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첫 백제 여행 답사 바로하기 역사 바로보기 4
여행이야기 기획, 박광일 글 / 삼성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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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찮게도 내 고향이 전라남도인지라 학교다닐 때, 배우던 국사책의 첫머리를 넘어서면 바로 나오던 백제 멸망의 역사는 항상 가슴 한 구석의 서운함으로 남았습니다. 사실 내 조상은 그 지역과 전혀 상관이 없는 고려시대 경상도 사람인데도 어린마음에 백제의 역사와 나의 조상의 과거를 동조화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멸망한 왕국 백제의 이야기는 신라나 고구려의 이야기보다 더 내게 감성적인 자극을 주는 주제입니다.

 책의 구성은 웅진, 공주, 사비 시대로 대비되는 백제의 역사대로 나뉜 세단원의 백제역사-각각 하루일정의 답사코스가 됩니다-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백제의 첫 도읍이었던 웅진시대로의 여행은 도읍으로 추정되는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위대한 제왕 근초고왕의 숨결이 깃들였을 석촌동 고분을 거쳐, 방이동 고분까지 이어집니다. 하루 답사길로 간단한 유적지는 아니지만 희미한 흔적들에 그나마 느껴지는 백제인의 숨결과 땅아래 더 많이 묻혀 있을 유물들에 대한 기대로 아쉬움을 대신해야 할 듯 합니다. 

공주시대는 고구려의 공격을 피해 내려온 이들이 부여로 도읍을 옮기기 전까지 머물렀던 두번째 도읍지 시대입니다. 여기서는 공산성과 무령왕릉, 그리고 국립공주박물관을 둘러보게 됩니다. 역시 터로만 남겨진 웅진성이며 왕궁의 흔적은 뭐라 말할수 없는 비애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망한 왕국의 역사가 이리도 처절하게 지워져 버렸는가 하는 그런 감정이 끊이질 않습니다. 다행히도 도굴되지 않고 발굴된 무령왕릉으로 인해 공주국립박물관에서 대하게 되는 유물들에서 드디어 멋을 알았던 백제인들의 솜씨에 대한 감탄사가 입밖으로 터져 나옵니다. 가슴조리며 찾았던 그들의 가려진, 그들 문화의 숨겨진 커튼자락을 슬쩍 들춰본 느낌이랄까요?

사비시대에는 결국 의자왕과 삼천궁녀, 황산벌의 계백으로 이어지는 멸망으로 마무리되는 슬픈역사의 기록입니다. 성왕의 중흥노력과 이어진 야망들이 성공했다면 찬란하게 빛날 수도 있었을 역사의 실패한 반전이 기록된 시대이기도 합니다. 역시나 왕궁으로서의 흔적만 남은 부소산성과 낙화암이 멸망한 왕국의 뒷모습을 더 쓸쓸하게 만듭니다.하지만 부여에는 멸망의 슬픈흔적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림사지 5층석탑과 미륵사지 석탑, 서산마애삼존불, 그리고 부여국립박물관에 있는 백제금동대향로와 칠지도,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등을 통해 잊혀진 왕국의 저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멸망의 역사속에 살아남은 유물들이 백제인들이 미처 글로 우리에게 남기지 못한 그들의 꿈과 이상과 능력을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의 시간은 국사책에서 배웠던 백제라는 나라에 대한 퍼즐맞추기와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시험을 보기위해 외우던 역사가 아니라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숨쉬고 있는 그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살아서 다가온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그 여행길에서 힘겹게 여러유물들을 찾아나서고 설명하지만 700여년 왕국의 유물치고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과 군데군데 비어버린 잊혀진 왕국의 역사에 대한 애처로운 느낌은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좀 더 발굴이 되고 연구가 진행되어서 비어있는 백제 역사에 대한 여백이 조금이나마 더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우리아이에게 백제에 대해 어떻게 가르쳐 줄건가? 멸망한 역사도 교육의 가치가 있으니 시간을 내어 답사여행의 길잡이 삼아 책의 내용을 따라가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부족하고 없어지고 지워진 부분에서는 반드시 아이에게 역사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 이런거라는 것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조금 냉혹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금동대향로, 익사미륵사지석탑, 서산마애삼존불, 정림사지석탑 등을 통해 슬쩍 비친 모습만으로도 백제라는 나라의 숨겨진 힘이 순간순간 내비치는게 사실이지만 그런 것들도 살아남지 못한 패자의 역사적 유물이 되었을 때는 이리도 한이 되고 슬픔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이 배웠으면 합니다. 결국  나의 아이들이 자라서 경주에 간다면 신라의 앞마당을 거닐다가 올수 있겠지만 이책을 따라가는 백제기행은 서울과 공주와 부여를 거쳐서 샅샅이 훓어보아도 결국은 백제의 뒷골목밖에 헤맬 수 없는 서글픈 역사에 대한 기행이 될것 같습니다. 봉황처럼 비상하고 싶었던 왕국의 날개꺽인 서러움이여~~~~ 

