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 Philosophy + Film
이왕주 지음 / 효형출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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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자체가 메시지임을 간파한 맥루한의 말은 여전히 모든 예술에 유효하다. , 소리, 움직임, 언어 등 예술의 도구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분명히 다르다. 그에 대한 반응 또한 제각각이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발생한 사진과 영화는 예술 고유의 아우라를 벗어던지고 대중과 일상적으로 접속한다. 발터 벤야민의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이 적확하게 짚어낸 것은 근대성의 특징일지 모른다. 동시성과 복제 가능성이 기존 예술과 배치되지만 오늘날의 예술은 규정하기조차 힘들다. 하나의 영역과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아니라 그 경계 자체가 무의미해진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향유해야 하는 예술은 무엇인가.

 

가장 대중적인, 그래서 예술이라는 이름조차 어색한 영화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인가 기억조차 희미한 어느 날 새벽 독립영화관에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마지막 엔딩이 올라갈 때 알았다. ‘페이크 다큐멘타리먼트(fake documentary)’라는 사실을. 그때 충격은 영화의 내용과 무관하게 소름끼치는 경험이었다. 그것이 사실인가 허구인가의 문제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영화조차 속임수를 쓸 때가 있다. 관객의 뒤통수를 내리치는 방법이 기막히지만 소설은 그렇지 아니한가.

삶의 가장 진지한 성찰로서의 철학과 영화의 만남이 어색하지는 않다. 영화는 모든 갈래와 만날 수 있고 모든 학문과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형식이 아니라 내용의 정교함과 필연성이 문제가 되겠다. 이왕주는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를 통해 철학의 외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철학을 해석한다. 아니 영화에 나타난 철학적 질문에 해석을 시도한다. 말하자면 철학이 영화를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 영화가 철학을 캐스팅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영화 <피아노>사랑은 소유하지 않는 것이라는 명제를 낳고 그 명제는 에리히 프롬을 호출한다. 지구에 인구 수만큼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진부하다. 이왕주는 영화를 해설하는 대신 그 사랑의 방식을 통해 인간을 설명한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두 종류의 인간을 구분한다. 하나는 존재지향의 인간이고 다른 하나는 소유지향의 인간이다. 존재지향의 사람들은 단지 어떤 것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놀라움, 기쁨, 행복을 느낀다. 그들은 길가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소유지향적인 사람들은 단순히 어떤 것이 있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 것이라야 한다. 내가 소유하고 지배하고 군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수 없는 것은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피어 있는 꽃이 아름다우냐 아름답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 110

 

어떤 영화를 보았느냐, 재미있었느냐는 질문처럼 난감한 것이 없을 때가 있다. 재미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그리고 그 재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아주 오래 전 베를린 천사의 시를 후배커플에게 추천했다가 두고두고 욕을 먹은 적이 있다. 책이든 영화든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추천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서 좋은가. 아니 나쁜가. 추천할 만한가 그렇지 않은가. 6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여전히 읽을 만하다.

 

매체의 특성상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 때문에 지나간 영화는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트루먼 쇼>, <굿 윌 헌팅>, <중경삼림>, <뷰티플 마인드>, <메멘토>, <일 포스티노>, <오아시스> 등 시간과 무관하게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을 다시 읽는 재미가 무엇보다 컸다. 8개의 주제로 29편의 영화를 소개하며 각각의 영화와 철학자를 엮고 있는 이 책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영화에 대한 소개서로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다시보기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우연하게도 몇 편의 영화를 서너 편을 제외하고 모두 본 영화였지만 잊었던 장면, 전혀 기억도 나지 않는 대사를 읽으면서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과거는 없고 오직 기억만이 있으며, 미래는 없고 다만 기대가 있을 따름이다. 존재하는 시간은 현재, 이 순간뿐이다. 우리가 사랑하고 미워하고 존경하고 질투하고 선택하고 거부하는 모든 것들이 이 현재의 지평 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라는 것이다. 즉 삶의 시간은 오직 하나, 현재가 있을 뿐이며, 기억(과거)하고 기대(미래)하는 일들도 모두 이 시간의 지평 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재형 사건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 132

 

<중경삼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한 대목이다. 기억과 기대 그리고 현존재에 대해 한 참이나 눈길이 머무는 문장이었다. ‘삶의 시간은 오직 하나, 현재 있을 뿐이라는 작가의 통찰에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그었다. 추억은 사람마다 다르게 적힌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지만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기억한다. 그것이 사랑이든 삶이든.

