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경우든 역사에 관한 것은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 된다, 라고 그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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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10-21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당과 북한의 주장이 같다 라고 주장하더군요.
새누리당 정치 정말 잘. 합니다. 잘해요....

레와 2015-10-2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 놀랍지도 않고. ㅡ.ㅡㅋ

어쩜 저렇게 뻔뻔할수가 있죠.

테레사 2015-10-2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바닥이 어디까지일까를 날마다..생각하게 하는 요즘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우리의 평균적 수준이 이 정도일까요? 어쨌거나 저런 사람을 뽑은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고 호흡하고 살고 있으니까요..그동안 우리가 그래도 좀 나은 축에 속하는 나라라고 은연중에 생각했다면, 그건 정말이지 착시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transient-guest 2015-10-23 0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도 놀라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보다 더한 지옥을 보여줄 능력과 의지가 충만한 그들이니까요.
 


며칠전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하늘을 걷는 남자》란 영화의 예고편을 보게 됐다. 무역센터빌딩 꼭대기에서 저쪽 빌딩으로 줄을 연결해 그 위를 걷는 남자의 얘기였다. 그러자 어, 이것은 혹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가? 하면서 내가 오래전에 사두고 아직 읽지 않았던 책, '칼럼 매캔'의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기전에 책을 먼저 읽어야겠구나, 하고서는 정말이지 오만년만에 책장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책이 나와 만날 때가 있는 법이라니깐...

















이 책이 이 영화의 원작인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영화의 소개를 찾아봐도 또 알라딘에서 책을 검색해도 그런 말은 없더라. 흐음. 어쨌든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 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나는 다시 예고를 찾아 보았다. 예고편에서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전혀 보이지 않고, 그저 줄을 타는 남자에 대해서만 다루더라. 그렇다면 이건 이 책에서 이 남자에 대한 것만 쏙 뺀건가? 아니면 그 부분만 소재로 삼은건가?



《하늘을 걷는 남자》 예고편 



책을 읽을수록 더더욱 영화랑 멀어지는 것 같아 영화정보를 다시 검색했더니, 이 영화속의 줄 타는 남자는 실존 인물이며, 줄을 탔던 것 역시 실화라고 한다. 아, 그렇다면 책에서 이 남자의 소재를 가져다 쓴거고, 영화도 이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가? 그러니까, 이 책은 영화랑 별개인데 같은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는건가?



이 궁금증은 책을 다 읽고나서 풀렸다. 친절하게도 마지막에 <작가의 말>에 다 실려 있었던 것.



1974년 8월 7일, 필리프 프티는 세계무역센터 빌딩들 사이를 줄을 타고 건넜다. 나는 그 줄타기를 이 소설의 소재로 사용했지만 그 밖의 다른 사건들과 인물들은 모두 실재하지 않는다. 나는 필리프 프티의 줄타기를 상당 부분 내 자의적으로 바꾸었으나, 그 순간과 그 환경의 질감만은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p.591, 작가의 말)




100자평으로도 썼지만, 세상은 돌고 돌고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어떤 인연으로 얽히게 될지 모른다. 소설속의 재슬린의 말처럼, '우리가 처음에 알던 사람은 우리가 마지막에 아는 사람이 아니다.' (p.587)


공교롭게도 오늘 아침 친구와 그런 얘기를 했었다. 어릴 때 단짝친구가 지금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고, 우리는 앞으로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거라는. 몇 년전에 내가 가장 친했던 친구와 나는 소원해졌고, 그럴 줄 몰랐던 친구와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니 지금 친한 사람들 중 누군가는 어느틈에 서서히 멀어질 수 있을 것이고, 또 그자리에 나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을 채우게 될지도 모른다. 


소설속에서 사람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다. 그로 인해 가슴 아파하고 절망하지만, 다른 식의 인연이 그 옆자리를 대신한다. 대신 들어온 사람이 그전의 사람과 같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다른 식의 만남과 행복을 삶에 채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재즈가 사라지고 남은 아이들은 글로리아를 만나 아름답게 성장했다. 글로리아를 만난 아이들을 보며 틸리는 이제 재즈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한다. 재슬린은 비행기를 타려다가 근사한 이탈리아 남자를 만나고, 그리고 클레어와 이별할 준비를 한다. 코리건은 갔지만, 코리건과의 이별에 결정적 역할을 한 라라가 이제 키아란의 옆에 있다. 휘청거리는 라라였지만 이제는 자기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가야할 곳이, 만나야 할 사람이,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는지도 모른다. 결정적 사건이 우리를 다른 사람이 되게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의 흐름이 우리를 여기에, 지금 이 자리에 데려다놓은 것일런지도 모른다. 자, 이제 네 인생의 이 시점에서, 너는 이 사람을 만나야 해. 그리고 그 사람은 네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게 해줄 수 있을거야. 



우리는 누군가와 잡은 손을 놓을 때가 오지만, 또 누군가가 와서 그 손을 다시 잡아주기도 한다. 어느 여름밤에 잠이 든 순간에도 내 손을 쥐고 놓지 않던 사람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단단하고 안정적이었던 느낌.



어떤 사람들은 살며시 내 손을 놓을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살며시 내 손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여전히 내 손을 단단히 쥐고 있을 수도 있다. 내 손을 놓은 사람은 자신의 갈 길을 가서 자신의 삶을 살다가 또 어떤 식으로 어딘가에서 나와 마주치게 될런지도 모른다. 세상은 돌고 도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의 마지막을 재슬린이 해줘서 고마웠다. 재슬린이 해주면서 키아란과 라라를 만나게 해주어 고마웠다. 그리고 재슬린에게 글로리아와 클레어가 있었단 사실이 고마웠다, 라고 쓰려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돈다. 그러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그토록 슬픈 일들이 그들에게 일어났었고, 그 아픔은 결코 극복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겠지만, 그들을 버티게 하기 위해 새로운 누군가가 그들의 손을 잡았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니까, 그래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이야기, 아름다운 책이다.



참고로, 하늘을 걷는 남자의 실제모델인 '필리페 페티'는 《맨 온 와이어》란 영화에서 자기 자신을 연기하기도 했다. 몇 해전 이 영화의 예고를 보고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렇게 또 만나게 되는구나. 역시, 세상은 돌고 돈다. 내가 어딘가에서 누구를 어떤식으로 만나게 될지, 또 '다시' 만나게 될지는, 알 수가 없다.





《맨 온 와이어》 트레일러 





"난 그냥 갑자기 멈춰 섰어요. 완전히 길거리 한가운데서 말이에요. 청소차에 치일 뻔했답니다. 근데 난 그냥 거기 서 있었어요, 손을 무릎에 대고, 시선은 따응로 향한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이에요. 왜 그랬는지 알아요? 왜 그랬는지 말할게요."

다시 말을 멈춘다.

그들 모두 앞으로 몸을 기울인다.

"왜냐면, 그 불쌍한 아이가 떨어졌는지 알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네." 글로리아가 말했다.

"난 그저 그 아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요, 네."

