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그의 지위에 현혹된다는 사실은 그에게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어차피 그도 자신의 지위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무부 차관인 베른트 브란헤우그였다. 맙소사, 그것은 평생을 바쳐 얻어낸 자리였다. 설사 라켈이 약에 취해 창녀 륭내를 낸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미안하지만 난 자네를 가져야겠어." 브란헤우그가 그녀의 술잔에 얼음 두 조각을 넣으며 말했다. "나란 사람을 알게 되면 이 상황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거야. 하지만 우선 일종의 첫 번째 수업을 하도록 하지. 날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해서."

그는 그녀에게 잔을 건넸다.

"어떤 남자들은 평생 땅에 코를 박은 채 기어다니며 살지. 그러다 음식 찌꺼기라도 발견하면 그걸로 만족하면서, 하지만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두 발로 일어서서, 식탁으로 걸어가 정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먹지. 우리 같은 사람은 소수야. 왜냐하면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때때로 잔인해져야 하는데, 그런 잔인함은 힘에서 나오거든. 우리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의 교육 방식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해방시켜야만 했어. 따라서 그렇게 살거나 기어서 사는 것,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난 차라리 근시안적인 도덕주의와 결별하는 쪽을 택하겠어. 도덕주의는 개인의 행동을 제대로 된 맥락에서 바라보지 못하거든. 그러니 자네도 그런 점에서 내심 날 존경하게 될 거야."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술을 벌컥벌컥 마셔댈 뿐이었다.

"홀레는 당신에게 전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어요. 우린 그저 친한 친구였을 뿐이라고요."

"거짓말을 하는군." 브란헤우그는 그녀가 내민 잔에 마지못해 다시 술을 따라주었다. "난 자네를 독점해야 했어.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 홀레와 모든 연락을 당장 끊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 이유는 질투심 때문이 아니야. 그보다는 순사함의 원칙 때문이었지. 어쨌거다 스웨덴인지 어딘지는 몰라도 거기서 몇 주 산다고해서 그자에게 해될 것은 없어."

브란헤우그는 킬킬 웃었다. (p.484-485)

















외무부 차관인 베른트 브란헤우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많은 여자들과 잠자리를 갖는다. 아니, 잠자리란 말은 너무나 상호적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여자들을 강간한다. 그를 상사로 두고 있는 여자들은, 브란헤우그에게 '자신의 지위에 현혹되어 섹스한' 여자들이겠지만, 그 지위에 있는 남자랑 자고 싶다는 유혹에 진 여자들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걸 알았을거고, '저 남자가 하자는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 라는 생각으로 그의 부름에 응한 여자들은, 남자의 권력에 이용당한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하는 데에 있어서 전혀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언제나 여자들을 쳐다본다. 


일전에 '조여정'이 주연한 영화 《방자전》에서 변사또는,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르려고 하는 것은 여자들을 맘껏 후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알고 있었던 거다. 권력이 주어지면, 그것으로 많은 여자들을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랄케는 브란헤우그의 뜻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노골적인 유혹에 언제나 완곡하게 거절을 말했다. 그럴수록 브란헤우그는 더 애가 탔다. 랄케가 '해리 홀레'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안순간, 그의 '그녀를 갖고싶다'는 욕망은 더 커진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해리를 저기 멀리, 알 수 없는 시골로 보내놓고 그와 관계를 끊기를 청함으로써, 브란헤우그는 자신의 경쟁자를 지워낸다. 랄케가 결국 브란헤우그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랄케의 전남편인 소련 남자와의 사이에서 양육권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일은 국제적인 일이 되고, 여기에 브란헤우그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걸 알고서, 랄케는 해리에게 이별을 말하고, 그가 부르는 호텔방으로 가, 결국 드레스를 벗는다. 


이 장면을 읽다말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책장을 덮어야 했다. 분했다. 너무 분하고 슬펐다. 부들부들 떨렸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한다는 것,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이용한다는 것. 너무 분했다. 결국 여자가 자신이 안고 싶었던 남자가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서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게 너무나 끔찍했다. 이 장면이 너무나 힘들어서 주말 내내 생각났다. 그러다 결국 오늘 새벽엔 꿈을 꿨는데,



꿈에서 나는 톰 크루즈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데, 머리가 벗겨지고 오십대로 짐작되는 백인남자 대통령이 나를 찾아와서는 자신과 하룻밤을 보낼 것을 제안한다. 나는 톰을 사랑하고 있고, 게다가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그 남자랑 자기 싫으므로 '싫다'고 말한다. 그러자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톰에게 해를 입힐 것이라고 한다. 니가 자주지 않으면 톰이 어떻게 될지도 몰라. 톰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경찰인것 같았고 그 일에서 위태로웠으므로, 나는 대통령의 말을 결국은 들어줘야 함을 알았다. 그래서 대통령과 하룻밤을 보냈는데, 그 후에 톰을 만나는게 너무 힘이 드는거다. 이 사람에게 말해야할까, 대통령이 또 만나자고 했는데, 이제 어떡하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무슨 꿈이 이모양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 네스뵈가 나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해...................


양육권 판결에 대한 서류는 6개월 내에 변경가능성이 있고, 브란헤우그는 랄케에게 6개월간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 썅스러워..... 이게 너무 화가 나서 나는 그런 꿈을 꾸었나보다. 아 진짜 힘들었어........... 개같은 브란헤우그...



개같은 남자들은 여러차례 등장하는데, 크리스토퍼 역시 그렇다. 크리스토퍼는 헬레나를 사랑한다. 헬레나랑 결혼하기를 희망한다. 자신은 부자이며 의사라는 직업도 갖고 있으니 자기를 거절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헬레나는 부상병과 사랑에 빠졌고, 크리스토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크리스토퍼는 헬레나를 설득하다 결국 그 남자를 무사히 병원에서 내보내는 조건을 내걸고 헬레나를 차지하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자신의 설득,회유,협박에도 헬레나가 자신에게 오지 않겠다고 하자, 크리스토퍼는, 자신이 사랑한다고 내내 생각했던 여자에게, 순식간에 창녀라고 욕한다.



"우리아가 자기와 함께 노르웨이에 가자고 했어요. 여행 허가서를 신청하려면 병원의 추천장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제 내가 당신 발목을 잡을까 두려운 거야?"

"당신 아버지가 병원 이사회에 계시잖아요."

"그래. 마음만 먹으면 널 곤란하게 할 수도 있지." 브록하르트가 턱을 문질렀다. 그의 강렬한 시선은 헬레나의 이마에 고정되어 있었다.

"당신은 절대 우리를 막을 수 없어요, 크리스토퍼. 우리아와 나는 서로 사랑해요. 알겠어요?"

"내가 왜 군인의 창녀 따위가 하는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p.222-223)


크리스토퍼의 말은 아주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여자, 즉, 다른 남자를 선택한 여자는 순식간에 창녀가 된다는 것. 게다가 창녀를 욕으로 사용한다는 것. 성매매의 구매자가 자신들과 같은 남자인데도, 그런 자신들을 욕하지는 않으면서, 여자들은 욕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자기들은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성매매 여성을 욕한다는 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전에 서프러제트 상영관에서 폭행사건이 있었을 때, 가해자 남성은 상대에게 구멍 두개와 보지를 운운하며 욕을 했다고 했는데, 그냥, 여자라서 욕먹는 대상이 된다. 보지가 있는 것, 구멍이 두개인 것, 그리고 성을 파는 것. 돈을 받고 자기랑 잔 여자들은 창녀이고 자기랑 자주지 않았던 여자들은 창녀라 욕하고... 뭐하자는 짓거리들인지 모르겠다. 