 

버리고 행복하라는 비노바 바베의 말이나 유위有爲는 무위無爲를 누르지 못하고, 억지스러움은 자연스러움 앞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노자의 말이나 지나가는 모든 것 앞에 고개 숙이게 하는 말이다. 우리가 영화에서 읽어내는 것은 영원한 사랑이나 삶의 비극성이 아니라 현재 나의 모습이 아닐까. 스크린에 투영되는 것은 멋진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어두운 극장에 외롭게 앉아 화면을 응시하는 우리들의 얼굴이 아닐까. 철학은 영화를 캐스팅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모든 영화에 철학은 까메오로 출연한다.

 

사랑은 중간에서 만나는 것이다.’ 감독 파스칼 바일 리가 영화 <좋은 걸 어떡해>에서 새롭게 보여준 사랑의 정의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 정의야말로 사랑에 대한 간곡한 진실을 더 많이 담고 있지 않은가. - 354

 

12022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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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습니다 - 나를 탐험하는 방법 청소년을 위한 세상읽기 프로젝트 Why Not? 6
마르틴 라퐁 지음,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신성림 옮김 / 개마고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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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앞세운 책들은 독자들에게 주목을 끌기 쉽다. 막연하게 청소년이 아니라 열일곱이나 스물 혹은 서른이나 마흔을 내세운 책들은 보다 구체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지금-여기 바로 나의 문제를 진단하거나 내게 필요한 책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특정한 시기에만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현재가 중요하다.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과거든 미래든 지금 이 순간의 삶에 미친 영향과 방향에 대해 고민한다는 뜻이다.

 

철학은 말할 필요도 없다. 철학자들의 먼지 묻은 책상 위에 놓인 책도 좋고 대중적인 철학서도 좋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삶의 방향과 목적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어려운 개념서를 일반인들 입장에서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는 없다. 자발적인 모임이나 각종 아카데미를 찾아다니며 강의를 듣는 방법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중적인 철학서를 뒤적인다. 내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책,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책, 내 앎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책…….

 

한겨레신문 다음 주제가 철학이다. 분야별로 네댓 개 주제를 정해 글을 쓰다 보니 따로 또 같이 묶일 수 있는 주제의 책들을 찾고 읽기가 쉽지 않다. 유사성과 차별성을 통해 책의 특징을 드러내고 주제를 적절하게 드러낼 수 있는 책들이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읽은 책과 비어있는 공간들을 메울 수 있는 책들을 선별해서 읽는 일이 쉽지 않다. 요즘은 열심히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어울릴 만한 철학서를 추리고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을 찾아 읽고 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은 책 몇 권을 정리한다. 마르틴 라퐁의 나를 찾습니다, 김성우의 스무 살에 만난 철학 멘토, 안광복의 열일곱 살의 인생론이 그것이다.

 

, 중학생 정도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나를 찾습니다는 재미있는 그림이 곁들여져 쉽게 읽힌다. 짧은 분량과 친근한 그림으로 독자들을 편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내용은 그렇게 쉽게 풀어내지 못한 단점이 있다. 너 자신을 알라, 자기를 아는 방법, 알 권리 등 3부로 나누어져 있지만 소크라테스, 몽테뉴 등 철학자들의 개념과 이론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쉽고 단순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책이다. ‘why not?’ 시리즈 중 여섯 번째로 나온 이 책은 철학의 시작인 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고 삶의 출발이다. 나이, 성별, 고향, 학교, 직업, 재산, 지역이 나를 말해줄까. 나는 누구일까. 하루에도 수없이 타인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어려울 질문일까. 당신은 누구인가. 자신에 대해 말해보라. 어쩌면 가장 어려운 질문에 대한 고민이 철학의 시작은 아닐까.

