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과 연애하던 시절, 우리는 툭하면 다퉜다. 치고박고 싸웠다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시키는 데 애를 먹었는데, 나는 그게 참 좋았더랬다. 그가 나를 답답해하는게. 뭔가 괴롭히는 맛이 있달까...(응?)


그는 다른 나라에 살았고, 다른 계절에 살았다. 내가 있는 곳에서는 풀벌레가 울지 않았던 계절에, 수화기 너머로는 그가 있는 곳에서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렸다. 풀벌레로구나, 하다가 그렇지만 개구리 우는 소리 같기도 한데, 라고 내가 말했는데, 그때 그가 그랬다. 이 더위에서 개구리가 바깥에서 살 수 없다, 개구리는 양서류고 피부로 호흡하는데, 이 땡볕에 어디 풀밭에 나와 노래를 하냐, 개구리가 아니다, 하는 게 그의 요지였다. 아니, 풀밭에 나와서 노래를 할 수도 있지, 이 땡볕을 견디는 개구리가 있을 수도 있지! 라고 내가 대응하고 그는, 내가 이 계절에 개구리를 바깥에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니까, 하며 으르렁 거렸고, 나는 그런 그에게, 아니, 당신이 못봤다고 개구리가 없다고 어떻게 말하냐, 풀숲 깊은 곳에 숨어 있을 수도 있지, 라고 말했고, 아니 이 문과생이 왜 개구리가 이 더위에 살 수 없다는데 자꾸 우기냐, 고 하길래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왜 개구리가 되어 보지 못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에 그는 진정 빡침이 찾아와서 나에게 버럭버럭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이렇게 종종 그를 버럭버럭하게 만들었다. 괴롭히는 깨알재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답답해 미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에서 느껴지는 묘한 짜릿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렇지만, 어떻게 그렇게 장담하나. 여태 그러지 않았다고 앞으로 그러지 말란 법이 어디있으며, 풀숲이 너무 좋은 어떤 특별한 개구리는, 호흡법을 강하게 익혀서 어딘가에서 햇볕을 쬐며, 조금만 더 있다 물로 들어가자,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개구리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할 수도 있을것인데, 왜 개구리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 개구리가 지금 없다! 고 단정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 공대생이여....내가 개구리라면 어떻게든 끈질기게 살려고 노력했을 것이여.....



그러다 나는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를 읽게된 것이었다.





달의 분화구를 얼굴로 생각하는 것, 별에게 대화를 건네는 것, 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등은 경제학의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상상력이 하기 싫어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소설이 말하듯, 거기에는 사실적 증거 너머의 것들에 닿고자 하는 의지 속에 담긴 너그러움이 있고, 이 너그러움은 더 큰 삶의 너그러움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p.93)








이제 알겠나, 헤어진 공대생 애인이여... 달의 분화구를 얼굴로 생각하는 것, 별에게 대화를 건네는 것, 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은, 사실적 증거 너머의 것들에 닿고자 하는 의지 속에 담긴 너그러움 이라는 것을. 개구리가 되어서 땡볕의 풀숲에서 울고자 하는 것은, 나의 너그러움이다, 그말이다. 응? 나의 이 너그러움, 개구리가 되어보고자 하는 이 너그러움, 이 너그러움은, 삶의 너그러움을 위한 준비이기도 한것이며, 나에게 이 너그러움이 엄청나게 풍부해서 내가 당신하고 연애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이다. 알겠는가.


누나에겐 너그러움이 있어.



나의 이 너그러움은 풀이 되어 풀숲에서 가만히 앉아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나의 이 너그러움은 개구리가 되어 풀숲에서 숨을 쉬고, 나의 이 너그러움은 나비가 되어 가만가만 당신 창가에 날아들고, 나의 이 너그러움은 모기가 되어 당신의 피부에 들러붙어 피를 빨고...


까지는 너무 나갔나...




각설하고.


요즘 나는 빨간색에 완전 꽂혀서 빨간 구두를 사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그것도 모자라 어제는 퇴근 후에 빨간 네일을 하러 갔다. 꺅 >.<






내가 네일을 받은 곳은 강남역에 위치하고 있었고, 알라딘 중고샵과도 가까웠다. 나는 네일을 끝내고는 룰루랄라 알라딘 중고샵으로 향했다. 보관함과 장바구니에 있던 책들중 무엇이 있으려나, 검색해보다가, 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득템하게 된것이다. 고등학생 때 읽고는 감흥 1도 안받았었는데, 며칠전 알라디너 T님의 페이퍼를 보고는, 오, 이 나이에 다시 읽으면 내게도 어떤 다른 느낌이 찾아들까, 싶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싼값에 득템했군, 좋았어, 하고는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너무 추워서 벌벌 떨었다. 아아 너무 추워 더는 구경을 못하겠어, 하고는 그 한 권만 사가지고 나왔는데, 얼마 안가 예스24 중고샵이 보인다. 그래서 에라이, 하고는 또 들어갔다. 거기는 오오, 들어가자마자 포근하고 따뜻해..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어..게다가 도서검색 컴퓨터가 크고 좋아...키보드 눌리는 감도 좋아..그렇게 검색했더니 사고 싶은 책이 세 권이나!! 있어. 그래서 그 세권을 사가지고 계산하는데, 무슨 프로모션 이벤트라고 10프로 할인도 해준다..무슨 이벤트에 나는 걸려든 것인가...어쨌든 그렇게 중고책 네 권을 어제 저녁에 사게 된건데, 통장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사느라 밥도 굶었어...




어쨌든 그래서 집에 와가지고 후다다닥 바나나를 먹고 스크램블 에그를 해먹다가, 아아, 안되겠군, 하고는 밥통에서 밥을 퍼서 후다닥 먹고, [누구나의 연인]을 읽다가 잠들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새벽에 두 차례였나 세 차례 깼다. 마지막으로 깼을 때는 네 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으응, 하고는 하릴없이 북플 들여다봤다가, 메일 들여다봤다가, 인스타 들어가봤는데, 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그제야 내가 뭘 샀는지 알게 됐다.





아니, 잠깐만, 인스타에 아까 알라딘 중고샵에서 샀다고 올린 이 책, 뭐야?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이라고? 추억?



추......................

억.......................??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제목이 바뀐건가? 아니, 다리는 영어로 뭐지? 이게 그거 맞나? 이게 뭣이여 지금? 하고 후다닥 알라딘에 들어가 검색해보니 아아, 이 책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그 다음 이야기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내가 사고 싶었던 건 다리야 다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추억이 아니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근데 왜 그때는 몰랐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이걸 새벽에 알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멘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직 다리도 못읽었고 못샀는데 추억이 있으면 어떡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 넌 언제부터 추억이었니, 난 분명 다리를 샀는데... 아아 Orz

다리로 다시 사야겠네. 새벽에는 다리가 영어로 뭔지 너무 생각이 안났는데, 아까 검색해서 원제를 보니 브릿지 였다. bridge......다리.....................




일전에 친구들하고 1박2일 대전에서 먹고 마시고 떠들면서, 공부가 너무 재미있다, 알아가는 거 너무 재미있어서 책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친구들은 네가 재미있어하는 게 눈에 보인다, 라고 내게 대답했더랬다. 그런데 얼마전에 사주를 보러 갔을 때 그 분은 내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계속 계속 공부하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오오, 나 요즘 그러고 있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들은 정희진 쌤 강연에서는 우리가 이틀 일하고 이틀 놀고 이틀 공부하며 살아야 한다, 공부를 멈추면 보수적이 된다, 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공부를 하고 싶고 공부가 재미있다 생각하고 있는 때에 맞춰 모두들 내게 공부 얘기를 한다. 공부 얘기가 더 잘 들린다. 내가 영어단어를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책을 읽고 생각하고 얘기하며 더 많이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강하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공부를 하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많이 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알라딘은 아주 적당한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공부를 계속하면 나처럼 너그러워질 수도 있고...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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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11-0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다리의 추억이군요. 덕분에 또 한참웃었어요.
다락방님 덕분에 저 오래 살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16-11-01 10:20   좋아요 0 | URL
우리 오래오래 책 읽으면서 글 쓰면서 이야기 나누면서 삽시다. 많이 웃으면서 말이죠. 으하하하하

시이소오 2016-11-0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자기전에 읽은 책이긴 하지만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를 야금야금 읽고 있습니다. 책을 사니 확실히 좋군요.
다락방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한참을 웃다 편안한 마음으로 잔답니다. ^^
오래오래 이야기 나누자는 말 좋네요.
시국이 지롤같지만 많이 웃고 사는 하루 되시길 ^^

다락방 2016-11-01 13:39   좋아요 0 | URL
아니, 지구에서 제일 재미있는 책을 자기전에 읽고 계시는군요! ㅎㅎㅎㅎ 편안한 잠자리를 보장해주는 책이죠. ㅋㅋㅋㅋ
네, 시국은 엿같지만,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하면서, 싸울 것에는 싸워가면서, 그렇게 잘 지내 봅시다.

조선인 2016-11-0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ICT 컨퍼런스에 갔다가 뜬금없이 이응노 화백에 대한 특강을 듣게 되었어요. 순간적으로 모드전환이 안 되는 바람에 강의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결국 꾸벅꾸벅 졸았답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참석자 대부분이 다 그랬다는.... 하나같이 너무 어렵고 추상적이라 이해를 못 했다고 꼽았다는...

다락방 2016-11-01 13:3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그 강의는 제가 들어도 졸았을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강연을 잘 안들으러 다니는게 졸까봐....졸면 너무 부끄럽잖아요. 하하하하하.

yureka01 2016-11-0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빨간색 매니큐어가 빨간색 포인트가 되었네요.책까지 이뻐보입니다.~

다락방 2016-11-01 13:41   좋아요 1 | URL
아하하하. 제 친구도 요즘 빨간 립스틱에 엄청 꽂혔던데, 이 가을은 빨강의 계절인가 봅니다. 훗

얼룩말 2016-11-0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저도 읽고 `엥? 뭥미..?`했었는데^^...네일아트는 언제나 진리입니다. ^^

다락방 2016-11-01 13:43   좋아요 0 | URL
저고 고딩때 읽고 읭??? 했었는데, 이십년도 더 지난 지금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뭔가 다른게 훅- 올지, 아니면 여전히 읭?? 할지. 그렇지만 제가 산 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아니라는 게 함정...하아- 다시 사야지요. 흙 ㅜㅡ

얼룩말 2016-11-0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사지 마요..뭔가 운명인 것 같지 않아요? 안 읽어도 된다는..다시. 그 시절 읽었던 다락방의 꽃들같은 책들만 읽고 살기에도 인생은 짧아요. 저도 다락방님도 읭??? 했던 책이라면 역시 별로가 아닐까요. 전 그 줄거리 자체가 마음에 안들어요. 뭐 어쨌다는 거야!!하는 느낌. 왜 그 후로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죠? 그 남자는 왜 다시 찾아오지 않았죠? 계속 불륜관계를 유지했어야죠. 그게 사랑이죠! 그 둘..전 마음에 안들어요.