"말에게 춤 스텝을 가르치는 것을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동물의 본성에 어긋나는 일을 강요하니 동물 학대라는 거야. 하지만 그건 훈련받는 말을 직접 못 봤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난 봤어. 그러니 내 말을 믿으렴. 녀석들은 훈련받는 걸 아주 좋아해. 왜 그런지 아니?"

브록하르트는 말의 주둥이를 쓰다듬었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지. 신은 열등한 생명체가 우월한 생명체에게 복종하고 봉사할 때 훨씬 행복하도록 정해놓았어. 아이와 어른의 관계만 봐도 그렇잖니. 여자와 남자의 관계도 그렇고. 심지어 소위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곳에서도 약자는 자신보다 강하고 현명한 엘리트에게 기꺼이 권력을 양도하지. 그게 세상의 이치야. 그리고 우리 모두는 신의 생명체인 까닭에 우월한 자들은 열등한 자들이 복종하도록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단다."

"열등한 자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요?"

"바로 그거야, 헬레나. 넌 참 이해가 빠르구나. 그렇게……어린 아가씨가 말이야."

헬레나는 '어린'과 '아가씨' 중에서 어떤 말이 더 강조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윗사람이건 아랫사람이건 자신의 처지를 아는 건 중요하단다. 거기에 저항하면, 결과적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어." (p.254-255)


........................................................

이쯤에서 이 분 사진을 한 번 봐야될 것 같고요.






책속에서 헬레나는 우리아를 사랑한다. 어쩌면 우리아도 자신을 사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말한 적이 없으므로 확신할 수가 없다. '아니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을 한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윤여정은 주현을 짝사랑한다. 그동안 다른 가족들의 삶을 돌보느라 자신의 삶을 돌 볼 여건이 안돼 연애도 못하고 살았는데, 그런 윤여정에게 '꼬마야', '잘자라' 등의 문자를 보내주는 주현이 등장한다. 주현으로부터 문자메세지를 받으면 너무 즐겁고 설레인다. 문자메세지를 보고 보고 또 들여다본다. 공부를 해야하는데, 자꾸 주현 생각이 난다. 이런 문자는 무슨 뜻일까? 친구들에게 묻고, 또 혼자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본다. 그런 윤여정을 응원하는 박원숙에게, 윤여정은 


"끝났어."


라고 말한다. 박원숙은 '아니, 시작한 적도 없는데 뭐가 끝이나?" 라고 묻는데, 이에 윤여정은 이렇게 답한다.


"했어. 머릿속에서."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너무나 잘 알겠고요. 그러니까 윤여정의 상상속에서 주현과 교제를 했고 함께 살았다. 자신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주현이 커피를 끓여줄 거라는 생각에 마냥 흐뭇해했다. 그렇지만 함께 살다가 수시로 자꾸 자신을 가르치려 들고 잔소리 할거라는 생각을 하고서는 고개를 저으며 '안돼 안돼 피곤해' 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윤여정은 사랑을 시작했고 함께 살았고 끝냈다. 크- 역시 사랑중에 가장 완벽한 사랑은 짝사랑이다. 주변의 누구도 힘들지 않고 그냥 나 혼자 힘들고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어. 물론 내 마음은 찢어지지만...


윤여정은 그러나, 틀릴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내가 짝사랑한 남자, 짝사랑하면서 봐왔던 남자가 이러이러할 것이다 라고 짐작한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러니까 내가 지켜보기만 했던 한 남자가, 나를 사랑하고 나와 함께 지내면서는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에 신경써줄 수도 있고, 내가 미처 상상해보지 못했던 모습으로 다정할 수도 있으니까. 옆에서 지켜본 것과 나와 함께 지내는 사이에서는 많은 차이점들이 드러난다. 그것은 더 나쁘게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이지만, 더 좋게, 더 다정하게, 더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는 모습들이기도 하다. 내 경우에도 사귀기 전에 막 좋아서 팔짝 뛸 것 같았는데, 사귀고 나서 점점 더 좋아졌던 적이 있다. 어머, 이런 사람이라니!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렇게나 좋아할 수 있다니! 하면서 종종 감탄했던 거다. 미처 몰랐던 점을 사귀면서는 많이 알게 되는데, 이건 상상으로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상상속에서 사귀고 함께 살았다고 해서 끝내는 것이 답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끝내버리는'게 어떤 건지도 너무 잘 알겠다. 나도 여러차례 혼자 시작하고 혼자 끝냈던 적이 있었으니까. 혼자 끝내도.. 슬퍼. ㅠㅠ 


셀프이별..

그대여, 이제 안녕...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최근에 읽는 책마다 딱히 좋지가 않아서 요 네스뵈를 책장에서 꺼냈다. 와, 탁월한 선택이었어. 책을 손에서 놓기가 싫더라. 누가 내게 요 네스뵈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요 네스뵈의 소설이 흥미롭게 잘 읽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이번에 《레드 브레스트》에서 해리는 첫 눈에 반하게 되는 여자 '라켈'을 만난다. 탄력 받아 쭉쭉 읽고 바로 다음편인 《네메시스》를 시작했다. 아니, 조금 읽었는데 벌써부터 가슴이 아퍼... 해리는, 라켈을 사랑하면서도 그래서 사귀면서도 전여친의 만나자는 연락에 거절을 못한다. 매정하게 거절 못하는 해리를 보면서 어제 왜그래, 왜, 왜 거절을 못해, 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폭풍 슬픔에 잠겨 맥북을 열고 페이퍼를 쓰려고 했지만, 중간에 멈추기엔 너무나 재미있어서 계속 읽었다. 라켈과 해리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끝까지 읽어볼 일이다. 흔들리지 마요, 굳고 강하고 단단하게, 오래오래 함께 지내요... 힝 ㅠㅠ 세상에 단단하고 오래가는 관계는 재이슨 스태덤과 로지 헌팅튼 휘틀리 커플이 유일한가....그들이 전부인건가....


오래된 커플들, 제가 힘차게 응원합니다.

짝사랑 하다가 혼자 시작하고 혼자 끝내는 사람들도, 제가 힘차게 응원합니다.

세상 모든 사랑에 건배!

음..아니 모든 사랑에 건배는 못하겠다. 패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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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7-1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셀프 이별.... 이 말이 가슴에 콕 박히는 아침이네요.

다락방 2016-07-11 10:58   좋아요 0 | URL
아프죠, 셀프 이별 ㅠㅠ
이별은 뭐든 다 아파요 ㅠㅠㅠ

건조기후 2016-07-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기억이 솔솔 나네요 저 병신같은 남자들의 유치한 말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를 성적으로 공격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을 모르는 듯해요. 달리 단순한 동물이 아닌가봐요. 한숨...

이 책 좀 지루하지 않았어요?... 저는 전반은 좀 힘들게 읽었어요. 나중에는 손에 땀 나가며 봤지만 ㅎㅎㅎ 참, 스노우맨 영화로 나온다는데 캐스팅 싱크로율이 환상이더라고요. 해리홀레는 마이클 패스밴더 라켈은 샤를로뜨 갱스부르 ㅜㅜ

어우... 케미도 좋고 ㅜㅜ 완전 기대 중이에요!

