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호박전을 만들면서 와인을 마셨다. 다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그리고 참치전도 했다. 우하하하. 그렇게 와인 한 병을 다 비웠다. 만세!



그러니까 내가 와인을 마시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다 술을 마시게 될텐데 수요일까지 마시면 안되잖아, 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마트에 들러 와인 한 병을 사가면서(돈이 없어서 요즘엔 쟁여두질 못하고 있어 ㅠㅠ), 이건 지금 마시려고 사가는 게 아니고 언제 마시고 싶을지 모르니까 사두는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었다.


그렇지만...그렇지만......나는 노동자이므로 와인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는 와인을 마셔야한다고, 제르베즈가 말했기 때문이다. 쿠포가 말했기 때문이다. 



알코올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그녀를 엄습했다. 포도주는 용납할 수 있었다. 그건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는 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주는 해악일 뿐이었다. 노동자들에게서 일할 의욕을 앗아가는 독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 나라에서는 왜 저렇게 해로운 것들을 만들도록 내버려두는 것일까! (p.306-307)



오! 신이시여! 예수회교도들이 뭐라고 하건 아무 상관 없었다. 포도주는 진정 놀라운 발명품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초대객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노아는 분명 함석공과 재단사, 그리고 대장장이를 위해 포도나무를 심었을 것이다. 포도주는 몸을 깨끗이 정화해주고, 노동의 노고를 달래주며, 아무런 의욕이 없는 이들에게 자극제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런 다음 어릿광대가 당신에게 묘기를 부리기라도 하면, 당신은 우쭐해져서는 파리가 온통 자신의 것인 양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부자들에게 괄시받는 지치고 가난한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는 것도 모두가 포도주 덕분이다. 그런데 단지 인생을 좀 더 장밋빛으로 느끼고 싶어 가끔씩 술에 취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야박한 처사가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p.345-346)

















그러니까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고 있었고, 와인은 그냥 샀을 뿐이고, 나는 술을 안마시려고 했었고...그런데 자꾸만 포도주는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술이라는 제르베즈의 말이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에에에에에에에속 생각나는 거다. 내가 마시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잠들기 전까지 노동자는 포도주를 마셔야 해, 라는 생각만 할 것 같아서, 이럴 바에야 마셔버리자, 라고 결심하고 행동에 돌입했다. 진짜 이 책에서 포도주 예찬만 하지 않았어도 내가 어제는 술을 안마시려고 했는데, 책은 이렇게나 해롭다. 나도 오늘 오늘치의 노동을 충실히 했고, 그러므로 포도주를 마실 자격이 있잖아. 나의 노동에 대한 보답으로 나도 마셔야 하잖아. 아, 에밀 졸라 아저씨.... 왜 그러셨어요.... 오, 졸라, 졸라여!!



아니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제르베즈의 삶이 너무나 힘겹고 고달파서 내가 읽다가 자꾸 빡이 친다. 아이 둘을 낳고 함께 사는 남자는 돈 벌 생각 1도 없이 술 퍼마시고 바람을 피다가 어린 아이들 놔두고 아내가 빨래하는 사이에 짐싸서 도망쳐버리고, 그 다음에 끈질긴 구애로 결혼하게 된 남자는 몇 년 성실하고 착한 남편의 모습을 보이더니, 일하다 부상을 당해 일하지 않는 삶을 좀 살아보고는, 그 뒤로 쭉- 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다. 일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알아버린 몸.... 이 새끼야, 너가 먹고 마시는 돈을 그래서 니 아내가 다 벌고 있잖아...일 안하고 놀기만 하면 편하다는 거, 그거 누구나 다 알아........ 나도 선택가능하다면 그걸 선택하고 싶다고. 그렇지만 먹고 마시고 공부해야 하잖아. 니가 먹고 마시는 거는 니가 알아서 해결하란 말이야. 아아 너무나 빡이치는 것.... 게다가 미친듯이 열심히 살아 모아둔 돈은 남편 부상으로 인해 다 써버리고 이제는 빚도 못갚고, 나중엔 제르베즈의 생일파티를 한다고 전당포에 반지를 맡기는 상황까지 이르는데....이게 지금 내가 읽은 1권의 내용이다. 근데 1권 끝에 몇 년전 다른 여자랑 바람나서 도망쳤던 남자가 제르베즈를 찾아왔어...아 이 새끼들 진짜 가지가지하네 ㅠㅠ


이 책에서 에밀 졸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다 보여주는데, 아 진짜 내가 다 힘들어서 못읽겠다. 가난하기 때문인건지, 그러니까 여유없이 빡빡한 삶에 대한 고단함, 으로 인해서인지 사람들의 삶이 너무 힘겹다. 여자들을 때리는 남자들도 많고, 자기 아내 앞에서도 다른 여자들을 주물럭 거리는 남자들도 수두룩해. 오죽하면 제르베즈의 소망은 맞지 않고 사는것일까. 개놈들...



그녀는 일밖에 모르던 그녀의 어머니를 많이 닮아 있었다. 20여 년 동안 그녀의 아버지 마카르에게 가축처럼 부림을 당하다 고통스럽게 죽어간 어머니였다. 제르베즈는 아직 날씬한 편이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지나는 길에 어개로 문이라도 부술 수 있을 만큼 건장한 체격의 여성이었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몹시 좋아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어머니를 빼닮았다. 심지어 다리를 약간 저는 것조차 불쌍한 어머니한테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걸핏하면 어머니에게 폭행을 가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술이 억병으로 취해 돌아온 밤이면 팔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거친 애정 행각을 벌이곤 했다는 얘기를 제르베즈에게 수없이 들려주었다. 그녀 역시 그런 날 밤에 만들어진 게 분명했다. 다리 한 짝이 덜 발달된 채로. (p.68)



"난 말이죠, 욕심이 많은 여자가 아니랍니다. 별로 바라는 게 없어요……내 꿈은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갖는 게 전부랍니다. 침대, 식탁 그리고 의자 두 개, 그거면 충분해요……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좋은 시민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죠……또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맞지 않고 사는 거예요. 내가 만약 다시 결혼을 한다면 말이죠. 그래요, 다시는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그게 다예요, 정말 그게 다라고요……" (p.72-73) 



이들은 미친듯이 일하지만 가난하고 그들이 사는 동네 역시 허름하다.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엄마한테 '나가 죽어라'는 소리도 듣고, 아빠가 엄마를 죽일듯이 패는 걸 아주아주 어릴 때부터, 갓난 아이일 때부터 본다. 이런 환경에서 쭉 살면서, 그곳을 벗어나는 삶을 사는 게 가능할까. 이래서 버트런트 러셀 아저씨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모두가 네 시간 노동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거다. 모두가 다 함께 네 시간 노동을 한다면, 실직자도 없을 것이며 모두에게 비슷한 경제적 상황이 생길 것이고, 모두가 여유롭게 살 수 있어서 폭력과 기아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아니면 얼마전 강연에서 정희진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틀 일하고 이틀 놀고 이틀 공부하는 거다. 정희진 쌤은 공부를 멈추지 말라고 하셨다. 공부하지 않으면 사람은 보수적이 돼요, 라고 하시면서. 나는 그 말에 적극 동의하는 바, 이 가난한 사람들이 이틀 일하고 이틀 놀면서 이틀 공부한다면, 그렇다면 폭력과 기아, 끔찍한 환경으로부터도 멀어지지 않을까... 



제르베즈가 결국은 마음 편하게 해주는 남자를 만나 좀 덜 일하고 좀 덜 고생하고 그리고 사랑 받고 웃으면서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죄다 걸리는 게 이런 개놈들일까, 라고 생각하다가, 그건 그냥 개놈이 좀 많기 때문이며 괜찮은 남자를 찾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나는 내렸다. 이건 진짜 사실이다. 특히, 제르베즈가 살던 그때, 그곳에는.





아...또 광분해서 썼네..... 쩝......그냥 포도주 얘기 할라 그랬는데.......(  ")










어제 친구와 포옹에 대해 얘기했다. 친구는 몸이 착 들어맞는 느낌을 주는 근사한 포옹이란 것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내가 몹시 작게 느껴지는, 품 안에 쏙 들어가는 포옹에 대해 말했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내가 작게 느껴지는 포옹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내가 실제로 작아지고 싶은 게 아닌, 작게 느껴지는 포옹. 나는 이걸 예전에도 한 번 페이퍼에 언급했었는데 (난 참 사람이 한결같다니까.. http://blog.aladin.co.kr/fallen77/3508120), 내가 키가 큰 건 아니지만 덩치가 아주 커서, 웬만해서는 남자들 품에 쏘옥- 하고 들어가는 여자사람이 아닌 것이다. 나는 연애할 때 상대의 직업이라든가 외모라든가 덩치라든가 하는 걸 전혀 따지지 않는데, (그럼 뭘 따지냐!), 그래서 키가 작고 덩치도 작고 마르고 힘 없는 남자들.. 도 만났었다. 아니 대체적으로 대부분 나보다 다 약했다. 다른 건 상관없는데 체력이 나보다 약한 건 좀 싫더라. 나보다 술을 못마시거나 체력이 약하거나 하는 식이었는데, 내가 언제나 강한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던 걸로 봤을 때, 그건 그냥 로망일 뿐, 현실이 될 순 없다고 나는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연애를 하면서도 계속 재이슨 스타뎀을 사랑했던 것 같아....... 링크한 페이퍼에서 언급한 것처럼, 채닝 테이텀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안는 그런 모습을 나는 살면서 연출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영화에서나 가능하지...


나는 약한 여자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나는 강한 이미지가 좋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했다. 서재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왜 안젤리나 졸리냐, 라는 질문을 되게 많이 했는데, 나는 그때마다 강한 이미지가 좋아서라고 답했었다. 졸리는, 남자와는 아무 상관없이, 남자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이미지라서 너무 좋은 거다. 남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의 이미지를 준달까. 혼자 너무 강해서. 브래드 피트랑 결혼해 함께 살았지만, 그렇다고 졸리가 '브래드 피트의 아내' 라고 생각되어지는 건 아니었다. 졸리는, 졸리였다. 나는 그런 이미지가 좋았다. 누구누구의 아내, 여자친구, 애인, 이런 이미지 말고 그냥 나라는 강한 사람. 나 혼자서도 충분히 완벽한 사람. 그러니까 나는 지금 덩치가 작아지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닌데, 그래도 저거는 너무 궁금했다. 품에 쏙- 들어가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덩치만 커다란 남자에게 쏙 안기는 거 말고, 근육이 있어서 딱딱한 남자... 한테 쏙 안기는 거. 평생 안되겠지, 안될거야 아마, 라고 생각하며 로망으로 간직하고 살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쩐지 눈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평범한 남자들한테 쏙 들어가보기 위해 내가 마른 여자가 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쨌든. 사람이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내 노력과 바람으로, 나보다 키도 훨씬 크고 운동을 즐겨해서 근육질이며, 등판도 아주 넓은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됐었다. 그는 나를 안기 위해서 약간 허리를 숙여야 했고, 나는 그의 품에 안기면 내가 작다는 착각을 하게 됐다. 아, 그렇다고 내가 가볍게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그저 작다...는 느낌뿐. 사람이, 간절히 원하면 된다니까? 그런 남자를 몇 년간 따라다녔더니 가능해지더라.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실 내가 따라다닐 때는 그 남자가 그런 남자가 되어있을 줄 몰랐지만........나는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되고 당신은 채닝 테이텀이 되고......(응?)




음.....아만다는...너무했나.......

패쓰.


음..그나저나 요즘 너무 추억팔이 글을 쓰는군. 뭔가 진상 느낌이다. 그만해야지... 진상되는 건 시간문제야.....





지난 토요일에 일자산에 혼자 갔는데, 내가 항상 가는 입구의 숲에서 한 아저씨가 소변을 보고 바지를 추리고 있었다. 음.. 못본 척 하고 지나가려는데 바지를 추리면서 나를 보더라. 그래서 그 옆을 지나가려고 하는데, 내 앞에 한 3미터쯤 떨어져서는, 천천히 걷는 게 아닌가. 그런데 신발을 보니 슬리퍼를 신었더라. 저 사람은 슬리퍼를 신고 산에 가려는걸까. 어쩐지 찜찜해서, 나는 그 아저씨가 좀 더 오른 다음에 큰 차이를 두고 가려고 멈춰섰다. 거리를 많이 두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멈춰서자 아저씨도 멈춰서는 게 아닌가. 


