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과연 특별한 나라인가
김봉중 지음 / 소나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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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이 자신을 정의하는 주요한 수사적 용어로서 '미국 예외주의(exceptionalism)'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가 살피고자 한다. '예외주의'라 함은 긍정적인 의미로서 미국이란 나라의 성격은 역사에 유래가 없었다는 쪽에 가깝다. 흔히들 미국예외주의를 유럽과 비교해서 전통의 무게에 짙눌리지 않으면서도 비유럽의 야만성으로부터도 벗어나 있다는 의미 정도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이 책은 좀 더 세분하여서 1)프론티어 정신 2)미국식 민주주의 3)지역주의 4)다문화주의로 나누고 살펴본다.
자신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개성적'이라고 본다는 것은 결국 그것을 다종다기한 사람들을 스스로 '미국인'으로써 인정하게 하도록 만드는 힘이 되며, 동시에 미국적(고립적이면서도 나르시시즘적인) 오만을 낳는 씨앗이 되기도 한다. 요즘 미 테러 사태로 테러에 대한 경악과 함께 세계에 대한 미국의 오만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책은 과연 '미국'의 정체성이 무엇을 재료로 어떻게 역사적으로 구성되고 있는 것인지 쉽게 전달해 주고 있다. 미국에 대해 친근하게 느끼면서 정작 미국의 역사와 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했던 나에게 자그마하지만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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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를 추억하며 그르니에 선집 2
장 그르니에 지음 / 민음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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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에의 글에 만연된 '순수한 고독'에의 매혹은 '카뮈를 추억'하는 와중에도 쉬지 않는다. 그는 카뮈로부터 존재의 제일원리로서의 '고독'을 보았으며 그가 그 고독을 성공적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추억한다. 일찌기 아버지를 여의고 힘겨운 삶의 수레바퀴 속에 깔려 살아야 했던 카뮈는 그 스스로의 증언처럼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창작을 택했다.' 창작은 갇혀버린 고립을 고독의 열림으로 인도하는 듯 하다. 고립은 범죄를 낳지만 고독은 '예술'을, 또는 생명의 예술적 단계랄 수 있는 '법열'을 낳는다.

카뮈는 삶의 가난과 비참 덕에 교양의 공식으로부터 자유로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로인해 그는 교양의 가치를 뿌리로부터 섭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꼬리표달린 삶, 인증서 위주의 삶, 학위지향의 삶을 낳는 교양의 공식 대신 삶의 뿌리를 맛보는 교양의 진짜 힘을 터득했다. 대개 가난한 자들에게 예술은 헛깨비이지만 은혜롭게도 가난한 자들이 예술의 끈쩍끈쩍한 고갱이를 정면으로 만날 가능성이 더 크다. 즉 예술창작과 향유의 질적 고귀성은 가난한 자의 단박함과 순전성에 더 가까운 것이다. 카뮈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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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삶 그르니에 선집 4
장 그르니에 지음, 김용기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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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니에는 인간의 제일원리를 '혼자임'에서 찾는다. 누구나 혼자다. 인간으로서 나는 혼자 태어나서 혼자 살다가 혼자 죽고 혼자 땅에 묻혀서 혼자 썩는다. 아무도 나를 대신해서 나로서 태어나고 나로서 살다가 나로서 죽고 나로서 묻혀 썩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원초적인 '혼자임'을 망각하고 산다. 사람들은 사슬에 너무나 길들여진 나머지 사슬을 자신의 존재로 오인한다. 그르니에는 고립과 고독을 구분한다. '고립'은 사슬로 꽁꽁 묶인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반면에 '고독'은 자신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혼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고독은 사슬이전부터 상정된 인간존재의 보편적 상태인 것이다.

이런 '혼자임'의 고독은 그의 산문들 전편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다. 고독은 포도주의 승화sublimation와 향수의 신성성, 밤의 삶을 일깨우는 수면, 정오의 충만, 법열과 구원의 자정으로 이어진다. 그에 모든 일상은 순전한 고독에의 내맡김을 통해 공허한 사슬로 상처받는 인간에서 벗어나는 길을 넌지시 속삭인다. 갑자기 20세기의 걸출한 기독교 호교론자인 C S 루이스의 말이 떠오른다. '필요한 것은 '호감가는 사람'이 아니라 '새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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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층산
토머스 머턴 지음, 정진석 옮김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197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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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머턴은 무명화가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에서 문학박사를 받은 석학이었고 젊은 시절 시와 째즈에 열광했으며, 1-2차 대전의 불안한 시대와 공명한 회의론자이자 무신론자였다. 그러나 그가 68년 감전사고로 죽었을 때는 세계적으로 혹독하기로 유명한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수사였다.

이 책은 20세기 후반에 쓰여진 종교적 회심기이 대표격이다. 최근에 영성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면서 종교적 회심을 다룬 책들이 활발히 재간되거나 번역되고 있는데 이 책이 가장 현대적이고 호소력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카톨릭에는 아우구스트스의 <고백록>은 물론이고 파스칼의 <팡세> 키에르케고어의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반열에 든다. 최근에는 현각의 불교에는 <만행>이 있고 개신교에는 우치무라 간조의 <회심기>와 C S 루이스의 <Surprised by Joy>와 <순전한 기독교>가 그러 부류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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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시련
박이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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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이문출판사에서 나온 박이문 선생님의 '철학이란 무엇인가'란 책을 통해 그나마 정식으로 철학에 입문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눈으로 보면 난삽한 활자에 볼품없는 종이질, 삭막한 디자인이 아주 거슬릴테지만 철학적 문제 하나하나를 평이하고도 깊이있게 다루어 의욕을 돋구게 하시는 글솜씨에 많이 반했었고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그 누렇게 책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문지사에서 다시 모아 내신 이 모음집에서도 박이문 선생님의 솔직담백한 글쓰기를 만날 수 있다. 책의 중심논제는 급속한 현대기술의 발전과 문화의 변동 속에서 한계점을 노정한 전통적 서구 이성을 어떻게 새롭게 재구성할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고 그 재구성의 여정에 동양철학과의 만남에 주목하는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20세기 전기 철학을 다룬 '현상학과 실존주의'에서 다뤄지는 싸르트르, 퐁띠, 리쾨르 부분이 눈에 쏙 들어온다. 분석철학 뿐만 아니라 대륙계 철학과 동양철학까지 폭넓고 깊이있게 섭렵하신 역량이 그대로 배어 나오는 듯 하다. 그래서 프랑스철학 20세기 후반부를 다른 논문이 더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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