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심리학 - 개정판, 톡톡 튀는 9가지 맛 영화 속 심리이야기
장근영 글.그림 / 제이앤북(JNBOOK)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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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님 이벤트(?)에 당첨되어 선물받은 책이다. 겉보기에도 재미있을 것 같고 영화를 많이 좋아하는 편이라 읽던 책 덮자말자 바로 읽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도 읽고 버스에서도 읽고...결론은 무조건 재밌다는 거다.

영화라는 대중매체는 종합문화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매우, 아니 어쩌면 가장 친근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소위 영화평론가들이라는 사람들이 올리는 평론들을 보면 사실 좀 버거울 때가 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 영화에 감독의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를 알아내야 하는 시험이 아니다...라고 이 책의 서문에서 말했다시피 이 영화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기에 관련된 영화관련 전문용어들을 쏟아부으며 설명하는 그들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보았던 영화 한편이 매우 무겁게 다가옴은 물론이요 그런 것도 하나 간파하지 못한 나의 무지함과 얄팍함을 어느새 자학(?)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좀 씁쓸해질 때가 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추천할 만하다. 영화평론가가 아닌 심리학도로서 그저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의 입장을 실어 아주 편하게 술술 풀어놓은 글들을 읽노라면 아하~ 하고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어려울 수도 있는 심리학적 용어들을 군데군데 풀어놓고 있으나 그 인용들이 마치 수다 떨다가 불쑥 얘기하는 것처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말하자면 옆에 심리학을 좀 아는 친구 하나 앉혀 놓고 함께 영화를 보면서 팝콘을 아작아작 씹으며 설명을 듣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할 말은 다 한다는 게 또 장점이다. 그저 그렇게 주절주절 얘기만 한다고 재미있어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적어도 내용이 담보되어야 그런 편안함도 다가오는 법으로, 적절한 비유와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들이 잘 버무려져 한 편의 영화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즐거운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받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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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3-25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누가 추천했을까요???^^

비연 2005-03-26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자명한 산책 문학과지성 시인선 281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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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의 시집이다.

개인적으로 시라는 쟝르에 익숙하지 않다. 교육의 잘못이라고 혼자 궁시렁대며 탓을 돌리기도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짤막한 글들을 읽노라면 꼭 그 속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만이 내 속을 지배하여 시에서 응당 느껴야 할 감상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걸 매번 경험하기 때문이라는 게 더 큰 까닭이겠다. 게다가 누군가의 시집이라 함은 남들이 많이 읽고 내 눈에도 익숙한 시들만 있는 게 아니라 싫든 좋든 그(녀)의 작품들을 모조리 읽어내야 한다는 게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시집을 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 속에서 이 책을 산 것은 몇 편씩 조각조각 다가오는 싯구들이 내게 예사롭지 않은 감흥을 안겨주었던 탓이다. 느낌이라는 것에 많이 의존하는 나로서는 그러한 내 가슴 속 파장을 쉽사리 물리치기 힘들었다. 그래서 어디 한번 하는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금빛 넘치는 금빛 낙엽들
햇살 속에서 그 거죽이
살랑거리며 말라가는
금빛 낙엽들을 거침없이
즈려도 밟고 차며 걷는다

만약 숲 속이라면
독충이나 웅덩이라도 숨어 있지 않을까 조심할 텐데

여기는 내게 자명한 세계
낙엽 더미 아래는 단단한, 보도블록

보도블록과 나 사이에서
자명하고도 자명할 뿐인 금빛 낙엽들

나는 자명함을
퍽! 퍽! 걷어차며 걷는다

내 발바닥 아래
누군가가 발바닥을
맞대고 걷는 듯 하다

- 자명한 산책 (全文) -

일상적인 것, 그래서 너무나 익숙해진 그 무엇에 대한 시인의 느낌은 마치 내 몸에 그 보도블록이 닿는 듯 매우 구체적으로 매우 탐미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표제시인 '자명한 산책' 하나만 보아도 이 시인의 시세계가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 뭔가를 자꾸만 에두르고 뭔가 구름잡는 듯한 단어들로 나를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피부, 내 발, 내 손에 맞닥뜨려지는 사물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감정들을 아주 솔직하게 얘기함으로써 시인은 내게 신뢰감을 더해주었다. 그저 탐미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나이듦에 대한 고찰, 젊은 날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 심심한 삶에 대한 얘기 등등을 담은 황인숙 시인의 시들을 주욱 읽어내려가면서 문득 스산하게 비내리는 오후에 차 한잔 들고 창 앞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는 나를 떠올려본다.

