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첫 책은 배혜경의 수필집 『앵두를 찾아라』를 골랐다. 어제 오전, 『마담 보바리』를 다 읽긴 했지만, 그건 2015년부터 넘어온 책이었다. 새로 잡고 시작하는 건 이 책이 처음. 어제 몇 꼭지를 읽다가 잤고 오늘 출근길에 이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두번째 사진> 꼭지를 읽는 순간 친구 한 명이 생각났다. 일전에 어머님을 모시고 꼬리찜을 먹으러 갔다가 어머님으로부터 좀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던 터라,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나 부랴부랴 출근길에 이 책을 그 친구에게 선물로 보냈다. <두번째 사진>을 읽으니 네 생각이 나더라, 하면서. 우리 같이 읽자, 고 보냈다.


선물을 보내고나서 다시 읽기 시작한 이 책에서 이런 구절을 만났다.


화안(花顔)의 글벗이 전해 주고 싶은 것은 가지가 아니라 뿌리라고 믿는다. 씨앗이 품고 있던 꽃의 꿈을 받아 지상으로 올려 주고 혼곤한 잠에 빠져 있는 뿌리, 그것을 깊숙이 흙에 남겨 두고 널리 목숨을 전도한 당신의 따스한 손가지를 떠올리면 내 어머니가 함께 떠오른다. (p.63)



아... 뿌리, 씨앗, 꽃,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것. 이 아름다운 문장들에서 나는 뜬금없이 거친 영화 『매드 맥스』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 이것은 무슨 조화인가. 아마 이 책의 저자조차도 뜬금없다 할테지만, 이 고요한 수필집에서 나는 매드 맥스를 떠올린 것이다! 전사와 전사 사이, 화분을 전달하던 장면. 그 장면이 생각이 났던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미래가 활기차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책 속의 꽃을 전달하는 마음은 고요하고 아름다움 그리고 따스함이었겠지만, 내가 느낀 것은 꺾이지 않는 희망과 활기찬 미래였던 것이다! 크- 내가 너무 앞서나가고 있구나. 그렇지만, 이게 다 시작이 좋았기 때문이다. 나의 1월1일은 시작이 좋았다.



1월 1일, 영화를 두 편 보았다. 자, 이제부터 영화 [그녀에게] 의 스포일러가 와장창 쏟아질테니, 그 영화를 볼 예정이고 방해받고 싶지 않으신 분은 읽기를 멈추시길 권하는 바이다. 그 영화에 대해 할 말이 아주 많기 때문에 나는 거침없이 끝까지 줄거리를 다 언급하고 말것이다. 불친절한 글이 될 수 있겠다.
















남자는 여자가 무용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혼자'사랑에 빠졌다. 그래서 그녀를 무작정 따라가고 그렇게 그녀의 집을 알게 된다. 그녀의 방까지 몰래 들어가서는 그녀가 사용했던 머리삔을 몰래 들고 나온다. 그러다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오던 여자와 마주쳐 여자는 화들짝 놀란다. 남자는 서둘러 도망간다. 여기에서 일단 1차 빡침이 온다. 남자가 여자에게 반했다고 한들, 자신은 나름대로의 사랑을 열렬히 하고있다 한들, 그녀의 방에 허락도 없이 몰래 들어가다니, 이건 개놈이 아닌가. 만약 내가 샤워하고 내 방으로 가려다가 내 방에서 나오는 남자를 마주친다면? 정말 끔찍하고 무섭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여자는 빗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다. 여자의 아버지는 최고의 전속 간호사를 병원측에 요구하고 병원에서는 정말 잘하는 간호사라며 이 남자를 추천한다. 어머니 병간호를 20년간 했던 남자는 최고의 간호사임엔 틀림없다. 섬세한 배려로는 누구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식물인간이 된 여자를 깨끗이 씻기고 생리하면 타월을 대주고 손톱까지 다듬어주고 맛사지까지 잊지 않는다. 게다가 그녀가 혹시라도 깨어났을 때 자기 자신을 보고 놀라면 안된다며, 헤어스타일도 처음 사고났을 당시로 유지해주고자 정기적으로 머리카락도 잘라준다. 여자의 아버지는 간호사가 '남자'라는 것에 좀 찝찝하지만 이 '남자'간호사가 자신은 '남자'를 좋아하는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해서 받아들인다. 물론, 남자의 거짓말 이었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간호하는 그는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 자신의 친구에게 '그녀와 결혼할거야' 라고 해서 친구를 경악케 만드는데, '우린 정말 잘 맞아' 라는 말에 나는 '아, 이 남자는 답이 없구나' 했다. 도대체 어떻게 잘 맞는다는 것인가. 게다가 결혼이라니. 그녀의 의사는 손톱만큼도 반영이 안된 결혼이라니. 그들 사이에 결혼하고자 하는 대화가 오고갈 수가 없었는데, 어떻게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하는가. 이것만으로도 짜증이 났는데, 하아, 



여자가 임신을 했다.


병원측에서 이상을 느껴 검사를 했을 땐 벌써 임신2개월 째였다. 여자는 사고를 당하기 전에 무성영화와 무용 공연을 좋아한다고 했다. 남자는 이에 자신이 시간 날 때마다 무용 공연을 보고 또 무성 영화를 보고와서는 여자를 간호하며 다정하게 이야기해줬다. 이야기해주던 어느날 밤, 그는 그녀를 임신 시킨 것이다. 식물인간인 여자가 임신을 했단 말을 들었을 때의 그 끔찍함이란!



강간이다.



백번 양보해서 여자가 설사 의식이 있어 남자가 하는 말을 다 듣고 있었고 그래서 여자도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다한들, 이 임신에 여자의 의사는 없었다. 여자도 같이 자자고 말한 게 아니다. 남자는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한 것만으로, 자신의 감정만으로, 자신의 일.방.적. 사랑으로(그것이 사랑이라면!) 그녀를 임신하게 했다.


결국 남자의 강간이 드러나 남자는 감옥에 갔고 여자는 아이를 사산한 채 의식을 찾는다. 자신의 아이를 사산했다는 소식은 알지만 여자가 의식을 찾았다는 소식을 모르는 남자는, 여자가 없는 세상은 의미 없다며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그 무덤에 찾아간 남자의 친구는 그에게 꽃다발을 주며 '네가 그녀를 깨어나게 했어' 라고 한다. 하아- 이게 무슨 말이야, 지금..... 이게 말이야, 소야... 미쳤어? 



자막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너무 불쾌해서 같이 본 친구에게 물었다. 나 이거 너무 기분 나쁜데, 너는 어때? 친구는 자신도 너무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내 왼쪽 옆에는 여자사람이 혼자 와서 이 영화를 보고있었는데, 그 여자분께도 물어보고 싶었다. 이 영화 어떠셨어요? 라고. 난 진짜 너무 기분이 나빴으니까. 나 이 영화의 평을 굉장히 좋게만 들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싶어서 이 영화의 평을 검색해봤다. 하나같이 이 영화를 칭찬하고 있었다. 감동적이고 좋은 영화라더라... 


