아주셨단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있는 그라인더 안쓰고 있는데 작년이었나 재작년에 친구가 그라인더 작은거 하나 살거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내가 친구에게 너만 괜찮다면 내게 한 두어번 썼던 그라인더가 있는데 줄 수 있다, 했더니 너무 좋다고 달라는거다. 그래서 내가 줬지? 친구가 너무 잘쓰고 있다고 나중에 만나서 또 얘기하길래 나한테는 안쓰는 물건인데 네가 잘 써주니 나도 너무 좋다...라고 한 찬란한 역사가 있단 말이다. 그런데 이제와 지금, 그라인더를 왜 다시 사고 싶지? 나도 핸드드립 분쇄로 안사고 원두로 사서 그라인더에 넣고 갈고 싶다. 알라딘, 알라딘은 내게 답을 줄것이다. 커피도 알라딘, 필터도 알라딘, 드립 서버도 알라딘, 드리퍼도 알라딘.. 그래, 그라인더도 알라딘에서 저렴하게 구매하자! 아니야, 구매까지는 하지말고 걍 보기만 할까? 하고 알라딘에 들어가 출근길에 나는 보았네, 그라인더를...



















<핸드밀> 이라고 적혀있는데 핸드밀과 그라인더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무튼 그런데 와 너무 비싼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다 4만원대야. 그렇다면 더 저려미는 여기에 없구먼...하고 네이버에 검색했더니 저려미가 나오는데 2만원대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비싼거구나, 그라인더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 누가 그냥 준거라서 몰랐지, 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비싼거네 제기랄? 그래서 안사는걸로... 사무실의 까페는 미완성으로다가.....




엄마 좋은 사람... 너무 좋은 엄마... 나 빡친다고 커피콩 믹서기에 갈아준 엄마... 내가 볶음밥 한다고 야채 썰다가 이걸 언제 썰고 있어 개빡쳐하는거 알고 내가 뭐 한다고 하면 내가 야채 썰어줄게, 해주는 우리 엄마. 엄마의 사랑은 크고 깊습니다. 우리 엄마 사랑해.....




컨디션 사러 편의점 가야겠다. 오늘은 아이스로 내려서 디카페인 마시고 있다. 왜냐하면 이따가 보르보욘 오며는 뜨겁게 내려 마실거거든. 나는 이렇게나 계획적인 사람. 하루를 계획한다. 졸 멋져.. 냉철하다. 도시의 차가운 여성.......오늘 돼지곱창 약속 있어가지고 내가 어제 술을 가볍게 한 잔 하려고 했는데 한 병 해버리는 무지막지한 여성...나는 도시의 무지막지하고 차가운 여성......



'정아은'의 《엄마의 독서》를 최근 점심시간마다 이북으로 '듣고' 있었다. 와 좋네, 정아은의 소설을 내가 두 권인가 읽었는데 소설보다 좋다, 이러면서 씐나서 듣고 최근에 나온 책도 사야지, 하면서 눈누난나 했는데, 어어... 갈수록 이상해진다. 그러니까 두번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남편이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거다. 낮에는 회사 가고 밤에는 대학원에 가겠다는 것. 그렇게 남편은 자기계발에 힘쓰고 대학원 수업이 끝나면 같이 수업 들은 사람들과 술도 한 잔 마시고 들어오는데, 그동안 아이들과 계속 치대는 건 엄마이자 아내가 된단 말이다. 그러니 빡치는 거 너무나 당연한데, 그러다가 나중에 시간을 지나 돌아보니 남편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 하나 늘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면서 모든게 사회탓이다... 라고 하는거다. 나는 여기서 당황해버렸다. 아, 어차피 함께 살 남편이니 좋은면만 보려고 하는 자기합리화는 반드시 필요한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당황했어. 그래, 자본주의 사회, 경쟁 사회에서 더 돈을 많이 벌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 대학원 가는 것은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다 자라서 더이상 엄마 손이 필요하지 않을 때, 십년후나 이십년후쯤 사회에 나가려 했을 때 남편과 아내가 벌어들일 수 있는 돈,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건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 게다가 혹여라도 이혼이라도 해봐. 남편에겐 직급이 남아있을 것이고 스펙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에겐?


물론 정아은은 그 뒤로 문학상도 타고 소설도 써내고 나름의 커리어를 잘 구축하지만, 모든 여자들이 아이를 돌보면서 글을 쓸 수 잇는 것도 아닌데, 저런 부분이 나오고서 부터는 자꾸만 그래 남편도 힘들겠지, 다 사회탓이야, 이래버리니까... 어느순간 듣기가 싫어져버렸다. 함께 살기로 결정한 이상 저런 합리화, 나만 힘든게 아니야 남편도 힘들거야, 라고 끌어안고 자신을 다독이는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나도 그렇게 될까? 만약 내가 결혼해서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고 둘째를 임신한 시점에 남편이 대학원을 진학하겠다고 하면.....응, 당신도 힘들겠지, 그래 열심히 공부해..... 자본주의가 우리를 힘들게 하네.... 할 수 잇었을까? 그러기에 나는 무지막지한 도시의 차가운 여성이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도 나는 결혼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여튼, 절반 이상 들었는데...언젠가 마저 다 듣기는 하겠지만 새로 나온 책은 장바구니에서 뺐다.



















그래서, 어제 점심에는 동태탕에 곤이를 추가해 먹으면서(곤이 너무 맛있지 않아요? 탱글탱글. 인간은 왜 곤이까지 먹는가... 무지막지한 차가운 도시의 여성이여...), 넷플릭스에 올라온 《고스터버스터즈》를 보기 시작했다. 이거 몇해전에 '비디오방' 에서 봤던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아직도 비디오방이 있는지 몰랐는데, 거기가 서울이 아니라..지방이어서 아직 있었던건가. 아무튼 오만년만에 비디오방 가서 영화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때 봤던건데 다시 보고 싶었고 마침 넷플릭스에 올라왔길래 보기 시작했는데, 우앙- 세상 재밌어. 처음에 세명이서 유령 해치우러 가길래 '흐음, 네 명 아니었나... 세명이었나보구나' 이러면서 보는데 나중에 한 명이 '나도 멤버할래' 이래가지고 네 명이 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제 다 못봤으니 오늘 점심에 또 봐야지. 오늘 점심은, 흐음, 쌀국수 먹을까? 해장 해장? 아 이제 그만 쓰고 컨디션 사먹으러 나가야겠당.

















아무튼 스트레이트 마인드는 변함없이 여전히 3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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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07-0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와인 이야기 재미있어요. 와인 상표도 좀 올려주셨으면 더 짱이었을 텐데요. 하긴 전 소주 파니까.
어제 밤엔 오랜만에 노 알코올 데이 지내며 책 읽고 있는데 며느리한테 카톡이 왔답니다. 아버님, 빈대떡 부쳐서 둘이 막걸리 한 잔 씩 하고 있어요. 하고 사진 첨부.
그리하여 저도 어제 열 시 넘어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서 땀 뻘뻘 흘리며 걷기 운동하는 마눌한테 카톡 보내서, 나도 막걸리 한 통 사줘 씨. 해서 마시고 잤는데 오늘 말짱합니다. 음하하하하....
저도 아침에 밥 먹고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출근하거든요. 주로 예가체프나 알라딘에서 사는 시다모 둘 중 하난데요(엘 소코로는 취향 밖이더군요), 핸드밀, 수동 갈갈이는 너무 불편해요. 그래 전기로 하는 커피 믹서 자그마한 거 하나 장만했더니 (값도 착해요!) 정말정말정말 편합니다. 괜히 핸드밀 사셔서 삼복 더위에 땀 빼지 마세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0-07-02 09:51   좋아요 0 | URL
제가 마시는 와인은 상표랄 것도 없어요. 마트 가서 행사상품으로 저려미들 사오거든요. 맛을 알고 마신다기보다는 와인이 좋아서 마십니다. 물론 저한테 제일 잘 맞는 건 소주에요. 소주 진짜 사랑해요. 오늘 저녁엔 소주 마시러 갈겁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막걸리 안주는 어떤걸 드셨나요? 저는 막걸리 안주로는 깍두기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깍두기 만세!!

수동 갈갈이는 아무래도 역시 사두면 흐음, 안쓰고 구석에 다시 처박히겠죠...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면 걍 대형 갈갈이 있는 알라딘에 갈아서 보내달라고 하는 지금 방법을 유지하는 게 좋을것 같습니다. 감사해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7-02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막걸리 맥주까지 마시고 아침에 좀 숙취 ㅋㅋㅋㅋㅋ 책 좋아하는 사람 중에 술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우리의 뱃살이.... 응?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7-02 09:53   좋아요 0 | URL
컨디션 사러 편의점 갔다가 깨수깡 사와서 마셨는데 이거 맛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근길 그 꿀같은 시간을 책도 못읽고 날려버렸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게 다 술때문이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책도 가만 앉아서 읽고 술도 가만 앉아서 마시고... 이 뱃살은 뗄 수 없는걸까요.. 오늘도 술마실건데 ㅠㅠ
내일은 운동하겠습니다. 빠샤!

잠자냥 2020-07-0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저는 칼리타 핸드밀 오른쪽 꺼(진한 색상) 몇 년 째 잘 쓰고 있습니다. 전기로 하는
것도 써봤는데 세상 편하기는 해요(특히 여러 잔 내릴 때 ㅋㅋㅋㅋㅋ)그러나 저는 아날로그형 인간인지 수동이 더 좋더라고요.

다락방 2020-07-02 09:54   좋아요 1 | URL
가끔 수동으로 갈고 싶기도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 귀차니즘은 대체적으로 쳐박아둘 것 같아서 핸드밀은 안사는 걸로....이러다가 막 내일 결국 샀다고 인증하고 그러진 않겠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테레사 2020-07-0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언제 어디서 이토록 길고도 재미난 글을 쓰시나요?

다락방 2020-07-02 10:12   좋아요 0 | URL
이건 비밀인데요,

저는 출근해서 업무시간에 사무실에서 다다다닥 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비밀이에요. 회사가 알면 안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7-0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스파게티 와인 사진 이야기 읽으면서... 안 되는데... 남동생이 금방 눈치챌텐데... 하면서 읽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예상이 맞았네요. 역시나, 역시!!! 사랑이라는 거는 이런 거 아닐까요. 그 사람이 스파게티 먹으면서 와인병 딸 것임을 미리 아는 거.....

