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인 [기생충 열전]에 등장하는 기생충과는 중복되는 기생충이 없는, 완전히 전혀 새로운 책이다. 사실..고백하자면...중복되는 기생충이 나왔다고 해도 내가 알아챘을 리가 없다. 요충이 아니고서야...[기생충 열전]에서 요충이 너무나 강한 인상을 남겼던 터라...아이들이 엉덩이를 자꾸 긁으면 요충이 있는 거라는.... 휴... 세상에 기생충이 이렇게나 많구나. 전혀 다른 기생충만으로도 책 한 권이 완성되다니. 

각 기생충마다 풍부한 사례가 나와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기생충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얘기를 읽고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뭔가 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인듯 하지만. 뭣보다 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날음식을 먹는다는 데 놀랐다. 나도 생선회며 육회를 먹기는 하지만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또한 생소한 음식은 익힌 것 먹기도 어려워하는데. 커다란 달팽이를 보고 날로 먹을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니...아니 무슨 달팽이도 개구리도 날로 먹는 사람들이 있지 ㅠㅠ 난 익힌 달팽이도 삼키느라 애를 먹었었는데 ㅠㅠㅠㅠㅠ 


어쨌든 다 읽고나서 음식을 가급적 날로 먹지 말자는 생각과 동시에 '섹스를 끊자' 생각했는데, 이렇게 결심하고 나자, '닐 게이먼'의 [금붕어 두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의 마지막 부분이 생각났다.


엄마는 내게

가슴에 십자가를 그으며

맹세하라고 하셨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와 다른 물건을

바꾸지 않겠다고.

그래서 나는 약속했다.

다시는 아빠와 다른 것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여동생을 놓고선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




음.. 그래, 섹스를 끊자 대신 '이성과의 섹스를 끊자'로 결심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겠다.



하지만 나는 동성을 놓고선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을 하느라 헐레벌떡 나와서 버스 정류장에 갔는데 버스가 막 출발을 했다. 꼼짝없이 6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 맞은편 정류장에는 고깃집이 있고 그 주차장에는 여러 대의 차량에 세워져 있는데, 그 중 트럭 뒷편에 숨어서 이 쪽을 기웃거리는 아저씨가 눈에 띈다. 하아- 또 저아저씨다. 일전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옆에 서 계신 아주머니 한 분이 경찰에 신고하는 걸 들었었다. 이 시간이 되면 저 트럭뒤에 숨어서 성기를 꺼내어 흔든다는 신고 전화였다. 아주머니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내내 떨려 하셨고, 나는 옆에서 신고 전화를 듣다가 나도 일전에 떨면서 경찰에 신고한 경험이 있던 터라, 잘하셨다며 다독였던 적이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그 아저씨를 몇차례 목격한 적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나무 뒤에 숨었었는데 반복되다 보니 경찰에 신고하신 거라고.


그런데 오늘은 내가 그 아저씨를 본 거다. 세워진 트럭의 큰 덩치에 숨어서 헤드 부분 유리창 사이로 이쪽을 계속 쳐다보는 아저씨. 처음에 나도 깜짝 놀라 큰 나무 뒤로 숨었다. 그러다 이게 숨을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 아저씨가 무슨 짓을 하는지 지금 본 건 아니고 놀랐을 뿐이지만, 어쨌든 이 시간에 저 트럭 뒤에 숨어서 이 쪽을 쳐다보는 아저씨라니.. 나는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번에 신고 전화를 옆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아저씨가 저 아저씨인것 같아, 순찰 한 번 해달라, 고 요청했다. 우리 집 근처였으므로 주소와 위치를 대고는 늘 숨어 다니는 트럭을 사진 찍어 보냈다. 잠시 후에 내가 타고 가야할 버스가 왔고 나는 버스를 탔다. 그리고 순찰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문자메세지가 도착했다. 자주 순찰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휴..




지하철 역에 도착했는데 뛰었지만 지하철도 놓쳤다. 뭐, 그런 날도 있는 법이다. 아침에 라디오를 틀어두고 듣게 된 첫 곡이 you raise me up 이었는데 나는 왜 자꾸 버스를, 지하철을 놓치는가..


어쨌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7분간 열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 어딘가에서 뭔가 꾸리꾸리한 냄새가 난다. 누군가 밥을 싸가지고 가는 냄새인가..그렇지만 좀 고약하다...아...안 씻은 냄새인가... 그렇게 기다리다 지하철을 탔는데, 계속 그 냄새가 난다. 내 옆자리에는 아까 기다리던 사람들 대신 다른 사람들이 타 있었는데..그렇다면 이건...나한테서 나는 냄새인가? 나는 가방의 냄새를 맡아 보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머리카락의 냄새도 맡아 보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금역에서 갈아 타려고 일어나 출입문 앞에 섰는데도 계속 냄새가 난다. 그렇다면 이건 내게서 나는 냄새인데... 아침에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었고 버스 안에서도 안났는데, 아 미치겠네, 이 냄새가 뭔데 나를 따라다니지.. ㅠㅠ 

그러다 3호선을 갈아타 자리에 앉았는데도 계속 나. 나는 진짜 냄새를 너무 잘맡고 예민해서 엄청 스트레스 받는 타입이다. 내 옷을 킁킁대봤다. 내 옷에서 냄새가 난다. 아, 대체 버스 안에서는 안그랬는데 이 옷에 무슨 문제가 있는거지, 하고 살펴보다가..아...목과 가슴 사이 부분에 무언가 묻어있는 걸 발견했다. 청록색과 갈색의 그 사이 어디쯤인데, 이..이...이게 뭐지 하고 코를 갖다 대자 냄새가 코를 찌를 것 같더라.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게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에 가고 싶어, 가서 이 옷 세탁기에 넣고 다른 옷 입고 오고 싶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체 이게 뭐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약간 젖어 있는 상태로 보아 지금 막 묻은 것 같았다. 핸드백에 물티슈를 가지고 다니던 터라 얼른 꺼내어 삭삭 닦았다. 한 장 더 꺼내어서 또 닦았다. 냄새는 거의 사라졌지만 계속 잔향이 남아있는듯해..



이게 뭘까? 뭐였을까?

나는 품에 아무것도 끌어안지 않았다. 어딘가에 부딪치지도 않았다. 누군가 나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집에서 나올 때는 묻지 않았더랬다. 그렇다면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까지 걸어오는 동안 묻은 것인데, 그 짧은 시간안에 이렇게 냄새나는 무언가가 내 옷에 묻었다면..그것은.... 새똥...이 아닐까. 

새가 날다가 똥을 싸고 그게 내 옷에 떨어진건데, 그렇다면 .. 나는 왜 새 똥이 옷에 묻는 걸 보지 못했을까? 똥이 떨어지는 속도가 그렇게나 빠른가? 

사무실에 도착해서 그 부분을 다시 비누로 빨고는 자리에 앉아서 새똥냄새로 검색해봤다. 새똥이..원래 이렇게 냄새가 나는건가? 