뭐지?


이건... 뭐지?



저 아저씨는 저기 그냥 멈춘걸까? 내가 멈춰서 멈춘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그냥 빨리 걸어서 저 아저씨를 지나칠까? 생각했는데, 둘러보니 그 숲에는 그 아저씨와 나 둘뿐이었다. 그냥 지나칠까, 아니면 돌아서서 다른 길로 갈까.. 그냥 지나치려다가 저 아저씨가 나를 붙잡고 나쁜 짓을 하려고 하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 생기자, 나는 '그러면 졸라 패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살면서 한 번도 다른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는데, 어쩐지 졸라 팰 수 있을 것 같은 거다. 나를 건드리기만 해봐, 주먹과 발길질을 다 동원해서 졸라 패버리겠다!! 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려는데, 그런데 한 번도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는데 그게 될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거다. 그리고 저 아저씨가 내 생각보다 힘이 세면? 아아..골치아프다. 나는 그냥 돌아섰다. 돌아서서 왔던 길을 내려가 다른 길로 갔다. 다른 길로 오르면서 계속 생각했다. 내가 그 아저씨를 때릴 수 있었을까? 나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의 마음이 있다고해서, 그게 됐을까? 그게 만약 됐다면, 경찰서에가고 가해자가 되는 건... 나겠지?




우엇.

시간이 이렇게 되었는지 몰랐는데 점심시간이네.

그만 써야겠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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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3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에 포도주 한병 사가지고 들어가야 겠습니다!!

다락방 2016-10-13 15:39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은 레스토랑으로 갑니다. 와인 마시러 ㅎㅎ
맛있게 드세요!!

에이바 2016-10-1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졸라 패면 되지 않을까?

맞아요. 그래서 저는 마동석의 피지컬이 너무 부러워요. 갖고 싶다, 이 남자의 피지컬....

헤헤헤 제가 좋아하는 번역가님의 목로주점을 읽으셨군요. 그렇잖아도 제가 썼던 목로주점 리뷰를 최근 다시 읽었거든요. 왠지 다락방님이랑 통한 것 같아요. 저는 열린책들 걸로 읽었는데 문동 버전으로도 봐야겠어요. 1권에 그 장면 나오던가요? 랑티에가 제르베즈네 밀고 들어오면서 그 유명한 대사 ˝셋이 살아요˝를 완성하는 장면이요. 거기서 더러운 세탁물이 집 여기저기 쌓이고 일터와 집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 제르베즈의 몰락을 상징한답니다..... 진짜 제르베즈 넘 불쌍하죠. 딸 나나는 더 해요. 에밀 졸라, 졸라 잔인한 사람.....

다락방 2016-10-13 15:41   좋아요 0 | URL
제 머릿속에서는 지금의 피지컬로 충분히 남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싸움의 기술도 모르고 경험도 전무하므로 단지 머릿속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일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아 에이바님 ㅠㅠ 스포일러 ㅠㅠㅠㅠㅠ 랑티에가 제르베즈에게 들어옵니까. 아 개같은 랑티에 ㅠㅠㅠ 넘나 싫으네요 ㅠㅠㅠㅠㅠ 이거 다 읽으면 나나도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렇지만 나나는 새로 사야한다는 게 함정..목로주점은 준비해둔지 한참 됐었거든요...

에밀 졸라, 졸라 잔인한 양반이군요. 졸라 졸라 너무하네요 ㅠㅠ

에이바 2016-10-13 15:56   좋아요 0 | URL
으악!!!!!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정말 저는 아무 생각없이 다락방님이 목로주점을 저처럼 다시 읽으신다고 생각했나봐요. 완전 바보야, 정말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 아 그거 정말 가슴 쥐어 뜯으면서 봐야하는데 아 송구합니다.... ㅠㅠㅠㅠㅠ 인간 짐승도 있어요. 목로주점에는 안 나오는 캐릭터인데 제르베즈 아들로요. 에밀 졸라도 봐야하는, 아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 많아 슬프고 행복해요.

다락방 2016-10-13 17:11   좋아요 0 | URL
[인간 짐승] 이 검색해보니 문학동네 115 번 도서네요. 이게 100번 안쪽이면 제가 가지고 있었을텐데...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엣헴, 제가 무슨 이벤트에 응모해서 1등해가지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0권을 받았지 않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랑자랑) 검색해보니 2014년의 일이네요. 히히히히히. 어쨌든 그래서 115번 인간 짐승은 안갖고 있다는 거... 흐음.

빨리 퇴근해서 목로주점 2권 읽고 싶은데 오늘은 술약속이 있어요. 그러면 못읽겠지... 내일이나 되어야 2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훌쩍. ㅠㅠ
에이바님의 댓글을 이미 읽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제르베즈가 이 남자들로부터 도망쳤으면 좋겠어요. ㅠㅠ

스윗듀 2016-10-1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잇ㅋㅋㅋㅋㅋ 졸라 패면 되지 않을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도 다락방님 페이퍼 너무 재밌어서 꼼꼼히 읽고 갑니다. 와인색 구두에 마음을 뺏겼쟎아여......뾰롱

다락방 2016-10-13 15:42   좋아요 0 | URL
하여간 저를 성적으로 건드리기만 하면 저는 졸라 팰 마음가짐이 되어있는 것입니다. 기술은 전무하지만 ㅠㅠ

빨간색 주문했는데 막상 온 거 보니 와인색이고... 쩝.
그렇지만 제가 누굽니까. 빨간색 새로 하나 또 샀죠!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노동자여, 마셔라!!

기억의집 2016-10-1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갑자기 저도 술이 댕기네요~ 배가 너무 나와 술 끊었는데...

정희진씨의 말에 공감해요. 전 정치이야기하다가 뭔 말이 막히면 난 보수야, 라고 뭉텅거려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들 보면 실망을 금할 길 없어요. 닭이 부정부패를 일삼아도 아, 난 보수라.... 젠장 여러 글 좀 읽고 살아라, 맨날 껄렁한 글만 읽지말고하는 말이 목구멍에서 차 올라요. 자신의 삶이 보수프레임 하나 걸리면 그게 인생 전부인지 알아요. 짜증납니다. 그래서 전 아주 요즘은 대놓고 난 진보야라고 말해버려요.

다락방 2016-10-13 15:44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저도 배도 나오고 턱도 두 개고 엄청 뚱뚱해져서 술을 좀 줄이자...고 생각은 하는데, 그 생각을 매일 생각만으로 그친다는 게 ㅠㅠ 하아 오늘도 술 내일도 술 모레도 술 글피도 술....

저도 정희진쌤 말에 엄청 공감하며 고개 끄덕였어요. 그리고 보수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여기에 주저앉지 않기 위해서 계속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책을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듣고 글을 쓸거에요. 우리 멈추지 말아요, 기억의집님. 우린 보수적이 되지 말자고요!!

Conan 2016-10-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아내와 사발면에 와인을 마셨습니다. 꿀이더군요^^ 와인에 사발면이 이렇게 맛있다니~
그리고 산에서 만나신 아저씨 그분도 무서우셨을수도 있습니다. 저도 가끔 외진길에 모르는 여자분이랑 앞뒤로 걷게되면 괜히 불안하고 무섭더라구요... 극소심 캐릭이라 그렇겠지만요 ㅠㅠ

다락방 2016-10-13 15:45   좋아요 0 | URL
저는 사발면과 술의 조합을 진작부터 즐기던 사람입니다. 으하하하하. 사발면과 맥주 조합을 가장 사랑하긴 해요. 그렇지만 와인이라고 왜 나쁘겠습니까. 사실 세상 모든 음식이 술안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여자분을 무서워하기도 하시는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소심해서든 아니든 간에요. 트라우마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고요.
저는 그 남자분이 거기서 다 드러나게 소변을 보고 바지를 추리는 걸 보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겁나진 않았을 것 같아요.

비연 2016-10-1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목로주점> 읽으려고 사둔 책인데.. 이런 대목들이 있군요. 언넝 읽어야겠다. 호기심 발동.
그나저나 오늘 와인 한잔 해야 하는 건가요? 으앙... 락방님이랑 와인 한잔 하고 싶어지네요, 문득.

다락방 2016-10-13 15:46   좋아요 0 | URL
비연님, 목로주점 너무 재미있어요. 비연님이 읽으신다면 읽다말고 페이퍼 작성하시게 될거에요. 아니, 똑같이 가난한 환경에 살고 있는데, 왜 남자들은 이토록 더 게으르고 더 찌질하고 더 폭력적인지... 한숨만 나와요. 여자들은 돈도 벌고 애도 키우고 그러다 얻어 맞고 남편 술값 대주고... ㅠㅠ

비연님, 우리도 언젠가 만나서 와인 한잔 하십시다!!

자몽 2016-10-1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 읽으셨군요~제르베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가 나오긴 하죠.그의 제안을 거절하는 제르베즈를 보면서 맘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고..

대학 동기 중에 키도크고 몸집도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자기는 아무래도 외국에서 통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고 한국 남자들 쳐다도 안보더니 결국 영국 남자랑 결혼했어요~
그것도 영국 남자가 한국까지 쫓아들어와서요~
다락방님을 채닝 테이텀이 사랑하게 될 수도 있어요. 백인들에게 동양 여자들 인기가 아주 좋은거 아시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다락방님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저도 오늘 저녁에 와인 한잔 해야겠습니다.


다락방 2016-10-13 16:21   좋아요 0 | URL
저 아직 목로주점 2권을 안읽었어요. 구제를 말씀하시는거죠? 1권만 읽어도 구제가 얼마나 괜찮은 남자인지 알겠더라고요. 제르베즈를 사랑하는 것도요. 뭐랄까, 영혼으로도 사랑하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저는 중학교때부터 결혼을 한다면 국제결혼할 거라고 늘 생각해와서 엄마한테, 나 외국인하고 결혼하면 어때, 라고 물었었어요. 수시로 물었네요. 어릴 때부터. 예전엔 안된다고 하던 엄마였지만, 요즘엔 외국인도 괜찮으니 좀 하라고...동거라도 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나이들고 계속 외국으로 여행다니는 건 무의식적으로 외국남자와 사랑하기 위해서일까요? 제 유머감각은 한국어로 통하는데... 제 매력의 진가를 발휘하려면 한국남자가 낫긴한데....

어쨌든 제가 결혼한다면 가급적 국제결혼 하도록 해볼게요, 자몽님. 진짜로요. 국제결혼 화이팅!!

Forgettable. 2016-10-1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졸라의 `나나`가 아마 이 제르베르의 딸인가 그럴겁니다. 졸라 책을 많이 써냈음 ㅋㅋㅋ

다락방 2016-10-13 17: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나나가 제르베즈 딸이에요. 제르베즈와 쿠포 사이의 딸. 목로주점 읽다 보면 딸을 낳고 이름을 나나로 짓는 게 나오는데, 거기에 각주로 나나의 주인공이 이 아이라고 되어 있음. 진짜 졸라 책 많이 썼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6-10-1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목로주점은 안 읽었고 나나는 읽었는데, 졸라의 소설은 다 연결되는군요...!
`작품`을 읽을 때 루공 마카르 총서를 몇십 년 동안 썼고, 그러기 위해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글을 썼다는 걸 보고 아아 독한놈... 이라 생각했었는데. 어릴(?) 때 읽었던 `나나`가 루공 마카르 총서의 일부였군요.(좀전에 검색해봤어요 ㅎㅎ)
근데 졸라 책은 진짜 너무 처절해서 뭔가 읽기가 겁납니다... 그래도 뭔가 묵직한 고전이 읽고 싶을 때 읽으면 좋더라구요~~
고구마 한 관 먹는 기분 각오하고 목로주점도 시도해 봐야겠어요...!