<엄마의 독서>에서요. 저는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뒤의 ‘합리화‘ 부분보다 남편이 부지런히 자기계발하면서 커리어 쌓아갈 때, 저자가 열 받아 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아있거든요. 그런 ‘합리화‘가 제게도 필요했을 수도 있으니 그 부분은 비교적 쉽게 읽혔을 수도 있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아있는 경우의 수가 두 개인데, 두 개 다 극단적이니까요.

그나저나 그라인더 이쁘네요. 이뻐요. 커피콩을 저기다 넣어서 드르륵 갈아서 핸드드립해서 키햐~~~ 하면 향이 사무실에 샤라랑~~ 퍼지구요. 근데 저는 아무래도 안 될듯. 커피콩 가는 것에서부터 정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7-02 10:42   좋아요 0 | URL
네, 제 남동생은 아주 날카로웠습니다. 와인 사진을 일부러 안찍고 안보냈다는 것을 잽싸게 캐치한것이죠. ㅋㅋㅋㅋㅋ 아 어제 너무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의 독서에서 저자는 분명 처음에 열받거든요,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잖아요. 둘째를 임신중인데 그런 남편의 결정이라니, 열받는거 너무 당연하지 않나요? 그런데 슬쩍슬쩍 ‘남편도 나름의 입장에서 매우 힘들것이다‘ 를 넣더라고요. 저는 그런 부분들에서 어쩌면 남편이 읽을 수도 있으니까 부러 넣은것인가, 라는 생각도 했어요. 남편을 너무 나쁜사람처럼 보이게 하면 안되니까 넣었나 싶더라고요. 정말 사회탓이라고 생각해 합리화 하는 것이든 아니면 남편을 이해하는 척 부러 넣은것이든, 만약 결혼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생각이고 쓰지 않았을 것들 같아요. 결혼하기 전에 여성학 책 읽었던 부분들이 저는 좋았거든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육아가 얼마나 피로한지부터 남편과의 갈등이 계속 나오는데 너무 지쳐요. 어쩌면 저는 비혼이기 때문에 단발머리님 이 그냥 넘길 수도 있었던 것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것도 같고요. 확실히 입장 차이라는 게 있긴 한 것 같아요. 저는 엄마의 독서 읽으면서 빈번하게 ‘나도 결혼하면 이렇게 되는건가?‘ , ‘내가 비혼이라 이게 불편한건가‘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 역시도 아무래도 그라인더 안사는게 좋을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에코페미니즘 읽은 사람들이잖아요. 세상에 쓰레기를 하나 더 늘려서는 안되는거잖아요.

-이것을 자주 쓸것인가?
-아니.
-그렇다면 이것은 그라인더가 맞는가?
-아니, 쓰레기..

이렇게 되어서 역시 안사는 게 좋을것 같아요. 에코페미니즘 진짜 짱이에요. 과소비를 막아줍니다!!

웽스북스 2020-07-0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무조건 무조건 전동밀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커피 가는 거 너무너무 귀찮고 팔 아파서요
아래 링크의 것 (정확히 이건 지는 모르겠어요) 쓰는데
진짜 진짜 세상에서 제일 편해요.

저희집은 맨날 4스푼씩 갈아서 남편이 힘들어했는데 (제가 안갈았음 ㅋㅋㅋ)
저거 선물받고 너모너모 좋아했어요 ㅎㅎㅎㅎㅎ

오래 본다면 무조건 저는 전동 그라인더입니다. 우리의 손목은 소중하니까.
책장을 넘기는 데 써야하니까 ㅋㅋㅋㅋ

https://smartstore.naver.com/kaldin/products/4864550171?n_media=11068&n_query=%EC%A0%84%EB%8F%99%EA%B7%B8%EB%9D%BC%EC%9D%B8%EB%8D%94&n_rank=4&n_ad_group=grp-a001-02-000000014703637&n_ad=nad-a001-02-000000089427875&n_campaign_type=2&n_mall_pid=4864550171&NaPm=ct%3Dkc44bkko%7Cci%3D0zK0000vcJPs3lxONfkZ%7Ctr%3Dpla%7Chk%3Dad0f42488de18c00bf7f0159b4ba286727a79c01


다락방 2020-07-02 10:46   좋아요 1 | URL
제 여동생도 수동 그라인더 사용했는데 제부가 그거 보고 전동 사주더라고요. 여동생은 대부분 전동 사용하고 수동 사용하는 날이 확 줄었어요. 그런데 수동을 사용하고 싶은 어떤 그런 날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저는 제가 전동을 사도 귀찮아서 가는 행위를 할 것 같지 않은데, 안사, 안산다니까, 하다가 웽님이 준 링크를 들어가서 그냥 구경만 하는데, 이게 수동보다 훨 저렴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떡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너무 커피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정말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참 어떡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인거죠? 돌아버리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20-07-02 11:13   좋아요 0 | URL
저 10만원 넘는 드롱기 전동 그라인더도 써봤는데 그것보다 이게 훨씬 편하고 좋아요. 진짜 강추입니다. ㅎㅎㅎ 제가 진짜 잘산 물건 베스트 목록 작성하면 10위 안에 들어요. (물론 산건 아니고 선물 받았지만요) 분리가 되서 다 갈고 세척하기 쉬운 게 진짜 킬포에요. 여기저기 커피 사다보면 중배전으로 볶아진 커피 있거든요? 그건 수동으로 갈면 갈다가 진짜 욕나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네 커피가게에서 파는 원두가 중배전이었는데 제가 그거 갈다가 이누무시키가 수동 그라인더 안써봤구나 하면서 막 욕했음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7-02 15:40   좋아요 0 | URL
뭐든 알면 알수록 알아야할 게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중배전...은 또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에겐 완전히 낯선 용어인 것입니다! 커피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지 않겠어요. 그러지 않겠어요. 아 그렇지만 벌써 너무나 깊이 들어와버린 것 같아서 매우 초조합니다...

제가 그라인더를 사게 된다면(안살거야 안살거야 오늘 이천번 다짐하는 중) 반드시! 전동 그라인더로 사겠습니다. 불끈!!

바람돌이 2020-07-0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머슴이 3명이나 있는(남편. 딸2) 저같은 사람은 수동 그라인더 삽니다. 수동이 훨씬 커피가 균일하게 맛있게 갈려요. 하지만 머슴이 없는 직장에서는 저도 전동 그라인더 씁니다. 이건 커피 갈때 균일하게 갈려면 약간 뒤집어주는 요령이 필요해요. 하지만 싸고 편하죠. 전동 그라인더라도 미리 갈아오는것보다는 커피맛이 훨씬 오래 맛있으므로 무조선 하나 사길 추천드려요. ㅎㅎ
그리고 와인 좋아하는 다락방님을 위한 진짜 추천템 와인 디캔터입니다.
당연히 우리같은 귀차니스트들을 위해 간편해야 하고 가격이 감당 가능해야죠. ㅎㅎ

https://m.coupang.com/vm/products/218398500?itemId=676223136&q=와인 디캔터&searchId=be202139a9034e819bad497acc5379ae

이거 완전 물건이예요. 와인 맛이 확 살아나요. 싸구려 와인도 더 맛나지는 추천템입니다.


웽스북스 2020-07-02 11:11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맞아요 흔들면서 갈아야해요!!! ㅎㅎㅎ 믹서기 쓰는 거랑 똑같다고 보면 됨미다 ㅎㅎㅎ
(라고 쓰며 디캔터 링크를 슬며시 복사하는 저)

다락방 2020-07-02 15:41   좋아요 0 | URL
도대체 균일하게 갈려서 맛이 달라진다는 것은 무엇입니까...왜 그다지도 심오한 것입니까... 저는 걍 알라딘한테 갈아달라고 하는게 제일 속이 편할 것 같아요. 게다가 흔들면서 갈아야 한다니...여러분 모두들 커피에 진심이군요!! 아아 아니야, 나는 그렇게까지 마음 주지 않겠어요!!!! (울부짖는다)

그나저나 저 디캔터는 또 뭐랍니까. 어쩐지 저걸 사용하면 저도 와인의 맛을 구분할 수 있게 될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인데...저걸 사면 제가 유용하게 쓸까요? 저거 없어도 혼자 한 병 후딱 먹어치우는데 아무 문제 없었는데 ... 저거 사면 제가 두 병 마시게 되는건 아닐까요? 고민이 깊다...

Breeze 2020-07-02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동 그라인더 쓰다가 너무 팔 아파서 전동 그라인더로 갈아탔어요.
이런 새로운 세상을 보았나.
손목 나갈 일 없겠더라고요. 커피 진하게 마시는 분들에게 전동 그라인더 강추입니다. ^^

다락방 2020-07-02 15:42   좋아요 0 | URL
왜 다들 전동 그라인더를 추천하십니까. 안살거라고요, 안산다고요, 안삽니다. 알라딘한테 갈아달라고 할거라고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증하지 않겠어 인증하지 않겠어)

반유행열반인 2020-07-0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게티는 언제나 옳아요. 와인은 제가 잘 마실 줄 몰라서 아직은 맥주가 더 좋아요.
컨디션 마시고 좋은 컨디션으로 잘 버티는 하루 보내시길.

