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틀어둔 라디오에서는 '똑똑한 사람은 사랑에 잘 빠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이유인즉슨, 똑똑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취감에 도취 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음..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오래 전에 읽었던 '산드라 브라운'의 책, 『당신과 눈뜨는 아침』이 생각났다. 


책속에서 여자 '브린'은  피디이고 남자 '라일리'는 유명한 토크쇼의 사회자이다. 이 둘은 같은 프로그램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고 결혼하게 되는데, 부부로 사는동안 라일리가 진행하는 토크쇼가 큰 상을 받게 된다. 라일리는 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말하고 굉장한 성취감을 느끼며 들떠있다. 그때, 여자는 우울해한다. 자신이 피디로서 같이 만들어간 프로그램인데, 어느순간부터 자신은 라일리의 부인으로만 생각되어지고 있어서. 게다가 그의 성취감은 대단한 것이어서, 그 성취감보다 더한 어떤 것을 자신이 그에게 줄 수 없을거란 사실 때문에도 기가 죽는다.



"그게 당신이 침대에서 얼어붙기 시작한 이유야? 내 생각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내가 어떻게 경쟁할 수 있었겠어요?"

그녀는 자기 말뜻을 몰라주는 그의 답답함에 화가 치밀었다.

"경쟁이라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사람들과 있을 때의 자신을 한 번 떠올려 봐요, 라일리. 당신은 유명세에 푹 빠져 있어요. 사람들의 관심과 환호를 사랑해요. 그리고 박수가 클수록 더 좋아하죠."

"나와 결혼하기 전에도 그런 점에 대해 알고 있었잖아. 이렇게 뒤늦게 내 성격의 그런 면에 대해 사과를 하라는 거야?"

"아뇨, 난 당신의 그런 일면도 사랑해요."

"그럼 우리가 도대체 말다툼을 하고 있는 이유가 뭐야? 하나님 맙소사, 난 딤 휘트처럼 멍청해지고 있나 봐!"

브린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자신의 감정을 그에게 분명히 이해시킬 수 있기를 빌었다.

"그날 밤 우리가 집에 도착했을 때, 당신은 정말 한껏 들뜬 기분이었어요. 그 모든 찬사와 인기에 취해 있었죠. 거의 절정에 가까울 듯한 기쁨을 느끼는 와중이었어요."

"그래, 난 기뻤어. 당연하지 않아?"

조바심에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네, 물론 그래요."

"그럼 왜 당신이 위기감을 느껴야 했는데?"

그는 이제 거의 소리치다시피 했다.

"내가 어떻게 침대에서 당신을 그 이상 기분 좋게 할 수 있겠어요?"

라일리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천천히 그는 침대에 주저앉았다.

"맙소사."

그의 왼손이 위로 올라가 얼굴을 가리더니 점차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와 턱 끝에서 밑으로 툭 떨어졌다.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는 그의 눈은 흐릿했다.

"당신과의 섹스가 그 빌어먹을 상을 수상하는 것만큼 좋지 못하리라 생각한 거야?"

"내가 어떻게 그보다 나을 수 있겠어요?"

그의 어깨가 지친 듯 앞으로 푹 처졌고, 그는 당혹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그건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브린."

"당시에는 그렇게 여겨지지가 않았어요. 난 완전히 무능력한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구요." (p.212-213)


















자기애가 강한 사람에게 성취감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어서, 그보다 더한 어떤 기쁨이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유명세에 취하고 자기 자신에게 만족해하며 뿌듯해하고 있는 사람에게 다른 어떤 게 더한 기쁨을 줄 수 있을까. 브린의 걱정은 브린이 할 수 있는 걱정이긴 하지만, 라일리가 말했던 것처럼, 그것은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느낀 성취감, 만족감, 뿌듯함. 나는 그것들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면 되는거지, 그 위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는 거다. 그보다 더한 기쁨을 주는 것도 내가 할 일이 아니다. 그보다 더한 기쁨을 느끼느냐 하는 것, 나라는 존재로 인해 그가 충족됨을 느끼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은, 내가 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느끼는 거다. 



위의 라일리 성취감 부분은 몇 해전에 [아이돌 육상대회]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또 생각났었다. 거기서 조권이 달리기 1등을 해서 들어오자마자 흥분해있는데 다른 아이돌들이 축하한다며 조권에게 달려들었고, 조권은 고마워하며 그들을 안아주는데, 그게 되게 뭐랄까, 습관적이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느껴지는 거다. 그때의 조권에겐 '나를 축하해주는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기 위해 포옹하자, 그들이 축하해주니 고맙다' 같은 인식같은 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나빴다는 게 아니라, 지금 한창 자신이 1등을 했다는 것에 도취되어 있는듯 보였달까. '스스로 뭔가를 이뤄낸 것'에 대한 만족감은 사실 다른 그 무엇도 대체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조권을 예로 들긴했지만, 같은 상황에서 성취감에 도취되어 있는 사람을 보며 '내 존재는 그보다 덜한거야?'라고 서운해하거나 질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것이 아니다. 뭐, 그렇다는 거다.





"당신 탓이 아니에요. 문제가 있었던 쪽은 당신이 아니라 나라구요."

"그건 우리 둘의 문제야, 브린. 왜 진작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 왜 당신 속마음을 내게 말해 주지 않았지?"

"왜냐하면 내가 괜히 부러워서 시샘하는 것으로만 들릴 테니까요. 당신은 내가 당신의 높은 대중적 인기를 질투하는 걸로 생각했을 거예요."

"그럼 그게 아냐?"

그는 놀리듯 물었다. 브린은 부드러운 웃음소리를 냈다.

"당신이 말하는 의미에서는 아니에요. 난 때때로 울분이 치밀곤 했어요."

"어떤 때?"

그는 정말 진지하게 알고 싶어했다.

"시청자들은 당신이 완벽한 모습일 때만 보지요. 완벽하게 차려입고, 완벽하게 행복한, 모든 면에서 완벽할 때요. 하지만 난 당신이 지독히도 엉망일 때도 봐 왔어요. 당신이 일어나서 아침 커피 마시기 전이나 허름한 옷을 입고 단정치 못한 차림새로 집안을 어슬렁거릴 때라든가요. 당신이 복통을 일으켰을 대 대야에 구토를 해대는 당신 머리를 붙잡아 주기도 했어요. 당신의 더러운 양말도 빨고요."

"하지만 개키는 건 내가 하잖아."

그가 검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결코 눈까지 이르지 못했다.

"어쨌든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어. 전에는 결코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인정해."

"난 모든 이들이 나만큼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을 완벽하다고 여기는 게 화가 났던 것 같아요. 가끔 정말로 편집증적으로 치달을 때면, 당신이 자신의 완벽한 면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해 아껴두고 나는 그 외의 남은 것들만 갖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보다 나란 인간이 더 인간적이었던 때는 없었어, 브린." (p.214-215)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속으로는 '네'라고 대답하고 싶지 않지만 억지로 '네'라고 대답해야 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럴때마다 나는 스스로가 미워진다. '네'라고 하지말고 '안해!'하고 뛰쳐나가고 싶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얼마나 원망스러운지. 돈의 노예가 되어 살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번씩 든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조금이라도 애를 쓰지 않는다면, 그 모든 관계들은 엉망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사려깊고 예의있고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본연의 내가 아닌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지를 발현하는' 내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도저도 아무것도 애쓰지 않고 튀어나오는대로 다 말하고 행동할거야, 라고 한다면 나는 친절하지도, 다정하지도, 이해심있는 사람이 되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게 바깥에서 가면을 쓰고 나를 다스리며 살아가다보면, 가장 친근한 누군가에게 무방비 상태의 나를 드러내게 되는 경우가 있다. 틱틱거린다든가 쌀쌀맞다든가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가장 친근한 누군가에게 드러내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위 인용문의 브린처럼, '나는 그 외의 남은 것들만 갖게 되는건가' 라는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방비 상태의 나를 드러내는 것, 애쓰지 않으면 나란 인간이 사실은 이렇게 못났다는 것을 드러내는 걸, 내가 가장 친근하게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나의 완벽하지 못한 모습, 못난 모습까지 보일 수 있는 건, 상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상대의 못난 모습까지 볼 수가 있다. 그렇게 가장 솔직한 모습을 상대에게 보일 수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잘해주고 다정해야 하는 것은 옳다. 마땅하다. 그러나 외부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우리를 그런 사람이 되게 하는데 방해를 한다. 직장에서 늦게까지 야근하거나 상사한테 졸 깨지거나 한 뒤에 집에가서 생글생글 웃는 건 불가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랑하면서, 남은 모습, 찌꺼기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살기 위해서, 우리는 지치지 않아야 하고 여유로워야 한다. 사람들이 결혼을 안하고 아이를 안낳고 혼자 살기를 결정해서 그게 국가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야근을 없애면 된다. 월급을 많이 주면 된다. 러셀님이 말씀하셨듯, 국민 개개인 모두가 네시간 근무를 하면 이 사회는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사람이 빡치지 않으면 사랑이 넘칠 수 있는데, 사람이 왜 빡치냐면 돈은 쪼금 주면서 일을 많이 시키거나, 아예 일을 못하게 해서 돈도 없게 만들거나, 되도 않는 소리로 억지를 부리기 때문인 것이다!!!!!!!




음...나는 참 이상하네? 똑똑한 사람, 성취감, 사랑...이런 거 쓸라고 로맨스소설 인용했는데....어째서 네시간 근무하자는 글이 써진거지??????????????????????????????????????????????????????????????






아무튼,

뭐 그렇다는 거다.




어제는 단골 호프집 여자사장님께서 중신 서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혹시 남자사장님과 함께 일하고 있는 사장님들의 아들...을 염두에 두신걸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런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술먹으러 자주가서 배터지게 술마셔도 중신 들어오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얼마나 매력 터지는지 이 일화로 다 드러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결혼 안할거니 됐다고 말씀드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아침부터 참 좋았는데,

어제의 과음 탓인지 캬라멜마끼아또가 너무 먹고 싶은 거다. 마실까말까 망설이다 사무실에 도착했고, 아 안되겠다 너무나 마시고 싶어, 사러 나가야겠다, 라고 생각하는데, 그때 막 출근하던 동료1이 커피 드시라며 내민다. 어? 했더니, 버스안에서 동료2를 만났는데 커피를 사주겠다며, 이차장님도 한 잔 갖다드려요, 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메뉴는 제가 그냥 선택했어요' 하길래, 뭔데? 물었더니 


캬라멜마끼아또요.


하는 게 아닌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 이런 상황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나의 진심이 우주에 닿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는 친구1이 살짝 고민되는 상황에 대해 언급했고, 거기에 대해서 '~하면 어때?' 라고 내가 대답하자 '현명하다' '똑똑하다' 라는 반응이 막 오는거다. ㅎㅎㅎㅎㅎ 좋았어! 난 2쇄작가 다락방이다!!!