글로리아의 목소리, 마치 에배에 참석한 것 같았다.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벽난로 위 시계는 째깍째깍 가고 있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럼요, 그렇죠."

"그리고 만일 그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떨어지지 않았어요?"

"알고 싶지 않았어요."

"네, 알 것 같아요."

"왜냐면, 어찌어찌 그곳에 머물렀고, 또 안전하게 내려왔다면, 그건 상관없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멈춰 서서 발길을 돌려 지하철을 타고 이리로 올라 온 거예요. 두 번 다시 눈길도 돌리지 않고 말이에요."

"할렐루야."

"만약 살아 있다면 마이크 주니어일 리 없으니까요." (p.171-172) 

그녀는 다시 길게 한 모금 담배를 빤 후 연기가 폐 안에 머무르게 한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슬픔에는 담배가 좋다고 한다. 길고 깊게 한 모금 들이마시면 어떻게 우는 건지 잊게 된다. 몸이 그 독과 대응하느라 너무 바쁜 때문이다. 군인들에게 공짜로 나눠 주는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아닐까. 럭키 스트라이크. (p.142)

전쟁은 무의미한 겁니다, 아이가 말했다. 더 이상 거울을 들여다볼 수 없는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을 내보내 죽게 하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은 헛됨을 한데 모으는 일이다. 그들은 단순하게 만들고자 한다. 적을 증오하라, 적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 하지 마라.(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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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20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 방에서 망각에 대한 짧은 소견을 나눈 차에 누군가 떠난 자리를 또 새인연들이 채우고 그런 삶이 삶이지...마냥 아파만 하는 건 스스로의 삶에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걸거란 생각을 이젠 합니다.
망각도 숙제마냥 부지런히 비우고 채우는 술잔 같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다락방 2015-10-21 08:35   좋아요 1 | URL
소중한 누군가와 잡았던 손을 놓게 된다는 건 정말 슬픈일이지만, 마냥 슬퍼만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 슬픔을 가슴에 묻은채 또 새로 누군가 내미는 손을 잡아야겠지요. 누군가에게 내가 손을 내밀어도 좋을테고요.

살리미 2015-10-20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기다리고 있어요^^ 조토끼씨가 출연하잖아요 ㅎㅎ
이렇게 인연이 되어 잊었던 책도 만나고, 제가 기다리고 있던 영화 얘기도 듣게 되고! 역시 어떤 인연으로 얽히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건가봐요^^

다락방 2015-10-21 08:35   좋아요 1 | URL
네, 조토끼! ㅎㅎ
이 책은 읽어보셨어요, 오로라님? 이 책 좋더라고요. 영화를 보고싶어서 책을 본거였는데, 책 보길 잘했다 싶어요. 헷. 그러니까 진짜 타이밍인것 같아요. 이 책을 산 시점은 몇 년 전이지만 읽는 때는 이렇듯 지금이었어요. 흣.

단발머리 2015-10-21 0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나고 헤어지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 너무 공감되요.
주말 만남에 대해 짧은 글을 써놓았는데, 다락방님이랑 같은 걸 말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 글이 더 좋았어요.
나랑 같은 마음이라서요. *^^*

2015-10-21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1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인 오스틴'의 《설득》에 대한 에이바님의 좋은 리뷰 를 읽고나니, 얼마전에 읽은 소설 《남자 없는 여름》이 생각난다. 


《남자 없는 여름》에서 75세 이상의 노인들이 북클럽을 하는데, 이번에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책이 '제인 오스틴'의 《설득》이라고 나온다. 주인공인 '미아'는 시창작 강사이며 글을 쓰고, 또한 자신의 어머니가 북클럽의 회원이기 때문에 독서클럽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다. 모임에 참석한 부분을 일부 옮겨보겠다. 마침 에이바님이 리뷰에서 하빌대령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여성이 목소리를 낸 소설'이라고 한 부분에 대한 인용문이 될 것 같다. 


오스틴은 앤의 목소리를 빌려,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여성’의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에, 남성들이 부여한 '변심하는 여성'이 되어야 했던 이들 말이다. (에이바님의 리뷰 中)

















방에는 나를 제외하곤 75세 이하의 여자가 한 명도 없었다. 교사 두 명과 전업주부 세 명, 시간제로 축하 카드 속지에 들어가는 재미난 문구를 지어내는 작가 한 명은 전부 '기회의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었지만, 그 기회라는 것은 그들의 음부陰部에 심하게 좌우되는 것이었다. 언젠가 엄마가 내게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났다. "학업을 계속해서 최소한 석사 학위는 따야지 하고 늘 생각했는데, 시간이 너무 없고 돈도 충분치 않았어." 주방 식탁에 프랑스어 문법 책을 펴놓고서 입술을 달싹거리며 소리 없이 동사 변화를 외우던 엄마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하빌 대령은, 아주 점잖은 태도이긴 하나, 앤의 이야기에 대한 반박으로 대포를 발사한다.



"…여자의 변덕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언급하지 않은 책은 내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노래 가사와 속담들도 다 여자의 변덕에 대해서 말하지요. 하지만 어떠면 당신은 그것들을 쓴 사람이 모두 남자들이라고 말하겠군요."

"아마 그럴 거예요. 네, 맞아요. 책에 나오는 예를 인용할 필요는 없겠어요. 남자들은 여자들이 누리지 못한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자기들의 이야기를 해왔으니까요. 교육은 비교할 수도 없으리만치 거의 다 남자들의 소유였어요. 펜은 남자들의 손에 있었고요. 그러니 책으로는 그 무엇도 입증할 수 없을 거예요." (제인 오스틴, 《설득》) -시리 허스트베트, 《남자 없는 여름》p.232-233



설득은 오래전에 읽었고 마지막, 외출 직전에 앤이 편지를 써서 남자에게 건넸던(아니, 남자가 여자에게 써서 건넸던가..) 장면만이 기억나는데, 위와 같은 인용문이 나온다면 다시 읽어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집에 설득 책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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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5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이바 2015-10-14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득 후반부에 있어요. 저 대화를 듣고 웬트워스가 용기를 내어 앤에게 쪽지를 건네지요. 좀 짧긴 한데... 오스틴을 페미니즘 시각에서 바라본 논문들도 있어 흥미로워요.

다락방 2015-10-15 09:50   좋아요 0 | URL
지금 읽는 설득은 과거에 읽은 설득과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남자 없는 여름]을 읽으면서도 했는데 에이바님 리뷰로도 했어요. 그렇다면 저는 지금 설득을 다시 만나야할 때인가 봅니다. 아...저 설득 방출했었는데.. ㅠㅠ 다시 사야겠어요 ㅠㅠ
근데 저는 양장으로 사고싶은데 에이바님은 반양장으로 리뷰를 쓰셔서.. 제가 땡투를 못하겠네요? 음..고민해봐야겠어요. 반양장으로 살지.. ㅎㅎ

blanca 2015-10-14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75세 이상의 북클럽이라니...참관하고 싶어집니다. 제인 오스틴은 정말이지 북클럽을 부르는 작가인듯...주변에 제인 오스틴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ㅋ

다락방 2015-10-15 09: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인 오스틴은 북클럽을 부르는 작가인듯 해요. 제인 오스틴 북클럽 이란 책도 있을 지경이니까요. ㅎㅎ 나이든 여자들이 같은 작가의 같은 책을 읽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진짜 로망인 것 같아요, 블랑카님! 우리도 오래오래 책 읽은 얘기 하면서 알라딘에서 만나요!