다락방 2016-11-01 17:58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그 둘 , 마음에 안드십니까. 저는 그 뭐랄까, 일생에 아주 강한 사랑, 영혼에 싸대기를 날리는 강한 사랑이 어느 때고 찾아올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누군가에게는 이십대 초반에 오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오십대에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너무 좋아요. 그 둘이 더이상 만나고 있진 않지만, 그건 그 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바니까요. 그래서 저는 곧 도전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책이 아주 많아서 나중엔 결국 까먹을지도 모르지만요. ㅠㅠ

아무개 2016-11-01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너무나도 제 자신에게만 너그럽습니다....


다락방 2016-11-01 17:58   좋아요 0 | URL
저는 개구리에게도 너그럽고... 에또...... 뭐 그렇습니다. ㅋ

clavis 2016-11-0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좋아요 다락방님ㅎㅎ너그러운 락방님ㅎㅎ

다락방 2016-11-02 10:01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히 ♡

건조기후 2016-11-02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왜 개구리가 되어 보지 못 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대생 편견이 자꾸 심해질 것 같지만.. 제가 알았던 공대생들도 어쩐지 알맹이 빠진 껍데기 대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얘기하다가 한계를 느꼈던 적이 수도 없이 많네요. 뭔 노래를 하나 들어도 가사에 꽂히거나 멜로디가 좋거나 진짜 좋아해서 듣는 게 아니라 그냥 유행하는 노래니까 뒤처지지 않으려고 듣고.. 어휴, 공대생 생각하니까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 ㅋ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저도 읽은 지 오래됐는데 그 나이에도 중년의 사랑에 어찌나 감정이입을 했던지 ㅋㅋㅋ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영화 보면서도 펑펑 울고 영화 끝나고서도 메릴 스트립의 표정과 몸짓이 내내 생각날 정도로 빠졌었어요. 근데 어쩌다 책이 다리가 아니라 추억 ㅋㅋ 책은 인연이 아닌 것 같으니 영화로 보셔도 ^^

다락방 2016-11-02 17:48   좋아요 2 | URL
아 이 남자는 그런 답답한 남자는 아니었고요. 저랑 같이 영화보다가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뭣보다 사람 감정과 기분을 되게 잘 캐치하는데, 언제나 제 머릿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았달까요. 크- 좋은 시절이었죠. 개구리가 되어보진 못하지만, 개구리가 되어볼 순 없지만, 좋은 남자사람이었습니다. 아...쓰다보니까 가슴이 아파서 ㅠㅠ 못쓰겠네 ㅠㅠ 오늘은 술없이 잘거에요. ㅠㅠㅠㅠㅠㅠ 이제 그만 얘기해야지 ㅠㅠㅠ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저도 곧 읽고야 말겠어요! 중년의 사랑 너무나 궁금. 궁금하다기보다는 저는 사랑이란 게 이 세상 누구에게든 찾아들 수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게 참 좋아요. 올리브 키터리지도 결국 무지개가 뜬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잖요, 일흔 살에.

여러가지 이유로 마음이 참 거시기하고 멜랑콜리하고 그러네요....

집에 가다가 짬뽕이나 먹을까봐요...

2016-11-02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2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3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11-03 08:14   좋아요 0 | URL
꺅>.<
건조기후님, 지금 여기 있네요?!!!!!!!!!!!!!!!!

감은빛 2016-11-0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는 별로 였어요. 근데 페이퍼 읽으면서 이 사람은 왜 `추억`을 사고는 `다리`를 샀다고 한거야? 하고 궁금해 했는데, 결국 그걸 새벽에 깨서 알았군요. ㅎㅎ

`추억`은 또 뭔 내용일까요? 일단 속편은 궁금하긴 한데, `다리`가 별로여서 전 패쓰예요

다락방 2016-11-03 08: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저는 추억이 있는 줄도 몰랐기 때문에 매디슨..만 보고 당연히 다리인줄 알았죠. 사람이 이렇게 덤벙대면 안되는 겁니다. 꼼꼼하게 끝에 제목까지 다 읽어야지, 성급하게 내가 아는 것만 진실인줄 알았으므로 이런 실수가....

그나저나, 아무개님 서재 보내까 12일 집회 오신다고요? 오오오오. 뵐 수도 있겠네요??

다리는 제가 한 번 다시 읽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훗.

2016-11-02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3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1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4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5 0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5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2-03-16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왜 책은 안 들어오고 빨간색 메니큐어만 눈에 들어오죠;;; 역시 강렬한 사람이었어 그대는!!!! 저 빨간색 메니큐어 로망 있는데 아직도 그 로망을 못 이루었답니다. 제 주변에 빨간 메니큐어 칠한 이들 둘이 있는데 그 중에 한 분이 바로 그대!!!!

clavis 2022-10-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오랜만이에요. 한 알라디너님 덕분에 시적 정의를 읽어보려고 하는데 다락방님이 쓰신 글이 있어서 들어와봤어요. 제가 남긴 답글도 있네요 ㅎㅎ
 

중간에 깨지 않고 자는 날이 거의 없는 편인데, 어젯밤엔 깨지 않고 잤던 것 같다. 분명 새벽이겠거니, 하고 눈을 떴더니 05:23 이더라. 아아, 그냥 깨지말지. 나는 매일 05:30에 일어나는데, 칠분, 이거 어쩌라고...ㅠㅠ 하는 마음이 되어서 눈을 감았다가, 알람이 울려 끄면서 시간을 봤더니 05:48 ... 


아아, 침대에서 딩굴할 시간이 없어, 일어나야해, 하고는 베개에 머리를 푹- 파묻고,



회사, 그만둘까...



생각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짓, 이제 그만하고 싶어 ㅠㅠ 이럴때마다, 너 하나 먹여살리는 거 못하겠냐, 라던 엄마의 말이 자꾸 생각나고 거기에 기대고 싶어진다. 엄마, 나 좀 먹여살려 줘... 진짜 영혼을 팔고 싶다. '널 먹여살릴게' 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집가버리겠다....하는 심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대로 잘 먹고 살려면, 내가 돈을 버는 수밖에 없지. 그래야 먹고 싶은대로 다 먹지. 다른 사람 돈으로 먹으려면 눈치 봐야 하잖아. 그리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먹이고 싶은데. 우리 둘째 조카, 짜장면 사줘야지. 첫째 조카는 까르보나라를 좋아해. 아아, 일어나서 돈을 벌어라, 나가라! ㅠㅠ 

아니, 애들 아빠,엄마가 알아서 잘 먹이겠지. 굳이 나까지 뭐..... 드러누워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으므로 나는 아침밥을 먹을 시간이 없지만, 아아, 이대로 출근하면 나는 얼마나 배가 고플까, 그래서 그냥 밥을 먹었다. 열무김치와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슥슥 비벼 먹었는데, 아아, 쓰면서도 또 침나와. 어제 아침에도 이렇게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얼른 집에 가서 열무김치에 밥 비벼먹고 싶다'는 생각만 하루종일 한거다. 그래서 집에 가서 어제 저녁에도 씻지도 않고 또 그렇게 비벼 먹고 오늘 아침에도 또 비벼먹고.


그러니까 어제는, 빨래를 두 번 돌리고,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고, 음식 쓰레기를 버리고... 바쁜 와중에 뉴스룸 챙겨보다가, 아아, 끝났구나, 하고는 채널을 돌리는데, 홈쇼핑에서 립스틱 셋트를 판다. 안그래도 빨간 립스틱 하나 더 사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인데, 빨간 립스틱이 다른 버전으로 두 개나 있네, 저 셋트 좋구먼, 나는 거침없이 전화를 걸어 자동주문을 한다. 


예전에 홈쇼핑에 빠져서 쇼핑한다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참, 그런 것에 혹해서 물건을 주문하다니, 인간들은 왜이리 어리석단 말인가.... 생각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었다. 안봤으면 안샀을 것을, 보고 사버렸어..... 아아, 역시 회사를 다녀야 해.... 먹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야. 빨간 입술을 갖고 싶다면 일어나서 돈을 벌어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으면서 정희진 쌤의 강연 얘기를 해줬다. 공부를 멈추지 말라고, 나는 동료에게 말했다. 공부해야 돼, 안그러면 보수적이 된다고 정희진 쌤이 그랬어, 내 생각도 그래, 그럴 수밖에 없잖아, 멈추면 안돼, 라고 말했는데, 동료는 '책은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차장님이 알기 쉽게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줘서, 저는 차장님이 계셔서 좋아요' 한다. 나를 칭찬하는 말이었고 고마워하는 말이었지만, 아아, 나는 너무 안타까웠다. 나한테 듣기만으로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지마 ㅠㅠ 직접 공부해. 직접 책을 읽어 ㅠㅠ 나는 안타까워서, 일단 쉬운 책을 읽으라고, 페미니즘도 인문도 정치도, 일단 쉬운 책을 읽다보면, 나중에 조금 더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햇다. 동료는 '차장님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한다. 아니아니, 내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공부를 하라고 ㅠㅠ 


그렇지만 학창시절 나도 공부를 안하는 학생이었고, 공부라는 게 누가 시켜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나는 동료에게, 내가 아는 게 지금보다 더 많아지면, 또 아는 게 더 많은 사람과 대화가 가능해진다...라고도 했지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더이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자기 삶은 자기가 사는 것이여.....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 좋다. 끊임없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 어제도 공부에 대한 책을 읽었다.




















자신이 이미 의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고민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부분들이 정말 좋았다. 자신의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에게 허락을 구해서 자신과 상담했던 내용을 다 풀어 적고는, 자신의 스승에게 '이거 이렇게 한 거 잘한거냐'고 물었던 삼십대 시절이었다고. 아, 너무 좋지 않은가. 이미 내가 어느 정도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면 '이정도 공부한 내가 이거 못할 리 없지' 라는 자기 확신에 빠지기 쉬운데, 끊임없이 자기에게 물었다는 건, 정말 중요한 장점인 것 같다. 그것이 사람을 성장시키고 또 앞으로 나아가게 하며,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게 아닐까.



