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었던가, [꽃보다 청춘]이란 프로에 최지우가 나온 적이 있었다. 맞나? 이서진하고 그리스로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평소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다가, 그 프로를 시청하던 애인이 최지우 좋다 그래서 어쩐지 발끈 하는 마음에 봤더랬다. 내가 본 회차에서는 호텔에 도착하고 짐을 푸는 장면들이 나왔는데, 최지우는 자신의 캐리어에 전기포트를 가지고 왔더라. 나는 그 장면에 대해 애인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전기포트는 좀 오버 아닌가? 저건 그냥 어딜 가도 다 있는데 왜 가지고 다니는거지?' 라고. 나는 그 당시에 정말 그렇게 생각했었다. 내가 다녔던 국내의 호텔과 모텔에 모두 전기포트가 있었고, 그동안 다녔던 해외호텔에도 전기 포트는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걸 잊고 지내다가 작년에 포르투갈을 갔는데, 포르투갈 호텔 방에 전기포트가 없었다. 읭?????


나는 호텔 프런트로 내려가 열심히 설명했다, 전기로 물을 끓이는 주전자....어쩌고 하면서. 직원은 잘 알아듣지 못했고, 결국 나는 인터넷으로 사진을 찾아서 캡쳐한 뒤에 이런 거 없냐고 물은 거다. 직원은 레스토랑에 있는 걸 가지고 올라갈 순 없지만 저기에서 뜨거운 물을 끓여서 니네가 사용할 수는 있고, 다음날 아침에 너네 객실에 가져다주겠노라 답했다. 나와 일행은 사발면을 먹고 싶었던 거였고, 그 시간이 새벽으로 넘어가는 늦은 밤이었으므로, 알겠노라 답을 하고 레스토랑으로 가 뜨거운 물을 받아 사발면을 먹을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외출했고, 돌아오니 객실에는 주전자가 있었다. 주전자와 놓여있던 큰 받침대에는 각종 차(tea)의 티백도 종류별로 있었다. 아, 유럽 호텔에는 전기주전자가 없기도 하구나, 그런데 말하면 갖다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서는 바보같이, 그때의 일을 잊었다. 그렇게 나와 친구는 미국에 갔다.



오, 그런데 뉴욕의 호텔에도 객실내에 물을 끓이는 주전자가 없었다. 호텔에 짐을 푼지 이틀째였나 삼일째였나, 내내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아아 사발면이 간절하다, 오늘 저녁엔 두 개씩 사발면을 먹자, 하고 주전자는 있지? 둘러봤더니 없는 게 아닌가. 헐... 이것은.... 뭐여???? 이번에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말고 편하게 묻자 싶어 또 캡쳐를 해가지고 프런트로 내려가 이거 달라 말했다. 그러자 직원은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 물었다. 커피머신이니? 하면서....



....

....



나는 이것은 전기로 물을 끓이는 것이고 차를 마시는데 사용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차를 마실 건 아니지만, 사발면을 이해시키기 어려울 것 같아 차라고 말했다. 직원은 '우리는 물은 있지만 이런 거는 없어' 라고 말했다. 친구와 나는 멘붕에 빠졌다. 아... 이게 없을 수도 있다니. 나는 작년에 보았던 최지우의 여행장면이, 캐리어에서 전기주전자를 꺼내던 장면이 생각났다. 친구에게 말했다. 그때 이런 일이 있었는데, 최지우가 알고 그런 거네, 여행 많이 다녀서 없는 데가 많다는 걸 알고 준비한거네.... 친구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구나.



우리는 사발면을 제법 많이 가져왔고, 이걸 먹고 싶었다. 게다가 우리는 앞으로 계속 여행을 다닐 거였다. 그래서 친구와 나는 '그냥 이번 참에 작은 걸로 하나 사서 앞으로 계속 가지고 다니자' 로 결론을 내렸다. 그거 얼마 비싸지도 않고, 작은 걸로 사면 되니까, 하고서는 오전에 미술관에 갔다가, 오늘 오후에는 우리가 쇼핑하고 싶었던 거 슬렁슬렁 쇼핑하고 주전자나 사가지고 일찍 들어가자, 했다. 그리고 전날 들렀던 전자용품가게에 들어갔다. 전자용품 잡화점 같은 곳이었는데, 핸드폰과 컴퓨터에 필요한 용품들도 있었고 주방에 필요한 제품까지, 가전제품이 다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직원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이거 있냐 물었다. 직원은 지하에 내려가보라고 했다. 지하에 내려가니 다른 건 다 있는데, 커피 메이커도 있는데, 이건 없더라. 다시 다른 직원에게 물었다. 이번에 직원은 자기네 가게에는 없지만 <Duane reade>에 가면 있을 거라 했다. 우리는 고맙다고 말하고 나와서 구글 지도로 duane reade 를 검색했고,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 약국도 같이 붙어있고 술이며 청과류 과자, 샐러드까지 다 파는 곳이었기에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역시 직원에게 물어봤다. 한 직원은 이런거 본적 없다고 했고, 다른 한 직원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런 걸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아니, 주전자를 ... 안팔아? 이거 그냥 우리나라에서는 홈플가도 있고 이마트가도 있고 하이마트 가도 있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종류별로 뜨는데?????????


이미 한참 걸었던 친구와 나는 다리가 아프고 몹시 피곤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호텔로 가기 위한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근처에 백화점이 있다는 걸 기억해내곤, 그 백화점에 한 번만 더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백화점을 향해 걷다가 다른 백화점을 먼저 만났고, 그곳에 들어갔더니 1층이 샤넬 향수 매장이었다. 나는 마침 향수를 사기로 했던 터라, 거기에서 실컷 직원과 이 향수 저 향수 시향하며, 그렇지만 이건 내가 너무 오래써서 나는 이제 변화를 원해, 했고, 그렇게 마음에 쏙드는 향수를 샀다. 직원이 가장 좋아한다는 향수를 추천해줬지만, 내가 망설이다 내가 고른 걸 사니, 직원은 내게 '내가 추천한 향수도 니가 최종적으로 마음에 들어했으니까, 좀 써봐, 내가 덜어줄게' 하고는 작고 빈 케이스를 꺼내 거기에 덜어주었다. 오! 땡큐라고 말한 뒤에, 나는 스맛폰을 보여주며, 근데 여기에 이 주전자를 파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그 사진을 보더니 '여기엔 없지만 메이시스 백화점엔 있을거야' 라고 하더라. 아..지쳐..힘들어.... 우리는 웃으며 땡큐라고 말하고는 구글로 메이시스 백화점을 검색했다. 십일년전에 가보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있는 곳에서는 너무 멀었다. 우리는 지쳤고 피곤했고 배도 고팠다. 친구는 호텔후기를 검색해보았다. 누군가가 '여기는 주전자가 없지만 끓는 물을 갖다달라 하니 가져다주었고 그래서 팁을 줬다'라는 후기를 썼더라. 그래 우리 이제 지쳐서 힘이 없어, 이제 그만 숙소로 들어가 끓는 물 달라고 하고 팁을 주자, 고 최종적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너무 지쳐서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셔틀 타는 곳으로 갔다가, 눈앞에 있는 <블루밍데일 백화점>을 보았다. 저기만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가보자, 하고는 친구와 들어갔다. 1층에서 직원에게 이런 거 파냐 물으니 6층이 키친용품을 다 팔고 거기에 있을거라고 하더라. 우리는 너무나 지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거 사려고 돌아다니고 예기치않게 반나절을 다 주전자를 위해 썼는데, 이렇게라도 사게되면 충분히 만족한다며, 부푼 희망을 안고 6층에 갔다. 정말 부엌 용품들이 많았고, 우리는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드디어 발!견! 발 to the 견!!


찾았어!!



하고 내가 외치고 친구가 어디어디? 하면서 내게로 왔다. 정말 그곳에 우리가 그토록 애타게 찾던, 반나절이나 찾아 헤매던 주전자가 있었다. 그런데 다 사이즈가 크더라. 흐음... 이렇게 큰 건 캐리어에 넣기도 불편한데..이렇게 큰 건 필요하지 않은데.... 그냥 여기서 쓰다 놓고 갈까...라고 생각하고 하나를 들어 가격을 보니 $80.00 이 넘더라. 어머. 무슨 이게 8만원이 넘어!! 옆에 있는 다른 모델을 들어보니, 그건 $100.00 이 넘었다. 어머. 다른 것들도 들어보니 다 그 가격대고, 제일 처음에 본 8만원대가 가장 저렴한 것이었다. 친구와 나는 그냥 끓는 물 갖다달라고 하고 사지말자, 했다. 반나절을 주전자를 사려고 내도록 돌아다닌 게 아까웠지만, 그렇다고 10만원이나 주고 주전자를 여기서부터 사갈 수는 없지. ㅠㅠ 


백화점을 나오니 밖은 이미 어둑해졌고 숙소로 돌아가는 시간이 또다시 저녁이었다. 아,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고 싶었는데, 또 몸이 부서지도록 걸었어. 그날 우리는 28,000보를 걸었다 ㅠㅠ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타고 호텔 앞에 내려서, 프런트에 들러 뜨거운 물을 가져다줄 수 있냐고 물었다. 직원은 반 층 내려가는 레스토랑을 가리키며, 저 곳에다 말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내려가서 뜨거운 물을 가져다줄 수 있냐 물으니 그가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마치 우리나라 편의점 어디에나 반드시 있는, 뜨거운 물을 공급하는 커다란 주전자가 있다. 그걸 주전자라고 해야하나, 암튼 엄청 큰 뜨거운물통이 있어서, 니네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때에 받아가도 된다는 거다. 아니, 이런 게 여기 있었는데, 반층만 내려오면 있었는데, 친구와 나는 이 뉴욕 한복판에서 반나절동안 대체 뭘한거지??????????????????????????




몸이 부서져라 걸으면서도 구하지 못한 것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얻을 수 있었는데.... 하아- 파랑새는 언제나 곁에 있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친구와 나는 정말 지치고 피곤했다. 우리 사발면 두 개씩 먹자! 하고는 사발면 네 개에 물을 부었다. 그리고 커다란 맥주를 한 캔씩 땄다. 680미리 정도 되는 큰 맥주였다. 친구 하나 나 하나, 우리는 건배를 하며, 오늘 주전자 사러 돌아다니느라 수고했다고 서로를 격려했다. 그리고 각자 자신의 몫으로 앞에 놓여진 사발면 두 개를 흡입했다. 꿀맛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주전자를 검색했다. 하나 사두기 위해서였다. 나는 또 여행을 갈거니까.




이거봐, 내가 원하는 작은 사이즈의 주전자들은 2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살 수 있다규!!!!!!!!! ㅜㅜ





친구와 나는 레고매장에 가서 이미 조카들의 선물을 구매했었다. 그런데 친구는 조카들에게 옷도 사주고 싶다고 하더라. 그렇게 우리는 <GAP> 매장에 들어갔다. 이미 다른 곳에서 쇼핑한 것들로 가방이 무거웠던 터, 친구는 티셔츠 두 개를 고르기 위해 아동복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고, 나는 1층에서 짐을 지키며 친구를 기다렸다. 잠시후 친구가 몇 벌의 옷을 가지고 내려와 어떤 것이 더 예쁜지를 물었고, 그렇게 두 벌을 최종선택했다. 두 벌의 가격은 40달러가 넘었는데, 친구는 20프로 할인하는 티셔츠들이라며 32불 정도에 샀다는 거다. 음...32불에 티셔츠 두 벌... 나도 갑자기 조카들에게 옷을 사주고 싶어졌다. 32불로 두 벌인데... 조카들에게 똑같은 옷을 사서 입히고 싶다는 욕망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친구에게 네가 기다려, 라고 말한 뒤에 내가 2층으로 올라갔다. 나 역시 20프로 할인하는 매대에서 옷 두 벌을 골랐다. 친구에게 내려가 이렇게 살까 하는데, 했더니 친구가 '작으면 못입지만 크면 입을 수 있다, 한 치수 더 큰 걸로 바꿔와라' 고 해서, 그 현명한 충고를 감사히 받아들이며 다시 올라가 사이즈 큰 걸로 바꿨다. 그리고 마침 저 쪽에 직원이 보이길래 가서는 물었다. "이거 저기 20프로 할인한다고 되어있던 매대에서 고른건데 할인되는 거 맞니?" 라고. 직원은 내게 "네가 갭가족이라면 절반 가격에 살 수 있어" 라고 하더라. 아니 나는 갭가족이 아니야, 나는 여행객이야, 라고 하니, 직원이 무언가를 내민다. "그렇다면 이걸 가져가, 이건 40프로 할인쿠폰이야" 하는 게 아닌가. 내가 제대로 알아들은건가??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는 그 쿠폰을 가지고 계산대로 갔다. 계산대에서는 20프로 할인을 해 계산을 해주더니, 내 쿠폰을 보고는 거기서 또 할인을 해준다. 결과적으로 40불 이상의 티셔츠를 20불도 안되는 돈에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세상은 나한테 왜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한테 왜이렇게 잘해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직원한테 묻기를 잘했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나 주는 쿠폰인 것 같긴 했는데, 친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아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쿠폰은 두 장이었고, 거기에는 '하나는 당신의 쿠폰, 하나는 당신의 친구에게 선물해요!' 이런 식으로 쓰여있었고, 나는 얼른 친구가 있는 데로 돌아와서는,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말하고, 이 쿠폰 줄테니까 너도 다시 계산가능한지 물어보자, 해서는 우리의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시 카운터로 향했다. 나는 직원에게, 이 친구가 아까 계산했는데 이 쿠폰을 뒤늦게 사용해서 재계산이 되느냐 물었고 직원은 단호하게 "No!" 라고 말했다. 친구와 나는 풀이 죽어 알겠다고 돌아서려 했는데, 갑자기 직원이 빵 터지며 "농담이야, 카드 줘봐!"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놈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가 니가 농담을 하는지 아닌지 모른단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도 그래서 덩달아 할인받았다. 나는 칭찬 받고 싶은 강아지처럼, 계속해서 친구에게 물었다. 