다락방 2016-10-14 08:1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목로주점 읽기 전까지는 졸라의 소설이 다 연결되는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었어요. 그런데 연결된다고 하니 너무 궁금해지더라고요. 나나도 읽어봐야겠다, 생각은 하는데, 제르베즈의 삶이 너무나 힘겹고 나나의 삶도 딱히 더 나을것은 없을 것 같아서 연달아 읽으면 지칠 것도 같아요. 저는 일단 목로주점 다 읽고나면 좀 쉬면서 다른 책을 읽고, 나중에 나나를 읽어야겠어요. 안그러면 진짜 뻗어버릴 것 같아요. ㅠㅠ 너무 힘겨워요, 이 사람들의 삶이 ㅠㅠ

transient-guest 2016-10-14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읽고서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의 삶이란 어찌도 이렇게 팍팍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좋은 일이 생겨도 결코 지켜낼 수 있는 힘이나 개념도 없는, 그야말로 밑바닥의 삶이 깊이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돈이 생기면 그냥 다 먹는데 써버리고, 엉망진창으로 악연에서 헤어나지도 못하고...-_-: 제르베즈의 삶엔 연민 이상의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는 그런게 있습니다.

다락방 2016-10-14 16:56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2권 시작하지 않았는데, 1권에서도 충분히 가난한 자들의 팍팍한 삶이 드러나요. 이걸 어째야 하나 싶더라고요.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이를 악물고 일해도, 쿠포처럼 일하다 부상을 입고나면 모아둔 돈 다 써버리는 거죠.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고...없는 사람들끼리 돈 빌리다가 안되니까 전당포에 맡기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멘탈을 지켜내며 살까요. 그러니 이들이 순간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뻗어버리고 싶은 게, 이해가 돼요. 구조적인 걸 바꾸지 않는다면 이 가난한 자들의 삶은 계속 대물림 되겠죠...

북프리쿠키 2016-10-1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또 읽어야되나.ㅋㅋㅋㅋㅋ

락방님의 페이퍼를 읽다보면

당대 석학들의 추천사보다 더 끌리니....

난감합니다 ㅎㅎ

또 질러야 됩니까~!!

다락방 2016-10-14 16:5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재미있습니다, 북프리쿠키님. 지르세요! 저는 다른 이의 지름을 말리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로자 2016-10-1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책 잘 받았어요. 책은 그제 경비실에 도착했는데 어제 늦게 찾아왔어요.
재미있게 잘 읽을게요. 고맙습니다~

방명록에 글이 잘 입력되지 않아서 여기에 글 남겨요^^

다락방 2016-10-14 16:5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받으셨을텐데..싶던 참이었어요.
잘 받으셔서 다행입니다. 즐겁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
 

가끔 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서점을 찾아가서는 아무 시집이나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계산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읽곤 했다. 그러나 시를 잘 읽을줄 모르는 나는, 그렇게 산 시집들이 마음에 들었던 적이 별로 없다. 시집보다는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걸 보면, 나는 직접적으로 말해줘야 알아채는 사람인가...싶다. 시를 못 읽는다고 알라딘에서 한 이천번쯤 얘기한 것 같은데, 어쨌든 마음에 드는 시집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내 방 책장에서 시집에 꽂힌 칸은 딱 한 칸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가장 작은 칸이다. 올해 봄이었나, 친구들을 만나기로 하고 서점에 가서 시집 세 권을 샀었다. 친구들에게 주기 위해 내가 좋았던 시집 두 권과 내가 읽을 시집 한 권. 순전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라들었고, 또 이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팔지도 않고 내 방 책장에 꽂아둔 시집.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아.. 제목이 너무 좋지 않은가! 이 시집은 진짜 제목만으로 책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시집들에 비하면 너무나 후한 대우다. 요즘 가을이라 그런지 너무 시가 읽고 싶었고, 그래서 어떤 시집을 사야하나, 서점에 가야겠구나, 생각하다가, 이 좋은 제목을 갖고 있는 시집을 다시 펼쳐보자, 하는데 생각이 미쳐서 오늘 출근길에 꺼내왔다. 기존에 한 번 훑어봤던 시집이라 몇 군데가 접혀 있었다. 




검은 구름은 모두가 검은 구름이다



일월에, 한 번도 마음먹지 않았던 어떤 대륙으로 떠날 것 이라고

당신은 말한다 그곳에서 당신 머리 위로 한 뼘씩은 떨어진 키를 가진 사람들이 아무런 무기라도 허리춤에 차고 다닐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극지방으로부터

사십 도만큼 추워져서 나타났던 것처럼

당신은 다시 어떤 간극을 짊어지고 떠나는 거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우리의 온도와 시간은 그런 것이라고



나무 무늬를 가진 시멘트 벤치에

당신은 조용히 앉아본다

당신은 언제나 그런 틈에서 말하고 있다

그렇듯이

당신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시간들을 이리저리 공글려본다

그건 침묵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저물녘 사람들의 발검음 속도를 찬찬히 바라보며

엊저녁 잃어버린 시집을 되읊으며

도무지 안 되겠다는 듯이 커피를 마시는 것

이외의 아무것도



그렇듯이

당신은 떠난다고 말한다

연무로 뒤덮인 당신의 시야에도 이젠 무거워진 물방울들이

하나씩 지상으로 와 닿는지

오토바이를 타고 커다란 대륙을 떠돌거나

아르헨티나로 가서 춤추는 택시 기사가 되기를 원한다

아주 느리고 풍족할 것이라고 당신은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



이윽고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파도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고

아마도 그렇다고




.........일월에, 한 번도 마음먹지 않았던 어떤 대륙으로 떠날 것 이라고, 만 읽고 왜 이 부분을 접어뒀는지는 알겠는데, 다 읽고나니, 1행 말고는 이 부분을 접을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드네..... 과연, 제목만으로 이 시집을 책장에 두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일까?


저 근사한 제목을 갖고 있는 시를 찾아 읽어보았다.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1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당신은 말한다 조용한 눈을 늘어뜨리며


당신은 가느다랗고 당신은 비틀려 있다


그럴 수 없다고, 나는 말한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가만히, 당신은 서 있다 딱딱한 주머니 속으로

찬 손을 깊숙이 묻어둔 채 한동안 오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것이다

행인들에게 자꾸만 치일 것이고

아마도 누구일지 모르는 한 사람이 되돌아오고

따뜻한 커피를 건넸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겨울이 갔던가



2

오늘은 고통과 죽음에 대한 장을 읽고 있다

이 책을 기억하는지

연필로 한 낙서를 지우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한 내게

겨울에, 당신은 묻는다 아무래도

이 책의 삼십칠 페이지에 있는 글씨가 내 글씨 같다고

안녕? 페이지 숫자가 마음에 든다



3

편도를 타고 가서 돌아오지 말자.

옆 에티블에서 젊은이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말들 끝에 찻잔을 비우고 헤어진다

희미한 그림자들로 어떻게 

대낮의 거리 한복판을 버티어낼까 망설이며

길 끝으로 사라져가고 있을 것이다



4

어느 거리에선가,

당신은 누구일지 모를 한 사람을 만날 것이다

가느다랗고, 비틀리는 누군가를

그리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나는 언제고, 우리 집에 와서 잘래요?, 를 말해보고 싶은데, 시에서 말하는 뉘앙스와 내가 생각하는 뉘앙스는 다른 것 같다. 시집의 제목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것도, 은밀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최근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라고 생각했다가, 바로 다음 날,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일까? 하고 의심하게 됐던 일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러니까, 이 시집을 제목만으로 책장에 두어야 할까. 

그렇지만, 이 시에서 가장 좋았던, 이런 부분들이 있어서..




마르고 파란



아무튼 간에 너의 목소리가 나직나직하게 귀에 걸려 있다

우동 먹다 말았어


자동차도 고치고 담배도 피우고 그러던

마르고 파란 셔츠를 입은 사람이라니,

이런 묘사는 너무 외로워


*


처음엔 모든 게 크고 멋진 일이지만

나중엔 그런 것들도 그저 무심하게 흘러가는 거라고

쓸쓸히 말하던 사람도 있었지

그러니, 부디 잘 살아달라고 당부하던

마르고 파란 셔츠 입은 사람을 묘사하는 너에게

그 말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

헤어진 애인처럼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


*


우리 사이에 남겨진 말들이 지나치게 문학적이라고 생각해

쓰지 않는 그것들을 살아가는 것으로 대신할 줄 아는 너를,


*


너를 

당장에 찾아가려 했어

그렇지만 잠깐 멈춰서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달려가고 있다, 너에게


자동차도 고치고

담배도 피우고 그러던

마르고 파란 셔츠를 입은 사람을 알고 있는

어떤 당신들에게





그러니까 저기, 너를/당장에 찾아가려 했어/그렇지만 잠깐 멈춰서/조금 마음을 가다듬고/달려가고 있다, 너에게, 라는 부분이 참 좋지 않나. 누군가를 향해 간다는 것, 너무 근사하잖아. 나는 나에게로 뛰어오는 모든 남자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졌었지만, 뛴다는 건, 늦었다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갑자기, 지금 이 순간, 들었다. 아주 오래전에, 나에게 줄 책을 서점에서 고르다가 늦어져버린 남자, 그 남자가 내게 뛰어오던 생각이 나서, 잠깐, 가슴이 따끔, 하고 찔리는 것 같았지만, 자, 다시 툴툴 털고 이 아침을 맞이하자. 나는 기억력이 나쁘고 머리도 나쁜데, 왜 어떤 기억들은 이다지도 선명할까. 이렇게 다시 그 때가 된듯이 눈앞에 또렷하게 보여질까. 그리고 그게 보여지면, 왜 나는 어김없이 그때의 내가 될까.



아니야,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오늘 아침 출근길. 집 앞에서 무단횡단을 했다. 건너편의 버스를 타야 했는데, 횡단보도까진 너무 멀어서... 나는 곧잘 여기서 무단횡단을 하곤 했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남자경찰이 내게로 다가와서는, 선생님 무단횡단한거 본인이 인정하시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라고 했다. 지금 집중단속 기간이라며, 경찰이 앞에 있는데 그렇게 무단횡단 하시면 어떡해요, 한다. 아니, 경찰 못봤는데? 당신 숨어 있다가 툭 튀어 나온거 아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로 그가 요구하는대로 그 앞에 서서 묻는 말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딱지를 끊게 되다니, 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긴데, 결국 내가 타고자 했던 버스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나는 조그맣게, '저 버스 타려던건데...'라고 나를 내버려두고 출발하는 버스를 안타깝게 바라보았지만, 남자 경찰은 얄짤없이, 아무리 급해도 무단횡단 하시면 안되죠, 하는거다.


남자 경찰은 나보다 한 십년은 젊어보였고 아주 키가 컸고 잘생겼다. 나는 그 짧은 순간에, 아주 오래전에 본 프로그램 <사랑학개론>을 떠올렸다. 시청자들의 사연으로 재구성해 콩트를 만든 프로그램이었는데, 신동엽과 이영자가 남녀주인공으로 나왔었을 거다. 그 프로그램이었는지는 정확하진 않지만, 어쨌든 극속에서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연락처를 주는 상황. 그 후에 경찰은 그 연락처로 여자에게 연락을 해서는, 그 때 딱지뗐던 경찰인데 혹시 괜찮으시면 한 번 만나지 않겠냐.....뭐 이렇게 돼가지고 그 경찰과 연애하고 결혼했다.......는 사연이었다. 갑자기 이게 똭- 생각나면서, 아아, 이 경찰이 결국 내게 연락하고 접근하는 건 아닌가................하는 미친 생각이 떠오른거다. 아아, 나는 이렇게 경찰과의 연애를 시작하는걸까........ 경찰은...... 내가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지만.....나는 연애상대의 직업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으니까, 자기 밥벌이만 하면되지......같은 생각을 그 짧은 순간에 다 하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남자 경찰은 신분증을 달라고 요구했고, 나는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주면서, 아아, 미친 생각이었다, 라고 생각했다. 신분증을 보는 순간 내 나이를 알테고, 아아, 자기가 접근할 수 없는 나이차라고 생각했을 거야...........내가...........나이가 너무 많지? 당연히 결혼했다고 생각하겠지? 아무리 예뻐도 안된다고 자기 허벅지를 찌르겠지? 입에다 주먹을 넣고 꺼이꺼이 울겠지? 미안............조금 더 일찍 태어나지 그랬니.................... 