음 사진 링크 걸었는데 왜 안 뜨지 ;

다락방 2016-07-11 13:47   좋아요 0 | URL
저도 전반에 진짜 지루했어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왔다갔다하나 싶더라고요. 나중엔 진짜 재미있게 넘기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꼬아놨다는 느낌은 사라지질 않아요. 뭐랄까,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걸 위해서 잔챙이를 쳐내지 않은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너무 이야기가 여러갈래로 뻗어나가는 것 같아서 그게 아쉬웠어요. 그래도 한 번 손에 들면 진짜 놓을 수가 없어요. 가독성은 짱이에요!

`여성`이라는 걸로 공격하다니, 너무 병신들 같아요. 그게 왜 욕할 거리가 된다고 생각할까요... 너무 오래전부터, 너무 기본적인것부터 잘못되어 있어서 이게 뭐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건지.. 갈 길이 너무 먼 것 같아 한숨이 나요. ㅠㅠ

그나저나 스노우맨 내용 하나도 기억이 안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피는 어머니...불륜을 저지른 여자들을 응징..... 뭐 그런 내용인 것 같은데, 거기에 라켈이 나왔었나요? 라켈하고 잘 됐으면 좋겠는데, 해리가 [네메시스]에서 바람을 펴서 ㅠㅠ 짜증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천 해수욕장 :)
그리고 조개 줍는 칠 살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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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6-07-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 냄새와 살랑거리는 바람의 느낌을 상상해 보려 하는데 잘 안되네요. 아...참....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집니다.

다락방 2016-07-11 08:19   좋아요 0 | URL
바람보다는 햇볕이 너무 강했어요. 등에 화상 입고 돌아왔어요. 아직도 쓰라려요 ㅠㅠ
저도 여름에 바다에 몰려든 사람을 보는 게 참즐거웠어요. :)

레와 2016-07-1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몇주 바다수영을 못했는데, 갑갑해 미치겠다요.

사진만으론 해소가 안되네.. ㅠ_ㅠ


다락방 2016-07-11 17:21   좋아요 0 | URL
어휴 날이 너무 더웠어 ㅠㅠ 나는 등에 화상입고.. 아이들은 물에 들어갔다가 춥다고 다시 나오더라고요. 날이 더워도 애들이 물속에서 오래 노는 건 무리더라고. 화상 입은 데 쓰라려요. 엉엉 ㅠ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칭찬은 확실히 나를 자극한다. 누군가는 채찍에 더 자극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엔 칭찬이다. 그러니까 '너 뭐 잘한다' 라고 하면 그걸 더 잘하고 싶어진달까. 반면 '너 이거 못하네'라고 하면 그건 그냥 내가 못하는 거구나, 라고 아예 포기해버리고 만다. (그런데 왜 요리는 포기가 안되고 생각나면 또 도전할까????????????)


그렇지만 그런 칭찬이라고 해서 그저 그냥 뜻없이 내뱉는 말이어서는 안된다. 듣는 사람도 다 안다. 저게 그냥 하는 말인지, 아니면 나를 정말로 저렇게 생각하는건지. 며칠전에 남자동료1을 아주 오랜만에 만났었다. 다른 지역의 공장에 근무하는데 서울에 일이 있어 들렀던 것. 오랜만이라 반갑다는 인사를 하며 내게 살빠지셨어요~ 했다. 야..... 어디 그런 개뻥을....개구라를....... 내가 진짜 살이 빠졌을 때 살 빠졌다고 하면 오오, 티나게 빠졌군, 하겠지만, 아니, 내가 살이 쪘는데!! 거기다 대고 살빠졌어요, 하면... 내가 니 말을 믿니 안믿니? 어디서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아- 내가 차장이라고 그렇게 막 아무 말이나 기분 좋으라고 던지는 거, 그런 거 하지마.... 느끼는대로 살아......알겠나? 


자잘한 장점들, 다른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나의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해주는 사람이 좋다. 아니, 생각날 때마다 콕 집어 얘기해주는 것도 좋다. 그러면 기분도 좋아지고 어깨에 뽝 힘도 들어가고, 뭔가 내가 잘하고 있구나 스스로 뿌듯해지고, 앞으로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베티 그린'의 《독일 병사와 함께한 여름》에서 '안톤'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한다. 이 장점들이 순전히 어머니 개인의 것이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안톤은 캔버스천으로 된 접의자에 등을 기댔다.
"어머니는 자잘한 장점이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도 힘들어요."
그는 몸풀기라도 하듯 장점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를 하고, 꽃을 학명으로 부를 줄 알고, 또 은주전자에 든 차를 따르는 법을 태어날 때부터 아는 분 같죠. 어머니에겐 적어도 두 가지 큰 장점이 있어요. 따뜻함과 뛰어난 유머감각. 채소 가게에 다녀오는 길에도 흥밋거리를 찾아내는 특별한 재주가 있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성품이 따뜻한 분인 거죠." (p.123-124)
















어머니 개인의 장점이지만, 저런 장점들을 보고 찾고 알 수 있으려면,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라면 장점이라고 입밖으로 낼만한 것이 아니기도 하니까. 그러나 내가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냥, 그 사람이 그런 것도 잘해, 그런 거. 꽃을 학명으로 부른다니, 이건 4개국어를 하는 내 친구만큼이나 멋있다. 내 친구는 4개국어를 하고 거기에다가 2개 국어는 추가로 간단한 회화도 한다. 2개국어 이상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은데, 아 진짜 멋져. 그건 정말 큰 장점이다. 똑똑해..멋져.. 나는....... 한국어로 된 책만 읽도록 하자. 패쓰.

그런데 안톤이 말한 어머니의 장점들 중, 따뜻함과 뛰어난 유머감각이 쏘옥- 눈에 들어온다. 내 얘기 하는 줄 알았잖아. 으하하하하.

안톤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장점들을 저렇게 읊고 있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았다. 아, 나도 누군가의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하고 싶다, 누군가 나의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해주었으면 좋겠다.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할 수 있다면, 그건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니까. 애정도 없이, 관심도 없이, 상대의 자잘한 장점들을 알아챌 수 있을 리가 없다. 너는 어떤 사람일까, 계속계속 바라보고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자잘한 장점이니까. 누군가에 대해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하게 된다면, 그 순간은 눈이 반짝반짝 거릴것이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말해야 하니까.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하게 될 때, 그때에 '그 사람은 페미니스트야'로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하던 중간에 툭, 그 문장이 들어가도 좋을 테고, '마지막으로 그 사람은 페미니스트이기도 해' 라고 말해도 좋을 테다. 

아, 자잘한 장점을 열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거 진짜 너무나 따뜻하다. 너무나 좋다. 나의 좋은 점을 알아봐줄 수 있는 사람이란...



열두살 소녀 '패티'는 호기심이 많다. 정확한 어휘를 구사하고 싶어 매일 사전을 읽는다. 아버지의 관심을 받고 싶어 아버지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아버지는 패티를 귀찮아한다. 게다가 패티가 '제 말 먼저 들어보세요' 라고 해도 그 말을 듣지 않은채, '왜 내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냐'며 패티의 뺨을 때리고, 벨트를 풀어 때린다. 패티의 어머니는 패티에게 '왜 너는 머리스타일이 그모양이냐' 라고 푸념하고 '왜 네친구처럼 친구가 많지 않냐'고 비교한다. '싫다'고 하는데도 미용실에 보내 강제로 패티의 머리를 파마하도록 한다. 가장 사랑받고 싶은 부모에게 패티는 아무리해도 사랑받지 못한다. 부모에게 패티는 그저 밉고, 말 안듣고, 지나치게 고집이 세고, 저혼자 똑똑한 아이다. 