"나 잘했지, 잘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그리고 <빅토리아 시크릿>!!



친구와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외국에 가면 꼭 속옷을 사오자 얘기했었다. 친구도 나도 가슴이 큰 편이라 국내에서 딱히 예쁜 브라를 사기가 어려운거다. 일전에 어느 잡지에서 누군가 그런 경험을 쓴 걸 보았다. 남자친구가 "너는 왜 미운 속옷만 입냐"고 타박했다고. 그래서 "내 가슴이 커서 국내에서 예쁜 브라를 찾을 수가 없어!" 하고 성질을 버럭냈더니, 그다음부터 남자친구가 해외출장 갔다 올때마다 예쁜 브라를 사다준다는 거였다. 오, 외국에는 큰 가슴을 가진 사람이 많고, 그래서 브라도 더 다양하구먼... 하고는 내내 벼르다가, 이번에 뉴욕 간김에 빅토리아 시크릿에 가보자! 했던 것. 사실 가면서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미국 사이즈로는 내 가슴 사이즈를 알지도 못하는데 무작정 산다고 맞을지도 모르겠고, 입어 보면 되기는 하겠지만 그것도 어쩐지 좀 쑥스러울 것 같고..수줍을 것 같은데.....






일단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속옷이 너무 많아서, 2층까지 속옷이 있어서 뭔가 신나기 시작했다. 이 예쁜 속옷들.. 아항, 너무 좋아. 그렇지만.. 내가 여기서 하나라도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이것 저것 둘러보고 이거 예쁘다 저거 예쁘다 이러고 있는데, 직원 한 명이 와서는 너네 사이즈가 몇이냐 물었고, 우리는 한국사이즈밖에 모른다 답했다. 그랬더니 줄자를 꺼내며 재줄까? 묻는다. 우리는 좋다고 재달라고 했고, 직원은 나를 먼저 잰 뒤에 너 사이즈는 뭐야, 하고는 자신이 가진 종이에 사이즈를 적어준다. 마찬가지로 친구의 사이즈를 재주고는 너의 사이즈는 뭐야, 하고는 안내장 같은 종이에 사이즈 체크를 해준다. 우리에게 그 종이를 주면서, 매장에 너희들 도와줄만한 사람들한테 니네 사이즈 얘기하면 잘 골라줄거야, 라고 해주었다. 그래서 그 종이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예쁜 브라 앞에 멈춰 서 있으려니 직원이 다가오고, 네 사이즈 뭐니? 물어 종이를 내미니 맞는 사이즈를 찾아준다. 그렇게 몇 벌을 골라들고 직원을 따라가면 착용해볼 수 있는 곳에 안내해주고, 열쇠를 열고 들어가라고 말하며 문을 열어준다. 몇 벌 입어 보고 있으려니 직원이 너 어떠니, 괜찮니 묻는다. 나는 나와서 이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어쩌고 저쩌고 말을 하며 마음에 안든다고 말을 하니 알겠다며 다른 것을 추천한다. 나는 내가 눈여겨 봤던 브라 앞에 서서는, 이것도 줘봐, 했더니, 이건 되게 타이트하게 나오는 거니까 컵을 하나 작게 하고 둘레 사이즈를 하나 늘려서 착용해야 해, 내 말을 믿어, 하고는 브라를 찾아준다. 그래서 나는 또 탈의실로 갔다. 그리고 지금 가져온 브라 두 개를 해본다. 와- 짱좋아! 너무 좋아! 완전 내 스타일이야!!!


직원은 이번엔 어때, 네 마음에 드니? 하고 바깥에서 묻는다. 나는 안에서 비명을 질렀다. 너의 추천은 완벽했어, 이거 너무 좋아. 직원은 니가 좋다니 나도 너무 좋아 이러면서 덩달아 웃었다. 그래서 나는 총 브라 세 개를 골랐고, 직원이 추천해준 팬티들을 입어보다가 팬티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하고는 거절했다. 친구도 몇 개의 브라를 샀고, 우리는 정말 신이 나서 숙소로 돌아왔다. 매장을 나서기 전에 나는 나를 도와준 직원에게로 가 나 이제 갈게, 오늘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라고 얘기했다. 친구와 나는 거기 한참을 머물렀던 것. 그녀는 자신도 기뻤다면서 나를 포옹하고는 내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입술이 닿은 건 아니지만....나.....이런 거 처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여태 해외를 다니면서, 아니 국내도 통틀어서, 아니 인생 전반에 걸쳐서, 가장 많이 영어로 대화한 사람, 가장 오랜 시간 나와 영어로 대화한 사람이 뉴욕 빅토리아 시크릿 직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름다운 나의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숙소에 돌아와서 다시 해보는데, 아, 뭔가 이건.... 인생 브라다....인생 브라야...... 나는 너무 신이 났다. 친구도 내가 산 걸 사고싶다고 했고, 나는 내가 산 걸 '더' 사고 싶었다. 마침 동생 선물도 샀는데, 사이즈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 내일도 빅시에 가자' 약속했고, 그렇게 다음날 빅시로 향했다.


나는 새로 더 살 거라 괜찮긴 했지만, 동생 것을 바꾸는 게 문제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꿀 생각 안하고 영수증을 박박 찢어서 버렸던 것. 어제 나를 도와줬던 직원을 찾아서 사정을 설명해보겠지만, 그래도 영수증도 없는데 교환이 될까... 싶은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던 거다. 


다음날 도착한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에서 어제 나를 도와준 직원, '라쟈'는 보이지 않았다. '트레시'(기억이 가물..이 이름이 맞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 직원이 무얼 도와줄까 묻고, 나는 라쟈를 찾는다 말했다. 그녀는 오늘 휴가라며, 자신이 도와줄 수 있을테니 말하라고 했다. 나는 어제 내가 선물로 브라 하나를 구입했는데 이거 교환하고 싶다, 그런데 영수증이 없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직원은 '너 어제 카드로 계산했니 현금으로 계산했니'를 물었고, 나는 카드라고 답했더니, 그렇다면 노 프라블럼이라며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니가 원하는 사이즈는 뭐니?  s 사이즈! 그러자 직원은 기다리라며 내가 원하는 사이즈를 가지고 와서는 내가 샀던 사이즈와 교환해주고 새로운 영수증을 발급해주었다. 오! 좋구먼!! 또 기분이 좋아져서, 나는 전날 샀던 브라를 하나씩 더 샀고 친구 역시 그러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쇼핑의 여왕으로 살다왔다.




그런데 이 빅토리아 시크릿 속옷을 산 것은, 후유증이 길게 남아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좀처럼 안정이 되질 않고, 다시 뉴욕에 가서 몇 벌 더 사고 싶어지는거다. 그렇지만 다시 뉴욕에 가는 건 십년 뒤로 약속했으니, 인터넷으로 좀 구경해볼까, 하고 친구랑 다시 구경하다가....우리는...............인터넷으로 또 샀다!!! 여기서 인생 속옷을 또 사자!!!!!!!! 아직 도착 전이지만, 우리는 기다리며 두근두근하고 있다. 아 속옷이여... 넌... 뭐니?



인생브라...





자, 나는 이제 작은 주전자를 주문하러 가야겠다.

가을에 뉴욕에 갈 예정인 친구에게 이 페이퍼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





한국에 돌아와서 문득 생각해보니, 뉴욕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짧은 영어로 인생브라도 사고, 사발면에 물도 부어먹고, 티셔츠 할인까지 받았다. 비행기에서 비행기로 환승하는 것도 문제없이 했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 길을 물어 걷기도 했고, 지도를 보며 걷기도 했으며,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 이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실, 영어공부....안해도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할 거 다 할 수 있을만큼 영어 하는데...뭐하러 공부를 또한담? 영어 공부하려고 책 사놨는데, 그냥 다시 팔아야겠다. 한 번도 안 펼쳐봤으니....


영어, 이만큼만 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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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6-08-2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전 아들이랑 유럽 여행갔을때 여행가방에 그 큰 주전자 들고가서 얼마나 잘 썼는지를 이야기하려 하다가, 가슴이야기에 앞에 글들이 다 페이드 아웃 되었어요. ㅎㅎ

아 부러워라....가슴도 크고 영어도 잘하고 인생브라도 사오시고...ㅎㅎ

다락방 2016-08-22 13:2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파비아나님 말씀 들으니, 저 다 가졌네요. 가슴도 크고 영어도 잘하고 인생브라도 찾고...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가슴 큰 건 매우 불편하고 ㅠㅠㅠㅠㅠ 영어는 딱 저만큼 까지만 하고 ㅠㅠ 인생브라는 찾았지만... 뒷얘기는 생략.
주전자는 앞으로 챙겨가지고 다녀야겠어요. 다른 나라에는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해서 되게 당황했어요. 역시 사람은 경험이에요, 경험. 사발면과 주전자를 꼭 챙겨야겠어요. 흣.

유월 2016-08-22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내에서도 딱 맞는 브라 브랜드와 사이즈, 디자인 알아내는데 10년은 걸린것 같네요. 요즘엔 대충 눈대중으로도 내꺼일지가 감이 옵니다만 ㅋ 완전히 맞는걸 찾기란 쉽지 않죠. 그때의 카타르시스 공감합니다 :)

다락방 2016-08-22 13:29   좋아요 1 | URL
저는 제가 찾을 수는 없는 사이즈(?) 라서, 비너스 매장가서 직원이 사이즈 재주고 브라 추천 해주고 해서 아아, 그간 잘못하고 살았구나, 하고 그 뒤로는 비너스 매장만 가서 샀거든요. 이게 큰 사이즈는 아무데서나 살 수 있는게 아니라서요. 그런데 비너스가 단가가 너무 쎄요 ㅠㅠ 나는 어쩔 수 없다 단가 센 브라를 할 수밖에...라고 생각했는데, 빅토리아 시크릿은 비너스 한 벌 살 돈으로 두 벌 살 수 있더라고요!! 어떤 건 세 벌도 가능하고!! 다음에 또 미국가면 잔뜩 사와야겠어요. ㅎㅎ

유월 2016-08-22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히 미국에 가고 싶단 생각해본적 없는데.... 정말 놀러가고 싶네요. 뉴욕.... 왠지 제 발 영어도 받아줄 것 같은 그 곳... ㅋ

다락방 2016-08-22 13:29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정도의 영어로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게 너무 짜릿하고 기뻐요. 대신에 앞으로 영어공부를 안해도 되겠다는 이상한 만족감 같은 게 생겼지만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월 2016-08-22 15:32   좋아요 0 | URL
저도 비너스만 입다가 ㅋㅋ 빅토리아시크릿은 디자인이 너무 화려해서 주저했는데 과감하게 시도해봐야겠어요. 일단 뉴욕에 가서....