새똥..냄새 나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아침에 맞은 그것은 .. 새똥이렸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월31일 아침, 나는 새똥을 옷에 묻히고야 말았고나. 흑흑. you raise me up 이라며 ㅠㅠ

아침부터 새똥 때문에 멘붕왔는데 동료가 아이스아메리카노 줘서 신났다. you raise me up 이구나. 우후훗

오늘 퇴근하고 집에 일찍 가서 세탁기 돌려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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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5-3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똥을 맞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던데요! 멋진 남자가 하늘에서 떨어질 조짐인가... 오호

다락방 2016-05-31 16:45   좋아요 0 | URL
오! 그렇단말입니까!! 새똥을 맞으면 좋은 일이 생긴단 말입니까! ㅎㅎㅎㅎㅎ 냄새가 정말 지독했어서 얼른 집에 가서 세탁기 돌리고 싶은데, 어쨌든 좋은 일이 생긴다 그말이죠! 꺅 >.<

레와 2016-05-3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새!!!!!
꼭 내 차에만 똥싸고.. ㅜ.ㅜ
세차하고 나면
귀신같이 날아와 똥싸고..
나쁜 새!!!!!

다락방 2016-06-01 08:48   좋아요 0 | URL
위에 휘모리님 댓글 보면 새똥을 맞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던데 아직까지 딱히 좋은 일이 안생기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큐리 2016-06-0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새똥을 맞아봐서 아는데.... 별일 없던데요...ㅋㅋ

다락방 2016-06-01 11:15   좋아요 0 | URL
아 제발 좋은 일 있었다고 말씀 좀 해주세요! 이를테면 로또당첨 이라든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아이가 다섯]에서 소유진은 안재욱에게 이별을 말했다. 헤어지자고 했다. 아니, 어제였나 그제였나. 어쨌든 헤어지자고 했다. 안재욱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안재욱의 가족들-어머님과 장모님-이 소유진을 반대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자신과 계속 연애를 하는 것이 안재욱을 힘들게 할 거라는 게 이유였다. 각자의 아이들이 있고 그래서 그들이 결혼을 하게되면 아이가 다섯이나 생기게 되니 그 가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을거라며 어떻게 '이혼녀'에 '아이가 셋이나 딸린' 여자랑 결혼하려는 거냐고 안재욱의 어머님은 아들에게 헤어지라 말하고, 장모는 장모대로 소유진을 찾아가서 해코지를 했던 터다.  안재욱 역시 혼자이며 아이가 둘이나 딸린 남자라는 사실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안재욱의 아이들을 잘 살펴줄 다른 여자가 그들에겐 필요했던 거다. 자신의 아이들은 없는, 그러나 안재욱의 아이들은 잘 돌보아줄 여자.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나랑 연애를 지속시켜나가고 또 나랑 결혼을 하기로 선택함에 있어서, 그 남자가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면, 혹은 다른 식구들의 반대를 무릅써야 한다면, 나 역시 소유진과 같은 결정을 내릴 것 같다. 당신과 내가 함께하는 게 서로 함께 행복하자고 결정한 일인데, 그 행복하려고 하는 과정들 속에서 게속 힘들어야 하고 싸워야 한다면, 그렇다면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질테니까. 그래, 그냥 내가 물러나자. 그 사람의 가족에게 환영받는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도록, 그냥 내가 뒤를 돌아 가자, 라고 나 역시 생각할 것이다. 이건 뭐 슬픈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그 편이 그에게도 나을 것이며 나에게도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가 함께 살고자 하는 여자가 이왕이면 식구들한테 환영받는 여자라면 더 좋을테니까. 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나 역시 반대를 무릅쓰며 선택해야 하는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므로 나는 소유진의 선택을 이해한다. 정말 잊을 수 없을거라고, 너무나 고마운 시간을 선물해준 좋은 연애인이었지만, 결국은 '우리 헤어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소유진을, 나는 이해한다. 나였어도 다르지 않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나였어도 헤어지자고 말했을 것이고, 나였어도 울었을 것이다. 그런데,



안재욱이 소유진에게 말한다. 왜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나와 의논하지 않고 너 혼자 고통받고 너 혼자 결정하냐, 나는 너에게 뭐냐, 나는 지금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나를 좀 기다려주면 안되겠냐, 나랑 상의 좀 하자, 고.



크- 좋구먼. 좋다. 역시 연애를 하려면 이런 남자랑 하는 게 진리구나. 나 혼자 고민하고 절망하며 고통속에 빠져있을 때, 그래서 나 혼자 방법을 찾고 결정을 내렸을 때, 그 방법이 반드시 최선이 되리란 보장도 없고 좋은 방법이란 보장도 없다. 내 딴에는 최선이라고 내린 결정이며 또 해결방법이라 해도, 다른 사람과 의논했을 때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다. 나는, 그걸 몰랐다. 아니, 그러니까, 소유진이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는 거다. 내가 지금 내 감정에 빠져있는데, '이럴 때 둘이 의논하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도 있어' 라고까지는 잘 생각하지 않게 되니까. 그보다는 '어느 게 그를 위한 걸까' 하고는 내 중심으로 생각하기가 더 쉽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그를 위한다고 해도, 그것이 정말 그를 위하는 것일 수는 없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니까. 때로는 상대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더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배려가 배려가 아닐 수 있는 것.



안재욱이 같이 의논하자고 말하는 사람이라서, 둘이 함께 고민하자고 말하는 사람이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 이런 사람이라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나 조차도 깨닫지 못한 것을, 그러니까 소유진이 되어 혼자 고민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자조할 때, '아, 함께 의논하면 더 나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라고 깨달을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웠다. 나 역시 소유진이 되었으므로 몰랐다. 그런데 안재욱이 그렇게 말해주어 고마웠다. 그런 남자의 손이라면 잡고서 함께 걸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안재욱이 같이 의논하자고 말할 때, 몇달 전에 읽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의 이 부분이 생각났다.



시오리코 씨가 돌아보며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산너머에 있는 아득한 바다를 바라보듯이.

"무서웠어요 ‥‥‥. 나도 언젠가 어머니처럼 멀리 떠날지도 모른다, 당신을 홀로 남겨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 때문에 답을 미루기만 했어요 ‥‥‥."

"네? 왜 날 두고 떠난다는 겁니까?"

어머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르지만 왜 그런 일로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데리고 떠난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이미 내 마음은 정해져있다.

"네? 다이스케 군도 알잖아요, 우리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10년 전에 홀연히 떠난 뒤로 얼마 전까지 연락조차  ‥‥‥."

"그게 아니라, 나도 같이 가면 되잖아요."

그녀는 놀란 듯 입을 떡 벌렸다. 이토록 멍한 표정을 짓는 건 처음봤다.

내 말이 그렇게 이상했나? 아니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건가?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시오리코 씨가 쫓고 싶을 만큼 재밌는 일이라면 나한테도 분명 재밌는 일일 겁니다. 그리고 어디 있어도 어차피 고서점을 할 거잖아요. 그럼 일손이 필요할 테고, 나도 공부가 되니가 좋고. ‥‥‥ 그럼 안 됩니까?"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했지만 반응이 없는 걸 보니 걱정이 됐다.

"아, 뭐,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놈하고는 같이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 꼭 따라가겠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시오리카 싫지 않으면  ‥‥‥."

순간 시오리코 씨는 지팡이를 짚지 않은 쪽 손을 나에게 뻗었다. 그녀의 손이 내 앞치마를 붙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리고 자신도 몸을 내밀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싫기는요  ‥‥‥. 그럴 리 없잖아요  ‥‥‥." (p.302-304)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버리는 엄마를 닮아, 자신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게 될까봐 시오리코씨는 늘 두려웠다. 그것이 걱정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버리면 남겨진 사람이 얼마나 상처받는지, 남겨진 자였던 시오리코씨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래서 다이스케 군을 좋아하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불쑥, 자신이 떠나게 되진 않을까, 그를 남겨두고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만약 그녀가 이런 걱정을 끝내 다이스케 군에게 말하지 못했다면, 그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결국 그리워만 하는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불안과 걱정을 다이스케 군에게 말했고, 다이스케 군은 '나를 떠나지 말아요' 라든가 '안떠나면 되잖아' 라고 말하는 대신, '나도 같이 가면 되잖아요' 라고 한다. 