게다가 이제 직접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치유하는 능력을 더 갖추게 되었다는데, 그러면서 소설을 읽는 것에 대해 그것이 가진 힘을 믿는다니, 아아, 소설과 소설의 힘을 믿는 이들이여, 복되어라.



Q 전공서적을 모두 정리하고 시집과 소설 같은 문학책만 남겼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는 데 시집과 소설 같은 문학책이 도움이 되나요?


그럼요. 심리학 공부를 하다보면 여러 심리학자들의 이론, 그들이 주창한 개념과 틀을 중심으로 사람을 분석하고 해석하게 됩니다.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 이론과 개념이 전부인 것처럼 절대화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렇게 사고하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우리는 훌륭한 전문가로 인정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아무리 탁월하고 근본적인 이론이라 해도 어느 한 학자의 개념과 틀만으로는 인간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틀에서 벗어나는 인간의 개별성과 다양성이 얼마나 많고 깊은데요. 사람을 깊이 접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런 사례를 더 많이 접하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으니 이해하고 접근하기가 막연하고 모호합니다. 어둠 속을 걸을 때 손에 쥘 수 있는 지팡이가 있으면 그에 의지해서 주위를 천천히 더듬으면서 감을 잡고 최소한의 자기보호를 할 수 있죠. 그러나 시간이 흘러 어둠 속에서 내 시력으로도 주위를 조금씩 볼 수 있게 되면 지팡이 끝으로만 세상을 인지할 필요가 없잖아요. 내 눈을 통해서 내 주변이 어떠한지 통합적으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지팡이 끝'으로 더듬어 세상을 '부분적으로 파악하는' 도구가 심리학 지식이라면, '내 시력'으로 세상을 '통합적으로 인지하는' 강력한 도구가 문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분적이기보다 통합적이고, 분석적이기보다 감성적이고 입체적입니다. 인간을 유형으로 말하지 않고 한 인간의 개별성에 끝까지 집중합니다. 그런 면에서 문학은 인간에 대한 치유적 접근에 적합한 도구입니다.

심리학 공부는 지팡이 역할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p.143-144)




김영란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자신이 그간 읽어온 문학으로 사람 개별에 대해 깨닫고 판결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되더라고, 직업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더라고. 그런데 정혜신도 그런 얘기를 한다. 내 경우에는 일을 하는데 문학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진 않지만, 일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사람을 사귀는 일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연애를 하고 우정을 다지고 동료들과 관계를 맺는 모든 것들이, 나라는 인간이 하는 일인데, 나라는 인간은 문학을 포함한 다른 것들로 구성되어져 있으니까.



오늘부터는 지난번에 멈췄던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를 읽고 있는데, 아아, 이거 너무 좋다. 얼마나 좋으냐면, 밑줄 그으며 읽다가 양재역을 지나칠뻔했을 정도로 좋다. 색연필 들고 밑줄 그으면서 읽었다. 마사 누스바움의 이름을 외워야지, 생각했는데, 이 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학생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도 여러차례 했다. 그리고 곳곳에서 소설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것들이 참 긍정적이어서, 지난날 공대생과 연애하던 나를 수시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어느 한 날 공대생과 나는 개구리 울음소리로 싸우게 됐는데, 아아, 나는 너무 문학적이어서 그가 나를 결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건 나중에 시적 정의 다 읽고 페이퍼 쓸 때 언급할 것이다. 아, 싸웠다고 해서 우리가 피터지게 싸웠다거나 서로의 감정을 할퀴면서 싸웠다는 건 아니다. 낄낄대면서 싸웠지...라고 하면 싸운 게 아닌가... 어쨌든. 아,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 넘나 좋구요.... 아아, 마사 누스바움. 이름을 기억할게요.




책을 안사기로 결심했었으나 물론 잘 지켜지지 않았고, 그래도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중이라서, 한 번에 오만원이상 사는 대신 한두권씩 사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뭐야 부질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미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오늘, 정희진의 신간 소식을 알게 됐다.



















신간이라기 보다는, [나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라는 이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인데, 어쨌든 그 책을 읽지 않았던 나로서는 반갑게 구입하고 싶은 책인 것이다. 그런데,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이 넘나 많아. 아침부터 장바구니 들여다보며


딱 한 번만, 올해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오만원이상 ... 지를까.......



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딱 한 번만..... 안될까?



안돼! 정신 똑바로 차려!

그러면, 이거 한 권만 살까?

그래, 한 권만 사.

아니 그런데, 이렇게 한 권 두 권씩 여러번 사는 것보다, 여러권 한꺼번에 사는 게 마일리지도 쌓이잖아?

닥쳐!



나는 오늘도 나와 대화한다. 나와 대화하는 힘은 열무비빔밥으로부터 나온 것이여.....




엊그제는 남동생과 자존감에 대한 얘길 나누었다. 남자든 여자든 연애를 할 때, 자존감을 잃게 만드는 상대라면 거침없이 헤어져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었는데, 내 얘길 듣던 남동생이 


'누나 요즘 페미니즘 책 한참 읽더니, 이제 자존감 책읽냐?'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존감은 책과 상관없어 밥통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졌네.


오늘 마사 누스바움의 책을 읽다가 '성찰'이란 단어에 꽂혀서는, 오늘은 지하철에서 내리기를 깜빡 잊을뻔했던 나를, 커피를 사지 못한 나를 성찰하자, 하고는 혼자 써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처럼, 지난달처럼, 몇년전처럼, 변함없이 출근했고,

그렇게 변함없이,

퇴사하고 싶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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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10-27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함없이 출근했고,그렇게 변함없이 퇴사하고 싶다.
ㅜㅜ
흐린날씨라 더 애틋하게 들리면서도 이상하게 활기차게 읽힌달까요?
멋지게 퇴사하려고 매순간 열심히 출근하는 모습이랄까요?^^

정혜신과 김영란이 이야기해주는 문학책에 관한 부분들이 저도 참 좋았어요
다른 어떤 책에서도 비즈니스를 하려면 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지인의 충고에 쿵!! 하여 그날부터 소설을 읽었대요 그후 저자는 마케팅을 할때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능력이 생겨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소설이 이런거구나!! 깨달았다는군요
소설읽기 게을리하면 안되겠어요ㅋㅋ
그나저나 저도 `시적 정의`랑 `아주 친밀한 폭력`무척 읽어 보고 싶군요
지하철에서 색연필을 들고 밑줄 그으며 읽어 정거장을 놓칠뻔 할 정도의 책이라니~~~~~^^

다락방 2016-10-27 17:06   좋아요 0 | URL
[시적 정의] 너무 좋아요. 따라가기가 약간 벅차기는한데, 전하는 메세지들이 정말 너무 좋아요. 저는 소설 읽는 제가 참 좋았지만, 시적 정의를 읽노라니, 소설 읽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결국 소설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더 좋은 책읽기를 하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세상에 똑똑한 여자들이 많아서 정말 기뻐요. 이런 걸 깨닫고 글로 써주는 사람들 말예요.

[아주 친밀한 폭력]도 아마 밑줄 그으면서 읽게되지 않을까 싶어요. 얼른 사서 읽어야겠어요. 히힛.

마케팅에서도 그렇지만, 회사내에서 다른 직원들과 어울려 지내는 등의 조직생활을 하는데도 문학적감수성은 필요한 것 같아요. 아니, 일상의 모든 곳곳에서 다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소설 열심히 읽으며 살아요!

붉은돼지 2016-10-27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의 아침 기상 풍경에 가슴 깊이 공감하는 돼지로서는 다만 덧없는 시 한 구절을 첨부할 따름입니다.

(상략)
형제들은 출근에 가위 눌리지 않는
단잠의 베개 벨 것인데
한 켠에선 되게 낮잠을 자 버린 사람들이 나즈막히 노래불러
유행 지난 시편의 몇 구절을 기억하겠지

바빌론 강가에 앉아
사철나무 그늘을 생각하며 우리는
눈물 흘렸지요

- 장정일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중에서

다락방 님은 자신과의 대화를 상당히 열정적(!)으로 하시는군여 ...ㅋㅋㅋㅋㅋ
닥쳐!!! ㅋㅋㅋㅋ 혹시 나중에는..... 퍽!! (주먹질) 까지....

다락방 2016-10-27 17:0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항상 제 안에 천사와 악마를 싸우게 한답니다. 사실 천사가 악마가 되고 악마가 천사가 되고..정체성을 잘 알지 못하겠는데, 여튼 저는 그렇게 저와 대화를 하고 셀프 따귀를 때리고(!!) 뭐,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누가 보면 무서울거에요.... ㅋㅋㅋㅋㅋ

아아, 붉은돼지님, 어느덧 퇴근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퇴근 후에 술을 마시러 갈겁니다. 꺅 >.<

비연 2016-10-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사하고 싶다...에 백만동감표 ㅠ

다락방 2016-10-27 17:07   좋아요 0 | URL
내일도 역시 퇴사하고 싶겠죠...

Alicia 2016-10-2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격하게 공감! 저는 오늘,내일 휴가를 냈습니다.

다락방 2016-10-27 17:08   좋아요 0 | URL
아아 휴가라니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부러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쪼록 좋은 시간 보내시기를요 ㅠㅠ

비공개 2016-10-27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사하고싶은 사람들 아니 여자들의 모임이라도 만들어야 하나요.
아 정말 퇴사하고 싶은 오후네요. ㅎ

다락방 2016-10-27 17:08   좋아요 0 | URL
퇴사하고 싶은 아침
퇴사하고 싶은 오후
퇴사하고 싶은 저녁..


이제 퇴근합니다. 꺅 >.<

얼룩말 2016-10-2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해정 휴먼 멘토링..이라고 있어요. 꼭 가보세요~
후회없으실 거예용..

