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실이가 어찌되는지 궁금해 미치겠는데, 지금 읽고 있는 [혼불9] 권에서도 강실이 얘기가 아닌 '사천왕' 얘기로 시간을(아니, 지면을) 다 보낸다. 사천왕 얘기는 궁금하지도 않은데.. 혼불8권에서도 어찌나 다른 얘기가 많은지, 아주 그냥 읽지 말고 그냥 넘겨버릴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강실이, 강실이 어찌되었냐고, 강실이 궁금하다고! 강실이 잘 살게 해달라고!! 버럭 소리지르는 심정으로 혼불9권을 읽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페미니즘은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라고만 생각해왔다. 내가 페미니스트가 될 줄도 몰랐다. 그러다 관심을 가지게 된게 이 [혼불] 때문이었다. 강실이를 비롯한 책 속의 여성등장인물들의 삶이 지나치게 부조리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억울하고 화가 났다. 이건 대단히 잘못되었는데, 아, 너무 화가나는데, 하면서 페미니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을 읽을수록,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내 삶이 그간 페미니즘과 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살아오면서 불공평하다,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아주 많았고, 그에 맞서 짜증내고 화를 내고 표현을 하기도 했던 거다.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페미니즘은, 사실 내 삶의 중심 축이었던 거다. 



강실이는 양반 가문의 딸이다. 그런데 큰집 아들인 오래비 강모한테 강간을 당한다. 당시로서 강간을 '당한' 여자는 집안 망신 시키는 여자가 되어 부모로부터도 대단히 욕을 먹는데, 그런 강간을 강실이가 당했다. 아니, 강모가 강간을 '했다'. 게다가 강모는 미친놈이, 이미 결혼해서 아내도 있었던 터다. 종손이었고 그 위치에 대한 부담감으로 시달렸던 나약한 강모는, -어찌되었든 아내에게도 못할짓인- 사촌 여동생을 강간했다. 그래놓고 지는 아내도 두고, 강실이도 두고 훌쩍 일본으로 떠나버린다. 개새끼.. 강실이가 강간을 당했다는 건 마을에서 어찌어찌 조용하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건이 되었고, 그런 강실이에게 혼사가 성사될 리가 없으므로 강실이는 강모 생각만 하다가, 강모 아내 효연의 눈치만 보다가 시름시름 앓고 몸은 허약해진다. 그렇게 기운 없는 강실이를, 이번에는 노비 춘복이가 강간한다. 춘복이는 자신의 처지가, 이 계급사회가 부조리하다고 생각했고, 엄마의 신분을 따라가는 이상 양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아주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터다. 그러나 자신으로서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러다가 혼사가 들어오지 않는 강실이에게 연정 아닌 연정을 품고 '내 아이를 낳아주오' 라고 생각하며, 강실이를 강간하고, 그렇게 임신시킨다.



강실이가 이대로 아이를 낳는다면 이건 매안 이씨 가문의 수치가 된다. 그 가문에 먹칠을 하는 짓이다. 강실이의 부모는 강실이를 일단 멀리 보내버리려 하는데 그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강실이는 중간에 옹구네한테 납치당한다. 옹구네가 자신을 '납치'한거란 사실을 모르는 강실이는 이대로 여기 머무를 수도 없어 떠나고자 하지만, 그간 살아오면서 집밖으로 나가본 일이 없어 자신이 애초에 가기로 하려고 했던 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차표를 끊고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그것조차 혼자 할 수가 없다.




하아



지금 내가 읽은 부분이 여기까지인데, 아, 씨발 너무 엿같아서 짜증이 샘솟았다. 애초에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제약해놓으니, 위기의 순간에, 도망가고 싶은 순간에 도망갈 수도 없게 된 게 아닌가. 집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했고 차를 타보지도 못했으니 도망이야 어디 쉽단 말인가. 게다가 강실이가 대한 사람이라고 해봤자 가족들과 친척들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하인들이 전부인데, 이 사람을 믿어도 좋을지 아닐지에 대한 생각 자체를 아예 못하고 자신을 납치한 사람의 말만 믿고 그 사람에게 차표를 끊어달라 부탁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니, 강실아, 그 사람은 니가 해달란대로 해주지 않아... 하아-


강실이의 인생이 왜이렇게 가혹한가. 왜이렇게 나약하게 앉은 자리에서 휘두르는 매를 다 맞아야만 하는가.. 왜 강간을 한 강모는 일본에도 가고 자기 발길 닿는대로 움직이고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하고 돈도 쓰는데, 왜 강간을 당한 강실이는 나락으로 떨어져야만 하는가... 왜 강모가 아이를 낳으면 대를 이을 아이를 낳은 게 되고 강실이가 애를 낳으면 모두에게 숨겨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걸까.. 세상... 아....인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초에 계급 사회가 아니었다면? 양반과 노비로 구분되지 않았었다면? 그랬다면 춘복이는 어떻게든 양반의 딸과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이를 악물지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여자들을 집안에서 얌전하게 가둬두지 않았다면, 강실이는 제 발로 어디로든 떠났을 것이다. 애초에 강간을 '한' 놈이 개놈이다 라고 교육되었다면, 강모와 춘복이가 천벌받을 놈이지 강실이가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자살을 생각하는 게 강실이가 되어야 하는가. 왜 시름시름 앓고 누워야 하는 게 강실이가 되어야 하는가. 이미 두 차례나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는데, 왜 그걸 혼자 감춰야하고 혼자 아파야 하고 혼자 신세 조져야 해... 세상........




하아, 이제 9권을 읽고 있고 10권으로 넘어간다. 초반에 언급했듯이 사천왕 히스토리가 계속계속 나와서 내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 강실과 효연이 뭔가 우뚝 서는 그런 이야기를 읽고 싶다. ㅠㅠ 과한 바람인가, 욕심인가... 인생.. ㅠㅠ



어제 잠깐 심규선 콘서트 얘기 하면서, 심규선이 자기 좋다고 만든 노래를 내가 듣고 공감하며 눈물 짓기도 한다고 얘기했더랬다. 혼불 9권에 그런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강호는 그제서야 비로소 이 천왕문의 사천왕들을 복원 불사하는데 도환이 실제 주관을 했으리라는 것을 깨달아, 깜짝 놀라며 새삼스럽게 도환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경탄과 존경이 어린다.

(스님이 절에 속한 일 한 가지를 제대로 잘 해 놓는다는 것이, 곧 불문과는 아무 연관도 없을 것 같은 나를 위하여 하는 일이 되는구나. 큰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 누구나, 제가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꾸준히 해나간다면, 그것이 모여서 결국은 실한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문화도, 학문도, 살림살이도.) (p.106)



사람은 각자 자기가 서있는 그 자리에서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건강하게 자기 한 몸만 건사해도 큰 일을 해내는 것이다. 자기 몫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 이는 언제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내가 부르짖는 바이기도 하다. 내가 내자리에서 잘 지내는 것. 그것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도감을 주는 일이 어디있을까. 그것이 조금만 확장되도 이렇듯 나를 위한 게 전혀 연관없을 것 같은 다른 이를 위한 것이 된다. 심규선이 자신이 좋아서 만든 노래를 세상에 내놓고나서 나는 여기 이 자리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즐거워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나는 앞으로도 심규선이 자신의 감정을 담은 노래를 꾸준히 충실히 발표하길 바라고, 줌파 라히리와 앤 타일러는 자신들이 쓰고자 하는 글을 열심히 써주길 바란다. 그것이 곧,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은, 게다가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 먼 곳의 나에게도 좋은 일이 된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꾸준히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물론 꾸준히 해나가기 위하여서는 건강한 것이 필수 요소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건강하게 지내자.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임과 동시에 큰일이다. 또한 모두를 위한 게 되는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내적 갈등의 여왕이다. 내적 갈등의 최고봉. 언제나 내적갈등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물론 내적갈등에 시달리는 사람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놓인다면 그 안에서 끊임없이 이렇게 할것인가 저렇게 할것인가 고민에 또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게 옳은 줄 알지만 다른 게 더 끌린다, 하는 상황이 세상엔 얼마나 많이 벌어지는가. 일례로, 다이어트만 해도 그렇다.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를 먹지 않는 게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된다는 건 '알지만', 나는 그것을 얼마나 먹고싶은가..... 아, 얼마전에 먹었던 목살의 육즙이 입 안에 살며시 퍼져나간다. 아아, 향기도 맛도 나는 내 앞에 있지 않아도 모두 느낄 수 있어, 떠올릴 수 있어.. 아아, 삼겹살, 아아, 다이어트...




"나의 마음을 정관(靜觀)하여 들여다보며 이야개히 보시지요. 옳은 마음이 늘 이깁니까? 옳은 줄 알면서도 옳은 마음이 약하면, 그른 줄 알면서도 그른 마음의 세력에 휩쓸리니 경계선에서 회오리치는 것이 인간 아닌가요? 옳다고 해서 옳은 것이 곧 그만큼 힘이 세 그 무엇에도 끄떡없이 쓰러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옳은 것을 힘있게 하려면 늘 북돋우고, 그 옆에 모이고, 가꾸고, 기르고, 충전하여 자꾸만 튼튼하게 가축을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 옳은 아믕을 외면하고, 따르지 않고, 버려두면 무너지지요. 그대로 폐허가 됩니다. 반면에 그른 것에다가는 있는 힘을 다 보태 주고, 꾀를 내고, 밤이나 낮이나 궁리를 하고, 부추기어 모색하고, 행동하여 힘을 기른다면, 자연히 그르고 악한 것이 강성해지지 않겠습니까? 내 마음의 제석천은 지키는 이 하나 없이, 힘없이 무너지고, 내 마음의 아수라는 벌떼같이 일어나 아우성치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지겠습니까."

결국, 내 마음은 아수라에 점령당해 버리고 말 것이다.