전화번호까지 물어봐서 아름답게 알려줬다. 외우지마..................당신은 너무 어려요................................lol






4-5만원정도 하지 않을까, 하고 떨고 있었는데 2만원이다. 휴..그나마 다행이다. 남자 경찰은 내게 '앞으로 무단횡단 하지 마세요' 라고 말했고,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버스정류장에 갔다. 내가 무단횡단 한 곳은 사실 사람들이 주로 무단횡단 하는 곳인데(유혹이 엄청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내 뒤로 다른 남자가 또 걸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경찰은 그쪽으로 가서 '선생님 무단횡단 하셨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아저씨는 봐달라고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난......봐달라고 안했어. 쿨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그래서 돈이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내게 일어난 일이 너무 웃겨서 자꾸 웃음이 났다. 아빠한테도, 친구들한테도, 동생들한테도 이 사실을 다 말했는데, 아빠는 쪼르르 엄마에게 이르셨고.... 그 이른 아침에 엄마로부터 톡이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도 별 수 없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나저나 울엄마는 나를 이렇게 알고 있구나. 불의를 못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웬걸, 친구로부터도 톡이 왔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 이런 이미지였나..바른생활 이미지...................음...나는 드세고 강하고 지랄맞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은데.................바른생활 이미지인가........................이미지란 무엇인가...이매지의 친구인가..............



당분간 무단횡단은 하지 말아야겠다...



그나저나 내가 술약속도 안잡을 정도로 이번달에 경제상황이 안좋은데, 이런 딱지라니........ 하아- 오늘 아침 커피 사마시고 싶었는데, 그래서 텀블러도 가져왔는데, 하아- 앞으로 일주일간 커피를 사마시지 말아야 똔똔 되겠구나, 생각하다가, 아 몰라, 그냥 마셔마셔, 하고는 까페에 들어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샀다. 마셔, 마시자!



좀전에는 친구로부터 기프티콘이 왔다. 메세지를 열어보니 돈 없으면 집에 가서 치킨이나 먹으라며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친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범칙금 으로 먹는다고 생각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센스쟁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2만원 송금해야지.......안녕, 2만원. 안녕, 젊은 남자 경찰.....우린 다음 생에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때 내가 당신에게 말할지도 모르죠.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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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6-10-1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집에서 좀 자게 둘 수 없나요? 자려고 했는데 이건 너무 재밌잖아욧.ㅜ ㅜ

다락방 2016-10-12 13:53   좋아요 0 | URL
지금쯤 한창 주무시고 계시려나요. 제가 거의 아침에 페이퍼를 쓰니까 언제나 달걀부인님께 굿나잇 인사만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스윗 드림~ ㅎㅎ

yureka01 2016-10-1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커 장사 길목이었군요..ㄷㄷㄷㄷ

다락방 2016-10-12 13:53   좋아요 1 | URL
집중단속기간이라는데 숨어있었던 것 같아요 ㅠㅠ

감은빛 2016-10-1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금액이 적어 다행이지만, 그래도 많이 기분 나쁘셨겠어요.
요즘이 집중단속 기간이군요.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무단횡단을 하는 곳이라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나요?
저는 일정 구간을 시범적으로 횡단보도를 아주 길게 만들어서
보행자 신호를 아주 길게 줘서 차량 사이로 사람들이 길을 건너는 상상을 가끔 합니다.
물론 현실화하기 어려운 면이 반드시 있겠지만요.

저도 오늘 아침 작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 무단횡단 했어요.
거기도 진짜 많은 사람들이 무단횡단 하는 곳이예요.
우유 판매하는 아줌마도 카트를 밀며 함께 무단횡단 했죠.
도로가 너무 차량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다른 상상력을 펼칠 여지가 없지만,
자동차 중심의 생활을 조금 의심하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대안이 가능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16-10-12 13:54   좋아요 0 | URL
오전에 2만원 송금했어요. 송금하기전에 좀 아까웠지만 ㅠㅠ 그래도... 어차피 낼거라면 빨리 내자 싶어서 냈어요. 휴.. 앞으로 무단횡단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는데, 오늘 거기 서있다가 잡았으니 내일은 안 서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흐음...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야겠어요. ㅎㅎ

단발머리 2016-10-1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주위에는 왜 이렇게 좋은 사람도 많고, 재미있는 일도 많고, 그리고 잘생긴 남자도 많은 건가요? ㅋㅋㅋ
일단 오늘까지는 기다려보기로 하죠, 연락이요.
키크고 잘생긴 남자 경찰....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10-12 13:56   좋아요 1 | URL
다른건 다 맞는데 잘생긴 남자가 많다는 건 단발머리님의 크나큰 오해입니다!!!!!!!!!!!! (느낌표 백 개)
제 주변에 잘생긴 남자 1도 없고요, 여태 연애한 남자들도 죄다 잘생긴것과는 거리가 정말, 정말 멀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아침 경찰은 드물게 보는 키크고 잘생긴 청년이었던 겁니다. 이걸 확실히 해두고 싶습니다. (단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10-12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에 홀려서.....

손을 번쩍 들고 `네`라고 말하고 싶어서.....

다락방님 집에서 자면, 동생 분하고 같이 자야 하는 거죠??


신촌 역 앞 서점이 있던 시절, 제가 미스코리아 출신 여자친구를 만났더랬죠.

홍익 서점이었던가요? 그 앞에서 여자친구가 무단횡단하다 경찰한테 걸렸던 적이 있었답니다.

아니, 어디 숨어 있었던건지. 이럴때만 어찌나 신출귀몰하신지들.

그 사건을 계기로 결국 인연이 깨지고 말았네요.

이래서 제가 짭새들만 보면 불끈하는지도. ㅋ



다락방 2016-10-12 13:57   좋아요 0 | URL
미스코리아 여자친구라니 ㅎㅎㅎ 어쩐지 소설의 소재같아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한 번 써보시는 건 어떠세요? 김연수도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썼으니(응?), 시이소오님도 [미스코리아 여자친구] 로 써보세요!!!

시이소오 2016-10-12 14:17   좋아요 0 | URL
그게 상을 받은게 아니라 참가만 한거라. ㅋ그래도 공중파 아침리포터를 했었죠. 같이 다니면 남자들 죄다 눈돌아가고. 대학생 신분으로 도무지 사귈수 없는 여자였습니다.

소설은 락방님이 아니 에르노처럼 써주세요. ^^



비공개 2016-10-1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왠지 소설을 한편 읽은 기분이예요.
범칙금때문에 커피드실 때 망설이신 건 맘이 아프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이 아침 이렇게 유쾌한 글을 읽게 되어 감사하네요. ^^
액땜하셨으니 앞으로 대대손손(?) 좋은 일만 있으실거예요~~

다락방 2016-10-12 13:58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앞으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진짜. ㅎㅎ
아침 일도 딱히 나쁜 일은 아니었어요. 좀 웃겼어요. 커피는.. 아마 내일도 사마시게 되겠죠. 이래서 저는 늘 궁핍한 생활을 하게 되고.....Orz

치니 2016-10-12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어머니, ㅋㅋㅋㅋㅋㅋ 너도 별 수 없군에서 완전 빵 터졌네요.

다락방 2016-10-12 13:58   좋아요 0 | URL
저도 저거 보고 완전 빵터졌어요. 너도 별 수 없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16-10-12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경찰이 끊어준 범칙금이 이렇게 가슴 설레는 무언의 증표같은 쪽지였다니???
2만원을 기쁘게 내어줄 수 있는 능력!!! 빵 터졌지만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 정말 본받고 싶어요^^
그리고 어머님의 다정한 멘트!!
친구의 쎈쓰~~^^
정말 다락방님의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아요 많이 많이 부러워요^^

다락방 2016-10-12 14:00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내일 전화오면 어떡하죠?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 이러면서 남자 경찰한테 전화오면....저는 일단 만나기는 만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나서 잘 타일러 볼게요. 누나는 나이가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가 준 기프티콘으로 치킨 먹을 생각에 설레어요. 이런 게 행복인가 봅니다... ㅎㅎㅎㅎㅎ

자몽 2016-10-12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운전하다 동네에서 신호 위반으로 자주 걸하는지라..남일 같지 않네요.
처음 몇번은 딱지 끊길때 소심하게 끊어주는대로 있었는데 지금은 경찰에게 왜 숨어있냐고 따지기도하고 싼거로 끊어달라고 버티며 운전면허증 안주다가 경찰서에 끌려갈뻔 한적도 있어요~아주 진상 아줌마가 따로 없죠?ㅋㅋ 구청 홈페이지에 억울하다고 글도 올려요~
이런 저도 잘생긴 교통 경찰을 만나면 고분고분해질 수 있을까요??

다락방 2016-10-12 14:01   좋아요 0 | URL
저희 엄마도 무단횡단으로 한 번 걸렸는데 싹싹 빌어서 딱지 안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못빌겠더라고요. 돈 내고 말지, 하는 생각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처음이라 그런걸까요. 저도 반복되면 빌게 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커피값이 걱정이네요. ㅠㅠ

AgalmA 2016-10-12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라면먹고 갈래요? 등 다양한 어휘를 계발하게 된 것이었다 뭐 그런ㅎㅎ....
다락방님은 딱지 끊고 갈래요? 표현이 하나 더 생기신 듯? 아, 너무 무식하고 야한 표현 같기도;;; 이해 바랍니다. 어른끼리. 아니, 이런 꼰대같은 말버릇 어디서 배워가지고!

다락방 2016-10-12 16:35   좋아요 2 | URL
딱지 끊고 갈래요? 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쩐지 야하게 느껴지는 건 왜때문일까요. 그런데 저 야한 거 좋아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무릇 성인여성이라면 야한 걸 좋아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착해.....침착하자.
침착할게요...

에이바 2016-10-1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이 새벽에 읽네요. 저 시 너무 좋아요.

오늘은 고통과 죽음에 대한 장을 읽고 있다
이 책을 기억하는지
연필로 한 낙서를 지우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한 내게
겨울에, 당신은 묻는다 아무래도
이 책의 삼십칠 페이지에 있는 글씨가 내 글씨 같다고
안녕? 페이지 숫자가 마음에 든다

다락방 2016-10-13 12:08   좋아요 0 | URL
오, 에이바님이 좋아하셔서 저는 무척 기쁩니다. 보람을 느낍니다. 이런 것은 올리브 키터리지 에서 올리브가 말했던 `작은 기쁨` 인가 봅니다. 히히히히히

에이바 2016-10-13 13:2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글을 읽고서 시집을 장바구니에 넣고 시인 이름을 기억해뒀거든요. 방금 네이버 블로그에서 독자 사연을 보고 시인이 쓴 시를 봤어요. 신기해요. 다락방님께도 알려드리려고 웹주소를 가져왔어요.

http://m.blog.naver.com/minumworld/220833574899

다락방 2016-10-13 17:15   좋아요 0 | URL
에이바님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니, 시집에서 읽었던 어떤 시보다 더 좋은 시가 거기에 있네요. 특히 마지막 연이 아주 좋아요. 무척 좋아요.


젖은 땅에 선 당신의 얼굴
그해 여름이었어요
좋았다고 이야기하게 될,

2016-10-13 0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10-13 12:09   좋아요 0 | URL
오, 우리 집에서 자고가도 좋네요. 좋다... 멋져요 ♡

저도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도 상상해보고 저렇게도 상상해보고 한 번 상상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연결시키고 막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과학상상화 이런 거는 못그렸는데 연애 이야기는 이천개도 넘게 상상할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6-10-14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어쩜 이렇게 글을 재밌게 잘 쓰시나요ㅎ 전 흉내도 못내겠습니다ㅎ 다락방님 바른생활이미지셨군요ㅎㅎ

다락방 2016-10-17 10:55   좋아요 1 | URL
글을 재미있게 잘 쓸 수 있는 건 제가 재미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님이 다른 사람 흉내를 왜 냅니까. 고양이라디오님은 고양이라디오님 이신데요. 우리 각자의 매력과 특성을 살려서 오래오래 사이좋게 글친구로 지내요. 히힛.