나는 나이지만 나를 스치는 것들, 사람들은 조금씩 변해만 간다. 그 속에 남겨진 나라는 존재는 어쩔 수 없이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되고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세월을 견딘다. 그것이 슬프다 아름답다 가치판단을 하기에 앞서 그저 나를 바라보는 입장으로 약간은 관조적으로 슬슬 자신의 감정 실타래를 풀어놓는 시인의 글귀들이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어떤 화두를 던지는 듯 하다.

어디 한켠에 놓아 먼지 쌓이게 하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주말에라도 한번 다시 집어들어 조금 천천히 음미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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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23
펠 바르.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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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멋진 탐정 한명 출몰하여 현장 검증은 한번만 해도 머릿 속에 범인의 윤곽이 연역법으로 주욱 떠오르고 거기에 따른 가설들을 다시 주욱 세운 후 퍼즐을 맞추듯 사건을 풀어나간다..인거 보면 이런 류의 추리소설에 우리가 많이도 길들여졌나 보다. 사실 현실에서는 그런 민완탐정이 '계셔서' 사건을 후다닥 해결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 게다. 오히려 일선의 경찰들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실오라기같은 증거들을 조심스레 모아모아 어렵게 범인을 색출해내는 게 맞으리라. 요즘 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우리 엄마가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열심 시청하고 있는 'CSI' 시리즈와 같이 말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정말 현실과 가깝게 쓰여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절대 진부하다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찰 아저씨들이 수사실 한 켠에 앉아 혹은 현장을 주도면밀하게 좇아 다니며 사건을 차근차근 수사해나가는 모습이 그려져서 더욱 실감나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더욱이 경찰들의 개성어린 면면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마치 실자국 하나 없는 봉제인형마냥 잘 어우러지게 묘사한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스웨덴의 부부 추리소설 작가라니. 이름부터가 낯설고 지명이 발음하기조차 힘들지만 식상하게 내 눈에 박혀있던 미국식 영국식 이름보다 오히려 집중이 잘 되는 듯 하였고 한 명 한 명의 경찰들을 애정어리게 그린 솜씨가 멋들어져 눈을 뗄 수가 없게 했다. 어느 외진 거리에서 이층 버스가 난데없이 멈추고 그 속에 타고 있던 9명의 승객들이 총탄에 어이없이 죽어있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추리소설은, 인간의 호기심이라는 측면과 허위의식을 낱낱이 파헤치고 풀릴 것 같지 않던 사건이 어느 순간 물꼬가 트이며 범인에게로 그 증거들이 모이는 순간을 박진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는 수작이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나 스웨덴이나 매한가지인 경찰이라는 신분에 대해서도 너무 자조스럽지 않고 또 너무 영웅시되지 않게 적절히 보여주고 있다. 가족을 힘들게 하면서 선택한 직업이지만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범죄에 대한 증오와 진범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들이 아..과연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졌다면 이럴 만하다 싶은 걸 보면 어디나 어떠한 직업으로 인해 빚어지는 이야기들은 비슷비슷한 건가 보다.

이 부부작가의 작품을 꼭 다 읽어봐야겠다 하는 마음을 담아 마지막 장을 덮었다. 알라딘 서재를 하면서 주옥같은 추리소설들을 보다 많이 접하게 된 건 나에게 있어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하는 마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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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5-03-22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Kel님의 리뷰 보고 사서 읽은 책이에요...넘 재밌어서 감사의 뜻을..^^
이 작가들의 책이 시리즈로 쫘악 나왔으면 좋겠어요. 동서문화사여 제발..ㅋㅋ
 
예수 하버드에 오다 - 1세기 랍비의 지혜가 21세기 우리에게 무엇을 뜻하는가
하비 콕스 지음, 오강남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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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지은 하비 콕스라는 저자는 물론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번역을 하신 역자도, 그리고 이 책을 출간하겠노라 계획했던 출판사에도 말이다. 솔직히 하비 콕스라는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그리 유명한 신학자인지도 몰랐다. 바람구두님의 서재에서인가. 접해본 이 책의 제목이 어쩐지 마음에 와닿아 골라보았었는데 읽는 내내 감사함을 잃지 않고 지냈던 것 같다.

