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6개월쯤, 나는 책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정말이지 읽지 않은 책들에 쌓여 깔려죽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두권쯤, 딱 두권쯤만 사볼까, 하는데 이건 좀 더 생각해보자. 1일이 다 가기전에 충분히 생각해보고 결정하자. 내가 생각하는 그 두권은, 

 아~ 이 책을 읽고싶은 이 미친 욕망. 그러나 그러나 산다고 바로 읽을 수도 없다. 나 진짜 책에 치어 죽을 것 같다니깐 ㅠㅠ 

 

 

 

정말 이것도 읽고 싶어 미치고 팔짝 뛰겠는데, 정말 이젠 사도 둘 곳도 없다. ㅠㅠ 집에 쌓인 책을 좀 읽고, 그걸 좀 처분하고 난 뒤에 하나씩 사둘까 싶다. 

 

그래도 명색이 1일인데, 명색이 신한카드 6프로 할인되는 날인데, 그냥 넘어갈 순 없잖은가. 그간 사두려고 마음만 먹었던 앨범을 사보자.  

 영화 [페어 러브] OST 

음, 근데 왜 김신일의 앨범으로 나온걸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사고싶은 마음이 줄어든다. 살까말까살까말까. 영화음악이 꽤 좋았는데...흐음.. 

 

이건 고민없이 살거다. [500일의 썸머] OST 

 

사실 위 두장의 앨범만을 사려고 했었는데, 주말에 집에 온 남동생이(요즘 나랑 떨어져 산다) 내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며 나를 끌고 내방으로 가서 자신의 USB 에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우리는 이미 새벽녘까지 같이 맥주를 마신 후다. 좀 취했다. 그런 나에게 내동생이 들려준 곡들. 

[gone gone gone] by Hoobastank

 

그렇다. 후바스탱크의 새 앨범이 나온것이다. 뭐, 지금 나온건 아니고 검색해보니 2009년 4월에 나왔더라. ( '') 사실 기존에 내가 엄청나게 좋아했던 [The reason]이 들어있는 앨범에서는 딱히 이 노래 말고는 좋은노래가 없구나, 싶었는데 새 앨범은 좀 다른 것 같다. [gone gone gone]이란 노래가 제목만으로 사람 가슴 후벼파는데, 남동생이 들려준 노래중엔 또 이것도 있었다. 

 

 

[ so close so far] 흐음, 뮤직비디오까지 나온걸 보면 이 노래가 타이틀인걸까. 아무튼 술마시고 잔뜩 취해서 들어서인지, 마구 좋아져서 살래살래 했었다. 

 

 

 

 

 

후바스탱크의 [The reason]은 정말 너무 좋아서, 미치게 좋아서, 아니 세상에, I'm not a perfect person~ 막 이러잖아? 멋져 >.< 암튼 그래서리, 나는 그 노래를 잘 부르는 남자가 눈에 띄면 청혼하려는 마음도 먹고 있었다.  

 

 

 

 

음, 이건 전혀 다른 얘긴데, 어제 소녀시대의 컴백무대를 기다리며 sbs인기가요를 보는데, 아, 정말 너무 실망했다. 뭐랄까, 너무나 뻔하게 그리고 너무나 식상하게 인기를 공략해서 만든 곡이랄까. 오오오오오 오빠 사랑해요, 라니. 하아- 정말 한숨이 나왔다. 예쁘고 화려한 무대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그녀들의 [소원을 말해봐]무대를 보며 언제나 눈부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뭐랄까...도가 지나치다는 느낌,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은 그런 느낌.  

진심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진심으로 음악을 하기 위해 애쓴 그런 가수라는 느낌을 기대한건 내가 살짝 돈걸까. 

그만해야지. 이러다가 소녀시대 팬들로부터 테러당할라. ( 이 페이퍼 등록하고 앨범 사려고 가는데 알라딘 검색창에 무려 '국민 걸 그룹 소녀시대'라고 뜬다. 이 페이퍼 Daum 에 못보낸다. 전국민 으로부터 테러당할까봐 후덜덜.)


댓글(36)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매지 2010-02-01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시 이번 곡은 별로.
책에 깔려 죽을 것 같은 사람 여기도 있어요 -ㅅ-

다락방 2010-02-01 10:08   좋아요 0 | URL
저 [애도하는사람]도 6개월 후로 미뤄놨어요. 전경린의 새 소설도 6개월후로..이렇게 미뤄두다가 잊혀지기만을 바랄뿐에요. ( '')
이매지님은 부지런히 읽으시고 부지런히 리뷰도 쓰시던데 그래도 여전히 깔려 죽을 것 같으시군요!

아, 저 소시에 너무 실망해서..ㅜㅜ
제가 대체 그녀들에게 뭘 기대한걸까요..어휴.....

기억의집 2010-02-0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을 기다렸다가 지금 몇 권 주문했어요. 저는 결제일이 27일이라 3월부터 결제 들어가더든요.
휴!!! 진짜 이제 더 이상 주문안 할 거에요.
날 읽어줘,라며 애처롭게 기다리고 있는 책들이 많은데... 이것도 병인 거 같아요.
차라리 옷을 사 입을거에요^^
저도 걸구룹 무지 좋아하는데..이번 소시 음악은 그저 그래요. 폴라압둘을 능가하던가..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내미가 다운 받아 달라고 하는데 것도 왕 부담!
근데 그거 아세요. 저도 지난 번에 소시 새앨범 구경하거 들어갔다가
리뷰수하고 구매자40자평보고 놀랬어요.
전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리뷰수를 본 적이 없는데... 소시가 국민걸 많나봐요^^

다락방 2010-02-01 11:49   좋아요 0 | URL
아 역시 무섭군요. 괜히 국민 걸그룹 초큼 욕했다가실망했다고 했다가 완전 테러당할까봐 무서워요. ㅎㅎ

저도 책은 조금 참아보려고 해요. 잘 될진 모르겠지만.
아~ 갑자기 폴라 압둘 노래 듣고 싶어졌어요. rush rush~~ hurry hurry lover come to me~
키에누 리브스가 뮤비에 등장하는 바로 그 노래요.

무해한모리군 2010-02-0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신한카드 만들까봐요 휴 --
아니야 아니야 난 재고소진중이잖아~~

다락방 2010-02-01 11:4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래서 책 안살려구요. 재고소진에 힘쓰고자................

그래서 음반만 orz

Forgettable. 2010-02-0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바스탱크!!!!!!!!!!!!!!!!!!!!!!!!!!!!!!!!!!!!!!
새앨범이 나왔군요. 나 500데이즈오브써머 ost도 사야되는뎅?! 꺅꺅 >.< ㅋㅋㅋㅋㅋㅋ
저 지금 장바구니에 10만원 넘게 들어있어요. 지금 면세점 화장품도 잔뜩 질러놔서 일단 1일까지만 기다리자 했는데 그 1일이 오늘이군요 ㄷㄷㄷ

다락방 2010-02-01 11:47   좋아요 0 | URL
무려 2009년 4월에 나왔는데 대체 뭐하고 사느라 몰랐을까요? 아잉 몰라요. 오늘이 그 1일이네요. 어쩜 좋아요. 샤방샤방~ 지름신이 내려와요~

마늘빵 2010-02-0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독립 계획 세운 뒤로 책 한 권도 안 샀어요. 음반만 한 대여섯장?

다락방 2010-02-01 11:47   좋아요 0 | URL
난 오늘 음반 세장, 결심했어요!!

마법천자문 2010-02-0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달 1일에 신한카드 6프로 할인 이런 고급정보는 어디서 얻으시는 건가요? 알라딘에 스파이라도 심어두셨나요?

다락방 2010-02-01 11:46   좋아요 0 | URL
에, 그러니까 예전에 마노아님으로부터 정보를 얻었고..마노아님도 어디로부터 그 정보를 들으신 것 같은데...하핫.
그런데 중요한건, 신한카드 싸이트를 통해서 알라딘에 접속해야 한다는 거에요.

야클 2010-02-0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삼촌들이 소시의 음악 자체에 열광한다고 생각하시는건....^^

다락방 2010-02-01 11:44   좋아요 0 | URL
아, 야클님. ㅎㅎ 그런건 아니지만 이번곡은 너무 심한게 아닌가 싶어서요. ㅎㅎ
그쵸, 음악 자체에 열광하는건 아니겠죠. 에, 그 [소원을 말해봐]도 퍼포먼스 보기전, 노래만 들었을 때는 뭥미? 했었거든요, 저는. 막상 퍼포먼스를 보니 눈이 부셨지만 말입니다.