친구2는 나와의 대화중에 '너는 어쩌면 그렇게 어른이냐, 네가 점점 더 성숙해지는 게 팍팍 느껴진다' 라고 하더라. 우와- 오늘은 칭찬이 쏟아지는 날이다. 이런 날은 안먹어도 배부르다,


라고 하고 싶지만 안먹는데 배가 부를 리가 없다. 먹어야 배가 부르지. 




그나저나 라일리와 브린의 대화를 읽다보니 유명한 사람, 인기 있는 사람과 연인이 된다면 감당할 게 많겠구나, 싶다. 음..나는 유명한 사람의 연인이 되기는 싫고 내가 유명해지는 쪽을 선택하겠다. 그래서 내 연인이 나를 감당하는 쪽이 나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유명해져도 다정할 수 있으니까. 다른사람들은 잘 못하겠지만 나는 잘 할 수 있다. 성숙한 인간이므로, 어른이므로. 우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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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8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9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6-04-28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력터지는 2쇄작가 다락방님~
먹어야 배가 부른 성숙하신 어른 다락방님 ~
이미 유명하신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4-29 11:11   좋아요 0 | URL
하아 붉은돼지님.
어제는 치킨에 맥주를 먹는데 아빠가 `너 그렇게 먹으면 살 못빼` 하시길래 `나 그냥 안뺄라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뚱뚱하게 살래` 라고 답했습니다. 아빠는 `그래, 생각 잘했어` 라고 해주셨어요. 아하하하하.

유명해지려면 2000쇄 정도는 찍어야 하지 않을까요? 2쇄 가지고는 아직.. 훌쩍 ㅠㅠ

건조기후 2016-04-2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나도 유명해져도 다정할 수 있는데 ㅋㅋㅋㅋㅋ
사랑하면 성공도 축하해줘야하지만 저런 심리도 어쩔 수 없는... 한쪽이 성공해서 헤어지는 경우 성공한 쪽이 변심해서 버리기도 하지만 다른 한쪽이 저렇게 자기 자신을 버린 것이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요.

다락방 2016-04-29 11:13   좋아요 0 | URL
네, 건조기후님. 책 속에서 브린은 같이 열심히 일했는데 사람들은 그런 자신을 그저 `라일리의 아내`로만 보는 것 같아 엄청 빡치거든요. 게다가 자기나 너무나 사랑하는 남자는 상받고 도취감에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가있고...

그냥 요즘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나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일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을 만들고, 친구들과 술과 책과 함께 오래오래 지내자. 남자 따위, 연애 따위, 섹스 따위, 꺼져버려라... 다 필요없다...... 인생........ -0-

초딩 2016-04-2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MPer 시군요 :-) 다락방임 글 서두 읽고 팟캐스트로 GMP 듣다가 같은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했는데 여기네요 :-)

다락방 2016-04-29 16:03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 네, 그럽습니다! 일어나자마자 89.1 틀어두거든요. 사실 잘 듣지는 못해요. 씻고 밥먹고 이러면서 들을 수는 없어서 말이지요. 그냥 틀어두어요. 그러다 좋아하는 노래라도 나오면 앗싸~ 이러면서 좋아하고요. 하핫.
 
















이 책을 몇 장 읽지도 않고 '아 책 읽는 건 정말 얼마나 좋은가!' 생각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많이 공부하려고 하고 행동하려고 하고 생각하려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게 너무 좋아서. 내가 해보지 못했던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니까 되게 신나는거다. 내 생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책으로 보게 되니 너무나 좋다! 소설은 소설대로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을 생각해보게 돼서 좋은데, 인문학 책들은 또 그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알게 해준다. 책을 읽는 걸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수정은 딱히 내가 좋아하는 저자는 아니지만, 이 책속에 인터뷰에 응한 이들의 생각을 엿보는 건 짜릿하고 흥분됐다. 



어제였나.

과거에 내가 써둔 어떤 글을 읽고 막 갑자기 행복해졌었다.

아, 글쓰기를 잘했구나,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읽고 행복해질 수 있다니. 그래,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고 이렇게 느꼈었지, 하면서 너무나 만족스러운거다. 지금의 내게는 행복한 일이 별로 없는데, 과거의 행복을 보니 그 때의 행복감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던 것. 



글쓰기와 책읽기는 진짜 좋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계속계속 지금처럼 읽고 쓰고 해야겠다.




바바야가의 집은 여자 노인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공동체다. 공간을 대표하는 디렉터나 운영과 행정을 맡아보는 인력이 따로 없고, 공동체를 구축하는 멤버들이 스스로 운영에 참여하는 공간으로 '자치', '생태주의', '시민 참여', '연대'가 이 공간을 받드는 네 개의 정신적 기둥이다. 21명의 여자 노인과 네 명의 젊은이가 한 건물 안에 있는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한다. 각자가 차지하는 공간의 규모에 따라 월세 시세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400유로(약24만~48만 원)의 월세를 내며-거의 모든 프랑스 노인은 국민연금을 수혜하므로 이 정도의 집세는 큰 부담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대부분의 노인 요양원들에 비해서는 월등히 낮은 가격이다:저자 주- 모든 거주자가 일주일에 5~10시간씩 공동체의 운영을 위한 노동시간을 제공한다. 각자의 공간에는 부엌과 화장실, 샤워실이 있고 세탁실만 공동으로 쓴다. 텃밭에서 공동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건물 1층에는 모두가 매일 만나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하며 서로가 살아오면서 축적한 지식과 지혜, 경험들을 나눌 수 있는 민중 대학이 마련되어 있다. 이 민중 대학에는 이 공간의 입주자들뿐만 아니라 원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 (테레즈 클레르, p.17)




와- 이 부분 읽는데 진짜 너무 좋은거다. 한 건물에 여자 노인들만 모여 산다니. 너무나 이상적이잖아! 게다가 이곳을 운영하는 것 역시 그들의 일이다. 조금씩 각자의 시간을 투자해서 이 공동체를 운영하고 그러나 각자의 생활공간은 따로 있다니. 너무 멋진 거다! 아, 나도 이렇게 하고 싶다, 나중에 노인이 되었을 때, 이렇게 다른 여자노인들과 연대해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져... 


테레즈 클레르는 어떻게 이 생각을 하게 됐을까?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 라고 궁금해했는데, 곧이어 이런 글을 읽게 됐다.



바바야가의 집은 1995년 테레즈 클레르의 머릿속에서 처음 태어났다. 그녀의 어머니가 85세의 나이로 돌아가시기까지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내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며 삶의 마지막을 평화롭게 누리게 하기 위해 딸인 그녀는 상당한 희생을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그 희생은 그토록 사랑했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순간 그녀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다. 바로 그때, 결코 내 자식들에게 같은 경험을 물려주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자연스럽게 솟구쳤다. 그러나 어떻게! 현존하는 양로원은 아직 살아 있지만 처치 곤란한 노인들을 무덤으로 보내기 전까지 집단 수용하는 공간이다. 거기에 궁색하지 않은 생존이 있을지언정 살아 있는 자의 존엄과 자유가 지켜지거나 죽는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는 삶을 보장받는 것은 감히 바라기 어렵다. 그곳의 노인들은 잠재적인 환자, 자립성이 없는 불완전한 존재로 취급당한다. 그렇다고 해서 젊은 세대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늙은 부모를 돌보는 데 삶을 바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절실한 필요는 기적적인 상상력을 분출시킨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터져 나온 안도의 한숨에 화들짝 놀란 그녀는 어느 날 집에 앉아 흰 종이를 꺼낸 다음 바바야가의 집에 대한 프로젝트를 신들린듯 써나갔다. (테레즈 클레르, p.18)





자신이 좌파라고 대답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공부하기를 멈추지 않았는데, 그게 너무나 인상깊다. 공부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보다 더 인상깊다고 해야할 좌파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 갖기'가 아닌가 싶다. 나 하나 잘 살자고 이들이 시위를 한다거나 집회에 참여하는 게 아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고스란히 짐처럼 싸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은 더 공부하고 더 행동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즐겁지 않을 까닭이 없다. 읽다보니 나도 계속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에 대한 의욕이 막 불타오른달까. 



너무나 좋다. 내가 책을 읽다가 자극을 받는 사람이란 사실이. 

책을 읽다가 자극을 받고 그 감정을 고스란히 글로 남기는 사람이란 사실이 진짜 자지러지게 좋다. 

나는 내가 너무나 좋은 것이다!!



다섯 작가를 가리긴 했지만 이것은 내가 탐색해낸 인류의 보석일 뿐이다. 인간의 정신은 이 세계에서 전무후무하게 가장 큰 보석을 파낼 수 있는 광맥이다. 내가 모르는 광맥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광맥을 찾아야 한다. 자기만의 책을 찾아서 캐내야 한다.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다. 사기를 치기 위해서였건 음란 소설을 썼건, 생각을 글자로 옮겨 적는다는 것은 굉장히 경건한 일이다. 어떤 글에든 삶의 지혜가 될 문장이 반드시 들어 있게 마련이다. 농사를 짓기 어려운 황무지에서 땅을 잘 골라 농작물을 키워내는 마음으로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소 좋은 글과 만날 수 있다. (심영길, p.278)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든 이에게 건배!







에릭은 그곳에서 발레리를 만났다. 열일곱 살에 만난 두 사람은 지금까지 약 30년간 인생을 함께하고 있다. 에릭고 ㅏ발레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각자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면서 살 수 있도록 서로 지지해주기`로 약속했고 그 약속은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 약 30년 동안 둘을 지탱해주고 있다. (에릭 브로시에, p.34)

일부러 인터넷을 검색해 한국 대통령에 대해 알아봤다. 《르피가로 Le Figaro》지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박근혜란 사람의 세계 인시은 냉전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느꼈다. 프랑스와 한국 간의 우호관계를 말하면서 60여 년 전 한국전쟁 당시 프랑스의 참전을 언급한다는 것은 프랑스인의 시각으로 볼 때 어이없는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자크 제르베르, p.65-66)

내가 지금 이런 선택을 하게 된 데는 부모님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아버지는 엔지니어로, 어머니는 수학교사로 사셨고 별다른 일탈을 시도하지 않으셨지만 두 분 모두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능하셨고, 그 무엇도 낭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다. 대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대장간을 꾸리고 내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며 살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어머니는 `숲에서 사는 법`, `내 집 만들기` 같은 제목의 책들을 건네주셨고 아버지는 온갖 나사와 공구들이 들어 있는 상자를 선물로 주셨다. (카헬 자닉, p.98)

