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는 45년간을 부부로 살았다. 서로에게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다. 남편이 찾는 사전이 창고의 어디쯤에 있는지 아내가 알고 아내가 오전에는 늘 개를 데리고 산책한다는 것을 남편이 안다. 서로가 서로의 사소한 습관을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이들의 일상은 견고하다. 둘이 마주앉는 일이 그리고 이야기나누는 일이 나란히 눕는 일이 이들에겐 너무나 익숙하다. 이런 부부가 결혼45주년 기념 파티를 앞두고 있는데, 파티가 열리기 일주일 전, 남편 앞으로 편지가 도착한다. 편지에는, 남편이 결혼 전 사랑했던 여인의 시체를 찾았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남편은 편지를 읽고 과거로 빠져든다. 과거의 여인과 함께 산에 올랐던 일, 그곳에서 그녀를 잃게된 일 같은 것들을. 그리고 지금 이렇게 거동이 편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위스의 어느 곳, 그녀가 묻혀있는 곳을 가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하지만, 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 아내와 나란히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혼자 일어나 과거의 여인의 사진을 찾아 다락을 뒤진다. 과거로 돌아간 그는 자꾸만 과거의 그녀 얘기를 꺼내고, 잘 들어주고 위로해주려던 아내는 어느 순간 서운하다가 화가 난다. 이제 더이상 그 이름을 내 앞에서 꺼내지 말라고 말한다. 그들의 견고한 일상은 흔들리고 말았다.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과거의 연인 얘기를 듣다가 묻는다. 만약 그때, 둘다 그 산에서 살아돌아왔다면, 당신은 그녀랑 결혼했을까? 남편은 그렇다고 답한다. 아마 그녀와 결혼했을 거라고.







하아...45년을 함께 쌓아온 단단한 일상인데 그보다 오래전의 존재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서는 이 견고한 일상을 흔든다. 이 일은 아내에게 큰 상처가 된다. 45년이면, 너무나 길잖아. 정말 길잖아. 결혼 45주년 파티는 하루 이틀 앞으로 다가오는데, 파티에 쓰일 곡들을 고르는 것도 아내의 몫이고, 아내는 이제나저제나 남편이 평상시로 돌아와주길 바라지만, 설사 그렇다해도 아내가 받은 상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파티때는 아내를 만나서 다행이라 말하고 아내를 사랑한다 말하고 그래서 아내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남편이지만,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편하지도, 안정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당연한듯, 《올리브 키터리지》가 생각난다. 오래전 바람피웠던 남편에게 '당신 아직도 그녀 생각해?' 묻던 아내가. 그리고 우리의 심장에게 더이상 이런 일을 시키지 말라고 말하던 아내가.


"말해요." 몹시 침착했다. 그녀는 한숨마저 내쉬었다. "제발, 얘기해줘요." 제인이 말했다.

어두운 차 안에서 가빠진 그의 숨소리가 귀에 들렸다. 그녀의 숨결도 거칠어졌다. 제인은 말하고 싶었다. 이런 일을 겪기엔 우리 심장이 너무 늙었다고. 이런 일을 계속 우리 심장한테 시키면 안 돼. 당신 심장이 이런 일을 견뎌낼 거라고 기대하지는 마. (p.246)


"그 여자 죽었어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죽었다면 스콧이나 메리한테 소식을 들었겠지. 그러니 안 죽은 모양이야. 하지만 소식은 전혀 몰라."  

"당신 가끔 그 여자, 생각해요?" (p.247) 



그가 대답하지 않자, 장이 뒤틀리는 듯하더니 속에서 해묵은 한 자락 고통이 진저리를 쳤다. 그것은, 그 특정하고 친숙한 고통은 제인을 얼마나 피로하게 했던가. 찐득한, 더러워진 은빛 액체가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더니, 이내 퍼져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크리스마스 전구들도, 가로등도, 갓 내린 눈도. 모든 것의 사랑스러움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p.245)
















나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 나와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옆에 눕던 사람, 서로의 작은 습관들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던 사람, 거실이나 부엌이나 욕실에서 부딪히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사람. 그 사람에게 잠깐 누군가 찾아들고, 그 누군가 찾아들었던 일 때문에 나와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면, 나는, 그걸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설사 그가 '잠깐동안'이었다 하더라도, 그 잠깐동안이 우리의 함께한 일상을 파괴했다면, 내가 그걸 지우고 사는 게 가능할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는 게, 그게 가능할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지 않을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지내자, 라고 백 번 다짐해도,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슬프다.


아니, 그런데, 이 대단히 훌륭한 책인 《올리브 키터리지》를 써낸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른 장편 소설이 지난주에 번역되어 나왔다!!!!!!!!!!!!!!!!!!!!!!!!!!! 꺅 >< 

내가 진짜 얼마나 기다렸는데!!!!!!!!!!!!!!!!!!



















내가 진짜 나오자마자 너무 좋아서 당장 사겠어! 하고 장바구니를 비우려다가, 생각해봤다. 지금 당장 읽고 싶긴 하지만.. 안읽은 책 너무 많지 않아? 좀 참아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지금 여행경비도 모아야 하는데...책 사는 데 쓰는 돈을 좀 아껴야하지 않겠어? 사두고 안읽은 책만으로도 2년은 읽을 수 있겠는데..... 하루키의 신간인 라오스 책도.... 다음에 사도 되는거잖아? 응?

















나의 계정에는 중고로 책을 팔아 입금된 돈 12,600원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 둘 중에 한 권을 사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돈을, 환급 신청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서 여행경비하자...하고. 인생.......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하루키... 우리 조금 있다가 만나요. 그렇지만 꼭 만날 거에요. 




4월달에, 친구들과 함께 모여 술마시고 있는데 남동생으로부터 갑자기 뜬금없는 문자메세지가 왔었다.


<갑자기 스토너가 참 대단한 소설이란 걸 느낀다. 가슴 울림이 있어.>



아니, 얘는 갑자기 왜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날 너 갑자기 왜그랬냐 물어보니, 소설중 캐서린이 스토너 앞으로 자신이 쓴 책을 보내는데 헌사가 쓰여진 게 생각났단다. 그 장면이 너무 좋았고 짠했단다. 그게 생각나니 이 소설 진짜 좋구나 싶었다고.

나보다 먼저 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밤에》를 읽던 남동생이 '쥐 좀 안나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내가 읽다보니 무슨 말인 줄 알겠더라. 그래서 나도 남동생에게 '쥐 좀 그만나왔으면 좋겠어' 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남동생은 이렇게 답했다.


<이자식 일부러 이렇게 쓴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은 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군시절 장교식당 취사병으로 있다가 팔뚝만한 쥐랑 눈이 마주쳤던 것부터 시작해서 쥐에 대한 끔찍한 장면들 몇 개가 머릿속에 남아있는데, 스티븐 킹 소설에서 쥐를 만나니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고. 




지난번에도 한강의 소설에 대해 친구들과 수다떨었던 얘기 쓰면서 말했었는데, 같은 책을 읽었던 사람과 책에 대한 수다를 떠는 것은 진짜 즐겁다. 누구와도 가능한 대화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더 좋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건그렇고, 함께 산다는 게, 함께 오래 산다는 게 대체 뭘까, 싶다. 45년을 살아도 한 순간에 저렇게 휘청일 수 있는건데.... 인생.......



