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알라딘 이벤트에 당첨되어 씨네큐브에서 박찬욱감독과 김형진 평론가의 데이빗린치에 대한 수다를 들으면서 '이야 저 사람 멋진다. 저런 멋진 사람을 셀레게 하다니 나도 만나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릿속의 린치는 말그대로 외계인이다. 매혹적이지만 이해하기엔 너무 먼 그대 말이다. 미국에서 심야극장이 유행하던 시기, 컬트라 불리던 온갖 종류의 형식을 가진 틈새영화들의 전성기의 감성을 그는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기성세대에 대한 비웃음을 폭력과 음란함으로 적당히 뒤섞어서 말이다. 뭐 모두가 상업영화 하는 시절에 나이가 들면들수록 안드로메다로 가는 사람이 하나쯤 있는 일도 의미있지 않겠는가? 

그럼 그와 교신해 보자. 광란의 사랑은 그의 영화중 가장 대중적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순서대로 전개되고 스토리도 있고 말이다. 물론 이영화에 수십가지 장르를 붙일 수 있겠다. 로드, 액션, 뮤직, 청춘물, 판타스틱, 추리 뭐 좋아하는 장르 아무거나 붙여도 딱 맞진 않지만 적당히 걸쳐져 있다. 바비인형처럼 차려입고 이런저런 불륜에 빠지고, 남편도 죽여버리는 늙은 미인인 엄마, 성폭행 당한 딸의 상처는 모른 척 하면서도 집착을 보이는 가족. 내용을 별외로 하고 인상깊은 장면들이 많이 있다. 립스틱으로 얼굴과 손을 붉게 칠한 자해 장면. 영화를 본적이 없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을 자동차 위를 달려 범퍼위에서 사랑하는 여인에게 러브미텐더를 불러주는 모습 등 말이다. (개인적으론 첫사랑이 불러준 노래라 의미깊다.) 왠지 앞으로 노래방에서 누가 이 노래를 부르면 세일러 하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추임새를 넣어주지 싶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고 불쾌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아마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영화는 낯설기 때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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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3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컬트적인 영화들을 주로 만드는 감독이긴 합니다만..명작이 꽤 많아요.
멀홀랜드 드라이브도 괜찮고...
나름 분위기있는 사구(DUNE)도 볼만해요..

그래도..트원픽스의 그 기괴함은..으흐흐.

Kitty 2009-01-3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빗 린치 감독은 저는 감히 손을 못대요.
TV에서 트윈픽스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토할뻔 했어요;;) 그 트라우마로 알아서 멀리하고 있어요.
메피님 덧글 보니 제가 제일 난이도 높은 걸 봤나봐요? ;;;;
 

데이빗 린치. 그의 영화들을 보는 것은 그리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불쑥불쑥 끼어드는 괴이한 장면들과 불친절한 이야기의 흐름과 가끔 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들. 그래서 그의 영화들을 보기로 하는 것은 '마음먹고' 해야 하는 일이다. 뒹굴뒹굴 구르다 채널을 돌리면서 봐도 되고, 배가 고프면 사과를 깎아먹고 와서 봐도 되는 어떤 영화들과는 매우 다른 지점에 와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만은 피할 길이 없다. 친절한 알라딘에서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를 주었고, 무엇보다도 데이빗 린치와 박찬욱의 만남이 아닌가. 물론 박찬욱 감독님 스스로가 데이빗 린치의 열혈광팬임을 밝히고 있기도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의 어떤 부분은 데이빗 린치의 영화들을 연상시키기도 하니까. 불쑥불쑥 끼어드는 괴이한 장면들과 불친절한 이야기의 흐름과(물론 박찬욱 감독이 데이빗 린치보다는 훨씬 친절한 면이 있지만) 가끔 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들. 이 말은 그대로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에 가져와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감독전에 가는 길에 친구를 기다리며 잠깐 들른 교보문고에서 본 <데이빗 린치의 빨간 방>은 한편으로는 조금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다. 씨네토크 시간에 박찬욱 감독님이나 김영진 평론가님이 말씀하신대로 나도 "이게 데이빗 린치가 직접 쓴 책인가?"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들에서 상상할 수 없는 조용하고 짤막한 이야기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조금은 데이빗 린치스러웠던 것이 짧은 글에서 강단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고집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그렇게 <데이빗 린치의 빨간 방>을 보다가 혹은 박찬욱 감독님의 책 <박찬욱의 오마주>를 보면서 다가올 시간을 기다렸다. (<박찬욱의 오마주>는 박찬욱 감독님의 평론가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이 책에는 곧 보게될 영화 <광란의 사랑>의 영화평이 나와있기도 하였다. 다른 부분 보다도 이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는 로드무비라고. 이것은 집 잃은 자들의 이야기라고.) 