고양이라디오 2016-10-14 18:35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대학시절까지) 저도 꽤 나름대로 재미있는 사람이었고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너무 책만 읽어서 그런지 진지충이 되버린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지루한 사람이 되어버렸어요ㅠㅋ

다락방님의 글들을 읽고 `나도 근래에 재미있었던 일을 글로 써보자.` 라고 생각했는데, 쓸게 없더군요ㅠ,ㅠ 다음에 재미있는 일 생기면 글로 써봐야겠습니다^^

오래오래 사이좋은 글친구로 지내요~ㅎ
 
책 덕질하기 좋은 날

오늘 아침에 cyrus 님의 글을 읽고(먼댓글로 연결되어 있음)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는 책덕후가 아니다 ㅎㅎㅎㅎㅎ

나는 책을 읽다가 밑줄도 긋고, 접기도 한다. 그리고 책을 잘 빌려주는데, 돌려 받지 못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몇 번이나 샀는지 모른다. 아니, 빌려가면 왜 안돌려줘? 특히나 회사 동료들은 빌려 갔다가 퇴사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돌려주고 퇴사해라... 아..또 이렇게 쓰려는 거 아닌데 쓰다가 또 빡쳤네..


[스타킹 훔쳐보기] 시리즈와 [다락방의 꽃들] 시리즈를 일전에 헌책방에서 찾아내고 좋아서 중고를 구입했었고, 책장에 꽂아두고는 수시로 꺼내 읽었었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게 하도 낡은 책이라 그런지 책벌레가 생기는 게 아닌가! 나는 인터넷 검색으로 책벌레 없에는 무슨 약을 사다가 뿌리고는, 낡은 책은 죄다 팔아치워버렸다. 앞으로 낡은 책은 팔아야지, 하다가, 요즘엔 신간도 죄다 팔아버리는데, 그건 내가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제가 월급날인데, 카드값 빠져나가고 나면 통장에 잔고가 없.... 그래서 내가 10월 한달동안엔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고 약속을 잡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어제 집에 가서 또 술을 마셨다. 집 앞 삼겹살집에 갔는데 칠레산 삼겹살은 정말 지독하게 맛이 없었고, 그래서 소주 한 병을 채 다 비우질 못했다. 내 앞에 앉아 같이 고기를 먹던 동생은 '오늘은 술 안마실래' 해서 나 혼자 마셨는데, 술을 마시다마니 넘나 서운하고, 집에 엄마가 만들어둔 오이반찬 넘나 생각나는 것. 그래서 소박하게 집에 가서 오이반찬 꺼내놓고 나 혼자 술을 마셨다. 





(참으로 정갈해 보이지만 이러다가 카레랑 미역국 가져왔고, 오이도 저거 모자라서 통째 들고와서 싹 다 비워버림 -_-)




남동생에게 나 음악 들어도 돼? 하고는 핸드폰에 있는 음악들을 랜덤으로 틀었는데, 혼자 홀짝홀짝 소주를 마시니 취해가지고, 중간에 빨래 다 돼서 빨래도 널고, 노래 나올때마다 겁나 따라 불렀다. 나는 노래방에 가는 건 싫은데, 이렇게 흥얼흥얼 따라부르는 건 참 좋아라 해서, 술에 취하고 노래에 취하고 에헤라디여~ 했는데, 핸드폰을 통해 들리는 노랫소리는 딱히 깔끔하거나 부드러운 느낌이 아니라 나도 싫어하고, 남동생도 싫었을텐데, 내가 그러게 그냥 냅뒀다. 고마워.. 그러더니 갑자기, "그 노랜 왜있냐?" 라고 물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부끄러웠어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노래가 이 노래다.






나는 " 내 마음이다"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왜 이 노래 들으면서 부끄럽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언제 넣었는지도 모르겠는데(한참된듯) 어쨌든 지난번 창원 가서도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부끄러.

어쨌든 그렇게 뭔가 질질 짜는듯한 노래들을 연달아 들으며 또 따라부르며 홀짝홀짝 술을 마시노라니, 남동생이 내게 말했다.

"소개팅이라도 시켜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됐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동생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천히 소주 한 병을 다 마시고 취하고, 밤도 늦었고, 남동생은 '이제 그만해라' 해서 한 곡만 더 듣고, 하고는 한 곡 더 듣고 노래도 끄고 상도 치웠다. 설거지를 마치고 남동생 있는 데로 가서 술주정 했더니, 꼬장 부리지 말고 가서 자, 해가지고, 응, 하고 내 방으로 와서 방문 닫고 창문도 닫고 미니컴포넌트로 또 노래를 들었는데, 역시 사운드는 이게 갑이여...스맛폰 따위... 스맛폰 스피커 구려... 뭘 들었는지는 그런데 기억이 안나나...아 난다. 후훗.

미니컴포넌트는 오래전의 구남친중 한 명의 선물이었지. 잘 선택했다. 굿 초이스였어. 역시 사람은 쓸모있는 걸 받아야 돼.

근데 언제 잤는지 모르겠고 나는 지금 넘나 어지러운 것..고개를 숙이면 핑- 돈다... 인생이여.... 오늘부터 진짜 술 안마셔야지. 이래가지고 어떻게 야위냐...야위지말까.....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자.. 사실 나는 너무 긍정해서 탈이지...



아니, 근데 나 덕후 얘기 하고 있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 술이 안깼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나는 책덕후가 아니란 얘기다.

나는 책덕후가 아니고, 그냥 책 읽는 거 좋아서 읽는 정도에 불과하고, 그렇다면..나는 무엇의 덕후인가....생각해봤는데, 내가 덕후인 건 없는 것 같다. 난 무언가 수집하는 것도 안좋아하고(집에 뭔가 쌓이는 거 싫다..), 버리기도 되게 잘하고, 에 또.... 뭐 아무것도 없네. 


난 그냥 내 기억의 덕후인가... 그뿐인가....


아 오면서 컨디션 한 병 사마실걸..어지러 미치겠네 ㅠㅠ



cyrus님, 고퀄 페이퍼에 술주정 페이퍼로 답해서 미안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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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0-11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삭제할까...바보 페이퍼네 ㅠㅠ

[그장소] 2016-10-11 10:01   좋아요 1 | URL
지우기 없기 입니다~!! 완전 귀여움~!^^

다락방 2016-10-11 10:03   좋아요 2 | URL
제가 또 한 귀여움 하죠.
제 귀여움은 아침부터 밤까지....( ˝)

yureka01 2016-10-11 0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우기 없기 입니다.^^.

다락방 2016-10-11 09:52   좋아요 2 | URL
등록해놓고 다시 읽어보니 자꾸 산으로 가는 글이라... (원래 그랬지만요 ㅠㅠ)

북프리쿠키 2016-10-11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미 필사해뒀습니다~

다락방 2016-10-11 09:52   좋아요 1 | URL
도망칠 순 없군요 ㅋㅋㅋ

Conan 2016-10-11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 동생 두셨습니다^^

다락방 2016-10-11 09:53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

시소 2016-10-11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 지우는 거에 한 표 던집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ㅎㅎ 오이소박이에 소주라니..! 그 둘을 꺼내는 건 생각지 못한 조합인데 잘 어울릴 것 같은..! + _+/

다락방 2016-10-11 09:53   좋아요 1 | URL
아니, 어떻게 생각을 못할 수가 있죠? 진심으로 소주를 사랑하지 않으시는군요!!!
ㅎㅎㅎㅎㅎ

저는 열무김치, 깍두기, 오이지, 오이소박이 등등, 그런 반찬류에 소주 먹는 거 넘나 좋아해요. 아..쓰면서 입에 침고였어요. -0-

[그장소] 2016-10-1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온종일 귀엽느라(?) 애쓰는 다락방님~ 오늘도 수고!^^

다락방 2016-10-11 10:08   좋아요 1 | URL
네 그럼 이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6-10-11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과 유레카님, 시소님이 아니었으면 이 글을 못 볼 뻔 했습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ㅎㅎㅎ

회사 동료 진심 극혐입니다. 저는 아직 이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지만, 제 동생이 자기 동료 직원에게 책을 빌려준 적이 있어요. 그 책은 동생 읽으라고 제가 사준 거였어요. 그런데 몇 달이 지났는데도 책을 돌려주지 않은 거예요. 저는 빌려준 사실을 잊지 않고 있어서 동생에게 책을 꼭 받아내라고 당부했어요. 빌려준 지 5개월 만에 책을 받았습니다. ^^;;

쌀쌀할 날씨라서 그런지 소주에 따끈한 오뎅 국물이 당깁니다. ^^

다락방 2016-10-11 11:09   좋아요 1 | URL
저는 극혐까지는 아니고 좀 짜증나는 정도에요. 사람들 그거 왜 못챙기나 싶고...ㅠㅠ

어휴 저는 이제 좀 괜찮아졌지만 출근하자마자 너무 어지러워서 당분간 술을 끊자..고 부질없는 결심 해봤습니다. ㅎㅎ

cyrus 2016-10-11 21:48   좋아요 1 | URL
제가 책 빌려줘서 당한 일이 몇 차례 있어서 너무 부정적인 표현을 썼어요. 이해해주세요.. ^^;;

단발머리 2016-10-11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태양 노래는 `눈코입`을 좋아해요.
웃통을 확 재끼고는 눈코입, 눈코입, 눈코입, 하는데 으흐흐....
슬픈 노래인데.... 근데 은근 중독성이 있어요.

지우기 없기예요~~~

다락방 2016-10-11 12:02   좋아요 1 | URL
어머 눈코입 도 제 스맛폰에 당연히 들어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가슴 찢어지는 노래잖아요 ㅠㅠ 틀어놓고 따라 부르면서 막 가슴 찢어져해요, 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슴 찢어지는 노래는 다 제 노래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galmA 2016-10-11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소개팅 시켜줄까 ㅋㅋㅋ 책읽을 시간이 줄어서 싫은데 싶은 저는 홀로 늙어 죽어도 싸네요 ㅋㅋ

다락방 2016-10-11 13:38   좋아요 2 | URL
사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책보다 못하죠. 소주보다도 못하고.... 그렇게 책보다, 소주보다 못한 남자들 만날 바에야 혼자 삽시다!!

비공개 2016-10-11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사랑하고 싶은 글이네요 ㅎㅎ 덕후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사랑스러우신데!!
아 그리고 저는 33살때 임신 7주의 몸으로 태양 콘서트를 가서 그 노래들을 들은 사람입니다.....

다락방 2016-10-11 15:07   좋아요 1 | URL
저를 사랑하고 싶다면 저를 사랑하시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구역의 사랑스러움 담당이 접니다!! ㅎㅎㅎㅎㅎ

아니, 태양 콘서트를 다녀오셨군요! ㅋㅋㅋㅋㅋ 저는 태양 팔의 알통을 좋아해요 ♡

2016-10-12 0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2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3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3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4 0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10-14 08:00   좋아요 0 | URL
넵!!!!!

책읽는나무 2016-10-12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삭제전에 얼른 봐서 다행이다!생각했는데 삭제하지 못하는? 페이퍼였군요^^

태양 노래 저도 좋아하는데ㅋㅋ
처음 솔로로 나왔을땐 좀 이상했는데 자꾸 들으니 가삿말이 심금을 울리던데요!! 저도 눈코입을 제일 좋아해요^^

에혀~~~노래 듣는 누나를 보고 소개팅 시켜줄까?말해주는 착한 동생!!(왠지 외모도 태양같지 않을까?상상중^^)

그리고 제겐 다락방님 책덕후 중 한 사람의 이미지로 가지고 있는데 본인이 아니라고 하시면 그럼 누가 책덕후지?? 생각하고 있어요
어찌된거죠??^^

다락방 2016-10-12 10:02   좋아요 1 | URL
저도 눈코입 노래 너무 좋아하는데요, 내가 바람펴도 너는 절대 피지마~ 이런 이기적인 노래도 좋아해요. 진짜 제 마음이에요. 나는 바람펴도 너는 안돼!! 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남동생이 태양 닮았다는 말 들으면 화낼 거에요. `내가 더 낫지!!` 할듯요 ㅋㅋ 누나 닮아 자뻑이 심해요. ㅋㅋㅋㅋㅋ
오늘 퇴근길에는 눈코입 들어야겠어요. 으흐흐흐흐

감은빛 2016-10-1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책장을 접고, 밑줄도 치고, 메모도 많이 남겼어요.
책 위쪽에 막 이름도 써넣고 그랬죠.
얼마전에 알라딘 중고매장에 책을 잔뜩 가져가 팔 때,
아주 예전에 읽었던 책 서너권이 끼어 있었는데,
책 위쪽에 제 이름을 적어 놓은 걸 보고 진짜 민망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요즘은 아무것도 안 해요. 밑줄도 치지 않고, 잘 접지도 않고, 왠만하면 깨끗하게 보려고 애 씁니다.
다시 팔려는 의도는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구요.