아...


진짜 저 부분을 읽을 때 놀랐다. 저런 방법이 있다고는 내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같이 갈 수도 있다는 걸 나는 몰랐다. 시오리코 씨도 몰랐고. 그래서 울컥했다. 한 사람이 한 두개의 문제 해결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역시 자신만의 문제 해결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그 방법들을 얘기하다보면,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들로 결론지어져서 깜짝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면 둘이 함께 행복할 수 있고 둘이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쪽으로 생각이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혼자 보다 둘이 낫다. 내가 혼자라면 그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그뿐이겠지만, 내가 만약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었다면,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다면, 문제 해결을 둘이 함께 하는 게 온당하다. 또한 그 편이 더 행복할 수 있을 확률이 높다. 나 혼자 문제에 직면하고 나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하지 않아야 더 좋을 것이다. 예전에,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스타킹 훔쳐보기』시리즈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었다. '당신의 문제는 내 문제' 라고. 우리가 둘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면, 그렇다면 당신의 문제는 결국 내 문제가 되어 함께 의논해서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어제부터 마음에 걸려서 견딜 수가 없었어. 문득 생각난 것이지만, 너무 사랑을 하고 있어서,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알고있겠지, 케이트, 당신의 문제는 내 문제이기도 한 거야. 어떤 일이든 도움이 되어 줄게."(엘리자베스 게이지, 터부, 하권, p.286)




둘이면 정말 좋구나. 


멋지다, 안재욱, 화이팅! 




토요일에 아이가 다섯을 볼 때는 여동생네 가족도 함께였는데, 함께 술을 마시다가 내가 '아 안재욱 너무 좋아' 했더니 남동생이 '큰누나가 좋아할 스타일이지' 했다. 내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큰누나는 골프선수 싫어해. 저런 스타일 딱 싫어하지.' 라며 덧붙였다. '안재욱처럼 조곤조곤하고 예의바른 스타일 좋아하고 골프선수처럼 저렇게 막 제멋대로 하고 예의없는 스타일 싫어해' 라고. 내가 너 나를 진짜 잘아는구나 하고 깔깔대자 남동생은 한마디를 더했다.



"그러면서 사귀는 건 골프선수 사귀지. 자기보다 어린 골프선수."



야! 그런 거 아니야! 그렇지 않아! 라고 부르짖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아.........





어제 엄마랑 길을 걷는데 엄마가 내 엉덩이를 톡톡 쳤다. 그러면서 '이거 성희롱인가?' 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말했다. '엄마가 내 엉덩이를 쳤을 때 내가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엄마한테 사랑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면 성희롱이 아니지' 라고. 그러자 엄마가 '그래? 그러면 더 쳐줄게' 하시더니 내 엉덩이를 더 쳐주셨다. 



아이가 다섯에서 안재욱의 엄마는 결혼 생각이 없다는 소유진에게 '그게 무슨 인생의 낭비냐'고 했는데, 이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연애만 하는 건, 인생을 낭비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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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5-3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비하는 것일까요.... ㅜ 안재욱 캐릭터 멋지네요. 드라마 보지는 않으나, 꽤 멋진 남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 2016-05-30 09:14   좋아요 0 | URL
네, 너무 멋있어요. 성숙한 연애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소유진 캐릭터도 참 좋거든요. 여자가 괜찮고 남자가 괜찮은데 이 둘이 연애를 하니 좋은 연애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힛.

낭비..아닐 거에요. 그쵸?

무해한모리군 2016-05-30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둑질빼고는 다 해보는게 좋은거 아니었습니까 ^^ 전 연애는 늘 엉망진창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운점이 늘 있는거 같습니다.

다락방 2016-05-30 12:12   좋아요 1 | URL
저도 경험해볼 수 있는 건 다 경험해보는 쪽이 좋다고 생각해요. 어떤 경험에서든 분명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고요. 연애는 해볼만한 것중에 으뜸이지요. 저 역시 지난 연애들에서 분명 배운 게 있었고 계속 성장해가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연애의 완성이 결혼이다 라는 전제를 가진 극중 안재욱 어머님에게는 결혼생각 없는 연애가 시간 낭비일지 모르겠지만, 연애 그 자체에서 오는 행복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시간낭비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애를 좋아합니다!

레와 2016-05-3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호)





다락방 2016-06-01 08:48   좋아요 1 | URL
네, 낭비가 아닐 거에요.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낭비일 리 없어요. 그쵸?

syo 2017-05-2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비블리아 5권 읽었어요. 저는 남자라 그런가, 저 대목에 들어서는 순간, 같이 가면 될텐데 왜 걱정이지? 가자고 하면 무조건 같이 갈텐데? 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다이스케도 바로 같이 가자고 했고, 전 오히려 같이 가는 걸 생각도 못한 시오리코가 이상하더라구요. 역시 남자라 남주에 감정이입하게 되나 봐요.

그나저나 이 시리즈 재미있네요... 5권 읽느라 하루를 거의 통째로 날렸어요.

다락방 2017-05-26 08:57   좋아요 1 | URL
쇼님, 이 책 읽고 있군요!

일단, 쇼님이 남자라서 남주와 같은 생각을 한 건 아니라고 전 생각해요. 남주도 그리고 쇼님도 ‘그런‘ 사람이라서 그런거예요. 그러니까 남자든 여자든, 저럴 때 ‘같이 가자‘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어떻게 같이 가자고 하나‘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 거죠. 저는 후자의 경우이고요.

저는 대체적으로 문제 해결은 제가 혼자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늘 그렇게 살아왔어요. 또한 굉장히 개인적인 성격이 강한만큼, 다른 사람의 선도 지켜주고 싶어하고요. 그러다보니 ‘내가 이렇게 해서 저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면 안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같이가자‘는 말을 죽었다깨도 입밖에 낼 수 없는 사람인 거예요. 저의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제 여자친구들 중에 어떤 사람들은 ‘맞다, 이해한다, 나도 그렇다‘고 하는 반면에, 또 많은 여자사람들은, ‘할 때까지 해봐야 한다‘, ‘같이가자는 말이라도 꼭 해봐야 한다‘,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말해요. 이건 남녀의 차이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개인 차이인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 방금도 말했듯이, 혼자 해결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서 더 좋은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걸 차단해버리곤 했죠. 그게 아쉬운데, 사람이 ... 잘 안변하더라고요. 제 성격을 좀 고치고 싶은데 말예요... 하아-


근데 이 뒷시리즈 나왔나요? 제가 5권까지 읽고 그 다음을 못읽었는데요???

syo 2017-05-26 09:18   좋아요 0 | URL
문제해결방법 차이로 읽어내는 다락방님의 시선이 참 의미있는 것 같아요. 전 연애소설(?) 이런 데 참 약해서 기껏해야 주인공의 자리에 나를 한번 대입해보고 나라면 이럴까? 하고 넘어가는 게 고작인데요...

