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이며 올해의 사람이라든가 올해의 아이템 같은 것도 꼽아보고 싶지만, 그러려면 생각이 필요하다. 아, 뭐였더라, 하고 생각이 필요하고 또 나름의 경쟁을 시켜야 한다. 그러나 <올해의 노래>는 다르다. 올해의 노래에 대해서라면, 물론 이것 역시 살짝 고민이 있었지만(say something 때문에 잠깐 고민했어!!), 그래도 이 노래를 알게된 순간부터 '이것이 올해의 노래다!'라고 점찍어 두었었다. 그 후에 알게된 노래들도 또 자주 들었던 노래들도 이 노래만큼은 아니다.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건 아마도 이 노래를 알게되었을 때의 나의 상황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결정적으로 나의 성향 탓이 크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걱정하지 않게, 혼자 잘 사는 것, 혼자 잘 지내는 것에 대해서 거의 강박같은 걸 갖고 있고, 이 노래는, 그런 나에게 너무나 딱 맞는 노래니까. 내가 힘들면 당신이 힘들 걸 아니까, 내가 웃으면 당신이 웃을 걸 아니까, 그래서 내가 씩씩하게 잘 지낼 것이다, 라는 나의 신념에 너무나 들어맞는 노래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마인드로 대하고 있고, 그래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런 자세로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잔소리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사랑할 수 없다. 알아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고 맡은 바 일을 잘 해내는 사람에 대해 애정이 샘솟는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게 나 자신이듯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자기 한 몸을 잘 건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걸 잘해낼테니, 당신도 그걸 잘 해냈으면 좋겠다.



올해 3월 이별했을 때, 나는 나의 애인이 내가 못지낼까봐 걱정하지 않기를 바랐다. 내 마음이 아플까봐 아파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때, 나의 다정한 오빠가 내게 이 노래를 알려줬다. 이 노래가 나의 2016년 올해의 노래다.


Don't worry about me.

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I'll feel the fear for you, I'll cry your tears for you
I'll do anything I can to make you comfortable
Even if I fall down when you're not around
Don't worry about me, don't worry about me

Cause if I fall, you'll fall
And if I rise, we'll rise together
When I smile, you'll smile
And don't worry about me, don't worry about me

I'll feel the fear for you, I'll cry your tears for you
I'll do anything I can to make you comfortable
Even if I fall down when you're not around
Don't worry about me, don't worry about me

I'll climb the hills you face, I'll do this in your place
I'd do anything to go through it instead of you
But even if I fall down when you're not around
Don't worry about me, don't worry about me

Cause if I fall, you'll fall
And if I rise, we rise together
When I smile, you'll smile
And don't worry about me, don't worry about me

Cause if I fall, you'll fall
And if I rise, we rise together
When I smile, you'll smile
And don't worry about me, don't worry about me

Cause if I fall, you'll fall
And if I rise, we'll rise together
When I smile, you'll smile
And don't worry about me, don't worry about me
Don't worry about me, don't worry about me







위는 뮤직비디오고 아래는 라이브다.








목소리부터 가사까지 진짜,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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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날이 오늘이었다면
    from 마지막 키스 2017-03-29 10:58 
    작년 한 해, FRANCES 의 <Don't worry about me>를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작년 나의 테마송이었다. 먼댓글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면 나는 이 노래를 2016년의 노래라고 정하기도 했더랬다. 그 당시에 이 노래가 실린 앨범을 살려고 했는데 이 가수의 앨범은 싱글로만 나와있더라. 그런 참에 오빠로부터 이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 노래를 알려주기도 한 오빠는 이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도 알려줬다. 역시 잘 알고지내
 
 
책읽는나무 2016-12-06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아침부터 울리시는군요^^
뮤직비디오를 보니 괜스레 작년께 아빠가 저러셨을까?그런 생각을 했어요(엄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었거든요)
두 번째 단락부분은 왠지 나에게 해주는 잔소리 같습니다^^
노래도 잘 듣고 갑니다

아,그리고 오늘 보니까 제가 다락방님의 마니아 19위라는 메세지가 왔더라구요
부동의 1위는 짐작되는 사람이 있어 쉬이~바뀌지는 않겠죠?ㅋㅋ

다락방 2016-12-06 10:12   좋아요 1 | URL
크, 제가 조만간 <say something>이란 노래도 올릴게요.
노래를 듣고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짐작해보는 것도 참 좋으네요, 책나무님. 노래 올리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책나무님, 좋은 노래 많이 듣고 좋은 책도 많이 읽고 좋은 이야기 많이 많이 하면서,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아주 잘 지내도록 해요.

그나저나, 저의 마니아시라니! 반갑습니다. 제 마니아분들은 다 소중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16-12-06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주 없이 부르는 앞부분 정말 가슴이 저립니다.... 걱정 말아요, 걱정 말아요... 내 걱정은 말아요... 다락방님은 왜 이렇게 제 마음을 흔드시나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생겨 먹은 게 작고 약해 보여서 왠지 챙겨주고 보호해야 할 것 같다고 주변에서 그러거든요.. 저는 정말 싫어요. 혼자 할 수 있는 거 다 할 수 있다구요!!! 저는 보호받을 대상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인데 말이죠. 그래서 말인데요, 다락방님.. 저도 사랑해주세요~ ㅎㅎㅎ

다락방 2016-12-06 10:43   좋아요 0 | URL
아, 꼬마요정님. 이 댓글을 읽고나니 꼬마요정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걸요! 사랑합니다. 샤라라랑~ ♡