다락방 2016-10-27 17:10   좋아요 0 | URL
저 거기 다녀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 거기서 저한테 결혼은 가급적 뒤로 미룰텐데, 만약 결혼을 한다면 식은 안올리고 동거를 할것이고, 나중에 외국에서 산다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짱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이제부터 차례차례 답사다니려고 합니다. 내년엔 미국에 가볼까 해요. 여기 내가 살 곳이 맞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ra 2016-10-2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년 다닌 직장 때려치우고 집에서 일년째 뒹굴 뒹굴 해요. ㅎㅎ 나이들어 다시 재취업하기 힘들다고 다들 주위에서 염려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나 또한 노후대책이 잘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말이죠. 막연한 불안감은 있지만 아직도 노는게 좋아요 ㅎㅎ

다락방 2016-10-28 08:42   좋아요 0 | URL
아니, 미라님! 넘나 멋지셔요! 뒹굴뒹굴이라니. 아아, 제 로망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제도 술을 퍼마셨고, 그런 술값을 감당하려면 조금 더 여길 다녀야 할 것 같아요 ㅠㅠ 저역시 노후대책.. 같은 걸 했을리 없지만, 그래도 일단 지금은 먹고 싶은 걸 다 먹어야 한다...라는 일념하에 다니고는 있는데, 아아, 15년 다닌 직장을 때려치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저도 그럴 날이 오겠지요? ㅜㅜ 저도 놀고 싶습니다. 우앙- ㅜㅜ

얼룩말 2016-10-27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되게 구체적으로 말해주었네요. 노해정씨가. 전요..신기하게 남자..결혼 이야기..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안해주었어요.그 부분이 진짜 신기했어요. 다락방님께는 연애..결혼..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해주시던가요?

다시 찾아봤어요. 9.26 쓰신 페이퍼 맞죠? ^^
좀 질투나던데요. 되게 좋게 말씀해주셨네요. ㅋ..그리고 그 내용..재밌어요.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냐고 했다는 그 말..

2016-10-28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룩말 2016-10-2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노해정 짱..완전 잼나요
 


이 앨범은 시디로는 구입할 수 없는가보다. 검색이 안되네. 나는 음원을 사서 듣고 있는데, 오늘 아침 이 앨범에 실린 곡 중에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이 생각나서 들으며 출근했다. 그러다 갑자기 빵터졌는데, 그건 가사 때문이었다.


너는 별것도 아닌 일에
귓볼까지 붉어지게
마음 약한 너무 착한 남자
좀 재미없다 생각했지
한때 왜 날 사랑하는지
보채며 네게 물어봐도
대답 못 해 정말 단 한 번도
난 늘 못내 그게 서운했어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싫은 건 아닌 건지
너의 곁에 어울리는 사람
정말 내가 맞는지
난 끝도 없이 확인하려 하지만
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린 또 싸우게 돼
항상 나만 바라본 것 같아
넌 나를 보지 않는데
헤어지고 나서도
오래 아플 만큼 아파한 뒤에
이제 정말 잊어보려는데
밤 늦게 걸려온 네 전화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꽃줄기보다 붉게 웃던
조그만 입술까지
항상 나를 네 오른쪽에서
걷게 하고 싶었다며
처음 느껴본 마음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망설인 순간들을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어
네 떨리는 목소리
내 떨리는 목소리
이제 와 아무 소용없는 말들을
힘없이 겨우 털어놓던
마지막 네 고백이
지금까지 내 가슴에 맺혀
난 누구도 사랑 못 해

난 누구도 사랑 못 해






요즘 급친해진 남자사람은 굉장히 조용하고 예의바르며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다. 한 번은 내가 무섭다(!!)는 발언도 했는데, 이 노래를 듣는데 갑자기 그 남자사람 생각이 나는 거다. 그러니까, '너는 별것도 아닌 일에 귓볼까지 붉어지게' 라는 가사에서 그랬다. 아하하하하. '마음 약한 너무 착한' 남자에서도 싱크로율이 백프로... 아아, 나는 왜 마음 약하고 착한 남자에게 무서운 여자인가....
나쁜놈들한테도 무서운여자여야 되는데.....


근데 이 가사에는 영원히 풀지못할 미스테리가 있다. '항상 나를 네 오른쪽에서 걷게 하고 싶었다며'가 그것인데, 왜 항상 여자를 오른쪽에서 걷게 하려고 한걸까? 혹시 지나다니는 차 때문이라면, 차는 오른쪽에서 걸으나 왼쪽에서 걸으나 튀어나오기 십상인데... '오른쪽'이라는 것이 무언가를 상징하는걸까? '넌 내 오른팔이야' 뭐 이런 거? 그렇지만 왼손 잡이도 있잖아? '물론 왼손잡이도 있지만 나는 오른손잡이고 그러므로 너는 내 오른팔이다' 이런 의미인가? 아니면 그냥 강박인가? 왜, 침대에 누울 때도 애인이 항상 오른쪽에 있어야 내가 잠이 잘온다, 라는 뭐 그런거 있는 사람들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내 오른쪽에서 걸어야 한다...같은 강박인가??? 아..이해할 수 없다.....




요즘엔 이 앨범에 실린 <배워>를 자주 듣고 따라부른다. 처음 이 앨범의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콘서트에 가서 이 노래를 들으니 완전 좋은 거다. 너에게 배웠지 다아아~~ 사랑에 대한 것~~~ 하고 심규선이 열창하는데, 뭔가,


아아, 나도 그래, 나도 너에게 배웠지, 다아아~~ 하는 마음이 되었달까. 그러더니 요즘 생각나서 흥얼거리게 된거다. 그래서 듣는데, 듣다가 갑자기 팍- 하고 울음이 터지면 나는 소리내서 엉엉 울기도 하는 것이다. 크- 이래서 혼자서 술을 마셔야해. 언제 어디서 찌질해질지 몰라...



미워진 내 얼굴 어느 순간부터 
보기 싫어
난 점점 거울을 피하게 됐지
쫓기듯 살아도 기억 속 한 곳에 
널 찾아내는
난 점점 자신을 미워하게 돼

너에게 배웠지 다 
사랑에 대한 건
난 아이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네게 다 주었네 내 전부를

넌 내가 얼마만큼 강하고
또 얼마만큼 견뎌낼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니
네가 떠나고 나는 매일 배워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점점 무뎌지는 법 더 굳어가는 날
내 전부로 

넌 나를 강해지게 만들려 했어
언젠가 떠날 것을 예고하듯
널 너무 닮아버린 걸 알게 됐어
날 버린 널 이제 나는 거울 속에서 봐

네가 가르쳐줬지 다 이별에 대한 건
난 아이처럼 아무 의심도 없이
네게 다 걸었네 내 전부를 
전부를

넌 내가 얼마만큼 강하고
또 얼마만큼 견뎌낼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니
네가 떠나고 나는 매일 배워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점점 무뎌지는

아무 뜻도 없는 그런 사랑 노래 
의미 없는 이별 노래 속에서도 
너를 떠올리고 마는 내가
정말 미칠 것 같은 미쳐버릴 것 같은 건
너를 이제와 내가 이해하게 된다는 거야

넌 내가 얼마만큼 약하고 
또 얼마만큼 무너질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니

넌 내가 얼마만큼 강하고
또 얼마만큼 견뎌낼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니
네가 떠나고 나는 매일 배워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기다리는 이유를 널 기다리는 날 
내 전부로 
전부로












어제는 크레마 사운드를 구입한 친구와 함께 낙지볶음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친구는 얼마나 가벼운지 모른다며 내게 보여주었는데, 아아, 좋다, 가볍다, 편하다, 눈도 안피곤해!! 스맛폰이나 아이패드와는 확실히 눈의 피로도가 다르다. 게다가 양쪽 옆에 버튼이 있어서 페이지 넘기는 것도 너무 수월한 게 아닌가!!





그러자 갑자기 사고 싶다는 충동이 찾아들었다. 마음 죽이고 있었는데 다시 찾아왔어...살까말까살까말까...... 겁나 망설이다가, 집에 사두고 안읽은 종이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떠올라 아아, 나를 다스리자, 하고는 가까스로 참고 있다. 그렇지만..이것은 너무나 가벼운 것. 여행 다닐 때 들고 다니면 진짜 편할 것 같은 거다. 그래서 내심 계획한 것이, 내년 생일 때까지 사둔 종이책들은 좀 읽고....내년 생일에 생일 선물로 크레마를 사자(혹은 받자)!! 인 것이다. 그렇다면 10개월이 남은 셈인데, 10개월동안 나는 사둔 책들 중에서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아, 나 어젯밤에 자기전에 [나나]주문했지...또 뭐 다른 거 한 권 주문했는데 뭐더라.... 어쨌든 이렇게 계속 주문을 하면 안되는건데....



이쯤에서 잠깐, <최근 3개월간 순수구매금액 : 284,200원> 이로구나. 10만원대로 줄여봐야지.




네 살 조카가 이제 혼자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단다. 혼자 짜장면을 먹는다면 다 큰 거 아니냐고 여동생이 사진을 보내왔다. 지난 주말에 대전에 다녀오면서 튀김소보루 빵을 사왔는데, 칠 살 조카가 우유도 달라해서 그걸 한 입 가득 넣고 먹는 걸 보고는 또 내 마음이 흡족흡족해서 옆에 찰싹 들러붙어 앉아있었더랬다. (천천히 꼭꼭 씹어먹어, 응?) 그런데 네 살 조카가 짜장면 먹는 사진을 보는데도 마음이 흡족흡족하다. 사랑하는 존재가 먹는 걸 보는 건 진짜 행복인듯. 평생 이 아이의 짜장면을 내가 책임지고 싶어.... 






점심엔 짜장면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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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6-10-2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뻐라!!!!

유부만두 2016-10-26 13:3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조카 아기...

다락방 2016-10-27 09:27   좋아요 0 | URL
아아 그러니까 제가 아니라는거죠... Orz

비공개 2016-10-2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ucia.. 에피톤프로젝트 보컬하실때 애정했었는데 그 이후론 못챙겨 들었네요. 가사보니 한번 들어봐야겠어요^^ 조카 늠 귀엽네요 ㅎㅎ

다락방 2016-10-27 09:27   좋아요 0 | URL
저는 심규선 노래 다 좋아해서 콘서트도 여러차례 갔어요. 노래도 엄청 잘 불러서 좋아요. 그리고 가사를 보면 심규선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싶더라고요. ㅎㅎ

비연 2016-10-2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점심에 부대찌개 먹었는데 또.. 짜장면이 먹고 싶어지는군요. 조카가 넘 이뻐요...^^
제 조카도 아들아이인데, 이제 12살. 그 쯤 되면 ... 다 커서 신기함은 사라지지만, 그래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느낌.
락방님의 ˝사랑하는 존재가 먹는 걸 보는 건 진짜 행복인듯. 평생 이 아이의 짜장면을 내가 책임지고 싶어.... ˝
이 말에 격하게 동감합니다.