모태신앙인 나는 태어나서 기독교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지냈기 때문에 하나님의 임재하심과 예수님의 역사적 존재하심에 대해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내 주위의 많은 분들은 언제나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삶에 대한 방향을 잡으셨고 하나님께 진심으로 기도함으로써 삶의 어려움들을 이겨내시곤 했다. 나 또한 아무 생각없이 교회에 가서 주일학교를 다녔고 교회에 다니자고 친구들을 전도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러한 생각에 큰 변화가 생겼던 것은 좀더 커서였다. 모태신앙인 사람들이 한번쯤은 겪는다고 하는 심적인 동요는, 내게도 다가왔다. 세상에 맞부닥쳐 지내면서 과연 하나님이 계신가 하는 건방진 생각에서부터 그렇다면 이 사회의 모순들은 어째서 계속해서 존재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또 왜 예수님은 늘 저멀리 계시는 걸까. 왜 이리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걸까. 왜 이렇게 친근하지 않은걸까. 이 시대에서 예수님의 잠언들이 과연 얼마나 깊이있게 다가올 수 있을까..이런 생각들이 쌓이고 쌓였었다. 그런 고민들, 생각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독교 서적들도 숱하게 읽었던 것 같은데 그다지 해답이 없었다고 기억된다.

아마 이 책이 반가왔던 이유는, 그러한 고민들을 해결해주었다 하는 안도감에서가 아니라(사실 그 어떤 문제도 일순에 해결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회의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예수님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것. 또 예수님이 수천년전 존재하셨던 성인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랍비로서 역사의 면면에 스며들어진 말씀들을 전하고 계시며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좀더 깊이를 가지고 생각해야 할 화두들을 던지고 있는, 참으로 가까운 '친구'라는 점을 알게 되어서인 것 같다.

저자 하비 콕스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예수님과 윤리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철저히 예수님을 그 시대에 존재했던 랍비 중의 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그 말씀들이 나오게 된 배경들, 그리고 '설화'로 내려오는 복음서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의식들을 하나씩하나씩 짚어나가고 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불안감으로 시작되었던 그 강의는 20년동안 수천명의 학생들과 수많은 토의를 하면서 성숙되어졌고 단번에 효과가 나는 멋들어진 내용이기 보다는 살면서 두고두고 곱씹으며 나 자신과 주변을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이 책을 꼭 권해주고 싶다. 함께 고민하는 자세로 풀어나간 서술 형식이 마치 강의실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안겨주고 곳곳에 배여있는 저자의 문제의식 속에서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충분히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윤리라는 것, 이 첨단의 세상에서 자주 잊혀지곤 하는 그 진부할 수도 있는 단어가 사실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는 과제이며 결코 없어질 수 없는 주제임을 너무나 명쾌하게 전하고 있다는 점만 들더라도 꼭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저서임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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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3-2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시고 고민이 해결되셨다니, 대단한 책인 것 같습니다. 전 천주교가 모태신앙이지만, 지금도 회의 중입니다. 중요한 것은 전 님처럼 회의를 풀어 보려고 관련 서적을 읽거나 하지 않았다는 점이죠....제가 바르게 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거기 있는 게 아닐까요.

비연 2005-03-2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이 해결되었다기보다는...고민을 공유할 구석을 찾았다는 게 더 정확할 듯.
저의 회의감도 아직 계속되고 있지만....이 책은 참 반갑더군요^^
글고..저도 아직...바른 생활은 못 하고 있는데..우헤헤~

플레져 2005-03-29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많은 사람들과 토의를 통해 가꿔진 한 권의 책은 정말 가치가 있는 책이지요. 비연님, 이주의 마이리뷰 축하해요 ^^

아영엄마 2005-03-2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리뷰 당선 축하합니다. ^^