그런 패티가 독일인 전쟁포로 '안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안톤의 탈출을 돕게 된다. 독일인 전쟁포로의 탈출을 돕는 미국 유대인 소녀 패티는, 며칠동안 그를 숨겨주면서 그를 사랑하게 된다. 흑인 가정부 '루스' 말고는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 없었는데, 안톤은 너무나 다정하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믿고 그를 떠나보내며, 그가 자신에게 얼마나 따뜻하고 예의바르게 대했는지를 기억한다. 패티는 이제 열여덟살이 되어 부모를 떠날 수 있기만을 기다린다. 그 날이 오면, 나는 독일로, 안톤이 있는 곳으로 갈거야!


그러나 삶은 패티가 생각한대로만 흘러가질 않는다.





안톤은 어머니의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할 수 있었지만, 패티의 엄마는 패티의 나쁜 점들만 봤다. 머리가 왜그런건지, 왜 예쁘지 않은건지, 왜 친구들은 별로 없는건지... 패티의 아빠는 패티의 장점조차도 단점으로 바꿔버린다. 



아빠의 벌건 얼굴이 자주색에 가깝게 바뀌는 것이 보였다. "어린애라고! 잘 들이시오, FBI 양반." 아빠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저건 어린애가 아니오. 어린애다운 적이 없었지. 태어날 때부터 지금 당신들보다 머리가 좋았다니까. 알겠소?" (p.235)



패티의 아빠에겐 패티가 머리가 좋은 게 너무나 화가 나는 일이다. 패티 아빠는 패티를 무시하고 패티를 때리는데, 그건 패티가 머리가 좋아 언젠가는 아빠를 이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이렇게 힘으로 잡아놓지 않으면 큰일나, 라고 생각했던걸까.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까지 풀러 자신의 딸을 때리는 아빠지만, 동네의 모든 여자들에게는 다정하게 대하는 남자다. 대체 이런 남자들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자신의 어린 딸을 때리는 남자가, 좋은 남자일 수 있을까?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며 '미국도서관협회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골든 카이트 상 등을 수상했다(책날개中)'고 한다. 몇해전만해도 나는, 내가 소설을 쓴다면 꼭 무슨 상을 받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그런 글이라는 뜻 같아서. 그렇지만 .. 상 받은 소설이 다 재미있다거나 좋거나 하질 않았고, 오히려 그렇지 않은 책들 중에 계속계속 오래 남는 책들이 있더라. 그래서 내가 추구하는 바도 바뀌게 됐다. 나 역시 무슨 상을 받아서 인정 받기 보다는, 적은 사람에게라도 오래 기억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고. 그 편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한거다. 그러니까 이 얘길 왜 하나면, 우수도서로 선정되고 무슨 상을 탔다고는 하지만, 이 책이 그렇게 내게 깊게 남을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모든게 그렇지만 책도 역시, 내가 좋은 게 좋은 것 같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안톤은 패티의 비밀아지트에 숨어 있었다. 전쟁 포로의 신분으로 탈출중이라 잡히는 순간 그는 끝장이다. 그런 그가, 패티가 아빠한테 맞는 걸 보고는 비밀 은신처로부터 튀어나온다. 말리려고. 다행스럽게 들키지 않고 다시 들어가긴 했지만, 그가, 그랬다. 



안톤은 이마로 손을 가져갔다. "내가 은신처에서 뛰어나갔죠- 맙소사, 내가 그랬어요, 그랬죠?" 그가 손을 옆으로 내린 덕분에 나는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그의 멋진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거의 이 년간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겁쟁이로 지내다보니 내가 남을 위해 선뜻 위험을 무릅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럴 수 있다니 기쁘네요. 아직도 그럴 수 있다니 기뻐요." (p.184)



안톤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위험을 무름쓸 수 있는 사람이란 것에 기뻐한다.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럴 수 있다니 기쁘다고. 아, 정말 좋다. 그러니까 남을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도, 자신이 여전히 그런 사람이라는 것에 기뻐하는 것이 너무나 좋다. 그걸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이. 아마도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자잘한 장점들을 볼 수 있는 사람이되었을 것이다. 


나도 여러차례 생각했다. 내가 만약 안톤을 만났다면, 나는 그를 숨겨줄 것인가, 나는 그를 신고할것인가.. 나는 그를 숨겨준 후, 그를 숨겨줄 수 있는 사람이란 것에 기뻐할 수 있을 것인가.. 숨겨주고는 싶지만 내가 그 위험을 무릅쓰고 살 수 있을까..생각해보다가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그냥 내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쪽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그 후의 패티의 삶은 어쩌나, 싶었는데, 이 책의 후속작이 있단다. 《오랜 시간 뒤에 온 아침》 이라는데, 이 책이 그렇게까지 좋진 않았지만 패티를 어쩌나 싶어서 궁금하긴 하고.... 아, 진짜 살다보면 어떤 식으로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내가 읽을 책이지만 내가 몰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 후속작은 아직 번역이 안된 것 같다. 검색해보니 안나오네. 

라고 써놓고는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초궁금하네.... 흠.......




그나저나 외서이벤트 굿즈 에코백 넘나 갖고 싶은데 외서는 살 게 없어서 넘나 속상하다 ㅠㅠ 사면 뭐해 진짜 장식용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글북은 이벤트해당국내도서 3만원이상만 사도 저 에코백 받을 수 있다는데, 이미 가진 책이거나 안갖고 싶은 책들만 수두룩 ㅠㅠㅠㅠㅠㅠ 처음엔 정글북 에코백 넘나 갖고 싶었는데 최종적으로 월든을 선택하지 싶다.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에서 팅커가 바지 뒷주머니에 월든 맨날 꽂아 가지고 다니던 거 생각나고.. 엊그제부터 계속 장바구니에 이 외서 저 외서 넣어놓고 이거 사서 뭐하나....자꾸 이러고 있다 ㅠㅠ 에코백은 넘나 갖고 싶은데 ㅠㅠㅠ 월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거 받으려고 장바구니 이렇게 만들어놨다.



하아-

인생......................

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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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7-0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잘한 장점, 자잘한 칭찬... 좋네요. 자잘해서 좋고 자잘해야 좋은 것들이 많아요.
저도 월든 받으려고 책은 다 골라놨는데 이미 두 번이나 주문을 해서 좀 더 있다가 하려고요 ㅋㅋ 어차피 할 건데 조금 미루는 게 무슨 차이인가 싶지만 어쩐지 텀을 둬야 죄책감이 덜 들어요. 스스로에게 조삼모사하고 있습니다 ㅎ

다락방 2016-07-06 10:09   좋아요 0 | URL
자잘한 장점들 너무 좋죠. 누가 말해줘도 좋고, 누군가의 자잘한 장점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좋아요. 그걸 찾는다면, 그건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거니까요. 좋아요!

저도 월든 받고 싶은데 전 아무리 생각해도 외서를 사는 게 너무 쓸모 없을것 같아서, 저렇게 어떻게든 쓸모 있는 것들로만 채워놨는데, 그랬음에도,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내일로, 내일로 하루씩 미루고 있어요. 영어공부를 진작 해뒀다면 외서 사는데 두려움이 없었을 것을... 하아.......