그렇지만 제 생각으로는, 이 두 주인공의 케이스는 문제 해결을 혼자 하나 함께 하나의 차이라기보다는 이것이 여주 혼자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 둘의 문제인가- 하는 인식 차이인 것 같아요. 시오리코는 이것을 자기 자신만의 문제로 보니까 다이스케와 같은 방법을 생각조차 못하는 것 아닐까요? 생각은 했지만 미안해서 내가 어떻게- 뭐 이런게 아니라 아예 몰랐다는 리액션이니까요. 다이스케는 둘의 문제로 보니까 저런 대답을 내놓는 게 아닐까요?

생각해보면 ˝혼자만의 문제인가?˝와 ˝혼자 해결할 문제인가?˝는 거의 같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명제인데, 연인간에 이 비슷한 문제를 놓고 다툴 때 보면, 두 명제를 구분없이 쓰다보니 서로의 말이 겉도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아요.

6권을 지금 읽었어요. 작가 말로는 7권 내지 8권 정도에서 시리즈가 마무리 될 것 같답니다. 재밌었는데...

다락방 2017-05-26 09: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쇼님. 이것을 저는 ‘혼자만의‘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나의 문제‘요. 그러니 같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거죠. 음..어쩌면 상대가 나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나와 함께할 생각 혹은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확실하지 않으니 그런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해요. 이를테면, 저 둘의 관계에서도 ‘우린 앞으로 계속 함께할 사이‘라는 게 명확하게 규정되어져 있었으면, ‘그런데 나는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 자연스레 말이 나오고, 그렇게 의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거죠. 제가 ‘내문제‘라고 생각했던 건, 저 역시 상대로부터 확신을 얻지 못해서였다는 생각도 들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남주는 둘의 문제라 생각했고 여주는 자기 문제라고 본거죠.


근데 여자주인공 너무 천재라서...좀 현실성 떨어지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어떤 책 몇 년도, 어느 판본 이런 거 다 외우고 다니고 그런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천재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랑 너무 다르고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7-05-26 09:37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6권을 덮었는데, 어제 읽은 2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납니다ㅋㅋㅋ붕신같다ㅠ
.

다락방 2017-05-26 09:44   좋아요 0 | URL
저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아주 굵직한 거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가 가슴이 크고 책에 대한 기억력이 남다르며 엄마랑 사이가 안좋고.... 그냥 이게 전부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기억력은 고작 이정도..

아, 시계태엽오렌지 나왔던 거 생각나고.... 에...또........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syo 2017-05-26 09:53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연상, 안경, 때묻지 않음, 그리고 왕가슴> 이라는 덕후들의 어두운 욕망을 겨냥한 저자의 저 영악함을 잊지 않을 겁니다.

독서만담 보니까, 저 여주 피규어도 있다더라구요.

다락방 2017-05-26 09:5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SNS 에서 피규어 본 기억 있어요. 그런데 몸통 다 있는 게 아니라 상체만 있는 걸 봐서 뭔가 뜨아!! 했었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이렇게 상체만 뚝 잘라 만들어놨지? 하고 말예요. 아하하하하. 저는 피규어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봐요.

이 책은 뭐랄까, 소품 같은 작품이죠. 읽는 재미가 소소하게 있어요. 막 흥미로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막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도 아닌데, 정말 소소한 재미를 주는 책이에요. 후훗.

역시 같은 책을 읽는다는 건 넘나 좋은 일이네요, 쇼님. 이렇게 얘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

syo 2017-05-26 10:07   좋아요 0 | URL
전 왠지 알 것 같아요. 저 상체..... 여주는 항상 스커트 입는데 그럼 다리가 안나오고, 치렁치렁한 스커트 입혀놓으면 가슴도 강조가 안되고..... 망할 놈의 자본주의.

읽은 책에 딱 등록하는데, 바로 밑에 다락방님의 글이 보였어요. 재밌겠다 싶어서 눌렀는데, 사실 제가 이 책 다섯권을 읽으면서 생각이라는 걸 딱 한 번 했는데ㅋㅋㅋㅋ바로 그 대목이 있길래 신나서 써 봤어요.

재미있는 책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아니다, 그냥 금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추앙받는 이유경 작가님의 <잘 지내나요?>를 참고할까봐요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7-05-26 10:16   좋아요 0 | URL
쇼님, 혹시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읽었어요?
내가 쓴 글, 내가 링크하는 거 겁나 뻘쭘하지만, 이 글 읽어봐요. 어쩐지 쇼님이 좋아할 것 같아요. 오래전의 글이라서 좀 유치하지만요... (수줍)

http://blog.aladin.co.kr/fallen77/3451562

syo 2017-05-26 10:33   좋아요 0 | URL
물론 다락방님의 이 글 좋아하죠 ㅎㅎㅎ 새벽 세시, 도 읽었구요.
지금은 제가 페이퍼를 지워서 흔적을 찾을 수 없고 기억도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우리 작년에도 이 책 이야기 한 적 있었어요. 그게 아마 제가 페이퍼에 줌파 라히리 책 이야기를 짧게 썼고, 다락방님이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으셨고, 제가 <섹시>라고 했고, 다락방님도 좋아하신다며 이어지는 댓글에서 새벽 세 시 이야기도 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ㅎㅎㅎ 쓰신 저 글도 그때 처음 읽었구요. 또 봐도 어쩐지 뭉클하구요. 그렇구요.

다락방 2017-05-26 10:3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쇼님은 이미 읽으셨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 물어봤는데, 우리가 이야기도 나눴었군요! 크- 기억나요, 기억나. 섹시!! 제가 좋아해요, 섹시! 그 단편 너무 좋죠. 크-

아 쇼님 너무 좋다. 줌파 라히리와 새벽 세시를 즐거이 읽는 사람이라니...쇼님 멋져요! ㅠㅠ (전 그런 남자는 현실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전 뭐 찾아볼 게 있어서 새벽 세시 오늘 또 들춰보고 있었거든요. 그랬더니 레오 막 너무 좋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레오 닮은 남자를 사랑했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막 거시기해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인생은 뭘까... 막 이런 생각도 들고....하아-

syo 2017-05-26 10:50   좋아요 0 | URL
그때도 다락방님이 그 책 진짜 애정하신다는 게 팍팍 느껴졌었어요. 뭔가 글만 읽는데도 반짝반짝하는 눈빛이 느껴졌달까요? 아니다 거의 번쩐번쩍 수준이었어요ㅋㅋㅋㅋ 아쉽게도 저는 그 책 읽은지 넘나 오래되서 구도밖에 기억이 안나는 상황이었고.....

댓글과 리뷰가 이렇게 일치하는 분이라니ㅋㅋㅋ그래서 제가 다락방님 글 좋아하나봐요.

그나저나 이로써 오늘 읽을 책은 결정이 된 셈이네요ㅎ

다락방 2017-05-26 11:15   좋아요 0 | URL
저는 심지어 오프라인도 온라인과 일치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이란 게 참 신기해서요,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달라요. 처음 읽을 때 꽂혔던 부분과 두번째 읽을 때 꽂히는 부분이 다르더라고요. 시간이 흐르고 내가 더 나이 들어서 그 책을 다시 읽으면, 또 전혀 새로운 부분에 눈이 번쩍 뜨이게 되고요. 그래서 책이 좋은 것 같아요, 쇼님.
물론 이렇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게도 만드는 아주 소중한 매개에기도 하고요. 역시 책읽기는 셰속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히힛.

