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직장동료 p 와 오랜만에 마주쳤다. 층이 달라 하루에 한 번도 못보고 지나칠 때가 많은데 요 며칠간 교육을 다녀와서 아예 볼 수 없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하고 물으니, "힘들어요, 차장님.." 하고 울먹이는 소리를 낸다. 일전에 애인하고 관계가 예전같지 않았던 말을 들었던 터라 혹시나 싶어 애인하고 헤어졌나고 물으니, p 는 이렇게 답했다.



헤어지는 중이에요.



아..가슴이 너무 아팠어. 헤어지는 중이라고 답해야 하는 저 상황을, 저 마음을, 너무나 잘 알겠어. 나는 잠깐 p 의 팔에 손을 올려두었다. 응, 술이나 마실까? 하니, 네, 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1과 사람2가 만나서 좋아하고 사랑하다가 감정이 식어 헤어질 수 있다. 아니 대부분 그런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감정이 식을 때는 사람1과 사람2가 동시에 식는 게 아니다. 어느 한 쪽이 먼저 식는다. 좋아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 이별을 맞닥뜨렸을 때, '우린 이제 헤어져'라고 한다해서 '오늘 이별했으니 쫑!' 이렇게 되는 게 아니다. 이제 그 사람에게 적응했던 나를 혼자에 적응하는 나로 만들려는 시간은 아주 많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내내 '헤어지는 중'이라고 표현한다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헤어지는 중이에요, 라는 p 의 말이 너무 아팠다. 그렇게 말하는 p 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그녀가 떠난 뒤 나는 어지간히 엉망이 되었다. 더는 일하지 않았고, 더는 먹지 않았다. 온종일 더러운 이불 속에 누워 그녀와 그녀의 맨몸을 담은 사진을 바로 눈앞에 붙여서 내가 자위를 하면 림멜(영국의 화장품 브랜드로,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 등 아이 메이크업 제품이 유명하다:옮긴이 주)칠한 그녀의 짙은 속눈썹이 그예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고 상상했다. (p.11)

















'얀 볼커르스'의 소설 [터키 과자]는 이별을 겪은 남자가 자신이 엉망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글로 시작한다. 남자는 그녀와 헤어진 게 너무 아프고 그녀가 너무나 그리워서 이불 속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고 야위어간다. 그러다 아주 많은 여자들과 의미 없는 섹스를 하기도 하고. 


이런 시간을 지나온 그가, 더이상 '엉망'인 모습은 아니라 해도,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 붉은 머리 올하를 그리워하는 건 지속된다. 몇차례 그녀를 만나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고 말한다. 그가 그토록 사랑한 그녀의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미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어가고, 이 여자가 내가 사랑한 그여자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달라진다.



이별은 사람을 엉망으로 만든다. 일전에 본 영화 [러브, 비하인드]에서의 여자도,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며,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먹고, 술에 취하고, 약을 하고, 울고.....하지 않았던가. [터키 과자]에서의 남자도 올하를 내내 그리워하고 언제든 돌아오기만 하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른 남자랑 결혼한다고 하는데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해서 올하가 '네가 이렇게 나를 내내 사랑하니 너에게로 돌아올게, 내가 있을 곳은 너야' 하고 돌아오진 않는다. 올하가 그랑 함께 하는동안 내내 즐거웠던 건 아니니까. 너무 섹스만 한 것도 불만이었고. 누가 아무리아무리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다른 사람을 선택하고 싶다면, 나는 그럴 수 있는 거다. 나 역시 내 사랑이 중요하니까. 


p 생각을 했다. p는 헤어진 애인과 다시 잘 되기를 바랄까? 그가 돌아오기를 혹은 자신이 돌아가기를 바랄까? 



대단한 성애소설일줄 알았던 [터키 과자]는 쉴새없이 '박는'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재미는 없다. 자신이 사랑한 올하가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있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서 어딜가나 남자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하는 건 좀 병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라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보면 그렇게 한결같이 찝적대기만 하나? 게다가 그녀를 가난에도 잘 적응하고, 그 와중에도 주어진 재료로 요리까지 잘하는 여자로 표현한 건, 뭐랄까, 좀 병맛이었다. 게다가 남자가 언급하는 소설이나 시를 다 못알아듣고... 이건 판타지잖아...



그러나 올하는 소설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면서 '보여지기' 보다는 말을 하는 존재가 된다.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낸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그때 자신이 행복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지금 자신이 하는 선택에 대해 그녀는 얘기한다. 남자가 보는 올하가 빛을 잃을수록, 올하는 목소리를 찾는다. 그녀가 빛을 잃은 건, 그녀의 젊고 찬란했던 시절이 지나치게 피곤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에 열등감이 생겼다고 말하지만, 한때 아름다웠던 삶에 지쳤던 거라고. 아름다운 여자를 가만 놔두지 않는 삶에. 심지어 올하의 어머니 조차도 올하의 미모를 이용하니까. 그래서 올하가 마지막에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준다'며 다른 남자와 다시 결혼을 선택할 때의 그 마음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찬란했던 젊은 시절의 사진을 지금의 남편에게는 보여주려 하지 않는 올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 겉모습이 아닌, 그저 나라는 사람 그 자체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났으니 어떻게 선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낮에는 절대 옷을 벗지도 않으며 위 팔뚝의 주근깨가 이제 미워져서 항상 긴소매 차림을 한다고. 나라면 여전히 그 주근깨 하나하나에 입 맞추고 싶겠다고 하자 그녀는 내가 아직까지 옛날 모습으로 자기를 본다고 되받았다. 내가 그녀를 이상화시킨다 한들 그녀는 오래전부터 이미 이상적인 여자가 아니라고. 지금 결혼하려는 남자는 현재 그녀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고. 그녀가 브리지 게임에서 글쎄 술에 취하여 자신이 숫제 도사라고 생각한 나머지, 패를 엉터리로 낸다거나 혹은 머리 모양을 싹 바꾸었을 때조차. 어떤 남자냐고 묻자, 내 눈에는 지독스레 흥미로운 얼굴일 것이라고 했다. 지독스레 못생겼다고. 생김새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얼굴이 얽었다고. 인디언 얼굴. 험프리 보가트를 닮았다고 그녀가 덧붙였다. 그리고 쿠르츠말러(1867~1950 독일 여성 소설가. 신분 차이를 극복하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주로 썼다. 당대 할리퀸 시리즈물의 대명사: 옮긴이 주)의 표현을 가져와 쓰면서 그녀를 숭배했다고. 나도 그랬었다고 했더니, 그녀는 그건 잘 안다면서도 대뜸 비난을 퍼부었다. 자신이 갇혀 있다고 느꼈고 그 시절 동안 한 번도 혼자 시내에 가 본 적이 없다는 것. 내가 그녀를 너무 자주 침대로 데려갔다는 것. 그녀가 아침에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으면 벌써 씨작됐다고. 그러면 그녀는, 또 시작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따져 보았더니 하루에 일곱 번일 때도 있었다. 그건 더 이상 정상이 아니었다고. 나는 그저 색광증 환자였다. 내가 여태 그러느냐고 그녀가 묻기에, 그녀가 곁에 줄곧 있었더라면 그랬을 터라고 대답했다. 옛날 일을 떠올리며 웃을 수는 없느냐고 했더니, 그녀는 말했다. "아니, 나는 이제 웃지 않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 인생은 동화라고. 난 결혼할 테고, 난 행복해질 거야. 그런데 난 예상보다 훨씬 덜 행복해졌거든. (p.216-217)



하루에 일곱 번...이 가능한가??? (  ")




올하의 삶은 올하가 예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삶이란 게 워낙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거지만, 올하는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손에 쥘 수가 없다. 올하는 몰랐던 것 같다. 혼자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누가 곁에 있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꾸만 행복하지 못한 길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올하가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그래서 조금 더 나이를 먹게 되었다면, 그랬다면 '아 이놈 저놈 다 귀찮아 혼자살래!' 하게 되었을까? 



올하를 잃고 괴로워하는 남자에게 친구가 편지를 보낸다. 



나는 그녀가 떠난 직후 한 친구가 보내온 편지에 있던 구절을 떠올렸다. '너희는 지독히도 행복하게 살았고, 거기에 끝이 온 것뿐이야.' (p.124)



p에게도 이 말을 해주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어쩌면 많은 다른 연인들처럼 다시 만나 다시 연인이 될지도 모르기에 저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시작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끝이 온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실례일테니.




올하가 남자를 처음 만났던 차안에서 카섹스를 하는데, 섹스를 다 하고난 후, 아아, 이런 일이 일어나고야 만다. 으윽-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청바지 지퍼를 잠글 때 내 막대기가 미처 속옷 안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나는 아파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이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내 자지의 살 껍질이 구리 선로에 끼인 것이다. 처음에 우리는 우스워했는데, 내가 예전에 스웨터 지퍼에 낀 목의 살갗을 빼냈듯이 그것도 빼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나는 투홀스키의 그 단편소설에 나오는 지퍼 발명가를 이 문제에 써먹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독일 작가 쿠르트 투홀스키의 단편소설 「누가 지퍼를 발명했나?」(1928)에 나오는 지퍼 발명가 이야기. 공장에서 지퍼가 제작되어 팔리지만, 아무도 지퍼의 원리를 모르며 정작 지퍼를 만드는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지퍼 발명가만이 그 원리를 알고 있으나, 정작 그는 빈털터리이다:옮긴이 주). 하지만 그녀에게는 뜻 모를 이야기였다. 그나저나 아무리 만지작거려 보아도 그 괘씸한 지랄맞은 것은 열리지 않았다. 진짜 사람 살이 트램의 선로전환기에 낀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통증으로 인해 내 막대기는 끄트머리가 벌게져서 우스꽝스럽게 발딱 선 채였고, 구리 사이에 낀 살 껍질은 그동안 보라색이 되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서 비명이 나올 것만 같았다. 지퍼를 펜치로 집어 살살 떼어 낼 도리밖에 없었다. (p.44)



아... 너무나 아프겠다 ㅠㅠ 진짜 아프겠다 ㅠㅠㅠㅠ 아 너무나 끔찍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악. 내가 그 옆에 있었다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못했을 것 같다. 올하와 남자는 누군가로부터 펜치를 빌려서 일을 처리하지만, 아, 지금의 나라면..... 119 불렀을 것 같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아플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아프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엊그제 퇴근길 지하철에서 읽다가 몸을 움찔움찔했다. 막 내가 아픈 것 같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저녁에 친구가 인스타에 김치볶음밥을 해서 올렸던데, 그걸 본 뒤로 김치볶음밤 생각밖에 안난다. 오늘 아침에 해먹을까 했지만, 오늘 아침에는 일요일에 시장에서 사두었던 애호박 생각이 나, 호박전을 부쳐 먹었다. 저녁에는 술약속이 있고.. 내가 김치볶음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오늘 점심 뿐이다! 나는 점심을 같이 먹을 동료에게 김치볶음밥 먹으러 가자고 벌써 말해두었다. 