'페도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는 [귀향]과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을 보았고, 두 편 다 괜찮게 보았다. 그래서 [그녀에게]를 보러 가는 것에 단 1초의 고민도 없었는데, 이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나름의 사랑' 혹은 '사랑의 여러가지 방식'등, 뭐였어도, 내게는 불쾌함만이 와 남았다. 게다가, 




연달아 봤던 이 영화, [마담 보바리]는 재미없었어.. -_-

마담 보바리 책 읽고 있었는데 주인공도 좀 안어울리고...여튼 재미도 없고....

새해 첫날 본 영화 두 편이 어쩜 다 이래....


어제는 마침 이 책을 다 읽었고, 일자산에 다녀오면서 주인공으로는 누가 어울릴까 계속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클라라의 이미지가 딱! 떠오르는 거다. 오, 클라라! 클라라가 보바리 부인에 잘 어울릴 것 같다. 아,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나...그런데 뭐랄까, 클라라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영화 두 편은 별로였지만, 영화를 보러 가기 전, 다정한 이와 통화를 해서 서로의 목소리를 다정하게 들려주고 들었으므로 다행이다, 시작이 좋았어, 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영화를 다 보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나를 포함해서 여자 다섯명이었다. 우리는 커다란, 그렇지만 특가로 싸게 나온 호텔방을 잡아두고는 술과 안주를 먹었다. 치킨에 피자에 연어 회까지.. 정말로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내가 영화 [그녀에게]를 얘기하며 빡쳤고 거기에 연달아서 이 얘기 저 얘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했다. 사랑과 연애에 대한 얘기도,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도, 이렇게 빡치는 영화 얘기도, 그리고 19금 얘기까지..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중간에는 흥에 겨워 런던에 있는 친구와 페이스타임 영상으로 서로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크- 좋구먼. 여기서 저 멀리 있는 사람과 얼굴을 보며 해피 뉴 이어! 할 수 있다니!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정말 신이 났다. 시작이 좋았다. 영화 두 편은 영 꽝이었지만, 아침에 다정한 목소리와 저녁에 이어진 술자리의 친구들, 시작이 좋았다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연휴동안 너무 먹는다며 남동생은 아차산 산행을 제안했고, 그래서 토요일에는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아차산에도 다녀왔다. 새해 첫 산행이 아차산이라니, 좋구나, 했다. 시작이 좋았다.



2016년의 굵직한 계획도 세워두었으니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내가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새해 첫 출근에 상사의 엿같은 행동으로 빡이쳤지만, 아니야, 시작이 좋았으니 이쯤은 가볍게 무시하자, 하고 나를 다독인다.



2016년 첫 책으로 사고 싶은게 여러권이지만, 어디 한 번 안 사고 버텨보자, 고 다짐해본다. 룰루~ 라라라~



라고 썼는데 10:21 현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 머그가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머그 많아서 무시하고 싶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라에몽 머그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떡하지 내 조카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 도라에몽 머그 바로가기

 


그렇지만 해당도서에 내가 사고 싶은 책은 한 권도 없네.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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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6-01-04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 맘에 드는 책을 안 사고 버틴다는 건 알콜중독자가 술을 보고 참을 수 있는 정도의 인내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다락방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16-01-04 11:16   좋아요 0 | URL
하핫. 안그래도 머그컵 두 개 받기 위해 장바구니에 책을 담아두었습니다. 하하하하하. 저는 책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 좋아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꼼쥐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비연 2016-01-0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카인>을... 주문... 도라에몽머그컵...

다락방 2016-01-04 11:56   좋아요 0 | URL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해당도서가 있어서 저도 도라에몽머그컵을 두 개.... 조카들 줘야 되니까...( ˝)

뽈따구 2016-01-0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심각(?)-생각을 많이하게 하는데-한데 도라에몽 머그컵에서 빵. ㅋㅋㅋㅋㅋ
기승전 도라에몽이에용~ ^^

나를 모르는, 나만 아는 여자에게 깊이 반해 혼자서 짝사랑을 하다가, 혼자서 의식이 없는 그 여자의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히고 뒤처리를 해 주고 그 여자를 위해 무성영화와 무용을 보고 열심히 이야기해주고 최선을 다하다가...... 혼자 사랑을 하고 임신을 시키고 남자는 자살하고 여자는 깨어나고...........

식물인간이라 하더라도 의식은 있다고 하지요. 몸은 못 움직이는 상태에서 나를 간호하는 얼마전에 내 방에 무단침입한 그 남자. 꺅 날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내 뒤처리를 하고.... 으악........ ㅠㅠ 어느날 내가 좋아하는 무성영화와 무용을 보고와서 열심히 이야기하더니 꺅 날 만져. 날....... 꺅.....

역시.... 간략하게 정리하고 대입해봐도........ 기분이 참.............. 더럽네요 ㅠㅠ

사랑이라는 건, 관계라는 건 역시....... 상호적인거예요. 그거 지극한 호의든, 지극한 악의든....

다락방 2016-01-04 13:55   좋아요 0 | URL
본인은 극진한 사랑이라 정의한다한들 그토록이나 일방적인 거라면 폭력이죠. 아무리 선의로 그랬다한들, 그 선의는 누구를 위한 선의인가요. 본인의 감정, 본인의 사랑, 본인의 생각에 한한건데 그건 사랑이란 이름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너무나 사랑해, 그래서 의식 없는 너를 임신시켰어.. 이게 무슨.. 어휴, 저는 진짜 너무 화가 나가지고 .. 하아- 정말 끔찍했어요. 그런데 그 남자의 친구는 식물인간 여자가 깨어날 걸 `네 덕`이라고 생각하니, 참.. 할 말이 없더라고요. 사랑이란 이름만 갖다 붙이면 뭐든 다 용서할 수 있고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봐요. 하아-

마키아벨리 2016-01-04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 <그녀에게>를 아주 좋아하는데, 영화 본 내용보다는 영화 속의 4개의 소품 때문입니다. 피나 바우쉬의 무용극 카페 뮐러, 흑백 무성영화 ˝shringking lover˝, 카에타노 벨로소(Caetano Veloso)가 직접 출연, 부른 쿠쿠루쿠쿠 파로마(Cucurucucu paroma), 그리고 마지막의 바우쉬의 무용극-˝마주르카 포고(Masurca Fogo)˝ . 특히 쿠쿠루쿠쿠 파토마 장면에서는 페드로 알마도바르 영화의 단골 출연자들이 모두 모여 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락방 2016-01-04 14:00   좋아요 0 | URL
이 영화를 좋다고 말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저는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앤드류대디님의 댓글을 읽어보니, 어쩌면 그분들도 소품 때문에 좋다고 말하는 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설사 소품이 아니라도 다른 무엇으로 좋은 감상을 가질 수 있겠죠. 이것 때문에 좋았어, 라고 할만한 게 저마다 다르게 느껴질테니까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역시 다를테고요.

저는 말씀하신 무용도 무성영화도 인상깊지 않았어요. 제게는 남자 주인공의 일방적 감정만이 고스란히 와 닿았습니다.