혼자 할 수 있는 거 다 할 수 있는 꼬마요정님이라니, 참 좋으네요. 네, 보호받을 대상이 아니라 그냥 자신입니다. 우리 앞으로도 아주 씩씩하게 잘 지내도록 해요. 히힛 :)

얼음장수 2016-12-0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가 너무너무 제 취향이라서,
부득이하게 댓글 답니다
진짜 좋아요

다락방 2016-12-06 13:42   좋아요 0 | URL
아니, 이게 얼마만입니까, 얼음장수님!
얼음장수님 만나려면 이런 노래를 또 올리면 되는거지요? ㅎㅎ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얼음장수 2016-12-06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많이 올려주세요
오늘 하루 내내 여러번 잘 들었습니다
가끔 들러서
좋은 노래 얻어갈게요
그리고 읽고 쓰는 일에 대한
자극도 받아갑니다!

다락방 2016-12-07 15:48   좋아요 0 | URL
네, 종종 들르세요, 얼음장수님!
:)
 



책에서 읽은 터너 소령은 진짜 멋있었는데 영화속에서 터너 소령은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영화는 줄거리를 뒤죽박죽 섞은 뒤에 제멋대로 만들어놨고 그래서 재미 없었다. SNS 상에서는 탐크루즈 주연의 영화에 요즘 여성들이 강하게 나온다고 했는데, 잭 리처 시리즈를 읽어왔던 나로서는 이 영화속 터너 소령의 캐릭터가 정말이지 


씅에 안찬다.








책의 많은 이야기들을 두시간짜리 영화에 담아내기가 애초부터 무리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진짜 너무 재미 없어서, 보고 나오면서 친구와 재미없어 재미없어 계속 투덜댔다. 친구도 나처럼 이미 원작을 읽었던 터다. 그런데, 재미없다고는 했지만, 나란 사람 ㅠㅠ 마지막에 울어버리고 말았는데 ㅠㅠ 세상에 잭 리처 영화 보다가 우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ㅠㅠ 



영화속에서 '사만다'라는 소녀가 나온다. 사만다는 어쩌면 잭 리처의 딸일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어쩌면 아버지와 딸 사이일지도 모르는 채로 둘은 터너소령과 함께 며칠간을 지낸다. 그리고 사건은 해결되고 모두 헤어질 시간. 잭 리처는 터너 소령과 작별을 하고 그 후에는 사만다와 작별을 한다. 함께 했던 시간이 존재했기에 이별은 너무 힘들다. 사만다는 또르르 눈물을 흘린다. 잭 리처에게 그렇게 떠도는 거 외롭지 않냐고 묻는다. 잭 리처는 가끔 외롭다고 답한다. 사만다는 이에, 


외로워지면 전화하세요.


라고 하는데 ㅠㅠ 훌쩍 ㅠㅠ 너무 슬픈 거다. ㅠㅠㅠ 잭 리처는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정착한 사람도 아니라서, 사만다 쪽에서는 연락할 수가 없는 거다.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엽서를 보낼 수도 없다. 그러니 잭 리처가 외로워져 사만다에게 연락할 때에만 잭 리처의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다.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흙 ㅠㅠ 그렇지만, 잭 리처가 그런 사람인 걸 어떡해. 어떤 사람은 정착하고 싶어하고 어떤 사람은 떠돌고 싶어한다. 이건 사람이 다 달라서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정착하려는 사람에게 떠나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떠도는 사람에게 정착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이제는 잭 리처가 어딘가에 정착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정착해서, 저렇게 자신과의 이별을 고통스러워하는 소녀와 가끔 연락하고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 이별은 정말이지 언제나 너무 슬프다. 어떤 관계로든 정을 들인 사람과 say goodbye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슬프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ㅠㅠㅠ 사람들이 만나고 서로 정이 들었다면, 헤어지지 않으면 안되는걸까? 그냥 계속 계속 연결된 채로 서로 정을 듬뿍 나누면서 살면 안되는걸까. 이 이별이 너무 마음에 아파서 나도 같이 눈물을 또르르 흘리고야 만것이다. 여기까지 보면서 내내 재미없다고 투덜대놓고, 막판에는 또르르 눈물이.. 훌쩍 ㅠㅠ



핸드폰 없는 잭 리처에게 사만다는 슬쩍, 잭 리처 모르게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아마도 다음 시리즈에 이 핸드폰은 없을 확률이 크겠지만, 그렇게 뚜벅뚜벅 혼자 걷는 잭 리처의 자켓에서 잭 리처도 모르는 핸드폰의 진동이 울린다. 잭리처는 놀라서 주머니에서 자신도 모르는 전화기를 꺼내는데, 거기에는 이런 문자 메세지가 와있었다.



<MISS ME YET>



자막에는 '나 그립죠?' 라고 나와있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잭 리처가 얼마나 활짝 웃던지. 아아 탐 크루즈 진짜 잘생겼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그 장면에서 생각했던 게, 그 웃음이 너무나 진짜 같은 거다. 정 든 친구로부터 받은 너무나 반가운 문자메세지, 그걸 보고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 진짜 같은 거다. 굉장히 사랑스러웠달까. 저런 웃음이라니! 역시 웃음은 너무 좋은 것 같다.