선과 악은 숙명적으로 싸우게 되어 있으므로, 이기고 싶은 쪽은 늘 전열을 가다듬어 날을 세우고, 무리를 모으고, 힘을 길러 삼엄하게제 마음을 지켜야 하리라. (p.163-164)



아, 늘상 싸워대는 선과 악이여... 그런데, 삼겹살을 먹지 않는 것이 정말 선인가? 그런가? 아아, 그렇다면 나는 늘 선이 옳다고만은 말하지 않으리.......... 달콤한 것이 악이라면, 신은 인간을 너무나 시험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사.......





혼불9권을 다 읽으면 내처 10권까지 다 읽을 참이다. 다 읽고나면 고이 모아 셋트로 중고로 팔텐데, 그러면 목돈이 들어오겠....나? 아 기대돼... 혼불은 각 권이 11,000원 씩이다. 이건 일절 할인도 없다. 열 권이면 110,000원... 나 개끗하게 봤으니까 5-6만원 정도로 내놔야겠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돈으로 책 사야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맞다. 얼마전에 [남성성과 젠더]를 중고로 팔았는데, 보내면서 알라딘 도라에몽 다이어리 데일리를 함께 포장했더니, 받는 분이 다이어리까지 챙겨주셔서 너무나 고맙다며 문자 보내셨더라. 우히히히히히히히히히. 혼불 셋트에는 머그컵을 하나 넣어야겠다. 움화화핫.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나는 식사로써 햄버거를 되게 싫어한다. 끔찍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햄버거를 먹고나니..우울하다. 울적해... 삼겹살이 눈앞에 둥둥- 떠다닌다. 




소주도...







"그런데 묘한 일이지요. 선수들이란 자신의 재능롸 능력을 다하여 제 존재의 영역을 보다 넓고 높게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일 텐데, 그 재능을 부여받은 부분에 가장 극심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단 말입니다. 꽃이 그 아름다움 때문에 꺾이기 쉬운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축구 선수는 다리뼈 성할 날이 없고, 공을 너무 세게 맞아서 금이 가거나, 삐거나 하니까요, 달리기 잘하는 사람은 무릎 성할 날이 없지요. 넘어지는 것이 곧 달리기 선수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선수가 될 수 없습니다. 위험한 일이지요.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선수는 훌륭한 것 아닐까요?" (p.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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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따구 2016-01-19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혼불 읽다가 집어 던...!! 그게 벌써 18년 전이네요. ㅡ.ㅡ

다락방 2016-01-19 13:36   좋아요 1 | URL
집어던질 만해요. -.-
어찌나 화가 나는지. 아주 그냥 속이 타들어가요. 강모 너무 싫어요, 뽈따구님 ㅠㅠ

[그장소] 2016-01-19 13:40   좋아요 0 | URL
음..그래도 열딱지에 화가 분화구처럼 솟아도 다 보게 되는데...그게 그닥 멀리 있는 일도 아닌 우리 현실에 다를것도 아니라서..사회 껍질만 조금 바뀌었지 여전한 약한 모습속에 살고있긴 마찬가지...그래서 한숨쉬며...끝까지 읽었네요.

다락방 2016-01-19 13:47   좋아요 2 | URL
네, 저도 다 읽을겁니다, 그장소님. 강실이와 효연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궁금하고요. 무엇보다 강모는 어떻게 될지...강호도...... 춘복이와 옹구네는 어떤 삶을 살지....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해갈지도 궁금하고요. 그래서 저도 다 읽을 참입니다. 그리고 거의 다 왔어요. 9권이니까요. 헷 :)

[그장소] 2016-01-19 13:49   좋아요 0 | URL
에...스포해요..?^^ㅎㅎㅎ
부르스 윌리스가 유령이닷~~~!!하고...?^^

다락방 2016-01-19 13:54   좋아요 1 | URL
노노. 스포금지요! ㅎㅎㅎㅎㅎ

이매지 2016-01-19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목살의 육즙은 저도 좀 생각이 나네여.... 츄릅...

다락방 2016-01-19 13:54   좋아요 1 | URL
우엇. 목살에 육즙 얘기했더니 매지님이 나타났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리미 2016-01-1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깊은 빡침이 여기까지 전해옵니다 ㅎㅎㅎ 강실이 대체 어찌됐는지!!! 저도 너무 궁금해지는 걸요~
그러다 마지막엔 꼭 깨달음을 주시는 일침! 내가 내자리에서 잘 지내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최선이다! 감동이 밀려와요^^
그리고...
삼겹살에 소주없으면 저도 힘들어요 ㅠㅠ 저는 늘 지기만 하고 있답니다.

다락방 2016-01-21 08:58   좋아요 0 | URL
오로라님 ㅠㅠ 진정 깊은 빡침이 와서, 지금 10권을 시작했는데 강모 이름을 볼 때마다 부들부들 떨려요. 지금 강모는 만주에 가있는데, 이놈이 잘못을 저질러놓고 도망다니는 꼴이라니. 아 진짜 꼴도 보기가 싫어요. 종갓집이라는 것, 종손이라는 위치가 부담이 된다는 걸 잘 알지만 실상 지금처럼 망나니 짓을 하면서도 잡혀가 죽지 않은 건 그가 양반 가문의 종손이기 때문이니깐요. 하여간 꼴보기 싫어요. 흥! 나중에 오로라님도 읽게 되신다면 오로라님의 감상도 듣고 싶어요.

저는 결국 못참고 엊그제는 수육과 육개장에 소주를 마셨답니다. 인생은 그런 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

singri 2016-01-19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10권이 끝이에요?ㅋㅋ

다락방 2016-01-21 08:58   좋아요 0 | URL
네, 10권이 끝이에요. 그 뒤의 이야기들을 더 쓰고 싶었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라고요. 그러나 현재는 10권이 끝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1-20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이 책을 못 읽었답니다. 그냥 역사/극화소설로만 알고 있었는데, 좀 다른가봐요.

다락방 2016-01-21 08:59   좋아요 0 | URL
역사 소설이긴 한데요, 그 역사 속에 여자들의 핍박을 당한 게 분명한 사실이니 그걸 굉장히 잘 드러내고 있어요. 그 당시 여자들에겐 특히나 더 살기 힘들었다는 걸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읽는 제가 몹시도 깊은 빡침을 느끼는 거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6-01-2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강실이 이야기를 읽을 때만 해도, 이 세상 모두 핑크빛이고 드넓은 바다, 희망의 나라인줄 알아서 강실이와 페미니즘이 연결가능하다는 생각을 못 해봤어요. 저는 강실이가 `험한 시대`에 태어났고, 여자가 존중받지 못한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그녀가 불행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이 세상 모든 게 가능하다고 믿었던 희망찬 여대생이었으니까요.

저는 정말 저 책이 기억이 잘 안 나서, 다락방님 리뷰 읽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하거든요.
근데 정말 읽은 거 맞니? 하면서요. 그런데 다른 장면은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장면.
노비 춘복이가 강실이를 범하는 장면은 기억이 나요. 그러니까 사건의 실재에 대해서는 묘사가 아주 적잖아요.
근데 강실이의 내면이 무너지는 장면. 춘복이의 강한 바램과 포기해버리는, 삶을 이어가기 위한 저항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강실이의 이야기는 계속 잊지 않게 되더라구요. 불쌍한 강실이...

이제서야 강실이가 사는 세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네요....
아침에 이런 기사를 봐서 그럴까요.
<아내가 밉다고 좋아하는 반찬에 살균제 탄 남편>
아하....

다락방 2016-01-21 09:06   좋아요 0 | URL
저는 여자가 존중받지 못하던 시대, 억압받던 시대라는 걸 알면서 화가 났어요. 이미 알았던 사실이지만 책 속에서 강실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보니 진짜 쌍욕만 나오더라고요. 만약 제가 어릴 때 이책을 읽었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감상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과 내가 만나는 때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을 지금 다시 읽는다면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으니까요.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생각이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만약 지금 단발머리님께서 혼불을 다시 읽으신다면, 분명 그때와는 다른 생각과 감상으로 또 아주 훌륭한 글을 적어내실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이 그동안 써오셨던 것 같은 근사한 글이요!

강실이가 사는 세계에서 지금은 얼마만큼 달라졌을까요? 더 달라지기 위해서 또다른 강실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으면 안될 것 같아요. 계속 공부하고 계속 말하고 행동해야 할 것 같아요. 이 길에 단발머리님과 저는 함께 가도록 합시다.

단발머리님, 제가 좋아해요! (뜬금없는 애정고백 ㅋ)

비연 2016-01-20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예전에 <혼불> 읽고 이거 뭐 이래? 이러면서 매우. 매우. 매우. 찝찝했던 기억이 납니다.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은..... 으으. 지금도 제 책장에 고이 꽂혀있는데.. 저도.. 중고로? 110,000원? 흠냐...

다락방 2016-01-21 09:0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너무 답답하고 화가나고 강모가 미워서 진짜 있는 욕 없는 욕 끌어다 하고 싶고요, 강모 앉혀놓고 제대로 교육도 다시 시키고 싶고 ㅠㅠ 막 그래요 ㅠㅠㅠ 강모 뿐만이 아니라 강모가 그렇게 되게 만든 주변 사람들 모두요. 강모 혼자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사회적 시스템이라는 것도 무시 못하는 거니깐요 ㅠㅠ

저는 요즘 꽂혀 있으면 그저 글씨 써진 종이요 누군가 읽어야 책이다, 하는 마음으로 읽는 족족 책을 처분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이 없어서 그렇다는 건 비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주 토요일은 이상한 날이었다. 눈물나는 날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오후에 심규선의 콘서트에 가기로 했었고 그래서 오전에는 여동생과 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했다. 여동생이 사고 싶다는 가방 매장에 가서 가방을 구경하고, 내가 화장품을 사려고 했던 매장에 가서 화장품을 샀다. 그전에 함께 밥을 먹다가 나는 내가 지쳤음을 얘기했다. 심각하게 얘기한 건 아니고 그저 지쳤어, 직장다니는 거 지쳤어, 이 사람 밑에서 일하는 거,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거, 모두 다, 라고 얘기했다. 여동생도 많이 진지하진 않은 표정과 말투로 내게 얘기했다. 혹여라도 도피성으로 결혼을 선택하진 말라면서, 언니 지쳤지 왜 안지쳤겠냐, 쉬는 시간도 없이 계속 오래 일해왔는데, 수고 했지, 언니 지쳤으면 그만 둬, 언니 지금 그만둬도 아무도 뭐라 안해. 언니만 생각하고 지쳤으면 빠져나와, 그래서 여행을 가든 뭘 하든 해, 라는 거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을 묻는 내게 여동생은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해, 뭐 돈 못벌겠냐, 편의점 알바해봤으니 그거 해도 되고' 라고 말했다. 나 역시 그만둔다고 생각을 할라치면 '뭐 어디가서 알바라도 하면 되니까 굶어죽진 않겠지' 라고 생각했던 바, 여동생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그만 말해. 울 것 같아.



