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그런데 블로그를 통해 만난 남자에게 호감을 느낀다. 남자 역시 마찬가지. 아주 오래된 연인이 있고 결혼하지 않은 채로 그녀와 함께 살고 있지만, 여자를 만나 호감을 느낀다. 이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아무 사이도 아니야' 라고 각자의 애인에게 말하면서도, 각자의 애인으로부터 연락 받기를 꺼려한다. 이 만화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 중 하나가 누군가의 전화를 피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두는' 장면이다.


아, 진짜 너무 싫은 장면이다.



전화기를 꺼두고서는 애인에게는 밧데리가 닳았노라고 거짓말을 한다. 여자만 이러는 게 아니다, 남자 역시 여자친구의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전화기를 꺼둔다. 전화를 했는데 '전화기가 꺼져있어~' 라는 멘트를 듣는 그 참담한 마음을, 짐작한다면 그래서는 안되지 않을까.


새로 막 호감이 가기 시작한 이성의 전화를 받고는 싶지만, 현재의 애인이 있는 상황에서 그 전화를 받는 건 조심해야 할 일. 그래서 거짓말을 하며, 아무 전화도 아닌 것처럼 상대의 전화를 받는다. 그 통화가 편할 리 없다.



좋아하는 이성의 전화를 제대로 받을 수 없고 그것이 불편한 까닭은, 내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애인을 속이고 있기 때문에 결코 편하지가 않다. 거짓말은 다른 거짓말을 부르고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르고 그렇게 거짓말을 쌓게 된다. 


사랑이 신뢰의 또다른 이름은 아닐 것이다. 신뢰는 사랑안에 포함된 것들 중 하나일텐데, 그러나 사랑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가장 큰 게 아닐까. 신뢰가 없이 이 사랑을 어떻게 유지하게 될까. 아니, 어쩌면 신뢰가 사라져버린 순간, 사랑 역시 더이상 사랑이 아닐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각자의 연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다른 이성을 만나는 건,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꽤 비참한 일이다.



나와 발가벗고 섹스를 나눈 남자에게 '여자친구는 언제 오냐'고 물어야 하는 그 심정이, 오죽할까. 그것이 너무 싫어서 그녀는 자신의 애인과 헤어지기를 결심했을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건 사실 쉽지 않다. 거짓말이 쌓일수록 스트레스 받는 건 내 자신이다. 전화기를 꺼둬야 하고,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눈치를 봐야하는 그 상황이, 애인과 만날 약속을 했다가도 새로운 이성이 부르면 약속이고 뭐고 그쪽으로 향해 가야하는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새로운 이성을 만나 바람을 펴야지, 다짐하고 새로운 이성을 만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애인이 있는데 새로운 이성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면, 나는 이미 지금의 애인에게 충족된 기분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의 애인이 내 눈에 가득 들어오고 내 마음과 머릿속에 가득 차있다면, 새로운 이성이, 새롭게 두근거리는 감정을 주지는 못하는 거 아닐까. 내가 애인이 있으므로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될 일, 이라고 나는 단정짓는 건 아니지만, 만약 새로운 이성을 향애 내 몸과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면, 그것은 지금의 사랑이 나를 온전하게 가득, 채워주지 못하는 건 아닐까. 사람은 결국 자신의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거니까.



여자와 남자는 결국 각자의 연인을 떠나 서로의 연인이 된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도 않고 또 마냥 행복하지도 않다. 수시로 행복이 찾아들긴 하지만, 여자는 끊임없이 남자를 의심한다. 과거의 연인을 잊지 못한 건 아닐까? 그래서 그녀는 남자의 핸드폰을 몰래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가 친구와 나눈 메세지를, 과거의 연인을 생각하며 적어둔 메모를 본다. 이 역시 새롭게 관계하게 된 이 애인에게 전적으로 충족되지 못해서일 것이다. 애인이 있으면서 나를 만난 남자다. 그렇다면 내가 애인이 되었을 때도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의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거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인이 있다' 고 하면서도 여기저기 바람끼를 흘리고 다니는 사람보다는 '애인이 있다'고 말하고는 묵직하게 신의를 다하려는 사람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나를 어떻게 대할지도 짐작할 수 있는 거니까. 아, 물론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이 비참함이 정말 싫다. 전화를 꺼둬야하는 비참함, 네 애인은 언제와? 라고 물어야 하는 비참함, 잘못걸린 전화야 라고 말하면서 얼버무려야 하는 비참함. 남자와 여자 둘 모두, 오래된 연애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래된 연애는 권태기를 가져오는 걸까? 언젠가는 새로운 이성에게 누군가는 마음이 움직여, 이 오래된 연애는 결국 흔들리다 깨어져버리고 마는 걸까? 연애는, 종국에는 그런걸까?




[난 그녀와 키스했다]의 '제레미'와 '앙투완'은 역시 오래된 연인이었다. 이들은 게이커플로서 결혼을 앞두고 있다. 부모님으로부터 허락도 받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공식적으로 다 인정받은, 그런 연인이다. 제레미와 앙투완은 결혼할 사이, 라는 건 그들을 아는 누구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기정사실 같은 거다. 


제레미와 앙투완은 둘다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서로에 대해 다정한 사이이며, 함께 잘 살고 있다. 그런 차에 제레미가 스웨덴 여자인 '아드나'를 만나 흔들리게 된다. 자기는 '뼛속까지 게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신하는데, 그녀를 보기만 하면 자꾸만 성적으로 흥분된다. 혹시 내가 이성애자가 된걸까? 하는 의심으로 다른 여자들을 만나보지만, 다른 여자들 앞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유독 그녀에게만!! 그가 반응한다. 그녀에게 반응하는 제레미는, 그러므로 앙투완에게는 더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제레미의 모든 신경은 이제 아드나에게만 향한다. 이야기를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밥을 같이 먹고 싶은 것도, 술을 같이 마시고 싶은 것도 모두 아드나이다. 그러므로 그는 점점 아드나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시선은 어디서나 아드나를 좇는다.

그런 그가 앙투완에게 소홀할 수 밖에 없는 건 뻔한 사실이다. 이에 앙투완은 '너는 권태기냐' 묻는다. 다른 여자가 생긴 걸 알리 없는 그로서는, '우리 요즘 대화도 섹스도 없다' 라고 말하면서 연인에게 서운함을 토로한다. 그러나 제레미는 그런 그를 두고는 아드나를 만나 놀이공원엘 간다.


제레미도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아드나에게 모든 걸 고백하고 돌아설 생각이었다. 나는 게이고, 곧 결혼을 앞두고 있어, 라는 말을 하려고 그녀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말들들 하기 전에, 아드나의 눈을 보는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만다. 제레미는 그것을 '그녀를 보기만 하면 아득해진다' 고 표현한다.