살아야 하니까 인류에 대한 믿음을 택한 것이다. 내가 왜 모르겠는가. 내 부모를 데려가고, 고아에게서 집을 빼앗아간 것은 프랑스 사람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런 날 돌봐주고 다시 파리로 돌아왔을 때 내 후견인이 되어주고, 또 내가 집을 되찾을 수 있게 재판을 함께 준비해준 것도 프랑스 사람들이었다. 우린 계속 배신 당하면서 살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인류에 대한 믿음을 선택한 것이다. 안 그러면 죽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사라는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나는 충만한 사랑을 누린 사람이기도 하니까. 그 사랑이 나를 이렇게 살게 해주었지." 그녀가 말하는 그 사랑은 바로 조셉과 나눈 절박하고 열렬한 사랑을 의미한다. 그러나 조셉은 사라가 서른아홉 살이던 해에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쉰넷이었다. 그와 함께한 20여 년의 세월이 그가 떠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녀로 하여금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게 해준 것이다. (사라 달루아, p.165-166)

그녀가 현재 가입해 활동하는 유일한 단체는 콜리브리Colibris다. 콜리브리는 우리말로 벌새라는 뜻으로 콜리브리가 등장하는 전설에서 단체의 이름이 유래했다. 옛날 어느 숲에 큰 불이 났다. 동불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허둥지둥 달아나고 멀리서 망연자실하게 불이 숲 전체를 삼키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때 작은 벌새 한 마리가 나뭇잎에 물을 떠다가 숲에 난 불을 끄려 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이걸 보고 있던 신이 작은 새의 수선스러움을 보고 "너, 그래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거 알아?"하고 소리쳤다. 벌새는 대답했다.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야."
각자 자기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이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이 되면 세상은 비로소 바뀔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콜리브리의 철학이다. (루이즈 포르, p.203)

이렌의 삶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전환한다. 재미없는 파티에 억지로 몸을 들이미는 대신 쥘과 세상에 대해 토론하는 일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좌우 양극단에서 온 듯한 두 청년은 세상사, 인생사를 두 개의 시선으로 해부하면서 날마다 진검승부를 펼쳤다. 무려 3년 동안. 그리고 마침내 이렌은 완패를 선언했다. 자본주의가 세상에 모순을 축적해왔으며, 자기모순으로 결국 해체되리라는 것, 그러나 더 많은 자본주의의 폐해가 삶을 유린하기 전에, 다시 전쟁이나 인종 학살 같은 참혹한 재해로 인류가 너덜너덜 찢겨나가기 전에 저항하고 저항하여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쥘의 생각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리고 반자본주의신당의 당원이 되었다. (이렌 장, p.232)

아직 많은 프랑스의 좌파들이 페멘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 페멘에 대한 의견을 선뜻 말하기보다는 "페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1년 반 전에 답하지 못했던 페멘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젠 말할 수 있다. 우리를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시스템에 무력하게 투항하는 대신 사자처럼 당당하게 포효하는 이 여자들은 옳다. 페멘은 여자의 적이 남자가 아니라 가부장제가 남자와 여자 모두의 적이란 사실, 자본주의와 독재와 종교는 바로 그 가부장제가 작동시키고 있는 구체적인 극복의 대상이란 사실을 지목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적할 무기는 폭력 혁명이 아니라 가부장제가 철저히 굴복시킨 세상의 절반, 그 속에 감춰진 여성성이다.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그 파격적 당당함이 우리 속에 숨죽이고 있던 여신을 되살려낸다. 이 아름다운 마녀들을 지지한다. (폴린 일리에,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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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04-2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런 내가 너무 좋은 것이다!˝라는 이 말이 너무 좋은데요!!!!!

다락방 2016-04-28 08:43   좋아요 0 | URL
히힛
제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란 사실이 너무나 좋아요.
블랑카님도 책을 읽고 글을 쓰시니 블랑카님 스스로를 충분히 좋아하셔도 돼요.
저도 블랑카님을 좋아합니다!!!

hellas 2016-04-27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배!!:)

다락방 2016-04-28 08:43   좋아요 0 | URL
건배!

저는 어제 너무 마셔가지고 아직도 머리가 뱅뱅 돌아요. ㅠㅠ

transient-guest 2016-04-28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분의 글이 그리 잘 와닿지는 않아요. 이 책도 읽고 뭔가 쓴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네요. 대단한 분들이 많다는 생각은 했고, 생활속에서 평생 믿는 바를 실천하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만..ㅎ

다락방 2016-04-28 08:4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인터뷰에 응해준 분들에 대해서 와 대단하다, 멋지다, 라고 생각했지만 목수정의 글은 저에게 어딘가 껄끄러워요.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이었나? 그거 읽으면서 아, 껄끄럽다.. 했었거든요. 뭔지, 어느 지점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별로라서 책이 나와도 관심을 안가졌는데, 일전에 이 책의 인용문을 다른분의 서재에서 보고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멋진 분들이 존재하는 걸 아는 게 너무 좋아요!

건조기후 2016-04-2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뭐랄까 이 분의 글이 싫은 건 아닌데 본인이 진보적이고 선도적이라는 데한 우월감같은 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책은 잘 안 사게 돼요. 저자로 검색해보니 알라딘도 이 분 팬인가 책마다 초이스 마크가 붙어있네요 ㅎ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책을 읽고 이토록 멋진 자극을 받는 다락방님은 진짜 멋진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ㅎㅎㅎ

다락방 2016-04-28 14:36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우월감 같은 걸 느껴서 어쩐지 찜찜한걸까요? 뭔가 껄끄러운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책을 사서 읽게 되질 않더라고요. 책 나와도 별 관심이 안가고 말이지요. 그렇지만 이 책은 목수정의 책이라기 보다는 파리 좌파들의 책이니까.... 그분들 인터뷰는 정말 흥미로웠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저는 좀 멋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는 좋은 친구로 지내자는 식으로 괜히 멋진 척하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앞으로 서로 각자의 길을 열심히 걸어 가서 또 언젠가 어디에서 소중한 친구로 재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

하루카는 시게유키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은 말고 병을 고치는 데 전념하면 좋겠어"라고 응해왔는데 왜 그런지 더 이상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게유키의 진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루카의 머릿속에는 내내 사실은 시게유키가 아니라 자신이 그에게 더 기댔던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칠 년 동안 타이완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시게유키라는 존재가 일본에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p.491)

















'하루카'에게는 오랜 연인 '시게유키'가 있다. 타이베이로 발령받아 일 때문에 오게 됐지만, 휴가를 내서 간혹 시게유키가 있는 도쿄로 가 그를 만나고 오곤 했다. 메일을 가끔 쓰고 전화를 가끔 하면서 그들의 관계는 계속 유지되고 있었는데, 시게유키가 언제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멀리 있어서 바로 알아채진 못했지만, 요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시간을 내 그를 찾아간다. 그녀에겐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오래전 타이베이 여행중에 만난 남자 '렌하오(에릭)'이 있지만, 그에게도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말할만큼, 그래서 그와는 연인관계로 발전하지 않을만큼, 그만큼 오래된 연인 사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들 사이에 뜨거운 사랑이라든가 설레임이라든가 하는 것은 없어진 것 같았다. 게다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시게유키는 기분이 순식간이 바뀌곤 했던 터라, 자신의 연인이 힘들것 같아 '헤어지자'는 뜻을 밝히지만, '하루카'는 '이렇게 시게유키가 힘든 상황에 나마저 그와 헤어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의 헤어지자는 말들을 그냥 넘겨버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그에게 부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게유키의 건강이 어느 정도 좋아졌을 때, 그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는 그녀는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제야 스스로를 인정한다. 그가 자신에게 기댄 게 아니라 자신이 그에게 기대고 있었음을.



'애인' 혹은 '연인'으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때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그 사람을 향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런 포지션에 누군가 '있다'는 것 때문에, 그러니까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 때문에 상대에게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딱히 이제는 더이상 사랑한다고 생각되어지지 않더라도, 나에게는 애인이 있다, 하는 것이 단단하게 스스로를 받쳐주고 있을 때가 있는 것이다. 하루카가 일본에 있는 연인과 7년간이나 떨어져 있으면서 다른 남자들을 만난다거나 외롭다거나 하지 않고 일에 열중할 수 있었던 건, 분명 '아 매일매일 더 사랑해' 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아니어도, '내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휴가 때마다 자신의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 중에 얼마간의 시간은 애인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자주 연락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에게는 어쨌든, 사귀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 '존재'의 고마움 때문에 그녀는 헤어짐을 미루고 또 미뤘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걸 깨닫기 전까지는 자신의 존재가 그에게 분명 필요할 거라고 생각을 했을 거고. 칠 년을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연애를 했고 그 전에도 같은 나라에 살면서 연애를 했다. 그 시간은 분명 긴 시간이었으나, 그들은 이제 이별을 했다. 죽을것처럼 좋아했던 사이가 아니었다고 해도, 그 오랜 관계가 돌아서버린 지금,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왔던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리고 말았으니, 마음이 휑할것이다.





'하루카'는 아주 오래전 타이베이에 여행을 갔을 때, 그곳에서 그 나라의 대학생 '에릭'으로부터 길 안내를 받게 되고 하루를 같이 보내게 된다. 바로 다음날이 일본으로 출국하는 날이라 아쉬운 마음을 안고 헤어져야 했는데, 그때 에릭은 연락하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그녀에게 건넨다. 자신이 공항으로 타고 가야 할 버스까지 배웅을 나온 그에게 버스안에서 꼭 전화하겠다고 한 뒤에 그녀는 일본으로 돌아가는데, 일본으로 돌아와 가방을 샅샅이 다 뒤지고 또 뒤져고 그로부터 건네받은 종이는 없다. 그녀는 전화번호를 주지 않은 상황에서 그에게 연락할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녀는 그에게 연락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가득하지만 연락할 수 없다. 이듬해에 다시 타이베이로 가, 그와 함께 갔었던 그의 아파트를 찾아보려고 하지만 아무리 그 근처인 듯한 곳을 서성여봐도 도무지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런채로 내내 그를 그리워만 한다. 그렇게 그리워하며 그녀는 직장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일하다 타이베이로 발령을 받게 된다. 타이베이에 가서 일해볼텐가? 라는 상사의 말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 것이다. 이곳에 애인이 있지만, 5년예정을 '1~2년쯤' 이라고 속인 후에 그녀는 타이베이에 간다. 그곳 직장에서 사귄 직장 동료에게도 나는 사실 그 때 만난 에릭이란 남자를 찾고 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네, 라며 자신의 안타까움을 들려준다. 


에릭은 에릭대로 그녀의 전화를 기다린다. 내일은 오겠지, 내일은 올거야, 분명히 전화한다고 했는데, 그 눈빛은 그 말이 진심이라 말했는데, 왜... 그래서 그는 그녀가 탄 비행기의 무사도착을 확인해보고 도서관에 가 일본 신문을 뒤적여보며 그녀의 이름을 찾고자 한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해서. 그러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걸 알게되고 무작정 일본으로 간다.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면서, 연락처도 모르면서, 무작정 지진이 일어난 곳으로 가 혹시 '하루카'라는 이름의 여성을 아느냐고 물으며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그도 그 하루의 추억이 몹시 소중하고 가슴에 남아 늘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거다. 그런채로 그들은 9년이나 만나지 못하게 된다.



