다락방 2016-08-23 09:41   좋아요 0 | URL
저는 언제나 화려한 브라를 입고 싶었는데 국내에선 제 사이즈에 화려한 브라를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ㅠㅠ 그런 참에 빅토리아 시크릿 가니 천국천국 ㅋㅋㅋㅋㅋ 그치만 정작 제가 입어보고 구매하게 된 건 그렇게 화려하진 않은 것들이에요. 완전 화려한 거는 역시 제 사이즈엔 무리... 였어요. Orz

hellas 2016-08-2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브라를 찾으시다니 부럽네요. 저도 인생브라를 위해 뉴욕엘 가볼까.......;ㅂ; 가장 긴 영대화가 빅토리아시크릿인것도 왠지 되게 비밀스럽고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8-23 09:4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헬라스님. 생애 가장 긴 영대화가 빅토리아 시크릿 직원인 사람이... ㅋㅋㅋㅋㅋㅋㅋ 뉴욕 한 번 다녀오시죠, 인생 브라 찾으러! 고고씽!! 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8-22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브라 ㅋ ㅋ ㅋ ㅋ ㅋ ㅋ ㅋ
인생브라 할 수없는 성이라는게 속상하고 억울하네요. 아, 부러워요

다락방 2016-08-23 09:42   좋아요 1 | URL
빅토리아 시크릿이 남성 속옷이 없죠? 시이소오님은 남성 속옷 파는 매장을 검색한 뒤에 인생팬티를 찾으세요! 화이팅!! ㅋㅋㅋㅋㅋ

망고 2016-08-2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주전자가 없을수도 있군요 저는 서부쪽으로 다녔는데 가는 숙소마다 주전자가 있었어요 밤마다 사발면을 먹고 옥수수를 삶아먹었던 추억이 있네요ㅎㅎ 주전자 사러 다니셨다지만 그것도 큰 관광이고 재밌는 경험이셨을듯 합니당^^ 그나저나 다락방님 후기덕에 뉴욕도 너무 가보고 싶습니다 ㅜㅜ

다락방 2016-08-23 09:43   좋아요 0 | URL
옥수수까지 삶아드셨다니, 대박입니다, 망고님. 댈러스 호텔에서도 하루 잤는데 댈러스 호텔에도 주전자는 없었어요. 유럽도 그렇고 미국까지 없는 곳이 많은 것 같아요. 작은 주전자 하나 사서 앞으로는 캐리어에 넣어다녀야 겠어요. 이렇게 또 하나 배웁니다. ㅎㅎ
네, 몸은 부서질 것처럼 피곤했지만, 주전자 사러 이 골목 저골목으로 다닌 것은 큰 즐거움이었어요. 뉴욕은 어딜 보나 너무 번화해서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도시거든요. 어딜 봐도 보는 게 행복하더라고요. 이곳 저곳 걷는 게 전 참 좋았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다시 와서 한달이나 두달쯤 더 머무르고 싶어요!!

야홍이 2016-08-23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으로 스페인에 머물렀을때 사발면이 먹고 싶어서 호텔로비에 내려가 뜨거운물을 원한다고 하니깐 ˝ 왜 뭐할려고?˝ 이러더라구요 그래서 우린 사발면을 보여줬지요 . 이거 먹고 싶다고 여기에 물 부워서 먹고 싶다고 ~
호텔 직원이 OK!! 내가 주방에 이야기 해줄테니 레스토랑에 앉아 있어! ~ 오오~~ 뭔가 잘풀리는 이기분 ~
레스토랑에 앉아서 사발면 기다리는데 음식 안시키고 그냥 앉아 있으니 뻘쭘하더이다.~~
그때 마침! 호텔직원이 쟁반에 그릇 4개를 들고 우리에게 걸어오더라구요!
그 순간 우리 네명은 서로를 쳐다보면서 ` 뭔가 잘못됐어` 라는 눈빛을 교환했고 그 쟁반엔 따뜻한 물에 담겨있는 퉁퉁부어있는 면들이 떠있더라구요 ^^ ㅋㅋ 우리 사발면 그릇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있고 ㅋㅋ
호텔직원은 ˝ 어때 만족해?˝ 이런 눈빛으로 우릴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ㅋㅋㅋ
우린 서로 웃으면서 ok! thank you ~~라고 말하고 따뜻한 사기그릇에 스프를 풀고 퉁퉁부은 라면을 포크로 연신히 먹어댔지요
한쪽에선 고객감동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우리 지켜보던 호텔직원의 미소가 생각나네요 ^^
해외에서는 이런저런 이벤트가 늘 무용담처럼 기억이 나네요
저도 조그만 주전자나 사렵니다 ^^

다락방 2016-08-23 14:04   좋아요 0 | URL
아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잊지못할 사발면이 되었겠어요. 눈물 젖은 사발면이라고 해야하나 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의 출장을 위해 야홍이님도 작은 전기 주전자 하나 사두셔야겠어요. ㅎㅎㅎㅎㅎ 호텔 직원의 친절은 정말이지 너무나 고맙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물만 줬으면 더 고마웠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자, 주전자 사러 갑시다! ㅎㅎ

비연 2016-08-2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년에 가려고 하는데 저도 뉴욕 전에 주전자부터 사야겠군요 ㅎㅎㅎ 락방님의 팁, 완전 감사~
그나저나 인생브라.. 라는 말에 부럽기도 하고 게다가 빅토리아 시크릿. 가야 해 가야 해..

다락방 2016-08-23 14:05   좋아요 0 | URL
네네, 뉴욕에 갈 분들을 위해서 꿀팁입니다. 작은 주전자 준비하고, 뉴욕 한복판에서 화장실이 급해지면 호텔을 찾아가라!!!
비연님, 빅토리아 시크릿은 한 번 들어가면 헤어나올 수가 없어요. 오, 그 브라천국이라뇨. 아무쪼록 인생브라 득템하시고 후기 들려주세요. ㅎㅎㅎㅎㅎ

[그장소] 2016-08-27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브라 중요해요! 우리나란 좀 불편하게 따라다니는데 거긴 낯선곳여서 그랬을까요! 넘 활기있어 보여요. 정말 편한 건 계속착용하게되는데 ..그쵸! 그런걸 정말 드물게 찾곤해서 속옷만 한가득 이라는! 잘 쓰지도 않고..사놓고 처박아두는 ..식! 급한대로 싼값이면 커피메이커에 그냥 물내려서 주전자처럼도 쓰는데 ...^^ 그걸 가지고 다니긴 영 ..그렇죠!^^ㅋㅋ

무스탕 2016-08-27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메일로 오는 서재뉴스레터에서 제목만 보고 다락방님 글이닷-!! 하고 왔다면 믿을라우? ^^
 















또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들은 9년전에 비해 확실히 더 나이들었고. 당연한 얘기지만 그들의 관계도 변했다. 배가 나오고 머리가 빠지고 온 몸에 살이 찐 것 말고도,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안해'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더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아'라는 말이 정말로 당신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서 나온 말은 아니다.


18년전, 기차에서 우연히 처음 만나 하루를 함께 보내고 서로 연락처도 모르는 채로 지내다가, 9년후, 그들은 기적처럼 재회한다. 비포 시리즈의 두번째 편인 《비포 선셋》에서는, 9년후 재회한 그들에게 열린 결말을 제공하고 끝나는데, 세번째 시리즈인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제시(에단 호크)'가 그동안 썼다는 세 권의 책을 통해 그 후를 짐작할 수 있다. 제시는 비행기를 놓쳤고, 셀린느의 방에 커튼을 친 채로 몇 번이고 섹스한단다. 크- 좋구먼. 그런데 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커튼을 다 닫고 몇 번이고 섹스를 반복하는 일, 혹은 호텔에서 한 번도 안 나가고 며칠을 섹스하는 일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진 않는다. 어쩌면 평생에 한 번도 안 일어날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 어쩌다 그런 일이 있었던 경험이 평생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만약 그렇게 호텔에서 한 번도 안나가고 며칠을 섹스하면서 지내다가도, 그 둘에게 아이가 태어나면 더이상 그런 일을 하기가 힘들어지니까. 


영화속에서 셀린느가 제시에게 그렇게 말한다. 이제 더이상 모닝섹스를 하지 못한다고. 아, 모닝 섹스....그걸 할 수 없다니..... 그러니 젊은 커플들에게 어쩌면 당연했을 것, 이를테면 영화에서 셀린느가 제안했던 것처럼 '밤새 자지 말고 섹스하자'는 것은, 그저 로망이 될 확률이 크다. 인생이여..


핵꿀맛 모닝섹스..



어쨌든, 둘은 이십년전 젊은 시절에 만나 서로에게 반했고 그런 서로를 잊지 못했으며 그래서 재회에 이르렀고, 그리고 지금은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단 하나뿐이었던 사랑을 현실에까지 연결시켜서 잘 지내기도 하는 것이다! 선셋에서 'you'를 자꾸 '자기'라고 번역해서 좀 오글거렸는데, 미드나잇 에서는 '참사랑'이란 표현이 나와서 또 헉 스러웠다. 참사랑... 참사랑? 나중에 나도 써먹어봐야지. 당신은 나의 참사랑이에요.



둘은 여전히 대화를 한다. 이제 생활에 찌들어졌고 둘 사이가 단지 둘만의 사이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 그랬던 것처럼 서로에 대한 얘기를 하는 일은 드물어졌지만, 그리스에 여행와서는 서로에 대한 얘기를 마치 젊은시절인 것처럼 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그리워하며 서로에게 예전 같던 애정을 표현하고 드러내던 것도 잠시, 금세 현실로 돌아와 싸우고 화내며 '너를 누가 견뎌!'라고 말하기에 이른다. 함께 지낸 시간이 오래된다면, 결국 서로에게 지치게 되는걸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과 함께 오래 살게된다면, 열정과 설레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생활에 찌든 지친 모습만 남을까. 제시와 셀린느는 누가 봐도 낭만적인 사랑을 했던 사람들인데.


그러나 제시는 셀린느와 앞으로 56년을 더 살아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제시의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70년 이상을 살았다는 얘기 끝에 나온 거였다. 만약 지금 기차안에서 처음 봐도 반했을 거고, 내리자고 했을 거라고 한다. 이들에겐 다른 부부들처럼 어느 한 쪽이 양보해야만 끝나는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일 때문에 자꾸 싸우고, '이것이 우리의 이별의 징조일까'하는 두려움도 갖게 되지만, 공통의 경험과 함께 겪어나갔던 중요한 일들이 많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들이 많다. 인상적이었던 대사가 그것이었다. 나는 너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20년전에는 서로의 존재도 몰랐던 사람들이, 한 번 보고 9년이나 떨어져 지냈던 사람들이, 어느 틈에 이렇게 '너를 누구보다 잘 알아' 라고 말하는 사이가 되었을까. 너무 좋다. 서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된다는 것이. 



첫만남이 반드시 낭만적이거나 특이할 필요는 없지만, 첫만남은 그 자체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만남이 그토록이나 특이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꾸 떠올리게 되니까. 


제시는 이전보다 확실히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아마도 셀린느와 함께한 시간들이 그를 그렇게 만든게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있을까. 


《비포 미드나잇》에서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는 건, 제시와 셀린느의 대화 이외에 다른 사람들의 대화가 섞여든다는 데 있다. 아직 그들이 연인이 되기 전, 서로를 향한 설레임이라든가 기대 또 그리움으로만 가득했을 때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 대한 대화를 지속하는 것만으로 영화 한 편이 시작되고 끝났다. 그러나 미드나잇 에서는 다른 연인들이 등장한다. 제시와 셀린느보다 더 어린 커플들이, 그리고 조금 더 나이 든 커플, 그리고 아주 나이 든 커플. 그들은 각자가 사랑하는 방식과 또 지금 삶의 모습, 오래오래 함께 했던 연인이 죽고난 후의 모습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하기 전에는 서로의 얘기만이 중요했지만, 그 두사람이 함께 하고 나서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도 섞여들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는 내가 아주아주 좋아하는 장면이 나온다. 둘이 내내 함께 걷는 장면, 그리고 그리스 휴가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술마시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수다 떠는 장면.



얼마전에 생일선물로 여행기를 잔뜩 선물 받았는데, 함께 보낸 메세지에는 <너의 여행하는 삶을 응원한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여행 하면서 살고 싶다. 낯선 곳에 가고, 길을 묻고, 예상하지 못한 일 때문에 당황하다 그걸 해결하고, 맛있는 걸 먹고, 이곳에서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장면을 맞닥뜨리는 일은 정말이지 즐겁다. 이걸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또 그만큼의 즐거움이 추가되는 일인 것 같다.


제시와 셀린느가 그리스 아름다운 곳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나란히 앉아 함께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게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사람의 인생은 반쯤은 성공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단 하룻밤, 그리스의 아주 좋은 호텔로 찾아간다. 방해하는 사람 없이 둘만 있을 수 있는,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테이블에 선물로 놓여진 와인을 맞닥뜨리는 그들을 보는데, 내가 다 두근두근하더라. 와- 이게 뭐야, 너무 좋아! 나는 호텔을 좋아하고 와인을 좋아하고 함께 호텔에 갈 수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지금 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바로 몸소 실천하고 있어! 자, 커튼을 닫아, 호텔문을 잠가, 이제 이 하룻밤이 온전히 당신들 몫이라고! 하얗게 불태워, 뼈와 살을 불태워!



그러나 그 둘은, 오전에 싸웠던 문제로 다시 그 좋은 호텔에서, 와인을 앞에 두고, 큰 침대를 앞에 두고, 옷도 반쯤은 벗었다가, 다시 싸우고 만다.



아, 인생이여...........

아, 사랑이여...........