오이 반찬에 소주 참 맛있었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16-10-13 12:11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하. 저도 중고샵에 팔 때 밑줄그은 건 괜찮은데 이름 적은 게 진짜 쪽팔리더라고요. 미치는 줄 알았어요. 너무 부끄러워서. 게다가 엄청 크게 적어놓고 ㅋㅋㅋㅋㅋ 이제 이름 적는 일은 안하네요. 심지어 어떤 책에는 핸드폰 번호도 써놨더라고요? 바보.. ㅠㅠ

요즘에는 중고샵에 팔 생각하고 밑줄 잘 안긋긴 하는데, 읽다가 이 책은 너무 좋아서 갖고 싶다, 라고 생각이 들면, 그때는 밑줄 막 그어요. 전 제가 밑줄 그은 책을 보는 게 좋거든요. 나중에 꺼내서 밑줄만 다시 읽어보면 스스로 또 뿌듯해져요. 이런 거 막 밑줄 긋고 그랬네, 기특해라..이러면서 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6-10-14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서재에는 지우기 기능이 없어야합니다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6-10-14 16:59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지금 읽어도 부끄러운 글입니다. ㅎㅎ

지나가다 2016-10-1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렇게 매력적인데....애인이 왜없어요?

지나가다 팁 하나 2016-10-1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회사 동료가 빌려간 책, 중고서점에 팔려고 내놨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빨리 돌려달라고 해서 받은 적 있어요^^;

다락방 2016-10-18 16:28   좋아요 0 | URL
안 읽을거면 알아서 좀 갖다줬으면 좋겠어요. 휴우-

메리크리스마스 2016-10-1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술주정. 야위지 말까? 이 발언에서 크게 웃었다는 것! 키키ㅎ 저는 취중에 글을 가끔 씁니다. 엄청 유치할거라 생각하지만 아침에 읽으면 감성적인게 의외로 괜찮습니다. ㅎㅎ 무튼 결론은 이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6-10-18 16:29   좋아요 0 | URL
야윌 수 없을 것 같아요. 야위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저처럼 자기 자신의 욕망을 다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야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ㅎㅎ
 

몇해전에 친구랑 합정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면서 상점에 진열되어 있는 빨간색 구두를 봤다. 너무 예뻐서 잠시 멈춰서 구경하다가, 일단 밥을 먹고 다시 생각하자, 하고는 레스토랑으로 가 밥을 먹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 상점은 문을 닫았고, 한 번 신어볼까, 하던 망설임은 실행할 수 없게 되었다. 약간 아쉬웠지만, 뭐, 여기 내가 앞으로 안 올것도 아니니까, 다음에 들어가서 신어보지, 하고는 집으로 갔다. 시간이 좀 흘러 그 레스토랑을 다시 찾았고, 그 상점 앞을 다시 지나갔지만, 더이상 그 빨간색 구두는 진열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자 너무 속이 쓰렸다. 그때 신어볼걸... 그때부터 빨간구두를 갖고 싶어서 이리저리 여기저기 기웃기웃해봤지만, 마음에 쏙드는 빨간 구두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역시 뭐든 타이밍이다. 마음에 들면, 그때 바로 들어가서 내 발을 쓰윽- 밀어넣었어야 했는데! 밥 한끼가 뭐라고 그걸 망설이다가 그 예쁜 빨간구두를 놓쳤을까! 나는 외국으로 여행을 다니면서도 빨간 구두를 찾았다. 마음에 드는 빨간구두라면, 얼마가 됐든 돈을 지불할 생각이 있었다. 메리제인이 아닐것, 통굽이 아닐 것(힐이어야 한다), 반드시 빨간색이어야 할 것. 나는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걸 찾을 수가 없었다.




영화 [정사 2013(원제:MONA)] 에도 빨간구두가 나온다. 주인공 모나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골에서의 삶이 싫고, 도시에서 가끔 들르러 오는 남자에게 끌린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녀가 항상 갖고 싶어 구경만하는 값비싼 빨간 구두를 그녀에게 선물한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빨간구두지만, 그녀는 그것이 너무 비싸므로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한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메리제인 스타일인게 좀 걸리긴 하지만, 저 구두가 너무 예쁜 거다. 저 영화의 저 장면을 보면서, 와, 저거 나나 주지, 진짜 갖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었다. 힐이고 빨간색이다! 예뻐.. ㅠㅠ 갖고 싶다... 저 영화를 내가 2014년 초에 보았는데, 그 뒤로도 저렇게 마음에 쏙드는 빨간구두를 찾지 못해 여태 빨간 구두를 사지 못했다. (아, 집에 빨간 구두, 아주 마음에 드는 빨간 구두가 한 켤레 있지만 앞이 뚫려있는 샌들 스타일이다.) 


저 빨간 구두, 너무 신고 싶다.....



최근에 다시 열심히 빨간 구두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백프로 만족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만족할만한 걸 찾아냈다!




굽이 6센치 밖에 안되는 게 조금 아쉽다. 와인 빛깔이 좀 섞인 것도 조금 아쉽다. 가격은 크레마 카르타 가격이다. 이 구두를 사면 크레마 카르타를 못살텐데...라고 생각했지만, 크레마 대신에 이 구두를 선택하는 데는, 사실 한 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크레마 카르타는 무슨, 종이책 그렇게나 많은데, 흥, 하고는 구두를 질러버렸....


아직 실물을 보지 않아, 막상 실물을 봤을 때 실망해서 반품을 할지도 모르지만, 아아, 드디어 빨간 구두를!!


토요일에 이 구두를 배송해줄 백화점에서 전화가 왔다. 입고가 늦어져서 배송이 늦어질 거란 얘기였다. 그래도 괜찮은지 묻는 전화였다. 나는 배송은 좀 늦어도 상관없으니, 반드시 적색으로 보내달라고 말했다. 사이즈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우하하하하. 신난다. 컴온, 빨간 구두!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 대한 페이퍼를 지난 금요일에 미친듯이 작성하고 있었는데, 서초세무서랑 통화하다가 딥빡침이 와서 글을 중단해버렸다. 아아, 글 쓸 때 방해하지마... ㅠㅠ

그 뒤로 다시 쓸 의욕이 생기질 않아....


지금 나는 내 밥벌이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충분히 하고 지내고 있다. 내가 사고 싶은 구두도 사고, 내가 사고 싶은 책도 산다. 그리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그러나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자유롭지는 못하다. 내가 밥벌이에 매달리고 있는 이상, 글을 쓰다가 방해를 받는 일은 수시로 일어난다.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 있어서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게 내 밥벌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지만 여유가 된다면, 시간이 흘러서 정말 내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그때는 회사를 관두고 작업실을 하나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작업실을 하나 차려두고 출퇴근하듯 나가서, 거기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는 먹고 사는데에 큰 보탬...이 아니라 작은 보탬도 안될테니, 지금 바싹 돈을 벌어놔야겠지....


아, 밥벌이 얘기하려던게 아닌데...



스밀라는 사랑에 냉소적이었다. 삶에 있어서도 냉소적이었다. 스밀라에게 친구는 거의 없었고, 가족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그런 스밀라가, 아래층에 사는 남자, 수리공과 친근한 사이가 된다. 그로부터 따뜻함을 느끼고, 그와 섹스를 한다. 사랑이란 것에 대해서, 온기란 것에 대해서 간혹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하루는, 수리공과 섹스 후에 씻고 싶어하지 않아한다.




나는 조용히 누워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머리카락은 새치가 드문드문 섞인 갈색이었다. 빗자루 솔만큼 숱이 많았다. 그 속에 손가락을 묻으면 말갈기를 잡는 느낌이었다.

거기 침대 속에서 행복이 내게로 다가왔다. 내게 속한 것이 아니고, 그 방과 세상을 굴러다니는 불의 전차처럼.

잠시 동안 나는 그게 굴러가도록 내버려둔 채, 거기 누워서 내가 가진 것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더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 순간에도 나는 그대로 계속 매달려 있고 싶었다. 행복이 계속 되기를 원했다. 그는 내일도 내 옆에 누워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나의 기회다. 하나뿐인,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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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식사를 차렸다. 수리공은 과즙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사과와 배에서 즙을 짜서 기다란 유리잔에 담았다. 사과즙은 불구스름한 광택이 나는 녹색이었고 배즙은 노르스름했다. 처음 몇 분 동안은. 그리고 맛과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과일즙을 약간 마시고, 자기 그릇과 버터와 치즈, 토스트와 마멀레이드, 건포도와 설탕을 바라보았다.

항구에는 배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다리 위에 오가는 차도 적었다. 공휴일이었다.

그는 몇 미터 떨어져 있었으나 우리의 몸이 서로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그날 아침, 내가 그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고, 옷은 겨드랑이에 끼고 속옷만 입은 채로 내 아파트로 돌아올 때까지도, 우리는 한마디도 서로 나누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샤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씻지 않아야 할 이유는 너무 많았다. 카나크의 어떤 어머니는 잉그리드 여왕이 아이의 왼쪽 뺨에다 키스를 했다고 그 부분을 3년 동안 씻겨주지 않았다고 한다.(p.250-253)



예전에도 한 번 페이퍼에 언급한 적 있지만, 중학교시절 국어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편지며 선물을 많이 받기도 했고, 선생님이 지나가는 복도에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선생님의 얼굴을 보려고 하기도 했다. 잠깐 샛길로 새자면, 그래서 남녀공학이 필요하다. 여중 같은 걸 만들어 놓으니까 선생님...을 좋아하고 있잖아? -_-

어쨌든, 나도 그 선생님을 좋아하는 학생들중 한 명이었는데, 옆반에서 그 선생님이 자신이 선물 받은 볼펜의 필기감이 너무 좋다며 한 학생의 연습장에 낙서를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연습장을 제공한 아이도 그 선생님을 좋아했던 터라, 그 연습장을 찢어서 코팅하겠다고 돌아다녔더랬다. 아, 그 볼펜은 내가 준거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밀라가 여왕의 키스를 받은 아이의 뺨을 씻겨주지 않았다고 한 얘기를 읽으면서, 잠깐 중학시절에 국어 선생님을 좋아하던 옆 반 아이가 떠올랐는데, 사실은 수리공과의 행복한 잠자리 후에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지 않기로 결심한 스밀라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런 일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뒤따를 수 없는 멋진 여자, 아니 에르노 생각이 났다.





나는 그 사람이 내게 남겨놓은 정액을 하루라도 더 품고 있기 위해 다음 날까지 샤워를 하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 관계에 보태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쾌락의 행위와 몸짓이 더해지는 만큼 확실히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리는 욕망이라는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는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갔다.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p.17)







참말이지, 좋구나, 이 여자들. 스밀라도, 아니 에르노도. 

난... 이 여자들 덕에 외롭지 않아.....

내 영혼의 쌍둥이들.....(응?)






- 꿈에 친한 친구가 나왔다. 친구는 자신의 룸메이트와 함께 포르투갈을 여행중이었다. 여행하는 내내 내게 전화를 걸고, 그곳의 풍경을 사진 찍어 보내주었다. 꿈속에서 나는 포르투갈에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역시, 포르투갈은 아름다워!




오늘 아침 출근해서 친구에게 꿈 얘기를 했다. 마침 친구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포르투갈은 어떨까, 라는데 나는 비행시간이 너무 길다고 답했다. 나도 다시 한 번 포르투갈에 가보고 싶지만, 진짜 비행시간이 너무 길다. 젊은 시절 열시간 이상 비행기를 탔을 때는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최근에 나이들고 나서 다시 장시간 비행을 하니 너무 힘이 들더라. 어디였지, 먹고 앉아만 있는 게 좀 힘들어서 기내식을 한 번 거르기도 했다. 이, 내가!!