내가 어마어마하게 사랑하는 영화 『브로큰 잉글리쉬』에도 이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좀처럼 안정적인 연애를 하지 못했던 여자는 어느 파티에서 프랑스 청년을 알게된다. 이 젊고 키가 크고 잘생긴 청년은 잠깐 미국에 여행중이었는데, 그녀와 며칠을 함께하고는 이제 프랑스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때, 그녀에게 함께 가지 않겠느냐 말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남자는 떠나면서 자신의 프랑스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간다.


여자는 자신의 삶의 터전이 미국이었으므로, 또 그 남자와는 며칠간을 함께 보냈던 것이므로 선뜻 그를 따라 나서지는 못했지만 그가 그립다. 그를 만나고 싶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프랑스 파리로 간다. 친구는 다른 볼 일이 있었고, 여자는 가서 그 남자를 만나리라!! 결심했던 것. 그러나 파리의 호텔에 도착해 그에게 연락하려던 그녀는 멘붕에 빠진다. 그가 적어준 전화번호가 쓰여진 쪽지를 잃어버린 것. 짐을 다 뒤져도 그의 전화번호가 나오질 않는다. 결국 그녀는 그가 프랑스 파리에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해 그를 만날 수가 없다. 그래서 파리의 며칠간을 오롯이 혼자 여행하며 보낸다.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거리도 걸어보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돌아갈 시간이 되어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공항으로 향하던 지하철 안에서 그를 마주친다. 와우-



남자도 그녀를 알아보고 그녀를 데리고 지하철에서 내린다. 그리고는 까페로 들어가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니까 당신은 나를 만나러 여기에 왔고, 그런데 나를 만나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 돌아가려는 거에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랑 조금 더 있어요, 당신은 비행기를 놓치겠지만.





(아아 이 남자 진짜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꺼이 비행기를 놓치겠어!!)





아니, 그러니까 나는 답답한 거다. 소중하잖아, 소중한 번호잖아. 이 사람 꼭 다시 만나고 싶잖아. 그런데 내가 아는 게 그가 적어준 전화번호 뿐이라면, 그걸 좀 더 잘 다뤄야 하는 거잖아. 쪽지라면 잃어버리기 쉽잖아, 그건 누구나 다 아는 거잖아? 그렇다면 그것을 쪽지로 가지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라도 잘 적어두어야 하는 거잖아. 왜 그 당연한 걸 안하는거지? 쪽지는 잃어버리기 쉬우니까 내 수첩에, 혹은 가지고 있던 책에, 일기장에... 어디든 적어 둬야 하는 거잖아. 어쩌면 그렇게 그 쪽지 하나만 달랑 믿고 있을 수가 있는걸까? 그러니까 9년간을 만나지 못하고, 파리에 가도 만나지를 못하잖아?



참 사람들 신중하지도 못하고 꼼꼼하지도 못하네...




내 경우엔 소중한 사람의 전화번호를 핸드폰에도 저장해두지만 다이어리에도 따로 적어둔다. 사실 이렇게 해놓고서 번호를 외워버린다. 내가 외우는 전화번호는 한두개가 아니다. 필요한 번호는 외워버리는 거다. 사람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사람일 진짜 모르는건데, 내가 아무리 꼼꼼하게 폰에 저장해두고 다이어리에 적어두어도, 폰도 다이어리도 없는 상황에서 급하게 전화를 해야 될 수도 있잖아? 그럴 때를 대비해 외워버리는 거다, 나는. 언제나 어디서나, 공중전화 밖에 없는 상황이라거나, 낯선 곳에서 나만 홀로 핸드폰이 없을 때, 누군가에게 빌려서라도 전화를 할 수 있도록 나는 전화번호를 외워버린다고! 아니, 그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대체 왜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아? 내 경우엔 주소까지 외워버린다. 아니, 대체 왜 외우지 않는거야????????????????

이 사람이 소중하다, 이 사람에게 반드시 연락할 것이다, 싶으면 외워버리라고!!!!!!!!! 위워, 외워, 외우라고!!!!!!!!!!!





안타깝게 전화번호를 잃어버렸지만 그들은 정말 간절히 상대를 생각했다. 너무나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상대가 있는 곳으로, 실은 정확히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면서, 그 먼 거리를 움직인다. 그랬더니, 어떻게든 상대에게 닿았다. 닿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뚜벅뚜벅 걸으면, 결국엔 가야할 곳으로 가게 되는 법. 전화번호를 잃어버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어쨌든 그들은, 상대에게 닿는다. 그리고 그런 날이 오게될까, 라고 기대했으나 차마 있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날이, 



온다.




9년전 헤어졌던 그 호텔의 로비에서 그들은 재회한다.





드넓은 대리석 로비에 에릭이 오도카니 서 있었다. 로비에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하루카는 한눈에 그의 모습을 알아봤다. 에릭도 똑바로 하루카를 보고 있었다. 말을 건네면 들리는 거리였지만, 왠지 두 사람 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역시나 둘 다 뜻대로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p.242)



에릭이 가까이 다가왔다. 한발짝씩 다가올 때마다 구 년의 세월이 좁혀지면 좋겠다고 하루카는 생각했다. 나, 변했지? 늙었지? 자조하듯 질문이라도 할 수 있다면 마음이라도 후련해질지 모르지만, 물론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이라며 하루카가 생각을 고쳤다. 에릭이 여기까지 와줬다고. 눈앞에 서 있는 에릭도 나와 마찬가지로 구 년 만의 재회를 기대해줬다고. 그 순간, 뭔가가 툭 끊어진 것처럼 긴장했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p.243)




무엇보다 좋은 건, 나만 상대를 그리워했던 게 아니라는 것. 나중에야 알게되지만, 에릭이 하루카를 걱정해서 고베로 갔듯이, 하루카도 에릭이 걱정돼 타이베이에 또 왔었다는 것. 상대방이 사는 나라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결국 흐르고 흘러 에릭이 일본에 살게 되고 하루카가 타이베이에 살고 있는 건, 서로가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는 것. 상대를 만났었으므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마주 섰다는 것. 나의 간절함이 당신의 간절함이기도 했다는 것.



"……그래서 나는 너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렇잖아, 만약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타이완 신칸센 일을 하지도 않았을 거야."

하루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꽤 시간이 흐른 후 렌하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만약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도쿄에서 일하지는 않았을 거야."

설령 똑같은 마음을 품었다고 해도 그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역시 나를 찾을 수 없었다. 단수이 거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의 아파트를 찾던 내가 지금 여기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렌하오가 찾았던 내가 여기 있고, 내가 찾았던 그가 여기로 와줬으면 좋을 텐데 하고. 그러나 여기 있는 사람은 역시 내가 찾아내지 못한 그였고, 그가 찾아내지 못한 나일 뿐이다. (p.404)




일상은 힘이 세다.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그리워한들, 하루하루 해야 할 일들을 하노라면 오늘은 내일이 되고 한달 뒤가 되고 또 일 년 뒤가 된다. 서로를 그리워하고 찾고 싶은 마음이 있었도, 둘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나이를 먹어가며 자신만의 다른 관계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지금이 되었다. 이 책에서 하루카와 에릭의 이야기가 조금 더 비중이 많았으면 좋았겠다고, 조금 더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들에게 더 많이 차지하는 비중은 당연히 일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틈틈이 혹은 가끔, 어쩌면 '오랜만에' 연락할 수 있는 사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그들은 재회후에 일 년이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나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싶다. 이것도 나쁘지 않겠어, 어쩌면 이게 더 좋을 수도 있겠어. 이들이 구 년이나 지내고서야 만나게 된 건, 그게 더 나았기 때문일 수 있었을 거다. 그 편이 서로에게 더 좋아서. 이런식으로 상대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서.




책을 읽는 내내 타이베이에 가고 싶어졌다. 하루카와 렌하오의 사연이 있는 타이베이에 가서, 하루카처럼 혼자 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쑥- 음식점에 들어가 혼자 밥도 시켜 먹어보고 그렇게 지내보고 싶어졌다. 개인의 사연은 내밀한 것이라, 사실 그 사연이 아름답다한들 타인에게는 그다지 영향력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주 오래전, '익스트림'의 <when i first kissed you>를 듣고, 엠파이어에 가보고 싶었었다. 그 때부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나의 로망이었다. 또한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스타킹 훔쳐보기] 시리즈를 읽고는, '할'과 '로라'가 재회했던 센트럴 파크의 벤치에도 꼭 가보고 싶었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홀든이 '겨울에 오리는 어디로 가지?' 궁금해했던, 그 센트럴 파크에 꼭 가보고 싶었었다. 그러나 내가 뉴욕에 갔을 때, 센트럴 파크에 가보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가 봤을 때, 거기에서 내가 아름다운 사연을 만나지도 못했고 아름다운 사연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화동>에 꽂혀서 이화동에도 가봤지만, 그곳은 그저 작은 동네, 그 뿐이었다. 그들의 사연이 오로지 그들만의 사연인 까닭이다.  



요즘에 베트남에 가야겠다고 자꾸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빌려주었던 베트남 국수여행 책을 다시 돌려달라 말했다. 그 책에서 국수가게가 밀집된 어느 지역이 있었는데, 거기가 어딘지 보고 짧게 거기로 갈 생각이었던 거다. 국수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베트남에 가서 국수를 먹으면 어쩐지 뭔가 다 괜찮아질 것 같은 거다. 그래서 베트남에 가야지 생각했다. 혼자서 멀리 나가본 적이 없으니, 이렇게 일단 가까운데부터 시작해서 먼 데로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계속 어딘가를 가고 싶어하고, 어딘가에 가서 다른 이의 사연을 만나고 싶어하고, 어딘가로 가서 그 곳의 음식과 술을 먹고 싶어하니, 혼자 가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았다. 내게는 좋은 여행 친구가 있지만, 언제나 타이밍을 그리고 가고 싶은 곳을 맞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언제든 원하는 때에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곳으로 다녀오려면 혼자가 제일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니 가까운데부터, 그 시작은 베트남 국수여행으로!!!


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요시다 슈이치'의 책에서 타이베이에서 재회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아아, 국수고 뭐고 그냥 타이베이에 가고 싶다..... 싶어지는 거다.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먹을 거 생각하면 베트남 가고 싶고 뭔가 마음이 애잔한 건 타이베이이니, 아아, 나는 어쩌란 말인가.