당신 가끔 그 여자 생각해요? 라고 물을 수도 없고 대답을 듣기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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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3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3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3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3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16-05-23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들을 맨부커상 페이퍼부문에 추천합니다 ^^

다락방 2016-05-23 16:26   좋아요 0 | URL
어머. 야클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6-05-23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읽은 책 너무 많지 않아? 좀 참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ㅋㅋㅋㅋㅋ 하지만 부자가 아니니까 안 읽은 책 생각도 잠깐이나마 하는 거 보면 부자가 아니라서 다행인걸까요 뭘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6-05-23 16:27   좋아요 0 | URL
아 부자가 아니라서 다행인건가요? 저는 안 읽은 책이 천 권이든 만 권이든 역시나 같은 고민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신간이 계속 나오니까요. 그때마다 휘청휘청, 집에 안 읽은 책이 만 권인데, 어쩌지, 하면서 또 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몬스터 2016-05-2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아서 , 한 챕터가 끝나면 또 다른 챕터가 시작되는거라고. 그저 내 감정에 충실하며 카르페디엠 하는게 어떻까 하네요. 다락방님이 쓰신 책 읽어 보고 파서 자주가는 싸이트에서 eBook을 찾았는데 , 음네요. lol

다락방 2016-05-23 16:28   좋아요 0 | URL
으앗 몬스터님. 제 책이 이북으로는 나오질 않아서요 .. (시무룩)

괜찮으시다면 제가 보내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 수줍게 싸인해서 보내드릴게요. 히힛. 괜찮으시다면 주소 알려주세요. 그러면 제가 우편으로 슝- 보내드릴게요. 해외배송 환영이니까요. 아하하하핫.

2016-05-23 1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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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룩말 2016-05-23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들도 가끔..어쩌면 자주..다락방님을 생각하겠죠? ^^

다락방 2016-05-24 09:54   좋아요 0 | URL
그런 사람들도 있겠죠? 아마도요. 하아-

캐롤 2016-05-24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에이미 읽고 있는데 번역서가 나왔네 하고 보다가 여기 다락방님 공간까지. 저영화도 꼭 보고싶네요.
책도 쓰신 분이시군요!!! 다락방님 책까지 주문합니다^ 기대기대!!!

다락방 2016-05-24 09:55   좋아요 0 | URL
어머! 제 책까지 주문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캐롤님. 저도 예전부터 에이미 읽고 싶었는데 원서는 감히 엄두가 안나서요 ㅠㅠ 번역서가 나와 다행입니다. 저도 읽어볼게요!

무해한모리군 2016-05-2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책수다 떨고 싶다. 스토너에 대해 말하는 남동생 가지고 싶다.... 엄마 왜 난 남동생 안낳아줬어???라고 묻고 싶은 기분좋게 비오는 아침이네요 ㅎㅎㅎㅎㅎ 땡투도 누르고 휙~

다락방 2016-05-24 10:11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부터 평일에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는데 비가 와서 마음이 참 거시기한게...술 생각이 나요. 하아- 안돼, 그만 마셔, 마시지마... 혼자 다짐하는 비오는 아침입니다. ㅎㅎ
저보다 먼저 읽으시겠네요, 모리님!! >.<

2016-05-24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5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4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5-25 08:48   좋아요 0 | URL
넵!

젤리곰 2016-05-3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ㄷㄹㅂ님도 45년 후 보셨군요! (극장에서 곰방 내릴 것 같아서 퇴근하고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보러 갔던...) 영화 보는 내내 할아버지 입을 손으로 막아버리고 싶었어요. 아옷.

다락방 2016-05-30 09: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ㅠㅠ
45년이나 함께 살았는데 그렇게 한순간에 휘청이다니, 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ㅠㅠ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몹시도 서운하고 절망스럽더라고요 ㅠㅠㅠ 싫어... ㅠㅠㅠㅠ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 드넓은 대학 캠퍼스에서 여학생들이 강간을 당하자 대학 측은 모든 여학생에게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말라고, 아니면 아예 나돌아다니지 말라고 일렀다. 건물 안에 있어라. (감금은 호시탐탐 여성을 감싸려고 대기하고 있다.) 그러자 웬 장난꾸러기들이 다른 처방법을 주장하는 포스터를 내붙였다. 해가 진 뒤에는 캠퍼스에서 남자들을 몽땅 몰아내자는 처방이었다. 그것은 똑같이 논리적인 해법이었지만, 남자들은 겨우 한 남자의 폭력 때문에 모든 남자더러 사라지라는, 이동과 참여의 자유를 포기하라는 말을 들은 데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p.111)

















여자들하고만 술을 마실 때는 술집을 고르기가 편하다. 조용할 것,  안주가 맛이 있을 것, 같은 조건 외에 필수적인 게 '화장실이 안에 있을 것'이다. 이건 강남살인 사건이 있기 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나는, 우리는, 무서웠다. 술집 바깥으로 나가서 어두컴컴한 계단을, 혹은 밝은 계단을 올라가고 문을 열고 화장실을 들어가는 것. 그것은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그런 화장실을 갖춘 술집에 가게 되면 '같이가자'고 말하고 서로 기다려주고는 했다. 상대와 나 둘 뿐이라면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에 갔다. 그렇게 화장실이 안에 있는 술집을 찾느라고 우리는 꽤 많은 시간을 밖에서 허비하기도 했다. 그랬다.


내일  술약속이 있고 장소는 내가 편한 데로 가기로 했다. 나는 내가 사는 동네와 내가 일하는 동네의 술집을 검색해서 조용하고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내가 '회사 근처에 조용하게 술 마실 데가 어디 있을까?' 라고 동료 여직원에게 물으니 잠시후에 링크가 왔다. 강남살인 사건이 있기 전이었다. 그 직원은 링크를 보내주며 이렇게 덧붙였다.



여기, 화장실이 안에 있대요.



링크를 읽어보니 글쓴 이는 '화장실이 안에 있어서 좋다'고 써놓았더라. 몇달 전에 쓴 글이었다.



나는 우리 동네에서 괜찮은 술집을 발견하고 전화를 해서 거기는 화장실이 술집 안에 있냐고 묻고 싶었는데 시간이 낮이라 아직 오픈을 안했더라. 그래서 검색해봤다. 술집의 이름과 화장실을 넣고. 그러자 역시나 누군가 포스팅 해놓았더라.



화장실이 안에 있어서 너무 좋아요!


라고..



보노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한결같은 고민을, 항상 하고 있었다고. 그리고 남자들이 혹여 술집 포스팅을 쓴다면 '화장실이 안에 있어서 좋다'는 글을 쓸까? 하게 되는 궁금증도 생겼다. 여성전용화장실, 여성전용주차장, 여성전용휴게소, 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것들이 '왜' 있는건지 전혀 모르는걸까?




어제는 내내, 위에 인용한 레베카 솔닛의 문장이 떠올랐다. 남자들아, 밤에 돌아다니지 마, 밤 늦게까지 싸돌아다니지마..



일부 남자들은 솔직히 "나는 안 그런데" 라고 말하고 싶어서거나 아니면, 현실의  시체나 피해자는 물론이거니와 현실의 범인을 논하는 문제로부터 방관자 남성들의 안락함을 보호하는 문제로 대화의 초점을 돌리기 위해서 그런 반응을 보인다. 한 여성은 격분해서 내게 말했다. "남자들은 대체 뭘 바라는 거예요, 여자를 때리거나 강간하거나 위협하지 않는다고 상으로 과자라도 받고 싶은 거예요?"

여자들은 늘 강간과 살해를 두려워하면서 산다. 때로는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남자들의 안락함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제니 추(Jenny Chiu)라는 여성은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물론 모든 남자가 다 여성 혐오자나 강간범은 아니다. 그러나 요점은 그게 아니다. 요점은 모든 여자는 다 그런 남자를 두려워하면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p.182-183)



위의 인용문에 해당하는 트윗을 오늘 보았다.