일전에 e 가 내게 '너랑 다니면 내가 할 게 없어서 너무 편해, 니가 계획 다 세워놔서'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머릿속에 동선과 시간표 다 짜놓고 움직여가지고ㅋㅋㅋㅋ 그러니까 그 얘기를 들었던 날, d 와 e 그리고 내가 셋이서 레스토랑에 가 저녁을 먹고 와인을 마시기로 했는데 와인 콜키지가 1만원이라 와인을 사가기로 했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d 는 도착해서 주문을 해두고 나와 e 는 근처에 있는 마트로 가 와인을 사가자고 했던거다. 그리고 마트로 가서 와인을 선택하고 계산하기 전에 e 에게 '포인트 카드 미리 준비해, 후딱 적립하게' 했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가 이 모든 일에 빵빵터지면서 '너랑 다니면 너무 편해' 했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점심의 계획을 나는 미리 세워둔다. e 는 나를 너무 신기해한다. 다른 친구들 만나면 길에서 만나서 같이 걸으면서 어디갈까, 어디갈까, 하는데 널 만날 때는 미리 '삼겹살 먹으러 어디로 가자' 같은 거 다 정해놔서 길에서 방황을 안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내가 '야 먹으려고 만나는건데 길에다 시간 왜 뿌려,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 천천히 더 많이 먹어야지'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빨리 점심이 되어서 김치볶음밥 먹었으면 좋겠다! 이제 겨우 아홉시 반인데!! 우어어-




아 마지막으로, 제목이 '터키 과자'라서 터키 소설일 줄 알았는데, 이 소설은 네덜란드 소설이다. 



원제 Turks Fruit는 글자 그대로는 `터키 과일`이라는 뜻으로, 터키의 과자 이름을 일컫는 네덜란드 말입니다. 끔찍하게 달콤하고, 너무나도 부드러워 곧 바스러집니다. (옮긴이의 말,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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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6-06-2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회사에 다락방 님 한 분 들여놔야겠어요 ~ 아이고, 점심시간마다 아무도 어디 갈까 생각도 안하고(제가 생각하자니 생각 안나고) 구내식당은 구내식당 대로 맛이 없어 불만이고. ㅠ 울적해져요.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인데!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힝.

다락방 2016-06-29 10:26   좋아요 0 | URL
저는 결정장애가 별로 없어요 ㅎㅎ 확확 결정해버려서 ㅋㅋㅋㅋㅋ 식당에 가서도 뭐 먹을지 사람들 한참 생각하는데 저는 비교적 가자마자 결정하는 타입이고요. 그러지만..음 .. 제가 항상 생각해서 말한다면, 저는 너무 일방적인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ㅠㅠ 제가 치니님 회사에 입사하면 가끔만 제가 결정하는 걸로.. 해야겠죠? 아하핫 (너무 멀리 나갔네요ㅎㅎ)

hellas 2016-06-2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명하신 여성캐릭터 설정이 너무 병맛이라 보게될것 같진 않지만... 전엔 그냥 쩝.. 하고 읽었을 것들이 이젠 너무 으악!!!하고 발끈 진저리치게 되네요. 뭐.... 읽을 책은 안그래도 널리고 쌓이고 넘쳐나니까. 으악할만한 몇몇은 그냥 패스하려구요. ㅋㅋㅋ 그런의미 말고도 좋은 감상 리뷰. 즐겁게 쓸쓸하게 읽었어요. 저의 지나간 인연들도 생각하면서. ㅋㅋ:):):)

다락방 2016-06-29 10:29   좋아요 0 | URL
네, 마지막엔 괜찮아졌지만 중간에 빡침이 너무 오더라고요. 무슨 남자들이 백이면 백 죄다 이쁜 여자만 보면 칠렐레 팔렐레 하고...다들 머저리 같았어요. 게다가 남자 주인공도 세번째 남편도 여자를 주먹으로 때려요. 질투심으로. 어디서나 이모양의 남자들이 있네요. -_-
다른 좋은 책을 많이 많이 읽읍시다. 세상엔 읽을 책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저는 얼마전에 지나간 연인들을 차례로 생각하다가 기분이 급격히 다운된 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좋았던 거 생각해서 괜찮았는데 나중엔 나빴던 게 생각나니까 우울해지고.. 힝 ㅠㅠ

역시 연애는 안하는 게 답인가...뭐 그런 생각도 해보고 그랬습니다. 하핫.

syo 2016-06-2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도하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쓰신 글을 읽고 나니 아싸, 이 책 제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읽어야 될 책 읽게 만드는 리뷰보다 제껴도 될 책 제껴주는 리뷰가 더 좋으면 전 변태일까요......

다락방 2016-06-29 12:23   좋아요 0 | URL
그게 왜 변태입니까! ㅎㅎ 실제로 되게 많은 사람들이 안읽어도 되는 책에 대한 감상을 원하는 것 같아요. 세상에 읽을 책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읽어라 읽어라 이러면 아아, 너무나 어려운 것입니다. ㅎㅎ

syo 2016-06-29 12:31   좋아요 0 | URL
와서 다시 제가 쓴 댓글 보니까 ˝아싸! 이 책 `안` 제껴야지˝라고 써 있어서 화들짝 놀라 고쳤습니다.

안 제낄거라고 좋아해놓고 제껴주는 리뷰가 좋다고 쓰다니 정말 변태같은 댓글을 남겼었네요......

다락방 2016-06-29 13:49   좋아요 0 | URL
ㅎㅎ 아, 오타였군요. 저는 문맥상 `안`이 들어가면 안될것 같은데, 어떤 인용문으로 인해 `안`제껴야지로 바뀌었다고 하신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제끼게 해주는 리뷰가 좋은데, 이건 안제끼겠다...이런...뜻으로... ㅋㅋㅋㅋㅋ

레와 2016-06-2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김치볶음밥 먹었어요???? 후식은요?????? 이히히히히~

난 오늘 쌈밥 먹었어요!!! 볼이 터질만큼 한쌈 크게 크게 만들어서 싹 비웠지요~

^____________________^

다락방 2016-06-29 13:49   좋아요 2 | URL
김치볶음밥 먹었어요 .배터지게 먹었어요. 그런데 어제 레와님이 만든 그 김치볶음밥이 더 맛있었을 것 같아!! ㅎㅎ

책읽는나무 2016-06-2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 사는 내 친구가 락방님과 비슷하구나!!생각했어요
그친구집에 놀러가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려고 약속잡아 그집에 가면 식탁에 이미 점심이 똬악~~!!
전날 짜장면을 먹을까?한 마디 했다면 집 도착후 10분을 안넘겨 짜장면이 똬악!!! 때론 짜장면 배달 아저씨랑 함께 엘리베이터를^^
적립카드 준비해!!란 말들도 그친구랑 비슷해요 전 늘 멍하게 있어서 놓치는 것들이 많은데 친구는 옆에서 딱 지켜보다가 뭘 챙겨라면서 제정신 돌아오게 만들어주죠ㅋ
가끔 그런 것들이 나를 긴장시켜준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사소한 것들이 나를 편하게 해주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니 좋네요^^
결정을 잘 못내리는 사람들은 신속 정확한 결정을 잘내리는 락방님과 같은 사람을 곁에 둔 건 행운입니다^^

다락방 2016-06-29 16:45   좋아요 0 | URL
저는 뭔가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미리미리 준비하고 계획 세우고 하는 것도 시간낭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 그렇거든요. 그렇지만... 인생 자체는 되게 헐렁헐렁하게 사는 느낌이에요. 뭔가 맹렬하게 열심히 하는 것도 없고, 그저 회사만 왔다갔다 하고..... 인생은 뭘까요, 책나무님? ㅜㅜ

제 성격이 이래서 누군가는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어떤 사람, 어떤 성격이든 마찬가지겠죠. 근데 친구분 짜장면 배달 너무 웃겨요. ㅋㅋㅋ 저도 배달 음식 먹기로 하면 집에 미리 전화하거든요. 야, 나 집 가는 중이고 여기 어디니까 지금 시켜놔, 이렇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친구분 저랑 비슷하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16-06-2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헤어지는 중이신 분은 참 안타깝네요ㅜㅜ

다락방 2016-06-29 16:42   좋아요 0 | URL
이친구도 헤어짐을 원했고, 그래서 본인이 한 결정이긴 한데, 어쨌든 힘들겠죠. 오래 사귀었거든요. 휴... ㅠㅠ

2016-06-29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9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30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30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몬스터 2016-06-2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 찌찌뽕 입니다. ㅎㅎ 저도 어제 지나간 인연들을 쭈욱 생각해 봤어요. 노트에 끄적 대면서.

근데 참 한심한게 이름들(?)이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뇌가 벌써 쪼그라들기 시작했나 싶어 울쩍 했어요. 당시에는 힘들고 , 울고 , 밤낮으로 고민하고 , 부모님도 나 자신도 힘들게 하고 그랬는데 , 지금은 이름도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 뭡니까 이게 ) 애를 써도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저는 시작하는 것보다 헤어지는게 몇 배는 더 힘든 것 같아요. 어려워요 , 인연을 끝는 건.

다락방 2016-06-30 11:23   좋아요 0 | URL
아니, 몬스터님!
저도 요즘에는 전남친들 이름이 생각이 안나서 이게 뭔가.. 싶어요. 그래도 한때는 좋다고 만났던 사람들인데 어쩌면 이렇게 이름이 생각안날까... 누구는 성이 기억이 안나고 누구는 이니셜만 기억나고 누구는 가운뎃글자가 기억이 안나고.. 그렇더라고요. ㅎㅎ 저는 첫키스 한 남자는 이름도 얼굴도 아무것도 생각안나요. 아하하하하.