다락방 2016-10-27 09:28   좋아요 0 | URL
저는 짜장면이 먹고 싶어서 짜장면을 먹으면 꼭 후회를 해요. 역시 맛없어..하고. 그런데 또 다음에 먹고싶고..대체 이건 왜그런지 모르겠어요. 어제도 짜장 먹다가 너무 싫어서 공기밥 시켜 먹었어요. 아하하하하.

첫째 조카가 일곱살인데, 그쯤되면 이제 더이상 예쁘지도 않고 사랑도 덜하게 되려나 했거든요. 그런데 무슨 ㅋㅋㅋ 여전히 저는 조카를 엄청 사랑합니다. 나이랑 상관 없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16-10-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노래 모두 좋네요.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심규선의 <담담하게> 라는 곡 듣고,
저도 좋아하게 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가사 들으면서 왜 하필 `오른쪽`이지? 라는 생각했어요.
뭔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걸까요?
혹시 결혼식을 할 때 신부가 신랑의 오른쪽에 서는걸 의미하는게 아닐까요?

짜장면 먹는 아이, 정말 귀여워요!
뭐든 잘 먹는 아이는 너무 예쁠 수 밖에 없어요.

다락방 2016-10-27 09:30   좋아요 0 | URL
크- <담담하게> 좋죠? 저도 그 노래 한창 짝사랑중일 때 들어서 크- 좋구먼, 했었어요. 짝사랑중일 때 듣기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어제는 <5월의 당신은> 들었거든요. 이거 진짜 제 패이버릿. 그대가 웃는 웃음소리 걸음걸이와 너의 모든 것이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아~ 하는 가사가 진짜 심장 터질 정도로 좋아요.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니...
아.... 너무 절절해요....


오른쪽이, 그런 의미였을까요? 대체 왜 오른쪽이라고 한걸까....왜 꼭 거기에 두려고 한걸까...으음, 결혼, 그럴 수도 있겠군요...

2016-10-26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7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30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6-10-27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레마 저도 접때 한참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사용을 잘 안 할 것 같아서 말았는데, 요즘 또 살까 싶어지더라고요. 사운드가 새로 나오기도 했고, 열린책들 세계문학 180권이랑 세트로 파는 거 보고 그냥 맘 굳혔네요.. 주말에 카드 할인이 더 돼서 얼릉 주말 오기만 기다리고 있어요. ㅎ

다락방 2016-10-27 09:34   좋아요 1 | URL
이 댓글 보고 저도 주말에 크레마 사야지 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제 립스틱셋트 샀으니까 집어쳐! 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이렇게 늘 저랑 싸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상해보라. 3만의 도시 인구 중 이제 여자 둘과 태아 하나만 남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지금이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이다. (p.37)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부분의 많은 여자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너무 우울했다. 너무 우울했고 모든 상황이 절망적으로 느껴졌으며, 그래서 나는 마르셀 서루의 저 문장을 계속 떠올렸다. 여성을 향한 이토록 잔인한 범죄가 일어난다는 것은, 남자들이 사라져야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남자들이 지구상에서 다 사라졌으면 좋겠어, 라고 친구와 대화했던 것도 생각난다.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다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싹 다 없어진 다음 새로 시작해야 상황이 나아질거라고,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마르셀 서루도 말하지 않았나. 여자 둘과 태아 하나만 남았는데, 지금이 훨씬 좋다고.



나는 아주 많은 남자들이 성희롱과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역시 어릴적에 피해자였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로 수시로 성희롱과 성추행에 노출되니까. 나만 당한 게 아니었다. 내 주변의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우리끼리만 있을 때' 얘기했었다. 바깥으로 얘기했다가는 오히려 잘못을 '내'가 한 게 될테니까. 니가 치마를 입어서, 니가 술을 마셔서, 니가 밤늦게 다녀서, 니가 택시를 타서...


나 역시 어린이었을 때 당했던 일에 대해서 아주 오래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국민학생이었는데도 내 자신이 음탕했기 때문이라고, 아주 오래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가해자보다 나를 더 원망했었다. 왜 그때 안된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어린 나에게 계속 추궁했다. 이게 너무 아프다. 너무 오랫동안 내 잘못인 줄 알고 살았던 게, 이게 너무 아파서 나는 나한테 미안하다.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건, 최명희의 『혼불』 때문이었다. 그전까지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딱히 관심도 없었고 오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혼불을 읽으면서 자꾸만 화가 나는 거다. 아니, 여자들이 왜 이래야하지? 아, 이 답답함 어떻게 풀어야하지? 혼불을 읽어가면서 그 생각이 점점 강해졌고, 그래서 '아 페미니즘을 좀 공부해봐야겠다, 그러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 했던 거다. 그래서 페미니즘 관련 도서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그러고나니 상처받는 일 투성이었다. 정희진은, 아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그리고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자각이 없을 때부터 내가 페미니스트 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내가 여자로서 살아가는 일이 매우 피곤하다고, 불합리하며 부조리하다고 생각했고, 그때마다 상대가 누가 됐든 따지고 들었던 거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내 주변이 나와 때를 같이해, 동기는 달랐지만, 다들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메갈은 미러링이라는 걸 함으로써 많은 남성들에게 '너희들이 한 짓을 봐' 라며 거울을 비춰주었다. 어떤 남성들은 아, 이것이 내 모습이구나, 했지만 어떤 남성들은 거울을 깨부수려고 했다. 메갈은 미러링의 수위를 높여갔고,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만한 발언들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메갈의 미러링도 약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나 많이 여자들이 강간당하고, 맞고, 죽어나가는데.... 그걸 그만두라고 세게 '말'한 게, 왜??




며칠동안 트윗의 타임라인이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자기가 속한 집단 내에서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해쉬태그에 숱한 사연들이 올라왔고, 그렇게 미성년자 성폭행 가해자인 '이익'이 수면에 드러났고, 이를 부추긴 이자혜 역시 드러났다. 또 내가 알지 못하는 닉네임이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속속 폭로되었으며,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나니, 박진성 시인도 개새끼였음이 드러났다. 이모두가, 성폭행 가해자들이, 가정을 이루고 살기도 했고 자신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고 있기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데 우리에게 페미니즘이 있었다. 




피해자들이 아픈 과거를 힘겹게 고백했을 때, 이제 더이상 사람들은 그들에게 '그러게 왜 그랬어' 라며 피해자를 추궁하지 않는다. 가해자가 나쁘다는 사실을 '정확히', '제대로' 알고 있다. 페미니즘을 접한 후의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며, 2차가해를 걱정한다. 과거에 이자혜를 좋아했던 사람들도 이자혜가 가해자였음이 드러나는 순간, 이자혜에 대한 애정을 거둬들이며 범죄를 지적하고 피해자를 도우려한다. 또한 신속하고 빠르게 가해자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그동안 결혼도 하고 커리어도 쌓고 계속 성범죄를 저지르며 살았던 가해자들은, 이제 더이상 그짓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많은 여자들과 또 남자들이, 연대하고 있다. 귀 기울여주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해주고 있다.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그것을 '내 잘못이다' 라고 자책하지 않고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페미니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를 읽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알라디너 o 님이 나와 같이 읽고 싶다며 『제르미날』을 주문하셨다는 게 아닌가. 게다가 또다른 알라디너 o 님은 나와 통화하면서 제르미날을 엄청 추천하셨다. 아아, 시적 정의 다 읽고 싶은데, 나 제르미날 주문해야 해??? 라고 갈등하다가, 오늘 아침 트윗을 보고 일단 다 멈추기로 했다. 시적정의도, 나나도, 제르미날도, 일단 스톱. 나는 다른 책을 집어들었다.

















어릴 적 나를 음탕하다 여기게 했던 일도 '아는 사람'으로부터 일어났다. 이익과 이자혜 사건의 피해자도 '아는 사람'에게 당했다. 박진성 시인도 '아는 사람'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아주 많은 성범죄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일어난다.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잡지인 미즈는 이 책이 발간되기 전인 1983년부터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즉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이라는 화두를 사회에 던지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밤에 갑자기 낯선 사람이 튀어나와 피해자를 납치하듯 끌고 가는 것만이 '진짜' 강간인 양 이야기되던 시대에, 사실은 피해자의 대다수가 아는 사람에 의해 강간당하고 있음을 폭로함으로써 성폭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나아가 미즈는 성폭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기획된 이 책을 발간함을 통해, 강간이라 하면 여전히 낯선 이를 가해자로 떠올리는 사람들의 통념이 잘못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만들었다. (p.8)




너무 아프고 절망적이지만, 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오늘 친구는 트윗에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대해야 하는 이유를 얻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공부하고 연대하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할머니로 죽겠다는 친구를 응원하며, 나 역시 그 친구 옆에 페미니스트 할머니로 있겠다. 우리 건강하게, 공부하고 연대하자. 건강하게, 페미니스트로 늙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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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10-21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불 읽을 때의 그 답답함이, 이 아침에 되살아났어요... 페미니즘은 결국 휴머니즘인데 휴머니즘까지는 가지도 못하는 이 상황들이 아프네요. 페미니스트로 늙어가자에 동감하며.

아무개 2016-10-2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페미니즘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요.
서구의 구페미니즘, 신페미니즘이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그 구페미니즘 안에서 또 그 신페미니즘안에서도 수없이 많은 주장이 있는데
그리고 지금 현실에서 페미니즘은 또 그렇게 진화와 퇴보를 격고 있는데
도대체 그 사람들이 말하는 페미니즘이란게 뭘까요?

멋으로 시류에 맞추서 페미니즘에 얻혀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이유는
`인간` 대우 해달라는
너-남성-와 같은 사람이다. 때리지마라, 강간하지마라. 죽이지마라.

이런 요구를 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미러링 일뿐인데,
자신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여성들에게 해왔던 일을 비춰준것 뿐인데
저렇게들 광광 울어대니
정희진씨 말대로 미러링은 실패했습니다.
너무 고퀄이었어요..........


오래오래 함께 공부하고 연대하고 싸웁시다.
페미니스트 할머니로 늙어 갑시다.






2016-10-21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6-10-21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이 늙어갑시다, 매드맥스 씨앗 지키는 할머니들처럼!