무스탕 2010-02-0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한카드는 신랑이 들고다니며 쓰고 난 현대카드를 쓰는데 매달 1일엔 집에 놓고가라 그래야 겠어요.
들을때마다 약오르네...;;

다락방 2010-02-01 11:45   좋아요 0 | URL
에, 카드번호랑 cvc 번호, 유효기간 같은것만 어디에 메모해 두시면 매달 1일마다 두고 가라고 하진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그냥 보고 결재하면 될 뿐. 두둥~ ㅎㅎ

L.SHIN 2010-02-0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다락님한테 관심있는 남자가 나타나면 꼭, '후바스탱크의 I'm not a perfect person'을
부르라고 귀띰해줘야겠군요.(웃음)

아 놔, MV 괜히 봤어요. 핫도그가 먹고 싶어지잖아! ㅜ_ㅡ (아,,오늘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구나..)

다락방 2010-02-01 23:40   좋아요 0 | URL
L.SHIN님. 바로 맞습니다, 네, 그렇게 조언해주셔야 하는겁니다! 그러나 전 아직까지도 이노래를 근사하게 부르는 사람을 못봤어요. 역시 후바스탱크 노래는 후바스탱크만 불러야 하는건지.

그래서 햄버거는 맛있게 드셨습니까? 후훗

개인주의 2010-02-0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드사통한쇼핑할인.
듣고도 멍.. 하다가 그냥 접속해서 결제하고 그러는 바보짓을 계속 했어요.
맹렬히 지를때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할인과 포인트..-_-
여기 그 영화권할인도 본인만가능한 줄 알고 계속 날려버리다가 서재들락거리며 아. 남도 쓸 수 있구나 알아내거있죠.;


다락방 2010-02-01 23:41   좋아요 0 | URL
저도 꽤 늦게 알았답니다. 알고 나서는 아, 나는 원래 신한카드만 이용하는데 그간 한 모든짓이 대체 뭔짓이야, 싶었답니다.
이제라도 이용할건 이용하며 지르세요, 스누피님. 보니깐 책도 많이 사시던데 말입니다!!

BRINY 2010-02-0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일을 기다리다가, 혹시나 그 새에 팔려버릴까봐 소심한 마음에 중고도서를 주문하는 바람에 그냥 참고 기다리는 1일입니다.

다락방 2010-02-01 23:42   좋아요 0 | URL
아이쿠! 우린 모두 저마다의 사정이 있지요.
조금 더 참아보세요, BRINY님!
화이팅! :)

치니 2010-02-0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신일의 곡들은 영화 속에서는 분명 괜찮았는데, 막상 앨범을 사게까지 만들지 못하는 (어찌 보면 치명적인 단점)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뭐랄까, 왠지 질릴 거 같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들어요, 저는.
아무튼 다락방님의 후바스탱크 곡들은 지금 (사무실이라) 들어보지 못해서 답답. 요즘 듣고 또 들어도 너무 좋은 그런 음악이 완전 땡기는데 말여요.

다락방 2010-02-01 23:43   좋아요 0 | URL
아, 나의 은인 치니님!
저 결재하는 중간에 업무상 전화가 왔고, 그렇게 메일을 확인하다가, 치니님의 이 댓글을 읽었어요. 그래서 결재하던 과정을 다시 처음으로 돌려서 김신일의 앨범은 빼버렸지요. 오옷, 만원 굳었어요. 고마워요, 치니님. 안그래도 망설이다가 지르려던 거였는데!! 치니님은 나의 은인 ♡

메르헨 2010-02-0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을 즐기고 싶어요.
내 귀는 이미 몇년전에 멈춘 느낌이에요.
하루 종일 뉴스만 위윙거리고...흠...

다락방 2010-02-01 23:4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라디오 들으면서 일하고 싶어요. 다른부서에 근무했을때는 가능했는데 지금 근무하는 곳은 들었다가는 낭패라 ㅠㅠ

순오기 2010-02-0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분명 다음블로거특종을 먹을 페이퍼인데...^^
스티븐 킹, 고등어는 이미 있으니 됐고, 그나마 음악엔 관심두지 않으니 지름신을 묶어놔도 되겠네요.^^

다락방 2010-02-01 23:4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지름신을 묶어 놓을수만 있다면, 그럴수만 있다면, 묶어놓으세요! 그게 남는겁니다. 후훗.

마녀고양이 2010-02-01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본 책 중에 하나가 <유혹하는 글쓰기>였습니다. 스티븐 킹님의 일상사와 곁들여 잔잔한 수필같은 책이었는데, 맘에 들더군여~ 이러면 더 사고 싶으실라나... 호홋

다락방 2010-02-01 23:45   좋아요 0 | URL
음....알라딘 앨범 지름은 오전에 마쳤는데.......교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화상품권을 등록해둔게 있어요......음.......역시 2월엔 유혹하는 글쓰기를, 인가요. 아, 이를 어째야하나.. ( '')

2010-02-02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2-03 08:43   좋아요 0 | URL
와 고맙습니다. 헤헷 :)

2010-02-04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6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헤스티아 2010-02-0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는 너무 금방 1일이 지나가버렸어요. 결혼하고 신혼집에 온지 일주일만에 저를 필요로 하는 급한 직장이 생겨서~ 물론 2월까지 하는거지만.. 바쁘게 가버렸네요. 으 이런..
근데 저도 재고소진중이예요. ^^ 재고소진도 하고 근처 도서관에 회원증도 만들어서 바리데기, 가고일1,2 , 개를위한 스테이크 이렇게 4권 빌려다 두었는데 과연 반납일 안에 읽을지...
오늘과 내일은 주말이니 읽어보겠지만 결혼하고나니 주부에게서 독서란 .. 처녀때보다는 사치와 게으름 으로 비춰지네요~ ㅎㅎ 그만큼 다른 할일들이 저를 가만히 두질 않아요. 그래서 새삼 알라딘의 주부이신 많은 독서가들이 대단하게 보였어요 ^^
에고 또 주절거리네요 ㅎㅎ 암튼 결론은 책을 열심히 읽겠다 이 말이죠~
다락방님도 재고소진에 화이팅~화이팅~! 입니다 ^^

다락방 2010-02-06 21:59   좋아요 0 | URL
헤스티아님의 응원에 힘입어 재고소진에 아주 매달려봐야 겠어요. ㅎㅎ

아이 참 벌써 토요일이 다 지나가버리고 있어요. 이걸 잡을 방법이 없을까요? 월요일이 오는건 싫은데 말이죠. 어휴...

어쨌든 우리 재고소진 화이팅이에요. ㅎㅎ
 

어릴적, 그러니까 아주 어릴적에. 나는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스타킹 훔쳐보기]를 읽으면서 크게 감동받았는데(감동받을만한 대단한 문학작품은 아닌데 그저 나 혼자 그랬다는거임), 그 시리즈둘 중에 가장 좋아하는건 뭐니뭐니해도 '할'과 '로라'가 등장하는 '센트럴파크'신이다. 그들은 뜨겁게(!) 사랑했고,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뭐 어찌어찌하여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센트럴파크에서 우연히! 재회하게 된다. 그 둘다 그곳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이 행복했음을 기억하기 때문이고, 그 둘다 그 장소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연은 어쩌면 필연으로 만들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그 때부터 센트럴파크는 내가 죽기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 되었다. 어딘가에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혹은 희망.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우연. 그것이 사랑이 가져다주는 숱한 신비함 중의 하나가 아닐까. 

오만년만에 센트럴파크 재회신을 떠올리게 된건, 영화 [500일의 썸머]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이별후에 우연히, 아니지, 사실은 그곳에 가면 그를 볼 수 있다는 기대로, 둘이 자주 갔던 장소에서 마주치게 된다. 

"여기에 오면 널 볼 수 있을줄 알았어." 



 

내겐 이런 장소가 없다. 그러니까 고기를 먹을때도 내 생각을 할 수 있을테고, 소주를 마실때도 내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러니까 어떤 음악이 길에서 들려와도 나를 떠올릴 수 있고, 어떤 책을 봐도 나를 떠올릴 수는 있겠지만, 거기에 가면 그녀를 볼 수 있지, 하는 곳이 내게는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 역시 '그곳에 가면 그를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장소라고는 단 한군데도 없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한 장소에 대해 얘기하는 것, 그 장소에 대해 둘이 함께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아 보인다. 그런데 어제 본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에서도 이런 대화가 나온다. 

"둘은 뉴욕에 대해 얘기하면서 함께 웃더군요. 그건 둘이 서로에게 아직도 정이 남아있다는 거에요." 



이 영화속의 모건부부는 와이오밍의 레이에서는 뉴욕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웃을 수 있었고, 뉴욕으로 돌아와서는 와이오밍의 레이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함께 추억할 수 있다. 