기억의집 2015-10-1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5세에 책속의 글들이 제대로 보일까요? 노안이 오면 글 읽는 게 무척이나 힘들다 하던데요! 75세의 북클럽 설정은 무리지 않나 싶네요. 작가 맘이겠죠!
남자들은 자신들이 얼미나 많은 혜택을 받고 사는지 모르겠죠? 그러니 여자가 사회생활에 적극적이고 진출을 많이 하니 자기가 있어야할 자릴 여자들이 차지한다고 생각해서 김치녀 된장녀며 비하하는 거죠!

다락방 2015-10-15 09:54   좋아요 0 | URL
아마 안경을 껴도 힘들지 않을까요? ㅎㅎ 누가 읽어줘야 할지도...
나이들어서도 계속 책을 읽고 토론하고 하는 것이 작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어요. 저도 노년에는 몇몇 사람들과 북클럽을 만들어 함께하고 싶은데, 조용조용 책 이야기 하고 싶은데, 노안으로 힘들겠죠? ㅜㅜ

이미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혜택이 익숙한터라 그걸 혜택이라 생각할줄 모르고, 여자들에게 주어지는 것들에 대해 `너네가 더 혜택받어, 여성상위시대야` 뭐 이런 소리들을 해대는 것 같아요. 게다가 남자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죠. 이미 남성의 시선에 길들여져버린 많은 여성들 역시, 여성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하아- 답답할지경이죠. 애초에 자기들이 있어야할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받고있는 혜택에 길들여지란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요.

2015-10-15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0-16 11:44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원래 하드커버 싫어하는데요, 문동고전은 반양장이 표지랑 너무 너덜너덜 따로 놀더라고요 ㅠㅠ 너무 약하고요...그래서 문학동네 고전만 하드커버로 사요.. 그렇지만 이번엔 반양장으로 살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그 책 두 권이나 있었는데 지금 집에 없는 이유는 뭔지... 아하하하하 ;;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재미있게 읽었고, 요 네스뵈의 다른 책들을 거의 다 가지고 있지만(박쥐는 없는듯?), 다른 많은 책들과 마찬가지로 읽지 않고 있었다. 뒤로 밀리고 밀리고 또 밀리고... 그런 요 네스뵈의 많은 책들중에서 굳이 이 책을 선택한 건, 슈퍼바이백 때문...이었는데(응?) 아아, 이 책은 한 번 들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바로 그런 책이었고, 나는 이 책을 하필이면 일요일 밤에 시작해 버렸으므로, 월요일부터 지금까지 망치고 있다...큭- 지치고 피곤해서 매일 소주를 마셔.....그런채로 수요일이 되었어..... 됐고.



이 책 속의 '아들'은 어린시절 아버지를 무척 존경했었다. 아버지처럼 되고 싶어서 아버지가 했던 운동인 레슬링을 했고, 거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아버지처럼 경찰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그런 아버지가 부패한 경찰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부터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고 만다. 그는 헤로인 중독자가 되었고, 헤로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에 대해 자백하고, 그렇게 감옥으로 들어가서 수감생활을 한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교도소 부소장과 교도소 담당 신부는 그에게 또다른 죄의 자백을 강요하고 헤로인을 건네준다. 그는 12년간이나 감옥에서 약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으며, 이제 서른살이 되었는데, 그제서야 자신의 아버지가 부패경찰이 아니었음을,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했던 마음이 너무나 죄스러워, 그는 탈옥을 결심하고, 탈옥한 뒤에는 자기가 알고 있는 범죄자들을 찾아가 범죄를 저지른 방식 그대로 복수한다. 감옥에서의 그는 다른 많은 죄인들의 고백을 들었고, 그래서 그 죄가 어떻게 저질러졌는지, 누가 어떻게 누명을 쓴건지, 진짜 죄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악한 행동을 한 자들에게 바로 그대로 복수를 한다는 것은 그 나름의 통쾌함이 있다. 네가 당해서 괴로운 것, 그것을 너는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었지? 분명 어떤 죄에 대해서는 죗값을 치르라며 감옥에 가둬두는 것만으로는 용서가 안되기도 하니까. 법이 있고, 그 법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도리임을 알지만, 만약 '아들'같은 '응징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 역시 남몰래 그들을 응원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살인자'임과 동시에 '처벌자'이다. 그는 결코 선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니 이 책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한편, 대체 이 '아들'은 왜 그토록 자신의 아버지에게 집착해 이토록 자신을 망치고 있는가, 에 대해서도 안타까웠다. 그러나 '집착'이란 자신만의 것, 그가 집착하는 대상에 대해 다른 이가 하지말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는 자신이 살아가야 할 이유가 단 하나인 사람들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 하나의 이유가 사라지면, 그 다음 그들의 삶은 어떻게 진행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 우리가 삶에서 재미를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단 하나만 정해두고 그 하나만을 위해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건 그 삶을 놓는 것 역시 한 순간에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들의 상처를 두고, 아들의 아픔을 두고 내가 그것을 극복하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에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누군가의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다. 다만,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집착하는 한 대상에게만 몰두하지 말고, 자신의 주변 역시 돌아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아들이 사랑에 빠진다. 18살 때부터 12년간 감옥에 있었던 그이니만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처음이다. 그러니 사랑에 빠진다는 게 어떤건지, 어떻게 알아챌 수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그가 범죄자임을 알면서도 그의 옆에 있어주는 택시기사에게 누군가 날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묻는다.



"누군가…… 누군가가 날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아나요?"

"그냥 알지.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사소한 것들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어. 사랑은 마치 샤워할 때의 수증기처럼 우릴 감싸지. 물방울 하나하나를 볼 순 없지만 몸이 따뜻해져. 축축해지고 또 깨끗해지고." 펠레는 껄껄 웃었다. 자신의 표현이 부끄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약간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계속 그녀를 사랑으로 목욕시키면서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가요?"

펠레는 소년의 질문이 즉흥적인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어보려고 작정한 질문이었다. 지난번 그의 택시를 탔을 때 그가 아내와 찍은 사진을 보고 이러는 게 분명했다.