나에게 오래된 연인이 있는데, 이제 우리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그런데 다른 사람을 보고 '아득해진다'는 건, 대체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까. 또,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이 사람이 내게 왜 이렇게 소홀해졌을까' 고민하며 서운해하는 남겨진 연인의 마음은 또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결혼전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거절을 당한 앙투완은, 확실히 '버려진' 연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오래 함께 했던 연인을 그렇게 비참하게 사람들 사이에 남겨둔 채로 자신의 새로운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달려나가는 것, 그것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낭만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이미 다른 사람에게 '아득함'을 느끼는데, 이미 마음이 식어버린 연인과 신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 있는 것이 과연 행복한 일일까? 그건 아마 둘 모두에게 우울한 일일 것이다. 그러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미 애인이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눈이 가는, 이런 일. 역시나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곳을 향해 몸이 움직인다. 이제 제레미가 사랑하는 건 아드나이므로,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아드나를 향해 쏟는다. 그녀가 있는 곳으로, 그녀가 가자는 곳으로 그는 간다. 앙투완이 원하는 곳에는, 더이상 제레미가 있지 않다.





영화는 어느 순간 산으로 가는 것 같다. 왜 뜬금없이 저렇게 전개될까 싶을 정도로 사실 이 영화가 좋지는 않다. 다만, 이 연인들보다 더 재미있는 커플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러므로 나는 이 커플이 더 좋았다. 제레미의 동료 '샤를' 커플인데, 샤를은 이상형에 대한 기준이 확고했다. '쭉빵 러시아 미녀'가 그의 이상형. 그러므로 그를 좋아하는 '코가 못생긴' 직장 동료 '클레망스'가 영 마땅찮았다. 그녀는 '코도 못생겼'는데 심지어 '떽떽' 거린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제레미의 말에 콧방귀를 끼던 어느날, 그녀와 하루 잔다. 같이 하룻밤을 보낸 클레망스는 더이상 떽떽거리는 여자가 되어 있지 않았다. 샤를의 곁에 있고 싶어하고 샤를에게 부드럽게 대해주고 싶다. 그러나 샤를에게 그녀는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여자였으므로, 그녀를 거부한다. 너는 대체 내게 원하는 게 무어냐, 며 그녀에게 면박을 준다. 하룻밤 잔 거 가지고 따라다니는 그녀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러시아 쭉빵 미녀와는 완전히 달랐으니까. 그러나 상처를 받은 클레망스가 그의 눈앞에서 사라지고나자 그는 괴로워한다. 시간이 흘러서야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녀에게 찾아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렇게 그들은 커플이 되었는데, 커플이 되고난 후의 그들의 입장은 완전히 바뀌어서,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코가 못생긴 여자라고 그녀를 판단했던 그는, 이제는 언제나 어디서나 그녀를 자랑스러워하고 또 사랑을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자가 말릴 지경. 그는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도 그녀에게 넘치는 애정표현을 한다. 틈만 나면 뽀뽀를 하며 애정을 표현한다. 항상 다른 여자를 항상 다른 만남을 꿈꿔왔으므로 헤매이던 그였는데,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자 그녀에게 애정표현 하는 걸로 에너지를 쏟는 거다. 


그래, 사람은 그렇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몸과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토요일에는 친구 D 를 만나 와인을 마셨다. 와인을 마신 취기도 그렇지만, 내 앞에 앉아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맞장구쳐주는 D 가 무척 고마워서 고맙다고 얘기했다. 너는 항상 내 얘기를 참 잘도 들어준다고. 그러므로 나는 너와 있는 시간이 참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D 가 말했다. 어느 순간 자신이 더이상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서 다행이라고, 자신과의 만남을 좋다고 말해주니 너무나 기쁘다고 했다. 나는 언제나 상대에게 좋은 감정은 느끼는 그대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가 조금이라도, 순간이라도 자신이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다. 듣지 않는 것보다 듣는 게 더 좋을테니까. 그래서 상대에게 좋은 마음이 들고 상대와 있는 시간이 기쁘면 그것을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 날도 D 는 나의 말들에 기쁘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좋았고, 그러다보니 와인을 한 병 더 주문하게 되었다. 우리 한 병 더 주문하자, 라고 말하고서는 '너무 많으면 남겨서 집에 가져가지 뭐' 라고 했는데, 우리는 결국 두 병을 다 마신 뒤에 맥주까지 마셨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레스토랑에서는 서비스 안주도 주더라. 오! 튀긴 닭이었는데 정확히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고, 여튼 준 건 다 먹었다.




주말에 조카들이 왔다. 예쁘다 예쁘다 좋다 좋다 하며 여섯 살 조카의 머리에 몇 번이고 뽀뽀해주었다.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애정표현은 뽀뽀가 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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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5-08-1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니뎁이 이런 상황을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준 말이 있다지요..

다락방 2015-08-10 13:59   좋아요 0 | URL
뭐죠? 네? 뭡니까? 무슨 말이에욧. 어떤 말을 한 거에욧!!!

Mephistopheles 2015-08-10 14:42   좋아요 0 | URL
If you love two people at the same time, choose the second.
Because if you really loved the first one, you wouldn`t have fallen for the second.

- Johnny Depp-

라고 했다는군요. (아 간만에 영타..ㅋㅋㅋ)

다락방 2015-08-10 14:56   좋아요 0 | URL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음..................................

맞는 말인것 같으면서 좀 비겁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ㅠㅠ

꿈꾸는섬 2015-08-1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건 정말 저와 많이 비슷한 상황이에요. 메피님의 조니뎁 말에 전적으로 공감요.
전 지지부진 끌고가는 성격은 아니라 결혼할뻔했던 남자에게 바로 이별통보했었어요. 그리고 우리 둘 주변의 인간관계까지 깨졌죠.ㅜㅜ
하지만 후회는 안되더라구요.
지금 남편을 선택하길 백만번은 더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만나는 사람이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거라고 봐요. 그럴땐 과감히 헤어져야하는데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여튼 관계정리를 잘 하고 다음 사람을 만나야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15-08-11 13:0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최근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충족되지 않을 때 충족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자꾸 다른 사람을 보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요. 그러므로 내 자신을 충족시켜줄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나와 상대 모두에게 비극이 찾아드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 애초에 좋았으니까 사귀었을 거 아녜요. 충족이 되지 않았다는 건 결국, 시간이 빛을 바래게 했단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게 과연 공허함,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지요. 잘 모르겠어요.

사귀는 것보다 헤어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꿈섬님. 잘 헤어지는 거,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걸 잘 못하면, 사귀는 동안 좋았던 것마저 싸그리 지저분하게 변질되는 것 같거든요.

무해한모리군 2015-08-10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를 가끔 생각해요. 또 영화 키친도 생각하고. 그 여주인공들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왜 지금 함께 있는게 더 즐거운 사람에게 가지 않을까? 백만년을 사는 것도 아닌데!!!