레와 2016-10-21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모든 나쁜일들이 내 잘못이 아님을, 저도 아주 나중에 친구들을 만나고서야 알게 되었어요.
새삼 좋은 책 만큼이나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수많은 책을 읽으며 잘 못된 생각을 공고히 하는 것만큼 위험한 사유도 없지요.


이제 겨우(!) `말`만 했을뿐인 미러링에 대한 반응들이 놀랍습니다.
아직 돌맹이를 줍기도 던지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필요하다면 기꺼이 돌맹이를 들고 던지는 사람이 될거에요.
물론 이런 순간들이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요.


우리 같이 갑시다.
건강한 페이미니스트로 기쁘게 늙어갈 겁니다!






기억의집 2016-10-21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트윗을 안 해서, 유일하게 북플하나 합니다, 지금 이 페이퍼 읽고 검색해보니 아직 기사는 안 떴네요. 다음 검색에 트윗 검색도 되서 잠깐 읽어보니 트윗은 난리난 것 같은데. 이자혜나 박진성이나 다들 자기작품에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예전에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사실 줄거리나 캐릭터들 기억 안 나지만, 한 여자애가 무슨 공연을 보는데 아저씨무릎에 앉아 보는데 그 아저씨새끼가 그 여자아이의ㅜ음부를 공연 내내 만진다라는 대목이 나와요. 그 때 그 장면이 너무 충격이어서 작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덮고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여자아이가 얼마나 충격속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 미드 로앤오더 보면서 성폭력에 대해 자각을 많이 한 경우고 아들애한테 로앤 오더는 꼭 보라고 권해준 적 있어요. 이 미드 보면 성폭력 피해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상처를 가지고 사는지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서 보게 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 나라가 가부장제고 엄마들이 가부장제에 영향를 많이 받아 남자애들의 성추행 성희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정말 많아요. 아들이라고 으쌰으싸해준 결과겠죠. 널린 게 고춘데.... 참, 고추만 으쌰으쌰하고 세상 불공평해요.

웽스북스 2016-10-21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자혜 사건이 터지고 많은 사람들이 메갈을 비난하는데 도대체 그렇게 연결할 수 있는 고리는 어디서 나올까요. 저는 메갈을 별로 안좋아하지만, 메갈과 이자혜가 관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메갈이 비난받아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더군다나 그 사건의 피해자 L님은 `페미니즘 덕분에`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말이죠. 멍청한 사람들이 참 많고, 이 문단내 성폭력, 해시태그 보고 있자니 너무 끔찍한 거 같아요.

에이바 2016-10-21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상을 영위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잖아요. 뭔가 이상한데? 잘못된 것 아니야? 그렇게 느닷없이 페미니즘이 찾아왔고, 결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니까요. 페미니즘은 삶이고 우리 생활이잖아요. 사람들 성향과 가치관이 다르듯이 각자의 페미니즘도 다르다고 생각해요. 획일적인게 아니잖아요. 공통점이 있다면 사람답게 살고 싶다, 존중받고 싶다! 는 외침이 있다는 것일테고요. 그래서 니가 하는 페미니즘은 나쁜거야, 잘못된거야 라는 말이 지극히 오만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라 봐요. 지난 성우 해고 사건이 된 티셔츠 문구도 외국에서는 so what 이랬잖아요? 그러다 밝혀진 게임의 미성년, 정확히는 어린이 캐릭터를 기괴할 정도로 성적 대상화하여 소비한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번 트위터에서 폭로된 사건도 오타쿠 커뮤니티 내 폐쇄성에서 비롯한 권력관계와 성별 성향을 주목하더라고요. 그쪽 문화는 취향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만 보기엔... 피해자의 용기가 정말 감동적이었고 마음이 아팠어요... 왜 내가 느끼는 공포와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잘못됐다고 손가락질만 하는 거죠? 생존의 문제인데요. 아 그리고 메갈리아 해체된지가 언젠데요... 전 메갈리아 4가 있다는 사실도 지난 성우 해고 사건에서 기사보고서야 알았어요.

2016-10-24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ㅇㅎ 2016-10-29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초등학교 때 있었던 지하철 성추행을 `내가 옷을 단정하게 입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고 15년을 살아왔습니다. 대학에 올라와서 남들이 웃자고 하는 섹드립에 웃지 못하는걸 `내가 예민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페미니즘을 알기 전에 모든 문제를 `내 탓`으로 돌리고 자책했던 저의 과거가 안타깝습니다. 저 같은 피해자가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저 역시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대하겠습니다.

칼리 2016-10-30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마음에 와닿네요. 여성으로써 열심히 투쟁하고 살아남아가야겠죠... 힘냅시다!

ㅎㅅㅎ 2016-10-30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었어요 정말 공감가는 리뷰에요! :) 저도 페미니스트 할머니로 늙어갈래요ㅋㅋ
 

제르베즈는 몰락한다. 한 때 돈을 차곡차곡 모으기도 했었는데, 동네사람들의 신임을 얻고 가게를 잘 꾸려가기도 했었는데, 그녀는 몰락한다. 그녀와 함께 사는 두 남자가 그녀의 몰락을 부채질한다. 그들은 돈을 벌지 않으면서 그녀가 버는 돈으로 허구헌날 술을 마시고 배를 불린다. 그리고 서서히 여기에 그녀가 동참한다. 제르베즈는 부리던 일꾼들을 내보내야했고, 여기저기서 자꾸 돈을 빌려야했고, 단골들은 떨어져나갔다. 그녀의 세탁솜씨 역시 그녀의 삶처럼 몰락했다. 그런 그녀는 그러나 여전히 잘 먹어서 살이 찐다. 식욕은 마지막까지 남는 욕구인걸까. 제르베즈는 자신의 남편 쿠포와, 자신에게 결정적 몰락을 불러오게 한 랑티에와 함께, 셋이 살면서 먹고 마시기에 힘을 쓰며 가정을 내팽개친다. 알콜중독 증상이 생긴 쿠포의 눈을 피해, 이제는 랑티에의 침대로 들어가기로 하고, 어린 나나는,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의 침대로 가는 것을, 고스란히 목격한다. 종국에는 쿠포가 제르베즈에게 폭력을 가하고, 쿠포와 제르베즈가 나나에게 폭력을 가하는 끔찍한 상황까지 발생하고, 이렇게 지속되는 끔찍한 삶 속에서 나나는 가출을 하고 자신을 내던진다. 이 가혹한 제르베즈의 삶을 읽으면서 너무 끔찍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아 나나는 어쩌나, 싶어서 나나를 읽고 싶어지니, 이를 어째야하나. 그나저나 제르베즈가 세상 모든 걸 집어삼킬듯이 먹는 걸 보면서, 아아, 나는, 내 생각이 난다... 나냐?



하지만 제르베즈는 점점 더 악화 일로로 치달았고, 그럴수록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사이 한여름이 되자 키다리 클레망스는 제르베즈의 세탁소를 떠났다. 일감이 없어서 세탁부가 두 명이나 필요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이미 수주 치 급여가 밀려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쿠포와 랑티에는 볼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식탁에 죽치고 앉아 배를 가득 채우는 게 유일한 일상이 된 두 남자는 제르베즈의 세탁소를 거덜 내면서 그녀의 파멸로 살을 찌웠다. 그들은 더 많이 먹으라고 서로를 부추기면서, 디저트를 먹을 때는 배를 두드리면 음식이 더 빨리 내려간다면서 낄낄거렸다. (p.32-33)



사실 이웃들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과일 가게 여주인, 내장 가게 여주인, 식료품점 총각들은 모여서 수군거렸다. "저런! 할머니가 또 전당포에 가시는구먼." 또는 이렇게 외쳤다. "저런! 저 노인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게 술이 아닌가." 그리고 당연히 그들은 제르베즈를 향해 더욱더 거센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저 여자는 모든 걸 먹어치우고 있어. 저러다가 조만간에 세탁소를 거덜 내고 말 게 분명해. 그래, 맞아, 저렇게 몇 번만 더 먹어 치우다가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 (p.91)


















그들이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었는데. 쿠포가 성실하게 일을 하고 제르베즈 역시 최선을 다해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밝은 미래를 꿈꾸며 갖고 싶었던 괘종시계를 사고, 그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밝게 웃어주던 때가 있었는데. 


사랑이 계속 사랑으로 있으려면, 그들이 서로에게 계속 웃어주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노력하는 게 필요했다. 어느 한쪽만 성실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쿠포는 일하지 않는 것의 맛을 알아버렸고, 그래서 일하지 않는다. 제르베즈는 그럴 수도 있다며 쿠포를 먹여 살리는데, 그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한달이 되고 몇 개월이 지속되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어버리는 거다. 게다가 쿠포는 제르베즈가 벌어온 돈을 다 까먹으면서, 거기에 제르베즈의 옛 연인을 데려오기까지 한다. 자, 시간이 지났으니, 너네들 우정이지 않아? 하고는 한집에서 쿠포와 랑티에와 제르베즈가 함께 살게 되는거다. 


사랑은 언제까지 사랑일 수 있을까.

둘이 함께 노력하고 함께 웃어야 가능한 일인데, 어느 한쪽은 허리가 휘도록 고생하고 어느 한쪽은 가만히 앉아서 상대의 고생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들이 처음엔 비록 뜨겁게 사랑했다한들, 그것이 계속 사랑일 수 있을까. 돈은 제르베즈 혼자 버는데, 쿠포가 그 돈을 쓰고, 랑티에가 그 돈을 쓴다. 고생이 쌓이고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늘어날수록 사랑 역시 시들어간다. 애초에 그게 사랑이긴 했던걸까..