라고 여동생에게 말하자 여동생이 '왜 울면 안되는데? 울어버려' 라고 하더라. 그러게.. 


그러나 나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콘서트를 갔다.




초반에는 예전에 갔던 콘서트들에 비해 별로라고 느껴졌다. 음, 감흥이 덜하네, 라고. 당분간 오지말아야 할까,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그동안 잘 듣지 않던 곡인 <이제 슬픔은 우리를 어쩌지 못하리> 를 들을 때부터 확- 좋아지더니, <너의 존재 위에>를 부를 때는 훅- 좋아졌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라이브로 듣는 너의 존재 위에는 가사 한 줄 한 줄이 콕콕 가슴에 와 박힌 탓이다. 아 왜 눈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떤 슬픈 밤 숨을 곳 없는 나 
어긋나는 일을 저질렀지만 
이상하게도
부끄럽거나 두렵지도 않아 
맹세컨대 난 그게 
뭔지조차도 몰랐으니까

잠들기 전 늘 소용없는 기도 
신조차도 나를 사랑하지 않으실까 봐
두려웠어 늘 원하시는 대로
맹세컨대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믿었으니까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어떤 내일도 오늘을 대신할 순 없어 
그보다 더 소중한 너의 존재 위에

난 참 바보처럼 쫓았지 
보이지 않는 허상을
잡히지 않는 안개를 
두 손에 쥐려고 애를 썼네
불행함의 이유를 
이 괴로움의 시간을
다 견뎌내려 하지마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꿈도 명예도 어제와 불확실한 
내일 그보다 더 소중한

닥친 내일이 어깨를 짓눌러 
멍든 어제가 발목을 잡아도
모든 이유를 이해할 때까지 
너의 존재 위에

너의 현재 위에 무언가 무언가를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어떤 약속도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무엇보다 더 소중한
너의 존재 위 너의 존재 위
너의 존재 위에





이 노래에서만 내가 눈물을 흘렸던 건 아니다. 일전에 들어보고 별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곡인 <Be Mine>을 들으면서도 눈물이 났다. 핑-

아니 왜 눈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노래를 들을 때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차례대로 떠오르면서 아, 내가 정말 잘해야지, 최선을 다할거야, 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내 삶에서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눈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끔 화내고 싸워도 
진심이 아니란 건 아니까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우린 
어느새 또 서로를 용서하니까

사랑한다고 그대에게 
내가 미안한 게 너무 많다고
말할 수 있을 줄 알았지 
늘 거기 있는 줄 알았지
그대가 떠나기 전엔 

Be mine again, again
그대에게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너무나 많아 
아직 아직은 아니야
함께 있어야 해 보내줄 수 없어

말로 다하지 않아도 
무슨 말 하려는지 아니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린 
이렇게 또 서로를 닮아가니까

사랑한다고 그대에게 
내가 미안한 게 너무 많다고
말할 수 있을 줄 알았지 
다 알고 있는 줄 알았지
그대가 떠나기 전엔

Be mine again, again
그대에게 아직 들려주지 못한
노래가 너무나 많아
아직 아직은 아니야
함께 있어야 해 헤어질 수 없어

아직 혼자 남아있어
이렇게 보낼 순 없어
쉽게 단념할 수 없어
다시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가고 있어
이렇게 끝낼 순 없어
되돌릴 수 없는 실수로 널 
기억하도록 남겨두지 마

Please be mine again, again
그대에게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너무나 많아 아직
아직은 아니야 함께 있어야 해
보내줄 수 없어 

Again, again 
Be mine again, again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심규선은 가사에서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너무나 많아, 라고 했는데, 나는 그런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잘해내는 모습을 건강하게 보여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이 노래에 크게 공감이 됐고, 그러다보니 눈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다가 누군가 진심으로 만든 노래에 또 내 진심을 다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무척이나 자랑스러워졌다. 아, 나는 예술을 그 자체로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이야, 멋져, 잘났어, 근사해....라는 자기자랑으로 마무리. -0-



그러면서 영화 [타인의 삶]에서 '비즐러'가 타인의 삶을 도청하다가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 소리에 눈물을 흘리던 장면도 생각났다. 아, 나여....위대한 나여....



콘서트가 끝나고난 후, 같이 관람했던 친구와 술집엘 갔다. 와인을 팔길래 와인을 한 잔씩 시켜두고는 오늘 콘서트 어땠냐고 대화를 나눴다. 친구는 초반에 몰입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중간부터 되게 좋았다고 했다. 아, 사람들 느끼는 거 다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친구는 <담담하게>를 듣는 게 너무 좋았다며, 어쩌면 이렇게 시디 틀어둔 것처럼 노래를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정말 좋았다고 했다. 막차를 놓칠까봐 초조하게 각자의 지하철을 타고서는 또 문자메세지로 얘기했다. 친구는 좋은 공연이었다고 여운을 느끼더라. 심규선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지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터라, 친구가 콘서트를 보고 좋다고 생각하는 게 나로서도 무척 좋았다. 콘서트 이후부터 지금까지 <너의 존재 위에>를 여러번 들었다. 심규선 역시 자기가 좋아서 자기 감정을 담아, 자기 생각을 담아 노래를 만드는 거겠지만, 내가 그 음악을 듣고 좋아한다. 그 음악을 듣고 공감하고 가끔은 눈물이 핑돈다. 아, 예술이여...



어쨌든 여러차례 눈물이 핑- 돌던 날이었다. 

새삼 여동생의 공감능력이 무척이나 고마웠던 날.

나는 늘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 죄책감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인간이 다른 인간과 어울려 사회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수단은 공감능력인 것 같단 생각을 한다. 결국 문제는 공감능력이다. 

공감능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에 관심있게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을 대화상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월요일은 다른 날보다 유독 피곤해서 커피 한 잔을 사가지고 회사에 도착했다. 신간이 뭐 나왔나 둘러보다가 아아, 지난주에 책을 지르지 않기를 잘했구나 생각했다. 뭐 이렇게 궁금한 책이 많아. 역시 책과 내가 만나는 것도 타이밍, 운명 같은 것인가. 장바구니에 들어간 책들중 몇 권을 빼고 다시 몇 권을 새로 넣어야겠구먼..


남편의 아름다움... 궁금하다. 남편은 아름답습니까?






















- 페이퍼 제목은 심규선의 노래 <너의 존재 위에> 에서 가져옴.

- 각 노래 제목을 클릭(혹은 터치)하면 노래 재생으로 연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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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1-18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밥 굶지 않는다에 한표... 제가 대학입학하던 해 어머니가 장사를 접으셨어요. 매일 5시전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고된 일인데, 접고나서 다음날 아침에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시더래요...

다락방 2016-01-18 15:55   좋아요 0 | URL
아, 생각만해도 뭔가 설레이긴 해요. 이제 더이상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게 되면 어쩐지 두려울 것 같기도 하고요. 아, 그래도 될까? 하고 말이지요.

어머님 고생 정말 많으셨네요. 그만두고나서 다음날 아침에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실 만도 해요. 왜 아니겠어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왜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했을까요? 고생고생하면서... 저도 왜이렇게 싫으면서 직장생활 하고 있을까요? 어쩐시 슬프네요..

뽈따구 2016-01-18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첫 직장을 고작 1년 2개월을 다니면서 ˝아 관둬야겠어˝하고 관뒀는데 그리고 꼬박 한달을 손가락을 빨다가 다시 취직을 했더랬지요. 그때 배고픔이 참 서럽긴 했는데...... 지나고보니 내 인생의 거름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굶을수도 있지만. 그게 영원이겠어요? ㅎㅎㅎㅎ 다락님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제 남편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물론! 안 아름다울때도 있어요. ^^

다락방 2016-01-18 16:05   좋아요 0 | URL
돈과 소비에 대해 미련이 많아서 아직도 직장생활을 붙들고 있는 것 같아요. 지쳤다고 말하면서도 아직은 소비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가 봐요. 소비할 수 없는 삶을 좀 두렵게 느끼고 있는가봐요. 제 스스로가요. 뽈따구님 말씀대로 영원히 굶거나 하지도 않을텐데, 뭐가 그리 두려워 이렇게 계속 직장생활을 잡고 있는걸까요? 하아-

남편은... 아름답습니까? ㅎㅎ 아름답지 않을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론 아름답다는거죠? 흐음.. 일단, 참고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오거서 2016-01-18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마디로,, 짠~ 하네요~~

다락방 2016-01-18 16:05   좋아요 1 | URL
삶이 원래 짠~ 한 것 같아요. 크- (어쩐지 소주를 마시고 싶네요)

2016-01-18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6-01-1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라는 말.