이제는 조금은 이해가 되는게, 나라는 사람이 나의 주변과 별개일 수 없는데, 가까운 사람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간다에 여전히 한표입니다. 저는 살면서 `같이 살고`싶은 사람을 많이 만나보질 못해서요. 그런 드문 행운이 내게 온다면 지구끝까지 따라가 버릴거 같아요.. 아 뼈속까지 무책임한건가 ^^;;

다락방 2015-08-11 13:58   좋아요 0 | URL
네, 휘모리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선택이라면 더 깊게 고민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행복한 길을 찾는 게, 결국은 내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 아닌가 싶어요. 내가 행복해지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행복해지면, 처음엔 마찰이 있고 눈물이 있을지언정,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지만...내가 행복해지는 게 과연 최선이냐, 그걸 확신하냐 물으면 역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돼요. 나는 새로운 사람을 사랑해서 행복한데, 그 사람과 함께해야 행복한데, 다른 누군가가 이런 나와 함께해야 행복하다고 해서 각자의 행복이 엇갈려 버리면..으으..역시 사람과 사람이 얽힌 일은 쉽지 않을 뿐더러 결론도 복잡해요. 좀처럼 결론을 낼 수가 없죠.

나를 충족시켜주고 온전히 만족시켜주고 그래서 최선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상대라면, 결국엔 저도 따라가지 않을까 싶어요. 이게 제 입장이긴 한데, 현실이 된다면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런지는...

유부만두 2015-08-10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따라서 봤어요. 아.. 적응안되는 젊은이들이네요. 이런게 리얼 연애 이야기일까요? ... 찜찜하고 .. 질척대고... 백승찬이는 찌질한데 와, 이런 인간 있지 싶어요.

다락방 2015-08-11 14:00   좋아요 0 | URL
저는 되게 리얼하고 찌질하다 생각했어요. 그런 한 편, 이런 연애는 하지 말자 싶었고요. 내 애인한테 질려버리고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상황이야 흔한 일이지만, 그러면서 발생되는 여러가지 거짓말과 변명들이..어휴, 싫더라고요. 역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그전 관계가 깨끗이 정리된 후에 해야하는 것 같아요. 그게 부작용이 덜한 것 같아요.
또한 어떤 연애라도, 다른 사람과 내가 하나의 이야기를 엮어간 이상, 그것이 쓸모없는 시간은 아니었구나, 싶기도 해요. 결국 여자주인공도 자기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릴 수 있게 됐잖아요. 우리는 결국 다른 사람들과 섞이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과정이 슬프고 찌질할 때가 많다고 해도 말이지요.

단발머리 2015-08-1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책이요, 많은 색깔을 쓰지 않으면서도 느낌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해요.
읽어보고 싶어요. 아주 많이.... 저는 고민하는 여자보다, 고민하는 남자 옆에 여자로 감정이입할 것 같다는 생각이...

영화도 너무 기대되는데요. 다락방님 글을 보니, 내용을 알게 되니, 더 궁금해요.
네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요.

아이폰은 고치셨나요? 걱정/ 내일부터 휴가시라고 했죠? 궁금

다락방 2015-08-11 14:02   좋아요 1 | URL
저는 죄다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좀 짜증났어요 그래서 ㅠㅠ
이 만화는 좋은게, 박스가 없어요. 뭐라고 하지? 칸 안에 사람들이 들어가있지 않아서 좋아요. 그래서 답답하지 않은 느낌을 줘요. 물론 주인공들의 연애는 답답하고 찌질했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폰은 새로 샀어요. 좀 있다가 제게로 올 예정입니다. 하아. 네, 내일부터 휴가에요. 휴가 소식은 아마도 인스타에 수시로 업뎃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단발머리님이 아는 거기...나요. ㅋㅋㅋㅋㅋ

하늘초록 2015-08-1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확실히 하지않으면 네명이 불행해지죠..경험상 죠니뎁말은 맞는말입니다..

다락방 2015-08-11 16:2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하늘초록님. `미안해서` 혹은 `상처가 될까봐` 지지부진 끌면서 속이다간 모두 다 불행해지죠.

하늘초록 2015-08-1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멱실잡고 주먹을 날리는 동물의 세계로 가게 되지요...

moonnight 2015-08-1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ㅠㅠ; 예전엔 저도,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생각했던 적 있었죠.(먼산-_-;)

다락방 2015-08-20 17:09   좋아요 0 | URL
사랑은 움직이는건가봐요, 문나잇님 ㅠㅠ

2015-08-12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0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긋느긋 2015-08-20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오랫만에 페북 잠깐 들어갔더니
송아람 작가 페북 글에 이런 글이 올라와있네요,
옮긴 글이 어쩐지 다락방님 같은데 했는데 역시!!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581177272021716&set=a.135010169971764.25334.100003883450364&type=1&theater

다락방 2015-08-20 17:08   좋아요 0 | URL
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페북을 안해서 전혀 몰랐어요. ㅎㅎ 덕분에 들어가 확인했습니다. 헤헷.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저 옮긴 글 만으로도 저인줄 아시다니, 기억상실님 짱이네요!!
 



'나는 그의 장점을 보고 그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의 단점을 보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라는 구절을 청소년기 시절에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처음에 그녀는 아름다웠어요, 그 다음엔 결점이 보였죠. 그리고 아름다움과 결점이 모두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익숙해지게 된거죠."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 아는 게 없는채로,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는채로, 순전히 섹스만을 위해 만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 만난 날부터 호텔을 잡아두고는 섹스를 한다. 늘 만나던 까페에서 목요일에 만나고 호텔로 들어가고 호텔에서 나와서는 각자가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 두번째 만남과 섹스 후였던가, 남자는 '술이나 한잔 할까요?' 라고 헤어지기 전에 제안한다. 그들은 그날 저녁을 함께 먹는데, 그 순간 여자는 굉장히 편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보통 남자와 여자의 저녁 식사 자리라면 상대를 유혹해야 하고 섹스로 이끌어야 되는데, 우리는 이미 그것을 끝내고 왔으므로. 그래서 되게 편하다고. 그리고 이후의 그들의 섹스는 그전과 바뀌게 된다. 여자는 그걸 '사랑의 행위'라고 표현한다. 말에 실린 힘 때문일까, 아니면 감정을 인지했기 때문에 말한 걸까.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


만남이 지속되는 내내 그들이 사이 좋고 웃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여자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혼란스러워 울며 집에 가기도 했고, 어떤 날은 남자가 주차가 힘들어 화를 내기도 했다. 물론 이런 눈물과 분노 안에는 상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들어있다. 화가 난 채로 헤어지다가 남자는 여자가 눈 앞에서 사라지고나서야, 그녀가 만약 다음 만남에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그녀의 연락처도 모르므로 그녀를 잃게된다는 생각에 휩싸여 두려워진다. 그래서 그녀가 가는 길로 그녀를 잡기 위해 가보지만 그는 이미 그녀를 놓쳐버리고난 후다. 그래서 그 후의 만남에서 그는 초조하게 그녀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린다.