미국에 갈 때는 비행시간이 길다는 걸 알고 있고 나는 이제 그것이 편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던 터라, 브라를 착용하지 않았다. 열시간 이상을 내내 앉아있는데 꼬박꼬박 주는 밥을 먹고 브라를 하고 있는 것은 정말 고문에 가깝다. 그래서 브라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비행기에 내내 앉아 있었다. 이것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고, 앞으로도 나는 비행을 할 때 브라를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돌아올 때는 마침,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구입한 브라렛이 있었다. 이건 와이어가 없고 가슴을 꽉 누르지 않아 몹시 편안하다. 오, 이건 브라보다 할만하네, 생각했지만, 브라렛은 사실 큰 가슴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다. 


친구가 포르투갈 여행간 꿈을 꾸고 그 이야기는 브라렛으로 마무리...훈훈하다.




-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일자산에 다녀왔다. 토요일엔 혼자였는데, 내려오는 길에 스맛폰에 저장된 음악들을 랜덤으로 들었다. 마침, 레오나 루이스의 Bleeding Love 가 나오더라.





나는 레오나 루이스의 앨범을 구매했었고(아, 샘 스미스 시디 사야되는데!!), 이 노래를 원래 알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노래가 얼마전 페이퍼에 언급했던 영화 『친구와 연인사이』에 삽입됐었다.














여자가 생리중이라 남자에게 만날 수 없음을 얘기하고 생리통에 대해 토로하는데, 남자는 이에 컵케익이었나 머핀을 사들고는 여자를 찾아간다. 그래서 생리통을 앓고 있는 그녀의 옆에서 함께 이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른다. 난 이 장면을 참 좋아라 하는데, 그러고나서 이들은 옷을 '입은 채로'함께 잠든다. 



지난 연인과 이 노래에 대해 언급하며 이 영화의 이 장면에 대해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도 이 영화를 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건지, 아니면 내가 이야기를 해준건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이 노래와 영화속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터다.


나는 매달 생리를 할 때마다 엄마에게 알리고(어쩐지 엄마에게 '나 괜찮아'를 말해주는 느낌이라 빼먹지 않고 얘기한다), 지난 연인에게도 매달 얘기했었다. 우리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멀었고, 그래서 그에게도 역시 '나 괜찮아'를 전해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또한 생리전증후군과 생리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도 알려준 셈이었다. 


그는 그럴때마다 나의 생리통에 유감을 표하며 다독다독해줬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그가 내 생리주기를 파악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 이번달엔 조금 빨라졌네, 라든가, 응, 이때쯤 할 줄 알았어, 하고 얘기할 때, 아, 내가 하는 말들을 허투루 듣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이런것까지 파악하진 않아도 되는데. 


이 노래가 랜덤으로 나와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다이어트 한다며 저녁을 부실하게 먹고 짜증을 냈던 기억도 연달아 떠올랐다. 그는 '너랑 알고나서 이렇게 진심으로 짜증내는 거 처음이야' 라고 말했었는데, 그게 내가 저녁을 부실하게 먹었기 때문임을 나도 알고 그도 알고 있어서 둘다 빵터져서 웃었던 게 떠올랐던 거다. 이거 생각하다가, 아, 나는 진짜 어쩔 수 없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혼자 너무 웃겨가지고, 일자산을 내려오면서 키득키득 소리내서 웃었다. 아, 나는 진짜 푼수같아.. 이러면서 혼자 낄낄대고 웃다가(나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웃기다. 그 다음이 내 남동생..), 갑자기, 예정에도 없이,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그러곤 이내 흐느꼈는데, 나도 내가 한참 웃고 있다가 왜 우는지를 몰라서 당황했다. 역시..나는...문제가 많아..... 




지난번에 친구들과 여수에 갔을 때, 나는 이별을 겪은 뒤에 만든 음악리스트를 재생시켰다. 노래가 한 곡씩 바뀔때마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했는데, 친구중 한명이 리스트에 있는 노래들이 다 너무 좋다면서 리스트를 공유해달라고 했다.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마침 생각난김에, 리스트를 친구에게 보내야겠다.




- 그나저나 내년에는 귀요미 친구의 결혼식이 있다. 나는 언젠가 헤어진 애인을 우연히 만났을 때, '당신 왜이렇게 야위었어?'란 말을 듣고 싶어서 야위고 싶었는데, 이건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고, 나로서는 한 이십년 안팎에는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귀요미 친구의 결혼식은 당장 다음해이니, 이때를 목표로 야위어야 겠다. 그렇지만 바로 어제 남동생이 내게 말했다.


누나는 평일에 폭식하고 주말엔 왕폭식 하잖아....


역시, 야위는 건... 내게 있을 수 없는 일인걸까...... 며칠 사이 야윈 널 달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이것은 정녕 꿈이란 말인가. 왜 나는 평일에 폭식하고 주말엔 왕폭식 하는가.........어째서 그런가...


도대체 왜...

어째서...

왜.....


Orz




그나저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너무 미워서, 그러니까 나를 너무 힘들게 해서, 다 읽자마자 팔아치워야지, 으르렁- 했었는데, 저렇게나 밑줄 그을 부분이 많아서...갖고 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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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0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1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6-10-1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구두, 멋진데요!

다락방 2016-10-11 09:01   좋아요 0 | URL
구두는 빨간 게 답이죠! ㅎㅎㅎㅎㅎ

2016-10-10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1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10-1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갈기, 역시 스밀라 답습니다. ㅋ

두 책 다 읽은 책이지만,
페터 회도 그렇고, 아니 에르노 문장도 참 좋네요. ^^

작가 이름을 보고 있다, 순간 `회`가 먹고 싶다니,
`회`라고 쓰여있다고 회가 먹고 싶어지다니, 아, 사람이 이렇게 단순할 수가!

다락방 2016-10-11 09:07   좋아요 0 | URL
말갈기 짱이죠 ㅋㅋ 역시 말갈기를 캐치하시는 군요! ㅎㅎ

그 뭣이냐,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주인공 여자의 언니가 발가벗고 춤추다가 저어기 멀리에서 장군이 말 타고 달려와서 언니를 확 낚아채서 말에 태웠던 장면,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시이소오님이 이 책을 읽으셨을 거라고 단정함)

저는 회를 별로 안좋아해서 회 생각 안나지롱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10-11 09:37   좋아요 0 | URL
읽기만 했을까요. 열광하는 장면이죠. 스밀라라면 스밀라가 말을 몰고가 남자를 태웠을듯 합니다 ㅎㅎ

회를 안 좋아하시는군용. 기억해놔야지 ^^

다락방 2016-10-11 09:44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장면 너무 인상깊어서 그 책 읽을 당시에 친구를 만나 삼겹살을 먹으면서 막 얘기해줬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16-10-1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에 나왔던 노래가 이 곡이었군요.
나탈리 포트만이 입안 가득 도넛을 채워넣고 울면서 불렀던 노래도 이 곡이었죠?
노래 참 좋네요.

빨간 구두 예쁘네요.
말씀처럼 와인빛깔이 섞여 있어서 더 좋아보이는 걸요.
물론 사진으로만 봐서 실제론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힐을 신는 여성들이 참 신기하고 대단해 보여요.
어떻게 저런 신발을 신고 걸을 수 있죠?
여성들은 누구나 그 정도의 균형감각은 타고나는 건가요?
균형감각이 없는 저로서는 참 부러운 부분입니다.

다락방 2016-10-11 09:0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도넛 먹으면서 불렀던 노래도 이 노래에요. 노래 좋죠. 피흘리는 사랑 ㅋㅋㅋㅋㅋㅋ 제가 극장에서 영화 볼 때 자막이 피흘리는 사랑 이러면서 나오는데 어쩐지 웃겼어요. ㅎㅎ

균형감각을 타고난 건 아니고요, 저는 그렇게나 힐을 좋아하면서도 힐 신고 휘청거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왜 신는건지 원 ㅋㅋㅋㅋㅋ 제 주변에 힐 신는 사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유독 힐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2016-10-10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1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6-10-1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한 열정은 읽었음에도 기억이 잘 안나지만... 스밀라는 정말 너무 좋죠!
읽은 지 오래된 것치곤 제법 기억에 남아있어요! 제가 읽은 건 좀 더 예전 책, 정영목 씨 번역입니다만.
다락방님 글이 참 시원스럽고 좋아요^^

다락방 2016-10-12 08:03   좋아요 0 | URL
저도 단순한 열정을 오래전에 처음 읽고 너무 불편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작년인가 재작년에 다시 읽어보니 완전 제 이야기더라고요. 제 영혼의 쌍둥이, 아니 에르노! ㅎㅎㅎㅎㅎ
스밀라도 이번에 재독한 거였어요. 기존의 스밀라는 제게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거든요. 이번에 읽어보니 스밀라가 아주,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더라고요. 좋았습니다.

글 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아요. 고맙습니다. 히힛.
 















이 책에는 실제 상담 사례들이 나온다. 현재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를 얘기하고, 저자가 그에 대해 상담을 해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한결같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육체적,정신적 학대를 받고나면 대인관계를 원만히 할 수도 없고 자존감도 낮아진다, 그런데 그걸 단지 부모들의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지나친 경쟁사회가 부모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는 것이다. 한 개인의 잘못이라고 퉁치는 게 아니라, 지금 사회가 문제이고 이 사회가 부모를, 그리고 그들의 자식을 우울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일테지만, 그렇다면 이것은 대체 어떻게 고칠 수 있을 것인가. 괴로워하는 청춘들이 자기치유를 하려고 하고, 부모들과 대화를 하려고 한다해도, 사회가 병들어 있는 이상 답은 없지 않나. 이 사회를 바꿔나가야 하는데, 그건 또 무슨 수로 가능하단 말인가. 저자도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책에서 언급되어 있는 바로는, 칠레에서 젊은이들이 데모를 해서 대학을 무상교육으로 바꿔놨다고 했는데, 궁극적으로 우리도 이렇게 연대해서 이런 식으로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아, 이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나라에선 불가능할것 같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리는 누구나 지나친 경쟁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공부를 시키는 것도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는 세상을 함께 살면서 '아이를 지나치게 공부시킬 순 없어, 이 나이땐 무조건 사랑받고 뛰어놀아야 해'를 실천할 수 있을까? 나는 현재 비혼이고, 앞으로 아이를 낳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런 나는, 사실 어릴때부터 아이에게 이것저것 배우게 하고 영어를 가르치고 하는 것들을 하는 것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며,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건 내가 그 상황에 놓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막상 그 위치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나 역시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해던 행위들을 스스로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어린 아이에게 지나치게 공부하라는 윽박을 지를 수도 있을 것이고, 성적이 나쁘면 너 이래서 대학은 어떻게 가냐고 정신적인 학대를 가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내가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 라고 하지만, 그 절대란 게 과연 있을 수 있는 말인가.


당연히 내 조카들을 생각했다. 지금은 일곱 살, 네 살 어린 조카들. 일곱 살 조카는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고 집에서는 한글과 발레,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네 살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녀오고 집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다. 여동생과 제부가 이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어떤 것은 아이가 좋아해서 시키고 있다는 걸 안다. 그들 부부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려고 시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시대에 맞게 적응한 것일테고, 또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걸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이기도 할것이다. 다 안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부모가 된다고 해도 여동생부부보다 더 잘할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어김없이 여동생 부부는, 최선을 다해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하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다른 부모들과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동생부부도 다른 어떤 부모들처럼 실수를 저지를지도 모른다. 이제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성적표를 받아오게 되면, 그 성적에 실망을 해서 아이에게 화를 낸다거나, 혹은 직접적인 화를 내지는 않아도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든가 하는 행위들. 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아이에게 좋은 어른 이란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왔고, 꾸준히 여동생 옆에서 내 생각을 말해왔다. 어떤 건 여동생이 듣기에 지나치게 이상적일 수도 있었을 것이고, 현실을 모르는 조언이랄 수도 있었겠지만, 또 어떤 때에는 여동생이 언니 말이 맞아, 라고 하면서 내 조언을 받아들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여동생의 옆에서 계속 내 의견을 말할 참이다. 현실을 모른다고 생각되면 아마도 여동생이 나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것이고, 여동생과 나는 끊임없이 아이에게 더 좋은 방향을 의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매일 그들 곁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니,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어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나의 조카들에게 어떻게 대할 것인가?