책읽는나무 2005-03-30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하비 콕스라는 이름은 전 마냐님의 리뷰에서 언뜻 봤던 기억이 나는데요!
한번쯤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곤 하더라구요!
전 어렸을적 잠깐 교회를 다니긴 했었는데...성년이 되면서부터 발길을 끊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불교쪽에 가깝다고 해야하나요?
암튼..딱히 종교에 얽매이기 싫어 그냥 발길 닿는대로 마음 편한대로 좀 멀리서 종교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하지만 어릴적 교회를 다녔던 경험들은 오랫동안 잠재의식속에 남아 있는 듯 해요!..ㅡ.ㅡ;;
그래서 더욱더 님의 리뷰가 끌리고...관심이 가져지는 것 같습니다..^^

balmas 2005-03-30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축하드려요, 비연님!!
오오, 제가 아는 서재주인장님들이 주마다 마이리뷰에 당선되시는군요.
영광입니다, 이런 분들하고 알고 지내서. ^____________^

파란여우 2005-03-30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마이리뷰 축하 드려요^^


날개 2005-03-30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비연님.^^*

로드무비 2005-03-30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축하드려요.^^

울보 2005-03-30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urblue 2005-03-30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비연 2005-03-3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출장 다녀와보니...이 주의 마이 리뷰 당선 메일이 날아온데다 축하인사들이 쇄도를...! 넘넘 감사합니다...아웅...넘 행복해요. 저^^

2005-03-31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5-03-3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보기만 해도 풍성한 꽃다발과 와인..넘 감사해요^^
여울효주님. 좋은 책을 공유하는 분이 주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네요~^^**

서연사랑 2005-03-3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도 위에 여울효주님이란 분과 같은 경우네요. 이주의 마이 리뷰 당선 적립금으로 '예수 하버드에 오다'샀는데.....
바로 이 책 리뷰가 눈에 띄여서 들어와보니 이런 공감대가 형성이 되는군요.^^
리뷰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비연 2005-03-31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홋. 이런 인연의 끈들이 이어지다니...서연사랑님, 만나뵈서 넘 기뻐요~^^

마냐 2005-04-05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비연님, 좋은 책을 널리 알리시는 좋은 일을 하셨군요..^^
전, 많은 고민을 해보지 못한, 오히려 기독교를 별로 안좋아하던 경우지만...어쨌든 유용했어요. 아, 정말 축하드려요. ^^

비연 2005-04-0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좋은 책을 공유하는 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기쁘게 하는 일이죠....축하 감사드립니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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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마디로 놀라운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신청했을 때의 나의 심정은 호기심 반, 의구심 반이 복합되어 있었다. 오히려, 선전문구를 보면 셀수 없이 오래 전의 문명과 그 시대에 살았던 길가메쉬라는 영웅의 이야기라 하는데 도대체 그 때 인류가 가지고 있던 문명이 얼마나 대단했겠는가 하는 비판적인 생각이 더 컸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면서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는 동안 나는 점점 더 커지는 놀라움에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4000년도 전에 있었던 사람들이 우리와 비슷한 삶, 비슷한 감정, 비슷한 생활을 가지고 있었다는 데에서 인간의 본연적인 토대를 이루는 것들에 대해서 두고두고 생각할 수 있었다.

길가메쉬는 인간인 아버지와 들소의 여신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반신반인의 실존 인물로 수메르의 도시국가 우루크 제1왕조의 5번째 왕이었다고 한다. 이 시기는 성경의 시기보다도 훨씬 앞선 시기이고 오디세이아보다는 더 훨씬 이전의 시기로 이 때 만들어진 많은 이야기들이 지금 우리가 흔하게 접하고 있는 신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길가메쉬는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던 영웅으로 친구 엔키두와의 우정을 쌓으며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 혁혁한 공을 세웠고 그 결과로 엔키두의 죽음을 맞게 된다. 친구의 죽음과 그 사라짐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그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며 부귀영화를 버리고 대초원을 방황하는 신세로 불멸의 방법을 찾다가 쓸쓸히 죽어간다.