건조기후 2016-07-06 11:21   좋아요 0 | URL
영어공부 늦지 않았어요 ㅜ 저도 공부삼아 사는 거예요. 회화는 당장 안 내키고 책이라도 좀 읽어야지 싶어서요. ; 사실 영어를 누구나 잘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책 원문이 궁금할 때도 있고 외국 언론들 칼럼이나 기사도 좀 빨리 읽고 싶은데 그런 사소한 거에서 제약을 느끼니까 불편하고 짜증나요. 이런 불편과 짜증을 느낀 지도 오래됐고 그 때마다 마음을 먹었으나 여전히 실패한 채로 있다가 다시 또 마음 먹고 공부하는 모드로 전환 중입니다 ㅎ 또 실패하더라도 어쨌든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글줄 하나라도 읽게 되니까. 꼴랑 한 줄 한 장 읽으려고 엄청난 마음을 먹는 건 웃기지만 그 또한...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 우리 공부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6-07-06 11: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건조기후님.
저는 여행 가서 할 수 있는 말들이 제한적이니까 답답하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원서를 읽고 싶기도 하고요. 원서를 읽고 싶어서 방통대 영문과 편입했다가 반학기 다니고 자퇴했었죠. 공부는 안돼...하고요. 요즘에도 또 공부좀 할까 싶어서 방법을 생각중이에요 ㅠㅠ 그렇지만 공부도 의지의 문제고 제 의지는 공부와 다이어트에는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성향이 있어서 ㅠㅠ 이러다 금세 포기하지 싶어요. 어쨌든 영어를 잘하고 싶기는 해요. 친구중에는 영어를 포함해서 다른 언어들까지도 말하고 쓰고 번역 통역 다 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저는 영어만이라도 잘하고 싶은데... 공부하기가 넘나 싫으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지만 다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부합시다 건조기후님 ㅠㅠㅠ

건조기후 2016-07-06 13:35   좋아요 0 | URL
와, 편입까지 하셨던 거예요? 말이 쉽지 실행에 옮기기는 힘든 일인데 대단해요 다락방님. 시작했(었;)다는 것만으로요.

통번역이 다 되는 친구님들은 참 부럽네요. 하지만 나는 그만큼 노력한 것도 아니니 부러워하는 것도 어불성설 ㅜ 일단 읽는 거라도 열심히 읽고 조금씩 더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야겠어요.

다락방 2016-07-06 14:03   좋아요 0 | URL
등록금만 날렸죠 뭐 ㅠㅠ 3학년 1학기 다니고 2학기에 자퇴했어요. 저는 공부를 안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공부 안하면서 등록만 되어있는 상태가 대체 뭐란 말이냐... 싶어서 자퇴했어요. 스스로에게 실망도 했었고요. 영어 원서 한 권 낑낑대며 책장 넘기기보다 번역서 여러권 읽자..라고 그때 체념했었죠. 그래도 가끔 원서 읽고 싶은 마음이 쏙쏙 샘솟아요. 요즘엔 회화를 잘하고 싶어져서 스크린 영어회화 이런 걸로 공부해볼까 싶어요. 그래봤자 또 사놓고 안하겠지만.... ㅠㅠ

공부합시다!

북깨비 2016-07-0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예쁜 가방들은 어떻게 받을 수 있나요? 본투리드 가방 때문에 예정에 없던 충동구매를 하고 지금 후폭풍으로 고생중인데 이 가방은 또 웬거란 말입니까 으흑흑 ㅠㅠㅠ

다락방 2016-07-06 11:42   좋아요 2 | URL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151153

북깨비님. 위의 링크 들어가보세요. 에코백 진짜 환상적으로 예뻐요! 전 정글북에 완전 꽂혔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월든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월든을 꼭 받고말테닷!! 하고 있는데, 외서라서 망설이고 있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6-07-0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은 장점 많은 게 단점이라면 단점..앗! 장점을 말해주는 사람이 좋다고 했죠? ㅎㅎ
일단 오늘의 장점은 장바구니 가격을 기막히게 맞추는 감각?!? 맛난 점심드세요~
당신의 체력이 우리나라의 국력^^

다락방 2016-07-06 12:11   좋아요 0 | URL
오늘은 아침밥을 많이 먹었는데도 어쩐지 당떨어지는 느낌이라 점심에 짜장면 시켜가지고 밥 비벼 먹으려고요. 당을 섭취해야해, 당을... ㅎㅎㅎㅎㅎ
저걸 사느냐 마느냐 지금 어쩌지를 못하고 있어요. 에코백은 갖고 싶고 외서는... 멘붕이고. 으하하하하. 그래서 읽을 책 대신 부록을 주는 일본잡지를 선택했는데, 이거슨 현명한 것일까.... 생각하고 있고요 잉.

단발머리님도 점심 맛있게, 많이 드세요! 그나저나 저도 작은것들의 신 읽으려고 준비해뒀는데 아직도 안읽고 있네요? 오늘은 요 네스뵈 들고 나왔어요. 훗

psyche 2016-07-0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숨어있는 팬이에요. 다락방님 글 너무 좋아하는데 글쓰기 쑥스러워서 조용히 좋아요만 누르고 가곤 했는데요 저 에코백 이야기를 보니 저도 모르게 댓글을...
저는 심지어 미국에 살고 있는데도 저 에코백때문에 외서를 사야할까 하고 있답니다.말도 안된다는거 알면서도 자꾸만 장바구니창만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네요.

다락방 2016-07-06 12:12   좋아요 0 | URL
크- 저 숨어있는 팬 넘나 좋아하고요, 숨어있는 팬이라시며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시면 행복해지기까지 하는 것입니다. 숨어있는 팬이 되어주셔서, 이렇게 인사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아, 점심 먹으러 가기 전에 행복해집니다. 살다보면 이렇게 행복해지는 순간들도 곧잘 찾아와요. 이런 순간이 바로 올리브 키터리지가 말한 `작은 기쁨` 의 순간 같은 건가 봅니다. 예상치 못하게 일상에서 마주친 작은 기쁨. 그러나 큰 행복... 히히.

에코백은 어떤 게 마음에 드세요? 저는 월든으로 찜해놨는데, 사실 저기 에코백들은 넘나 예뻐요. 다 예뻐서 다 갖고 싶어요. 정글북도 색 특이하고요. 아아아아. 어쩌죠. 살것이냐 말것이냐... 에코백...지금도 많긴한데.... 하아-

psyche 2016-07-06 15:56   좋아요 0 | URL
이렇게 반겨주시니 진작 커밍 아웃을 할껄 그랬네요. ㅎㅎ
제가 맘에 드는 에코백은 몽땅 다요!!! 맨처음에는 월든이었는데 정글북도 이쁘고, 노인과 바다, 모비딕 다 가지고 싶어요. 거기에 오스카 와일드 팬인 큰 딸을 위해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받고싶고....
지난번에 셜록 에코백 받아서 한국의 동생집에 배송시켜놓은것도 아직 못받았거든요. 집에 에코백이 넘치는데 그때도 너무 맘에 들어 이거 주문하면 안되는데 하면서 손이 지맘대로 주문한건데... 이번에는 외서라고 하니 진짜 마음에 갈등이...흑

다락방 2016-07-06 16:55   좋아요 0 | URL
흐흐. 제가 또 마침 오늘 셜록에코백을 들고 오지 않았겠습니까? 움화화화핫. 셜록 에코백 요즘 들고 다니거든요. 여름이라 더워서 무거운 숄더백이나 토드백 가지고 다니기 싫더라고요. 그렇지만..에코백이라도 무거운 게 함정 ㅠㅠ 책을 넣어 가지고 다니니 에코백이라고 가볍지도 않네요 ㅠㅠ
그러니까 이렇게 셜록 에코백도 있는데..왜때문에 또.. 에코백을 받고 싶은 걸까요. ㅠㅠ
지를까말까 지를까말까 아까부터 고민하고 있어요.