다락방 2020-07-02 15:43   좋아요 1 | URL
스파게티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가만, 오랜만인가? 갸웃) 맛있게 잘 먹었어요.
맥주는 마실 때 맛있긴한데 너무 배가 부르고 화장실 폭발해버려서 저는 가급적 잘 안마셔요.
컨디션 사러 편의점 갔다가 깨수깡 사 마셨어요. 그렇지만 숙취에 가장 좋은 건 잠인것 같아요...자고싶어요 ㅠㅠ

북깨비 2020-07-0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동이요. 저희 껀 좀 작은 모델인데 커피를 진하게 마시기도 해서 버튼을 최소 20초는 누르고 있어야 두 사람이 머그컵 한잔 ~ 한잔 반정도 마실 만큼 갈 수 있는데 그걸 만약 수동으로 매일 간다면.. 😨 ㅋㅋㅋㅋㅋㅋ 그 날로 만들어진 커피를 사먹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와인은 따면 그냥 다 마셔야죠. ㅋㅋ

다락방 2020-07-02 15:44   좋아요 1 | URL
네네, 제가 만약 그라인더를 사게 된다면(안살겁니다 안살겁니다) 전동 그라인더로 반드시! 사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북깨비 님도 와인은 따면 그냥 다 마시는 쪽이시군요. 매우 바람직합니다. 그걸 뭘 남기나요. 다 마셔야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지만 다음날 너무 피곤하네요 ㅠㅠ 평일에 술 마시지 않기로 다짐에 다짐을 해도 잘 안지켜져요. 우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0-07-02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면 전동으로 하나 사야하는 거 아닙니까~~~ 알라딘 이웃들의 소비 자극에 못 이기는 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7-02 17:54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니까요. 사야될 것 같아요. 왜 다들 제가 전동그라인더 사기를 바라고 계시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7-02 17:5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전동 그라인더 산 후에 알라딘 커피 갈아서 드립해서 키햐~ 하면서 인증샷 올리면서... 이런 커피는 내 계획에 없었는데... 인생 뭘까... 토로하는 페이퍼를 읽고 싶어서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학교 1학년 때 국어선생님은 남자선생님 이었는데 첫 수업시간에 각자 나와 자기소개를 하라셨다. 내 차례가 되어 나가서 이름부터 소개했는데 선생님은 그때 멈추더니 "네 이름이 뭐라고?" 물으셨다. 이름 석 자를 다시 말하니 선생님은 웃으시며, '지금 전교 회장 3학년 언니하고 이름이 똑같네' 하셨다. 아이들도 웃고 나도 웃고 선생님도 웃었다. 짧게 소개를 마치고 들어갔다.


그리고 1학기의 어느 즈음, 하교를 하려는데 계단을 내려가다가 국어선생님하고 마주쳤다.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모르겠는데 선생님은 내게 물으시며 내 이름을 부르셨다. 나는 우리 담임선생님도 아닌데 내 이름을 외운게 신기해서 놀라 쳐다보았고 선생님은 그런 나를 보며 '네 이름 그거 아니야?' 물으셨다. 나는 맞다고 했고, 그 때부터 '국어 선생님이 내 이름을 외웠다'고 생각하며 좋아했다. 선생님이 국어 수업 들어가는 아이들이 많고도 많을텐데, 내 이름을 외웠어... 나는 좀 특별한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전교회장하고 이름이 똑같아서 외웠겠지만, 어찌됐든 그 많은 아이들 이름중에 내 이름을 외웠어. 이 얼마나 특별한가.


아마도 그 때부터였던가. 그 선생님의 자전거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시끄럿!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적어도 국어선생님께는 특별한 아이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한 나는, 더 특별해지고 싶었고 그래서 더 좋아했다. 좋아해서 편지도 썼고 그렇게 그 선생님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나를 포함해 다섯명이 몰려 다녔다. 사실 우리 다섯명이 그렇게 친한 건 아니었는데, 이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어쩌다 다같이 모여 얘기하다가 국어선생님께 선도실로 불려간거다. 선도실로 불려간 우리는 국어선생님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듣게 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우리 중학교 1학년이었단 말야? 열네살이라고. 그런 우리에게 선생님은 "선생님은 선생님이야, 선생님을 남자로 보지마" 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러면서 "니네 5총사가~" 하면서 말하는 바람에, 그 다음부터 우리는 5총사가 되어버렸고 그때부터 우리는 함께 다녔으며 친하게 지냈다. 그중에 한 명은 영어선생님을 좋아했지만 다른 멤버 한명과 친하다보니 여기에 끼어버린 상황이었고.. 어쨌든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로 보지마' 라는게 그 당시에도 이해가 안됐다. 남자로 본다고? 선생님은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자뻑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어떻게 본걸까. 열네살 아이들이 삼십대의 국어선생님을 좋아하는게 '남자로 보여서' 좋아한다고 생각한걸까?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때 선생님이 우리를 혹은 나를 여자로 보고 대했다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선생님을 좋아했고 또 특별한 아이가 되고 싶었던 것은 선생님한테 여자가 되고 싶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었다. 사춘기 특유의 가장 특별한 나, 지구상의 유일한 나, 같은 것이었지. 그러니까 당시에 영화 [라스트 콘서트]에서 주인공이 백혈병에 걸려 죽는 장면 같은거에 낭만 느끼면서 '내가 백혈병이라면 좀 더 특별하게 다가갈텐데' 이런 거였다는 거다. 그놈의 낭만이 무엇인지... 그때나 지금이나 선생님을 '남자'로 보아서 '여자'가 되고 싶기 때문에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그 '좋아한다'는 것도 이유가 없었다. 사춘기 아이 특유의 '누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혹은 '선생님이 나를 예뻐한다'에서 오는 '더 예쁘게 보이고 싶다', '더 사랑받고 싶다'였지, 다른 아이들처럼 선생님의 '목소리가 좋아서'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당시에 선생님 좋아하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좋다고 선생님을 좋아했는데 나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결코 잘생기지도 않았고. 나는 단지 사랑받을 가능성을 보았던 것 같다. 성인이어도 나 좋다는 사람 좋은데, 열네살 아이에게 그 많은 아이들중 이름을 각인시켰다는 느낌은 정말 특별했단 말이다. 나는 그렇게 우리 5총사 중에서도 내가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은 1학기때 외웠다니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에이미와 이저벨》은 에이미의 나이 열여섯 일때로 시작한다. 수줍고 말이 없는 에이미는 엄마가 비서로 일하는 공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열여섯 소녀란 말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서 일하는건가 했는데, 어쩌면 아르바이트일 수도 있겠다. 더 읽어봐야 할텐데, 이야기는 잠시후부터 에이미의 열다섯을 얘기한다. 그 학교를 떠난 수학선생님의 얘기를 곁들여서. 남자 수학선생님.


에이미에게 학교도 수학수업도 재미없는 시간이었는데 수학선생님의 부상으로 새로운 수학선생님 로버트슨이 찾아왔고 그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과는 '달랐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그리고 누구나 탐내는 에이미의 머리카락에 대해 선생님도 언급한다. 에이미가 직접 바느질해 만들어 입은 원피스도 칭찬한다. 수줍고 말이 없는 에이미는 그 칭찬에 대꾸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선생님은 작게 에이미에게


"여자라면 칭찬을 우아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지." (p.90)



라고 말한다.


여자라면.



그뒤로 에이미는 집에 가 칭찬을 받아들이는 법을 연습하고 이 로버트슨 선생님의 눈에 더 들고 싶어한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글, 게다가 무뚝뚝하고 다소 신경질적인 엄마 이저벨과 사는 에이미의 이야기가 내가 생각하지 못한 긴장감을 준다. 고작 사분의 일정도 읽으면서도 내 신경줄이 팽팽해진다. 로버트슨 선생님은 현재 학교를 떠났다고 했는데, 떠난 이유가 에이미 때문이겠구나, 라고 알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도대체 이 선생님과 이 십대 소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싶어서 신경이 쓰이는거다. 수줍고 말도 없고 친구도 없고 형제도 없고 무뚝뚝한 엄마와 함께 사는 에이미가 이렇게 갑자기 낯선 어른남자로부터 다정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이 아이 내면에 밀려올 폭풍우가 짐작되어 너무 초조하다. 이 책을 읽지 말까,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미치겠다. 그러면서 어쩌면 내 생각하고 다를지 몰라, 이야기는 그렇게 흐르지 않을지도 몰라, 어쩌면 내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걸거야, 엄마인 이저벨의 오해로 진행된 일일수도 있어, 라는 생각으로 나를 달래며 읽고 있는데, 나는 아아, 이 십대소녀의 비밀이 너무나 두렵다.



에이미는 모범생이다. 공부도 제법한다. 외우는 시도 몇 편 있고 또 시를 좋아한다. 수학문제도 잘 풀 수 있다. 에이미는 로버트슨 선생님과 단 둘이 있고 싶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 그래서 머리를 짜낸게 '문제를 일으켜 방과 후에 남는'거였다. 공부에서도 밀리지 않고 딱히 문제될 행동도 해본적 없던 에이미는 어쩔까 하다가 기어코 방법을 찾아낸다. 로버트슨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자꾸만 뒤의 아이에게 말을 걸었던 거다. 선생님은 반복되는 지적에 결국 남으라고 에이미에게 이르고 그렇게 에이미는 선생님과 방과후에 교실에 둘이 남게 된다. 다른 사람들하고 얘기를 잘 하지도 않고 수업시간에도 긴 머리카락 뒤로 숨어버리는 에이미는, 그러나 로버트슨 선생님과는 막힘 없이 이야기한다. 시를 얘기한다. 단어를 얘기한다. 사전을 함께 본다. 그리고,



이런 시간이 계속 찾아온다. 아니, 그들이 만든다.



에이미에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 생겼다. 그런데 그 비밀의 시간은 자기에게 너무 행복한 시간이다. 선생님과 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시간. 엄마도 친구도 모른다. 에이미는 자신의 일기장을 엄마가 본다는 걸 알고 일기장에는 전혀 이 일에 대해 기록하지 않는다. 숨겨야한다는 건 밝힐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밝힐 수 없고 왜 숨겨야 할까? 그것은 그 시간안에 무언가 어그러지는게 있기 때문이다. 거기엔 분명 작게라도 어긋난 게 있다. 수학선생님과 에이미가 그들 사이에 어떤 사악한 일이 끼어들지 않는다 해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선생님과 개인시간을 갖는다는 것 자체도 떳떳한 일은 아니다. 가르치는 아이가 힘들어할 때 선생님이 상담사가 또 조언사가 되어줄 수 있지만 이렇게 은밀한 시간을 제자와 만들어간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일에 대해서는 어그러지는게 있어서라는 것을 에이미는 아마 저 나이때 깨달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말한다면 남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혹은 '이 시간을 없애라고 할까봐' 라는 생각이 혹여라도 든다면, 그것은 지속해서는 안될 일이기 때문일 것인데, 아마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에이미는, 내가 그랬듯이,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특별한 아이가 되고 싶어서' 저런 시간을 지속했을 것이다. 특별한 아이가 됐다는 기분은 정말이지 저 당시에 끝내주니까. 이 세상에 없는 듯한 존재로 지내다가 갑자게 눈에 띠어버리는 아이가 된다니, 그 일을 왜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선생님의 칭찬으로부터 시작됐다. 선생님의 칭찬은 그 당시에 그저 옷이 예뻐서 한 말일 수 있다. 내 중학시절 국어선생님은 그냥 내 이름을 알기 때문에 나를 불러주었을 것인데, 나는 갑자기 이름이 불린 한 송이의 꽃이 되어버린거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내 스스로 나를 꽃으로 만들어버렸고, 옷 예쁘다는 칭찬에 에이미는 선생님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아이가 된다. 다른 아이들과 나는 달라, 가 에이미에게 찾아왔을 것이다. 그 나이때 그런 감정은 정말이지 너무나 소중하지 않은가. 아니,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들은 '난 달라' 라고 부르짖고 싶어하잖아. '이 사람은 달라' 라고 하면서 사랑을 시작하잖아. 어른과 아이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에 있어서 언제나 어른이 잘못한 이유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부분은 이정도이다.