 

때때로,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기면, 만약 그런일이 생기면 아주 많은 것들을 묻고 싶어진다.  (차마 묻지 못하기도 하고, 결국 묻지 못하기도 하지만.)

당신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요? 주로 몇시에 자요? 자면서는 꿈을 꾸나요? 배고프면 신경질이 나는 쪽인가요? 나는 그래요.  자고 있는데 전화로 깨우면 신경질나요? 나는 화 안내고 잘 받아요. 어떤 음식을 좋아하나요? 어떤 배우를 좋아해요? 어떤 영화를 좋아해요? 자주 가는 장소가 있어요? 어디를 좋아해요? 그리고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Brandi Carlile' 의 새 앨범을 샀다. 지난번 [The Story]앨범처럼 역시나 이번 앨범도 알라딘에 없어서 해외주문했다. [The Story]처럼 이 앨범이 막 좋지는 않다. 그 앨범은 정말 최고였는데! 몇날 며칠을 계속해서 들었다고!! 그런데 이번 앨범의 이 노래, 『Pride and Joy』를 듣는데, 이 노래의 초반이 지나가는 무렵, 'Where are you now?'가 유독 귀에 쏙쏙 들어온다. 어쩐지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크게 외치는 그녀의 Where are you now? 

 

지금이 오후라서 다행이다. 밤이 아니라서. 어젯밤 이 페이퍼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센트럴파크에 있는 내 사진을 올릴뻔 했고, 어젯밤 이 페이퍼를 쓰면서는 '어설픈 밤의 용기'로 어줍잖은 문자메세지를 보낼뻔도 했다. 그러니 이 페이퍼를 다음날인 오늘 오후에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지금이 일요일 오후인 것은 불행. ㅠㅠ

그리고 나는 알고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라고 묻는 건 달콤한 시작이 될 수도 있지만, "넌 대체 지난밤에 어디서 잔거야?" 라고 물으면 그 사랑은 결국 지저분한 집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사라 코너'의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을 듣노라면 가슴이 찢어지잖아. 

 

 


댓글(20) 먼댓글(1)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SHIN 2010-01-3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sync 의 This I promis you 를 듣다가, 저 두 여인의 음악을 듣기 위해 껐어요.
나는 듣고 있던 음악의 흐름이 끊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죠. 그럼에도 끊을 수 있었던 것은 다락님의
페이퍼가, 그래요, 이번에도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랍니다.(웃음)

나는 배고프면 짜증나고 머리가 아파요. 뇌에 당분 공급이 안 되면 뇌가 아주 지랄하죠.-_-
나는 잘 때 전화하면 짜증나요. 그럴 때면 비몽사몽에도 상대에게 친절히 야단을 쳐주죠.
"지금이 몇 시고? ㅡ.,ㅡ"

다락방 2010-02-01 09:10   좋아요 0 | URL
들어보니 어떻든가요, L.SHIN님? 두번째 노래는 취향이 아니지 않던가요? 후훗

제 여동생도 잘 때 전화하면 아주 신경질을 내요. 그리고 전 항상 잘 때 전화를 하죠. 그렇지만..그렇지만..제 여동생은 허구헌날 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L.SHIN 2010-02-01 12:01   좋아요 0 | URL
네..좀..(정곡을 찔려서 허걱했습니다, 웃음)

동생분에게 한 마디 외쳐보시는 건..
"니 안 자는 시간이 도대체 몇 시고!!" ( -_-)ㅋㅋ

pjy 2010-01-3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은 직시해야되지만..그래도 넘 잔인한걸~~~~ 누구나 언젠간 마흔이 된답니다ㅋ 몇년째 자주 가는 커피숍이 있는데 약간 식상하지만, 친구들과 약속할때 참 편리하고 오래 기달려도 덜 어색합니다..그리고 창경궁에 자주 가는데 언제가도 항상 색다릅니다. 이게 자연의 힘이겠지요^^

다락방 2010-02-01 09:12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저는 이제껏 살면서 왜 창경궁이나 경복궁에 가질 않았을까요? 서울에 살면서도 그랬네요. 흐음...그렇지만 저는 올림픽공원은 자주 가요. 올림픽공원도 참 좋아요. 갈 때마다 좋다고 생각해요.
:)

... 2010-01-31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란 제목을 가진 노래중에 지존은 너바나가 mtv공연때 unplugged로 부른 것이랍니다. 듣고 나면 기력이 쇠해져요. 힘이 다 빠져 나가서. 비슷하게 찌질한 종류로는 리알토가 부른 Monday Morning 5:19인데, 이건 제가 곧 올려드리죠. 제 서재에 와서 들어보세요~ 좀 있다가. 가사는 정말 지저분한 집착의 절정인데 갑자기 저도 듣고 싶어졌어요.

아, 그리고 500일의 썸머를 다시 생각해보다가 갑자기 떠오른, 이별한 유명커플도 막 생각이 나네요(이것도 페이퍼쓰면 대박인데-- 내 생각으로) 어떻게 그렇게 하고 헤어질수가 있어? 배신이야, 배신. 뭐 이런 생각이 드는 커플.

다락방 2010-02-01 09:1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브론테님~ 며칠간 너무 바빴던 거에요? 왜 며칠간 안보였어요? 네? 보고싶었잖아요. ㅜㅡ

이별한 유명커플은 누구에요, 누구? 페이퍼 써줘요, 써줘요! 궁금해요! 그리고 리알토의 먼데이모닝은 찌질하지만 가슴아프고 암튼 막 절절하고 좋아요. ㅜㅡ

그나저나 저는 먼데이모닝에 구미호가 되는 꿈을꿨어요. 어쩔라고. orz

마늘빵 2010-01-3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저게 내가 가지고 있는 브랜디 칼라일 2집 음반이 맞나요? 아님 3집인가? 내가 두 개 가지고 있는데. 음음.

그나저나 저 썸머는 참 못됐어요. 썸머 같은 아이는 싫어욧.

다락방 2010-02-01 09:08   좋아요 0 | URL
아, 제가 보기엔 말이죠, 아프락사스님.

[The Story]가 1집, [Give and the Ghost]가 2집인 것 같습니다. 수입음반 해외주문 하는 싸이트에도 이렇게 두개밖에 안 뜨거든요. [The Story]앨범이 훨씬 좋지 않나요? 전 그 앨범 완전 사랑해요!

다락방 2010-02-01 09:15   좋아요 0 | URL
아 그리고 아프락사스님.

저는 이 영화 보고 썸머는 나쁜뇬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아서 참 놀랐어요. 뭐랄까, 저는 썸머같은 여자 혹은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가슴이 아프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썸머가 딱히 못됐다거나 하는쪽으로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여자든 남자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썸머가 나쁘대요!!

난 나쁘다는 생각 안들던데 말이죠.

마늘빵 2010-02-01 10:59   좋아요 0 | URL
썸머는 나빠요. -_- 이미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메세지를 끊임없이 보내니까요. 남자는 이미 관계 안으로 들어왔고, 썸머도 관계 안에 들어왔는데, 남자는 관계 맺는다 생각하고, 썸머는 관계 맺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건 뭐에요. -_- 썸머 같은 여자는 싫어욧! 이건 사귀는 건지, 그냥 섹스 파트너인지도 불분명하고. 어정쩡해요. 그냥 "우리 섹스 파트너 하자" 이렇게 명확히 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봐요. 나쁜 썸머!

다락방 2010-02-01 11:51   좋아요 0 | URL
아 아프락사스님. 아프님은 썸머 욕하는데 왜 나는 아프님이 웃긴걸까요? 네? 뭐랄까...아프님의 절절한 사연이 댓글 한줄한줄마다 꾹꾹 눌러담겨져 있는것 같아요.

그런데 왜 웃음이 날까요. 나도 같이 아파해줘야 하는건데. 아, 이게 뭐지 ㅠㅠ

뷰리풀말미잘 2010-01-3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론테님이 말씀하신 너바나의 곡입니다.

... 2010-01-31 23: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 와 이건 자막도 나오네요~ 그리고 좀 더 길어요. 나도 싸인 받을 줄 아는데.