고양이라디오 2016-07-0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잘한 장점, 자잘한 칭찬. 칭찬은 너무 좋은데 하기는 쑥쓰럽고, 받기는 더 힘든거 같아요ㅠㅋㅋ

다락방 2016-07-07 12:59   좋아요 1 | URL
저는 칭찬 잘 하는 편인데요, 상대방에게서 장점을 찾고 또 그걸 말해주는 게 너무 좋아요. 그것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잘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히힛

레와 2016-07-0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완료!!

마음이 이렇게 잔잔해지는것을.............................................................. 과연??? ㅎㅎㅎㅎ;;;;

다락방 2016-07-11 08:43   좋아요 0 | URL
그래. 지를까 말까 너무나 갈등될 때는 지르는 게 답이야. 지르기 전까지는 계속 갈등할테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어 마이 프렌즈》를 6화까지 보았다. 이것은 놀라운 이야기다. 내가 보았던 6편까지의 이야기들 속에, 이 나라에서 여자들이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꼰대질에 맞서야 하는 젊은 여자가 나오고, 남편에게 맞고 사는 아내가 나온다. 게다가 성추행당했다는 어린 딸에게 '그러게 왜 치마를 입고 다녀!'라고 말하는 아버지가 나온다. 어린 딸은 '바지 입었는데도 그랬다고!!' 하며 울부짖는다. 미친듯이 고생해 이제 쉬어도 될 때쯤, 몸이 아파 요양원에 누워있어야 하는 여자의 삶은 어떤가. 수많은 식구들의 삶을 온전히 유지하도록 돕느라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한 삶은? 


나이들어가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를. 물론 나는 내가 나이 들어가는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긍정한다.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을 적에 내가 했던 어떤 말이나 행동에 대해 부끄러워한다. 알라딘에 내가 쓴 과거의 글들만 뒤져도, 아아, 어쩌면 이런 생각을 잘도 바깥으로 꺼내서 말했을까,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진다. 그보다 더 어릴 적에 내가 했던 말들, 혹여라도 누가 그걸 기억하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후회되는 말들도 많다. 그리고 그것을 후회하고 부끄러워하며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지금의 내가 된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물론 지금의 나를 또 훗날 부끄러워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찬란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십대가 또 어떤 사람은 이십대 젊은 시절이 본인에게 가장 찬란하다 생각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지금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말들을 조심스럽게 해야하는지, 어떻게 더 조심스럽게 상대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싶다. 조금 더 젊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수십 수백번 생각하지만, 그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고, 지금의 나와 젊었을 적의 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지금이다.


그러나 육체적으로 내가 기울어져가고 있음도 사실이다.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운동하는 삶을 살고 있고 예전보다 조금 덜 먹는 삶을 살고는 있지만(그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들이 있다. 시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고 머리카락에 힘이 없어지는 것 같다. 생리일수는 확 줄었고 취침시간도 빨라졌다. 이런 것들은 노화가 가져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반면,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 훅훅 찾아와 나를 놀라게 한다. 나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여전히 과음 후 다음날에 숙취도 별로 없어서 친구들로부터 체력이 짱이라는 말을 듣고 살지만, 사흘동안 연달아 술마시면 코피가 터지고(응?), 피로감을 느낀다. 그런 와중에 며칠전엔 아침에 일어나서 귀가 잘 들리지 않고 멍멍했다. 금세 낫겠지 하고 하루를 보내는동안, 머릿속엔 점점 더 안개가 차는 느낌이었다. 종국에는 머리의 반쪽에 가득 안개가 찬 기분이 되고, 그러자 곳곳에서 들리는 소리를 견딜 수 없어지게 되었는데, 오후에, 팩스가 들어오는 소리와 프린터에서 출력물이 나오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자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고, 창문 밖으로 떨어져버리고 싶어지는 거다. 사무실인데, 크게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도 참느라 폭발할 지경. 결국 나는 부랴부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이게 뭔지 일단 병원가서 치료하자, 귀지가 있다면 파내고, 염증이 있다면 약을 먹어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자, 싶었던 것. 이비인후과의 닥터는 내 증상을 듣고 일단 콧구멍 양쪽을 살피고 귀도 양쪽을 살펴 사진을 찍었다. 모두 이상없이 깨끗하다고 했다. 선생님, 그렇다면 저는 왜그런가요? 왜 이렇게 멍멍하죠? 그러자 닥터는 청력 검사를 해보자고 했고, 청력검사를 한 뒤에 '한 쪽 귀의 청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돌발성난청 이란 병입니다


라고 했다.



................뭐라고요?............................ 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 나는 닥터가 입밖으로 낸 '병'이란 단어에 놀란다. 이거 치료가능한가요? 물었더니 닥터는 가능하다고 약을 먹으면 된다고 했다. 약을 처방받고 돌발성난청에 대해 여러차례 검색했다.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재발 가능성이 높다, 그중 몇 프로는 아예 귀가 안들리게 된다 등등, 여러가지 것들이 나왔다. 나는 평소에 건강한 사람이니, 금세 낫겠지. 무섭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약을 먹었다. 이게 너무 서러웠다. 나에게 한 번도 찾아올 줄 몰랐던 병이, 심지어 그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병이 나에게 찾아왔다니. 어째서 이럴까. 왜 지금 찾아왔을까. 그게 너무 슬펐다.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늙어감이 이렇게 드러나는 거야.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희자(김혜자)는, 일흔의 나이로, 계속 자신에게 새기는 말이 있다. '혼자 할 수 있어', '혼자 살 수 있어'가 그것이다. 망상증 초기를 진단받고 막내 아들이 씨씨티비로 그녀의 안전을 살펴야 하는 순간을, 그녀는 견디기가 너무 힘이 들다. 자신의 존재가, 자신이 살아가는 일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야 한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다들 자기 삶을 살고 자신 역시 혼자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너가 혼자 살 수가 없어'라고 모두가 그녀에게 얘기한다. 그녀는 절망스럽다.



이런 잔병치레쯤은, 얼마든지 내가 병원에 스스로 찾아가 약을 처방 받을 수 있으니 괜찮다. 사실, 내가 잘 낫지 않고 귀가 멀어버리는 건 아닐까 너무 무섭기도 하다. 그런데 십년후 이십년후엔 어떨까. 더한 어떤 병이 찾아온다면, 그런데 내가 혼자 살고 있다면, 내가 혼자 할 수 없고 혼자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 누워서는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할까. 나는 아마도 계속 혼자 살테고, 혼자 지내게 될텐데, 자주 친구들을 만난다고 해도 그들과 늘상 함께 붙어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내 몸을 가눌 수 없게 된다면 어쩌나. 왈칵 두려움이 밀려왔다. 돈을 벌어야겠다, 돈을 벌어서 차곡차곡 모아야겠다, 모아서, 내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생겨온다면, 내 돈을 챙겨 요양원에 들어가자, 그런 생각을 했다. 어제, 일자산에 오르면서, 여기에 주말마다 오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건강하자, 조금 더 신경쓰자, 지금보다 술을 좀 줄이고, 이제 영양제를 챙겨먹자. 영양제는 나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고 자만해왔지만, 앞으로도 아주 오래 '혼자 할 수 있고' , '혼자 살 수 있'으려면, 영양제를 먹는 걸로 생각을 바꿔야겠다. 면역을 좋게 해준다는 프로폴리스도 사먹고, 비타민 씨..같은 거 사먹을까. 보약을 한 재 지어먹는건 어떨까. 내가 나를 조금 더 챙기자, 생각했다.