 

그에 비해 스무 살에 만난 철학 멘토는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이다. 사르트르와 푸코, 니체와 하이데거, 베버와 헤겔, 마르크스와 롤스가 런닝 파트너로 달린다. 김성우는 각 철학자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사상적 토대를 설명한다. 그것이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며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두 명의 철학자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 이해하는 방법은 어떤 분야에서도 자주 사용하지만 그만큼 유용하다. 인류의 오래된 지혜를 전해주는 철학의 고전들을 대신 읽어주는 이 책은 철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고 내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내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 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광복의 열일곱 살의 인생론은 열다섯 개의 주제에 대한 철학적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부딪치는 고민과 자신의 경험을 편안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다.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을 떠올려 보면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주체적 생각과 비판적 판단능력이 없이는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다. 라캉의 말대로 남이 가진 것이나 부러워하며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철학자를 몰라도 좋고 철학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좋다. 문제는 삶의 목적이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자기만의 철학이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만큼 복잡한 세상이다. 김훈은 신념이 강한 자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념이 아니라 의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질문 세상에 대한 의문들에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삶은 아닐까. 가볍지만 꾸준히 생각도 연습이 필요하다. 철학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늘 우리와 함께 있다. 손 내밀고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120221-01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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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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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리쾨르가 갈파했듯이, 하나의 작품을 해석한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존재가능성을 찾는 일입니다. ‘텍스트 앞에서의 자기 이해를 얻는 것이지요. 그것은 텍스트를 향해 자신의 고유하고 한정된 이해 능력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앞에 겸허히 나서는 일입니다. 그럼으로써 텍스트에서 더 넓어진 자기를 얻는 것입니다. - 10

 

영화 <일 포스티노>를 본 적이 있는가. 햇빛에 반짝이는 감청색 바다와 수평선,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어촌, 밤바다의 별똥별과 부서지는 파도……. 영상매체가 주는 감동은 문자 언어와 사뭇 다르다. 세계적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그의 전용 우체부 마리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칠레 출신 작가의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영화화 한 작품이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아름다운 자연이 만들어내는 영상이 환상적이었다.

 

이 바닷가에 사는 청년 마리오는 시인을 만나 은유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시를 가슴에 품게 되고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시는 힘이 세다. 이 영화는 결국 네루다도 마리오도 아닌 가 주인공인 셈이다. 우리는 왜 시를 읽어야 하며 어떤 시를 읽어야 하는 것일까? 학창시절에 배운 밑줄 쫙~’이나 참고서의 깨알 같은 해석이 우리를 시에서 멀어지게 한 것은 아닐까. 시를 읽지 않고 도대체 무슨 책을 읽는다는 말인가.

 

라고 철학자 김용규는 말한다.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의 연작으로 보이는 제목의 철학카페에서 시읽기한국의 움베르토 에코라는 수식이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알도와 떠도는 사원, 다니를 통해 그런 명성을 얻었다고 하지만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전달하는 문학을 통해 독자들을 사로잡지 않더라도 설득의 논리학이나 영화관 옆 철학카페등으로 이미 대중과의 소통을 지속해 온 저자의 신작은 이름만으로도 믿고 읽을 만하다.