답은 쉽게, 그리고 간단하게 나왔다. 나는 아이들의 성적표와는 거리가 먼 곳에 있다. 아이들의 점수로 아이들을 판단하지 않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우리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 작고 소중한 존재의 탄생에 대해 감사하고, 아이가 혹여 아프기라도 하면, 다른 건 다 필요없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사실을 잊고,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우수해지고 좀 더 좋은 점수를 받기를 기대하게 된다. 늘 좋은 사람,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한다고 해서 계속 그렇게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조카들은 자라면서 가끔은 자신의 부모에게 실망하기도 할테고, 실망한 부모의 얼굴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부모와 싸우기도 할거고 속상해하는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부모가 잘하고자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아이들과 다투고 실망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나는 조금 떨어져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 선생님이나 부모가 설사 아이들의 점수에 실망한다고 해도, 나는 그러지 않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나. 그러니 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다. 아, 이 위치란 얼마나 다행하고 좋은 것인지!



나는 아이들을 가끔 보면서 계속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특히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폭풍 칭찬을 해줄 것이다. 나는 아이가 거부하기 전까지 아이들을 안아줄 것이고 그 작은 머리통에 뽀뽀해줄 것이다. 아이들이 사달라고 하는 걸, 손 꼭 붙잡고 가서 사줄 것이고, 아이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줄것이다. 눈을 맞추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고 아이들의 말에 성심성의껏 리액션을 해줄 것이다. 내게 이것이 가능하다는 건 축복이다. 나는 만약 부모가 된다면, 다른 부모들보다 더 잔소리 심한 부모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모이기 때문에, 한걸음 떨어져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 내 역할은 이것이구나. 아이들이 다른데서라면 몰라도, 이모에게 만큼은 자신들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확신하게 해줄 수 있다. 아이들의 자존감이 내려가지 않도록, 내가 해줄것이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언제나 당당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다!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끊임없이 사랑하고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 않은가.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많은 사람에게 갖고 있진 않다. 엄마와, 여동생과 남동생, 그리고 조카들이라면, 나의 무조건적 사랑이 가능하니, 나는 아이들에게 진짜 엄청난 사랑을 줄것이다!!!



이번 생에서 나의 역할은 이것이로구나, 생각했다. 나의 조카들을 무한한 애정으로 지켜봐 주는 일. 그리고 이 역할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든다. 잘할 자신이 있다. 사랑받는다는 게 어떤건지 확실히 알게 해줄게!!!



이번 생에서 나의 역할은 당신을 사랑하는 것, 무조건적으로, 무한하게.





금요일 밤에 술을 마셨고 그래서 토요일에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늦잠을 못자겠더라. 아직 자고 있는 남동생 방에 노크하고 들어가 남동생 옆에 누워서는, 너 아침 안먹고 계속 잘거냐, 아침은 뭘 먹을거냐, 나는 뼈해장국이 먹고 싶다, 하면서 대꾸가 없는데도 계속 쫑알쫑알 댔더니, 남동생은 '저리좀 가...' 라고 했다...............흙 ㅜㅜ 

너는, 내가 세상에서 사랑하는 두 명의 남자사람 중 하나인데....왜 나더러 저리가라는 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너무 사랑해서 나의 조카들도 나중에 '저리좀 가' 라고 하는 건 아닐까 ㅠㅠ



밤이 깊었다.




**덧. 이 책 [청춘 심리 상담] 읽고 싶으신 분은 댓글 달아주세요. 제가 읽었던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깨끗해요. 딱 한 권 있으므로 딱 한 분만 가능합니다. ** (신청 완료되었습니다!)




정당한 비판인데도 기분이 나빠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인격적으로 오히려 후퇴한 사람은 장차 어떤 심리를 가질까? 사실 이런 사람도 무의식적으로는 상대방의 비판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 탓에 정당한 비판에도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지나치게 느껴서 그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이후 수치심등을 자극하는 비판을 애써 피하려 하고, 무의식적으로는 옳은 비판인데도 자신이 그것을 받아들디지 못했다는 부끄러움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심리가 견고해지면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는 폐쇄성을 띠고,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비판에 매우 신경질적이거나 공격적인 과민 반응을 한다. (p.170)

사실 죄책감만큼 견뎌내기 어려운 감정도 없다. 죄책감은 반성하고 사죄하면 제거할 수 있다. 그러려면 어머니가 연수 씨를 학대하는 데 반대하고, 나아가 그것을 멈추게 해야 한다. 그러나 두 아이에게는 그럴 힘이 없었다. 이런 고통ㅇ스러운 상황에서 죄책감을 덜려면 합리화라는 방어기제를 써서 현실을 왜곡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연수 씨의 언니와 남동생은 피해자인 연수 씨에게 `당해도 싼 아이`라는 편견을 뒤집어씌우고 그녀를 집안의 평화를 파괴하는 문제아로 낙인찍으면서 비난하기 시작한다. (p.181)

나약하고 비겁한 이들이 학대자와 한통속이 되어 학대자가 아닌 피학대자를 비난하는 일은 흔하다. 깡패들이 반복해서 약자를 패는 난동을 벌이는데도 이를 말리지 못하면, 결국 구경꾼들은 죄책감을 덜기 위해 `저것들 때문에 세상이 조용할 날이 없다`며 약자를 욕하다. 한국 사회에서 과거 군부독재 정권 아래 지역 차별 정책의 최대 피해자였던 전라도 사람들을 충청도나 강원도 사람들이 차별하고 욕했던 일이나 정권이 빨갱이나 종북 세력으로 낙인찍기 일쑤였던 민주화 세력을 국민 상당수가 비난하고 공격했던 일이 대표적인 예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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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9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9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10-09 23:42   좋아요 0 | URL
주소삼종셋트 적어주세요!! ㅎㅎ

2016-10-09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걀부인 2016-10-10 0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깝다~ 제가 받았으면~~ 다락방 배송비 많이나왓을텐데..ㅋ

다락방 2016-10-10 08:16   좋아요 0 | URL
어이쿠 이런! ㅎㅎㅎㅎㅎ
여긴 굿나잇인데, 거기서 좋은 밤 보내고 계십니까?
:)

달걀부인 2016-10-10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 잡니다.. 3시간이 허락받은 수면 시간. ^^

다락방 2016-10-10 12:18   좋아요 0 | URL
세 시간이라니 너무 짧지만 ㅠㅠ 안녕히 주무세요!

blanca 2016-10-1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갑자기 울컥하는지...군대 간 조카를 둔 분이 얘기하더라고요. 얘는 영원히 나의 첫사랑이라고... 조카들은 다락방님 같은 이모가 있어 얼마나 든든하고 따뜻할까요. 또 여동생은 육아를 해 나가는 데에 있어 얼마나 큰 지지가 될지.. 진심으로 부러워집니다...

다락방 2016-10-10 12:20   좋아요 0 | URL
네, 조카들을 사랑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또 여동생을 위해서도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이걸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살라고 저한테 조카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첫사랑..이라고 표현하기는 좀 다른 것 같고요(그렇지만 그 분이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는 알겠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줄 몰랐던 사랑에 대해 알게 해준 존재들이에요. 축복같은 찬란한 존재들!

yureka01 2016-10-10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당한 비판인데도 기분이 나빠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인격적으로 오히려 후퇴한 사람은 장차 어떤 심리를 가질까? 사실 이런 사람도 무의식적으로는 상대방의 비판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 탓에 정당한 비판에도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지나치게 느껴서 그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이후 수치심등을 자극하는 비판을 애써 피하려 하고, 무의식적으로는 옳은 비판인데도 자신이 그것을 받아들디지 못했다는 부끄러움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심리가 견고해지면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는 폐쇄성을 띠고,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비판에 매우 신경질적이거나 공격적인 과민 반응을 한다.- 이구절..참 인상 깊어요...

다락방 2016-10-10 12:24   좋아요 0 | URL
저도 되게 인상적인 부분으로 읽었어요. 사실 자신이 잘못한 건 누구보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쿨하게 받아들이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아 맞아 내가 그런 부분이 있었지, 라고 받아들인다면 지적을 한 사람과도 사이가 틀어지지 않을텐데, 많은 사람들이 신경질적이 되고, 수치심을 느끼고, 공격적이 되곤 하죠. 저도 저 문장을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의연하게 대처하기를 비롯해서, 관계 없는 타인에게 엄하게 단점을 얘기하지 말자..라고요. 그건 참 부질없는 짓인 것 같더라고요. 나는 뭐 잘났다고 남의 잘못을 지적하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인간관계는 어렵습니다, 유레카님.

감은빛 2016-10-1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가 공부를 안 하거나 못 하거나 전혀 개의치 않고,
웃으면서 괜찮다고, 아빠도 그랬다고 말합니다.
학기를 마치면 성적표를 갖고 와서 수학을 비롯해 이과쪽 성적이 나쁘다고 한탄을 하는데,
저는 그런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못 할 수도 있고,
어떤 걸 잘한다면, 어떤 건 못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더 자라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지지해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것이 아빠가 보기에 쉽게 지지하기 어려운 것이라도
일단은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애쓴 후에,
혹시 다른 선택은 생각해 본 적이 없는지 물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청소년기에 한참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때,
강압적으로 저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조용히 저를 믿고 기다려주셨던 부모님이 계셨기에,
거기서 더 어긋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만약 부모님께서 저를 바로잡으려고 하셨다면,
반항심에 더욱 더 잘못된 방향으로 깊숙히 들어가버렸을지도 모른다 싶어요.

저도 아이들에게 그런 부모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락방 2016-10-11 09:49   좋아요 0 | URL
저는 아이가 공부 잘하기를 원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가급적 이과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제가 완전 넘나 문과 스타일이라서, 옆에서 문과적인 건 제가 막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과적인 영향은 저로부터 받을 수가 없으니 그냥 알아서 이과였으면 좋겠다...그리고 공부도 잘하고 예체능도 잘하고.... 라면서 바라는 게 많을 것 같아요. 제가 이런 사람이라서 아마도 제게 제 아이는 없고 한발짝 떨어진 곳에 조카가 있는 것 같아요. 다행한 일이지 뭡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카에게도 나름 혼자서 막 로망실현하고 싶은 것도 있어요. 칠 살 여자아이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과학자가 됐으면 좋겠고요, 네 살 남자아이는 소설책을 많이 읽고 언어적인 재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그냥 저는 이모여야 해요.

그래서 제 스스로 계속 다짐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지지하고 믿어주고 사랑해주자, 하고요.
조카들을 사랑하는 건 사실 정말 어렵지가 않으니까요.

감은빛님 페이퍼 읽어보면 감은빛님은 이미 충분히 잘 하고 계신듯 합니다.
:)

푸른희망 2016-10-1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한게 가장 자주 보고 가까운 부모나 교사는 그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게 불가능하더라구요. 아무리 애정이라고 해도 비교하고 이클어보고싶고 뭔가 밀어주고싶은 욕심이 자꾸 끼어들어요
어쩌면 아이에게서 한발 떨어져서 조금은 책임감이 적은 누군가가 있어서 아이를 무한신뢰와 사랑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더라구요
그게 조부모나 이모 고모나 때로는 사교육 교사도 가능하겠더군요
그래서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마을이 필요한거였어요
책임지는 사람 사랑ㅅ내주는 사람 무조건 믿는 사람... 다양하게 필요해서요~~

다락방 2016-10-11 09:52   좋아요 0 | URL
네, 푸른희망님. 가장 가까운 부모,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부모는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했어요. 그래서 저도 제가 이모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또 제가 이모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지지와 편이 되어주는 것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돼요. 제가 이번 생에서 이모인 것은, 그래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공동체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아주 다양한 어른들을 보게 되는거죠. 이런 일을 하는 어른, 저런 일을 하는 어른, 이성애자 동성애자, 젊은 어른 나이든 어른, 요리를 잘하는 어른 책을 많이 읽는 어른 등등. 다양한 모습을 보면 아이에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어요. 제가 그것을 실현하는 것과는 별개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