너무너무 좋은 영화였다. 이 시리즈 전체가 싹 다 좋다.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이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비포 선라이즈가 존재해야만 했다. 그들이 만나야만 그 다음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누가 누군가를 만났다면! 


이미 그것은 하나의 작은 시작이라는 것이다.

괜히 만난 게 아니라는 거다.




당신은 왜 하필 그 날,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으며

어쩌다 나는 그런 당신을 만나게 된걸까.


그러려고 그런 거다. 

우리가 만나려고.


 






아니, 이런 게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살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쩌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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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6-08-1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이 좋아하니까 저도 덩달아 더 좋네요. 흐.
오래전, 이혼을 해야 하나...고민하는 중에 콕 짚어 어떤 외부적인 문제라고는 말할 게 없다면서 상담을 하자, 어떤 아저씨가 그랬어요. ˝너희에겐 너희만의 추억이라는 게 있니?˝ 그 질문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고, 바로 깨달았죠. 아, 이 순간 즉답이 안 나오는 나에겐, 우리만의 추억이 없는 거구나...
셀린느와 제시에겐 그게 있었죠, 그것도 아주 극적으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별로 믿지 않지만, 한 평생을 버틸 만큼 소중한 추억을 둘만이 공유할 수 있어야 커플이 해로할 수 있다는 점 만큼은 그렇지 싶어요. 그리고 비포미드나잇이 그걸 너무나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수많은 대화로 보여주어서 너무너무 좋았어요.

다락방 2016-08-18 08:59   좋아요 0 | URL
치니님, 저도 그게 너무 좋았어요!
일전에 지금은 헤어진 애인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어디서 어떻게 처음 만났느냐가 의외로 꽤 중요하다고요. 반드시 처음 만남이 인상적일 필요는 없지만, 나중에 돌이켜 그 장면을 자꾸 함께 떠올리게 되는 건 관계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축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함께 오래 관계를 유지할 사람들이라면, 그런 중요한 첫만남이 없었어도 일상 속에서 굳건함을 충분히 쌓았겠지만, 그래도 그런 인상적인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다는 거, 너무 좋더라고요. 결국 그 둘이 싸우다가도 화해하는 방식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그 방식은, 그 둘에게만, 서로에게만 통할 수 있는 것이고요.

이 둘은 첫만남이라는 아주 중요한 요소를 함께 갖고 있고, 그 만남에서 갖게된 인상적인 장면들을 계속 가지고 있죠. 아직도 제시의 붉은 수염을 얘기하는 거, 그거 너무 좋아요. 첫 만남에서 제시가 그렇게 얘기했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기억 안나거든요. 후훗.


저는 제시와 셀린느가 진짜 사랑에 빠진 순간은 9년후 재회하고 나서인것 같아요. 다시 만난 그들이 서로에게 사랑이란 감정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는 호감과 호기심이었던 것 같고요. 그러나 그 인상적인 만남으로 인해 잊지 못하고 재회를 꿈꿨다가, 재회하고나서 서로 상대와 얘기하며 그때 더 깊이 빠져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관계로 만들 수 있게한 선라이즈가 좋아요. 그들이 만나게 된 거요.

이 영화 너무 좋아요!
디브이디 다 살까..고민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2016-08-18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8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6-08-1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깤..에서 완전 하트 뿅뿅..저는 락방님 책 샀습니다~!!지르세요 지르는게 인생♡♡

다락방 2016-08-19 09:29   좋아요 0 | URL
결국 지름이 답인겁니까? ㅎㅎ
어쨌든 클래비스님은 현명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avis 2016-08-2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려고 그런거다...
아놔 이런 미친 명문ㅋㅋㅋ짱 좋아요 락방님 좋은거 마니마니 드시고 좋은곳 마니마니 가시고 늘늘 행복해지셔서 우리에게 이런 기쁨과 즐거움을 마니마니 주세요 책 읽는 기쁨.기다리는 설렘..아이 좋아ㅋㅋ

다락방 2016-08-22 13:17   좋아요 0 | URL
우후후후 네네, 클래비스님. 제가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서 더 행복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만세!!!
 

(내가 이렇게 페이퍼 쓰고 있으면 안되는데.. 일이 많은데.....)



뉴욕에 간다면 먹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건 스테이크였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주말에 스테이크 사진을 올릴 때마다, 나는 언제나 의문의 1패를 했던 것.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는 패배자... 나도 미국 가서 스테이크 먹겠어! 그런 마음으로 갔다. 사실 내 여행은 대부분 '먹는'게 테마였고, 뉴욕 여행이라고 다를 바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국에 스테이크 말고는 기대하는 게 없었다. 그리고, 내 기대는 참.. 현명했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댈러스에서 환승할 비행기였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니 그 비행기는 두 시간 지연이 되었고, 환승이 불가하므로 댈러스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야한다고 하더라. 호텔과 저녁식사 그리고 다음날의 아침식사 모두 항공사가 제공한다고 했다. 우리가 원래 뉴욕에 도착하는 게 밤이었으니, 반나절쯤 일정이 늦게 되는거지만, 덕분에 댈러스에서 하루 묵어보겠네 하고는 우리는 큰 불만을 갖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미국식 아침식사를 너무나 갈망하고 있었으므로 ㅋㅋㅋㅋㅋㅋ 다이너에 가서 먹게 될 아침 식사를 기다렸다. 그렇게 먹게 된 아침식사, 우리가 주문한 것. 물론, 정말 2인분이다!!



일단 베이컨이 너무 짜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전날 저녁에도 베이컨을 먹었는데, 여기 베이컨은 짠 게 그냥 기본인듯. 그냥 짠 게 아니라 완전 짜다 ㅋㅋ 아니 근데 양이 너무 많아. 메뉴에 있던 핫케익, 달걀, 베이컨을 주문하면서, 달걀을 스크램블로 바꿔줄 수 있냐고 했더니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단 내 몫으로 나온 게 이렇게 두 접시다.




아 난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친구가 시킨 건 이것.



이거 빵을 무슨 버터에 튀긴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깨무는데 왕고소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너무 맛있어서 이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미국에 가서 먹고 싶었던 게 스테이크와 랍스터 롤이었다. 그래서 도착한 바로 다음날이었나, 랍스터롤을 먹으려고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서 도착해 주문했는데!!




사이즈가 진짜 너무 작은 거다. 너무, 너무 작아. 아무리 두 개라도 진짜 너무한 사이즈! 위에가 랍스터롤 밑에가 크랩롤. 맛이 딱히 기대한만큼 뛰어난 것도 아닌데.....근데 너무 작아! 배를 채우려던 친구와 나는, 끼니로 먹으려던 친구와 나는 당황해서, 다른 식당을 또 찾느니, 그냥 여기서 배터지게 먹자, 하고는 크램 차우더를 주문했다.



맛은 있었지만 너무 짜고, 이래봤자 배 부르는데 영향이 1도 없어.... 다른 메뉴가 뭘 있나..하고 보다가 랍스터 샐러드를 시켰다.



야채야채..하고...좋았지만......랍스터롤은 나를 크게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실망이야, 랍스터롤.. 이건 뭐 앞으로 굳이 안먹어도 될듯 ㅋ

랍스터롤, 너는 디저트인거니? 메인이 아닌거야?




미국에 사는 친구들이 있다. 그곳에서 사는 친구들은,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들과도 당연히 친구. 뉴욕에 있다는 말에,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매그놀리아>의 컵케익을 추천해주었다. 아주아주 맛있는 디저트라고. 마침 이곳은 함께한 친구도 가고 싶어했던 곳인데, 워낙 디저트에 관심이 없는 나는 심드렁 했던 거였다. 그러다가 모마를 갔을 때 모마 근처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뉴욕에서 나고 자란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 가게에 새벽 세시인가 네 시에 가게 문 두드리면서 i really need cupcakes!!! pls pls!!! 이러는 사람도 볼 만큼 맛있는 가게, 관광객들보다 거기 사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잘 아는 가게' 라는 게 아닌가! 그래, 새벽 세시에 문 두드리며 달라는 컵케익이라니, 그런 컵케익 먹어보자, 하고는 매그놀리아로 갔다.



컵케익이 종류가 엄청 많았다. 역시 유명한 가게라 그런가.. 사람도 엄청 많았다. 우린 줄서서 컵케익 세 개를 샀다. 이건 분명 달거야, 그러니 아메리카노도 잔뜩! 아메리카노도 주문했다. 계산하기에 앞서 푸딩은? 하고 친구와 눈을 마주쳤지만, 둘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 새벽 세시에 사람을 찾아오게 한다는 그 컵케익!!을 포장해서!!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듯이, 길 한복판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오른 쪽에 있는 밑에가 붉은 컵케익이 '레드벨벳'인데, 이건 맛있게 잘 먹었다. 상대적으로 덜 달아서. 그런데 왼쪽 두 개는 그냥 설탕덩어리야 ㅠㅠ 아메리카노가 없다면 도무지 먹을 수 없는 맛. 우리는 커피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컵케익을 다 먹지 못했다.. 아..역시 내 스타일 아니구먼...



한국에서도 두 시간 줄서서 먹는다는 쉑쉑버거는 어떤가. 나는 그것의 맛이 1도 궁금하지 않았지만, 친구는 온 김에 먹어보고 싶다고 했고, 마침 센트럴 파크에 갔다가 지도를 검색해보니, 우리가 있는 곳 근처에 있는 게 아닌가! 해서 찾아가 포장을 했다. 나의 주문 실수로 햄버거가 세 개가 나왔고! 맥주와 커피와 함께 우리는 우리의 로망을 실현하자며, 포장해들고 센트럴파크 안으로 향했다.



친구는 알라딘에서 받은 돗자리!! 를 깔았고, 우린 거기에 쉑쉑버거를 놓아두었다. 여긴 센트럴파크고, 알라딘 굿즈이고, 쉑쉑버거다!! (맥주는 걷다가 다 마셔버림 --;;)



아아, 그런데 쉑쉑버거도 맛이 별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깜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런 걸 줄서서 기다려서 먹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나원참 ㅋㅋㅋㅋㅋㅋㅋ 친구에게 너는 어떠냐 물어보니, 친구는 '너랑 강남역 수제버거집에서 먹었던 수제버거가 훨씬 맛있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나 이거보다 맛있는 버거 많이 먹어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랑 나는 다 먹고 돗자리를 접으며 '이제 쉑쉑버거 사 먹을 일은 없을듯' 이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루클린 책자를 본만큼 하루는 브루클린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스테이크를 먹기로 했고. 브루클린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걷기에 한가한데, 우리는 초콜렛 가게에 갈거였고, 그 초콜렛 가게에서 가까운 스테이크 가게가 어디인가 지도를 보면서 한 군데를 콕 집었다. 그래, 여기야, 여기는 두 사람 가면 둘이 먹을 스테이크로 안심과 등심을 고루 내어준다네? 좋았어, 가자! 하고는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다.



이건 스테이크 집을 향해 걷던 한 낮의 브루클린. 여기는 길거리 레스토랑인데(우리가 간 곳은 여기가 아니고 여긴 그냥 지나친 곳),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걷다 말고 찍어 봤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넘나 사랑해!


사실 이 스테이크 집은 전날 저녁에 갔다가 자리가 꽉 차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해, 다음날 낮으로 예약해두고 다시 간 거였다.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날이었던가, 전전날이었던가, 우리는 매일 2만보이상 걷고 정말 지쳐있었다.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던 거다. 정말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사실 스테이크보다 잠이 더 필요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어야 해!! 하고 찾아간 거다. 오오, 이 곳의 클라스는 다른 곳과 달라!



식전빵도 양을 듬뿍 주는데, 하우스와인을 시켰더니 저렇게 한 잔 가득 따라준다. 맙소사! 나와 친구가 지쳐있지 않았다면 소리를 지르다가 감동해서 울었을거야!!



사람이 워낙 많은 이곳에서는 고기의 굽기를 묻지 않는다. 그냥 자기들이 미디엄 레어로 구워서 갖다준다. 웨이터는 접시를 똑바로 들고 오지만, 테이블에 놓는 순간 받침대에 한쪽을 받쳐두고 기울인다. 그러면 저렇게 기름이 아랫쪽으로 쏠리는데, 이미 뜨거워진 접시에서 기름은 팔팔 끓고 있고, 웨이터는 그 기름을 숟가락으로 퍼서 고기에 한번 쫙악- 뿌려준다. 그러고는 한 조각씩 집어 각자의 접시에 놓아준다. 아... 그 뜨거움과 끓는 소리, 고기 냄새........ 그리고 내 앞에 놓여진 고기!! 넘나 좋은것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맛있었지만, 친구와 나는 다 먹지 못했다. 우리 이거 남기면 후회할거야, 라고 연신 말하면서도 다 먹지 못했다. 진짜 너무 지쳐서 코피 터질 것 같았어 ㅠㅠ 내가 원한 건 이런게 아니었는데.... (그건 다음 이야기에 계속)



그러나 이 곳의 스테이크가 처음이 아니었으니, 사실 처음의 스테이크를 진짜 기똥차게 맛있게 먹었다. 그곳은 분위기부터 황홀해서!!