"물론이지." 펠레는 무언가가 목에 달라붙은 느낌이었다. 부스러기 같은 것. 그는 큰 소리로 기침을 하고 라디오를 틀었다. (p.484)



음...요 네스뵈가 이 구절을 쓰고 어떤 기분이었을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스스로 뿌듯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 네스뵈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린뒤 뿌듯했겠구먼...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러나 이 구절을 읽는 나로서는, 읭? 스러웠다. 글쎄, 뭐랄까, .. 동의하거나 공감하기엔 좀... 샤워할 때의 수증기.....글쎄? 나는 나를 향한 누군가의 사랑이 한 번도 샤워할 때의 수증기처럼 느껴지질 않았고, 이 은유를 읽는다고 해서 '아 맞아!' 하게 되지도 않는 거다. 다른 사람들은 사랑을 샤워할 때의 수증기같다 느끼나...내가 인생을 좀 더 살아보면, 아, 사랑은 마치 샤워할 때의 수증기처럼 나를 감싸지, 하게 될까? 글쎄...사랑에 대한 공감하지 못할 표현... 킁.



그러나 저렇게 말하기 전에 펠레는 더 중요한, 더 크게 와닿는 말을 한다. 샤워할 때의 수증기 같은 것 말고, 정말 중요한 것.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했어?"

"아뇨. 해야 하나요?"

"늘, 밥 먹듯이 해야지. 그걸 산소라고 생각해봐. 그거 없이는 못산다고. 사랑해, 사랑해, 한번 말해봐. 그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거야." (p.484)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알리는 것,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니 펠레가 말한것처럼 밥 먹듯이 사랑한다 말하는 것은 좋다. 표현하지 않은 마음이 가 닿을 리가 없으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고, 샤워할 때의 수증기처럼 감싸려면, 그 전에 일단 확신이 있어야 하는 거다.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 그것은 표현되어야 알 수 있는 것이고. 그러니 초코파이 광고에서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저 바라보면~ 하는 게 적절하려면, 샤워할 때의 수증기처럼 상대의 사랑이 나를 감싸려면, 우선은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또 계속해 표현하는 게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산소 드립은 치지 말지... 산소 드립은 너무 흔해...

요 네스뵈는 사랑에 대한 은유에는 영 젬병인걸로...(  ")



그러나 이 책은 재미있고, 또 끊임없이 노르웨이의 부패한 현실을 일깨워준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일테다. 재미있는데, 할 말을 하고 있으니까. 누군가는 이천만원짜리 시계를 사는데 누군가는 한 시간에 6,030원의 시급을 받으며 일한다는 것은..어딘가 어색한 게 아닌가.



"하지만 자네가 모르는 사람이라니까 하는 말인데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이 갖는 건 옳지 않아. 저 집을 좀 보라고! 여긴 노르웨이지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니야. 우린 그저 끔찍하게 추운 북쪽의 척박한 나라에 불과해. 하지만 다른 나라에는 없는 한가지가 늘 있었지. 모종의 평등, 모종의 공정함 말이야. 그런데 이젠 우리 스스로가 그걸 무너뜨리고 있어." (p.485)



하아- 이게 어디 북쪽의 척박한 나라, 노르웨이에만 해당하는 말인가. 우리는 모종의 평등, 모종의 공정함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제는 역사에서도 뒤로 가고 있지 않은가. 이 나라의 현저히 낮은 시급에 대해서, 이 나라의 역사 교과서가 나아가는 미친 방향에 대해서, 또한 술 마시고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라면 우라지게도 잘 이해해주는 병신같은 법에 대해서, 요 네스뵈 처럼 속시원히 말해주는 그런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됐으면 좋겠다. 잠깐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가 생각났지만, 아니, 그건 부족하다. 부족해. 더 크게, 더 세게, 그리고 더 널리 읽힐만한 소설이 필요하다. 재미있으면서, 밤을 꼴딱 새워가면서 읽을만한, 그런 소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빵만 필요한 게 아니라 장미도 필요하듯이, 예술은 이런 식으로 삶 곳곳에 스며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이 갖는 건 옳지 않아.



이건 너무나 명백하지 않은가. 


뭐, 그렇다는 거다.



요 네스뵈 재미있구나. 스노우맨 읽은지 오래되서 잘 기억이 안나는데, 집에 있는 요 네스뵈의 책들을 다 읽어봐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다가 언제? 하고 스스로 질문한 뒤 스스로 포기한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제는 사두고 안읽은 책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정리한 뒤, 그것들을 하나씩 읽어나가자, 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마이리스트>로 만들어두려고 작성을 했는데, 아 진짜 쌍욕 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2권까지 하다가 빡쳐서 못하겠더라. 아니, 무슨, 아직 다 작성하려면 멀었는데 왜 벌써 112권이나 되냐 ㅠㅠ 그래서 중도에 포기 ㅠㅠㅠ 나중에 이 빡침이 진정되면 다시 작성하자,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사고(!)싶은 책이 확- 눈에 들어온다. ㅠㅠ



아니야, 안돼. 일단 사둔 책들부터 좀 읽어....하나씩 재고를 처분하자...사는 건 좀 더 미루자. 지금 상황이라면 한 3년간 책을 한 권도 안사도 읽을 게 충분할 듯 ㅠㅠ 어쩌다 이렇게 된거야? 응?




마지막으로, 요 네스뵈의 사랑은 샤워..수증기...라는 표현을 보니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 같이 들어보자고 올려둔다. 요 네스뵈도 이 노래에서 영감을 얻은걸까, 설마??


<shower me with your love>



(verse 1)

my heart is filled with so much love and i need
someone i can call my own
to fall in love, that's what everyone's dreaming of
i hold these feelings oh so strong
life is too short
to live alone
without someone
to call my own
i will care for you
you will care for me
our love will live forever...

(chorus)
shower me with your love
shower me with the love that i long for
shower me with your love
shower me with the love i've been waiting for

(verse 2)
i close my eyes and pray all my wishes come true
every night I go to sleep
until you're mine, i'll wait for you endlessly
can't you see
fairy tales, they do
sometimes come true
if you believe, it
could happen to you
like the stars that shine
way up in the sky
our love will live forever...

(chorus)

like the stars that shine
way up in the sky
our love will live forever
live forever...

(chorus) <~~repeat 2x



삶은 사랑하는 사람없이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 짧아요...

당신의 사랑으로 샤워시켜 주세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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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0-14 10:59   좋아요 0 | URL
벗어던져요!! ㅎㅎㅎㅎㅎ

에이바 2015-10-14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밥 먹듯이`라는 표현을 했을까요? 뜬금없는 의문... 아들은 재밌을 수 밖에 없는 책!

다락방 2015-10-14 14:39   좋아요 0 | URL
ㅎㅎ 글쎄요. 밥 먹듯이, 라고 했다면 그게 영어 표현으로는 뭐였을지, 에이바님의 댓글 덕에 궁금해졌어요!!

기억의집 2015-10-14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 뵈스네의 사랑정의는 좀....

사람이 사는 곳은 어느 곳이나 부정부패가 있긴 한가 봐요. 오베라는 남자에서도 보면 거기도 복지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르던데. 단지, 우리보단 조금 더 낫다는 정도...아, 박정부가 하도 거지같아서 뭐라 말할 수 조차 없어요. 어찌나 지저분한 인간들만 요직에 앉혀놓는지.