다락방 2010-02-01 09:16   좋아요 0 | URL
저는 안그래도 사라 코너의 이 노래를 찾는데 밑으로 주루룩 너바나의 노래만 떠서 어엇, 이런 노래가 있었어? 했었답니다. 사라 코너는 말이죠 이 노래에서 막 그래요. 난 너한테 내 모든 돈을 줬어. 근데 넌 어젯밤에 어디서 잔거야? 아, 사랑은 비극이어라~

다락방 2010-02-01 09:19   좋아요 0 | URL
입술 얇은 남자 싫어라 하는데 이 남자 멋져요. ♡.♡

Forgettable. 2010-02-0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헤어진다면 난 우리가 만났던 나라로 다시 여행을 갈거야. 만약 너도 내가 그립다면 그곳으로 와. 그러면 내가 도시마다 우리가 함께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에 내 흔적을 남겨둘게. 그걸 보고 날 따라와. 그럼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

란 말을 들었던 적은 있네요. ㅎㅎㅎ 아우, 당시엔 무지 로맨틱했었는데 :)

다락방 2010-02-01 13:42   좋아요 0 | URL
뽀게터블님, 저는 제3자의 입장에서 들어도 로맨틱한데요!

로맨틱한 말은 사실 굉장히 흔해빠졌으면서도 내가 눈앞에서 들을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이렇게 로맨틱한 말들을 들어두었다면 잘 기억해두세요. 일기장에 잘 적어두시구요. 지금 여기에 적어주신 이 말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는 듣기 힘든 말일테니까요.

비로그인 2010-02-1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신 글과는 상관 없지만. 저 자칭 너바나 광팬인데요~(커트 코베인 ㅠㅠ) 다시 보니 정말 반갑네요 ㅎ 퇴근 무렵 저도 한곡 전해드립니다. (오늘 댓글 덕분에 눈 구경이 더 좋았습니다 ^^)


다락방 2010-02-11 18:20   좋아요 0 | URL
에- 바람결님.

저는 평소에도 사무실에서 막 자고 그러는 사람은 아닙니다! 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오늘은..오늘은...정말 너무 졸려서 그랬습니다!! ㅎㅎ

그나저나 바람결님이 좋아하는 음악취향은 꽤 다양하군요.
:)
 

오늘 아침에 받아본 경향신문을 펼쳐보기 전, 나는 좀 침울해져있었고, 좀 우울해 있었다. 어제 생겼던 기분 나쁜 감정들이 채 사그라들질 않았었고, 그래서 여전히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었는데, [체호프 단편선]이 경향 1면에 있다. 신문을 읽을때 내가 가장 먼저 읽는 '책 읽는 경향'  

 

오늘 책 읽는 경향에 실린 글 (출처:경향신문  작성: 사계절 아동청소년문학팀 편집자 김태형)  



 

진부함을 망각한 현실이 두렵다 

 

 

되돌아 보면 2009년은 꽤나 진부한 한 해였다. 그래서 무서웠다. 하지만 공포를 느끼기엔 우리 각자의 삶이 너무나도 지난했다. 진부하지만 그럴 듯해 보이는 변명이었다. 체호프가 세상을 떠난 뒤 100년이 흘렀지만, 공포는 여전히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어쩌면 그런 사실조차 잊어버린 오늘날의 현실이 우리가 직면한 '공포'의 실체는 아닐까.  

 

   
 

"정확히 뭐가 무서운 겁니까?" 내가 물었다.  

"모든 것이 무서워요. 나는 천성이 심오한 인간이 못 되는지라 저승 세계니 인류의 운명이니 하는 문제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요. 뜬구름 잡는 일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다는 얘깁니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진부함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내 행동들 중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려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전율하게 만들어요. 생활 환경과 교육이 나를 견고한 거짓의 울타리 안에 가두어놓았다는 걸 나는 압니다. (중략)내 생각에 우리는 아는 것이 거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일 실수를 저지르고 옳지 못한 짓을 하며 서로 비방하고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겁니다. 사는 데 방해만 되는 불필요하고 시시한 짓거리들에 우리는 자신의 힘을 소진합니다. 이것이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일이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단편 '공포'중에서. 20-21쪽) 

 
   

 

어제의 내가 그랬다. 내가 하는 모든 짓거리들이 시시하다고 여겨졌고, 이런일로 내가 왜 힘을 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이 모든것들이 대체 누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제 내가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은 '더럽다'였다. 정말이지 더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10-01-2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생겼던 묵은 감정, 오늘 싸악 처리하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재밌는 영화나 신나는 음악(심지어 미카의 음악도)도 위로가 안 되려나 ?

다락방 2010-01-29 17:45   좋아요 0 | URL
어제 생겼던 감정은 이제 거의 사라졌는데, 이젠 배가 고프네요. 흐흐
네, 내일은 신나게 보내봐야죠. 기억의집님도 신나는 주말 보내세요!! :D

레와 2010-01-29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과 나에게

'다 지나가리..'



다락방 2010-01-29 17:46   좋아요 0 | URL
다 지나가리 다 지나가리 다 지나가리 다 지나가리
그리고 가슴에 사랑만 차오르리. (응?)

비로그인 2010-01-2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확히 단편의 저 부분은 저도 어딘가에 옮겨 놓았던 적이 있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저는 뭔가 강령적인 말들이 들리는 듯한 상황에서 저 부분이 생각났던 것 같습니다.

반가운 마음이라고 하긴 약간 어둡지만,,살짝,, 몰래 보고 가려다가 흔적 남깁니다~ (첨댓글이네요^^)


다락방 2010-01-29 17:4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바람결님.
그래서 책을 인용하는게 즐거운 것 같아요. 그냥 가시려던 분도 잠깐 멈칫하게 만드니 말이죠. 헤헷.
반갑습니다. 종종 뵐게요! :)

무해한모리군 2010-01-2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짜증나 였어요.
그래도 오늘은 틀림없이 좋은 일 이~~~~~~~~~따만큼 생길거예요..

다락방님.. 위로하자면 저는 기분전환한다고 빠마했다가 밖에 못나갈 처지예요 --;;

다락방 2010-01-29 17:47   좋아요 0 | URL
음...저도 머리를 어떻게 좀 해볼까요?

(아님..성형수슬을 하든지. 킁킁)

치니 2010-01-2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요새 힘든 일들이 많은가봐요. 에공.
하지만 체홉의 저 글은 동병상련으로 약간의 위로를 주기도 하네요. :)

다락방 2010-01-29 17:51   좋아요 0 | URL
힘든 일이라기 보다는, 그냥 좀 사소하게 마음에 안드는 것들, 거슬리는 것들이 생기네요. 어휴..
이런걸 의연하게 훅, 넘겨버려야 하는데 제가 의외로 소심한 것 같아요. 아니, 대놓고 소심한가..제가 가장 싫어하는 성격중의 한 부분이에요. 이런 사소한 것들에 신경쓰고 집착하는거요.

그런데 치니님, 퍼스나콘은 누구에요? 진정 꽃미남인데요!!

아, 가슴속에 한가득 사랑과 또 한가득 시름이 서로 투닥투닥 싸우고 있어요. 머리가 터질것 같네요.

치니 2010-01-30 11:58   좋아요 0 | URL
임주환, 탐나는 도다에 나왔던 그 분이죠! 에헤헤.

다락방 2010-01-31 00:23   좋아요 0 | URL
아, 그 사람일거라고 짐작은 했는데 제가 그분을 모르니 사진만으로는 알아보질 못했네요. ㅎㅎ

blanca 2010-02-0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러니 체호프를 안이뻐할 수가 없네요. 살만하다가도 기분 확 나빠지고 그게 인생인 것 같아요. 그 때는 킹 아저씨를 ㅋㅋㅋ 이러니 무슨 전도사 같네요. 다락방님도 어여 기분이 확 업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아 놔, 체호프 단편선 저거 또 지르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0-02-01 23:47   좋아요 0 | URL
네, 그러게요. 살만하다가도 기분 확 나빠지고, 나빴다가도 다시 살만해지기도 하고 그런건가 봅니다. 왜 제게 모두들 킹아저씨를 지르라고 하는걸까요. 아~ 매정한 사람들. 흑흑 ㅜㅡ

체호프 단편선은 모두들 최고라고 하던데요!!
 