몬스터님, 헤어지는 게 몇 배는 더 힘들죠. 맞아요. 정말 그래요. 그러니까 `헤어지는 중` 이라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 같아요. 아 댓글 쓰다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울고싶어요 ㅜㅜ
 

지난 금요일에는 몹시도 우울했다. 너무 우울했다. 어떤 날은 내가 예쁘게 느껴지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내가 못생기게 느껴지는 날이 있는데, 지난 금요일은 내가 너무 못생긴 날이었다. 못생겼고, 못됐었다. 못생겼고 못됐고 못난, 그런 날이었다. 금요일날 나와 대화를 했던 모든 이들에게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사과하고 싶다. 그 날은 내가 나를 컨트럴 할 수가 없었다. '나 지금 너무 못돼고 못났어, 깊게 생각하고 말해' 라고 스스로를 타일러 봤지만, 잘 되는 것 같지 않았다. 퇴근시간까지 간신히 버티고 터벅터벅 지하철을 타러 매봉역으로 갔다. 같은 직장의 k 대리로부터 문자메세지가 도착했다. 차장님, 많이 가셨어요? 나는 아니, 아직 매봉역이다, 라고 하자 '술 한 잔 하실래요?' 라고 묻더라. 나는 잽싸게 그러자고 하고는 다시 지하철역 바깥으로 나갔다. k 대리는 내가 만약 지하철을 타고 출발했으면 자기가 뒤따라와 나의 동네에서 함께 술을 마실 생각이었단다. 우리는 청국장과 보리밥이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가서 두루치기를 주문했다. 두루치기와 보리밥, 청국장까지, 근사한 한 상이 차려졌고 그렇게 소주를 마셨다. 술과 밥과 안주가 놓인 상 앞에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니 기분은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이렇게 마무리하면 돼, 괜찮아, 라고 생각하며 많이 웃었다. 그러나 술자리가 파하고 k 대리와 헤어지자마자, 억지로 눌러 숨겨놓았던 우울함이 폭발하듯 찾아왔고, 결국 나는 지하철역에 앉아 지하철을 기다리며 울었다. 앉아있는데 그냥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걸 내가 어째야할지 모르겠어서, 스스로를 타일렀다. 왜이래, 좋은 일만 생각하자, 행복한 거 생각하자, 하고는 내가 행복했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그러면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자 더 눈물이 났다. 왜 그 행복한 시간이 지금이 아닌거지? 하고.



정말이지 축 처진 몸으로 집에 도착했고, 나를 기다리던 남동생과 함께 텔레비젼을 보고 수다를 떨며 와인을 마셨다. 남동생은 들어가서 자는데 나는 소파에 철푸덕 쓰러져서 텔레비젼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나는 잘 모르지만 얼마전에 사망했다던 배우 '안톤 옐친'의 <프라이트 나이트>라는 영화가 하고 있더라. 그래서 봤다.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였다. 뱀파이어가 무려 콜린 파렐... 그러더니 내처 <프라이트 나이트 2>도 보여주더라. 그걸 보다가 잤다. 


















토요일에 일어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져 있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말자, 아무데도 가지말자, 쉬자, 라고 생각했다. 지난 주말들이 너무 타이트했고 앞으로 다가올 주말들도 역시 마찬가지. 주말에 쉴 수 있는 게 이번 뿐이다. 오늘은 널브러지자. 그렇게 나는 침대에서 밍기적대다 아침 밥을 먹고 오랜만에 일자산엘 갔다. 슬렁슬렁 산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시장에 들러 천도복숭아와 방울토마토를 샀다. 복숭아와 방울토마토를 씻어서 그릇에 담아두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과일을 사면 왜 기분이 좋은걸까? 그리고 환한 대낮에 나는 아주 오랜만에 라면을 끓였다. 사실 라면은 내가 잘 먹는 아이템은 아닌데, 라면을 끓여가지고 맥주를 한 캔 땄다. 대낮의 술이었다. 라면과 대낮의 맥주라니, 뭔가 짜릿했다. 살아있음의 기쁨... 금기시된걸 저질러버리는 기쁨...(응?) 그렇게 맥주와 라면을 먹고 배가 불러 책을 읽으려고 내 방에 들어갔다가 또 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일어나서는 무한도전을 보고 아이가 다섯을 보면서 술상을 차렸다. 이번 한 주는 엄마도 힘들었던 한 주라, 내가 곱게 술상을 차렸다. 호박전을 부치고, 제부가 보내준 정준하 스테이크를 데웠다. 냉장고를 뒤져 참외와 오렌지를 꺼내 썰어두고 와인을 개봉했다. 그리고 엄마랑 건배하면서 엄마 이번 한 주도 고생했어, 다독다독 해드렸다. 그리고 <아이가 다섯>을 함께 보는데, 엄마가 그랬다. '아, 난 저기서 안재욱 너무 좋아' 라고. 그러더니 내게 이러셨다.



"너도 안재욱 같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 엄마. 안재욱 여기서 진짜 좋지.

- 응, 저런 남자 만나.

- 응, 나도 저런 남자 만나면 결혼할게.

- 여태 저런 남자 안만나고 뭐했냐.

- 그러게. 인생을 헛살았네. 여태 살았는데 저런 남자도 못만나다니.




극중에서 안재욱은 소유진을 '안대리'라고 불렀었고 소유진은 안재욱에게 '팀장님'이라고 불렀었다. 이들은 연애를 하면서도 이 호칭을 유지했었는데, 그러다가 서로 '자기야'라는 호칭을 쓰기로 한다. 그러나 둘다 그걸 해보지 않아 초어색한 터, 소유진은 차마 그걸 하지 못하는데, 토요일 방송분에서 안재욱이 사람들 있는데 소유진한테 "자기야" 이러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내 팔다리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느낌이었어. 오글거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어쩐지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글거리는데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한테 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연애하면 '자기야'라는 호칭은 안하는데, 이렇게 팔다리 오글거리는 현상을 겪으면서, 음, 다음엔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우리 서로의 팔다리를 최대한 오글거리게 만들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들로부터 <디어 마이 프렌즈>에 대한 칭찬을 어마어마하게 들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다 어제 우연히 인터넷에서 짧은 영상을 보았다. 고현정과 조인성이 화상전화를 하는 부분이었다. 휠체어에 타고 있던 조인성이 고현정에게, 지지대에 의지하며 혼자 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너를 위해서야' 라고 하더라. 그 장면을 보고 고현정이 너무나 놀란 거다. 나까지 코끝이 찡해져서, 정말 좋았다. 그 장면 전까지 그들은 굉장히 일상적인 대화를 했었더랬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게 아니라 그저 일상적인 얘기들. 어찌보면 무심한듯한 대화를 그저 평범하게 하고 있다가, 이렇게 상대를 생각하고 있다는 장면이 턱, 하고 나와버리니 미칠 것 같더라. 그래서 이 드라마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연들이라는데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굿 다운로더 검색하니 한 편에 1,200원이더라. 음..다 보면 돈 어지간히 쓰겠군.. 생각했는데, 그러다가 '그런데 대체 언제 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퇴근 시간에 이걸 보면.. 나 책 언제 읽지? 나 책 읽고 싶은데???? 그래서 여름 휴가가는 비행기 안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까지 한 달이나 남았어... 흐음.... 생각 좀 해보자.




영어공부를 해야겠다고 요즘엔 생각한다. 그러니까 금요일, 한창 우울했던 그 때, 내가 원하는 카드를 사보고자 해외 사이트에 들어갔던 거다. 아마존과 이베이. 거기에서 카드를 검색하는데, 옵션에 대해서 보려고 하니 죄다 영어라 너무 집중을 뽝- 해야하는 거다. 그런데 집중을 뽝 한다고 해서 뭔 말인지 다 이해가 되는 게 아니라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거다. 결국 하나 선택해서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쏘리, 너는 지금 이 상품을 구입할 수 없어, 라는 메세지가 뜨는 게 아닌가. 아.. 왜 안되는지 이유가 써있는데 진짜 또 집중해서 그걸 읽을 자신이 없었다. 읽는다고 다 이해할 수도 없고..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그냥 화면을 닫아버렸다. 진심 빡침이...


한글로 설명되어 있다면 바로 보는 순간 내용이 파악이 되는데, 영어로 써있으면 본다고 해서 바로 이해되는 게 아니다. '자, 읽어볼까' 하고 졸 큰 마음을 먹고 양미간 뽝- 찌푸리고 들여다봐야 절반 정도 이해가 될까 말까... 금요일엔 영어를 못하는 내자신이 너무 병신 같은 거다. 참을 수 없는 나의 병신같음.... 휴...



트윗을 하면서 외국 사람 몇 명을 팔로잉 했었다. 제이슨 므라즈라든가 캐나다 총리 같은 사람들. 그들의 짧은 글을 읽으며 영어공부를 하자 라는 생각이 있어서 해둔거였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평소에 영어공부 해야지, 하던 나의 결심은 무너져버린 게, 그들이 트윗을 올리면 내가 아예 안보고 넘기더라. 팔로잉한다고 공부하는 거 아니었어. 요즘 페미니즘이라든가 인문 사회학에 대한 책들 읽으며 공부하는 게 참 즐겁다고 느끼는데, 영어 공부는 너무나 저 멀리에 있다. 아예 내가 영어에 대해 스트레스를 안받으면 상관없는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이걸 해결하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하자...그런데 어떻게??????????????? 라고 방법을 어제 내내 생각했다.



일전에 해외영업부 부서의 과장이 '영화 한 편을 80번 보았다' 라고 한 적이 있다. 대사를 전부 그냥 다 외워버렸다고. 그래, 나도 그러자, 그걸 한 번 해보자! 싶어서 그렇다면 그 영화는 뭐가 좋을까? 싶어서 알라딘에 대본 파는 걸 검색했다. 그리고 주문하려다가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 책은 언제보고 영화는 언제보지? 나는 책 읽고 싶은데?'