마노아 2016-01-0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미 머그컵 두개를 주문했습니다. 책 적게 사자는 결심은 결국 작심삼일로 밝혀져...;;;;

다락방 2016-01-04 15:15   좋아요 0 | URL
그 컵은 혹시..도라에몽 입니까? @.@

아무개 2016-01-04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왜!!!! 19금 이야기가 기억이 안날까요...킁!
다음달에 또 만나요. 줄것도 있으니 ^^:::

머그컵은 좀 기다렸다가 1월 말쯤이나 사볼까 생각중입니다.
저는 DON`T PANIC 연겨자 색 머그잔이 마음에 드네요.


다락방 2016-01-04 16:35   좋아요 0 | URL
콘돔 얘기..랄까요. ㅋㅋㅋㅋㅋ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5만원 쓰며 호텔에 먹고 마시는 거라면 할만하지요? ㅎㅎㅎㅎㅎ

저는 무조건 조카들을 위한 도라에몽. 룰루랄라~

건조기후 2016-01-04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그컵땜에...... 미추어버리겠어요 ㅜㅜㅜㅜㅜ

다락방 2016-01-04 16:35   좋아요 0 | URL
미치지마요, 건조기후님. 새해부터 미치면 됩니까. 그냥 질러버려요~ 얼쑤~ ㅎㅎㅎㅎㅎ

hellas 2016-01-0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그머그 ㅡㅡ 으으 정말 어째야하나. 두개는 갖고 싶은데. 전 이미 컵 부자. 알라딘 진짜. 굿즈가 너무...;ㅂ;

다락방 2016-01-04 16:46   좋아요 0 | URL
저는 조카들 줄 거니까 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6-01-04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5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4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5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4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5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텔라 2016-01-0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봤던 ˝그녀에게˝를 다시 떠올려 보게되네요. 저도 영화 보는 내내 뭔가 불편함을 느꼈었더랬죠. 저도 다락방님 처럼 영화평 검색도 해봤던거 같아요. 그래서 다락방님 후기가 완전 공감가네요^^

다락방 2016-01-08 08:58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도 불편하셨군요. 저는 이 불편함은 대부분의 여성이 느끼는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호평이 그렇게나 많이 달리다니.. 저는 정말이지 이건 뭐지..했더랬어요. 영화 자체가 준 불쾌함에 더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토록이나 많이 이 영화를 좋다고 말하는데 .. 거기에서 오는 저와의 어긋남이 좀처럼 정리가 안되더라고요. 어쩌면 너무나 호평이 가득해서 거기에 `난 반댈세` 하는 표현을 하기가 저어됐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어요. 제가 그 영화 불편했노라고 말하고나니 사실 나도 그랬다, 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나저나 금요일이네요. 주말 즐겁게 보냅시다, 스텔라님!! 힛 :)
 

'하지마'는 부정의 언어인데, 살면서 이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고 느낀다. 부정의 언어여서일까, 이 말을 하는 것은 극도의 피곤을 준다. 성추행 하지마, 성폭행 하지마, 여성비하 하지마, 몰카 찍지마,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어제는 회식이었는데 나보다 나이 많은 부장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나에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더라. 하아- '싫다'고 했더니 자기 나이 또래랑 사귀다 크게 상처 받았냐고 한다... 뭐래, 이 병신이.. 하아-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만난 사람들에게 어리다는 이유로 호칭이나 반말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하고 마찬가지로 당신에게도 그렇게 취급 당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음에도 말귀를 못알아들어.. 그래서 결국엔 화를 냈다. 싫다는 데 왜 자꾸 강요하냐고. 그러다보니 내게 곤조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맏딸이라 그런가보다며 자기 나름의 타당한 이유를 생각해내고자 한다. 내가 자기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 타당한 이유... 싫어서다, 그냥 싫어서라고, 싫어!!


20대의 젊은 남직원은 내게 누나라고 부르더라. 그렇게 부르지 말랬더니 누님이랜다. 말귀 못알아쳐먹는 놈이 하나 또있네. 그렇게 부르지 말라구요, 라고 하자 '그럼 뭐라고 불러요?' 이런다. 내가 그런 거 알려줘야 하냐... 하아.... 한숨났지만 알려줬다. '차장님이라고 불러요'...................


며칠전에는 회사 행사에 일 많아 참석 못하는  여직원들을 서빙하라고 임원들이 부르는 걸 보고 행사 참석하는 남직원들 있으니 남직원들 시키자고 말해야 했다. 이런 거 일일이 알려주고 아니라고 말해야하고 하지 말라고 말해야 하는 게 진짜 극도로 피곤하다. 어제 회식자리에서도 젊은 남직원이 '제가 원샷하면 절 예뻐해주시나요?' 이런 개드립 치고 있길래, 아니라고 그걸 왜 원샷하냐고 먹고 싶은 만큼 먹으라고 말해줬다. 자꾸 몇학번이냐고 물으면서 내동생이 너보다 나이 많다 이런 말을 하는 부장에게 그래서 뭐 어쩌라는거냐 자꾸 말하는 것도 피곤. 즐거운 자리여서 즐겁게 먹으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결국엔 극도의 피곤이 몰려오더라. 왜 나는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여러 사람에게 하지마, 그러지마, 싫어, 를 말해야 할까. 피곤해..


2차를 파하고 나오려는데 다른 여직원 하나가 내게 달려와서 나를 막 안는다. 차장님, 저 차장님하고 언제 또 술마실 수 있어요? 이러면서 막 안아. 피곤에 쩔어있던 나는 **씨가 술 살 준비 되면 불러, 라고 했는데 이에 그 여직원은 '차장님께 술은 언제든지 살 준비가 되어있어요' 라더라. 술집에서 나와 걷는 길에는 여자과장1이 옆에서 걸으며 말했다. 저 남자부장은 술만 마시면 저러는데, 그나마 차장님이니까 함부로 못하는거지 우리끼리만 있었으면 벌써 달랐을 거에요, 한다. 요즘엔 여자들하고 이야기하는 게 좋고 여자들하고 술마시는 게 좋다. 

내가 했던것처럼 싫다고 끊임없이 말하고 곤조 있게 행동해야만 말귀 알아듣는 척 하는 남자들 사이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건 진짜 피곤하다. 어제는 2차를 나오면서, 아, 이놈의 직장생활 더럽게 피곤하다, 생각했다.



직원들과 지하철역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려다가 극도의 피곤함으로 실신할 지경, 스트레스가 폭발할 것 같아, 나 혼자 반대로 걸어서는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서는 칠봉이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얼마나 피곤했는지를 하소연했다. 결국 나는 칠봉이에게, '아 이놈의 남자들 진짜 피곤해' 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전화를 끊자 택시기사님께서 웃으시면서 '그놈의 남자들 죄다 한강물에 빠뜨려버려요' 하신다. 같이 웃었다.



그나마 직장생활을 십년이상 해왔고 또 워낙에 싫다는 말 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쎈성격이라서 이정도인데, 싫다는 말 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겐 조직에서 여러 남자들과 함께 일하는 일이 더 피곤하겠다고 느껴졌다. 아니, 일일이 싫다고 말하는 내가 더 피곤한건가.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싫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막 대하는 사람도 싫다. 어리고 약한 사람들을 위한답시고 알고 있는 지식만 늘어놓으며 맨스플레인 하는건 더 꼴보기 싫고(걔네도 잘못했지만 너네들도 잘못했어! 라고 말하는 꼴이라니 -_-). 결국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려는 노력이나 의지 없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인데, 그걸 계속 설명해줘야 하는 게 앞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는 동안의 과제가 될 것 같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많이 하지마, 싫어, 안돼, 를 말하며 살게 될까. 부정의 언어를 말하는 건 듣는 사람에게도 하는 사람에게도 몹시 피곤한 일인데.