그러고보니 토요일 오전, 여동생을 웃게 했던 일도 생각나네. 여동생과 함께 여동생친구아이의 돌잔치에 참석하기로 했는데, 여동생과 만나기로 하고서는 전화상으로 내가 '뷔페에서 많이 먹을라고 아침 굶었어' 라고 말했는데, 이 말에 여동생이 빵터져서 소리내서 웃는 거다. 아, 내 가슴이 얼마나 따뜻해지던지...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소리는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은 것 같다. 내가 다 행복해지고 계속계속 웃게 해주고 싶어진다. 아 진짜 여동생 사랑해 ㅠㅠ


















요즘 이거 다시 보고 싶어서 다시 보고 있는데, 너무 좋아서 친구1과 직장동료1 그리고 여동생에게도 보라고 선물해줬다. 여동생은 보면서 좋다고 계속 내게 문자를 보내온다. 나는 일단 여름편에서 첫번째 음식과 두번째 음식까지를 봤는데, 첫번째 음식은 빵이다. 시골에서 혼자 사는 여자가 장마철에 집안을 건조하게 만들기 위해 스토브를 켜고는 그 불에 빵을 굽는 장면이 나오는데, 오랜 시간 스토브안에서 부풀어올랐을 빵을 꺼내는 장면에서, 아아, 나도 빵을 굽고 싶다!! 는 생각을 하게 된거다. 빵을 만드려면 밀가루도 들어가지만 버터도 들어갈거고, 거기에 불이 더해지는 순간 점점 빵의 향기가 진해질텐데, 저렇게 오랜 시간 굽고 나면 집 안이 온통 빵의 향기로 가득하지 않을까. 아아 그러면 집은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질까. 나는 빵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고기가 좋다), 빵을 굽고 싶어지는 거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요리를 만들어봐야지 하고 늘상 도전하면서 지금까지는 감자전 말고는 성공한 게 없어서, 아아, 빵은 어떨까, 빵을 구워보자, 빵 굽기를 연습해보는거야! 하고 생각하게 됐는데, 밀가루 반죽이며 기타등등...부엌이 난장판이 되겠지...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조금..스트레스를 받았다. 그거 언제 치우나.. 그래도 빵냄새는 좋잖아?



토요일 밤에 집회에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 친구와 통화를 했다. 나는 빵을 굽고 싶어졌다고 했다. 친구는 그만두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 생각해봐, 당신이 힙들게 일하다 집에 딱 돌아왔는데 집 안에서 빵냄새가 나는 거야. 좋을 것 같지 않아?


친구는 잠깐 생각하더니, 


- 좋을 것 같다, 좋을 것 같은데, 너 그렇게 하고 부엌은 초토화 되어있을 거 아냐.


음....그건 그렇지만...그건 그렇지. -_- 그래도,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빵을 구웠다니, 너무나 다정하지 않아? 하고 물으니, 너는 이미 다정함이 차고 넘치니 그러지 말라고 했다. 너는 돈으로 빵 사주면서 아주 다정한 사람이니까 더 다정해지지 않아도 된다며....


아, 다정하고 싶다. 빵을 구워서 기다리고 싶다. 누군가 내 집을 찾았을 때 빵 냄새가 나게 하고 싶다... 그래서 일요일에 교보문고 가서 빵굽는 책을 살까 하다가 너무 귀찮아서 안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력을 보니 이번주부터 주말에 스케쥴이 꽉꽉 차있어서 도무지 빵을 구울 시간이 없는 거다. 내가 직장인인데 평일에 구울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빵굽기는 일단 보류.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어!! 사랑하는 사람이 내 집에 오는 순간, 감자전과 빵을 대접하겠어!! 하아- 그러나 어느 세월에.... 돈이나 열심히 벌어야겠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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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6-12-05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운 계절입니다. 전 요즘 오만게 다 그립습니다. 잭 더 리처 네버고백이 재미없다 해도 톰 크루즈의 그 웃음 때문에라도 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락방님의 글도 저를 그리움에 휩싸이게 합니다. 왠지 저도 빵을 구워야 할 것 같다고나 할까요... 2016년이 이렇게나 길지만 짧고, 허무하지만 용기가 나고, 꺼질 듯하면서도 불타오를 줄 몰랐네요. 정말 그리운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16-12-06 08:17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 저는 제가 과연 빵을 구울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하하.
탐 크루즈의 미소는 진짜 백만불짜리 같아요. 탐 크루즈 미소 보는 걸로 참 좋네요. 역시 잘생긴 남자의 미소는 힘이 세죠. (응?)
2016년이 이제 거의 다 갔어요, 꼬마요정님. 제게도 여러가지로 기억될 한 해일 것 같아요. 이제 한 달도 채 안남았네요. 우리, 2016년의 끝날까지 맹렬하게 지냅시다!

블랙겟타 2016-12-0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도 보셨군요. 리틀포레스트요. ^^ 작년인가 극장에서 겨울 봄 편보고 반했었거든요. 저는 겨울 봄 편에 나왔던 배추꽃 파스타 그게 얼마나 맛나게 보이던지.. ㅜㅜ

다락방 2016-12-06 09:50   좋아요 1 | URL
꺅 >.< 블랙겟타님도 보셨어요?!!
저 이영화 엄청 좋아해요. 보기 전에는 제 취향 아닐 것 같았는데, 보면서도 너무 좋았고 보고 나서도 너무 좋았고. 그래서 두 편 다 또 다운 받은 거에요. 아무때나 아무 장면이나 들여다보려고요. 가만히 조용히 풍경이 나오는 장면들도 좋고 음식들 나오는 것도 좋아요. 감 말리는 것도 좋고 오리 고기도 좋고! 케익 만드는 것도 너무 좋고요. 이 영화 진짜 사랑해요!
 