나는 터키과자가 읽고 싶은데 ㅠㅠ 영어 공부는 언제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영어 공부 할 시간에 책 읽고 싶은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난 안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안되는거야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드라마도 못보겠고 공부도 못하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책읽고 싶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했더니 다정한 알라디너 님께서 선물해주셨다. ㅠㅠ 이거 읽고 싶다 ㅠㅠ 그래서 영어공부를 못하겠고 ㅠㅠ 그래서 드라마를 못보겠어 ㅠㅠ 게다가 다른 알라디너님께서는 '제인 프리드먼'의 [페미니즘]을 내가 꼭 읽었으면 좋겠다면서, 이미 절판된 이 책을 본인이 읽었던 걸로 보내주겠다 하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참 알라디너들 넘나 고마운 분들 ㅠㅠㅠㅠㅠㅠㅠ 꺅 >.< 넘나 다정한 분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람들이 다 나더러 책읽으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니까 내가 드라마도 못보고 영어공부를 못하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읽을 책이 많은데 언제 드라마를 보고 언제 영어공부를 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회사를 때려치면 할 수 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회사 때려쳐도 2년간 볼 책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정함은 애를 써야 발현되고, 다정함은 애를 써야 유지된다. 그러니까 지난 금요일처럼 내가 지치고 우울하고 못난 날이라면, 애를 쓸 기운이 없고 다정함이 발현되지도 않는다. 천성적으로 다정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다정함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매번 잘 노력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다정하게 보내는 사람이라도, 어떤 날은 유독 그렇게 하기 힘들어질 때가 있다.


어느 날의 다이어리를 뒤적이다가, 나는 연애중에 내가 쓴 일기를 보았다. 직장일로 몹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그게 지쳐서 애인에게 다정함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요즘같은 때 내가 다정함을 유지하기가 몹시 힘이드니, 잠시 떨어져 있자고 할까, 시간을 갖자고 할까, 라는 고민을 적어두었더라. 내가 그에게 다정하지 못함이 싫었던 거다. 다정하고 싶은데 유독 그 노력이 힘이드니, 잠깐 떨어져서 다정하지 못한 나를 보이지 않으려고 했던 거였다. 그러나 바로 며칠 뒤의 일기에 나는 그 시간을 잘 넘겼다고 되어있었다. 



<아이가 다섯>에서 늘 다정한 안재욱과 소유진이 그 다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속으로 얼마나 애를 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조인성 역시, 다정하기 위해서 애를 썼을 테다. 친구에게, 애인에게 다정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이 좋다. 다정한 사람이란 곧 애쓰는 사람을 의미한다. 나에게 다정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정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 사람은 고맙고 좋다. 그 노력은 결국 관계의 유지로 나타나게 되는 것 같다. 



다시 기운내서 다정해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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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7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6-27 10:30   좋아요 0 | URL
전 제가 스스로 영어책을 사기도 하는걸요. -0-

웽스북스 2016-06-27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준하 스테이크 맛있나요 (이 와중에 검색해본 1인...)

다락방 2016-06-27 10:31   좋아요 0 | URL
평소에 함박스테이크 종류 좋아하신다면, 정준하 스테이크는 그것들 중에서는 맛있어요. 그렇지만 저랑 제 남동생은 `이런 류의 다른 스테이크들에 비하면 좀 나은 맛이긴 하지만 우리는 사먹지 말자` 라고 결론 내렸어요. 저희 스타일의 스테이크가 아니라서요. 아시다시피 저는 떡갈비라든가 뭐 기타등등 이렇게 고기를 썰고 다져가지고다른 거랑 섞어서 만든 걸 싫어하니까요. 그냥 통고기 스테이크가 좋아요. ㅎㅎ

레와 2016-06-2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에는 도대체 볼게 없어서(엔씨야구 개망.. ㅠ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아이가 다섯>을 하길래, 아마도 본방!, 그걸 봤어요.
다락방을 생각하면서..ㅎㅎㅎㅎㅎ
근데 어제가 마지막회였나요?? 다들 러브러브 하던데??? ㅋㅋㅋㅋ 결혼도 하고 막..



참고로 나한테는 가끔 안 다정해도 된다. 락방아. 우리 친구아이가~~!! 헤헤..




다락방 2016-06-27 11:51   좋아요 1 | URL
어제 아이가 다섯 보는 거 힘들더라. 다들 너무 럽럽해서 내가 외로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겁나 외로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허벌나게 외로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저기서 막 다 럽럽하고 결혼하고 프로포즈하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외로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그래서 마지막 회인가 싶었는데 아닌가봐요. 그 뒤의 갈등이 또 나올듯. 예고 보니까 ㅋㅋㅋㅋㅋ


응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근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다정하지 못한 모습을 내가 스스로 보기 싫었던 것 같아. 상대에게도 보이기 싫고. 잘나고 예쁜 모습만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스스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ㅜㅜ

고마워.. ㅠㅠ

치니 2016-06-2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주 월요일이 지났어요,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셨을지...부디 나아지셨길!

정준하 스테이크 저도 궁금했는데 역시 위에 W 님이 물어보심. ㅋㅋ 네, 저는 안 먹는 걸로.

트위터 팔로잉, 저도 이거라도 공부하자 싶어서 영어 잡지랑 신문이랑 스티븐 킹 등등 해놓고서는, 알아먹지도 못하고 죽죽 내리는걸, 하며 좌절한 적 많은데요, 그런데 갑자기 잘 읽히는 대목이 있긴 있더라고요. 일단 평소에 관심이 많은 분야면 눈에 확 들어오기도 하고, 그냥 어느날 갑자기 심신이 안정되어 있을 때 잘 읽힐 때가 백만년에 한 번 정도 있어요. ㅋㅋ

다락방 2016-06-28 09:24   좋아요 0 | URL
치니님, 기분은 한결 나아졌어요. 어제 족발도 맛있게 먹었고요 ㅎㅎㅎ
정준하 스테이크는 저는 `굳이 안사먹어도 되는` 스테이크로 평가하겠어요. 저걸 스테이크로 불러도 되는건지, 저는 고기고기한, 고기 그대로의 스테이크를 좋아해서 그런지 저렇게 조물딱조물딱 해서 만들어놓은 건 영 맛있질 않아요. ㅎㅎ 그렇지만 한 번 먹어보고 싶긴 했으므로 먹어보았단 것에 만족.

오, 스티븐 킹 팔로잉 해야겠네요. 스티븐 킹의 트윗이라면 음, 뭔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제이슨 므라즈 의 말들이 들어오지 않을까 했더니 전혀 눈에 안들어오더라고요? 제이슨 므라즈라는 이름만 눈에 들어오지...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못하니까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요. 아예 별 생각 없으면 스트레스도 안받을것 같은데.. ㅠㅠ

야홍이 2016-06-2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다 감동적입니다 글 하나 하나 오늘 제마음 같네요 다정하다는거 노력해야한다는거 ..감사해요

다락방 2016-06-28 09:46   좋아요 0 | URL
야홍이님이 읽으시기에 좋은 글이었다니 제가 더 좋으네요. 우리 이번 한 주도 잘 지내도록 해요.
 

토요일에는 남동생과 함께 여동생 집에 다녀왔다. 여동생 부부가 다 외출해야 해서 남동생과 내가 조카들을 봐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남동생의 차를 타고 가는데, 차 안에서 남동생은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틀어두었다. 언젠가 남동생이 퀴어퍼레이드에 왜 그렇게 과격한 표현들이 등장하는지 물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제대로 답을 해주지 못했었다. 마침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김조광수'가 게스트로 나와서는 퀴어 퍼레이드와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호라, 그렇다면 내가 설명해주지 못한 것을 설명해줄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신이 나서 들었다. 한편으로는 남동생이 운전하면서 이런 걸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혼자 알아서 잘 하는 애를 내가 괜히 따라다니면서 잔소리 했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듣다보니, 김어준의 발언들 몇 개가 턱턱 걸리더라. 왜 이렇게 말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어준은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어떻게 존재 자체를 반대하냐는 거다. 그건 존재인데, 그걸 누가 반대할 수 있냐고, 그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오, 그렇지, 그렇게 말해줘, 라고 생각하며 듣는데, '싫어할 수는 있죠' 라고 하더라. 싫어할 수는 있고, 난 동성애 싫어! 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걸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말도 안되는 거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자꾸 '싫다는 감정은 가질 수 있다', '싫다는 말은 할 수 있다' 라고 하는 거다. 아, 그 말이 너무 불편한거다. 이에 김조광수는 '그래, 싫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싫다고 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라고 하더라. 나는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생각에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감정에도 마찬가지로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현상을, 어떤 사람을 싫어하거나 미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입밖에 꺼내어 '싫다'고 말하는 것은, 김조광수의 표현대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상대가 소수자일 때는 더하다. '난 이성애자 싫어'라고 말할 때 듣는 이성애자들이 받아들일 상처와 '난 동성애자 싫어'라고 말할 때의 상처가 같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소수자임을 스스로 알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나는 네가 싫어'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감정에 자유가 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해도 되는 말일까? 그 말이, 상대방에게는 '그저 싫다'라는 말로만 들릴까?


이를테면, 걸그룹 멤버에게 '애교를 부려보라'고 방송에서 말하는 것이, 남성 아이돌에게 '애교를 부려보라'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을까? 레드카펫의 여배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 행위가, 남배우들에게 하는 그것과 같은 크기, 같은 의도로 보일 수 있을까? 이미 애교는 여성들이 타고나야 할 미덕 같은 게 되어버렸고, 여성들의 외모를 품평하는 것이 사회적인 문화가 되어 있는데, 그것이 같은 크기나 같은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일전에 한 티븨 프로그램에서 걸그룹 멤버에게 '애교를 부려보라'고 하는 걸 보고 진짜 토가 나와서 쌍욕을 내뱉었던 적이 있다. 어쩌면 그런 걸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시킬까. 동성애(자) 싫어! 라고 말하는 것이, 그들 앞에서 자유로워도 되는 걸까? 뭣보다, 동성애자를 싫어한다는 게, 감정이므로 괜찮은걸까? 그건 '내가 동성애를 하진 않아, 나는 동성애에 취향이 없어' 라고 고쳐 말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이미 '이런' 사람인데, 거기다 대고 '내 감정은 자유니까 그런 사람 싫어'라고 말하는 게, 조심성 없이 나와도 되는걸까? 아니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것 자체가 동성애자를 약자로 보는 차별인걸까? 



그리고 김조광수에게 물었다. 퀴어 퍼레이드에서 그렇게 과격한 노출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나 역시 그것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던 터라 왜일까 궁금했었고, 그래서 관심있게 들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퀴어 퍼레이드는 성에 대한 금기를 깨자는 것이므로 그렇게 표현된다고 하더라. 일 년에 한 번, 우리가 세상에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금기를 깨자고 말하는 것이므로 그런 표현 방식을 선택한다고. 그래서 아 그런 것이었구나, 그래 어떤 이유가 있었을거야, 하고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김어준이 이렇게 말했다.