어제.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중에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곧 떨어질 것만 같아서 지하철의 천장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았다. 여기는 사람들 가득한 지하철 안이니 나는 그 눈물을 떨구어 내고 싶지 않아. 절망과 좌절을 가득 안고 집에 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로 기절한채 자리라고 마음먹었다가, 

일전에 아주 힘들었던 날에, '정미경'의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를 읽고 좀 진정되는 마음을 느꼈던 경험이 떠올라서 나는 『필경사 바틀비』를 꺼내들었다. 피츠제럴드, 피츠제럴드라면 내 기분은 조금 나아질 수 있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꺼내들고 피츠제럴드의 단편을 폈다.제목은 『겨울 꿈』   

 

 

 

 

 

 

 

피츠제럴드는 어제 내가 못생긴 여자의 슬픔에 대해 얘기하는 페이퍼를 쓴걸 비웃었다. 너 그런거 썼지? 이제 예쁜 여자 얘기를 들어봐,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일을 이렇게 만든 것은 열한살짜리 작은 소녀였다. 몇년 뒤에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워져 숱한 남자들한테 끝없는 비참함을 안겨줄 숙명을 타고난 작은 여자애들이 그렇듯이 그녀는 굉장히 밉상이었다. 그러나 생기가 불꽃처럼 번득였다. 미소를 지을 때 두 입술을 입 가장자리 아래쪽으로 비트는 방식이라든지 그리고-맙소사!- 열정적이라고 할 만한 두 눈에 전반적으로 불경함이 깃들어 있었다. 이런 여자들에게 삶의 활력이란 일찍 나타나는 법이다. 그 활력이 지금 너무 역력하여, 그녀의 가냘픈 체구를 통해 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P,275)

 
 

 

 

특정한 사람의 마음을 언제나 뒤흔드는 미소도,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눈동자도, 바늘로 톡 찔러서 굵은 피를 툭 떨어뜨리게 만들고 싶은 입술도, 키스할때는 너무나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게 생각되어지는 아주아주 높은 콧대도, 나는 갖고 싶지만 어느것 하나 갖추고 있지 못한데, 이 책속의 열한살짜리 작은 소녀는 이미 그걸 가지고 있고, 자기의 미소가 가져오는 효과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순간 그 소녀를 본 소년의 '꿈'이 된다.  

이 책에서 이미 말했던바와 같이 그녀는 아주 아름다운 여성으로 성장하고, 숱한 남자들을 좌절과 절망에 빠뜨린다. 

   
 

열한살 때 그녀의 열정적인 눈과 아래쪽으로 말리는 입을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했던 과장기와 수척한 느낌이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눈에 띄게 아름다웠다. 두 뺨의 홍조는 그림속의 홍조처럼 뺨 가운데 집중되어 있었다. 그것은 '좋은 혈색'에서가 아니라 수시로 변하는 열기에서 생겨난 것으로 아주 옅어서 금방이라도 엷어져 사라질 것만 같았다. 이런 홍조와 입놀림은 줄곧 거침없는 흐름, 강렬한 생기, 열정적인 활력의 인상을 주었는데, 부분적으로나마 균형을 맞추는 것은 슬픈 듯 고혹적인 두 눈뿐이었다.(pp.281-282) 

 
   

그녀는 그의 꿈이고, 그녀는 또다른 모든 남자들의 꿈이다.  

 

나는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읽으면서 언제나 결말을 궁금해하곤 한다. 그것도 단편을 읽으면서. 그는 아름다운 사랑을 외치지도 않고 행복한 삶에 대해서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대체 이렇게 예쁜여자와, 그여자를 꿈꾸는 남자에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스포일러성, 그리고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의 결말중 내 마음에 쏙 드는 한줄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꿈이 사라진 것이었다.(p.305)  

 

지난밤에 나도 꿈을 꾸었고 그 꿈이 너무 슬퍼서 꿈에서 계속 울었다. 꿈에서 울었기 때문일까, 아침에 일어나니 좀 살만해졌다. 출근하는 길에는 걸으면서 MIKA 의 'We are golden'을 듣느라 뒤따라 오는 동료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잘 듣지 못했고,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어제 친구가 보내준 커피를 마셔보고자 봉지를 뜯었다. 아, 그런데 향이 무척 좋았다. 다른 직원에게 이거 향 좀 맡아봐요, 하고 코에 대주었다. 그러자 그 직원이 와, 대박이에요! 한다. 향이 좋은 커피가 사람의 기분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니, 놀랍다. 그러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란 인간은 사소한 걸로 눈물을 흘리면서 또 사소한 걸로 마음이 풀어지기도 하는구나.  

아니,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신경쓰는건 모두 사소한거겠지. 나만 그런건 아닐거야. 

 

못생긴 여자는 슬프고 힘들고, 예쁜 여자는 언젠가 그 빛을 잃는다면, 결국 외모는 그다지 중요한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고 한 11초쯤 생각했다.

 


댓글(43)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0-01-27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백하건데,
내가 다락방에게 반했던건 다락방의 예쁜 외모 때문만은 아니였어요.
맛깔나는 언어구사력과 탐나는 글빨 때문에 예쁜 외모가 돋보였다는!
게다가 삼겹살과 소주를 사랑하잖아!!


저 사진속의 졸리가 아무리 아름다운들 마주앉아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수 없다면, 나가리지요. ㅎㅎ

그러니깐 내 코멘트의 요지는 삼겹살과 소주요.

다락방 2010-01-27 13:37   좋아요 0 | URL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수 없다면 나가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완전 미치게 좋은 댓글이에요.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수 없다면 나가리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수 없다면 나가리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수 없다면 나가리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수 없다면 나가리

2010-01-27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7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10-01-27 14:41   좋아요 0 | URL
나도나도 (뭐가?)

다락방 2010-01-27 18:17   좋아요 0 | URL
아프님. 알았어요 알았어. 삼겹살에 소주소주!! 됐죠? ㅎㅎ

Mephistopheles 2010-01-27 20:19   좋아요 0 | URL
그 중에 1인분은 항정살로 부탁합니다.

다락방 2010-01-27 23:52   좋아요 0 | URL
아~ 고기 섞어 먹으면 안되는데...술은 섞어 마셔도 고기를 섞어 먹으면 그 맛이 떨어지는데...이를 어쩐담....뭐, 판 갈고 딱 1인분만 먹도록 하지요. 지화자, 얼쑤~

2010-01-27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7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7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7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1-2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보니 역시 다락방님은 예쁘군요. 저는 저 대문 사진을 보며 항상 생각했드랬죠. 이 서재의 주인장도 안젤리나 졸리처럼 이쁠까? 이쁠거야. 암, 그렇게요. 예쁜 여자는 젊을 때야 찬란하지만 나이들면서 슬퍼지고 못생긴 여자는 젊을 때 조금 슬프지만 나이들면서는 더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저의 궤변 ㅋㅋㅋ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못생긴 여자는 정말 너무 불쌍하다는 콜필드의 얘기를 읽으면서 뿜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락방 2010-01-27 18:12   좋아요 0 | URL
제가 졸리처럼 예뻤다면 졸리 사진 대신 제 사진을 쓰지 않았을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콜필드는, 여자가 예쁘게 하고 오느라 약속 시간에 늦는건 정말 괜찮다고, 화를 낼 수가 없다고도 얘기하지요. 그래서 저는 항상 약속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머큐리 2010-01-2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는 다락방님이 이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말이죠... ( ")

다락방 2010-01-27 18:09   좋아요 0 | URL
음..아무래도 다락방 음해세력이 퍼져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을 어서 떠야겠어요. 불끈!

머큐리 2010-01-28 08:34   좋아요 0 | URL
아~ 그분이 음해세력이었군요...제가 정의의 심판을 내리겠습니다...
"다락방님이 그러는데...다락방님이 예쁘다는 건 그분을 음해하는 거야 그러니까 아름답다(응?)고 해!!"ㅋㅋ

다락방 2010-01-28 08:36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대체 어느분한테 들으신걸까요. 머큐리님과 왕래하시는 분중에 절 만난 분은 별로 없는듯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가깝게 지내지 마세요. 음해세력음해세력음해세력음해세력이에요 ㅎㅎㅎ

2010-01-28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8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9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9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1-2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므로 남는 것은 남자의 미모.

다락방 2010-01-27 18:11   좋아요 0 | URL
남자의 미모는 남자의 모든것!

마녀고양이 2010-01-27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들이 너무 맛갈나네요... ^^ 그런데 다들 다락방님 이쁘시다는데 그런 분이 이렇게 슬퍼하시면,, 진짜 못생긴 저는 어쩌라고.. ㅠㅠ.. 아자아자!

다락방 2010-01-27 18:11   좋아요 0 | URL
에..사람들이 저한테 대놓고 '맞아요, 당신은 못생겼어요'라고 할 수는 없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런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흑.

눈이 왔어요. 오늘부터 다이어트 할라고 했는데 눈이 오니까 훈제연어도 생각나고 카레도 생각나고 갈비도 생각나고 소주도 생각나고 그러네요. 이를 어째야할지..orz

메르헨 2010-01-27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와님 답변 완전 멋진걸요.^^ 나가리!!!