이번호 시사인을 읽다가 박근혜가 '수필가'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간 박근혜가 쓴 책이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수필가로 불리기도 하는 사람인줄은 미처 몰랐다. 내가 박근혜에 대해 모르는 게 어디 이뿐일까. 그간 드러나는 박근혜도 나는 다 모르고 있지 않았는가.

1990년대에 썼다는 수필집은 한 두권도 아니더라. 매일 책을 읽고 매일(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나보다 더 수필집을 많이 냈더라. 




















이렇게나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인데,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렇다면 글에 대한 욕심도 있었을텐데, 왜 연설문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긴걸까? 연설문이야 말로 자기 생각을 드러내기 가장 좋은 글이 아닌가. 대체 왜 박근혜는 다른 사람이 써준 글을 그대로 자신의 생각인양 발표했을까?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굳이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쓰는 이유가 대부분일 거다. 지금 자신이 느끼는 거라든가 자신이 생각하는 걸 글로 풀어냄으로써 스스로 정리해나간다는 의미. 게다가 그것이 책으로 나온다면, 언제 어디서 누가 내 생각과 느낌을 읽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쓰는 사람들이라면 더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된다. 한 권이 두 권이 되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게다가 글에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드러난다. 내가 어떤 생각을 드러내고 또 어떤 생각을 감춘다 하더라도, 글을 읽다보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 이 저자는 이러이러하겠구나' 라는 나름의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작가를 좋아하고 어떤 작가를 싫어하게 된다. 


오늘 아침엔 '존 쿳시'의 『슬로우맨』을 생각하면서 왔다. 책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게 됐지만, 그렇다해서 차선을 '대신' 선택하지 않았다. 나에겐 그게 아주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써준 존 쿳시가 나는 좋았다. '줌파 라히리'는 철저히 개인에 대해 생각한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길 원하고, 세상의 어떤 굵직한 사건에 휘말리기 보다는, 지금 내가 여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에 집중한다. 나는 그런 점이 무척 좋았고, 그래서 내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줌파 라히리처럼 쓰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다. '다니엘 글라타우어'가 그의 소설에서 '에미'를 그려낸 것도 나는 무척 좋았다(에미는 언제나 당당했고 그렇지만 실수도 저지르는 여자였다!). '수키'는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캐릭터인데, '샬레인 해리스'는 수키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여자로 그려냈다. 내가 페이퍼에서도 예전부터 언급했고,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리뷰를 쓰면서도 욕했었는데, '박범신'의 『은교』에는 정작 '은교'가 없었다. 거기엔 중년 남성과 노년 남성의 눈에 비춰지는, 철저히 성적 대상화된 십대의 소녀가 있었을 뿐이고, 은교라는 인물의 자아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그 책에서 저자가 남성의 성적 판타지만을 드러냈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박범신을 읽지 않는 이유고 싫어하는 이유였다. 글은, 어떤 문장으로 미화해도 결국 생각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시사인에서 <하늘의 섭리를 믿었던 '수필가 박근혜'>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쓴 '변진경 기자'는, 기사를 읽어보니 박근혜가 1990년대에 낸 수필집을 다 읽어본 것 같더라. 읽다보면 그 생각이 드러나 읽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라고 안읽어봐놓고 함부로 말하긔 ㄷㄷ), 다 읽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박근혜의 수필을 읽은 한 평론가의 평에 대한 것이다. 대체, 문학평론가란 무엇인가? 읽지 못한(않은) 내가 뭐라고 하는 건 사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평론이라면, 수필집을 읽지 않아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질 않는가. '이태동 문학평론가'는 박근혜의 수필을 읽고는, 박근혜를, 몽테뉴와 베이컨의 전통을 잇는다 평한다!!!!








밑에 양경언 문학평론가는 그런 평론에 비판을 했지만 글의 전문이 실리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태동 문학평론가는 정말 저렇게 느끼고 생각한걸까? 글은 읽는 사람에게 저마다의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니, 다른 사람들이 후진 글이라 해도 나에게는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물론 나는 안다. 그렇지만, 정말 이태동 문학평론가는 박근혜의 수필에서 '부조리한 삶의 현실과 죽음에 관한 인간의 궁극적인 문제의 코드를 탐색해서 읽어냈'다고 생각한걸까? 그게 확- 느껴진걸까? 그래서 '인문학적인 지적 작업에 깊이 천착하고 있기 때문에 문학성이 있는 울림이 있다'고 깨닫게 된걸까? 정말 그런가? 진짜, 진심으로 그렇게 느낀건가? 인문학적 지식이란 게, 지적 작업이란 게, 그렇단 말인가?



이럴 때 극히 일부분만 인용하는 것은 부당하겠지만, 이태동 평론가가 그렇게 극찬한 [바른 것이 지혜이다]의 인용문은 시사인에 실려 있지 않아,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에서 몇 부분을 재인용해 보겠다.