"난 살이 많이 보일 수록 좋아요."



....아.....저 드립이..... 이 상황에서 칠 드립인가? 너무나 개저씨스러워서 깜짝 놀랐다. 나는 [닥치고 정치]를 재미있게 읽었지만 [나는 꼼수다]를 듣지는 않았다. 내가 아는 김어준은 정치에 대해 그리고 사회문화에 대해 넓고 날카로운 시야를 가진 사람이었는데, 농담이 너무 후지다. 그가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해준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고마움을 갖고 있었는데, 저렇게 툭툭 뭔가 불편한 말들이 들리니까 혼란스러웠다. 내가 한 인간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건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할수록 한숨이 나고 남자들이 미워지는 게 사실이다. 그런 한편 소수자에 대한 내 생각과 시야 자체가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페미니즘 공부가 필요하다. 약자인 나를 더 잘알고 이 차별을 없애자고 시작한 공부가, 다른 소수자에 대해서도 보는 눈을 다르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다른 소수자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게 됐달까. 나 역시 어떤 소수자에게는 이미 기득권인 사람일 수 있는 거다. 나는 세상에 더 많이 존재하는 '이성애자' '어른' 여성이니까. 세상에는 똑똑한 남자들이 정말 많다. 그만큼 똑똑한 여자들도 많다. 그러나 똑똑한 남자들이 세상을 보고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이 기득권임을 인정하지 않는한, 똑똑한 여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달라질 수가 없다. 그토록 우러러 보였던 남성 지식인들이 페미니즘 앞에서 자꾸 실망하게 만든다. '학문적으로만' 페미니즘을 공부하고서는 전문가처럼 '여성'에게 가르치려 든다. 여성들은 실제로 차별받는 삶을 살았는데, 그 삶을 산 존재들에게 페미니즘을 가르치려 든다. 요즘에는 '공감능력'없는, '배려와 이해가 없는' 지식이란 얼마나 무용한가에 대해 생각한다. 그건 정말이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일전에 나는 남성들이야말로 로맨틱한 영화를 더 많이 봐야한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로맨틱한 영화를 보면서 남자와 여자 사이의 감정의 교류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 사이의 대화와 눈빛 그리고 태도등을 보면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공부해야 하는건 남자들에게 더 시급한 것 같다. 로맨틱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더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맨틱한 여성에서는 대부분 여성이 주인공이고, 그 여성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것들이 드러난다. 그런 것들을 보지도 않은 채로 무턱대고 여자들에게 '나는 진심이야'라는 식으로 들이대기만 해대면, 그런 남자를 '진심이니까' 받아줄 여자는 없다.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이 '성평등'에 대한 것이니만큼, 남성들이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나를 잠재적 가해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빼애액 거리기보다는, 대체 여자들이 왜그러는걸까, 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중립이야' 같은 개소리 하지말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중립이 어딨어??



페미니즘 공부를 아직 시작하기 전의 사람들에게,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치마만드 응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책인 것 같다. 특히나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입문서라 생각되는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용어들 때문에 책장이 넘어가기 쉽지 않을 터. 그러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하다. 그런데, '토마 마티외'가, 만화로 그려줬다. 고맙습니다.
















이 책에서는 모든 남성이 '악어'로 그려진다. 나쁜 남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들 모두가 '악어'로만 그려진다. 악어 대신 여자 인간처럼 남자인간을 그려둔다면, 많은 남성들이 '가해자'인 남자 입장이 되어 변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의도가 있다.



결국, 남성만 악어로 표현한 것은 작가의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악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점은 여성의 관점이 충분히 보이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여성 또한 특정 이미지로 표현했다면 이 만화는 중립적인 관점에서 그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중립적인 상태에 있지 않다.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 여성도, 그것을 그림으로 옮긴 작가도, 그것을 읽는 남성 독자 혹은 여성 독자도(아니면 하나의 성으로 명백히 구분할 수 없는 사람도. 하지만 그들 역시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따라서 내가 봤을 때, 아무도 중립적이지 않으므로 중립적인 입장을 갖는 체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중립적이지 않은' 우리가 자신에게 조건으로 주어진 제약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자기는 '자기 자신'이며, 외부의 조건에 영향을 받거나 이상하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이는 타인이라고 생각한다. (로랑 플륌, p.156)



이 만화를 보는 일은 불편하다. 세상 천지에 널린 숱한 성희롱과 성폭력을 대면하는 일이 어떻게 편하겠는가. 나는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의 피해자였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 더 그런 일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버스안에서, 지하철안에서, 길거리에서, 택시 안에서, 학교에서.. 얼마나 많이 더러운 농담과 손짓 앞에 노출되어 있었던가. 물론 어떤 여성들은 한 번도 그런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이 더러운 경험 몇 개를 가지고 있다. 이런 좋지도 않은 경험을, 대체 왜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져야만 하는가. 그 경험이 얼마나 무섭고 수치스러웠는지를 알기에 이 만화를 보는 일이 불편하다. 그리고 아프기까지 하다. 몇 번이나 책장을 덮고 한숨을 쉬어야 한다.










오늘 아침 아빠는 뉴스를 보시다가 밤에 귀가하다 남자가 쫓아아서 위험하면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가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안에 들어가면 비상경보가 울리게 만들어놨다고 참고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는데, 아빠는 결국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셨다.


'하긴 뭐 너를 누가 따라오겠냐'



......아 너무 지저분한 발언이라 빡이 쳤지만, 번번이 싸우는 것이 너무 힘겨워 오늘 아침엔 기운 빼지 않기로 했다. 얼마전에도 아빠의 개념없는 발언으로 엄청 싸운 적이 있는데, 내가 싸워야할 것은 이 거대한 세상과 집단이기에 앞서 내 집안의 내 아버지부터인 것 같다. 여자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한남충이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까... 가장 먼저 여성혐오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도 자신의 아버지로부터가 아닐까. 그렇지 않은 아버지들도 있다는 걸 알지만, 나의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빠가 미개한 발언을 하는 것까지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속해서 아빠가 하는 말이나 생각을 고치려고 해보지만, 갈 길이 너무나 멀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아빠도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피해자일 수도 있다. 교육과 환경의 피해자.



『악어 프로젝트』는 남성을 악어로 그림으로써 일반적인 이야기와 차별성을 갖는다. 여성은 사람으로 그려지고 남성만 동물로 표현되었으므로(게다가 내레이션은 경험담을 들려주는 여성의 '주관적인' 시점이다), 독자는 여성에게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사실 남성은 자신을 여성과 동일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럴 기회가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공감 능력은 남자답지 않은 영역으로 간주하고, 소년들에게 그것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며 근본적인 일이다. 만약 '악어'들이 잠깐만 멈춰서 2분 정도만 자신의 성희롱 또는 성폭력을 가하려는 여성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절대 악어들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남성의 공감 능력 향상을 방해하는 것 같다.(로랑 플륌, p.159)




머릿속으로 수많은 것들에 대해 '싫다'는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그보다 더한 어떤 감정에 대해 생각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입밖으로 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만약 내가 상대에게 '싫어요' 라고 말을 해야할거라면, 그것은 '잘못된' 것에 대해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당한 것, 잘못된 것, 내가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버스안에서 내 엉덩이를 움켜 잡는 사람에게 '싫어요'라고 말하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에게 '싫어요' 라고 말하는 것은 옳다. 이것은 내가 반드시 싫어요라고 말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물론 싫다고 말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그렇게 말함으로써 분위기가 망가질까봐, 그리고 혹여 더 큰 위험이 올까봐 참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고, 실제로 나도 그런 적이 있으니까. 그러나 상대의 존재에 대해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것과 다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상대가 그렇게 존재하는데, 거기에 대고, '싫어요'라고 말하는 일이, 그냥 내 감정이라고 퉁칠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동성애를 하는 것이 내게 어떤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거기다대고 어떻게 '싫어'라고 말하는 것이 '그래도 되는 것'이 된다는 건가. 그것은 내가 인정하고 말것도 아니고, 좋아하고 싫어할 것도 아니다. 그건, 그냥 그 사람이 사는 삶이다. 




싫어요, 를 말할 때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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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6-2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마리 악어로서 공감
합니다. 저도 김어준 좋아합니다만
ᆢ 저런 무뇌아적 발언은 실망스럽네요. 그렇지만 김어준에게 실수를 지적하면 금세 인정할것같습니다. 문제는 아예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겠죠.

넵, 공부하겠습니다^^
악어에서 인간으로 진화하기위해 ~

다락방 2016-06-20 17:28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실수를 지적하면 인정하고 고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아예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가 문제가 되겠죠. 그럴 경우엔 누가 뭐라 해도 귀에 닿질 않을테니까요.. ㅠㅠ

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계속 하고 하고 또 해도 모르는 게 참 많은 것 같아요. 우리 같이 공부합시다!

낭만인생 2016-06-2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은 인간이 갖추어야할 최대 덕목. 또는 기본인 듯합니다.

다락방 2016-06-20 17:28   좋아요 0 | URL
네, 낭만인생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감을 갖추지 못한 채로 지식만 쌓는 건 정말 무용한 것 같아요.

rosa 2016-06-2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북에서 이 책 소개글을 보고 나서 무조건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동성애에 있어서는 제 주변의 남성들 대부분이 적대적이었어요. 이상하게도 많은 여성들은 동성애자를 소수자의 문제로 인식하는데 말이죠. (물론 그렇지 않은 여성들도 있지만요.)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어요.

다락방 2016-06-22 10:02   좋아요 0 | URL
로사님, 저도 그 생각 했어요. 대체적으로 남자사람들이 동성애를 더 싫어하고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 극단으로 치닫는 표현도 하는 것 같고요. 김어준도 남자들이 동성애를 `더`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남성들은 다른 남성이 나를 성적으로 건드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무서워하는 거다` 라고 하던데(정확히 이런 워딩은 아니었고요 이런 뉘앙스였어요)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가, 하다가 사실 저는 일반적인 남자사람들이소수자에 대해 그동안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기득권이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들이야말로 더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졌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자연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시야도 넓어질테니 말이죠.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까 누군가의 존재에 대해 `반대한다` 라든가 `싫다`라는 말을 고민없이 함부로 내뱉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블랙겟타 2016-06-22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어프로젝트` 이 책 저도 읽어볼께요 !! 다락방님.