다락방 2010-01-27 18: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ㅎㅎㅎ
그렇지만 졸리도 삼겹살과 소주를 좋아할지도 모르는데요!!

hnine 2010-01-2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꿈'이로군요.
다락방님의 이 글로 다시 들춰보게 합니다.
외모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동안엔 정말 중요한 그 무엇이 되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하면 중요하지 않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우리의 생각의 선택에 달린 것이지요.
좋은 커피향 하나에도 기분이 확 달라질 수 있는 건 저와 비슷하시네요 ^^

다락방 2010-01-27 23:54   좋아요 0 | URL
음, 저는 제가 커피향이 좋다고 기분이 달라지는 사람인줄 몰랐었어요. 오늘 아침까지는 말이죠. 그런데 좋은 커피향을 맡으니 정말 좀 나아지는 거에요! 그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구요.

사실 제가 정말 많이 좋아한 사람중에는 꽃미모가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인생은 그런건가봐요.

Mephistopheles 2010-01-27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파스타에서 이선균의 뒷통수를 친 이하늬가 중얼거린 독백이 생각나요.
(이태리 유학 중 1등에게 무료교육 코스가 보장된 콘테스트에서 이선균 음식을 몰래 망쳐버리고 1등을 했죠.)
"난 단지 실수를 한 것 뿐이야...실수..."
그러면서 이선균 앞에 나타나 "안녕! 보고 싶었어! 오래간만" 이러고 있으니...
(이쁘지만 않았다면 진짜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2초 났더랬습니다.)

다락방 2010-01-27 23:54   좋아요 0 | URL
아이쿠야! 저였다면 발길질 당했겠네요!

음, 역시 저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불끈!!

글샘 2010-01-2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씨... 나쁜 사람들... ㅠㅜ
배부르게 저녁 먹었는데, 할 수 없이... (핑계없는 무덤 없답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러 나가야잖아욧!
책임지셈~

다락방 2010-01-27 23:55   좋아요 0 | URL
전 어제 삼겹살에 소주 먹었지롱요~ 후후후후훗
아~ 정말이지 삼겹살에는 소주가 최고, 소주에는 삼겹살이 최고~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만 편지에요.

다락방 2010-01-2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상하다. 왜 브론테님이 안오시지? ㅜㅡ

기억의집 2010-01-2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뎅과 함께 사케 한잔!

이쁘다는 것은 축복인 것 같아요. 근데 이상해요. 갑자기 왜 다락방님이 아래 페이퍼부터 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왜요?왜요?왜요?

다락방님 제 생각에는 이쁜 여자는 드물다고 봐요. 드무니깐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이 되겠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이쁜 여자여서 좋아하기보다는
뭔가 다른 이유로 끌리는 경우가 더 많더라구요. 외모가 아닌 다른 매력이요.
다락방님한테(본인이 안 이쁘다고 우겨서, 언젠가 한번 확인을 위해 소주 아니 맥주한번 마셔야하는데...)
뭔가 사람을 확 휘어잡는 다른 매력이 확실히 있어요.정말 정말 정말 다락방님은 매력적인 걸~~요!

다락방 2010-01-28 09:33   좋아요 0 | URL
아, 그러게요 기억의집님. 저 갑자기 왜이러죠? 하하하하하하하하 뭔가 되게 쑥스러운데요!

네, 저도 다른 이유로 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실제로 제가 사랑했던 남자 중에는 참말이지 볼때마다 더 못생겨지는 남자도 있었으니깐요. 보면 놀라는 거에요. 헉, 이렇게 못생겼었나? 지난번보다 더 못생겨졌는데? 하면서요. 그런데 그 본 순간을 제외하면 또 막 좋은거죠. 그리고 못생겼다는걸 인식도 못하게 되고요.
그나저나 기억의집님이 저한테 칭찬을 한아름 해주시니, 제가 초절정섹시재벌남을 만나게 되면 책 오백권쯤 사드릴게요. 후훗 :)

좋은날 2010-01-28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글 남겨요.. 저는 다락방님의 서재에 왔다가면
기분이 좋아져서 가거든요..
다락방님처럼 책도 많이 읽고 글 잘 쓰게 되는게
올해의 희망사항이자 꿈이랍니다.

다락방 2010-01-28 11:53   좋아요 0 | URL
좋은날님, 반갑습니다!
제 서재에 오셨다가 기분 좋아져서 가신다면, 와- 그처럼 좋은일이 또 있을까요! 고맙습니다.
게다가 칭찬까지. 헤헷.
앞으로 종종 뵐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L.SHIN 2010-01-2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촌이었었죠?
[죽음의 백세주] 번개 였던 날, 마지막에 도착하는 다락님을 마중하러 우리는 갔었습니다.
신촌에 있는 게 연세대인가... 그 학교 앞 신호등에서 저 멀리 서 있었던 다락님은 핑크색 니트와 스커트를
입고 있었던 거 같아요. 신호가 떨어지고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다락님이 얼마나 눈부셨는지 모르셨을 겁니다.
그 추억이 있은지 3년째로 들어가는군요. 다락님은 정말로 예뻤답니다.

다락방 2010-01-28 15:53   좋아요 0 | URL
아 죽음의 백세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날 집에 갔는데 택시비 없었던 기억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신 차려보니 택시안이고, 지갑 열어보니 천원한장 없고 남동생에게 전화해서 3만원만 들고 텨나와..이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서운 날이었어요, 무서운날. 대체 우리가 그날 비운 백세주는 몇병일까요? 대체 왜 그렇게 많이 먹었을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그게 벌써 3년이나 지난 일인가요!!!!

나이만 먹는군요. 휴.....

2010-02-23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3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손님과 어머니]로 유명한 '주요섭'의 작품중에 『추물(醜物)』이란게 있다. 이 작품속의 여자주인공은 언청이로 굉장한 추물이라 사람들의 놀림을 받는다. 그런 여자가 하루는 물장사와 관계를 가져 임신을 하게 되는데, 오죽하면 사람들은 저런 추물에게도 남자가 있구나, 하고 또 놀려댄다. 그런 놀림 속에서 여자는 반드시 예쁜 여자아이를 낳아 보란듯이 살아보겠다고 결심에 결심을 하는 것이다. 아! 그런데 운명이란 얼마나 잔인한가. 그녀는 바라던대로 딸을 낳았지만, 그 딸 역시 언청이었던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추물이 추물을 낳았구나!'라고 또 놀려댄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며 '저것이 자라나면 또 그러한 쓰라린 인생을 보내겠지.' 란 생각으로 그 아이를 죽일 생각도 했다가 그래도 크면 좀 인물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중학생때 이 작품을 읽다가, 이 작품이 전해주는 슬픔과 아픔과 잔인함과 비뚤어진 유머에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래서 그 당시에 이 작품을 두번이나 읽었고, 친구들에게도 만나기만 하면 혹시 이런 작품을 아느냐며 줄거리 얘기하기에 바빴다. 정말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내가 요즘 읽은 창비세계문학의 단편집 스페인,라틴아메리카편의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를 읽다보니, 이 주요섭의 [추물]이 생각나는 작품들이 몇개 있더라. 아프고 무섭고 슬프고 쓸쓸하고 잔인한 소설들.  



 

  

 

 

 

 

 

-'이그나시오 알데꼬아'의 『영 산체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방은 지하실의 겨드랑이처럼 찝찔하고 시큼하고 달착지근한 냄새를 풍겼다.(p.34)

 그러더니 다시 이런 구절이 나와서 본격적으로 슬프게 한다. 

빠꼬는 누이동생이 억세게도 운이 나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예쁜 구석이라곤 오직 목소리뿐이었다. 이따금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슬퍼졌다. 못생긴, 아니 어쩌면 지독히도 못생긴 얼굴에 촌스러운 몸뚱이. 뱃살은 불룩하게 부풀어올랐고 엉덩이는 펑퍼짐하다 못해 거의 네모에 가까웠다..... 자기가 못생겼다는 것을 의식하는, 못생긴 여자. 자신의 추한 외모에 굴욕당한 여자. 자신의 추한 외모 때문에 절망한 여자. 그는 가난한 여자에게 예쁘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했다. 좋은 직업은 물론 심지어 성공적인 결혼에 이르기까지 여자의 삶을 향상시킬 모든 가능성은 미모에 달려 있었다. 못생기고 가난한 여자는 가난하고 힘없는 남자에 비견되었다.(p.47) 


친구의 아들은 이제 막 다섯살이 되었는데, 그 아이가 나를 보고 예쁘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었는데 나만 예쁘다고 했다. 내가 놀랐던 건, 나는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인 남자들에게는 예쁘다는 말을 듣는 여자사람이 전혀 아닌데, 다섯살짜리 어린 남자아이가 나에게 예쁘다고 했다. 나는, 그러니까, 어린 아이에게 먹히는 얼굴인건가! (물론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다른 어린아이들은 안그랬다. -.-) 

그래서 나는 이런 구절, 못생긴 여자들에 대해 설명하는 구절에 대해서는 한없이 슬퍼진다. 마치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오라시오 끼로가'의 『목 잘린 암탉 』 

사실은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추물을 생각했다. 이 작품속에서 '마치니 페라스 부부'의 첫째 아들은 태어난지 20개월이 된 어느날 밤, 끔찍한 경기를 하고 나더니 바보가 되었다. 둘째 아이는 18개월째에 첫째아이와 똑같은 경기를 앓고 바보천치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에 태어난 그들의 쌍둥이 아들들은 차츰차츰 두 형의 전철을 되풀이했다. 그들은 지능과 정신, 본능까지도 잃고 만 바보 4형제가 되었다. 집안 분위기는 침울해지고, 부부는 서로를 원망하는 가운데, 이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기려는지 막내 딸아이가 태어난다. 혹시 오빠들과 같은 증상이 일어날까 부부는 전전긍긍하지만 네살이 될때까지 그 딸아이게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딸아이는 이 부부에게 마냥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이 소설이야말로 가장 충격적이고 무서운 결말을 가지고 있어서 내내 [추물]이 생각났고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도 생각났다.  