요즘에는 벨 훅스 가 책에서 말했던 바가 자꾸 생각난다. 최근의 책에서 그녀는 '여자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여자와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했던 거다. 좀 극에 치달은 주장이 아닌가, 라고 책을 읽을 당시에 생각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이지 옳은 말을 했다고 생각된다. 아, 물론 모든 여자들이 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남자가 보는 시선에 길들여져 커피 사먹는 여자를 사치한다 욕하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도 안다. 개념녀 프레임에 갇혀서 남자가 보기에 개념녀로 인식되고 싶어하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도 안다. 얼마전에 친구가 여자는 나이들수록 남자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결국 여자를 원하게 된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는데, 나도 그럴 것 같다. 


















성적 관계 혹은 낭만적 관계를 이성애로 시작한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상대 남자를 바꾸는데 지쳐 자연스럽게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훨씬 쉽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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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12-3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저따위가 된것은 안돼 싫어 하지마 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말 짜증나고 피곤하지만, 안돼 싫어 하지마 를 말할수 있는 사람은 꼭 말하고 살아야 할듯해요.
우리 토미들이 더이상 안돼 싫어 하지마를 피곤하고 짜증나게 말해야 하는 세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요.




다락방 2015-12-30 14:26   좋아요 0 | URL
하지말라는 얘기를 되게 못받아들여요. 병신들 같아 진짜..
싫다는 걸 왜 자꾸 강요하고 억지쓰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많이 했던 말이 `남자들은 그런 거 있어, 남자들은 그런 거 좋아해` 이러면서 남자들은, 남자들은 하는 거에요. 남자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서 그러는 거라고는 죽어도 생각 못하는 거죠.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 먹어갈수록 남자들이 점점 더 싫어져요.
남자들은 앞으로 더 알고 지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_-

blanca 2015-12-30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막 다락방님이 이렇게 말하는 풍경이 상상되면서 아...너무 시원하고... 자꾸 옛날 생각도 나고...(저는 저 혼자 여자인적이었는데 다락방님처럼 그렇게 못하고 뒤에서 울부짖고 그랬던--;; ) 그런데 이제는 나도 싫다, 아니다,라는 말 시작하는 추세라 앞으로 더 많이 하고 싶기도 하고...

다락방님, 2016년에도 우리는 더 큽시다^^

다락방 2015-12-30 14:27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우리 앞으로도 싫어, 안돼, 하지마를 더 말하고 다닙시다. 이 사람들은 싫다고 말하면 받아들이지를 못하는데, 싫다고 말하면 싫은 거라는 걸 분명히 알려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들어먹질 않아서 문제지만 ㅠㅠ
피곤해서 다 관두고 포기할까 싶어지기도 하는데, 포기하고나면 더 피곤해질것 같기도 해요.

블랑카님, 고마운 인사네요. 네, 우리 2016년에는 더 커지도록 합시다. 더 커지고 더 시끄러워지기로 해요!

유부만두 2015-12-3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락방님께 술 살 준비가 되있어요.

다락방 2015-12-30 14:2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양재역 근처의 좋은 와인집이 없나 찾아보도록 할게요.
지금 한 군데는 좋은데 와인값이 너무 비싸고
다른 한 군데는 어제 가봤는데 와인값은 감당할만한데 메인 메뉴가 스테이크 밖에 없어서 안습이에요.
더 찾아볼게요!!

초딩 2015-12-3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대 남직원까지 읽다 댓글쓰네여. 정말 왜 그럴까여. --;

다락방 2015-12-30 14:29   좋아요 1 | URL
갈 길이 아주 멀게 느껴집니다, 초딩님.
앞으로의 직장생활에서 초딩님도 계속 진급하고 나이 많은 상사가 될텐데, 여직원들에게 `오빠라고 불러`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그런 직장인이 되셔야 해요!! ㅠㅠ

2015-12-30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4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5-12-30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회사 첨 와서 몇 달 간, 전무님이 계속 문여사라고 불렀어요. 그냥 직급 붙여 불러달라고 몇 번 말해도 안 듣길래 무시하고 말았는데, 동료가 어느날 `왜 자꾸 싫다는데 그렇게 부르시냐며 그럼 자기도 전무님 말고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하니 그건 또 펄쩍 뛰대요. ㅉㅉ 근데 그 말이 그래도 효과 있었는지 그 담부터는 직급으로 부르긴 해요. 에혀. 힘들어 힘들어.

다락방 2016-01-04 10:54   좋아요 0 | URL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혹은 하지 않는 많은 남자사람들이 머릿속이 머저리 같아요. 우리가 어려운 거, 힘든 거 부탁한 것도 아니잖아요. 응당 자신들이 해야할 일에 대해 말하는 거잖아요.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일하고 또 퇴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치는데 이런 일들까지 사소하게 일일이 말해줘야 하니, 얼마나 피로합니까. 피곤해요, 치니님. 요즘엔 종종 숲에 들어가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비연 2015-12-3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 짜증납니다. 전 `언니`라고 부르는 남자들이 제일 싫은데, ˝비연언니, 이거 해줘..˝ 라는 소리를 할 때마다 이단옆차기를 날리고 싶습니다. 내가 언니면 넌 뭐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걸 몇 번이나 꾸욱..하다가.. 결국 회사에선 직급으로 부르심이.. 라고 말해버린 사례가. 꿀럭. 앞으로는 뒷말 안 흐리고 제대로 말해줘야겠어요. 아니면 그냥 날려버리던가. (덕분에 그래서 까칠한 직원으로 취급받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죠)

다락방 2016-01-04 10:56   좋아요 0 | URL
저도 언니라고 부르는 거 싫어요. 저는 회사에서 여자가 여자한테 언니라고 부르는 것도 싫어요. 저는 저보다 나이 많아도 ~씨 라고 불렀어요. 언니라고 안하고. 딱히 까다롭자고 생각한 건 아닌데, 그냥 언니라고 부르는 건 싫더라고요. 아무데서나 만나서 나이 많으면 언니라고 부르고 또 언니라 부르길 강요하는 건 딱 질색이에요. -_-

절 어떻게 보든지간에(까다롭다, 싸가지없다 등등) 저는 그냥 네가 싫다고 생각하는 거 싫다고 말하면서 살거에요. 까칠한 직원이 되는 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비연님. 묵묵히 성격 좋은 직원이 되면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병신같은 짓들을 일삼을테니까요.

몬스터 2015-12-30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일하다가 의식하고 둘러보면 , 거의 다가 남자 사람입니다. 많은 남자사람들 처럼 , 여자 사람들의 마음과 자세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아직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교육하고 , 교육받고 해야 변하겠죠.

다락방 2016-01-04 10:56   좋아요 0 | URL
네, 여자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죠. 저는 제가 그래도 많이 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전에도 아, 나도 아직 편견에 사로잡혀있구나 하고 깨닫고 반성했어요. 이렇게 반성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못을 고쳐나가자고 말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겠죠. 그 과정은 아주 길고 피곤하겠지만 말예요.