다락방 2016-06-22 08:24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이 이 책을 읽어본다 하시니 기분이 조크든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꼬 2016-06-2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이 달라지는 것. 과거의 무지했던 내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게 공부의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열공합시다. 평생! (같이 합시다!)

다락방 2016-06-22 11: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요즘엔 공부가 되게 재미있게 생각돼요. 더 많이 공부해서 좀 더 접근이 쉬운 책을 내가 한 번 써보는 건 어떨까, 하는 무모한 욕심 같은 것도 생기고요. 그래요. 우리, 계속 같이 공부해요!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하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거, 그게 바로 성장인 것 같아요! >.<

감은빛 2016-06-2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다락방님과 같은 이유로 김어준의 팟캐스트는 듣지 않습니다.
김조광수 감독님을 손님으로 불러놓고 자꾸 `싫다는 감정`에 대해 언급하는 건 예의가 아니네요.

김조광수 감독님은 참 멋진 분이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인권 조례 토론회 기획 회의와 녹색당 선본 뒤풀이 자리 등
서너번 술 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고,
바로 앞에 앉아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차별에 맞서온 세월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화책 보관함에 담고 갑니다.
비록 한 마리의 악어지만,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다락방 2016-06-22 17:07   좋아요 0 | URL
저 방송만 듣고 판단한거지만, 김어준은 본인이 되게 똑똑하고 배려있고 이해한다는 자신감이 과잉되어 있는것처럼 보였어요. 그런 자신감이 다른 이들에게 쫄지마! 라고 말하게 만든거긴 하겠지만, 전 좀 듣기가 불편하더라고요. 저는 앞으로도 또 듣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렇게 걸리는 부분은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한편, 참, 완벽한 사람도 없고 내 입맛에 딱 맞는 사람도 없는 것인데 내가 너무 김어준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요... 감은빛님 말씀대로 예의도 없게 느껴졌고 고민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늘 잘 읽어주시고, 잘 대꾸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요즘에는 리액션이 좋은 사람이 너무 좋더라고요. 리액션 없으면 너무 사람을 김빠지게 만들어요 ㅜㅜ
 















주변의 굉장히 많은 사람들도 좋아했던 책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1도 안나와서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몇 번이나 그만 읽을까, 를 생각하다가, 에이 그래도 절반 넘게 읽었는데 끝까지 읽고 팔자, 하고는 계속 읽어나갔다. 중간에 참을 수 없어 북플에 '읽고있어요' 표시를 하고는 '재미없다'고 댓글을 달았었고. 그런데 그 댓글을 달고나서 이 책이 급격히(!!)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글쎄, 이게,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이 있네요???? 식상한 표현이지만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역자후기에 역자도 그렇게 써놨더라. 그 반전부터 갑자기 재미있어지고, 반전을 읽다보니 전의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차례대로 지나가면서 아, 그래서 그때 그랬구나, 아, 그게 그 말이었구나, 하게 되더라. 오..소름... 역시 책은 중간에 덮으면 아무 의미도 아니지만 끝까지 읽고나면 생각할 게 많아지는구나. 물론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1도 나오지 않고, 이해되는 인물도 없어서 이 책이 내게 좋은 책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책임에는 틀림없었다.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지도 궁금하고.


이게 젊은이들에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는지, 유사 파이트클럽이 세계 곳곳에 생겼다고 한다. 나는 내 안에도 폭력성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 폭력성을 바깥으로 내보이는 걸 두려워한다. 맞으면 아픈데 어떻게 다른 사람 아프라고 때릴 수 있단 말인가. 비단 육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인 폭력도 내 스스로 절제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 파이트클럽의 회원들은 어느 하나가 질 때까지 미친듯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댄다. 이런 내용을 읽어나가는 건 쉽지가 않다. 아니, 나는 이걸 본다고 해서 이렇게 하고 싶질 않은데, 어떻게 세계 곳곳에서 유사 파이트클럽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 대체 그 젊은이들은 뭔가,, 왜때문에 책을 따라하나,, 하다가....



내가 얼마전에 베트남 국수여행 책 읽고 베트남에 국수 먹으러 다녀왔던 일이 떠올랐다. 음...나도 책 따라 했구먼...내가 남을 이해 못한다고 하면 안되는거구먼... 아마 파이트클럽 따라한 사람들은 베트남 여행가서 국수 먹는 걸 따라하진 않겠지..우리 사이엔 그렇게 머나먼 간극이 있는거겠지.


간극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지난 여름에 스페인 여행 다녀온 친구가 생각난다. 스페인에서 매일매일 클럽에 가 놀았다고 한다. 애초에 거기에 간 목적이 클럽이었다고. 나는 진짜 이말을 듣고 어마어마하게 놀랐는데, 나는 외국에 가서 클럽에 갈 생각을 진짜 1도 못해봤고, 외국에 가서 누군가 클럽에서 놀거란 생각도 1도 안해봤기 때문이었다. 내 주변의 다른 친구들 모두 외국에 가면 서점에 가고 싶어하는데, 나 역시 서점은 어디있을까, 하면서 서점 찾아가기에 바쁜데, 누군가는 내가 서점을 찾고 관심있는 것처럼 클럽에 관심있고 또 외국에서도 클럽에 가려는거구나. 그러고보면 그 친구는 한국에서도 클럽에 자주 가는 친구긴 하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로 움직이게 되는거구나. 나는 우물안의 개구리였어. 내 관심으로만 주변을 생각했어. 우리 사이의 간극. 그러니 파이트클럽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베트남에 국수 여행을 안가겠지...



어쨌든 충격먹은 책인데 마지막에 이 책이 나오고나서의 후기가 있다. 작가 후기. 작가 후기에 유사 파이트클럽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는데, 내가 또 놀랐던 건 바로 이 얘기.



몇 년 후 런던 출간 기념회에서 젊은 남자가 나를 한쪽으로 불러 냈다. 그는 별 다섯 개짜리 레스토랑의 웨이터였다. 런던에서 별 다섯 개를 받은 레스토랑은 달랑 두 곳뿐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음식에 몹쓸 짓을 해대는 웨이터들을 묘사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내 책을 읽기 훨신 전에 그는 동료들과 유명 인사들에게 서빙할 음식에 장난을 친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 음식을 먹은 유명인사가 누구였는지 묻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절대 얘기할 수 없단다. 

그럼 책에 사인을 해주지 않겠다고 하자 그가 가까이 와보라고 손짓한 후 속삭였다.

"마가렛 대처가 내 정액을 먹었습니다."

그가 한 손을 들어보였다. 그리고 손가락을 쫙 펴며 말했다.

"최소한 다섯 번 이상……." (작가 후기, p.279)




책의 본문에 주인공이 웨이터로 일하면서 음식에 성기를 삽입하는 부분이 있다. 삽입한 뒤에 빼고 그 음식을 내가는 장면. 그 장면을 읽으면서도 '으윽, 어쩌면 이런 일이 진짜로 있을 수도 있을텐데..' 싶어서 이래가지고 레스토랑(외의 숱한 식당들) 음식을 어떻게 먹나 살짝 걱정했었는데, 저 일화까지 읽고나니, 아이쿠야,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지 않는 이상 어딘가에서도 어떻게든 살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먹는 음식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채로 먹는다는 것은, 신뢰가 없이는 안되는 일 아닌가. 아무리 장사하는 음식점이라고 해도 음식에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어. 아이쿠야.. ㅠㅠ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갈 곳은 없다. 저 일화, 쓰지 말지 그러셨어요 ㅠㅠ 

그러고보니 여러차례, 나는 처음 만나는 남자와 술을 마시다가 '설마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내 술에 약을 타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휴...



어쨌든 중간을 넘어서 재미있어지는 책이었다. 어휴.. 끔찍하지만 ㅠㅠ






어제는 자다가 새벽 세시에 깼다. 세시 무렵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겠다. 어쨌든 그래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물을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잠깐 스마트폰을 들고 만지작 거리다가, 하릴없이 트윗에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같은 거 써놓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잠이 오질 않더라. 일전에 어딘가에서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면 잠을 못자게 되니, 가급적 자기 전에는 보지 말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아아, 내가 괜히 쓸데없는 트윗은 작성해가지고... 잠을 못자 ㅠㅠ 어제는 정말 지친 하루였는데 ㅠㅠ


어제는 이래저래 진짜 너무 지쳐서 곧장 쓰러져 자고 싶었지만, 일단 집에 가자마자 밥을 먹었다. 엄마가 해준 닭볶음탕이 너무 핵좋은맛이라 두 그릇이나 먹고, 지난주에 대전에서 만난 친구가 준 약과도 먹고, 치즈도 먹고, 오렌지도 먹고, 아아, 이대로 잠들고 싶었지만, 중고주문 두 권 들어온 게 있어서 포장해 편의점에 가 택배를 보내고, 들어와 샤워를 하고, 그냥 자고 싶었지만, 빨래를 해놓고 자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세탁기를 돌렸다. 아아, 빨래만 아니면 얼마나 좋았을까. 세탁기 버튼을 눌러놓고 샤워를 하고, 내가 먹은 그릇을 설거지 하고, 마른 빨래를 걷어서 개고, 다 된 빨래를 빨아 널었다. 빨래만 아니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데 뭐가 힘드냐' 하는 사람들한테 저주를 내리고 싶다. 콧털 삐져나와라. 삼년동안 내내 콧털 삐져나와라.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세탁기의 버튼을 작동시키고, 다 된 빨래를 세탁기에서 꺼내어 빨랫대에 너는 것은, 사실 그 과정 자체가 힘이 드는 노가다는 아니지만, 분명 가사노동이고, 이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일 경우에는 분명 스트레스를 받는다. 휴..


설거지가 제일 싫었는데 빨래도 싫어..가사노동 싫어, 싫어!! 해봤자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야 ㅠㅠ




나는 내 몸을 좋아해서 그다지 다이어트에 대한 의욕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별 후에 살이 쪄버려서... 어휴, 이제 정신차리고 좀 빼야지, 생각은 했는데, 아아, 의욕이 1도 안생긴다 진짜. 그냥 내 몸을 사랑하며 사는 게 답인듯.. 언제나 내 다이어트에 신경쓰는 남동생한테 '야, 다이어트 해야되는데 진짜 못하겠다, 생각하는 순간부터 졸 스트레스야' 라고 하니, '누나 이제 뺄 생각은 하지말고 그냥 유지라도 할 생각해, 근육 운동 조금씩 해주고, 그렇게 살자' 한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누나 이제 동기부여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 못하는 게 당연하지..' 라고...  