사실 나는 에로틱한 영화를 보고 싶었고, 이 영화는 그런 때에 추천 받아 이제 보게 된 영화다. [포르노그라픽 어페어]란 제목과는 다르게 또 영화의 시작에서 여자가 몇 번이나 '포르노'라고 언급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야하거나 하지 않다. 어른들이 볼만한 19금 영화를 기대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보기 좋게 뒤통수 맞는다. 둘이 같이 호텔에 들어가는 장면은 여러차례 나오지만, 그 방까지 따라가지 않는다. 어쩌다 방에 따라갈라치면 여자는 침대 시트를 뒤집어 쓴다. 서로의 벌거벗은 육체도, 그리고 벌거벗은 육체로 끌어안고 움직이는 장면도 이 영화에서는 많이 보여지지 않는다. 거의 안보여진다. 그렇지만,



좋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남자가 '이대로 여자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마구 그녀를 좇아 달려갈 때, 그때 갑자기 나 역시 생각에 빠지게 된다. 연락처를 모른다면, 그런데 이대로 헤어진다면, 그렇다면 그 후의 나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것. 더 두려운 건 이것이었다. 나와 그는 사랑하고 있다. 나와 그는 서로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어느날 갑자기 뿅-하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그에게 그 소식을 누가 전할 수 있을까. 남자와 여자는 호텔에 여느때처럼 들어갔다가, 갑자기 쓰러진 한 할아버지를 구해주게 된다. 응급차가 오고, 응급실에서는 할아버지의 주머니를 뒤져 신분증을 꺼내고 그의 아내에게 연락한다. 만약 내가 쓰러진다면, 혹은 그가 쓰러진다면, 그런데 우리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우리의 관계를 알지 못하는 채로 지내고 있었다면, 그렇다면 어느 한 쪽은 상대의 연락을 받지도 못한 채 갑자기 단절됨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도대체 왜 그와 연락이 닿지 않을까, 하며 발을 동동 구르게 되지 않을까.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혹은 그녀)에게 다른 사람이라도 생긴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돌텐데, 그래서 사람들은 '그와 내가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해, 그러니까 혹시라도 내게 무슨 일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알려주세요, 라는 걸 표현하기 위해 결혼을 하고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호텔 바닥에 쓰러진 노인을 보고 나는 했다.


이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보니, 일전에 읽은 '전경린'의 소설 속 문장이 떠올랐다. 



어느 날, 세월이 흐른 뒤, 어느 날 말이에요. 당신이나 내가 세상과 작별했다면, 우리, 흘러다니는 소문으로 그 소식을 알리지 말아요. 예의를 갖춘 정식 부고를 주고받고 싶어요. 별세의 날이 다가올 즈음 비밀스러운 주소 하나를 누군가에게 맡기는, 그 정도 부탁은 가족에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간 뒤에 말이에요. 우리가 낙엽처럼 가벼워져서 한 걸음으로 훌쩍 공기 속으로 넘어가게 될 때요. (전경린, 「백합과 공룡의 벼랑길」p.35) 


















가슴이 저릿하다.



영화속에서 남자는 자신의 성격이 '낭만적' 이라고 말한다. 나는 남자가 자신의 성격을 낭만적이라고 드러내는 게 그렇게나 보기 좋더라. 여하튼 그래서 남자는 맨처음, 여자가 낸 광고를 보았던 잡지를 비닐로 싸서 잘 보관해 놓았다. 여자는 자신이 막 이십대가 되던무렵, 털 많은 남자와 사귀는게 소원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연애를 하게 된 남자들이 다 털이 없어서 실망했노라 말했다. 그러던 어느날 머리카락이 검은 이탈리아 남자를 만나게 되서 털이 많겠구나 기대했는데 역시나 털이 없어서 싫어졌다고. 그러면서 처음 만난 남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털이 많아요?


남자는 처음에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여자가 뭐, 괜찮아요, 라고 답하자 털이 많다고 답한다. 그런데 이건 물어보지 않아도 너무 알 수 있는게, 이 남자는 무슨 목까지 털이 나있어...이걸 굳이 물어봐야 아나. 그냥 딱 봐도 보이는구먼.




여자는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그남자는 여전히 멋지다'고 말하는데, 음, 역시 제 눈에 안경이군 싶었다. 영화는 여자와 남자를 각각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는데, 여자가 대답하기 힘든 질문 앞에서 갑자기 벌컥 와인을 마시던 순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도 너무 와인 마시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당장 집에 가서 와인 따고 싶어! 남자와 여자가 호텔에 가기전 까페에서 만났을 때에도, 남자는 가볍게 꼬냑 한 잔, 이라던가 와인 한 잔, 을 주문한다. 아, 나도 당장 뛰쳐나가서 아무 레스토랑이나 들어가서 와인 한 잔, 이라고 주문하고 싶다. 이제는 나도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으니 '많이 주세요' 같은 거는 하지 말고 참아야지 ㅠㅠ



덕분에 남자랑 와인 마시던 거 막 추억하고 그랬다. 이랬었지, 저랬었지, 하면서. 하아- 좋은 영화는 이렇다. 사람을 멜랑콜리하게 만들어..자꾸 막 추억 되새김질시켜...ㅠㅠ



영화의 마지막까지 보고나면, 마음이 참 싸-해지는 게, 상대의 마음을 내가 짐작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든다. 상대의 마음을 내가 짐작해서, 그 짐작으로 상대를 배려하지 말자. 내 짐작은 틀릴 수 있다. 내 짐작이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상대의 마음을 짐작해서 배려하려고 하기 보다는, 차라리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 우리는 행복에 더 가까운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닥친 슬픈 엔딩이, 우리의 실수였다면, 상대의 마음을 '잘못'짐작해서 벌어진 일이라면, 그걸 대체 어떻게 수습할거야. 상대의 마음을 배려한답시고 슬픈 엔딩속으로 걸어가지말고, 내 마음을 솔직히 고백해서 해피엔딩으로 걸어가자. 



가슴 한 켠이 싸-해지는 영화다. 다른 표현을 뭐 생각할 수가 없네. 오늘은 집에 가면 와인이나 한 잔 마셔야겠다. 안주는 뭘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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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8-05 16:42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았어요. 잘봤어요. 고맙습니다. 꾸벅. (--)(__)

2015-08-05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6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5-08-06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인 한 잔 드셨어요? 안주는 뭘로?
저도 자기 전에 한 잔 할까 생각 중입니다.
일단 애들을 먼저 재워놓고요.

다락방 2015-08-06 09:36   좋아요 0 | URL
와인 대신 소주를 마셨습니다. 갈비찜이 안주였어요. 궁중갈비찜. 으흐흐흐흣
어떻게, 한 잔 하셨나요? 안주는 간단히 드셨나요? 뭘 드셨어요?