 

최근 거센 바람을 일으키는 강신주의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과 비교하며 읽는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비교가 능사는 아니나 각각의 빛깔과 특징이 뚜렷한 철학자들의 대중과의 만남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깊이와 넓이를 통해 다양한 방식의 문화읽기가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철학은 할 일이 많고 나름의 영역을 확보한 철학자는 많지 않다. 게다가 글쓰기 능력을 겸비한, 대중적인 철학자와 동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철학카페에서 시읽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재미있다. 하나는 저자의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하나의 주제를 편안하게 풀어내고 소리 없이 밀고 나가는 힘은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책장의 속도로 감지된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재미있게 빠져들었다면 그 능력은 증명되는 셈이다. 또 하나는 시에 대한 애정과 시를 해석하는 깊이다. 철학적 관점에서 시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하면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분석주의 관점으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김용규는 가슴으로 받아들인 시를 친절하고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철학과 시의 만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철학자가 시를 어떻게 읽어내느냐가 문제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책이다.

 

베아트리스를 온통 뒤흔들어 마리오를 사랑하게 만든 시의 기본적인 힘은 메타포(은유)’. 봄날, 서점에서 시집을 안 사면 뭘 사느냐고 묻는 김용규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책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시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은 독자에게 맞춤한 이 책은 저자의 바람대로 젊은이여, 시를 읽자고 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승자의 청파동을 기억하는가에서부터 정호승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를 거쳐 신경림의 을 지나 진은영의 ‘70년대과 오규원의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에 이른다. 김수영을 비롯해 김혜순, 정현종, 강은교, 마종기의 시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시의 대표적인 시인들의 시를 통해 에리히 프롬부터 들뢰즈까지 수많은 철학자를 만나게 되는 책이다. 마치 화려한 백화점에 진열해 놓은 명품들만 모아 놓아 눈이 부실 정도다. 자칫 시적 허영(이런 말이 성립될지 모르겠으나)에 들뜬 사람들에게는 더 없는 성찬이 될 것이다. 기막힌 뷔페에서 여유있게 즐기는 만찬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이 책은 수동적으로 남이 읽어주는 시를 즐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스스로 시를 읽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평생 시심 가득한, 메타포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삶이 된다면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학은 슬픔의 미학이다. 기쁘고 행복할 때 시집을 들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없다. 슬프고 외로울 때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잃었을 때 수천 년간 고민해 온 철학자들의 고민만큼이나 시인은 우리에게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풀어놓고 타인과의 관계, 사물의 본질, 사회의 모순을 이야기한다. 언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세계, 리듬이 전해주는 보이지 않는 울림까지 읽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독자가 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시는 우리의 삶과 세계를 새롭게 바꿔놓는 위대한 일을 수행합니다. - 53

 

12021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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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 산다는 것 - 우리 시대 작가 17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글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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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십년 만에 알고 황당했다. 여덟 장 짜리 컴필레이션 앨범 중 두 장은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채 CD사이에 꽂혀 있었다. 잡스런 CD와 빈 케이스를 버리려고 정리하다가 발견한 여덟 장 사이의 두 장은 들어보지도 않았다는 말이니 선물한 사람에게 미안해졌다. 컴필레이션 앨범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뷔페와 흡사하다.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잔뜩 쌓아놓았지만 뭘 먹었는지 알 수가 없고 무엇보다도 각자 먹는 속도와 양이 달라 수시로 오로지 먹는행위에만 집중하는 방법도 내키지 않는다. 좋은 것만 골라 놓는다고 해서 최고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전체적인 어울림이다.