총 548쪽의 책에서 164까지를 읽는데도 계속 신경줄이 팽팽해진다. 신경이 쓰인다. 어떤 날카로움이 책장을 넘길때마다 찾아온다. 문장에서 문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찾아온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빌고 모든 것이 오해이기를, 모든 것이 예민함이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이 안에 있을까봐 책읽기를 멈추지 못하겠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어쩜 이럴까, 수차례 생각했다. 다음을 읽어야 하는데 다음을 읽기가 겁나고 그러나 다음을 읽고 싶다.

이 긴장감을 해소하려면 얼른 이 책을 다 읽는 수밖에는 없다.





어제는 뜬금없이 오래전 그림책 읽어줬던 영상을 보았다는 댓글이 달렸다. 다른 것도 더 듣고 싶다는 댓글에 오랜만에 내 유튭 계정을 가보았더니 아는 사람도 없는 그곳에, 하하하하, 그림책 읽어주는 영상에 조회수가 500이 넘어있더라. 아니, 무슨 일이 생긴거야? 이게 언제 이렇게 된거야? 그래서 조회수 높은 그 영상을 가져오려고 했지만, 그 때 당시에 미처 조심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으니, 그림책 한 권을 전부 읽어버린 거였다. 한참 지나서야 그림책 전 권을 다 읽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죄송합니다. ㅠㅠ


그래서 다른 영상을 가져와본다.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런걸 언제했지 ㅋㅋㅋㅋㅋㅋㅋㅋ 기억도 안나는데 리베카 솔닛을 읽었더라고요? 다시 들어보는데 전혀 기억이 1도 안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허름한 기억력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발음 두 번정 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빗소리 들으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너무 괴롭다.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는건 더 괴롭다. 빗소리 들릴 때는 침대에 누워있는 게 가장 이상적인데!! 그렇지만 세상사란 본디 원하는대로 되는건 아니니까... 꾸역꾸역 일어나서 출근해야지. 그런것이다, 인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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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3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는 사양합니다*****

잠자냥 2020-06-3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놀라워라, 다락방 님 중학교 1학년 때 전교회장 이름도 다락방이었단 말이에요? 와 국어선생님이 당근 외우고도 남을 이름입니다. 다락방다락방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책 저는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데, 쓰신 글 보니 흥미가 당기네요.

다락방 2020-06-30 11:54   좋아요 1 | URL
아니, 잠자냥 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안읽으셨다고요? 맙소사!! 올리브 키터리지 안읽으셨어요? 잠자냥 님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꼭 읽으셔야 합니다, 꼭이요! ㅎㅎ

저는 올리브 키터리지, 내이름은 루시 바턴 이렇게 두 권 읽었는데(올리브 키터리지는 두 번 읽고 수시로 아무데나 펼쳐 읽어요!!) 다 좋았고요 지금 읽는 에미이와 이저벨도 참 좋네요. 올리브 키터리지는 읽으면서 몇 번이나 페이퍼를 쓰게 했었는데 에이미와 이저벨도 그럴것 같아요. 에이미와 이저벨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데뷔작이랍니다. 잠자냥 님, 추천합니다. 잠자냥 님 읽으시면 어마어마하게 근사한 리뷰를 적으실 것 같아요!

잠자냥 2020-06-30 11:57   좋아요 0 | URL
네, 제가 또 이상하게 안 읽은 책이 종종 있는데, 이 작가 책이 그래요. 이상하게 손이 안갔던 ㅋㅋㅋㅋㅋ 제목이나 표지가 뭔가 오글거려서 그랬던 거 같아요(왠지 그냥 착한 이야기만 할 거 같은;;;;;).

다락방 님의 페이퍼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세계로 진입해 보겠습니다.

다락방 2020-06-30 12:08   좋아요 1 | URL
착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잠자냥 님. 그렇다고 사악한 기운이 감도는 소설은 아니지만 ㅎㅎ
읽어보시면 정말 좋아하실 거에요.
잠자냥 님께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만나시는데 제가 작게나마 힘을 실어 드리고 싶네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바람돌이 2020-06-3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글은 싫어요. 자꾸 읽고싶은 책이 생겨요. 다락방님 글 보면 처음보는 작가도 마구마구 읽어둬야 될듯.... 이러다 저 죽기전에 다 읽을 수는 있을까요? ㅎㅎ

다락방 2020-07-01 11:13   좋아요 0 | URL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올리브 키터리지]를 강추합니다. 저는 그 책 완독은 두 번 했고 가끔 아무데나 펼쳐서 들여다보고 그럴 정도로 좋아해요. 히히.

꼬마요정 2020-06-3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다락방님 글 읽다가 어릴 때 생각나서 간만에 웃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수학선생님‘만 좋아했어요. 아마 3분 정도였죠 ㅋㅋ 제 사촌 언니, 오빠들이 수학 땜에 원하는 대학 못 가고, 삼수하고 그래서 집안 전체에 수학 트라우마가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전 수학 선생님을 좋아해서 수학만 성적이 좋았어요 ㅋㅋㅋ 아, 웃겨요!!! 지금 생각해보니 영어 선생님을 좋아했어야 했는데!!! 근데 좋아하는 이유를 곰곰 생각하니 좀 씁쓸하네요... 상대가 누구이든 수학 선생님이기만 하면 됐던거에요.

저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책은 한 권도 못 읽어 봤네요. 역시 다락방님. 많이 배우고 갑니다^^

다락방 2020-07-01 11:15   좋아요 0 | URL
저는 학창시절 수학선생님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는데요, 수학 잘하는 사람에 대한 로망은 어마어마하게 있어요. 몇해전에 사귀었던 애인이 당시에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공대였거든요. 시험볼 때 수학과목도 있었는데 수학 문제 푼 노트 사진 찍어달라고 하고 막 그랬어요. 그런거 보면 뒤로 뒤집어져요 ㅋㅋㅋㅋㅋㅋ너무 좋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슨 저의 변태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올리브 키터리지]로 만나시길 바랍니다. 진짜 좋아요, 진짜!
 


















오늘 알라딘 이웃의 파트리크 쥐스킨트 의 《좀머씨 이야기》리뷰를 보고 이십대 중반의 내 연애가 떠올랐다. 당시에 이 책이 엄청 인기 있어서 나도 읽었는데, 읽다보면 중간에 화자인 어린아이가 피아노 학원에 갔다가 선생님의 코딱지가 붙은 건반을 누르는 일이 생긴다. 너무 누르기 싫었는데 선생님은 건반을 얼른 치라고 윽박지르고 이에 아이는 할 수 없이 이걸 눌렀다가 치욕스러워 하면서 죽자, 죽어버리자, 하고는 학원을 나가 달려가서는 한 나무 위로 올라간다. 죽을거야, 치욕스러워, 죽겠다, 하고 그 위에서 고통스러워 하다가 지나가는 좀머씨 를 보게 되고, 그러다가 '내가 왜 코딱지 때문에 죽어야하지?' 하고는 나무 위에서 내려오는 장면.


그 장면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당시의 애인에게 데이트중 만났을 때 씐나서 설명했었다. 내 얘기를 듣던 그는 껄껄대고 같이 웃었더랬다. 내게 좀머씨는 그렇게 코딱지-이십대 중반의 애인-웃음 으로 마무리되고, 그 애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고 결국 내 인생에 오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었다고 최종적으로 생각하지만, 그 순간의 즐거움만큼은 남아 있다. 내가 읽던 책 이야기를 해주고 그가 듣고 함께 웃던 장면.



오늘 이 일이 갑자기 떠오르자, '그러고보면 나는 늘상 책 이야기를 해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이야기를 하는게 얼마 안된거라 생각했었는데, 나는 그냥 책 이야기 하는 사람이었어.



《올훼스의 창》은 원작이 만화지만 나는 만화의 존재를 모르는채로 세권의 소설로 읽었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수업시간에 연습장에 등장인물들 써가면서 짝꿍에게 속삭이다가 선생님에게 걸려서 혼나기도 했었다. 짝꿍 바뀔때마다 얘기해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뿐 아니라 영화 이야기도 그렇게나 많이 했다. 중학교때 한창 빠져있던 영화 《더티 댄싱》얘기도 앞에 앉은 애들 뒤에 앉은 애들 할 거 없이 다 해줬는데, 내가 얘기를 해주면 애들이 모여서 듣고 그러다가 어떤 애들은 꼭 그 영화를 자기가 직접 보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이런 말을 듣게된다.



"야, 니가 말해서 더티댄싱 봤는데 재미없어. 니가 말해준 게 더 재밌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너무 과장했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지간에 그랬더랬다.



















이십대 후반이었나, 친구를 만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얘기를 해주던 것도 기억에 남아 있다. 친구는 내 퇴근 시간에 맞춰 내가 다니는 회사 앞으로 왔고, 나는 친구를 데리고 회사 근처의 삼겹살집에 갔다. 삼겹살을 구우면서 나는 이 책을 읽는 중인데 너무 씐난다고 말을 했던 거다.


주인공의 언니는 주인공이 선물 받은 사랑이 담긴 장미꽃으로 만든 요리를 먹고는 온 몸에 욕망과 열기로 불타버릴 지경이 되어 찬물로 샤워를 하러 가는데 그래도 잠재워지지 않아 발가벗고 춤을 춘다. 저 멀리에서 말을 타고 달려오던 한 군인이 그녀를 보고는 자기 말에 들어 태우고, 그들은 달리는 말 위에서 사랑을 나누고 언니는 그렇게 그 군인과 떠나버리는 거다.