다락방 2016-01-19 09:56   좋아요 0 | URL
네, 계속 새길 말이에요.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너의 현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

2016-01-18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챔피언 2016-01-19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의 마력은 어찌 되었건 한달에 1번 돈이 나온다는 것 같아요. 예전 직장은 두달에 한번씩 보너스가 나오는 임금 구조였는데, 지옥 같은 신입 사원 시절에 그만두지 못했던 이유가 실은 이 보너스에 대한 욕심때문이었던것 같아요.두달만, 앞으로 두달만 하다가 1년 넘어가고, 결국 10년도 넘겼어요. 입사후 4달쯤 지났을때 저를 괴롭히던 팀장이 지점장에게 찍혀서 쫓겨났던 기적 같은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직장인이 계속해서 거사를 미루는 건 지금의 확실한 월급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이럴땐 ` 쇼생크 탈출` 의 앤디를 생각해 봅니다. 오랜세월 준비한 완벽한 탈옥을 통해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게 짜릿한 복수를 해보시죠^^

다락방 2016-01-19 09:58   좋아요 0 | URL
챔피언님, 맞습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 한달에 한번씩 나오는 것이, 그만두면 사라져버린다는 점이죠. 많든 적든 꼬박꼬박 쓸 돈이 입금된다는 것은 끊기 힘든 것이지요. ㅠㅠ 말씀하신 게 백프로 맞습니다. 계속해서 그만두는 걸 미루는 건, 월급을 포기할 수 없어서라는 말이요. 여기에 있어서는 저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다른 핑계를 댈 수가 없습니다. 계속 생각해야겠어요. 더 나은 길이 무엇인지 말예요. 십년이상 이렇게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조금 더 못다닐 것도 없죠. 멋지게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 2016-01-1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규선이라는 이름에 순간 내가 락방님의 페이퍼를 잘못 클릭하여 읽고 있나?순간 착각!!
왜냐면 어제 미용실에 갈일이 있어 어떤책을 가져갈까?고민하다가 락방님의 책을 가져가 열심히 몰입하여 읽었는데 심규선의 콘서트에 간 내용이 생각이 나서 어??? 순간 헛갈림!!

그리고 읽는 내내 음~~~
저는 직장생활에서 놓여난지가 근 15년이나 되어 무어라 보태줄 말은 없지만,그래도 락방님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직장생활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그런데 저처럼 아이 키우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서 어느덧 중년 초반(?)의 나이에 들어서고 보니 뭐랄까요?
거창하게 무언가를 이루고자 원한 삶은 아니었지만 요즘은 그냥 아무 한 일없이 시간만 보냈었나? 뭐 그런 허무가 밀려오는 듯합니다.그냥 그저 그렇게 나이만 먹은 듯한...ㅜ
직장을 다녔더라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래나? 싶기도 하구요.ㅜ
다른 이들은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 한 군데라도 있는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구나!! 뭐 그런 생각들을 품다가 그저 `엄마`를 찾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 나를 찾는 웬수들이 있었구나! 정신을 차리곤 하죠.ㅋㅋ
(뭔 얘긴지??^^)
이런 생각들을 할 겨를없이 지내다 작년부터 좀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지더라구요.
나이대가 그런 시기일까요?^^

암튼......현재 `독서 공감,사람을 읽다`책을 신 나게 읽고,감동받으며 멋있는 사람이야!!!!
멋진 모습 상상하고 있으니 힘 내세요.
동시대에 고민하는 모습들도 친근하게 다가와 더 멋지게 상상이 되긴 합니다만...그래도 애정하는 작가님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책의 작가에게 말을 걸 수 있다는 것도 꽤나 영광스러운 일입니다요.!!)




다락방 2016-01-19 13:43   좋아요 0 | URL
아, 책읽는 나무님, 긴 댓글 감사합니다. 게다가 댓글이 참 ㅠㅠ 좋으네요 ㅠㅠㅠ 고맙습니다, 이런 댓글이라뇨 ㅠㅠ

음, 그런데 책나무님이 아무것도 한 일없이 시간을 보내신건 아닌 것 같은데요? 스스로 깨달으셨듯이, 책나무님을 찾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책나무님은 전부일테고, 누군가에게 전부가 된다는 건 정말이지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저로서는 그것이 너무나 크게 느껴져 감히 선택할 수도 없는걸요. 물론 그럼에도 허무함을 느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허무함이 없을 순 없으니까요.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세상의 소식에 귀도 기울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도 가지고 그러다보면 책나무님의 허무함을 달래줄 어떤 것이 눈앞에 뙇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혹여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허무함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보게 해줄 어떤 계기가 생길 수도 있고요. 사람이 멈춰 있기 보다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하는 게 저는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스스로를 위해서도 더 좋은 방향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나무님은 그러니 지금 굉장히 잘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이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또 갈등하다 보면 어떤 답이 눈앞에 보이겠죠. 안보인다면, 그건 또 그대로 지금의 삶을 만족하는 다른 것들을 발견하면 될테고요.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면, 그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지내요, 우리. 그런 생각들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말이지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얘기하다보면 뜻밖에 해결 방법도 생기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 우리 알라딘안에서 충분히 이야기 나누며 지내요!

moonnight 2016-01-1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삼남매의 우애는 정말 부러워요. 다락방님이 맏이로서 사랑이 충만하시니 동생분들도 그렇게 진심 공감할 수가 있는 거겠죠. 하여간 참 보기 좋습니다. ^^
토요일 신문이었나. 홍대여신 루시아(심규선)이라고 제목에 나와있어서, 앗 다락방님 좋아하시는 심규선. 했는데 페이퍼에서 다시 보네요. (그런데, 루시아가 심규선과 같은 사람인 줄 몰랐;;;;;;) 다락방님과 같은 감성은 아주 옛날에 잃어버린 저로서는( ˝)(˝ );;;;; 공연 후 진한 감동을 나누는 다락방님과 친구분이 또 존경스럽다는 ^^;;;;

올려주신 책 중에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다 잘된 거야. 에서 멈칫했어요. 혹시 했더니 제가 엠마뉴엘 베른하임으로 알고 있던 작가네요. 독특한 내용의 짧은 소설을 써서 예전에 참 좋아했었어요. +_+; 좋은 책들 덕분에 담고 갑니다. 감기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요. ^^

다락방 2016-01-19 13:46   좋아요 0 | URL
제가 안그래도 콘서트 당일날 콘서트장에 뭐 문의할 게 있어서 전화를 걸었었는데요, `오늘 심규선 콘서트 예매했는데요` 라고 운을 뗐더니 `저희는 오늘 심규선 콘서트는 예정에 없고요 잡혀있는 건 루시아 콘서트 입니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심규선이 루시아입니다` 라고 말했어요. 아하하하. 문나잇님만 모르시는 게 아닙니다. 아니, 관심이 없다면 그걸 대체 어찌 알겠습니까. 관심 가진 것만 알아도 충분하죠.
저도 관람 후기를 같이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게 무척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계속 이렇게 콘서트며 영화며 관람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나누면서 지내고 싶어요. 헤헷.

문나잇님께서 생각하신 엠마뉴엘 베른하임의 독특한 짧은 소설은, 아마도 제가 그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그 소설일 것 같은데요. 혹시 [그의 여자] 아닙니까? 아주 얇은 소설책인데 말이지요. 후훗.

문나잇님, 주말에 와인 건배해요!

moonnight 2016-01-19 14:3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의 여자, 잭나이프, 금요일밤 그리고 또 뭐더라 한권 더 있었던 거 같은데@_@; 이 작가, 생각이 참 독특하네 싶어서 좋아했었어요. 오랜만에 반갑네요. 얼른 주문^^ 다락님과 와인 건배, 좋아욧!^^

2016-01-21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1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본 성인만화중에 이 [나쁜 상사]가 있었다. 일전에 누군가로부터 이 만화에 대한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누구한테 들은건지를 모르겠네. 광고회사의 유능한 팀장인 '승규'는 자신의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민'을 증오한다. 오래전에 민으로 인해 사채빚에 쫓기게 되었고 그래서 호스트바에서 일한 경력을 갖게 되었던 것. 자신에게 그런 불행한 시간을 주었던 민이 너무 싫어서 민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민이 그토록 좋아하는 '영조'를 자신이 유혹하기로 한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의 끝이 그렇듯이, '복수심으로', '수단으로' 영조를 사귀려던 승규는 어느새 영조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민은 영조와 다정하게 지냈고, 영조와 당연히 커플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조가 자신이 아닌 승규를 좋아한다는 걸 안 순간부터 돌아버린다. 영조에게 승규가 나쁜 남자임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노력을 바친다. 한편으로는 또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그러나 그가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강제키스이고 나중엔 강간까지 하려한다. 민의 마음속에는 영조랑 잘되고 싶다는 생각, 영조를 사랑한다는 생각, 승규를 무너뜨리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니 그의 일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리 없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과 시간을 모두 승규를 무너뜨리는데 쓰고자 한다. 그런 그가 점점 더 지옥같은 삶을 살게 되는 건 당연하다.



'너무' 사랑하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다. '너무'가 이제는 긍정의 뜻에도 쓰이게 바뀌었다고 하지만, 실상 '너무' 사랑하는 건 집착이라고 봐야지 사랑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한 명에게만 내 모든 신경이 쏠려서 일상을 살아가는데 불가하다면, 당연히 그 한 명으로부터 나는 보상을 받고 싶어진다. 내가 너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지? 거기에서 오는 서운함은 결국 분노로 쌓이게 되고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상대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민은 영조를 사랑했다. 물론 그 스스로가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조는 민을 사랑하지 않았고, 민과의 약속보다는 승규와 함께 있는 시간을 선택한다. 민으로서는 돌아버릴 지경이다. 점점 더 미쳐버린 그는 결국 자신이 그렇게나 사랑한다는 여자를 강간하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자신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그냥 징글징글하다. 