이런 방법은 음악뿐만 아니라 책도 가능하다. 목적과 방향에 따라 다르게 기획되고 편집될 수 있지만 독특한 아이템이 아니면 잡탕 찌개가 될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문학사상에서 나온 소설가로 산다는 것은 월간 <문학사상>에 연재됐던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작가의 창작 노트를 한데 모은 책이다. 동시대의 소설가들에게 듣는 창작론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읽을거리다. 한 두 명도 아니고 열일곱 명의 작가를 한 번에 만날 수 있으니 매력적이지 않은가. 다만, 한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짧다는 아쉬움은 뷔페의 모든 음식을 무한정 없는 것과 비슷하다.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여러 작가의 창작론은 서로 비교하며 읽을 수 있는 색다른 장점이 생긴다. 김경욱부터 함정임까지 가나다순으로 배열된 작가들의 나이와 개성이 제각각이다. 자신의 소설에 대한 창작론이라니 본문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많이들 곤혹스런 눈치다. 작가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자신의 소설을 이야기하고 창작의 과정을 들려준다. 독자들은 맛있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소설가들의 편안한 형식의 진지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사건을 떠올리고 인물을 만들어내는 서로 다른 방식과 소설에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다른지 즐기면 되는 책이다. 숱한 질문과 심각한 고민은 필요 없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혹시 읽지 않은 작가라면 그의 소설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김경욱은 자신의 창작론을 이렇게 결론짓는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실존적 전언을 떠올려본다면 화자와 주인공의 타자성이라는 지옥을 작가가 견뎌낼 때 실존의 문학은 문학의 실존을 견인하지 않았는가. - 김경욱, 25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하며 스스로 다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작가의 또 다른 자아인 화자와 주인공은 분명 작가에게 지옥일 것이다. 그것을 견뎌낼 때 문학의 실존보다 먼저 드러나는 것은 우선 독자들의 기쁨이다. 살아 숨쉬는, 손에 잡히는 또 하나의 세계와 마주하는 기쁨을 욕망하는 독자들은 기꺼이 작가들을 지옥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는다.

 

이외에도 김애란, 김연수, 김인숙, 김종광, 김훈, 박민규, 서하진, 심윤경, 윤성희, 윤영수, 이순원, 이혜경, 전경린, 하성란, 한창훈, 함정임이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온 소설과 영혼의 목소리를 담아낸 작품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나열하고 보니 그들이 보여주었던 소설의 세계가 중첩되며 펼쳐지고 저마다 다른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 그 즐거운 비명은 독자들을 위해 충분히 질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조금 아쉽다. 지난 90년대, 2000년대 소설들의 치열함이. 개인적인 소회겠지만 현실 사회에 대한 분석과 이해 치열한 고민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소설을 만나기 힘들다.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 내고 또 다른 인물을 만들어 인간의 삶과 보이지 않는 세상의 비밀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작가들은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새로움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여기의 현실적인 고민과 아픔들을 성찰하는 이야기에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소설은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는 가장 선명한 거울이 아닌가.

 

삶은 잠이고 사랑은 꿈이다. 자는 동안에는 계속 꿈을 꾸고 싶다.’는 김연수의 말은 창작론을 넘어 삶에 대한 반성이 아닌가 싶다. 자는 동안에도 사랑하고 싶다는 욕망은 인간에 대한 작가의 분석이기 전에 작가의 소설에 대한 욕망이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언제나 사랑을 외친다. 누구나 사랑을 말하고 어디서나 사랑을 욕망한다. 그러나 그보다 지독한 미움과 분노와 폭력이 난무한다. 나르시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랑과 세속적인 조건과 관계를 고려한 사랑을 꿈꾸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과 이별이든 삶과 죽음이든 친구와 가족이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또 만들어내는 작가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 뻔한 스토리의 삶을 견디고 있는지 모른다. 보다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욕망하는 독자들을 위해 작가들은 어떤 창작론이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의무가 있다. 수많은 독자들은 여전히 소설을 통해 잠을 자고 꿈을 꾸기 때문이다.

 

120208-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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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삶을 묻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동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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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난 잠시 중간에 멈춰있을 뿐이에요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인생은 미로같고 사랑은 수수께끼같죠

 

I don`t know where to go I can`t do it alone I`ve tried

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시도는 해봤지만

 

And I don`t know why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Slow it down

속도를 늦춰요

 

Make it stop

그리고 멈춰요

 

Or else my heart is going to pop

안그러면 내 심장이 터져버릴거예요

 

`Cause it`s too much

왜냐하면 너무나

 

Yeah, it`s a lot to be something I`m not

그래요 그건 너무 내가 아닌게 되잖아요

 

I`m a fool

난 바보에요

 

out of love

사랑에서

 