  이 책은 신라여행에 뒤이어 나온 백제 답사여행의 안내서입니다. 작가의 세심한 답사길 안내와 거기에 대한 마음을 담은 글,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유적이나 유물 설명을 통해서 짧은 답사길에서도 많은 것들을 알게 도와줄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꼭 그 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이 일게 합니다. 그렇게 책을 옆에 끼고 벗삼아 가는 그길은 단순한 눈요기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살아서 우리에게 말을 걸고 교훈을 안겨주는 역사여행이 될거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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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과 이주홍 동화나라 빛나는 어린이 문학 5
이주홍 지음, 김동성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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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에 나오는 여자아이가 땅에 뭔가를 그리고 있는 모습이 어릴때 내 누이가 일하러 간 부모님을 동구밖에서 기다리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연유에서인지 책을 받아든 내 손이 반갑지만 안쓰러운(?) 그런 감정에 이끌려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한참이나 표지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습니다.  한복을 입은 여자아이와 지금과는 다른 모양의 우체통, 골목길,  평상아래 누워있는 누렁이, 초가집, 전봇대 등을 죽 훓어보며 오가던 눈길이 또 다른 정다운 것들을 찾아 헤맵니다. 어릴적 고향친구녀석이라도 어디서 뛰어나올 것 같기도 하구요.

  책에는 세가지 동화가 실려 있습니다.  <북치는 곰>에서는 설날밤이면 땅에 내려와 신발을 훔쳐가는 야광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데, 여기서는 아버지 야광귀도 네 형 야광귀도 모두 실패한 그 미션(?)에 우리의 당돌한 막내야광귀 똘똘이가 당차게 나섭니다. 사람들이 새벽까지 신발 못찾게 하는 방법을 환히 꿰고 있다고 자신하며 땅에 내려온 막내지만, 지구촌의 멋진 장난감인 태엽으로 움직이는 북치는 곰인형을 보고는 날이 새는 줄 모르고 놀다가 닭우는 소리에 제 신발마저 잃고 다시 하늘로 황망히 달아납니다. 가족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지만 그에게는 보이는 아이다움이 웃음짓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은행잎 하나>는 눈부시게 샛노란 은행나무 삽화와 함께 시작합니다. 겨울이 다가오고, 은행나무 어머니와 그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나가기 싫어서 하는 아기 은행님의 따뜻한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봄에 절에 와서 엄마를 잃고 울던 아이가 유치원생들과 다시 은행나무 아래 나타나고, 아기 은행잎은 낯익은 그 아이에게 떨어지기로 작정합니다. 그 은행잎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의 책갈피에 끼워져 있다가 다시 따뜻한 엄마은행나무의 품으로 돌아와 따뜻한 겨울을 나게되는 과정을 그린 동화입니다.  <우체통>은 아버지가 일본으로 일하러 가서 편지를 통해서만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숙희라는 아이의 우체통에 대한 순수한 상상에서 기인한 이야기입니다. 편지를 넣기는 하지만 누가 내어가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우리의 주인공의 '어떻게 편지를 내어가나' 하는 궁금증은  우체통 밑에 여러곳으로 통하는 많은 구멍이 있어 원하는 곳으로 편지가 전해진다는 생각으로 발전합니다. 그래서 저 먹으라고 준 개떡을  아빠에게 보내려고 정성스레 싸서 우체통에 넣습니다. 물론 그 떡은 우체부 아저씨에 의해 고스란히 집으로 다시 돌아와 버렸지만 숙희는 어머니의 자세한 설명을 통해 편지가 전해지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배웠습니다. 세상 사는 이치 하나를 다시 익힌 것이지요.  아이의 아버지를 위한 마음과 세상 사물에 대한 순전한 상상력의 세계가 마음을 흠뻑 적시는 글입니다.