일전에 회사 직원들과 술을 마시면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랑하는 상대' 하나만이 나를 지탱하게 두지 말라고. 그것 말고도 친구들과의 수다, 음악감상, 등산, 맛있는 음식, 술, 운동 등등 다른 많은 것들로 내 삶을 유지시키게 만들라고. 그래야 이중에 하나가 빠졌을 때도 나는 계속 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거라고. 이 책, [나쁜 상사]의 '민'은 그걸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머릿속에 온통 영조 뿐이었고, 아침부터 밤까지 언제나 어디서나 영조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를 파멸로 이끌어간다. 결국 나를 파괴하는 건 내가 가장 열중한 대상이다. 자신은 온 마음과 온 시간과 온 노력을 다해 한 여자를 사랑했다고 말하겠지만, 그 상대인 나로서는 지긋지긋하고 무섭고 끔찍할 뿐이다. 그것을 내가 어떻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해' 라는 나의 말이 상대에게 닿지 못하는 것은 정말이지 끔찍하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보고 싶은대로 보고 듣고 싶은대로 들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미 영조를 사랑하는 '민'에게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영조의 말은 들리지 않고 믿을 수도 없다. 그건 말도 안되는 짓이니까. 그렇다면, 자신이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듣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 하는 게 과연 사랑이랄 수 있을까? 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걸 좋아하는 구나,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 구나, 아, 이 사람은 이렇게 말하는구나, 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아니야, 나를 사랑해야해, 그럴 리 없어' 라며 상대의 부정을 부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무리 포장하려해도 사랑은 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자신이 집착한 상대 역시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폭력일 뿐이다. 



나 너 사랑해, 그런데 너는 왜 나를 안사랑해? 왜 너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해? 그럴 리 없어, 날 사랑해!



사랑한다는 내 말을 상대가 듣지 않는다고 욕하기 이전에, 분노하기 이전에, 사랑하지 않는다는 상대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내 말을 상대가 듣길 원한다면, 나 역시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하여간 '아니다' 라는 말을 도무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인간들이 어디에나 있다니깐.....




그나저나, 하아- 성인만화의 특징이랄까, 내가 봐왔던 성인만화 세 편은 왜 모두 가슴 큰 여자들이 판을 칠까. 일상속에서 고개를 돌려보면 실질적으로 주변에 가슴이 큰 여자는 많지 않다. 물론 성인만화니 일종의 판타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바는 있겠지만, 아니, 이 만화속의 영조는 순진하고 청순한 매력의 가슴 큰 여자... 인 것이다. -0- 물론 청순한 여자가 가슴이 클 수 있다. 왜 아니겠는가. 나도 청순하고 가슴이 큰데. 그렇지만 뭐랄까, 만화속 주인공들은 너무 판타지의 실현이야... 만화속에서라도 이상형을 만나게 하려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 그래도 ...... 그래, 내가 너무 까칠했다. 만화에서라도 허리 쏙 들어가고 엉덩이 크고 가슴 왕따시 만해야지, 만화속에서 조차 리얼한 몸매를 드러내면 현실이 슬픈거겠지..아니 그래도 뭔가 좀 짜증나. 성인 만화지만 가슴 작은 여자들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어쩐지 좀 불만이야... -_-


판타지의 실현, 이라는 워딩을 쓰고나니 박범신의 [은교] 생각이 난다. 나는 이 작품을 싫어한다. 작품의 제목은 은교이지만, 이 책속에서 은교는 은교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과 섹스하는 삼십대 남성이 있고, 그걸 엿보는 칠십대 노인만이 이 책속에 있었다. 게다가 그 노인은 모든 남자들의 판타지 실현인듯 운동해서 근육질이란다. 이 책속에서 늙음과 젊음을 얘기하고 또 문학에 대해서도 얘기한다는 걸 알지만, 은교 안에 은교는 없어서, 삼십대의 남성과 칠십대의 남성에게 보여지는 여고생 은교가 있어서 나는 도무지 이 작품을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더라.



예술은 판타지를 그려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실제 현실에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마음껏 책이나 영화로 그려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어떤 판타지의 실현에 대해서는 좀 불만스러워지는 것이다. 뭐 이쯤하고.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면서 언제나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이번에도 그러했는데, 오, 마침 중고알림등록 메세지가 오더라. 오호라! 그래서 장바구니에 넣고는 갈등했다. 정가보다 저렴한 중고이니 마음에 들지만 내가 과연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아아 어쩌지. 하루만 더 생각해볼까... 하던 차에 판매완료. 아하하하하하하하..



차라리 잘됐어... (깊은 체념. 씁쓸하게 웃는다.)









이 책이야말로 정말 도전!! 해보고 싶은 책인데 아무래도 페이지수의 압박..이 너무 심해서 감히 엄두가 안난다. 그래도 자기전에 조금씩 읽으면 결국 미션컴플릿! 하지 않을까, 하고 계속 보관함에만 들어있다. 도전!! 했다가 아니야.. 하고 뒤로 물러난다.


나는 다가서다가도 물러나요.........♪







어쨌든 저 두 책을 빼고 장바구니에 8만원 이상의 책을 넣어두고, 오늘 아침에 결제해야지, 하고 신간을 잠깐 둘러보다가, 오오오오, 이것은 뭐야...





'캐런 조이 파울러'의 신간이다. [제인 오스틴 북클럽]의 작가. 아아, 궁금하다. 우어어. 장바구니 결제하기 전에 이 책을 보다니, 이거슨 이 책과 내가 만날 운명..같은 것인가...

그러나 이 책까지 포함해서 지르자니 십만원돈이 다 되어간다..안돼..뭐 한 권 빼자..


[페스트]랑 가격이 똑같은데, 페스트 ... 널 뺄까 해.... 미안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건 좀처럼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나 역시 여러차례 혼자 사랑을 했었더랬다. 마찬가지로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거절을 말하기도 했었다. 그러므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건 기적같은 일에 다름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며 마음을 확인한 순간, 우리는 상대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이 기적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게 아니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역시 나를 사랑해주는 건, 그러므로, 최선을 다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축복이다.


어제 기사식당에서 돼지불백에 소주를 마시고 술냄새 고기냄새 풍기고 들어갔는데, 그럼에도불구하고 조카 둘다 내게 와서 안겼다. 이모~ 소리치며 보고싶었다고 안기더라. 나에게서는 나쁜 냄새가 나는데도. 내가 사랑하는 이 두 조카가 나를 만나 반갑고 좋다며 내게 안겨들다니.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소중한 순간이며, 그러므로 나는 이 순간을 오래 유지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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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1-1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이 찌릿한 감동을 주시는군요. 이번에도 감전 당합니다 ^^

다락방 2016-01-15 10:04   좋아요 0 | URL
헤헷. 금요일이어서 무척 신나요!!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또 우리 신나게 지내봅시다! >.<

비연 2016-01-1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단락에서 괜히 눈물이 찔끔하네요...
아이들은 모두 천사고, 특히 나의 피붙이가 안길 때는 정말 더 필요한 게 없는 소중한 순간임을 느끼죠.
우리 조카가 제게 와락.. 할 때 늘 느끼는...

다락방 2016-01-15 10:47   좋아요 0 | URL
조카들이 태어나고 조카들에 대한 사랑을 느끼면서 저는 또 그전보다 성장하게 된 것 같아요. 아, 세상에 이런 사랑이 있구나, 무조건 주고만 싶은 그런 사랑이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 어린 아이들이 달려와 안기는 어른이라니, 스스로 뿌듯한 느낌도 들고요. 비연님, 지금처럼 계속 사랑하면서 살기로 해요. :)

뽈따구 2016-01-1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력이 점점 떨어지나봐요.. ㅡ.ㅡ ˝나쁜상자˝라 읽고 ˝상자가 나쁘면 어떤거지?? 갸웃??˝ 했네요.
정말 성인만화에 폭 빠지셨나봐요. 그래도 다른 책도 사시고 ㅎㅎㅎㅎ (저는 한 번 무협지에 빠지면 한 6개월 무협지만 보거든요. ㅋㅋㅋㅋㅋ)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에 동감 한 표.
또한 저는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기적으로 생각이 되어지더라구요.
이렇게 다르고 다른데, 나를 사랑하고 챙기기에도 벅찬데, 너 역시 너를 사랑하기 바쁠텐데, 그 와중에 나를 사랑해주다니!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건 가슴 벅찬 일이에요, 나쁜상사에서처럼 폭력으로만 가지 않는다면.

다락방 2016-01-18 09:2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요즘 그런 거 느껴요. 늘 글자를 잘못 읽더라고요. ㅎㅎㅎㅎㅎ 그래서 저 역시 시력이 떨어졌나, 이런 생각도 했다가 이렇게 늙어가나.. 싶기도 했다가.. -0-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일은 확실히 기적이죠.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말씀하신대로 굉장히 기쁘고 감사한 일이죠. 이 나를 사랑해주다니, 그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그러나 그것이 사랑일 때는 고맙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집착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폭력은 사랑에서 오는 게 아니라 집착에서 오는 거니까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집착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며 강요하는 것 같아요. 그게 너무나 무섭고 슬프죠...

건조기후 2016-01-1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무슨 얘기를 해도 참 사랑스러우신 거 같아요 ㅎㅎㅎ

다락방 2016-01-18 09:20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이 저에 대한 애정이 폭발하셔서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꿈꾸는섬 2016-01-15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 저도 없을 줄 알았는데 어딘가에 있다가 나타나더라구요. 다락방님께도 기적이 일어날거에요.^^
조카들은 이모를 좋아하죠.ㅎ
남자들에겐 성적판타지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자기들만의 기준인데 대부분의 남성들이 비슷한 환상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락방 2016-01-18 09:07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기적을 만나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기적같다고 생각해요. 힛.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몇 있고, 그들 모두가 또 저를 사랑해요. 그리고 그 수가 충분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조카만해도 두 명인 걸요!

남자들에게도 여자들에게도 또 다른 성에게도 나름의 성적 판타지는 있는 것 같아요. 가슴 큰 여자가 대부분 남자들의 성적 판타지인 것 같긴 하지만, 사실 저는 가슴 큰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들도 좀 만나봤거든요. 저는 성적인 판타지.. 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지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부분 같은 것은 있는 것 같아요. 남자들의 예쁘고 큰 손을 보는 게 너무 좋고요 심장이 벌렁거려요. 그리고 팔목에서 팔꿈치까지의 그 부분에 근육 있는 거랑요. 가슴 근육이라든가 복근 같은 것에서는 벌렁거리는 느낌이 없는데 손하고 팔을 보면 되게 벌렁거려요. 그 부분을 특히 좋아해요. 히힛.