여행책자를 가져오지 않은 우리는, 모마 미술관을 구글 지도에 찍어두고 확대하면서 근처에 어떤 레스토랑이 있나 봤다. 그러다 스테이크란 이름을 보고 내가 '여길 가자!' 하고 꼭 찍은 것. 그래서 거길 목적지로 삼아 걸었다. 그러다 똭- 만났다!!



점심 시간이었고 거리엔 점심 먹으러 나온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대부분의 음식점에 사람들이 줄 서서 자기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엔 아무도 줄서지 않았어...들어가기 전에 '으음, 맛이 없나...그래서 줄을 안섰나' 하고 잠깐, 아주 잠깐 갈등하다가, 그래도 여기 오려고 온거니까 들어가자! 하고 들어갔는데, 그제야 이유를 알았다. 여긴... 업무를 보다가 점심 먹으러 들르기엔 너무나 고.급.한 레스토랑이었던 거다. 헐.. 가격이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 그러나, 가격이야 어쨌든 우리 스테이크 먹으러 왔으니까! 하고 그냥 마음껏 주문했다. 비싼 곳이라 그런지, 구글 지도보고 꼭 찍어 와서 그런지, 우리 같은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다들 비즈니스 하는 것 같은 분위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와인을 주문했고, 스테이크와 양고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사이드메뉴를 고르려는데, 아무래도 포테이토는 너무 흔해, 주문을 받는 웨이터에게 '넌 뭘 추천하니?' 물어보니, 알 수 없는 영어단어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러면서 뭐라고 하는데..뭔지 잘 모르겠고, 어쨌든 친구에게도 '뭔지 모르겠지만 이걸 먹어보자' 했다. 친구는 그러자고 했고. 그래서 나온 사이드는 이것!




우엇, 너무나 맛있어. 핵좋은맛! 이것은..내가 먹어본 것 같아. 어딘가의 레스토랑에서 이런 거 먹어봤어. 이건 시금치 같아! 하고는 내가 알지 못했던 메뉴판에 쓰여있던 그 단어를 찾아보니, 시금치가 맞았다. 오오, 맛있어! 아니, 당근 맛있어야지. 이 사이드메뉴 하나가 10달러가 넘었는데!!


그리고 스테이크!



우걀걀걀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앙 ㅋㅋㅋㅋㅋㅋㅋㅋ미디엄 레어로 할까...먹으면서 살짝 고민했지만, 나의 친구들은 미디엄레어까지는 좀... 이런 반응들이라 그냥 미디엄으로 했더니 ㅋㅋㅋㅋㅋㅋ 미디엄 레어로 할걸..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미디엄 레어가 진리인듯! 어쨌든 히죽히죽 좋아서 웃고!! 생애 처음 양고기!!



꺅 >.< 병아리콩과 함께 나온 양고기! 나는 병아리 콩도 좋아하고  ㅋㅋ 여기 어떤 향신료가 있는지 친구가 약간 힘들어했는데, 나는 어? 괜찮은데? 이러면서 병아리콩 막 퍼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애 처음 양고기는 맛이 좋았다. 저렇게 나온 고기를 어떻게 먹어야할지 몰라 그냥 족발 먹듯 들고 뜯어버리고 말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오, 먹을만한데? 양고기 냄새난다더니, 꼬치가 아니라 그런가, 괜찮네, 하면서 먹었다. 그래봤자 스테이크, 소가 최고!


이런 음식들의 한상 차림!



와인이 떨어찔 때쯤 웨이터가 와서 한 잔씩 따라준다. 스테이크와 양고기와 시금치와 와인에 취해, 이 분위기에 취해, 진짜 이 날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레스토랑도 마음에 들고 음식과 술도 다 마음에 들고. 난 여기가 좋아, 여기 사랑해! 고기도 사랑해! 하면서, 우리, 내친김에, 돈 쓰는김에, 커피도 그냥 여기서 마셔버리자!! 하고는 커피까지 주문했다.



럭셔리와 사치의 결정판....


그래도 우리가 뭐 매번 이랬나, 쓰는 김에 쓰는거지, 하면서 즐겁게 먹고 마시는데, 내가 앉은 쪽에서 보이는 맞은편에, 어어, 줌파 라히리 닮은 사람이 있다. 내가 뉴욕에 오기도 전부터 줌파 라히리를 길가다 만났으면 좋겠다고 너무나 원했던 탓인지, 우주가 도와줬나, 저 사람은 줌파 라히리인가...싶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사진을 찾아봤다. 사진을 보며 대조를 다시 해보려고. 그런데..긴가민가 하네...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아무리 내가 원해도 그렇지, 여기서 줌파를 만날 수 있겠어? 그리고 지금 이탈리아에 있지 안나? 아니, 이탈리아에 있어도 여기 잠깐 들러서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지? 그렇게 갈등하다가 내가 친구에게 '저 사람.. 줌파 라히리 같은데..' 라고 말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을 보여주니 친구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거다. 크..


서양 사람들이 아시아인들을 중국인,일본인, 한국인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 역시 인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워낙 안면인식 장애니까..라는 생각도 들고. 아아 어쩌지. 내가 고민하니 친구가 뭘 고민하냐는 거다. 그래서 줌파 라히리면, 인사 하고 싶어, 라고 하니 친구가 너무나 놀라며 '아니면 어쩌려고!!' 하는거다. 친구와 나는 바로 여기에서 극명하게 성격이 갈리는데, 뭐랄까, 나는 그냥 막 나대는 스타일이고, 친구는 조심조심 내성적인 스탈이랄까. 나는 '아니면 어쩌지' 라는 걱정보다는 '맞는데 내가 그냥 넘기게 되면 이 순간을 얼마나 후회할까'하는 생각이 더 강해서, 훨씬, 훠어어어어어얼씬 강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가 너 진짜 갈거냐고 물어보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한 다음에, 친구가 말릴 겨를도 없이, 그 테이블로 향했다. 마침 그 여자분과 함께 온 일행이 잠시 자리를 비워, 그 여자분 혼자 있었다. 이 때밖에 말을 걸 기회가 없어!!


나는 그 자리로 걸어가서, 실례합니다, 라고 먼저 말을 한 뒤에, 당신은 혹시 줌파 라히리인가요? 물었다. 여자는 처음에 잘 못알아 듣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물었다. 줌파 라히리, 작가에요. 라고. 당신은 줌파 라히리 같아요, 라고. 그러자 여자는 깔깔깔 웃으며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한테 줌파가 아니어서 쏘리라고 하는 거다.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비록 그녀가 줌파가 아니었고, 나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자리로 돌아왔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그 날 친구와 나는 스테이크와 양고기, 시금치, 와인, 커피의 값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팁만해도 30달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취해서, 취기에 또 기분이 좋아서 헤롱헤롱, 그러다 화장실도 자주 가고 싶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다음 일정인 모마를 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포기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마는 다음에 가자 이러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뉴욕에 가기 전에, 우리는 센트럴 파크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십일년 전에도 가보았지만 꼭 다시 가자고 했었더랬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와 숙소에서 유명한 옥상에 올라가니, 뉴욕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더라. 너무나 아름다운 야경이! 나는 친구에게 여기 야경이 이렇게 좋으니, 우리 피자 사들고 여기서 피자 먹으면서 야경 보자, 엠파이어까지 굳이 올라가지 말자, 라고 제안해보았다. 친구는 좋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뉴욕 시내를 걷다가 비싸지 않은 델리에 들어가 피자를 포장했다. 이름도 모르는 커다란 피자를 포장해 숙소로 돌아와 맥주와 함께 들고는 옥상으로 올랐다.



사진에는 야경이 내가 눈으로 보는 것만큼 아름답게 나오지 않지만, 옥상에서 보는 야경은, 이 숙소의 많은 단점들을 잊게 해주었다. 친구는 연신, 이 야경 하나만으로도 다른 걸 다 잊을 수 있다고 감탄했다. 우리는 옥상에 꾸며진 바의 의자에 앉아 가져온 피자와 맥주를 먹었다. 그러다 이걸 혼자만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창원에 있는 친구에게 페이스타임을 걸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뉴욕의 야경을 보여주었다. 친구는 자신의 룸메와 함께 뉴욕의 야경이냐며 함께 기뻐해주었다. 친구가 있는 곳은 낮이었다.


이 좋은 걸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 아름다운 걸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 좋은 걸 보면서 누군가 생각난다는 것도 좋았다. 피자와 맥주와 그리고 이 아름다운 뉴욕의 야경을 앞에 두고 몇달전에 헤어진 애인 생각을 오래 했다.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부질없이 몇 번이고 생각했다.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여전히 다정한 연인 사이라면, 그랬다면 나는 지금 낮을 살고 있을 그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있는 곳의 밤을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봐요, 여기가 지금 이렇게나 아름다운 밤이에요, 나는 여기서 피자와 맥주를 먹고 있어요, 이 좋은 곳에 와서 당신 생각이 났어요, 라고.








친구와 미국에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는 십년후에 여길 또오자고 말했던 터였다. 나는 뉴욕이 너무 좋고,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이곳에 오고 싶고, 뉴욕의 구석구석 어디든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먹방은 베트남이 진짜야!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야, 베트남 가자, 내가 황홀한 미식의 세계로 안내할게. 뉴욕에선 '어떤' 먹을 것만 황홀함을 선사하지만, 베트남에선 모든 국수가 그래. 매 끼니가 황홀해, 하다못해 호텔 조식의 '퍼'만으로도 천국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는 혹하는 눈치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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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7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7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08-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마지막 사진
압권이에요^^
헌데 좀 슬프기도 한 야경이었군요!
보여주고 싶은 이에게 보여줄 수가 없었으니ㅜㅜ
그래도~~~십 년후를 기약할 수있는 친구가 있어 좋고,야경사진을 보내주니 진심 같이 기뻐해주는 친구가 또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사진으로 스테이크를 눈으로 너무 퍼먹어 지금 헛배가 아주 부릅니다ㅜ
10달러가 넘는 시금치 샐러드 같은? 사이드메뉴랑 고급진 스테이크는 한 점씩 먹어보고 싶네요
어떤 맛인지??^^
그리고 줌파 라히리 닮은 사람 얘기엔 저 또한 숨죽여 기대했더랬어요!!
좀 아쉬웠네요ㅜ

그리고 행동하는 다락방님을 보면서 제친구 하나가 생각났어요
제친구 하나가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스타일이고 전 좀 뒤로 물러나 있는 스타일이라 늘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온 친구더러 ˝뭐라든?˝해요ㅋ
지난주말 부산에 내려 왔대서 만났는데 그날도 친구는 궁금하면 즉각 가서 묻고 다녔고 전 또 앉아서 관찰?하면서 웃어줬구요ㅋㅋ

다락방 2016-08-17 17:05   좋아요 0 | URL
모든 일상의 사소한 사건들 모두 기쁨을 불러왔다면 슬픔도 불러오겠죠. 왜, [인사이드 아웃]에서 결국 아이가 기뻐지는 건, 그 전에 슬프고 우울한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슬픔과 기쁨은 늘 공존하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야경을 본 건 분명 기뻤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순간도 나쁘지 않았어요. 흐흣.

전 뉴욕에서 돌아오면 스테이크 질려서 먹기 싫을 줄 알았는데, 웬걸, 또 먹고 싶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ㅠㅠ 그래서 또 먹었어요. 아아 ㅠㅠ 스테이크여, 너는 무엇이냐, 너의 존재는 대체 내게 무엇이냐 ㅠㅠㅠ

맞아요, 책나무님. 제 경우에는 길을 물어서 찾고, 저랑 같이 여행한 친구는 지도 보고 찾아요. ㅎㅎㅎㅎㅎ

사각양배추 2016-08-1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팅만 하다가 뉴욕에서의 글이 너무 좋아서,글 남겨요.
님 글을 읽을 때마다 공감하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매일매일 글 기다려져요!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

다락방 2016-08-17 17:06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하하하. 저는 눈팅 하다가 존재를 드러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답니다. 이 글이 사각양배추님으로 하여금 댓글로 존재를 알리게 했으니, 이 글을 쓴 제가 좋아집니다 ㅋㅋㅋㅋㅋ

매일매일 기다려주신다니, 제가 열심히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히힛. 고맙습니다!!

2016-08-17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7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걀부인 2016-08-1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갑자기 저 메뉴들에 지불했을 금액이 궁금해지네요. 저도 여행가서 저렇게 질러보고싶다는! ㅋㅋ 암튼 재미있게 읽고가요.