그렇다, 그들이 나날이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든다면 그건 오직 그들 부부의 탓이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서로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법이다. 특히 진창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는 더욱더 그렇다. 그들은 불운을 탓했고, 신이 그들에게 무슨 유감이 있는 거라고 주장했다. 그럴 때면 그들 집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곤 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서로 옥신각신했다. 하지만 아직 서로에게 손찌검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심하게 다투다 자신도 모르게 따귀를 몇 차례 날리는 정도였다. 무엇보다 슬픈 것은, 애정이며 여타의 감정이 카나리아처럼 새장 밖으로 날아가버렸다는 사실이었다. (p.154-155)



아! 이제 제르베즈는 예전에 쿠포가 보도에서 12 내지 15 미터 떨어진 높은 지붕 가장자리에서 일할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았다. 물론 그녀가 그를 직접 아래로 떠밀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가 알아서 떨어져준다면, 오, 맙소사! 그건 이 지구상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 하나를 치워버리는 일이 될 터였다. 어쩌다 주먹다짐이라도 일어나는 날에는 그가 들것에 실려 오는 꼴을 보고 싶다고 소리쳤다! 제르베즈는 그런 날이 오리라는 기대 속에서 살았다. 들것에 실려오는 건 다름 아닌 그녀의 행복일 테니까. 저 술주정뱅이가 대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p.155)



쿠포는 함석공이었다. 그는 지붕 위에서 지붕을 만들고 수리하는 일들을 했었다. 제르베즈는 늘상 그가 그렇게 높은 곳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불안했다. 저러다 저 위에서 떨어지면 어쩌지? 그녀는 매일 조마조마했던 거다. 그러나 애정이 다 날아가버린 지금, 다같이 몰락해버린 지금은, 그가 스스로 지붕에서 떨어지기를 원하고 있다. 그가 들것에 실려들어오기를 원하고 있다. 아, 사랑이란 건, 돈도 없고 먹을 게 없어져버리면, 함께 소멸하는 것이로구나. 



나는 읽으면서 제르베즈에게 도망치라는 말을 수십번 한 것 같다. 그렇게 예전에 사랑'했'던 남자와 계속 함께 있는 걸 선택하지말고, 그렇게 함께 몰락하는 삶으로 빠져들지 말고, 그냥 거기서 도망치라고. 사실 그녀에게 도망치자는 제안을 했던 진실한 남자가 없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도망치라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남자로부터 도망치라는 거다. 나를 함께 잡아 끌어들여서 진창에 빠지게 하는 남자, 그 남자는 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진창에서 뒹굴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나였다면 어땠을까, 라고 계속 생각해보니, 나는 도망칠 사람인거다. 너랑 같이 진창에서 뒹굴고 싶진 않아, 내 삶을 몰락으로 향하게 놔둘 순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를 피해 도망갔을 것이다. 어디든 가서 다시 시작해서 내 삶을 다시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남자를 선택하지 않겠지. 개같은 놈들, 내 인생이나 망치려고 작정한 놈들, 나는 너희들 선택하는 대신, 내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다, 하고는, 내가 먹고 살 것을 내가 벌어서 해결할 것이다. 물론 제르베즈에겐 아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제르베즈는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남편과 아내 사이만 멀어진 게 아니라 자식과 부모의 삶도 멀어졌다. 그냥 도망쳐라, 제르베즈! 거기에 멈춰 서서 몰락하지마!



그러나 잔인한 졸라는 제르베즈에게 머물도록했고, 제르베즈는 그렇게 망가질대로 망가지고야 만다. 하아- 




나는 상대를 힘들게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를 힘들게 하지만 너를 사랑해, 는 길게 지속될 수가 없다. 제르베즈와 쿠포의 사이가 그걸 드러내준다. 아니, 랑티에도 그랬다. 랑티에와 제르베즈가 처음에 함께 살 때,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길 때는 좋았지만, 돈이 다 없어져버리자 랑티에는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쿠포와 결혼했지만, 그 다정했던 쿠포와도 돈이 떨어지고 빚만 남자 애정이 사라져버린다. 힘들다면 사랑하지 않게 된다. 먹고 사는 게 급한데 사랑은 사치가 아닌가. 그런 사랑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 먹고 사는 게 먼저다. 제르베즈는 그 남자로부터, 그 삶으로부터 멀리멀리 도망쳐야 했던거야. 아, 너무나 안타깝다.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랑을 하지 않을것이다. 안하고 말지, 나는 힘들고 싶지 않다. 혹여라도 힘들어질라 치면 거침없이 도망치겠어....



제르베즈가 어디로 도망갔다한들 부자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부자로 태어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부자가 된단 말인가. 가난은 가난으로 대물림되고 조금 덜 가난하냐 더 가난하냐의 차이일 뿐 계속 가난했을 것이다. 앞집과 옆집이 다 가난한 공동주택에 살면서 가난으로부터 빠져나오기는 힘들것이다. 졸라는 그런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런 삶에서 빠져나오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그러니 내가 여기서 팔자 좋게 '그 남자로부터 도망쳐!'라고 한들, 그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는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는 거다 ㅠㅠ




토요일에 일자산에 다녀오면서 내 폰에 있는 노래들을 랜덤으로 들었는데, '사라 코너'의  <where did you sleep last Nite?>이 나오는 순간, 제르베즈 생각이 났다. 노래속에서 사라도 말한다. 내가 너한테 내 돈을 다 주고 내 시간을 다 줬는데 너는 도대체 어디서 자고 온거냐, 내가 너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당장 내 집에서 꺼져라...라고 말하는 거다. 제르베즈도 그랬어야 했는데.... 내쳤어야 했는데......





그 다음 나온 노래는 Lily Allen 의 <Fuck You>였는데, 와, 너무 좋다. 내가 내 폰에 이 노래를 넣어놨다니. 역시 나는 짱이야!!! 이 노래 들으면서 뻑큐~ 뻑큐 베리베리 머어어어어취~ ♪ 하고 따라부르면 너무나 신난다. 게다가 릴리 알렌의 동영상을 찾아봤더니 하하, 손짓도 해! 짱이닷!!




위의 영상을 보고는 헤어스타일 넘나 좋아서 캡쳐해뒀다. 미장원가서 이렇게 해주세요, 하려고. 사실 요며칠 머리를 계속 길게 둘까 자를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길면 묶어서 올려버릴 수 있으니 너무 편하고, 짧으면 가벼우니 편하고...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아아, 어쩌지, 하다가 이 영상을 똭- 보게 된 것. 예뻐..

아래 영상에서도 헤어스타일 넘나 좋다. 옷 스타일도 넘나 좋고!!

























영화 [루시아]에서, 여자는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달빛 아래에서 섹스를 나눈다. 그 섹스는 강렬한 것이었고, 남자와 여자 둘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그러나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해, 그 밤이 지난 후에는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남자는 다른 여자(루시아)와 연애하고 동거하면서도 자꾸 달밤아래에서의 그녀를 떠올린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여자와 남자는 길에서 재회하게 된다. 


그때, 계속 예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 예뻐야, 우연히 만나도 좋을테니까.



그런데 제르베즈는 그러지 못했다.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너무나 소중한 '구제'에게, 자신의 망가지고 흉측한 모습을 보였다.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너무나 끔직했다. 그래서 루시아 생각을 했다. 제르베즈야, 계속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서, 그래서 구제를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구제에게까지 이런 꼴을 보이다니! 대체 자기가 선한 신에게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마지막까지 고통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대장장이의 발아래로 몸을 던지면서, 여느 창녀들처럼 남자에게 매달리는 구차스러운 모습을 보이다니! 게다가 하필 가스등 바로 아래서 그를 만날 게 뭐란 말인가. 제르베즈는 마치 눈 위에 장난을 쳐놓은 듯 흉하게 일그러진 캐리커처 같은 자신의 그림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건 영락없는 술주정뱅의 꼬락서니가 아닌가. 맙소사! 빵 한조각, 포도주 한 방울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는데 주정뱅이로 오해를 받다니! 이 모든 건 전적으로 그녀의 탓이었다. 어쩌자고 애초에 술을 마셨더란 말인가? 물론 구제는 그녀가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한 것으로 생각할 터였다. (p.302)




구제는 제르베즈 바로 앞에 버티고 선 채 그녀를 응시했다. 이제야 비로소 등불의 환한 불빛 아래서 그녀를 찬찬히 뜯어볼 수 있었다. 그사이 제르베즈는 몹시 늙고 퇴색해버려 예전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옷과 머리에서는 눈이 녹아내려 물이 뚝뚝 흘렀다. 머리는 불안정하게 건들거렸고, 온통 잿빛으로 변한 머리칼은 바람에 마구 뒤엉켜 있었다. 목이 어깨에 파묻힌 것처럼 쪼그라든 제르베즈는 보는 사람이 울고 싶어질 정도로 추하고 뚱뚱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자신들이 사랑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아직 싱그러운 젊음을 간직하고 있던 발그레한 피부의 제르베즈가 포동포동한 목에 목걸이처럼 사랑스러운 아기 주름이 잡힌 채 힘차게 다림질하던 모습이 눈앞을 스쳐갔다. 당시 그는 제르베즈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하며, 몇 시간이고 세탁소에 머무르면서 그녀를 곁눈질했다. 언젠가 그녀가 대장간으로 그를 보러 왔고, 그때 그들은 지극한 행복감을 맛보았다. 그가 쇠를 두드리는 동안 그녀는 그의 망치가 춤추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시절 그는 밤마다 베개를 물어뜯으면서 지금처럼 그녀와 자신의 방에서 함게 있을 수 있기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오! 그때 그녀를 가질 수 있었다면 그녀를 으스러뜨렸을지도 몰랐다. 그녀를 그토록 간절히 원했건만! (p.305-306)




그나저나 구제여, 베개를 물어뜯었단 말입니까. 그러면 제르베즈에게 말을 했어야죠. 내가 너를 이토록이나 원한다고... 뭐, 말한다고 그 당시에 뭐가 바뀌었을 것 같진 않지만, 맙소사, 베개를 물어뜯으면서 갈망하다니. 베개를 물어뜯다니...






금요일 밤에는 남자사람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같이 택시를 탔다. 기사님은 좀 불평불만이 많은 분이셨는데, 택시기사를 하면서 손님들을 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토로하셨다. 나와 같이 택시 뒷자석에 앉아있던 남자는 기사님의 말을 받아주면서 아 그러시겠다 라고 대꾸해주다가, 그런데 그 사람들도 다 자기 나름대로 힘들게 산다, 라고 얘기를 했다. 그러자 기사님이 그러셨다.