보빠 2016-01-1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책 전문적으로 소개해주는 분 같네요..
대단하십니다.

다락방 2016-01-18 09:01   좋아요 0 | URL
아니, 무슨 말씀을.. 하하하하하. 고맙습니다!
어쩐지 으쓱하네요. ^^v
 

크리스마스 연휴동안에 조카들이 와있었다. 내가 준 도라에몽 다이어리를 잘 쓰던 조카 녀석들. 이 작은 것들이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고 뭔가 쓰고 낙서를 하는 걸 보노라니 정말 예쁘더라.


(사진)


저 도라에몽 다이어리에 그려진 자동차는 내가 그린 거..이모 솜씨. -0-



일전에 알라디너 ㅂ 님으로부터 조카 선물로 퍼즐을 받았더랬다. 조카를 준다고 해놓고 깜빡 잊었다가 어느날 밤에 내가 한 번 해봤다. 어릴 적에 한퍼즐 했었는데, 그래서 나는 내가 참 머리가 좋고 퍼즐을 잘 맞추는 사람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오만년이 지나 해보는 퍼즐은 진짜 어려웠다. 작은 퍼즐 하나 맞추는 데 오만년 걸렸어..하아- 게다가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아, 나는 똑똑하고 퍼즐 잘 맞추는 여자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냥 어릴 적엔 다 퍼즐 잘 맞추는 건가... 아하하하하하하. 어쨌든 조카가 왔을 때 내가 했던 퍼즐을 내미니, 그대로 뒤집어서는 차례로 하나씩 끼워맞추더라. 야!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말하지 않고 나는 그냥 내비뒀다. 자기 집에 있는 퍼즐을 엄청 잘 맞추던데, 이렇게 일단 있던 모양 그대로 한 번 씩 해 본 뒤에 익혀서 하려는건가 싶어서, 그대로뒀다. 


(사진)



도라에몽 다이어리를 소중하게 들고 다니면서, 어디서나 거길 펼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면서, 여섯살 조카는 이모 좋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모는 나한테 한 번도 화낸 적이 없어. 그치?



응, 이라고 답하며 나는 놀랐다. 이 작은 아이가 그런 걸 다 알고 있다는 데 흠칫 놀라서. 아이의 부모도 할미도 오랜 시간 붙어있다보니 아이에게 화내는 경우가 생긴다. 화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게 잘 되는 게 아니다. 나 역시 아이에게 화나는 경우가 없는 게 아니다. 다만 나는 어쩌다 한 번 보는거니 그걸 참는 게 가능한 것일뿐. 어쨌든 아이에게 '나에게 한 번도 화내지 않는 사람' 이라는 인식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명쯤은 그런 어른이 있어도 좋지 않은가. 내가 무얼 해도 화내지 않는 사람, 이 나를 사랑해준다는 걸 아는 건 좋지 않은가. 나는 무조건적인 네 편이야, 라는 인식을 아이에게 심어줄 수 있었을까? 저 작은 아이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들이 있을까? 


이모는 나한테 한 번도 화낸 적이 없어, 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래, 화내지 않는 어른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건 중요하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기욤 뮈소 소설의 이런 구절이 생각났다.





"그렇긴 해도 이 불안한 세상에서 제시를 돌봐주는  어른이 셋이라면 그리 많은 게 아니잖아." (p.367)











무조건 적인 사랑,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한 명쯤 있는 건 필요한 일이 아닐까.



아이들의 할머니인 우리 엄마는 아이들을 사랑하시는데, 정말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걸 끊임없이 다정하게 표현하신다. 가만 보고 있노라면, 우리 엄마, 어릴 때 우리에게도 이런 사랑을 준걸까, 싶을 만큼 신기하고 큰 사랑이라, 여동생과 남동생과 나는 간혹 그런 얘길 한다. 우리가 자존감이 높고 늘 당당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충분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빈번하게 엄마랑 다투고 의견 충돌을 일으키고 또 서로 답답해서 상대를 설득하려 들기도 하지만, 얼마전에 엄마한테도 말했다. 엄마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거 너무 잘 느껴지고, 충분한 사랑을 주고 있다는 게 다 보여. 엄마는 그걸 참 잘하는 것 같아. 그래서 아이들이 할미라면 끔찍이도 좋아하는 것 같고. 엄마가 아이들한테 참 잘해줘서 너무 좋아, 라고.


어제는 이런 이야기들을 여동생과 나눴다. 여동생도 엄마가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잘해주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치, 모성이 자연발생적인 게 아닌데, 엄마는 아이들이 사랑받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충분한 사랑을 듬뿍듬뿍 줘, 엄마의 큰 능력이야, 라고. 여섯살 조카가 내게 '이모는 내게 한 번도 화낸 적이 없어' 라고 말했다는 얘기도 했다. 그리고나자 여동생은 고맙다고 했다.




여섯 살 조카는, 그 어린 나이에도 '나는 내가 너무 좋아' 라며 자신을 사랑할 줄 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란다. 계속계속 사랑해줘야지.

:)




주말에는 대전에 친구들을 만나러 다녀왔다. 친구1과 기차를 타고 가는데, 기차 안에서 읽으려고 나는 책을 두 권이나 챙겨왔는데, 아, 친구님하... 친구는 '널 보여주려고 가져왔어' 라며 자신의 아이패드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친구가 유료결제한 성인만화가 가득가득... 아, 친구야.. 나는 처음으로 성인만화의 세계에 입문했다. 그곳은 실로 놀라웠다. 나에게 에로틱한 컨텐츠는 영화나 책이었고, 또 에로틱한 장면들은 언제나 나의 머릿속에서만 생생했는데, 아아, 눈 앞에 이것은 뭐여... 아, 성인만화의 세계.. 나는 친구의 아이패드로부터 눈을 뗄 수 없었고, 얼마 보지도 않았는데 대전에 도착해서 너무 서운했다. 그리고 대전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길, 기차에 앉자마자 친구 1에게 아이패드 줘, 라고 말하고 다시 성인만화에 몰두했다. 아, 이 끈적끈적하고 에로틱한 세상이여... 친구님하, 너는 왜 나에게 이런 세상을 알게 했니...날더러 이제 어쩌란 말이니...나는 이제 책사고 영화보고 술마시는 돈을 아껴서 성인만화 결제해야 하는거니... 하앍- 긴긴밤 한 허리를 뎅강 잘라내어 성인만화를 보며 눈알 빠지는 날들이 많아지려나... 세상.....아, 인생.....




친구들과 마트에 가서 먹을 거리 마실 거리를 실컷 샀다. 그리고 우리는 호텔 테이블에 차려놓았다. 크-



연어회와 광어회, 문어까지.. 양질의 안주들. 아하하하. 딸기와 토마토 바나나 귤 과일들 잔뜩. 샐러드까지. 훌륭한 상차림이었다. 그러나 저 날 우리가 가장 맛있게 먹은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사발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다음에는 그냥 이것저것 사지말고 사발면만 살까?' 라고 말하며 낄낄거렸다. 저기 보이는 열라면이 내 것, 참깨라면은 친구1의 것, 새우탕면은 친구2의 것. 나는 마트에서 당연히 진짬뽕 사발면을 사려고 했는데 그건 아직 사발면으로 안나왔나 보더라. 시무룩... 요즘 진짬뽕에 흠뻑 빠져있는데 사발면 없어서 서운했어. 시무룩. 다음 모임 때까지는 나와줘...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한껏 수다를 떠는 것은 너무나 즐겁다. 분명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일상을 버티는 힘은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 아침에 칠봉이랑 통화를 하는데 그 이른 아침에 통화하면서도 우린 서로 웃었다. 별 거 아닌 말들로 웃으면서, 아, 아침부터 당신이랑 통화하니 흥겹네, 라고 말하고 칠봉이도 그렇다고 했다. 좋은 사람과 별 거 아닌 얘기들을 하면서 웃을 수 있다면, 그건 나름대로 참 잘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월요일인 오늘 일이 아주 많을 거라 일요일 오후부터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래서 어젯밤엔 잠도 제대로 못잤는데, 잠을 제대로 못자면서 또 '이렇게 잠을 못자면 내일 컨디션 엉망일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아침부터 웃으며 대화를 하니 모든 게 다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좋은 시작이었어, 다 괜찮을 것 같아, 잘 지낼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가지 것들을 앞으로의 시간에 배치해 놓았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조금만 더 기다리면 거기에 갈 수 있어,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걸 할 수 있지 등등.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고, 그 기다림에 대한 기대로 연속성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수요일에 연어회 먹으러 가기로 한 걸 기다리고, 목요일에 조카들이 오는 걸 기다리고, 토요일에 친구와 콘서트 가기로 한 걸 기다린다. 2월달에 있을 친구의 결혼식을 기다리........고 싶지만 다이어트 어떡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예쁘게 하고 가고 싶은데 지금 상태로는 곤란하고 다이어트는 하기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새로운 옷도 한 벌 사서 입고 가고 싶은데, 사이즈 줄여서 사는 게 목표였는데... 사실 또 삶이 그렇게 내뜻대로 잘 되는 건 아닌것 같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근데 친구 결혼식을 내가 왜 기다리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참 이렇게 삼십년 이상을 살아왔는데도 나는 여전히 나를 잘 모르겠다.




아침에 잠깐 다른 부서에 갔더니 임원1이 막 다녀간 상황, 임원1이 풍기는 냄새가 사무실에 진동했다. 담배 냄새를 가리기 위해 본인에게 페브리즈를 뿌리는 데 그 냄새가 정말 .. 환기가 필요할 정도로 싫다. K 대리와 업무상 얘기를 하는데 K 대리가 이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팠는데 차장님이 오니까 차장님에게서 향기가 나서 너무 좋아요, 라더라. 그래서 내가 한 바퀴 돌아줬다. 많이 맡아...라고 말하며...