(그림: 만화가 박종원)



내가 아무리 '안에 있는' 화장실을 가려고 노력해도 언제나 그럴 수만은 없다. 모든 음식점이 화장실은 안에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도 수없이 바깥에 있는 화장실을 가봤고, 바깥으로 나가서 빌딩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혹은 내려가야 하는 화장실에 가봤다. 그런 나는 정말이지 운좋게도 살아남았다. 살아남았다 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내가 어릴 적 다니던 교회의 목사가 내게 바지를 벗어보라 한 적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는 택시 안에서 '네 젖꼭지 색깔은 무슨 색깔이냐' 라고 묻는 택시 기사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던 적도 있다. 기사가 운전대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무사히 내릴 수 있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만원 버스 안에서 엉덩이에 손을 댄 남자들은 수두룩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려고 나는 내 엉덩이에 내 두 손을 가져다대곤 했다. 지하철 안에서는 한 남자가 내리려는 내게 달려와 내 성기를 꽉 쥔 적도 있다. 그 손을 얼른 쳐냈지만 내리고나서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는 한 아저씨가 내 앞에 떡 서서 내가 가는 방향으로 자꾸만 길을 막았던 적이 있다. 내 친구는 화장실에서 문을 열고 나오자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낯선 남자를 맞닥뜨렸던 적이 있다. 비켜주세요 말해도 비키지 않아 비켜요, 라고 말하고 그를 밀치고 뛰어나왔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 내내 목소리가 떨렸더랬다. 또 한 친구는 나와 지하철에 타 나란히 앉았는데 한 할아버지에게 옷차림을 지적당했다. 기집애가 그렇게 야하게 입고 다니면 어쩌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더라. 우리는 운좋게 살아남았다. 그들 중 누구라도 칼을 들고 있었으면 나와 내 친구가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생각 같아서는 남자들에게 버스도 타지 말고 지하철도 타지 말고 비행기도 타지 말라고 하고 싶다. 길에 걸어가지도 말고 술도 마시지 말라고 하고 싶다. 교회도 다니지 말고 절에도 다니지 말라고 하고 싶다. 학교도 다니지 말고 회사도 다니지 말라고 하고 싶다. 



'마르셀 서루'는 자신의 책 『먼 북쪽』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상해보라. 3만의 도시 인구 중 이제 여자 둘과 태아 하나만 남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지금이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이다. (p.37)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여자만 남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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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9 1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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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9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9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9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몬스터 2016-05-19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를 찾아 봤습니다. 이런 미친 일이 있었군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 평소 의식하면서 살지는 않아도 ( 옳든 그르든 이런 상황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 듯 합니다만 ) 저도 늘 조심하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밤에 혼자 길을 걷는 일은 절대 없고 , 밀폐된 공간 안에 낯선 남자 사람과 둘이 있게 되는 상황은 피할려고 하고 , 잘 알지 못하는 남자 사람이 데이트하자고 해도 믿지 못해서 거절하는 편입니다. 무섭거든요.

말씀하신대로 , 남자사람들은 여자사람을 상대로 이렇게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을 거라 거의 확신합니다. 모든 남자사람들은 여자사람들의 몸을 빌려 태어났는데 , 어째서 세상은 남자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지.. 저도 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 세대는 좀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학습하고 , 교육하고 받고 그래야 변하겠죠.

다락방 2016-05-20 08:35   좋아요 0 | URL
네, 몬스터님. 이런 미친 일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늘 긴장하고 두려워하며 사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 만난 남자사람과 술을 마실 때는 화장실 가기도 꺼려져요. 혹여라도 술에다 약타진 않았나.. 사귀는 남자라면 바싹 긴장하죠. 혹시 이 남자에게 폭력적인 성향이 숨겨져 있진 않은가. 이런 세상을 살고 있어요. 택시 타는 것도 너무나 무섭고요 깜깜한 골목길도 무섭죠. 건물 바깥의 화장실도 무섭고요. 이렇게 무서운 게 많은 게 정상은 아닌 것 같아요. 택시기사도, 골목길도, 화장실도, 남성들에겐 무섭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확실히 이건 문제가 있다 싶어요.

공부를 하기 시작하니 보이는 게 너무 많아지고, 보이는 게 많아지니 더 처참해요.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을까 싶을 정도로 비참합니다. 그래도 알아야 고칠 수 있으니까요. 문제점을 아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계속 공부하고 계속 생각하고 계속 얘기해야 겠어요. 제가 그리고 몬스터님이 그리고 다른 분들이 한 분 두 분 공부해서 얘기하고 하다보면 조금씩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감은빛 2016-05-2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에게 저도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 역시 끔찍합니다.

우리 동네에는 여자 화장실만 실내에 있고, 남자 화장실은 밖에 있는 술집이 몇 곳 있습니다.
술을 마시다보면 밖에 있는 화장실에 가는 일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이게 당연한 일이라 여기고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당연하다고 여긴 막연한 이유보다 더 구체적이고 중요한 이유가 많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깨닫습니다.
이런 술집이 더 많아야 한다고,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고 풀어가는 것이겠지요.
저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다락방 2016-05-23 16:31   좋아요 0 | URL
네 궁극적으로는 화장실이 밖에 있어도, 남녀가 함께 쓰는 화장실이어도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요. 그러나 지금의 현실로는 너무나 먼 일로 느껴져요. SNS상에서 보면 그나마, 여자친구들의 끊임없는 설득으로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는 남자들도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살아온 환경이 있으니 남자들도 훈장질을, 당연한듯한 비하를 고치기가 쉽지 않은것 같아요. 함께 노력하자는 말씀이 힘이 됩니다. 네, 그래요, 함께 노력해봐요, 감은빛님.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싶은 날씨였다. 평소에 맥주를 즐겨 마시지 않고 앞으로도 즐겨 마시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어제는 맥주가 간절했다. 많이도 필요없고 딱 한 잔만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광화문에서 종로3가역까지 걸으면서, 중간에 알라딘 중고서점을 들러 책들을 훑어보면서, 중간중간 혹시라도 맥주를 마실만한 밥집이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싶었고, 밥을 먹으면서 맥주를 한 잔 시켜두고 싶었던 터다. 그러나 역에 다다를때까지도 마땅한 밥집이 보이질 않아, 아아 그냥 집에 가자, 하고는 지하철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김이설의 『오늘처럼 고요히』.


그제부터였나,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의 단편 「미끼」한 편만 읽고 책장을 덮었다. 아, 세다. 그간 읽었던 김이설의 다른 책들보다 세다. 이 센 걸 내처 읽어야 하나 아니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한 편 씩 읽어야 할까... 고민하며 사흘을 이 책을 들고 다니며 읽었다.


집에 돌아와 씻지도 않고 냉장고에 있는 호박을 꺼내 썰고 계란 푼 것에 퐁당 담갔다 꺼내서 호박전을 부쳤다. 그리고는 얼른 냉장고에서 500미리 맥주를 꺼내와 유빅컵에 따랐다. 그리고 티브이 앞에 앉아서 채널을 돌렸다. 가만있자, 이 시간엔 뭐가 하지? 안그래도 트윗의 타임라인이 내내 참담했던 터라 잠깐이나마 다른 걸 보고 싶었는데, 돌리다보니 손석희의 뉴스룸이 하고 있었고, 오랜만에 뉴스를 보자, 했다가, 또다시 참담해졌다. 그리고 지쳤다.