"어디가 극락인가? …마음 한번 돌려 부처가 되듯이 인류가 마음을 돌리면 이곳이 바로 천국이요, 하늘 나라가 임하신 곳이 되는 것이다" -p.105


"하늘은 모든 것을 보고 또 알고 계시니 그 앞에서 거짓이란 있을 수 없다. …위대한 기도의 힘은 결국 지극히 깨끗한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즉, 그러한 마음에게만 하늘은 능력을 주시는 것이 아닌가." -p.115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들이 그렇게 커다란 도움을 주면서도 겸손하게 아무 말 없이 우리에게 봉사할 때 우리는 때 늦지 않게 그 소중함을 인식함이 중요하다. 공부를 안 하면 시험에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깨끗한 자연환경이나 건강, 신용, 마음의 평화, 풍요로운 노년기 등은 노력 없이 그냥 주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은연중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p.74



나는, 글쎄, 위의 인용문으로 지적인 글이라고 생각은 잘 안들고... 뭔가 약간..음, '내려놓은' 사람 같다는 생각은 든다. ㅎㅎ 그리고, 위의 인용문들을 읽고나니, 박근혜의 연설문은...어쩌면 박근혜가 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워낙에 하늘과 운명의 힘을 믿었던 사람인 것 같으니.....

그나저나 74쪽의 인용문을 보면, '공부를 안하면 시험에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박근혜도 생각했던데, 그런데 정유라는 왜  ........... 그만두자. 



내가 아직 몽테뉴도, 베이컨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지만, 박근혜가 몽테뉴와 베이컨의 뒤를 잇는지는 글쎄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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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715 2016-12-01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몽테뉴의 저서들을 제목만 읽었으면 그럴 수도…

비연 2016-12-01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허걱입니다 ㅜ

꼬마요정 2016-12-01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제 댓글 날아갔어요ㅠㅠㅠㅠ

하도 요상해서 말을 이해 못 하는 통에 혹시나 진짜 심오한 건 아닌가 혼자 오해해서 그런 말 한 건 아닐까.. 이런 식으로 적었는데.. 날아갔어요ㅠㅠ 신비주의 전략이 아니라 진짜 아무것도 없는 사람인데 말이죠.

corgidrl 2016-12-01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혜 아닌 순실 작품이라는...
 

‘다락방님‘ 이라 부르시며 첫 눈 오는데 따뜻하게 마시라고 커피 보내주신 분! 보낸 이 번호나 이름이 전혀 뜨지 않아 제가 누구신지 알 수가 없어요.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이거 보시면 누구신지 문자 하나 넣어주세요. 댓글도 좋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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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11-2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만해도 달달~

다락방 2016-11-26 12:49   좋아요 0 | URL
좋아죽겠지 말입니다 ㅋㅋㅋㅋ

2016-11-26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7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6-11-2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인기쟁이 다락방님 부러워요♡

다락방 2016-11-27 10:23   좋아요 0 | URL
제가 참...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문나잇님. 히힛 :)

2016-11-26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6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7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lummii 2016-11-2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닙니다 ㅋㅋ첫눈오는날 받으셨네요

다락방 2016-11-28 07:56   좋아요 0 | URL
네, 첫 눈오는 날 커피를 받았습니다. 히힛.
 



'수잔'이 살았던 시대에는 여자가 먹고 살려면 아버지나 남편에게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남편이 죽고나자 수잔은 먹고 살 돈이 없었고 그렇게 이집 저집 옮겨다니며 폐를 끼치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목표로 하는 게 있다면 '돈많고 늙은' 남자를 만나서 여유롭게 사는 거다. 그래서 매력적인 남자를 하나씩 둘씩 사귀면서 둘 다 놓지 않고 있는데, 자신의 외동딸인 '프레데리카'에게도 그래서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할 것을 강요한다. 딸은 엄마가 결혼하라고 강요하는 남자가 멍청해서, 정말이지 너무나 멍청해서 싫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매력이 있고, 만약 사촌이었다면 사이좋게 지냈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좋아했을 수도 있겠지만, 결혼은 평생 함께 살아야하고, 그러므로 나는 저 멍청한 남자와 결혼하지 않겠다!! 고 한다. 그러나 수잔은 얄짤없이 엄마말 들으라며 딸에게 그 멍청한 남자와의 결혼을 강요한다. 돈이 진짜 많은 남자였으니까.


여자가 직업을 가질 수도 없고, 그렇게 가족인 남자에게 기대 살아야만 한다면, 나라고 뭐 별 수 있었을까. 물론, 그나마 수잔은 상류계급이라 저런 방법을 택하지, 그 시대에도 노동자들은 일도 하고 집안 살림도 했을 거라는 것을 안다. 또 수잔이 자신 마음대로 매력적인 남자 1과 매력적인 남자 2를 동시에 만나면서 상대를 속이고 기만하는 것도, 뭐, 수잔 자신의 삶이다. 자신의 매력으로 그들을 구워삶아 자신에게 미치게 했다는데, 내가 뭐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연애문제는 오롯이 당사자의 몫이니,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진행하고 해결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빡이쳤던 건, 수잔이 자신의 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멍.청.한' 남자와의 결혼을 강요한 것이다. 당연히 돈이 없으면 살아가는 일이 힘이 든다. 여러가지로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고 기도 죽는다. 당장 불편하기도 하고. 그러니 딸이 더 편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누가 봐도 편한 길이긴 하다. 맞다. 그렇지만, 딸은 그걸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나 멍청한 남자와는 도무지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수잔은, 그 결혼을 딸에게 강요하면 안되는 거다. 그때가 아니라 언제라도, 지금이라도, 딸에게 엄마인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의 결혼을 강요해서는 안되는 거다. 그래서 너무 짜증이 났다. 영화 보는 내내 너무 짜증이 나서, 같이 보는 친구에게 '아 너무 짜증난다' 하고 귓속말도 했더랬다. 자기 삶이야 자기가 사는거니 알아서 할 일이지만, 딸 삶을 이래라 저래라 자신이 정한 행복의 기준에 맞추는 거는 안되는거잖아... 그러지마, 수잔.