뭐랄까, 당시에 이 장면이 너무 놀라워서, 대체 소설가란 무엇인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상상하고 만들어내는가, 너무 놀라서 친구에게 씐나서 얘기해줬다. 친구는 들으면서 웃었지만 나만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얘기하는 내가 더 씐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한편 점심을 함께 먹던 회사동료와 사무실로 들어가던 길에는, 《피츠제럴드 단편선》의 <컷 글라스 보울> 얘기를 해줬더랬다. 여자와 남자가 사귀다가 헤어지고 여자가 다른 남자랑 결혼하는데 이에 전남친이 저주를 담은 컷 글라스 보울을 그녀에게 결혼선물로 주는거다. 그의 저주는 통해서 이 보울에 칵테일을 만들어 손님을 접대하다가 남편은 취해서 실수를 하고, 이 보울에 담긴 편지는 아들의 전사소식을 담고 있었다. 이에 여자가 이게 다 이 보울 때문이야, 하면서 너무 화가나 이 보울을 들고 나가 머리 위로 들고 바닥으로 던지는데, 발을 헛디뎌 그 보울 위로 넘어지게 되는...



이 얘기를 해줬더니 동료가 너무 재미있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내가 책 읽어봐, 했더니 '차장님이 얘기해주는게 더 재밌더라고요, 제가 읽으면 재미가 없어요'라고 하는게 아닌가. 이 동료는..그냥 책 읽기 싫어서 그런것 같다.....




나는 이렇게 늘상 책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어. 이렇게 알라딘에 페이퍼를 쓰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어떻게든 책 이야기를 했을 사람이구나, 라고 오늘은 새삼 생각했다. 다, 좀머씨 이야기 때문이다.




귀찮아서 핸드드립은 결코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드리퍼와 필터를 샀었는데, 아아, 나는 오늘 ..그러니까 방금 전에, 서버를 주문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하리오 드립서버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나 오늘 아직 커피를 못마셨어. 주문한 커피가 아직 오지 않았거든. 알라딘 내 커피 빨리 내놔... 내게 올 알라딘 박스가 세 개다.... 자, 차례로 오라, 내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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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6-2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립포트도 추가요....예쁜 걸로 다가...있으면 다른 모양으로 또...

다락방 2020-06-29 12:26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저 진짜 그런 사람 아닙니다. 핸드 드립해 내려먹는 사람 아니라고요. 안살거에요, 안살거란 말입니다. (흐느낀다)

반유행열반인 2020-06-29 15:30   좋아요 1 | URL
드립포트의 가늘고 매끈한 곡선 주둥이로 물줄기를 요렇게 저렇게 낮게 높게 조절하며 달라지는 맛을 음미하며...왜 다락방님 주머니를 털지 못해 안달인 것인가...저만 당할 수 없다...도 포함인 듯...드립포트는 정말 이쁘고 귀여운 게 많습니다. (집요)

페넬로페 2020-06-2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먹으며 차마시며 언제든 책 얘기 할 수 있다는게 참 좋네요^^

다락방 2020-06-29 13:43   좋아요 1 | URL
책 얘기는 너무 재미있죠. 책 읽으면 할 얘기도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후훗.
 

어제 낮에까지만 해도 가슴속에 사랑이 차오르고 기분이 좋았는데 퇴근무렵에 확 기분이 나빠졌다. 스스로에게 참으라고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괜찮지 않았다. 나는 내 안의 이 기분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모멸감'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 이건 모멸감이었다. 나는 이런 감정을 끌어안고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만약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내게 내려진 일을 해낸다면, 그러니까 내가 이것을 하기로 허락한다면, 앞으로 이것은 당연히 주어지는 일이 될것이었다. 나에게 그리고 내 뒤를 이을 다른 직원들에게도. 그러니 애시당초 싹을 끊어놔야 했다.


나는 항의했고, 사과를 받았고, 그 일은 이제 다시는 직원에게 주어지지 않게끔 조치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아지진 않았다. 퇴근길에 소설책을 꺼내들었지만 읽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쩌나.


나는 집에 사두고 안읽은 책중에 모멸감이란 책이 있었던 걸 기억했다. 모멸감을 느꼈으니 모멸감이란 책이 나를 위로해줄지도 몰라, 이 책은 이럴 때 읽기 위해 내 책장에 있었던거야, 하고는 집에 도착해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 침대 위에 두었다. 약간의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그리고 침대로 돌아와 이 책을 들었다. 이게 나을까 아니면 소설이 나을까. 어쩐지 소설이 나를 더 위로해줄것 같긴 한데, 아니야 어쩌면 모멸감은 모멸감이 달래줄거야, 그렇게 모멸감을 펼쳐 들었다.



















내가 오후에 회사에서 느낀 감정, 그건 수치심이 아니었다. 수치심은 내 판단에 의하면, 나의 말과 행동으로부터 비롯된 감정이어야 했다. 그러나 내가 느낀 감정은 나 때문에 내게 온 것이 아니었다.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타인으로부터 온 것이었고, 직장 상사로부터 온 것이었다. 모욕? 그것과도 좀 달랐다. 나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내팽개치려고 시도하는 일이었으나 내 자존감이 그렇게 내려가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존중하지 않으려는 행위에 대해 나는 내가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찾아온 감정이었다. 충돌이었다. 바깥에서 내게 주는 행위와 내가 나를 지키려는 행위사이의 충돌.


'김찬호'의 《모멸감》은 수치심과 모욕이 다르다고 처음부터 설명해준다. 그리고 이어서 모멸감에 대해서도 덧붙인다.




그렇듯 적나라하고 직접적인 형태의 모욕보다도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우리 일상 속의 은근한 모욕이다. 대개 무시나 경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후배가 출세 좀 했다고 건방지게 군다. 가게에서 물건을 파는데 나이 어린 고객이 반말을 쓰면서 고압적인 태도를 취한다. 을의 입장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바쁘다면서 만나주지 않는다. 열심히 일을 했는데 그 대가가 형편없다. 돈이나 지위의 힘으로 내게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킨다 …… 이러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모욕감' 보다는 '모멸감'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p.66)



바로 이거다, 바로 이거였다! '돈이나 지위의 힘으로 내게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킨다'가 바로 내게 일어난 일이었다. 상대는 지위로 나에게 일을 시켰는데 내게 그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지시를 받고 자리에 앉아 감정을 삭이려고 해보았지만 결국 나는 내 스스로 내가 느낀 것이 모멸감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해결하였지만 내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는 해결되지 않았다. 상황은 제자리를 찾아갔지만 감정은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했다. 퇴근하는 내내 나는 나에게 '다 해결했잖아, 할 말 다했잖아, 이제 잊어'라고 말해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책장에서 모멸감을 빼내어 읽기 시작했고, 66페이지에서 바로 이거야! 하는 문장을 찾아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위로가 되진 않았다. 술을 마시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지만, 스물다섯살에 사귀던 남친이 '기분 나쁠 때 술 마시지마'라고 말했던 것이 내게 깊이 각인되어, 오늘은 마시지 말자, 하게 되었다. 그가 내게 준 것중에 가장 유익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66페이지의 저 문장에서 급반가웠지만 잠이 쏟아졌다. 자야했다. 불을 끄고 베개에 머리를 뉘이면서도 아, 이런 기분으로 나를 잠들게 하고 싶진 않은데, 라고 생각했다가 잠들어버렸다.




자고 일어나면 나아질까 했지만 어젯밤과 별다를 바 없었다. 시간이 해결해주는걸까. 오늘을 살다보면 다 잊고 새로운 일들로 인해 새로운 감정들이 생기겠지, 그렇게 출근을 했다.

지하철 안에서는 도나토 카리시의 소설책을 꺼내들었다.
















도나토 카리시는 책의 첫장부터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가서 일단 펼치면 흠뻑 빠져들어 읽게 된다. 몇 장 읽지도 않고 이 책을 다 읽으면 남동생에게도 권해야지, 싶었다. 물론 중간중간 응? 하는 지점도 없진 않지만, 어쨌든 흥미로운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늘은 형사인 '밀라'가 범죄자의 이웃을 찾아가 대화하는 장면을 읽었다. 혼자 사는 노인이었다. 아니, 고양이랑 함께 살았다.


윌콧 부인은 털실내화를 끌며 종종걸음으로 낡은 마룻바닥 위를 걸어갔다. 그녀는 유리 세공품, 이 빠진 도자기, 옛날 사진 등 온갖 골동품들로 거의 쓰러지기 직전인 가구들 사이로 난 길을 용케 찾아들어갔다. 그러고는 쟁반 위에 찻주전자와 찻잔 두 개를 담아 돌아 나왔다. 밀라는 소파에서 일어나 노부인이 쟁반을 탁자 위에 내려놓는 것을 거들었다.

"고마워요, 아가씨."

"괜히 번거롭게 해드렸나봐요."

"나야 좋지.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밀라는 자신도 이렇게 외롭게 늙는 건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웅크린 자세로 흔들의자를 차지하고 앉아 이따금 주변을 살피기 위해 눈을 떴다 이내 다시 잠 속에 빠져드는 다갈색 고양이가 윌콧 부인의 유일한 동반자이자 말 상대일 것이다. (p.80-81)




밀라는 일가족을 죽인 살인범의 집에 찾아갔다가 이웃인 노부인을 만나 인사를 건네며 노부인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40년전부터 이 집에 살았다는 노부인은 남편이 죽고 이제 혼자이며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있다. 밀라는 형사였지만 노부인에겐 오랜만에 찾아드는 손님이었다. 그런 노부인을 보며 밀라는 그녀가 외로울거라고 생각하고 어쩌면 자신에게도 그런 삶이 찾아올지 몰라 좀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살았던 익숙한 집에서 혼자 사는 여성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좀 평화로운 기운을 느꼈다. 밀라는 '나도 이렇게 외롭게 늙는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나는 '나도 이렇게 살게 됐으면 좋겠다, 결국 이렇게 되겠지, 나쁘지 않아, 좋은데?'한 것이다.