김이설의 책을 읽으면서도 지쳤었다. 남자들이 죄다 하나같이 한심해서. 이건 작가가 부러 의도한 것인지 , 아니면 이야기를 구상하다보니 남자들이 이런 식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마냥 허구만은 아니다. 충분히 있을법한, 있었을, 그런 일들이었으며 그런 삶이었다. 마찬가지로, 그런 남자들은 수두룩했다. 이 한심하고 찌질한 남자들은 도처에 널려있었고, 그런 남자들의 모습을, 여자라면, 가족으로부터 보기도 했을 터다. 아주 많이. 일단 남자인이상 자신의 성적 욕망을 풀어내는 것에 고민도 없고 자신 안에 쌓인 불만이나 분노를 바깥으로 표출하는 것에 있어서 제약도 없다. 가장 큰소리를 내고 가장 센 주먹질을 하는 사람은, 가장 병신같은 사람일 확률이 크다. 집안에서 한 남자가 휘두르는 폭력은 그 안에서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내지만, 그안에서 또다른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폭력은 폭력을 물려준다. 혐오는 혐오를 물려준다.



여자를 힘들게 만드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여자를 죽이는 남자가 나오는 뉴스를 접하니, 하아, 멘탈이 찢어질 것 같았다. 급격하게 지쳤다. 둘중 어느 하나만 접했어도 지쳤을텐데 둘다 한꺼번에 접하노라니 영혼이 너덜너덜해지더라.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은 데 사방이 막혀버린 것 같았달까. 책을 읽다가 티브이로 도망갈 수도, 티브이를 보다가 책으로 도망갈 수도 없었다.



나는 김이설이 소설에서 써낸 내용들이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읽으면서 내내, 아, 공부 많이 했구나, 공부 많이 해서 정말 '열심히' 써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공부 많이 해서 열심히, 김이설은 더럽고 아프고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냈다. 그런 소설을 읽다가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봤을 때, 거기에 희망이 있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거기에도 역시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지금 이 시기에 좋지 않아, 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다보니 '그렇다면 이 책을 읽기에 적절한 때가 올까?'라는 생각도 들더라. 



트윗의 타임라인을 보면 똑똑한 사람들이 아주 많아서 나는 희망을 갖는다. 똑똑하기만한 게 아니라, 연대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위로하고 기운을 주고 방법을 제시하는 그 모든 사람들이,


여자였다.


불쑥불쑥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은데, 그건, 현실이 아파서이기도 하고, 이렇듯 목소리를 내는 여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감사해서이기도 하다. 이것은 안된다, 옳지 않다, 고 말하는 목소리들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옳지 않다는 걸 알리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문득, 김이설의 소설 『환영』의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정확한 워딩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시작이었다' 였던가. 




다시 시작이었다.





"아버지 때문에 식구들이 모두 만신창이가 된 게 안 보여요?" (한파 특보, p.170)

"사람들이 나더러 다 아버지 닮았대요."
아버지가 뒷걸음질쳤다. 나는 천천히 아버지를 따라갔다. 그리고 아버지를 때리기 시작했다. 내 다리를 못 쓰게 만든 아버지의 팔을 분지르고 싶었다. 지치도록 아버지를 짓이기고 나서야, 나는 허리를 폈다. (미끼, p.45)

"야, 너도 밥 같은 건 이제 네 손으로도 해 먹을 줄 알아야지! 귀하게 컸다고 언제까지 받기만 하냐. 아비가 됐으면 식구부터 챙기고. 어떻게 너 혼자 오냐. 너도 참 모질다." (비밀들,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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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05-1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 소설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다락방 2016-05-19 09:30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렇습니다. 하아-

건조기후 2016-05-1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망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기분이에요. 사람이 태어나서 꿈을 꾸며 성장해가는 모든 일들이 결국 하찮은 프레임 하나로 간단하게 끝나버릴 수 있다는 거... 이 어이없는 현실의 문제점을 제대로 볼 줄 모르거나 보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게 무엇보다도 슬프고 무섭습니다. ㅜㅜ

다락방 2016-05-19 10:52   좋아요 0 | URL
지쳐요, 건조기후님. 어제는 하루종일 지쳤어요. 뉴스를 보는데 강남역에 수많은 포스트잇이 붙은 걸 보고는 눈물이 핑돌았어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옳지않다, 잘못됐다 알고 있고 말하고 있는데도, 기존의 여성혐오가 너무 세게 장악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여성혐오라고 결코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요. 건조기후님 말씀처럼, 보려고조차 하지 않는거죠. 이런 모든 일들이 답답하고 슬퍼요. 무서워요, 건조기후님. 저는 정말 운좋게 살아남았어요.
그래도 계속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그래서 저도 계속 얘기할거에요. 계속 생각하고 계속 얘기할거에요. 그러는 과정에서 제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아플 수도 있겠지만,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테니, 계속 시끄럽게 말할 거에요.

레와 2016-05-19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계속 계속 이야기 해줘. 이야기 하자.

다락방 2016-05-19 11:26   좋아요 0 | URL
응 그럽시다. 그래야해요. ㅜㅜ

단발머리 2016-05-1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처럼 냉혹한 현실에 한숨만 나오죠.
우리가 느끼는 공포를 알까요... 남자들이...

다락방님, 계속 이야기해주세요.
계속 이야기해요.
그렇게 해요, 우리...

다락방 2016-05-20 08:3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우리 계속 이야기해요. 지금처럼 계속 공부하고 생각해보고 얘기하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요. 옳지 않은 것에 옳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제가 단발머리님께 단발머리님이 저에게 힘이 되었으면 해요. 우리 서로에게 힘이 됩시다.
 

















나는 박연준을 시로 먼저 접했는데 그건 그녀가 시인이기 때문이었다. 시인 박연준이 쓴 시집을 읽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므로 뭐 다시 생각할 것도 없었는데, 시인 박연준이 쓴 산문을 읽노라니 아 이사람은 진짜 시인이구나, 싶다. 무슨 산문의 문장들이 이토록 아름답단 말인가. 아름답다는 감탄과 동시에,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쓰지 못할 문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문장, 나는 못 써.


어제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트윗상에서 친구들과 한강의 작품에 대해 수다를 떨었는데, 우리 모두가 이미 한강의 작품을 읽었었기 때문에 그 수다가 가능했음을 알고 즐거웠다. 우리 모두가 읽어서 이렇듯 여기에 대해 얘기할 수 있네, 하는 것은,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 사이의 기쁨이다. 다 알라딘에서 만난 사람들이어서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다. 


한편, 이 책, 『소란』을 읽는 것도 즐거웠는데, 그건 내가 이미 시로서 시인을 여러번 접했기 때문이었다.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이 사람은 대체 아버지와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아버지를 내내 놓지 못하나'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산문집에서 그녀와 아버지의 사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로만 접했을 때 확 다가오지 못했던 것, 명징하지 않았던 것들이, 산문으로 다 풀어져 있으니 조금 더 명쾌해졌다고 해야할까. 지금 이 문장들을 내가 쓰다가 깨달은건데, 내가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또 제대로 감상도 하지 못하는 것은 명징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문장들로 감싸놓은 그 속뜻은 너무나 뭉뚱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모호한 게 아닌가. 그 모호함이 시의 특성임을 알고 받아들이는 사람들, 시어 속에 숨겨진 뜻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시를 읽고 좋아하고 쓰는 사람들이겠지만, 나는 시어 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가진 게 아닌가..싶어졌다. 어쨌든.


