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거리 - 마틴 스콜세지 : 영화로서의 삶 한나래 시네마 4
데이비드 톰슨 외 엮음, 임재철 옮김 / 한나래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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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마틴 스콜세지 영화들을 다시 보면서 예전에 못 보았던 힘들을 발견하고 또 다시 놀라고 있는 중이다. 그 힘들을 발견한 장면들 중 하나가 [성난 황소]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주먹의 왜소함에 대해 토로하던 장면이다. 거친 욕정과 야망, 아집과 교만이 난무하는 삶이란 사각의 링에서 그 쌍무식한 주인공이 자기 주먹의 작음을 하소연한다니...

나는 여기서 얼핏 드러나는 주인공의 초월의지를 느꼈다. 그 추저분한 삶 속에서도 주인공은 성인이 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이제서야 왜 마틴스콜세지가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영화화했는지 이해가 됐고, 왜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가 뉴욕의 밤거리를 헤매고 다니는지 알 것 같았다. 책을 통해서는 마틴 스콜세지가 젊어서 사제가 되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옳타구나하고 무릅을 칠 수 밖에...

미국 영화연구의 대부인 보드웰 부부에 의해 쓰여진 이 마틴 스콜세지 작가론은 보드웰 특유의 꼼꼼한 자료에 바탕한 서술을 견지하고 있다. 영화를 좀 심각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마음 속 깊은 곳에 마틴 스콜세지를 숨기고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의 삶과 영화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해부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번역의 문제다. 우선 작품명이나 고유명사에 대해서는 필히 영어명칭을 함께 달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어디서는 영어발음으로, 어디서는 한역된 제목으로, 어디서는 그냥 영어로... 한마디로 일관성이 없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191페이지에 '도덕적 다수당'이란 것도 Moral Majority라는 고유명칭을 병기해야 하지 않을까? 그도 아니면 최소한 도덕적 다수당이란 말에 따옴표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문제들은 비단 이 책 만이 아니라 영화관련 번역서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들이다. 마치 학부생이 번역한 듯한 거칠은 문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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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인지과학
A.I 골드먼 / 서광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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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철학의 장구한 역사는 '귀신쫓기'의 과정이었다고 일갈하는 구절을 본 기억이 난다. 다신교의 신들이 쫓겨난 자리에 추상적인 유일신이 들어서고, 다시 그 유일신이 쫓겨나고 데카르트에 의해 마음(res cogitans)이 대신 들어섰다. 이제 새로운 인지과학의 발전에 따라 그 마음(혹은 영혼)마저 허구적인 귀신으로 취급받기 시작한다. 단적인 예로 오늘 본 기사 중에는 반도체와 달팽이의 체세포를 결합시킨 '뉴런 반도체'가 완성되었다고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책이 철학의 자연화(naturalization)이라는 미국 철학계의 움직임을 부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마음'의 문제에 적용하면 인간의 마음이란 자연 기관natural organ 또는 기관들의 체계라는 입장으로 진전되어 간다. 이제 더 이상 마음은 과거처럼 관조나 명상 혹은 추상적 논증에만 국한된 영역이 아니며 아주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경험과학의 영역에 의해 지배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철학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일까? 저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외려 철학의 자연화라는 당대의 현상은 다른 시대의 철학적 시도들과 잘 오버랩된다고 본다. 철학은 당대의 과학적 발견들을 종합하려는 시도로 가득차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의 인지과학의 발견에 대해 철학이 그 영향을 수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고 이 책은 인식론, 과학철학, 심리철학, 형이상학, 윤리학 등의 철학의 영역 속에서 인지과학의 발견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 미칠 수 있는지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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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철학입문
에띠엔느 질송 지음 / 서광사 / 198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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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중세철학하면 극복되어야 할 철학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보편성을 추구해야할 철학이 신학과 종교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식의 거친 단순화 덕이다. 그러나 중세철학이 그렇게 단순화해도 좋을 만큼 미신적이고 만만한 사유 체계는 결코 아니다. 스콜라철학이 추구한 그 엄밀성은 이미 칸트의 사유체계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고 18세기를 거치며 서서히 그 베일이 벗겨지고 20세기 초반에 이르러 질송이나 마리땡 같은 이들의 독보적인 작업을 통해 그 심오한 자태를 드러내게 되었을때 많은 이들이 이에 감복하게 되었다. [칠층산]으로 유명한 토마스 머턴 수사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질송은 이 책에서 중세철학을 큰 사상사적 맥락 하에서 이성과 계시라는 넓은 주제로 압축시켜 보여준다. 비록 아주 얇은 책이지만 대가답게 핵심을 도드라지게 세워 그 철학적 흐름과 주제간 연관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질송의 논문 이외에도 역자는 부록으로 질송의 생애와 사상, 중체철학 개관, 그리고 현대 신비주의철학자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에 대한 글도 첨가해 놓았다. 철학과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일독을 권할 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과 함께 분도출판사에서 나온 [스콜라철학의 기본개념들]을 함께 보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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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그 철학적 의미
K.해리스 지음, 오병남ㆍ최연희 옮김 / 서광사 / 198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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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서의 모더니즘적 경향은 크게 추상주의와 표현주의로 대별된다. 표현주의가 주관적 세계로의 몰입을 향한다면 추상주의는 객관세계로의 무아적 침참을 향한다. 이런 경향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한 철학적 배경을 그리고자 한다. '근대'라는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모두의 차원에서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하여 기존의 플라톤-기독교적 인간관은 와해하게 되면서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질문에 대해 세계는 침묵으로 대립한다는 사실 앞에서 인간은 부조리에 직면하며, 이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서는 세계의 의미를 꾸며내야 하는 상황에 다다르고 말았다고 본다. 이런 공통된 상황을 배경으로 두 가지 상반된 노선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표현주의와 추상주의라는 것이다. 좀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양서임을 부정할 수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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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신앙
카를 야스퍼스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197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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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퍼스하면 전기의 키에르케고어적 성향과 후기의 '이성적 실존'의 정신을 떠올리게 되는데 본서는 후자의 경향을 대변한다. 그는 종교와 철학이란 서로 혼동될 수 없는 이질적인 영역이지만 동시에 양자 사이에는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역설한다. 이런 관계에 대한 자각을 통해 현대에 들어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철학과 종교를 새롭게 재건하겠다는 그의 후기철학의 의지를 보여준다. 종교 속에서 신적 존재와 같은 포괄자를 향한 지향적 정신과 철학을 통해 이성에 기초하여 이뤄지는 열린 대화의 펼쳐짐('무한한 교제 속의 이성')을 통해 인간 실존의 활력과 이성적 반성을 모두 살려내어 현대에 만연된 허무주의와 비이성적 광신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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