그러다 문득 역마운 이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아니, 대체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막 돌아다니게 됐을까. 어쩌다 나의 친구들은 막 지방에 있고 그렇게 됐을까? 친구 만나러 비행기 타고 부산 가고 기차 타고 대전 가고 ktx 타고 대구 가고 막...아아,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왜 자꾸 어딘가로 가고 싶어할까, 여행을 싫어하는 내가 아니었나.. 며칠전에 사주까페에 가서 사주를 봤는데, 사주 봐주시는 분이(이런 분을 도사님이라고 부르는건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건가...) 내게 역마운이 있다고 하셨다. 사주에 원숭이랑 쥐가 있다고, 얘네들이 한 순간이라도 가만 있는 걸 봤냐고, 이 두마리가 함께 있으면 역마운이 있는 거라고.... 아...... 역마운... 이라고? 그런 게 나한테 있어? 


어쨌든 베트남에 먹으러 갈 것이냐 타이베이에 사연을 만나러 갈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좀전에 다른 부서의 남자과장과 복도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향수 냄새가 진하게 났다. 나는 남자들 향수 뿌리는 거 너무 좋다. 향수 냄새도 좋다. 아, 향수 냄새 좋다, 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뭔가, 나랑 별 관계도 아닌 남자 향수 냄새 좋다고 생각하는 내가 갑자기 너무 짜증나서, 콧구멍을 확 틀어막아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콧구멍은 제 역할을 너무나 잘해낸다. 콧구멍아, 관계도 없는 남자의 향수 냄새 같은 거 맡고 그러지마!!!!


이루지 못한 마음은 날이 갈수록 미화되게 마련인지 이렇게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때 뻥 뚫린 구멍이 메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져만 갔다. (p.95)

곰곰이 회상하듯 중얼거리는 민스에게 "그래. 길지, 팔 년은"이라며 렌하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스스로도 바보스러운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타이베이에서 고작 하루를 같이 보낸 일본 아가씨에게서는 그 후 연락이 없었다. 따져보면 그런 이야기는 쓸어버릴 정도로 많다. 그런데도 자기들의 만남만은 다르다고 굳게 믿었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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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행기를 놓치지 않아도 돼.
    from 마지막 키스 2022-07-22 15:36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일단 한숨 한 번 쉬고 시작하자.나는 비포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비포 선셋>을 가장 좋아한다. 여자와 남자 주인공 둘만 나오는 영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둘이서 수다 떨면서 걷기만 하는 영화인데 이게 어찌나 좋은지. 아마도 서로에게 가장 충실하고 서로가 서로만 관심있어하고 서로가 서로에게만 집중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편에서는 낯선 너와 내가 만났고 2편에서는 너와 내가 9년만에 너와 나
 
 
건조기후 2016-04-2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을 건네면 들리는 거리였지만, 왠지 두 사람 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역시나 둘 다 뜻대로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눈물 나려고 하네요. 제 목이 다 막히고 얼굴이 굳는 느낌...

전화번호 쪽지는 이해가 돼요 ㅎㅎ 간직하고 싶잖아요. 직접 적어준 필체도 손자국이 묻은 종이도. 내가 외우거나 옮겨적은 번호 말고 적어준 번호를 보고 그 번호대로 연락을 해서 만나고 싶은... 더 완벽한 인연을 위한 고집이랄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6-04-25 17:55   좋아요 0 | URL
처음 읽으면서는 별 거 아닌 것 같은 소설이었는데 읽다보니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 이들이 어서 만났으면, 만나고나니 어서 빨리 뭔가 특별한 관계가 되었으면, 싶어지는 거에요. 휴... 건조기후님은 인용문 만으로도 움직이셨네요. 건조기후님 조으다.. ♡

당연히 그의 손글씨 하나라도 간직하고 싶죠. 그리고 그거 보고 전화하고 싶고요. 더 완벽한 인연을 위한 고집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여요. 그렇지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니까...그거 보고 전화하겠지만, 일단 써두고 외워뒀으면..그랬으면..

그런데 이게 다 운명의 흐름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러니까 9년전에 이 남자를 나한테 딱 던져주고 잠깐 만나게 한 뒤에, 너는 오랜 시간 후에 이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될거야, 일단 얼굴이나 미리 봐둬, 하는 그런 흐름이요. 그리고 그 때 그들이 금세 연락하고 만났다면, 그 마음이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저 위에 95쪽의 인용문 보면 나오잖아요. `이루지 못한 마음은 날이 갈수록 미화되게 마련`이라고요. 그들은, 그 타이밍에 만났어야 했을 거에요. 사실은, 전화번호를 잃어버렸으므로 거기서 끝날 운명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 사연속의 주인공들은 서로를 강하게 원해서 원하는 방향 쪽으로 움직인거죠. 저는 운명과 운명의 흐름을 어느정도 믿지만, 거기에는 자신의 의지로 바뀌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음..댓글이 왜 이지경까지 됐죠??

꿈꾸는섬 2016-04-25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곤한 오후였는데 다락방님 글 읽으며 엄청 웃었어요.
그렇게 소중한데 외웠어야죠. 다른데라도 메모해뒀어야죠.ㅎㅎ

베트남 쌀국수 먹고싶어요.

별관계 아닌 남자의 향수 냄새 ㅎㅎㅎ맡아도 되는거잖아요. 주변 사람들 좋으라고 뿌리는거 아닌가요? 향수ㅎㅎ 전 남자들 은은한 스킨향이 좋더라구요. 강한향말고 은은한향요.

다락방 2016-04-25 17:5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사람들이 왜이렇게 꼼꼼하지 못하고 소중한 인연을 그냥 쉽게 얻으려고 할까요? 노력을 해야죠. 수첩에 적고 머릿속에 기억하는 노력!! ㅎㅎㅎㅎㅎ

맞아요, 꿈섬님. 누구나의 향수냄새를 맡아도 되죠. 맡으라고 뿌리는 거니까요. 게다가 전 향수냄새 진한 것도 좋아해요. 전 땀냄새보다는 진한 향수냄새를 선호합니다. 향수냄새 맡는 거 좋아해요. 그런데 아까는 순간적으로, `이남자 향수냄새 따위 맡고싶지 않아, 콧구멍을 틀어막아버리고 싶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서요 ㅜㅜ

2016-04-27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7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8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이바 2016-04-2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소중한 건 외워둬야 하는데 인생이란게 맘대로 흘러가지 않더라고요... 다락방님은 일상은 힘이 세다고 하셨지만 추억도 힘이 세요. 말씀하신대로 미화되니까요. 어쩌면 그런 가능성, 있었을 법한 가능성에 대해 자꾸 생각하고 되뇌게 되는 것은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뜻도 되겠죠? 마음이라는게 뜻대로 되지 않지만요. 브로큰 잉글리시 저도 무척 좋아해요. 포지 파커의 섬세한 연기도 좋았지만 멜빌 푸포를 미국 영화에서 봐서 더 놀란 것도 있어요. 저는 이 배우를 프랑수아 오종의 타임 투 리브에서 처음 봤는데 십년이 지나 브로큰 잉글리쉬에서 봤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미모가 예전같진 않았지만 ㅜㅜ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는 두사람이 거리를 걷다가 남자가 i`m hungry라고 하는데, 여자는 i`m angry로 듣고 깜짝 놀라는 거예요. 불어에서 h가 묵음이거든요. 두 사람이 분명 호감을 느끼는 중인데 약간 쭈뼛쭈뼛한 분위기, 어색한 와중 여자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오랜만에 느끼는 로맨틱한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서툴러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좋았어요.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건 여자가 친구를 먼저 보냈던가요? 파리에 남아서 이젠 할 만큼 했다! 하고 맘편히 관광하고 돌아오는 길에 남자를 만나게 되잖아요. 남자가 반가우면서도 약간 황당한 얼굴을 하는데, 여자가 미국에 돌아갈 거라고 하니까 조금 화냈던가 그랬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만났는데 넌 지금 집에 간단 말이야? 그 복잡한 감정이 드러난 얼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오종 영화에서 시한부 인생을 연기한 멜빌 푸포의 미모 감상하세요 ㅜㅜ https://youtu.be/qW7AdifqU2g
찾아냈어요! 마지막 장면... 다시봐도 좋네요ㅜㅜ https://youtu.be/rN8DOKphMDc

다락방 2016-04-29 12:03   좋아요 0 | URL
아아 에이바님 ㅠㅠ 에이바님 사랑합니다 ㅠㅠㅠ 에이바님도 이 영화를 좋아하시는군요! 아아 반가워요 진짜 ㅠㅠ 전 이 영화 진짜 너무 좋아해요. 처음에 극장에서 보고 친구랑 바로 레스토랑으로 직행해서 와인 마셨었어요. 이 영화 보면 와인이 너무 마시고 싶더라고요. 저 남자 배우는 저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엄청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올려주신 동영상보니 오오 꽃미모 청년이로군요. 근데 전 짧은 머리가 더 좋아요. 저는 어른이 되고나서는 남자들 짧은 머리가 좋더라고요. ㅎㅎ

저도 앵그리 헝그리 기억해요! ㅎㅎ 그러고 같이 까페엔가 갔을 때 여자가 전남친 맞닥뜨리잖아요. 그리고나서 막 기분 안좋아서 집에 와서 혼자 우울해하고 우니까 이 멋진남이 `옆에 있어줄까요 나가있을까요` 물어보는게 그때도 너무 좋았어요.

마지막 장면 진짜 압권이죠, 저 완전 사랑해요. 저는 이 영화 너무 좋다고 노래를 불러가지고 친구가 dvd 도 선물해줬어요. 그래서 가지고 있어요. 누구 빌려주지 않았다면 여전히 집에 있을 거에요. 힛. 집에 가서 찾아봐야겠어요. 아 저 이 영화 너무 좋아요. 굿 다운로더 있나 보고 다운도 받아놔야겠어요. 왜냐하면 너무 좋은 영화니까요. 아하하하하.

에이바님 사랑합니다. 에이바님은 진짜 짱멋진 것 같아요 ㅠㅠ

잠자냥 2022-07-22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까지 와서 , ˝콧구멍을 확 틀어막아버리고 싶다˝에서 빵터짐요.....
아, 저 <브로큰 잉글리시> 남 배우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멜빌 푸포네요?
전 저 남자 나온 영화 <타임 투 리브>랑 <여름 이야기> 봤던 기억이 나요
참 느낌도 좋고 잘 생겨서 ㅋㅋㅋㅋ <브로큰 잉글리시>도 분명히 본 거 같은데.... 와, 이 영화는 1도 기억이 안나네요;;

공쟝쟝 2022-07-24 20:2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여기까지 왔어요 ㅋㅋㅋㅋㅋㅋ 멀리서 오셨네요ㅋㅋㅋㅋ 전 2016년의 다락방님이 남자 향수 좋아하는 이야기가 너무 놀랍네요.... ㅋㅋㅋㅋ 무슨 사상적 전환(?)이 생겨서 이렇게(?)되신겁니까.. 저 브로큰 잉글리쉬 보고 싶은데.... 와샤에도 넷플에도 없고... 어디서 봐야할지 알 수가 없네요.... ㅋㅋㅋ
참... 잊지 않고 소중한 건 외우도록 하겠습니다. 010....