아, 오랜만에 댓글 놀이 넘나 재미있고 즐거워요. 쇼님 덕분에 알라딘에서 노는 게 오늘 참 좋으네요.
:)

syo 2017-05-26 14:09   좋아요 0 | URL
저도 다락방님과의 대화는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말씀대로 진짜 오프라인에서 말씀하시는 걸 듣고 있는 느낌이구요 ㅎ

덕분에 저도 재밌는 시간이었고 또 새벽 세 시도 다시 한번 읽었어요. 이 책은 서른 넘어서 읽어야 되는군요. 대학생 때는 읽은 게 아니었네요. 그때도 지금처럼 읽는 중이나 읽고나서 뭔가 두근꽁냥울컥하는 기분이긴 했었지만...

다락방 2017-05-26 17:06   좋아요 0 | URL
저 새벽 세시 처음부터 넘겨보고 있는데요, 우연은 필연으로 가는 과정인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메일을 잘못 보내는 것도 그렇지만, 왜 한참 후에 다시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게 됐는지, 그리고 왜 또다시 메일을 잘못 보내게 된건지.... 이 모든 게 이들이 만나야 할 운명이어서 그런 건 아닐까...하게 된거죠.

쇼님은 어때요? 운명을 믿나요? 우연이 필연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이건 지나친 과장인걸까요?

다락방 2017-05-26 19:18   좋아요 0 | URL
그렇지않아요! 완전 좋았는걸요! 다만 제가 지금 지하철안이라 스맛폰으로 댓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요. 있어봐요! 맥북을 열게 되면 다다다닥 할테니까요!!

syo 2017-05-26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필요한 순간에, 그러니까 믿고 싶은 순간에는 믿어요. 그리고 제가 겪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운명이라는 걸 믿는 것이 저한테는 더 나은 선택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레오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친구인 저한테 찾아와서 쏘주 한잔 하면서 울며 불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한다면 저는 레오한테 이거 운명 같은 거 아니라고 해 줄 거 같아요. 네 선택은 지금 아무것도 거스르는 것이 아니고, 또 에미한테 돌아가기로 마음을 바꿔먹는다 해도 그 선택 역시 아무것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고요.

반면에 만약 제가 레오라면(물론 제가 레오면 에미가 저한테 빠지진 않았겠지만), 그러니까 떠나느냐 마느냐의 선택의 기로에 선 레오였다면, 저는 최초의 모든 우연들 뿐만 아니라 사소한 사건들부터 헤어진 전 여자나 에미의 남편 가족까지 그 모든 것이 다 운명의 증거였다고 믿을려구요. 그 작은 우연들이 겹쳐 우리가 만났어, 이건 운명이야, 당신의 남편과 아이들에도 불구하고 우린 여기까지 왔어, 그러니 우리는 기필코 운명이야. 뭐 이런 식이랄까요. 전 소심이라, 그런 믿음이라도 있어야 최대한 흔들리지 않고 에미한테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다락방님이 이걸 운명이라고 보셨다면, 다락방님도 저처럼 그 둘이 만나기를 바라시는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실제로 운명인지 아닌지도 중요하겠지만, 운명의 손을 빌려서라도 만나고 싶다는 그 감정이 더 중요한 거 아닐까요?

근데 이 사람들, 서로 운명이라는 말은 한번도 주고 받은 적이 없었죠? 그들이 나눈 대화의 수위를 보면 충분히 나왔음직한 흔한 주제였을 수 있는데. 이러이러하니 우린 운명이야, 이거 한국에서만 쓰이는 용법일까요??

다락방 2017-05-26 17:59   좋아요 0 | URL
음, 한국에서만 쓰이는 용법은 아닐것 같아요. destiny 란 단어가 분명 존재하니깐요.

오래전에 영화 [스틸 브리딩]을 봤었는데요, 여기에서 남자가 여자앞에 나타나서 끈질기게 ‘내가 너의 운명이다‘라고 말하거든요. 여자는 ‘뭐 이런 놈이 다있나‘ 하지만, 나중엔 둘이 연인이 돼요. 정말 운명이었는가 보다, 뭐 이렇게 되는거죠. 그렇지만 만약 남자가 ‘어차피 그여자랑 나랑 운명이니 가만 있어도 되겠지‘ 라고 했다면 과연 그들이 이어졌을까...를 생각하면 잘 모르겠어요. 정해진 상대가 있는 게 운명이라면, 나는 가만 있어도 그와 맺어지는 걸까요? 그래서 저는 운명을 믿는데, 동시에 자기 안의 힘도 믿어요. 아직 그와 내가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의 옆에 있고 싶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행동하면, 내 삶의 방향이 그쪽으로 설정이 되잖아요. 그렇게 결국은 그에게 한걸음 더 다가서고 다가서고..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그 후에 그를 만나게 됐고 또 함께하게 됐다면, ‘아 우린 운명이였어‘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거죠. 음, 그렇다면 이건 내 노력이 더 들어간걸까요?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안되는 사이란 게 있잖아요? 결국 헤어지는 사이요. 내가 그를 원하는 마음이 아주 간절해도 헤어지게 되는 그런 사이....


저는 레오와 에미가 만나기를 원하기도했고 한편 만나지 않기를 원하기도 했어요. 만난다면, 그 다음 수순은 정해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불같은 사랑을 하고 그러다 헤어지게 되는 보통의 연인..그렇지만 만나지 않는다면, 너무나 특별한, 그리고 언제나 거기에 있는 사람, 이런 관계..가 되는 거니까요. 물론, 어쩌면 그 관계조차 시들해졌을지도 모르고요.

이 사람들, 자기들끼리는 운명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들은 ‘운명인가봐!‘하기 전에, 서서히 빠져들어간 것 같아요.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이 모든 것들도 다 운명이겠죠?

syo 2017-05-26 18:25   좋아요 0 | URL
말장난 같지만 그런 거 있잖아요. 나는 왼손잡이고 어쩐지 왼손으로 코를 파고 싶은데, 어쩐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정해진 것만 같아서 오히려 오른손으로 코를 사악 파고는, 이것봐 정해진 건 없어, 나는 내가 원하는 손으로 코를 팔 수 있다고, 하며 의기양양해 하자 저 높은 곳에 계신 분 씨익 웃으면서, 그것까지 다 정해놨었지- 하는.

어차피 쟤랑 운명이니까 가만 있어도 되겠지, 하다가 망하고 나서 아 젠장, 하느님 운명인데 왜 망한거죠? 그러자 하느님이 걔랑은 가만 있다가 망할 운명이었어- 하는 그런거요. 이 개똥같은 이야기가 결국 ˝모든 건 다 정해진 운명˝이라는 말과 ˝정해진 운명이라는 건 없다˝는 말이 딱 만나는 지점이잖아요? 그러니까 쉽지 않지만 항상 최선을 다 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최선을 다하면 같이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데 운명을 쓰는 거라고 믿지요.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요?;;;;

저는 두 사람이 만나지 않고, 계속 이상적인 모습의 상대방을 각자 머릿속에만 유지한 채 메일 주고 받기를 평생 이어나가는 일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채 1년도 되지 않아 서로 만나고 싶어 죽을려고 하는데. 설사 그렇게 관계가 계속 이어졌다 하더라도, 메일 대화만으로도 끝내는 조금씩 무너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 [그녀] 보셨어요? 저는 디게 재밌게 봤는데, 그 영화와 이 책, 어쩐지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아요.



2017-05-26 1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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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5-26 19:20   좋아요 0 | URL
그렇지않아요! 완전 좋았는걸요! 다만 제가 지금 지하철안이라 스맛폰으로 댓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요. 있어봐요! 맥북을 열게 되면 다다다닥 할테니까요!!