저는 이 작가의 자기파괴적인 캐릭터가 싫어서(시리즈로 읽으니깐 독자인 제가 지치더라구요. 그래서 뭘 어쩌라고? 라는 짜증스런 감정이 확 올라와서 더 이상 안 읽어요), 아들 출간되어도 아 그런가보다 했는데, 솔깃 하네요. 근데 이 작가 혹 마약 할까요? 매 작품마다 마약이야기가 나와서..

다락방 2015-10-14 16:16   좋아요 0 | URL
노르웨이가 마약 문제가 좀 심각한가 보더라고요. 그래서 그 문제를 얘기한다고 어딘가에서 본 것 같아요. 요 네스뵈의 시리즈 책들을 읽지 않았는데, 읽다보면 지칠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그러니 한 권씩,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야겠어요.

지저분한 인간들만 요직에 앉혀놓는다는 기억의집님 댓글을 보니, 오늘 읽은 시사인에서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국정감사에서 망언을 쏟아낸 것에 대한 기사인데요, 좀 옮겨볼게요.


서울지방변호사회까지 나섰다. 10월6일 ˝법조인들은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다˝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원총회에서 고 이사장에 대한 해임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10월8일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야당 이사들은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같은 날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추천 김재홍 부위원장이 `해임` 또는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위원들은 고이사장의 국감장 발언은 업무와 직결되지 않는다며 감싸기에 나섰다.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에서 선임하고, 방통위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시사인 제422호, <`고카시`는 누구 위해 색깔론을 들이댈까> 中

기억의집 2015-10-14 16:38   좋아요 0 | URL
세상에....노르웨이가 마약청정지역 아니였어요?!!!!!!!!!

고영주뿐만 이겠어요? 박정권 인사들이 너무 지저분하고 더러워서 뭐라 할 말을 잃고 사는 국민입니다!

다락방 2015-10-14 16:35   좋아요 0 | URL
지금 보니 [아들] 작가 소개에 나오는 말이었네요.


<그의 작품 중 일부가 ‘오슬로 삼부작’으로 불릴 정도로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에 대한 애정을 작품을 통해 보여온 작가 네스뵈는 그러나 《아들》에서는 오슬로의 가장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아들》에 등장하는 마약 문제는 사실 오늘날 오슬로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나는 지금이라도 당신을 데리고 오슬로 중앙역 앞에 가서 누가 마약상이며 누가 마약을 사려고 서성이는지 안내해줄 수도 있다. 그 어두움을 이번 소설의 킹핀king pin으로 삼았다. 소설의 90퍼센트는 실존하는 도시의 면면에 대한 묘사이지만 이야기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존재하지 않는 요소를 첨가하기도 했다.” 과연 《아들》의 주인공 소니가 바라본 오슬로는 범죄자들과 싸우면서도 경찰이기에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쓰는 해리 홀레가 바라본 오슬로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비로그인 2015-10-1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네메시스를 처음 보고 뭐그닥이어서 두 번째 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다락방님글을 보니 또 궁금해져요~

다락방 2015-10-14 16:50   좋아요 0 | URL
네메시스 별로에요? 저 박쥐 빼고 이 작가 책 다 갖고 있는 것 같은데 ㅋㅋㅋ 집에 무슨 책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ㅠㅠ

살리미 2015-10-1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산소는 정말 아닌데.....ㅋㅋ
근데 전 사랑이 샤워할 때 수증기 같은 것이란 말에는 초큼 공감가네요^^ 요즘 아침 저녁으론 추워서 새벽에 샤워하려고 욕실에 들어갔을 때, 따뜻한 물 틀어놓고 수증기가 욕실에 번지면 그 기분이 너무 좋거든요. 편안하고, 촉촉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나이가 들다보니 뭔가 강렬한 것보다도 이런 기분이 사랑인 것 같아요.
근데 다락방님 ㅎㅎ 우연인지 저도 요즘 책만 잔뜩 사놓고 안 읽은 게 많아서 핸드폰 노트 어플에다가 구매리스트를 작성하던 중이었는데, 안 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이걸 언제 다 읽지? 하면서 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블랙 아웃 되더니 다 날아가고 없어졌어요 ㅠㅠ 망할 아이폰 ㅠㅠ

다락방 2015-10-15 10:04   좋아요 1 | URL
샤워할 때의 수증기는 알듯말듯해요. 알것도 같고 그런데 확 오지는 않는? 전 그보다는 예전에 `정미경`이 [아프리카의 별]에서 했던 말이 저는 더 와닿았었어요.

<˝그럼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어?˝
˝보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알 수 있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막 뜨기 전, 맨 처음 떠오르는 얼굴이라면 그를 사랑하는 거란다. 사랑이 내 전부를 가득 채워버린 거지.˝>


물론 정미경의 글은 사랑을 `하는`걸 말하고 요 네스뵈는 자신이 사랑 `받는`걸 말하는 거긴 하지만요. 오늘은 집에 가서 샤워할 때 한 번 잘 느껴볼게요. 힛.


저는 리스트를 알라딘에 만들고 있어요. 마이리스트에요. 112권하고 뭔가 토할것 같아서 그만뒀지만....다시...해야죠...그래야 있는 책 좀 읽겠죠? ㅜㅜ

hellas 2015-10-14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가 책 몽땅 가지고 있는데 박쥐. 레오파드 등 세권쯤 읽고 쉬는중이에요. 진짜 안읽은 책 리스트. ㅋㅋㅋㅋ 저도 한 삼백권쯤 되나 아니 사백권쯤. 읽는 속도가 쳐져도 사들이는 속도는 안쳐지네요 ;ㅂ;

다락방 2015-10-15 10:05   좋아요 0 | URL
쉬엄쉬엄 읽어야겠어요. 안그러면 힘들것 같아요. ㅎㅎ

그나저나 삼백권, 사백권이라니..저는 막연하게 백권쯤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작성하자마자 단숨에 112권이라 멘붕와서 그만뒀어요 ㅠㅠ 리스트 만들기 두려워요 ㅠㅠㅠ

건조기후 2015-10-1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훅-하고 읽었네요. 스토리 흡입력 하나는 진짜 짱인데.. 로맨스를 쓰는 데는 정말 소질이 없는 거 같아요. 그의 모든 책을 다 읽었지만 사랑에 관해 조금이라도 달달한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기껏 표현한다는 게 산소.. 수증기... ; 해리와 라켈의 연애도 얼마나 뚝뚝하고 밋밋한지 참.

근데 이 책에서 이 부분은 좋더라고요. 마르타가 결국 연인을 버리고 소니를 선택하고 와서 가장 위험한 순간에 나누었던 사랑.. 그 전에 나누었던 서툰 대화 중에 여기요.

게으르게 키스해봐요.
게으르게?
부드럽고 졸린 뱀처럼. 이렇게요.