다락방 2022-07-25 08:05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위의 에이바 님도 그렇고 이미 멜빌 푸포를 아시더라고요. 저는 이 영화로 처음 봤어요. 물론 그게 오만년 전이지만... ㅋㅋㅋㅋㅋㅋㅋ코엑스 에 메가 박스 있었을 때..(지금도 있나?) 아무튼 이 영화 저는 너무 좋아해서 디비디도 있답니다? 껄껄.

공쟝쟝 님/저 진짜 남자의 단단한 육체(‘단단한‘에 밑줄 그어주세요)와 향기(냄새 아닙니다)에 대환장하는 여자였어요. 사실 그건 지금도 변치 않아..단단한 육체에 환장하는 편. 흑흑.
브로큰 잉글리시 둘다 없나요? 힝 ㅜㅜ 검색해보니 네이버로도 볼 수 없네요. ㅠㅠㅠ
 

<이벤트 참여 글입니다. 이벤트는 여기에 ☞ http://www.aladin.co.kr/events/eventbook.aspx?pn=160422_question>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합니다. 가장 집중이 잘 되거든요. 까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책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종이책을 읽습니다. 읽다가 밑줄 긋고 싶어지는 문장이 나오면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이는데, 지금 당장 포스트잇이 없다면 접어둡니다. 밑줄 그을 문장이 페이지의 위쪽에 있으면 위쪽 귀퉁이를 접고 아래쪽에 있다면 아래쪽 귀퉁이를 접어요. 이건 거의 언제나 그런데, 메모를 하는 건 늘상 있는 일은 아닙니다. 책의 어느 부분을 읽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면 연필로 밑에 적거나 연필이 없다면 펜으로 적을 때도 있는데, 대체적으로는 포스트잇에다 메모를 하고 그 페이지에 붙여놓습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침대 머리 맡에는 여러권의 책들이 있어요. 대체적으로는 출퇴근길에 미처 다 읽지 못한 책들을 계속 읽곤 하지만, 가방에서 그걸 꺼내기 싫을 때 읽으려고 충동적으로 한 권 두 권 가져다놓아서 쌓이게 되죠. 최근에는 '이도우'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꺼내놨어요. 찾아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꺼내놨는데 아직 찾아보진 못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요시다 슈이치'의 『타이베이의 연인들』도 침대 머리 맡에 두게 되겠네요. 너무너무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을 다시 샀어요. 아마도, 이 책도 침대 머리 맡에 당분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줌파 라히리의 원서도 있어요. 그건.. 그냥...그냥 있어요.....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줄이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대체적으로 읽고나서 다시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은 바로바로 알라딘 중고샵을 통해 판매해요. 그리고 그 돈으로 또 책을 사고.... 그런데 참 이상하죠? 아무리 팔아도 책은 줄기는 커녕 계속 늘어나요.....

배열은, 전집은 전집대로 하고 그 외에는 작가별로 해요. 무라카미 하루키나 이승우, 로맹 가리, 존 쿳시, 코맥 매카시 등은 책장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그리고 '저의 소중한 한 칸'이 있어요. 그 책장에는 줌파 라히리와 다니엘 글라타우어가 있어요. 줌파 라히리의 모든 책이 그 곳에 있고, 『스토너』, 『지평』,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올리브 키터리지』, 『포기의 순간』, 『사랑의 미래』 가 거기에 있어요. 거기에 있는 책들은 침대 머리 맡에 있지 않아도 가끔 자꾸 꺼내서 들여다봐요. 

그런데, 사랑에 미래가 있나요?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어렸을 때는 손에 잡히는대로 책을 다 읽었는데, 그냥 책이 다 좋았어요. 뭐니뭐니해도,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다락방의 꽃들』시리즈를 엄청 좋아했죠. 흠뻑 빠져서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책을 다 찾아 읽으려고 했어요. 다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1학년때였나, 세로쓰기로 읽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었는데, 이것도 꽤 인상깊게 남아있어요. 내용보다는 세로쓰기 였다는 점에서요..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글쎄요...음...책장에 있는 책들은 늘 제가 언급하던 책들이라 놀랄 일이 없을 것 같고, 전자책 중에는 놀랄만한 게 있겠네요. 한 번 리뷰를 썼던 책이라 어쩌면 놀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펠리시아 조폴'의 『섹스 매뉴얼』이에요. 섹스를 배우고 싶다는 말에 친구가 선물해줬죠. 좋은 친구에요....

역시 인간은 사회적동물 인가봐요... 친구를 잘 사귀어두면 이렇게 도움을 받아요! -0-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저는 사실 작가를 만나고 싶진 않아요. 저 만날 시간에 자신의 생활을 흠뻑 즐기고 또 즐겨서 좋은 책을 더 써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코맥 매카시, 무라카미 하루키, 줌파 라히리,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이승우..아 정말 많은 작가를 좋아하지만, 안만나도 돼요. 저는 언제나 충실한 독자일테니, 그들은 계속 책을 써주길 바랍니다. 자신의 자리에서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 조정래의 『아리랑』이요. 이걸 읽어야 될것 같은데 아직 못읽었어요. 이번 해에는 도전하자 싶어서 1권을 장바구니에 넣어뒀습니다. 이번 해 안에 다 읽는 게 목표에요. 잘 될진 모르지만.....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 하하하, 네 몇 권 되지요. 이건... 앞으로는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강신주는 못 끝낼거에요. 팔아버렸거든요..절반 이상 읽었는데....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 아 이것은 너무나 어려운 질문...생각이 많이 필요한 질문이네요. 일단 읽은 책들 중에서 두 권을 가져가야겠어요. 그리고는 읽지 않은 책들 중에서 한 권을 가져갈래요. 다섯 권쯤으로 해주지...
















만약 다섯권으로 늘려주신다면, 이 두 권을 추가할게요.

















그렇지만 무인도에 가고 싶지 않아요........ 무인도에 술이 있을까요? 전 남자는 없어도 되는데 술은 있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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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6-04-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잼있숑!

그래서 [섹스메뉴얼]은 추천도서입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4-22 16:08   좋아요 0 | URL
노!!!

섹스는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닙디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건조기후 2016-04-22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 추가하신 두 권은 저도 무인도같은 곳에나 가야 완독할 수 있을 듯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4-22 16:2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는 율리시스도 그렇고 완독하려면 저 책들은 무인도에나 가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6-04-22 16:23   좋아요 0 | URL
저두요~~~~~~
아니면 폭설로 고립되거나, 아니면 장마철... 앗! 장마철에는 안 되겠네요.ㅎㅎ

왼쪽 책은 집에 있는대요. 쩝쩝....

다락방 2016-04-22 16:25   좋아요 0 | URL
서는 율리시스는 확실히 팔았고, 서양미술사를 팔았나 안팔았나 모르겠어요. ㅋㅋㅋㅋ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아직 사지도 못했고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궁금한데..읽을 엄두가 안나요. 아하하핫

단발머리 2016-04-22 16:32   좋아요 0 | URL
저는 <율리시스>는 확실히 안 샀고, 저는 안 살거예요. 자신이 없어요. ㅎㅎㅎ

<서양미술사>는...
빨간책방에서 이동진이 그러더라구요. 심은하씨가 촬영장에서 항상 읽던 책이라구요.
전 서양미술사는 읽을 거예요. 심은하씨가 만만해서가 아니구요.ㅎㅎㅎㅎㅎㅎ
곰브리치의 다른 책 읽었는데 아주 재미있었거든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아.... 그 사람의 다른 책 읽을까 하고 있어요.
한 권은 읽으려고요. 예의상^^

건조기후 2016-04-22 16:33   좋아요 1 | URL
저두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정말 읽고 싶은데 페이지 압박때문에 주문을 계속 미루네요. 대체 본성이 선하다는 걸 저렇게 두껍게 설명해야 할 정도면 우리 본성에 선한 천사는 없는 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6-04-22 16:40   좋아요 0 | URL
저는 가격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어요. 너무 두껍고 너무 비싸요.

천사는 찾게 되시면 연락바래요~~
저도 할 말이 있거든요.ㅎㅎㅎㅎ

다락방 2016-04-25 09:05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아침에 책장 보니까 [서양미술사] 있더라고요. ㅎㅎ 안팔았어요. 만세! (마치 무인도에 곧 갈것처럼 이런다 ㅎㅎㅎㅎ)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저도 사실 가격의 압박이...그것보다 분량의 압박도 크긴하지만..아니 이런거저런거 다 떠나서 내용의 압박....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거요. 내가 읽고 소화해낼 능력이 될까?????


단발머리님께는 `나윤선`의 <천사>를 추천해드립니다.

`한가지 부탁 해도 될까요?
시간을 잠시 멈춰주시면
제가 오늘 좀 늦었거든요
초면에 죄송해요 뚜뚜뚜~`

라고 천사에게 부탁하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입니다. 좋은 노래입니다. 아주 좋은 노래에요. 하아- 여러가지 사연이 있는.. 노래인 것입니다. 인생...

몬스터 2016-04-22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 섹스 매뉴얼이라 , 글 잼나요

다락방 2016-04-25 09:06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그렇지요? 섹스 매뉴얼보다 제 글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ㅎㅎㅎ

heima 2016-04-2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미래 궁금하네요 다락방님의 top 3 중 하나라니~~~ ^^

다락방 2016-04-25 09:07   좋아요 0 | URL
헤이마님, 안녕?
:)

[사랑의 미래]는 사실 내용적으로는 탑3에 못들어요. 탑3이 뭐에요, 탑 30에도 못들어요. ㅎㅎㅎㅎㅎ 300은 될까몰라. 그렇지만 그 책이 품고 있는 제 개인적인 사연 때문에 가져갈만한 책이 되는 거에요. 책 쓰다듬으면서 떠올릴 것들이 많을 것 같아서요. 어떤 사람들은 추억을 먹고 사는데, 저는 대표적으로 그런 케이스거든요. 그래서 미처 읽지 못한 두꺼운 책을 한 권, 정말 좋아하는 소설을 한 권, 그리고 추억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책을 한 권... 이렇게 선택하게 된거랍니다. 하핫 ;;

2016-04-25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5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걀부인 2016-04-23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정래의 <아리랑>은 아주 쉽게 읽으실수 있어요. 팁은, 3권부터 아주아주 야합니까..얼렁 3권까지만 가시면 야한 장면들을 바로 끝나는 지점에서 아리랑의 제맛들이 시작되니까...저도 대학때 선배의 이 말에 낚여서 완독하고 말았어요 ㅋㅋ

다락방 2016-04-25 09:08   좋아요 0 | URL
오... 그렇다면 다음번 지름에서는 아리랑을 기필코 넣어서 쭉쭉 진도 뽑아야겠네요. 야하다..야하다...아아, 저를 낚에 너무나 충분한 추천사인 것입니다. 꺅 >.<