'주말에 데이트도 하고 택시도 타고 가면서 힘들다고 얘기하면 안될것 같은데요' 



아...나는 너무 웃겨서 빵터졌는데, 이 말이 집에 가는 내내 생각났다. 주말에 데이트하지 않는 사람보다 데이트하는 사람이 덜힘든 걸로 보일 수도 있고, 택시를 탈 돈이 없는 사람에 비해서라면 택시를 탈 수 있는 사람의 형편이 더 나은 것도 사실일거다. 그렇지만, 주말에 데이트를 하고 택시를 탔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삶을 산다고 단정할 수 있는걸까. 기사님의 의도가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행복하거나 여유로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정말 그 한 면만 본 게 아닌가. 물론, 늘 힘들기만 한 건 아니지 않냐, 좋은 순간이 이렇게 있지 않냐, 라는 뉘앙스의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얼마전에 누군가의 SNS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중얼댄 적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이사람은 이렇게 웃으면서 잘사네, 라고. 그러자 옆에 있던 내 친구가 내게 그랬다. '야, 인스타 보면 세상에서 니가 제일 행복해. 온갓 데 다 다니고 겁나 잘 먹고 다니잖아. 누가 봐도 너 너무 행복해보일걸?'  그때 진짜 벼락같은 깨달음이 왔다. 아, 그렇구나. 내 SNS 만 봐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겠구나. 잘 먹고 잘 놀러다니는 사람이구나. SNS 만 본다면,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가슴 찢어짐을 겪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겠구나. 내가 베개를 물어뜯는지는 SNS로는 알 수가 없겠지....




자, 이제는 [나나]를 사러 가야겠는데, 지금 연달아 읽으면 나 지쳐 미치겠지. 나중에 사야겠다. 제르미날도, 인간짐승도 다 사야겠네. 에헤라디여~


















나도 오늘밤엔 베개를 물어뜯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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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10-1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얼마전에 <나나> 처분했는데... 이 페이퍼 조금만 더 일찍 작성해 주셨으면 제가 보내드렸을 텐데.. 아쉬워요. 에밀 졸라 정주행중이시군요!

택시기사분 이야기...짠하기도 하면서 또 재치 만점이시네요. ㅋㅋ

다락방 2016-10-17 10:51   좋아요 0 | URL
아아 블랑카님. 시간을 되돌리고 싶네요. 블랑카님의 나나라니요! 크-
언제나 인생은 타이밍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가난한 삶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내처 읽으면 나가떨어지겠다 싶더라고요. 다른 책들을 좀 읽다가 다시 에밀 졸라에게 가야겠어요. 이 사람, 이 혹독한 삶을 왜 그린걸까요 ㅠㅠ 원망스럽기도 해요. 제르베즈 너무 안타깝고 ㅠㅠ

단발머리 2016-10-1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졸라`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어요. 제목에 혹해 <인간 짐승>을 대출했다가 한 줄도 못 읽고 반납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 ㅎㅎㅎ

다락방님 페이퍼 읽었더니 제르베즈의 처참한 삶이 눈앞에 막 그려지는 것 같아요. 술주정뱅이 두 남자에다가, 아이구야...
가출한 나나까지. 첩첩산중. 졸라의 책을 연거퍼 읽는건 정말 힘들것 같아요. ㅠㅠ

다락방 2016-10-17 14:57   좋아요 0 | URL
제르베즈가 행복하게 살기를 기대했는데, 밑빠진 독같은 남자들 만나서 몰락하고 말았어요. 제르베즈가 가진 꿈은 되게 소박했는데, 그중에 하나도 이루지 못했어요. 배불리 빵을 먹고, 자기 침대에서 죽고, 남편한테 맞고 살지 않는 것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네요. 나중엔 맞고 살게 되어서... 하나도, 하나도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어요. 무슨 삶이 이런지..

게다가 이런 비참한 삶은 왜 자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걸까요. 엄마가 속옷차림으로 옆방 아저씨 방으로 들어가는 걸 나나는 어릴때부터 목격하게 되는데, 어휴, 나나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ㅠㅠ 안쓰러워 미치겠어요. ㅠㅠㅠ

비연 2016-10-1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언넝 읽어야겠어요 ~ 락방님 페이퍼 보니 막 읽어야겠다고 생각이 ㅜ

다락방 2016-10-17 14:58   좋아요 0 | URL
비연님, 삶은 확실히 가난한 자들에게 훨씬 가혹한 것 같아요. 그들에게 출구는 없는 것 같아요. ㅠㅠ

비연 2016-10-17 16:21   좋아요 0 | URL
읽고 넘 우울하지 않을까요...ㅜ 안 그래도 우울한 일 투성이인 요즘인데. 겁나네요 ㅜㅜ

다락방 2016-10-17 17:55   좋아요 0 | URL
우울함의 극단까지 다녀옵시다, 비연님!!
저도 내친김에 나나를 사버릴까... 고민중이에요 ㅠㅠ

moonnight 2016-10-1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도 나나도 갖고 있지만 읽지 않았네요ㅜㅜ; 다락방님 리뷰를 읽으니 마치 책을 읽은 듯한 착각이ㅎㅎ^^;

다락방 2016-10-17 14:58   좋아요 0 | URL
전 [나나], [제르미날], [인간짐승] 다 사야해요!
차곡차곡 하나씩 사서 읽어야겠어요.
지금은 나나가 너무 궁금해요 ㅠㅠ

에이바 2016-10-1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어제 제르미날 생각했는데...ㅜㅜ 같이 읽어요 다락방님... ㅠㅠ 에밀 졸라 인기가 많지 않아서 루공 마카르 총서가 다 나오기 힘들대요. 문동에서 힘내서 내달라고 열심히 읽고 리뷰 써야겠어요. 다락방님 페이퍼를 보면서 저도 읽은지 시간이 좀 되어서 다시 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구제가 베개를 물어 뜯었다니 왜 기억에 없죠... 구제 진짜 최곤데... 다락방님 혹시 공항 가는 길 드라마 보세요? 완전 좋답니다. 매번 챙겨보진 못하는데 아 섬세해요. 제르베즈와 구제 생각도 나고 일본드라마 메꽃이라고 그 작품도 생각나고요. 다 재밌어요.

다락방 2016-10-17 17:58   좋아요 0 | URL
베개를 물어 뜯었다는 건 제가 인용한 부분에서만 나오는 거에요. 나중에 제르베즈 만나서 과거를 회상하면서요. 저는 제르미날보다 먼저 나나 읽고 싶어요. 나나가 어릴 때부터 너무 기구한 인생을 살아가지고 ㅠㅠ 그래도 파멸로 이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요 ㅠㅠ 제발 너는 희망찬 인생을 살아줘...하는 마음으로 읽어보고 싶어요 ㅠㅠ

[공항 가는 길]은 안그래도 여기저기서 좋다고 하길래 한 번 본 적 있는데 영 제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대사에 너무 멋을 냈다고 해야하나, 화법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해야하나, 영 몰입도 집중도 안되더라고요 ㅠㅠ 그래서 못보겠어요 ㅠㅠㅠㅠㅠ 공항 가는 길이란 제목은 딱 제 스타일인데 말예요. 저 공항 엄청 좋아하거든요. 공항에서 일하고 싶다고 오백번쯤 생각했는데, 영어를 못해서 늘 생각만 하다가 포기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공항 가면 초흥분하는 스타일이에요. 공항, 비행기 다 좋아해요! >.< (또 딴길로 샌다 ㅠㅠ)

AgalmA 2016-10-1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선곡 속 그녀들도 다락방님 포스ㅋㅋ 당당해서 좋구만요!
역시 에밀 졸라. 사랑이 들 것에 실려 오길 만드는 대장장이 같은 소설가 같으니라구~

드라마 <스킨스>에서 니콜라스 홀트 침대커버가 나체 프린트된 걸로 기억하는데...캐릭터 확실히 보여 주잖아요? 다락방님도 베개 커버 물어 뜯은 자국 프린트로 자체 제작하셔서 인증을ㅎㅎ; 생각해보니 여러 버전 만들어서 이거 사업으로도 괜찮겠어요~

다락방 2016-10-17 17:59   좋아요 0 | URL
전 포스 있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좋더라고요. 안젤리나 졸리도 그렇고, 사라 코너, 릴리 알렌 다 좋아요. 핑크도 겁나 멋져요! 핑크 포스도 짱이에요. 대표적으로는 마돈나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는. ㅎㅎ

인증은 못하겠지만, 오늘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베개를 좀 물어뜯어야겠어요. ㅠㅠ 너무 물어뜯어서 베개를 다 적실 것 같아요. 엉엉. ㅠㅠ

프레이야 2016-10-1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너무 너무 오랜만이에요 페이퍼 재미나게 읽었어요. 루시아 찾아봐야겠군요. 한 2년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승객과 별 일이 다 있더라구요. 우린 정말 한 면만 보면서 사는 것 같아요. 아님 한 면만 보여주며 사는 건지도. 가을이에요 ^^

다락방 2016-10-17 18:01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님 말씀을 들으니 정말 그래요. 우린 한 면만 보면서 살기도 하지만 또 한 면만 보여주면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SNS 에 사진을 올릴 때는, 나 행복하다, 하는 것을 전시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왜 내가 행복하게만 보인다고 생각하고 씁쓸해할까, 모순되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반가워요, 프레이야님.
:)

이름 2016-10-18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아무래도 그저께 팡테옹 가서 빅토르 위고와 에밀 졸라의 묘가 나란히 있는 걸 보고 그래 돌아가면 <목로주점>을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목로주점>이 펭귄클래식과 문학동네가 있는데 아무래도 문학동네가 괜찮은 건가요? 돌아가자마자 결제를 해야겠습니다 홓홓

다락방 2016-10-18 08:58   좋아요 0 | URL
펭귄과 문동을 비교해보진 않아서 문학동네가 더 낫다고는 제가 말씀을 못드리겠어요. 저는 집에 문학동네로 준비되어 있어서 문학동네로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프랑스에 계시군요. 위고와 졸라의 묘에 가셨다니. 우어어어어. 저는 이곳에서 졸라의 책을 읽었으니, 우리 서로의 손가락을 내밀어 교감합시다... ㅎㅎ

감은빛 2016-10-1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노래 처음 들었을 때,
저렇게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저렇게 발랄하게 욕을 하다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이 노래 폰에 넣고 다니면서 가끔 들어요.
얼굴은 모르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덕분에 얼굴을 알게 되었네요.

에밀 졸라의 작품은 다 연결되는 군요.
겁나서 쉽게 손대지 못할 것 같은데요.

다락방 2016-10-20 08:03   좋아요 0 | URL
네, 저렇게 맑고 유쾌하게 뻑큐~ 하는 게 너무 좋아요. 다 꺼져라, 엿먹어라, 라라라라~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ㅎㅎㅎㅎㅎ
사실 릴리 알렌은 다른 노래로 먼저 알게 되었거든요. The Littlest Things 라고 엄청 슬픈 노래에요. ㅠㅠ 훌쩍 ㅠㅠ

에밀 졸라의 작품은 어휴, 찐득찐득해요 감은빛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