  책에서 보게 되는 어린 야광귀며, 노란 은행잎, 숙희는 아주 어렵게 살던 나의 동생, 친구, 누이들의 모습이라는 느낌입니다. 텔리비젼과 컴퓨터 등을 통해서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배워버린 요즈음 아이들만큼 영리하고 똑똑한 건 아니지만 왠지 더 정이 가고 마음이 가는 주인공들입니다. 그리고 책을 묵묵히 읽는 동안은 나의 아이들이 똑똑해지더라도 그런 감성이나 순전함 만큼은 지니고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삶을 풍성하게하고 마음을 넓게하는 그런 감성과 순수한 눈을 나의 아이들이 가슴에 지니고 살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다면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훨씬 살만하고 아름다워 질 것 같습니다, 오늘을 사는 부모들도 어린 야광귀나 노란 은행잎, 그리고 숙희와 같은 그런 아들이나 딸을 가질수 있다면 수학이나 영어를 잘하고, 시험을 조금 더 잘 보아온 아이를 가진 것보다 갑절은 더 마음이 부자가 될 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책을 다 읽고 난 이 시간, 이책을 겨드랑이에 끼고 문을 나서면 골목 어디에선가 낯익은 어릴적 친구녀석들이 하나 둘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것 같습니다. 아마도 내 마음의 추억창고 안에서 나오는 거겠지만요. 달콤하지도 고소하지도 않고 투박하게 보이지만 두고두고 찾는 음식이 있듯이, 간단해 보이는 짧은 이야기지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내 마음을 잔잔하게 감동시키는 울림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린줄로만 알았던 삶의 아름다움이 아직도 곁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리 마음속에 속삭이는 책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도 나같은 마음속 울림이 느껴지니?

이 책을 읽은 여러분들! 여러분들께서도 그런 속삭임을 들으셨나요?

모쪼록 지나치지 않고 이책을 드는 아이와 부모님들께서 보배처럼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 작가들의 속삭이는 진한 이야기가 마음 가득히 울려퍼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는 이 책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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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com - 마음이 자라는 특별한 여행
장 폴 구레비치 지음, 윤은주 옮김, 유리다 디프 그림 / 지식의풍경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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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 오디세우스,  청소년 올림픽, 소피아, 이타카, 사이렌, 키르케, 칼립소,  여행 또는 모험, 음모 ...

 이 이야기 속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단어들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하나씩 진행됩니다. 그러고 보니 먼저 오디세우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정리되어 있어야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된다는 사실을 말해야 겠습니다. 오디세우스라고 별명이 붙은 알렉시가 가는 여행의 발자취는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가 밟은 그길을 되밟는 여행길이니까요. 저도 왕년에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완독하였고, 최근에는 아이들이 만화로 나온 그리스 로마신화를 열독하는 걸 어깨너머로 본 가닥이 있어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 하였지만 세밀한 부분의 기억이 완전치 못하다 보니 알렉시가 가는 행로를 따라 겪는 어려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의 흐름이 어떤 필연성을 가지고 진행되는 것인지 많이 헷갈리곤 했으니까요. 단연코 말하건데 오디세우스 신화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없다면 이 책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산만하고, 필연성도 부족하고, 너무 수다스럽기만 한, 그리고 결말도 너무 안일한(?) 그런 작품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먼저 책 제일 뒤에 있는 [깊이 읽기 -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먼저 읽은 뒤에 시작하는 것이 좀더 도움이 되는 독서법일 듯 합니다.

 그리스를 너무 좋아해서 그리스에 대한 다양한 지식으로 무장된 알렉시는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아테네 청소년 올림픽에 참가 신청서를 내고  "오디세우스, 청소년 올림픽 때 고향인 그리스로 돌아오다"라는 주제로 써야 되는 글을 자신의 식견을 첨가한 <오디세우스가 겪은 네번의 유혹>이라는 제목으로 멋지게 작성하여 1등상과 부상으로 주어지는 노트북, 디지탈 카메라, 그리고 일주일간의 그리스 휴가를 차지하게 됩니다.