(페이퍼의 제목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 가사 일부 인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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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6-01-11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게 눈에 확 보이는 사람들이 있지요.
다락님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구요.
아마 타미도 어른이 되었을때 다락님 같을것 같네요^^

저..그리고 2월에는 제 생일이 있습니다만...................
방 잡아야죠? ^^::::::::::::::
다욧은 3월부터 하는거로!!!

다락방 2016-01-11 18:11   좋아요 0 | URL
아 그놈의 다욧은 정말이지 내뜻대로 안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케이 방잡아서 놀고 저는 밤에 슝- 지하철 타고 고고씽. 아니, 왜이렇게 요즘 자꾸 방잡고 놀지 ㅋㅋㅋㅋㅋㅋ방잡고 노는 거 너무 좋아요! 집중도 잘되고 조용하고 화장실도 편해! >.<

alummii 2016-01-1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도라에몽 다이어리 저도 산타선물로 딸래미 드렸는데 대박났어요 ㅋㅋ알라딘 굿스 가끔 저에게 뿌듯함을 주네요

다락방 2016-01-11 18:11   좋아요 0 | URL
그래서 당연히 도라에몽 머그를 두 개 받아 조카들 줄라고 했는데, 아이들에게 너무 무겁고 위험한가..싶어서 조금 망설여져요. 둘째가 세 살인데..깨기 쉬운가.. 흐음. 도라에몽 굿즈 때문에 저는 정말 미치겠어요. 아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16-01-1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해피바이러스 락방님 페이퍼에요^^
어머님이 베풀어 주신 큰 사랑은 잘 여물어져 `한 번도 화 내지 않는 좋은 이모`도 될 수 있고,주변인들에게 한 바퀴 뺑~ 돌며 좋은 향기 샤랄라~~뿌려 줄 수 있어 참 위대합니다^^
저도 이제부터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베풀어야겠어요ㅋ
님의 삼 남매의 사랑스런 우애도 늘 보기 좋아요!많이 배우고 갑니다
나도 동생들에게 다정한 누나,시누이가 되고 싶군요ㅋ

다락방 2016-01-11 18:14   좋아요 0 | URL
저는 가끔 보니까 화를 낼 일이 별로 없어요. 있어도 엄마나 아빠 할미가 내고 있으니 옆에서 덩달아 내지도 않고요. 아이에게 저만 너무 좋은 사람이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가끔 화를 내는 엄마나 아빠나 할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요. 계속계속 사랑으로 보듬어야죠. 헷.

저희 삼남매는 유별날 정도로 우애가 좋은데, 아마도 친척들과 별로 친하지 않아서 이기도 하고 또 삼남매가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돈 벌러 나가서 우리끼리 있어야 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다 제가 받은 복인가보다, 생각합니다. 헤헷 :)

2016-01-11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1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6-01-1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지육림이 따로 없습니다. ㅎㅎㅎㅎ
주지육림은 너무했나????? ㅋㅋㅋㅋ

다락방 2016-01-11 18:17   좋아요 0 | URL
아뇨, 너무하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지.육.림.!!

moonnight 2016-01-1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조카아이 발바닥 ㅠ_ㅠ 너무 사랑스러워요. >.< 애기들은 온 몸이 다 귀엽고 예쁘지만 오동통한 발바닥에 동글동글한 밝락들이 정말정말 예쁜 것 같아요. ^^
항상 내 편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누군가를 가진 다락방님의 조카들은 참 좋겠어요. ^^

안주도 안주지만 와인 너무 부럽네요. +_+;;;;

성인 만화라니+_+;; (상상 중 @_@;;;;) 저는 BL만화 본 적 있어요. 그것도 ㅎㄷㄷ;;;;;;

다락방 2016-01-11 18:18   좋아요 0 | URL
발바닥 너무 예쁘죠!! 너무 예뻐요. 저 작은 아이가 제 손 잡으면 그건 또 그것대로 좋아서 미쳐요. ㅠㅠ 아이들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뻐요. 이뿐 내 조카들. 엉엉. 너무 예뻐 너무 좋아. 엉엉 ㅠㅠㅠ 이런 아이들한테 어떻게 화를 낼 수가 있겠어요 ㅠㅠㅠㅠ

라고 쓰지만 사실은 화가 날 때가 아주 많답니다. 참으려고 할 뿐이죠.

저 와인 마시는 거 너무 좋아요! 와인 저렇게 쌓아두면 일단 마음에 안정이 찾아와요. ㅋㅋㅋㅋㅋ

볼따구 2016-01-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 번도 화낸적 없어, 그치?
하아........ 엄청 반성하고 갑니다. 올 한해! 화내지 않기!!!!

그나저나,,,, 겨울 밤은 길고 기니.... ㅋㅋㅋㅋ 한 허리 싹뚝 베어내어... 성인 유료 만화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1-11 18:19   좋아요 0 | URL
아예 화내지 않는 건 불가능할 것 같고요. 그래도 결심하셨으니 아이들에게 화는 좀 덜 내는 걸로.. 하핫.
저는 이모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어쩌다 보는 이모라서요. 그래서 무조건 쓰담쓰담 사랑사랑 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겨울 밤엔 성인만화가 제격입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6-01-1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인만화의 세계 정말 대단하다 하던데 전 돈벌면 시작하려고 일단 보류 ㅋㅋㅋㅋㅋㅋㅋ
친구 결혼식이 아니라 친구 결혼 뒷풀이 기다려지는 건가요?
본의 아니게 여기서도 염장을 ㅠㅠ 음식과 와인이라니! ㅠㅠ 맛있겠다 사발면..! 회도 맛있겠다!!
암튼 진짜 그때 본 제 옆에 있던 친구도 참 사랑받으며 자랐구나가 팍팍 느껴지는 친구인데 이 친구 집 가보니 아 얘 성격이 왜 이렇게 차분하고 다정한지 알겠다 싶더군요. ㅎㅎ

다락방 2016-01-11 18:21   좋아요 0 | URL
님하 이건 모르는 게 낫겠더라고요. 알면 빠져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에 빠지는 거랑은 속도며 시간이며 정신이며... 성인만화를 알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해질 것 같아요. 일하는데도 계속 보고싶어진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 보다보면 또 막 섹스하고 싶어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인간이 보면 안돼...이렇게 빠져들어가서는 곤란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뽀는 내가 예뻐합니다. 지난번 만났을 때 내가 겁나 칭찬했잖아요. 그걸 잘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6-01-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조만간 필명 ˝야색방˝ 으로 뵐 듯 합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락방 2016-01-13 11:14   좋아요 0 | URL
유료결제의 세계로 전 진입하지 않으려고요. 했다가는 돈이며 시간이며 다 탕진하게 될 것 같아요. 전 헤어나올 수 없을 거에요. 전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불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reamout 2016-01-12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와인병 뒤에, 컨디션 레이디! ㅎㅎㅎ
숙취 해소까지 생각한, 완벽한~

다락방 2016-01-13 11:15   좋아요 0 | URL
아, 그거 보셨습니까? ㅋㅋㅋㅋㅋ 일단 컨디션을 한 병씩 건배하고 마신 뒤에 이 모든 것들을 시작했습니다. 단단히 준비하고 마셔야지요. ㅋㅋㅋ 매의 눈이시네요, 드림아웃님. 힛 :)

2016-01-14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에서의 '에미'가 불행한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녀는 항상 열려있는 상태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처럼. 나 역시 늘 다른 곳을 보고 다른 무엇을 기다리는 상태였는데, 새벽 세시의 에미가 그래서 나같았다. 지금이 불행해서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저 너머 어딘가에 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렇기 때문에 에미는 레오와 이메일 교류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나는 이미 결혼한 여자이니 다른 남자와는 일절 연락을 삼가야해' 라고 생각하는 대신, 그저 흐르는대로 맡겨두고 메일을 보내고 메일을 기다리고 했던 일들이, 나는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질 않았다. '앤드루 포터'의 단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도 언급되었듯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완벽하게 충족시킨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사람으로부터 이걸 느끼고 또 저 사람으로부터 다른 걸 취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라 느꼈다. 그렇게 해서 나를 다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뭐 어떻단 말인가. 그런데, 보바리 부인도 그때의 나와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항상 저 너머에, 아직 오지 않은 무엇을 기다리는 여자였다. 그녀가 나보다 더 심각한 위험(!)에 놓인 것은, 그녀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지극히 불행하고 공허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에미의 경우엔 '아 지금도 좋아, 그런데 또다른 무언가 있지 않을까?' 를 생각했다면, 보바리 부인의 경우에는 '아 지금이 너무너무 싫어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해' 라고 하면 적절할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떤 돌발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난당한 선원처럼 그녀는 삶의 고독 위로 절망한 눈길을 던지면서 멀리 수평선의 안개 속에서 혹시 어떤 흰 돛단배가 나타나지 않는지 찾고 있었다. 그 우연이, 그녀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어떤 기슭으로 그녀를 데리고 갈 것인지, 그것이 쪽배일지 삼층 갑판의 대형선일지, 고뇌를 싣고 있는지 아니면 뱃전까지 가득한 행복을 적재하고 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바로 그날 그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자리를 차고 벌떡 일어나기도 했고, 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에 놀라곤 했다. 그러다가 해가 지면 언제나 더 한층 마음이 슬퍼져서 어서 내일이 오기를 바랐다. (p.94-95)



















그런 그녀에게 신비롭게 느껴지는 자작이 나타난다. 그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게 아니지만 며칠간 자꾸 생각난다. 그와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생각하는 정도이다. 그 후에는 아름다운 청년 레옹이 나타난다. 레옹과는 대화가 너무너무 잘통한다. 자작은 단 한 번 보았을 뿐이지만 레옹과는 매일 만난다. 그에게 어떤 감정 같은 것이 생기고 또한 상대 역시 자신에게 무슨 감정이 생기고 있는 것 같음을 그녀는 느낀다. 그러나 그녀는 성큼 앞으로 나아가는대신 주저한다. 망설인다. 남편은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람인데, 그래도 자신은 결혼한 여자니까, 하고는 세상이 옳다고 말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레옹 역시 아직 어렸으므로 더 나아가기를 포기한다. 아, 이 여자랑은 정말 대화하는 게 좋지만, 우리는 여기까지인가보다,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정하고 덤비는 로돌프에게 보바리 부인은 대응할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기다려온 것이 바로 이것일지도 몰랐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로돌프는 '작정하고 덤볐다'.