2017-05-29 08: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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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0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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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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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09: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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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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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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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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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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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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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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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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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꿈에서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과 나와 이렇게 셋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남자가 벌떡 일어서더니 '약국에 다녀올게' 하는거다. 우리가 왜냐고 물으니 구충제를 사러 간다는거다. 구충제 사올테니까, 그거 먹고 계속 술마시자, 라고. 그러면서 약국에 갔다. 다른 여자와 나는 응 오면 구충제 먹고 술 계속 먹자, 라고 약국에 다녀올 남자를 기다리다가 잠에서 깼다.


음... 


남자와 여자가 누군지는 기억이 전혀 안나는데, 어쨌든 저런 꿈을 왜 꿨을까, 하고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으면서 생각하다가, 가방에 들고온 책을 읽으려고 꺼내는데, 아아, 이거였구나! 싶었다. 이래서 그런 꿈을 꿨어!!!

















나는 어제 퇴근길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거다(따끈따끈한 신간!!). 두번째 꼭지에 나오는 기생충(시모토아 엑시구아)은 물고기의 혀를 먹고 자신이 그 혀의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같이 실린 사진이 으으, 너무 끔직했다. 세번째 꼭지까지 읽고 내려서 명태찜에 술을 마시는데, 명태찜에 명태 대가리가 나왔고....대가리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아아아아아.....나는 그냥...대가리를 집어서 가시 버리는 그릇에 버리고 만것이다. 입 벌리지마....입 벌린 모습을 내게 보이지마...... 하아-



흑흑 자꾸 생선 대가리에 들어있던 기생충이 생각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왜이렇게 꿈을 잘꿀까?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독서는 뭐지? 인생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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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6-05-2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일상!! 일상은 인생!! 이히히히히히~


땡초 팍팍 뿌린 명태전 먹고 싶당!!!! ㅎㅎ

다락방 2016-05-26 09:50   좋아요 0 | URL
명태전에 소주!! 크아-
이번에 대전에서 만날 때도 명태전 팔면 좋을틴딩 ㅋㅋ 사서 소주랑 먹게 ㅋㅋㅋ

레와 2016-05-26 09:51   좋아요 0 | URL
바로 검색 들어갑니당~!!!!!!!!!!!!

다락방 2016-05-26 09:54   좋아요 0 | URL
콜!!

2016-05-26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5-26 12:22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 원래 읽는 사람 마음 아닙니까! ㅎㅎㅎㅎㅎ 안주가 생각이 안나네요. -_-

북프리쿠키 2016-05-26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기생충열전 개정판이예요?? 사볼까하는데 중복이면 이 책만 사볼려구요

다락방 2016-05-26 13:41   좋아요 1 | URL
오, 아닙니다. 전혀 다른 책이에요. 기생충열전에 나온 기생충은 이 책에서 나오지 않아요. 중복되는 내용 1도 없습니다!! 두 권 다 사보셔야 할듯요. ㅎㅎ

북프리쿠키 2016-05-26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감사합니다!!마태우스님에게도 좋은 홍보(?)가 될듯 싶어요ㅋㅋ두권 주문해야겠네요!

다락방 2016-05-26 15:29   좋아요 1 | URL
도움을 드릴 수 있다니 기쁩니다. 제가 말씀드린 건 이 책의 서문을 읽어보고 알게 된 거에요. ㅎㅎ
책 재미있어요. 즐거이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훗.

마태우스 2016-05-28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다락방님.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개정판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며 구매를 독려하기까지...ㅠㅠ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강요에 넘어가주신 북프리쿠키님, 감사드려요 흑흑.

다락방 2016-05-30 09:07   좋아요 1 | URL
지금 읽고 있는데 너무나 재미있어요, 마태우스님!!! >.<
정말 재미있는 책을 쓰셨어요. 존경합니다!!!

moonnight 2016-06-01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지난번 책 읽고 한동안 애먹었어요. 머리부터 해서 온 몸이 막 가렵ㅠㅠ;;;;; 그래도 새책은 장바구니로 ㅎㅎ;;;

다락방 2016-06-02 09:46   좋아요 1 | URL
저도 요충 부분 읽다가 온몸을 긁었던 기억이 있어요. ㅎㅎ 새책 재미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윽, 윽, 하면서 읽었어요. 전 아직까지 기생충이 예쁘진 않아서요. 아하핫
 

.....
43페이지

ㅎㅎ

















나의 대학 졸업 논문이 꼭 이런 식이었다. 저런 오타가 수두룩했다. 내가 쓴 게 아니라 이 책 저 책 짜집기해서 타이핑만 했던 논문..졸업할 때 논문을 책으로 만들어서 한 권씩 줬는데 내 논문보고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기절하는 줄.. 하아.

당시에 S 여대에 다니는 나의 친구는 K 대를 졸업한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남자가 이메일로 자신의 졸업논문을 읽어보라며 줬다는 얘길 했더랬다. 그때, 아, 그 사람은 내가 쓴 것처럼 이 따위로 쓴 게 아니라 진짜 자기가 쓴 거고 그게 자랑스러워서 읽어보라고 줬겠구나 싶었더랬다. 나는 정말 논문에 오타가 수두룩했는데 진짜 타자를 너무 빨리 치다가 생긴 그런 오타였던 것이다. 저렇게 글자와 글자 사이에 뭐가 들어가거나 한 글자의 받침이 다음 글자와의 사이에 놓여있던 일... 부끄럽다..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새로 논문 쓰고 싶은데, 이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해보는 말이다.



어쨌든 43페이지까지 이 책을 읽었는데, 음, 안 읽어도 되겠군, 싶은 책이다. 애초에 이 책을 왜 샀는지... 안읽고 팔아버려야지 싶은데 퇴근길에 읽을 소설책이 없으므로-비소설은 사무실에 쌓여있음- 퇴근길까지만 읽을까...

아니면 당일배송으로 스티븐 킹 소설 하나 시킬까...

소설 읽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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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5-2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는 핸폰으로 봐서 자세히 안 보였는데, 이제 보니까 참...ㅎㅎㅎ
오타가 야무지네요~~

다락방님 글 읽다보니 저도 졸업논문 생각나요.
길이 길이 남을 논문을 쓰겠다,고 제가 그랬다지요. 누가 학사논문을 읽어나 주나요~~
<호손의 주홍글씨에 나타난 죄의 문제>가 제목이었던건 기억나요.
그 다음은 저도 부끄러워서 기절.. ㅎㅎㅎ

즐거운 점심 시간 되시길요. 밥맛은 꿀맛이 제맛^^

다락방 2016-05-25 10:22   좋아요 0 | URL
저는 논문 제목도 생각 안나요. 유통에 관한 거였던 것 같은데... 아하하하하. 도서관에 들어가서 유통에 관련된 책 몇 권 뽑아다가 짜집기 했더랬어요. 교수님도 아시더라고요. 야 이건 책 짜집기지... 아하하하.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저에 반해 단발멀리님 논문은 제목부터 근사하네요. 우어어어. 호손의 주홍글시에 나타난 죄의 문제, 라뇨. 제가 안그래도 주홍글씨를 이십대 초반에 읽고나서 내용이 사라져 다시 읽으려고 사두었거든요. 민음사로요. 단발머리님 댓글 읽으니 주홍글씨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발머리님은 진짜..알면 알수록 멋진 분이신 것 같아요!!