우리 기운냅시다, 몬스터님.

transient-guest 2015-12-31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o means No!를 못 알아듣는 인간들이 많아요. 이해하지도 못하고, 알아듣기도 싫고..-_-:

다락방 2016-01-04 10:57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ㅠㅠ 그래서 너무 힘들어요.
만나기 싫다고 말하면 만나기 싫다는 걸 좀 받아들여야 해요.
그렇게 부르는 거 싫다고 말하면 그렇게 부르지좀 말아야 하고요.
도무지 이 세상 인간들은 싫다고 말하는 걸 받아들이질 못해서 진짜 피곤해요 ㅠㅠ

Mephistopheles 2015-12-31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마˝ 라는 근사한 호칭을 써야할 때가 온 것 같군요.

다락방 2016-01-04 10:57   좋아요 0 | URL
임마..로 해결될까요?
아, 진짜 발길질 한 번씩 하고 싶어요. 이럴 때 바다하리 내 친구 라면 좋겠어요. ㅠㅠ

2015-12-31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4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1-03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멋지십시다. 존경합니다. 글구 전 님의 멋진 행동이 책에서 도움을 받은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책을 통한 앎의 실천....이래서 책을 읽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16-01-04 11:0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마태우스님.
마태우스님께서 존경이라 하시니 너무 과찬이십니다만,
네, 저도 그동안 꾸준히 책을 읽었기 때문에 예전과 조금 더 달라지고 또 조금이나마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게 늘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이렇게 반갑게 인사도 건네주셔서 고맙습니다, 마태우스님.
2016년에는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2016-01-02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04 11:02   좋아요 0 | URL
비밀글님께 저는 멋지게 보일 수 있겠지만(그렇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ㅠㅠ), 아마도 남자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담배 피려고 모여서는 제 뒷담화를 하겠죠. 걘 뭐가 그렇게 까다로워..하면서. 하하하하하.
 

이른 아침부터 조카들이 깨워서 일어나고 조카 밥 먹이고 남동생에게 애들 보라고 한 뒤 나와서 잠깐 쉰다 ㅎㅎ
민낯으로 버스타고 잠실 교보와서 사고 싶었던 두 권의 책을 샀고 커피를 주문해 놓았다. 십 분만 쉬다 가야지. 흣

짜릿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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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12-26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통 나같은 아이가 나올까봐 아이를 안낳았지 이러는데 ㅋㅋ

다락방 2015-12-27 17:59   좋아요 0 | URL
조금 읽었는데 시가 어렵네요...음... ㅎㅎ

세실 2015-12-26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딱 십분만? 정말요? ㅎ

다락방 2015-12-27 17:59   좋아요 0 | URL
십분은 더 있었어요. ㅎㅎㅎㅎ 너무 달콤한 시간이었어서 말이지요. 하핫

2015-12-26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7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5-12-27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탄 담날인 오늘 잠깐 서점에 나가서 커피 마시고 왔지요. 책이나 잡지는 별로 눈에 들어오는 새것이 없더라구요.

다락방 2015-12-27 18:00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쓴 이 글을 보니까 지금 당장 나가서 또 커피 사마시고 싶네요. ㅠㅠ 그치만 일요일이니까 잠을 자기 위해선 참아야겠죠. ㅠㅠ
 

오래전 얘기다. 여자1이 남자1과 소개팅을 했다. 둘은 소개팅한 첫날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고 그래서 다시 만나기로 하며 다정한 감정을 교류한뒤 남자1이 여자1을 집에 데려다줬다. 그날은 평일이었고 다가오는 주말에 여자1은 나를 포함한 여자사람들,남자사람들과 함께 지리산에 놀러 가기로 되어있었다. 주말이 되어 우리는 예정대로 놀러갔고, 우리가 놀러가는 차 안에서 여자1은 남자1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여행 잘 다녀오라는 다정한 안부였다. 우어어~ 잘되는가보구나, 하면서 친구들 모두 깔깔대고 웃고, 우리는 지리산에 도착해 산 입구를 잠깐 올랐다가 내려와서 고기를 구워먹고 술을 마시고 하룻밤 잔 뒤에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서울로 올라온 뒤로 며칠간 여자1은 남자1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며칠뒤에 오랜만에 남자1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조용한 목소리로 '미안한데' 라며 얘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근무중이었던 여자1은 그 말만 듣고도 분위기를 짐작하고 '알았어' 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나중에 사연을 알고보니 여자1이 우리와 놀러간 그 주말, 남자1은 올림픽공원에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나갔는데, 거기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좋은 감정이 생겼다는 거였다. 그 말을 나중에 들은 우리는 여자1에게 미안해졌다. 여행갈 때 같이 가자고 했어야 했나, 그 주말에 어떻게든 여자1과 남자1을 만나게 했어야 했나, 괜히 우리랑 놀러가느라 친구는 호감가던 남자를 놓친걸까...


결과적으로 남자1은 인라인 여자도 아닌 아예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해 잘 살고 있고, 여자1 역시 완전히 다른 남자랑 결혼해서 잘 지내고 있다. 만약 그때 여자1이 우리랑 놀러간 게 아니라 남자1을 만나기로 했어도, 그래서 그 둘이 데이트를 했어도, 결국은 이렇게 됐어야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왜 하필 그때 여자1은 놀러갔을까, 왜 하필 남자1은 그때 인라인을 타러갔을까, 왜 하필 인라인 여자는 그때 거기에서 인라인을 타고 있었을까. 결국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사귀게 되는 건 타이밍의 문제인가?

















사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자는 오랜 결혼생활을 유지해왔지만 남편과 이혼했다. 그녀가 느낀 절망은 어마어마했다. 우울의 감정속에 풍덩 빠져있을 때, 그녀의 친구들인 레즈비언 커플이 그녀에게 이탈리아 여행을 가라며 비행기표를 내민다. 원래 이 커플이 가려던 거였는데 한 명이 임신을 하게 돼서 갈 수 없다는 거였다. 고민하던 여자는 그 티켓을 받아들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게 되고, 가서는 계획에도 없이 이탈리아의 오래되고 낡은 집을 산다. 고장난 곳이 여러군데였던 집을, 인부들을 불러 고치면서 자신의 집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여기서 뭐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수시로 찾아들고 또 무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결혼식도 열리고 아이도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집안 공사에 신경을 쓴다.


그러던 어느 하루. 어떤 부속품을 찾기 위해 로마를 찾았던 여자는 그곳에서 우연히 이탈리안 청년을 만나게 되고, 아주 오랜만에 설레임을 느끼며 그와 지칠 정도로 뜨거운 밤을 보낸다.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다, 언제 내게 다시 올 수 있냐, 는 남자의 물음에 여자는 이번 주말이라고 답하고 헤어진다.