다락방 2016-08-17 17:17   좋아요 0 | URL
30달러의 팁을 줬던 식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를 제외하면 지불 금액들이 크진 않았어요. 그 식사 한 끼가 진짜 엄청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각오했지만...

친구랑 저는 이번엔 아끼지말자! 라고 다짐하고 갔거든요. 십일년전에 너무 아껴가지고 ㅠㅠ 숙소도 아끼고 식사도 아끼고 ㅠㅠㅠㅠ 그 좋은 데에 가서 맛있는 것도 못먹고 오고... 그래서 이번엔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오자, 좋은 데 가보자! 했어요. 그래서 미술관도 두 군데나 가고(입장료가 둘다 25달러 씩이에요!!), 자연사 박물관도 가고 그랬어요. 으흐흐흐흐.


할부는 돌아온 자의 몫...Orz

달걀부인 2016-08-17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그래도 직장인이시면! 잠깐 한국왔는데 주부라고 은행 담보대출도 막혀있고 신용카드발급도 잘 안되고 ...갑자기 돈 못버는 자의 설움이. ㅠ ㅠ

팁이 30달러면, 식사는 300달러쯤.ㅋㅋㅋ 결혼하기전에, 혹은 애 낳기전에, 혹은 애가 학교들어가기전에 지르십쇼. 그 이후엔 돈이 있어도 못 씁니다요.ㅠ ㅠ

다락방 2016-08-18 08:48   좋아요 0 | URL
할부가 끊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할부가 끝날라치면 저 할부가 튀어나오고, 저 할부가 끝날라치면 갑자기 여러개의 할부가 좌르륵 쏟아지고... 물론, 다 제가 한 일입니다만... 제가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할부의 삶고 가능했겠지요. 휴...

팁을 포함해서 300달러쯤 됐어요. 이 사람들 팁을 많이 받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5%쯤 되는 팁을 준 것 같은데.. 어휴, 음식 값이 비싸니까 팁 값도 비싸서 ... 좀 쫄았네요. 아무리 `먹자!` 하고 들어갔어도 말이지요. 아하하하하.

꽃보다금동 2016-08-18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뉴욕다녀왔는데 달면서도 짜디짠 맛을 견딜수가 없더라고요~ ㅎ 그래서 매일 밤 한국스러운 짠 맛 신라면으로 속을 달랬었지요 ㅎㅎ

야경, 피자, 맥주 조합은 너무 멋지네요^^ 저도 다시 가게 된다면 꼭 해보고 싶네요 ㅎ

다락방 2016-08-18 08:49   좋아요 0 | URL
크, 저희랑 똑같네요. 저희도 돌아오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사발면 흡입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끝무렵엔 더이상 미국 음식이 먹기 싫어져서 ㅠㅠ 한국음식점 찾아가서 김치찌개 먹었어요! 그렇게 짠 거 단 거 싫다!! 해놓고서 `그런데 한국 짠 맛 너무 좋아!` 이러면서 김치찌개랑 김밥이랑 라면이랑 먹으면서 좋아 죽을 뻔 했어요. ㅋㅋㅋㅋ

저도 다시 갈거에요, 꽃금동님. 우리, 다시 갑시다!! ㅎㅎㅎ

헤스티아 2016-08-1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뉴욕다녀오셨어요? 완전 멋져요 ^-^
저두 작년겨울에 하와이에 일주일 다녀왔는데 엄청 짜더라구요 ㅋㅋㅋ
연어요리는 소금덩어리를 먹는줄 ㅋㅋㅋ짜다는 말에 200%공감해요~

스테이크 사진 보니 고기 넘 땡기는걸요 ㅎㅎㅎ
간만에 들어왔다가 잘 구경하구 가요 ^^

다락방 2016-08-18 14:38   좋아요 0 | URL
헤스티아님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아이도 이제 많이 컸을 것 같은데요. 독서 생활도 계속 열심히 하셨나요? ㅎㅎ 종종 만나요~

유월 2016-08-2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든가 말든가 둘 중 하나만 해야죠. 저도 일단 먹으면 가격따위 .. ㅋ 언제떠날지 모르는 여행리스트에 뉴욕을 올립니다. 돈 벌 의욕이 생기네요 :)

다락방 2016-08-22 13:36   좋아요 0 | URL
그럼요! 또 언제 올지 알고 참습니까. 눈 딱감고 먹어버려야 해요! ㅎㅎㅎㅎㅎ
돈 벌 의욕이 생긴다니 좋네요. 돈 벌어서 아주 맛있고 재미있게 쓰세요. 좋은 데 가고 좋은 거 먹고 좋은 거 사고!!
 
















바바야가의 집은 여자 노인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공동체다. 공간을 대표하는 디렉터나 운영과 행정을 맡아보는 인력이 따로 없고, 공동체를 구축하는 멤버들이 스스로 운영에 참여하는 공간으로 '자치', '생태주의', '시민 참여', '연대'가 이 공간을 받드는 네 개의 정신적 기둥이다. 21명의 여자 노인과 네 명의 젊은이가 한 건물 안에 있는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한다. 각자가 차지하는 공간의 규모에 따라 월세 시세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400유로(약24만~48만 원)의 월세를 내며-거의 모든 프랑스 노인은 국민연금을 수혜하므로 이 정도의 집세는 큰 부담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대부분의 노인 요양원들에 비해서는 월등히 낮은 가격이다:저자 주- 모든 거주자가 일주일에 5~10시간씩 공동체의 운영을 위한 노동시간을 제공한다. 각자의 공간에는 부엌과 화장실, 샤워실이 있고 세탁실만 공동으로 쓴다. 텃밭에서 공동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건물 1층에는 모두가 매일 만나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하며 서로가 살아오면서 축적한 지식과 지혜, 경험들을 나눌 수 있는 민중 대학이 마련되어 있다. 이 민중 대학에는 이 공간의 입주자들뿐만 아니라 원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 (테레즈 클레르, p.17)




일요일에는 나를 포함한 여자 다섯 명이 만났다. 와인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애슐리에 가서 실컷 먹고 실컷 마셨는데, 덕분에 월요일인 어제 기운을 못차리고 철푸덕 뻗어 있었더랬다. 그러다가 생일에 친구가 선물로 준 모닝케어 생각이 나, 부랴부랴 옷을 입고 편의점에 가 바꿔서 마셨다. 그리고 다시 집에 와 철푸덕...

우리는 네시반경 모여서-네시였는데 내가 애슐리를 못찾아서 종로를 빙빙 돌았고, 그러다 결국 집에갈거야! 이러고 눈물까지 찔끔...- 언제 헤어졌지?, 실컷 수다를 떨었는데, 그렇게 미친듯이 수다를 떨 수 있는 건 우리가 지금 처한 환경이 비슷하고 또 바라보는 바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여행가자, 같은 얘기들도 하다가 공동체 얘기도 나왔다. 공동체는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바였다. 어쩌면 그 공동체에 대해 꿈꾸는 모습이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싱글인 여자들이 함께 모여서 함께사는 걸 우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나는 큰 빌라나 작은 빌딩을 공동체 구성원이 공동으로 소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구성원 모두 각자의 공간이 있고, 그러나 1층의 부엌은 함께 쓰는 그런 삶. 그래서 내키면 식사는 같이 하되, 원한다면 언제든 자기 방으로 숨어들 수 있도록. 나는 내가 비혼의 삶을 앞으로도 유지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이 들면 실버타운에 가야지, 라고만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러다 '목수정'의 [파리의 생활 좌파들]을 읽으면서, 아, 실버타운 보다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이렇게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게 낫겠다! 싶었던 것.


그런데 일요일에 만난 친구들도, 또 다른 친구들도, 진작부터 공동체 생활을 생각했다는 걸 알게 됐다. 금요일에 만난 친구에게도 얘기하니 자기도 그런 공동체를 희망한다는 게 아닌가. 일단 내 주변에 이렇게 여러명이라면, 이들만으로도 이미 공동체를 만들 인원은 충분할 터. 게다가 내가 계속 만남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니, 싫지 않은 멤버가 아닌가. 나와 그간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이라면, 나는 살갑게 계속 치고 들어오는 걸 별로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 터. 그렇다면 우리는 적당한 거리와 공간을 사이에 두고 공동체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이거, 한 번 해볼만하지 않을까?



[디어 마이 프렌즈]의 이 오랜 친구들도 그랬다. 사별을 하거나 별거를 하거나 아예 연애를 해본 경험이 없거나 한 이 오랜 친구들은 '같이 살기를' 꿈꾼다. 그래서 하룻밤은 다같이 모여 하루 자 보기도 한다. '언젠가는' 그렇게 함께 살자고 약속을 했지만, 어느 한 명은 치매에 걸렸고 어느 한 명은 암에 걸렸다. 치매에 걸린 친구는 요양원에 가길 원했고 암에 걸린 친구는 3기라 많이 위험하다 했는데, 이에 이들 중 한명이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우리 같이 사는 거, 그거 못하겠네.



우리가 '언젠가는' 공동체 생활을 하자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바라왔다고 하더라도, 너무 늦어지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서 들었다. 너무 늦어지면, 그러니까 일흔이 넘어가고 여든이 넘어가면, 그때 돼서 '이제 같이 살자'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늦어지면 곤란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에 친구들과 공동체 얘기를 하면서도 그랬다. 디어 마이 프렌즈 얘기를 꺼내면서, 너무 늦어지면 그건 뜻대로 안될 수도 있어, 라고.



우리는 아직 살아갈 날이 많다. 앞으로 많은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공동체를 꿈꿨던 내 주변의 친구들은 애인의 유무와 상관없이 혼자 살고 있고, 앞으로도 결혼을 자기 인생에 두지 않은 친구들이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불허. 우리중 누군가는 빠른 시일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공동체와는 멀어질 수도 있다. 단란한 가족을 꾸리고 거기에 충실하느라 자연스럽게 우리와 멀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이렇게 공동체를 꿈꾸어온 내가 그럴 수도 있다. 이런 글을 써놓고서는 당장 몇 달 뒤에 '남자랑 동거하기로 했다' 같은 글을 쓸지 누가 알겠는가. 알 수 없지. 그래도,



지금은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한다. 머릿속에 그려본다. 



1층의 커다란 식탁에서 부러 그러는 게 아니어도 가끔은 다같이 모여 밥을 먹는 모습을, 크리스마스 같은 때에 다같이 집에 있다면, 와인이며 샐러드 치즈 같은 거 차려두고, 스테이크도 구워 두고, 그렇게 건배하는 삶을. 냉장고에는 컨디션이나 여명 같은 숙취해소 음료도 좀 쌓아두고 살고 싶다. 나는 한 번도 원한 적이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 공동체에는 고양이 몇 마리가 함께할 수도 있다. 개가 있을 수도 있겠지. 어쩌면,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나와 내 친구들이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 많을 터, 아이가 자란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환경일 수 있을 거다. 어디를 열어도 책이 보일 거고, 게다가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는 어른들이 모두 페미니스트야!!!!!!!!!!!!!!!! 졸 멋져!!!!!!!!!!!!!!!!!!!!!!!!!!!!!!!




이런 멋진 생각을 뒤로 하고,

자, 주어진 일들을 하자.

선물받은 초콜렛을 먹자.

점심엔 갈비를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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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박람회 2016-08-1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2016년 9월 23일 광주광역시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쳥, 광주광역시가 주최하는
제5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가 개최되는데요
그에 연계한 공모전 두가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제5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 도시농부 스마트폰 공모전
http://xn--980b05b94ex1f25j0pec50b.org/introduce4/bu6.html

제5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 예술텃밭 공모전
http://xn--980b05b94ex1f25j0pec50b.org/introduce4/gongmo.html

singri 2016-08-1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멋지네요 진짜 ! 머리속으로 생각해보는거 만으로 할말이 사라짐. 목수정이라니 책도 더 읽어보고싶네요.

다락방 2016-08-16 15:57   좋아요 0 | URL
저는 책에서 인용한것처럼 민중대학을 공동체 안에 만들진 못하겠지만, 자주 모여서 신나게 수다 떨며 지내고 싶어요. 수다는 나의 힘...
정말 공동체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다보면 아마도 더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하핫.

hellas 2016-08-1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구 몇명과 그런 이야길 참 꾸준하게 많이 합니다. 그 주제는 언제나 즐겁긴한데.. 현실적일까 라는 의문은 슬퍼지고.. 뭐 그렇네요.

