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한국사 - 상 - 단군에서 고려까지
남경태 지음 / 그린비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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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비의 종횡무진 씨리즈를 동로마사때부터 죽 보아왔다. 어떤 분이 권했었는데 무지막지한 두께와 또 그저그런 대중판 역사서겠구나 하면서 시큰둥해했었는데 막상 책장을 펼쳐 조금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물론 외교관 출신 외국 역사가의 저서를 번역한 것이긴 하지만 남경태란 사람의 속도감있는 번역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후일 종횡무진 서양사도 얻어 보게 되었고 그런대로 흡족한 읽기였던 것 같다.

종횡무진 한국사 셋트는 이제 갓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시기 시작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고민하다가 선택한 책이다. 역사의 중요한 고비를 선별적으로 선택해서 잘못된 역사상식과 편견을 바로잡기도 하고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화된 역사관을 꼬집으며 샛길로 빠지기도 하는 것이 이야기꾼적 기질과 전문가적 기질이 잘 어울어지고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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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 무엇이 세계를 움직이는가
존 히튼 / 이두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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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알다시피 비트겐쉬타인의 저서들은 일반적인 논문 스타일을 따르지 않고 번호가 붙여진 짧막짧막한 경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꼭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중간에서 읽어도 된다. 이런 책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이에 대해 비트겐쉬타인은 그의 [논리 철학 논고]에서 넌지시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이 책은 이 책에 표현된 갖가지 사고들을 그들 스스로가 한 번쯤은 가져 보았던 사람들에게만 이해될 것이다 - 또는 적어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해본 사람들에게.'

그렇기 때문에 그의 글은 아주 간단하고 함축적이라도 그런 생각을 마음 속에 그려본 사람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비트겐쉬타인 전문가들은 뭐라고 할런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비트겐쉬타인 세계의 그림을 핵심적으로 선사하고 있다. 물론 함축적인 만큼 읽고 보는 사람의 숙고를 요한다. 인용할 구절로 저자가 책 속에 삽입한 윌러스 스티븐스의 시를 올려볼까 한다. 이 시로 우선 워밍업을 하시고 잡으심도 괜찮을 듯...

항아리의 일화

테네시에 항아리를 놓았네
언덕 위에 둥그런 모양의 항아리를
언덕을 감싸는 추레한 물항아리
그것에서 풍겨났네

그 황량함은 항아리가지 올라왔고
주위에 널리 퍼져 이제 더 이상 거칠지 않았네
지면에 둥그렇게 자리잡은 항아리
높이 솟아 공중으로 향하고 있었네

모든 것을 장악한 항아리
잿빛 알몸을 드러내었고
새나 수풀을 이루지 않았네
테네시에 있는 다른 것들과도 같이

윌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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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생애와 학문 한국철학총서 13
이상은 지음 / 예문서원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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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출판관련전문 잡지인 출판저널에서 21세기에도 길이 빛날 20세기의 고전을 선별하는 설문조사에서 이상은 선생의 이 얇은 책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70년대 중반에 출판되었으나 그 고전적 가치가 높아 다시 출간된 것이다. 책의 전반부인 [생애와 그 인간]에서 퇴계의 일생을 수학시기, 출사시기, 은퇴 및 강학시기로 나눠 설명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 퇴계의 인품을 넌지시 드러내는 많은 일화들을 만나게 된다.

후반부인 [학문과 사상]에서는 퇴계 성리학에 영향을 끼친 사상사적 배경과 그의 성리학 사상의 핵심에 관해 술한다. 퇴계 사상의 핵심이랄 수 있는 성리학적 인성론, 혹은 사단칠정론 및 성학집도에 대해 평이한 용어와 문체로 문외한들의 접근을 돕는다. 최근 퇴계에 대한 국제적 연구가 활발하여 각종 국제 학술 세미나가 열리고 방송사에서도 특집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심지어 인지과학 분야에서 퇴계의 심리학을 원용해보려는 시도나 그의 이론을 프랑스 현대철학자인 들뢰즈-가타리와 연관시켜 보려는 시도까지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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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정명환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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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란 책은 사실상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체계적 지식을 제공해주는 책도, 문학 텍스트 분석의 실용적 지침서도 아니며, 더우기 문학 감상을 세밀한 결들을 보듬는 문학 애호가적 태도는 눈을 씻고 찾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그의 책은 '문학의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제들을 살펴보라. 거기엔 시의 운율이니, 소설의 서사성이니, 희곡 속의 성격문제니 하는 것들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쓰는가', '누구를 위해서 쓰는가', '1947년의 작가의 상황' 등의 소제목들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예술의 순수성이나 자율성보다는 예술의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써의 실천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사르트르의 문학론은 예술을 계급투쟁의 도구화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상습적으로 받고 있다. 하지만 나는 사르트르의 때 지난 듯한 함성 속에서 어떤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여전히 (어떤 면에서는 시대착오적으로) 견지하고 있다. 도데체 쓴다는 것의 의미를 거세해 버린 채 어떻게 문학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말인가? 쓴다는 일의 운명을 거둬내고 쓰여진 다음의 일에만 천착하는 호사가적 취미는 솔직히 구역질이 난다. 요즘처럼 피상적이고 장식적인 말들이 난무하는 말들의 난장에서 사르트르의 힘은 다시 돌아볼 가치가 충분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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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
막스 피까르 지음, 조두환 옮김 / 책세상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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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현대를 군중 속의 고독과 인간소외의 시대라고 일컬으며 그 삶의 불모성과 폐쇄성을 일갈하는 것은 거의 상식적인 일이 되어 왔다. 그러나 여기엔 무언가 나사가 빠져 있다. '나'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자기 확인 없이 과연 어떤 대화가 가능할 것인가? 막스 피카르는 이 지점에서 밖으로 향하는 문을 닫고 자기 안으로 깊숙히 침참하고 그 참 자기를 탐구한다.

군중 속의 고독이 아니라 참다운 고독에 이르는 것은 인간소외라는 만연된 현상을 치유하는 기초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그가 '얼굴'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얼굴이야말로 자기를 확인하고 타자에게 자기를 밝히는 매체이다. 저자는 '얼굴'이란 것이 내포하는 인간학적 문제점들을 차근차근 이야기해 나간다. 얼굴이란 가장 감각적인 현상을 통해서 참 영혼에 다가가기 위한 길을 떠난다. 그는 초상화나 얼굴에 대한 묘사에 관한 역사적 사료등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내적인 용모'를 하나하나 헤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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