그래서 수잔 캐릭터가 굉장히 비호감이었다. 일전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를 읽으면서, 엠마가 다른 사람들 막 엮어주려고 하고 그러는 거 보면서 너무 비호감이라 짜증났었는데, 이 영화속의 수잔도 마찬가지. 그래서 이 소설 읽고 싶었다가 안읽기로 결심했다. 세상에 읽을 책이 얼마나 많은데 비호감 캐릭터까지 찾아가며 읽고싶진 않아. 아, 정말 비호감이었다. 내가 딱 싫어하는 캐릭터.


영화 카피에는 '제인 오스틴이 만든 유일한 악녀' 인가, 뭐 그렇게 써있던데, 수잔이 비호감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악녀는 아니다. 악녀라니, 무슨. 수잔이 강간을 하길 했냐 살인을 했냐 폭행을 하길 했냐. 그냥 부자 늙은 남자 만나기를 바랐고, 그러다가 그 남자가 자신의 명이 다해 일찍 죽기를 바란 것 뿐인데, 그걸 가지고 악녀라니. 그냥 비호감일 뿐. 



어쨌든 영화는 재미없었고 캐릭터는 비호감이었다.



오늘은 이 영화속 수잔이 너무나 생각나고 이해됐는데, 그건 내가 또(!!) 퇴사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퇴사 넘나 하고 싶은 것... 퇴사하고 싶다. 돈 벌기 싫다. 돈 버는 거 너무 힘들다. 오늘은 그래서 아침에 멍하니 멍때리면서, 가능하다면 나도 완전 돈 많고 늙은 남자 만나서 돈 그만 벌고 살고싶다....는 생각도 했다. 섹스는 안해도 사는거니까, 이왕이면 돈은 많고 섹스는 안되는 늙은 남자였으면 좋겠다. 그냥 나 회사 좀 안다니게 해주는, 나를 먹여살려주는 남자였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엄마가 먹여살릴테니 언제든 그만두라고 했지만, 우리 엄마를 힘들게 할 순 없지. 울엄마가 돈이 어딨다고 ㅠㅠ 내가 엄마한테 빌붙어서 나 먹여살려라, 이럴 순 없지. 나 좀 먹여살려도 재정상태에 별 영향이 없는, 그런 남자 만나서 빌붙어야지... 아아, 나는 수잔이 너무나 이해되는 것. 그래, 수잔, 당신이 뜻하는대로 살아요. 일 안하고 살 수 있다면, 안하고 살면 된다!! ㅠㅠ



그렇지만 나는 오늘도 회사에...어제처럼, 십년전처럼....... 인생................Orz



















이 책을 내가 몇 년전에 읽었다면 엄청 깜짝 놀라며 신선하게 읽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읽으니 딱히 재미는 없더라. 의도는 충분히 알겠지만, 좀 회의적인 생각도 들고.... 어차피 이 책을 읽는다고 남자들이 뭔가 다른 생각을 할까? 자기가 지금 기득권의 삶을 누리고 있으며 부당함과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걸, 이 책을 읽고 깨달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이갈리아에서는 현재 가부장제에서의 성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쉽게 말해 가모장제인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온갖 직종에 높은 직위는 다 여자들(움)이 차지하고 있고, 남자들(맨움)은 치마를 입고 고추를 받치는 옷을 입고 사회활동에 제약이 있으며, 집에서 살림과 육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남자들이 여자들로부터 '부성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외모가 당연히 유리한데, 그 기준은 고추가 작고 몸은 뚱뚱하고 키가 작은 것이다. 이 책속에서 이런 사회제도에 의문점과 불만을 가지게된 우리의 주인공 '페트로니우스'는, 산책을 나갔다가 여자 세명으로부터 강간을 당하는데, 집에 돌아와 부모님에게 얘기하니, 그건 니가 그 야심한 밤에 산책을 나갔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게 밖으로 알려지면 너는 부성보호를 받을 수가 없어,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고 신고하지도 말아라, 가 그의 엄마로부터 듣게 되는 말이다.



「보고하지 말자, 페트로니우스. 모두 잊자. 그게 더 나아. 왜냐하면, 더럽혀진 맨움을 누가 원하겠니? 이번에는 그냥 내버려두겠어.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 이제 더 이상 해 진 다음에 바닷가에 가선 안 돼!」(p.94)



이 책 한 권은 내가 작년인가 재작년에 링크했던 동영상 <억압당하는 다수>를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 단편 영화인 <억압당하는 다수>는 이 책의 압축판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미안하지만, 페트로니우스, 그러나 그건 정말 생각할 수도 없어! 네가 나를 보수적이라고 보는 것은 옳아. 그리고 나는 권력 관계를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하고 싶단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음, 나는 내 자신이 권력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지. 오, 여신이여! 그러나 나는 올바른 결정을 하고 있다는 신념을 갖고 그 자리에 있는 거란다.」(p.347)


347페이지의 위 인용문은, 성추행과 성폭행이 빈번히 일어나는 모든 직장과 학교에서, 알면서도 묵인하는 많은 남자들의 생각을 대변할 것이다. 일전에 영화 『방자전』에서도 변사또가 사또가 되기 위한 것이, 여자들에게 마음껏 변태짓을 할 권력을 갖기 위해서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권력을 가진다는 건 자신이 가진 힘을 자기 멋대로 사용한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들은 이미 가진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 위치에 가서, 그걸 휘두르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하는 짓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 생각하려 하진 않고, 오히려 자신이 올바르고 냉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참에 이갈리아에서 장관이란 직급을 달고 있는 페트로니우스의 엄마는, 너무도 솔직하게 그 욕망을 대변한다. '내가 권력의 위치에 있는 이 시스템을 바꾸고 싶지 않다' 고.