다락방 2016-08-17 09:14   좋아요 0 | URL
많은 여자사람들이 그런 삶을 꿈꾸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했어요. 왜 여자들은 각자의 공간이 있는 공동체를 꿈꾸는데 남자들은 그러지 못하는지를. 남자들은 자기 손으로 밥해먹을 줄 몰라서 그런다, 고 실컷 뒷담화 했습니다. ㅎㅎ
현실적인 일이 될지는 저도 ..... 일단 집을 사든 얻든 돈이 필요한 일이고 말이죠 ㅠㅠ

transient-guest 2016-08-17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사람들만 함께하는 공동체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계속 같은 마음의 사람들이 수혈(?)되어야 할 것이고, 젊은층도 꾸준히 유입되어야 할 듯. 하지만, 그렇게 식당을 겸한 큰 주방과 도서관-common area공간을 가운데로 해서 각자 privacy를 같고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구조로 해서 가족과 친지, 친구 등 맘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ㅎㅎ 그나저나 더운 날씨에 와인은 좀 어렵지 않나요???ㅎ

다락방 2016-08-17 09:18   좋아요 0 | URL
저도 차라리 낯선 사람들끼리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만약 서로가 거리를 지켜준다면 아는 사람들로 구성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어떤 강제성이나 압박 없이 식사시간이나 이런 걸 자유롭게 하고, 그러다가 어떤 날엔 `나 지금 밥 먹을건데 같이 먹을래?` 하고 단체문자 같은 거 보내서 같이 식사를 하는 시간도 있다면, 나름 괜찮게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머릿속에서는 그래요. 사실 이게 얼마만큼의 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단순히 희망사항이기만 할 것 같고..

와인도 맥주도 힘들죠. 어휴, 진짜 집에 가서 뻗어버렸네요. ㅠㅠ

clavis 2016-08-2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 멋져요!!!!!!!!^^

다락방 2016-08-22 13:22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뉴욕엔 십일년전에 다녀왔었다. 센트럴파크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너무 가보고 싶었고, 그래서 단지 그 목적만을 가지고 뉴욕에 갔다. 돌아오는 비행기를 놓쳐 예정보다 이틀을 더 묵게 되었는데, 어쨌든 내가 외국에 나가 머물렀던 시간이 가장 길었던 때가 바로 그 때다. 그때 친구와 나는 센트럴 파크에 갔고, 맨하튼 시내를 매일매일 돌아다녔고, 길게 줄을 서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랐었다. 센트럴 파크의 벤치에 앉았어도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키스를 하지도 않았다. 나에겐 외국 여행이 처음이었고, 긴장과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그러나 '절약절약!'이 머릿속에 콕- 틀어박혀서, 제대로된 음식을 먹지도 못한채 한국에 돌아왔었다. 같이 간 친구의 지인이 그곳에 있어 밥을 사준다며 다이너에 데리고 갔었을 때, 그때가 미국식 식사를 제대로 맛본 유일한 때였는데, 그 다이너를 그 여행기간 동안 두 번에 걸쳐 갔었다. 


뉴욕은 내가 열다섯살 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내가 그간 봐왔던 영화와 책에서 들었던 노래에서 뉴욕을 많이 만났었고, 자연스럽게 내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십일년전에 처음 그곳을 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나는 그 후에는 괌을, 홍콩을, 마카오를, 싱가폴을, 베트남을, 포르투갈을 다녀왔고, 그 사이사이마다 '뉴욕을 다시 갈 것' 이라고 계속 생각했다. 그때 동행했던 친구와 나는, 뉴욕에 언젠가 다시가자, 입버릇처럼 말했고, 그리고 십일년후에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우리 지난번처럼 빈곤하게 여행하지 말자고 했다. 저렴한 숙소와 저렴한 식사로부터 벗어나자고 했다. 미국에 갔으니 스테이크도 마음껏 먹고오자고, 호텔에서 자자고, 친구와 나는 얘기했다. 그리고 이번엔 미술관에도 가보자, 라고도 얘기했다. 센트럴 파크와 엠파이어는 기본이지만, 우리 그때 한 번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미술관을 가보자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사서 읽었다.














부지런히 사서 읽은 후에 같이 갈 친구에게 빌려주었다. 자, 이거 읽고 가자, 하고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미술관에 꼭 가자 라는 다짐보다는 먹거리가 많다는 첼시 마켓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레고 매장에 가서 조카들 선물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친구는 이 책을 내내 안읽고 있다가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그래서 다 읽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뉴욕에 도착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에 갔다.


$25.00 하는 입장료를 내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갔는데, 와, 얼마나 작품이 많은지, 걷고 걷고 또 걸어도 이 미술관에 있는 작품을 다 보기에는 무리가 있겠더라. 친구와 나는 다리 아프게 부지런히 돌아다녔지만, 절반이나 봤을까... 신기한 건, 작품 앞에서 친구가 설명을 해주는 거였다. 이 그림은 이걸 그린건데 여기 어디에 이 그림을 다른 버젼으로 그린 게 있대, 어, 이 그림! 이 그림은 여자아이처럼 보이지만 남자 아이래... 어, 이 그림! 이 그림은 말이야...


우와- 완전 짱멋져. 어쩌면 그렇게 미술을 잘 알지? 어떻게 그림에 속한 배경까지 다 알고 있는거지? 너무 멋져! 친구의 설명을 들으면서 보는 그림은 진짜 너무 좋은거다. 그냥 봤으면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재미도 없었을텐데, 친구가 이렇게 설명해주니까 너무 좋아. 나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아니, 너 근데 이런거 언제 그렇게 다 알게 된거야????????????' 라고 물으니, 친구가 대답했다.



"니가 나 빌려준 책에 다 써있던데?"




............................................................................................................

그 책..

나도 읽었는데?

나 다 읽었어..

난 첼시마켓 밖에 생각이 안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찾아봐야 겠다고 생각한 것 밖에 없어.

레고 매장이 모마 미술관 근처에 있대.

난 이렇게 밖에 기억이 안나는데...어떻게 너는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이 쌓인거야??????????????????????????? 난 뭘 한거야???????????????????? 내 책인데????????????????????????????????????????? 왜 난 몰라???????????????????????????????????????????? 나는 엄청난 좌절을 품게 됐다. 그러자 친구는 말했다. 



"나는 읽은지 얼마 안됐잖아, 너는 오래됐고."



.................................................................................

위로 되지 않아... 전혀... 전혀 위로 되지 않아...... 아이큐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의 나는 내 머리가 되게 좋다고 생각했었다. 천재인줄 알았어. 집이 부유해서 영재 교육 시켰다면 나는 어마어마한 인재가 되어있을 거라고, 지금 여기에 없고 어디 연구소 이런 데서 천재적인 연구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자라면서 점점 그 생각이 바뀌어갔다. 음..어쩌면 나는 그냥 평범한 머리를 가진걸거야. 그러니까 공부도 못했겠지. 그냥.. 평범한 머리야... 그러다 몇년전부터 드디어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난... 머리가 좀 나쁜 편인 것 같아. 평균보다는 약간 밑일 거야. 머리 좋다고 생각했던 건, 어린 날의 착각이었어. 누구나 하는 착각. 부모들이 첫번째 애를 키울 때 가장 그 말을 많이 하잖아. 와우- 얘는 너무 똑똑해! 나는 그래서 내가 진짜 똑똑한 줄 알았지 뭐야. 아하하하하. 이제는 안다. 나는 평균을 약간 밑도는 아이큐를 가졌을 거란 사실을. 얼마나 밑도는지 아이큐 검사 해보고 싶다. 아니, 같은 책을 읽었는데 한 명은 그림 해설사가 되어 있고 한 명은 레고 매장에서 조카 선물 살 생각이나 하고 있고.....................................Orz



친구의 기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모마 미술관> 에 갔을 때도 역시나 아, 그 그림을 봐야 하는데, 하고 찾아다니더니 아 이 그림! 하고서는 또 샬라샬라 말을 한다. 멋져... @.@



나는.. 왜 때문에 책을 읽는가........................................


친구와 나는 십 년 후에 또 뉴욕에 오자고 약속했다. 그 전이 된다면 좋겠지만, 미국은 그렇게 쉽게 오고갈 만한 위치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때 와서 또 이 도시를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자고 했다. 그때는 이 뉴욕미술관 책을 한 번 더 읽는대신 그냥 친구에게 읽으라고 다시 주고, 나는 친구의 설명을 들어야겠다. 읽어봤자 나는 기억도 못하니까. -0-


뉴욕에 가서 미술관을 한 번 들러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내 친구의 경험을 팁으로 삼아, 가급적이면 비행기 안에서 읽기를. 그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보는 그림은 그렇지 않은 그림보다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모마 미술관 인증 짤을 투척한다. 친구와 나. 지나가던 한국인이 사진 찍어 달래서 찍어줬더니 우리도 찍어준다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원래 사진 안 찍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네 ㅋㅋㅋㅋㅋㅋ 이러고 찍음. 표정 열나 구리다 ㅋㅋㅋㅋㅋㅋㅋㅋ표정에서 어색해함이 다 드러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하나라도 더 즐길 게 있다면 더 즐겨보자 싶어서 이 책도 사서 읽었다. 와, 이 책의 저자 '최한샘'은 정말 서점을 좋아하는구나. 뉴욕의 서점을 잘도 돌아다녔다. 게다가 어느 곳에서는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어. 멋지다... 십일년전에 뉴욕에 갔을 때는 <리촐리 북스토어>를 갔더랬다. 아주 아름다운 서점이었는데, 그 서점은 영화 《폴링 인 러브》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영화 폴링 인 러브는 '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인데,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기 위해 이 둘 다 서점에 들렀다가 부딪치게 되고, 그래서 각자가 책을 산 봉투를 떨어뜨리고 다시 줍는 과정에서 내용물이 바뀌게 된다. 메릴 스트립이 남편을 위해 산 책을 로버트 드니로가 들고 가고, 로버트 드니로가 아내를 위해 산 책을 메릴 스트립이 들고 가게 된 것. 집에 가고나서야 그들은 책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뒤로도 이 둘의 우연은 몇 번 계속되어 사랑을 하게 되는데, 이 둘 모두 배우자가 있고 아이들이 있어서... 더 내지르고 싶지만 더 내지르지 못하는............ 뭐, 그런 영화의 배경이 된 서점이 리촐리 북스토어 였던 것이다. 



이번에는 <스트랜드 서점>과 <반즈 앤 노블>에 갔었다. 부러 찾지 않아도 가는 길에 있어서 들르기 좋았다. 외국에 가 서점을 들르는 일을 나는 무척 좋아하는데, 이걸 같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다. 우후훗. 책더미들 속에 파묻혀서 자연스레 책을 사고 싶었지만, 십일년전에 뉴욕에서 샀던 책을 아직도 다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게 떠올라 관뒀다. 기분 탄다고 책 샀다가 그냥 먼지만 쌓여.... 십일년전 뉴욕, 나는 그 때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안에 있는 서점에서 '산드라 브라운'의 책을 샀더랬다. 100쪽까지 넘기다 포기했었지..... 그렇게 십일년이 되었어.....

















마카오 에서도 서점에 들러 포르투갈어로 쓰여진 책을 샀었지... 포르투갈 어도 모르면서...... 당연히 펼쳐 보지도 않았어....... 싱가폴에서도 서점에 가서 줌파 라히리 책을 샀었지. 그저 샀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그냥 다 집에 있기만 하는.............조인성의 대사가 생각나네.



그냥 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 이만큼의 경험치가 쌓였으니, 앞으로는 외국에 나가 서점에 들러도 책은 사지 않는 걸로.... Orz


















친구는 뉴욕 여행을 준비하며 이 책을 샀다. 그리고 친구가 먼저 보고는 내게 빌려주었다. 나는 이 책을 넘겨가며 여기저기 체크해 두었는데, 그중에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MAST BROHERS>초콜렛 공장이었다. 직접 초콜렛을을 만들고 판매도 하는 곳이라는데, 거기 가서 초콜렛 잔뜩 사와야지 마음 먹었던 거다. 가기 전 나는 내 나름대로, 이 초콜렛 가게는 초콜렛을 이용한 기획상품이 많을 것이며 사람이 바글바글 거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착해보니 손님이 없었고, 가게는 전체적으로 비어 있는 느낌이었으며, 기획 상품 같은 건 아예 없었다. 그냥 자기네가 만든 초콜렛만 팔았다. 하하하하하. 들어서자마자 이 초콜렛을 맛보지 않겠냐며 초콜렛을 내밀고, 친구와 나는 사이좋게 하나씩 받아 먹었다. 여러 종류의 초콜렛이 있는데, '이 초콜렛 맛볼 수 있어?' 라고 물어보면 Sure! 이러면서 테스트 해보라고 초콜렛을 다 꺼내준다. 한쪽에서는 만드는 과정이 다 보이게 초콜렛을 만들고 있다. 나는 그걸 뚫어져라 보진 않았고, 초콜렛만 봤다. 으하하하하. 