이 산문집을 한장 한장 넘기다보니, 아, 역시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은 대로 보고 느끼고 싶은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그리고, 그대로 행하는구나 싶었다. 그녀의 산문 곳곳에서 나는 그녀의 시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기억해요? 당신이 생각보다 어두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자주 나뭇잎에 매달려 끈질기게 초록, 초록이 되려고 애썼던 일이요. 나는 다 기억해요. 당신이 내 앞에서 문고리처럼 도드라졌던 것. 아주 딱딱하고 화난 것처럼. 나는 놀라서 당신을 비틀어 잡았고, 문이 열렸고, 그때부터 당신은 내 속으로 수없이 이양되었죠. 나중에는 열린 문을 어떻게 닫아야 할지 몰라 오래 방황했어요. 당신을 비우려고, 비우려고 애를 써도 잘 안됐던 것. 이양된 당신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 수도, 혹은 내가 너무 어렸기 때문일 수도, 혹은 당신이 나를 멀리서 너무 꽉 붙들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p.34)



당신을 비우려고, 비우려고 애를 써도 잘 안됐던 것, 이라는 문장을 읽으니 아아, 나는 그녀의 이 시가 대뜸 생각나는 것이다. 



여름의 끝


오래된 시간 앞에서 새로 돋아난 시간이 움츠린다

머리에 조그만 뿔이 두 개 돋아나고

자꾸 만지작거린다

결국 도깨비가 되었구나, 내 사랑



신발이 없어지고 발바닥이 조금 단단해졌다

일렁이는 거울을 삼킬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수천 조각으로 너울거리는 거울 속에

엉덩이를 비추어 보는 일은

이젠 그만하고 싶다



두 손으로 만든 손우물 위에

흐르는 당신을 올려놓는 일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배 뒤집혀 죽어 있는 풀벌레들,

촘촘히 늘어선 참한 죽음이

여름의 끝이었다고

징- 징- 징-

파닥이는 종소리



저기, 저 부분.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말이다. 나는 이 시를 좋아했다. 나는 전화번호를 잘 외우지만 시는 못외우는데, 그래서 시를 몇 편이나 외우면서 읊는 사람들이 너무나 존경스러운데, 그래도 저 부분은 외웠다.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그런데 저 시, 참 좋지않은가! 

여름 이라서 좋다. 저 제목이 여름의 끝, 이라서. 봄의 끝이나 가을의 끝 혹은 겨울의 끝만 됐어도 내가 이만큼 저 시를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게 여름은 엄청나게 특별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름이란 계절을 내내 좋아했다. 지금도 그렇다. 여름엔 내 생일이 있어서 좋고, 여름 원피스들은 입으면 느낌이 좋아서 좋다. 여름 원피스는 진짜 짱이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뭔가 밝아 보여서 좋고, 여름에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것 같아서 좋다. 여름에는 햇빛이 눈부셔서 좋고 여름에는 땀이 잘나서 좋다(응?). 뭣보다, 여름에 만났던 남자가 너무너무 좋았어서 좋다. 여름은 정말이지 뭐하나 싫은 게 없다. 여름은 내가 생각하기에 나랑 너무나 잘어울리는데, 그건 여름도 좋지만 나도 좋기 때문이다. 여름 만세! 


그렇지만 여름의 '끝' 이라니..슬퍼........


내게서 흐르지마.



외출 후 돌아왔을 때 내 방 풍경에 새삼 놀란 적이 있다. 

내가 없는 사이 일정 시간 동안 버려져 있던 방 풍경 때문이다.

방은 내가 외출해 있는 동안 '두고 온 똥'이 되었다.

벗어놓은 잠옷 바지는 다리를 잃은 채 주저앉아 있었고, 이불은 일어서려다 실패한 자세로 웅크리고 있었다. 텔레비전은 입을 다문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으며,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책들은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 상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브래지어는 사라진 두 덩이 온기를 그리워하다 바짝 시들어 있었다. (p.59-60)



위 인용문을 읽다가는 당연히 이 시를 떠올렸다. 이 시는 아마도 저 날 쓰여진 게 아닐까 싶다.



바지를 벗다가



바지를 벗어놓으면 바지가 담고 있는 무릎의 모양

그건 바지가 기억하는 나일 거야

바지에겐 내 몸이 내장기관이었을 텐데



빨래 건조대에 얌전히 매달려 있는

내 하반신 한 장



나는 괜찮지만

나 이외의 것들은 괜찮을까, 걱정하는 밤



내가 없으면 옷들은 걸어다니지 못한다




이렇게 그녀의 산문을 읽으면서 저절로 그녀의 시를 떠올리다니...나는 박연준의 매니아도 아닌데.......특별히 아끼는 시인이라던가 특별히 아끼는 작가도 아닌데...그런데도 이렇게 산문 읽으며 시를 딱딱 떠올리다니...졸 멋지잖아!!!!! 졸 똑똑한 게 아닌가!! 아니, 세상에 이런 여자가 어딨담????????????????????? 근사해!!!!!!!!!!!!!!!!!!!!!!!!!!!!!!!!!! 

이 글을 읽는다면 박연준이 나 완전 고맙고 감사하고 좋고 막 그러지 않을까???



라고 써놓고 보니 나, 자기애적 성격장애....가 분명한듯 하다. -0-




흥분의 실체가 사라질까봐 두려운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안달'이 난 상태와도 비슷하다. 마치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서 뾰족한 뿔이 돋아나는 것 같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빨리, 빨리! 손가락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되고, 손가락이 시미는 대로 펜을 쥐고 멀리서부터 여기에 막 도착한, 헐떡이는 언어를 뱉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몸 구석구석이 간지럽다. (p.61)




한편 아이들은 '처음'과 가깝다. 그들은 코를 후비면서도 수치스러워하지 않는다. 그저 구멍에서 무언가를 낚아 올린다는 희열(낚시!)이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코를 후비는 장면은 한 시인이 순사한 열망과 몽매함에 사로잡혀 첫 시를 낚는! 그리하여 공중으로 끌어올리는 풍경과 닮았다. (p.103)




어둠 속에서 혹은 꿈의 번짐 속에서. 잠과 잠의 경계에서 속눈썹은 물속에서 움직이는 팔처럼 너울거린다. (p.151)



위의 부분들은 내가 박연준을 처음 읽게 한, 처음 알게 한 시를 당연한듯 떠올리게 한다. 낚아! 채서!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내 나쁜 몸이 당신을 기억해
온몸이 그릇이 되어 찰랑대는 시간을 담고 
껍데기로 앉아서 당신을 그리다가
조그만 부리로 껍데기를 깨다가
나는 정오가 되면 노랗게 부화하지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눈을 감아
감은 눈 속으로 현란하게 흘러가는 당신을 
낚아! 채서!
내 기다란 속눈썹 위에 당신을 올려놓고 싶어
내가 깜박이면, 깜박이는 순간 당신은 
나락으로 떨어지겠지?
내 이름을 길게 부르며 작아지겠지?
티끌만큼 당신이 작게 보이는 순간에도 
내 이름은 긴 여운을 남기며
싱싱하게 파닥일 거야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내 눈은 깜빡깜빡 당신을 부르고
내 기다란 속눈썹 위에는 
당신의 발자국이 찍히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그녀의 시집과 그녀의 산문집을 읽고나니 나는 이제 그녀를 너무나 잘 파악하게 된 것 같다. 그보다는 그녀가 파악이 쉬운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나는 이제 그녀가 결혼한, 사랑하는 남자까지 알고 있지 않은가. 그 둘이 호주에서 한 달을 함께 살았던 걸 읽지 않았나. 오오, 어쩌다가 나는 박연준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는가...