토요일엔 이비인후과 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내가 나아짐을 느꼈다. 분명 완치됐을거야, 생각하고 병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날이 좋았고, 나는 가슴골이 보이는 원피스를 입었다. 이런 옷 입고 나가는 걸 알면 분명 아빠 엄마가 뭐라 할텐데 싶어서, 아빠 엄마가 안계신 틈을 타 후딱 집을 나왔다. 그런데 집 앞 횡단보도에서 엄마를 똭- 마주쳤다. 으이크, 한소리 듣겠군, 했는데, 나를 마주친 엄마는 멀리서 손을 흔들었고, 가까이 와서 나를 보고는 '예쁘네'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 만세!!!!!!!!!!!!!!!!!!! 룰루랄라 병원에 갔다. 그리고 청력 검사를 했다. 안들리면 어떡하지, 하고 잔뜩 긴장했는데, 정말 잘 안들렸다.


.....


당황스러웠다.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닥터는 완치가 안됐다고 했다. 약을 더 먹으라며 처방전을 또 써줬다. 생활하는 데 지장 없을 정도이긴 하지만 아직 치료를 더해야겠다고. 병원을 나오는 내내 너무나 우울했다. 너무 우울해서, 정말 우울했다. 너무 우울해서 정말 우울하다는 개같은 문장을 쓸 정도로 우울했다. 그래서 그 날, 떡이 될 정도로 술을 마셨다. 대낮부터 밤늦게까지 마셨다. 



완(고현정)과 연하(조인성)에 대해 생각했다. 5,6화에서의 완과 연하는, 나를 완으로 만들고 또 연하로 만들었다. 저렇게 지내는 거, 저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사랑하는 사이었다가 지금은 멀리 떨어져 연락만 하고 지내는 상태. 그렇지만 상대를 '여전히', '아직도' 사랑하는 상태. 널 사랑해, 라고 말하고 나도 너를 사랑해, 라고 말하는 상태. 서로를 사랑함을 인정하는 상태, 그러면서 친구로 지내는 것도, 괜찮을 거야,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완은 연하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지울 수 없고, 머릿속을 지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동진선배(신성우)를 이용한다. 동진선배랑 가까워지지만, 완이 동진선배를 선택한 건, 연하를 잊기 위해서였다. 결국 완은 동진선배에게 '미안'을 말해야 한다. 자신이 잘못했음도 뉘우치고. 그래, 저건 별로야. 이 사람을 잊기 위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고 하는 거,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척 하는 거. 그건 결국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아. 나는 이런 식으로 사람을 사귀어본 적이 있었고, 그 후에 늘상 자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떤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나는 그걸 이제 경험으로 안다. 사랑은 다른 사람으로 잊혀질 수 있겠지만, 사랑을 잊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은 딱히 권할 만한 일은 아니다. 특히나 어떤 사람에겐 더 그러한데, 나는 그런 '어떤 사람'중에 한 명이다.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고 억지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억지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는 일을 나는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거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건 사랑하기 때문인거지,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나는 그냥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거야. 나를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거야. 내 사랑은 그런 거야.




오늘 아침 출근하기 위해 집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소리를 쳐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스맛폰을 보고 있다 고개를 드니, 저기 반대편에 나의 남동생이 자신의 차 안에서 내게 손을 흔들고 있다. 녀석이 출근하는 방향과 내가 출근하는 방향이 다른데, 우리는 서로에게 손을 흔들면서 웃었다. 좋았다. 방금전에 집 안에서 만나놓고는, 이렇게 집 밖에서 만나도 소리쳐 불러 손을 흔드는 사이라는 것이. 방금 봤는데 또 반가웠다. 아아, 돌발성난청, 아직 가족들에게 얘기안했는데... 낫겠지?



그리고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동료1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노래 하나를 링크해주었다. 들어보았더니, 와, 끝내주더라.





너무 좋아서 반복해 들으면서 동료에게, 나는 이런 기분으로 출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 이 기분으로 출근 못해, 라고 했지만, 출근했다. -_-

인생............



토요일에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니 남동생이 내 얼굴을 보고 말했다.

얼굴이 두꺼비가 됐냐.

ㅎㅎㅎ 거울을 보니 어처구니 없는 얼굴이 되어 있더라. ㅋㅋㅋㅋㅋㅋ 에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ㅏㅏㅏㅏㅏ모르겠다 진짜. 뭘? 


참. 김이듬 시인이 신간을 낸 것 같던데???? 슬로베니아 여행기로 알고 있는데, 아니, 연하가 있는 곳이 슬로베니아잖아??? 게다가 겨울휴관의 김이듬 이잖아? 그러면 이 책 사야겠네, 또?????
































말할 수 없는 애인

 

 

물이 없어도 표류하고 싶어서

외롭거나 괴롭지 않아도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돌아오거나 영 돌아오지 않겠지

가까운 곳에서 찾았어

우리는 모였지 인도 아프리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들과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학생들

지난해 여름부터 나는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었어

불한당 청년들의 표류처럼 불규칙적이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어휘와 문법을 습득하는 그들이 참 신기하더라

말이 무색해서 팔다리를 브이 자로 벌렸지

매알매일 뱃멀미가 났어

멀리서 돈 벌러 온 한 이방인에게 나는 미약했지만

그의 까만 손가락이 내 얼굴을 두드렸지

장난스럽게 단지 두드리는 시늉만 했는지 몰라

전혀 두드리지 않았는지 몰라

적절한 문장을 못 찾겠어 도무지 사랑할 수밖에

그는 자신의 긴 이야기를 음악 소리로 듣는 마을에 가서

내 갈색 귀에 다 털려버렸지 코 고는 소리도 뭔가 이상했어

외국인 남자는 어떨까 상상하지 않았다면

말 못할 관계로 가지 않았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어

생면부지의 것들을 만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귀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다면 살아 있는 게 아닌 건 아니지만

끝없이 문제를 만들어야 했어

시험 문항을 만들고

혼혈의 아이들을 낳아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의 모국어를 섞어 말할지도 몰라

콩밥을 나누고 에이즈 환자 모임에 가야 한다 해도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나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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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라슈 2016-07-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 좋아서 들어와 글 보다가 돌발성 난청이란 병 보고 댓글 남깁니다. 아무쪼록 빨리 완쾌되시길 바랍니다.
글 잘봤습니다^^

다락방 2016-07-04 14:17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잘 보셨다니 좋네요. 흣 :)

레와 2016-07-0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병들거나 내 주변에 누군가가 병들거나.
지금은 이 `병` 들수도 있다는 현실이 너무 버겁고 무서워. 다락방.





다락방 2016-07-04 15:52   좋아요 0 | URL
응. 아프다는 소식도, 누군가의 부고도, 예전보다 더 많이 듣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우리가 나이 들고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듣게 되겠지. 그런것들을 다 감당하고 또 꿋꿋이 버티는 게 삶인걸까.