 

이 단편집 속에 실린 단편들이 슬프고 아픈건 단순히 [추물]을 생각나게 하기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창비세계문학에서 가장 먼저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골라집게 된건 제목 때문이었다.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그래서 이 책을 펼쳐서는 사실 이 제목의 단편을 가장 먼저 읽어보았다. 이 제목을 접했을 때 내가 기대했던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게 무엇이었든, 이런 시작이 아니었던 건 분명하다.  

   
  "후스띠노,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어서 그들에게 가서 전해줘.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그렇게 말해줘. 제발 죽이지 말아달라고."(p.213)  
   

  
그러니까 내게 가장 관심을 받았던 이 제목에는 어떤 깊은 은유나 비유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처음부터 대놓고 직접적으로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라고 할 줄은 몰랐다는 말이다. 자,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이렇게 외친 이 남자는 결국 죽었을까? 
 
 
이 단편집 속에서 내가  좋아했던 건 '후안 호세 아레올라'의 『전철수』다. 이 책의 각 단편마다 시작하기 전 작품해설이 쓰여져 있는데, 이걸 읽고 나면, 얼마전 Jude님이 리뷰에 쓰셨던것처럼 스포일러를 만날수도 있고, 또 해설이 의도한대로 읽게 된다. 그래서 나는 몇편쯤 해설을 먼저 읽었다가는 안되겠구나 싶어서 작품을 다 읽고 해설을 읽는다. 그렇게 읽으면 해설은 때때로 내가 놓친걸 얘기해준다. 그래서 내용 자체만으로도 좋았지만(사실 내용은 유머로 받아들이면서도 힘들고 한숨이 나온다), 해설을 읽으면 끄덕끄덕 하게된다.  


작품에서 서술된 상황은 관행적인 질서와 존재에 대한 일체의 논리적,현실적 개념에서 벗어나 과장되고 그로테스크하고 터무니없는 세계로 들어간다.(중략) 우선 여기에서 비유와 전형은 부조리와 한계를 지닌 보편적 인간조건과 현실을 가리키며, 기차여행은 인생여정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겉만 그럴싸한 현실의 환상에 사로잡힌 터무니없는 기획의 집행자, 전횡적 권력에 의해 우연과 기만에 내던져진 여행자라는 멕시코인의 존재방식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p.224)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을 꼽아보라면 '아우구스또 몬떼로소'(아유, 이름이 왜이렇게 어려운거야 ㅜㅡ)의 『일식』과 '루이사 발렌수엘라'의 『검열관』인데,   


『일식』은 단 한장짜리 단편으로 상대가 나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하고있다가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하는 신부가 나온다. 신부는 원주민 마야족을 대하며 그들을 무시하고 경멸감을 가지고 있다가 결국은 '격렬하게 피를 뿜게'되는데, 이 한장이 던지는 메세지가 의미심장하다. 이 작품이 던지는 메세지는 내가 퍽 좋아하는 바다. 그렇다면, 
 
『검열관』은 어떤가! 
 
이 단편집중 내가 최고로 삼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인데, 일전에 나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을 읽으면서, 무인도에 떨어진 아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보고, 인간이 서로 다투고, 자신이 상대의 위에 서려고 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본능인건가 싶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검열관은 그 『파리대왕』을 생각나게 하면서 사실은 아주 많은 부분을 영화『타인의 삶』을 생각나게 한다. '후안'은 자신이 보낸 편지가 검열되는건 아닐까 내내 고민하다가 아예 자신이 검열관이 되어 그 편지가 검열되어 보내지지 않는걸 막고자 한다. 처음에는 검열관으로서의 일이 자신의 편지를 보내기 위함이니 안심하다가, 그는 점점 더 그 일에 빠져들게 되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승진을 하게 된다. 그러다 점차 업무에 심취하게 된 나머지 그를 검열국까지 오게 한 숭고한 임무를 망각하기까지 한다. 이제 그에게 닥쳐올 사건은 무엇일까. 
 
자, 이 작품의 해설을 보면,  
 

작가의 정치의식이 잘 드러나 있는 『검열관』에서는 아이러니를 통해 모든 대상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권력의 본질을 파헤친다. 권력은 그 희생자들뿐만 아니라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조차 삼켜버린다. 강박적으로 업무에 매달리던 검열관의 터무니없고 불합리한 최후는 정부의 억압적인 통치방식에 대한 통렬한 풍자다.(p.252)

 

이런 작품을 읽게 되다니, 참 고맙고 좋기는 한데, 사실 이런 작품을 쓸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사회적 배경이 씁쓸하다. 왜 권력과 정부는 작가들로 하여금 이런 글을 쓰게 만드는걸까.  이런 글을 쓰면서도 아프지 않았을까.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끝내고 어느 나라를 시작할까 하다가, 갑자기 또 피츠제럴드에 대한 사랑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미국을 선택해야겠다.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ade 2010-01-2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는 댓글이지만

다락방님. 저 그 고흐의 아몬드꽃 표지. 그책 오늘 받고야 말았어요. 헉.
다락방님께 경의를;;

다락방 2010-01-26 15:05   좋아요 0 | URL
Jade님. 저는 무쇠팔 무쇠다리. 얼마전엔 율리시스를 집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답니다. 토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러니 저를 우러러보아 주십시오. 움화화핫

... 2010-01-2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가장 먼저 꺼내들었는데요, 할 일이 산더미라 심적부담감땜에 차마 책장을 펼치지 못하겠어요, 엉엉.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이 작품을 검색해보니 (스페인어는 모르니까, 영어로...) "Tell them not to kill me"더라구요. 어찌나 실망스럽던지요.. tell them not to kill me 가 뭐야,? 뭐야? 뭐냐구!!! 우리 말로는 절규를 하고 있쟎아,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라고!!!

미국편은 제가 이미 읽은 게 많아서 가장 나중으로 밀리겠지만,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다고만 스포일러성 귀뜸~~

다락방 2010-01-26 15:09   좋아요 0 | URL
미국을 먼저 읽을까 폴란드를 먼저 읽을까 이러는데 갑자기 피츠제럴드가 미국속에 포함되어 있는게 아니겠어요?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어요. 아 피츠제럴드 사랑해요. 원래 피츠제럴드가 완전 최고사랑이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로맹 가리 까지 더해져서 아, 저는 정말이지 누굴 더 사랑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흑.

흐음, 그러게요. 영어제목은 우리나라 제목처럼 절규가 느껴지질 않네요. 우리말로 옮기니까 정말 완전 울트라캡숑멋진 뉘앙스의 문장이 되지 않나요? 일전에 브론테님 포스팅에서도 우리가 이야기 나눈바지만, 정말이지 완전 멋진 제목이에요.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레와 2010-01-2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길게 썼지만, 할 얘기가 더 있는거 같은데, 남은거 같아요.ㅋ


눈 앞에서 글자들이 춤을 추는군요~ 어지러워..@_@

다락방 2010-01-26 15:10   좋아요 0 | URL
사실 이렇게 길게 썼지만 제가 정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거 읽다가는 이 생각나고, 저거 읽다가는 저 생각 나고...
어떤 얘기는 미처 못다한것 같기도 하고. 맞아요, 정말 그래요. 흐음....

머큐리 2010-01-2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긴글을 읽기를 굉장히 힘들어 하는데 말입니다... 다락방님 글은 무척이나 술술 잘 읽힌다 이 말이죠...그니까 드뎌 글쓰기 관련 책들을 읽고 단련하신 내공이 드러나는 겁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가요?) 더불어 또 책 하나 보관함에 넣었다구욧!!