 올림픽 위원회가 요구한 글의 주제가  알렉시의 모험에 대한 암시인 듯 합니다. 그가 차지한 휴가로 결국 그리스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바로 알렉시 자신이 되었고 -알렉시의 별명이 오디세우스입니다- 그는 오디세우스가 겪었던 항로를 따라 여행을 하게 되고 그러는 사이에 오디세우스가 겪었던 것과 닮은 모험을 겪게 되니까요.  그리고 부상으로 주어진 것들도 글의 진행상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알렉시는 디지탈 카메라로 결정적인 증거 사진을 찍어 이메일에 첨부할 수 있었고, 노트북을 통해 중요한 위기의 순간에 이메일로 자신의 위험과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의 음모에 대한 제보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여하튼 알렉시는 뜻하지 않게 위험한 사람들 틈에 끼어서, 그들의 음모 한가운데서, 얻어맞기도 하고 위협당하기도 하면서도 오디세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지혜롭게 불온한 일당의 음모를 멋지게 분쇄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족과 친구 테오필, 음모 분쇄의 마지막 페이지를 완성한 테오필 아버지와 함께 정말로 안전한(?) 그리스 여행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솔직히 어른인 나도 내용을 연결하여 이해하고 뭔가 고리를 찾는데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아직도 뭐라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몇 가지 짐작하는 것 중에 그럴듯한 것은 먼저 프랑스적인 글쓰기에 대한 부적응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것보다는 작가가 현학적인 글쓰기의 표현을 즐겨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든 결국은 작가의 의도를 완전히 읽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책을 너무 어른스럽게 접근하는 것으로 인한 한계 일지도 모르겠구요.....           근간에 다시 한번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서도 많은 이들이 옛이야기책 속의 신화가 아닌, 오늘 우리 주위에 살아 숨쉬는 신화의 세계를 다시금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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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말의 힘 - 어떤 사람도 마음을 열게 하는
할 어반 지음, 박정길 옮김 / 엘도라도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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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펜은 칼보다 강하다" 그리고 "말은 총보다 강하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수도 없이 겪는 말로 인한 위로와 감동과 상처와 아픔들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게 우리의 입과 혀로 내뱉는 말들일 겝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인생에서 영혼 깊숙이에 새겨진 그런 자국들이 만져졌습니다. 때로는 봄바람처럼 따스하게 나를 감싸고 내영혼에 쉼을 주고 감동을 주었던 흔적도 있고, 때로는 비수보다도 더 날카롭게 마음을 후볏던 말로 인한 깊게 패인 상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것을 만지면 가슴시린 아픔이 마음을 적십니다. 저자가 말한 긍정적인 말의 힘이나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말의 파괴적인 힘에 대해서 멀리 가지 않아도 나자신을 통해 이리 곱씹을 수 있습니다. 나만이 아니고 이 책을 열독하시는 모든 분들이 인정하실 겁니다. '내안에 이 책이 말하는 주제가 있다'고

 그런데 내게 새겨진 자국들은 이리 선명한데 내가 내뱉어서 다른이들의 마음에 새겨 넣었을 그 말의 흔적에 대한 기억은 도무지 없습니다. 전혀 없는 건 아닌데 그건 내가 지레 짐작으로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이 내게 자신의 흔적을 보인적이 별로 없으니 모르는게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내가 받은 만큼은 다른사람들에게 때로는 위로와 사랑을, 때로는 상처와 아픔을 안겨 주었을 텐데 난 그걸 아무 생각없이 무심코 내뱉곤 했다는 사실을 지금 이 자리에서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이 이리 강하게 내게 자각을 하게 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오랜동안의 교단생활 경험과 사람들과의 부단한 접촉, 그리고 자신이 수집한 많은 자료들에 근거해서 여러 긍정적인 말의 목록과 효과, 부정적인 말의 목록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에 대한 제안들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거 내 이야기네, 이건 내가 당했던 거고, 나도 이렇게 해 봐야 겠는걸  하는 식의 생각이 스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서 내가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하는 말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준 것입니다.  두 아이의 부모로서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했던 말들은 얼마나 품위가 있고 긍정적이고 아름다웠을까? 아니면 화를 참지 못하고 순간순간 내뱉었던 말들이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고, 파편을 튀기며 상처를 남기고, 피어나는 싹들을 잘라버렸을까? 많이 많이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 준것이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저자에게 감사하는 일입니다.

 업질러진 물을 어찌할 수 없듯이 이미 나간 말들은 어쩔 수 없고, 이제부터라도 생각하면서 말을 하려고 노력해야 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나의 가족에게, 이웃과 친구들에게 부정적이고 정죄하고 불평하는 말보다는 칭찬하고 지지해주고 감사하고 위로해주는 그런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도록 하여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퇴근시간에 달려나오며 '다녀오셨어요'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모든 피로를 몰아내버리듯이 나도 그런 아름다운 말들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제부터 쭉---------------------------------------->