일전에 y 를 만났을 때, y 는 나를 만나기 전날 새벽까지 내 책을 다 읽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폰에 감상을 써왔더라. 그리고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닭볶음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그 감상을 읽어주었더랬다. ㅋㅋㅋ 아니, 그건 읽어주는 사람이 부끄러워야 하는데 왜 듣는 내가 부끄럽지? 그 감상 안에는 '이 사람과 사귀고 싶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한다'라는 뉘앙스의 문장이 들어 있었는데, 그러고보면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글 안에 어떻게든 자기를 녹여버리게 되는 것 같다. 부러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려는 게 아닌데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임호부'님께서 『시사인』에 독서공감 리뷰를 실어주셨을 때, 그 글 속에는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 저자에 대해 알게된 게 몇가지 있다며 적어주신 사항들이 있었다. 다 맞는데 그중 하나 '여행을 좋아한다'는 게 내가 아는 나와 다르더라. 응?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아닌데? 나는 여행기도 싫어하고 여행도 싫어한다고 그렇게나 얘기했는데,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여행을 미친듯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들에게도 '아니라니까' 라고 말했는데, 친구들은 '아니라면 그렇게 다닐 수 없다'고 했다. 어제도 함께 평냉 먹은 친구가 '너는 여행 싫어한다고 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했는데, 그 누구보다 잘 돌아다녀' 라고 하더라. 아... 그러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누가 먼저 알아채줄 수도 있고, 이렇듯, 글로써도 다 드러나게 되는 것도 같다. 어쩌면 나를 파악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아, 물론, 내가 그렇다고 박연준을 완전히 파악했다는 건 아니다. 어쩌다보니 그녀가 써놓은 글들을 읽게 됐고(심지어 여행기까지!! 출판물은 다 읽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산문에서도 시를 떠올리고 시에서도 이제는 산문을 떠올릴 수 있는 지경이 되어버렸다는 거다. 그러고보면 글은 자신의 일부를 보여주는 게 틀림없다. 















어제는 알라디너로부터 기프티북을 선물 받았다. 깜짝 선물이었는데, 이 분이 며칠전에도 기프티북을 주셨던 바, 아니, 이 분이 왜 자꾸...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가 내 생각이 났다고 했다. 다락방님이 재미있게 읽으시겠다, 했다는 것. 오... 우리는 얼굴을 한 번 본 적도 없고 연락을 하는 사이도 아니고, 단지 알라딘에서만 교류하며 서로의 글을 읽어온 사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좋아하겠다' 라는 걸 떠올리다니, 역시 글로 파악이 됐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점이, 그러니까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할거라고 짐작했다는 점이, 너무나 좋다. 누군가 어떤 책을 읽다가 나를 떠올리게 되는 건 진짜 근사한 일이잖아. 너무 멋져. 아니, 사람이 얼마나 멋지면 책 읽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되었을까...



라고 써놓고 나 또 자기애적 성격장애인가...한다. 이것은 책의 부작용 ㅠㅠ




오늘 조선일보의 <Health> 섹션에서는 큰 글자로 '운동 거른 후 불안하고 죄책감 들면 '운동 중독' 의심' 이라고 써있었다. 음..나는 그걸 가리키며 동료1에게 '나 운동중독이네' 했다. 동료1이 빵터지며 '그러게요, 매일매일 불안하고 죄책감 들잖아요' 하더라. 우리는 낄낄 웃으며 '우린 매일 불안하고 죄책감 드니 운동중독이 아주 중증이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일해야 되는데, 진짜 하기 싫어서, 자꾸 글이 길어질라고 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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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05-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으심. 시를 아직 잘 못읽음. 요즘 조금씩 읽어보고 있어요~

다락방 2016-05-18 11:32   좋아요 1 | URL
저도 뭔가 잘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손에서 놓지는 않고 가끔 시집을 사서 들여다보긴 하는데요..그래도 여전히 어려워요. 휴...

시이소오 2016-05-1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다락방님이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쓰셨군요.
의심은 하고 있었건만. 허걱, 영광이에요~~~

제가 리뷰를 쓴 줄 알았더니, 허걱, 안 썼네요.
`소란`이란 단어는 뜻과는 어울리지 않게 참 예쁘다, 고 생각해
소란, 소란, 불러보았는데, 마침 이 책도 나왔군요.
뒤란도 이쁘고, 수란도 이쁘고,, `란`은 마법같은 음절이네용.

소란스럽지 않게, 수런수런한 하루 되시길. ^^

http://blog.naver.com/ceeport1/220321116414


다락방 2016-05-18 11:38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 빵터졌네요. 전화걸고 싶어라, 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재미난 감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요? `란`이란 글자가 자체로도 예쁜것 같아요. 저는 그런 글자 중 하나로 `솔`이 있거든요. 일전에 `진`씨 성을 가진 남자가 자신의 아이 이름을 뭐로 지을까, 하고 묻길래 외자로 `솔`이 어떠냐 답한 적이 있거든요. 해놓고 너무 예쁜거에요. 성하고 함께 붙여도 `진솔`이고 그냥 이름만 부르면 `솔아~` 가 되잖아요. 게다가 이름만으로 여성인지 남성인지 드러나지도 않고요. 혼자서 이건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남자는 작명소 가서 평범한 이름으로 지었더라고요. 아니, 나한테 왜 물어봐.. ㅠㅠ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란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공진솔`이거든요. 그 주인공을 알게된 후로 `솔`이란 글자가 참 예뻤는데 성이 `진`가이니 완벽했던 거에요! 다른 성도 아니고 `진`이잖아요!!

음..진가 성을 가진 남자랑 제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이름을 솔로 지을까봐요... -_-

시이소오 2016-05-1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걸고 싶어라`는 <호밀밭의 파수꾼> 코울피드의 대사를 차용한 거랍니다.

˝정말로 내가 감동하는 책은 말이야. 다 읽고 난 뒤에 그걸 쓴 작가가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란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주는 책은 좀처럼 없지˝

`솔`도 좋군요.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느낌?

제 사촌동생이 진씨입니다. 어떻게? 소개시켜드릴까요? ^^

다락방 2016-05-18 13:45   좋아요 0 | URL
호밀밭의 파수꾼 마지막 부분 기억해요. 호밀밭의 파수꾼은 제가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고요. 흣.

사촌동생이 우연히도 진가 이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소개는 패스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룩말 2016-05-18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을 비우려고..비우려고..애를 써도 잘 안됐던 것.
ㅋ 다들 비슷한 거군요

다락방 2016-05-18 13:45   좋아요 0 | URL
네,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인생.....

무스탕 2016-05-1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눌렀는데 <보고싶었어요> 로 읽어주세요 :)

오랜만이에요~☆

다락방 2016-05-20 08:36   좋아요 0 | URL
아니, 대체 얼마만입니까! 그동안 어디서 뭐하고 계셨던 겁니까!!!!!
 