연애 이야기 잘 못 쓰는 사람이 저런 표현을 하니까 엄청 찌릿하더라고요. 게으른 키스라니... ㅎ
음. 번역을 잘한 걸까요? 원서를 볼 길도 없고 보더라도 알 수가 없으니 ㅋ

다락방 2015-10-19 08:39   좋아요 0 | URL
아 저런 대사가 나왔었어요? ㅎㅎ 기억이 전무하네요. 그나저나 좋으네요. 게으른 키스. 크- 키스는 게을러야죠!(응?) 뭐 안게을러도 좋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한편 소니가 저지르는 범죄를 저도 적극적으로 말릴 수는 없을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리기는커녕 내버려두고 싶은거죠. 법이 못해주는 거, 경찰이 못해주는 거 대신 해주니깐요. 이런 일들에 있어서는 뭐라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소니에게 총 만들어줬던 친구..에 대해서라면 너무 안타까웠어요. ㅠㅠ 암튼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요네스뵈의 책들도 차근차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또 언제쯤이 될지..정말 쌓인책이 많아요, 정말 ㅠㅠ
 

오래전에 잠깐 데이트하던 남자가 있었다. 주말이었고, 나와 그는 양평으로 드라이브를 가기로 해서 남자가 집앞으로 자신의 차를 끌고 왔다. 나는 그의 차에 타는 게 처음이라 약간 설레었고 약간 긴장했었다.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그는 내게 목이 마르니 뒷좌석에 있는 물을 좀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뒷좌석의 물을 가져왔고 그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내게 말했다. 자신의 애인은 자신이 차를 타면 언제쯤 물을 건네야 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뚜껑을 따 자신에게 물을 건넸었노라고. 그러면서 내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정도의 센스도 없냐고 내게 말했었다. 거기에는 분명 나를 불쾌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는 자신에게 익숙해지기를 바랐던 마음과 또 그보다 더 크게는 이런 사소한 해프닝으로 인해 그의 전(前)애인이 생각났었을 터다. 그는 자신의 오래된 애인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었고(어쩌면 헤어지지 않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와 막 데이트를 시작한 참이었다. 그런 내게 익숙한 걸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닌가. 나는 그랬냐며 웃었지만 기분이 나빴다. 분명 그에게 호감이 있어서 만났지만, 그가 내게 무리한 걸 바란다는 생각이었다. 오래된 연인과 나를 비교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나는 그와 데이트를 하며 새로운 우리만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을 거다. 이세상 모든 연인들이 그러했던것처럼, 그리 될 수 있었을 거다. 그러나 이미 그에게 쌓인 역사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와 그의 애인이 쌓아온 그 오랜 역사, 그 오랜 이야기. 그걸 내가 그에게 똑같이 해줄 수는 없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상대를 만나 또다른 이야기를 써나가기 마련이니까. [내이름은 김삼순]이란 드라마에서 삼식이는 자신의 전(前)애인에게 말한다.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고. 그러나 그것은 어떤 이들에겐 사실이 아니다. 역사가 길고 단단한 연인들에게, 추억은 단지 과거의 기억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들에게 추억은 힘이 세며, 그 추억을 받아 바통터치해 그대로의 이야기를 써나갈 사람을 상대를 원한다. 그러나 그 전의 사람과 똑같은 이야기를 써줄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미아'는 30년간 자신과 함께 살아온 '보리스'로부터 결혼생활의 '일시정지' 통보를 받는다. 사연인즉슨, 보리스는 다른 여자에게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아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그러므로 떠나겠다던가 끝났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 '일시정지'를 선언한 것이다. 30년은 긴 세월이고, 그들은 부부로 함께 지내며 숱한 이야기들을 만들어왔다. 둘 사이엔 사랑스러운 딸이 있으며, 그들은 사랑만 나눈 것이 아니라 우정과 지성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므로 단단하게 결속됐다고 믿었던 남편으로부터 일시정지를 선언받게된 미아는 큰 혼란과 가슴아픔을 느껴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 병원에 잠시간 입원하게 되고, 퇴원한 후에는 다음 학기 강의에 복귀하기로 직장과 약속한 뒤, 친정 엄마가 있는 자신의 고향으로 간다. 그 곳에서 여름동안 보리스도 그리고 딸 데이지도 없이, 그렇게 엄마 곁에 머물며, 그 마을에서 시창작 강의를 하기로 한다. 그녀 자신의 나이가 55세이니만큼 그녀의 엄마도 나이가 많았고, 엄마의 북클럽 회원들도 나이가 많았다. 그렇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엄마와 엄마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시 창작 수업을 받는 사춘기 소녀들과도 알고 지내게 된다. 그런 한편 그녀는 보리스를 그리워한다. 보리스와 간혹 이메일을 주고받는 미아. 그녀는 어느 하루, 보리스에게 이렇게 써보낸다.




사랑하는 보리스에게

나는 욕조 안에서 시가를 피우던 당신을 떠올리고 있어. 버클리에서 당신의 지퍼가 고장 났던 날을 생각하고 있어. 어느 여름이었는데, 당신이 팬티를 입지 않은 날이었어. 그리고 강연을 해야 했기 때문에 당신은 셔츠 자락을 밖으로 끄집어내서 가리고는, 바람이 불어서 300면 넘는 청중에게 당신의 페니스, 일명 시드니가 드러나지 않기만을 바랐었지. 나는 지금 세월의 흐름, 우리가 싸우다가 휴전했던 일들을 돌아보는 중이야. 그리고 당신이 가끔가다 나더러 빨강 머리, 곱슬머리, 불난 머리라고 불렀던 일, 그리고 당신의 배가 좀 나오기 시작한 후로 내가 당신을 올리(올리비에 던레아의 그림책 《올리》에 나오는 주인공 알의 이름-옮긴이)라고 놀렸던 것, 침대에서는 벌거숭이 이즈코비치라고 했던 일도 생각나. 본든은 약간 활기가 부족하고 날씨가 뜨겁기는 해도 모든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아. 나는 베아, 그리고 그 다음엔 데이지가 방문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엄마는 건강하셔. 그리고 나는 슈테판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건 아니고 밝았던 시절, 그 웃음, 톰킨스 플레이스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 있던 삼총사만을 생각했어. 이건 정말이야.

사랑해, 미아가 (p.134)



도대체 왜 팬티를 입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은 쓸데없으니 뒤로 제쳐두고, 이 메일 속, 미아가 말한 일화는 보리스와 미아, 둘 만의 것이다. 보리스가 지금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든, 그걸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게다가 슈테판, 그는 보리스의 자살한 동생이다. 새로운 열정에 휩싸혀 자신보다 훌쩍 어린 여자를 앞에 앉혀두고 삼십년간 함께 해온 아내에게 일시정지를 선언한 보리스지만, 저 메일을 읽는 순간 미아가 말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자동재생 되었을 것이고, 또한 새로운 연인에게는 슈테판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그건 매우 깊고 은밀한 얘기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뭐랄까,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가 다시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걸 의미하고, 그건 사실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자신의 깊은 상처를 이미 아는 누군가가 있는데, 새로운 누군가에게 '새로' 얘기한다고 하면, 그는 모든 것들, 그러니까 그 상처뒤에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과 생각들과 느낌들을 많이 축약하게 될것이다. 함께 마트에 가는 것을, 함께 바닷가에 가는 것을 새로운 역사로 새로운 사람과 써나갈 수 있지만, 어떤 큰 경험에 대해서는 그 누구와도 새로 쓸 수가 없다. 어떤 것은 다른 누군가와 새로 쓰기에 너무나 깊고 거대하며 차마 건드릴 수도 없는 무엇이 되는 거니까.