`Cause I just can`t get enough

충분히 얻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난 잠시 중간에 멈춰있을 뿐이에요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인생은 미로같고 사랑은 수수께끼같죠

 

I don`t know where to go I can`t do it alone I`ve tried

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And I don`t know why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I`m just a little girl lost in the moment

난 한순간에 길을 잃은 한 소녀일 뿐이예요

 

I`m so scared but I don`t show it

난 너무 무서워요 하지만 그걸 보여주진 않아요

 

I can`t figure it out

난 알아낼 수 없어요

 

It`s bringing me down I know

그게 나를 힘들게 해요 알아요

 

I`ve got to let it go

그냥 놔두려고 해요

 

And just enjoy the show

그리고 그냥 쇼를 즐기면 되겠죠

 

The sun is hot In the sky

하늘의 태양은 뜨거워요

 

Just like a giant spotlight

마치 큰 스포트라이트처럼

 

The people follow the sign

사람들은 표지판을 따라가죠

 

And synchronize in time

동시에 말이죠

 

It`s a joke Nobody knows

이건 우스운 일이에요 아무도 모르죠

 

They`ve got a ticket to that show

그들이 그 쇼의 티켓을 가졌단걸요

 

Yeah

...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난 잠시 중간에 멈춰있을 뿐이에요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인생은 미로같고 사랑은 수수께끼 같죠

 

I dont know where to go I can`t do it alone I`ve tried

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시도는 해봤지만

 

And I don`t know why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I`m just a little girl lost in the moment

난 한순간에 길을 잃은 한 소녀일 뿐이에요

 

I`m so scared but I don`t show it

난 너무 무서워요 하지만 그걸 보여주진 않아요

 

I can`t figure it out

난 알아낼 수 없어요

 

It`s bringing me down I know

그게 나를 힘들게 해요 알아요

 

I`ve got to let it go

그냥 놔두려고 해요

 

And just enjoy the show

그리고 그냥 쇼를 즐기면 되겠죠

 

Just enjoy the show

그냥 쇼를 즐기면 되겠죠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난 잠시 중간에 멈춰있을 뿐이에요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인생은 미로같고 사랑은 수수께끼같죠

 

I dont know where to go I can`t do it alone I`ve tried

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시도는 해봤지만

 

And I don`t know why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I`m just a little girl lost in the moment

난 한순간에 길을 잃은 한 소녀일 뿐이예요

 

I`m so scared but I don`t show it

난 너무 무서워요 하지만 그걸 보여주진 않아요

 

I can`t figure it out

난 알아낼 수 없어요

 

It`s bringing me down I know

그게 나를 힘들게 해요 난 알아요

 

I`ve got to let it go

그냥 놔두려고 해요

 

And just enjoy the show

그리고 그냥 쇼를 즐기면 되겠죠

 

 

Lenka‘The show’가 아니라 영화 <머니볼(moneyball)>에서 빌리 빈(브래드 피트)의 딸(캐리스 도시)이 부른 ‘The show’를 잊을 수가 없다. 간결한 기타 소리, 함께 맑은 눈동자, 간결한 기타 연주 그리고 감정이 배제된 덤덤한 목소리가 남긴 여운이 길다. 좋은 선수는 다른 구단에 죄다 빼앗기고 돈이 없어 쩔쩔매는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오클랜드 애슬랜틱스의 단장 빌리 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천문학적 스카우트 비용을 거절하고 팀에 남는 마지막 장면의 배경으로 ‘The show’를 다시 한 번 들려준다. 쇼를 즐기라고 인생은 쇼에 불과하다고. 최고의 고교 선수였지만 길을 잃었던 빌리 빈에게 야구는 낭만적이지 않을 수 없는 그의 인생이다. 선수가 아니지만 전대미문의 20연승을 달성하는 과정은 우리들 삶을 의미심장하게 상징한다. 잃어야 얻을 수 있고 도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와 새로운 길을 걷는 사람의 외로움을 보여준다.