마태우스 2016-04-27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작명이유가 혹시 저 책과 관계가 있나요? 암튼 책을 사랑하는 분의 이야기는 언제든 흥미롭습니다. 요즘 점점 그런 분이 희귀종이 돼가는 느낌...ㅠ

다락방 2016-04-27 13:58   좋아요 0 | URL
네네 맞아요. 중학교때 저 책 읽고 완전 인상이 강해서 제 닉네임이 다락방 이 된 것이랍니다. 헤헷.
저희 회사만 해도 책 읽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알라딘에만 오면 책 읽고 또 많이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해서 너무 좋아요. 아 마태우스님! [인물과 사상] 4월호 읽었거든요. 다는 안읽었지만 어쨌든 마태우스님의 리뷰,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
 

며칠전에 읽은 '필립 로스'의 『유령 퇴장』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젊은 시절 4년을 살고(상대는 이미 나이들어 있었다), 그 후의 오십년간을 그 4년의 기억으로 버텨온 여자가 나온다. 영화 『루시아』에서 남자는, 어느날 우연히 바닷물속에서 섹스한 이름 모를 여자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새로운 여자가 생겨도 그랬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 애인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 이름 모를 남자와의 격렬한 물속의 섹스가 잊혀지지 않았고 그 날 밤으로 인해 임신도 해서 아이도 낳았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여자와 남자는 기차안에서 우연히 만나 꼬박 하루를 함께 지낸다. 함께 걸어다니고 이야기하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싹트게 되지만, 그들은 연락처를 주고 받지 않는다. 4년은, 하루에 비해 길긴하지만 어쨌든 이 모든 이야기들에서는 '단 한 번의 만남'이 아주 강렬한 영향을 미치고, 그 기억 혹은 그 상대를 도무지 지워낼 수 없다는 공통점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찾으려고만 하면 내가 예로 든 것 보다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다. 예전 이승환 노래중에 '남잔 첫사랑을 잊지 못한대~' 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있었는데, 그건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고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첫사랑이어서 잊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잊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그건 첫사랑일 수도 있고 열일곱번째 사랑일 수도 있다. 그건 남자도 그렇고 여자도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그 누군가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가진채로, 그러나 저기 저 배꼽 밑으로 꼭꼭 숨긴 채로, 그렇게, 그런 일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연애도 하고 이별도 하고 또 결혼도 하고.... 그러면서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가슴에 품었다면, 언젠가는 그게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되는 것 같다. 영화 『루시아』에서 남자는 여자를 찾아가게 되고 비포 시리즈는 안봤지만 그들도 뭐 어떻게든 만나게 되지 않던가. 영화 『세렌디피티』도 마찬가지. 결혼한 상대가 있었음에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서로를 찾기 위해 험난한 시간들을 보낸다. 이건 곁에 있는 사람한테 너무 상처가 되니, 누군가를 가슴에 품었다면, 그 가슴에 품은 사람과 결국은 함께하게 되는 것이 서로를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최선인 것 같다. 뭐, 사람일이 그렇게 내 생각대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아, 이런 얘기를 왜 했냐면, 최근에 읽는 책 역시 그런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루카는 6년전에 혼자 타이베이로 여행을 갔다가 단 하루, 남자대학생을 만나 안내를 받고 그 남자로부터 강한 기억을 받는다. 자신이 사는 나라 일본으로 돌아와 그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남자가 준 전화번호를 잃어버려서 연락할 수가 없다. 시간은 흘렀고 그녀는 직장을 다니고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그런데 회사 업무상 타이베이로 발령받게 되고, 그렇게 6년만에 타이베이로 다시 날아가게 된 것이다. 타이베이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나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의 영어이름이 '에릭'이라던 그 남자를 만날 수가 없고, 가끔, 그 남자일지도 모르는 남자가 찍힌 신문기사의 사진을 오려낸 것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8년만에 그 남자의 소식을 직장 동료로부터 듣게되는데, 그가 일본에 있다는 것이다!!!!!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에릭 역시 그녀를 잊지 못했고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러던 중 고베지진이 발생해서 걱정되는 마음에 무작정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다는 거다. 맙소사.....그렇다면 지금 그가 일본에 가 있는 까닭도, 어떻게든 우연히 그녀를 만나길 원하기 때문일까? 그 오래전의 단 하루의 만남, 그것이 하루카를 타이베이로 오게 하고 에릭을 일본으로 가게한 것일까?



아직 8년차 밖에 읽지 못했고 앞으로도 몇 년의 이야기다 더 남아있다. 나는 아직 책의 절반도 읽지 않았다. 그러니 8년차에 만나는지, 아니면 9년차, 10년차에 만나게 되는지, 만나긴 만나는지 알 수가 없다. 책 자체의 문체라든가 분위기 같은 건 내 취향이 아닌데,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롭다. 만나라, 만나라, 만나라... 나는 자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가슴 속에 품은 사람은, 만나야해! 왜, 일전에 가네시로 가즈키도 자신의 단편소설 <연애소설>에서 그랬잖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으면 안된다고!! 


만.나.라.

만.나.라.



만.나.라. 라고 쓰는 순간 쟌다라 생각이 나는군.....쟌다라...

















돈을 벌어야 된다. 돈을 벌어야 돼. 저렇게 가슴 속에 누군가를 품고 있는데, 그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은데, 근데 그 사람이 비행기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비행기 값을 벌어야 되잖아......게다가 간다고 만날지 못만날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잠잘 곳이 필요하고, 먹을 것도 사 먹어야 하고.... 역시 돈이 필요하다. 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데 돈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 일단 그 사람을 만나면 비행기값 갚을게요, 만나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비행기값을 먼저 내게 하진 말아요....라고 하면 비행기를 안태워주겠지. 


내 머릿속엔 뭐가 들었을까?

갑자기 글 쓰다가 궁금해졌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직 에릭의 이야기가 나오질 않았다. 왜 일본에 갔는지, 결혼은 했는지 어땠는지... 하루카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아 졸 좋아!'의 느낌이 아니다. 이건..이럴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가슴 속에 누군가를 품은 채로 다른 사람을 좋아하거나 사귈 수는 있지만, 가슴 속에 누군가를 품은 채로 '아 졸 좋아 영혼이 찢겨나갈 것 같아' 하게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만약 누군가를 만났는데 진짜 너무 좋아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면, 가슴 속에 품은 누군가가 지워지게 된다. 사람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게 가능할 수 있지만, 그 사랑의 강도가 똑같기는 힘든 것 같다. 어느 한쪽에는 좀 애정이 덜간달까.. 어쨌든, 에릭은 일본에 가있고 하루카는 타이베이에 와있다. 각자의 나라에 있을 때도 만나지 못했는데 지금은 서로의 나라에 가있어서 만나지 못했다. 이들이 만난다면,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펼쳐갈까? 



"고작 하루 타이베이에서 함께 지냈을 뿐이잖아. 그 후로 한 번도 못 만났어. 그런데도 왠지 서로에게 마음이 남았고 한쪽은 타이완에서 일본으로, 다른 한쪽은 일본에서 타이완으로 와서 일하잖아." (p.161)


회사 때려치고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러 밖으로 나갈까, 하다가, 비행기값... 같은 거 모아두려면 돈은 벌어야 되고....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남의 연애 얘기에 내 돈벌이를 버릴 생각을 하지 말자, 라고 다시 결심을 굳히게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사주를 본다면 나의 4월엔 '립스틱운'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며칠 전 밤에 혼자서 술을 마시다가 취해서 티븨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는데, 오, 견미리가 화장품 홈쇼핑을 하고 있다. 그런데 피부가 완전 물광..이야.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 저건 사야해! 하고 질러버렸다. 하나는 엄마 쓰라고 줘야지, 생각하면서. 다음날 점심 시간때쯤, 아아, 지금 쓰고 있는 팩트가 있는데........아직 많이 남았는데...........이건 과소비야 싶어서 전화를 걸어 주문을 취소하겠다고 했더니 이미 출고작업이 되었다며 반품을 하라는 거다. 음... 그냥 쓸게요, 했다. 그래서 어제 그 박스가 도착했는데, 사은품으로 주는 립스틱이 들어 있었다. 홈쇼핑 광고 할 때부터 립스틱 3종중에 색깔은 랜덤발송이라 했던 터라, 으으, 두근두근, 무슨 색깔일까, 궁금했더랬다. 그랬는데.... 하아-



오렌지... 가 왔다. 오렌지.... 오렌지.....


내가 살면서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는 색이며, 앞으로도 살 일이 없을거라 생각되는 색이며, 발라볼 욕망을 1도 느껴본 적이 없는 색인데....오렌지...........오렌지라니.............토마토 색깔 같은 거 올것이지...............

그렇게 실망을 했지만, 특유의 긍정적 성격이 발현된다. 부르르, 긍정적 생각이 나를 싸고돌며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어차피 내가 내 돈주고 살 생각이 아니니 발라볼 일 없는 거였잖아, 그렇다면 이렇게 공짜로 주어졌을 때 발라보면 되잖아? 라고. 부르르.....내 온 몸을 싸고도는 긍정적 기운......



색깔은 오렌지와 다홍이 섞인 빛인데, 으음, 자, 한 번 발라보자!! 그렇게 나는 발라본 것이다.


사실 발색샷 찍으면서 그냥 아이폰 카메라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wondercam 어플로 찍으니 이 어플이 자체 뽀샵을 해주는데 피부를 물광으로 만들어주고 눈동자 크게 만들어주고 잡티 다 없애주고 얼굴 턱선 깎아주기 때문에, 댓글들에서 피부 좋다..는 말이 자꾸 나오고...그것은 나의 양심에 너무 거리끼는 것이었다. 아아, 아닌데... 저건... 내 얼굴이 아닌데... 싶어서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폰으로 찍었는데...하아- 도저히 못봐주겠는 거다. 삭제삭제. 다시 그냥 어플로..... 그렇게 찍은 발색샷!




색이 얌전하고 실제로 보면 저거보다 약간 찐하다. 발라보니 내 생각과 달리 너무나 잘 어울리고 편한 거다. 회사 동료1도 보고는 '너무나 잘어울린다'며 호들갑 떨었고, 다른 부서의 동료2는 나를 보자마자 립스틱 색이 너무 예뻐요~ 한다. 아...나는 어떤 색을 사도 상관없겠다. 뭘 발라도 다 잘어울려!! 그래서 동료에게 말했다. 난 왜 다 잘어울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아무 색이나 바르기만 하면 다 어울려, 다!!!!!!!!!!!!