배고파요. 일단 간식으로 몽쉘통통 먹었는데도 계속 배고파서 두유를 하나 마셔야겠어요. 점심 때까지 버틸 수가 없어요. 어흥 ㅠㅠ

단발머리 2016-05-25 10:27   좋아요 1 | URL
에구... 부끄러워라.
제목은 근사하지만 저는, 제가 쓴 리포트를 복사해서... 붙였더랍니다.
전 멋진 사람이 아닌데, 다락방님이 멋지다고 하니까,
전 이제부터라도 멋진 사람이 되어 볼려고요.
당신은 예쁨을 담당해요. 내가 멋짐을 맡을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몽쉘바나나 새로 나왔던데, 우리 언제 같이 몽쉘바나나 한 판 해요~~

다락방 2016-05-25 10:54   좋아요 1 | URL
네, 예쁨은 걱정 마세요! 제가 힘차게 담당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몽쉘바나나 저는 먹어봤거든요. 동료가 직원들에게 하나씩 돌렸는데, 맛있더라고요. 그렇지만 제가 돈 주고 사먹을거면 저는 오리지널 사먹으려고요. 우리 몽쉘 한 판 할 때 몽쉘은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

건조기후 2016-05-25 13:11   좋아요 0 | URL
저도 몽쉘통통 참 좋아하는데요. 저는 몽쉘 카카오를 사드리겠습니다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5-25 13:36   좋아요 0 | URL
어므낫! 아름다운 제안이에요! ㅎㅎㅎㅎㅎ

머큐리 2016-05-25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관심가지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때문에 관심이 급격하게 수그러들었어요...ㅎㅎ

다락방 2016-05-25 12:00   좋아요 0 | URL
43쪽까지만 읽은 제 말을 너무 신뢰하지 마세요. ㅎㅎㅎㅎ 저는 조금 더 읽어볼까 어쩔까 갈등하는 중이에요. ㅎㅎ

moonnight 2016-06-0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덕분에 안심하고 보관함에서 지웁니다^^

다락방 2016-06-02 09:46   좋아요 0 | URL
안읽어도 별 상관 없는 책이에요. ㅎㅎ
 

˝야, 너도 밥 같은 건 이제 네 손으로도 해 먹을 줄 알아야지! 귀하게 컸다고 언제까지 받기만 하냐. 아비가 됐으면 식구부터 챙기고. 어떻게 너 혼자 오냐. 너도 참 모질다.˝ (『오늘처럼 고요히』, 김이설, <비밀들>, p.197)


김이설의 소설 <비밀들>에서 베트남 여자와 결혼한 남자는 아내가 아파 밥을 먹지 못해 이웃집에 밥을 얻어 먹으러 온다. 아내가 아파 밥을 먹지 못하는 건, 아내가 아파서 자신의 마음도 아파 못먹는 게 아니라 아내가 아파 자신의 밥을 차려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아파 밥을 먹지 못한다고 이웃집 아저씨가 우리집 와서 먹어라, 한것. 이에 그 집 아주머니가 저렇게 말한다. 야, 밥 같은 건 이제 네 손으로도 해 먹을 줄 알아야지, 하고. 아니 진짜, 언제까지 받기만 할거야? 소설속에서 그는 아이가 있는 아버지이지만, 설사 아버지가 아니라도 다 큰 성인 남자라면 자기가 먹을 밥을 자기가 차려 먹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일전에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에서 에쿠니 가오리가 여행을 간다고 하자 남편이 "그럼 내 밥은?" 하고 물었다는 일화가 나왔었는데, 남자들아, 왜 밥을 못차려 먹어요???? 왜야???? 왜지??????? 당신 입이고 당신 배에요, 굶기 싫으면 당신 손으로 차려 먹어요... 엄마가, 아내가, 누나가 니네 밥 차려 줄라고 사는 거 아니에요... 그걸 말해줘야 알아요?



아, 갑자기 김이설 소설의 저 부분이 떠오른 건 빡치는 시 두 편을 내리 읽었기 때문이다. 



공갈빵


                    손현숙



엄마 치마꼬리 붙잡고 꽃구경하던 봄날, 우리 엄마 갑자기 내

손을 놓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걸음을 떼지 못하는 거야 저

쯤 우리 아버지, 어떤 여자랑 팔짱 착, 끼고 마주오다가 우리하

고 눈이 딱, 마주친 거지 "현숙이 아버……" 엄마는 아버지를 급

하게 불렀고, 아버지는 "뭐라카노, 아주마시! 나, 아요?" 바바리

자락 휘날리며 달아나버린 거지



먹먹하게 서 있는 엄마를 바라보며 나는 갑자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어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배가 고

픈 건지, 아픈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서러웠거든 우리가 대문 밀

치고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버지는 "어디 갔다 인자 오노, 밥 도

고!" 시침 딱 갈기고 큰소리쳤고 엄마는 웬일인지 신바람이 나

서 상다리가 휘어지게 상을 차렸던 거야 우리 엄마 등신 같았어



그러면서 오늘까지 우리 엄마는 아버지의 밥때를 꼬꼭 챙기

면서 내내 잘 속았다, 잘 속였다, 고맙습니다, 그 아버지랑 오누

이처럼. 올해도 목련이 공갈빵처럼 저기 저렇게 한껏 부풀어 있

는 거야




다른 여자랑 팔짱 끼고 나갔다온 주제에 집에 들어와서는 아내를 보자마자 밥을 달라고 한다.. 이 나라 남자들은 밥을 자기 손으로 차려 먹으면 지구가 망한다고 생각한걸까...




엄마는 출장중


                   김중식



또 석 달 가량 집을 비우신단다

산 사람 목에 거미줄 치란 법은 없는 모양이군, 나는 생각했다

집 앞이 집 앞이니만큼

질펀한 데서 허부적거리다가 저녁에 들어오니

그저께 밥상보 위의 흰 종이


머리라도 자주 빗어넘기고

술 한잔도 두세 번에 나누어 마시거라

엄마 씀.

잠은 좀 집에서 자고


아무리 이래도 저래도

한世上 한平生이라는 각오를 했지만

내 삶이 점차 생활 앞에서 무릎꿇고 있다

한량 생활도 사는 건 사는 건데 이건 아닌 것 같고


치욕 없이 밥법이할 수 있으리요마는 나는 이제 밥벌이 앞에서

性고문이라도 당할 용의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밥상 앞에서

먹고 사는 일처럼

끊을 수도 있는 인연이 따로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감기 들면 몸살을 앓으시는 어머니

아! 한가하면 딴 생각 드는 법

또 석 달 가량 나는 自由다, 라고 외치자꾸나, 내 젊음에 후회는 없다, 라고

그런데 냉장고에 양념된 돼지 불고기가 있어서 그만

엄마, 소리만 새어나왔다.



밥벌이도 엄마가 하고 밥상도 엄마가 차린다. 나도 안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잘 먹기를 바라는 마음. 엄마는 아마 그런 마음으로 아들을 염려하고 밥상을 차려놓고 그리고 밥벌이 하러 나간 것일게다. 그래,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집에서 술만 마시는 아들이 걱정되어 술 한잔을 세 번에 나누어 마시라고 쪽지를 써놓고 밥벌이 하러 나간 엄마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엄마가 없는 3개월간은 자신의 밥상을 자신이 차릴 수밖에 없겠지만, 이 시를 읽노라니 그 밥상이 제대로 된 밥상이라기보다는 그저 술상일 확률이 클 것같다. 생활 앞에서 무릎꿇는다고 표현하는 시인의 처지가 딱하지만, 딱한데, 나는 내내 김이설의 소설 인용구만 생각났다. 