친구가 서둘러 도착했고, 허겁지겁 저녁을 먹은 후 7시 30분 시간에 맞춰 씨네토크 및 영화상영이 진행되는 씨네큐브에 도착하였고, 8시부터 씨네토크가 시작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조금 더 여유있게 도착시간을 말해주었어도 좋을 뻔 했다. 햄버거를 깨물어먹으며 서둘러 도착했는데, 30분 동안 하릴없이 기다려야 했으니까.) 씨네토크는 혼자 진행하기 버거워하시는 박찬욱 감독님의 요청으로 김영진 평론가님과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나름 영화 내외적인 내용을 고루 전달해주신 것 같다. 특히 영화 내부의 이야기들보다는 우연히 린치를 마주친 일이며,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여 심사위원장 카트린드뇌브 이하 모든 심사위원들과 함께 린치의 <인랜드 엠파이어>를 보러갔던 일 같은, 박찬욱 감독님이 아니라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님이 린치와의 인연을 개인적인 회상으로 들려 주는 사이에 김영진 평론가님은 듣기 좋은 목소리로 린치의 작품 세계나 (최근에는 린치가 안드로메다로 갔다는 말씀 ㅋ) 린치의 작품에 얽힌 일화들 및 배경들을 들려주며 박찬욱 감독님의 이야기에 보완을 해 주었다. 

그리고 곧 이어 데이빗 린치의 1990년도 작품 <광란의 사랑 Wild At Heart>이 상영되었고, 마법의 110분이 지난 후 'Love Me Tender'가 울려퍼지는 속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와 로라 던의 자동차 위에서의 익히 잘 알려진 키스신과 함께 엔딩크레딧을 보게 되었다.  

글쎄. 이 영화를 보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뭐 어쩌면 작품의 구조나 이야기,장면들의 분석, 영화가 가지고 있는 상징 및 함의를 쓰려고 한다면 몇 페이지에 걸친 긴 분석을 해야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론 능력도 안될 뿐더러, 여기는 영화평을 쓰는 공간도 아니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를 가지고 이야기의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나 스토리를 논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느낌이다. 물론 이 영화는 린치의 다른 영화들에 비하여(<스트레이트 스토리>를 제외한다면) 훨씬 구조가 눈에 드러나고 스토리도 눈에 보이는 영화이긴 하나, 이 영화에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뭐 스토리라고 해봤자 결국은 여자친구 어머니의 반대 속에서 여러 고초를 겪으면서 감옥을 다녀오고도 사랑을 이루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 밖에는.) 뭔가의 다른 영화읽기를 이 영화에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기는 뭐 데이빗 린치는 매번 그래 왔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저 다만 몇 가지 것들만을 기억해두기로 하자. 시작 부분에 <Love Me>를 부르며 타인의 코를 박살내는 니콜라스 케이지와 다시 코를 얻어맞고 <Love Me Tender>를 부르며 사랑을 이뤄내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대구(對句). 그 당시에도 여전히 느끼해주시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눈빛 연기(!)와 뱀가죽 자켓(이런거는 어디서 팔죠?). 주라기 공원에서 애들을 보호하던 그 모습은 어디가고, 로라 던의 섹시한 망사그물스타킹(왜 혼자 있을 때 이런 걸 입고 있는지..)그리고 몇 가지의 데이빗 린치의 유머들. 예를 들어 시작부분의 그 세밀한 장소 묘사 자막하며, 니콜라스 케이지가 감옥에 있던 날들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 하며, 튜나 간판 뒤의 'fuck you'와 같은 것들. 그리고 우리의 바비 페루(윌렘 데포)와 그의 교정이 꼭 필요한 잇몸들(그의 악당 연기의 원형은 바로 이것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훗날 다른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마지막 니콜라스 케이지의 'Love Me Tender'의 느끼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속에서 자동차 보닛 위에서의 로라던과 니콜라스 케이지의 키스신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았다는 사실만은 기억할 것 같다. 비록 그것이 가끔 비가 내리는 화면이었더라도 말이다. (영화사 관계자께서 화질 안 좋다고 무지 미안해하셨는데, 괜찮았어요. 옛날 영화가 이 맛이죠.) 