치니 2016-07-0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힝, 그래서 오늘은 좀 어때요? 오늘도 병원 가보셨어요?

다락방 2016-07-04 17:09   좋아요 0 | URL
약간 불편해요. 모레쯤 다시 가보려고요. ㅠㅠ

야홍이 2016-07-0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정인이 부른 ˝뜨거운 안녕˝ 때문에 가슴이 확 다 뜯겨나갔는데 이런노래를 또 ... 요즘 가슴이 너덜너덜합니다.
저는 양성돌발성체위성현훈증 이라는 너무나 긴 병명을 병원에서 들었는데... 그냥 좀 어지러운 병입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얼른 완쾌바랍니다.

다락방 2016-07-04 17:58   좋아요 0 | URL
야홍이님, 그 이름도 긴 병명을 검색해보니 이석증 비슷한건가 봐요. 그건 완치가 되는건가요? 어휴..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뜨거운 안녕은 토이의 노래를 정인이 다른 버전으로 부른거네요? 이 댓글 읽고 방금 검색해봤어요. 오늘 아침의 정인의 <장마>내내 반복해 들으면서 어휴,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ㅠㅠ

이래저래 잘 지냅시다 ㅠㅠ

singri 2016-07-04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매달 4-7일만 되면 어김없이 파내고 싶을 정도로 눈이 건조해져서 결국 염증생기고 낫기가 반복이라 대학병원 가서 검사 다해봤는데도 건조증에 인공눈물 처방만 나와요. 반년됐는데 다시 건조증 없는 눈은 안돌아 오는 건지..ㅜㅠ

글 읽으니 예전에 귀지로 염증이 생겨서 일주일 어지럼증으로 고생했던거 생각나네요ㅡ 치료 잘 하셔서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아프지 마세요 ㅡ

디마프는ㅜㅜ 건조증인데도 막 엉엉 울었던 적 몇번 됨. 인생 드라마

다락방 2016-07-05 08:13   좋아요 0 | URL
아, 위에 야홍이님도 그렇고 싱그리님도 그렇고.. 각자 자기만의 질병을 갖고 사는군요 ㅠㅠ 저는 알러지성 비염이라 환절기마다 혹독하게 앓아요 ㅠㅠ 크..인간이란 이토록 불완전한 존재로군요 ㅠㅠ

어제는 디마프 7화를 봤어요. 또 눈물이 왈칵차오르더라고요. 어휴, 이 드라마는 사람 울리기로 작정했어요. 우앙 ㅠㅠ

세실 2016-07-04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힘내요. 다락방님^^
완치될때까지 술은 조금만 마셔요^^

다락방 2016-07-05 08:13   좋아요 0 | URL
네, 세실님 고마워요.
안그래도 어제 삼겹살 먹는데 술은 한 방울도 안마셨어요! 으하하하핫
 

공부로도 1등을 해본 적이 없고, 뭘 했다하면 1등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공부가 아닌 다른 걸로 상을 받거나 할 때도 '대상'이 아니라 항상 우수상 같은 거였어.. 1등 하고 장학금 받아볼까 하는 생각에 방통대도 들어갔다가 반학기 다니고 자퇴했지.. 난 안돼.. 하고. 내 인생에 장학금과 1등은 없는건가... 아, 문학동네 리뷰대회 1등해서 책 백권 받았었지. 후훗. 

어쨌든 그렇게 나는 1등이나 최고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데, 분하다... 서초구에서 책 구매도 1등이 아니라 28등이라니. 왜 나는 언제나 이렇게 어정쩡한 등수를 받아드는가...왜때문에...









사무실이 이사를 가는데, 이사를 가도 근처라 어쨌든 '서초구'에 있을 터. 내년에는 서초구 1등을 하리라! 기필코! 반드시! 꼭!



기록이 보고 싶다면 요기 알라딘 메인 → 알라딘 굿즈 → 17주년의 기록 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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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6-07-01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8위도 대단한데 하면서 내려오다가 헉! 2천만원이요?? 😭👏👍🏻😍 근데.. 서초구 1위의 총 구매금액이 궁금한 것은 저만 그렇습니까. ㅎㅎㅎ 그나저나 이거 어떻게 보는거에요? 제 구매 총액을 보려면..

다락방 2016-07-01 12:48   좋아요 0 | URL
여기로 가보세요. 17주년 기록 이벤트래요. 후훗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151267

얼룩말 2016-07-01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주..예약 잡았어요. 그 동안 두 번 예약 잡으려고 했는데..계속 예약이 꽉 차 있어서 못했거든요. 다음주 금요일날..다녀오고 말씀드릴게요. :)

다락방 2016-07-01 13:02   좋아요 1 | URL
두근두근... 잘 다녀오세요! 후기 기다리고 있을게요. 후훗 :)

건조기후 2016-07-0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8등도 엄청난데요! 저는 생각보다 책을 많이 안 샀던데 카드명세서에 매번 주르륵 찍혀 나오는 알라딘은 어떤 알라딘인지 모르겠어요 ㅋ 7월이니 굿즈가 바뀌었겠거니 하고 들어와봤더니 무려 17주년 기념 비틀즈 머그.. 에코백.. 북마크 ㅜㅜㅜ 보자마자 욕 나오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대체 뭘 고르라는 말이야, 여우같은 알라딘.

다락방 2016-07-01 13:22   좋아요 0 | URL
저는 에코백 엄청 탐나더라고요. 안그래도 오늘쯤 책 지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에코백과 함께 받아야 할까요... 삶은 뭐고 지름은 뭡니까, 건조기후님... 하아-

에코백 받기 위해 무슨 책을 살까 고민하며 이 오후를 보내야겠어요. ㅋㅋㅋㅋㅋ

레와 2016-07-0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지만, 서초구에 책부자들이 많이 사나..?? ㅎㅎ


마성의 알라딘 굿즈. =.=
이러다 일반회원에서 실버회원 되겠으.................. 하..............................

다락방 2016-07-01 13:40   좋아요 0 | URL
서초구에 책부자들이 좀 많긴 많은가봐. 나보다 책 적게 산 알라디너가 동작구에서 23등이더라고 ㅋㅋㅋㅋ 내가 진짜 내년에 1등에 도전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외서구입하고 받는 에코백이 너무 갖고 싶은데 어쩌지.. 난 외서를 살 게 없다요 ㅠㅠ

레와 2016-07-01 13:42   좋아요 0 | URL

이봐 친구, 왜이래.
외서는 장식용이잖아.
표지가 제일 예쁜걸로 골라봐.
어서어서.

다락방 2016-07-01 13:43   좋아요 0 | URL
정글북 에코백 받아야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 예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6-07-01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7-01 15:16   좋아요 0 | URL
아니, 이런 깨알팁을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진정 감사합니다! 꺅 >.<

고양이라디오 2016-07-07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네요ㅎ;; 알라딘 상위 0.02%라니 저도 확인해볼래요^^ㅎ
전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봐서 순위가 높지 않네요ㅠ
지역에서 상위 0.1% 네요ㅎ

다락방 2016-07-07 13:01   좋아요 1 | URL
저게 그냥 책을 구입하는 순위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는 순위가 아니라요. 사는 거에 비하면 읽는 건 한참 모자라죠. 읽는 속도는 감히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를 못해요. 고양이라디오님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데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상위 0.1프로라니, 정말 많이 구입하시네요!!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07-07 16:20   좋아요 0 | URL
월평균 8권이었는데 지역이 시골로 되어 있어서 그런거 같아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