왜 술마시는 다른 사람들의 안주가 궁금할까요? ㅋㅋㅋ

감은빛 2015-08-06 23:45   좋아요 0 | URL
휴가 때 고향 집에서 어머니께서 담근 포도주를 한 병 얻어왔어요.
어제 애들을 재우고 나니 시간이 새벽 1시가 다 되었길래,
간단히 포도주에 얼음을 띄우고,
계란 프라이 안주로 한잔 마시고 잤어요.

궁중갈비찜이라니! 그냥 갈비찜과는 뭔가 다른건가요?
맛있었겠어요! ^^

LAYLA 2015-08-06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마시러 갑니다..술을 부르는 페이퍼!

다락방 2015-08-06 09:38   좋아요 0 | URL
꺅 >.<
안주는요? 안주는 뭐 드셨어요 라일라님? 술은 어떤 거 드셨습니까!!!!!!!!!!!!! 건배를 외쳐요, 우리!!

moonnight 2015-08-0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보고 싶어요. 와인을 부르는 영화@_@;

2015-08-07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8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8-10 08:53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거였어요? 전 몰랐어요. ㅎㅎ
전 이번 주 수요일부터 휴가에요! >.<

2015-10-09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가 예외 없이 증명된 욕실 바닥을 훔쳐냈다. 리버스는 젖과 꿀처럼 넘쳐난 목욕물에 익사할 뻔했다. 그럼에도 기분은 좋았다.

"주여,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그가 속삭였다. 옷을 챙겨 입은 질이 근엄하고 유능해 보이는 모습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20분짜리 공식 방문을 막 끝낸 사람 같았다.

"다음 데이트 약속을 잡아볼까요?" 그가 제안했다.

"그래요." 그녀가 가방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리버스는 남자와 잠자리를 하고 난 여자들이 항상 그러는 이유가 궁금했다. 특히 영화나 스릴르 소설 속에서. 섹스 파트너가 자신들의 가방을 몰래 뒤졌다고 의심하는 건가?

"하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질이 말했다. "사건이 흘러가는 걸 보면. 그냥 나중에 기회 봐서 연락하기로 해요. 괜찮죠?"

"네."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담긴 실망스러움을 그녀가 똑똑히 알아챘기를 바랐다. 간절한 요청을 거절당한 어린 아이처럼 펑펑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은 얼얼해진 서로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헤어졌다. 그는 아파트에 감도는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하루를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담배 냄새가 배지 않은 셔츠와 바지를 찾아보았고, 그것들을 걸치고 나서는 젖은 발로 욕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찬송가를 흥얼거렸다.

가끔 살아 있는 것만으로 기쁠 때가 있다. 아주 가끔. (p.84-85)

















리버스는 아내와 이혼하고 십대의 딸과도 떨어진 채 혼자 지낸다. 자신의 집은 우중충하고 빛을 잃었고, 딸이 쓰던 방은 자물쇠로 잠가놓고 있다. 그는 기억나지 않는 아픈 과거가 있고 좀처럼 웃지 않는 성격이다. 그런 그가 동료 형사인 '질'을 만나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나서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 기쁠 때가 있다고 한다. 하!


그 기쁨은 단순히 이혼한 후에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데서 오는 건 아닐테다. 외롭고 공허하고 우중충한 자신의 삶에 누군가 끼어들었다는 것, 그 사람 때문에 자신의 공간도 마찬가지로 활력을 가지게 됐다는 것, 이 지하처럼 잿빛의 공간이 숨을 쉬게 됐다는 것. 무엇보다 자신에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뜻밖의 반가움. 이런 것들이 한데 모여 살아 있는 걸 기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닐까.



오래전에 짧게 데이트 했던 상대에게 이별통보를 받고는 굉장히 절망한 적이 있었다. 사실 짧게 데이트한만큼 그에게 어떤 애정이라든가 하는 게 생기진 않았던 터라 그 이별 자체가 '그를 볼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슬픔이나 절망으로 채워진 건 아니었다. 다만 그는 처음 봤을 때부터 내게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서 나로 하여금 '아, 나를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그런 그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이사람하고 헤어지고나서도 누군가 나를 좋아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이제 이사람하고 헤어지면, 누가 나를 또 좋아해주지? 나를 좋아해줄 사람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지? 그래서 그가 원망스러웠다. 좋다고 했으면 질릴때까지 좋아하다 관둘것이지 이렇게 나는 시작도 못했는데 이럴 게 뭐람, 하면서. 그래서 그 뒤의 연애들은 나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과 그냥 시작했던 것 같다. 딱히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싶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것 같은데,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은 그당시 내게 꽤 크게 다가왔다. 


리버스가 또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를 기대하며 살아왔던 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우중충한 자신의 집과 자기 자신을 그냥 그런대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신에게 찾아온, 아니 자신이 다가갔던 여자는 그 모든 것들에 색을 입힌다. 어쩌면, 어쩌면 모든 것들이 다시 시작되고 다시 생명을 얻게 될지도 몰라.



나는 이 순간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살아 있는 건 기쁘다는 걸 깨닫는 순간. 비록 짧더라도, 그걸 깨닫는 그 순간.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깨달았다면, 그 순간을 아주 오래 기억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혹여 다시 절망이 찾아오고 다시 삶이 잿빛이라 느낄 때, 아 그 때는, 모든 것들이 색을 입고 내게 다가왔지, 하고 추억했으면 한다. 나로 말하자면, 스스로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 여긴다. 내게 일어난 일들을, 사건들을, 기억들을, 하나씩 곱씹고 또 곱씹으며 돌이켜보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때로는 생각하다 아파하기도 하지만, 기쁨을 느꼈던 순간만큼은 잊지 않은 채로 자신 안에 켜켜이 쌓아두었으면 좋겠다. 물론, 리버스의 삶이 앞으로는 색을 입힌 채로 진행되길 원하지만, 혹여라도 다시 잿빛이 되는 순간, 모든 것들이 화려한 빛을 띠고 자신에게 있었음을 기억하기를. 


이 얼마나 사소한 것들로 채워진 순간인가.


물이 넘쳐버린 욕실 바닥, 아파트에 감도는 그녀의 향기, 귓가에 맴도는 그녀의 목소리, 그렇게 시작되는 하루, 서운함을 느끼는 내 마음. 




위스키가 들어가자 속이 한층 편안해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나빠졌다. 그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곳 악취가 속을 더 뒤집어놓았다. 그는 세면대 위로 몸을 숙이고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 정작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든 술과 담배를 끊어야 했다. 지금껏 자신을 살게 해준 것들이 이제는 그를 죽이려 들고 있었다. (p.91)



신문기자 '스티븐스'는 리버스를 내내 주시하고 있다. 그에게는 분명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스티븐스는 허구헌날 술을 달고 산다. 어제도 술을 정신을 잃을 정도로 퍼마셔놓고는, 오늘 또 그 속을 술로 달랜다. 헛구역질을 할만큼 술을 마신다. 이러고나서 다음날 안마시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계속 마신다. '자신을 살게 해준 것들이 이제는 그를 죽이려 들고 있'다고 하니, 아, 이 얼마나 리얼한 비유인가. 나를 살게한 달고 짠것들이 비만으로 나를 죽게할 수도 있듯이, 나를 살게한 술이 내 속을 다 병들게 하고 죽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와중에 안나를 살게 한 브론스키와 그로 인해 또 죽음을 결심한 안나가 생각나는 건..뭐징........슬퍼....나를 살게 했으면,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하진 마. 그냥 계속 살게 하란 말이야, 이것들아!!