˝야, 너도 밥 같은 건 이제 네 손으로도 해 먹을 줄 알아야지! 귀하게 컸다고 언제까지 받기만 하냐. "

















워낙에 시를 잘 못읽는 사람이라 그런지 실린 시도 딱히 마음에 드는 게 별로 없고 그에 대한 감상도 딱히 와닿는 게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형식만은 좋구나 싶어서 이렇게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에 드는 시 몇 편을 추려내어 그에 따른 나의 감상을 덧붙이는 일. 그리고 위의 두 시도 선택해서 내 식대로 감상을 적어보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시에 대한 감상을 적기 보다는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공감으로 감상을 적어나갈테고-어쩌면이 아니라 확실하겠구나-, 그래서 나는 이 시들을 이 책에서 황인숙이 그랬듯이 좋은 감상으로 써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래서 나는 시를 못쓰고 못읽는구나 새삼 깨닫는다. 등장인물이 되려고 하니 시를 시로써 감상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내용으로 감상하려고 해서. 난 위의 두 시들이 너무 화가나.....하아- 그런데 이 책속에서 황인숙은 위에 인용한 첫 시 <공갈빵>에 대한 감상으로는 '재밌는 시' 라고 한다.. 두번째 시 <엄마는 출장중>은 '재밌지만 속살이 쓰라리'며, '독한 마음을 먹어도 해결이 안되는 '생활'의 징그러움' 이라 표현한다. 


난..

나는...

시를 읽기에 맞춤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아......




그렇게 책을 읽어가다가 왈칵, 잠시 페이지에 시선이 멈추어 고정되었던 글이 있다. 시에 대한 황인숙의 설명 부분이었는데, 이런 구절이 나오더라.



"어떻게 사랑은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 대사를 읊은 주인공처럼 풋푹하게 젊은 남자가 아니더라도, 사랑의 백전노장이 아니라면, 대부분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게 사랑의 속성이라는 환상을, 미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감정처럼, 사랑이라는 감정도 계속 움직인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이를 향하여 흐르는 강물"이지만, 그 흐름이 향하는 "사랑하는 이"가 바뀔 수 있다. 그럴 뿐 아니라 그 강물의 온도도 늘 같지 않다. 어느 날은 90도까지 올라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60도나 70도고, 때로 30도로 내려가는 날도 있다. 물은 100도가 돼야 끓는다. 99도에도 끓지 않는다. 펄펄 끓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90도의 사랑에도 사랑이 변했다고 느낀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늘 움직이고 변하게 마련인 사랑의 속성에 마음이 불안하게 요동친다. (p.176-177)



아아. 갑자기 뭔가가, 내가 잡으려 했지만 잡지 못한 무엇이,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던 어떤 것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은 감상이다. 펄펄 끓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90도의 사랑에도 사랑이 변했다고 느낀다, 라는 구절에서. 그렇구나. 그런거구나. 그래, 그런 거였어, 그렇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나는 왜 사랑이 변했냐고 울부짖기 보다는, 100도까지 펄펄 끓었었구나, 하는 것에 감사해야겠구나. 늘 비슷하게 유지되는 60도나 70도이기 보다, 100도까지 끓기를 선택했고, 그렇게 된거였구나, 하고. 이거야말로 가슴 쓰라린 일이구먼..



이런 근사한 감상이 나온 시는 이것.



냇물에 철조망


                       최정례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이를 향하여 흐르는 강물이다

어제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아닌 것 같다

조금 바람이 불었는데

한 가지에 나뭇잎, 잎이

서로 다른 곳을 보며 다른 춤을 추고 있다

저 너머 하늘에

재난 속에서 허덕이다가 조용히 정신을 차린 것 같은 모습으로

구름도 흘러가고 있다

공중에서 무슨 형이상학적 추수를 하는 것 같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펄펄 끓었다가 90도가 되어 한쪽이 변했다 느껴졌는데 상대가 여전히 펄펄 끓고 있다면, 그렇다면 펄펄 끓던 쪽은 그대로 계속 끓어 끓어 쫄아버리게 되는걸까..그러다 냄비도 다 타고...불나서 타버리게 되나...소방차 불러야 되나.....



그리고 이 책 한 권을 통틀어 가장 좋은 시는 아래에 옮길 '김경미'시인의 시다. 일전에 <쉿, 나의 세컨드는>이라는 시를 좋아했었는데, 어쩌면 시도 취향이란 것이 있는걸까. 좋아했던 시를 쓴 시인의 시가, 이번에도 또 좋으네.



봄, 무량사



                      김경미



무량사 가자시네 이제 스물몇살의 기타소리 같은 남자

무엇이든 약속할 수 있어 무엇이든 깨도 좋을 나이

겨자같이 싱싱한 처녀들의 봄에

십년도 더 산 늙은 여자에게 무량사 가자시네

거기 가면 비로소 헤아릴 수 있는 게 있다며



늙은 여자 소녀처럼 벚꽃나무를 헤아리네

흰 벚꽃들 지지 마라, 차라리 얼른 져버려라, 아니,

아니 두 발목 다 가볍고 길게 넘어져라

금세 어둡고 추워질 봄밤의 약속을 내 모르랴



무량사 끝내 혼자 가네 좀 짧게 자른 머리를 차창에 

기울이며 봄마다 피고 넘어지는 벚꽃과 발목들의 무량

거기 벌써 여러번 다녀온 늙은 여자 혼자 가네

스물몇살의 처녀, 오십도 넘은 남자에게 무량사 가자

가면 헤아릴 수 있는 게 있다 재촉하던 날처럼




아, 좋다. 좋구먼.. 크.. 좋다.


올림픽공원 생각난다. 일전에 아빠랑 올림픽공원 근처를 걸으면서 '아빠, 내가 올림픽공원에 데리고 온 남자가 몇인줄이나 알어?' 했더랬다. 그러자 아빠는 '좋겠다, 넌 남자 바꿔서 계속 가도 되잖아, 싱글이라. 난 안되는데..' 라고 하셨더랬지...아빠.... 

김경미 시인에게 무량사는 나에게 올림픽공원 같은건가.....



그런데 저 마지막연좀 보라지.


무량사 끝내 혼자 가네


라니. 아아. 인생은 어차피 혼자 가는 거야... 김경미 시인이 자신의 시, 쉿 나의 세컨드는, 에서 그랬었지. 새끼 손가락을 들며 나는 세상의 이거야, 이거, 라고. 


무량사 끝내 혼자 가네

무량사 끝내 혼자 가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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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4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6-05-2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림픽공원이라면 다락방님과 술먹고 토하고 술먹고 토하자고 백만년전에 약속했던 그 곳이군요 ㅋㅋㅋㅋㅋ 아 아닌가 음.. 그냥 술먹고 토하자고 했지 올림픽공원은 아니었나 ㅋㅋㅋㅋㅋ 저는 왜 올림픽공원에 가기로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ㅋㅋㅋ 그나저나 우리는 무려 토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5-24 11:0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술멈고 토하고 술먹고 토하자고 약속한 건 기억나는데 그게 올림픽공원이었는지는 저도 잘 기억이 안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림픽공원도 좋죠. 좋아요. 요즘엔 좀 많이 덥겠지만요.
우리 좀 멋진 사람들이네요. 토하자고 약속하다니 ㅋㅋㅋ 남들이 하지 않는 약속을 하는 우리 ♡ 건조기후님과 나♡

2016-05-24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4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4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