 

우리는 때때로 철학에게 묻는다, 삶이 뭐냐고.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철학, 삶을 묻다는 이 질문에 답한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철학자들은 똑같은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할 뿐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열두 명의 철학 전공자가 우리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책은 짧은 분량이지만 각각의 주제를 깊이 있고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대중적인 철학서를 표방하지만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대신 주제에 대한 명쾌하고 정확한 접근으로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건강한 욕망, 병든 욕망이라는 주제로 1장을 열어주는 윤구병 선생님의 글은 삶의 본질과 바탕인 생명과 공동체적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한다. 2장부터는 디지철 시대의 소통과 관계 맺기, 사랑과 결혼과 가족, 다문화, 소외, 자유, 상품 생산과 소비, 대중문화, 환경과 기술 문명, 인권, 종교 등 우리들이 매일 겪고 있는 삶의 문제와 직접 관련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현상과 본질이 뒤섞이고 알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서 헤맬 때가 많다. 철학은 때때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딴지를 걸고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 책은 혼란스런 생각들을 정리해 주고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꼼꼼하게 짚어준다. 사는 건 그냥 사는 것과 열심히 사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결과로 말할 수 없고 과정만으로도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삶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은 어떤가. 주체적인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은 주체적인 사유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닌가. 그것은 디지털 시대에도 마찬가지 아닌가.

 

누군가가 엿보기 전에 스스로 자기를 드러낸다. 드러냄으로써 타인과 과감하게 상호 소통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에게 관여할 기회를 스스로 제공하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내면의 일기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자신만을 위한 독백이 아니라, 누군가와 공유하기 위한 심경 고백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이버스페이스 공간에서 일어나는 관계 맺기의 특징이다. - 48

 

철학사상연구회에서 내놓은 책들이 괜찮았다면 주저 없이 선택해도 좋은 책이고 읽은 적이 없다면 직접 확인하고 살펴가며 책을 고르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철학자들의 주저와 고전을 섭렵하기 전이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철학에 관한 2차 저작들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몇 장이라도 직접 읽어보고 문장의 난이도와 내용, 책 전체의 방향과 목적을 확인하고 읽는 것이 좋다.

 

대부분 교수가 직업인 사람들의 글은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위험한 줄타기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기 쉽다. 이도저도 아닌 글을 만날 때의 낭패감을 피하고 싶다면 꼼꼼하게 직접 살피는 것은 최선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대부분 적절한 난이도를 유지하며 균형을 맞추고 있다. 보다 대중적이고 편안한 모임과 연구들이 보편화되고 다 함께 읽고 쓰는 일이 일상화될 수 있으려면 조금 덜 일하고 다함께 나누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사상연구회 연구원 김성우는 허용된 자유와 허용되어야 할 자유에서 이렇게 말한다.

 

신자유주의는 계몽이 약속한 성숙과 책임과 해방보다는 계몽적 근대성의 본질인 도구적 합리성의 지배와 억압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미래 사회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자유와 시장의 맹신 하에 본래적 의미와 인간의 자유를 보장해 줄 인권의 민주주의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 137

 

가장 절박한 이 시대의 이데올로기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가 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노동법과 노사협상 과정을 가르치는 유럽과 친기업 정책으로 철저하게 대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 떡볶이, 순대까지 군침을 흘리고 3, 4대로 이어지는 재벌들의 파렴치한 자본의 욕망은 끝을 모른다.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후려치고 기술을 도둑질하며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 대기업을 위축시키지 말라고 공언하는 대통령을 가진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떠한가.

 

철학은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들의 밥숟가락 문제다.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다.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는 이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이며 나와 너를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이다. 들리는 대로 듣고 보이는 대로 보는 일차원적 사고 방식으로는 현상과 본질을 구별할 수 없으며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이 책은 철학이 삶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삶의 영역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다. 가슴이 아닌 머리에게 물어볼 시간이다.

 

 

120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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