다락방 2010-01-26 15:12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까 제가 말이죠, 요즘 빈곤모드인지라 아직 글쓰기 관련 책을 한권도 못산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읽을 책은 산더미같고 말이죠. 그래서 글쓰기 관련 책은 몇개월 지나서..... ( '')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머큐리님.
:)

머큐리 2010-01-26 15:24   좋아요 0 | URL
흠...굳이 글쓰기책은 안사셔도 될 듯 합니다. 쿨럭...

다락방 2010-01-26 15:25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꼭 살겁니다! 꼭 읽어볼겁니다!! 불끈!!

비로그인 2010-01-2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여자의 미모는 남자의 재력에 비견할 만한 재산이라는 글을 보았어요. 18세부터 20세까지는 여자로,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여자로 살고 싶다는 어느 미청년 작가의 글도 보았고. 아름다움은 하나의 재산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예쁜 여자가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깨닫는 그 순간이지요. 그 순간 미모는 무기가 되거든요.

다락방 2010-01-26 15:1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말이죠, 제가 너무 심하고 잔인하게 휘두를까 걱정되서 신은 제게 그 '미모'라는 것을 주지 않기로 하신 것 같단 말입니다. 제가 의외로 착하고(응?) 여려서(응?) 무기를 마구 휘두르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러니까 제게 '미모'라는 무기쯤은 주셔도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텐데 말입니다.
저는 예뻐도 겸손할 자신이 있으니 정말 예뻐도 되는데 말입니다!! (어쩐지 화를내고 있다.)

비로그인 2010-01-26 17:0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예뻐요!

다락방 2010-01-26 17:04   좋아요 0 | URL
Jude님! 저 왜 이 댓글이 무섭죠? ㅎㅎ
제가 받아본 댓글 중 가장 무서운 댓글이에요. ㅎㅎ

다락방 2010-01-26 17:10   좋아요 0 | URL
다시 또 쌍커풀 수술에 대한 욕망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조개도 좀 팔까...하는 생각도 들고..( '')

비로그인 2010-01-27 10:48   좋아요 0 | URL
제 주위 성형인께서 눈, 코, 다 고친 다음 '여자는 피부다!'를 외치더이다. 우리 일단 피부부터 어떻게 좀 해보자구요. 술, 담배 다 끊고 염소 엑기스를 마시며.......

무해한모리군 2010-01-2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것들이 성격마저 좋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생각하니 목이 메이는군요.. 쩝쩝쩝..

다락방 2010-01-26 16:33   좋아요 0 | URL
미는 부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지식의 원천이고..

저의 아버지께서는 늘 예쁜 여자가 팔자가 세다고 하시면서, 그래서 니 팔자 세지는걸 볼 수가 없어서 이렇게 낳아논거다, 하시더군요. 팔자는 살아봐야 알지. orz

아시마 2010-01-26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요섭의 <추물>은 저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는 작품이예요. 음식을 먹는데 토끼처럼 흐물흐물(오물오물?) 먹는다는 이웃 할아버지의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여주인공. 이번에 중국편을 읽고도 그랬지만, 국가색, 민족색보다 근대라는 시대성이 앞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의 근대 태동기의 작품과 닮은 구석이 많아서 놀랐었어요.

근데 다락방님도 제가 읽은 것과는 전혀 다른 작품을 읽었으면서도 한국 근대기의 작품과 연관지어 연상을 하셨다니^^
그러나 저러나 개인적인 사유로, 정말 책 안사야지 결심한 직후에 이 페이퍼를 읽고나니 다락방님이 무척 미워집니다. ㅠ.ㅠ 창비 문학전집 나머지 8권을 지르게 된다면, 그건 전적으로, 전적으로! 다락방님 탓이니 그리 아세요.

ps. 재벌남은 언제 만나실 건가요오오? 제 기도빨이 약한가요? ㅠ.ㅠ

다락방 2010-01-27 08:4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저도 어제 아시마님의 창비문학전집 중국편에 대한 리뷰를 읽었답니다. 그러면서 많은 부분 공감했던게, 새로운 작가보다는 기존에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는 거였어요. 저 역시 그렇거든요. 아시마님은 중국 작가는 잘 모르신다고 하면서도 위화와 쑤퉁을 다 읽으셨잖아요. 저는 창비전집중에서 중국을 가장 나중에 읽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쩐지 만나기 무서운거 있죠.

그나저나 아시마님, [추물]을 아시는군요! 전 이작품 얘기할때 상대도 알았던 적이 한번도, 단 한번도 없어요. 어찌나 안타깝던지요. 이 미치도록 아프고 슬픈 작품을 대체 왜 읽지 않은거야, 하고 절규라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시마님이 읽으셨다니. 아, 정말 반가워요. 감동의 눈물이 ㅠㅠ 문득 생각나는건데요 아시마님. [추물]얘기 하다보니깐 말예요, 혹시 '밀란 쿤데라'의 [농담] 읽으셨나요? 전 생뚱맞게도 [추물]과 [농담]도 어느면에서 닮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농담]은 제가 완전 사랑하는 작품이에요.


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체 기도를 하시긴 한건가요? 네? 그렇다면 저는 도대체 왜 아직도 여전히 못생기고 가난한채로 지내고 있는건가요? 네? 대답 좀 해보세요!!!

순오기 2010-01-2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는 항상 지름신을 동반하지요.^^
추물과 라틴문학~~ 다락방님 페이퍼 제목도 기막히게 멋지네요.

다락방 2010-01-27 08:44   좋아요 0 | URL
제가 어찌 감히 저런 제목을 상상이나 했겠어요. 책에서 인용한거지요. 문장이 아주 멋져서 말이죠. 헤헷 :)

기억의집 2010-01-2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물 끔찍하게 읽었던 거 기억나요.
아, 다락방님이 저 기억의 저편 속에 숨겨져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주네요.
그 때 추물을 읽고 주변 사람들의 놀림에 더 분노했지요.
근데 생가해보면 어린 나이에 뭘 알겠어요. 지금 다락방님의 글로 새롭게 읽으니
더 비극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왜 저렇게 태어났을까하는. 그래서 저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흐흐, 저도 더 키가 컸으면 좋겠고
더 이뻤으면 좋겠고
더 몸매가 잘 빠졌으면 좋겠고
더 부자였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0-01-27 09:33   좋아요 0 | URL
당시에는 꽤 허무했었던 기억이 나요. 유머로도 읽히고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어른이 되서인지 아주 슬프고 무서워요, 그 현실이. 게다가 그 소설이 더 아픈이유는 말이죠, 물장사와의 관계가 그저 단지 관계였을 뿐 애인 사이라거나 부부사이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 여자는 그날의 기억만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고 혼자 외로워야 하고 혼자 그 아이를 키워야 하고..그런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막히는거에요. 현실이 이렇게 잔인하다니, 못생기고 돈 없는 여자에게 더 잔인한 이 현실이라니!! 하면서 말이죠.

기억의집님도 읽으셨다니, 반가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음, 그런데 저는 이렇게 아픈 소설들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걸 즐기는 것 같아요. 제게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도 없고 또 유리구두가 있어서 벗겨져 있다고 해도 그 구두의 주인을 찾고 싶어할만한 왕자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말이죠, 모두의 심장을 녹이지 않아도 되니까,
특정한 사람의 심장을 녹일 수 있는 그런 아주 미친듯이 근사한 미소를 갖고 싶어요. 아니면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맑은 눈동자라든가. 제 눈은 언제나 알콜에 취해 흐리멍텅...orz

비로그인 2010-01-2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한 이야기지만, 각국의 단편들이 그 나라의 역사와 너무 맞닿아 있어서 슬펐어요. 잘 사는 나라의 풍요로운 파티, 한동안 나라를 잃었던 이들의 넝마주이. 이런 것들 앞에서 전 늘 마음이 아픕니다.

다락방 2010-01-27 13:19   좋아요 0 | URL
저는 말이죠 Jude님,
제가 작가라면(아니니까 하는 말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역사와 맞닿은 이야기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좀 떨어져서 전혀 다른 얘기를 할 것 만 같아요. 그래서 그 작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어져요. 저는 좀 이기적이라면 그래서 복잡한 일 따위는 나몰라라 하고 싶다면 그들은 그렇질 않으니까요. 그 속으로 뛰어들어 뭔가 부딪쳐보고자 하니까요. 아마 제가 영화 [타인의 삶]을 보고 그렇게 좋아하는건,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그다지도 좋아하는건, 그들이 제가 도저히 할 수 없을거라 생각되어지는걸 너무나 잘 표현했기 때문일거에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