 모쪼록 많은 분들이 열독하셔셔 멋진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내 입에 파수꾼을 세우셔서 차갑고 날카롭고 비방하고 얽어매는 말들은 막아주시고, 사람을 일으켜세우는 칭찬하고 감사하고 위로하고 지지해주는 말들만 내 입을 출입하게 하여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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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동굴 작은거인 9
채영주 지음, 유기훈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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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어린이의 눈높이에 이르지 못한 나자신으로 인해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작가선생님이 어른의 눈높이에서 어린이의 이야기를 하는 거라서 그런가 하는 의문도 가져보았습니다.  하지만 책속의 주인공 또래 때의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며 진행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투철한 반공교육의 시대에 살았던 나는 초등학교 때, 동네 어귀에 이상한 사람-지금 생각하면 거지였던듯합니다-이 나타났을 때, 용감하게도 친구와 같이 마을 이장님을 찾아가서 -당시에는 가까운 곳에 경찰서가 없었습니다- 저기 간첩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고한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때 이장님은 책속의 경찰관들처럼 아이의 말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마을 어귀까지 가서 확인해 주셨습니다. 물론 다시 갔을 때는 아무도 없었고 , 그뒤로도  오랫동안 제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무척 부끄러운 기억이 되었지만 투철한 반공소년의 씁쓸한 일화입니다. 

 박물관 견학을 갔다가 샛길로 빠져나온 장신이와 은우가 우연찮게 발견한 동굴, 그리고 거기서 발견한 칼 한자루와 글씨들로 인해 발단이 되고 전개되는 사건들 속에서 어린이들의 우정과 서로를 좋아하는 치기어린 감정들, 상대에 대한 질투, 그리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옳은 일을 하고자 하는 정의감등이 어우러져 맛갈스럽게 버무러져 있습니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조금은 억지스럽고 이해가 안되는 장면들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로 들여다 보면 그리고 그네들의 상상력으로 들어가보면 정말 그럴듯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면들 때문에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고 내일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거구요.

  어른보다 나은 아이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입니다. 장신이와 은우가 경찰아저씨들의 무신경에 포기하지 않고 보물들을 지키려고 나서는 모습에서와 다해가 어머니의 편견-장신이가 거짓말하자 다해어머니는 장신이에게 어머니 없이 자라서 그런거냐고 다해와 다시는 어울리지 말라고 모질게 말합니다- 에 대해서 강단있게 반박하는 말들 속에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그래 이 아이들이 어른보다 낫구나, 이래서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는 거구나' 하는 감정 말입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바른생활을 가르칩니다. 인사 잘하고, 정직하고, 남에게 해를 주지 말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등등등... 하지만 어찌보면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도둑들처럼 돈에 바른생활을 파는 사람, 경찰아저씨들처럼 진실을 들어주지 않는 닫힌 마음을 가진 사람, 다해 어머니처럼 세상의 어두운 곳에 이유없이 무신경하게 거부감과 편견을 가지고 차별하는 사람, 아니라고 우겨보지만 바르지 못한 모습이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른들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여기에 대비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보다 낫다는 칭찬을 충분히 받을만하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주위에 있어 말도 안듣고 말썽만 부린다고 생각하던 아이들도 분명 장신이나 다해, 은우처럼 어른보다도 나은 어린이들 일겝니다. 그러니까 많이많이 사랑하고 안아줍시다. 나 또한 아직은 책속의 주인공들보다는 어린 나의 아이들이 책속의 장신이나 은우, 다해와 같은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된다면 호통부터 치게 되겠지만, 그런 아이들을 대견스러워 하긴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아줄겁니다.

 마지막으로 별점하나를 감하는 이유는 일본에 대한 우리의 의식에 대해 이 책 역시 감정적인 반감을 그대로 차용하고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입니다. 우리 문화재가 일본에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 그 일본은 임진왜란때 우리나라를 침공하여 무자비한 살육을 감행하던 놈들이고, 또한 36년동안 강제로 이나라를 빼앗아 도륙했던 놈들이다. 그래서 그 나쁜놈들에게 우리 문화재가 넘어가는 것은 안된다는 식의 논리가 이 책에도 역시 깔려 있습니다. 물론 일제 36년을 몸으로 겪으신 분들에게는 드릴 말씀이 없지만 이젠 우리 후손들은 그러한 감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로워지고 극복했으면 합니다.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도발적인 저들을 보면 절로 화가 나지만, 침공당하고 나라까지 빼앗기는 어이없는 실패를 한 우리조상들에 대한 냉정한 시각도 필요하고, 감정적으로가 아닌 실질적인 실력으로 저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각과 교육이 이제는 이런 도서에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에 별하나를 감합니다.

 이책을 읽게될 -장신이와 다해, 그리고 은우처럼- 반짝이는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로 인해 가정과 사회와 우리나라와 그리고 세계가 희망이 가득해지는 세상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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