이 메일을 받고 보리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새로운 연인의 옆에 있겠다며 아내에게 일시정지를 선언한 그이기에, 그녀에게 추억을 끄집어내는 일은 그만하라고 할지, 아니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을 할지, 아니면 나도 기억한다고 답을 할지.. 그로부터는 이런 답장이 도착한다.



나는 그 1988년 4월 23일에 시드니를 본 사람은 당신뿐이라는 걸 굳게 믿어.

보리스 (p.139)



이 메일을 보고 미아는 웃음 짓는다. 그가 날짜를 얘기했으므로. 그건 그가 그 사건을 또렷이 기억한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물론 보리스는 새로운 사람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중에는 아주 굵은 것들도 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그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미아와 있었던 일들을 지워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 사이에는 무려 30년이란 시간이 함께했으니까. 만약 보리스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가는 것보다 더 열심히 미아와의 추억들을 끄집어낸다면, 새로운 그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 어떤 여자도 과거의 연인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는 남자를 계속 사랑하기란 어려운 거니까. 수시로 그가 과거의 연인과의 상념에 잠긴다면, 새로운 사랑을 어떻게 단단하게 써나갈 수 있단 말인가. 30년은 매우 길다. 단순히 길기 때문에 그 기억들이 더 대단한 건 아니다. 그들 사이엔 굵직한 역사, 미아와 보리스만이 함께 공유하고 기억할 수 있는 굵직한 역사가 있다. 어떤 '단단한'관계는, 새로운 바람에 흔들리고 휘청일지언정 결코 뿌리뽑히지 못한다. 물론 그 새로운 바람은 상대에게 큰 상처를 남기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상처 조차도, 오래되고 단단한 연인들이라면 다독여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나는 했다. 이 책에서도 그렇고 또한 얼마전에 읽은 '이언 매큐언'의 《칠드런 액트》에서도 보여줬으니까. 나는 어떤 관계는 특별히 더 단단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믿는다.





- 지난주의 어느날, 술을 함께 마시던 남동생과 나는 이번주 <무한도전> 못봤다며 티븨 다시보기를 재생했다. 멤버들이 몇 개의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고 시청자들과 방송국 피디들의 투표를 통해 1위부터 3위를 선정해 그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멤버들이 낸 아이디어를 듣고 또 보다가 '하하'와 '광희'가 낸 <예고제 몰카>를 듣고는 잠깐 놀랐다. 예고제 몰카..라고? 몰카를...아이디어로 낸거야, 지금?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아직도 몰카를 재미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예고제 몰카면 뭔가 달라지는건가? 나는 약간 불쾌한 마음이 되어서 저 아이디어는 어차피 표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금 세상에 누가 몰카에게 표를 준단 말인가!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예고제 몰카>는 1위에 뽑혔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그 프로그램이 재미있을 거라고 투표했다. 나는 정말 놀랐다. 나에게 몰카는 불쾌한 것인데 내가 아닌 다른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는 재미가 될 수도 있는거구나.. 당황스러웠다. 누구를 몰카의 대상으로 할지, 누가 그 '예고'를 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 대상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안도했다.  또한 그 대상이 될 누군가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티븨 프로그램의 재미 수단이 아닌, 다른 식의 몰카에 어떤 식으로 노출되었을런지도 모른다. 



- 개그 프로그램의 <남자끼리> 였던가, 하는 코너를 보고서도 괴리감을 느꼈다. 이 프로가 인기라는 말을 들은 터라, 나 역시도 그걸 보게됐는데, 처음 보고나서는 '이게 뭐가 재미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단순히 '재미없다'는 느낌이 처음에 왔다. 그래서 다른 편을 또 찾아 보았다. 어디에서 사람들이 웃는지를 알 수는 있었지만, 이 코너를 두번째 보고나니 불쾌해졌다. 불편하다는 게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 코너속의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귀찮은 부탁을 떠맡기고, 남자친구의 돈을 쓰는 것에는 거리낌이 없는, 한마디로 개념 없고 억지스러운 여자였다. 그녀는 남자친구를 여러가지 의미로 골탕먹이고 난처하게 하는데, 이에 동병상련을 느낀 주변의 남자들은, 한마음이 되어 그 남자친구를 돕는다.



https://youtu.be/GQuYCmJPYMs


이것이 인기있는 코너라는 데서 나는 또한번 놀랐다. 내가 보는 세상, 내 주변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과 말하여지는 세상은, 다수가 보는 세상과는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저 보고 웃자고 만든 것이라고 저들은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보고 웃을 수가 없더라.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내 트윗의 타임라인은, 동떨어진 세계를 걷고 있는거구나. 어차피 나와 어울리는 사람들, 내가 선택한 사람들이니 나와 생각이 비슷할 터. 나는 번번이 자꾸만 그게 세상의 전부라고 믿게 되는 것 같다. 그게 아닌데...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자는 데이트비용을 남자와 함께 부담하고, 자신이 불편한 건 상대도 불편하다는 걸 인식하는 여자일 순 없는걸까? 그런 여자가 등장하는 소재로는 도저히 '웃긴 걸' 만들어낼 수 없는걸까?



한편, 심상정의 영상을 트윗에서 보고는 울컥했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도 또 다수도 아닐지는 몰라도, 그래도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https://youtu.be/-6w0P1H82ME



이 영상을 보고 심상정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책을 샀다.
















다른 아주 많은 책들처럼 아직 읽기전인데, 어쩐지 두근두근 .. 한다. 이 두근거림이 벅참으로 바뀐다면 좋을것 같다.





- 엽서판매 는 드물지만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처음엔 상품으로 팔리는 게 아니라 지인들의 돈만 축내고 있는 게 아닌가 의기소침해졌지만, 그렇지 않은 주문들이 아주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내가 찍은 사진으로,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로 하나의 상품을 만들고, 그것으로 적은 돈이지만 벌고 있다는 게 무척 신난다.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얼마만큼의 이익을 내는지 알고 싶어, 직접 구매한 이들에게 받은 돈도 통장에 그대로 이체시키고 있다. 직접 구매한 사람의 이름을 넣어서. 

지난주부터 입금한 사람에 한해서 엽서를 발송중이다. 헷 :)




아, 그리고 빼먹을 뻔 했네, 뷰티 인사이드!!