그냥 저렇게 '나 초콜렛' 하는 애들만 있다. 타임스퀘어에 있는 m&m 매장과 허쉬 매장을 가면 캐릭터도 겁나 많고 기획 상품도 겁나 많고 무슨 파자마까지 파는데, 마스트 브라더스 초콜렛은 그냥 정말 순수하게 초콜렛만 있다. 들어서자마자 초콜렛 냄새가 확- 게다가 엠엔엠이나 허쉬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도 아니라서 참 좋다. 뉴욕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짬을 내어 브루클린으로 넘어가도 좋을 것 같다. 브루클린은 타임스퀘어 근처에 비하면 정말 사람이 없다니까. 한가하고 또 한가하다. 나는 브루클린에 가서 타이 음식점을 갔고, 예약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는 스테이크를 먹으러 스테이크 하우스에 갔고, 마스트 브라더스 초콜렛 가게엘 갔다. 


2016년 1월 기사를 보니 마스트 브라더스 초콜렛도 국내에 판매될 거라고 하던데, 이미 국내 어딘가에서는 판매중인걸까? 이거 미국에 가서 사기에도 비쌌는데 ㅠㅠ 국내에서는 대체 얼마에 판매 되려나.... 비싸서 두 개밖에 못사왔다. 하나는 친구 줬고 하나는 내가 와인 마시면서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역시 나를 너무나 사랑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최고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두가 나를 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뉴욕여행에서 친구와 나는, 뉴욕 여행안내 책자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뉴욕 지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호텔 프런트에서 '니네 뉴욕 지도 줄까?' 하길래 오 좋다고 받아들었다. 그걸 구멍 뚫리게 열심히 들여다봤고, 아이폰으로 구글 지도를 찾아가며 돌아다녔다. 지하철을 많이 탔다. 뉴욕 지하철은 아주 오래됐고 그래서 아주 낡았다. 지저분하고 냄새도 나는데, 지하철 역에 화장실도 없다. 지하철 역마다 화장실이 있는게 너무나 당연한 나로서는, 외국에 가서 지하철 역에 화장실 없는 거 볼 때마다 멘붕에 빠진다. 이 사람들은 지하철 타고 가다가 갑자기 급똥의 위기가 찾아 왔을 때..어떻게 대처하는 걸까? 나는 중간에 내려서 역 안 화장실로 뛰어가는데.... 이들은 그런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 걸까?????



뉴욕의 길을 걷다가 갑자기 급똥이나 급소변의 절망적인 순간이 찾아왔을 때 화장실에 들르기란 쉽지 않다. 뉴욕에 이민 가 살고 있는 사람들과 식사를 했는데, 그중에 한 명이 그러더라. 자기도 처음 이민 왔을 때 너무 당황한 게 화장실이었다고, 화장실을 외부에 개방을 안해서 너무 가기 힘들다고, 급해서 맥도날드에 들어가 물을 샀는데 그래도 화장실을 사용 못하게 하더라고. 친구와 난 약간 공포에 휩싸였고, 거하게 점심을 먹자며 좋은 스테이크와 양고기에 와인까지 한 병한 대낮, 걷다가 화장실이 급해졌다. 다음 일정이 모마미술관이어서 우리는 얼른 미술관으로 향했다. 입장권을 끊으려는 줄이 너무 길어서 우리는 일단 다른 안내데스크로 가서 화장실이 어디 있냐 물었다. 화장실은 2층에 있는데, 2층에 가려면 티켓을 먼저 끊어야 한다더라. 헐.... 우리는 바깥으로 나왔다. 저 줄을 기다리느니 다른 화장실을 찾자는 생각에서였다. 두리번 거리니 저 쪽에 스타벅스가 보였고, 그래서 우리는 부지런히 거기로 향했다. 스타벅스로 들어가 커피를 시키면 되니까. 커피를 시키기 전에 여기 화장실이 어디 있냐 물어보니, 직원은 문을 열고는 '저 앞에 호텔 보이지? 저기 호텔에 화장실 있어' 하는게 아닌가! 야, 나는 니게 가게 왔잖아!!!


어쨌든 친구와 나는 부지런히 호텔로 향했다. 좋은 호텔이었고 로비가 넓었으며 사람이 많았다. 아아, 여기는 자기네 화장실 사용하게 둘까...약간 걱정스런 마음에 그냥 우리 나름대로 화장실을 찾아보려 했지만 너무나 넓고 복잡해...어딨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호텔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 화장실 어디니? 그러자 직원은 너무나 친절하게 알려주었고, 우리는 아주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친구와 나는 요령이 생겨서, 뉴욕 거리를 쏘다니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호텔을 찾기 시작했다. 좋은 호텔은 많았다. 그래서 저기 저 호텔 가서 화장실가자, 하고는 그 호텔에 들어가면, 직원들이 아주 친절하게 화장실을 알려준다. 뉴욕 곳곳에 좋은 호텔은 많으니, 앞으로 뉴욕 여행을 계획중인 과민한 방광과 과민한 장을 가진 사람들은, 호텔을 이용하라는 어마어마한 팁을 주겠다. 나는 평소에 과민한 장과 방광이 걱정이야, 하는 분들은 거리에서 호텔이 보일때마다 화장실이 들어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호텔이 짱, 호텔이 답이다!!!




《언젠가 한 번은 뉴욕 미술관》 과 《뉴욕의 책방》두 권을 중고 등록하기 위해 가져왔다. 여행은 끝났으니까. 그런데 ISBN 코드를 입력하고 상품의 상태를 체크하려고 책을 펼치다가, 내가 볼펜으로 체크해둔 것들을 보게 됐다. 아.. 나는 어쩐지 이 책들을 팔 수 없을 것 같아... 십 년 뒤에 또 갈거니까, 남겨두자. 당분간만이라도 갖고 있어야겠다. 파는 게 뭐 그리 급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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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에 가보지 않았고 앞으로 계획도 없지만 언젠가 한 번은, 의 마음으로 뉴욕미술관과 뉴욕의 책방을 읽었었죠. 참 재밌게 읽었어요. 그 때 한 번, 지금 님의 글을 읽으며 저는 두 번의 뉴욕 여행을 한 느낌이네요.
잘 읽었어요~ 뉴욕 이야긴 더 써주시고요^^

다락방 2016-08-11 10:43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저는 뉴욕이 정말 너무 좋아요. 어느 거리로 가도 다 도시도시해서 걷는 맛이 있어요. 구경하는 맛도 있고요. 그래도 아직 못다녀본 데도 많고 또 더 여유롭게 즐기고 싶기도 해서 또 가고 싶어요. 으흐흐.
저 책들을 쑥님도 다 읽으셨군요!
뉴욕 이야기는 시간나는 대로 또 써볼게요. 쇼핑 얘기도 먹을 거리 얘기도 더 해야하니까요. 히힛

레와 2016-08-1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사진에 다락방 쇄골만 보여요!! 쇄골미녀!! ㅎㅎㅎ

다락방 2016-08-11 13:52   좋아요 0 | URL
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6-08-1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ㄷㅎ님은 넘나 멋진것이다!!

다락방 2016-08-11 15:03   좋아요 0 | URL
짱이죠! ㅎㅎㅎㅎㅎㅎ 깜놀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6-08-1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뉴욕 갈 계획이었는데, 락방님 글 읽으니 더욱 강렬히 꼭 반드시 가리라 마음 먹게 되네요~

다락방 2016-08-12 13:15   좋아요 0 | URL
제가 먹거리와 쇼핑에 관한 글은 아직 안쓰고 있는데요, 더욱 뽐뿌질 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

clavis 2016-08-1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카를 위한 첼시가 머리에 가득했다는 그 대목에서 울컥했는데요...그런 사랑 흔치 않은 거잖아요^^아이큐 문제가 아니라 스토너의 말처럼..사랑에 빠지신거라고요..ㅎㅎ

다락방 2016-08-12 13:15   좋아요 1 | URL
제가 너무 깊은 사랑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것에는 통 시선을 줄 수 없었던걸까요.....아하하하. 클래비스님의 해석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헤헷 :)

기억의집 2016-08-12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폴링 인 러브 저도 봤는데.. 왜 저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걸까요? 이 영화 본 지 진짜 오래되긴 했지만.... 그 둘이 서점에서 만났다는 것을 다락방님 페이퍼보고 알았어요. 전 뭘 본 걸까요?????

다락방 2016-08-12 13:1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다른 장면은 거의 기억이 안나고요, 제일 처음 영화 시작하면서 서점에서 만나 부딪친 거랑, 같은 기차를 우연히 계속 타게되는 장면이랑, 마지막에 여자가 남자의 연락을 받고 갈등하다가 올린 머리 풀어헤치고 남자 만라러 가는 장면 같은 것만 기억이 나요. 텔레비젼에서 주말의 명화로 해줬었는데, 제가 중학생이었나 그랬을 거에요. 크- 주말마도 주말의 명화 보는 게 제 커다란 기쁨이었거든요. 빠지지 않고 다 봤어요, 진짜. ㅎㅎㅎㅎㅎ

폴링 인 러브에서 기억의집님은 아마도 다른 장면을 기억하시지 않을까요? 그리고 본지 그렇게나 오래되었는데, 기억이 안나는 것도 당연하고요!!

기억의집 2016-08-12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근 기찬가 거기서 서로 웃었던 건 기억나요. 드니로 특유의 웃음이라..

다락방 2016-08-12 13: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통근 기차에서 자꾸 만나가지고, 나중엔 여자가 일부러 자기 옆자리 비워두고 그랬어요. 그 남자 옆에 앉으라고 ㅋㅋㅋㅋㅋ 그렇게 하면서 막 또 혼자 내적갈등하고 ㅋㅋㅋㅋㅋ

paviana 2016-08-1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봐야 할 책이군요.ㅎㅎ
화장실은 호텔로...궁서체로 기억하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6-08-12 17:46   좋아요 0 | URL
네, 뉴욕 길 구석구석 아니, 훤히 드러난 곳에서 좋은 호텔은 엄청 많으니까요, 호텔로만 찾아가시면 화장실은 어렵지 않게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호텔이 답입니다!!! ㅎ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16-08-1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가 빌려준 책에 다 써있던데!!
ㅋㅋㅋㅋ
역시 절대 심각하게 읽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의 락방님!!
근데 설명해주신 친구분은 또 좀 기분좋지 않았을까,싶군요!!
내말에 주의깊게 경청해 주면서 같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다른 곳도 아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의 시간이라니~~^^

아~~~안그래도 외국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어느 나라를 가도 먹거리로 인한 변비와 화장실이 가장 고민스런 부분이라던 말이 확~와닿던데 호텔이 있었군요!!!
꿀팁이에요 호텔 화장실!!
나두 나중에 뉴욕을 간다면 꼭 호텔로~~~^^
그리고 저책들도 미리 읽어보고 싶군요

이제 2편을 기대하겠슴돠^^

다락방 2016-08-12 17:49   좋아요 0 | URL
네, 확실히 그림을 감상하는데 사전지식이 있으면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그림을 전혀 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서요. 봐도 ................................. 이렇게 말줄임표 되기 때문에 누가 설명해주면 많이 좋아요. 근데 친구가 그걸 해주고 있더라고요!! 꺅 >.< 역시 친구란 좋은 거에요. 히히.

지하철 역에 화장실 있는 나라가 우리 나라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포르투갈에서는 기차역에서 화장실을 가려는데 유료이더라고요. 우리 돈으로 500원쯤 했는데, 유료라도 좋으니 눈에 잘 띄는 곳에 화장실이 잘 개방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가 화장실 가기는 진짜 편한 것 같아요. 낯선 곳이라도 지하철역만 찾거나 패스트푸드 매장, 커피숍, 백화점 들어가면 되니까요.


제가 계획대로 잘 실천만 한다면, 먹거리 편과 쇼핑 편이 이어질 겁니다.
하하하하하.

blanca 2016-08-1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사진 아쉽다. 그리고 호텔 화장실 팁은 정말 너무 너무 유용하네요. 저는 좀 민감해서 ㅋㅋㅋ 영화 <폴링인러브>도 너무 보고 싶은데 찾아봐도 없더라고요.

다락방 2016-08-17 10:28   좋아요 0 | URL
아쉬워하지 마세요. 이제, 곧 나갑니다! ㅎㅎㅎㅎㅎ

블랙겟타 2016-08-2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 갔다오셨군요. 다락방님. ㅎㅎ
와~ 메트로 폴리탄, 모마 미술관에도 갔다오시고 ㅎㅎㅎ 저는 시카고 미술관에 갔다왔어요 ㅎㅎ
저도 외국에 가면 서점부터 가보고 싶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갔었던 시카고에선 서점을 못갔다와서 아쉬워요,. ㅜㅜ

다락방 2016-08-22 13:24   좋아요 1 | URL
오오, 블랙겟타님 그동안 뜸하시더니 시카고 다녀오셨어요? 시카고는 어떤가요? 어떤지 들려주세요, 궁금해요! 저는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미국 곳곳에 다 가보고 싶어요. 마이애미도 가보고 싶고, 시애틀도 가보고 싶고요. 흣. 시카고 정말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