어제 친구랑의 대화도 그렇고 며칠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우리는 무엇을 끊기가 더 힘든가에 대해 얘기했었다.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는 끊을 수 있겠는데 밀가루는 끊기 힘들다' 라고 말했다. 한 친구는 술을 앞으로 안마시고 살아도 아쉬울 게 없는데 커피는 끊기 힘들다고 했다. 크- 나로 말하자면 면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밀가루 끊는 게 그다지 스트레스 받진 않는다. 그보다는 고기쪽이 훨씬 더 큰 스트레스가 온다. 빵이나 면류를 안먹는 건 큰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는데, 고기는...아...안돼. 고기를 끊으라고 하면 일단 삼겹살 갈비 스테이크..부터 시작해서 돈까스, 햄, 제육볶음 이런것까지 안먹는 거잖아? 그러면..세상에 대체 먹을 게 뭐가 남지? 안돼 ㅠㅠ 난 밀가루보다는 고기가 더 좋아!! 커피도 물론 좋지만, 나는 둘 중에 꼭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망설임 없이 술을 선택할 것이다. 내가 마시는 액체라고 하면 술과 커피와 물이 전부인데, 이중에 커피를 들어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술을 남겨둔다면 살면서 기쁨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크- 나는 진짜 술을 쌓아놓고 살고 싶어. 냉장고를 열면 술이 가득가득하고 찬장이든 책장이든 어디든 술이 가득가득 했으면 좋겠다. 술이 없으면 초조해...


오늘 아침에 엄마가 콩나물과 고구마줄기 반찬을 해놓으셨길래 아침부터 비벼먹자고 세숫대야를 꺼내가지고서는 나물과 밥을 넣고는 고추장을 꺼내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 그러자 지난 주말에 남동생이 사두었지만 채 다 마시지 못한 캔맥주와 소주가 잔뜩 보였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졸 행복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건 보기만 해도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돈을 벌어야 한다. 계속 행복하기 위해서는 끊이지않게 술을 채워둬야 해. 게다가 내 책장에는 내가 사둔 와인이 한 병 있고, 지난주말에 친구로부터 이른 생일선물로 받은 와인이 또 있다! 꺅 >< 세상은 진짜 살만한 게 아닌가!!!!!!!!!!!!!!!!!!!!!!!!!!!!!!!!!!!!!!!!!! 진짜 세상엔 뭐 그렇게 큰 게 필요없다. 늘 마실 수 있는 술과 안주만 있으면 돼...같이 마실 남자 있으면 또 행복하고. 같이 마실 여자들이 있어도 행복하다. 음탕한 얘기를 섞어가며 술 마시면 천국이로다.




어젯밤에 조카들이 자려고 누웠고 그래서 나도 내 방으로 갔는데, 세 살 조카가 애타게 '이모이모'를 불러댄다. 그래서 가보니 자기 옆에서 자라면서 손으로 자기 옆자리를 탁탁 치는 게 아닌가. 아이구 이뻐라. 나는 또 행복해져서는 여섯살 조카의 뺨에 뽀뽀를 해준 뒤에 세살 조카의 옆에 누웠다. 누워서 가만히 잠들려는 세 살 조카를 보는데 너무 예쁜거다. 그래서 아이의 드러난 팔에 쪽- 하고 입을 맞춰줬는데, 아아, 이 녀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 나를 보더니 "가" 하는 거다. 그래서 내가 "이모 가라고?" 하고 되물으니 손가락으로 방 바깥을 가리키며, "가!" 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놈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니가 오랬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이제와 가라는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이제 너한테 뽀뽀 안한다? ㅠㅠㅠㅠㅠ



여섯 살 조카는 어릴 적부터 브로콜리 삶은 것을 그렇게나 잘 먹었다. 아삭이 고추도 잘 먹었고. 세상에 못 먹는 게 없는 아이었는데, 아이가 야채 먹는 걸 보면 다른 아이엄마들이 그렇게나 부러워했다. 그런데 이 세 살 조카도 자기 누나에게 지지 않는다. 엊그제 엄마가 저녁에 취나물을 볶아주셨는데, 이제 막 젓가락질을 습득해서 곧잘 하는 세 살 조카가 맙소사, 취나물을 그렇게나 먹어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엔 너무 먹어서 안되겠다고 여동생이 치웠을 정도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나물을 잘 먹는 아이를 본 적 있냐며 여동생과 나는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 살 조카는 여섯 살 제 누나보다 밥도 더 많이 먹는다. 참외도 혼자서 하나를 뚝딱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방긋방긋 웃으며 나를 보는데 어지나 이쁜지! 그렇지만 너한테 이제 뽀뽀 안할거야.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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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5-08-06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니가 너무 사랑스러워요. 아흥~!! ♡

다락방 2015-08-06 16:52   좋아요 1 | URL
요즘에 아주 이뻐 미치겠어요. 저녀석이 막 이모이모이모이모 하고 애타게 나를 부른다니깐!!! >.<
 













그림이 너무너무 예뻐서 조카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여섯 살 조카는 보는둥마는둥 세 살 조카는 처음엔 뚫어져라 보더니 세 장쯤 넘겼을까,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린다. 나는 계속 한 번이라도 함께 재미있는 책읽기에 성공하고 싶어 시도해보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채로 혼자 세 번을 읽었다. 세 번을 '봤다'. 


그리고 드는 생각.


아아, 나는 누가 나한테 그림책을 읽어줬으면 좋겠어.


역시 이 책에서도 뭘 느껴야하는지를 모르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가 나한테 그림책 읽는 방향을 설정해주고 또 그에 맞게 지도해줬으면 좋겠다. 만 원 넘는 그림책인데 그냥 읽으면 딱- 아무 생각이 안나... Orz

이게, 내가 재미있게 읽어야 다른 사람(조카들을 포함)들에게도 반짝거리며 재미있다 말해줄 수 있는데, 내가 아무 느낌이 없으니 뭘 전달해야 할지도 몰라서, 그림책의 책장을 넘기며 조카들 보여주면서도 그냥 '이거봐' , '수박이야', '수박 크다', '쩍 갈라졌어' 라고 설명하는 게 전부 다다. 내가 아이어도 내가 그림책 읽어주는 거 별로 안좋을 듯...


난..

역시 성인물 타입인가봉가...
