오늘 한 알라디너의 글에서 '자유의 댓가는 외로움이다'라는 글을 읽었는데, 나는 그 구절에 동의한다. 이견 없이 동의한다. 책 속 노부인은 당연히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외로움이란 사실 모두에게 찾아드는 감정이 아니던가.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든 없든 외로움은 찾아들 수 있다. 또한 노부인이 느끼는 감정중에 '혼자이기 때문에', '방문하는 사람이 좀처럼 없기 때문에' 느끼는 외로움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내가 노부인과 같은 삶을 산다고 해도 역시 그럴 것이다. 어떤 밤에는 문득 외로울것이다. 창밖을 보며 누구든 좀 찾아주었으면, 누군가 옆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감정을 느끼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해도 혼자 사는 삶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혼자인 그 모든 시간들은 자유였다. 꽃에 물을 주는 것도 바깥을 보며 멍때리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외출을 하는 것도 낮잠을 자는 것도, 모두 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하면 될터였다. 익숙하고 안락한 감정 역시 외로움만큼 아니 외로움보다 더 찾아들지 않을까. 혼자 있으면서 필연적으로 함께갈 고독감 그리고 조용함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노부인의 삶이 참 괜찮게 느껴졌다. 비록 이 이야기는 살인범을 잡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혼자 사는 여성'인 노부인도 일순간 공포를 안고 가긴 하지만 말이다.



양재역에 도착했고 나는 읽고 있던 책을 가방에 넣었다. 아 책 재미있다, 노부인의 삶 아무리 생각해도 난 좀 괜찮은데?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아, 내 감정이 어젯밤보다 좀 나아졌네, 하고 깨달았다. 역시 내겐 소설이 답이구나, 소설이 있어야 해. 자고 일어난 것, 모멸감을 조금 읽었던 것, 시간이 좀 지난 것 모두가 나를 도와주었겠지만,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금세 내려야할 역에 도착한 것은 어제 느낀 모멸감을 조금은 지워주었다.



회사를 향해 걸으면서는 자꾸 노래를 흥얼댔다. 요즘엔 노래를 잘 듣지 않는 삶을 산다. 물론 늘상 노래를 흥얼거리는 건 변함없지만. 오늘은 그렇다면 좀 들어볼까, 하고는 계속 흥얼댔던 노래를 이어폰을 껴고 재생시켰다.






아, 너무 좋았다. 너무 좋다, 너무 좋으네...

이문세와 이소라는 이 노래, <잊지 말기로 해> 에서 '난 그대의 가슴속에 머물고 싶어'라고 말하고 있다. 크- 좋구먼... 나도 그대의 가슴속에 머물고 싶다...




그러자 갑자기 오만년전에 보았던 전도연, 박신양 주연의 영화 《약속》이 생각났다. '가슴속'이라는 가사 때문이었다. 영화속에서 의사인 전도연과 조직폭력배인 박신양은 사랑하게 되는데 이러저러한 오해가 쌓여서 전도연이 박신양에게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만이 배신이 아니야, 니 가슴 속에서 나를 지우는 게 배신이야!' 라고 했던 거다. 갑자기 그 부분이 생각나서 그래...니 가슴속에서 나를 지우는 거 배신이야.... 막 내가 이렇게 되었는데, 그런데 이 장면..약속에서 나온 게 맞나... 아무튼지간에 그렇다.


이 영화를 그당시에 여사친과 비디오방에서 함께 보았는데, 마지막에 박신양이 사람을 죽이고 자수하러 가는 장면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서 막 우는거다. 박신양도 울고 전도연도 울고....내친구도 울었다. 나는 내 친구가 우는 줄은 모르고 계속 보고 있는데 아니 '자수하러 갈거야'라고 말해놓고 계속 울면서 자수를 안하는거다. 나는 너무 빡이친거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아니 저새끼 자수하러 간다면서 왜저렇게 안가고 질질끌어?"


그때 친구는 내게 울부짖었다.


"넌 사람도 아니야!"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돌아보니 친구가 펑펑 울고 있었던거다............................먀네...........................내가 바늘로 찔러도 피가 안나오는 차가운 도시여자라서 미안해..................................신이시여, 왜 저를 이토록 차갑게 세상에 보내셨어요? 네? 왜요?



아무튼지간에 니 가슴 속에서 나를 지우는 건 배신이다... 잊지마..... 꼭 기억해..........




자, 이제 나는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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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6-25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멸감> 저 책에 시디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은데 시디는 뭐예요??

다락방 2020-06-25 09:27   좋아요 1 | URL
저 책에 맞추어 음악을 작곡해달라고 저자가 부탁했대요. 그래서 작곡가가 글을 다 읽고 각 장마다 음악을 작곡해서 포함했대요. 저는 이 책을 중고로 사서 시디는 못받았고요, 그런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큐알코드가 있더라고요. 저는 들어보진 않았습니다. 독특한 기획이죠.

단발머리 2020-06-2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지 말기로 해> 너무 좋으네요ㅠㅠ 완성형의 가수가 두 명이나... 완벽합니다.
오늘 날씨에도 딱이구요. 오늘 목요일이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
물론 <이별이야기>만큼은 아니지만요.... 아무도 못 이겨요, 이별이야기는. 이소라도, 심지어 이소라도 못 이깁니다.

다락방 2020-06-25 11:09   좋아요 0 | URL
너무 좋죠? 며칠전에 이소라의 이별이야기 듣다가 연결연결해서 잊지 말기로 해도 오랜만에 듣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크- 감탄하면서 들었어요. 그리고 단발머리님,

이별이야기는.... 잊어주세요. 부탁드려요. 흙흙 ㅠㅠ

바람돌이 2020-06-2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새끼 자수하러 간다면에서 빵 터졌어요. 저랑 똑같아요.ㅎㅎ
살면서 모멸감을 느끼는 순간 자주 있죠. 그래도 정당하게 항의라도 하고 표현이라도 하면 잊혀지더라구요. 힘내세요

다락방 2020-06-26 09:20   좋아요 0 | URL
그 영화 엄청 인기 많은 영화였는데 전 싫더라고요 ㅎㅎ 자수하러 간다고 말해놓고 자수하러 안가는 것도 너무 짜증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내다보면 이 모멸감을 잊게될 수 있을까요? 상처로 남을까봐 걱정돼요. 어쨌든 오늘은 오늘을 살아야죠. 금요일이라 신나요!

clavis 2020-06-28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락방님?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상처로 남지 않을 수 있게 저도 멀리서 작은 기도를 보탤게요.
하지만 너무 멋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모멸감을 떨치기 위해, 모멸감에 대한 책을 읽자고 생각한 것도,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서 또 그에 맞는 책을 뙇 떠올릴 수 있는 것도요.

제가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 1이 목소리인데요, 목소리에서는 그 사람의 인격과 지성, 모든 것이 사실 다 드러난데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었어요. 다락방님 목소리는 정말 최고! 제가 우연히 듣게 되었어요. 유투브에 그림책 읽어주시는 것 들었거든요..(앗, 혹시 제가 그 점을 알고 있다는 것이 저어되시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자가격리를 인생에 두번째로 하고 있어요.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지만, 제가 사는 곳에서는 확진자 숫자도 늘고..그 만큼 제 주위 사람들이 많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라서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이 기회에, 휴가라고 생각하고 책도 보고, 락방님 올려주신 음악도 듣고 그러려고요. 늘 응원하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락방님이 최고야!!뿜뿜!!

다락방 2020-06-29 07:46   좋아요 1 | URL
오랜만이에요, 클래비스님! 잘 지내느냐고 습관처럼 묻고 싶었는데 자가격리 중이시군요 ㅠㅠ 너무 답답하고 불편하시겠지만 조심 또 조심하셔서 걸리지 않도록 하세요. 말씀하신 서처럼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그래요!

유튭에 제가 책 읽어주는 거 올린건 다른 사람들 보라고 올린거니까 전혀 저어되지 않습니다. 반복해 들으셔도 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거기 아마 제가 노래 부른 것도 있을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이없어 제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원.
그렇지만 목소리 최고라고 하시니, 흐음, 책 읽어주는 거 또 올려볼까, 하는 마음이 드네요. 칭찬은 다락방을 책읽게 한다 ㅋㅋㅋㅋㅋ 감사해요. 목소리 좋다는 칭찬, 좋아해요! 뭐 칭찬은 다 좋지만 말입니다.

2020년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벌써 상반기가 끝나버렸어요. 코로나 조심하자고 마스크 쓰면서 지낸 것만 생각나는 상반기에요. 하반기에는 좀 달라졌으면 좋겠는데, 다들 마스크도 쓰지 않고 답답함에서 해방되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저는 앞으로 여행을 또 갈 수 있기는 할까요? 답답하고 불안한 날들이지만, 우리 잘 지내봅시다, 클래비스님.

clavis 2020-06-30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ㅠ 또 들려주세요..예전 것도 여기에 올려주셨던 링크를 타고 들어갔던 것 같은데 그게 벌써 수 년 전이라 ㅠ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흙흙 너무 다시 듣고 싶습니다!! 자가 격리자에게 기쁨을!! 락방님 만세!

다락방 2020-06-30 08:32   좋아요 1 | URL
https://www.youtube.com/channel/UCNz45brYvB34F5-ahMuX-5A

여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으흐흐흐. 곧 시간내어 또 올려볼게요!!

clavis 2020-06-3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오늘 언니 생일이라서, 읽어주신 내용이 언니 생일에 딱이라 보내줬어요..락방님!!.. 너무 감사드려요

다락방 2020-06-30 11:56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해요, 클래비스님. 으흐흐흐흐

clavis 2020-06-3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오늘 언니 생일이라서, 읽어주신 내용이 언니 생일에 딱이라 보내줬어요..락방님!!.. 너무 감사드려요
 















2004년 개봉 당시 이 영화 《클로저》를 보고 이게 뭐여.. 했던 감상이 내게 남아 있었다. 불륜 혹은 바람피는 이야기 정도로 기억하고 자세한 걸 기억하진 못했지만, 친구중에 한 명은 그 당시부터 이 영화를 꽤나 좋아했더랬다. 너무 좋아서 반복해 본다고 했다. 내가 보지 못한 걸 친구는 본 모양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만 좋았던 걸로 기억하던 차, 며칠전에 이 영화를 다시 보자, 그 때 보지 못했던 걸 이번에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했다. 처음 보았을 때와 지금 사이에 무려 16년의 시간차가 있지 않은가.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보다 열여섯살이나 더 많아졌으니(오 신이시여...) 이 영화는 그 때 내가 받았던 것과 분명 다른 것을 줄터였다. 어쩌면 나는 그 당시의 내 친구처럼 오오, 이게 이런 영화였다니! 하면서 반복해 돌려볼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시작부터 개빡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만남부터 이렇게 영화적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이 영화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주인공이 네 명인데 이 주인공 네 명 다 좋아할 수가 없어.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다 싫을까. 개개인으로 보면 다들 너무 잘난(!) 사람들인데, 어쩌면 각자가 가진 위치에서 자존감이 다들 이렇게 바닥에 떨어져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역시 자존감은 내 신분이나 외모가 주는게 아닌 것이야. 게다가 이 네명은 모두다 어째서 이렇게 한결같이 사랑 아니면 못살것같이 굴까? 어째서 그럴까? 연인 때문에 힘들어 헤어졌으면 혼자 있게된 순간을 맞닥뜨리게 될텐데 잠시도 그 시간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인것 같다.