내 직업의 특성상 나는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임원들을 많이 보게 된다. 놀랍게도 내가 보게 됐던 그들은 죄다 엉망이었다.  반말과 욕설은 기본 장착이다. 자신들이 언제나 어디서나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런 취급을 받지 못할 때는 분노했다. 세상을 보는 시선도 사람에 있지 않았다. 일전에 '라면상무'라 불렸던 사람의 행패는 사실, 그 사람만의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재수없게 걸린거지, 실제로는 그 위치 정도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일들을 일상적으로 해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대한항공의 땅콩사건등을 비롯해서, 갑질로 논란이 되었던 사람들이 '특이하게' 몇 명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논란이 되고 뉴스에 나와 고개 숙여 사과한 그들이 진짜로 '아 내가 잘못했구나' 라고 생각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거의 확신한다.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한다. 그게 왜 잘못인지 알지 못한다. 일단 문제가 됐고 세상이 시끄러우니 사과는 하긴 해야겠고, 라는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까이에서도 그런 사람을 보면서 이건 필시 병이거나 장애일거라고 생각했다. 저렇게 쉽게 분노하고 화를 내고 사람을 막대하는 거, 이게 정상일 리 없었다. 분노장애 라는 것도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분노는 항상 그들보다 돈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향한 것이었으니까. 자신이 부리고 있는 종업원들이라든가, 자신을 대접해야 하는 거래처의 사람들이라든가. 만약 그들이 앓고 있는 게 '분노장애' 였다면, 그들은 상대가 누가 됐든 분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거나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노하지 않았다. 상대를 봐가며 분노하는 게 어떻게 분노장애일 수 있는가.


그러다가 이 책, 『포기하는 용기』를 읽게 됐고, 나는 그들이 앓고 있는 게 '자기애적 성격장애'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오! 그래, 그럼 그렇지!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매국 내 CEO들을 대상으로 성격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가 자못 흥미로웠습니다. 연구 대상자의 3분의 2가 넘는 CEO들이 자기애적 성격장애 성향을 보였고 그중 상당수는 정신장애mental disorder로 분류될 만큼 병리적이었다고 합니다. (p.82)


자기애적 성격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올바르고 똑똑하다고 믿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자기는 잘했는데 다른 사람 때문에 일이 어그려졌다고 말합니다. 그들에게서 책임지고 성찰하는 태도를 기대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옳다는 확신이 병적으로 강해서 굉장히 저돌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잘못을 타인에게 교묘하게 돌리는 능력도 있고, 권력관계에도 굉장히 감각적입니다. 이러니 성공 못할 리가 없겠죠. (p.83-84)


자기애적 성격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가 가장 잘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무시하거나 폄하하기 일쑤입니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굉장히 꼼꼼하다는 것인데, 그 꼼꼼함이 일반 말단 직원이 챙겨야 할 일에도 관여하는 수준이라 실수 하나를 꼬투리 잡아 불같이 화를 내고 천하의 죄인 취급을 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작은 실수를 몇 번 저지른 어느 학생 면전에 대고 정색하며 "죽여도 시원치 않다"고 말하는 그를 보는 것이 이제는 정말 힘들다고 했습니다. (p.85)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사람은 항상 주변에 많은 사람을 둡니다. 자기애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디거든요. 그들은 여러 사람과 함께 있어야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과연 이들은 성공했기 대문에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옳기 때문에 성공하는 것일까요? 아마 후자에 좀 더 가깝겠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회적 성공을 이루려 한다는 것이 맞습니다. 성공을 위한 자기 동력이 이들만큼 강한 사람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이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권력에 접근하고 권력을 얻어냅니다. 이들이 더 센 사람, 권력자에게 굴종하는 것도 이상할 것 없죠. 물론 그만큼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혹독한 독재자의 면모를 드러내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공감이나 배려, 약자에 대한 보호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들에게는 공감도 시혜를 베푸는 행위일 뿐입니다. (p.86)



제가 알았던 그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자기 단체를 가지고 있고, 혹은 자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대중적 명성을 얻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끊임없이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물색하고 자기 곁에 두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필요성이 높을수록 집착하는 강도도 대단해서, 요청받는 입장에서는 여간해서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좋은 자리를 주겠다, 이득을 주겠다며 온갖 당근을 내놓기도 하고, 읍소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미안해서라도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요. 그런데 일을 같이 하다 보면 여지없이 대의와 명분은 사라지고 가장 이기적인 의도가 드러나면서 상대를 질색하게 만들고, 좋은 의도로 일을 돕던 사람들도 어느새 자신이 이용당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p.87)




위의 인용문들을 보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밑에서 온갖 모욕을 당하며 일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누군가의 얼굴이, 혹은 아주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나 역시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지만, 내 정체가 드러나면 내 밥벌이가 위험해지므로 이렇게만 적어두기로 한다. 인용문에 맞는 사례를 몇 개고 댈 수 있지만, 먹고 사는 일이 지금의 내게는 중요하므로 분하지만 참겠다. 최근에는 글을 쓰는 데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 신중해야겠다고 여러차례 결심한 일이 있었다. 그러므로 조심, 또 조심하자.  


그리고 자, 계속 자기애적 성격성향에 대해 들어보자.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들은 겉으로 과시하는 지적 능력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사유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다고 말하는 지식의 양보다 훨씬 얕은 지식으로 떠벌립니다. 자신이 대단히 다양하고 깊은 경험을 했다고 말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대부분 간접 경험이거나 허구인 경우도 많구요. (p.89)


자기애적 성격성향이 강한 사람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자신이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어디를 가든 특별한 대접을 받지 못하면 불같이 화냅니다. 자신이 대단한 사람과 교류하고 있는데 심지어 그들로부터도 특별 대접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짐작하다시피, 그것은 대부분 허시에거나 과장일 경우가 많습니다. (p.90)



어? 그런데 이렇게 자기애적 성격장애에 대해 읽다보니, 처음에 내 생각과는 다르게,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틈에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진 못했지만, 권력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러나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거다. 그러자 일단 다른 사람들만 먼저 대입해본 내가 부끄러워졌다. 사람은 역시 자기 얼굴에 묻은 똥보다 남의 얼굴에 묻은 재를 먼저 보게 되는건가.. 



참고로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하자면, 자기애적 성격성향이 심한 사람들일수록 누가 자기를 욕하면 그것을 모두 자신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치부해버립니다. 자신이 너무 잘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질투해서 험담하고 돌아다닌다고 굳게 믿으려 합니다. 물론 그 심정이 이해는 갑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너무 불안하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을 테니까요. (p.91)



아...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건가.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제대로,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인생은 뭘까? 얼마전에 칠 살 조카에게 '조카야, 인생은 뭘까?' 하고 물었는데, 그때마다 조카는 항상 대답을 했다. 그 대답들이 죄다 기억나진 않고 하나만 기억나는데, '이모가 사는 거지' 라고 했던 대답... 그러더니 세번째쯤 물었을 때였나, 이렇게 답하더라.


아 근데 이모는 왜 자꾸자꾸 타미한테 물어봐.


아 미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잘못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그만 물어볼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모가 알아서 생각해보도록 할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뭔가를 끊임없이 물었는데 결국 내가 '잘 모르겠다'고 포기하자, 이렇게 말했더랬다.


아 생각 좀 해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이모가 생각이 부족해. 더 많이, 더 열심히 생각해볼게. 니가 나보다 낫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읽다가 나에게 자기애적 성격장애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다...아..인생....