그러나 그녀가 그를 만나러 가기로 했던 주말, 그녀의 집에 임신한 그녀의 친구가 만삭인 채로 찾아온다. 그리고는 애인과 헤어졌다며 운다. 그런 친구를 두고 갈 수가 없어 그녀는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주엔 못가겠으니 다음주는 어떠냐, 그 다음주는? 하며 약속시간을 잡으려 한다. 좀처럼 시간을 잡을 수 없었고, 그녀가 그리운 나머지 남자는 북부로 가던 길에 잠깐 그녀의 집에 들르지만, 하필 그때 그녀는 집에 있지 않았고, 그렇게 그들은 또 엇갈린 채 만나지 못한다. 친구의 아이가 태어나고 여전히 집안 공사는 계속되면서, 그녀는 직접 그를 찾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북부로 찾아가 그를 만났을 때, 그의 옆에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내가 잘못찾아왔구나, 하고 울며 돌아서려는 그녀에게 그는 말한다.



당신은 몇달전 우리가 좋은 감정으로 만났기 때문에 우리가 또 그렇게 이어질거라 기대했냐, 나는 그랬다. 나 역시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난 후 당신을 더 원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좀처럼 만날 수가 없고 자꾸 어긋나기만 했다, 이것은 우리가 맞지 않다는 거, 라고.



그녀에게도 그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서로 만날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그 사이에 남자에겐 새로운 여자가 다가왔다. 남자는 슬퍼하는 그녀에게 '너도 너에게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거다' 라는 말로 위로하며 작별을 고한다.




오래전에 친구와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었다. 자꾸만 엇갈리기만 하는 관계라면 그들은 안사귀는 게 낫다고. 그렇게 결국 만나게 되었어도 그간 만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또 앞으로도 엇갈릴 거라는 불안을 가지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겠냐고. 꽤 어릴 적에 한 얘긴데, 어쩌면 나는 그때부터 사랑은 타이밍이란 생각을 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내게 일어났던 모든 연애도 다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었던가 싶다. 내가 그때 그 기분, 그 감정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남자1과 연애를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때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내가 똑같이 들이대도 남자2는 나와 연애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결국 우리는 서로가 마침 그 때 거기 있었기 때문에 연인이 되었을 것이다. 



남편과 이혼하고, 오랜만에 자신의 열정을 불사르게 만들었던 남자와도 이별했지만, 여자는 진실한 사랑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른 젊은 커플을 응원하면서 진실한 사랑은 존재한다고 말하며 그러나 자신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아, 저 여자는 사랑을 잃고 잠깐 절망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해서 사랑에 대해 아예 포기하거나 체념하고 있질 않은 거구나. 나는 그녀가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어서 참 좋았다. 사랑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자세라고 해야하나. 게다가 '내가 이 나이에 무슨..' 하는 못난 생각 따위도 가지고 있질 않았다. 그녀는 사랑하는 커플들을 응원하고 이별한 사람을 다독여주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녀가 눈을 감고 햇볕을 쬐는 사이, 무당벌레는 그녀의 몸에 저절로 올라온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 혼자 외국에 나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 해왔다. 일전에 엄마랑 식사중에도 나는 나중에 나이 많아져서 돈 벌기에 막 에너지를 쏟아도 되지 않는 때가 오면, 외국에 나가서 혼자 살아보고 싶어, 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 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인지 영화속의 여주인공의 삶이 내 로망의 실현으로 보이더라.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했던 이탈리아에 낡은 집을 사고 수리를 해가면서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고 또 거기에서 글을 쓰고 새로운 사랑도 만나고 하는 것이 딱 내가 원하던 삶이다. 게다가 그녀는 가끔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서 함께 맛있는 걸 먹기도 하는 거다!! 완전 내가 꿈꾸는 삶이야.. 그렇지만 내가 가게 된다면 이탈리아는 아닐 것 같다. 이탈리아는 분명 너무나 아름답겠지만, 나는 이탈리아어를 모르고 그걸 배우고 싶지도 않아. 노력하고 싶지 않아.. -0-

역시 물과 밥이 영어로 어떤 건지 알고 있는 미국이 제일 낫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영어권을 가야 시작하기가 좀 낫지 않을까. 이탈리아나 프랑스라면... 음..... 뭔가 암담해지는 기분이야.....


요즘 너무 일에 치어서 그런지 리틀 포레스트도 자꾸 생각났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스크램블 에그를 해먹고 고구마를 쪄서 그릇에 담으면서, 음, 나 리틀 포레스트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밥보다 잠을 택할 때, 나는 일어나서 고구마를 쪄..... 어디에 내놔도 내 살 길 잘 찾고 잘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어제는 여동생이 그렇게나 보고싶다고 예매해둔 [서울시립교향악단&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합동 콘서트]에 다녀왔다. 사실 클래식 공연에 가본 일이 거의 없는데, 앞으로도 내가 갈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여동생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연티켓을 끊어준다길래 그래 한 번 가보자, 하고 간 거다. 으앗.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이미 모두 자리에 앉아있고 공연 시작 시간이 되어서 정명훈이 똭- 들어오는데...아....뭔가 두근거렸어. 포스가... ㅠㅠ

게다가 클래식을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에게 선곡도 탁월했다.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이었는데, 나중에 다같이 합창을 하는데 진짜 너무 좋아서 소름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 끝나고 커튼콜로 박수를 칠 때는 눈물도 고이더라. 아, 좋은 공연이었어.. 나는 여동생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런 거 보게 해줘서 고마워, 좋은 공연이었어, 좋은 공연이었다. 여동생은 같이 할 사람이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나는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여동생에게 보답으로 고디바 초콜렛을 사주었다. 엄지 손톱보다 약간 큰 게 개당 3,900원 씩이나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가 사주지 않으면 자기 돈 내고 잘 못사먹는 게 바로 고디바 초콜렛 아닌가. 그래서 골라봐라, 했더니 집에 돌아가는 길에 먹겠다며 세 개를 고르더라. 총 네 개를 사서 한 개는 내가 먹었고 세 개는 여동생이 먹었다. 


어제 업무차 전화하셨던 임원1이 '너 목소리 왜그러냐' 할 정도로 내가 지쳐있었는데, 좋은 공연을 보고 맛있는 초콜렛을 먹고나니 집에 돌아갈 때쯤에는 기분이 한결 나아져 있었다. 역시 사람에게는 예술이 필요한 것 같다. 



아, 사랑도 필요하고.


술도,


고기도 필요하고.






교향곡 9번 (베토벤)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교향곡 9번을 작곡할 무렵 베토벤은 청력을 완전히 잃고 있었다.