이 책도 마찬가지. 그림책을 사랑하는 친구로부터 추천을 받고 읽었는데, 역시나 다 읽고 멘붕이 찾아온다. 그러니까 좋다 싫다 느낌이 아니라, '이건 대체 뭘 말하는걸까?' , '이건 뭐지?' 하는 느낌. 인간 친구로부터 빨간 목도리를 선물 받았는데, 왜 얼의 엄마는 그걸 받지 말라고 말할까? 다 읽고 멘붕이 찾아와, 그냥 또 머릿속에 생각이 싹- 없어져서 친구에게 말했더니, 친구가 이것은 독립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친구의 설명을 덧입고 태어난 이 책은 좋은책인데, 그 느낌을 간직했다가 다시 보려고 해도 원점으로 돌아와...


친구님하, 미안. 나는 안되는것 같아요. ㅠㅠ



왜 나는 그림책 혹은 동화책을 읽으면 머릿속에 생각이 싹- 달아날까. 백지가 된다 그냥 순수 백지.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거의 3주만에 일자산엘 갔다. 요즘 네이버뮤직 정기권 끊고 듣고 있는데, 덕분에 에이핑크의 앨범 전체를 들으며 산행(아니, 산책)을 했다. 일단 타이틀 곡 <LUV> 는 좋아서 요즘 내가 맨날 흥얼거리고 있는데, 다른 노래도 다 좋을까? 하며 들어보게 된 것. 다른 노래도 뭐랄까,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들로 되어있는 노래들도 아니고 또 음정도 어렵지 않아 듣기에 나쁘지 않구나, 으응, 괜찮네, 하면서 듣다가, 아아아아, 얘들아...하는 심정이 된 노래가 똭- 찾아들었는데, 그게 바로 <동화 같은 사랑>.


자, 내 귀에 딱 걸린 가사를 보자.



내가 너무 힘들 때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을 때 
난 더 나이를 먹고 세상은 변하고 자꾸 무덤덤해져서

어릴 적 나의 소원은 동화 속에 나온 공주들처럼 
사랑을 기다리다 구하려 나타나 그대를 기다려요 

동화 같은 사랑 어느새 자꾸 잊혀지는 그 사람 
유리구두 한 짝을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줄 사랑을 원하죠 

동화 같은 사랑 잠든 날 깨워줄 마법 같은 사랑
조심스럽게 다가와 내게 입 맞추는 그대를 그려요 내 사랑 

매일 내 꿈속에서 가슴 설레이게 하던 그 사람 
지금 내 앞에 있는 날 보는 이 남자 혹시 그 사람이 맞나요 

온 세상을 둘러봐도 완벽한 사랑을 찾진 못해도 
언제나 그려요 언젠간 오겠죠 나의 첫사랑이 

자꾸 궁금해져가 지금은 어딨을까 널 위한 사랑이

동화 같은 사랑 어느새 자꾸 잊혀지는 그 사람 
유리구두 한 짝을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줄 사랑을 원하죠 

동화 같은 사랑 잠든 날 깨워줄 마법 같은 사랑
조심스럽게 다가와 내게 입 맞추는 그대를 그려요 내 사랑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서 엉뚱섬이 사라지는 것에 눈물을 흘렸던 나이니만큼, 그러니까 딴지를 걸지말고 내버려둬야 하지만, 얘들아, 


왕.자.는.없.어.


마법같은 사랑? 없어.


유리구두 한 짝... 그런거 없어.



아 이 노래가 너무 거슬리는거다 ㅠㅠ 그러면서 음을 따라 흥얼대. 동화 같은 사랑~ ♪♬ 잠든 날 깨워줄 마법 같은 사랑~ ♪♬


일자산의 푸른 잔디가 보였다. 초록초록한 잔디. 이들의 음색이 맑고 단순하고 쉬워서 뭔가 잔디같다, 는 느낌을 받다가 동화 같은 사랑, 이란 가사 때문에, 아아, 인공잔디 같구나, 했다. 잔디는 잔디이며 잔디만큼 푸르되, 만들어진 잔디로다. 꾸며진 잔디로다. 



https://youtu.be/pq1ewDWBsDY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붙잡은지 일주일 째...더딘 독서....책 탓은 아니고...술 탓...) 이혼한 남자가 직장 동료와 파티에서 만나 하룻밤 자고, 아침에 일어나 또 충동이 일어 다시 또 자는(응?) 부분이 잠깐 나왔는데, 나는 그냥 이런 거에 이입이 잘 된다. 성인물 취향이라 정말이지 나는 어쩔 수가 없어....




어제 일요일 오후에는 여동생과 조카와 함께 백화점엘 갔었다. 택시를 타고 가면 짧은 거리이긴 하지만 늘상 막히는 곳인데, 어제는 막히지 않고 슝슝 가더라. 어어? 왜이렇게 차가 없지? 하다가 아아, 휴가갔나 보구나, 했다. 오늘 출근 길도 마찬가지. 평소의 월요일과는 다르게 조용하다. 다들 휴가 갔나보다. 다들 휴가갔어요?


아침에 출근하려고 옷을 차려입고는 세 살 조카에게 '이모 다녀올게' 라고 하자 아이가 울면서 손으로 자기를 가리킨다. 손바닥으로 자기 가슴을 치면서 자기도 데려가라 조른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네가 그러면 내가 어떻게 가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아른. 아이는 신발장으로 가 제 신발을 찾아들고서는 함께 가잔다. 하는 수 없이 세살 조카 여섯살 조카 그리고 우리 엄마가 함께 나와서는 나와 남동생의 출근길을 배웅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모'를 말하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이모' 라고 나를 여러차례 불렀다. 며칠전부터 조카들을 안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는데, 어제와 오늘은 참 많이 조카들을 안았다. 여섯 살 조카를 안을 때는 아이가 많이 커서 무거운데, 다른 식구들이 무거운데 왜그렇게 안고있냐, 허리 다친다, 하는데, 나는 아직은 번쩍 들어 안아 올릴 수 있으니, 계속 안아주고 싶다. 안고 싶고, 안을 수 있다면, 안는 게 정해진 답인 것 같다.




그나저나, 남들이 휴가를 가서 그런가, 나도 일하기가 시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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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락님께
    from 글을 아는 고양이 2015-08-03 22:58 
    다락님께 그림책을 권했다 실망을 안겨드리곤 하는 장본인으로서 ㅠㅠ 어딘가 죄송한 마음으로 간단히 적어 봅니다. 그림책은 여러모로 취향 타는 영역이지요. 어른과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사이, 어린이 사이에도 좋아하는 책이 엇갈리고요. 저 역시 남의 추천에 혹했다 실망하기도 해요. 정답은 없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좋은 그림책을 찾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까지 하면서 그림책을 읽어야 되는 이유는 없습니다. 타미에게 읽어줄 책을 찾으신다면 일단 타미가 좋아했던 책
 
 
다다 2015-08-0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자.는.없.어.
마법같은 사랑? 없어.
유리구두 한 짝... 그런거 없어.