기자이자 작가 지망생인 '댄(주드 로)'은 길에서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를 병원에 데려다 주면서 그녀와 아는 사이가 되는데, 이미 동거하는 애인이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매력에 푸욱~ 빠져버린다. 그렇게 그녀와 연인 사이가 되어 이제는 댄과 앨리스가 동거를 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 댄은 책을 출판하고 책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작가인 '안나(줄리아 로버츠)'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데이트 신청을 한다. 안나는 나름대로 '너는 애인이 있잖아' 라며 피해보려고 한다. 안나와의 데이트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자 댄은 온라인 채팅방에 들어가 자신의 이름을 안나라 칭하고 안나인 척, 한 남자와 사이버 섹스를 한뒤 그와 오프라인 만남 약속까지 정한다. 안나를 만날 생각에 들떠 그 자리에 나간 피부과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웬)'은 자신이 안나를 사칭하는 사람에게 당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어쨌든 그 일을 계기로 안나와 래리는 연인이 되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댄의 책은 잘 팔리지 않았고 안나의 사진전은 성황인 가운데, 댄과 안나는 그날부터 연인이 된다. 각자의 연인이 있는 상황에서 만남을 지속하는 이들의 마음이 평안할 리 없다. 출장을 다녀온 래리는 '사실은 출장 중에 매춘부랑 바람피웠어' 라면서 고백하고 안나는 '나는 댄과 연인 사이야' 이러고, 댄은 집에 돌아가 앨리스에게 '나 사실은 안나 만나' 이러고들 있다. 하..대환장...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섹스를 했다는 사실은 당연히 배신감 느껴지고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일인데, 래리는 안나에게 자꾸 묻는다. 걔랑 잤어? 좋았어? 우리집에서 잤어? 어디에서 잤어? 나보다 잘해?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스트레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각자의 연인에게 자신들의 불륜상황을 알린 뒤에 안나와 댄은 자유롭게 만나면서 서로 결합하기를 희망한다. 그전에 안나의 이혼이 선행되어야 함은 필수. 안나는 이혼 서류를 들고 싸인해달라고 래리를 찾아갔다가 '나랑 섹스 한 번 해야 사인(이혼)해주지~' 이래가지고 어쩔 수 없이 섹스를 하는데, 그러고나서 댄을 만나러 가자 댄은 '너 그새끼랑 잤지' 이러면서 팔짝팔짝 뛰고.... 야, 남편하고 이혼 안했을 때 너랑도 잤잖아. 어오.. 그런 안나를 용서할 수 없어하면서 댄은 분노하고 그렇게 안나는 자신의 남편에게 돌아간......... 하아-


한편 댄은 래리를 찾아가 안나를 돌려줘, 돌려줘 이러는데 래리는 '그녀의 선택으로 내게 돌아온거야, 너에게 가지 않겠대' 라고 말하면서 '너는 너의 엑스걸프렌드인 앨리스를 찾아가봐' 라고 한다. '나는 그녀가 어디있는지 모르는걸?' 댄이 대꾸하자 래리는 '사실 내가 그녀를 클럽에 갔다가 만났지, 그녀는 스트립댄서 일을 하고 있더구나, 답한다. 이에 댄은 그녀를 만나러 가려고 하면서 래리에게 묻는다.


그녀랑 잤어?


그러면 래리가 답한다.


잤어. 하룻밤에 몇 번이나 했지.



아오 ............시궁창 같은 새끼들 진짜. 자는게 제일 중요한 쓰레기같은 새끼들. 아무튼 그래서 댄은 앨리스를 찾아가 앨리스랑 다시 연인이 된다. 그들은 이미 예전에 3년간 동거한 적이 있던 터라, 함께 누워 사소한 일들에 대해 공유할 수가 있다. 그렇게 다정할 수 있지만, 그러나 댄의 머릿속에는 '앨리스가 래리랑 잤다'는 사실이 박혀있다. 그걸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것이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렇게 말하지만 섹스를 무시할 순 없지. 섹스를 어떻게 무시해. 엄청 화딱지 나지. 그러니까 너무 화가 나서, 너무 속상해서 나는 저렇게 물어보지를 못할 것 같다. 그여자랑 잤어? 어땠어? 좋았어? 나보다 잘해? 어휴... 이걸 어떻게 물어본담? 그래서 대답을 들으면 그 다음은? 찢어지는 내 가슴 밖에 안남잖아.. 왜 그렇게 스스로에게 잔인해지는거지? 나를 사귀는 중에 다른 사람이랑 잤으면 빡치고 돌아서면 되지 대체 어디서 잤는지, 좋았는지 어땠는지는 왜그렇게 집착하는거야...설사 나랑 잔것만큼 좋다고 하지 않는다한들, 상대가 배신한 건 사실이잖아. 다른 사람하고 잤는데 역시 별로였어 니가 최고야, 이러면 오케바리 이러면서 받아줄거야 뭐야....
















"내 말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일들이 완전히 끝나버린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거지."

"내 상관하고 1년 동안 그 짓을 벌인 게 없던 일이 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어요."

"저드,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물론 그 애가 바람을 피웠고 그 일로 네가 마음을 다쳤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섹스란다. 가려울 때 엉덩이를 긁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우리들은 섹스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도록 세뇌가 된 것 뿐이야. 그 결과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마는 거지. 섹스는 온 숲에 가득한 많은 나무들 중에 한 그루일 뿐이란다." (p.202)


"저한텐 엄청 큰 나무처럼 보이는데요." (p.202)



그런데,

만약에 안잤으면,

다른 사람이랑 섹스를 안했으면,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걸까? 섹스는 연인간의 가장 최고점에 위치하는 걸까? 그것은 다다라야 할 목표이며 종착지일까? 섹스야말로 사실은 그냥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대화가 잘 통했던 것, 그래서 그 시간을 소중히 나눠서 서로에게 깊이 각인된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섹스일까? 다른 사람과 섹스를 했다면 그것은 상대에 대한 배신임에 틀림 없겠지만, 그러나 섹스를 안했으면 배신이 아닐까?


나는 오래전에 남자1과 사귀고 섹스하면서 남자2를 더 좋아했던 적이 있다. 남자 3과 사귈때도 그랬다. 남자2와 나는 섹스를 한 적 없는 사이였고 아마 앞으로도 그러할터였는데, 나는 가끔 남자2를 만나 대화를 하는 시간이 그렇게나 좋았더랬다. 그의 웃음소리를 듣는게 좋았고, 그가 나를 웃게 하는게 좋았고,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았다. 그 사이를 망치고 싶지 않았고, 그러나 우리는 연인이라고 부를 순 없는 사이었기에 내게 연인은 따로 있었다. 오래전에 친구가 나를 만났을 때, 너는 인생에서 사랑한 남자가 누구야, 를 내게 물었고 그 때 내가 과거시제로 답한 건 연인이었던 남자1과 남자3이 아니라, 남자2였다. 그러나 내가 남자2와는 섹스한 적 없었으므로 나는 내 연인들에게 배신하지 않은 순수한 연인이었나? 나의 마음은 어디에 있었나. 나는 그들에게 잘못하지 않았나? 잘못하긴 또 뭘 잘못했어. 정서적 만족을 못주니까 그런거 아녀..자고로 정서적 안정을 주지 못하는 사람과는 연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거야... 젊은이들이여, 명심해.....



안나, 앨리스, 댄, 래리 모두의 복잡한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사랑은 순간적인 감정의 문제이든 혹은 의지의 문제이든, 우리는 이미 연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다른' 사랑에 빠지는 일은 어느 순간 짜릿하거나 즐거웠을 수도 있지만, 죄책감을 동반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나만 보고 있는 사람에게 나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혹여라도 내 연인에게 그 관계를 들켜 지금 연인 사이의 관계가 끝장날까봐 흔적을 지우기에 급급하는 시간을 그들은 보내야한다. 무엇보다 그 사랑은 '숨김'을 필요로 한다. 숨긴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지만, 나는 사랑과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숨김이 필요한 사이를 만들고 싶지 않다. 누군가 나를 사귀는 것을 숨긴다는 건, 그것부터가 그와 오래 가지 못할 사이임을 뜻한다. 내가 누군가를 숨기는 것도 싫고 누군가가 나를 숨기는 것도 싫다. 어차피 우리 모두 끝을 향해 가는데, 이렇게나 분명히 끝을 알면서 나아가는 관계에 우리가 어떻게 최선을 다하겠는가. 나는 나를 숨기던 사람으로부터 느꼈던 그 때의 비참함을 분명히 기억한다. 나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가장 많은 마음을 쏟으면서 그러나 나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 때문에 마음이 갈기갈기 찢겼던 것을 기억한다. 그게 아직도 내 안에 있고 그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 안에서 피가 나는 것 같다.




처음에 했던 얘기를 다시하자면, 이 주인공 모두가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사랑하는 시간들이 끊기지 않고 그러므로 연인이 있는 상태가 지속되는데(물론 그렇지 않은 상황들이 그들이 얽히기 전에 분명 있었다), 상대를 배신했거나 상대를 배신했을 때만큼이라도 혼자인 시간을 좀 가졌어야 하지 않았을까. 안나의 경우 댄에게 호감 느꼈지만 래리랑 결혼하고 래리의 아내인 상태에서 댄이랑 바람피고 그러다 댄에게 정착하려 했으면서 다시 래리에게 간다. 댄에게 빡쳤다면 다시 래리에게는 왜 가나. 댄의 경우도 앨리스에게 반해서 동거해놓고 안나랑 바람피고 그래놓고 안나가 다른 남자랑 섹스했다고 버럭버럭 하다가 다시 앨리스의 연인이 되다니. 다들 왜그래? 왜 '연인 없는 상태'인 스스로를 견디지 못할까? 왜?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렇게 사랑밖에 난 몰라~ 하는 사람들 보면 너무 답답해지는거다. 결국 사랑을 위한 사랑을 선택해버리기 때문에 사랑도 뭣도 아니게 되고 연인을 배신하거나 배신당하면서 방황하잖아. 그러니까 덜 사랑하면서도 옆에 있는걸 선택하잖아. 아니, 어쩌면 인간이 너무 약한 존재라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 하고 누군가의 연인이어야 되는게 반드시 필요한, 그런 약한 존재. 앨리스 사랑했다가 안나한테 움직였다가 안나가 떠나니까 냉큼 앨리스에게 가버리는 댄은 또 뭐야. 아이고.