다이어트는 ... 뭐에영?


안해, 그딴 거. 나는 자유롭게 살거야. 어제 그랬고 지난 달에 그랬던 것처럼.




엊그제 생활의 달인을 보다가 식빵 달인을 봤는데, 밤식빵을 반으로 딱 가르니까 밤이 진짜 엄청 많더라. 그걸 보는 순간부터 밤식빵이 너무 먹고 싶어져서, 오늘 출근길에는 양재역에 일찍 도착했겠다, 사무실까지 걸어가면서, 도중에 있는 파리바게트에-파리바게트 싫은데 이 제과점 밖에 없다 ㅠㅠ 파리바게트 넘 싫어 ㅠㅠ- 들렀다. 그러나 밤식빵이 없었다. '밤식빵은 이 시간에 안나와요' 하더라...아 일찍 출근하는 자에게는 밤식빵이 주어지질 않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면서?? 말짱 헛소리다. 일찍 일어나면 졸리기만 해. 먹고 싶은 걸 먹을 수도 없어. 엿같다...역시 아침형 인간 좋을 거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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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6-1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형 인간 좋아요~
그 빵집이 잘못된 거예요.
아침이라면 밤식빵을 가져다 놔야죠!!! ㅎ

저는 이 책의 별미 올려주신 작가 후기(우웩!) 읽었으니 이 책은 패쓰할래요~
파이트 클럽이라... 흐흠..

주사 맞은 양쪽 엉덩이 어쩌신지...
궁금해요~~ 이제 괜찮으신건지....

다락방 2016-06-15 11:27   좋아요 0 | URL
점심에 밤식빵을 사먹어야겠어요. 물론 점심 먹고 실실 걸어서 사가지고 와서 간식으로 먹어야지요. 히힛. 아 너무 먹고싶어요.

이 책은 패쓰해도 될것 같아요. 사실 흥미롭기도 하고 반전 때문에 재미있기도 하지만, 읽기에 힘들거든요. 저도 몇 번이나 접을까 생각했던 책이라...무엇보다 저는 몰입하고 공감해야 소설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인데 이 책은 그게 불가해서.. 하아-

주사 맞은 양쪽 엉덩이는 무사한데, 목은 낫질 않네요. 어제 다른 병원도 퇴근 후에 들러서 바르는 약도 받아왔어요. 돋보기로 보고서는 알러지라고 하는데, 대체 어디에서 온 알러지인데 이렇게 낫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아침에 싹 없어졌다가 열시이후에 다시 생겼는데, 커피..도 영향이 있나 싶고요. ㅠㅠ

singri 2016-06-1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가후기 읽으니 웩 ㅡ 영화로만 만족하고 패스 ㅋㅋㅋ저같은 경우는 빨래를 개는거까진 문제가 없는데 아이옷 남편옷 종류별로 옷장에 넣는게 정말 귀찮아요ㅡ ㅜ

다락방 2016-06-15 11:27   좋아요 0 | URL
저도 빨래 개서 엄마옷 남동생옷 아빠옷 내옷 따로 장에 넣는 게 너무 싫어요. 짱싫어! 그래서 저는 개서 소파에 올려둬요. 알아서들 가져가라고. 아니 빨아서 개주기까지 했는데 가져가는 거 못하냐? 싶은 마음에 그냥 둬요. 제것만 쏠랑 가져가고요 ㅋㅋㅋ 남동생이 결국 아빠옷 엄마옷 제옷, 다 제자리를 찾아주곤 하죠. ㅎㅎㅎ

건조기후 2016-06-15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식빵은 부산에 겐츠라고 맛있는 빵집이 있는데 여기 밤페스츄리가 짱입니다 ㅜㅜ 소시지빵도 정말 맛있고요. 갑자기 무지하게 땡기지만 사러 가기는 또 귀찮.. 일단 가서 막 쓸어담으면 정말 행복할텐데 가는 거까지가 행복하지가 않네요 ㅋㅋㅋ

파이트클럽은 내용이 생각보다 훨씬 어둡고 더럽군요. 옛날에 이 영화 브래드 피트랑 에드워드 노튼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때리는 거 싫어서 안 봤던 기억이 나요. 폭력적인 걸 못 보는 건 아닌데 그냥 때리기 위해서 때리는 걸 봐서 뭐하나 싶고. 때리는 거 정말 싫어요 다락방님. 내가 아픈 것도 남이 아픈 걸 보는 것도.

다락방 2016-06-15 14:38   좋아요 0 | URL
전 점심을 맛없게 먹고(기분나빠ㅜㅜ) 들어오면서 밤식빵 사왔거든요. 배가 부르지만 조금 뜯어 먹었더니 너무 맛있어서, 오오, 밤식빵 좋다! 했어요. 그렇지만 밤 잔뜩 넣은 맛있는 밤식빵을 먹어보고 싶어요. 파리바게트 밤식빵은 밤이 걍 몇 개 박혀있는 수준이네요. 싫어.. 밤 좀 더 넣어!!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데도 굳이 밤식빵 사다 먹었어요. 오늘 먹지 않으면 먹을 때까지 계속 생각날테니깐요..

저는 파이트클럽 관심 안가졌었는데, 책 읽고나니까 관심 안가졌어도 되겠다 싶고요. 정말 죽이 되도록 때려요 ㅠㅠ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아픈 것도 남이 아픈 걸 보는 것도 너무 싫어요. 책의 반전이 참 재미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폭력이 폭력이 아니었다, 이런 게 아니고 폭력은 여전히 그 자리에 폭력으로 있으므로 좋아할 순 없는 작품이에요. 꽤 세서 ㅠㅠ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에요. ㅠㅠ

2016-06-16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7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6-17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건 영화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전 영화를 먼저 보고, 나중에야 원작소설이 있다는 걸 알았고 최근에 읽었어요. 맞고 때리는 건 일종의 오브제 같고,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좀 다른 듯. 영화가 나오던 당시의 개똥철학도 적절하구요..9-11이후라면 나오지 못했을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ㅎ

다락방 2016-06-17 08:36   좋아요 0 | URL
네, 분명 맞고 때리는 건 이 책에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이 주제는 아니지요. 파이트클럽 멤버들이 세상에 대한 테러를 저지르면서 그러잖아요. 우리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게 하는것보다는 이렇게라도 우리를 드러내는 게 낫다고요. 소외된 사람들, 하층민의 사람들의 어떤 울부짖음 같은 게 보였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더 늦었다면 영화화되기 힘들었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억울한 사람들,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파이트클럽을 자신들도 만들고 싶어한 것은 그만큼 그 사람들의 울분을 잘 반영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해도 저는 정말이지 너무 잔인하고 ㅠㅠ 보고 있기가 괴로웠어요. 이걸 영상으로 보면 더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영화를 볼 생각을 못하겠어요 ㅠㅠㅠ

감은빛 2016-06-2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로만 봤어요. 영화는 제법 명작이라고 소문이 났던데요.
한때 맞고 때리는 일이 일상이었던 저는 제법 재밌게 봤어요.
이 영화에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 특정 이미지를 삽입해서 무의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마지막에 브래드 피트의 성기가 잠깐동안 화면을 가득 채웠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황당했던 기억이 나네요.
원작이 있는 지는 몰랐습니다.
영화의 반전과 책의 반전이 같다면 굳이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영화를 재미있게 본 저로서는 책이 궁금하기는 하네요.

다락방 2016-06-22 16:29   좋아요 0 | URL
책의 반전이 저는 정말 놀라웠고 그때문에 재미있었는데, 영화의 반전이라면, 음, 아마도 같지 않을까요? 혹시 다를까봐 반전을 언급할 수가 없네요. ㅎㅎㅎㅎㅎ
책도 영화도 명작이란 말을 엄청 많이 들었거든요. 왜 그렇게들 부르는지 알것 같긴 하지만, 저로서는 명작이라고 부를 수가 없네요. 절반을 지나서까지 진짜 불쾌하기만 했는데 ㅠㅠ 반전을 맞닥뜨리고 나서부터 재미있어진 건 사실이에요. 그나저나, 영화로 보셨군요!

잘 지내고 계십니까?
 

칠 살 조카는 일주일에 두 번, 발레를 배우러 다닌다. 유치원이 끝난 뒤에 바로 발레학원으로 가는데,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발레를 무척 좋아한다. 발레 가는 시간을 기다린다. 며칠전에는 유치원에서 발에 작은 화상을 입었다. 아프냐고 물어보니 따끔했다 라고 답했는데, 병원에 가보니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고 밴드만 붙이라고 했다. 아주 작은 부상이라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제엄마는 조카에게 '오늘은 발레 학원 쉬자'라고 말했단다. 그런데 조카는 굳이 발레를 가겠다면서 '발 쓰는 동작은 안할게' 라고 했단다. 하는수없이 여동생은 발레 학원에 제 딸을 내려주면서, 발 쓰는 동작 하지마, 라고 다시 얘기했다는데, 조카는 안하겠다면서 '앉아서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라고 했다는 거다. 와- 이 아이는.. 뭐지? 놀랍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발레에 열중하게 만들었을까? 이 아이는 어쩌다 이렇게 발레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단순히 욕심이 많아 배우는 것을 잘하고 싶다는 걸까, 아니면 정말 발레 자체에 큰 매력을 느낀걸까, 아니면 순간의 재미인걸까? 내 경우에도 어릴 적에 피아노를 배우면서 되게 열심히 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게 한 때였던 거다. 어느 순간이 지나고 나니까 학원 가기도 싫고 피아노 치기도 싫었었어.. 이 아이도 그런 걸까? 아니면..정말 발레가 좋고 소질이 있는걸까? 친척중에 누구도 발레나 무용 춤에 관심도 흥미도 없고 직업도 없는데, 어떻게 이 아이는 저 혼자서 우뚝, 발레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어쩌면.....내가, 배우질 않아서 그렇지, 발레에 소질 있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칠 살, 이 작은 아이의 발레에 대한 열정이 새삼 신기하다. 놀랍다. 집에 와서도 틈만 나면 발레 연습을 한단다. 게다가 네 살 동생까지 불러서 따라하라고 한단다. 이 아이는......뭐지? 뭘까? 앞으로 자라서 무엇이 될까??????????????? 나의 미래 못지않게 이 아이의 미래가 궁금하다. 아이가 자라는 걸 지켜보는 일은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또한, 매순간이 감동이다.