"길가메쉬. 자신을 방황으로 몰고 있는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요? 당신이 찾고 있는 영생은 발견할 수 없어요. 신들은 인간을 창조하면서 인간에게는 필멸의 삶을 배정했고, 자신들은 불멸의 삶을 가져갔지요. 길가메쉬. 배를 채우세요. 매일 밤낮으로 즐기고, 매일 축제를 벌이고, 춤추고 노세요. 밤이건 낮이건 상관없이 말이에요. 옷은 눈부시고 깨끗하게 입고, 머리는 씻고 몸은 닦고, 당신의 손을 잡은 아이들을 돌보고, 당신 부인을 데리고 가서 당신에게서 즐거움을 찾도록 해주세요. 이것이 인간이 즐길 운명인 거에요. 그렇지만 영생은 인간의 몫이 아니지요."

이 대목이 아마도 이 신화의 전반을 지배하는 가치가 아닌가 한다. 사람은 신들에 의해 창조되고 즐거움을 누리며 현재를 즐기는 운명은 가질 수 있어도 영원히 살 수는 없도록 되어 있다. 인간이 늘 '죽음'이라는 화두 앞에 무력함을 느끼고 고뇌하고 그것으로 현재를 지배당하는 것은 결코 바꿀 수 없는 것임을,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리의 고민만이 아니라 나의 핏 속을 면면히 흐르는 수천년 전의 선인들로부터의 근원적인 고민임을 이 신화는 말하고 있다. 어쩌면 길가메쉬는 그러한 고뇌의 첫 사람인지도 모른다.

죽음은 인간을 속박하기도 하고 자유롭게도 한다. 항상 이와 같음이 아니라 늙고 병들고 끝내는 조그마한 무덤 자리를 벗삼아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작은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 세상사의 많은 번뇌들로부터 벗어나기 쉬워진다. 그 어느 것에도 슬퍼하거나 절망하거나 의기소침하지 말고 다만 분노로 얽힌 마음만은 저승으로 가져가서는 안된다는 엔키의 말처럼 인간은 누가 지정해주지 않아도 죽음이라는 한계 앞에서 자신의 살아가는 방식을 규정해야만 한다. 죽음을 예비하고 살아가는 인생은 달리 생각하면 더 당당해지고 더 초월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고대의 수메르인들은 이러한 실존인물을 통한 신화로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과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버팀목을 삼았으리라 생각된다. 무엇하나 모자랄 것 없는 길가메쉬 왕도 결국 죽음 앞에 허무하게 스러져간 나약한 존재임을 되새기면서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 자신의 삶을 가다듬었을 게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하나 빠짐없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에 나는 오히려 안도한다.

삶에 대한 생각은 결국 죽음으로부터 비롯되고 그것에서 영원히 풀려날 수 없는 우리네 인간은 이 작은 머리로 비통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순순히 받아들인 채 현재의 삶에 용맹정진하는 것이 최선임을 이 신화는 큰 울림으로 말하고 있다. 그것은 현재에 안주하라고 하는 비굴하고 정체된 자세가 아니라 자신에게 유한하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도저히 어길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기억하며 자신을 겸손히 하고 더욱 용감히 살아가는 자세를 가지라는 일종의 경종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 신화가 명확하고 지혜로운 길로 우리를 인도하는 수천 년 역사의 귀중한 보물임을 나는 책을 덮으면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느낄 수 있었다.

지은이의 꼼꼼하고 깊이있는 연구와 고증이 출판사의 적절하고 깔끔한 편집과 잘 어우러져 책의 가치를 한층 더 높였다는 것을 언급하고자 한다. 잘된 저작이 어떻게 빛을 발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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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5-03-0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두꺼운 책읽기에 성공한 일을 축하드리고요.
좋은 리뷰를 올리신 일도 아울러 축하드립니다. 비연님

비연 2005-03-0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감사합니다^^ 님은 가끔씩 남기시는 덕담으로 제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시는 것 같아요...이 책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미네르바 2005-03-01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두꺼운 책을 읽으셨군요. 저는 여러 서재 지인들의 리뷰만 읽었지, 아직 읽을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꼭 읽어봐야겠어요. 잘 읽었어요.

비연 2005-03-0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정말 좋은 책입니다. 저는 이벤트에 응모해서 그냥 받았지만 사실
이런 책은 사서 봐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잘 된 책이더군요. 꼭 읽어보세요~^^