 













신중의 신이라는 제우스 신이 이 여자 저 여자 바람피고 다닌 걸로도 모자라 강간까지 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얘기. 이 책에서 그런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했다. 아니, 신중의 신이라는 존재도 강간하고 다녔는데, 남자인간들이 어떻게 각성하고 살겠는가...왜 고추를 달고 있으면 신이든 인간이든 강간하고 지랄인가.....


'준 조단'의 <여자 그리고 남자의 침묵> (W.B. 예이츠의 「레다와 백조」를 참조하여) 이란 시를 옮겨보겠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안다: 그녀의 얼굴을 산산이 부순 거대한 주먹을.
그 위, 하늘은 달의 슬픔을 감추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흔적들을 등지고 창문들은 불을 켜고
문들은 닫힌다. 그녀는 여성 파멸의 폭력 안으로 쓰러진다.



그의 성욕의 돌진에 항거하여 어떻게 그녀가 일어나야만 했을까?
그녀는 이빨을 토해낸다. 그는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들을 찢어버렸다.
그의 분노의 털난 토르소는 그녀의 믿음의 마지막 보루를 파괴했다.
그는 그녀의 가슴을 찢었다. 그녀 가슴을 할퀴고 짓이겼다.


그녀는 수련들과 백조가 있는 습지 연못 안으로 가라앉는다.
그녀는 나무들에서 나오는 음악의 오후 위로 표류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밟고 걸어가는 피처럼 사라진다.
그녀는 다시 나타난다: 이성이 잡을 수 없는 한 마리의 미친 암캐:
강물과 곡식들을 마르게 하는 고열:
그녀의 잔인한/고열로 빛나는 에너지로 보호받는 사랑스러운 소녀.



이 시에 대해 이 책의 저자 '김승희'는 이런 해설을 덧붙였다.


W.B. 예이츠의 ”레다와 백조」라는 시를 되받아쳐서 전복시킨 작품. 예이츠는 「레다와 백조」라는 시에서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가 레다를 겁탈하는 장면을 극화 하면서 그 겁탈의 순간을 '어떻게 그 질려 맥빠진 손가락이/맥풀린 허벅지로부터 그 깃털로 뒤덮인 영광/을 밀어낼 수 있으랴?' 라고 쓰고 있다.
스파르타의 아름다운 여왕 레다는 왕 틴다레우스의 아내로서 아들 카스터와 딸 클리템네스트라를 두었다. 레다는 우연히(항상 지배자-남성의 눈길을 끌게 되는 재난이 발생하는 것은 우연에 의해서가 아닌가?)올림푸스 신전의 최고 신인 제우스의 눈길을 끌게 되었고 제우스는 백조의 모습으로 변하여 지상에 내려와 그녀를 강간한다. (p.100)


강간이 얼마나 좋으면 백조의 모습으로 변하여 내려와서까지 강간하냐, 제우스여..... 당신들에게 강간은 무엇입니까?




- 어제부터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따뜻한 것을 먹고 싶었다. 집에 가면서 피자를 포장해갈까, 생각하다가 참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양재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서는 스타벅스에 사이렌오더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해 놓았다. 그리고 배도 고프고, 따뜻하고 맛있는 게 간절했던 나는, 준비된 음식을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사실, 짐작하다시피, 책은 그저 장식일 뿐. 아침엔 먹는 데에만 열중했다. 그래서 배부르다. ㅎㅎ




- 지난 주말에 여동생네 식구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고 했다. 온가족이 함께 가면서 사야할 것을 칠살 조카에게 메모하게 시켰는데, 칠 살 조카는 '킨더조이'를 사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여동생이 '킨더조이' 맞게 쓸 수 있으면 사줄게, 했는데 조카가 적어놓은 것은 '키더조이' 였단다. 땡~ 틀렸어~ 사줄 수 없어~ 라고 했더니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나 빼빼로는 쓸 수 있어.



그리고 수첩에 빼빼로를 쓰고나서 보여주더니, 빼빼로 맞게 썼으니까 빼빼로 사줘~ 라고 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조카야, 너는 누굴 닮았니, 누굴 닮아 그렇게 똑똑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이모를 닮은 게 틀림없구나!!! 그래, 건강하게 자라고, 이모처럼 자라라. 언제나 물어뜯을 자세로 두 눈 부릅뜨고 살아!!!




-  어제는 친구로부터 내가 빨래강박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는 맞다고 수긍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빨래강박만 있는 게 아니라, '잘 지내는 것'에 대한 강박도 있는 것 같다고. 잘 지내고 남들에게 폐 안끼치고 사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나는 줄곧 이것이 옳다고 확신하면서 살아왔는데, 오늘은, 어쩌면, 이 강박이 없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저 나만의 생각이 아닌가.... 