교향곡 9번 d 단조 Op. 125 ("합창"으로도 불린다)는 루트비히 반 베토벤 청력의 완전상실 상태 에서 작곡한 교향곡으로, 1824년에 완성되었다. 명성있는 작곡가의 교향곡으로는 처음으로 성악을 기악곡인 교향곡에 도입한 작품이다 (최초의 성악교향곡). “합창교향곡”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바로 4악장에 나오는 합창(및 독창) 때문이며 그 가사는 프리드리히 실러 환희의 송가에서 따온 것이다.
이 작품은 베토벤의 작품들은 물론 서양음악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며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네 번째 악장에 나오는 음악은 유럽 연합의 공식 상징가로 사용되며(독일어 가사는 공식은 아님), 자필 원본악보는 2003년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 에서 미화 3백3십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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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리스마스는 시와 함께?
    from 마지막 키스 2015-12-24 15:37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도 알라딘의 ㅇㅇㅂ 님 덕에 알게 됐는데, 영화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것도 오늘 추가로 알려주셨다. 오오, 그렇다면 번역본이 있는걸까? 하고 검색해보니 2011년에 이 책이 나와 있더라. 아... 설레인다, 궁금하다. 이번 달에는 다이어리 받느라 책을 엄청 사댔는데, 아아, 이 책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살까. 딱 한 권만 사면...괜찮지 않을까? 오늘 알라딘 서재에 올라온 글에 이 시집에 대한 얘기가
  2. 오빠!
    from 마지막 키스 2016-05-04 11:12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에서 여자는 잠시 여행차 들렀던 이탈리아에 집을 구입하게 되고 그곳으로 옮겨와 살게 된다. 다 망가진 오래된 집을 수리하고 고쳐 자기가 살만한 자기만의 집으로 만들면서, 그녀에게는 소망이 생긴다. 자신의 집에서 근사한 결혼식이 열리는 것, 새 생명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 그녀는 남편과 이혼했고 또 친구들과도 떨어져 이곳으로 혼자 온 터라 그녀가 바라는 바가 당장은 현실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탈리아에서 잠깐 끌리는 남자를 만났지만
 
 
기억의집 2015-12-2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에 나가산다고 하실 때 어머님 반응이 어떠셨어요? 그 이야기도 마저 해 주시지..저도 요즘은 외국 가서 살고 싶어요. 헬조선 떠나서.

지난 번 시간강사다 페이퍼 읽고 씁쓸해 오늘 다음 스토리펀딩에 그 분 후원했어요!

다락방 2015-12-24 11:02   좋아요 0 | URL
제가 얘기했던 당시에 그랬거든요. 나는 나중에 동생들은 다 결혼해서 가족이 있을것이고 엄마 아빠 돌아가시고나면 혼자일테니, 그때는 그냥 자유롭게 훌훌 떠날래. 외국가서 혼자 살아볼래, 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엄마가 `내가 빨리 죽어야 니가 빨리 나가겠네` 하셨어요. -_- 그래서 제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며 약간 투닥거렸어요. 하하. 울엄마 못됐어요 ㅠㅠ

기억의집님 댓글 읽고 다음 스토리펀딩 가봤더니 그 분 글을 연재하시네요! 저도 후원해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5-12-2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엄마랑 살고싶어요....

다락방 2015-12-24 11:02   좋아요 0 | URL
저는 엄마랑 일주일에 4-5일 떨어져 있는데, 어제는 무척 힘이 들어서인지 엄마가 너무 보고싶더라고요.

엄마 보고싶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엄마랑 나랑 오늘 만나는데도... ㅠㅠ

테레사 2015-12-2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베토벤 합창 싫어요. ..뭐 합창이라는 장르를 싫어하기도 하고...희망찬 포스가 전,,,싫더라고요.ㅋ

다락방 2015-12-24 11:03   좋아요 0 | URL
저는 희망찬 포스라기 보다는 웅장함을 느꼈거든요. 그 웅장함이 참 좋더라고요. 클래식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좋은 접근인 것 같아요.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하고 쓴 곡이라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야클 2015-12-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이현의 < 달콤한 나의 도시>에 이런 글이 있어요.

은수: ˝결혼 말이야. 결국 타이밍의 문제겠지?˝

유희: ˝그걸 이제 알았니?.... 인생의 결정적 타이밍을 절묘하게 비껴서 만나면, 딱 요모양 요꼴이 되는거야.˝

잃어버린 반쪽과 천신만고 끝에 조우했다 치자. 그런데 그때 나이가 열다섯이거나 마흔아홉살이면 어쩔 것인가. 여자에게는 의처증 남편이 있고 남자에게는 부양할 다섯 자식이 있다면? 신의 장난은 종종 짖궃고 잔인하다.

은수: ˝그럼 결혼을 위한 결정적인 타이밍은 언제일까?˝

유희: ˝여러가지 연때가 맞을 때겠지. 마침 결혼이 하고 싶어지는 순간에 결혼할 만한 조건의 남자가 나타난다든지. 딴 애들 결혼하는 거 보면, 꼭 가장 사랑했던 남자랑 결혼하는 건 아니더라. 연때가 맞는 남자랑 하지.˝


사랑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일이 타이밍이죠. ㅎㅎ 연말 잘 보내시길. ^^


다락방 2015-12-24 11:04   좋아요 0 | URL
이런 부분이 있었군요. 저는 기억나지 않네요. ㅎㅎㅎㅎㅎ
그렇지만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래서 타이밍인거죠, 타이밍. 연애도 결혼도 타이밍. 말씀하신 것처럼,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타이밍이죠!

야클님, 메리 크리스마스!!

Mephistopheles 2015-12-2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십대 초반 사무실 여직원이 간만에 연예라는 걸 시작했는데............

피부에서 광이 나더군요...따로 관리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광이..난다고요 다락방님..광이요...광...아주 반짝반짝 이쁘게...

다락방 2015-12-24 11:04   좋아요 0 | URL
음...그렇다면.....제 얼굴에서도 광이 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5-12-2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서울시향.. 내 사랑 정명훈.... 다락방님, 완전 부러운 시간을 보내셨군요!!!

다락방 2015-12-24 11:05   좋아요 0 | URL
뽈따구님, 심지어 제 여동생은 내년 연말에 정명훈 공연도 이미 예약을 마친 상태입니다!! ㅎㅎㅎㅎㅎ 저랑 함께 가겠대요. 꺅 >.<

에이바 2015-12-2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셨군요! 투스카니의 태양이 원래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데 작가 홈피 가서 사진도 구경하고 레시피도 보고 그랬어요. http://www.francesmayesbooks.com/ 여기가 작가 홈피고요.. 궁금해서 작가네 집도 찾아보고 그랬다는... 스토커 돋나요?ㅋㅋㅋㅋㅋㅋ 사랑이란 타이밍이 맞는 것 같아요. 인연이란 참 모를...!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다락방님 ㅎㅎ

다락방 2015-12-24 15:05   좋아요 0 | URL
오오, 에이바님 덕에 이런 영화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래서 영화를 보게 됐는데, 이게 자전적 소설이라고요?? 놀랍습니다! 해서, 지금 검색해봤더니 번역본으로도 나와있네요. 우어엇 설레여라. 저 그래서 얼른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이번 달에는 다이어리 받느라 너무 많이 질러서 책 안살라고 했는데, 맙소사, 이 책은 꼭 사고 싶네요!! >.<

살리미 2015-12-24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 영화 보고싶어요!! 역시 사랑이란 타이밍이라면 우리는 운명이라는 우주의 대 기운 속에서 살아가는 거 맞죠??
저도 혼자 외국 나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은데... 가끔 이런 저런 인연들이 다 짐스럽고 복잡하게 느껴질때요 ㅠㅠ .... 그런데 도무지 다른 언어를 배우려는 노력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럼 아직 덜 짐스러운거다 여기며... 엉덩이 붙이고 살게 되네요 ㅎㅎ 다락방님 글 읽으며 피식 웃음이 나는 부분이었어요^^

다락방 2015-12-24 16:46   좋아요 0 | URL
아우 오로라님, 저는 진짜 공부하는 거 너무 싫어해서요. ㅎㅎ 이탈리아어를 비롯한 다른 외국어 할 생각을 하면 그냥 한국에 있고 싶어지는거죠. 그나마 길이라도 물어보고 밥이라도 사 먹을 수 있는 영어권 나라가 낫겠다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퇴근후에 외국어 공부하는 취미 같은 게 있다면 좋겠는데 퇴근 후의 저는 술만 마시네요.
맨날 술이야~

힛.
올 한해 오로라님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많이 써주셔야해요!
오로라님, 메리 크리스마스!
 