주변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로부터 '좋다'는 평과 '별로다'라는 평을 동시에 들었는데, 나는 좋.았.다. 정말 좋았다. 이런 영화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보고나서 할 이야기가 무척 많은 그런 영화였다. 물론 흠을 잡자면야 한 두개가 아니다.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 주인공의 군대 문제라든가, 여권과 비자문제라든가 하는 것들. 게다가 마치 한효주의 뮤직비디오인냥 한효주는 이 영화 속에서 예쁘고 예쁘고 예쁘게 나온다. 크-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매일 바뀐다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거라는 건 뻔한 일이다. 매일 다른 모습에 익숙해져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한효주도 역시 힘들어한다. 매일 새로운 사람의 목소리와 모습 그리고 손길에 익숙해져야 하는 건 그녀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다.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길 한복판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건, 도대체 어떤 기분인걸까. 그것이 어떤 기분이든간에, 나로서는 전혀 느끼고 싶지 않은 기분임이 분명하다. 한편 매일 모습이 바뀌는 '우진'으로서는 자신의 모습이 바뀐다는 당황스런 상황을 상대에게 이해시키고나서는, '내가 너를 알아볼게'로 일갈하며 그녀의 옆에 가 손을 잡는다. 그에게 그녀는 늘 한결같고 익숙한 모습이지만, 거기에 익숙해진 우진은, 자신 역시 상대에게 한결같고 익숙할 것이라 믿고 그녀와의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가 이해하는 것'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시킨다는 게 언제나 쉬운 게 아니다. 한효주가 우진을 받아들인다면, 그녀는 자신의 주변사람들에게 대체 어떻게 그의 존재를 이해시켜야 하나. 그는 매일 모습이 바뀌어, 라는 현실을 그녀가 이해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까지 이해하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너무도 힘들었던 시간을 보낸 후, 우진으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사실은, 안도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을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많은 장점들을 포함해 그의 단점들까지 내 사랑속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의 외모가 내 사랑의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해도, 그가 그런 모습으로 언제나 그런 자리에 있어주는 것은, 사실 사랑이 가진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네가, 늘 그모습으로, 거기에 있어. 그렇기에 우리는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고 안도하는 것일테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늘 바뀌어 내가 그 모습을 알아볼 수 없다면, 그가 나를 알아차리기 전까지 내가 그를 도무지 알아차릴 수가 없다면, 내가 사랑하는 게 그의 모습과 성격, 그의 장점과 단점들, 그 내면에 있는 것이라 해도, 나는 그 이유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내 옆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우리 사이에 아주 단단하고 굵직한 또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과 역사가 쌓이길 원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모습이 유연석 같으면 좋겠다.



킁.






문득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불쌍하게만 느껴졌다. 마치 내가 갑자기 하늘로 날아가, 19세기 소설에 등장하는 전지적 시점의 화자처럼, 결점 많은 인류가 만들어내는 광경을 내려다보면서 상황이 이와는 달랐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았다. 완전히 달라지기보다는, 우리 중 몇몇은 때로 고통을 조금은 피할 수 있을 만큼만이라도 상황이 바뀌었으면 하는. 이 정도면 물론 소박한 소원이라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적 환상이 아니라, 몇 가닥 회색으로 센 붉은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깊이 한탄하는, 온전한 정신의 화자가 바라는 소원. 비열함과 폭력과 옺올함과 상처가 끝없이 반복되는 것을 한탄하는 것은 옳은 일이기에. (남자없는 여름, p.20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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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5-10-1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언 맥큐언의 <칠드런 액트>를 출퇴근길에 읽으려고 오늘 아침 챙겨나왔는데. 내용에 나와서 기쁘네요^^

다락방 2015-10-12 16:30   좋아요 0 | URL
오! 다 읽고 나면 어떤 감상을 들려주실지 기대할게요, 비연님. 저는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어요!

무스탕 2015-10-1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티 인사이드를 보면서 매일 변하는 우진보다 매일 우진이 먼저 손잡아 주기를 기다리는 이수가 안타까웠어요.
그럴일은 없겠지만 우진이 모른척 하면 자동해제되는 상황이 이수는 늘 불안했을거에요..
저두 참 좋게 본 영화에요 ^^

다락방 2015-10-13 09:31   좋아요 0 | URL
네, 무스탕님. 말씀하신대로 이수 역시 가서 손을 잡아주고 싶을 때가 있을텐데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거잖아요. 상대가 나를 찾아주기만을 바라면서요. 또, 한 쪽에서만 안녕, 하면 나로서는 그 사람을 다시 찾을 수도 없고요. 그러니 이수가 점점 더 아파지는 게 어쩔 수 없는 일 같더라고요. 저 같으면 지쳐서 진작에 포기했을 것 같아요.

정말 좋았어요, 무스탕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던 영화에요.
:)

LAYLA 2015-10-1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통남 뭐죠...세상에 참 별 또라이가 많아요.

2015-10-13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llas 2015-10-13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티인사이드 저도 정말 괜찮은 영화! 라고 생각했는데:) 원작 광고 영상도 봤는데 역시 눈에 익은 배우들 나오는 영화가 훨씬 좋더라는:) 저도 비자 문제 괜히 고민하다가 급행으로 신청해서 계속 밤샘을 하다 출국하면 출국까지는 가능하지 않나라고 결론내렸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5-10-13 09:38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좋게 본 영화에요. 정말 좋았어요. 두 번쯤인가는 눈물도 핑- 돌고요. 고백하자면, 유연석 나오는 장면에서 소리질렀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자도 그렇고 여권도 그렇죠, hellas 님. 말씀하신 것처럼 출국까지는 가능했다고 하면 입국 문제가 남죠.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간걸까요? 그러나 영화는 영화, 헛점을 잡기 시작하면 제대로 즐길 수 없겠죠. 아하하하하. 뭐, 이런 것들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그리고 할 말이 많아지는 영화였고요. 애인하고 보게 됐다면 어쩐지 옆에서 같이 본 애인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그런 영화인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5-10-1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티인사이드는 다운로드 사이트에 어서 4천원이 되길 목빠지게 기다리는데 제법 인기인가봐요. 비슷하게 개봉한 것중에 꽤오래 정가 유지중이예요 ㅎㅎㅎㅎ

기분 변화가 아주 많은 룸메이트와 살아봤는데 지옥이였어요. 그친구 얼굴이 조금만 흐려도 눈치보게 되고... 얼굴이 매일 바뀐다는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을 장애인데 그 장애로 인한 그 사람의 힘겨움을 내것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락방 2015-10-13 14:20   좋아요 0 | URL
저도 4천원 되길 기다렸다 보려고 했었는데 못기다리겠더라고요. ㅋㅋㅋ 결국 만 원에 봤어요. 물론 친구들과 함께 보긴 했지만요. ㅎㅎ


나와 함께 있어야 하는 사람이 그토록 기분 변화가 심하다면 정말 내가 지옥을 겪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의 감정 변화야 그 사람의 것이지만, 저는 그 사람으로 인한 게 되잖아요. 계속 눈치봐야 되는 상황은 또 얼마나 싫은가요... 예전에 [반짝반짝 빛나는] 이었나요, 그 드라마에서 김석훈이 김현주에게 내 짐을 나눠가질 수 있는 사람이 친구라는 말을 했었는데, 으으, 저는 그토록 감정변화가 심한 스트레스를 제 것으로 가져올 자신은 없네요. 영화에서처럼, 매일 얼굴이 바뀌는 애인이 내게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면, 저역시 안도하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