마지막으로 좋은 기회를 주신 알라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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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부서에 한 자리에서만 10년 이상을 일한 여자 대리를 보면서 나도 여기서 10년이상 일하면 저모습이겠구나..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좀 더 학교에 다니고 싶다..라는 생각만 했지,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란, 
쉽지 않더라구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앞으로의 생활도 걱정되었구요.     
우선 뭔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독서를 시작했는데 책만 읽었지 강연은 처음이였습니다. 강연을 직접 들으니 저자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항상 듣는말이지만 즐기는 사람은 이길수가 없다는말이 기억이 남아요 
그리고..이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한번 멋지게 살아보고 싶지 않냐고 했었던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남보다 내가 모자라다는걸 인정하고 책방에서 남들시선 아랑곳 않고 요리책을 팠던, 해외에서는 영어도 사과지만 여러 종류의 단어가 있다는걸 알고, 슈퍼마켓에서 각종 식재료 영어단어 공부를 하던 당신의 열정을 그날 배웠습니다. 
사실 강연날, 해고통지를 받아 울먹이며 친구들과 술이나 먹을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의 술한잔의 위로보다
훨씬 값진 열정을 느껴, 해고에 대한 충격에해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참 신기하다고 생각되었어요, 그날 해고 통지를 받고 에드워드 권의 강연을 들었다는 것이요. 
새해부터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이젠 이기회를 발판삼아 단순한 취업이 아닌 그동안 하고 싶어 했던것에 도전할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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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렵게 찾아간 곳!!
그곳에서 좋은 추억!!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멋진 사진을 잘 설명해주신 두분의 멋진 형제 작가분들...
서로 다른 색깔을 표현한 형제 작가분들의 사진..참 재밌었습니다. 
또 여러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를 직접 가지고 오셔서 만져볼수 있게 해주셔서 
참 좋은 경험이 되었던거 같습니다. 

마지막 추억 하나!! 
책 설명 끝나고 함께 사진 한컷!! 정말 좋았습니다.
사진 한장으로 멋진 추억 하나 만든것 같아서 너무 좋앗습니다.
 

폴라의 여러가지 종류와 활용법과 보관법과 자기만의 독특한
폴라의 세계를 보여주여서 앞으로 폴라 찍을때 좋은 밑거름이 될거 같아 참 좋네요~^^

앨범에 직접 작가님이 폴라로 찍은 멋진 카페 사진 배경으로 찍은 사진
고이 잘 간직하고...좋은 추억도 앨범에 잘 넣었어요~^^


끝으로 너무나도 좋은 시간 만들어주신 분들과 작가분들께 감사드리구요 


폴라로이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들어가 봐야 좋은 사이트 주소입니다.  
영원히 우리 곁에 함께 할 폴라를 위해서...
함께 폴라를 응해했으면 합니다.



 



 www.savepolaroi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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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날부터 시작된 기침감기는

밤새 갑자기 악화되면서

거듭되는 기침에 밤잠을 설치고

결국 오전을 병가를 내야했지만

저녁에 있을 빈소년합창단을 포기 할 수는 없었다.

 

공연에 맞는 복장을 한다고

부랴부랴 퇴근하여 옷을 갖춰입고

표를 받아드니 1C열이다.

 

이벤트에 당첨된 표라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예매했어도 이보다 좋기는 어려운 자리였다.

무대 중앙이라 합창단 전체의 모습이 또렷이 보이고

또한 화음이 잘 전달되는 그런 좌석이라 기분이 좋았다.

 

처음 한두 곡은 터져나오는 기침을 참느라

애를 써서 봐서 그런지 영 감흥이 오지 않았고

합창단도 아직 목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듯 했으나

공연이 계속되면서 점점 화음은 좋아졌고

솔로로 나와서 노래 부르는 소년들의 음색은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청아한 수준의 것이었다.

 

이번에 내한한 빈소년 합창단의 슈베르트팀이라는데

25명의 팀중에서 공연에 참가한 소년은 18명이었지만

합창단으로서는 작은 수에도 불구하고

곡에 따라 합창단원들의 배치를 바꾸거나

솔로 파트를 집어 넣어 전혀 단조롭지 않았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모인 다국적 합창단답게

그중에 일본에서 온 소년도 2명이 있었는데

그중 한명이 우리나라 노래인 아리랑을 불러서

더 인상적이었다.

 

앙콜곡으로는 곰세마리를 율동에 맞춰서 우리말로 부르는데

어색한 발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귀엽던지 다들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며 즐거워 했다.

 

새해를 맞으면서 신년음악회로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런 기회 주신 알라딘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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