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화하는 전쟁 - 미래 전쟁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존 에드워즈 지음, 류동완 옮김, 김민석 감수 / 플래닛미디어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중세 이후 과학기술의 발달은 전쟁의 역사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까지 유효한 이 사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발달하고 있다. 미래의 군인과 가상 전쟁을 생각할 것도 없이 현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진화하는 전쟁>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인간에 의한 자연의 정복을 넘어 선 자리에 환경 파괴가 놓여 있듯이 살상 무기와 보다 효율적인 전쟁을 위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가능한 모든 상상을 현실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그 현재적 의미를 점검해 보는 책이 바로 존 에드워즈의 <진화하는 전쟁>이다.
‘미래 전쟁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전쟁은 추악한 것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추악하지는 않다. 그보다 더 추악한 것은 전쟁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부패하고 타락한 도덕심과 애국심이다. 국민은 지배자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군대에서 대포를 쏘고 총검을 휘두르는 하나의 단순한 인간 도구로 사용될 때, 전쟁으로 인해 타락하게 된다”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말로 시작한다. 이 책이 전하는 의미가 미래 전쟁에 대한 환상과 패배를 모르는 군대를 상상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세계 정복이나 끊임없는 욕망앞에 무력한 지배자에 대한 의구심과 저자의 노파심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사람 이상이 모인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간 사이의 갈등과 폭력은 단위가 씨족에서 부족으로 그리고 국가로 확장되었을 뿐 우리 인간의 역사와 전쟁의 역사는 쌍둥이처럼 같은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복잡하고 분화된 사회에 항상 내재되어 있는 폭력에 대한 유혹과 파괴에 대한 욕망, 즉 전쟁에 대한 인간의 본능을 고찰해 볼 수 있는 반면교사로 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는 이미 힘의 균형이 깨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19세기 말에 시작된 식민지 경쟁이나 힘의 논리에 의한 세계지배는 그 목적과 효용성에 대한 의문 때문에 재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순진하면서도 현실에 기초하지 않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탈냉전 이후 ‘세계화’의 미명아래 벌어지고 있는 미제국주의는 한층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은 ‘세계 깡패’ 국가가 된 지 오래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오래된 전쟁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진행형인 전쟁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인류라는 종족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전쟁은 불가피한 파워게임인지도 모른다.
전쟁의 목적이 승리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도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현대전은 인명 살상이 목적이 아니라 군사시설의 파괴와 상대방의 지휘 체계의 무력화, 정보와 통제에 의한 지배체제의 구축은 전쟁의 목적과 양상이 과거와는 판이한 양상을 보여준다. 목적이 어디에 있는 기본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인명을 최대한 보호하고 적에게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 개발된 무기체제와 의복, 정보통신, 군수 장비의 발전은 눈부시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도 군사 목적으로 처음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책은 찾아서 파괴하기라는 제목으로 전술 체계에 대해 설명을 시작해서 정보, 통신, 정찰, 재난 구조, 보건, 의학, 생명공학, 운송, 군수, 보안, 암호기술 그리고 군복과 보호 장비에 이르기까지 전쟁 수행 과정에 동원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점검하고 있다. 대부분 오늘 현재 시점에서 비밀리에 혹은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그 실현가능성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과학기술의 발달과 전쟁이 아닌 현실 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은 행간에 숨어 있다.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해서 읽다보면 독자들이 생각하는, 혹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일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책을 읽는 목적이 새로운 정보를 얻고 사고의 폭을 넓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높혀주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다면 이 책은 충분한 값을 한다. 주의할 것은 저자의 뛰어난 능력과 높은 안목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야하는 정보들 사이의 연결고리와 상상의 즐거움은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전쟁이 없는 미래를 상상해 보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인명 살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쟁 수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현재 진행 중인 대다수 미국의 전쟁 관련 프로젝트들의 반성적 토대다. 왜 불가능하겠는가? 2010년 실전 배치를 목적으로 진행되?있는 오브젝트 포스 워리어(0bjective Force Warrior)에 비하면 아주 간단하고 쉬운 노력만으로 가능할 지도 모른다. 철학적 반성이 필요한 종류의 책은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환상과 꿈을 전쟁으로 풀어내려는 어리석음을 미리 경계해 본다. 그것은 ‘진화하는 전쟁’이 아니라 ‘전쟁에 의한 인류의 파멸’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060316-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