- 어제는 봄에 헤어진 애인과 오래 통화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는 내게 왜 헤어지자고 했는지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거기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말했다. 이미 지난 일이고, 언급해봤자 부질없지만, 그렇게 지난 시간에 대한 일을 얘기하는 것은 분명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출근하면서, 이것은 마치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After Sales Service) 같다, 고 생각했다. 헤어진 당시와 또 헤어진 후에 헤어짐을 받아들이면서 보냈던 그 긴 고통의 시간에 대한 A/S 같다고. 그것이 고장나고 망가진 것을 고쳐주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모든 헤어진 연인들이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사람은 다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생각으로 존재하니 모두가 다 나같은 경험을 할 순 없는것이겠지만, 지금 헤어져서 아프고 고통스럽고 힘든 사람들이, 어쨌든 지금을 무사히 이겨내고 난 다음에, 그런 A/S 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각자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 자신의 일상을 받아들이고 살면서, 그렇게 잘 지내면서, 지난 시간의 고통에 대해서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조금쯤 보상이 되지 않을까. 조금쯤 고쳐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릴없이, 했다. 



한 친구는 내게 '과거의 연애는 현재의 연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다. 과거의 연애에서 학습된 걸로 나는 현재의 연애를 대할 것이고, 또 현재의 연애가 과거의 연애가 되는 순간, 다시 다가오는 연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나를 더 나은 연인이 되게 했다고 믿고, 또한 나에게 더 잘맞는 최상의 상대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연애를 경험하면서 하나씩 혹은 그 이상으로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된다. 스스로의 바닥을 보게 되고,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어하는 것과, 나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알게된다. 나를 겪었던 옛 애인들은, 아마도 새로 시작하게 될 연애에서 나보다 더 자신에게 잘 맞는 사람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만약 내가 누군가의 '과거'가 되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과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자, 나를 겪고 더 나은 사람을 만나라, 고. 나 역시 마찬가지. 그가 나를 스쳐갔다면, 그가 스쳐간 까닭이 있을 것이다. 






















바닥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그런데, 내가 어제 나의 과거의 글을 무슨 이유에선가 찾아 읽다가 깨달았는데, 


나 진짜 글 잘쓰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나같은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을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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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1-24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의 연애는 현재의 연애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그 문단 너무 좋네요.

저는 연애의 ‘경험‘이 많다고 해서 스스로를 발견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랑이란 것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이고 강렬한 경험이고, 그런 사랑의 경험이 사람을 성숙하게 하기도 하지만, 사랑의 경험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만, 사랑하는 사람을 관찰할 줄 아는 사람만, 사랑의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다락방님은 사랑할 줄 알고, 받은 사랑을 즐겁게 누릴 줄도 아는 사람이라 다락방님 글을 읽을 때마다 사랑이 하고 싶어져요. ㅎㅎㅎ

어떤 글의 매력이란건 결국 글쓴이의 매력에 근거할 수 밖에 없잖아요.
다락방님의 매력 때문에 이런 멋진 글이 나오네요.
당신에게 이런 훌륭한 글빨을 선물한 당신 자신의 무한한 매력에 감사하시길^^

다락방 2016-11-25 08:1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는 제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게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란 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알라딘에 가입했고 글을 썼고 그래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렇게, 단발머리님처럼, 애정 가득한 눈으로 보아주는 친구를요! 게다가 저에게 있는지도 모르는 제 매력을 일깨워주시니, 정말이지 얼마나 감사한지요. 고맙습니다, 단발머리님. 나쁜 일이 백 개 일어나도, 이렇게 여기 와서 친근한 이들의 댓글을 보면 좀 풀어지고요, 제 스스로 글을 쓰면서도 저를 많이 다독다독합니다. 저는 가끔, 제가 쓸데없이 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제가 강한 사람이란 사실이 참 좋습니다.

언급하신 것처럼, 저는 지난 사랑에서 앞으로 더 나은 사랑으로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을 그런 찾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저와 연애한 모든 이들은 제게 큰 깨달음을 준 고마운 이들이죠.

암튼 이 댓글의 결론은 단발머리님을 사랑한다는 겁니다, 제가.

LAYLA 2016-11-25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글 보고 레이디 수잔 상영관 찾아보니 서울에 단 2개...엉엉엉 내일 밤 25시 35분에 메가박스 코엑스로 달려가야 할까요? 고민이 됩니다...

다락방 2016-11-25 08:16   좋아요 0 | URL
아니, 시간대가 뭐 그리 메롱입니까. 그러면 누가 보러 온다고...
전 경험주의자라서 자기가 보고, 자기가 읽고, 자기가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라일라님, 그 시간에 달려가서 볼 만큼 재미있진 않습니다 ㅠㅠ

cobomi 2016-11-25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읽을 때마다 뭐랄까, 위로, 설렘, 충만, 소소함, 즐거움 느껴요. 혼자 웃을 때도 많고요.(다른 사람이 보면 미친X인줄...ㅋㅋㅋ) 다락방님 생각을 엿보는 것도 제겐 공부 좀 더 해야겠다는 의욕을 불러오고요. 글이 참 좋습니다. 단발머리님 댓글에 무척 공감해요. 저도 어떤 ‘좋은‘(완전 제 기준ㅋㅋ) 글을 보면 글쓴이가 궁금하고 좋아지고 설레고(?) 그렇거든요. 다락방님 분명 매력 넘치는 분인 거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6-11-26 09:18   좋아요 0 | URL
아이코, 칭찬 감사합니다. 저는 글 쓰는 게 너무 좋은데, 제가 제 기분 좋자고 쓰는 글이 이렇듯 다른 분들에게 기쁨을 준다니, 그것도 너무 좋아요. 제가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쓰도록 하겠습니다! 코보미님도 열심히 와서 읽어주시고 이렇게 댓글도 남겨주세요. 함께 책을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나눈다는 것은 큰 기쁨이잖아요. 히힛.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