최근에 헤어진 애인은 나보다 나이가 어렸다. 뭐, 그 전에 헤어진 애인도 나보다 어렸지만.. 음.. 나에겐 연하의 남자를 유혹하는 치명적인 매력같은 게 있나? 어쨌든 이 애인은 나보다 어린데 심지어 동안이라서, 간혹 이십대로 오해받기도 하더라. 나는 동안도 아닌데다 그보다 나이도 많았던 터라, 뭐랄까, 좀 신경 쓰였더랬다. 지금이라도 좀 관리를 해줘야 되지 않을까... 나이 많은 게 티나더라도 이모뻘로 보일순 없지 않나, 싶어서, 생애 처음으로 아이크림을 샀었다. 고가의 아이크림.... 그간 아이크림을 발라온 적이 없었고, 선물 받거나 샘플을 받게 되면 죄다 엄마를 줬더랬다. 아이크림은 나와는 아주 상관없는 아이템 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젊은 남자를 만나(응?) 처음으로!! 눈가 관리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백화점에 가, 고가의 아이크림을 질러버렸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왕 사는 거, 나이 들어 시작하는거니 좋은 걸로 사자!! 


해서 사서 쓰고 있었는데, 이 아이크림을 이제 다썼다.




펌핑해도 더이상 나오지 않는 아이크림을 손에 쥐고 여러가지로 생각이 복잡해졌다. 이거 비싼데...다시 사야하나......라고 생각하다가, 이제 그만두자, 했다. 부질없어..아이크림 쓴다고 갑자기 내가 동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이거 발랐다고 눈가가 환해지거나 한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리고 이제 연하의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걍 말자. 그 돈으로 스테이크나 사먹자. 인생......



오늘은 동료직원과 오후에 간식으로 할라피뇨와퍼를 먹기로 약속했다.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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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6-04-2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크림 사세요. 스테이크도 드시고.
인생 별거 없음. ㅎ

버거킹 할라피뇨와퍼 맛있어요.

다락방 2016-04-22 11:14   좋아요 0 | URL
아....아이크림...살까요? ㅎㅎㅎㅎㅎ
스테이크도 먹고....

하아. 좋은데, 참 좋은데.... 다 카드빚이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blanca 2016-04-2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ㅋㅋ 귀여워요. 그리고 나 요새 드는 생각이 갑작 꼭 동안이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갑작 들었어요. 그냥 그 나잇대의 아름다움이 있는 듯. 그래도 흑... 요새 다크 서클 보면 한숨 나옵니다.

다락방 2016-04-22 11:13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님. 저도 동안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나친 동안 보면 저는 좀 별로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나잇대의 아름다움을 저도 선호해요. 그렇지만..제 다크가 너무 심해요 ㅠㅠ 그래서 아이크림을 사기로 마음먹고 써본건데...이 다크서클이 아이크림으로는 전혀 나아지질 않네요? ㅠㅠ 결국 수술이 답인가..싶었는데 수술도 하기 싫고요. 하아... 저는 동안이 되고싶다는 희망은 1도 없는데, 다크서클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ㅜㅜ

건조기후 2016-04-2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첫사랑이어서 잊지 못 하는 게 아니라 잊지 못 하는 누군가를 첫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거 굳이 구분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순서상 처음 사귄 사람이냐 자기가 처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냐... 바보같더라고요. ㅡㅡ 당연히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 사랑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도 가볍게 사귀는 거까지 뭐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또 뭐 꼭 그렇게 여러 사람 앞에서 짚고 넘어갈만큼 자랑거리도 아닌데 어찌나 뻐기는 표정인지... 음 근데 왜 여기서 흥분 ;;; ㅎㅎㅎㅎㅎ

아이크림은 화장품 중에서 양도 제일 적으면서 비싸기는 또 엄청... 효과는 있었어요? 나는 아이크림 발라서 효과 본 적이 없어요. 생각해보면 그렇게 꾸준히 발랐던 적도 없긴 하지만 ㅋㅋㅋㅋㅋ 나이 먹는 거 숫자 자체는 별로 상관이 없었는데 나이 먹는 내 모습을 내 눈으로 보는 건 가끔 슬퍼요. 그러다 또 별 생각없이 살지만 한 번씩 깜짝, 놀라요. 세상에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거예요... 나는 아직 내가 어른같지도 않은데... ㅜ

다락방 2016-04-22 13:18   좋아요 0 | URL
많이 사귄 게 자랑인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죠. 특히 남자들이 그런 게 심한데, 여자 많이 사귀어본게 자랑인 줄 알아요. 제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하나가 자기는 스물아홉명을 사귀어 봤다고 말했었대요. 얼마나 못났으면 그렇게 자꾸 여자들과 헤어졌겠어요. 교제를 어떻게 하는건지 원... 그걸 왜 자랑처럼 떠벌릴까요. 많은 여자들과 자봤다는 게 자랑일까요? 그러면 누가 아이쿠 부럽다 잘했다 라고 할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음..어쩌면 그걸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똑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에요.


아이크림은 저도 효과를 1도 못본 것 같아요. 아이크림이란게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지금 꾸준히 발라두면 노년에 확실히 다른거다, 라고 하는데...그건 그냥 팔아먹기 위한 말이 아닌지... 앞으로를 위해 지금부터 발라줘야 하는 게 맞는건지....다 부질없는 짓인건지..... 모르겠네요. 저는 나이 먹는 걸 실감하게 될 때 슬퍼요. 얼마전에 페이퍼에도 언급했듯이 피부가 건조해지고 머리카락이 힘이 없어지고 생리 일수가 짧아지고..이러니까 별 생각 없이 살려다가도 `아 늙어가네` 싶더라고요. 게다가 요즘엔 취침 시간도 점점 더 빨라져요. 예전엔 새벽 두세시까지는 안잤었는데 이젠 열한시도 되기전에 잠들어버려요. 아아,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요. 노화는 막을 수가 없어요 ㅜㅜ

건조기후 2016-04-22 13:34   좋아요 0 | URL
하... 아이크림 그렇게 오랫동안 바르느니 그냥 피부과 가서 시술 한 번 받는 게 낫겠어요. 근데 피부과도 또 다니려면 꾸준히 다녀야하고... 뭐가 이렇게 사는 게 힘든가요 ㅋㅋㅋㅋㅋ ㅜㅜ

저도 이제 12시만 넘어가도 눈이 뻑뻑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며칠 전엔 페이퍼 쓰는데 도저히 잠이 와서 쓰고 싶은 말을 다 못 쓰고 잤어요. 막 쓰면서도 아 이건 길어질 거 같으니 빼야겠다 이러고 ㅋㅋㅋㅋㅋ 내 참 그런 내 자신이 얼마나 웃프던지.

저도 이제 밤 한 번 새면 속 쓰리고 어지럽고 ㅎㅎㅎ ㅜ 우리 건강 잘 챙깁시다 다락방님. 영양제같은 것도 꼭꼭 드시고요. 막을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고 했어요! ㅜㅜ

다락방 2016-04-22 13:40   좋아요 0 | URL
저는 심지어 영양제도 안먹어요. 저는 대신에 밥 잘먹고 고기 잘먹고 야채 잘먹고 술도 잘마시니(응?) 잘 먹고 살고 있으니 괜찮을거다, 라고 생각하며 영양제를 먹고 있진 않은데... 이러다가 또 갑자기 영양제가 필요할 나이다, 라고 생각되어져서 먹게 될 수도 있겠지요.

시술이든 수술이든 가급적 안받고 살고 싶어요, 저는. 특히나 그게 더 젊어 보이기 위한 것이라면 말이지요. 그냥 늙고말지....라고 생각해서 지금 너무 늙어있나.....음.... ㅎㅎㅎㅎㅎ

저는 밤은 샐 생각도 안하고요 무조건 일찍 집에가서 일찍 자고 싶다 이런 생각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예전엔 잠을 안자고 싶었었는데 이제는 막 자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건조기후님, 우리 건강 잘 챙깁시다. 잘 챙겨서 서재에서도 오래오래 친구하고 지냅시다. 서로의 글 읽고 또 격려하고 그러면서오. 우리 오래오래 함께해요! ♡

아무개 2016-04-2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킨푸드의 아이크림을 몇년전에 잠시 사용했었는데
바르자마자 효과가 있었던거 같은데요.
근데 귀찮아서 안쓰는.....

버거킹 할라피뇨 와퍼
먹고싶다.
먹고싶다.
먹고싶다.
하지만
꾹 참고 낼 삼겹살 먹어야겠음요.

다락방 2016-04-22 13: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먹고싶은 거 안 참고 순간순간 다 먹으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

레와 2016-04-22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렌지색 립스틱 바른 다락방 입술 이쁘요!! +_+


인생.
요즘 걱정이 많아요. 걱정&생각만하다가 인생 종칠거같아. 쓰고보니 이것도 걱정이네..

다락방 2016-04-25 09:27   좋아요 2 | URL
난 요즘 인생에 낙이 없어요. 살아갈만한 즐거움을 찾아보려고 애쓰는데 뭐 하나 떠오르는 게 없어요. 걱정은 없는데 즐거움이 없어요. 하아-

오렌지색 바른 입술 저도 마음에 들어요! ㅎㅎ

감은빛 2016-04-22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글 읽으면서 저에게는 누가 남아있나 잠시 생각했어요.
너무 많이 남아서...... 는 농담이구. ^^

저 역시 단 하루 만났던 여성이 떠오르네요.
공통의 관심사가 많았던, 생각보다 대화가 무척 재밌어서,
낮부터 밤 늦게까지 순천과 여수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던,
늦은 시간 돌산대교를 내려다보며 함께 보냈던 시간은 잊혀지지 않네요.

다락방 2016-04-25 09:2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뭐니뭐니해도 영혼을 꽉 채워주는 사람을 잊기 힘든 것 같다고요. 그리고 그런 사람을 잃으면 역시 영혼이 공허해지는 것 같아요. 섹스는 없이 살 수 있는데 대화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그런점에서 대화가 무척 재미있었다면, 그 상대가 아주아주 오래 남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아요, 감은빛님. 조만간 이야기 많이 나눕시다!

Forgettable. 2016-04-22 1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그 사람을 만나면 비행기값 갚을게요, 만나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비행기값을 먼저 내게 하진 말아요....
이거 누구한테 하는 말입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 돈 ㅠㅠ 돈을 벌어야 해요 진짜 ㅠ

다락방 2016-04-25 09:28   좋아요 2 | URL
음.. 그러니까... 승무원?????????????? 한테 하는 말인가????????????????? 나도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쓰다말고 내 머릿속엔 뭐가 있나..하는 궁금증이 일었던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월 2016-04-27 1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못 만나는 이야기가 아마 이영훈 작곡, 이문세가 부른 노래겠죠. 그렇게 못 잊는 사람을 다시 못 만나고 다른 사람과 살면서 놓은 듯 놓지 않은 듯 그렇게 사는 이야기요.

다락방 2016-04-25 09:30   좋아요 1 | URL
아, 그런 노래가 있나요? 사실 사람들이 사는 건 대부분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간절히 원하는 상대와 함께하는 게 어느모로 보나 맞겠지만, 사람의 사정이라는 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니까요....

인생은..정말 뭘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