기회가 된다면 내가 술 한 잔 사고 싶다.

나이들면서 입맛이 바뀌는 것처럼 생각하는 바도 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은 '절대' 라는 말을 써서는 안되는 것 같다. 이십대 무렵,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누군가를 욕하던 행위 그 자체를 나 스스로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였다. 아, 이런 사람 나는 욕했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네... 하고.


그래서 이제는 다른 사람이 한 행동에 대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사람은 그럴 만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 아닐까? 하고.



12월은 내게 너무나 혹독한 달이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뭘 할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게 된다. 꽤 진지하게 북까페 하는 것을 생각하다가 포기했다. 지난주에는 회사에서 문서파쇄를 하느라 서고에서 서류들을 온통 들어내는 육체노동을 했는데, 너무 신이 났다. 같이 일하던 동료 e 가 '차장님 얼굴 표정이 진짜 밝아요, 되게 신나하는 것 같아요' 라고 하더라. 정말 신났다. 그 감정이 그대로 표정에 실렸는가 보다. 나는 정말 신이났고, 아, 이렇게 살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한다면, 그러면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철없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해야하나..하고 또 생각하게 됐다. 제일 먼저 생각난 건 편의점이었다. 나는 대학 시절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으니 아무래도 적응이 쉽지 않을까, 하다가, 그렇지만 나이가 너무 많다고 나를 안써주겠지..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잘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패밀리 레스토랑의 매니저는 어떨까? 하게 되더라. 이건 서비스업이니 육체노동이라기 보다는 감정노동이겠지만, 늘 새로운 사람을 잘 대하는 것은 내가 잘 할 수 있는게 아닐까? 하다가 또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남들 퇴근후의 시간에 일해야 해... 그리고 생각난 게 알라딘 중고샵이었다. 알라딘 중고샵에서 직원으로 일한다면 육체노동의 최고봉을 달리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알라딘 중고샵을 갔을 때 직원들은 모두 한 손 가득 책을 들고 움직이면서 이 책장에서 저 책장으로 꽂고는 했으니까. 그걸 하면 어떨까? 그러나 내가 그런 쪽에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 아마 월급이 확 줄어든채로 시작하게 되겠지? 그렇지만 소비를 줄인다면 괜찮지 않을까? 뭘 해도 지금 이 일보다는 나을 것 같다, 가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남동생은 남동생의 직장생활대로, 여동생은 또 여동생의 생활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상황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 다 각자의 영역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게다가 주말에 읽었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는 어떤가. 교수란 타이틀을 달아도 스트레스와 압박감, 그리고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지 않나.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해야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로부터도 벗어나고 여유롭고 평안하게 살 수 있을까?



토요일 밤, 남동생과 술을 마셨다. 엄마랑 셋이 둘러 앉아 맛있는 고기를 잔뜩 먹고 또 맛있는 치즈를 먹으면서 시청한 방송은, 남동생의 패이버릿, [나는 자연인이다] 였다. 버스기사였던 주인공은 오십대인 현재, 물가 근처에 집을 짓고 혼자 살고 있었다. 아내와 자식들과 떨어져서 가끔 찾아오는 아내를 맞으며, 그는 그곳에서 혼자 가끔 생선을 잡아 먹으면서, 산을 돌아다니면서, 비가 오면 물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지내고 있었다. 자신이 먹어야 할 것들을 부지런히 준비하면서 사는 그가 그 순간 한없이 부러웠다. 이 방송을 처음 보는 게 아닌데, 엊그제만큼은 참 부럽더라. 게다가 물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주인공은 물끄러미 그 광경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겼지만, 아, 저럴 때 책을 읽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나는 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에서, 그저 내가 내 입 하나 신경쓰면서, 사방에 책을 쌓아두고 책이나 읽으면서 살면 정말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나 혼자 사는 곳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사람이 왜 저기로 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가고 싶었다.



아...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나는 늘 도시,도시 외쳤는데... 아,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금요일에는 포르투갈 같이 다녀온 친구 1,2 를 만났다. 마침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두고 있으니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갈까, 싶어서 책을 한 권씩 준비했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기도 하고, 또 여행을 함께 잘 다녀오기도 해서 꼭 선물을 하고 싶었다. 작게나마 성의를 표시하고 싶어 책을 한 권씩 주문했는데, 주문하고나서는 '아차' 하는 심정이 되었다. 음, 내가 혼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내밀면 혹여 부담스럽진 않을까? 그래서 약간 갸웃갸웃 하다가, 그렇지만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음을, 부담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꼭 밝혀야지, 생각하고 만남에 나갔다. 그렇게 고기랑 와인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다가 나는 준비해온 선물을 내밀었다. 크리스마스 카드와 함께였다. 항상 시골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친구1에게는 [할머니 탐구생활]을, 사회적인 것들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자 하는 친구2에게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선물했다. 선물한 내 마음이 흡족했는데, 이에 질세라 친구1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무려 커다란 초콜렛을 카드와 함께 준비했더라. 으악, 나 초콜렛 너무 좋아!! 신나서 받았는데, 아니나다를까 친구2도 자신이 직접 만든거라며 사과청을 한 병씩 주었다. 아... 이 사람들 뭐지... 훈훈하다.... 우리중 누구도 선물을 챙기자고 말한 게 아닌데, 스스로 알아서들 이렇게 각자 선물을 준비해오다니... 이 사람들은... 뭐지...


우리가 갔던 패밀리레스토랑은 사람이 너무나 많았고, 그래서 시끄러웠는데, 이 사람들과 함께 따뜻했다. 




그나저나, 내가 자연인이 된다면...이런.....모습.............이겠지? (읭?)




 (사진출처: 캔디스 스와네포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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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따구 2015-12-2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누군가를 험담하는것 자체가 쉽지 않더라구요.
˝나는 뭐가 그리 잘나서, 나는 뭐가 그리 옳아서˝ 라는 생각때문에. ㅋㅋㅋㅋㅋ
(물론, 정말 스트레스 빡쳐서 대 놓고 욕 한 사람이 인생에 딱 두번 있습니다만. ㅋㅋㅋㅋ)

요즘 힘드시간봐요. 힘내세요. 홧팅!!!!!

다락방 2015-12-23 10:13   좋아요 0 | URL
네, 뽈따구님.
요즘 정말 지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매일매일 다른 것들로 인해서 회복하고 그래요. 뭐 삶이란 게 사실 이런 식으로 구성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누군가를 미워해서 힘든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미워하는 것도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인데, 도무지 이뻐해줄 수 없는 사람이라... 하아-

힘내야지요. 벌써 수요일이에요. 우리 잘 보내봅시다, 뽈따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