「그놈은 아주 멍청한 것 같아. 그래서 여자는 아마 지겨워하고 있을 거야. 더러운 손톱에다 수염은 사흘 동안 못 깎은 꼴이거든. 그놈이 환자를 보러 터덜거리고 다니는 동안 마누라는 집에서 양말이나 꿰매고 있는 거야. 그래서 따분하겠지! 도회지에 살면서 매일 저녁마다 폴카를 추고 싶겠지! 가엾은 여자! 도마 위의 잉어가 물을 그리워하듯 조것은 사랑이 그리워 입을 딱딱 벌리는 거야. 서너 마디 달콤한 말만 걸어주면 틀림없이 홀딱 반할걸! 고거 삼삼하겠는데! 매력적이야! ……그래, 그렇지만 나중에 어떻게 떼버리지?」 (p.190-191)



사귀기도 전부터 '어떻게 떼버리지?'를 고민하는 남자를, 보바리 부인은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너무 속이 상해 ㅠㅠ 옆에 있었다면 뜯어 말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나는 보바리 부인을 뜯어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데, 맹목적으로 좋아한다는 데, 그것이 누구의 말로 멈추어질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다른 사람의 사랑 이야기엔 끼어들지 않는다는 게 내가 그간 살아오면서 세워둔 스스로의 룰 같은 거다. 다른 사람의 연애에 함부로 끼어들어 조언하지 말 것. 그것이 나중에 상처가 될지라도, 그것은 당사자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내가 그간 내 연애, 내 사랑을 하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듯이,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네가 상처 받을까 두려워' 라는 말로 시작하는 사랑에 대한 조언은 대부분 쓸모없다. 그래도 독자인 나는 너무나 속이 상해. 게다가 로돌프는 보바리 부인을 너무나 잘 꼬셔대고 있다. 이렇게.



「언젠가, 절망에 빠져 단념하고 있을 때, 돌연 말입니다. 그때 지평선이 열리면서 <자, 행복이 여기 있다!> 하고 외치는 목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겁니다. 당신은 그 사람에게 당신의 지나온 생애를 고백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모든 것을 다 희생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입니다! 설명도 필요없이 서로를 직감합니다. 서로가 꿈속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그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마침내 그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토록 찾았던 보석 같은 그가 바로 여기, 당신의 눈앞에 있는 것입니다. 그는 빛을 발합니다. 불꽃을 튀깁니다. 그래도 아직 의심이 가시지 않아 감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밝은 빛 속에 나선 것처럼 눈이 부신 것입니다」 (p.209)




그러나 떼버리기로 작정하고 시작하지 않았는가. 그들에게도 이별의 시간이 온다. 아니, 그 말은 적합하지 않다. 로돌프가 보바리 부인을 떼버리는 순간이 왔다. 눈앞에 닥치기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달콤한 꿈에 젖어있던 그녀는, 그래서, 몹시 아프다. 앓는다. 




아프고 기운 없던 그녀가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게 된건, 다른 사랑을 만나고난 후다. 예전의 어렸던 레옹이 이제는 청년이 되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고, 그간 다른 여자들을 만나왔던 레옹은 이제야말로 보바리 부인과 제대로 사귀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레옹은 보바리 부인을 좋아했다.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보바리 부인이 느꼈던 것도 아마 로돌프로부터 느꼈던 것과는 달랐을 것이다. 작정하고 꼬시는 것과 좋아서 유혹하는 건 좀 다를테니까. 어쨌든 보바리 부인에게 '다시'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는 생기넘치고 의욕넘치는 삶을 산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들은 문간에 꺼먼 어망을 걸쳐놓은 어느 술집의 천장이 낮은 방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바다빙어 튀김과 크림 그리고 버지를 먹었다. 그들은 풀 위에 눕기도 했고 사람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포플러나무 밑에서 키스했다. 그들은 마치 두 사람의 로빈슨 크루소처럼 이 조촐한 곳에서 영원하도록 살고만 싶었다. 자신들만의 행복에 취해 있는 그들에게는 그곳이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여겨졌다. 물론 그들이 나무와 푸른 하늘과 잔디밭을 보고 물 흐르는 소리와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를 드는 것은 이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치 예전에는 자연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혹은 그들의 욕망이 충족되고 나서야 비로소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았다는 듯이, 그들이 그 모든 것의 감동을 이토록 강하게 느낀 적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p.370-371)




이 책은 읽기 시작할 때부터 어쩐지 슬펐다. 고독하고 외롭고 공허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조차 불안에 떨게 한다. 보바리부인이 행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불어 그녀의 아이도 엄마의 행복한 기운을 전달받을 수 없었고, 그녀의 하인도 불평과 두려움이 쌓였다. 내가 강해서 그 공허하고 외로운 사람이 옆에 있어도 꿋꿋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족이라면 일단 휘둘리기가 너무나 쉽고, 아이는 어렸으며 하인은 지위가 낮았다. 시작부터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님은 게린느하고 똑같네요. 제가 여기 오기 전에 디에프에서 알았던 폴레의 어부 게렝 영감님이ㅡ 딸이었죠. 표정이 어찌나 슬퍼 보였는지 이 아가씨가 그 집 문간에 서 있는 걸 보면 마치 그 집에 초상이라도 난 걸로 생각될 정도였어요. 그 아가씨 병은 꼭 머릿속에 안개가 끼어 있는 것 같은 증세였는데 의사 선생님도 신부님도 어떻게 손을 쓸 도리가 없었어요. 병이 심해지면 혼자서 바닷가에 나가서는, 세관 관리가 순회하면서 보니까, 파도가 밀어닥치는 자갈 위에 뒹굴면서 울더래요. 그렇던 것이 결혼을 하고 나자 깨끗이 나았다는 소문이더군요.」

「하지만 내 경우는」 하고 엠마는 대답했다. 「결혼을 하고 난 다음부터 생긴 병인걸」(p.161)




엠마(보바리 부인)는 결국 충족되지 못했다.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완전한 충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이제 아는데, 엠마는 결국 생이 다할때까지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조금 더 살았다면 그런 사람(혹은 어떤 존재)을 만날 수 있었을지 어쨌을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녀에게 닥친 삶이란 것, 그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이란 것은 출구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집과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구입했던 것들, 연인에게 선물해주려고 했던 것들, 그 모든 것들의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그녀의 집은 차압당했고,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그녀에게 돈을 빌려주기를 거부했다. 이 모든것은 결국 공허함과 외로움의 결과였을까? 결국 그녀가 출구 없는 삶이 눈 앞에 도달할때까지 깨달은 것이라곤, 남자들은 죄다 그모양이란 것이다. 믿을 만한 놈이 없더라, 하는 것. 달콤하게 사랑을 말해놓고 떠나고, 돌아서버리고, 도움을 요청하면 외면하는... 그렇다면 그가 그런 남자들을 사랑한 게 잘못이었을까? 


결혼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처지였다면, 그렇다면 처음부터 모든 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녀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그렇다라도 모든 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녀는 아들을 갖고 싶었다. 튼튼한 갈색 머리의 애였으면 했다. 이름은 조르주라고 지으리라. 이렇게 사내아이를 갖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치 과거의 모든 무력감에 대하여 희망으로 앙갚음하는 느낌이었다. 남자로 태어나면 적어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온갖 정념의 세계, 온갖 나라를 두루 경험할 수 있고 장애를 돌파하고 아무리 먼 행복이라 해도 붙잡을 수가 있다. 그러나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와 마주친다. 무기력한 동시에 유순한 여자는 육체적으로 약하고 법률의 속박에 묶여 있다. 여자의 의지는 모자에 달린 베일 같아서 끈에 매여 있으면서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거린다. 여자는 언제나 어떤 욕망에 이끌리지만 어떤 체면에 발목이 잡혀 있다. (p.131-132)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히터가 고장나서 내가 지금 매우 춥다.

서비스 기사님은 오후에나 오실 수 있단다.

오후까지 나는 계속 춥겠지.






새로 온 이 하녀는 쫓겨나는 것이 두려워서 불평도 못하고 참았다. 그리고 마나님이 보통 때는 식량 찬장의 열쇠를 잠그지 않은 채로 두기 때문에 펠리시테는 매일 밤 설탕을 조금씩 훔쳐서는 기도를 끝낸 뒤 잠자리 속에서 몰래 먹었다. (p.91)

엠마 쪽으로 말하면, 자기가 그를 사랑하는지 어떤지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었다. 연애란 요란한 번개와 천둥과 더불어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서 인간이 사는 땅 위로 떨어져 인생을 뒤집어엎고 인간의 의지를 나뭇잎인 양 뿌리째 뽑아버리며 마음을 송두리째 심연 속으로 몰고가는 태풍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는 집 안의 테라스에서 물받이 홈통이 막히면 빗물이 호수를 이루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태연히 안심하고 있다가 문득 벽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p.148)

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요! 내겐 당신이 전부예요. 그러니까 당신한테는 내가 전부일 테죠. 난 당신의 가정이 되고 고향이 되겠어요. 당신을 잘 보살피고 사랑하겠어요. (p.286)

두 사람은 서로를 너무나도 알아버려서 기쁨을 백 배나 더해주는 저 경이로운 소유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레옹이 그녀에게 싫증이 난 것만큼 그녀 역시 상대에게 물려버렸다. 엠마는 간통 속에서 결혼 생활의 모든 진부함을 그대로 발견하고 있었다.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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