사실은 뭔가 포기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그런데 포기가 좀처럼 되지 않아 이 책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도 나는 그것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한 남자와 모텔에 누워있었다. 그는 내 뱃살을 잡더니, 이제 그만 살 좀 빼라, 고 말했다. 나는 너무 놀라고 불쾌해져서 어쩜 그렇게 말하냐고 하며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남자도 역시 옷을 입으며 계속 잔소리를 했다. 너 너무 오랫동안 살 안빼는 거 아니냐고. 하아- 어디 남의 살에 대고 지적질인가.. 불쾌해진 나는 인상을 쓰며 모텔을 나섰고, 나를 뒤따라 나오던 남자와 나란히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제 이새끼 그만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었고 남자와 나는 말없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간도 채 가지못해, 나는 더이상 이 놈과 같이 걷지 않겠다, 생각하고는, 헤어지자, 말하고 뒤를 돌아 왔던 방향으로, 그가 가는 반대 방향으로 갔다. 그는 내 이름을 부르고 어딜 가냐 했지만, 뛰어와서 나를 붙잡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저런 놈과 여태 만나다니, 하면서 집까지 걸어가자 생각했다. 그런데 술에 취했던 나는 정신이 좀처럼 들지 않았고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그 비를 맞으며 걷느라 몹시 힘이 든거다. 게다가 길을 잃어서 어디가 우리 집인지도 모르겠고, 걸어도 걸어도 집이 나오질 않는 거다. 한참을 비맞고 걸어도 집이 나오질 않아 일단 술을 깨야겠다고 생각하고 편의점에 들어가 컨디션 레이디를 사 먹었다. 그리고 편의점을 나와서는, 아 이제 좀 술이 깨는 것 같다, 싶어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우리집 근처를 대며, 거기가 어디쯤에 있나요, 라고 물었고 그는 내게 방향을 일러주었다. 나는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었고, 이렇게 가다보면 집이 나오겠지, 했는데 진짜 너무 몸이 힘든거다. 아 힘들어...



그러다 잠이 깼는데, 눈을 뜨자마자 내 몸이 꿈속에서의 그 몸 같았다. 너무 힘들어 ㅠㅠ 취한 것 같고 심하게 육체를 쓴 것 같아. 아아. 그런데 아침이라니. 더 자야 하는데. 숙취에는 잠이 최곤데 ㅠㅠ 아아, 지치는 꿈을 꾸니 현실에서도 이미 지쳐있네 ㅠㅠ. 


어쨌든 현실을 살아야 하므로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는데,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인지, 밥맛이 꿀맛인거다. 나는 얼른 계란후라이도 반숙으로 해가지고 밥그릇 위에 하나 떠억- 얹고서는 밥을 먹었는데, 아, 너무 맛있어.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다. 나 꿈에서 정말 많이 지쳤잖아. 그러니 밥을 조금 더 먹자. 평소보다 늦으면 택시타지 뭐, 하고 나는 밥을 한 그릇 더 펐다. 아아, 그걸 다 먹고나서도 더 먹고 싶었지만, 그릇을 설거지 통에 넣어두고 일어났다. 설거지는 퇴근 후에...



아... 지친 아침이었다.


잠에서 깼을 때는 문자메세지가 와있었다. 하나는 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온 것이고, 하나는 한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온 것인데, 한국에 있는 사람이 새벽 다섯시에 보낸 문자에는, 우리 술 또 언제 마실까, 라고 적혀있었다. 푸하하하하. 아침부터 빵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새벽부터 술약속 문자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은 뭘까?




지친 아침이었고, 그래서 밥을 두 그릇 먹은 아침이었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수많은 개인들을 향해 더 노력하라고 꼬드기면서 문제투성이의 사회구조에 순응시키려는 것은, 거칠게 표현하면 죄악에 가까운 행위입니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같은 문제로 자기 삶에 회의를 느끼고 고통받고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고 구조의 잘못인데 그걸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p.44)

연애를 하며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 본의 아니게 서로 부딪히고 상처 입히는 일이 많습니다. 따라서 두 사람이 부딪혀도 상처받지 않는 공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공간이라는 것은 자신과 상대에 대한 존중의 영역입니다. 사랑하면 일심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한몸일 수도, 한몸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타인은 나와 같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p.199)

지수 씨는 소시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커다란 불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잘못된 부분을 방조하거나 속으로만 화내며 상황을 그대로 둔 것입니다. 방관자에게도 책임은 있습니다. 악을 저지르는 사람은 악인에 동조하는 사람이 있기에 계속 악행을 저지릅니다. 자신에게 개인적인 폭력이 가해지면 자극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눈감는 것이야말로 불의를 그대로 두는 일입니다. 모두가 그런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지금보다 사회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최근 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내 일이 아니라고, 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고 관여하지 않을 때 결국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게 됩니다.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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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6-05-1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읽는 재미가 넘치는 다락방님 글, 간만에 즐기고 갑니다. 오랜만입니다 ^^

다락방 2016-05-17 15:54   좋아요 0 | URL
아니, 야클님! 왜이렇게 오랜만인겁니까! 자주자주 좀 오세요!! 글도 좀 써주시고요. ㅜㅜ

singri 2016-05-1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치는데 재밌어서 웃고 갑니다.

다락방 2016-05-17 15:55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웃으셨다니 다행입니다. 힛.

단발머리 2016-05-17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글은 언제나 재미있고, 배울게 있고, 깨달음을 주죠. 물론 위로를 줄 때도 많구요.

오늘의 문장은 이거예요.

˝어쨌든 현실을 살아야 하므로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는데,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인지, 밥맛이 꿀맛인거다. 나는 얼른 계란후라이도 반숙으로 해가지고 밥그릇 위에 하나 떠억- 얹고서는 밥을 먹었는데, 아, 너무 맛있어.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다.˝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인지, 밥맛이 꿀맛! 하하하하! 밥맛은 꿀맛, 좋아요, 좋아!!

다락방 2016-05-17 15:5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밥은 왜이렇게 맛있을까요? 저는 진짜 밥이 너무너무 좋아요. ㅠㅠ 아침을 두 그릇이나 먹어놓고 점심에 밥풀하나 안남기고 또 다 먹었어요. 아아 밥은 사랑이에요. 연애는 안할 수 있지만 밥은 안먹을 수가 없어요. 엉엉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REBBP 2016-05-1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치도록 재미있어서 지치도록 웃습니다. ㅎ 저기 근데 왜 알라딘에서는 점점 글쓰기 두려워지는 사람이 늘어나는 걸까요.. 저는 두렵다기 보다는 귀찮.... 다기 보다는 귀찮은 일 생길까봐 두렵....운거 맞군요

다락방 2016-05-17 15:56   좋아요 1 | URL
즐겨찾는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저는 조금 더 걸러서 써야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뭣보다 제 직장 사람들이 볼까봐 너무나 두려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면 저는 짤릴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무시간에 이러고 있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페이퍼는 90프로 이상이 근무시간에 나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들키면 안돼욧!! >.<

레와 2016-05-17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타미야..!!! ㅎㅎㅎㅎㅎㅎㅎ
유쾌한 다락방 페이퍼 럽럽!! 완소!!


다락방 2016-05-17 17:4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미가 애가 참 똑똑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럽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조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nomadology 2016-05-17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전혀라도 해도 좋을만큼 꿈을 안꾸네요. 개꿈이라도 꿨으면 좋겠는데!

다락방 2016-05-17 22:11   좋아요 0 | URL
저는 거의 매일 꿈을 꿔요. 그리고 아주 많은 꿈들이 생생히 기억나요. 가끔은 제가 예지몽을 꾸는 것도 같아요. 저는 제가 꿈을 이렇듯 자주 꾼다는 게 재미있어요. 제 꿈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하하핫 ;;

그나저나, 저는 피자 먹을 때마다 님 생각이 나요. ㅎㅎ

알레프 2016-05-17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습니다 ^^ 소시오패스가 성공하는 이유가 명쾌하게 이해되기도하고 저역시 그런 성격이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다락방 2016-05-18 07:57   좋아요 1 | URL
저도 저런 사람을 너무나 가까이에서 보고 있어서 완전 맞어맞어 하면서 고개 끄덕이며 읽었어요. 그런 사람과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너무나 싫지만 밥벌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고.. ㅠㅠ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