어제는 문득 '귀여움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귀염귀염 받고 싶다, 라는 생각. 그러고보니 나는 살면서 누군가 나를 귀여워해준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 거다. 예뻐해줬지...(응?)

외모도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고 성격도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고..집에서도 장녀 였었고, 언제나 어딜 가도 좀 쎈 캐릭터라 해야하나, 심지어 알바나 회사에 입사했을 때도, 당시엔 직급이 '막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여움 받는 막내라기 보다는 듬직한 막내 스타일이었달까... 한 번은, 첫직장에서 사장이 뭔가 되게 고민이 있어서 한숨을 푹푹 쉬니까 팀장이 '중역들 불러서 오늘 같이 술마실까요?' 물었었는데, 그때 사장이 '중역들하고 마시느니 락방이랑 둘이 마시는 게 낫겠다'라는 얘길 한 적도 있었더랬다. 나는...뭘까? 그래서 어제는 하루종일 귀여움 받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렸다. 그리고 저녁에 술을 마시러 가서 남자1에게 귀여움을 받아본 적이 없다, 라는 얘기를 하니, 연애할 때 남자친구들한테 귀여움 받지 않았냐고 묻는거다. 그 물음을 듣고 곰곰 생각해보니..나는...애인들한테 귀여움 받는 스타일이 아니라 애인들을 귀여워해주는 스타일이었어..내가 애인을 귀여워했다..... 아..나에게는 귀여움이 결핍되어 있어. 귀여움 받고 싶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나는 앞으로도 귀여움 받을 일은 없을 것 같은 거다. 내가 이 나이에, 이 직급에, 이 성격에.... 누구한테 어떤 귀여움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아!

며칠전에 여동생이 나 귀여워해줬다!!!

통화중에 자꾸 웃길래 '왜 자꾸 웃어?' 물으니 '언니 너무 귀여워서' 이랬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생각났어! 날 귀여워해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그 말 듣고 너무 좋아서 '내가 귀여워 니 아들이 귀여워?' 라고 물어서 여동생이 빵터졌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에겐 귀여움이 결핍되어 있어...

귀여움 받고 싶다... 앞으로도 가능성 없는 일.

갑자기 락스티의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It must have been love but it's over now.


그것은 사랑이었이죠, 끝나버렸지만... 

나의 귀여움도...끝나버렸죠. 타올랐던 적도 없이... 




어제는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오, 또 예쁨이 터지는 거다. 예쁨이 폭발했어! 깜짝 놀랄 정도로 예뻐서 '오늘도 예쁨이 폭발했군' 생각했는데, 그러다보니 일전에 나와 므흣한 관계였던 남자가 '너 술취한 거 예쁘네'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 말에 나는 '니가 취해서 나를 예쁘게 보는 거지' 했었더랬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니 내가 취하니까 예쁜 게 맞는 것 같다. 나는 알콜이 들어가면 예쁨력이 상승하는 듯. 이런 생각을 하고 잠을 자서인지 꿈을 꿨는데, 꿈에서 내가 길을 걷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서 너무 예쁘다고 내게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너처럼 예쁜 눈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어'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은 취중 꿈이련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움은 없지만 예쁨이 있으니까 남은 생도 열심히 살아보자.



라고 쓰고 끝낼라고 했는데,



아니, 방금전에 거래처 분 오랜만에 오셨는데 날 보더니 '젊어지셨어요!' 한다. 아니 뭐야 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참나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늙었었냐, 뭐가 젊어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또 아침부터 빡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날 어떻게 봤길래 젊어졌다는거냣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인생은 뭐냐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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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6-1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레는 오래하면 좋다고 하대요. 특히 성장기 어린이들한테요.
스트레칭이 되서 키크는 것에도 도움이 되고 자세 교정도 되구요.
저희 집의 어떤 어린이도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7년을 했어요. 으흠.....
공연 가면 동작 보고 말합니다. 엄마, 제게 뭐야~~ (이건 뭐야~~~ 불어임^^)
다락방님 예쁜 조카는 다락방님을 닮아서 발레를 좋아하는 거 아닐까요. ㅎㅎ
우아하고, 아름다운 발레 동작에 반한 거예요. 사실 아이들이 유연해서 유리하기도 하구요.

넘 욕심내지 말자구요.
다락방님은 예쁨을 담당하기로 했잖아요. 귀여움은 둘째 조카한테 양보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6-10 10:2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조카가 발레를 좀 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발레리나를 꿈꾸는건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발레를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저를 닮아서 발레를 좋아하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제 안에..저도 모르는 발레에 대한 흥미..이런 게 있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아이들이 자라는 거 보면 참 신기해요. 저 작은 몸으로 동작들 따라하는 것도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고요, 저 작은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는걸까 신기하고 애틋하고 사랑스럽고 그래요. 아이들은 너무 좋아요. 아이들은 너무 예뻐요. 제가 이모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제가 이모도 되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도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신비한 존재인지 모르는 채로 생을 살았을 거에요. 동생과 제부와 조카에게 감사를!!

네, 저는 예쁨을 담당할게요. 이번 생에서 귀여움은 안되겠어요. 사람이 다 가지려고 하면 안되는거죠...과한 욕심은 안좋은거죠..저는 그저 예쁨만 담당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젤리곰 2016-06-1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만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데...(!) 제가 이 구역의 프로 귀여움러! 만물귀여움론자!

다락방 2016-06-10 10:27   좋아요 0 | URL
아! 너무나 아름다운 댓글이다. 프로 귀여움러라니! 저도 귀여워해주실 건가요? (초롱초롱)

젤리곰 2016-06-10 10:52   좋아요 0 | URL
이미 다락방님은 제 맘속의 귀요미...(막 지른다)

다락방 2016-06-10 10:54   좋아요 0 | URL
아이 좋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6-06-10 11:52   좋아요 0 | URL
제 결혼식에서 제가 다락방.... 하시는 순간부터 귀여웠다고 합니다. 후훗

다락방 2016-06-10 11:5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무슨 자신감으로 가가지고 `제가 다락방입니다` 이랬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6-06-10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비분에 차서 글을 썼는데 귀여운 여자들이 이렇게 많으니까 인생은 괜찮은거 같아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6-06-10 13:27   좋아요 0 | URL
앗 저는 방금 모리님의 서재에 가서 비분에 찬 글을 읽으며 불끈. 힘주어 좋아요를 누르고 왔는데 말입니다. 마침 제가 요즘 읽기 시작한 책이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인데, 거기서도 경제를 정치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모리님 페이퍼에서도 같은 내용을 봐서, 비분에 찬 글이지만, 오오, 반가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6-06-10 13:38   좋아요 0 | URL
제가 어제 세월호 유가족 대표분이 연설하는 걸 라디오로 들었어요. 정말 화가 나는거예요. 그냥 평범한 아버지였던 분이 이제 완전히 투사가 되신거예요... 평범하게 자식의 죽음을 애도할 수 조차 없다니 너무 화가나지뭐예요. 게다가... 요즘 뉴스 보도 행태가 아주 화가나네요... 제 딸도 다음딸부터 발레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아주 좋아해요... 저를 보면 별 성과는 없........... 음..... 재미있으면 된거죠 ㅎㅎㅎㅎ

다락방 2016-06-10 13:42   좋아요 0 | URL
저는 지난주였나, 뉴스를 보는데 너무 화딱지가 나서 더이상 뉴스를 보고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어쩌다 본 뉴스인데 그랬어요. 아, 보지말자,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그러나 보지 않는 게 답인가... 뉴스를 틀어두고 내내 고민했더랬습니다. 하아-

오오 모리님도 발레를 배우셨더랬어요? 모리님 아기는 또 발레할 때 얼마나 귀여울까요. 히힛. 작은 아이들이 뭔가를 보고 배운다고 꼬물꼬물 거리는 거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모리님 따님도 재미있어했으면 좋겠어요. 힛.

감은빛 2016-06-1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다락방님 조카와 우리 둘째가 동갑이군요.
큰 아이는 한 2년쯤 발레를 했었는데, 요즘은 바이올린과 가야금을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작은 아이은 아마 내년에 학교가면 발레를 배우지 않을까 싶어요.
집에서 언니에게 물려받은 분홍색 발레복을 열심히 입고 있어요.

다락방 2016-06-10 14:32   좋아요 0 | URL
크- 요즘 아이들은 다들 발레를 배우나보군요! 저한테 발레는 너무나 낯설고 멀기만 한건데 말이지요. 제가 국민학교 다닐 당시에는 피아노 배우는 아이도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 애들은 발레도 배우는군요...세상..... 하하.
그나저나 바이올린과 가야금이라니. 우와- 멋져요!1 >.<

기억의집 2016-06-1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다락방님 충분히 귀여운데...

울 딸도 발레 하고 싶어했는데 저는 발레교습소가 멀어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혹 제 2의 강수지 탄생 아닐까요. 조카는 한참 이쁠 때고 락방님은 여전히 페이퍼에선 귀여우심~

다락방 2016-06-10 15:58   좋아요 0 | URL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거라면 되면 좋겠지만, 그 길은 너무나 고생스럽지 않을까 싶어요. 뭐든 고생스럽지 않은 게 없지만, 그래도 발레리나 하려면..먹고 싶은 거 많이 참아야 되는데... ㅠㅠ
아직은 배우는 게 발레밖에 없는데, 혹시라도 피아노라든가 다른 거 배워보면 또 어찌 변할지 모르겠어요. 다른 걸 배워보면 아마 알게 되겠죠. 얘가 발레를 정말 좋아하는건지 순간의 열정이었던건지. 어쨌든 이런 아이를 지켜보는 일이 참 즐거워요. 으흐흐흣

귀엽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엉엉 ㅠㅠ

고양이라디오 2016-06-1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충분히 귀여우세요ㅎㅎㅎ
저는 예전에 귀엽다는 말을 조금 들었는데, 요새는 모르겠네요ㅎ
저도 귀여움을 사랑합니다 ^~^
요즘 아이들 보면 너무 귀여워요ㅎ

다락방 2016-06-20 10: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글은 귀엽게 쓰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