사랑이란 것은 지독하게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다. 인간으로부터 비롯되는 감정이란 게 어차피 다 그렇긴 하지만. 분명 댄은 앨리스에게 반했다. 그래서 연인이 되었다. 그러나 3년쯤 되자 안나에게 반한다. 그렇다는건,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을 증거하는 걸까? 첫눈에 상대에게 반할 수 있고 그렇게 지내다가 다른 사람을 보고 또 반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왜 그런 일들이 있는걸까. 있는데, 왜 있는걸까. 이 사람에게 반했고 그래서 이 사람과 함께하기를 선택했다면, 그 후에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라면 반하지 않으면 좋을것을. 어째서 우리는 또 반하게 될까. 다른 사람에게 또 반한다는 것은, 혹은 동시에 반한다는 것은, 기존의 내 사랑에 완전하지 못하다는 건 아닐까. 어딘가 비어있고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내가 너에게 반하고 너도 나에게 반하고 그렇게 우리가 함께 하기로 했으면, 그 다음에 우리에게 신뢰와 의지가 찾아들어 관계를 단단히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수많은 연인들이 헤어지고 또 헤어지고 또 헤어지고..... 인생이여.....



에휴...

사람들아, 때로는 사랑을 버리자. 사랑 버린다고 안죽는다. 사랑 버린다고 뭐 큰일 안난다.

사랑하기 위한 사랑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사랑을 버리는 쪽이 스스로에게 훨씬 더 건강하고 이로운 일이다.



지난 주말에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마신 뒤, 엄마와 산책을 했다. 그때 엄마가 내게 말했다. 너한테 정말 부탁하나만 할게, 라면서 엄마는 제발 나쁜 기억좀 지우고 살아, 라고 하셨다. 너가 머리가 너무 좋아서 그런건지 왜 나쁜 기억을 아무것도 잊지를 못해, 지우면서 살아, 잊으면서 살아, 하셨다. 엄마 내가 기억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기억에 그게 있어, 라고 나는 엄마한테 말했다.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기억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기억이 됐어.

나쁜 기억, 아팠던 기억들이 내 안에 다 있다. 사랑했던 감정도 감사했던 감정도 안에 있지만, 아프고 쓰렸던 것, 죄책감을 느꼈던 것까지, 내 안에 다 있다. 아마도 그날 엄마랑 술을 마시면서 내가 대학시절 죄책감 느꼈던 일에 대해 잠깐 언급했기에, 엄마가 이번참에 말해야겠다, 하고 이르신 것 같다.

이렇게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할 때 어떤 기억들이 떠오르고 그걸 끄집어내면, 그 때의 감정이 다시 되살아난다. 그래서 아픈 걸 끄집어내면 안돼, 그때처럼 다시 아프니까.




아무튼, 책을 샀고 책이 왔다. 같은날 주문했지만 두번에 걸쳐 왔다. 이렇든 저렇든 어쨌든 책을 사는 건 변함이가 없구먼.






















그리고 장바구니에 다시, 책을 담는다. 책이..자꾸 나오니까 어쩔 수가 없다. 세상에 넘쳐나는 어쩔 수 없는 것들...


















곧 점심시간인데 아직 점심메뉴를 정하지 못해서 초조하다..... 뭐 먹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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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6-2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로저> 보고 나서의 그 복잡다단했던 감정이 뿅 떠오르는...
그러나저러나... 이 책들은 또 무엇이란 말입니꽈...ㅎㅎㅎㅎ;;;
(도나토 카리시 소설은 읽고 얘기좀 해주세요. 이름없는 자 이후 또 사야 하나 막 고민 중 ㅎ)

다락방 2020-06-23 12:19   좋아요 0 | URL
하틀랜드가 그렇게 좋답니다, 비연님... 그리고 갱년기는 저랑 멀지 않은 것 같고요.
샬롯 퍼킨스 길먼의 책이 새로 나오지 않았겠어요? 안살수가 없지요..
그렇지만 이번 지름은 7월로 넘겨보자, 다짐에 또 다짐 중입니다.

도나토 카리시는 그때 그 뭣이냐, 그 드라마 뭐죠, 하이에나! 하이에나에서 김혜수랑 주지훈이 ‘가장 처음 작품이 제일 좋다‘고 해서 사실 그 뒤는 안읽으려고 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님 글 보다가 걍 두 권이나 더 사버렸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입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다 읽으면 페이퍼나 구매자평 쓸게요. 후훗.

잠자냥 2020-06-23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클로저> 영화 저도 진짜 싫어했어요. 주인공 네 명 다 빡치는 캐릭터.....이 영화에서 좋은 것이라곤 대미언 라이스 음악뿐.... <하틀랜드>랑 <내가 깨어났을 때>는 저도 곧 사려고 하는 책인데. 흐흣.

다락방 2020-06-23 12:40   좋아요 1 | URL
저도 영화보고 끝날때까지 이 영화에서 좋은건 음악 하나뿐이네... 했어요. 네명다 진짜 너무 싫은 캐릭터에요. 제가 평소 몰입하고 공감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지만(!) 이 영화속 캐릭터에는 누구 하나 공감할 수가 없더라고요. 다 빡쳐요 다. 전부다 짜증나는 인물들... 어휴....

저는 7월달로 미루고 있습니다. 제 충동을 불러일으키지 마시기 바랍니다. 고요한 수면에 돌던지지 마세요.....(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6-23 12:56   좋아요 0 | URL
휙~ (돌)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7월에 살 거예염... ㅋㅋㅋㅋㅋ 아 책 사고 싶다.

다락방 2020-06-23 14:49   좋아요 0 | URL
저 진짜 이번에는 꾹참고 7/10 에 살거에요. 그때까지 안살겁니다. 월급날만 책 사는걸로 예전부터 정해놨는데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어서..이번엔 지킬거에요. 지킬겁니다. 그때까지 안살거에욧!!

moonnight 2020-06-2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클로저 정말 싫은 영화였어요 저 영화 이후로 배우 네 명도 싫어졌어요ㅎㅎ;
젊은이들이여, 명심해..에서 죄송하게도 웃습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다락방님의 페이퍼♡

다락방 2020-06-23 14:52   좋아요 0 | URL
젊은이들이 제 말을 듣고 명심해서 연애는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는 사람과 해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연애를 하지 않는게 나아요... 젊은이들이 명심해야 할텐데, 참 초조하고 그렇습니다. 아까 이 문장 쓰고나서 음.. 꼰대가 다되었군,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꼰대입니다.

클로저는 어쩌면 이렇게 등장인물이 죄다 싫은걸까요? 신기한 영화에요. ㅎㅎ

단발머리 2020-06-2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페이퍼 밑에 댓글 다 주인공 네 명 공평하게 욕하는데... 아.. 저는 이 영화 보고 싶네요.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6-23 14:16   좋아요 0 | URL
음악을 제외한 한 가지 더 즐거움은 클라이브 오웬 빼고는 다들 소싯적 한 미모 할 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 그 정도?? ㅋㅋㅋ

단발머리 2020-06-23 14:39   좋아요 0 | URL
나탈리 포트만, 줄리아 로버츠 팬입니다. 봐야겠어요. 데헷!

다락방 2020-06-23 14:54   좋아요 0 | URL
단발님, 보고 싶으면 봐야지요. 봐야 까도 깔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단발님은 좋을 수도 있겠지요. 네이버 굿다운로드 1,300원 입니다. 가격이 매우 착하지 않습니까?!

잠자냥 님, 저는 음악 말고 좋은 건, 안나와 래리 부부의 집이었어요. 와, 집 너무 좋아서..아니 줄리아 로버츠여, 이 집을 포기하지마..하는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그런 집에 살아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결혼도 해볼만할듯.... 나는 이층 쓸게 너는 1층 쓰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북깨비 2020-06-2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저도요 저도 네 명 다 싫고 이 영화도 싫고 오로지 대미언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만 지금도 꾸준히 듣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0-06-29 07:47   좋아요 1 | URL
아니 어째 여기 오시는 분들은 이 영화속 주인공을 다들 싫어하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미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래만 좋아한다는 것도 같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네 명은 왜 우리 모두가 싫어할만한 영화를 찍은걸까요? ㅋㅋㅋㅋㅋ

감은빛 2020-06-29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우연이 또 있네요.
저도 이 영화 개봉 당시에 보고, 최근에 다시 한 번 더 봤거든요.
분명히 본 건 기억이 나는데, 음악이 진짜 좋았던 건 기억이 나는데,
주드 로가 부고기사를 쓰는 기자라는 것도 기억이 나는데,
뭔가 불륜 이야기였던 것도 기억이 나는데,
결말이 기억이 안 나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더 보자 하고 봤습니다만,
절반도 다 못 보고 후회했어요.
다시 보지 말 걸 그랬어.
별로 기억할만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내용이 기억이 안 났던 거야.

뒷부분에서 주드 로가 섹스 때문에 집착하는 모습 보면서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나더라구요.

다락방님 서재에서 이 영화를 만나니 묘한 기분이네요. ㅎㅎ

다락방 2020-06-30 11:59   좋아요 0 | URL
제가 감은빛님과 책도 잘 안겹치고 영화도 잘 안겹치고..뭐랄까 관심사 자체가 좀 안겹치는 편인데 ㅋㅋ 어떻게 이 영화를 우연히 같은 시기에 또 봤을까요? 신기하네요.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저 감은빛님이 엄청 추천하신 [거짓말의 발명] 마침 넷플에 있길래 봤는데 너무 재미없어서 ㅋㅋ 끝까지 못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이렇게나 다른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

주드 로가 섹스에 집착하는 거 너무 찌질했어요. 진짜 찌질했고 주인공 네 명 다 싫어요. 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