이 문장을 읽는데, 웬지 모르게 해철이형 목소리로 리딩했어요. ㅠㅠ 다들 휴가인가봐요. 제가 사는 동네며 직장도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걸 보니... 덥네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5-08-03 11:16   좋아요 0 | URL
다들 휴가중인데 나와서 일해 그런지 지금까지 일을 1도 안했어요. 점심 먹고 시작해야지... 할 것도 많은데 ㅠㅠ

지금행복하자 2015-08-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아이들이 보고싶어하는 책하고 어른들이 보여주고싶은 책은 확실히 다른것 같아요~~
수박수영장 저 책 예뻐서 신간도서로 찜 해뒀는데 아이들 반응이 안 좋으면 생각해봐야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5-08-03 11:15   좋아요 0 | URL
지금행복하자님, 저 책은 아이들 반응이 안 좋은 도서라거나 하진 않고요 ㅎㅎ 제가 잘 모르겠는 도서입니다. 이 페이퍼를 참고해보세요. 도움이 되실 겁니다.

http://blog.aladin.co.kr/chat/7674179


저는 워낙 그림책을 잘 못읽어서 ㅠㅠ 그래서 계속 읽어보려고요. 언젠가는 길이 열리겠지, 하고...

moonnight 2015-08-0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아줄 수 있을 때 실컷 안아주어야해요. 열살된 첫째조카아이는 이제 업거나 번쩍 안거나 할수없게 커버렸는데 가끔 업혀있는 동생이 부러운 눈치라 애틋해요ㅠㅠ
그나저나, 저도 그림책이 어려워요ㅠㅠ

다락방 2015-08-03 13:58   좋아요 0 | URL
네네. 나중에라도 `우리 이모는 날 지겹게 안아줬지` 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까지 실컷 안아줄게요. 선배님의 말씀 잘 따르겠습니다. 충성! ㅠㅠ

우리는 조카를 사랑하는데 왜 그림책은 어려울까요, 문나잇님? ㅠㅠㅠㅠㅠ

비로그인 2015-08-03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생기고 성격좋은 왕자같은 건 없어...
휴가도 없어......또르르...

다락방 2015-08-04 08:18   좋아요 0 | URL
돈도 없어............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이드 2015-08-0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어드릴께요. http://blog.aladin.co.kr/misshide/category/19593797?communitytype=MyPaper

다락방 2015-08-04 08:19   좋아요 0 | URL
오, 일단 들어가보니 펭귄과 소년의 그림책이 흥미로워 보이네요. 천천히 시간날 때마다 들어가서 들여다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하이드 2015-08-0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어둠` 이라는 그림책을 추천합니다. 생각이 엄청엄청 많아지실꺼에요.

다락방 2015-08-04 08:20   좋아요 0 | URL
지금 검색해봤는데 이 책은 그래픽노블인가봐요? 오케이. 접수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15-08-0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도 데려가라고 가슴을두드리는조카라니ㅅㅅ근데 충동덕으로 두번잔 그커플은 어찌됐나요 저도 이쪽취향이라 결말이궁금하네요

다락방 2015-08-04 09:48   좋아요 0 | URL
`이언 랜킨`의 [매듭과 십자가]에 나온 내용인데요, 네, 뭐 앞으로 잘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시리즈인데 앞으로도 이 여자가 계속 등장한다고 하네요. 하핫
 


어린이집 가는 세 살 조카, 유치원 가는 여섯 살 조카. 각자 등원하는 조카 남매. 너무 귀여워서 이 사진을 한참이나 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놀다가 삐져서 뛰어가 소파에 얼굴 묻은 세 살. 아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




[인사이드 아웃] 보려고 제엄마랑 극장 가서 팝콘 먹는 여섯 살. 아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영화 다 보고 제엄마가 여섯 살에게 어땠느냐 물으니, '울면 사탕 나오는 거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했단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그 생각 해보지 못했는데. 



주말에 얘들이 온다! 힛 ^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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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7-30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용~~정말 귀여워요~~귀여워요~~귀여워욧 !!!!!!!!!!^^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조카들이 있는 다락방님이 무지 부럽습니다~!!!!!!!!!!!
오늘 점심은 무얼 드실지욤~?^^ 문득 궁금,,,,,^^;;;

다락방 2015-07-30 10:50   좋아요 0 | URL
아, 저 지금 배고파서 간식으로 러스크를 먹었더니 배가 부르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점심 메뉴에 대한 생각에 최선을 다할 수가 없어요. ㅋㅋㅋㅋㅋ 한시간 쯤 지나고나면 격렬하게 생각해봐야겠어요. ㅎㅎㅎ

조카들은 사랑이에요, 애플님 ♡

무해한모리군 2015-07-3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면 사탕 나오는 거 너무 좋을 것 같다 니 멋진 감상평이네요 ♡.♡

다락방 2015-07-30 10:5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감상이 진짜 자지러지게 좋았어요, 휘모리님. 짱이에요!
♡.♡

지금행복하자 2015-07-3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워요~ 한창 귀여울 때에요... 옆에서 징징대는 중3이 징그러워 보여요 ㅎㅎ

다락방 2015-07-30 12:10   좋아요 0 | URL
아, 지금행복하자 님. 옆에서 징징대는 중3이 징그러워 보인다는 댓글에 완전 빵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꼬 2015-07-3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살에게 저 팝콘은 얼마나 많을까요. 나는 그런 게 부러움. @_@

다락방 2015-07-30 14:53   좋아요 0 | URL
팝콘을 좋아하는 여섯 살이에요. 헤헷 :0

hnine 2015-07-30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삐져있을때 알아주지 않으면 큰일 난답니다.

다락방 2015-07-31 08:20   좋아요 0 | URL
나인님, 삐지면 달래줘야되는 게 맞는데 아우 너무 귀여워서 사진 부터 찍게 되는 것 같아요. ㅠㅠ
둘째라서 그런지 애교를 장착하고 태어났어요. 저렇게 삐져있다가도 이내 방긋방긋해요. 아우, 진짜 이뻐요. ㅠㅠ

moonnight 2015-08-0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워 귀여워♥♥♥♥♥♥♥ 저 통통한 애기다리랑 엉덩이♥♥♥♥♥
조카들은 정말..사랑스러워요 울먹ㅜㅜ; 제 조카아이들은 벌써 열살 여섯살이 되었어요. 다락방님 조카아이들 사진을 보니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오르네요. 어른되어도 여전히 귀여울 것같은 아이들^^

다락방 2015-08-03 09:27   좋아요 0 | URL
너무 귀엽죠! 너무 예뻐요. 이모 안아줘, 안아줘 막 이러면 짧은 팔로 와서 안아주는데 아아아아 사랑입니다, 문나싱님. 흑흑 ㅠㅠ
저도 여섯 살 타미를 보면 세 살 타미가 떠오르고 두 살 타미가 떠올라서 막 더 사랑스럽고 그래요. 한 아이가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건,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큰 축복인 듯 합니다. 아아, 조카는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